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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9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애잔한 음악]

 

 "예문관"

 

 넌 이만 퇴궐하거라

 

 (해령)  민 봉교님

 

 기록해야 한다

 

 사관이 보고 들은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전부 다

 

 [당황한 숨소리]

 

 "녹서당"

 

 (이림)  대비마마

 

 도원

 

 (이림)  그간 귀체 만강하셨습니까?

 

 (대비 임씨)  도원은 못 본 사이에  아주 멋진 사내가 되셨습니다

 

 가히 용종의 자태다워요

 

 편히 앉으세요

 

 송구합니다

 

 속히 돌아와  전하께 잘못을 빌라는 서신을 받고도

 

 환궁이 늦었습니다

 

 아니요

 

 잘하셨습니다

 

 (대비 임씨)  이 할미는 도원이 주상에게  화를 입을까 노심초사하였는데

 

 도원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백성을 위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참으로 기특하십니다

 

 제가 기특하다고요?

 

 (대비 임씨)  아무도 못 하는 큰일을 하셨습니다

 

 [잔잔한 음악]

 

 하나 당분간은  주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마세요

 

 주상의 성정을 알지 않으십니까?

 

 다음에는

 

 그 정도로 넘어가지 않을 겝니다

 

 잘 처신하겠습니다대비마마

 

 (대비 임씨)  그 먼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꼬?

 

 도원이 어려서부터 다식을 좋아했지요?

 

 내 좋은 송홧가루가 있어  다식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올리라고 하겠습니다

 

 (이림)  아니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소자 벌써 약관의 나이입니다

 

 이제는

 

 사가로 나가 살고 싶습니다

 

 도원

 

 이 궐이 곧 도원의 집입니다

 

 집을 떠나 어디로 가시겠단 말입니까?

 

 다른 동생들은  일찍이 나가지 않았습니까?

 

 제가 비록  궐에서 나고 자라기는 했지만

 

 더 이상 제가 있을 곳이  아닌 듯하여...

 

 아니요

 

 도원이 있을 곳은 여기입니다

 

 이 궐이 도원의 자리입니다

 

 그러니

 

 궐을 떠나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가까이 있어도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든데

 

 바깥은 오죽하겠습니까?

 

 (우원)  다녀왔습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가더니  다녀와서 인사하는 게냐?

 

 무탈하니 됐다

 

 (익평)  앉거라

 

 성균관에 박사 자리가 났다더구나

 

 지금처럼 위험한 곳으로  외사를 가지 않아도 되고

 

 밤낮으로  사초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고

 

 요직은 아니다만  네 성미에 맞을 것이야

 

 - 삼망에 이름을 넣어 주마  - (우원싫습니다

 

 장원에게 내리는 정6품 벼슬도  마다하지 않았느냐?

 

 고생은 그만하면 됐다

 

 어디 가서 아비 덕 본다고  흠잡을 사람도 없을 것이야

 

 아버지의 아들인 것이

 

 이미 제겐 허물입니다

 

 [애잔한 음악]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 게냐?

 

 (익평)  언젠가 너도  이 아비를 이해하게 될 거다

 

 (설금)  이거 어하나만 더 드세요  [재경의 헛기침]

 

 - (해령어휴  - (설금? ''

 

 나 진짜 됐다니까?

 

 [배를 탁탁 두드리며]  나 지금 진짜 배 터져 죽을 거 같아

 

 (설금)  먹다 죽으면 호상이라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조르는 투로]  얼른 ''

 

 ''!

 

 [못마땅한 신음]

 

 거지 같은 동네에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해령의 힘겨운 한숨]

 

 3 4일 숨 쉬듯이  몸보신해도 모자랄 판에  [설금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기가 찬 웃음]

 

 하여간에 네 유난은?  [설금의 헛기침]

 

 알아준다알아줘?

 

 맞다

 

 솥에 곰탕 올려놨는데

 

 (설금)  [웃으며]  얼른 가지고 올게요

 

 [설금의 다급한 신음]  (해령)  

 

 국물까지 아주 호로록 다 드셔야 돼요

 

 (해령)  설금아야  [재경의 옅은 웃음]

 

 (재경)  놔두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너 돌아온다는 소식에

 

 며칠 전부터 부엌에서  나오지를 않았으니  [문이 달칵 닫힌다]

 

 (해령)  [피식 웃으며]  

 

 아휴그래도 이렇게  다들 그대로인 모습 보니까

 

 정말 좋습니다

 

 설금이는 여전히 저렇게 시끄럽고

 

 오라버니는 여전히 이렇게 다정하시고

 

 무슨 일 있었던 것이냐?

 

 아니요그냥 좋아서 그럽니다

 

 [옅은 웃음]

 

 (해령)  아유그럼 저는 얼른 가서

 

 행록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설금이 쫓아오기 전에

 

 그래

 

 [해령의 배부른 신음]

 

 (해령)  을묘일 평안도를 떠나

 

 무오일 한양에 도착하다

 

 도원 대군은 환궁하여...

 

 [애잔한 음악]

 

 (이림)  아바마마그간 강녕하셨습...

 

 (이진)  사관이 있습니다!

 

 사관이 모두 보고 있습니다전하

 

 [종이 댕 울린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 유시로구나 ♪

 

 (시행)  ♪ 유시가 됐어 ♪

 

 (아란)  웬일로 칼퇴궐을 한대요?

 

 (은임)  우리도 얼른 갑시다  [아란의 신난 숨소리]

 

 [사희의 헛기침]  (시행)  너희는 어디 가니?

 

 퇴궐하려고요

 

 오늘 경신일이잖아

 

 경신수야 안 해?  [은임의 탄식]

 

 '경신수야'?

 

 그게 뭡니까?

 

 (은임)  왜 있잖아요옛날 사람들이  경신일에 잠들면 수명 줄어든다고...

 

 - (아란...  - (시행옛날 사람?

 

 (시행)  [웃으며]  이야...

 

 [한림들의 웃음]  이거 아주  지금 누구더러 옛날 사람이래?

 

 그럼 너너희는  뭐아까 태어났냐?

 

 (홍익)  생각해 보니까  세대가 다르기는 합니다

 

 양 봉교님은 혼자 건륭 때 사람이시고

 

 저희는 다 가경 때...

 

 [함께 키득거린다]

 

 지만...

 

 [버럭대며]  그래도 그런 건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지

 

 내가 이래서 성균관 안 나온 것들하고  말을 못 섞겠다니까?

 

 - (홍익어휴!  - (아란또 시작이다또 시작

 

 (시행)  아무튼입궐하고 처음 맞는  경신일에 잠을 자면은

 

 3년 동안 두고두고 더럽게  재수가 없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조용히응  근신들이나 하고 있어요

 

 (은임)  요즘 시대에  누가 그런 말을 믿습...

 

 (시행)  [버럭대며]  내가 믿는다내가?

 

 옛날 사람인 내가 믿어

 

 가경 때 것들아  [한림들의 웃음]

 

 [해령의 한숨]

 

 [해령과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아란)  짜증 나진짜...

 

 [해령의 힘겨운 신음]  (아란)  진짜!

 

 [아란과 해령의 한숨]

 

 (나인들)  ♪ 경신수야 경신수야 ♪  [풀벌레 울음]

 

 ♪ 삼시충 몰아내자 ♪

 

 ♪ 경신수야 경신수야 ♪

 

 ♪ 삼시충 몰아내자 ♪

 

 ♪ 경신수야 경신수야 ♪

 

 ♪ 삼시충 몰아내자 ♪

 

 ♪ 경신수야 경신수야 ♪

 

 ♪ 삼시충 몰아내자 ♪  [생각시의 아파하는 신음]

 

 [해령의 하품]

 

 [아란의 짜증스러운 한숨]

 

 (아란)  진짜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합니다

 

 경신수야를 할 거면 다 같이 하는 거지

 

 자기들은 나가서 밤새 술 먹고 놀면서

 

 우리만 궐에서 근신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요

 

 (은임)  아휴개나리들 진상 부리는 게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한숨 쉬며]  구 권지만 안됐죠

 

 위무 다녀와서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하고

 

 (해령)  무지 피곤하기는 합니다

 

 (아란)  피곤하기도 피곤하고

 

 지루하기도 지루하고

 

 이럴 때 술 한잔 탁 털어 넣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희)  그러실래요?

 

 [권지들의 놀란 신음]

 

 (은임)  그게그게 왜 거기서 나옵니까?  [술이 찰랑거린다]

 

 양 봉교님이 숨겨 놓은 술입니다  [아란의 신난 숨소리]

 

 [경쾌한 음악]  [권지들의 웃음]

 

 [함께 웃는다]

 

 [풀벌레 울음]

 

 [해령이 숨을 하 내뱉는다]

 

 [아란이 숨을 하 내뱉는다]

 

 (해령)  아휴이 궁궐도  밤에는 나름 아늑하네요

 

 맨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고  까먹고 있었습니다

 

 여기도 누군가의 집이라는 걸

 

 (아란)  전 그래도 이런 데는 못 살겠습니다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도  가끔씩 썰렁한데

 

 [질색하며]  이렇게 넓은 데서는  삭막해서 어찌 삽니까?

 

 허 권지네 댁이  아흔아홉 칸이나 됩니까?

 

 (아란)  ...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닌데

 

 태어나 보니 그러네요  [은임의 감탄하는 신음]

 

 (은임)  그 정도 집안이면 숨만 쉬고 살아도  죽을 때까지 부자잖아요

 

 [놀라며]  왜 여사가 되셨어요편한 길 놔두고?

 

 (아란)  저요쓰읍...

 

 전 성질이 나서 여사가 됐습니다

 

 [한숨 쉬며]  까놓고 말해서

 

 저희 식구들이 돈만 많지

 

 죄다 개판이거든요

 

 아버지는 저 어렸을 때

 

 첩실이랑 살겠다고 가출하셨고

 

 오라버니들은 줄줄이  술꾼에 노름꾼에...

 

 [피식 웃으며]  툭하면 사고 쳐서 관아 끌려가고

 

 어머니

 

 어머니는 그중 제일입니다

 

 젊고 몸 좋은 사내들만 보면...

 

 [아란의 얼버무리는 헛기침]

 

 [아란의 웃음]  [아란이 허벅지를 탁탁 친다]

 

 아무튼

 

 다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사는데

 

 왜 나만 얌전히  집구석에 처박혀 살아야 하나

 

 성질이 나는 겁니다!

 

 (은임)  그래서 여사 별시에  콱 응시하신 겁니까?

 

 '나도 내 마음대로 살자싶어서?

 

 [권지들의 옅은 웃음]

 

 송 권지

 

 (아란)  저 진짜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이조 정랑 댁 송사희 하면  유명했잖습니까?

 

 얼굴도 예쁘고 음전해서  [사희의 쑥스러운 웃음]

 

 한양 일등 신붓감이라고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사내들이  줄을 섰었다는데

 

 왜 죄다 뻥 차고  혼인을 안 하신 겁니까?

 

 (사희)  ...

 

 꽃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요

 

 [잔잔한 음악]

 

 사대부 여인의 운명이  그렇지 않습니까?

 

 잘 가꿔 놓은 꽃나무

 

 한 폭의 그림

 

 규문 안의 장식품

 

 전 그리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제 인생을 맡기고 싶지도 않았고요

 

 (은임)  이제 보니  송 권지가 나랑 생각이 똑같네

 

 솔직히 웃기지 않습니까?

 

 혼인하는 당사자는 우리인데

 

 왜 집안 어른들이 편지 몇 번 주고받고  결론을 내냐는 말입니다  [해령의 탄식]

 

 (아란)  맞아요적어도  그말 한 번은 섞게 해 줘야지

 

 그러다 어디  맛탱이 간 인간이랑 혼인하면?

 

 남은 내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 주냐고요

 

 (은임)  제 말이요

 

 (해령)  하면 그다들  혼인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아란)  [멋쩍게 웃으며]  아이

 

 꼭 그런 건 아니고요  [권지들의 웃음]

 

 조건 맞아서 얼렁뚱땅하는 혼인 말고

 

 진짜 좋은 사람이랑

 

 좋아해서 하는 혼인이 하고 싶다  그 말이죠

 

 [해령의 호응하는 신음]

 

 (은임)  저는 혼인이고 뭐고 잘 모르겠는데

 

 죽기 전에 딱 하나 소원은 있습니다

 

 뭔데요?

 

 잘생긴 미친놈이랑 영혼을 불살라서

 

 개막장처럼 사랑해 보는 거요

 

 [사희와 해령이 풋 웃는다]

 

 (은임)  왜요?

 

 솔직히 이런 생각  다들 한 번쯤은 해 보셨으면서?  [해령의 헛기침]

 

 양심선언합시다

 

 나도 잘생긴 미친놈  만나는 상상 해 봤다?

 

 [아란의 옅은 웃음]

 

 저요

 

 저도 그런 생각 해 봤습니다

 

 (해령)  저도요  [권지들의 웃음]

 

 저는 아니요

 

 (아란)  ...  [해령이 피식 웃는다]

 

 (사희)  아니요

 

 [사희의 민망한 웃음]

 

 [함께 웃는다]  [잔잔한 음악]

 

 (은임)  

 

 - 직필  - (해령우리도 직필?

 

 (함께)  [작은 소리로]  직필직필

 

 [아란의 웃음]

 

 [저마다 숨을 카 내뱉는다]

 

 [해령의 뻐근한 신음]

 

 [해령이 숨을 후 내뱉는다]

 

 [피식 웃는다]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  어머

 

 대군마마

 

 달밤에 무얼 하는 것이냐?

 

 경신일이라  밤을 좀 새우느라고요

 

 그 경신일에 밤을 새우는 걸  '경신수야'라고 합니다

 

 사람 몸속에  삼시충이라는 기생충이 살고 있는데

 

 이것들이 경신일 밤만 되면

 

 (해령)  사람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몸을 빠져나간대요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서 이 사람이  지난 60일 동안 지은 죄를 고하면

 

 옥황상제가 그 죄의 무게에 맞게  수명을 줄인다고요

 

 [옅은 웃음]

 

 그래서 너도 잠을 자지 않는 것이냐?

 

 ?

 

 상제가 벌을 내릴까 무서워서?

 

 아니요  제가 무슨 삼국 시대 사람입니까?

 

 그런 말을 믿게?

 

 그냥 그입궐하고 처음 맞는 경신일에  잠을 자면은

 

 3년 동안 재수가 없다길래  그냥 혹시나 해서...

 

 [호응하는 신음]

 

 [피식 웃는다]

 

 (해령)  뭘 그렇게 계속 웃으십니까?

 

 마마께서도 경신일이라서  지금 밤새우고 계신 거 아닙니까?

 

 난 서고에 다녀오는 길이다  잠이 오질 않아서

 

 (해령)  ...

 

 그럼 서책 실컷 읽으십시오

 

 저는 이만...

 

 (이림)  잠깐

 

 내 지난 60일간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이대로 잠들었다간  영영 못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네가 날 좀 지켜봐 줘야겠어

 

 - 제가요?  - (이림그래구 서리

 

 (이림)  쓰읍...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이고  옥황상제 무서워하는 게 누군데?

 

 [애틋한 음악]

 

 [해령의 하품]

 

 절대 잠든 거 아닙...

 

 마마

 

 대군마마?

 

 [해령의 피곤한 숨소리]

 

 (나인들)  마마!

 

 - (삼보마마!  - (박 나인마마!

 

 - (최 나인마마!  - (삼보마마!

 

 (박 나인)  마마!

 

 [삼보와 나인들의 가쁜 숨소리]

 

 마마!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나른한 숨소리]

 

 [하품]

 

 [놀란 숨소리]

 

 [아름다운 음악]

 

 [이림의 긴장한 숨소리]

 

 [심호흡]

 

 [이림의 긴장한 숨소리]

 

 [이림의 당황한 숨소리]

 

 저기...

 

 구해령

 

 구해령

 

 (이림)  구해령  [해령의 몽롱한 신음]

 

 구해령  [해령의 몽롱한 신음]

 

 (해령)  [귀찮아하며]  ?

 

 [해령의 피곤한 숨소리]

 

 [해령의 놀란 숨소리]

 

 [해령의 당황한 신음]

 

 (해령)  죄송합니다제가 잠결에...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  마마!  [나인들이 '마마'를 외친다]

 

 (삼보)  마마!  [나인들이 '마마'를 외친다]

 

 (나인들)  마마!  [삼보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나인들의 놀란 숨소리]

 

 - 세상에나  - (최 나인마상에나

 

 마마께서 또?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  ?

 

 - (해령엄마엄마...  - (삼보...

 

 (삼보)  ...

 

 마마!

 

 (최 나인)  마마!

 

 [문이 덜컥 열린다]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  [한숨 쉬며]  미쳤어구해령

 

 미쳤어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삼보)  마마지금 여기서

 

 이렇게 사방팔방 다 뚫린 데서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이핑계라도 좀 대 보십시오  핑계라도!

 

 제가 진짜 남사스러워 가지고  내가 살 수가 없어...

 

 - (이림삼보야  - (삼보

 

 좋은 향기가 난다

 

 [아련한 음악]

 

 구해령 말이야

 

 좋은 향기가 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웃음]

 

 [홍익의 힘겨운 신음]

 

 [홍익의 힘겨운 신음]

 

 [헛구역질한다]

 

 [시행의 힘겨운 신음]

 

 [시행의 힘겨운 숨소리]

 

 (시행)  넌 왜 이렇게 멀쩡하냐?

 

 (시행)  젊은 놈이 다르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시행)  세자빈마마  [홍익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예문관"

 

 [한림들이 수군거린다]

 

 - (시행아이깜짝...  - (홍익아유깜짝이야

 

 [한림들의 놀란 숨소리]

 

 (해령)  오 권지랑 허 권지는  어디 가는 겁니까?

 

 (길승)  아니이 아침부터  동궁전 입시를 하라네?

 

 (시행)  입시라니까 보내기는 했는데

 

 이거 왠지 찜찜하네?

 

 (부제학)  형판 대감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우선 무인년에 내렸던 전례에 따라서  판결을 내리시고...

 

 (세자빈)  무엇 하느냐어서 고하라니까?

 

 (김 내관)  저하지금 세자빈마마께서...

 

 (이진)  정사를 보고 있다

 

 내 직접 처소로 찾아갈 테니  이만 돌아가라 전하거라

 

 (세자빈)  싫습니다

 

 [문이 덜컥 열린다]

 

 [애잔한 음악]

 

 [이진의 한숨]

 

 제가 궐에 들어와 산 지가  벌써 15년입니다

 

 그런 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해 보이십니까?

 

 [이진의 한숨]

 

 (이진)  빈궁

 

 들어오거라

 

 [이진의 불쾌한 숨소리]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 물러가거라  - (세자빈물러가기만 해 봐

 

 (세자빈)  왜요?

 

 이리 내전의 일을 적으라고  뽑은 여사들이 아닙니까?

 

 대비전이며 중궁전이며

 

 하다못해 하는 일도 없는  도원 대군 처소까지

 

 꼬박꼬박 여사를 보내시면서

 

 세자빈의 말 한마디는  들어서도 적어서도 안 된다 이겁니까?

 

 내 빈궁에게  여사들을 보내지 않은 것은...

 

 (세자빈)  

 

 신첩을 생각하시는  지극한 배려셨겠지요

 

 저하께선 모든 게 다  신첩을 위해서 하신 일이라지요?

 

 [한숨]

 

 (세자빈)  하면 대답해 주십시오

 

 1년에 몇 번 되지도 않는 합방일을

 

 매번 이런저런 연유로 미루시는 것도

 

 신첩을 위해서 하신 일입니까?

 

 어제는 내 긴히 살펴야 할  상소가 있다지 않았습니까?

 

 [세자빈의 기가 찬 웃음]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세자빈)  어찌 합방일만 되면

 

 그리 중요해 마지않는 상소문이  찰떡같이 올라오는지요?

 

 빈궁이 핑계라 생각하는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나 지금 내게는  정사를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깟 정사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

 

 대를 이을 후사가 없는데!

 

 빈궁말씀을 삼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삼가며 살고 있습니다

 

 [애잔한 음악]  (세자빈)  목소리 한번 내면

 

 왕대를 끊은 계집이 변명한다  흉을 보고

 

 눈썹 한번 치켜뜨면

 

 드세고 사나운 빈궁이  국본의 기를 죽인다 욕을 해 대니

 

 신첩 그저 쥐 죽은 듯이  숨죽여 살 수밖에요

 

 (세자빈)  어릴 적 궐에 들어와  이날 이때까지 자그마치 15

 

 저하께 여인으로서 사랑해 달라  바라 본 적 없습니다

 

 그저 딱 하나  제가 후사를 잇게 해 주십사

 

 제게도 본분을 다할 기회를 주십사  재차삼차 간청드렸지요

 

 한데 저하는 어떠셨습니까?

 

 수도 없이 저를 소박 놓고

 

 석녀라 손가락질받는 걸 알면서도  한 번 감싸 준 적 없으십니다

 

 후사가 없는 것도 빈궁의 잘못

 

 세자가 정을 주지 않는 것도  빈궁의 잘못

 

 정국이 불안한 것도 흉년이 드는 것도

 

 모두가 부덕한  빈궁의 잘못이라 탓할 때

 

 제가 무슨 기분인지 아십니까?

 

 육조 거리에 나가서 얼굴도 가물가물한  지아비와 어찌 애를 낳을 수 있냐며

 

 징을 치며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미처 내가 빈궁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내 진심으로 사과하리다

 

 (세자빈)  아니요

 

 말로만 하는 사과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일로 사과를 하실 테니까요

 

 [답답한 한숨]

 

 하면 내가 대체...

 

 다음 합방일입니다

 

 (세자빈)  그날까지 부디 예체를 잘 살피시어  세손 생산에 힘써 주십시오

 

 이번에도 신첩의 간청을  무시하신다면 정말...

 

 육조 거리에서  절 보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빈궁...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적었느냐?

 

 마마

 

 (세자빈)  따라 나오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란과 은임의 지친 숨소리]

 

 (해령)  허 권지  [은임의 힘겨운 신음]

 

 [아란과 은임의 힘겨운 신음]  (홍익)  뭐야왜 그래너희들?

 

 (시행)  뭔데또 쥐부리글려라도 당했어?

 

 (아란)  그게 아니라

 

 ...  [은임의 힘겨운 숨소리]

 

 부부 싸움요

 

 (시행)  부부 싸...

 

 세자 저하랑 세자빈마마가  부부 싸움?

 

 - (홍익대박빨리 보여 줘 봐빨리  - (시행줘 봐

 

 [은임과 아란의 난처한 숨소리]

 

 (홍익)  아니진짜 세자빈마마가  진짜 이렇게 말했단 말이야?

 

 (은임)  저희도 들은 대로 적은 겁니다

 

 마마께서  '이러셨습니까저러셨습니까?'

 

 따따따 쏘아붙이시는데

 

 아휴식은땀이 다 나더라니까요?

 

 (아란)  일단 적으라니까 적기는 했는데

 

 이걸 어떡합니까?

 

 이대로 사책에 남겨 둬야 합니까?

 

 (길승)  글쎄다  우리도 이런 걸 적어 본 적이 없어서

 

 (치국)  근데 이거는 부부 싸움이 아니라

 

 세자 저하께서 일방적으로  막 두드려 맞은 그런...

 

 (사희)  지워 주십시오

 

 사관이 남기는 게 조정의 역사지  누군가의 치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홍익)  또 그건 그래  딱히 뭐정치에 관련된 일도 아니고

 

 근데 그내전에서 일어난 일도  역사로 기록하라고

 

 우리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무엇을 남길지 말지를  선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군)  맞아

 

 입시를 했으면 응당 사책에 남겨야지

 

 사관이 한번 쓴 글을  지우는 법이 어디 있어?

 

 (길승)  좀 다르게 생각해 봐

 

 이게 말이 부부 싸움이지

 

 지금 세자빈마마께서 저하 압박하자고

 

 이 여사들 내세운 거 아니야?

 

 이런 전례는 만들어지면 안 돼

 

 (서권)  그래도 원칙상...

 

 (시행)  좀  좀

 

 (시행)  [작은 소리로]  이건 아무래도

 

 7품짜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선문"

 

 (시행)  문형 대감!

 

 문형 대감!

 

 문형문형 대감

 

 (대제학)  어허자네 궐 안에서  이게 무슨 소란인 게야?

 

 (시행)  그게 아니라이것 좀 보십시오

 

 여사들이 입시 갔다가  이런 걸 적어 왔습니다

 

 (대제학)  쯧쯧대체 뭐길래...

 

 아이이건...

 

 어떡할까요?

 

 이거 남길까요?

 

 아님 그냥그냥 지울까요?

 

 영상 대감!

 

 영상 대감영상 대감!  [긴박한 음악]

 

 (시행)  영상 대감!

 

 이걸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영상 대감?

 

 [영의정의 헛기침]

 

 (홍익)  아유양 봉교님

 

 뭐라십니까지우래요남기래요?

 

 영상 대감 왈

 

 '이건 우리 겸임 사관들의  소관이 아닐세'

 

 '한림들이 알아서 하시게'라네

 

 (치국)  치사하게  아대감들은 발 빼겠다 이겁니까?

 

 (경묵)  중요한 결정은  자기들이 다 내리면서

 

 꼭 이럴 때만 예문관인  우리 한림들 책임이라지?

 

 내가 그랬잖아

 

 여사들 뽑으면 걔네가 싼 똥  내가 다 치우게 돼 있다고

 

 (시행)  하여간 이 영감쟁이들?  [한림들의 못마땅한 한숨]

 

 내전 입시는 왜 시켜 가지고!

 

 (서권)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가 정말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는데이거는...

 

 (시행)  민 봉교가 결정을 내려 줘야겠어

 

 나중에 혼자 다 뒤집어써도  그러게 큰 타격은 없을 테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 (우원저는...  - (김 내관세자 저하 납시오!

 

 (시행)  세자 저...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 봉교잠깐 나 좀 보지

 

 [이진의 옅은 한숨]

 

 (이진)  기억하느냐?

 

 내 어릴 때 내관을 졸라  너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지

 

 그때 만났던 너의 누이가  훗날 내 부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원)  지워 달란 말씀이십니까?

 

 [이진이 피식 웃는다]

 

 그래도 죽마고우라고  내 뜻을 알아주긴 하는구나

 

 [이진의 한숨]

 

 내게 엄포를 놓겠다고  여사들을 데려왔지만

 

 한마디한마디  진심이 아닌 말이 없었어

 

 빈궁은 오늘 내게  자기도 아프다고 나 좀 봐 달라고

 

 속마음을 보여 주러 온 것이었다

 

 나는 그런 빈궁의 모습이  후세에 전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진의 한숨]

 

 해서는 안 될 부탁이라는 걸 안다

 

 하나 빈궁을 위해서

 

 네가 그 사초를 지워 다오

 

 그럴 수 없다는 거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잔잔한 음악]

 

 내가 화를 내도?

 

 세자의 명이라고 겁박을 해도?

 

 그 또한 사책에 적어야겠지요

 

 [이림이 피식 웃는다]

 

 넌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지긋지긋한 원칙주의자

 

 (우원)  송구합니다저하

 

 아니다내 무리한 부탁을 했어

 

 (우원)  저하

 

 세자빈마마를  너무 원망하진 말아 주십시오

 

 원망치 않는다

 

 (이진)  이 답답한 궐에 갇혀서

 

 오지도 않는 지아비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성미가 틀어질 법도 하지

 

 그러니 남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너만은 빈궁의 편이 되어 주거라

 

 외로운 사람이다

 

 [한숨]

 

 뒤로 가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좀 더

 

 좀 더좀 더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금만 더

 

 [익살스러운 효과음]

 

 딱 거기!

 

 잘 봐구해령이랑 내가  딱 이만큼 거리에 있었어

 

 이렇게 서책을 읽고 있었단 말이야?

 

 [재촉하는 신음]

 

 그러다가 내가 이렇게 스르륵 하고  잠이 들었고

 

 [재촉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촉하는 신음]

 

 [삼보의 지친 숨소리]

 

 (이림)  그러다 아침에 눈을 딱 하고 떴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빨리빨리  [이림의 재촉하는 신음]

 

 [삼보의 당황한 신음]  [이림의 재촉하는 신음]

 

 (삼보)  아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돌아돌아돌아

 

 - (이림돌아돌아  - (삼보아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힘겨운 신음]  [경쾌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질색하는 신음]

 

 (이림)  어쨌든이런 상태였다는 거지

 

 잘 생각해 봐

 

 이게 정녕 잠결에 일어난 사고일까?

 

 고의입니다

 

 지나가던 개가 봐도 고의입니다

 

 그렇지?

 

 사람이 팽이가 아닌 이상  돌면서 잘 수가 없어

 

 분명 일부러...

 

 [삼보의 힘주는 신음]

 

 (삼보)  아이그래서

 

 마마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구 권지가 마마께 흑심을 품고 있으니

 

 이참에 연애를  그냥 확 시작해 보겠다 이겁니까?

 

 연애라니?

 

 난 이 나라의 대군이고

 

 어쨌든  구해령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

 

 속일 사람을 속이십시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제가 이래 봬도 궁궐 생활 40년 동안

 

 숱하디숱한 궁녀내관들의 열애사를  지켜봐 온 몸입니다

 

 지금 마마 표정

 

 '김 나인이 나한테 웃어 준 걸까?'

 

 '웃기게 생겨서 웃은 걸까?'

 

 밤새 고민하던 박 내관의 그 표정하고  그냥 똑같아요

 

 (삼보)  마마께서 정녕  그 여인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

 

 이 허삼보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뭘 어떻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잔잔한 음악]  내관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백전백승 비기가 있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의 놀란 숨소리]

 

 (해령)  죄송합니다

 

 [민망한 신음]

 

 (해령)  이걸 가지고  또 며칠을 놀려 먹으시려고...

 

 [헛기침]

 

 마마

 

 (해령)  예문관 권지 구해령입니다

 

 [이림의 긴장한 한숨]

 

 들어오너라

 

 [문이 달칵 닫힌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이림의 옅은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삼보)  잊지 마십시오

 

 요거는 눈빛이 생명입니다

 

 [호랑이 포효 효과음]  이렇게 강렬하고 야성적인  눈빛을 뿜어 주면서

 

 '너를 내 여자로 만들고 말겠수와'

 

 요 느낌 살리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굳센 신음]

 

 [잔잔한 음악]

 

 (해령)  마마

 

 제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혹시 지금 어디가 아프십니까?

 

 아니면 저를 혼내시는 겁니까?

 

 (이림)  ?

 

 아까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잠결이었어도  대군마마를 불쾌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한데 이렇게 희한한 방법으로  저를 혼내지는 마십시오

 

 너무 민망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실수로도 마마의 곁에  가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푸십시오

 

 [문이 달칵 닫힌다]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  어휴허삼보...

 

 [이림의 다급한 숨소리]

 

 (이림)  혼을 낸 게 아니다

 

 (이림)  혼을 낼 만큼 화가 나지도 않았고

 

 또 불쾌하지도 않았어

 

 나는

 

 난 네가 내 곁에 있는 거

 

 싫지 않아

 

 [잔잔한 음악]

 

 "녹서당"

 

 그러니

 

 내 곁에서 멀어지지 마라

 

 (이림)  아니그렇다고

 

 잠든 내 옆에  멋대로 막 눕고 그러라는 뜻이 아니다

 

 적당한 거리로 적당히 친하게

 

 그리 지내자는 얘기지

 

 하면 가 보거라

 

 [이림의 헛기침]

 

 (이림)  가 보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물이 첨벙거린다]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해령의 힘겨운 신음]  (설금)  뭐 하세요퇴궐하시자마자?

 

 (해령)  ...

 

 내가아휴  밤을 새우고 왔더니 정신이 좀 없어서

 

 다 경신수야 때문에 그래  경신수야 때문에

 

 (설금)  쓰읍그게 아닌데...  [해령의 옅은 신음]

 

 이번에는 또 뭐에 정신이 홀리셨어요?

 

 [놀라며]  설마 그때 그...

 

 1품짜리 서방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  아유그런 거 아니야그냥...

 

 [해령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  

 

 내가

 

 그 사람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데

 

 그게 자꾸 생각이 나 가지고

 

 ?

 

 무슨 말을 들었길래?

 

 '나는 네가 내 곁에 있는 게  싫지 않다'

 

 '멀어지지 마라'

 

 (설금)  뭐야?

 

 진짜 기막혀!

 

 아니자기가 잘생기면 다야?

 

 그 인간 이름이 대체 뭡니까?

 

 ?

 

 아니마음이 있으면

 

 화끈하게 직방으로다가 고백할 것이지

 

 어디서 순진한 우리 아씨한테  그냥 깔짝깔짝 간이나 보고 말이야

 

 (설금)  아유확 그냥...

 

 그게 고백이라고?

 

 뻔할 뻔 자죠

 

 마음은 있는데 자신은 없으니까

 

 괜히 이거 뻐꾸기 날리는 거  이거이거이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설금)  그래서 그 인간 이름이 뭐냐고요

 

 내가 이이 바닥에다가  소문을 그냥 쫙 내 주려니까

 

 이름...

 

 - 이 서리이 서리  - (설금이 서리

 

 접수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웃음 치며]  간만에 애들 좀 풀어야겠네

 

 [설금이 침을 찍 뱉는 시늉을 한다]

 

 [설금의 옅은 신음]

 

 (설금)  이 서리...  [설금의 코웃음]

 

 [잔잔한 음악]

 

 내 곁에서 멀어지지 마라

 

 [해령의 당황한 숨소리]

 

 [한숨]

 

 (재경)  찾으셨습니까?

 

 (익평)  앉게

 

 (익평)  내가 그 계집을 얕본 모양이야

 

 (재경)  무슨 말씀이십니까?

 

 (익평)  평안도로 보낸 애들이 당했어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검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군

 

 그자들의 정체가 뭐라 생각하나?

 

 (재경)  대감의 눈을 피해  신출귀몰하는 계집입니다

 

 무뢰배들을 거느릴 만도 하지요

 

 (익평)  아니내 생각은 달라

 

 모화가 서래원의 잔당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네

 

 [무거운 음악]

 

 (익평)  짚어 보면 무리도 아니지

 

 아무리 대비를 뒷배로 뒀다고 하나

 

 계집 혼자의 몸으로 궐 밖을  들쑤시고 다닐 수는 없는 법이니

 

 대감

 

 서래원 사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자네도 그 계집이  살아서 나타나기 전까진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익평)  이제 이 일은 자네가 맡아 주게

 

 서래원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아닌가?

 

 대감

 

 - (재경안내하거라  - (각쇠나리

 

 [풍경이 딸랑거린다]

 

 [스님이 목탁을 탁탁 두드린다]

 

 [스님이 목탁을 연신 두드린다]

 

 (재경)  이런 곳에서 다 만나는군

 

 자네가 불자인 줄은 몰랐는데

 

 기다리시게

 

 내 아직 삼배를 마치지 못했네

 

 [분한 숨소리]

 

 (재경)  이곳이었느냐?

 

 (각쇠)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계셨습니다

 

 [위태로운 음악]  [모화가 활을 쭉 당긴다]

 

 [화살이 휙 날아온다]

 

 (각쇠)  웬 놈이냐?

 

 (재경)  그만 멈춰라

 

 (각쇠)  괜찮으십니까나리?

 

 [풀벌레 울음]

 

 물러가거라

 

 [옅은 한숨]

 

 [옅은 한숨]

 

 빈궁

 

 [애잔한 음악]

 

 미안하오

 

 (이진)  미안하오

 

 (시행)  동궁전

 

 ?

 

 (아란)  여사관들 네 명 다  오라고 하시던데요?

 

 (길승)  [한숨 쉬며]  이번엔 또 뭘 적게 하시려고

 

 사관을 넷씩이나이거...

 

 (치국)  혹시 세자 저하께서  반격을 준비하신 게 아닐까요?

 

 세자빈마마한테 할 말 적어다가  밤에 달달 외우고

 

 [손뼉을 짝 치며]  그렇죠?

 

 (경묵)  저하가 너냐?  부부 싸움도 과거 공부하듯 치르게?

 

 (장군)  이건 딱 봐도 불러다가  한 소리 하시려는 겁니다

 

 저하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뒤끝 있으시네?

 

 (시행)  너희 입조심해야 된다?

 

 우리 한림들은특히 이 양시행 봉교는

 

 무조건 지워야 된다고 말린 거야

 

 근데 저저  저 민우원 봉교가

 

 기어코 또 써야 된다고  고집을 부린 거지

 

 알겠지?

 

 [버럭대며]  대답 안 하니?

 

 (은임)  

 

 (아란)  

 

 [옅은 한숨]

 

 (아란)  죽여 주시옵소서세자 저하

 

 저도 그걸 적고 싶어서  적은 게 아니옵니다

 

 세자빈마마께서 시키셔 가지고...

 

 아니어쨌든 지워 보려고 했는데

 

 또 민우원 봉교님이  지우지 말라고 하셔서

 

 죽여 주세요

 

 [이진의 웃음]

 

 내 그런 일로  너희를 벌할 거라 생각했느냐?

 

 (아란)  아닙니까?

 

 [이진의 한숨]

 

 (이진)  앉거라

 

 [이진의 옅은 한숨]

 

 열어 보거라

 

 [아름다운 음악]

 

 [놀란 숨소리]

 

 [은임의 놀란 숨소리]

 

 (은임)  이건 동관인데

 

 저희에게 상을 내리시는 겁니까?

 

 (이진)  그래예로부터 여사들은 그 동관으로

 

 상전의 공과 허물을  모두 적었다고 한다

 

 너희도 그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주는 선물이다

 

 [은임의 벅찬 숨소리]

 

 (권지들)  감사합니다저하

 

 [사희가 상자를 달칵 닫는다]

 

 (사희)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누구도 몰랐어야 할  내밀한 내용을 적히셨습니다

 

 한데 왜 저희를  꾸짖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진이 피식 웃는다]

 

 (이진)  어찌 아무렇지도 않겠느냐?

 

 지금도 마음속엔  한 터럭 부끄러움이 있는 것을

 

 하나 너희는 내가 뽑은  나의 신하들이다

 

 영명하고 공정한 사관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진)  

 

 내 너희들에게 줄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문이 달칵 열린다]

 

 [삼보의 놀란 신음]

 

 (이림)  형님웬일이십니까이 시간에?

 

 (이진)  나오거라간만에 활이나 쏘러 가자

 

 활요?

 

 전 됐습니다

 

 여사들한테 또 웃음거리만 될 텐데요

 

 (이진)  [피식 웃으며]  걱정 마

 

 오늘 하루는 우리 둘 다  여사들한테서 해방이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여사들에게 휴일을 줬거든

 

 (이진)  그 숙정문 너머 계곡에서  바람이라도 좀 쐬고 오라고

 

 (삼보)  아이...

 

 왜 그러느냐?

 

 (삼보)  저하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정녕 모르십니까?

 

 (이진)  ?

 

 (삼보)  거긴...

 

 훈련 끝낸 별감들이 와서  목욕을 하는 곳이라

 

 여인네들이 아주 그냥  좋은 구경을 하러 가는

 

 그런 명소입니다

 

 (이진)  [웃으며]  그래?

 

 내 본의 아니게  아주 좋은 구경거리를 줬겠구나

 

 가자오늘은 한 발이라도  관중해야지?

 

 [이진의 재촉하는 신음]

 

 (이림)  구해령...

 

 (고전)  관중이오!

 

 (이진)  네 차례다

 

 [권지들이 환호한다]  [별감들의 개운한 신음]

 

 [은임의 황홀한 신음]

 

 [아란과 은임이 호들갑 떤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란)  대박대박!

 

 - (아란어떡해  - (은임어머어머어머어머!

 

 (아란)  웬일이니대박대박대박!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란의 아쉬운 신음]

 

 - (은임안 돼  - (아란진짜

 

 [은임과 아란의 신난 비명]

 

 [은임과 아란의 웃음]

 

 (이림)  구해령이 그럴 리가 없어

 

 구해령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절대

 

 [은임과 아란의 환호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희)  어머  [은임과 아란의 탄성]

 

 (아란과 은임)  구 권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권지들이 환호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  별감이 개자식들

 

 (삼보)  ?

 

 (고전)  관중이오!

 

 (삼보)  [놀라며]  마마

 

 지금 저기 지금...

 

 (이진)  림아너 방금 관중을 했다

 

 [삼보와 이진의 웃음]

 

 [삼보의 웃음]

 

 (아란)  너무 좋습니다

 

 대체 얼마 만에 쉬어 보는 건지

 

 궁녀들처럼 이틀에 한 번씩 쉬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렇게 쉬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긋지긋한 개나리들 얼굴  좀 안 보고 살게

 

 (해령)  [웃으며]  그러게요

 

 (은임)  ?

 

 [은임의 당황한 신음]

 

 이게 대체 어디 갔지?

 

 (아란)  왜요뭐 없어졌어요?

 

 바보같이 고기만 챙겨 오고

 

 숯을 놓고 왔습니다

 

 - (아란?  - (은임어쩌죠?

 

 집에 다시 갔다 올까요?

 

 아니요아니요  제가 가서 나무 금방 구해 올게요

 

 [해령의 힘주는 신음]  [아란의 걱정스러운 신음]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은임)  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  [아란의 당황한 신음]

 

 [아란의 다급한 신음]

 

 [해령의 난처한 숨소리]

 

 [아련한 음악]

 

 걱정했잖아

 

 (우원)  마음이 읽힌다

 

 도원 대군에 대한 너의 생각이 읽혀

 

 (장군)  우리 예문관을 뭐로 보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경묵)  이조에서 인사 가지고 장난할 사람은  딱 한 분이지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우원)  한 번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이림)  가끔은 날 생각하는지  너의 안중에 내가 있기는 한 건지

 

 (해령)  저 마마께 거짓말한 적 있습니다

 

 다른 뜻이 있어서요

 

 (대비 임씨)  사헌부 장령 구재경에 대해 알아보거라

 

 (우원)  저는 아버지와 다릅니다!

 

 [울먹이며]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단영이도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도

 

 (도승지)  예문관 봉교 민우원의  탄핵을 청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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