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8
[아이들의 웃음이 들린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위태로운 음악] 지금 무얼 하는 것이냐?
(의원) 누구십니까?
(부제학) 위무사로 오신 도원 대군마마시다
예를 갖추어라
(의원) 대군마마를 몰라뵈어 송구하옵니다
소인 내의원에서 어의를 지낸 김홍록이라 하옵니다
(이림) 어의까지 지낸 자가 어찌
저 여인이 하는 짓을 두고 보기만 한 것이냐?
아이들에게 병을 옮기고 있었다
그건 병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인두종법이라는 의술이옵니다
'인두종법'?
(모화) 예로부터 병자에게서 두즙을 취하여 건강한 사람 몸에 집어넣으면
한 차례 두창을 앓은 뒤
다시는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부제학) 하나 인두법은 반은 살리고 반은 죽이는 위험한 예방법이 아닌가?
열두 명의 아이들에게 행해 본 결과
일곱이 완전히 나았습니다
하면 다섯은?
차도가 좋진 않습니다
(부제학) 이런 고약한 년!
어찌 연약한 아이들에게 그리 위험천만한 짓을 해?
그래도 일곱은 살렸다지 않습니까? 일곱이나요
이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이 하늘의 뜻이지
(부제학) 저 계집의 의술 때문이겠는가?
죽어 가는 아이들도 가만히 두었더라면
무사히 역병을 넘기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일이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서
(의원) 역병에 걸리지 않기만을 바랄 수는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마, 이곳의 백성들에게 인두법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옵니다
아니 된다
(이림) 백성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다
그만하거라
[풀벌레 울음]
(삼보) 부인, 예서 뭘 하는 게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어찌 마마를 이곳으로 모셨습니까?
감영에 계시지 않고요
아이, 그게, 나인들 수가 있었겠소?
마마께서 한사코 고집을 피우시는데
[모화의 옅은 한숨]
역병의 기세가 등등하니
마마께서 객사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하루빨리 한양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내 마마를 잘 타일러 보리다
(삼보) 한데, 저...
부인은 괜찮은 거요?
제 걱정은 마시고
마마를 잘 보필해 주십시오
[걱정스러운 한숨]
알았소, 알았소
- 잘한 거겠지? - (삼보) 예?
그 의녀가 하던 인두법이란 의술 말이다
그만두게 한 게 옳아
(이림) 옳고말고
그렇지 않느냐?
(삼보) 아이...
글쎄요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일리가 있는 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던데?
아, 그리고 그 의녀가 와서 부탁을 했습니다
마마께서 역병에 옮을지 모르니
객사 밖으로 외출을 삼가 달라고요
그런 거로 보면은 마마가 좀 매정하기는 했습니다요
매정하다니?
난 대군으로서 우리 백성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예, 예, 예, 그렇습죠, 예, 예
마마께서는 이 나라의 대군
한낱 의녀의 말 따위에 귀 기울이실 필요가 없으신 분이시죠, 예
뭐, 아무튼 이미 결론 내리신 거
구태여 다시 생각지 마시고 푹 주무십시오
두창이고 백성이고 나발이고
일단 마마 마음이 편한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삼보의 인사하는 신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옅은 한숨]
(모화) 예로부터 병자에게서 두즙을 취하여 [비밀스러운 음악]
건강한 사람 몸에 집어넣으면
한 차례 두창을 앓은 뒤
다시는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해령) 아, 의녀님
저,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다른 일 보세요
아, 예, 고맙습니다
[해령의 옅은 신음]
(모화) 먹자
(해령)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다른 마을은 의원이며 의녀며 다들 손 놓고 피병 갔다는데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셔서 병자를 돌보시다니요
많이 힘드시죠?
(모화) 제가 힘들다 한들 앓아누운 이 아이들만 하겠습니까?
게다가 애초에 책임이 있는 건 접니다
저, 그때 마마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래 성격이 좀 재수 없었다가 좀 봐줄 만은 했다가
이렇게 오락가락하십니다
[아이1의 힘겨운 신음]
(해령) [놀라며] 열이 들끓고 있습니다
체온을 좀 낮춰 줘야 할 거 같은데요?
[모화가 천을 계속 적신다]
병자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모화) 얼굴을 보아하니 두창을 앓으신 적도 없는 듯한데요
(해령) 아...
예, 저는 괜찮습니다
(해령) 실은 어릴 때 팔에 무언가 넣고서 막 아팠던 기억이 있거든요
두창을 예방한다고요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인두법이었나 싶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저희 아버지께서도 잠깐 앓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절 다독이셨고요
그게 언제쯤입니까?
제가 지금 스물여섯 살이니까 한...
이십 년 전쯤일 겁니다
부친께서 의술에 밝으셨나 봅니다
(모화) 그땐 조선에서 인두법을 행하는 사람이 몇 안 됐을 터인데요
(해령) 아, 아마 건너 건너 소문 듣고 아신 걸 겁니다
저희 아버지는 의술은커녕
상단 일 도우시면서 이름도 관직도 없이 사신 분이라서요
일찍 돌아가셨고요
죄송합니다
그저 귀한 집 아씨인 줄로만 알고
괜한 얘기를 꺼냈어요
(해령) [웃으며] 아니요
아, 귀하게 봐 주셨다니까 무조건 칭찬으로 들어야죠
기분 좋기만 합니다
(모화) 궁녀 같지는 않으신데 이곳엔 무슨 일로 따라오셨습니까?
아, 제가 인사가 좀 늦었죠?
저는 여사관입니다
예문관 권지 구해령이라고 합니다
모화라고 합니다
[까치가 깍깍 운다]
(이진) 도성에 역병 소식이 알려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한데 벌써부터 매점매석이 판을 친다는 겁니까?
[도승지의 헛기침]
[답답한 한숨]
[코 고는 소리가 드르렁 울린다]
[코 고는 소리가 드르렁 울린다]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서권이 코를 드르렁 곤다]
(시행) [작은 소리로] 성 검열, 성 검열
[대신들의 헛기침]
(서권) 송구하옵니다, 저하
(우의정) 이런 괘씸한 놈을 봤나?
저하께서는 나라 걱정에 밤잠도 설치시거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코까지 골며 졸아 대는 것이야?
(대제학) 자네는 법궁의 대전이 자네 집 안방으로 보이는 겐가?
안위와 동정 하나하나 살피고 적어야 할 사관이
어찌 입시 중에 잠이 들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우의정) 저하, 저 사관은 지엄한 대전을 농락하고
사관의 막중한 직무를 업신여겼습니다
당장에 의금부로 끌고 가 마땅히 벌을 내리시옵소서
(대신들) 벌을 내리시옵소서
그만들 하세요
(이진) 사관의 업무가 과중함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이깟 일로 처벌까지 내린다면
누가 이 나라의 사필을 잡으려 하겠습니까?
(우의정) 하오나, 저하...
지금 여기가 무엇을 논하는 자리인지 잊으셨습니까?
[위태로운 음악]
[한숨 쉬며] 사관의 일은 나중에 추고하겠습니다
우선 각 도에서 올라온 구휼미를 모두 평안도, 황해도로 보내고
약재를 사는 데 부족한 돈은 내탕고를 열어 보충할 테니
전국을 뒤져서라도 충분한 약재를 준비시키도록 하세요
(도승지) 예, 저하
(시행) 성 검열 졸다가 걸렸다
- 잠을 잤다고요? - (경묵) 대전에서?
입시 중에?
말도 마라
내가 진짜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시행) [분노하며] 아유!
(아란) 그럼 성 검열님은 어찌 되시는 겁니까?
설마 잘리시는 겁니까?
잘리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옛날에 어떤 사관은 입시 중에 졸아 가지고
저 멀리 물 좋고 산 높은 곳으로 유배까지...
가시진 않겠죠?
나도 마음 같아서는
정신 차리라고 어디 시골에다 콱 처박고 싶은데
자비로운 저하께서 자송문 하나 쓰면 끝내시겠단다
(경묵) 아, 성 검열, 너 운 좋은 줄 알아
세자 저하가 아니라 주상 전하였으면
넌 그 자리에서 그냥 깩, 어?
(서권) 예
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이, 근데 그게 어디 성 검열 잘못입니까?
역병 때문에 일은 넘쳐 나는데
사람이 모자라니까 그렇죠
(홍익) 아, 그건 또 그렇습니다
상참, 윤대, 조강에서 석강
아, 주상 전하 한 분 따라다니는 것도 힘든데
대리청정 중인 세자 저하까지
아이, 그리고 우리가 어디 입시만 합니까?
명하시는 거 다 적어다 공문서로 내려보내야지
또 그것들 다 정리해 시정기 자료로 만들어야지
[홍익의 질색하는 신음]
아, 오죽하면 제가 계룡산 도사를 다 찾아가고 싶더라니까요?
분실술이라도 배워 오게
(치국) [한숨 쉬며] 가장사초 적는 거는 또 어떻고요?
퇴궐하고 나서도 이게 집인지 예문관인지...
아니, 부인하고 단란하게 이, 술 한잔할 시간도 없습니다
손 대교님도 저번에 사초 쓰다가
둘째 손주 걸음마 떼는 거 놓치셨다면서요
[길승의 속상한 신음]
[장군이 책상을 탁 친다]
(장군) 양 봉교님이 저희 대표로 상소 좀 써 주십시오
예문관 인원을 늘리든가 업무를 줄이든가
뭐라도 좀 해 달라고요
(시행) 아니, 이것들이 왜 또 불똥을 나한테 튀겨, 어?
저기요, 여기서 예문관 일 힘든 거 모르고 사관 된 놈 있으세요?
어?
성균관 시절부터 선진들이
'귀양은 가도 예문관은 가지 마라'
'낭랑 18세가 백발 19세 돼서 나오는 곳이다'
귓구녕에 못이 박히도록 경고하는 거 못 들어 본 놈 있으세요?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얻다 대고 징징질이야, 징징질이?
징으로 머리를 한 대씩 휘모리장단을 연주해 버릴라, 쯧
다시 일!
[홍익의 한숨]
[경묵의 헛기침]
(시행) 너는 '검열 성서권 대전에서 코 골고 잠들다'
사책에다 똑똑히 적어라
네, 알겠습니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해령의 가쁜 숨소리]
계십니까?
아주머니
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해령) 아랫마을에 격리소가 생겨서요
[여인이 흐느낀다]
[슬픈 음악]
[여인이 흐느낀다]
(여인) [오열하며] 내 새끼...
[여인이 오열한다]
[여인이 연신 흐느낀다] [해령의 힘겨운 숨소리]
[울먹인다]
[여인이 연신 오열한다]
[숨죽여 흐느낀다]
[여인이 연신 오열한다]
[해령이 훌쩍인다]
아씨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저 때문에
한 아이가 죽었습니다
[해령의 울먹이는 숨소리]
살릴 수 있었는데
지켜 줄 수 있었는데
제가 외면했습니다
[해령이 흐느낀다]
[해령이 훌쩍인다]
[해령이 흐느낀다]
고맙습니다
이제 좀 기분이 괜찮아지셨습니까?
[깊은 한숨]
(모화) 누가 그러더군요, 아씨
꽃이 필 때는 비바람이 많고
사람의 삶에는 이별이 많은 것이라고요
세상에는 내 탓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닌
그런 일도 있는 법입니다
[잔잔한 음악]
그러니 스스로를 책망하지 마세요 [해령이 훌쩍인다]
그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이진의 한숨]
(나인) 세자 저하, 대비마마 드셨사옵니다
뫼시거라
대비마마
바쁜데 방해가 된 건 아닌지요?
아닙니다, 앉으십시오
평안도에서 소식이 왔다 들었습니다
상황이 아주 안 좋다지요?
예
세자
하루빨리 도원을 환궁시켜 주세요
이 할미가 도원 걱정에 밥도 넘어가질 않고
잠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정말 흉한 소식이라도 들릴까
매일같이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저도 도원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태산입니다
하나 부왕께서...
[애잔한 음악]
[이진의 한숨]
(이진) 속히 환궁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귀체를 살피십시오
도원이 돌아오면 웃으며 맞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내 그래야겠지요
[떨리는 숨소리]
[풀벌레 울음]
대군마마
(해령) 주무십니까?
아니
(이림) 들어오거라
[문이 탁 닫힌다]
무슨 일이더냐, 이 야심한 시각에?
이게 무엇이냐?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도입니다
(해령) 정답은 사람이 아니라 소였습니다
인두즙이 아니라 우두즙을 쓰면
두창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두즙을 쓴다는 게 무슨 뜻이지?
두창 걸린 소에게서 짜낸 고름을
사람의 몸에 집어넣는 의술입니다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본디 사람의 두즙은 그 기세가 강해 건강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해령) 소의 두즙은 가볍게 두창을 앓고 지나갈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말이 안 되질 않느냐?
사람의 고름만으로도 절반이 죽는다는데
어찌 짐승의 고름으로...
이미 구라파의 영길리라는 나라에서는
우두법을 시행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해 곳곳에서...
듣기 싫다
그 얘기는 그만하거라
[옅은 한숨]
(해령) 마마
죽어 가는 가족을 두고
뭐라도 하고 싶은 그 마음을
제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게
얼마나 비겁한 일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 드리는 말씀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의 백성들처럼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그 황당한 이야기에 실낱같은 기대라도 걸어 보고 싶었을 겁니다
그만큼 간절했을 테니까요
한 번만 읽어 봐 주십시오, 마마
그리고 그때 안 된다고 명을 내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애잔한 음악]
[이림의 한숨]
[이림의 답답한 한숨]
"우두종서, 영안"
[잔잔한 음악] (문직) 예로부터 구라파에서는
소의 젖을 짜는 여인들이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우두종법은 그 속설을 기원으로 한다
우두즙을 놓은 서른여섯 모두가 완쾌하여 일어났다
이들은 앞으로도 두창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나 나는 완전히 실패했다
(문직) 잠시...
(문직) 짐승 고름을 몸에 넣겠다는 얘기에 백성들은 굳게 마음을 닫았다
계십니까?
(문직) 해괴한 소문이 온 도성에 퍼졌다
[백성들의 겁먹은 신음]
두창과 싸워 이길 수는 있었으나
두려움과 싸워 이길 수는 없었다
이것은 평생에 걸쳐 해결해야 할 우리의 과업이다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는 것
해서 이 나라 조선을 두창에서 해방시키는 것
[한숨]
사람의 목숨을 하늘의 뜻에 맡기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시대다
[매미가 요란하게 운다]
[소들이 음매 운다]
(삼보) 마마, 데려왔습니다
(모화) 대군마마
서책을 보았다
(이림)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병든 소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모두들 그랬습니다
그저 허무맹랑한 얘기라 여겼지요
그래, 허무맹랑한 얘기다
하지만 나는
나는 이 허무맹랑한 얘기를 믿어 보고 싶다
[잔잔한 음악]
진심으로
(이림) 그러니 답해다오
난 이리 어려운데
넌 어찌 이 서책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가 있는 것이냐?
그 서책에 나온 의녀가
접니다
20여 년 전 서래원이라는 곳에서 의술을 배웠습니다
(모화) 그때 스승님과 함께 우두종법을 연구하면서 쓴 서책입니다
제 손으로 우두즙을 채취했고
제 손으로 사람들에게 우두즙을 넣었고
제 눈으로
사람들이 건강히 일어나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말에
너의 목숨도 걸 수 있겠느냐?
예
따라오너라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부제학)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성들에게 소 고름을 놓으시겠다니요?
분명 백성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땐 내가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이림)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렇게 손을 놓고 역병이 퍼지는 걸 지켜보지만은 않을 겁니다
(부제학) 소신 고금을 막론하고
짐승 고름을 쓰는 의술은 들어 본 바가 없사옵니다
어찌 그리 해괴한 방법으로
천리만리 퍼지는 역병을 막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마마?
막을 수 있습니다
(이림) 역병을 잠재우는 것도 백성을 살리는 것도
더 이상 하늘의 뜻이 아니니까요
(부제학) [걱정스럽게] 대군마마
(의원) 외람되오나, 마마
마마의 뜻이 그렇다 해도 백성들이 순순히 따르진 않을 것입니다
일전에 이 의녀가 인두법을 하겠다고 아이들을 모을 때에도
퍽 어려움을 겪었는데
하물며 소의 고름이라면은...
(이림) 해서
내가 먼저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려 합니다
[경쾌한 음악] (부제학) 마마, 아니 되옵니다
(삼보) 아니 되옵니다, 마마
[놀란 숨소리]
내게 우두즙을 놓아 줄 수 있겠느냐?
예, 대군마마
[놀란 숨소리]
(우원) 넌 알고 있었느냐?
마마께서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이유
제가 어젯밤에 마마를 찾아뵙고 서책을 한 권 드렸습니다
우두종법에 대해 쓰인 서책요
어찌하여?
마마께서 생각을 바꾸시길 바랐습니다
[언성을 높이며] 어찌하여?
그게 옳은 결정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우원) 넌 지금 그것이 [우원의 한숨]
사관으로서도 옳은 결정이라 생각했느냐?
전 사관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신하고 백성입니다
밖에서 사람들이 저렇게 죽어 가는데
붓 들고 사책만 적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이 사관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듣는 사람이고
(우원)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기록하는 사람이야
단순히 기록만 할 거라면
왜 힘들여 사관을 뽑고 가르칩니까?
글을 아는 사람 아무나 데려다가 앉혀 놓으면 될 일을요?
글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주제를 아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아련한 음악]
[우원의 한숨]
모든 역사에는 명암이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관의 숙명이야
누군가의 과오를 바로잡겠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겠다
그리 마음먹은 순간부터
넌 네 입맛대로
역사를 쓰는 소설가에 불과하게 된다
알겠느냐?
[매미가 요란하게 운다] [소들이 음매 운다]
(삼보) 부인!
아, 부인!
대체 어쩌자는 게요?
정말로 마마께 소 고름을 집어넣을 생각이오?
못 들으셨습니까?
마마께서 명하신 일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약 마마께서 잘못되기라도 하시면은
(삼보) 부인은 그냥 참형이오, 참형
목이 날아간단 말이오!
[답답해하며] 부인!
[삼보의 답답한 신음]
(삼보) 부인!
[위태로운 음악]
(익평) 평안도다, 성히 데려오거라
내 그 계집에게 물을 것이 많으니
[귀재의 기합]
[백성들이 소란스럽다]
(백성1) 아니, 대군 몸에 소 고름을 넣는다니
그게 무슨 흉측한 짓이오?
(백성2) 고저 서양 오랑캐들의 의술이라잖소?
두창을 막는다고 [백성1의 질색하는 숨소리]
(백성3) 내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들어
그, 소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게?
(삼보) 마마, 지금이라도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제가 소 고름을 맞겠습니다
이깟 몸뚱어리 마마의 뜻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답답해하며] 마마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긴장한 숨소리]
발을 걷거라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어두운 음악]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부제학의 한숨]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백성들이 웅성거린다]
[이림의 옅은 한숨]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백성들이 질색한다]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백성들이 술렁인다]
(삼보) [걱정스럽게] 마마
[백성들이 질색한다]
[힘겨운 숨소리]
[부제학의 못마땅한 한숨]
[백성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칼이 휙 스친다]
[귀재가 칼로 쓱 벤다]
- (귀재) 잡아라 - (사병) 예
[사병들의 힘겨운 신음]
[모화의 다급한 숨소리]
[사병들의 다급한 신음]
[말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내들의 재촉하는 신음]
[사내들의 기합]
[칼이 휙 스친다]
(각쇠) 어서 타십시오 [사내들이 소란스럽게 싸운다]
어서!
[위태로운 음악]
[각쇠의 재촉하는 신음]
(삼보) [다급하게] 부인!
부인!
[삼보의 다급한 신음]
이보시오
여기 있던 그 의녀, 의녀 어디로 갔소?
밤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의원) 객사에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삼보의 절망하는 신음]
(삼보) 부인!
(부제학) 뭐라? 그 의녀가 사라져?
(삼보) 예, 어제 잠시 아이들을 보고 온다며 나갔는데
여태 돌아오질 않습니다
거처에도 밤새 안 왔다 하고
대체 어딜 간 건지...
마마께서는 어떠시냐?
열이 올라 의식이 온전치가 않습니다
두창이 발병한 거 같습니다
감당치 못할 일을 벌여 놓고 도망친 게 분명하다
(부제학) 당장 군졸을 풀어 샅샅이 마을을 뒤져라
반드시 그 의녀를 잡아들여야 한다
(군장) 예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출입 금지"
[이조 정랑의 신난 웃음]
(이조 정랑) 자, 그... [수레가 요란하게 지나간다]
아니, 아니 이놈들이 왜 남의 집에서...
야, 이놈, 멈춰!
멈춰, 이놈들아, 멈춰, 멈춰!
멈춰, 멈춰, 이놈들아!
아니, 이놈들이, 이놈들이...
(집사) 마지막이네
응, 수고하시게 [이조 정랑의 당황한 신음]
(이조 정랑) 이거, 이게, 이게 무슨...
(포졸) 자, 이제 다 됐다, 가자
(이조 정랑) 야, 이게 무슨 일들이야, 어?
왜 광이 다 비었어?
왜 저놈들이 내 광을 다 털어 가냐고, 글쎄!
(집사) 예? 쇤네는 영감마님 명을 받고...
(이조 정랑) 이 작자가 노망이 났나?
내가 언제 이딴 일을 시켰어? 내가 언제?
거, 거짓이 아니옵니다
아까 분명 사희 아씨가 영감마님 명이라고...
뭐라고? 사, 사희?
(집사) 예
영감마님께서 삼두음 재료를 모두 혜민서에 갖다주라 명하셨다고
분명 그리 전하였습니다 [이조 정랑의 황당한 숨소리]
(이조 정랑) 사희 어디 있어?
송사희 이년 어디 있어?
(노비) [다급하게] 마님, 영감마님!
[노비의 다급한 신음]
궐에서 전갈이 왔습니다요
- 뭐? 궐? - (노비) 예
[이조 정랑의 옅은 신음]
(이진) 앉으세요, 정랑
(이조 정랑) 아, 예
갑자기 불러내어 놀라셨습니까?
(이조 정랑) 아이, 아닙니다, 저하
한데 무슨 일로 소신을 동궁전까지...
(이조 정랑) 아, 아, 예
[이조 정랑의 옅은 한숨]
(이조 정랑) 저하, 이거는
천잠사 비단이 아닙니까?
그대가 혜민서로 약재를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해서 내 약소하나마 보답을 준비했습니다
(이조 정랑) 아유, 야, 약소하다니요?
이 귀하디귀한 걸, 아휴
귀한 걸 내어 주신 분은 정랑이 아닙니까?
(이진) 어찌 된 영문인지 근래 들어
도성에서 약재를 구하기가 어려워 내 걱정이 많았는데
정랑 덕분에 역병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보살필 수 있게 됐습니다
큰 도움이 됐어요
(이조 정랑) 과찬이십니다
소신 그저 백성들을 위해 사비를 탈탈 털어 약재를 사 모으고
그저 혜민서에 고이 보냈을 뿐입니다
[이조 정랑의 억지웃음]
이, 천...
[이조 정랑의 억지웃음]
[못마땅한 숨소리]
(이조 정랑) 에이, 씨...
아니, 들인 약재값이 얼만데 이깟 비단으로
에이, 이, 씨
[분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사희) 저도 물러나 보겠습니다
(이진) 네가 한 일임을 안다
[이진의 한숨]
(이진) 네 아비가 매점매석을 한다는 소문에
증좌를 찾고 있었는데
용케도 처벌을 면했어
게다가 네 손으로 사책에 아비의 덕행을 적어
길이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지극한 효심에 감동을 해야 할지
괘씸해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읽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읽어 드릴까요?
뭐라?
(사희) '이조 정랑 송재천이 혜민서에 약재를 보냈다'
'이는 일찍이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이진의 한숨]
- (이진) 그만하거라 - '폭리를 취하기 위해 사 둔...'
(이진) 그만!
[애잔한 음악]
[이진의 분노한 숨소리]
너는 사관이다
비밀로 해야 될 사책의 내용을 어찌 내 앞에서 발설하는 것이냐?
저를 먼저 의심하신 건
저하셨습니다
제가 혜민서에 약재를 보낸 건
처벌을 면하기 위한 술책도 아비를 위한 효심도 아닙니다
그저 그것이 사대부의 도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해령) 목단피...
[해령이 중얼거린다]
대청엽
[탕약이 보글보글 끓는다]
[해령의 옅은 한숨]
[해령의 옅은 한숨]
(이림) [힘겹게] 물...
마마
물을 좀 다오
[잔잔한 음악] [해령의 안도하는 웃음]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 마마!
마마 [삼보의 옅은 웃음]
(삼보) 마마!
[삼보의 가쁜 숨소리]
마마
[웃으며] 마마, 마마...
[삼보가 훌쩍인다]
뭔 잠을 이리 오래 주무십니까?
[삼보가 흐느낀다]
내가 정말 애가 타고 속이 타서 죽을 뻔했습니다
이 허삼보, 마마 없이 못 사는 거 아시잖습니까?
[삼보의 징징대는 신음]
(이림) 일단 이것 좀 놓고...
[삼보가 계속 훌쩍인다]
(삼보) 아, 예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갑자기 소여물이 먹고 싶다거나
'음매' 이리 울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엉덩이에 꼬리가 생긴 건 아니겠지요?
(부제학) 그만하시게, 허 내관
의원도 진맥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삼보) 아, 예, 진맥, 진맥 봐야지요
[삼보의 안도하는 흐느낌]
(어의)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오래 누워 있던 탓인지 조금 어지럽습니다
(이림) 그리고...
여기 수포가 올라오고 있는데
(어의) 이거는 올라오는 게 아니라
가라앉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로운 음악] 이제 다 나으셨습니다, 마마
[삼보의 옅은 웃음]
[안도하는 한숨]
한데 그 의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 의녀는 사흘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종적을 감춰? 어찌하여?
이유는 모르옵고
(부제학) 군졸들을 풀어 수색 중입니다
내가 우두즙을 맞는 모습을 기록했습니까?
(우원) 예, 대군마마
그대로 적어 평안도의 각 고을에 내려보내세요
예
우두종법을
시행할 겁니다
[경쾌한 음악]
[어의의 호응하는 신음]
[소들이 음매 운다]
[소가 음매 운다]
(의원) 자, 됐소
(백성4) 아이고, 저, 여보라오 거, 참말로 괜찮은 거오?
그, 저쪽 마을 누구네 아들놈이
이걸 맞고 송아지로 변했다던데? [의원의 옅은 웃음]
저길 보시게
(의원) 대군마마께서 멀쩡히 사람 모습으로 앉아 계시질 않나?
(백성5) 저분이 대군마마시래 [백성들이 수군거린다]
소 고름을 넣고도 다 나았다지?
[백성들이 연신 수군거린다]
(삼보) 마마
누가 보면은 억지로 앉혀 놓은 줄 알겠습니다
좀 웃으시지요?
[어색한 웃음]
이렇게 말이냐?
(삼보) 아이, 그 잘난 얼굴을 왜 그리 쓰십니까?
더 활짝
내 이빨이 이렇게 많다
더 활짝 이렇게 [삼보가 키득거린다]
[해령이 풋 웃는다]
[해령의 옅은 웃음]
[이림의 어색한 웃음]
[삼보의 옅은 웃음]
[해령의 새어 나오는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삼보) 마마, 왜 그러십니까?
또 어디 아프신 겁니까?
(이림) 아니
아까 어찌나 손을 이렇게 흔들어 댔는지
[이림의 지친 신음]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예
몇 시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웃기만 하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이림의 힘겨운 신음]
(이림) 그게 무엇이냐?
이 허삼보가 마마를 위해 준비한
(삼보) 특식입니다
수육? [삼보의 신난 웃음]
이 판국에 수육을 어찌 구해서?
(삼보) 아이참
제가 마마 드리려고 여기저기 발품도 팔고
전두도 뿌리고 고생 좀 했지요
[삼보가 숨을 씁 들이마신다]
자, 드셔 보십시오
누가 고기 냄새 맡고 쫓아오기 전에, '아'
잠깐
(이림) 이건 너 먹고, 나 물 한 잔만 떠다오
(삼보) 물?
알았, 가만...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삼보의 행복한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들뜬 숨소리]
[풀벌레 울음]
(이림) 구 서리
[헛기침]
이번엔 또 어디로 잠행 가십니까?
[한숨 쉬며] 이건 뭐, 너무 어두워 가지고 사책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요?
[해령이 책장을 탁탁 넘긴다]
그게 아니라...
받거라
내 너에게 주는 하사품이다
[아름다운 음악]
(해령) 응? 수육?
저한테 수육을 내리시는 겁니까?
그래
네가 내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얼굴이 막 반쪽이 됐길래
[이림의 쑥스러운 웃음]
네? 제가요?
아, 아니, 저 그동안 밥도 잘 먹고 잠도 무지 잘 잤는데요?
- 뭐라고? - (해령) 아니, 뭐, 여기 와 있으니까
잡일 시키는 선진들도 없고
(해령) 뭐, 한양처럼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니고 하여
뭐, 아침저녁으로 산책 꼬박꼬박 하면서
병자들 구호도 돕고
아주 부지런하게 잘 지냈습니다, 저
어찌 잘 지낼 수가 있느냐?
대군이 아파서 누워 있는데
오늘내일하면서 사경을 막 이렇게 헤매고 있는데!
아이고, 저기, 그
아, 솔직히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죠
그래, 잘 알겠다
내 걱정 요만큼도 안 한 거 아주 잘 알겠어
(해령) 대군마마
또 뭐?
기쁩니다
마마께서 깨어나셔서요
너...
너, 너 진짜...
[이림이 씩씩거린다]
[해령이 풋 웃는다]
[해령의 옅은 웃음]
(이태) 우두종법?
그건 웬 듣도 보도 못한 의술이냐?
(도승지) 서양에서 쓰이는 두창의 예방법인데
사람의 두즙 대신 소의 두즙을 쓴다 합니다
(우의정) 하면 마마께서 백성들 몸에다
소, 소 고름을 넣으라 명을 하셨단 말인가?
그것도 서양 오랑캐들의 학문을 믿고?
(도승지) 예,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우두법을 독려하겠다며
대군마마께서 직접 우두즙을 맞으셨다 합니다
[대제학의 못마땅한 신음]
(대제학) 주상께서 물려주신 귀체에 어찌 그런 망측한...
해서 도원은요?
도원은 괜찮답니까?
(이태) 괜찮으니 그런 해괴한 짓도 벌이고 다니는 거겠지
즉시 교지를 내리거라
우두종법을 금하고 도원을 당장 한양으로 불러들여
(대신들) 예, 전하
소 고름?
(시행) 참 나, 말도 안 되는...
야, 왜, 아주 개똥을 퍼먹었다 그러지?
(홍익) 진짜라니까요? 현 대교님도 들으셨죠?
(경묵) 글쎄 그게 두창 예방법이라고
우두 걸린 소 배에서 고름을 쫙 짜 가지고
여길 째서 막 쑤셔 넣는답니다, 어?
(길승) 아, 그, 그게 진짜 효험이 있나?
그 소 고름을 맞으면 두창에 영영 안 걸린다고?
(시행) 효험이 있든 없든 그게 사람으로 태어나서 할 짓이니?
'신체발부수지부모'요
제 몸을 중히 여기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했거늘
더럽게 얻다가 짐승 고름...
(홍익) 안 그래도 몇몇 고을에서나 따르지
열에 아홉은 거들떠도 안 본답니다
대군마마가 이상한 짓을 벌인다고요
당연하지, 나 같아도 안 한다, 쯧
(시행) 밥 먹는데 고름 얘기! [시행의 불쾌한 신음]
(홍익) 아니, 물어보시길래... [경묵의 헛기침]
(아란) 저거 보십시오
민 봉교님은 그 멀리서 쌀밥도 못 먹고 있는데
자기들은 시간 맞춰서 꼬박꼬박 고기반찬 챙겨 먹는 거
어휴, 하여간 얄미워, 진짜
(은임) 그래도 이제 한시름 놓았잖아요
구 권지 돌아오면 우리끼리 작게 환영회라도 할까요?
(사희) 전 빼 주십시오
- (사희) 그날 바쁠 예정이라서요 - (은임) 에이...
(은임) 또 까칠한 척하신다
벌써 소문 다 났습니다
송 권지가 혜민서에 약재 보낸 거
(아란) 맞아요, 사람들이 지당 영감한테 그런 여식이 있었냐고
'호부견자'가 아니라 '견부호자'라고 막...
'지당 영감'요?
사람들이 제 아비를 그리 부릅니까?
아, 아니, 그게...
막 심한 욕도 아닙니다
그냥 좌상 대감 옆에서
'지당하십니다, 지당하십니다'
(아란) 그 말만 하는 영감이라고 막...
(아란) 아, 송 권지
- (은임) 아유, 그런 소릴 왜 합니까? - (아란) 아, 어떡합니까?
(각쇠) 분부하신 대로 한양으로 모셨습니다
당분간은 안전하실 겁니다
(재경) 그래, 수고했다
(각쇠) 예
[백성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전1) 줄 좀 서시게
- (아전2) 자, 어여 오시오 - (아전3) 자, 다음 분 오시게
(아전4) 아이고, 줄을 서시오, 줄을!
- (아전5) 아, 빨리빨리... - (아전2) 어여 오시오
(아전2) 자, 얼른 오시오
(아전5) 싸움들 하지 말고
[아전5가 중얼거린다]
(백성6) 많이 주시오, 많이많이, 많이
(삼보) 어, 아이...
보고만 계실 겁니까?
(백성6) 3일을 굶었소, 3일을!
- (백성7) 좀 새치기하지 마요 - (백성6) 아유, 아유!
(해령) 아유, 쯧
[경쾌한 음악] (우원) 자...
[이림의 헛기침]
(해령) 좀만 더 먹으면 돼
'아'...
(우원) 자, '아', '아'
[무뚝뚝하게] 아, 맛있다, '아'...
[우원의 답답한 신음]
- (이림) 옳지, 옳지, 옳지, 아유 - (우원) 많, 많으냐? [아이2가 콜록댄다]
(해령) 아, 저, 여기 그...
가서 불이나 피우십시오
(우원) 그, 이...
(우원) 불이 붙을 것 같습니다, 마마
[우원이 입바람을 후 분다]
- (이림) 힘내자 - (우원) 네 [이림의 힘겨운 신음]
[우원의 용쓰는 신음]
[해령의 답답한 한숨]
[우원과 이림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우원과 이림의 당황한 숨소리]
[해령의 한숨]
지금까지 불 안 피우고 뭐 하셨습니까?
(해령) 설마 살면서 불 피워 본 적 없으십니까?
[우원의 멋쩍은 헛기침]
[헛웃음]
[우원의 헛기침] 부엌에 들어가 본 적도 없으시고요?
(우원) 응
[한숨 쉬며] 그, 저기, 나가 가지고 장작이나 나르십시오
(해령) 아유, 자
[재촉하며] 빨리빨리, 빨리 가십시오, 빨리
[우원이 중얼거린다]
[해령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 아니, 이걸 왜 못 해? 아유, 진짜
(이림) 가시가 있다
다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거라
예, 마마
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사내의 힘주는 숨소리]
(우원) 마마 [우원과 이림의 힘주는 신음]
[우원의 힘겨운 신음]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 (우원) 괜찮으십니까, 마마? - (이림) 괜찮다
(우원) 저는 괜찮습니다
(삼보) [혀를 쯧쯧 차며] 우리 마마는
얼굴과 글, 그 두 개 말고는 잘하는 게 전혀 없으시네
민 봉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딴곳에 버려두면
굶어 죽기 딱 좋게 생겼어요, 저 둘 [우원과 이림의 당황한 신음]
[우원과 이림의 힘겨운 신음]
(우원) 이, 가, 가시가 있는 거 같습니다, 마마
(이림) 하, 조심하라 하지 않았느냐
(삼보) 아유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 (우원) 하나, 둘, 셋 - (이림) 하나, 둘
[우원과 이림의 힘주는 신음]
(우원) 아이고
(삼보) 아유, 씨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밤새 울음] - (우원) 감사합니다 - (삼보) 네
[삼보의 옅은 웃음]
(삼보) 이야
- (삼보) 드시지요 - (우원) 예
(이림) 반찬은?
반찬은 없는 것이냐?
그, 반찬 없을 수 있지
[이림의 어색한 웃음]
- (이림) 아, 먹자 - (삼보) 예
(아이3) 대군마마
이거 엄마가 갖다주라고...
[옅은 웃음]
고맙다
잘 먹겠다고 전해 드리거라
[잔잔한 음악]
[삼보의 놀라는 신음]
[삼보의 호응하는 신음]
(삼보) 뭐야?
[놀라며] 아이...
[우원의 의아한 신음] (이림) 이게 뭐야? 미역인가?
개떡이라는 겁니다
(삼보) '얼굴이 개떡 같다' 할 때 그 개떡요
아, 이제...
[삼보의 행복한 웃음] [해령의 옅은 웃음]
맛있습니다 [삼보의 웃음]
아, 근데 그...
오늘 나눠 준 보리도 얼마 안 되는데
그걸 또 대군마마 드리겠다고 이렇게 음식을 만들었나 봅니다
날 위해
자기들이 먹을 걸 내어 줬다는 말이냐?
며칠을 내내 굶고도
날 위해서?
맛있다
맛있구나, 맛있어
(이림) 민 봉교도 먹어 보세요
(우원) 예, 마마
[이림의 옅은 웃음]
(우원) 음, 맛있습니다, 마마 [삼보와 이림의 웃음]
개떡이 맛있구나 [함께 웃는다]
이 이름을 참 잘 지은 거 같습니다
- (삼보) 개떡입니다, 개떡 - (이림) 개떡, 개떡 [함께 웃는다]
[엄숙한 음악]
(부제학) 마마, 벌써 어명이 내려온 지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시면은...
알겠습니다
(김 내관) 저하, 체통을 지키십시오
그리 좋으십니까? [이진의 웃음]
(이진) 어서, 네
[이진의 설레는 한숨]
(삼보) 마마, 주상 전하십니다
[무거운 음악]
아바마마
그간 강녕하셨습...
(이태) 강녕?
네놈이 감히 어디서 강녕함을 묻는 게야?
어명을 무시해 놓고도 진정 내가 강녕하길 바라느냐?
예
제가 어명을 무시했습니다, 전하
우두종법을 금하고 한양으로 돌아오란 교지를 받았으나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림) 용서해 주십시오
(이태) 그래, 네가 이리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임금을 무시하고도 한 치 죄스러움도 없는 흉악한 본색을
이제야 드러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소자는 그저 그곳의 백성들에게...
네가 뭘 안다고 백성을 운운해?
(이태) 평생 궁궐 구석에 처박혀 산 놈이 대체 뭘 안다고?
[안타까운 숨소리]
내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여봐라, 당장 도원 대군을...
(이진) 아바마마!
[다가오는 발걸음]
[이진의 다급한 숨소리]
(이진) 아바마마, 이번 한 번만 도원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렇게 용서를 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자는 끼어들지 말거라
사관이 있습니다
(이진) 사관이
모두 보고 있습니다, 전하
[무거운 음악]
[대비 임씨의 떨리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익평) 아직도 나를 원망하는 게냐?
(우원) 아버지의 아들인 것이 이미 제겐 허물입니다
(이림) 사가로 나가 살고 싶습니다
도원이 있을 곳은 여기입니다
(대비 임씨) 이 궐이 도원의 자리입니다
(시행) 세자 저하랑 세자빈마마가 부부 싸움?
(세자빈) 말로만 하는 사과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 합방일입니다 세손 생산에 힘써 주십시오
(은임) 잘생긴 미친놈이랑 개막장처럼 사랑해 보는 거요
(이림) 난 네가 내 곁에 있는 거 싫지 않아
내 곁에서 멀어지지 마라
.신입사관 구해령↲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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