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1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시행) 야, 민 봉교
너 진짜 관심받는 데 맛 들였니?
야, 어?
아니, 우리 이거는 진짜 제발 그냥 좀 넘어가자
또 괜한 데 들쑤시지 말고
(우원) 입시를 준비하거라 [시행의 답답한 신음]
대조전이다 [시행의 앙탈 부리는 신음]
[위태로운 음악] (홍익) 대, 대조전이라니요?
거긴 주상 전하의 침전이 아닙니까? [아란의 놀란 숨소리]
(서권) 민 봉교님, 여사들은 아직 침전까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먼저 전하께 윤허부터 받고...
언제부터 사관의 입시에 허락이 필요했느냐?
[깊은 한숨]
(우원) 좌상 대감과의 독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입시를 해야 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대조전"
[문이 달칵 닫힌다]
(이태)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날 찾은 것이야?
서래원 잔당들을 쫓는 데 진전이라도 있었던 겐가?
그자들은 평안도에서 사라진 이후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익평) 하오나 그자들의 배후가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뭐라?
당장 말해 보거라
(이태) 감히 어느 누가 과인의 나라에서 역당들을 끌어모으고 있단 말이야?
대비전입니다 [무거운 음악]
대비전의 지밀상궁과 모화가 만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신을 주고받았다 합니다 [이태의 떨리는 숨소리]
[이태의 한숨]
결국 자네의 의심이 맞았던 게로군
이 나라 대비전에서 서래원 잔당들과 내통을 하고 있었어
[이태의 분한 숨소리]
대비마마께서 얽혀 있는 이상
소신도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 하명하시는 바를 따르겠습니다
[깊은 한숨]
"대조전"
[옅은 한숨]
[긴장한 한숨]
상선 영감, 예문관 여사관입니다
입시를 왔으니 전하께 고하여 주십시오
예가 어디라고 여사 따위가...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좌상 대감이 독대를 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사관이 입시를 해야...
(상선) 뭣들 하는 게야?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해령) 이거 놓으십시오, 저도 사관입니다
(이태) 거긴 뭐가 그리 시끄러운 것이야!
(상선) 아무 일도 아니옵니다, 전하
어서 데리고 나가시게
(해령) 아니, 알겠다고요
아, 제 발로 나간다니까요, 제 발로?
아, 좀, 좀, 아유!
[해령의 힘겨운 신음]
[못마땅한 숨소리]
[지친 한숨]
[걱정스러운 한숨]
(우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입시를 해야 한다
[한숨]
[긴장되는 음악]
(익평) 하면 그리하겠습니다
(익평) 한데, 전하
소신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도원 대군에 대해서
신께 숨기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내금위) 게 누구냐?
[긴박한 음악]
(상선) 네 이년, 그리 물러가라 했거늘
어찌 주상 전하의 침전을 엿들을 생각을 해?
(이태) 비키거라
무엇을 적은 것이냐?
무엇을 적었느냐 묻질 않느냐!
사책입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뭐라?
(치국) 민 봉교님!
민 봉교님!
[치국의 아파하는 신음]
민 봉교님, 민 봉교님!
민 봉교님!
[치국의 다급한 숨소리]
민 봉교님! [치국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위태로운 음악]
[해령의 힘겨운 신음] [문이 덜컥 닫힌다]
[힘겨운 한숨] [문이 덜그럭 잠긴다]
[한숨]
[한숨]
뭐, 뭐라고 한 거야, 지금?
누가 어디에
뭐가 어떻게 됐다고?
(삼보) 구해령 권지요
글쎄 어명을 거역했다고 의금부로 끌려갔다지 않습니까?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
구해령이 왜, 무슨 어명을 어쩌다가, 걔가 왜?
(삼보) 아이, 아이, 그건 저도 아직...
저, 마마, 마마 저, 일단 진정하십시오
제가 얼른 가서 무슨 사정인지 알아 오겠습니다
아니다
(이림) 공복, 공복부터 가져오거라
- (삼보) 아이, 공복요? - (이림) 그래
내 아바마마를 뵈러 가야겠다, 어서
큰일 날 소리 마십시오
전하를 뵙고 뭘 어쩌시게요?
뭐든 해 봐야지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느냐?
(삼보) 두고 보셔야 합니다
아이, 마마께서 무슨 명분이 있으시다고?
(이림) 명분!
명분은...
왜요? '소자가 반한 여인이니 한 번만 봐주세요'
생떼라도 쓰시게요?
(삼보) 마마도 전하의 성정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한번 뭐가 아니꼽다 싶으시면은
팥으로 팥죽을 쑨다고 해도
눈 감고 귀 막고 아니라고 하시는 분인 걸요
지금 마마께서 나서 봤자 구 권지한테 하등 도움도 안 됩니다
화를 키웠으면 키웠지
(삼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구 권지가 그래도 사관인데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금세 풀려날 겁니다, 예?
[애잔한 음악]
(이림) 그걸 어찌 장담할 수 있느냐?
만약 구해령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죄인 구해령은 사약을 받들라!
[북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옅은 숨소리]
[괴로운 신음]
(박 나인) 사약으로 되겠습니까?
(최 나인) 참형까지는 가야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극적인 음악]
[칼이 척 내리꽂힌다]
[망나니의 신난 웃음]
[망나니가 술을 푸 내뿜는다]
[망나니가 술을 푸 내뿜는다]
[망나니의 신난 웃음]
[망나니가 술을 푸 내뿜는다] [망나니가 연신 웃는다]
거 좀 빨리 좀 치시오, 좀
[망나니의 흥분한 신음]
[망나니가 술을 푸 내뿜는다]
[망나니의 거친 신음]
[망나니의 기합]
안 되겠어
(이림) 내 석고대죄라도 해야겠다
(삼보) 어! 안 된다니까요, 마마!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아, 이러다가 마마가 화를 당하십니다
(이림) 너 좋은 말로 할 때 놔
난 구해령을 살리러 가야 한다
아유, 일단 마마부터 살고 보셔야 합니다
뭣들 하느냐?
(삼보) 빨리 나가서 그 문, 문 앞에 못질이라도 하지 않고!
- (최 나인) 어, 예 - (박 나인) 예
- 마마, 안 됩니다 - (이림) 나 진짜 힘쓴다
안 됩니다!
어, 어, 마마...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경) 대감
오늘 예문관 여사가 의금부에 하옥되는 일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익평) 그래
전하 앞에서 조금도 굽히는 기색이 없는 것이
자네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더군
[무거운 음악]
닮았어
당돌한 아이야
알고 계셨습니까?
[옅은 한숨]
부모 없이 오라비 손에 크는 것이 가여워 제멋대로 키운 제 불찰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제겐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입니다
(익평) 침전을 엿듣다 붙잡힌 죄인일세
내가 도울 게 무어 있겠나?
그저 전하께서 마음을 바꾸시길 기다리는 수밖에
대감
[시행의 고민스러운 숨소리]
너 인마, 내가 일 키우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 했지?
왜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게 만들어?
궁궐 생활 하루 이틀 해?
(서권) 그건 민 봉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신하가 있는 자리에 사관이 입시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경묵) 구 서리가 한 게 입시냐? 염탐이지
걔는 진짜 겁대가리도 없어
어떻게 대조전 벽에 붙어 가지고, 응?
그렇게 따지면 민인생 사관은요?
(은임) 태종 대왕 때 한림이었던 민인생 말입니다
그분은 문밖에서 엿듣기는 물론
병풍 뒤에 숨어서까지 입시를 했습니다
그래서 참된 사관이라고 아직까지도 존경받는데
왜 구 권지 행동은 염탐이라 하십니까?
(아란) 맞아요, 구 권지는 사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애초에 전하께서 입시를 못 하게 막은 것부터가 잘못이죠
야, 허 서리, 너 입...
- (홍익) 입조심 안 해! - (아란) 제 말이 뭐 틀렸습니까?
(아란) 저는 이번 일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님들도 안심하지 마십시오
한 번이 어렵지
다음번에는 여기 중에 누굴 잡아갈지 어떻게 압니까?
(치국) 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정식 사관인데...
저희도 정식 사관입니다
과거를 치르고 들어온
(치국) 미안
(시행) 아,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야?
전하한테 막 들고일어나? 구 서리 풀어 달라고?
(장군) 이번에야말로 진짜 지부 상소를 올릴 때입니다
제가 도끼를 가져오겠습니다
(경묵) 야, 야, 야, 쟤는 툭하면 도끼부...
가만있어 [장군의 헛기침]
아, 어쨌거나 구 서리가 어명을 거역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여기서 우리가 구 서리 편을 들면 한 명 귀양 가고 끝날 거
이렇게 줄초상이 날 수도 있다고요, 네?
(길승)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순 없잖아
사관이 잡혀간 희대의 사건인데
[사관들의 답답한 한숨]
[고민스러운 신음]
[시행의 한숨]
(시행) 결정했다
(홍익) 뭐요? 또 고심 끝에
민 봉교님이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경묵이 피식 웃는다]
(시행) 그게 아니라, 이 자식아!
우리 사관들이 가야 할 길은...
[비밀스러운 음악]
[대신들이 수군거린다]
[익평의 옅은 한숨]
(이태) 대체 사관들은 왜 아직도 안 오고 있는 것이야?
대제학, 당장 가서 사관들을 불러오거라
(대제학) 예, 전하
(홍익) 문형 대감
(대제학) 아, 자네들, 예서 뭣들 하고 있어?
전하께서 일각이나 기다리셨네 어서 들어오시게
(홍익) 아유, 저희들도 들어가고는 싶지요
한데 어쩝니까?
마침 예문관에 종이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
이건 뭐, 맨손으로 입시를 할 수도 없고 [서권의 한숨]
민망스러워서, 참... [홍익의 멋쩍은 웃음]
예문관에 종이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그래 설령 종이가 없다 하더라도
장흥고에 연통을 넣어서 미리미리 받아 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희 예문관의 재고 관리는 구해령 권지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서권) 한데
구 권지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홍익) 아,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서권의 헛기침]
서리들이 지금 세검정에서 세초를 하고 있습니다요
세초?
(대제학) 아니, 그럼 종이를 씻고 말려서 가져올 때까지
입시를 안 하겠단 말인가?
(홍익) 아이, 오늘은 해도 쨍쨍한 것이
한 시진 정도면 될 거 같기도 하고...
(서권) 두 시진일 수도 있지요 [서권과 홍익의 옅은 신음]
(대제학) 어허, 이런...
[문이 달칵 열린다] [홍익의 안도하는 한숨]
[문이 덜컥 열린다] (주서) 양 봉!
[문이 달칵 닫힌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야, 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양 봉
(주서) 야, 아까 말한 교지는 아직이야? [시행이 숨을 하 내뱉는다]
얼른 써 줘 도승지 영감이 계속 물어보잖아
- 뭐? - (주서) 교지, 교지
아, 맞다, 급하다 그랬지
엄청 급해, 빨리
[시행의 느긋한 한숨] (주서) 아, 뭐 해?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시행) 한번 써 볼까나?
(주서) 그래, 그래, 잘 쓰잖아, 그렇지? 자, 자, 자, 빨리
[주서의 답답한 신음]
[시행의 비명] [익살스러운 효과음]
- (주서) 뭐, 너 갑자기 왜 그래? - (시행) 아, 아, 배가...
- (주서) 야, 너 괜, 괜찮아? 잠깐... - (시행) 배, 아, 아...
(시행) 나 뒷간 좀 갔다 올게, 기다리지 마
[시행의 힘겨운 신음] (주서) 아, 아, 그래,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자... [시행의 다급한 신음]
(시행) 야, 야, 이거 나왔냐? [주서의 다급한 신음]
- (주서) 아이, 더러워, 빨리 가, 빨리 - (시행) 안 나왔냐?
(시행) 어, 어, 흐른다, 흐른다, 흐른다
[시행의 다급한 비명] [문이 덜컥 열린다]
(관원1) 손 대교, 손 대교!
아이고, 손 대교
아니, 왜 아직도 그 관문을 보내지 않는 게요, 응?
지금 벌써 그 두 시진이나 지났는데...
[길승이 헛구역질한다] (관원2) 뭐야, 왜 저래, 응?
(관원들) 아이, 손 대교
(관원1) 아, 지금 사람이 말을 하는데 그 눈이라도 마주쳐야 될 거 아니...
손 대교!
[흥미진진한 음악]
아, 아유, 똥 마려워
[경묵의 다급한 신음]
(치국) 아! 배탈이 났구나, 측간을...
(장군) 가야겠구나
[장군과 치국의 아파하는 신음]
(주서) 야, 너희...
[장군과 치국의 힘겨운 신음]
야, 너희 다 어디 가냐? [장군과 치국의 다급한 신음]
아, 뭐 하자는 건데?
아, 나 진짜...
어, 민 봉교
쟤네 단체로 뭐 잘못 먹었냐?
아,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응?
[우원의 힘겨운 신음]
너도?
(주서) 뭐야?
(우원) 아, 아...
- (우원) 아유, 아유... - (주서) 아...
똥?
[우원의 요란한 재채기]
(우원) 아, 아, 똥
[우원의 힘겨운 신음]
어유, 쌌어
[우원의 힘겨운 신음]
기다리지는 마세요
처음에는 종이가 떨어져 입시를 못 하더니
(이태) 이제는 단체로 병이 나서 교지를 써 줄 수가 없다
임금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지
그놈들은 과인을 바보, 천치로 아는 것이냐?
나를 향해 시위를 벌이는 걸 내 모를 줄 알고?
(대제학) 시위라니요, 전하, 오해십니다
다들 젊다 보니 패기가 넘쳐서...
그래
문형도 예문관의 식구다 이거지?
하면 내 자네에게도 예문관 태업에 대한 죄를 물을까?
소신은 주로 홍문관에 있느라
예문관 사관들하고는 별로 안 친합니다
고얀 것들
생각해 보면 사관들이야말로 조정의 무뢰배다
(이태) 사사건건 임금의 허물을 적겠다고 달려들면서
자신들의 글은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를 않으니
그 내용이 옳고 그른지 누가 알 수 있으며
사관들의 허물은 또 누가 적을 수 있겠느냐?
내 이참에 그놈들의 버르장머리를 확 고쳐 놔야겠다
- (이태) 도승지... - (대제학) 전하, 고정하십시오
(대제학) 한림들이 어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말실수 하나도 사책에 적어 천년만년 망신을 주는 자들입니다
오죽하면 자식 이기는 부모는 있어도
사관 이기는 임금은 없다 하겠습니까?
오냐
하면 내가 사관과 싸워 이긴 최초의 왕이 되면 되겠구나
- (이태) 도승지 - 예, 전하
당장 예문관으로 가거라
(도승지) 예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태의 깊은 한숨]
[홍익의 안도하는 숨소리]
[홍익의 당황한 신음]
[홍익의 다급한 신음]
[홍익의 다급한 숨소리]
승정원, 승정원이 오고 있습니다
[결연한 한숨]
도승지 영감께서 이 누추한 예문관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볼일이 있어서 왔지
설마하니 자네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겠는가? [주서의 코웃음]
[시행의 기가 찬 웃음]
(시행) 그럼 뭐, 한번 들어나 봅시다
얼마나 대단한 볼일이길래
이렇게 졸병들까지 줄줄이 달고 오셨는지
예문관을 감찰하라는 전하의 어명이다
[길승의 멋쩍은 헛기침]
[길승의 멋쩍은 헛기침]
내 시정기를 가져가고자 하니
(도승지) 비켜 주시게
[한림들이 수군거린다]
(시행)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시정기는 실록의 토대가 되는 기록입니다
그 어떤 선대왕께서도 읽은 전례가 없고
앞으로도 없어야 합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어명을 거역하겠다는 뜻인가?
사관은 국법을 따를 뿐입니다
(도승지) 좋아, 비키지 않겠다면 비키게 하는 수밖에
[주서의 코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자, 손 대교
[치국의 아파하는 신음]
[주서의 당황한 신음]
(주서) 영감, 쟤가 걔입니다
'북촌 반달곰'
성균관 시절에 맨손으로 벼루를 아작 냈다던... [주서의 겁먹은 신음]
(도승지) 주상 전하의 어명이시다!
시정기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사수하는 사관이다
물러서지 마라!
[서리들의 기합] (도승지) 가라!
(주서) 가라! [서리들의 기합]
[길승의 거친 기합]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묵의 허둥지둥한 신음]
야, 현경묵이, 너 똑바로 안 하냐, 어?
[서리1의 힘겨운 비명]
[길승의 힘주는 기합]
[도승지의 당황한 신음]
[장군의 힘주는 기합]
옳지, 옳지, 잘한다, 잘했어!
[한림들의 용쓰는 신음]
[서리2의 힘겨운 신음]
(서리2) 너...
어, 이 자식이!
- (우원) 그만해, 좀 - (서리2) 어? 이런...
[서리2의 괴로운 신음]
(시행) 어?
어, 민 봉교, 뭐 좀 배웠어?
[홍익의 다급한 신음]
(홍익) 너 일로 와, 일로 와, 씨
(시행) 저, 손, 손 대교, 안 돼 죽, 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
- (주서) 괜찮으십니까? - (도승지) 뭐야, 멈춰 봐
(주서) 반달곰, 반달곰 [주서의 초조한 신음]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싸운다] 넌 뭐 해?
- (주서) 꼭 이렇게까지... - (도승지) 이, 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야겠지요? 전하의 명이니까
간다
[주서의 기합]
[주서가 씩씩거린다] (시행) 야, 제갈탁, 뭐야, 인마, 어?
- 미안하다, 친구야 - (시행) 뭐?
[주서의 기합] [시행의 힘겨운 신음]
(주서) [버벅거리며] 야, 시행아, 괜, 괜찮냐?
대충 시간만 때우자고, 알았지?
[주서의 아파하는 신음]
야, 너 남자가 여기...
(시행) 영원히 듣지 못할지어다! [주서의 당황한 신음]
[주서의 비명]
[밖이 소란스럽다] (시행) 내가 조선의 사관이다!
[은임과 아란의 놀란 숨소리]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사희의 놀란 숨소리] [아란의 놀란 신음]
(아란) 지금 저거, 저거
선진들입니까?
[권지들의 기합]
[밝은 음악]
[아란의 놀란 신음]
[사희의 기합] [주서의 당황한 신음]
[아란의 힘주는 신음]
그냥 가, 가, 가
(주서) 야, 너 가라고, 야!
아파, 야, 야, 아프다고
(시행) 몰아쳐라, 여사들이여!
직필!
- (주서) 아파, 야... - (시행) 직필!
[경묵의 당황한 신음] [서리들의 힘주는 신음]
(경묵) 야, 야, 미안, 미안, 미안, 아, 미안 야, 미안, 야, 미안
[은임의 힘주는 신음] (서리3) 뭐야, 에이, 씨
(시행) 내가 여기 있다는 거를 알리지 마라!
직필, 직필! [사람들이 요란하게 싸운다]
[문이 철컥 열린다]
(이림) 구해령
대군마마
(이림) 괜찮은 것이냐?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예
아, 저는 괜찮은데...
어서 돌아가십시오
누가 보면 마마까지 곤욕을 치르십니다
난 신경 쓰지 마
(이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지?
[이림의 힘겨운 신음]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챙겨왔다
이건 잠자리가 불편할 거 같아서
그리고... 아!
[엽전이 잘그랑거린다] 그, 목이 마르면 이걸 나장한테 건네거라
물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또 뭘 챙겨 왔냐면... [해령이 피식 웃는다]
왜 웃는 것이냐?
여인에게 옥바라지해 주는 대군은 세상에 마마 한 분일 겁니다
대군을 이리 만드는 여인도 너 하나뿐이다
[해령과 이림의 옅은 웃음]
너무 걱정 말거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뭐,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될 거 같습니다
(해령) 어명을 거역해서 의금부까지 끌려온 죄인 아닙니까?
어떻게 아무 일도 없겠습니까?
뭐, 궐에서 쫓겨나든 한양에서 쫓겨나든
벌을 받기는 받겠죠
그럼 내가 같이 가 줄게
[잔잔한 음악]
(이림) 네가 파직을 당하면
나도 궐을 나가서 네 옆집에 살고
네가 귀양을 가면 나도 한양을 떠나서 널 따라가고
만약, 정말 만약에
그보다 더한 벌을 받는다면
널 데리고 도망쳐 줄게
[옅은 웃음]
진심이십니까?
그래
깊은 산속이든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섬이든
[옅은 웃음]
근데 어쩌죠?
그건 제가 싫은데
아니, 마마께서는 글만 좀 쓸 줄 아시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시잖습니까?
뭐, 저번에 보니까 불도 못 피우지 장작도 못 패지
(해령) 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해야 될 거 같은데요?
(이림) 그런 건 차차 배워 가면...
(해령) 아유, 그걸 또 어느 세월에 다 가르치냐고요
이러다 늙어 죽지
아유, 쯧, 그냥 그, 웬 짐짝 하나 달고 사느니
저 그냥 속 편하게 혼자 살렵니다
넌 어떻게 날 짐짝이라고 하느냐?
이렇게 귀티 나게 생긴 짐짝이 어디에 있느냐?
자세히 봐라, 이건 짐짝이 아니라 보물이다, 보물!
[잔잔한 음악]
(삼보) 마마!
[이림의 아파하는 신음] 시간 다 됐습니다
[삼보의 가쁜 숨소리]
[이림의 아파하는 신음]
(삼보) 아이, 거기서 왜 그러고 계십니까?
[해령의 어색한 웃음] (이림) 아, 아니
이거 얼마나 튼튼한지 궁금해서
아휴, 잘 지었네
일단 얼른 나오십시오
(삼보) 저 나장 놈 돈 욕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하나 셀 때마다 한 냥씩 달랍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얼른!
에이, 나쁜 놈
(이림) 그래, 간다, 가
[이림의 속상한 한숨]
[한숨]
(해령) 마마
[애틋한 음악]
안녕히 가십시오
[쑥스러운 웃음]
- (나장) 아유, 씨 - (삼보) 뭘 안 돼, 안 되기는?
(나장) 안 된다고...
(삼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사람 일이라는 게 다 똑같은 거지
[나장과 삼보가 연신 실랑이한다]
[설레는 웃음]
(해령) 응?
"사랑"
[해령이 피식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홍익의 힘겨운 신음]
(장군) 아, 천천, 천천, 천천, 천천히
[장군의 힘겨운 신음]
[서권의 한숨]
(길승) 내 궐 밖으로 던져 버렸어야 되는 건데
[무거운 효과음]
[한림들의 한숨]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암구호를 대시오
(은임) '수이여진멸 수사불위사'
[흥미로운 음악]
[은임의 힘겨운 숨소리]
[은임의 힘겨운 숨소리]
[은임의 힘겨운 숨소리]
[사희의 힘겨운 숨소리]
(은임) 아, 급하게 구하느라 이거밖에 못 가져왔습니다
- (은임) 좀 드세요 - (시행) 고생했다
[장군의 다급한 신음]
[홍익의 다급한 신음]
[은임의 힘겨운 신음] [시행의 한숨]
[시행의 거절하는 신음]
(우원) 승정원 서리들은 아직 밖에 있는 것이냐?
예
어슬렁어슬렁거리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아란) 저희 퇴궐하면 바로 쳐들어와서
시정기부터 털어 갈 기세예요
(시행) 독한 것들, 어디 한번 해보자 이거지?
야, 너희 오늘 집에 갈 생각 하지 마
아니, 전하께서 어명 거두실 때까지
우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간다
시정기를 내어 준 겁쟁이가 되느니
역사를 지키다 굶어 죽은 사관이 되는 거다!
(함께) 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이, 현 씨, 안 씨, 김 씨
너희들은 왜 대답 안 해요?
사관 아니세요?
당연히 사관이죠, 사관인데...
양 봉교님은 뭘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오십니까?
(경묵) 전하께서 사초를 뜯어고치라고 하신 것도 아니고
까짓것 시정기
"직필"
한번 살짝 보여 줄 수 있는 거지
(홍익) 아, 그리고 자꾸 '국법, 국법' 그러시는데
아, 사실 법이라는 게 이렇게도 됐다가 저렇게도 됐다가
아, 뭐, 그러는 거거든요
아, 근데 목숨은 한번 저세상 가 버리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니까
따지고 보면 사관의 자존심보다는
나의 목숨이 더 귀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치국) 게다가 저는
삼대독자...
(시행) 야!
[시행이 씩씩거린다]
너희
막 터진 주디라고 개헛소리를 씨불여 쌓는다?
내가
내가 지금 그깟 자존심 하나 지키자고 이러겠냐, 응?
그래, 뭐, 뭐 시정기 한번 내줬다 쳐, 어
(시행) 그러면은 전하께서 그거 읽고
'하이고, 글씨를 참 예쁘게 잘 썼네' 이러시고 끝나니?
아니지, '여기는 왜 이렇게 썼냐 저기는 왜 저렇게 썼냐'
꼬투리의 향연이야
그렇게 시정기 몇 번 고쳐 놓고 나면은
그다음은 사초, 그다음은 실록
그러다가 상전 비위나 맞춰 주는 꼭두각시가 되는 거라고!
(시행) 야, 사관은 뭐 처음부터 편하게 입시하고
편하게 사책 쓰고 그런 줄 알아?
이 나라 세워지고 사관이 앉아서 입시하기까지 100년이 걸렸어요
전하 용안 똑바로 쳐다보는 건 꼬박 300년이 걸렸고
그게 다 선진 사관들이 상소 쓰고 귀양 가고
박 터지게 싸워서 일궈 낸 건데!
여기서!
여기서 우리가 시정기 한번 내줘 봐라
그거 또 바로잡는 데 1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누가 아는데, 어?
[훌쩍임이 들린다]
[치국이 훌쩍인다]
(경묵) 야
갑자기 왜 그래?
죄송합니다, 양 봉교님
[치국이 훌쩍인다]
저도 시정기 중요한 거 아는데요
너무 무서워서요
부인도 보고 싶고
집에도 가고 싶어서
그래서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치국이 계속 훌쩍인다]
(서권) 김 검열...
[치국이 연신 흐느낀다]
(장군) [흐느끼며] 야, 야, 너...
야, 너 울지 마
누가 집에 못 간대?
우리는 반드시 두 발로 걸어서
예문관...
[익살스러운 음악] [장군이 끅끅거린다]
[장군이 오열한다]
[울먹이는 숨소리]
(길승) 황장군!
[울먹이며] 너까지 울면...
[저마다 흐느낀다]
(시행) 너희들
이 눈물을 기억해라
역사를 지키는 이 눈물을!
이리 와 [한림들이 흐느낀다]
이리 와, 내 새끼들!
많이 울어도 돼
역사를 지키는 울음은 고귀한 것이다!
(길승) 직필!
(한림들) [오열하며] 직필!
[은임의 안타까운 신음] [아란의 한숨]
(시행) 마음껏 울어!
[한림들이 '직필'을 외친다] (우원) 긴 밤이 되겠구나
(사희) [한숨 쉬며] 그러게 말입니다
(시행) 장하다, 내 새끼들
(길승) 직필! [사희와 우원의 한숨]
시정기?
시정기라면 사관들이 사초를 엮어 만든 사기가 아니더냐?
(최 상궁) 예
한데 전하께서 예문관 감찰이라는 명분으로
시정기를 요구하셨다 합니다
[어이없는 웃음]
아무리 주상이라지만 무모하구나
어느 선대왕들께서도 시정기에는 손을 대신 적이 없거늘
해서 사관들은 어찌하고 있다더냐?
예문관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궐 밖에서는 상소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고요
(대비 임씨) 그래
그리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
[코웃음]
아주 재미난 구경이 되겠구나
[관원들이 수군거린다] (관원3)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예문관"
[관원들이 수군거린다]
(관원4) 누가 이런 해괴한 짓을...
[관원들이 수군거린다]
(관원5) 이 나라 꼬라지가...
[이태의 시큰둥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도승지의 힘겨운 신음]
아직도 올라올 상소가 남은 것이야?
(도승지) 아, 예
이게 절반쯤 됩니다
대체 하룻밤 새 몇 명이나... [이태의 한숨]
이제 그만 올리거라
- 더 이상 읽어 볼 필요도 없다 - (도승지) 전하...
어차피 다 똑같은 내용 아니더냐?
(이태) 하나같이 '전하께서 잘못하셨다'
'사관을 멀리하시면 안 된다'
'어명을 거두어 달라'
(이태) 자기들 집에도 사관 열두 명씩 붙여 놓고
하루 온종일 감시당하면서 살라고 해 봐라
그때도 이런 말이 나오나
[도승지의 난처한 한숨]
해서 오늘 상참은 어땠느냐?
거기서도 온통 예문관 편드는 얘기뿐이더냐?
(우의정) 그게, 세자 저하께서
사관 없이는 회의를 할 수 없다 하시어 모두 물러났습니다
(이조 정랑) 상참만 못 한 게 아닙니다
육조며 삼사며 관청이란 관청에서 나오는 관문서들은
죄다 예문관을 한 번 거쳐야 되는데 [이태의 한숨]
사관들이 손을 놓고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장계들도 발이 묶여 있습니다
하면 예문관 하나가 쉰다고 온 조정이 멈춰 있단 말이냐?
[답답한 한숨]
(상선)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전하...
[의미심장한 음악]
"인정전"
[시행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전하!
시정기를 감찰하시겠다는 뜻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뜻을 거두지 않으시겠다면
이 도끼로 신의 머리부터 쳐 주시옵소서
아, 씨, 미친놈이 진짜 지부상소를...
(치국) 저거 저희도 같이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경묵) 야, 황장군이 맨날 도끼 타령하니까 만만해 보여?
저건 진짜 목숨 걸고 하는 거야
'내 말대로 할 거 아니면 자기 죽여라' 그러는 거라고
[한림들의 긴장한 숨소리]
[시행의 초조한 신음]
[시행의 놀란 숨소리]
[시행의 놀라는 탄성]
(이조 정랑) 아니, 저, 저런...
기어코 민 봉교가 저... [부제학의 한숨]
[익평의 옅은 한숨]
전하!
국법이 금하고 있는 시정기 감찰을 강행하신다면
전하의 전정에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원) 부디 어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대제학) 민 봉교, 민 봉교!
지금 뭐 하는 겐가? 어쩌자고 대전까지 도끼를 들고 와?
어서 일어나시게, 이런 식으로 고집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네
문형 대감께서는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문관 대제학으로서, 겸임 사관으로서
정녕 시정기 감찰에 아무런 이의도 없으신 겁니까?
(대제학) [한숨 쉬며] 아니, 나는...
(이태)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국법이 금한다는 핑계를 들어
수백 년 세월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았던 것이 사관들이다
그런 너희가 일말도 참지 못해 과인의 뜻을 꺾으려 드는 것이야?
그러니 더욱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송구하오나, 전하
국법과 선대왕들께서
그 긴 세월 동안 사관들을 지켜 주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필하라는 뜻이 아닙니까?
(이태) 내가 언제 너희를 휘두른다더냐?
신하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 좀 하겠다는데
그게 그리도 아니꼽고 못 미더워?
전하께서는
시정기를 감찰할 권한이 없으십니다!
[위태로운 음악]
뭐라?
[아란의 놀란 신음]
[한림들의 당황한 숨소리] (시행) 아이, 저, 저...
(이태) [버벅거리며] 권한이 없...
이 나라 임금인 나한테 네가...
네 이놈!
(대제학) 아이,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전하 [대신들이 저마다 말린다]
고정하시옵소서, 고정하시옵소서, 전하
(이태) 비켜라!
나에게 무슨 권한이 있는지 보여 줄 것이다
놔라! [대신들이 말린다]
['아이고' 하는 곡소리가 들린다]
(유생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대사헌) 서, 성균관 유생들입니다, 전하!
[유생들이 계속 '아이고'를 외친다]
(장군) 어, 저건 손 대교님 사촌 동생이 아닙니까?
성균관 장의라던!
(길승) 호곡권당 [시행의 놀란 숨소리]
(유생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장의) 이 나라 400년의 공명정대한 역사가
감찰이라는 명분 아래 사중에 처했으니
종사의 앞날이 암중과도 같구나
이 비통함을 어찌 견디리오!
(유생들) 아이고, 아이고
(장의) 직필하는 사관이 불편해서 목숨마저 거두신다면
직언하는 유생의 목숨이야 초개 같은 것
사세가 이와 같은데 우리 유생들이 어찌 군왕을 따를 수 있으리오!
[장엄한 음악] (유생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유생들이 계속 '아이고'를 외친다]
(시행) 아이고
(한림들) 아이고, 아이고
(권지들) 아이고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함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분한 숨소리]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문이 달칵 닫힌다]
(부제학) 송구하오나, 전하
이번 일은 전하께서 한 발자국 물러나시는 게...
전하를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지금 당장은 성균관 유생들 몇십 명뿐이지만은
시일이 지날수록 전국에서 더 많은 유생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입니다
그때 가서 뒤늦게 어명을 거두신다 하여도...
(이태) 듣기 싫다, 듣기 싫다!
대신이라는 것들이 임금 마음은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입바른 말만...
다들 물러가거라,꼴도 보기 싫으니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태) 좌상은 왜 물러나지 않는 것이야?
이제 자네까지 어명을 거역하는 겐가?
전하
이 일이 어찌 시작됐는지 잊으셨습니까?
그날 전하와 저의 독대를 엿듣던 여사관이 하옥되었습니다
(익평) 사태가 커질수록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여사의 안위 따위가 아니라
그날 여사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적었는지입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이 이상의 주목은 전하께도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만 어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태의 옅은 한숨]
하나 좌상 말마따나 그 계집이 무엇을 듣고 무엇을 적었는지
아직 확인하지도 못했다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사관들과 유생들이 곡소리를 낸다]
[문이 달칵 열린다]
(시행)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대제학) 이보게, 양 봉교
저희를 설득하러 오신 거면 소용없습니다
아이고! [저마다 '아이고'를 외친다]
(대제학) 이제 그만들 하시게
전하께서 어명을 거두겠다 하시네
(시행) 저...
정, 정말입니까?
그래, 앞으로 시정기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겠다 하시네
(대제학) 그러니 이제 다들 일어나서 업무에 복귀들 하시게
[사관들의 벅찬 웃음]
그게 전부입니까?
정녕 전하께서 그리 쉽게 마음을 바꾸신 겁니까?
[헛기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사희) 어? [아란의 놀란 신음]
[은임의 반가운 신음] (아란) 구 권지, 나왔어, 어떡해!
(해령) 권지님들
(아란) 구 권지,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제 전하께서 내전 입시를 허락하신답니다, 완전히요!
- 대조전까지요? - (은임) 예, 대조전까지요
다시는 이런 개고생 안 하셔도 됩니다
[은임과 아란의 웃음]
근데 어찌된 겁니까?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음, 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좀 쉬십시오
- (사희) 갑시다 - (은임) 응, 가요, 가자
- (각쇠) 나리 - (광주댁) 아유, 아씨 오셨네 [설금이 울먹인다]
(설금) [엉엉 울며] 아씨, 아씨
저 정말 아씨 죽으면 따라 죽으려고 했어요
저기 뒷산에다가 묫자리까지 알아봐 뒀다니까요?
볕 잘 들고 짐승 안 다니는 데로
[설금이 오열한다]
[설금이 연신 오열한다]
오라버니
고생했다
들어가 쉬거라
[설금이 훌쩍인다]
(설금) 아씨, 얼른 가셔요
그동안 밥풀때기 하나도 구경 못 했죠?
(해령) 어, 어, 어, 그래, 그랬지
(설금) 어쩐지, 얼굴이
아유, 무슨 말린 고사리마냥
어휴, 한 방에 훅 가셨네
제가, 어? 두붓국에 두부조림에 두부전에
아무튼, 한 상 가득 차려 드릴게요
우리 다 잊고 새 출발 해요
선량한 백성으로
[삼보의 미심쩍은 신음]
[삼보의 옅은 한숨]
마마, 씁, 아무래도 이상하십니다
씁, 아까 밥 먹다
돌 씹은 것도 그냥 용서해 주시질 않나
자꾸 그 알 수 없는 웃음하며
화사한 분위기
뭐에 그냥 씌신 겁니까?
아니면 홀리신 겁니까?
씐 것도 홀린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음악] 그저,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이제야 깨달은 거지
[삼보의 의아한 숨소리]
(이림) 아, 그, 다 했으면 이만 가 보거라
나도 일찍 잠자리에 들 터이니
왜요? 내일 무슨 날입니까?
구해령이 풀려났지 않느냐?
오랜만의 입시인데
나도 푹 자고 환한 얼굴로 맞이해 줘야지
(삼보) 지금도 밀가루처럼 환하신 분이 이보다 더 환해지시면 어쩌시게요?
아예 하늘로 솟아 달덩이라도 되시게요?
달덩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밤마다 내 님을 내려다볼 수 있으니까
[삼보의 질색하는 신음]
단체로 염병 첨병들 해요, 그냥, 씨
마마, 어서 주무십시오
(삼보) 푹 자고 정신 빠짝 차리게, 응? [삼보의 옅은 웃음]
나오너라
주무신다잖아!
[문이 달칵 열린다]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옅은 웃음]
[뒤척이는 숨소리]
[놀라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아, 뭐가 이렇게 더워, 아...
[한숨]
[당황한 숨소리]
[힘겨운 신음]
[풀벌레 울음]
[옅은 한숨]
[심호흡한다]
[숨을 후 내뱉는다]
(해령) 오라버니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아유, 저는 그사이에 옥살이에 적응이 됐나 봅니다
집에서는 통 잠이 오질 않네요
[해령의 멋쩍은 웃음]
농담입니다, 뭘 그리 정색을 하십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만두거라
(재경) 궁궐에선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겉으로는 예를 차리고 입으로는 도리를 논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짐승처럼 잔혹해지는 곳이 궁궐이다
[옅은 한숨]
애초에 그리 위험한 곳에 널 들이는 게 아니었어
(재경) 더 이상 네게 혼례를 치르라 강요하지 않으마
무엇이든 다 하게 해 주마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두거라
(재경) 비단 이번 일 때문이 아니다
만약에 누군가 너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 싫습니다 - (재경) 구해령!
저는
늘 오라버니가 부러웠습니다
[애잔한 음악]
(해령) 아침에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고
집을 나서면 해야 될 일이 있고
매일매일 뭐, 대단하지는 않아도 삶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제게는
[한숨 쉬며] 이 서책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였는데요
단 한 번이라도
제게 그런 하루가 주어지길
단 한 번이라도 제가 어딘가에 쓸모가 있길
오랫동안 바라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바람대로 살고 있고요
만약 그 마음이 화가 된다면
대가라고 생각하고 마땅히 치르겠습니다
[옅은 한숨]
[한숨]
(삼보) 마마, 기침하소서!
마마!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마마
[무거운 음악]
[졸린 신음]
[대문이 쾅쾅 울린다]
[대문이 계속 쾅쾅 울린다]
(해령) 뭐야, 이 시간에 누구야?
[대문이 계속 쾅쾅 울린다]
[대문이 계속 쾅쾅 울린다]
(설금) [하품하며] 정말 뉘신데 이 시간에...
(상선) 주상 전하의 어명이시다!
[긴장되는 음악]
[설금의 놀란 숨소리]
[애잔한 음악]
(우원) 미안하다, 이런 고초를 겪게 해서
(해령) 저 진짜 전생에 청개구리였나 봅니다
끝장을 보고 싶어지는데요?
(이태) 제법 식견과 배포가 있어 핏줄은 속일 수가 없는 게야
(이진) 난 궐이 아니라 사가에서 자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지만
한 번씩 나와 보는 것이다
함영군의 장남 이진을 잊지 않으려고
(시행) 야, 너 그때 그렇게 도망가고 처음 본다, 이 의리도 없는 자식아
(홍익) 얘가 언제 또 양반한테 술을 받아 봐?
(이태) 네가 정녕 무엇을 적었는지 말할 수 없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마!
(해령) 진정 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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