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11
[거리 소음이 요란하다] [무거운 음악]
[바람이 휭 분다]
[새가 지저귄다]
[서해의 거친 숨소리]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산새 울음]
[힘주는 신음]
이 길이 아닌가?
[놀란 신음]
[서해의 비명]
[서해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아, 아파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바람이 휭 분다]
[어두운 효과음]
맞네
[지도를 바스락 접는다]
[무거운 음악]
[서해의 거친 숨소리] [바람이 휭 분다]
[가쁜 숨소리]
(서해) 하, 힘들어
[서해의 가쁜 숨소리]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하, 배고파
[한숨]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아차산'
[어두운 효과음]
'아차산'
(서해) 아휴, 어디야?
오, 찾았다
아, 돌아가려면 먼데
[서해의 힘주는 신음]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바람이 쏴 분다]
[어두운 음악]
[서해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은희) 서해야, 서해야
(서해) 엄마?
(은희) 강서해
서해야, 서해야, 강서해
(서해) 엄마?
(은희) 서해야
[서해의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강서해!
[서해의 당황한 신음]
[서해의 힘겨운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다급한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의 다급한 신음]
[비명]
[서해의 다급한 신음]
[힘겨운 신음]
[서해의 비명]
[다급한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서해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서해의 힘겨운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동기) 잡아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의 가쁜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동기) 됐어
괜찮아, 됐어 [조용한 음악]
[서해와 동기의 가쁜 숨소리]
됐어
- 아빠 - (동기) 괜찮아, 됐어
(동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울컥하는 숨소리]
[바람이 휭 분다]
[동기의 한숨]
(동기) 모래 쪽으로는 절대 가면 안 되고
무조건 길이 난 쪽으로 걸어가야 하는 거 알려 줬지?
(서해) 네
피곤하면 무조건 쉬고
항상 시야 확보하고
돌아가더라도 안전한 길로 사주 경계하고
(서해) 네
근데 왜 그랬어?
[한숨] [지폐를 툭 던진다]
너 혼자선 업로더까지 못 가
서해야
아빠는 네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밀항이라도 해서 외국으로 나가자
싫어요
엄마랑 한 약속이야
부탁이다
이놈 자식이…
[동기가 총을 탁 집는다]
(동기) 받아
업로더 가려거든 그걸로 아빠 쏘고 가
[못마땅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아빠
- 왜? - (서해) 아빠답지 않아요
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러는 거예요?
네가 다치고 고생하고
[떨리는 숨소리]
죽는 거
난 안 무서워요
내가 무서운 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포기하는 거예요
할 수 있어요, 꼭 할 거예요
[무거운 음악]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나 혼자서는 업로더까지 못 가요
아빠가 도와줘야 돼요
제발요
과거로 가고 싶어요
[바람이 휭 분다]
[풀벌레 울음]
[바람이 휭 분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해의 한숨]
[동기의 한숨]
서해야, 아빠랑 약속해
건너가면 항상 네 몸부터 챙기는 걸로
아빠
무슨 일 있으면 아빠 찾아오고, 응?
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업로더 타려면 귀중품이 많이 필요할 거야
브로커한테 수수료도 줘야 되고
[동기가 부스럭거린다]
(동기) 과거로 돌아가면 그런 것들 팔아서 정착금으로 쓴다더라
무기나 뭐, 과거에는 없는 약 같은 거
아빠, 이건…
이 정도면 한 사람은 탈 수 있겠다
아빠는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동기가 가방을 탁 집는다] [긴박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서해) 언제부터 쫓아온 거지?
(남자) 이틀 전부터
[긴장되는 효과음]
[남자의 거친 숨소리]
이름
[긴장되는 효과음]
이름
서해, 강서해
(남자) 업로더는 왜 타려고?
대답해
(서해) 전쟁을 막으려고
(남자) 어떻게?
(서해) 사람을 한 명 구하면 돼
(남자) 누구?
누구!
한태술
[의미심장한 효과음]
(남자) 한태술
형
(서해) 한태술, 엎드려! [웅장한 음악]
한태술, 엎드리라고!
[의미심장한 효과음]
너였구나?
[기기 작동음]
[잔잔한 음악]
[태술의 한숨]
아빠
[새가 지저귄다]
(서해) 아빠
이거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건데
8살 때
아, 아니, 내가 의심하는 게 아니라…
(동기) 하, 미안하다, 내가 좀 혼란스러워서
[동기의 한숨]
[피식 웃는다]
어릴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네
엄마 판박이다
맨날 그렇게 말했어요, 아빠가
키도 많이 컸는데?
(동기) 네 엄마가 너 키 안 큰다고 한약 사다 먹이고 그랬는데
엄마가 알면 좋아하겠다
(서해) 이거요, 벙커예요
누가 왜 만들어 놨는진 모르겠지만
10월 31일에 전쟁이 나요
여기서 아빠랑 나랑 15년 동안 살았어요
[종이를 바스락 편다]
엄마는?
엄만…
[차분한 음악]
[한숨]
[한숨]
[한숨]
전쟁이 날 걸 알았으면 왜 우린 미리 도망가지 않았니?
못 가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지만 공항에서 다 출국을 막아 놨어요
단속국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정하면 해외로 나갈 수가 없어요
[옅은 한숨]
(서해) 엄마랑 했던 약속 아빠 끝까지 다 지켰어요
나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게 잘 키우겠다고
물론 여기저기 까지고 다치긴 했지만
그건 내가 자꾸 아빠 말 안 듣고 위험한 데 가서 그런 거고
그래도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남았잖아요
아빠가 무슨 말씀 하실지 알아요
왜 과거로 왔냐고 물어보고 싶으신 거죠?
아빠라면 보냈을 리 없었을 거라고
맞아
아빠가 보내 줬어요
(서해) 고마워요
나 아빠 말대로 과일도 먹어 봤어요
통조림 말고 진짜 과일이요
놀이공원도 가 봤고요 엄마도 만났어요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도 진짜 많이 만났어요
내가 가진 거 뺏으려고 하지도 않고
내가 다치면 슬퍼해 주고 목숨 걸고 구하러 와 주는 사람들이요
나 이제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 이제 혼자 아니에요
그 사람들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거예요
전쟁 같은 거 모르고
그냥 눈 뜨면 평범한 하루하루에 불평이나 하면서 살 수 있게
내가 꼭 바꿀게요
할 수 있어요
[기기 작동음]
[한숨] [무거운 음악]
(태산) 네가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는
그냥 옆에 봐, 내가 거기 있을게
[태술이 흐느낀다]
사랑한다
[문이 탁 열린다]
(박 사장) [손뼉 치며] 오! 한 회장
[박 사장의 웃음]
구천을 떠돌다가 다시 살아온 느낌이 어때?
아주 좋아
[숨을 들이켠다]
인생이 막 주마등처럼 삭…
쯧, 어찌 됐건 착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기회 되면 박 사장님도 한번 체험해 봐
(박 사장) 아, 나는 지은 죄가 많아서 관둘래
[박 사장의 웃음]
(태술) 우리 형
형한테 무슨 짓 한 거야?
말해 주기로 했잖아, 빨리 말해
[박 사장의 한숨]
그래
네 형 한태산이가
시그마한테 잡혀서 고문당하고 열쇠 뺏기고
금고의 위치까지 말해 줬는데
단속국에 있던 아그네스가
(박 사장) 그 틈에 네 형 한태산을 슈킹한 거지
열쇠랑 같이
[어이없는 숨소리]
다 한패였다는 거야, 너희들 다?
시그마도 서진이도 단속국도 다?
아이, 한패라니, 그냥 얽히고설킨…
어, 그냥 비즈니스 관계지
(박 사장) 아무튼 내가 또 아그네스한테 네 형 한태산을 슈킹했지
그리고 제안을 했어
그 열쇠를 구해서 가져오면
내가 너 한태술을 이모저모로 보호해 주겠다고
열쇠 찾아서 전쟁 나면
업로더 타고 다시 여기로 오라고 한 거야?
그렇지
어, 우리 저, 첫 통화 한 거 기억 안 나?
[박 사장의 웃음]
김포
[의미심장한 음악] [박 사장의 웃음]
(박 사장) 한태산 씨
(박 사장) 열쇠는 잘 가지고 왔어?
(태술) 예, 열쇠 가지고 왔어요 [어두운 효과음]
(박 사장) 응
팔다리는 잘 붙어 있고?
(태술) 네?
(박 사장) 팔다리는 잘 붙어 있냐고, 이씨
예
(박 사장) 어, 그래, 건강이 최고지
저, 우리 만납시다
그 열쇠 가지고 와
(태술) 어디로 가면 되죠?
(박 사장) 저, 우리가 데리러 갈게
지금 있는 데는 어디야?
어, 지금, 뭐, 예, 아는 사람 집에요
(박 사장) 응, 아는 사람 집에? [어두운 효과음]
저기, 팔다리는 잘 붙어 있다 그랬지?
(태술) 아, 예
(박 사장) 응, 그럼 내 뭐 하나만 물어볼게
오른쪽 팔에 뭐라고 쓰여 있어?
[어두운 효과음]
야
너 한태산 아니지?
[긴장되는 효과음]
[선호의 힘겨운 신음] 야, 쟤 잡아
빨리
(박 사장) 근데 한태산이가 다시 시그마한테 잡힌 거야
그러니까 아그네스가 한태산이가 가지고 있는
업로더 설계 도면이 뺏기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네 형 한태산한테 그냥 어, 주사 놓은 거지
왜 말 안 했어?
말하지 말래
(박 사장) 아무튼 한태산이는 그 열쇠를 구해서 나한테 가져오고
난 너 한태술을 심적, 물적으로 지원해 준다
뭐, 그게 다야
[다가오는 발걸음] [못마땅한 숨소리]
어, 아이고, 왔어?
[박 사장의 웃음]
아, 근데 아버님은 가셨나?
[박 사장이 피식 웃는다]
야, 근데 아버님 성격 보통 아니시더라, 그렇지?
그 성격도 유전인가?
[박 사장의 웃음]
[태술을 탁 잡으며] 가자, 여기 있는 거 불안해
어, 나 아직 할 일이 좀…
(박 사장) 아이고, 둘이 뭐 그렇게 소, 속, 속닥거려?
저, 네 애인 구해 줬으니까 이제
이거 고쳐
(태술) [한숨 쉬며] 야, USB 있어?
(박 사장) USB?
- (태술) USB - (박 사장) 어, 있어, 있어, 있어
(서해) 지금 뭘 고치라는 거야?
[박 사장이 부스럭거린다]
(태술) 내가 박 사장 다운로더 고장 냈거든 [서랍이 스르륵 닫힌다]
[서해의 한숨]
[USB 인식음]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프로그램 작동음]
[USB를 탁 뺀다]
씁, 근데
내가 사장님에 대한 신용이 없어서
내가 이걸 주면은 우리를 곱게 보내 줄지 어떻게 믿어?
그래, 그러면 뭐
뭐, 다 죽여 버리고 뭐, 그냥 이렇게 뺏지
[박 사장의 웃음]
빙빙아! 일로 와
[다가오는 발걸음]
(썬) 오, 누나, 괜찮아요?
넌?
[썬의 한숨]
(썬) 안 괜찮아요
(빙빙) 야, 똑바로 서, 이씨
(썬) 아, 그만 좀 때려요, 좀!
(박 사장) 아이, 좀 조용히 좀 해, 이씨
자
응
로크 걸어 놨는데
[웃음]
(박 사장) 야, 잔머리 굴리네, 어?
그래? 응
야, 저 손 쏴 버려
[긴장되는 음악]
- 그냥 줘 - (태술) 응?
그냥 주라고, 괜찮아
뭐가 괜찮아, 난 안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주라잖아
[탄성]
비번
- 1 - (박 사장) 응
8, 1, 8
(박 사장) 아, 번호 좋네
십팔 십팔
[웃음]
빙빙아
야, 이거, 저, 서둘러서 빨리해 봐
[기기 작동음]
야, 어떻게 됐어!
아, 지금 하고 있잖아요 이제 재부팅했는데
아직 꽂지도 않았어
(박 사장) 아, 빨리빨리 해 [USB 인식음]
[프로그램 작동음]
"프로그램 다운로드"
됐어요
[기뻐하는 숨소리]
(썬) 저희, 그럼 저희 이제 집에 가도 되는 거죠?
하, 신세가 많았습니다
[서해가 태술을 탁 잡는다]
[총성] [태술의 놀란 신음]
아씨! 진짜 이럴 줄 알았어, 내가
(태술) 뭐 하는 거야!
[태술의 한숨]
(박 사장) 내가 너희들한테 받을 빚이 있거든
팔자에도 없는 단속국을 다녀오질 않나
음, 저 애는 총을 맞고 일어서도 걷지를 못하고
이게 다
[긴장되는 음악] 누구 때문일까?
(서해) 왜 나한테 그래?
아저씨 인생인데 아저씨 때문이지
하지 마
(서해) 어차피 다 정해져 있다며
그쪽이 단속국 가는 것도
가족들 못 만나는 것도 다 정해져 있는 거겠지
근데 왜 나한테 지랄이야?
화풀이하는 거야?
[헛웃음 치며] 화풀이? 지랄이야?
그래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화가 나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그게 화가 나지!
[서해가 피식 웃는다]
그렇게 말해 두면 마음이 편해?
못 한다고 미리 말해 두면
나중에 못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뭐, 그런 건가?
미리 변명해 두는 거잖아
[헛웃음]
(서해) 그런데 어쩌나?
내가 뭐 하나 말해 줄까?
이미 좀 바뀌었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총성]
(선호) 형!
[의미심장한 효과음]
(서해) 원래 내가 맞는 총이었어
일기장에 쓰여 있었어
총 맞고 못 걷게 될 거니까 미리 준비해 두라고
[의미심장한 효과음]
네 형한테 줘
[약을 탁 받는다]
스팀 셀이야
(썬) 그게 뭐예요?
줄기세포, 아직 개발 안 됐어
(서해) 그쪽은 쫄보라 못 하겠지만 나는 미래 바꿀 수 있어
이미 바뀌고 있고
그러니까 쏘고 싶으면 쏴
[긴장되는 효과음]
가자
[박 사장이 소리친다] [총성]
[박 사장의 웃음]
이미 정해져 있어, 그래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그게 더 화가 난다고!
(썬) 와, 아, 누나, 진짜 대박 멋있었어요
근데 몸은요, 진짜 괜찮아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서해) 응, 괜찮아
(태술) 강서해
너 좀 전에 그 말 진짜야?
원래 그 총 네가 맞는 거였어?
(서해) 어
(태술) 왜 말 안 했어?
그럼 단속국에 잡혀 들어가는 것도 알고 있었어?
너, 너 나한테 말 안 한 거 또 뭐 있어?
나도 다는 몰라
(태술) 아, 그럼 아는 건?
아, 왜 화를 내?
왜 그래, 갑자기?
왜들 그래요?
(서해) [당황하며] 아파
[한숨]
[선호의 떨리는 숨소리]
[달그락거린다]
[박 사장의 한숨]
[차분한 음악]
(선호) 형
[선호의 떨리는 숨소리]
[놀란 숨소리]
[옅은 웃음]
괜찮아?
[힘겨운 신음]
[안도하는 한숨]
[피식 웃는다]
[풀벌레 울음]
(서해) 가끔 같은 꿈을 꿔
무덤을 봤어
내 무덤이었어
일기장도 거기서 찾은 거야
근데 어떤 걸 만졌어
그때부터 꾸는 꿈이야
무슨 꿈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
타임 패러독스?
(서해) 응
마지막 날에 성당 같은 곳이었어
우리 둘은 결혼식 옷을 입고 있었고
난 총에 맞았어
시그마가 너한테 고르라고 해
[무거운 음악]
(시그마) 한태술 씨
너냐, 시그마?
[시그마의 웃음]
(시그마) 여자야? 세상이야? 하나만 골라
너랑
세상
둘 중에서
어떻게 알았어?
시그마 만났어
너 잠들어 있는 동안에
그놈이 뭐래?
업로더 만들라고
(서해) 시그마 찾지 말자고 했던 거 그거 때문이야
[어두운 음악]
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
지난번에는…
업로더를 만들었구나?
만약에 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업로더 만들지 마
만들어 봤자 나는
어차피 죽어
아니
한 번 더 기회가 생기는 거지
모두가 한 번 더 죽게 되는 거야
안 만들면
넌 어떻게 되는 건데?
업로더가 없으면
건너오는 사람도 없게 되는 거잖아
그럼 너도…
(서해) 약속해
안 만들겠다고
"아시아 마트"
(박 사장) 뭐야, 돈이지? 응?
물은 내가 배달시켰으니까 저, 오거든 지하실에 갖다 놓고
내가 적어 놨어, 응
어, 약, 그다음에 총
이건 그냥 닥치는 대로 그냥 총은 다 사
방독면, 방진복, 소금, 설탕 통조림, 초콜릿, 알았어?
(선재) 라면은요?
라면은, 자식아, 그거 먹다가 냄새 풍기면 개떼처럼 몰려들어
[선재의 머쓱한 신음]
(박 사장) 아참, 그러고 저기 육포, 육포, 육포 많이 사
(선호) 있어요
- (박 사장) 있어? - (선호) 예
아무튼 뭐, 이번에 들어가면 몇 달 동안 못 나오니까
닥치는 대로 웬만한 건 다 사 가지고
혹시 돈 남거든, 어, 다시 다 가져와
- (빙빙) 어디 가요? - (박 사장) 어디 가
(빙빙) 어디요?
(박 사장) 아, 어디 간다고 그러니까 빼먹지 말고 다 사 와
[문이 탁 여닫힌다]
[선재의 힘주는 신음]
[선호의 힘주는 신음]
[선호의 한숨]
(빙빙) 야, 사장님 감방 들어가서 전쟁 피한 거래
내가 어제 들었어, 진짜
- (선재) 난 알고 있었는데? - (선호) 나도
와, 존나 몰랐으면서
(선호) 진짜 알았어
왜 갔대?
사람 죽였대
진짜? 나쁜 새끼였네
[선재가 피식 웃는다]
(선재) 너 몰랐냐?
누구 죽였는데?
(선재) 몰라
아씨, 은근 사생활 챙겨
[기어 조작음]
[안전벨트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탄성]
[웃음]
하나도 안 변했네
(진희) 뛰어내릴 거야
[진희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형도의 성난 신음]
(형도) 이게 미쳤나, 씨
[형도의 헛웃음]
네 통장으로 매달 꼬박꼬박 300만 원씩 넣어 주는 [진희가 훌쩍인다]
그 새끼 누구야?
(진희) 모른다니까
(형도) 너 그 새끼랑 바람났냐?
(진희) 뭐?
미친놈
(형도) '미친놈'
[형도의 성난 신음] [진희의 힘겨운 신음]
[헛웃음]
인간쓰레기 같은 새끼
아이, 그래, 일을 해야지
집구석에서 마누라나 후두려 패고 양아치 같은 새끼
정신 못 차리네, 아유
[코를 훌쩍인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형도의 아파하는 신음]
(형도) 어떤 미친 새끼가 돌을 던졌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잡히면 아주 죽여 버릴 거야!
미친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진희의 힘겨운 신음] [진희가 털썩 쓰러진다]
[풀벌레 울음]
(썬) 뭐 해요?
(서해) 그냥, 바람 좀 쐬려고
단속국에서 어려운 일도 해 줬다면서?
고마워
에이, 아니에요
저는 뭐, 별로 한 거 없어요
그냥 뛰어다니고 인질로 잡혀 있고
(썬) 근데 무섭긴 진짜 엄청 무서웠어요
안 오실까 봐
근데 마지막 날 그거 진짜예요?
엿들었어?
아니요, 옆방에 있다가 들려서 들었어요
(썬) 솔직히 난 하나도 모르겠어요
뭐, 업로더니 다운로더니 전쟁이니
그럼, 그럼 저랑 같이 외국으로 가면요?
그럼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죠? 맞죠?
말했잖아, 난 못 간다고
왜요, 한태술 때문이에요?
둘이 무슨 일 있었어요?
하, 씨, 내가 딱 보면 알아
재선아
[잔잔한 음악]
(서해) 저기
(썬) 뭐요, 한강 대교요?
저기가 우리 집이었어, 벙커
(썬) 오, 리버 뷰였네요
그때는 다 말라 있었어
헐
(서해) 저기 보이는 거 다 불타고 부서질 거야
누구 때문이 아니야
내가 원해서 남는 거지
그럼 저 하나만 물어볼게요
핵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예요?
시그마가 핵폭탄을 터트려서
그놈 업로더 타고 온 놈이라면서요
맞아
그럼 업로더를 없애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거 만든 사람을 없애면…
(서해) 야 [어두운 음악]
[한숨]
누나답지 않게 엄청 돌아가는 거 같아요
다른 건 막 직진이면서
(썬) 누나
누나 한태술 좋아하는 거 맞죠?
[무거운 효과음]
왜요?
불편해
아니,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태술의 헛기침]
(태술) 아, 뭐야, 두 잔밖에 안 가져왔는데
마실래?
왜 저래, 쟤?
나 아까 말 안 한 게 있어 가지고
시그마 만났다고 했잖아
씁, 근데 그놈이
나를 아는 거 같아
무슨 말이야?
(태술) 걔가 그랬단 말이야
자기 기억 안 나냐고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 봤다? 근데
진짜 1도 기억이 안 나
[서해의 어이없는 한숨]
뭐, 블러핑일 수도 있고
씁, 모르겠어
블러핑이 뭐야?
야
블러핑
허세
아무것도 없으면서 막 있는 척
막, 막 대단한 척하는 거
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하고
야, 그거랑은 다르지
나는 진짜 다 아니까 안다고 하는 거고
뭐래
[무거운 음악] [피식 웃는다]
[한숨]
꼭
꼭 너랑 세상이랑 골라야 돼?
(태술) 나 그런 거 진짜 싫은데
나 원래 막 둘 중의 하나 고르는 거 진짜 싫어해
막 중국집 시켜도 난 다 시켜
너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안 할래
(태술) 씁, 이게, 하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아니, 당연히 시그마도 없애고 전쟁도 막아야지
만
네가 없어지잖아
그런 거 싫어
[한숨]
[어두운 효과음]
(태술) 씁, 뭘까?
우리가 그 집에 갈 걸 그놈은 알고 있었을까?
이 그림은?
일부러 남긴 걸까, 우리한테?
근데 그림이 좀 이상해
응? 어디가?
(서해) 여기
미래엔 이 건물들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기기 작동음]
[기기 작동음]
[기기 작동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거 뭐야?
(태술) 응? [어두운 음악]
(서해) 이거
[기기 작동이 멈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술) 나 이거
이거 본 적 있어
[잠금장치가 달칵 열린다]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난 형이 그냥 들고 다니는 건 줄 알았어
어렸을 때 본 그림이었고
시그마가 나를 안다고 했고
만났던 적이 있었던 거야
(서해) 여기에 그놈이 있다?
(태술) 응
(서해) [한숨 쉬며] 얼굴 다 확인해 봐야겠네
근데 괜찮아?
(태술) 응? 뭐가?
(서해) 흑역사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야?
오, 흑역사라는 말을 알아?
누가 알려 줬어?
썬이가 알려 줬구나?
[밝은 음악] 뭐래
그런 게 어디 있어?
원래부터 완성형 인간인데
[태술이 앨범을 사락사락 넘긴다] [헛웃음]
뭐, 그래
[태술이 숨을 후 내쉰다]
[태술의 지친 신음]
[태술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의아한 신음]
왜, 찾았어?
(태술) 아니…
얘
얘가 나 좋아했었는데
[웃으며] 그래, 송지혜, 송지혜
송지혜
얘가, 얘가 나 개구리 접어 주고 그랬어, 백 마리
[헛웃음]
[앨범을 사락사락 넘기며] 예쁘네
이제 걔한테 구해 달라고 하면 되겠네
아니, 왜 그게 그렇게 가?
(태술) 거기까지 가면 안 되지
(서해) 뭐
(태술) 아, 쯧, 강서해
[한숨]
저, 가만있어 봐, 있잖아
씁, 내가 생각을 좀 해 봤거든?
되게 과학적으로
그날, 그날에 대해서 내가 과학적으로 생각을 했다고
[잔잔한 음악]
음, 결 엇갈림 상태에서 시공간을 떠돌 때 일어났던 일들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실재라고 결론을 내렸어, 난
무슨 말이야?
바닷가에서
(태술) 우리
(서해) 야
마지막인 줄 알고 그랬던 거잖아
(태술) 응?
작별 인사였잖아, 작별 인사
[앨범을 툭 내려놓으며] 잠깐, 잠깐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아니, 미래에선 작별 인사가 그래?
응?
그렇게 진해? 미국이야?
아니면 뭐, 내가 지금 과거 사람이라서 지금 후지게 구는 거야?
너 비혼주의자라며
비혼,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너 비혼주의자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
[못마땅한 숨소리]
에잇
(서해) 찾았어
[태술의 한숨]
이거 맞지?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태술이 책자를 사락 넘긴다]
[책자를 사락 넘긴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술이 책자를 사락 넘긴다]
누가 그린 거 같아?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술의 못마땅한 신음]
이름이 없어
집에 또 하나 없어?
아, 이런 걸 누가 두 개씩 갖고 있어?
(서해) 하, 그건 그렇네
[의미심장한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서해) 여기야?
(태술) 어
전부 여기서 시작한 거야
서해 너는 핑크색 좋아하지?
뭐야, 갑자기?
아니
다이어리도 핑크색, 총도 핑크색
그 옆에 붙어 있는 뭐, 부품들도 핑크색
(태술) 하, 핵전쟁까지 72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그런 것밖에 없어서
평생 쓸데없는 짓에
시간만 낭비했네
나 뭐 했니?
이제 시간이 없어
[피식 웃는다]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
그건 찜질방에서 이미 알았지
넌 돈가스?
또? 한 세 개는 말해 줘야지
바나나
씁, 그리고
떡볶이, 엄마가 만들어 줬던
[탄성]
노래는?
BTS '봄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잔잔한 음악]
죽을래?
그만해, 이제, 왜 자꾸 물어봐?
[벅찬 신음]
안 잊어버리려고
[문이 스르륵 열린다]
(교사1) 어떻게 오셨어요?
(교사1) 생활 기록부 열람?
여기에 이름이랑 졸업 연도 적어 주세요
(태술) 아, 제가 졸업을 여기서 안 해서요
(교사1) 아, 그럼 입학 연도 적어 주세요
하, 한태술?
(태술) 예
그 한태술?
(교사1) 어머, 어머, 저, 저 완전 팬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실물로 보니까 훨씬 잘생기셨어요
[멋쩍게 웃으며] 아, 감사합니다
(교사1) 아, 제가, 아니, 저희 반 애들이 정말 팬이거든요
[교사1의 웃음]
그, 과학 그림 그리기 대회 때
애들이 전부 다 그때 비행기 구하신 그림만 그리더라고요
애들 장래 희망이 다 과학자로 바뀌었다니까요
(태술) [웃으며] 그래요?
(교사1) 뇌만 섹시하신 줄 알았더니 지덕체를 겸비하셨어요
와, 되게 신선한 표현이네요
[교사1과 태술의 웃음]
(교사1) 아, 그래요? [서해의 헛웃음]
뭐 해, 시간 없어
아, 저기, 그, 91년도 학생…
아, 여자 친구세요?
- (서해) 아닌데요 - (태술) 네
[교사1의 멋쩍은 웃음]
(교사1) 저기, 저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되죠?
- 아, 그럼요, 예 - (교사1) 아, 감사합니다
[교사1이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교사1의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 (태술) 아, 저기, 근데 저기 - (교사1) 네
SNS는 좀, 그냥 개인 소장, 예 [교사1의 탄성]
(교사1) 그럼요
와, 대박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아, 오, 감사합니다
얼른 찾아다 드릴게요
(태술) 아니요, 아니요, 저, 저 제가 직접 가서 찾으면 안 될까요?
왜…
아니, 그게 제가, 어…
그, 과거 사진에 자신이 없어 가지고
아, 알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 저, 자료실이 어디에 있어요?
아, 2층 복도 끝에 있어요
(태술) 오, 알겠습니다, 예
(교사1) 하, 감사합니다
[살짝 웃는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웃음]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휘파람]
[교사1의 웃음]
[교사1의 휘파람]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교사2의 겁먹은 신음]
조용히 해
한 번만 더 그러면 죽는다
[교사2의 겁먹은 신음]
[휘파람]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교사1의 웃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목표 대상"
[시스템 알림음] [단속국 대원들의 다급한 숨소리]
[키보드 조작음]
(우진) 용의자 확보 [문이 철컹 열린다]
주요 감시 위치에 한태술 떴습니다
[문이 철컹 닫힌다] [키보드 조작음]
여자앤?
같이 있답니다
20분 거리입니다
[태술이 숨을 후 내쉰다]
(서해) 여기 있는 거야?
(태술) 어
[태술이 숨을 씁 들이켠다]
[태술의 한숨]
[태술의 탄성]
(서해) 몇 반이었어?
(태술) 4반
아, 아, 좀 살살 해
[기록부를 사락 넘기며] 빨리 찾아
너 왜 그래?
'뇌만 섹시하신 줄 알았는데 지덕체를 겸비하셨어요'
뭐야, 지금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서해가 기록부를 사락 넘긴다]
아주 좋아 죽더구먼
[피식 웃는다]
야, 여기, 여기 들어오려면 잘 보여야 되잖아
(서해) '한태술'
'성적은 우수하나 수업에 집중을 안 하고 산만함'
'자기중심적이고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이 없음'
그렇게 썼어?
(서해) 지금이랑 똑같네
'두뇌가 명석하지만 사교성이 부족함'
'모둠 활동 참여가 저조하여 지도가 필요'…
(태술) 잠깐만
잠깐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원주) 태술아 [어두운 효과음]
(원주) 태술아
한태술, 나 서원주야!
야, 한태술!
야!
[긴장되는 효과음]
맞아
그놈이야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이1) 이 똥파리 새끼야 [퍽퍽 차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2) 더러운 응가 처먹은 똥파리 새끼야
(아이3) 이 똥파리 새끼야!
(아이2) 이 똥파리 새끼야! [아이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퍽퍽 차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1) 야, 이 똥파리 새끼야 내 옆에 오지 말라 그랬지?
(아이2) 어유, 더러워
일부러 병균 옮기려고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거 아니야?
(아이3) '파리대왕'? 넌 맨날 이런 거만 읽냐?
(아이2) 아유, 진짜
(아이3) 아, 열라 더러워
- 저 책에 침 다 튀었어 - (아이1) 아유 [아이들이 퍽퍽 찬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이 새끼랑 있으면 광견병 걸린대 [아이1의 못마땅한 신음]
(아이2) 얘네 아빠 개장수잖아
- (아이1) 아, 더러워, 똥파리 새끼야! - (아이3) 아, 더러운 똥파리 새끼야!
(어린 태술) 광견병은 사람 대 사람으로 전염 안 돼
그리고 '파리대왕'은 곤충 얘기 아니야
필독 도서인데 아직도 안 읽었냐?
(아이1) 이 병신은 또 뭐야?
(아이2) '한' 뭐였는데
한태술
(아이1) 너 말할 줄 아냐?
난 또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길래 벙어리인 줄 알았지
(아이2) 넌 공부 잘하니까 살려 줄게 [아이1의 한숨]
아, 꺼져라
안 되겠는데?
(어린 태술) 내가 이번 주 도서관 당번이라서 빌린 책은 수거해야 돼
이 고아 새끼 주제에 너도 맞고 싶냐?
뭐, 뭐야?
(어린 태술) 나트륨이랑 물
섞어 봐
섞어 보라니까
[가스가 픽 샌다]
[펑 터진다]
[아이들의 비명]
더 큰 거 터트리기 전에 꺼져
[아이들의 다급한 숨소리]
섞으란다고 섞냐?
아까 과학 시간에 배운 건데
폭발한다고 가까이 두지 말라고
(원주) 고마워
(어린 태술) 뭐가?
난 그냥 오늘 배운 거 복습한 거야
[잔잔한 음악]
[입바람을 후후 분다]
내일까지야
꼭 반납해
[원주가 크레파스를 쓱쓱 문지른다]
[개들이 왈왈 짖는다]
[문이 덜컹 열린다]
(원주 부) 아비 왔다 [문이 쾅 닫힌다]
[술 취한 목소리로] 왔어
[크레파스를 탁 놓는다] [원주 부의 힘겨운 신음]
- (원주 조모) 아이고, 애 잔다 - (원주 부) 이 새끼가 [어두운 음악]
(원주 부) [문을 쾅쾅 치며] 아비가 왔는데 인사도 안 해, 새끼야!
야, 열어
야, 이 새끼가, 이게 [겁먹은 숨소리]
[원주 부의 못마땅한 신음] (원주 조모) 술 좀 작작 처먹어!
(원주 부) [문을 쾅쾅 치며] 아, 비켜, 비켜!
[원주 조모가 말린다]
어, 문 잠갔냐? 어?
[문을 쾅쾅거리며] 야, 문 열어
안 열어? 이 새끼야! 씨
아, 이 새끼가!
[원주 조모가 말린다] 야,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일어나!
이 새끼, 너도, 놔 봐!
너도 오늘 뒈져 봐라, 어?
[겁먹은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다가오는 발걸음]
이게 뭐야?
[공책을 탁 닫는다]
(원주) 태술이 너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거 같아
(어린 태술)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나 미래를 볼 줄 알거든
내가 그림으로 그린 일은 꼭 실제로 일어나
(원주) 너는 세상을 구하게 될 거야
내가 봤어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 뭐냐니까
(어린 태술) 몰라도 돼
맨날 공책에 그림 그리잖아
그림 아닌데
그럼 뭔데?
설계도
무슨 설계도?
타임머신
타임머신?
아, 시간 여행
(어린 태술) 응
지금은 못 하지만 나중에 어른 되면 진짜로 만들 거야
[탄성]
그럼 미래도 갈 수 있어?
아니, 난 과거로만
(원주) 아, 왜?
과거는 다 아니까 재미없지 않아?
과거로 갈 거야
[어두운 음악] [옅은 한숨]
(원주) 태술아
만약에 네가 진짜로 타임머신 만들면
[책상을 탁 짚는다]
내가 제일 먼저 타도 돼?
(아이1) 아유, 진짜, 아유, 진짜 [저마다 구시렁거린다]
아유, 한 번만 더 만나면 그땐 죽을 줄 알아
[아이들이 연신 구시렁거린다]
(아이3) 아, 짜증 나, 씨
아유, 아유, 짜증 난다
(어린 태술) 요즘엔 괴롭히는 놈들 없어?
(원주) 응
- (어린 태술) 잘됐네 - (원주) 응
(어린 태술) 근데 그 멍은 왜 그런 거야?
어?
있잖아, 저번에 그거 다시 가르쳐 줄 수 있어?
터지는 거
왜?
(원주) 어?
[고민하는 신음]
그냥, 복습하려고
물이랑…
나트륨
근데 그런 건 어디서 팔아?
비싸?
글쎄
과학실 창고에 많던데?
[의미심장한 효과음]
[피식 웃는다]
[개들이 왈왈 짖는다]
(원주 부) [문을 쾅쾅 치며] 열어
[긴장되는 음악] 열어, 열어, 안 열어, 이 새끼야?
야, 너 이 문 부술 거야, 빨리 열어
좋은 말로 할 때 열어
열어!
너 인마, 어? 이런 식으로, 어?
아빠 개무시하면 너 가만 안 둔다
빨리 열어, 열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열어, 열어!
[문을 덜컥거리며] 야, 빨리 열어, 야, 인마
[원주 부의 힘주는 신음]
야, 너 이제 뒈졌어!
[긴장되는 효과음]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교사3) 서원주
서원주
서원주 결석했어?
한태술
(어린 태술) 네
(교사3) 너 원주랑 친하지?
아니요
둘이 맨날 집에 같이 갔잖아
(어린 태술) 걔가 따라온 건데요?
- (교사4) 선생님 - (교사3) 윤 선생
다들 자습하고 있어
[문이 스르륵 닫힌다] [시끌시끌하다]
(아이1) 얘들아, 얘들아, 모여 봐 봐, 모여 봐
너 그거 들었냐?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광견병네 집에 불났대
어제 펑 하고 터지는 소리 못 들었어?
(아이3) 진짜야?
(아이2) 응, 걔네 할머니랑 아빠랑 다 죽었대
개들도 다 불타 죽었대
(아이3) 진짜? [아이들이 호응한다]
(원주) 나 미래를 볼 줄 알거든
내가 그림으로 그린 일은 꼭 실제로 일어나
(아이들) 펑!
[의자가 드르륵 밀린다]
[어린 태술이 달그락거린다]
[부스럭거린다]
[어두운 효과음]
[원주의 웃음]
(원주) 이제
조용해
[긴장되는 음악]
조용해서 너무 좋아
너 무슨 짓 했어?
네가 가르쳐 줬잖아
너랑 똑같이 한 거야
(어린 태술)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마
[어두운 효과음]
빨리 경찰서에 자수해
왜?
너랑 똑같이 했는데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돼?
네가 시켰잖아!
내가 언제, 이 미친놈아!
(어린 태술) 꺼져!
[거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헛웃음]
뭐라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꺼지라고!
[웃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그 눈
너도 다른 애들이랑 똑같아
[종이를 바스락 구긴다]
(원주) 다 죽여 버릴 거야
[음산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처음으로 타겠다고
뭘?
업로더
[쾅 소리가 울린다]
[함께 놀란다]
[긴박한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태술의 놀란 신음]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서해의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함정이야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그마) 태술아
[긴장되는 효과음] 놀자
[긴박한 음악]
태술아!
놀자!
한태술!
미친놈
(시그마) 놀자!
한태술!
[긴장되는 음악]
(시그마) 태술아, 놀자!
태술아, 놀자!
한태술!
[감성적인 음악]
(태술) 서해야, 이런 순간이 오면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었어
[스파크가 지직거린다]
(에디) [버럭 하며] 밖에서 지금 얼마나 난리들인 줄 알아?
태술이는 이걸 혼자 했다고
(봉선) 회장님, 싸우지 마세요
시그마 못 이겨요
(서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박 사장) 그놈들 다 건너온 놈들이야, 선발대
[어두운 효과음]
(태술) 서해야, 안 돼
[웃음]
(박 사장) 너희들 지금 그놈 시나리오에 그냥 그대로 말리고 있는 거야!
오늘은 그냥 가자, 아직 기회는 있어
(서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어
.시지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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