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13
(시그마) 태술아, 놀자
[어두운 음악]
태술아, 놀자!
한태술!
(시그마) 태술아, 놀자
(태술) 뭐야?
단속국이야
이젠 대놓고 같이 다니시겠다고?
[태술의 헛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서원주?
이제야 기억이 나?
아, 실망이다 난 한 번도 너 잊은 적 없는데
(태술) 야, 미안하다, 야
학교 다닐 때 네가 워낙 존재감이 없었어서
(시그마) 그래도 조금은 기억할 줄 알았지
우리 꽤 친했잖아
글쎄다?
난 너랑 친했던 기억 1도 없는데
(태술) 그냥 네가 나 따라다녔던 거 아니야?
[혀를 쯧 찬다]
옛날얘기니까 너무 상처받진 말고
(태술)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도 많은데
좀 혼자 오지 그랬냐, 이 새끼야
[무전기 작동음] (무전 속 현승) 경고 사격
[총성] [태술의 놀란 신음]
저격수야, 고개 숙여 [태술의 못마땅한 신음]
[무전기 작동음] 진입할까요?
(시그마) 아니야, 아니야, 나 혼자 들어간다
(현승) 예, 저격수로 엄호하겠습니다
씁, 오늘 예정이 어떻게 되지?
말씀 나누시다가 놈들이 막다른 길에 몰리면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래, 어디야?
[긴장되는 음악]
아, 어디냐고
[통화 종료음]
[헛웃음]
끊어 버리네?
[웃음]
(시그마) 태술아
어디 어디 숨었니?
여긴가?
간다
[이를 악물며] 잡으러 간다
잡히면 죽어
살벌하네
잘 숨어
[태술의 긴장한 숨소리]
오늘은, 오늘은 잡히거나 그런 거 아니지?
- 몰라 - (태술) 어?
우선 서원주를 찾아서 빨리 없애면 우리가 이겨
근데 거기, 거기 가도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우선 빠져나가자
(태술) 오케이, 오케이
[어두운 효과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총성]
[흥미진진한 음악] [총성]
[서해의 놀란 신음] (태술) 아, 저 새끼, 씨
(무전 속 현승) 타깃 현재 1학년 3반에 있습니다
(시그마) 3반!
[피식 웃는다]
근데 지금까지 뭐 했어? 저번에 시그마 만났다며
아, 진짜 완전 옛날 일을 어떻게 다 기억해?
(서해) 맞는다,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했었지?
[태술이 구시렁거린다] (시그마) 한태술
[놀래는 신음]
조심해!
[총성이 연신 울린다]
[태술의 힘겨운 신음]
[서해의 힘주는 신음]
[시그마의 옅은 웃음]
(시그마) 태술아
너 진짜 하나도 안 변했더라
[웃음]
너보다 못나고 머리 나쁜 인간들
머릿속 저장 공간이 아깝다는 듯이 싹 지워 버리잖아
[어두운 음악]
(시그마) 네 눈에는 다 엑스트라 같지?
행인 1, 2, 3
학생 1, 2, 3
근데 있잖아
그 사람들 중에 누가 있을지 모른다고
운명의 상대가 있을지
세상을 멸망시킬 나쁜 놈이 있을지
그러니까
사람을 그딴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
그 말이야
(현승) 저, 어떻게 할까요?
예정대로 하는 거지, 뭐
(태술) 아, 미치겠네, 진짜
[태술의 가쁜 숨소리] (서해) 아, 왜 여기로 숨었어?
(태술) 아, 숨을 데가 여기밖에 없었잖아 앞엔 다 막혀 있고
(서해) 아, 너희 학교잖아
(태술) 아, 그래, 우리 학교인데
아, 전학 많이 다녀서 헷갈렸어
[서해의 한숨]
이거, 이거
아무래도 오늘 안 될 거 같은데?
[서해와 태술의 가쁜 숨소리]
진정해, 서해야
(서해) 기다리면 잡혀
준비됐어?
(태술) 아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
놈들은 널 못 죽여
우리가 나가도 바로는 못 쏠 거야
내가 먼저 나갈 테니까…
(태술) '나갈 테니까' 그다음엔?
[의미심장한 음악]
왜 그래?
(서해) 이상하잖아
(태술) 뭐가?
왜 안 들어오지?
[어두운 효과음]
(서해) 기다리고 있어,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왜지?
그러네
[의아한 숨소리]
설마
저번에…
우리가 나갔으니까
그래서 기다리는 거야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 안 되니까
[시그마의 한숨]
(태술) 서해야
[망설이는 숨소리]
저, 이런 순간이 오면 꼭…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었어
[태술의 떨리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야, 야, 지금 이럴 때가…
(태술) 쉿, 쉿
잠깐만
잠깐만 버티고 있어 봐
[흥미진진한 음악]
[태술이 사각거린다]
[태술의 힘주는 신음]
2020
10월 28일
씁, 현재 시각이
15시 50분
- (태술) 15 - 뭐 하는 거야?
15시 50분
그, 스티븐 호킹이라는 아저씨가 있었어
호킹 복사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인데
이 블랙홀에서, 음…
(태술) 아무튼 그,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그, 아무도 모르게 파티를 준비한 다음에
초대장을 써서 전국 여기저기에 싹 다 뿌린 거야
그리고 딱 그 시간에 맞춰서 파티를 한 거지
만약에 진짜로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나중에 그 초대장을 보고 사람들이 거기로 올 거라면서 말이야
그럼 이걸 보고 누군가 미래에서 널 구하러 온단 얘기야?
(태술) 응
[시그마의 헛웃음]
(시그마) 아, 왜 이렇게 안 나와?
[긴장되는 음악]
(시그마) 실례합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태술의 힘주는 신음]
(태술) '자, 2020년 10월 28일 15시 50분'
'한태술, 강서해 이곳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하다'
'도와주세요'
됐어, 오케이
그래서? 왔대?
(태술) 응?
[총성]
[의미심장한 효과음]
(시그마) 무슨 일이야?
[무전기 작동음] (현승) 뭐야? 보고해 봐
(무전 속 단속국 대원1) 상황 파악 중입니다
[총성이 들린다]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시그마) 아, 뭐야?
(태술) 쉿
[총성] [단속국 대원들의 신음]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무전 속 단속국 대원2) 저격수…
저격이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유리창이 쨍그랑 깨진다]
(현승) 위험합니다, 가셔야 돼요
[총성]
왔나 봐
(서해) 어?
(태술) 왔나 봐
[캐비닛이 드르륵 밀린다]
바뀌었어
누가 온 거지?
[무전기 작동음] (무전 속 남자1) 회장님
[긴장되는 효과음]
회장님!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무전기 작동음] 누, 누구세요?
(무전 속 남자1) 동쪽 출구로 나오세요 차 대 놓겠습니다
[태술이 무전기를 툭 내려놓는다]
(태술) 뭐야, 저거 내 차인데?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가쁜 숨소리]
타세요
(태술) 봉선…
[피식 웃는다]
[벅찬 숨소리]
여봉선
(봉선) 회장님
(태술) 이 새끼
[봉선과 태술의 벅찬 숨소리]
야, 어떻게 된 거야?
[태술이 피식 웃는다]
봉선아
[울컥하는 신음]
[웃음]
[봉선의 힘겨운 신음]
봉선아, 괜찮아?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바람이 휭 분다]
전기예요?
(봉선) 등유, 밀수로 다 들어와
[봉선이 달칵거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서해) 왜 우릴 도와주시는 거예요?
전쟁
어떻게 막을 거냐고
벡스코에서 한태술
왜 구하려고 했어?
제가요?
회장님 저격당하기 직전에 네가 엎드리라 그랬어
나 그날 총 맞고 식물인간 된 놈이야
그 뒤로 내내 기분이 별로니까
솔직하게 말 안 할 거면 집에 가
빨리 말해
편지를 찾았어요
부산으로 가라고 쓰여 있었어요
한태술이 저격을 당할 거라고
과거와 미래가 몇 번이고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전쟁을 꼭 막으라고
누가 보낸 거야?
믿을 만한 사람이야?
누가 보낸 거냐고
저요, 무덤에서 찾았어요
어디?
마포 병원이요
한강 대교 북쪽 군부대 있는 곳
됐어요?
근데 왜 전쟁이 또 났지?
[한숨]
이번에는 막을 거예요
이번에는…
[총을 달그락거린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봉선) 지방은 어떤지 나도 몰라
수도권 쪽은 시그마가 싹 다 먹었어
너희들 쫓던 그 양아치 놈들도 다 시그마 점조직이야
[봉선이 달그락거린다]
놈들을 건드렸으니 업로더 타기 어려울 거야
그럼요?
5호선 선로를 쭉 따라 아차산역까지 가면
지하에 업로더 벙커가 있어
[동기가 총을 탁 집는다]
[봉선이 지퍼를 직 잠근다]
역사 지하에 업로더로 가는 통로가 있다, 알려 줄게
(동기) 왜 알려 주는 거지?
이 애가 회장님을 구했으니까
같이 안 가세요?
아니
왜요?
난 거기서 죽었으니까
회장님을 못 지켰어
가 봤자 소용없을 거야
그래도…
쫓아오는 놈들이 붙을 거야
내가 막을 테니 최대한 빨리 가라
[어두운 음악]
[한숨]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동기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동기) 전쟁이 나고 다 이리로 내려왔어
유사시엔
지하철을 방공호로 썼거든
(서해) '유사시'가 뭐야?
(동기) 갑자기 어떤 큰일이 벌어지는 거?
'방공호'는?
[동기의 고민하는 신음]
(동기) 우리 벙커 같은 거
[서해의 탄성]
[극적인 음악]
(동기) 거의 다 죽었을 거야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으니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아빠는?
(동기) 난 아까 마셨어
[시원한 숨소리]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안 돼
시내는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서해가 수통을 툭 내려놓는다]
얘기 하나 해 줄까?
옛날에
너 태어나기 전에
네 엄마가 아이를 갖자고 할 때
사실 난 반대했었어
(서해) 헐
나 하나 앞가림하기도 힘이 드는데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게
못 할 짓인 거 같더라고
그런데 너를 낳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지더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서해가 '아빠' 한번 부르면
[웃음]
그냥 다 괜찮아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아,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동기) 근데 아빠는 너 때문에 매일매일 웃을 수 있는데
아빠는 서해한테 내가 받은 만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어
경찰은 너무 박봉이거든
'박봉'이 뭐야?
[웃음]
월급이 너무 적다고
[탄성]
[살짝 웃는다]
다른 부모들처럼 번듯하게 제대로 못 해 주면 마음이 찢어지고
(동기) 아빠 머리 닮아서 공부 못하면 어쩌나
[피식 웃는다]
나중에 취직 못 해서 속상해하면 어떡하나
언젠가 갑자기 웬 이상한 놈 하나 덥석 데리고 와서
남자 친구라고 하면 어떡하나
(서해) 에이
(동기) 걱정하고 또 걱정하고
[한숨]
그런데 그런 걱정 할 때가
지금보다 더 좋았네
다 아빠 잘못이다
그게 왜 아빠 잘못이야?
서해야
한 가지만 약속하자
뭐?
가더라도
한태술은 만나지 마, 절대
[다가오는 발걸음]
(동기) 가자
[어두운 음악]
[저마다 철컥 장전한다]
[긴장되는 음악]
지하로 가랬잖아
지하에서 포위당하면 끝장이야
(서해) 바로 저기야
흩어져서 가자
[철컥 장전한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군인1이 포를 철컥 장전한다]
아빠!
[포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서해) 아빠, 괜찮아?
아빠 괜찮아, 어서 가!
[비장한 음악] [총성이 연신 울린다]
[총성]
(동기) 앞에서 만나자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포성]
[서해의 힘겨운 신음]
[먹먹한 효과음]
[서해의 거친 숨소리]
[남자2의 기합] [서해의 비명]
[긴박한 음악]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총성이 연신 울린다]
[총성]
[총성]
[군인2가 털썩 쓰러진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가 방아쇠를 달칵거린다]
[총을 탁 내던진다]
[서해의 힘겨운 신음]
[서해의 기합]
[군인3의 힘주는 신음]
[총성] [군인3의 신음]
[총성이 연신 울린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서해의 긴장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폭음]
[서해가 콜록거린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어두운 음악]
[철컥 장전한다]
[총성이 연신 울린다]
[총성] [군인4의 신음]
클리어
[기름이 조르르 흐른다]
[무거운 음악]
(서해) 전쟁이 아니었으면 우리
이러고 있지 않았을 거야
가
빨리 가!
[기어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가자, 우리도
여기 맞아?
(동기) 글쎄
[물이 찰랑거린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물이다
[콜록거린다]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빠, 여기 뭐야?
수영장
[의미심장한 효과음]
(동기) 저 반대쪽으로 어서 나가자
밖에는 마실 물도 없는데
신경 쓰지 마
(시그마) 그래서 내가 말했단 말이지
'한태술'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야? 세상이야?'
[웃으며] 그랬더니 이 새끼가 눈물을 질질 짜는데
(동기) 서해야
강서해
(군인5) 손 머리!
- (군인5) 손 머리! - (군인6) 손 머리!
- (군인5) 손 머리! - (군인6) 총 버려!
- (군인6) 총 버려! - (군인5) 버려
[긴장되는 음악] [군인5의 신음]
[동기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긴장되는 효과음]
어라?
[총성]
[사람들의 비명]
[문발이 잘그랑거린다]
[문이 철컹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봉선) 옛날에는 사람 많은 거 차 막히는 거 엄청 싫어했는데
미래엔 차가 없어요
[콜록거린다]
야, 봉선아, 괜찮아?
[봉선이 숨을 고른다]
놔두세요
어차피 오래 못 가요
넘어올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어
깨어났는데
전쟁 나고 나라가 아예 없어져 버렸더라고요
갑자기 그렇게 돼서
처음에 회장님 원망 많이 했어요
미안하다
[피식 웃는다]
나중에 알았어요
회장님이 시그마랑 싸우신 거
연명 치료 계속하게 해 주신 거
[태술의 한숨]
(봉선) 회장님 흔적을 쭉 따라갔어요
집
회사
초등학교
거기서 찾았어요
메시지요
[봉선이 콜록거린다]
[봉선의 떨리는 숨소리]
회장님
(태술) 어
싸우지 마세요
시그마 못 이겨요
무덤을 봤어요
회장님이랑 저 여자애 무덤
알아
도망가세요
[떨리는 숨소리]
이번엔 안 죽을 거야
알잖아, 너
내가 못 푸는 문제가 어디 있냐?
[무거운 음악]
(봉선) 시그마는 다 알아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봉선이 콜록거린다]
[태술의 애타는 숨소리]
(태술) 봉선아
[봉선의 힘겨운 숨소리]
(봉선) 진짜 이기고 싶으세요?
그럼
죽게 되더라도?
[부스럭거린다]
(태술) 뭐야, 이게?
진짜 마지막에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여세요
[한숨]
예쁘네
[거리 소음이 요란하다]
(봉선) 다시 보고 싶었어요
[봉선의 떨리는 숨소리]
회장님
저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당황하며] 봉선아
[지직거린다]
야, 봉선아
(태술) 야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봉선아, 봉선아
봉선… [태술의 혼란스러운 숨소리]
[태술의 답답한 숨소리]
[혼란스러운 숨소리]
[한숨]
[떨리는 숨소리]
[울컥하는 숨소리]
[썬의 한숨]
오빠, 엄마가 들어올 때 고추장이랑 된장 좀 많이 사 오래
(썬) 그거 다 한인 마트에 판다면서
(고은) 에이, 비싸잖아
하, 알았어
(고은) 눈썹 칼은 샀어?
아, 맞는다, 야, 아직
(고은) 야, 그거 꼭 사 오라니까
여기 그게 없더라고
(고은) 하, 미국 애들은 눈썹을 뭘로 다듬는 거야?
아, 그리고 로드 숍 가서 쿠션이랑 틴트 좀 털어 와
쯧, 알았어
[썬의 한숨] 너 오긴 올 거지?
아, 아이, 그럼, 당연하지
(고은) 언제 올 건데?
하, 너 그 언니 때문에 못 오냐?
아니야, 나 할 일 있다니까
오빠, 내가 충고 하나 할까?
아니, 하지 마
너 내가 여자로서 말해 주는데
그 언니 너 안 좋아한다
안 물어봤거든?
너한테 마음 1도 없어, 알지?
(고은) 그냥 네가 너무 막 들이미니까 곤란하고 불쌍하고
그래서 딱 잘라 거절을 못 하는 거야
너 자꾸 그렇게 들이대는 것도 민폐다
아유, 씨, 자식이 진짜
아, 팩폭 그만해라
(고은) 아, 그러니까 그만 호구 잡히고 빨랑 들어오라고
[음 소거 효과음] *신아
한국에서 뭔 일 날 거 같으니까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미국 대사관에서 한국 전쟁 날지도 모른다고
미국 사람 다 들어오라 했대 [도어 록 조작음]
[고은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엄마 왔다
엄마 네 얼굴 보면 또 난리 난다 [문이 달칵 닫힌다]
(고은) 오늘 당장 비행기표 사서 인증 숏 보내
안 보내면 죽는다
[통화 종료음]
[한숨]
[한숨]
[기기 작동음] [어두운 음악]
[기기 작동음]
[연구원들이 웅성거린다]
[에디의 거친 숨소리]
됐던 거잖아
밖에서 지금 얼마나 난리들인 줄 알아!
[에디가 신문을 탁 패대기친다]
(연구원) 지금 관련 자료를 전 회장님께서 다 폐기를 시키셔서…
같이 만들었으니까 다시 만들면 될 거 아니야!
너희들은 70명이잖아!
[에디의 거친 숨소리]
태술이는 이걸 혼자 했다고
이걸 혼자 설계했다고!
15살 때 연필로!
[에디의 거친 숨소리]
왜? 어?
뭐!
(태술) 야, 그렇게 급하면 네가 하면 되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그렇게 빽빽 소리만 지르지 말고 네가 해
태술아
(태술) 아, 뭐, 못 하려나?
[당황한 숨소리]
(에디) 야, 네가 왜 거기 있어, 어?
(비서) 회장님
[거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에디의 혼란스러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에디의 혼란스러운 신음]
[연구원들이 웅성거린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에디가 숨을 들이켠다]
오랜만이야
마지막이라고 해서 온 거야
술 마셨어?
[숨을 들이켠다]
태술이 처음 봤던 때가 포닥 준비하던 때였어
연구실에서 자료 정리하고 있는데 교수들이 얘기하더라고
조기 입학 해서 들어온 애가 있는데
[피식 웃는다]
입학하자마자 논문 통과가 됐다고
나
8년
걸렸어
[에디의 씁쓸한 웃음]
(에디)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게 뭔지 알아?
남들이 태술이 시기하고 질투할 때 걔랑 같이 일한 거
남들이 걔 말 아무도 안 믿을 때 걔 말
믿은 거
[숨을 들이켠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한숨]
좀 지쳐서
[한숨]
[무거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아, 그러고 보니 태술이는
너랑 결혼도 할 뻔했네
[에디의 한숨]
이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숨을 들이켠다]
하기 싫다
태술이보다 잘하고 싶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한테 물어봤었지, 저번에?
알고 싶으면 나랑 어디 좀 같이 가
(서진) 근데 명심해
같이 가면
되돌릴 수 없어
[어두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한숨]
(봉선) 회장님
저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지직거린다] (태술) 야, 봉선아, 야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케이스를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태술) 여보세요
(동기) 그, 말씀하신 서원주라는 사람 알아봤는데
주민 등록이 말소됐더라고요
(태술) 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근데 정보과에 문의를 해 보니까
저작권 신탁 등록을 하려고 예명을 신청해 놨더라고요
저, 이름이 뭡니까?
서길복이요, 서길복
[의미심장한 음악] [통화 종료음]
서길복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 아유, 저거 또 왔네, 저거
자기 집이야, 집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형사) 피해자 측에서 선처는 없다고 했습니다
(형사) 직업이 화가
표현력이 아주 좋아
악플이 차져
야, 인마 피해자가 얼마나 괴롭겠어, 어?
어떻게 한 사람한테 7년 동안 악플을 다냐?
A4 용지로 5천 페이지가 넘는다고, 이 새끼야
너 연예인들 자살하는 거 못 봤어?
악플은 살인이야, 이 새끼야!
죄송합니다
(형사) '한태술이 날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어'
아, 너희 둘 아는 사이지?
(길복) 예
야, 야
한태술이는 나도 알아, 이 새끼야
(형사) 전 국민이 다 안다고
너 혹시 정신병력 있어?
병원 가서 진단서 떼 오면은 정상 참작 가능할 수도 있다
죄송합니다
[한숨]
(형사)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았고
2016년에 벌써 훈방 조치 한 번 됐었네
[어두운 음악] [형사가 서류를 사락 넘긴다]
어쨌든 이번에 그, 피해자 쪽에서 절대 선처 없다고 했으니까
너 재판까지 갈 거야
실형 나올 수도 있어
반성문 써 가지고 와 빨간 줄 안 가려면
(길복) 반성합니다
저는 지난 201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퀀텀앤타임 한태술 회장님께 악플을 달았고
2016년 훈방 조치 이후에도 악플 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정과 오해로 분을 이기지 못해 악플을 달았고
이에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한숨 쉬며] 사과드립니다
(아이) 엄마!
(길복) 반성합니다
퀀텀앤타임 한태술 회장이 젊은 나이에 성공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고 인기도 많으셔서
제가 그것이 부러워서 악플을 달았습니다
제가 속이 좁고 치졸했습니다
(길복) 반성합니다
제가 한태술처럼 공부도 못하고 능력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판사님께도 죄송하고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어머니께도 죄송합니다
한태술처럼 떨어지는 비행기도 고치고 돈도 잘 벌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길복의 힘주는 신음]
반성합니다
태술이처럼 제가
잘나지 못해서 내가 미안하다
너희들 눈
그런 눈으로 사람 쳐다보지 마
(길복)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현승) 일이 틀어져 죄송합니다
차후 일정은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시그마) 아니, 괜찮아
어차피 금방 놓칠 거였는데, 뭐
과정이 어떻게 변하든 결말은 항상 내가 이긴다잖아, 응?
[피식 웃는다]
그럼 이제 택배 도착할 때인가?
아, 나 진짜 그거 해 보고 싶었는데
아, 재밌겠다, 어?
[시그마의 웃음]
오늘 며칠이지?
10월 29일입니다
(시그마) 응
난 말이야
나만 죽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어 이 뭣 같은 삶이
그래서 죽으려고 검색 좀 해 봤지
목매는 게 제일 싸더라고
웃기지?
돈 많은 놈들은 총이든 약이든 사서 곱게 죽을 텐데
없는 놈들은 끝까지 가성비 따지고 앉아 있으니
죽으려고 각오는 했는데
아휴
그래도 무섭더라고
[문이 덜컹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시그마) 그래서 한 명만
[의미심장한 음악]
이 세상에 딱 한 명만
나보고 죽지 말라는 사람 있으면
관두려고 그랬지 [가게 주인이 계산기를 탁 집는다]
[계산기 조작음]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때 누군가 날 말려 줬더라면
17,500원요
[가게 주인이 바스락거린다]
(시그마) 아마 세상은 [동전을 잘그랑거린다]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기기 작동음]
[마우스 클릭음]
어때?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 잘만 돌아가는데
(빙빙) 분명히 다운로더 열려 있는데 48시간 동안 아무도 안 왔어요
[놀라며] 업로더가 닫힌 거 같아요
[시스템 알림음]
(박 사장) 응, 온다
좌표가 어디야? [키보드 조작음]
여기요
(빙빙) [놀라며] 우리 마트요
(박 사장) 뭐?
[기기 전원음]
[경보음이 울린다]
(선호) 뭐예요?
나도 몰라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박 사장이 총을 탁 꺼낸다]
[기기 작동음]
(박 사장) [헛웃음 치며] 뭐야?
이게 다야?
저게 다인 거 같아요
[박 사장의 한숨]
[박 사장이 연장을 탁 집는다]
[선호의 다급한 신음]
- 열지 말죠 - (박 사장) 비켜
[박 사장의 힘주는 신음]
건너온 건 다 내 거야, 이 자식아
[박 사장의 웃음]
[박 사장의 힘주는 신음] [슈트 케이스가 탁 열린다]
[박 사장의 웃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괴로운 신음]
[선재가 코를 훌쩍인다] [선호의 힘겨운 신음]
(빙빙) 이, 이게 뭐예요?
(박 사장) 아놔
[길복의 거친 숨소리]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무거운 음악]
[울컥하는 신음]
죄송합니다
(길복)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분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길복이 숨을 고른다]
[흐느낀다]
[분한 신음]
[거친 숨을 고른다]
[휴대전화 진동음]
[당황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네, 전화받았습니다
(큐레이터) 톡 확인 안 했어요?
일이 있어 가지고…
(큐레이터) 그림 팔렸어요
(길복) 예? [의미심장한 음악]
(길복) 무슨 그림…
(큐레이터) 자화상 있죠? 그거요
아, 그, 전시회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큐레이터) 네, 근데 길복 씨 그림 찾아서 사시겠다는 분이 계셔서요
[길복이 흐느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길복 씨?
유명하신 분이에요, 아마 아실 텐데?
(길복) 어…
[벅찬 신음]
누구신데요?
(큐레이터) 퀀텀앤타임 회장님 아시죠?
한태술 회장님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 종료음]
[당황한 숨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긴장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달칵]
[긴장되는 효과음]
한태술
[긴박한 음악] [길복의 놀란 숨소리]
(서해) 서원주, 손 올리고 무릎 꿇어
(길복) 무…
[서해가 길복을 탁 잡는다] [길복의 힘겨운 신음]
[문이 쾅 닫힌다]
[길복의 힘겨운 신음]
[아파하는 신음]
손 올리고 무릎 꿇어
(길복) 무슨…
[총성]
태술아, 태술아, 내가 미안하다!
저기, 내가 악플 단 거 그거 내가 잠깐 미쳐 가지고…
[겁먹은 숨소리]
지금 뭐라는 거야?
모르겠어
(길복) 태술아, 태, 태, 태술아, 태, 태
태술아, 네가 나 그림 사 줬다고…
너 찾으려고 산 거야
빨리 끝내자
[음산한 효과음]
어, 자, 잠깐, 잠깐, 잠깐
지금 너한텐 아무 감정 없어
근데 앞으로 네가 하는 일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태, 태술아, 너 지, 지금, 지금 장, 장난하는 거지, 지금?
(길복) [울먹이며] 어? 나 반성문 썼어, 반성문
내가 다시는 안 그럴게, 진짜 미안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서해가 달칵 장전한다]
(태술) 서해야, 왜 그래? [긴장되는 음악]
[서해의 떨리는 숨소리]
(서해) 이상한 게 보였어
뭔데?
뭔가 잘못됐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길복의 겁먹은 숨소리]
줘, 내가 할게
(길복) [울먹이며] 태, 태술아, 태술아
너 조용히 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에디) 병원이잖아
오자는 데가 여기였어?
모임이 있어
무슨 모임?
어,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뭐, 그런 거야
여기서?
어
난 분명히 말했어
한번 들어가면 되돌릴 수 없다는 거
따라와
[어두운 음악]
[한숨]
[가스가 쉭 나온다]
[긴장한 숨소리]
[홍채 인식음]
[수감자들의 힘겨운 신음]
[혼란스러운 숨소리]
뭐 해, 빨리 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웃음]
(남자3) [술 취한 목소리로] 아이, 내 말이
야, 김 총리
너 너무 눈치 보면 안 돼, 티 난다고
(남자4) 아유, 예, 의원님
그, 적당히 싸우다가
막판에 화해 모드 가는 걸로 얘기 다 끝내 놨습니다, 어? [남자3의 웃음]
참, 하, 나, 씨, 내가 의원 하고
네놈 총리 시켰어야 했는데 말이야, 어?
[남자4의 웃음] (남자5) 에이그, 씨
저거, 저, 저, 총리가 제일 높다고 네가 하겠다고 우겼잖아
(남자4) 아무것도 못 하는 자리인 줄 내가 알았나?
[사람들의 웃음]
[시끌시끌하다] [문이 쾅 닫힌다]
(에디) 아니, 저, 저 사람 총리 아니야?
(서진) 맞아
(에디) 하, 경제부 장관, 국토부 장관
민주당 김 의원이랑 한국당 홍 의원은 사이가 안 좋…
[사람들의 웃음]
[시끌시끌하다]
[사람들이 침묵한다]
[시그마가 입소리를 쩝 낸다]
[긴장되는 효과음]
(시그마) 미사일 떨어지는 순간에
아무도 하늘 안 쳐다보게 해야 돼
[무거운 음악] 자기들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다가 어떻게 죽는 줄도 모르게
불꽃놀이도 그렇잖아
펑펑 터지는 것만 보이지 어디서 쏘는 건지는 아무도 몰라
펑
펑펑
펑
여기 있는 사람들 내가 일등석에서 다 관람하게 해 줄게
지난번엔 다들 감방에 갇혀서 못 봤으니까
[사람들의 웃음] 이번엔 제대로 봐야지
(에디) 미사일이라니?
태술이가 했던 말들 다
진짜야?
저 사람 누구야?
시그마
[어두운 효과음]
(시그마) 아, 김 선생, 기다렸어요
(서진) [살짝 웃으며] 늦었습니다
우리 다 왔나?
(남자6) 박 사장이 안 왔어요
걘 제명이야
(시그마) 우리 김 선생 옆의 친구가…
아, 이름이…
에디 김이라고 합니다
에디 김, 그래, 에디 김
업로더 만드는 우리 에디
(시그마) 영광입니다
자, 다 같이 환영의 박수
[시그마의 웃음]
[라디오에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기자) 서울 27도로
수도권은 어제보다 2도에서 4도가량 높겠습니다 [박 사장의 한숨]
(빙빙) 이거 꼭 갖다줘야 돼요? [라디오 속 기자가 계속 말한다]
자기가 찾으러 오라 그러면 안 되고요?
아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직접 봐야지
[박 사장이 혀를 쯧 찬다]
(박 사장) 뭘 안다고, 씨
(라디오 속 앵커) 다음 주 미국 순방을 앞두고
대통령은 국무 회의에서 국무총리 이하 각 부처 장관에게
국정 공백이 없도록…
(박 사장) 아유, 시끄러워, 씨
[라디오가 꺼진다] 뻔한 얘기
[한숨]
쩝, 야, 빙빙아
내가 아주 그냥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
세상 사람들이 나랏돈 받아 처먹는 놈들
죄다 도둑놈들이라 그러잖아
뭐, 국무총리, 부총리 총리, 국회 의원
근데
[웃음]
그 말 사실이야
[박 사장의 헛웃음]
그놈들 다 건너온 놈들이야, 선발대
우리들은 감방에 있어 가지고 건강했거든
그놈들 전부 다 유치장에서 있던
아주 그냥, 아주
아주 도둑놈의 새끼들이야, 아주 그냥
아유
왜?
아니, 도둑놈들이라고…
그래, 도둑놈들
(시그마) 여러분
(시그마) 보실 게 있습니다
틀어 봐
[의미심장한 음악]
[영상 속 태술의 긴장한 숨소리]
태술이잖아
(서진) 가만있어
말했잖아, 되돌릴 수 없다고
[에디가 침을 꿀꺽 삼킨다]
(시그마) 나네?
[시그마가 피식 웃는다]
내가 저 때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어?
[시그마와 현승의 웃음]
[웃으며] 아이고
[탄성]
[흐느끼며] 태술아, 왜 그래? 그만해
(태술) 너 조용히 해
[흐느낀다]
괜찮아?
[긴장한 숨소리]
[결연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연신 흐느낀다]
(시그마) 그만해, 한 회장, 어?
[긴장되는 음악]
[시그마의 웃음]
(시그마) 아, 잘 지내셨습니까?
[웃음]
[시그마의 탄성]
(시그마) 내가 옛날 그때 너무 당황을 했어
네가 나 어떻게 찾아왔나 뭐라 주절주절 떠들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시그마) 왜 말이 없어?
아니, 그냥
[가쁜 숨소리] (태술) 목소리 들으니까 반가워서
지금 물어봐도 되지? 나 어떻게 찾아왔나
그림
(태술) 네가 평생 딱 한 점 판 그림
그거 내가 산 거거든
[탄성]
그림 사고 후원 좀 하겠다니까 바로 주소 나오던데, 뭐
[탄성]
혹시라도 뭐, 착각할까 봐 하는 말인데
(태술) 잘 그려서 산 건 아니야
평도 별로였고
[피식 웃는다]
아니, 태술아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야?
조용히 해
(태술) 네 그림을 내가 평론가들한테 한번 쫙 돌려 봤거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얼마나 잘 그렸나
(태술) 지금 내 핸드폰에 평 받은 거 있는데 한번 읽어 봐 줄까?
궁금해할 거 같아서
(태술) 하나씩 읽어 줄게
'솔직히 썩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태술) '캔버스도 고급이고 유화에 물감도 고급이지만'
(태술) '터치는 좀 조악한 것 같다'
'작가에게 재료도 매우 중요하지만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연습 좀 해야겠다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태술) '색도 단조롭고 무엇보다 빛도 잘 못 쓰는 거 같다'
'전업 화가의 솜씨는 아니다'
'대학 전공자 수준이다' [피식 웃는다]
(길복) 그만해, 그만
(태술) '콘셉트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태술) '상상치고 묘사가 정밀하다'
근데 상상이 아니라 보고 그린 거잖아
이건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또 있어
(태술) '키치풍인 것 같다'
뭐, 별로란 말이야
씁, '그리고 비하의 의미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이발소 그림 같다'
아, 비하하는 거네
'열심히는 그린 것 같다'
야, 유일한 칭찬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하라고
(태술) 여기서 지금 내가 널 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거기서 네가 뿅 하고 사라지나?
넌 날 못 쏘지
못 쐈으니까 내가 여기 있지 [어두운 음악]
아, 그래?
그럼 한번 보자고, 어떻게 되는지
(시그마) 형 만났다며?
[어두운 효과음]
간단하게 말할게
한태산이 과거에 숨어들었으면
현재 어딘가에 한태산의 몸이 있겠지, 그렇지?
(시그마) 아마 우리 애들이 잘 돌보고 있을 거야
(시그마) 지금 나 살려 주면 그 여자애처럼 네 형
도로 데려올 수도 있잖아
왜 그래?
(시그마) 아, 맞는다, 오늘 네가 나 죽이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어
[떨리는 숨소리]
지금 나 쏘면 그 여자애도 뿅 하고 사라질 텐데
[피식 웃는다]
할 수 있겠어?
[시그마의 웃음]
(시그마) 마음의 준비가 돼 있냐고
[무거운 효과음]
영원히 헤어질 준비
그래, 아직 시간 많잖아
작별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뭐, 나야 다음에 또 만나서 죽이면 되는 거고, 응
(서해) 한태술
한태술, 듣지 마
지금밖에 기회 없어
(시그마) 지금 쏘면 너한텐 아무것도 안 남아
사랑하는 모든 게 사라진다고
[피식 웃으며] 그러니까 오늘은
날 좀 지켜 줘, 응?
[통화 종료음]
무슨 일이야, 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태술의 성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태술의 떨리는 숨소리]
서해야
오늘은 돌아가자
뭐?
그냥 가자, 오늘은 [서해의 당황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박 사장) 아이고 [박 사장의 박수]
[박 사장의 웃음]
[박 사장의 탄성]
(태술) 뭐야, 어떻게 왔어?
[박 사장의 탄성]
시그마 저놈은 젊었을 때부터 자식이 아주 음흉하게 생겼네, 어?
어떻게 왔냐고!
(박 사장) 나? 아, 아, 아, 아, 우편배달
어, 저, 빙빙아, 줘
[박 사장의 웃음]
(빙빙) 한 시간 전에 다운로딩된 거예요
마트로
(박 사장) 아, 저기, 그냥, 그 그냥, 저, 무시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좀 이렇게 뭐
어, 어, 중요한 물건인 거…
[서해의 비명]
[서해의 떨리는 숨소리]
(태술) 뭐야?
[어두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어떻게 된 거야?
[시그마의 웃음]
[연신 웃는다]
[서해의 허탈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태술의 다급한 숨소리] [서해가 달칵 장전한다]
(태술) 서해야, 안 돼, 안 돼, 서해야
(서해) 비켜 [길복의 겁먹은 숨소리]
서해야
비키라고
- (태술) 진정해 - (서해) 빨리 비켜
진정해, 제발
너 우리 아빠 어떻게 한 거야?
[무거운 음악]
(길복) 예?
우리 아빠 어떻게 한 거냐고!
(태술) 서, 서해야, 총 내려
총 내려!
(서해) 너 그 새끼한테 무슨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들었길래 이래?
오늘은 그냥 가자, 아직 기회는 있어
아니,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어
(박 사장) 야, 야, 야, 너희들 지금
그놈 시나리오에 그냥 그대로 말리고 있는 거야!
이런, 씨
야, 그 총 버려
[거친 숨소리]
뭐 하는 거야?
버려!
저 새끼 죽으면
나도 우리 가족들 못 보거든
닥쳐
그만해!
너나 그만해!
이런다고 그 자식이 너희 형 살려 줄 거 같아?
우리 아빠 죽인 놈이라고
[서해의 떨리는 숨소리]
(시그마) 저거 봐, 내 말이 맞지
당장 며칠 뒤에 말이야
5천만 명이 전쟁으로 죽게 생겼는데도
다들 자기 가족, 친지만 챙기잖아
이러니까 우리나라는 공정 사회가 못 돼요
안 그래?
옳으신 말씀입니다
(남자7) 옳으신 말씀입니다
[남자7의 웃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서해가 흐느낀다]
(태술) 서해야, 내 말 좀 들어 봐
제발
오늘은 안 돼
제발
서해야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제발
[의미심장한 효과음]
오늘이었나?
(태술) 제발, 서해야
[서해가 탁 밀친다] [태술의 신음]
[총성]
[감성적인 음악]
(태술) 서해야, 너 지금 어디야?
(시그마)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여자애가 자기 발로 떠난 거지
(태술) 기억났어
(썬) 아, 놓으라고, 좀!
(시그마) 서해가 죽어
[어두운 효과음] 한태술 때문에
(서해) 너 혼자 가면 죽어
(태술)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들 내가 계획한 거야, 그래서
[달칵거린다]
열심히 몸부림쳐 봐, 이 새끼야
(서해) 가지 마, 어?
(태술) 미안해, 서해야
.시지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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