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3
[입바람을 하 분다]
(설금) 오늘따라 왜 그렇게 정성을 들이세요?
아유, 언제는 입궐할 때는 눈곱만 떼면 된다더니?
날씨가 좋잖아
[기가 찬 웃음]
아니, 뭐, 어제는 한겨울이었나? [기가 찬 웃음]
설금아
그, 저번에 사 놨다는 그 연지 어디 있지?
(설금) 연지요?
- (설금) 여기요 - (해령) 어
[발랄한 음악]
[쪽 소리를 낸다]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또 이러신다, 또
마마, 아까부터 왜 자꾸 정신을 놓으십니까?
[멍한 숨소리]
일단 소세부터 하세요
[이림의 옅은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해령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놀란 숨소리]
마마
(해령) 괜찮으십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놀란 신음]
[이림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놀란 숨소리]
[당황한 신음]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무 생각도 안 한다, 아무 생각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괴로운 신음]
[이림의 초조한 숨소리]
아이, 소세하다 말고 저 난리야?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해령) 입시 다녀오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해령의 옅은 웃음]
(해령) 대군마마
(이림) 왜 벌써 왔느냐?
오늘부터 특별한 일 없으면 사시 입시입니다
잘됐죠?
어
(해령) 근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도 닦으세요?
[이림의 멋쩍은 헛기침]
(이림) 마음을 수양하고 있었다
수양요?
나를 미혹시키는 것들을 떨쳐 내는
[잔잔한 음악]
뭐, 아무튼 그런 게 있어
너는 들어가 보거라 나는 여기 있을 테니
[피식 웃으며] 아, 사관이 혼자 빈방 들어가서 뭐 합니까?
(해령) 잘됐습니다
저도 요즘 자꾸 유혹에 시달려서요
[힘겨운 신음]
(이림) 그러면 너는 여기 있거라 내가 방으로 들어갈게
(해령) 마마, 마마!
대체 왜 이러십니까?
제가 불편하세요?
혹시 제가 어제...
그런 게 아니라
[해령의 옅은 한숨] (이림) 그러니까, 내가...
내가 너랑
한방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새어 나오는 웃음]
왜요? 왜 한방에 있으면 안 되는데요?
설마 무서우신 겁니까?
제가 마마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요?
잡아먹다니? 그게 무슨...
너는 어찌 그런 경망스러운 말을...
익숙해지십시오
이런 거
조금 더 해 봐야 익숙해지지 않을까?
[이림의 힘겨운 신음]
[강물이 찰랑거린다]
(어부) 김 씨!
벌써 낚시를 다녀오는 거요?
내래 김 씨만큼 부지런을 떨었으면 벌써 만석꾼이 됐갔시오
[어부가 허허 웃는다]
김 씨?
[비밀스러운 음악]
[어부의 놀란 신음]
[어부의 당황한 신음]
[풀벌레 울음]
(이진) 황해가 아니라 압록강요?
(부제학) 예
의주에서 잡혀 의금부로 압송되었다 합니다
(이진) [한숨 쉬며] 이상한 일입니다
여태껏 조선에 표류한 이양인들은
왜로 향하는 무역선의 선원들이 아니었습니까?
압록강을 건넌 거라면
처음부터 조선에 오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얘기인데요
해서 의금부에서는
서양 오랑캐 쪽에서 보낸 간자가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으음, 진정 간자라면 그런 식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내 그자를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저하...
[깊은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궁녀들이 수군거린다]
(아란) 선진님들, 왜요?
왜요? 또 뭐가 터진 겁니까?
못 들었냐, 저기 서북 지방에서 서양 오랑캐 잡혀 온 거?
(은임) [놀라며] 서양 오랑캐요?
(홍익) 아, 너희도 빨리 따라와 동궁전 앞에서 문초 중이래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아란과 은임의 놀란 숨소리]
(은임) 머리색이 왜 저래요? 송아지도 아니고?
(아란) 저도 서양 오랑캐는 처음 봅니다
[놀라며]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요
(홍익) 이야, 참 희한하게 생겼다이?
[사람들이 연신 수군거린다]
(김 내관) 세자 저하 납시오!
[무거운 음악]
어디서 왔느냐?
[역관1이 중국어로 통역한다]
[역관2가 일본어로 통역한다]
일행이 있느냐?
[역관1이 중국어로 통역한다]
[역관2가 일본어로 통역한다]
[이진의 한숨]
[역관3의 옅은 한숨]
[역관3의 헛기침]
[역관3이 버벅거리며 발음한다]
[네덜란드어로 통역한다]
(역관3) 어, 반응이 있사옵니다!
[홍익의 놀란 신음]
왜 조선에 왔는지를 묻거라
(역관3) 예 [역관3의 헛기침]
[중얼거리며] 왜 조선에 왔는가, 왜...
어
[역관3이 네덜란드어로 통역한다]
(서양 오랑캐) [프랑스어] 나는 네덜란드 말을 모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부제학) [한국어] 아니, 뭐라고 하는 것이냐?
(역관3) 아, 아, 이, 이게 화란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역관3의 당황한 숨소리]
(부제학) 저하, 이대로는 이자에게서 알아낼 것이 없습니다
관례대로 청국에 의탁을 하시는 게...
아니
조선에 목적을 가지고 온 자요
이대로 돌려보냈다가는 다시 들어올 게 분명합니다
[부제학의 옅은 한숨]
(이진) 이자는 의금부로 데려가 하옥하고
사역원은 이자의 말을 통역할 자를 찾으라
(역관들) 예, 저하
[서양 오랑캐의 힘겨운 신음] (나장1) 이리 와!
(서양 오랑캐) [프랑스어] 프랑스 사람, 나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서양 오랑캐가 연신 소리친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서양 오랑캐) 나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프랑스 사람!
[서양 오랑캐가 연신 소리친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한국어] 법란서인?
[사람들이 연신 수군거린다]
[아파하는 신음]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나장2) 왜 이래?
(종사관) 어, 왜 이러는 것이냐? [서양 오랑캐가 프랑스어로 말한다]
(나장1) 어디, 여기, 여기, 여기?
[서양 오랑캐의 힘겨운 신음] (종사관) 여봐라!
[서양 오랑캐가 연신 신음한다] (나장1) 여기, 여기?
여기?
[나장들의 당황한 신음] [긴박한 음악]
[나장3의 진정시키는 신음]
(종사관) 잡아! [나장들의 겁먹은 신음]
뺏으라고, 빨리
야, 빨리 잡아!
[나장들의 당황한 신음]
[총이 철컥거린다]
[나장들의 당황한 신음]
[종사관이 소리친다] [나장들이 씩씩거린다]
[나장들이 소리친다]
(종사관) 뭣들 해! 빨리 쏘거라, 쏴!
의금부 옥사에 하옥을 시켰다고?
(최 상궁) 예
[대비 임씨의 한숨]
[총성이 들린다]
무슨 일인지 당장 알아보거라
예, 대비마마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총성이 들린다] [사관들의 놀란 신음]
[총성이 들린다] [은임의 겁먹은 비명]
[은임이 울먹인다]
(홍익) 뭐야, 뭐야, 이거 총소리야?
[총성이 들린다]
[문이 벌컥 열린다]
(부제학) 저하!
[총성이 들린다]
[부제학의 당황한 숨소리]
(나장4) 잡아라, 잡아!
- (나장5) 없습니다 - (나장6) 여기도 없습니다
[아란의 긴장한 숨소리]
(아란) 있어요?
(은임) 모르겠어요 [아란의 초조한 숨소리]
(시행) 야, 거, 정신 상그럽게 뭐 해?
입시 안 할 거야? 얼른 가!
(아란) 아, 진짜...
양 봉교님은 걱정도 안 되십니까?
서양 오랑캐가 궁궐을 돌아다닌다는데!
(은임) 가뜩이나 내전에는 숨을 데도 많단 말이에요
가다가 마주치면 어떡합니까? [해령의 옅은 한숨]
[시행의 코웃음]
(시행) 그러니까 너희가 아직도 서리 소리 듣는 거야, 어?
아니, 이, 나 때는 말이야, 어?
호랑이가 막 궁궐에 들어와 가지고
요, 요, 요, 요 예문관 앞에 어슬렁거리고
그래도 우리는 입시 가고 숙직하고 다 했어요
[홍익의 코웃음] 그깟 오랑캐 한 놈 때문에 호들갑은, 에이그...
(아란) 양 봉교님이 뭘 몰라서 그러시는 겁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오랑캐가 어찌나 무술에 능한지
이 총알이 쉭 날아와도
[총알 소리 효과음] 착, 착! 이러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착, 착, 착! 다 쳐 냈다잖아요!
[시행의 어이없는 웃음] (은임) 그리고
제자리에서 껑충 뛰면 지붕 위에 올라가 있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또 껑충 하면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른 지붕으로 날아가 있고 그런대요
아, 그러니까 금군들도 못 잡아서 쩔쩔매는 거 아닙니까?
(경묵) 얼씨구, 왜, 아주 나뭇잎 타고 하늘 날아다니면서
장풍도 쏜다고 그러지, 어?
(아란) 진짜인데, 진짜...
(시행) 아, 시끄럽고, 너희 셋 셀 동안 나가
안 그러면 서리들 오늘 단체로 다 야근이야
- (시행) 하나, 둘... - (아란) 저만, 저만...
(시행) 야근 갈까요?
둘 넘어가는데?
손 대교님
측간 좀 같이...
또?
[유쾌한 음악] (길승) 아휴, 가, 가
아휴, 참 뭐, 애도 아니고, 이거...
(시행) 아휴, 저, 저, 저, 저
측간도 혼자 못 가는 게 무슨 사관이라고...
[헛기침]
아, 같이 가!
"녹서당"
(삼보) 거 보시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압니까, 네?
(금군1) 실례가 많았습니다
[음산한 음악]
(삼보) 아이,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 그냥
내가 확 그냥 세자 저하한테 일러 버릴까 보다
(이림) 그냥 넘어가거라
저자들도 어명을 따를 뿐인데
마마께서 그리 물렁물렁하게 나오시니까
개나 소나 마마를 물렁뼈로 보는 거 아닙니까
(삼보) 이럴 때는
'이놈들, 감히 대군의 처소를 뒤지려는 것이냐!'
이렇게 호통도 쳐 주고 정강이도 뻥뻥 차 줘야
대군 무서운 줄 알죠!
(이림) 그리 아랫사람을 괴롭힌다고 진정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느냐?
[삼보의 당황한 신음] 그냥 미친놈이지
아, 이... [이림의 옅은 웃음]
들어가자, 여기저기 헤집어 놨겠다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삼보) 이, 정말...
[서양 오랑캐의 힘겨운 신음]
[서양 오랑캐가 옷을 툭툭 턴다]
(삼보) 어, 어?
오랑캐, 서양 오랑캐!
이보시오, 이보시오! [흥미진진한 음악]
놔!
[삼보의 힘겨운 신음]
이보시오, 여보시오!
[서양 오랑캐의 힘주는 신음] [삼보의 힘겨운 신음]
[삼보가 힘겹게 외친다] [서양 오랑캐의 힘주는 신음]
(삼보) 어, 아유, 사람 살려!
너 이거 안 놔? 야!
아유... [서양 오랑캐의 아파하는 신음]
[삼보의 힘겨운 신음]
(삼보) 야, 너 딱 걸렸다, 놔 봐
너 딱 걸렸어
[삼보의 기합] [서양 오랑캐의 놀란 비명]
[서양 오랑캐의 힘주는 신음]
[종이 댕 울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서양 오랑캐의 힘겨운 신음]
[요강이 댕 울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서양 오랑캐가 철퍼덕 쓰러진다]
[요강이 데굴 떨어진다]
(이림) 삼보야, 삼보야
(삼보) 딱 걸렸어 [이림의 힘겨운 신음]
[삼보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해령)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저 사람이 녹서당에 있습니까?
(이림) 모르겠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졌어, 뚝 [삼보의 호응하는 신음]
(삼보) 아, 예, 지금 그런 거 궁금해할 때가 아닙니다
저놈 저거 꼭 붙들고 계십시오 도망가지 못하게
제가 얼른 의금부에 알리고 오겠습니다
(해령) 잠깐만요
꼭 의금부에 알리셔야 합니까?
(삼보) 의금부가 아니면
병조로 가야 하나?
하, 그게 아니라
저 사람을 이대로 의금부에 보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삼보) 아이, 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궁궐에서 칼 들고 설친 놈한테
뭐, 벼슬자리라도 줘야 하나?
도망치느라 그런 거지 정말 사람을 해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해령) 마마, 법란서 사람입니다
이역만리에서 이 먼 곳까지 온 건
틀림없이 뭔가 사정이 있어서일 겁니다
[호응하는 숨소리]
(삼보) 아, 마마, 뭘 그런 걸 고민하십니까?
서양 오랑캐입니다
잘못 엮였다가는 마마께서 오해를 사신다고요
(이림) 구 권지 말도 맞지 않느냐?
지금 의금부로 보내면 당장에 죽을 게 뻔한데
(삼보) 마마!
(이림) 단단히 묶어 놓았느냐?
(나인들) 예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 마마
[이림의 겁먹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재촉하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의 답답한 한숨]
(해령) 이리 나와 보십시오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 아이고, 이놈, 이놈이, 이놈이 대체 어디로 간, 어?
(박 나인) 어, 분명히 꽁꽁 묶어 놨는데?
[삼보의 당황한 신음]
[서권의 놀란 숨소리]
[서권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아멘
[서양 오랑캐의 안도하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예문관"
- (서권) 민 봉교님 - (우원) 어
그, 입시 가십니까?
그래, 대전이다
사책을 가져오너라
예
(이태) 세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이야?
이 나라 법궁 한가운데 서양 오랑캐를 데려오다니?
송구합니다, 전하
[이태의 못마땅한 한숨]
[이태의 한숨]
(이태) 수색은 어찌되어 간다더냐?
(도승지) 금군들이 모두 동원되었으나
아직 찾지를 못했다 하옵니다
[이태의 한숨] (대사헌) 전하
우선 이궁으로 옥체를 피하시옵소서
그 간악무도한 자가 종사관에게 칼까지 휘둘렀다 하지 않습니까?
이러다 편전에 숨어들기라도 하면...
[버럭하며] 당치도 않다!
(이태) 과인이 어찌 서양 오랑캐 한 놈 때문에 도망을 간다는 말이냐?
아무래도 이미 궐 밖으로 빠져나간 게 틀림없습니다
(우의정) 포청에 알려 도성의 문을 모두 닫고 군졸을 풀라고 명하시옵소서
그자는 아직 궐 안에 있습니다, 전하
금발의 이양인입니다
궐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백성들 사이에 큰 소란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우의정) 그러고 보니 오늘 별다른 소동이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이태) 하면 그놈이 대체 하늘로 솟았다는 말이냐?
땅으로 꺼졌다는 말이냐?
그놈을 찾고 있는 금군만 백 명이 넘거늘...
혹 누군가의 비호가 있는 건 아니겠습니까?
(대제학) 일전에도 서양 오랑캐와 내통하던 천주쟁이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만약 궐 안에도 천주쟁이가 있다면
금군의 눈을 피해 사람 하나 숨기는 것쯤은...
(도승지) 일리가 있습니다, 전하
의금부에서 압수한 그자의 소지품에
십자가도 나왔다 합니다
(우의정) 그러면 애당초 천주학을 전파하러 조선에 온 거 아닙니까?
[무거운 음악]
[이태가 옥좌를 쾅 친다]
(이태) 지금부터 궐 안의 천주쟁이들을 모두 발본색원하라!
그 어떤 곳도 어떤 이도 예외를 두지 말라!
(대신들) 예, 전하
[한숨]
[금군들이 서랍을 뒤적인다]
[긴장되는 음악]
[궁녀의 힘겨운 신음]
예가 어디라고 칼을 차고 드는가?
당장 물리거라!
(선전관) 그 어떤 곳도 예외를 두지 말라는 전하의 어명입니다
비키십시오
대비마마께서 머무시는 곳이다
너희는 한 발자국도...
(선전관) 어명을 수행하라, 어서!
[문이 달칵 열린다] (금군들) 예!
(대비 임씨) 멈추지 못할까?
[문이 달칵 닫힌다]
네놈들이 감히 대비전을 의심하는 것이냐?
내명부의 수장인 내가 직접 다스리는 곳이다
(선전관) 하오나, 주상 전하께서...
하면 이 몸부터 뒤지거라
지금 당장 옷고름을 풀고 이 몸부터 뒤져 보라는 말이다!
(대비 임씨) 어찌된 영문인가?
자네가 의주까지 직접 마중을 간다 하지 않았어?
한발 늦었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에 포졸들에게 먼저 발각이 된 모양입니다
[대비 임씨의 한숨]
[깊은 한숨]
난감하게 되었어
지금이야 한낱 서양 오랑캐 취급이지만
그자 입에서 서래원 이야기가 나온다면
좌상이 가만있지 않을 걸세
어렵게 조선을 찾아오신 분입니다
함부로 입을 열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
민익평 그자는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걸 얻어 내고야 만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는가?
[애잔한 음악]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대비 임씨) 혹 그자가 잡히게 된다면
자네가 결단을 내리시게
절대 좌상의 손에 그자를 넘겨서는 아니 되네
살아서든
죽어서든
예
[다모의 한숨]
[아란의 놀란 숨소리]
(아란) [놀라는 숨을 내뱉으며] 어, 이게 얼마나 비싼 향낭인데!
그냥 그렇다고요
[시행의 옅은 신음]
(시행) 야, 이거, 씁
우리 부인도 날 이렇게 만져 주지는 않는데
아, 아이고, 야
[웃으며] 아이고
[길승의 한숨]
좋아, 좋아해도 되나? [시행의 옅은 웃음]
[서권의 초조한 숨소리] (시행) 아이, 거기 말고, 아...
[묵주가 달그락거린다]
[서권의 긴장한 숨소리]
(경묵) 대충 합시다
(우원) [작은 소리로] 이리 주거라
어서
어서
- 싫습니다 - (우원) 성 검열
[긴장되는 음악]
[홍익의 헛기침]
(홍익) 아무것도 없어요
[서권의 초조한 숨소리]
(금군2) 손
손!
아이...
됐다
[힘겨운 숨소리]
(금군3) 이제 서고를 보여 주십시오
(시행) 뭐요? 서고?
이 사람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서권) 예문관 서고는 사초가 보관된 곳입니다
사관이 아닌 자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아, 누가 사초 보겠답니까?
[작은 소리로] 아, 이 판국에 분위기 험악하게 좀 만들지 마십시오, 좀!
[문이 달칵 열린다]
(시행) 어허, 거, 거기까지, 거기까지
아, 거기까지!
보십시오, 어?
이, 이 신성한 예문관 서고에 뭐가 있다고 그래?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잖아, 여기, 어?
[무거운 음악]
(시행) 아니, 아, 저것들이 사과도 안 하고
야, 야, 너희 이름 뭐야, 어?
내가 사책에 다 적어 버릴라...
[미심쩍은 신음]
(이진) 얼마나 잡혀간 겁니까?
(부제학) 처소에 천주학 서적을 숨겨 놓았던 나인들 8명
몸에 십자가를 지니고 있던 내관과 관원들 15명
그리고 그자들의 가족까지
모두 73명입니다
처, 처, 처벌은 어찌 된답니까?
(부제학) 어명이 내려지는 대로 즉시 참형에 처해질 예정입니다
[애잔한 음악]
[깊은 한숨]
(부제학) 저하, 자책하지 마십시오
국법으로 금하는 서양 오랑캐들의 사교에 빠진 자들입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발각되어 처벌을 받았을 겁니다
하나 그 사람들에게서
내일을 빼앗은 건 나입니다
(부제학) 저하...
됐습니다
이만 나가 보세요
[부제학의 한숨]
- (사희) 저도 이만... - (이진) 잠시
거기 있거라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해령) 아직도 못 찾으셨습니까?
(삼보) 아, 저, 안 그래도 괜히 여기저기 쳐다보면서 다니다가
금군한테 붙잡혀 가지고 취조당하고 오는 길이네
아이...
그, 이 얼굴이 어디가 수상해 보인다는 거야, 그래?
세상 순진하게 생겼구먼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외전 쪽은 어떻느냐?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을 색출한다고 어수선합니다
아직 이양인을 봤다는 사람은 없고요
(삼보) 아유, 마마, 이제 그만 신경 쓰십시오
마마는 할 만큼 하셨습니다
아, 여기 붙어 있었으면은 죽기 전에 떡이라도 하나 먹고 갈 걸
아이, 그새를 못 참고 난 게 자기 팔자지 남의 팔자입니까?
그래도 안됐지 않으냐
아무도 자기를 반겨 주지 않는 곳에서
혼자...
[나인들의 비명]
[나인들의 겁먹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이림의 놀란 숨소리]
[이림과 삼보의 놀란 신음]
[삼보의 다급한 신음]
(삼보) 너 누구,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서양 오랑캐) 아, 놀라지 마, 나야, 나!
알잖아, 서양 오랑캐
[이림과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 마, 말을...
알잖아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의 당황한 신음]
[우원의 한숨]
(우원) 천주학을 하고 있었느냐?
- (서권) 예 - 언제부터?
(서권) 오래되었습니다
[깊은 한숨]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
(우원) 너뿐만이 아니다
너의 식솔들까지 전부
이깟 징표 하나에 목숨을 잃을 뻔했어
그깟 징표가 아닙니다
[애잔한 음악]
저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믿음입니다
민 봉교님은 그런 생각 해 보신 적 없으십니까?
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왜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천한지
(서권) 누구는 평생 배를 곯으며 살아가고
누구는 짐승처럼 헐값에 이리저리 팔려 다니는데
나는, 나는 왜 그자들의 고혈로 온갖 것들을 누리면서 사는지
(서권) 천주학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천주님의 자식이라 가르칩니다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요
(서권) 저는 언젠가 그런 세상이 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믿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손뼉을 짝 치는 소리가 들린다]
[서양 오랑캐의 행복한 숨소리]
(서양 오랑캐) 와...
[만족스러운 신음]
'메르시'
[박 나인의 설레는 웃음]
(박 나인) 아유, 참, 뭐 이런 거로...
너는 이름이 뭐야?
이름 있잖아, 이름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 박소향
쟤 허삼보
쟤 도원대군 이림
[삼보의 당황한 신음] 너는?
(장) 음, 장 바티스트 바르텔미
[익살스러운 효과음] (박 나인) 어?
장 바티스트 바르텔미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거 이, 이놈, 이거 어느 안전이라고
이게 코 푸는 소리를 내는 거야 이게, 어?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장의 옅은 웃음]
코 푸는 소리 아니야
내 이름이야
장 바티스트 바르텔미
(이림) 장 바티스 박트리...
[헛기침하며] 뭐, 어쨌든 그 장씨네, 장씨
- (삼보) 아, 장씨 - (이림) 장씨
근본 없는 오랑캐인 줄 알았는데 그 성씨는 있나 봅니다
(삼보) 너
우, 우리말 어디서 배웠어?
나 장사치다
청나라 책 판다, 조선 사람한테
(삼보) 근데 이놈의 자식이 아까부터 계속 반말로 이게...
(이림) 그런 건 됐고
[헛기침하며] 그래서 여기는 왜 왔어?
(이림) 여기 우리나라
조선에 온 이유
(장) 돈 받으러
- (이림) 돈? - (삼보) 딱 보면 모르십니까?
(삼보) 언놈이 돈 떼먹고 이리로 튀었구먼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그래서 그놈 집이 어디 있는지 알아?
- 한양 - (삼보) 한양 어디?
[피식 웃으며] 그냥 한양
(삼보) 한양에 집이 몇 채인데 [삼보의 못마땅한 신음]
그럼 그놈 이름은, 이름은 뭐여?
김 씨
아, 그 성 말고 이름, 이름!
[피식 웃는다]
그냥 김 씨
(삼보) 이거 아무래도 미친놈인 거 같습니다, 이거, 응?
제정신으로는 그 한양에서 김 씨 찾겠다고
국경 넘어올 그런 생각을 못 합니다
(장) 나 미친놈 아니야
돈이 없어져서 부인이 화났어
돈을 찾든가, 죽든가
어휴, 쯧쯧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래서 왔어
(해령) 그 한양 사는 김 씨 말고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뭐,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는지
음...
책
- (해령) 책? - (삼보) 책?
- (삼보) 세책방? - (장) 응
한양에서 세책방 하는 김 씨라면...
[익살스러운 음악]
이 낯짝이 어떻게 생겼느냐?
(삼보) 막 그 얌생이처럼 인상이 더럽고
이 눈깔에 돈 욕심이 그득그득하고 그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입만 열면 청산유수
하늘의 달도 별도 다 따 줄 것처럼 막 살갑게 굴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왠지 모를 그 사기꾼 같은 느낌에
처음에는 비호감이지만
좀 막상 마음을 열고 나니까
결국에는 사기꾼이 맞고?
아니, 너희 김 씨 알아?
(삼보) 말해 뭐 해? 내가 그놈한테 뜯긴 머리털이 아직도 안 나는데
(이림) 나는 그 인간 때문에 왈패 놈들한테 납치당할 뻔했다
평생을 글 쓰는 노비가 될 뻔했어
(삼보) 어이구, 야... [삼보의 안타까운 신음]
마마, 이놈 이거 아주 불쌍한 놈입니다, 이거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면은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그래, 고생이 정말 많았겠구나
좀 먹어라, 먹어라
(삼보) 아유, 먹어, 우선 먹어, 먹어, 어?
이거 아까, 이것도 먹고
- (삼보) 자, 먹어 - (이림) 먹어, 먹어 [이림의 안타까운 신음]
(해령) 마마
저 좀 잠깐만...
(해령) 마마께서는 저자의 말을 다 믿으십니까?
(이림) 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세책방 김 서방이 좀 잔꾀를 부리기는 해도
청국까지 가서 사기를 칠 만큼 대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뭐, 나름 인정도 있고요
그건 네가 안 당해 봐서 모르는 거다
그놈이 나를 왈패 놈들한테 팔아넘기려고 했다니까?
우리말을 저렇게 유창하게 하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립니다
(해령) 애초에 청국에 드나드는 조선 상인들은 모두 청국 말을 유창하게 합니다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큰 손해를 보게 되니까요
해서 그곳에서의 거래는 모두 다 청국 말로 이루어지는데
저자는 어떻게 우리말을 깨쳤을까요?
(해령) 말소리며 어순이며 모두 다 달라서
이양인들에게 청국 말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게 우리 조선말인데요
뭐, 그건
어쩌다가 배웠을 수도...
아니요
저는 저자가 우리말을 공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러요
(해령) 그러니까 너무 마음 놓지 마시고
궐이 좀 잠잠해진다 싶으면 내보내십시오
장사치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뭐, 언제까지고 이 녹서당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옅은 웃음]
왜 웃으십니까?
그냥 네가 날 걱정해 주니까
아, 아, 지금 이 상황에요?
어쩌란 말이냐? 좋은 걸
[문이 달칵 열린다]
(장) 오, 분위기 좋은데? [장의 웃음]
왜? 계속해, 계속해
나 오줌 싸러 가
[장의 다급한 신음]
(이림) 너 측간이 어디인 줄 알고...
너 지금 뭐 하는...
[흥미로운 음악] (이림) 야, 너 바지 입어
너 바지 얼른 입...
오랑캐 놈아! 야, 너 바지 입어 [장이 소변을 줄줄 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지 입어
[만족스러운 신음] 야, 너, 야, 얼른...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당황한 신음]
아, 올려, 올려 너 바지 입어, 바지 입어! [장의 만족스러운 신음]
[장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이림) 너 바지 입어, 아, 너 왜...
바지 입으라고, 바지 올리라고!
아이, 야!
[풀벌레 울음]
[저마다 숨을 카 내뱉는다]
(대사헌) 아까 대전에서
저하가 진땀을 뻘뻘 흘리는 거 보셨습니까?
[함께 웃는다]
아주 툭 치면 엉엉 눈물부터 쏟겠더이다
[함께 웃는다]
(대제학) 전하께서도 이번 일로 느끼는 바가 많으실 겁니다
어린애한테 정사를 맡기면
마른하늘에서도 벼락이 떨어진다는 걸요
[우의정의 동조하는 신음] [대제학의 웃음]
(이조 정랑) 쓰읍, 한데 그 서양 오랑캐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랍니까?
아, 괜히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날까 봐
마음 편히 궐을 다닐 수가 없어요
(우의정) 이 사람아, 금군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나?
나타나자마자 칼 맞아 죽을 목숨을
[우의정의 웃음]
(이조 정랑) 아, 하면 그놈이 그동안 내통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미 명확한 일이네
오늘 금군이 수색하지 못한 곳은 단 한 곳뿐이니
[어두운 음악]
(이조 정랑) 하면...
대비전에서...
[이조 정랑의 놀란 신음]
[저마다 작게 헛기침한다]
(해령) 성 검열님
(서권) 어, 입시가 늦게 끝나셨나 봅니다
(해령) 예
성 검열님은 숙직이십니까?
(서권) 아, 전하께서 야대를 잡으셔서요
아, 구 권지 사책은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만 들어가 보세요
아, 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서권) 어차피 선진이 한 번은 검토해야 하지 않습니까?
내일 손 대교님이나 안 검열한테 걸리면 괜히 트집만 잡히실 겁니다
주세요
(해령) 저, 잠깐만요
성 검열님
사책의 내용은 예문관 밖으로 절대 나가서는 안 되는 거
알고 계시죠?
아이, 그거야 불문율 아닙니까?
왜 그런 걸 물으십니까?
그냥 확인차...
[서권의 옅은 웃음]
[서권의 헛기침] [서권이 사책을 사락 넘긴다]
[해령의 긴장한 숨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해령의 난처한 숨소리]
(해령) 쉿!
[서권이 사책을 사락 넘긴다]
[해령의 옅은 한숨]
[서권의 한숨]
(해령) 그러니까 너무 마음 놓지 마시고
이 궐이 잠잠해지는 대로 내보내십시오
장사치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이 녹서당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이림의 한숨]
(이림) 잊었느냐? 너는 지금 대역죄인이다
이렇게 나와 있다가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장) [피식 웃으며] 걱정 마
나 잡혀가도 이림이 숨겨 줬다고 말 안 해
네가 왔다는 곳 말이다, 법란서
(이림) 거기는 어떤 곳이냐?
너희 나라에도 큰 탑 같은 거 있어?
뭐, 하늘 꼭대기까지 솟은 그런 거
쓰읍, 그런 건 아닌데
유명한 궁궐 있어
금칠된 방도 있고 방에서 물도 뿜어져 나오고
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건
우물 같은 건가?
쩝, 아니, 음...
(장) 저기서 저기까지
물이 막 훅 이렇게 나와
막...
(이림) 어떻게 물이 아래에서 위로...
[장의 옅은 웃음]
[이림의 옅은 웃음]
엄청 으리으리하고 또 뻔쩍뻔쩍하겠다, 그 궁궐
그렇지 왕이 자랑하려고 만든 집이니까
근데 신기하지 않으냐?
같은 시간, 같은 세상에 사는데
사는 모양이 이렇게 다른 거
(이림) 우리 조선에서는 왕이 사치스러우면
신하들한테 엄청 혼나
공부를 안 해도 혼나고 가뭄이 들어도 혼나고
[이림의 한숨]
(이림) 어차피 왕자로 태어날 거였으면 법란서에서 태어날 걸 그랬다
그 금칠해 놓았다는 방에서 잠이나 한번 자 보게
[장이 살짝 웃는다]
(장) 씁, 음, 후회할걸?
왜? 너희 나라 왕도 우리 아바마마처럼 무서워?
아니
우리나라 왕은 죽었거든
사람들 손에
[비밀스러운 음악]
- 뭐? - (장) 진짜야
예전에 우리 엄마, 아빠가 봤대 왕이 죽는 거
어떻게 백성들이 왕을 죽일 수가 있느냐?
잘못을 했으니까
사람들을 배고프게 만들고
그럼 다음 왕은? 다음 왕은 누가 되는데?
다음 왕은?
없었어
대신에 사람들이 모여서 약속을 했어
[장이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럼 법란서는 왕이 없는 나라야?
백성들이 직접 정사를 보는?
쩝, 뭐, 지금은 또 왕이 생기기는 했는데
언젠가 없어지겠지?
우리는 이제 왕이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에이, 말도 안 돼
(장) 이림, 근데
혹시 '새벽이 오는 곳' 어딘지 알아?
'새벽이 오는 곳'?
[장의 옅은 신음]
(장) 아, 아니야, 아니야
'본뉴이'
[옅은 한숨]
(해령) 의녀님?
[해령의 웃음]
맞네요, 평안도 의녀님
[놀란 신음]
그때는 갑자기 사라지셔서 너무 걱정했습니다
- 별일 없으신 거죠? - (모화) 아, 예
아, 근데 어떻게 여기서 만납니까?
(해령) 여기 바로 저희 집인데
의녀님과 제가 무슨 인연이기는 한가 봅니다
들어가세요 제가 뭐라도 대접해 드릴게요
아닙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그때 제가 의녀님한테 도움받은 거 생각하면
더한 것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 (모화) 아니... - (해령) 괜찮습니다
[문이 턱 닫힌다]
[재경의 헛기침]
해령아
(재경) 손님이 오신 것이냐?
예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재경) 아니다
편하게 얘기 나누거라
(해령) 잠시만요
그냥 손님이 아니라 아주 귀한 손님이십니다
오라버니도 오셔서 인사하십시오
어서요 [재경의 옅은 웃음]
녀석, 대체 누구길래 그리 들뜬 것이냐?
[극적인 음악]
평안도에서 제게 도움을 주셨던 의녀님이십니다
(해령) 근데 요 앞에서 딱 마주쳤고요
신기하죠?
저희 오라버니십니다
[머뭇거리며] 구, 구재경이라 합니다
(재경) 손님께 드리는 상이 너무 단출하구나
내 방에서 감홍로라도 가져오거라
(해령) 그거는 오라버니가 가장 아끼시는 술 아닙니까?
(재경) 그래, 어서
[문이 달칵 닫힌다]
언제부터
너한테 여동생이 있었지?
아비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고
가족이라고는 아픈 어미 하나뿐이던 너에게
언제부터?
(해령) 실은
어릴 때 팔에 무언가 넣고서 막 아팠던 기억이 있거든요
두창을 예방한다고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인두법이었나 싶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잠깐 앓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절 다독이셨고요
그게 언제쯤입니까?
제가 지금 스물여섯 살이니까
한 20년 전쯤일 겁니다
[모화의 당황한 숨소리]
(모화) 저 아이는
네 동생이 아니야
[위태로운 음악]
저 아이는...
저 아이가...
[모화의 떨리는 숨소리]
도대체 너
무슨 생각으로...
(모화) 네가 왜?
- 네가 어떻게! - (재경) 모른 척해 주십시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발
그때까지만이라도
누이...
(해령) 오라버니 [모화의 놀란 숨소리]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이 쥐똥만큼 남은 거를 누구 코에 붙이라고요?
오라버니?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모화) 스승님, 스승님!
(어린 해령) 쉿!
[애잔한 음악]
(이림) 새벽이 오는 곳, 서래...
낯설지가 않다
(홍익) '서양 오랑캐를 돕거나 숨겨 준 자는 나타나지 않을 시...'
(이림) 제가 이양인을 도왔습니다
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장) 많이 아팠을까요? 무서웠을까요?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했죠?
데려다줄 수 있습니까?
(우원) 스스로를 사관이라 할 수 있느냐?
사관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해령) 제가 입시하겠습니다
(익평) 내게 그 여사의 사책을 가져다주게
(이림) 평생을 이곳 녹서당에서 숨어만 지냈다
이젠 그리 살지 않을 것이다
.신입사관 구해령↲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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