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14
[풀벌레 울음]
[애절한 음악]
(모화) 죄송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저...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신 겁니까?
혹 아시는 분입니까?
이만 쉬거라
[애잔한 음악]
[울먹이는 숨소리]
저희 아버지는 의술은커녕
상단 일 도우시면서 이름도 관직도 없이 사신 분이라서요
일찍 돌아가셨고요
[울먹이며] 아니야
(문직) 모화라고 했느냐?
죄송합니다, 나리
제가 잘못했습니다
됐다
사과는 네가 아니라 저놈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유생1) [코웃음 치며] 저희가 왜 사과를 합니까?
저년이 더러운 손으로 김 유생 다리를 덥석 잡더니
이상한 걸 막 부었다니까요?
(유생2) [아파하며] 뭔지는 몰라도
따가워 죽겠습니다, 스승님
[문직의 한숨]
(문직) 이 공맹을 수학한다는 유생들이 이리 눈이 어두워서야
보거라
종일 부엌 물을 묻히는 이 관비의 손과
흙바닥에서 축국을 하던 너희의 발
무엇이 더 더럽겠느냐?
[문직의 옅은 웃음]
가서 등목이라도 하거라
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놈들아
자...
[문직의 옅은 웃음]
어찌 알았느냐?
상처에 소금물 쓰는 법은
[잔잔한 음악]
나리
저는 천한 노비입니다
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제가 뭘 배울 수 있겠습니까?
아직도 그리 편협한 생각을 하느냐?
나는 믿는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는
높은 신분이라 하여 많은 것을 주고
낮은 신분이라 하여 적은 걸 주지는 않는다고
(문직) 모화야
네가 어찌 태어났든 너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 곁에서 귀한 사람이 되어 주거라
"서래원"
(학생1) 자, 오늘은 바람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학생1이 계속 말한다]
(학생1) 자, 이것에 대해 의견 있는 분?
[학생2의 옅은 신음] 예
(학생2) 바람은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학생1) 아, 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 (학생3) 저요 - (학생1) 예
[학생들이 계속 토론한다]
[어린 모화의 놀란 숨소리]
(어린 모화) 죄송합니다, 나리들
(어린 재경) 아, 미안, 미안 이놈이 계속 말을 걸어 가지고
(재경 친구) 야, 내가 언제? 네가 한눈팔아 놓고
(어린 재경) 얘가 또 이런다
귀한 집 막내 도련님으로 곱게 자라 가지고
[재경 친구의 멋쩍은 웃음] 제 잘못도 몰라
(재경 친구) 야, 너 그 이야기 안 하기로 했잖아 [어린 재경의 옅은 웃음]
도미니크 의원님 밑으로 들어간다던 누이지?
(어린 재경) 반갑소이다, 난 구재경
[잔잔한 음악]
(어린 재경) '더욱이 흉부의 뼈 무리'
'뼈 덩어리들은 어깨뼈를 강하게 만들고'
'훌륭하게 지탱하며'
'팔도 함께 받쳐 준다'
'또한 어깨뼈는 갈비뼈에만 붙어 있고'
잠깐, 이게 뭐였지?
또 까먹었어?
쇄골
언제는 모르는 말이 없다더니
모르는 말 천지네
[어린 재경의 못마땅한 신음]
나전어가 어디 쉬운 줄 알아?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어린 재경) 게다가 이건 의서라고, 의서!
[한숨 쉬며] 됐어, 안 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셔
(어린 모화) 그래서 내가 연서 대필해 준다고 했잖아
구재경!
[도미니크의 옅은 한숨]
(어린 재경) 누이, 모화 누이!
[잔잔한 음악] - (학생4) 역시 모화, 해낼 줄 알았어 - (학생5) 정말 잘했어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학생6) 모화가 최고야
(학생7) 모화야, 정말 잘했어 진짜 잘했어, 진짜
(학생8) 나는 못 할 거야, 이런 거
(어린 재경) 모화 누이, 최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어린 모화) 스승님!
스승님
(어린 해령) 쉿
[옅은 웃음]
[울먹이는 숨소리]
[흐느낀다]
[옅은 한숨]
[의아한 숨소리]
[장의 힘주는 신음]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피곤한 신음]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삼보야!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시끄러워!
[탁 내리찍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시끄럽다고!
[장의 힘주는 신음]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 허 내관!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귀찮은 신음]
"녹서당"
[장의 힘주는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이림) 아침부터 대체... [장의 힘겨운 신음]
[장의 개운한 한숨]
(장) 잘 잤냐?
너 지금 뭐 하는...
- 밥값 - (이림) 밥값?
(장) 응, 조선 사람들이 그러더라
사람이 먹기만 하고 일을 안 하면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고
(장) 그래서 꼭 밥값은 하고 살아야 된다고
그러더라
[장의 힘겨운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장의 옅은 웃음]
(장) '메르시'
[장의 힘겨운 신음] [이림의 기가 찬 웃음]
[옅은 한숨]
[만족스러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옅은 신음]
- (삼보) 이거 - (장) 아...
[문이 달칵 열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삼보의 만족스러운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삼보의 만족스러운 신음]
[나른한 음악] [만족스러운 웃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함께 키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키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인들의 웃음]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야, 이! [이림과 장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너, 야!
[흥미진진한 음악]
일로 와, 씨, 이리 와!
[함께 킥킥 웃는다]
[삼보가 소리친다]
[삼보가 소리친다]
[삼보의 겁먹은 신음] [나인들과 이림의 웃음]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의 다급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무슨 일이냐?
금군, 금군요
[이림과 나인들의 놀란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장) 하지만 탑에 갇힌 라푼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그 탑에는 입구도 계단도 없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왕자가 방법을 떠올린 거야
(삼보와 이림) 어떻게? [장의 헛기침]
(장) '라푼젤, 라푼젤!'
'그대의 머리카락을 내려 주오'
'내가 그 황금빛 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신난 신음]
[숨을 카 내뱉는다]
[감탄하는 숨소리]
[감탄하는 신음]
(이림) 그래서 왕자는
이 여인의 머리카락을 딱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씩 탑을 향해 올라갔다
오로지 그대를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이 내 사랑을 전하고야 말겠다는 뜨거운 열정으로
(이림) [헛기침하며] 혹시
이미 아는 얘기냐?
(해령) 아니요
[한숨 쉬며] 실은 별로 와닿지가 않아서요
씁, 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 설정 자체가 좀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평생 머리를 길러도 자기 키를 넘기기가 힘듭니다
한데 어떻게 이 높은 탑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내려올 만큼
머리를 길렀다는 말입니까?
무슨 500살 먹은 신선입니까?
이런 건 그냥 아름다운 얘기로 좀 받아들이면... [해령의 기가 찬 웃음]
아름답기는커녕 잔인합니다
머리 빗질하다가 머리카락이 살짝 걸리기만 해도
머리 가죽이 막 뜯어질 것처럼 아픈데
거기에 장성한 사내가 매달린다고요?
(해령) 아마 그 왕자가 탑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그 여인은 막 고통에 막 실신해 있거나
아니면은 그 무게를 못 이겨 가지고 목뼈가 부러져서 죽어 있을 겁니다
[시큰둥한 한숨]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의 멋쩍은 웃음]
예, 그래서 뭐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데요?
(이림) 됐어
너한테 낭만을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아이, 왜요?
계속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냥 입 꾹 다물고 듣기만 하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달래는 투로] 마마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이렇게 타고 올라가서...
[풀벌레 울음]
[이백과 상운의 한숨] (모화) 소식이 있느냐?
(이백) 오늘도 허탕입니다
도성에서는 그분을 봤다는 자가 전혀 없습니다
(상운) 아무래도 아직 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이백) 한데, 누이, 그날은 어찌 된 겁니까?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 보겠다고 나가셨지 않습니까?
별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신 겁니까?
혹시 그곳으로 오실지 모르니 잘 살펴보거라
(상운) 예
[옅은 한숨]
(해령) 벌써 퇴궐하십니까?
(시행) 이조에서 외사 나오라 그래서 끌려간다
[시큰둥하게] 와, 신난다
야, 너희는 진짜 함부로 높은 자리에 오르지 마라, 응?
용의 머리로 산다는 게 이렇게나 힘이 들어요
여기저기서 그냥 나 없으면 일을 못 하겠다잖아, 일을!
[시행의 피곤한 신음] [은임의 한숨]
(은임) 정7품으로 높은 자리 운운하기 민망하지 않으십니까?
위로 있는 품계가 몇 갠데 [시행의 당황한 신음]
차라리 용이 아니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롱뇽이라 하십시오
(아란) [놀라며] 진짜!
제가 왜, 양 봉교님 뭔가 닮았다고 했잖습니까?
그게 도롱뇽이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롱뇽
[함께 웃는다] [유쾌한 음악]
(홍익) 도롱뇽, 닮았어
(시행) 너희는 진짜 죽어서 지옥 갈 거야, 응?
우리는 갔다가 바로 퇴궐할 거니까
여기 서리들 사책 정리는
거기 웃음 많은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요들
- (홍익) 아이, 저... - (경묵) 아이, 저, 아, 양 봉교님!
(서권과 해령) 안 됩니다!
(경묵) 뭐가 안 돼?
선진님이 친히
아랫것들 사책 좀 봐주겠다는데
(장군)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네
요즘 구 서리 사책은 계속 성 검열이 정리했잖아
우리는 손도 못 대게 하고
(길승) 뭐야?
뭐 적으면 안 되는 거라도 적은 거야?
[아란의 놀란 숨소리]
(아란) 뭔데요?
설마 세자 저하랑 도원 대군마마랑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한 겁니까?
(치국) 빨리 보여 줘라, 어?
아니, 같은 사관들끼리
누구는 알려 주고 누구는 안 알려 주고 그러는 게 어디 있어, 치사하게?
빨리, 어?
[난처한 숨소리]
[종이 댕 울린다]
[해령의 놀란 숨소리]
(해령) 저 입시 다녀오겠습니다
(서권) 이만 가시죠, 늦겠습니다
(홍익) 아, 저 둘 뭔가 있는데요?
(경묵) 눈 맞았나?
이러다 성 검열 이혼하는 거 아니야?
[은임과 아란의 놀란 숨소리]
(시행) 너희는 그런 소설 좀 그만 봐 이 자식들아, 쯧
가자!
[경묵의 멋쩍은 헛기침]
아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아
[놀란 숨소리]
[헛기침]
[긴박한 음악]
[장이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장의 발음을 따라한다]
[장이 혀를 쯧쯧 찬다]
[프랑스어로 천천히 발음한다]
[장의 발음을 따라한다]
[이림이 버벅거린다]
아, 왜 이렇게 어렵느냐?
'매일 너를 생각한다' 이 간단한 말이
그럼 남의 나라 말이 쉬워?
나도 피똥 쌌어, 조선말 배울 때
[이림의 한숨]
[이림이 입소리를 쩝 낸다]
좀 더 쉬운 말은 없느냐?
'널 좋아한다', '늘 보고 싶다'
이런 거
(장) '즈 쉬 벳'
'즈 쉬 벳'
응, '널 좋아한다' 뭐, 이런 뜻이야
[프랑스어] '나는 멍청합니다'
'나는 멍청합니다'
[호응하는 신음]
(이림) [한국어] 삼보야, '즈 쉬 벳'
저도요, '즈 쉬 벳'
(이림) '즈 쉬 벳' [나인들의 옅은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구해령, '즈 쉬 벳'
마마, 지금 그러실 때가 아닙니다
빨리 나와 보십시오
[멋쩍은 신음]
[삼보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삼보) 아, 저놈들이, 저놈들이 왜?
(최 나인) 맞다, 오늘부터 왕실 처소에 보초를 선다고 했습니다
오랑캐가 아직 안 잡혔다고요
(박 나인)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보초를 선다니?
하면 저놈들이 계속 저기서 뻐기고 있겠다는 뜻이야?
하루 종일?
(장) 왜, 무슨 일 있어?
(삼보) 들어가, 인마, 들어가 [장의 당황한 신음]
[삼보의 옅은 웃음]
[삼보의 억지웃음]
마마, 아무래도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저 구미호 같은 놈한테 홀려 가지고
황천길에서 외줄 타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삼보의 웃음]
(삼보) 이렇게 지내다가는 들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저놈 사정이고 뭐고 당장 내보냅시다
(박 나인) 내보내기는 어디를 내보냅니까?
금군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데
(최 나인) 지금 내보내는 건 나가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쉿, 쉿, 쉿
(이림) [이 악물고] 그래, 일단 진정 좀 하거라
그, 며칠만 지나면 금군들도...
[삼보의 과장된 웃음]
(삼보) 아, 글쎄 그 며칠 새에
저놈 목소리라도 새어 나가면요?
마마께서 귀양 가시다가 저희들 명복 빌어 주게 생기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구 권지도 공범이고요 [삼보의 억지웃음]
허 내관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해령) 금군들이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마마께서 너무 위험해지십니다
(박 나인) 구 권지님!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내쫓자는 건 아닙니다
금군들만 궐 밖으로 물러나게 만들면 되죠
(삼보) [억지로 웃으며] 아유, 그게 말이야, 방귀야?
누가 그걸 몰라?
어떻게 해야 할 방도가 없으니까 문제지, 방도가!
[삼보의 멋쩍은 웃음]
방도가 있다면요?
초한 전쟁 때 한신이 안읍 전투를 이기게 만든 묘책입니다
허장성세, 무중생유 그리고
성동격서
[익살스러운 음악]
[나인들의 비명]
[나인들의 비명]
- (금군1) 어, 저쪽이다! - (금군2) 저쪽, 저쪽
(박 나인) [울먹이며] 오랑캐, 서양 오랑캐를 봤습니다
(최 나인) 저쪽요!
[금군3의 다급한 신음] (금군들) 오랑캐다!
오랑캐!
(삼보) 이게 붕 와 가지고 그냥
[익살스러운 효과음] 빡 와 가지고 그러고는
붕 날아 가지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 담을 넘어가더라니까, 어?
내가 이 옷만 좀 편했어도 그냥
이리 당하지는 않았지, 내가, 어?
[힘겨운 숨소리]
진짜로!
(해령) 야, 야, 야, 야
- 이양인, 이양인 - (설금) 이양인?
그 궐에서 도망쳤다는 서양 오랑캐요?
아니, 내가 요 앞에서 봤는데
아, 뭔 짓을 했는지 손에 피까지 묻히고 있던데? [설금의 놀란 신음]
(설금) 피? [설금의 질색하는 숨소리]
(해령) 야, 이거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
괜히 시끄러워진다
예, 말 안 할게요 [해령의 호응하는 신음]
들어가서 쉬세요
어머머머, 어머, 어머 웬일이야, 웬일이야? 어떡해, 아유
[익살스러운 효과음]
(설금) 광주댁!
광주댁!
[옅은 웃음]
(설금) 광주댁, 광주댁, 광주댁! [아낙들이 반긴다]
큰일 났어, 지금
아니, 키가 이따시만 하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눈에서 파란빛이 이렇게 막 쏟아 내는 그 서양 오랑캐가
관군의 칼을 그냥
[날카로운 효과음] 댕강 뽑아서 막 휘두르니까
사방에 피가 팍팍팍팍팍팍... [광주댁의 겁먹은 신음]
양손에 피가 완전, 어 철퍼덕철퍼덕한 게
갑자기 그러더니만 높이 솟아올라서 지붕 위에 탁 앉더니만은
갑자기 뛰기를 막 해 가지고 사라졌대요, 지금!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낙들이 수군거린다] (설금) 지금 우리 집에 있을 수도 있어
[흥미진진한 음악] 아유, 나 진짜 내 심장이 어떻게, 어? 무서워 죽겠네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아낙1의 힘겨운 신음]
저쪽 삼거리에서 서양 오랑캐가 아기를...
- (아낙2) 애를? - (아낙3) 아기를?
(아낙3) 오랑캐가?
(아낙3) 아유, 김 서방, 어떡해?
[아낙3의 안타까운 신음]
서양 오랑캐가 얼마 전에 애를 낳은 최 참판 댁 며느리를...
(사내) 뭐요?
(선전관) 샅샅이 뒤져라!
(금군들) 예!
(금군4) 비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풀벌레 울음]
(수문장) 누구십니까?
(삼보) 문을 여시게, 도원 대군마마시네
(수문장) 도원 대군마마요?
[비밀스러운 음악] (삼보) 어허!
어디서 감히 마마의 옥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야?
전하께 네놈 이름 석 자를 고해야 문을 열 텐가?
(수문장) 송구하옵니다
문을 열라!
[삼보의 옅은 신음]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 (삼보) 마마 - (이림) 어
(이림) 어떻게 됐어? 무사히 나간 것이냐?
(삼보) 예, 무사히 구 권지한테 데려다줬습니다
옷만 갈아입고 바로 배 타러 간답니다
고생했다
(박 나인)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확 따라갈 걸 그랬습니다
(삼보) 얼씨구, 따라가서 뭐 하게?
오랑캐 신부라도 되게?
[박 나인이 흐느낀다]
아, 씨, 건들지 마십시오 [문이 달칵 열린다]
박 나인 첫사랑이란 말입니다
(최 나인) 소향아!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 아이, 뭐, 얼마나 봤다고 그래? [문이 달칵 닫힌다]
그깟 오랑캐...
그냥 잊어버리면 그만이지, 씨, 쯧
쯧, 에이, 씨, 정말...
잘 갔나 모르겠네 [이림의 한숨]
[해령의 초조한 숨소리]
(해령) 장, 아직 다 안 갈아입으셨습니까?
장! 그, 좀만 서둘러 주십시오
이러다가 환해지겠습니다
[옅은 한숨]
장!
[당황한 숨소리]
[해령의 당황한 신음]
[애잔한 음악] (장) 이렇게 가 버려서 미안
나 장사치 아니야
김 씨도 누군지 몰라
거짓말했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장) 실은 우리 형이 조선에 있어
되게 오래 전에 나 어릴 때 집을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내가 형을 만나러 왔어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르지만
"도미니크로부터, 장에게"
(장) 내 사정을 숨긴 건 이해해 줘
형이 있던 곳, '새벽이 오는 곳'
그 이름을 알고 있으면 아주아주 위험하대
그래서 말 못 했어
나는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왔지만
너희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삼보) 가, 이제
(장) 그동안 먹여 주고 재워 줘서
숨겨 주고 도와줘서
형이 왜 그렇게 조선을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줘서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기를
(이림) '오랑캐 장 씨 올림'
나타날 때도 불쑥, 떠날 때도 불쑥
하여간 제멋대로인 놈이다
[이림과 해령의 한숨]
어쨌든 드디어 끝났네?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
들킬 걱정 없이
저한테 들킨 건 생각 안 하십니까?
(해령) 벌써 이 사책에 다 적히셨는데요?
뭐라고 적었는데?
뭐, '도원 대군이 백만 번쯤 어명을 거역하다'?
[함께 피식한다]
한데 그 장 씨의 형이 있었다는 곳 말이다
좀 이상하지 않으냐?
대체 어디길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진다고 하는지
[이림의 한숨] 저도 궁금합니다
이 말 그대로 새벽이 오는 곳은 아닐 테고
[애절한 음악]
(장) 모화?
(모화) 못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간 무탈히 지내신 겁니까?
네, 좋은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습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도...
왜 그러십니까?
(모화) 많이 닮으셨습니다, 의원님과
형 얼굴 아직도 기억하세요?
어찌 잊겠습니까?
몇 년이나 그분 밑에서 의술을 배웠습니다
[피식 웃으며] 귀찮았겠다
도미니크 잔소리 엄청 많은데
형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했죠?
나 데려다줄 수 있습니까?
[슬픈 음악]
(장) 여기 어디에...
묻힌 게 아니구나
죄인이니까
많이 아팠을까요?
[훌쩍인다]
무서웠을까요?
죄송합니다
[도미니크가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다]
[계속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다]
[훌쩍인다]
[장의 한숨]
[프랑스어] 주님, 도미니크의 영혼이 주님의 곁으로 갔습니다
당신의 자비 속에서 그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빛을 비춰 주시옵소서
그에게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주시옵소서
(백성1) [한국어] 요상하게도 생겼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백성2) 며느리도 막 잡아가고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방"
(백성3) 이놈이 그 애를 잡아갔다잖아
심지어 며느리도 막 잡아간다는데
(백성4) 그게 사실이오?
(시행) 좋은 아침!
[저마다 인사한다]
아, 이것들은 왜 또 다 죽어 가?
- (길승) 한숨도 못 잤답니다 - (시행) 뭐?
(길승) 오랑캐 무서워서
[시행의 못마땅한 신음] [길승의 웃음]
(경묵) 오랑캐? 에이, 설마 그 소문 때문에?
(치국) [한숨 쉬며] 그냥 소문이 아닙니다
우리 부인 친구가 직접 봤대요
저기 북촌에서 막 눈은 이렇게 시뻘게 가지고
온몸에는 피 칠갑하고 막 돌아다니는 거
(장군) 북촌이 아니라 남산골이야
산 채로 막 뱀을 뜯어 먹고 있었다더만
저는 복사골 쪽이라 들었는데? [아란의 겁먹은 숨소리]
[은임의 놀란 숨소리]
상상도 과하면 염병이다, 이것들아
조용히 하고 다들 일해, 쯧
서리들 승정원 갔다 와
(은임과 아란) 예
(주서) 양 봉!
[흥얼거리며] 양 봉!
웬일로 직접 나르십니까?
아, 왜기는 왜야?
겸사겸사 한바탕 치르는 거 구경하러 왔지
처형장 외사 누가 나갈 거야?
(주서) 빨리 싸워 봐
(아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처형장 외사요?
너희 방 붙은 거 아직 못 봤어?
[홍익의 다급한 신음]
(홍익) 이게 뭐야?
'서양 오랑캐를 돕거나 숨겨 준 자는'
'그를 데리고 관아로 올 것'
'나타나지 않을 시'
'천주학 죄인 73명은 참형에 처함'
[무거운 음악]
[아란의 놀란 숨소리]
(이진) 내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으셨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전교가 내려온 겁니까?
(부제학) 소신도 자세한 정황은 모르오나
새벽에 침전 안으로 서신 한 통이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좌상이군요
[교지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마마, 안 됩니다, 마마
안 됩니다!
(삼보) 이러지 마십시오
눈 딱 한 번만 감으시면은 지나갈 일입니다
그냥 못 본 척 넘어가십시오, 제발!
- 공복은 어디 있느냐? - (삼보) 마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삼보) 어, 구 권지, 자네가 좀 말려 주시게
이대로 전하를 찾아뵈면은
우리도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고
너무 걱정 말거라
넌 본 걸 적었을 뿐이고
허 내관과 나인들은 내 명을 따랐을 뿐이다
나 혼자 벌인 일이니
나 혼자 책임지면 돼
(삼보) 그게 어디 그리 간단히 끝날 일입니까?
대역죄인을 숨겨 준 것도 모자라서
도망까지 보내셨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어떤 벌을 받게 되실지 모른다고요
(삼보) 절대 안 됩니다
마마께서 저를 때려죽이시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보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가실 수가 없습니다
(삼보) [절규하며] 대군마마!
자그마치 73명이다
[어두운 음악]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73명이 죽는다고
(이림) 한데도 넌 내 선택이 틀렸다 말하는 것이냐?
[삼보의 당황한 숨소리] 그 많은 사람들의 목숨보다
나 한 명의 안위가 더 중하다 말하는 것이냐?
[삼보가 울먹인다]
평생을 이곳 녹서당에서
숨죽이며 조용히 숨어만 지냈다
이젠
그리 살지 않을 것이다
(해령) 같이 가게 해 주십시오
제가 입시하겠습니다
"예문관"
(서권) 송 권지님
(김 내관) 저하, 사관이 들었사옵니다
(이진) 들라 하라
[문이 탁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이진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성 검열
[애잔한 음악] [깊은 한숨]
"대조전"
(상선) 대군마마
- (이림) 고해 주시게 - (상선) 예
(상선) 전하, 도원 대군마마 드셨사옵니다
(이태) 도원이?
들라 하라!
(이태)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냐?
갑자기 왜...
전하
천주학 죄인들에 대한 처형을 멈추어 주십시오
지금 의금부에서 찾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
제가 이양인을 도왔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동안 제가 그자를 숨겨 주었고
제가 그자를 궐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니 제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태) 그놈이 무슨 짓을 하고 도망쳤는지 알고 있었느냐?
(이림) 예
(이태) 내가 그놈을 잡으라 명을 내린 것도 알고 있었느냐?
(이림) 예
(이태) 하면 다 알면서 과인의 명을 거역했다는 말이냐?
예
네 이놈!
이제 사람 노릇 좀 한다 싶어 가까이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
어찌 이 나라의 대군이라는 놈이 서양 오랑캐와 붙어먹을 생각을 해?
서양 오랑캐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그놈들은 사람이 아니다
천륜도 경학도 모르는 흉패한 짐승들이고!
어찌하면 이 나라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도륙해 마땅한 오랑캐라는 말이다!
(이태) 역시 네놈은 태생부터 잘못되었어
아무리 대군 옷을 입고 대군인 양 살아가도
썩어 빠진 뿌리는 어쩔 수가 없는 게야
[애잔한 음악]
여봐라!
(상선) 예, 전하
(이태) 지금 당장 의금부에 전하거라
천주쟁이들을 모두 참형에 처하고 그 시신을 도성 밖에 갖다 버리라고!
- 아바마마... - (이태) 닥치거라!
한 번만 더 이 일을 입에 담았다가는
그땐 내가 직접 저 계집부터 시작해서
(이태) 이 일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목을 벨 것이야
뭣 하느냐, 어서 가지 않고?
(상선) 전하, 그것이...
급보가 왔사옵니다
세자 저하께서 천주학 죄인들을
모두 방면하셨다고 하옵니다
[긴장되는 음악]
뭐라?
어명으로 잡아들인 죄인들이다
한데 어찌 세자가...
세자는 지금 어디 있느냐?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 (김 내관) 저하, 지금 전하께서... - (이태) 비키거라
(이태) 날 설득할 기회를 주마
변명이든 발뺌이든 해 보거라
입을 다문다고 내 그냥 넘어갈 성싶으냐?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왕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습니까?
네놈이 지금 내가 국왕으로서 자격이 없다 말하는 것이냐?
바른대로 말해 보거라!
해서 나는 국왕도 아니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냐?
(대비 임씨) 이게 무슨 행패입니까, 주상!
[이태의 한숨]
장차 이 나라의 왕이 될 세자입니다
한데 어찌 사관과 궁인들 앞에서 이리 모욕을 주신단 말입니까?
찰나 분이 솟았다 하여 왕실의 체통까지 잊으신 겝니까?
[한숨]
[분한 숨소리]
네놈의 그 잘난 국본이라는 허울 때문에
내 한 번은 참아 주는 것이다
[이태의 분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한숨]
(김 내관) 자네도 이만 나가 보시게
아니요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아파하는 신음] (삼보) 에이, 엄살은, 에이, 쯧
(이림) 좀 살살 좀 바르면 안 되겠느냐?
따가운데...
(삼보) 충신의 말을 따르지 않은 대가입니다
참으십시오
엄살은...
아무튼 이러고 끝내기를 천만다행입니다
저는 아까 마마께서
어디 산골짜기라도 유배를 가시는 건 아닌지
다 뺏기고 알몸으로 거리에 나앉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요
아까는
내가 미안해
화내서
(삼보) 어휴, 이 얼굴에다 성질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쯧...
기다리십시오
심신이 안정될 수 있게끔 탕약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해령) 괜찮으십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안 괜찮다
이렇게 말하면
나 위로해 주나?
[해령이 풋 웃는다]
[옅은 웃음]
괜찮아져
뭐, 그냥 하루 이틀 책 좀 읽고
뭐, 이런저런 생각 하면서 그렇게 지내면
나
잘했다고 해 줘
[잔잔한 음악]
(이림) 그냥 그 말 한마디면 될 거 같아
[붓을 탁 내려놓는다]
잘하셨습니다
그래 가지고 전하께서 노발대발 그냥
(홍익) 세자 저하 다리몽둥이 부러트리려고 하는 걸 내관들이 뜯어말리고
대비마마가 울고불고
어휴, 간신히 진정시켰다는 거 아닙니까
에이, 과장이 좀 심한 거 같은데?
(길승) 아무리 그래도 전하께서...
(홍익) 아이, 진짜라니까요?
박 내관한테 듣자마자 달려온 거라니까요?
(시행) 야, 너희들은 왜 맨날 그렇게 뜬소문으로 시시비비야?
사관 아니니, 정정당당하게, 어?
아이...
이따가 송 서리 오면은 사책 보여 달라 그러면 될 거 아니야
(장군) 아...
(은임) 아, 그런데요 이번 사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 기껏 붙였던 방은 반나절도 안 돼서 다 떼라 그러고
저하께서는 밑도 끝도 없이 천주학 죄인들 풀어 주시고
(치국) 그새 오랑캐가 잡힌 거 아니야? [은임의 놀란 숨소리]
(장군) 그랬으면 당장에 육조 거리에 매달아 놨지
온 도성이 그놈 때문에 벌벌 떨고 있는데
(치국) 그런 게 아니면 왜 천주쟁이들을 풀어 줍니까?
아니, 오랑캐랑 관련이 없다 그래도 이미 죽을 죄인들인데
왜죠?
[손가락을 딱 튕긴다]
나 감 왔어, 감 왔어
(경묵) 이거 뭔가 흥미롭고 자극적인 음모의 기운이 느껴져
성 검열은 어디 갔느냐?
(홍익) 성 검열님요?
안 보인 지 꽤 된 거 같습니다
(아란) 아, 저는 아까 이 앞에서 만났습니다
송 권지님한테 자기가 대신 입시하겠다고
반 시진만 늦게 오라고
동궁전으로 가셨는데?
(시행) 동궁전? 아니, 걔가 동궁전을 왜 가?
저야 모르죠
급한 일 같았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시행) 급한?
동궁전에 갔었다는 말이
사실이냐?
(우원) 성 검열
대답해 보거라
오늘 저하께서 하신 일에
너도 관련이 있는 것이냐?
예
제가 저하를 만나 뵈었습니다
해서?
천주학 동지들을 풀어 달라 청을 드렸습니다
(서권) 그렇지 않으면
도원 대군마마께서 이양인을 돕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겁박했습니다
[무거운 음악]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
(우원) 알고 있느냐?
네가!
예문관의 한림이 사책을 이용해 정사에 개입한 것이다
사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너 지금 그러고도
너 스스로를 사관이라 할 수 있느냐?
저도 저를 사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 검열...
천주학 동지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은 순간부터
스스로 사관임을 포기했습니다
해서
원하는 바를 다 이루었으니까
이제 물러나겠다는 것이냐?
(우원) 네게는 사관이라는 직책이
언제든 던져 버릴 수 있는 이딴 알량한 껍데기에 불과했느냐?
그런 것이야? [서권이 울먹인다]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서권) 제 손으로 물러날 자격조차 없다는 것도요
예문관의 명예를 더럽히고
동료들의 믿음을 저버린 것에 대한
마땅한 처벌을 내려 주십시오
어떤 것이든 감내하겠습니다
성...
너 진짜...
[깊은 한숨]
[풀벌레 울음]
(귀재) 사희 아가씨
(귀재) 대감마님
(익평) 안으로 모시거라
[문이 달칵 닫힌다]
갑자기 데려와 당황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제게 그런 예의는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늘 전하께서 동궁전에 드실 때 자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지?
이미 온 궁궐에 퍼진 얘기입니다
(사희) 그 내용이라면 대감께서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아니
내가 알고자 하는 건 그 전의 일이네
[어두운 음악]
전하께서 동궁전에 드시기 바로 직전
도원 대군이 여사와 함께 침전을 찾았다더군
내게 그 여사의 사책을 가져다주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마마!
마마!
[헐떡이며] 마마, 마마, 마마
[삼보의 가쁜 숨소리]
(이림) 너 그렇게 큰 소리로 나 막 찾으면서 달려오는 거
그거 좀 그만하면 안 되겠느냐?
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로 큰 소리 낼 만한 일입니다
가, 가, 가례청이 설치된답니다
가례청?
누가 혼인하는데?
누구기는 누굽니까?
왕실에서 혼기 꽉 찬 미혼이 딱 한 사람이지!
[긴장되는 음악]
(이림) 나? 도원 대군?
예, 도원 대군마마요
전하께서 마마의 혼인을 명하신 겁니다
[애잔한 음악]
(이진) 왕실의 혼례는 경사가 아니다 정치의 연장일 뿐이야
(익평) 도원 대군을 품에서 놓아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찌 그런 배포와 기지를 필부의 것이라 하겠습니까?
(이태) 도원의 혼례 문제를 논할까 합니다
(대비 임씨) 그 뻔한 속셈을 모르겠는가?
(해령) 오늘따라 태도가 상당히 불량하십니다
작정이라도 하고 오신 것처럼요
(이림) 작정했다면 어쩔 것이냐?
(우원) 사책이 무기로 쓰여서는 안 돼
(이진) 검열 성서권의 직첩을 거두고 유배를 보내도록 하세요
(해령) 어떻게 원칙이 사람보다 우선일 수 있는지요
(우원) 너의 믿음 말이다 그리 대단한 것이냐?
(이림) 난 다른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을 생각이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이진) 좌상이 널 여사로 만들었다고 해서
네가 꼭 그자의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마음이면요?
(익평) 난 이미 적임자를 골라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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