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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14

 

 [풀벌레 울음]

 

 [애절한 음악]

 

 (모화)  죄송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신 겁니까?

 

 혹 아시는 분입니까?

 

 이만 쉬거라

 

 [애잔한 음악]

 

 [울먹이는 숨소리]

 

 저희 아버지는 의술은커녕

 

 상단 일 도우시면서  이름도 관직도 없이 사신 분이라서요

 

 일찍 돌아가셨고요

 

 [울먹이며]  아니야

 

 (문직)  모화라고 했느냐?

 

 죄송합니다나리

 

 제가 잘못했습니다

 

 됐다

 

 사과는 네가 아니라  저놈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유생1)  [코웃음 치며]  저희가 왜 사과를 합니까?

 

 저년이 더러운 손으로  김 유생 다리를 덥석 잡더니

 

 이상한 걸 막 부었다니까요?

 

 (유생2)  [아파하며]  뭔지는 몰라도

 

 따가워 죽겠습니다스승님

 

 [문직의 한숨]

 

 (문직)  이 공맹을 수학한다는 유생들이  이리 눈이 어두워서야

 

 보거라

 

 종일 부엌 물을 묻히는 이 관비의 손과

 

 흙바닥에서 축국을 하던 너희의 발

 

 무엇이 더 더럽겠느냐?

 

 [문직의 옅은 웃음]

 

 가서 등목이라도 하거라

 

 땀 냄새가 진동을 한다이놈들아

 

 ...

 

 [문직의 옅은 웃음]

 

 어찌 알았느냐?

 

 상처에 소금물 쓰는 법은

 

 [잔잔한 음악]

 

 나리

 

 저는 천한 노비입니다

 

 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제가 뭘 배울 수 있겠습니까?

 

 아직도 그리 편협한 생각을 하느냐?

 

 나는 믿는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는

 

 높은 신분이라 하여 많은 것을 주고

 

 낮은 신분이라 하여  적은 걸 주지는 않는다고

 

 (문직)  모화야

 

 네가 어찌 태어났든  너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 곁에서  귀한 사람이 되어 주거라

 

 "서래원"

 

 (학생1)  오늘은 바람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학생1이 계속 말한다]

 

 (학생1)  이것에 대해 의견 있는 분?

 

 [학생2의 옅은 신음]  

 

 (학생2)  바람은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학생1)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 (학생3) 저요  - (학생1) 

 

 [학생들이 계속 토론한다]

 

 [어린 모화의 놀란 숨소리]

 

 (어린 모화)  죄송합니다나리들

 

 (어린 재경)  미안미안  이놈이 계속 말을 걸어 가지고

 

 (재경 친구)  내가 언제네가 한눈팔아 놓고

 

 (어린 재경)  얘가 또 이런다

 

 귀한 집 막내 도련님으로  곱게 자라 가지고

 

 [재경 친구의 멋쩍은 웃음]  제 잘못도 몰라

 

 (재경 친구)  너 그 이야기 안 하기로 했잖아  [어린 재경의 옅은 웃음]

 

 도미니크 의원님 밑으로  들어간다던 누이지?

 

 (어린 재경)  반갑소이다난 구재경

 

 [잔잔한 음악]

 

 (어린 재경)  '더욱이 흉부의 뼈 무리'

 

 '뼈 덩어리들은  어깨뼈를 강하게 만들고'

 

 '훌륭하게 지탱하며'

 

 '팔도 함께 받쳐 준다'

 

 '또한 어깨뼈는 갈비뼈에만 붙어 있고'

 

 잠깐이게 뭐였지?

 

 또 까먹었어?

 

 쇄골

 

 언제는 모르는 말이 없다더니

 

 모르는 말 천지네

 

 [어린 재경의 못마땅한 신음]

 

 나전어가 어디 쉬운 줄 알아?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어린 재경)  게다가 이건 의서라고의서!

 

 [한숨 쉬며]  됐어안 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셔

 

 (어린 모화)  그래서 내가  연서 대필해 준다고 했잖아

 

 구재경!

 

 [도미니크의 옅은 한숨]

 

 (어린 재경)  누이모화 누이!

 

 [잔잔한 음악]  - (학생4) 역시 모화해낼 줄 알았어  - (학생5) 정말 잘했어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학생6)  모화가 최고야

 

 (학생7)  모화야정말 잘했어  진짜 잘했어진짜

 

 (학생8)  나는 못 할 거야이런 거

 

 (어린 재경)  모화 누이최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어린 모화)  스승님!

 

 스승님

 

 (어린 해령)  

 

 [옅은 웃음]

 

 [울먹이는 숨소리]

 

 [흐느낀다]

 

 [옅은 한숨]

 

 [의아한 숨소리]

 

 [장의 힘주는 신음]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피곤한 신음]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삼보야!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시끄러워!

 

 [탁 내리찍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시끄럽다고!

 

 [장의 힘주는 신음]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  허 내관!

 

 [탁 내리찍는 소리가 들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귀찮은 신음]

 

 "녹서당"

 

 [장의 힘주는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이림)  아침부터 대체...  [장의 힘겨운 신음]

 

 [장의 개운한 한숨]

 

 ()  잘 잤냐?

 

 너 지금 뭐 하는...

 

 - 밥값  - (이림밥값?

 

 ()  조선 사람들이 그러더라

 

 사람이 먹기만 하고 일을 안 하면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고

 

 ()  그래서 꼭 밥값은 하고 살아야 된다고

 

 그러더라

 

 [장의 힘겨운 신음]

 

 [장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장의 옅은 웃음]

 

 ()  '메르시'

 

 [장의 힘겨운 신음]  [이림의 기가 찬 웃음]

 

 [옅은 한숨]

 

 [만족스러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옅은 신음]

 

 - (삼보이거  - (...

 

 [문이 달칵 열린다]  [장의 힘겨운 신음]

 

 [삼보의 만족스러운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삼보의 만족스러운 신음]

 

 [나른한 음악]  [만족스러운 웃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함께 키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키득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인들의 웃음]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  [이림과 장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

 

 [흥미진진한 음악]

 

 일로 와이리 와!

 

 [함께 킥킥 웃는다]

 

 [삼보가 소리친다]

 

 [삼보가 소리친다]

 

 [삼보의 겁먹은 신음]  [나인들과 이림의 웃음]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삼보의 다급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무슨 일이냐?

 

 금군금군요

 

 [이림과 나인들의 놀란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  하지만 탑에 갇힌 라푼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그 탑에는 입구도 계단도 없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왕자가 방법을 떠올린 거야

 

 (삼보와 이림)  어떻게?  [장의 헛기침]

 

 ()  '라푼젤라푼젤!'

 

 '그대의 머리카락을 내려 주오'

 

 '내가 그 황금빛 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신난 신음]

 

 [숨을 카 내뱉는다]

 

 [감탄하는 숨소리]

 

 [감탄하는 신음]

 

 (이림)  그래서 왕자는

 

 이 여인의 머리카락을 딱 붙잡고

 

 한 걸음한 걸음씩  탑을 향해 올라갔다

 

 오로지 그대를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이 내 사랑을 전하고야 말겠다는  뜨거운 열정으로

 

 (이림)  [헛기침하며]  혹시

 

 이미 아는 얘기냐?

 

 (해령)  아니요

 

 [한숨 쉬며]  실은 별로 와닿지가 않아서요

 

 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 설정 자체가 좀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평생 머리를 길러도  자기 키를 넘기기가 힘듭니다

 

 한데 어떻게 이 높은 탑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내려올 만큼

 

 머리를 길렀다는 말입니까?

 

 무슨 500살 먹은 신선입니까?

 

 이런 건 그냥  아름다운 얘기로 좀 받아들이면...  [해령의 기가 찬 웃음]

 

 아름답기는커녕 잔인합니다

 

 머리 빗질하다가  머리카락이 살짝 걸리기만 해도

 

 머리 가죽이 막 뜯어질 것처럼 아픈데

 

 거기에 장성한 사내가 매달린다고요?

 

 (해령)  아마 그 왕자가  탑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그 여인은 막 고통에 막 실신해 있거나

 

 아니면은 그 무게를 못 이겨 가지고  목뼈가 부러져서 죽어 있을 겁니다

 

 [시큰둥한 한숨]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의 멋쩍은 웃음]

 

 그래서 뭐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데요?

 

 (이림)  됐어

 

 너한테 낭만을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아이왜요?

 

 계속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냥 입 꾹 다물고  듣기만 하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달래는 투로]  마마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이렇게 타고 올라가서...

 

 [풀벌레 울음]

 

 [이백과 상운의 한숨]  (모화)  소식이 있느냐?

 

 (이백)  오늘도 허탕입니다

 

 도성에서는 그분을 봤다는 자가  전혀 없습니다

 

 (상운)  아무래도 아직 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이백)  한데누이그날은 어찌 된 겁니까?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 보겠다고  나가셨지 않습니까?

 

 별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신 겁니까?

 

 혹시 그곳으로 오실지 모르니  잘 살펴보거라

 

 (상운)  

 

 [옅은 한숨]

 

 (해령)  벌써 퇴궐하십니까?

 

 (시행)  이조에서 외사 나오라 그래서 끌려간다

 

 [시큰둥하게]  신난다

 

 너희는 진짜 함부로  높은 자리에 오르지 마라?

 

 용의 머리로 산다는 게  이렇게나 힘이 들어요

 

 여기저기서 그냥 나 없으면  일을 못 하겠다잖아일을!

 

 [시행의 피곤한 신음]  [은임의 한숨]

 

 (은임)  7품으로 높은 자리 운운하기  민망하지 않으십니까?

 

 위로 있는 품계가 몇 갠데  [시행의 당황한 신음]

 

 차라리 용이 아니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롱뇽이라 하십시오

 

 (아란)  [놀라며]  진짜!

 

 제가 왜양 봉교님  뭔가 닮았다고 했잖습니까?

 

 그게 도롱뇽이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롱뇽

 

 [함께 웃는다]  [유쾌한 음악]

 

 (홍익)  도롱뇽닮았어

 

 (시행)  너희는 진짜 죽어서 지옥 갈 거야?

 

 우리는 갔다가 바로 퇴궐할 거니까

 

 여기 서리들 사책 정리는

 

 거기 웃음 많은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요들

 

 - (홍익아이...  - (경묵아이양 봉교님!

 

 (서권과 해령)  안 됩니다!

 

 (경묵)  뭐가 안 돼?

 

 선진님이 친히

 

 아랫것들 사책 좀 봐주겠다는데

 

 (장군)  잠깐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네

 

 요즘 구 서리 사책은  계속 성 검열이 정리했잖아

 

 우리는 손도 못 대게 하고

 

 (길승)  뭐야?

 

 뭐 적으면 안 되는 거라도 적은 거야?

 

 [아란의 놀란 숨소리]

 

 (아란)  뭔데요?

 

 설마 세자 저하랑 도원 대군마마랑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한 겁니까?

 

 (치국)  빨리 보여 줘라?

 

 아니같은 사관들끼리

 

 누구는 알려 주고 누구는 안 알려 주고  그러는 게 어디 있어치사하게?

 

 빨리?

 

 [난처한 숨소리]

 

 [종이 댕 울린다]

 

 [해령의 놀란 숨소리]

 

 (해령)  저 입시 다녀오겠습니다

 

 (서권)  이만 가시죠늦겠습니다

 

 (홍익)  저 둘 뭔가 있는데요?

 

 (경묵)  눈 맞았나?

 

 이러다 성 검열 이혼하는 거 아니야?

 

 [은임과 아란의 놀란 숨소리]

 

 (시행)  너희는 그런 소설 좀 그만 봐  이 자식들아

 

 가자!

 

 [경묵의 멋쩍은 헛기침]

 

 아휴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놀란 숨소리]

 

 [헛기침]

 

 [긴박한 음악]

 

 [장이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장의 발음을 따라한다]

 

 [장이 혀를 쯧쯧 찬다]

 

 [프랑스어로 천천히 발음한다]

 

 [장의 발음을 따라한다]

 

 [이림이 버벅거린다]

 

 왜 이렇게 어렵느냐?

 

 '매일 너를 생각한다이 간단한 말이

 

 그럼 남의 나라 말이 쉬워?

 

 나도 피똥 쌌어조선말 배울 때

 

 [이림의 한숨]

 

 [이림이 입소리를 쩝 낸다]

 

 좀 더 쉬운 말은 없느냐?

 

 '널 좋아한다', '늘 보고 싶다'

 

 이런 거

 

 ()  '즈 쉬 벳'

 

 '즈 쉬 벳'

 

 , '널 좋아한다이런 뜻이야

 

 [프랑스어]  '나는 멍청합니다'

 

 '나는 멍청합니다'

 

 [호응하는 신음]

 

 (이림)  [한국어]  삼보야, '즈 쉬 벳'

 

 저도요, '즈 쉬 벳'

 

 (이림)  '즈 쉬 벳'  [나인들의 옅은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구해령, '즈 쉬 벳'

 

 마마지금 그러실 때가 아닙니다

 

 빨리 나와 보십시오

 

 [멋쩍은 신음]

 

 [삼보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삼보)  저놈들이저놈들이 왜?

 

 (최 나인)  맞다오늘부터 왕실 처소에  보초를 선다고 했습니다

 

 오랑캐가 아직 안 잡혔다고요

 

 (박 나인)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보초를 선다니?

 

 하면 저놈들이 계속 저기서  뻐기고 있겠다는 뜻이야?

 

 하루 종일?

 

 ()  무슨 일 있어?

 

 (삼보)  들어가인마들어가  [장의 당황한 신음]

 

 [삼보의 옅은 웃음]

 

 [삼보의 억지웃음]

 

 마마아무래도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저 구미호 같은 놈한테 홀려 가지고

 

 황천길에서 외줄 타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삼보의 웃음]

 

 (삼보)  이렇게 지내다가는  들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저놈 사정이고 뭐고 당장 내보냅시다

 

 (박 나인)  내보내기는 어디를 내보냅니까?

 

 금군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데

 

 (최 나인)  지금 내보내는 건  나가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이림)  [이 악물고]  그래일단 진정 좀 하거라

 

 며칠만 지나면 금군들도...

 

 [삼보의 과장된 웃음]

 

 (삼보)  글쎄 그 며칠 새에

 

 저놈 목소리라도 새어 나가면요?

 

 마마께서 귀양 가시다가  저희들 명복 빌어 주게 생기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구 권지도 공범이고요  [삼보의 억지웃음]

 

 허 내관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해령)  금군들이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마마께서 너무 위험해지십니다

 

 (박 나인)  구 권지님!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내쫓자는 건 아닙니다

 

 금군들만 궐 밖으로  물러나게 만들면 되죠

 

 (삼보)  [억지로 웃으며]  아유그게 말이야방귀야?

 

 누가 그걸 몰라?

 

 어떻게 해야 할 방도가  없으니까 문제지방도가!

 

 [삼보의 멋쩍은 웃음]

 

 방도가 있다면요?

 

 초한 전쟁 때 한신이 안읍 전투를  이기게 만든 묘책입니다

 

 허장성세무중생유 그리고

 

 성동격서

 

 [익살스러운 음악]

 

 [나인들의 비명]

 

 [나인들의 비명]

 

 - (금군1) 저쪽이다!  - (금군2) 저쪽저쪽

 

 (박 나인)  [울먹이며]  오랑캐서양 오랑캐를 봤습니다

 

 (최 나인)  저쪽요!

 

 [금군3의 다급한 신음]  (금군들)  오랑캐다!

 

 오랑캐!

 

 (삼보)  이게 붕 와 가지고 그냥

 

 [익살스러운 효과음]  빡 와 가지고 그러고는

 

 붕 날아 가지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 담을 넘어가더라니까?

 

 내가 이 옷만 좀 편했어도 그냥

 

 이리 당하지는 않았지내가?

 

 [힘겨운 숨소리]

 

 진짜로!

 

 (해령)  

 

 - 이양인이양인  - (설금이양인?

 

 그 궐에서 도망쳤다는 서양 오랑캐요?

 

 아니내가 요 앞에서 봤는데

 

 뭔 짓을 했는지  손에 피까지 묻히고 있던데?  [설금의 놀란 신음]

 

 (설금)  ?  [설금의 질색하는 숨소리]

 

 (해령)  이거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

 

 괜히 시끄러워진다

 

 말 안 할게요  [해령의 호응하는 신음]

 

 들어가서 쉬세요

 

 어머머머어머어머  웬일이야웬일이야어떡해아유

 

 [익살스러운 효과음]

 

 (설금)  광주댁!

 

 광주댁!

 

 [옅은 웃음]

 

 (설금)  광주댁광주댁광주댁!  [아낙들이 반긴다]

 

 큰일 났어지금

 

 아니키가 이따시만 하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눈에서 파란빛이 이렇게  막 쏟아 내는 그 서양 오랑캐가

 

 관군의 칼을 그냥

 

 [날카로운 효과음]  댕강 뽑아서 막 휘두르니까

 

 사방에 피가 팍팍팍팍팍팍...  [광주댁의 겁먹은 신음]

 

 양손에 피가 완전어  철퍼덕철퍼덕한 게

 

 갑자기 그러더니만 높이 솟아올라서  지붕 위에 탁 앉더니만은

 

 갑자기 뛰기를 막 해 가지고  사라졌대요지금!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낙들이 수군거린다]  (설금)  지금 우리 집에 있을 수도 있어

 

 [흥미진진한 음악]  아유나 진짜 내 심장이 어떻게?  무서워 죽겠네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아낙1의 힘겨운 신음]

 

 저쪽 삼거리에서  서양 오랑캐가 아기를...

 

 - (아낙2) 애를?  - (아낙3) 아기를?

 

 (아낙3)  오랑캐가?

 

 (아낙3)  아유김 서방어떡해?

 

 [아낙3의 안타까운 신음]

 

 서양 오랑캐가 얼마 전에 애를 낳은  최 참판 댁 며느리를...

 

 (사내)  뭐요?

 

 (선전관)  샅샅이 뒤져라!

 

 (금군들)  !

 

 (금군4)  비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풀벌레 울음]

 

 (수문장)  누구십니까?

 

 (삼보)  문을 여시게도원 대군마마시네

 

 (수문장)  도원 대군마마요?

 

 [비밀스러운 음악]  (삼보)  어허!

 

 어디서 감히 마마의 옥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야?

 

 전하께 네놈 이름 석 자를 고해야  문을 열 텐가?

 

 (수문장)  송구하옵니다

 

 문을 열라!

 

 [삼보의 옅은 신음]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 (삼보마마  - (이림

 

 (이림)  어떻게 됐어무사히 나간 것이냐?

 

 (삼보)  무사히 구 권지한테  데려다줬습니다

 

 옷만 갈아입고 바로 배 타러 간답니다

 

 고생했다

 

 (박 나인)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확 따라갈 걸 그랬습니다

 

 (삼보)  얼씨구따라가서 뭐 하게?

 

 오랑캐 신부라도 되게?

 

 [박 나인이 흐느낀다]

 

 건들지 마십시오  [문이 달칵 열린다]

 

 박 나인 첫사랑이란 말입니다

 

 (최 나인)  소향아!  [삼보의 당황한 신음]

 

 (삼보)  아이얼마나 봤다고 그래?  [문이 달칵 닫힌다]

 

 그깟 오랑캐...

 

 그냥 잊어버리면 그만이지

 

 에이정말...

 

 잘 갔나 모르겠네  [이림의 한숨]

 

 [해령의 초조한 숨소리]

 

 (해령)  아직 다 안 갈아입으셨습니까?

 

 좀만 서둘러 주십시오

 

 이러다가 환해지겠습니다

 

 [옅은 한숨]

 

 !

 

 [당황한 숨소리]

 

 [해령의 당황한 신음]

 

 [애잔한 음악]  ()  이렇게 가 버려서 미안

 

 나 장사치 아니야

 

 김 씨도 누군지 몰라

 

 거짓말했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  실은 우리 형이 조선에 있어

 

 되게 오래 전에 나 어릴 때  집을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내가 형을 만나러 왔어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르지만

 

 "도미니크로부터장에게"

 

 ()  내 사정을 숨긴 건 이해해 줘

 

 형이 있던 곳, '새벽이 오는 곳'

 

 그 이름을 알고 있으면  아주아주 위험하대

 

 그래서 말 못 했어

 

 나는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왔지만

 

 너희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삼보)  이제

 

 ()  그동안 먹여 주고 재워 줘서

 

 숨겨 주고 도와줘서

 

 형이 왜 그렇게 조선을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줘서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기를

 

 (이림)  '오랑캐 장 씨 올림'

 

 나타날 때도 불쑥떠날 때도 불쑥

 

 하여간 제멋대로인 놈이다

 

 [이림과 해령의 한숨]

 

 어쨌든 드디어 끝났네?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

 

 들킬 걱정 없이

 

 저한테 들킨 건 생각 안 하십니까?

 

 (해령)  벌써 이 사책에 다 적히셨는데요?

 

 뭐라고 적었는데?

 

 , '도원 대군이  백만 번쯤 어명을 거역하다'?

 

 [함께 피식한다]

 

 한데 그 장 씨의 형이  있었다는 곳 말이다

 

 좀 이상하지 않으냐?

 

 대체 어디길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진다고 하는지

 

 [이림의 한숨]  저도 궁금합니다

 

 이 말 그대로  새벽이 오는 곳은 아닐 테고

 

 [애절한 음악]

 

 ()  모화?

 

 (모화)  못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간 무탈히 지내신 겁니까?

 

 좋은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습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도...

 

 왜 그러십니까?

 

 (모화)  많이 닮으셨습니다의원님과

 

 형 얼굴 아직도 기억하세요?

 

 어찌 잊겠습니까?

 

 몇 년이나 그분 밑에서  의술을 배웠습니다

 

 [피식 웃으며]  귀찮았겠다

 

 도미니크 잔소리 엄청 많은데

 

 형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했죠?

 

 나 데려다줄 수 있습니까?

 

 [슬픈 음악]

 

 ()  여기 어디에...

 

 묻힌 게 아니구나

 

 죄인이니까

 

 많이 아팠을까요?

 

 [훌쩍인다]

 

 무서웠을까요?

 

 죄송합니다

 

 [도미니크가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다]

 

 [계속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다]

 

 [훌쩍인다]

 

 [장의 한숨]

 

 [프랑스어]  주님도미니크의 영혼이  주님의 곁으로 갔습니다

 

 당신의 자비 속에서  그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빛을 비춰 주시옵소서

 

 그에게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주시옵소서

 

 (백성1)  [한국어]  요상하게도 생겼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백성2)  며느리도 막 잡아가고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

 

 (백성3)  이놈이 그 애를 잡아갔다잖아

 

 심지어 며느리도 막 잡아간다는데

 

 (백성4)  그게 사실이오?

 

 (시행)  좋은 아침!

 

 [저마다 인사한다]

 

 이것들은 왜 또 다 죽어 가?

 

 - (길승한숨도 못 잤답니다  - (시행?

 

 (길승)  오랑캐 무서워서

 

 [시행의 못마땅한 신음]  [길승의 웃음]

 

 (경묵)  오랑캐?  에이설마 그 소문 때문에?

 

 (치국)  [한숨 쉬며]  그냥 소문이 아닙니다

 

 우리 부인 친구가 직접 봤대요

 

 저기 북촌에서 막  눈은 이렇게 시뻘게 가지고

 

 온몸에는 피 칠갑하고  막 돌아다니는 거

 

 (장군)  북촌이 아니라 남산골이야

 

 산 채로 막 뱀을  뜯어 먹고 있었다더만

 

 저는 복사골 쪽이라 들었는데?  [아란의 겁먹은 숨소리]

 

 [은임의 놀란 숨소리]

 

 상상도 과하면 염병이다이것들아

 

 조용히 하고 다들 일해

 

 서리들 승정원 갔다 와

 

 (은임과 아란)  

 

 (주서)  양 봉!

 

 [흥얼거리며]  양 봉!

 

 웬일로 직접 나르십니까?

 

 왜기는 왜야?

 

 겸사겸사 한바탕 치르는 거  구경하러 왔지

 

 처형장 외사 누가 나갈 거야?

 

 (주서)  빨리 싸워 봐

 

 (아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처형장 외사요?

 

 너희 방 붙은 거 아직 못 봤어?

 

 [홍익의 다급한 신음]

 

 (홍익)  이게 뭐야?

 

 '서양 오랑캐를 돕거나 숨겨 준 자는'

 

 '그를 데리고 관아로 올 것'

 

 '나타나지 않을 시'

 

 '천주학 죄인 73명은 참형에 처함'

 

 [무거운 음악]

 

 [아란의 놀란 숨소리]

 

 (이진)  내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으셨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전교가 내려온 겁니까?

 

 (부제학)  소신도 자세한 정황은 모르오나

 

 새벽에 침전 안으로  서신 한 통이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좌상이군요

 

 [교지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마마안 됩니다마마

 

 안 됩니다!

 

 (삼보)  이러지 마십시오

 

 눈 딱 한 번만 감으시면은  지나갈 일입니다

 

 그냥 못 본 척 넘어가십시오제발!

 

 - 공복은 어디 있느냐?  - (삼보마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삼보)  구 권지자네가 좀 말려 주시게

 

 이대로 전하를 찾아뵈면은

 

 우리도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고

 

 너무 걱정 말거라

 

 넌 본 걸 적었을 뿐이고

 

 허 내관과 나인들은  내 명을 따랐을 뿐이다

 

 나 혼자 벌인 일이니

 

 나 혼자 책임지면 돼

 

 (삼보)  그게 어디 그리 간단히 끝날 일입니까?

 

 대역죄인을 숨겨 준 것도 모자라서

 

 도망까지 보내셨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어떤 벌을 받게 되실지 모른다고요

 

 (삼보)  절대 안 됩니다

 

 마마께서 저를  때려죽이시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보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가실 수가 없습니다

 

 (삼보)  [절규하며]  대군마마!

 

 자그마치 73명이다

 

 [어두운 음악]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73명이 죽는다고

 

 (이림)  한데도 넌 내 선택이  틀렸다 말하는 것이냐?

 

 [삼보의 당황한 숨소리]  그 많은 사람들의 목숨보다

 

 나 한 명의 안위가  더 중하다 말하는 것이냐?

 

 [삼보가 울먹인다]

 

 평생을 이곳 녹서당에서

 

 숨죽이며 조용히 숨어만 지냈다

 

 이젠

 

 그리 살지 않을 것이다

 

 (해령)  같이 가게 해 주십시오

 

 제가 입시하겠습니다

 

 "예문관"

 

 (서권)  송 권지님

 

 (김 내관)  저하사관이 들었사옵니다

 

 (이진)  들라 하라

 

 [문이 탁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이진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성 검열

 

 [애잔한 음악]  [깊은 한숨]

 

 "대조전"

 

 (상선)  대군마마

 

 - (이림고해 주시게  - (상선

 

 (상선)  전하도원 대군마마 드셨사옵니다

 

 (이태)  도원이?

 

 들라 하라!

 

 (이태)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냐?

 

 갑자기 왜...

 

 전하

 

 천주학 죄인들에 대한 처형을  멈추어 주십시오

 

 지금 의금부에서 찾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

 

 제가 이양인을 도왔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동안 제가 그자를 숨겨 주었고

 

 제가 그자를 궐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니 제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태)  그놈이 무슨 짓을 하고  도망쳤는지 알고 있었느냐?

 

 (이림)  

 

 (이태)  내가 그놈을 잡으라  명을 내린 것도 알고 있었느냐?

 

 (이림)  

 

 (이태)  하면 다 알면서  과인의 명을 거역했다는 말이냐?

 

 

 

 네 이놈!

 

 이제 사람 노릇 좀 한다 싶어  가까이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

 

 어찌 이 나라의 대군이라는 놈이  서양 오랑캐와 붙어먹을 생각을 해?

 

 서양 오랑캐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그놈들은 사람이 아니다

 

 천륜도 경학도 모르는  흉패한 짐승들이고!

 

 어찌하면 이 나라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도륙해 마땅한 오랑캐라는 말이다!

 

 (이태)  역시 네놈은 태생부터 잘못되었어

 

 아무리 대군 옷을 입고  대군인 양 살아가도

 

 썩어 빠진 뿌리는 어쩔 수가 없는 게야

 

 [애잔한 음악]

 

 여봐라!

 

 (상선)  전하

 

 (이태)  지금 당장 의금부에 전하거라

 

 천주쟁이들을 모두 참형에 처하고  그 시신을 도성 밖에 갖다 버리라고!

 

 - 아바마마...  - (이태닥치거라!

 

 한 번만 더 이 일을 입에 담았다가는

 

 그땐 내가 직접 저 계집부터 시작해서

 

 (이태)  이 일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목을 벨 것이야

 

 뭣 하느냐어서 가지 않고?

 

 (상선)  전하그것이...

 

 급보가 왔사옵니다

 

 세자 저하께서 천주학 죄인들을

 

 모두 방면하셨다고 하옵니다

 

 [긴장되는 음악]

 

 뭐라?

 

 어명으로 잡아들인 죄인들이다

 

 한데 어찌 세자가...

 

 세자는 지금 어디 있느냐?

 

 [문이 벌컥 열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 (김 내관저하지금 전하께서...  - (이태비키거라

 

 (이태)  날 설득할 기회를 주마

 

 변명이든 발뺌이든 해 보거라

 

 입을 다문다고  내 그냥 넘어갈 성싶으냐?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왕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습니까?

 

 네놈이 지금 내가 국왕으로서  자격이 없다 말하는 것이냐?

 

 바른대로 말해 보거라!

 

 해서 나는 국왕도 아니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냐?

 

 (대비 임씨)  이게 무슨 행패입니까주상!

 

 [이태의 한숨]

 

 장차 이 나라의 왕이 될 세자입니다

 

 한데 어찌 사관과 궁인들 앞에서  이리 모욕을 주신단 말입니까?

 

 찰나 분이 솟았다 하여  왕실의 체통까지 잊으신 겝니까?

 

 [한숨]

 

 [분한 숨소리]

 

 네놈의 그 잘난  국본이라는 허울 때문에

 

 내 한 번은 참아 주는 것이다

 

 [이태의 분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한숨]

 

 (김 내관)  자네도 이만 나가 보시게

 

 아니요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아파하는 신음]  (삼보)  에이엄살은에이

 

 (이림)  좀 살살 좀 바르면 안 되겠느냐?

 

 따가운데...

 

 (삼보)  충신의 말을 따르지 않은 대가입니다

 

 참으십시오

 

 엄살은...

 

 아무튼 이러고 끝내기를  천만다행입니다

 

 저는 아까 마마께서

 

 어디 산골짜기라도  유배를 가시는 건 아닌지

 

 다 뺏기고 알몸으로  거리에 나앉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요

 

 아까는

 

 내가 미안해

 

 화내서

 

 (삼보)  어휴이 얼굴에다 성질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기다리십시오

 

 심신이 안정될 수 있게끔  탕약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해령)  괜찮으십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안 괜찮다

 

 이렇게 말하면

 

 나 위로해 주나?

 

 [해령이 풋 웃는다]

 

 [옅은 웃음]

 

 괜찮아져

 

 그냥 하루 이틀 책 좀 읽고

 

 이런저런 생각 하면서  그렇게 지내면

 

 

 

 잘했다고 해 줘

 

 [잔잔한 음악]

 

 (이림)  그냥 그 말 한마디면 될 거 같아

 

 [붓을 탁 내려놓는다]

 

 잘하셨습니다

 

 그래 가지고 전하께서 노발대발 그냥

 

 (홍익)  세자 저하 다리몽둥이 부러트리려고  하는 걸 내관들이 뜯어말리고

 

 대비마마가 울고불고

 

 어휴간신히  진정시켰다는 거 아닙니까

 

 에이과장이 좀 심한 거 같은데?

 

 (길승)  아무리 그래도 전하께서...

 

 (홍익)  아이진짜라니까요?

 

 박 내관한테 듣자마자  달려온 거라니까요?

 

 (시행)  너희들은 왜 맨날  그렇게 뜬소문으로 시시비비야?

 

 사관 아니니정정당당하게?

 

 아이...

 

 이따가 송 서리 오면은  사책 보여 달라 그러면 될 거 아니야

 

 (장군)  ...

 

 (은임)  그런데요  이번 사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기껏 붙였던 방은  반나절도 안 돼서 다 떼라 그러고

 

 저하께서는 밑도 끝도 없이  천주학 죄인들 풀어 주시고

 

 (치국)  그새 오랑캐가 잡힌 거 아니야?  [은임의 놀란 숨소리]

 

 (장군)  그랬으면 당장에  육조 거리에 매달아 놨지

 

 온 도성이 그놈 때문에  벌벌 떨고 있는데

 

 (치국)  그런 게 아니면  왜 천주쟁이들을 풀어 줍니까?

 

 아니오랑캐랑 관련이 없다 그래도  이미 죽을 죄인들인데

 

 왜죠?

 

 [손가락을 딱 튕긴다]

 

 나 감 왔어감 왔어

 

 (경묵)  이거 뭔가 흥미롭고 자극적인  음모의 기운이 느껴져

 

 성 검열은 어디 갔느냐?

 

 (홍익)  성 검열님요?

 

 안 보인 지 꽤 된 거 같습니다

 

 (아란)  저는 아까 이 앞에서 만났습니다

 

 송 권지님한테  자기가 대신 입시하겠다고

 

 반 시진만 늦게 오라고

 

 동궁전으로 가셨는데?

 

 (시행)  동궁전아니걔가 동궁전을 왜 가?

 

 저야 모르죠

 

 급한 일 같았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시행)  급한?

 

 동궁전에 갔었다는 말이

 

 사실이냐?

 

 (우원)  성 검열

 

 대답해 보거라

 

 오늘 저하께서 하신 일에

 

 너도 관련이 있는 것이냐?

 

 

 

 제가 저하를 만나 뵈었습니다

 

 해서?

 

 천주학 동지들을 풀어 달라  청을 드렸습니다

 

 (서권)  그렇지 않으면

 

 도원 대군마마께서 이양인을 돕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겁박했습니다

 

 [무거운 음악]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

 

 (우원)  알고 있느냐?

 

 네가!

 

 예문관의 한림이 사책을 이용해  정사에 개입한 것이다

 

 사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

 

 너 지금 그러고도

 

 너 스스로를 사관이라 할 수 있느냐?

 

 저도 저를 사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 검열...

 

 천주학 동지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은 순간부터

 

 스스로 사관임을 포기했습니다

 

 해서

 

 원하는 바를 다 이루었으니까

 

 이제 물러나겠다는 것이냐?

 

 (우원)  네게는 사관이라는 직책이

 

 언제든 던져 버릴 수 있는  이딴 알량한 껍데기에 불과했느냐?

 

 그런 것이야?  [서권이 울먹인다]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서권)  제 손으로 물러날  자격조차 없다는 것도요

 

 예문관의 명예를 더럽히고

 

 동료들의 믿음을 저버린 것에 대한

 

 마땅한 처벌을 내려 주십시오

 

 어떤 것이든 감내하겠습니다

 

 ...

 

 너 진짜...

 

 [깊은 한숨]

 

 [풀벌레 울음]

 

 (귀재)  사희 아가씨

 

 (귀재)  대감마님

 

 (익평)  안으로 모시거라

 

 [문이 달칵 닫힌다]

 

 갑자기 데려와  당황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제게 그런 예의는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늘 전하께서 동궁전에 드실 때  자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지?

 

 이미 온 궁궐에 퍼진 얘기입니다

 

 (사희)  그 내용이라면  대감께서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아니

 

 내가 알고자 하는 건 그 전의 일이네

 

 [어두운 음악]

 

 전하께서 동궁전에 드시기 바로 직전

 

 도원 대군이 여사와 함께  침전을 찾았다더군

 

 내게 그 여사의 사책을 가져다주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삼보)  마마!

 

 마마!

 

 [헐떡이며]  마마마마마마

 

 [삼보의 가쁜 숨소리]

 

 (이림)  너 그렇게 큰 소리로  나 막 찾으면서 달려오는 거

 

 그거 좀 그만하면 안 되겠느냐?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로 큰 소리 낼 만한 일입니다

 

 가례청이 설치된답니다

 

 가례청?

 

 누가 혼인하는데?

 

 누구기는 누굽니까?

 

 왕실에서 혼기 꽉 찬 미혼이  딱 한 사람이지!

 

 [긴장되는 음악]

 

 (이림)  도원 대군?

 

 도원 대군마마요

 

 전하께서 마마의 혼인을 명하신 겁니다

 

 [애잔한 음악]

 

 (이진)  왕실의 혼례는 경사가 아니다  정치의 연장일 뿐이야

 

 (익평)  도원 대군을 품에서  놓아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찌 그런 배포와 기지를  필부의 것이라 하겠습니까?

 

 (이태)  도원의 혼례 문제를 논할까 합니다

 

 (대비 임씨)  그 뻔한 속셈을 모르겠는가?

 

 (해령)  오늘따라 태도가 상당히 불량하십니다

 

 작정이라도 하고 오신 것처럼요

 

 (이림)  작정했다면 어쩔 것이냐?

 

 (우원)  사책이 무기로 쓰여서는 안 돼

 

 (이진)  검열 성서권의 직첩을 거두고  유배를 보내도록 하세요

 

 (해령)  어떻게 원칙이  사람보다 우선일 수 있는지요

 

 (우원)  너의 믿음 말이다  그리 대단한 것이냐?

 

 (이림)  난 다른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을 생각이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이진)  좌상이 널 여사로 만들었다고 해서

 

 네가 꼭 그자의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마음이면요?

 

 (익평)  난 이미 적임자를 골라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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