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4
(강태) 고문영
- 놔 - (강태) 제발
일단 내 말 좀…
날개가 세 쌍이야
그 돌연변이 나비는
하나밖에 없어
[어두운 음악]
우리 엄마가 디자인해서 만든 브로치
(문영) 근데 저 나비가
왜 오빠 벽화에 있어?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내가 물었을 때
그때 아니라고 했어야지
나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더 이상 따라오지 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문영) 이따 얘기해
[문영의 거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대표님
문영이한테 좀 가 주시겠어요?
자세한 얘긴 만나서 드릴게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순덕) 어
또 싱크대 밑에 들어가서 안 나와
쟤 또 왜 저런다니?
[상태가 울먹인다]
(상태) 엄, 엄마, 엄마, 엄마 나비 새끼, 새끼 나비가
왜 거, 거, 거기 있지? 왜 내, 내 그, 내 그림에 있지?
어, 누가 그렸어, 누가 그렸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형
이리 나와, 응?
어, 엄마, 엄마, 엄마 죽인 나비가 쪼, 쫓아왔어
(상태) 나, 나, 나, 나, 나, 나를 쫓아왔어
여기까지 왔어, 어떡해
[차분한 음악]
그 나비는
엄마 나비, 새끼 나비가 아니라
날개가 세 쌍인 돌연변이 나비야
도, 도, 돌연변이?
그럼 내가 본 나비 아니야?
(강태) 응
변종이긴 한데
꽤 흔하게 볼 수 있어
나도 정원 꽃밭에서 몇 번 봤고
나, 나 못 봤는데
형은 무서워하니까 제대로 못 봤지
(강태) 신기하고 특이한 나비니까
누가 형 대신에 벽화에 그려 놨나 봐
(상태) 왜, 왜, 왜, 왜 나, 남의 그, 그림에
낙서를, 낙서를 했지? 예의 없게? 어?
그러게
내가 잡아서 아주 혼을 내 줄게
(강태) 얼른 나와
(상태) 다, 다, 다른 거야?
(강태) 형
나랑 약속했지?
만약에 나비가 나타나도
절대 안 도망간다고
어, 약, 약속했어, 약속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니까
나 안 도망가, 안 도망…
[잔잔한 음악]
(상태) 근데
나, 나비, 나비 보면 머리, 머리가 아프니까
옆에서 조, 조금만 도와주면 나 이겨 낼 수 있어
응, 멋지다, 우리 형
[한숨]
(순덕) 문상태
너 때문에 동생은 지금 일도 못 하고
나는 점심 준비도 못 하고
아주 여러모로 민폐야
(상태) 예, 죄, 죄송, 죄송합니다
저, 오늘 저희 형 좀…
(순덕) 죄송으로 안 끝나
너 오늘 아줌마 옆에서 주방 보조 좀 해
자
(상태) 아, 알바비 줍니까? 알바비?
(순덕) 너 하는 만큼 줄게
(상태) 또, 또, 또 하는 만큼?
이거, 이거, 이거 벗고 이, 입어야 되는데, 이거
- (순덕) 아이고, 벗어야 돼 - 어, 아이고, 아이고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지왕) 왜 여기들 있어?
(필옹) 어
[의미심장한 음악] 아, 이거
상태 군이 그린 게 아니래
(정태) 아, 지우라고 막 소리쳐서 우리가 지워 주려고요
어, 어, 그래 주면 좋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어, 나도 봤어, 나비 [문이 탁 닫힌다]
아, 나 출장 간 사이에 누가 장난질을 친 모양인데
확인부터 해 보자고
[의미심장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지왕) 아…
아니, 수, 수간호사가 왜, 왜 여기…
(강태) 고문영 작가 동화 시간 되실 때 한번 읽어 보세요
아니, 난 그쪽 감성 아니야
난 잔인한 치정물 아니면 호러물이 좋아
엄마 좋아해?
둘리 엄마 내가 형한테 선물해 줬잖아
(행자) 아, 그새 나랑도 꽤 친해졌지
(행자) 셋이 캠핑카 타고 놀러 갔었어?
(대환) 그 앤…
(행자)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고 작가
참 잘 컸네
(문영) [물건을 뒤적거리며] 하, 어디 갔어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어!
[문영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대환) [어눌한 말투로] 죽어
죽어, 이 괴물아 [어린 문영의 거친 숨소리]
(대환) 너도 너희 엄마처럼 될 거야
(강태) 우리 엄마는
살해됐어
(상태) 저 나비가
[울먹이며] 저…
저 나비가 우리 엄마 죽였…
저 나비가 우리 엄마 죽였는데
(희재) 사랑해, 우리 딸
(희재) 너는 곧 나야
(지왕) 정말 미안하네
내가 자네 볼 면목이 없어, 미안해
제 눈앞에 버젓이 두고도
몰랐어요
[한숨]
형을 그 여자한테 맡겨 두고
제가 고맙다고
다 내 책임이야, 너무 자책하지 마
(지왕) 이제 도희재 정체를 알았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찾아내는 게 급선무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테니까
당분간 자넨 병원에 나오지 말고 형이랑 고 작가 옆에 있어
씁, 아니, 근데 사방이 감시 카메라인 여기서
대체 왜 그 긴 시간 동안 버티고 있었을까?
[몽환적인 음악]
참 재밌었는데
[심전도계 경고음] [대환의 거친 숨소리]
고대환 님
(대환) [힘겨운 목소리로] 난…
이제
여한이 없어요
[긴장되는 음악]
여한이 없어?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한다고 해 놓고 이러면 안 되지
그런 사람 죽여 놓고
여한이 없으면 안 되는 거야, 여보
[대환의 놀란 숨소리]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20년인데
(희재) 20년 동안 기다렸는데
음, 아쉽다
[거친 숨소리]
내가 왜 당신을
이렇게 살려 뒀는 줄 알아?
이렇게 오래 고통받고
처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이
[거친 숨소리]
너무 재밌어서
[웃음]
[대환의 거친 신음]
나 진짜 힘들었어
(희재) 사방이 다 감시 카메라지
오지왕 그 능구렁이는 보통내기가 아니지
그래서
나 엄청 스릴 있었다?
안 돼
안 돼…
설마
우리 문영이
아
우리 예쁜 딸?
참 잘 컸지?
당신은 몰라
내가 그동안 옆에서 얼마나 살뜰히 챙기고 지켜 줬는지
죽고 싶다면서요
[긴장되는 음악]
[한숨]
(희재) 그럼
내가 도와줄게요
[승철의 괴로운 신음]
(승철) 놔, 이 새끼야!
다 죽여 버릴 거야! 놔
[비명] [삭 베는 소리가 난다]
겁쟁이가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해 봐요
그렇게 고생해서 완벽하게 키워 놨는데
아, 요새 [어두운 음악]
너무 마음에 안 들어
[힘겨운 숨소리]
부모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줄 알아?
자식이 가장 행복할 때
그 행복을 뺏어 버리면 말을 아주 잘 듣는다?
[힘겨운 신음]
[희재의 웃음]
잘 죽어
[심전도계 경고음] (대환) 아, 안 돼
무, 문영이…
[문이 탁 닫힌다]
[심전도계 정지음]
문영아
문영아
문영아
(상인) 문영아
문영아?
- 뭐야, 왜? - (상인) 어?
아, 너 컨디션 괜찮은가 해서
(문영) 컨디션이야 늘 안 좋지
그거 물어보려고 달려왔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뭐, 작업 진행이 어느 정도 됐나 뭐, 궁금하기도 하고
(상인) [웃으며] 뭐, 겸사겸사
(문영) 메일로 원고 보냈는데, 아침에
아, 그랬어? 어
(상인) 이야, 벌써 초고가 나왔구나
역시 우리 고 작가
필받으면 그냥 아주 후딱이야, 어
어때, 음, 재밌어?
뭐, 죽여줘?
언젠 안 죽였어?
(상인) 어, 그렇지
(문영) 가
나 어제 마감하느라 밤새워서 피곤해, 잘 거야
어, 그래
고생했어, 어, 잘 자
나 갈게, 응
[차분한 음악]
(상인) 네
아휴
전혀 안 괜찮아
아주 안 좋아, 어?
걔가 여태까지 나 보면서 한 번도 웃어 준 적이 없는데
아이, 감이 안 좋네, 이거
내가 여기서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와서 무슨 일인지 얘기 좀 해 줘요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그리 갈게요
(상태) 가, 강태야
나, 나 알바비 3만 원 벌었다
어, 이건 아까 먹던 거고
이거, 자, 요, 용돈 이거 너 만 원
이거, 이거는 문영이 거 만 원
어, 이거 내 거
아니야, 형 다 써
용돈 싫어?
(강태) 형
내가 지금 태워다 줄 테니까
당분간 옥탑방 가 있을래?
나…
나, 나, 나 혼자? 왜, 왜?
둘이, 둘이 싸웠어?
(상태) 너 무, 문영이랑 싸웠지?
(강태) 응
내가 잘못해서
화가 엄청 많이 났어
가서 하루 종일 빌어야 돼
형, 형이, 형이 싸우지 말랬잖아, 어?
싸,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낫다고 했어, 안 했어?
내가 화해하고 전화할게
가자, 얼른
[한숨]
그, 무조, 무조건 잘못했다 그래 무조건, 어?
(상태) 저, 정중하게, 정중해, 정중하면 돼
정중하면 덜 혼나겠지? 어?
(강태) 응
[마우스 클릭음]
나비를 대체 누가 그려 놓은 거야?
(민석) 아, 오 보호사
그, 수간호사님 휴가 언제까지예요?
영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차용의 웃음]
5일이나 내셨대요
[별의 한숨]
고대환 환자분 그렇게 되고
씁, 번아웃 온 거 같지 않아요?
아, 글쎄
아, 이상하다?
(주리) 로비 계단 쪽 녹화 영상이 왜 없지? [별의 한숨]
(지왕) 어, 그거 어디 보낼 데가 있어서 내가 따로 저장했어
- (주리) 어디 보내시게요? - (지왕) 있어
아, 남 간호사, 잠깐 나 좀 볼까?
네
(주리) 사표 처리요?
왜요, 수간호사님 어디 아프세요?
뭐, 이유는 차차 알게 될 거고
(지왕) 힘들겠지만
당분간 간호부 업무를
최고참인 남 간호사가 신경 좀 써 줘
환자들 동요하지 않게 살펴보고
예, 알겠습니다
아이고
(지왕) 그럼 수고해
(주리) 저, 원장님
(지왕) 어
혹시 속상한 일 있으시면
예전처럼 저희 엄마랑 같이 약주도 드시고 하세요
혼자 속 끓이지 마시고요
조만간 백수 되면
그때 실컷 그러마
[문이 탁 열린다] 백수?
[문이 탁 닫힌다]
설마 은퇴하시나?
[한숨]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어
(상인) 와, 말도 안 돼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악연이
[상인의 한숨]
악연일까요?
아, 그럼 이게 악연이 아니고 대체 뭐가…
(상인) 설마
이 엄청난 걸 다 알고 지금
문영이를 끌어안고 가겠다 그겁니까?
네
문영인
저한테 그냥 고문영이에요
도희재 딸이 아니라
[상인의 한숨]
[무거운 음악]
(상인) 도희재 작가는 어마어마한 의료계 집안의 여자예요
씁, 근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대 3학년 때 중퇴를 하고
메스 대신에 펜을 잡았고
결혼을 하고 나선 자기 집안이랑 연을 다 끊고
이 성에 틀어박혀서 소설 집필만 했어요
아휴, 문영이랑 10년째 붙어 있으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게 꼴랑 이게 전부네요
[상인의 한숨]
그 어린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는데
그 출판업계 사람들이
밤낮으로 찾아가서 문영이를 괴롭혔어요
엄마가 쓴 '서쪽마녀'
최종회 원고
하, 자기네들이 내게 해 달라고
이 똥파리만도 못한 놈들
그럼 그 마지막 책은…
알다시피 세상에 안 나왔어요
그 최종고도 같이 사라졌으니까
고문영
(문영) 진짜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를
[떨리는 숨소리]
죽인 게 맞아?
너희 형을 평생 괴롭히고
네 인생을 엿같이 만든 나비가
그게 진짜 우리 엄마야?
아니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거지?
그럴 리 없잖아
[차분한 음악]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얼마 안 돼
[문영이 울먹인다]
고문영
(강태) 잘 들어
너랑 너희 엄만 달라
나
죽어도
절대로 너 안 떠나
나한테 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그냥 고문영이야
위선자
[흐느낀다]
[통화 연결음]
아씨, 백여시, 씨
내 전화 또 씹네, 또, 씨
(상태) 재, 재수 씨, 라면, 라면 먹어, 라면
형님
아, 진짜로 고문영이 강태한테 개빡쳐서
형님을 당분간 이 집으로 피신시킨 게 맞아? 어?
아이, 난 아무래도 개뻥구라 냄새가 좀 나는데
반숙은 너, 와, 와, 완숙은 나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그, 걔들이 형 없을 때 막 그…
(재수) 멜랑꼴리하고 막 야시, 야시꼴꼴하고 막 그런 걸
자기들끼리 막 마음대로 하려고 막 그런 거 아니냔 말이야, 어? 어?
재, 재수 씨
그렇지? 그런 거 같지?
스, 스, 슬픈 얼굴, 스, 슬픈 표정
어?
[슬픈 음악]
무, 무, 문영이 얼굴이
(상태) 표, 표정이
거, 거, 겁이 난다
스, 슬프다
왜, 왜 그랬지?
왜, 왜 그런 얼굴을 했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지왕) 어, 네가 웬일이야?
(순덕) 주리가 한번 가 보라 그러데?
아저씨 멘탈이 좀 나간 거 같다고
아이고
정신과 짬밥을 그냥 먹진 않았네
왜, 진짜 은퇴할 생각이유?
아, 조만간 자의 반, 타의 반 그렇게 될 모양인데
믿었던 도끼한테 제대로 찍히고 났더니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네
(순덕) 맨날 못 걷는다면서 훨훨 잘만 날아다니더구먼
아, 갑자기 왜?
아, 잘난 척을
너무 오지게 했어
고 작가도, 상태 군도
뭐, 처방전이랍시고
(지왕) 일부러 여기다 붙들어 놓은 건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네
쯧, 어떡하냐, 순덕아
그 가여운 것들한테 미안해서
아, 나이를 헛먹었다
어른이라고 맨날 정답만 아나, 뭐
죽을 때까지 삐끗하며 사는 거지
아, 의사가 어떻게 매번 사람을 살리기만 해?
뭐, 예수야?
[한숨]
'안 괜찮아도 괜찮아'
(순덕) 저기 떡하니 쓰여 있네
순덕아
네가 차기 원장 할래?
아이고, 염병
(순덕) 아유
[순덕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 (상인) 다녀왔습니다 - 어, 어, 어서 와
[순덕의 웃음]
(순덕) 오늘은 대충 이 주먹밥으로 때우자고
우아, 주먹밥 좋죠
(상인) 이야, 근데 무슨 주먹밥 봉사를 나가세요?
왜 이렇게 양이…
이렇게 해서 냉동고에 얼려 놓고
레인지에 하나씩 꺼내서 돌려 먹으면
귀찮을 때 끼니 때우기 딱이야 [상인의 웃음]
(승재) 저 내일 이거 들고 고문영 작가님네 배달 가야 돼요
야, 거, 거길 왜, 왜, 왜…
(순덕) 아, 상태가 옥탑방에 며칠 와 있는다며
그럼 뭐, 뻔한 얘기 아니야?
강태랑 문영이 그 둘 사이에 뭔 사달이 났다는 얘기인데
그 와중에 걔들이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겠어?
뭔 일인지는 몰라도 [잔잔한 음악]
이 마음고생 치를 때는 정신력이 아니라
이 밥심으로 버티는 거걸랑
아유, 어머니…
제가 너무…
참 존경스럽고 정말 제가 사랑합니다, 어머니, 예
[훌쩍인다]
으악, 왜 저래
(순덕) 먹든지 울든지
고백을 하든지
하나만 해
[상인의 웃음]
맛있다
(주리) 저…
[상인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다 드시면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실래요?
아, 예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상인) 들어가도 될까요? - (주리) 네!
(주리) 아, 앉으세요
(상인) 아, 예
어유, 막 괜히 긴장이 되고
[상인의 웃음]
예
씁, 할 얘기라는 게…
어…
진짜 괜찮을까요?
네? 뭐가…
아니요, 그, 아침에 병원에 왔다가 갑자기 집에 간 것도 좀 그렇고
(주리) 전화도 계속 안 받아서요
너무 걱정이 돼서 그러는데 혹시 무슨 일인지…
그, 저, 주리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은데요
제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주리 씨
이제 그만하세요
- 네? - (상인) 아, 대체 언제까지
문강태, 문강태 타령할 겁니까?
(상인) 예, 저도 알아요
저도 그 친구 생각하면 신경이 막 쓰이고
막 가슴이 아프고 막 그렇습니다
아니요
문영이요
걔가 진짜 괜찮은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요
정말 좋아합니다
[따뜻한 음악]
네, 저도 사실 좋아해요
문영이
[상인의 멋쩍은 웃음]
(상인) 어유, 좋네요, 예
하, 그, 두 사람 우정이 아주
아유…
먹은 게 좀 체한 거 같은데
저 먼저 좀 가 보겠습니다
쉬세요
[상인의 아파하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주리)
(주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강태) 나도 괴로웠어
너처럼
[차분한 음악]
도저히 믿기 싫어서 부정했고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생길까
이가 갈리게 원망도 했어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냥 네가
날 보고 웃으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데
나비도
우리 엄마도
다 잊고
그냥 우리만 남게 되는데
문영이 넌
너는 잘못 없어
우린 다
아무 잘못 없어
[숨죽여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열린다]
간만에 같이 술 한잔할래?
싫어, 꼰대랑은 안 마셔
아비한테 말하는 본새 봐라, 쯧쯧
아, 뭔데, 왜 그래, 갑자기?
야, 네가 아비랑 안 놀아 주니까
(차용) 언젠 나 같은 거 신경이나 썼어?
놀아 달라고 칭얼댈 땐 맨날 환자들이랑 있었으면서
내가 원래 등잔 밑은 잘 못 보잖냐
네가 좀 봐줘라
뭐, 소주? 맥주?
막걸리
뭐, 그러든가
(지왕) 차용아
아비가 미안하다
[잔잔한 음악]
♪ 나 그대에게 ♪
♪ 드릴 말 있네 ♪
♪ 오늘 밤 문득 ♪
♪ 드릴 말 있네 ♪
♪ 나 그대에게 ♪
♪ 모두 드리리 ♪
♪ 터질 것 같은 ♪
♪ 이 내 사랑을 ♪
♪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
♪ 못 할 게 없네 ♪
♪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
♪ 가득 드리리 ♪
♪ 나 그대에게 ♪
[함께 웃는다]
♪ 드릴 게 있네 ♪
♪ 오늘 밤 문득 ♪
♪ 드릴 게 있네 ♪
(상태) 아, 재수 씨
아, 재수 씨 코 엄청 골아, 시끄러워 [문이 탁 닫힌다]
아…
어?
왜 전화가 안 왔지?
아직 화해, 화해 안 했나?
화해, 화해를 해야 내가 집에 들어가는데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아, 집에 한번 가 봐야 되나
(별) 선배
나 커피 시킬 건데 같이 마실래요?
- (주리) 어, 나는 아아 - (민석) 어? 그럼 저는 라테
[민석의 웃음]
오케이
아아, 라테
(별) 주문 완료
[선해의 헛기침]
어제, 오늘 문 보호사가 안 보이네
당분간 휴가 냈어요
에? 갑자기?
그래?
근데 왜요?
(선해) 아…
아니, 그, 얼마 전에
저, 그러고 해 가지고 [선해가 코를 훌쩍인다]
뭐, 맛있는 거 시켜 줄까 그랬지
돌아오면 꼭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저기, 나한테 뭐
전화 온 거 없지?
(민석) 누구…
아버지요?
연락 오면 어떻게 할까요?
(선해) 쯧
일단
바꿔는 줘 봐
(주리) 네, 그럴게요 [선해의 옅은 웃음]
(선해) 수고해
아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설마 간 떼 주려고 저러는 거 아니겠죠?
글쎄
(민석) 아, 근데
문강태 보호사는 왜 갑자기 휴가 낸 거예요?
고문영
문 좀 열어 줘
너희 아버지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좀 있었어
그래서 알게 됐어
너희 엄마가
살아 있다는 거
박옥란
그 환자야?
(문영) 그래서 그날
나한테 뛰어온 거였어?
(강태) 아니
우리 병원
수간호사
뭐?
박행자
[어두운 음악]
(강태) 어제
형 그림에 나비를 그려 두고
사라졌어
그럴 리가 없어
그 여자가 엄마라고?
아무리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눈, 코, 입을 싹 다 뜯어고쳤대도
엄마를 못 알아봤을 리가 없어
너희 아버지도
원장님도
그렇게 오랫동안 봐 왔는데
전혀 눈치 못 챘어
(희재) 고문영 씨
아, 원장님이 보호자 면담을 좀 했으면 하시는데
말도 안 돼
지하실의 나비 브로치도 사라졌어
(문영)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엄마가 왔다 간 거야
아빠 옆에도 있었고
우리 옆에도 계속 있었어
다 지켜봤어, 다
가!
빨리 이 집에서 나가 꺼지라고, 당장!
[거친 숨소리] (강태) 고문영
너 혼자 두고 절대 아무 데도 안 가
지킨다고 약속했잖아
(문영) 아니, 넌 나 못 지켜
그러니까 가서 형이라도 제발 지키라고, 제발!
가라고, 제발!
가!
[문영의 거친 신음]
[문영이 흐느낀다]
[흐느끼며] 제발 도망가
아, 어떡해
부탁이야
제발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어, 형, 형, 형이야, 형
어…
무, 문영이 괜찮아?
아직 화, 화 많이, 많이 났어?
화, 화해 안 했어? 어?
문영이가
좀, 좀 아파
아파?
어, 어디가 아파, 모, 몸이 아파?
[차분한 음악] 모, 몸, 몸이 아프면
몸이, 몸이 아프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면 잘 때 개 소리를 내는데
낑, 낑
낑낑, 그 소, 소리 나?
(강태) [울먹이며] 응
'낑낑' 그래
어떡, 어떡하지?
목줄이 아, 안 끊겼나?
네가, 네가 그거 잘라 주면 되는데, 어
- 형 - (상태) 어
형
너
너 우, 우, 울어?
[훌쩍인다]
아니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한숨]
배달, 배달, 배달, 배달
배, 배, 배달, 배달 내, 내가, 내가 갈래, 내가, 배달
(승재) 어? 그러실래요?
(순덕) 강태가 부르기 전엔 오지 말랬다며
(재수) 그래, 형님까지 뭐 하러 가?
내가 승재 씨 태우고 후딱 갔다 올게, 어?
[재수를 툭 치며] 저 일 있는데요
(상태) 어, 내, 내, 내가 내가, 내가 가야 돼, 내가, 내가
아줌마, 혹시 저, 주, 죽 끓일 줄 알아요?
아, 아플 때 먹는 죽
죽은 왜?
맛있게 드세요 [의료진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민석) 잘 마실게요
(정태) 저기, 근데
요새 문 보호사님은 왜 안 보여요?
- 휴가래요 - (정태) 아…
아, 나 이거 자랑하려 그랬는데, 이거
[별의 놀란 숨소리]
(별) 와…
이아름 환자분 너무 예쁘다 [정태의 웃음]
미국에서 잘 지낸대요?
아, 나도 얼른 퇴원해서 만나러 가야죠
[정태의 옅은 웃음]
(정태) 아, 보호사님 오면 나 꼭 불러 줘요
(민석) 와, 문 보호사 환자분들한테 인기 엄청 많네
[문이 탁 닫힌다]
그러게요?
주리 선배도 전에 엄청 좋아했었잖아요
[콜록거린다]
(경찰) 수고하십니다, 경찰인데요
원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저랑 가시죠, 이쪽으로
(별) 뭐야? 웬 경찰?
박옥란 환자 때문에 온 건가?
[풀벌레 울음]
(재수) 형님
천천히 가, 어? 같이 가 형, 다쳐
아유
형!
형은 뭐 하러 데리고 와? 괜히 걱정하게
내가 네 거짓말에 늘 속아 주긴 하는데
이번엔 그냥 넘기기가 좀 그렇다
뭐가?
대충 정리하고 나가자
여기 더 있다간 속 터져 죽겠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영이, 많이 아파?
[문이 탁 닫힌다] 배, 배는 안 고파?
내가, 내가 이거 주, 죽 가져왔는데 주, 주, 죽, 어
(상태) 이거 산 건 아니고
수, 순덕 아줌마가 해 준 야채죽인데
(문영) 가
가, 오빠
주, 죽을, 죽을 먹어야지 빨리 낫지, 응?
너, 문영이 메추리, 메추리알 좋아하지?
오빠가 이거 집, 집어 줄게, 어?
(상태) 오늘, 오늘 아프니까
응애응애 아기처럼 바, 받아먹어도 되는데
[울먹이며] 오빠
어?
미안해
(문영) 잘못했어
용서해 줘
용서? [문영이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
사, 사과는 얼굴, 얼굴을 보고 해야 진짜 사과지, 어?
보, 보지도 않고 하는 건 예, 예의가 아니지, 예의가
[흐느낀다]
[상태의 다급한 신음]
[상태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자, 아
[흐느낀다]
용서해 줘
어, 이거, 이거, 이거 먹, 먹으면 용서할게, 어? 아
문영아, 파, 팔 아픈데, 아, 아
(상태) 옳지, 착하다, 옳지
오, 옳지, 착하네, 문영이 잘 먹네? 문영이 잘 먹네? 어?
아, 착해, 오
우리 딱 세 번만 더 먹을까? 딱 세 번만? 어?
이, 이럴 때, 이럴, 이럴 때일수록 꼭꼭 씹어야 체 안 하지? 어?
아, 착하다, 문영이
아, 아, 옳지
강, 강태랑 싸우지 마
화해해
싸,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나아, 어? 알았지?
[문영이 흐느낀다]
[상태가 그릇을 잘그락거린다]
(상태) 울지, 울지 마, 울지 마
문영이 많이 아팠구나? 어?
많이 아팠구나
또 줄게
(문영) 오빠, 미안해
(상태) 먹어, 이거 머, 먹었으니까 내가 용서해 줄게
이거 두, 두 번만 두 번, 두 번 남았어, 아
아, 착해
(재수) 그 나비가
형님 그림에 그려져 있었고
고문영은 그 길로 겁먹어서 도망쳤고
너는 죽상인 얼굴로 걔 옆에서 혼자 버티고 있고
나비가
고문영 걔 엄마야?
밤새 안 돌아가는 머리로 쥐어짰더니
맞나 보네
- 형, 형한텐… - (재수) 안 그래, 인마
나 그 정도로 닭대가리 아니야
고맙다
미안하고
강태야
(강태) 응?
그냥 인정해
(재수) 인정하면 마음 편해
뭘?
너 약한 놈인 거
너 하나도 안 강해
너 엄청 약해
너도 그렇고 고문영 그 여자도 그렇고
원래 약해 빠진 것들이 겉으로 더 센 척하잖아
꼴 보기 싫게
[잔잔한 음악]
(재수) 네가 워낙 약해서
너처럼 약한 사람들만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거야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싶어서
자석처럼 끌리는 거라고
그러니까 똘똘 뭉쳐
약한 것들끼리 똘똘 뭉쳐
그럼 천하무적 되는 거야
아, 왜, 그런 말 있잖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뒈진다'
김대중 대통령
[헛웃음]
(강태) 이승만
김대중 대통령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 흉내를 내며] 에, 그렇습니까?
또 틀려 버렸네요
[웃음]
[강태의 한숨]
어
죽, 죽 다, 다, 다섯 숟갈이나 먹었다 다섯, 다섯 숟가락
(상태) 내가, 내가 먹, 먹여 줬어
고마워
형이 최고다
근데 문, 문영이가 많이 잘못했어?
(강태) 응?
미, 미안하다는데
요, 용서해 달라고 계속 울어
그래 갖고 내가 주, 죽 먹으면 용서해 준다 그랬더니
아 했다
그래서 내가 요, 용서해 줬다
[잔잔한 음악]
[울먹이며] 그랬어?
어, 내가 용서해 줬어
용서해 줬어?
근데
근데 너도 어디 아파?
형
나 한 번만 안아 줘라
(상태) 응, 그래
나
등도 두들겨 줘
[옅은 탄성]
형
(상태) 응? [강태가 훌쩍인다]
나 좀 무서워
(상태) 무, 무, 무서워? 어?
도, 도, 동생이니까 무섭지 동, 동생이니까
형이 우리 지켜 줄 거야?
어, 내가, 내가 지켜 줄 거야 내가 형이고 오빠니까
내가, 내가 보, 보호자야, 보호자
다행이다
형이 우리 형이라서 다행이다
(재수) 내 전화 씹지 마, 나 진짜 삐진다
(강태) 알았어
(상태) 문영이 다 나으면 저, 전화해
- (상태) 나 숙제 검사받아야 되니까 - (강태) 응, 전화할게
- (상태) 어 - (재수) 간다
- (강태) 조심히 가 - (상태) 어
[오토바이 엔진음]
[차분한 음악]
(희재) 옛날 옛날에
어느 부잣집에
예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희재) 목련꽃처럼 하얗고 어여쁜 아기를 너무나 사랑한 엄마는
아기를 위해서라면
해님, 달님도 따다 주겠다고 맹세했지요
아기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엄마는 뛸 듯이 기뻐했어요
'아기야'
'이젠 엄마가 다 먹여 줄게'
'입을 크게 벌려'
'아 해 보렴'
아기가 걷기 시작하자
(희재)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왔지요
'아기야'
'엄마가 업어 줄게'
'어서 등에 업히렴'
필요한 모든 걸 다 해 주며
완벽하게 아기를 키워 낸 엄마가 말했어요
(희재)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엄마는 좀 쉬어야겠구나'
'이제 네가'
'내게 먹을 것을 좀 다오'
그러자 아기가 말했어요
'엄마'
'나는 손이 없어요'
'한 번도 써 보지 않아서'
'없어져 버렸네요'
'그렇다면 나의 아기야'
'나를 좀 업어 주렴'
'다리가 아프구나'
그러자 아기가 말했어요
'엄마'
'나는 발도 없어요'
'엄마 등에 업혀 사느라'
'땅을 밟은 적이 없거든요'
'대신 저는'
'입이 아주아주 크답니다'
하고
커다란 입을 쫙 벌렸지요
(희재) 그러자 화가 난 엄마가 소리쳤어요
'이제 보니'
'너는 내 완벽한 아기가 아니라'
'쓸모없는 아귀로구나'
'받아먹을 줄만 알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실패작이야'
엄마는
아귀를 먼바다에 내던져 버렸지요
(희재) 그날 이후
거친 바닷바람이 부는 흉흉한 날이면
뱃사람들의 귀에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곤 한답니다
[갈매기 울음 효과음]
'엄마'
'엄마'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나를 다시 데려가 주세요'
'나를'
'다시'
'데려가 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희재) 이 책은 너의 유일한 실패작이었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야
(희재) 너도 창작자니까 잘 알고 있겠지?
실패작은 결국…
폐기 처분 돼야 돼
[봉투를 툭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통화 연결음]
오랜만이네요
내가 저번에 진 빚
꼭 갚고 싶은데
간만에
펜 좀 잡게 해 드릴게요
(승재) 대표님, 대표님!
존나 큰일 났어요
대표님!
이상인!
상인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상인) 아, 문영아
[거친 숨소리]
[놀란 신음]
왜!
[어두운 음악]
(상인) 야, 이게…
이게 뭐냐, 이게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진동음]
대표님, 어떡해요?
(승재) '서쪽마녀' 완결판
진짜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거 맞냐고
사방에서 전화 오는데
그, 최초 보도 기사 누가 냈어?
그, 논개가 계약돼 있는 신문사요 [상인의 한숨]
논개 이거 문영이한테 대굴빡 깨진 그 평론가? [휴대전화 진동음]
(상인) 아…
오케이, 너 일단 전화받아 어, 전화받아서 다 맞는다고 해
(승재) 대표님 미치셨어요?
구라 치다가 걸리면 대표님 콩밥 드세요
하, 제발 수습 못 할 일 좀…
내가 다 책임질 거니까 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난 문영이한테 갔다 올게
(상인) 아씨, 미치겠다, 문영아
(승재) 아… [상인의 한숨]
아유
[신비로운 음악]
나한테 빨리 와
엄마
[휴대전화 진동음]
네
기사 봤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예, 안녕하세요
[어두운 음악]
(상태) 안녕하세요!
잘 있었어요?
아, 예, 그…
수, 수간호사님 오늘 엄청 이뻐, 엄청
꼭, 꼭, 꼭 다, 다, 다른 사람 같아, 예
진짜?
몰라보겠지?
예
맞아
다른 사람
[휴대전화 진동음]
[상태의 옅은 신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상인) 아이, 너, 너 대체 왜…
왜 무슨 생각으로 그, 그딴 기사를 내서
기어이 일을 만들어!
(문영) 알잖아
죽치고 기다리는 건 내 스타일 아닌 거
어떻게 자극해야
엄마가 나한테 달려올지
난 알거든
[한숨]
문영아
강태는
나비 못 잡아
[한숨]
(문영) 걘
겁쟁이거든
내가 해야 돼
그래, 네가 맞았어
(상인) 나한테 연락 왔어
도희재 작가
[의미심장한 음악]
원고 들고 오라고
- 어디로? - (상인) 나 혼자 갈게
넌 그냥 여기서 꼼짝 말고…
(문영) 아니, 엄마가 원하는 건 결국 나야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 문영아 - (문영) 거기가 어디냐고
(강태) 형!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 형, 지금 어디… - (희재) 어, 문 보호사
[어두운 음악]
[희재의 웃음]
(희재) 문 보호사는 맨날 형만 찾더라?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형 건들면
절대 용서 안 해
용서는 잘못한 사람이 비는 거지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어디로 가면 돼?
저주받은 성
(상인) 정말 혼자 괜찮겠어요?
(강태) 네
그동안 문영이는
되도록 여기서 멀리
(강태) 최대한 멀리 보내 주세요
(문영) 만나기로 한 데가 어디야?
(상인) 어?
그, 좀만 더 가면 돼, 응
거기가 어디냐고
[자동차 가속음]
[어두운 음악]
세워
(문영) 세우라고, 당장!
고문영 너 이번엔 제발 좀 내 말 좀 들어
너 거기 가면 절대 안 돼
[손잡이를 달그락거리며] 세워, 세우라고!
(상인) 문영아, 문영아 [문영의 거친 숨소리]
강태 혼자 있잖아
걔가 혼자 있잖아!
- 세워, 세워 - (상인) 야, 문영아, 안 돼 [타이어 마찰음]
- (문영) 세우라고! - 야, 문영아
- (문영) 세워! 세워! - (상인) 야, 야, 문영아!
[차 문이 탁 열린다]
문영아!
(상인) 고문영!
[의미심장한 음악]
형
(강태) 형, 형
형!
형
[웃음]
[희재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문영) 연기 그만해
아픈데 안 아픈 척
이제 넌 오빠가 아니라
내 앞에서 하게 될 거야
(문영) 왜 다들
나한테 잘해 줘요?
(강태) 긴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자
나 그럴 자신 있어
(강태) 딸이
작품이야?
(희재) 네가 자꾸 이러니까 걔가 점점 더 망가지잖아!
(강태) 포기해
당신이 꿈꾸는 그 엿같은 엔딩은
절대 안 와
.사이코지만 괜찮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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