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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지만 괜찮아 14

 

 (강태)  고문영

 

 - 놔  - (강태제발

 

 일단 내 말 좀

 

 날개가 세 쌍이야

 

 그 돌연변이 나비는

 

 하나밖에 없어

 

 [어두운 음악]

 

 우리 엄마가 디자인해서 만든 브로치

 

 (문영)  근데 저 나비가

 

 왜 오빠 벽화에 있어?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내가 물었을 때

 

 그때 아니라고 했어야지

 

 나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더 이상 따라오지 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문영)  이따 얘기해

 

 [문영의 거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대표님

 

 문영이한테 좀 가 주시겠어요?

 

 자세한 얘긴 만나서 드릴게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순덕)  

 

 또 싱크대 밑에 들어가서 안 나와

 

 쟤 또 왜 저런다니?

 

 [상태가 울먹인다]

 

 (상태)  엄마엄마엄마 나비  새끼새끼 나비가

 

 왜 거거기 있지?  왜 내내 그내 그림에 있지?

 

 누가 그렸어누가 그렸어  안 되는데안 되는데!

 

 

 

 이리 나와?

 

 엄마엄마엄마 죽인 나비가  쪼쫓아왔어

 

 (상태)  나를 쫓아왔어

 

 여기까지 왔어어떡해

 

 [차분한 음악]

 

 그 나비는

 

 엄마 나비새끼 나비가 아니라

 

 날개가 세 쌍인 돌연변이 나비야

 

 돌연변이?

 

 그럼 내가 본 나비 아니야?

 

 (강태)  

 

 변종이긴 한데

 

 꽤 흔하게 볼 수 있어

 

 나도 정원 꽃밭에서 몇 번 봤고

 

 나 못 봤는데

 

 형은 무서워하니까 제대로 못 봤지

 

 (강태)  신기하고 특이한 나비니까

 

 누가 형 대신에 벽화에 그려 놨나 봐

 

 (상태)  왜 나남의 그그림에

 

 낙서를낙서를 했지?  예의 없게?

 

 그러게

 

 내가 잡아서 아주 혼을 내 줄게

 

 (강태)  얼른 나와

 

 (상태)  다른 거야?

 

 (강태)  

 

 나랑 약속했지?

 

 만약에 나비가 나타나도

 

 절대 안 도망간다고

 

 약속했어약속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니까

 

 나 안 도망가안 도망

 

 [잔잔한 음악]

 

 (상태)  근데

 

 나비나비 보면  머리머리가 아프니까

 

 옆에서 조조금만 도와주면  나 이겨 낼 수 있어

 

 멋지다우리 형

 

 [한숨]

 

 (순덕)  문상태

 

 너 때문에 동생은 지금 일도 못 하고

 

 나는 점심 준비도 못 하고

 

 아주 여러모로 민폐야

 

 (상태)  죄송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형 좀

 

 (순덕)  죄송으로 안 끝나

 

 너 오늘 아줌마 옆에서  주방 보조 좀 해

 

 

 

 (상태)  알바비 줍니까알바비?

 

 (순덕)  너 하는 만큼 줄게

 

 (상태)  또 하는 만큼?

 

 이거이거이거 벗고  이입어야 되는데이거

 

 - (순덕아이고벗어야 돼  아이고아이고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지왕)  왜 여기들 있어?

 

 (필옹)  

 

 [의미심장한 음악]  이거

 

 상태 군이 그린 게 아니래

 

 (정태)  지우라고 막 소리쳐서  우리가 지워 주려고요

 

 그래 주면 좋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나도 봤어나비  [문이 탁 닫힌다]

 

 나 출장 간 사이에  누가 장난질을 친 모양인데

 

 확인부터 해 보자고

 

 [의미심장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지왕)  

 

 아니수간호사가  왜왜 여기

 

 (강태)  고문영 작가 동화  시간 되실 때 한번 읽어 보세요

 

 아니난 그쪽 감성 아니야

 

 난 잔인한 치정물 아니면  호러물이 좋아

 

 엄마 좋아해?

 

 둘리 엄마  내가 형한테 선물해 줬잖아

 

 (행자)  그새 나랑도 꽤 친해졌지

 

 (행자)  셋이 캠핑카 타고 놀러 갔었어?

 

 (대환)  그 앤

 

 (행자)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고 작가

 

 참 잘 컸네

 

 (문영)  [물건을 뒤적거리며]  어디 갔어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어디 갔어!

 

 [문영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대환)  [어눌한 말투로]  죽어

 

 죽어이 괴물아  [어린 문영의 거친 숨소리]

 

 (대환)  너도 너희 엄마처럼 될 거야

 

 (강태)  우리 엄마는

 

 살해됐어

 

 (상태)  저 나비가

 

 [울먹이며]  

 

 저 나비가 우리 엄마 죽였

 

 저 나비가 우리 엄마 죽였는데

 

 (희재)  사랑해우리 딸

 

 (희재)  너는 곧 나야

 

 (지왕)  정말 미안하네

 

 내가 자네 볼 면목이 없어미안해

 

 제 눈앞에 버젓이 두고도

 

 몰랐어요

 

 [한숨]

 

 형을 그 여자한테 맡겨 두고

 

 제가 고맙다고

 

 다 내 책임이야너무 자책하지 마

 

 (지왕)  이제 도희재 정체를 알았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찾아내는 게 급선무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테니까

 

 당분간 자넨 병원에 나오지 말고  형이랑 고 작가 옆에 있어

 

 아니근데  사방이 감시 카메라인 여기서

 

 대체 왜 그 긴 시간 동안  버티고 있었을까?

 

 [몽환적인 음악]

 

 참 재밌었는데

 

 [심전도계 경고음]  [대환의 거친 숨소리]

 

 고대환 님

 

 (대환)  [힘겨운 목소리로]  

 

 이제

 

 여한이 없어요

 

 [긴장되는 음악]

 

 여한이 없어?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한다고 해 놓고 이러면 안 되지

 

 그런 사람 죽여 놓고

 

 여한이 없으면 안 되는 거야여보

 

 [대환의 놀란 숨소리]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20년인데

 

 (희재)  20년 동안 기다렸는데

 

 아쉽다

 

 [거친 숨소리]

 

 내가 왜 당신을

 

 이렇게 살려 뒀는 줄 알아?

 

 이렇게 오래 고통받고

 

 처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이

 

 [거친 숨소리]

 

 너무 재밌어서

 

 [웃음]

 

 [대환의 거친 신음]

 

 나 진짜 힘들었어

 

 (희재)  사방이 다 감시 카메라지

 

 오지왕 그 능구렁이는  보통내기가 아니지

 

 그래서

 

 나 엄청 스릴 있었다?

 

 안 돼

 

 안 돼

 

 설마

 

 우리 문영이

 

 

 

 우리 예쁜 딸?

 

 참 잘 컸지?

 

 당신은 몰라

 

 내가 그동안 옆에서  얼마나 살뜰히 챙기고 지켜 줬는지

 

 죽고 싶다면서요

 

 [긴장되는 음악]

 

 [한숨]

 

 (희재)  그럼

 

 내가 도와줄게요

 

 [승철의 괴로운 신음]

 

 (승철)  이 새끼야!

 

 다 죽여 버릴 거야

 

 [비명]  [삭 베는 소리가 난다]

 

 겁쟁이가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해 봐요

 

 그렇게 고생해서 완벽하게 키워 놨는데

 

 요새  [어두운 음악]

 

 너무 마음에 안 들어

 

 [힘겨운 숨소리]

 

 부모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줄 알아?

 

 자식이 가장 행복할 때

 

 그 행복을 뺏어 버리면  말을 아주 잘 듣는다?

 

 [힘겨운 신음]

 

 [희재의 웃음]

 

 잘 죽어

 

 [심전도계 경고음]  (대환)  안 돼

 

 문영이

 

 [문이 탁 닫힌다]

 

 [심전도계 정지음]

 

 문영아

 

 문영아

 

 문영아

 

 (상인)  문영아

 

 문영아?

 

 - 뭐야?  - (상인?

 

 너 컨디션 괜찮은가 해서

 

 (문영)  컨디션이야 늘 안 좋지

 

 그거 물어보려고 달려왔어?

 

 

 

 아니그런 건 아니고

 

 작업 진행이 어느 정도 됐나  뭐궁금하기도 하고

 

 (상인)  [웃으며]  겸사겸사

 

 (문영)  메일로 원고 보냈는데아침에

 

 그랬어

 

 (상인)  이야벌써 초고가 나왔구나

 

 역시 우리 고 작가

 

 필받으면 그냥 아주 후딱이야

 

 어때재밌어?

 

 죽여줘?

 

 언젠 안 죽였어?

 

 (상인)  그렇지

 

 (문영)  

 

 나 어제 마감하느라  밤새워서 피곤해잘 거야

 

 그래

 

 고생했어잘 자

 

 나 갈게

 

 [차분한 음악]

 

 (상인)  

 

 아휴

 

 전혀 안 괜찮아

 

 아주 안 좋아?

 

 걔가 여태까지 나 보면서  한 번도 웃어 준 적이 없는데

 

 아이감이 안 좋네이거

 

 내가 여기서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와서 무슨 일인지 얘기 좀 해 줘요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그리 갈게요

 

 (상태)  강태야

 

 나 알바비 3만 원 벌었다

 

 이건 아까 먹던 거고

 

 이거용돈  이거 너 만 원

 

 이거이거는 문영이 거 만 원

 

 이거 내 거

 

 아니야형 다 써

 

 용돈 싫어?

 

 (강태)  

 

 내가 지금 태워다 줄 테니까

 

 당분간 옥탑방 가 있을래?

 

 

 

 나 혼자?

 

 둘이둘이 싸웠어?

 

 (상태)  너 무문영이랑 싸웠지?

 

 (강태)  

 

 내가 잘못해서

 

 화가 엄청 많이 났어

 

 가서 하루 종일 빌어야 돼

 

 형이형이 싸우지 말랬잖아?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낫다고 했어안 했어?

 

 내가 화해하고 전화할게

 

 가자얼른

 

 [한숨]

 

 무조무조건 잘못했다 그래  무조건?

 

 (상태)  정중하게정중해정중하면 돼

 

 정중하면 덜 혼나겠지?

 

 (강태)  

 

 [마우스 클릭음]

 

 나비를 대체 누가 그려 놓은 거야?

 

 (민석)  오 보호사

 

 수간호사님 휴가 언제까지예요?

 

 영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차용의 웃음]

 

 5일이나 내셨대요

 

 [별의 한숨]

 

 고대환 환자분 그렇게 되고

 

 번아웃 온 거 같지 않아요?

 

 글쎄

 

 이상하다?

 

 (주리)  로비 계단 쪽 녹화 영상이 왜 없지?  [별의 한숨]

 

 (지왕)  그거 어디 보낼 데가 있어서  내가 따로 저장했어

 

 - (주리어디 보내시게요?  - (지왕있어

 

 남 간호사잠깐 나 좀 볼까?

 

 

 

 (주리)  사표 처리요?

 

 왜요수간호사님 어디 아프세요?

 

 이유는 차차 알게 될 거고

 

 (지왕)  힘들겠지만

 

 당분간 간호부 업무를

 

 최고참인 남 간호사가 신경 좀 써 줘

 

 환자들 동요하지 않게 살펴보고

 

 알겠습니다

 

 아이고

 

 (지왕)  그럼 수고해

 

 (주리)  원장님

 

 (지왕)  

 

 혹시 속상한 일 있으시면

 

 예전처럼 저희 엄마랑 같이  약주도 드시고 하세요

 

 혼자 속 끓이지 마시고요

 

 조만간 백수 되면

 

 그때 실컷 그러마

 

 [문이 탁 열린다]  백수?

 

 [문이 탁 닫힌다]

 

 설마 은퇴하시나?

 

 [한숨]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상인)  말도 안 돼

 

 아니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악연이

 

 [상인의 한숨]

 

 악연일까요?

 

 그럼 이게 악연이 아니고  대체 뭐가

 

 (상인)  설마

 

 이 엄청난 걸 다 알고 지금

 

 문영이를 끌어안고 가겠다  그겁니까?

 

 

 

 문영인

 

 저한테 그냥 고문영이에요

 

 도희재 딸이 아니라

 

 [상인의 한숨]

 

 [무거운 음악]

 

 (상인)  도희재 작가는  어마어마한 의료계 집안의 여자예요

 

 근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대 3학년 때 중퇴를 하고

 

 메스 대신에 펜을 잡았고

 

 결혼을 하고 나선  자기 집안이랑 연을 다 끊고

 

 이 성에 틀어박혀서  소설 집필만 했어요

 

 아휴문영이랑 10년째 붙어 있으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게  꼴랑 이게 전부네요

 

 [상인의 한숨]

 

 그 어린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는데

 

 그 출판업계 사람들이

 

 밤낮으로 찾아가서  문영이를 괴롭혔어요

 

 엄마가 쓴 '서쪽마녀'

 

 최종회 원고

 

 자기네들이 내게 해 달라고

 

 이 똥파리만도 못한 놈들

 

 그럼 그 마지막 책은

 

 알다시피 세상에 안 나왔어요

 

 그 최종고도 같이 사라졌으니까

 

 고문영

 

 (문영)  진짜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를

 

 [떨리는 숨소리]

 

 죽인 게 맞아?

 

 너희 형을 평생 괴롭히고

 

 네 인생을 엿같이 만든 나비가

 

 그게 진짜 우리 엄마야?

 

 아니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거지?

 

 그럴 리 없잖아

 

 [차분한 음악]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얼마 안 돼

 

 [문영이 울먹인다]

 

 고문영

 

 (강태)  잘 들어

 

 너랑 너희 엄만 달라

 

 

 

 죽어도

 

 절대로 너 안 떠나

 

 나한테 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그냥 고문영이야

 

 위선자

 

 [흐느낀다]

 

 [통화 연결음]

 

 아씨백여시

 

 내 전화 또 씹네

 

 (상태)  재수 씨라면라면 먹어라면

 

 형님

 

 진짜로 고문영이  강태한테 개빡쳐서

 

 형님을 당분간  이 집으로 피신시킨 게 맞아?

 

 아이난 아무래도  개뻥구라 냄새가 좀 나는데

 

 반숙은 너완숙은 나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걔들이 형 없을 때 막 그

 

 (재수)  멜랑꼴리하고 막 야시야시꼴꼴하고  막 그런 걸

 

 자기들끼리 막 마음대로 하려고 막  그런 거 아니냔 말이야?

 

 재수 씨

 

 그렇지그런 거 같지?

 

 슬픈 얼굴슬픈 표정

 

 ?

 

 [슬픈 음악]

 

 문영이 얼굴이

 

 (상태)  표정이

 

 겁이 난다

 

 슬프다

 

 왜 그랬지?

 

 왜 그런 얼굴을 했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지왕)  네가 웬일이야?

 

 (순덕)  주리가 한번 가 보라 그러데?

 

 아저씨 멘탈이 좀 나간 거 같다고

 

 아이고

 

 정신과 짬밥을 그냥 먹진 않았네

 

 진짜 은퇴할 생각이유?

 

 조만간 자의 반타의 반  그렇게 될 모양인데

 

 믿었던 도끼한테 제대로 찍히고 났더니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네

 

 (순덕)  맨날 못 걷는다면서  훨훨 잘만 날아다니더구먼

 

 갑자기 왜?

 

 잘난 척을

 

 너무 오지게 했어

 

 고 작가도상태 군도

 

 처방전이랍시고

 

 (지왕)  일부러 여기다 붙들어 놓은 건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네

 

 어떡하냐순덕아

 

 그 가여운 것들한테 미안해서

 

 나이를 헛먹었다

 

 어른이라고 맨날 정답만 아나

 

 죽을 때까지 삐끗하며 사는 거지

 

 의사가 어떻게 매번  사람을 살리기만 해?

 

 예수야?

 

 [한숨]

 

 '안 괜찮아도 괜찮아'

 

 (순덕)  저기 떡하니 쓰여 있네

 

 순덕아

 

 네가 차기 원장 할래?

 

 아이고염병

 

 (순덕)  아유

 

 [순덕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 (상인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순덕의 웃음]

 

 (순덕)  오늘은 대충 이 주먹밥으로 때우자고

 

 우아주먹밥 좋죠

 

 (상인)  이야근데 무슨  주먹밥 봉사를 나가세요?

 

 왜 이렇게 양이

 

 이렇게 해서 냉동고에 얼려 놓고

 

 레인지에 하나씩 꺼내서 돌려 먹으면

 

 귀찮을 때 끼니 때우기 딱이야  [상인의 웃음]

 

 (승재)  저 내일 이거 들고  고문영 작가님네 배달 가야 돼요

 

 거길 왜

 

 (순덕)  상태가 옥탑방에 며칠 와 있는다며

 

 그럼 뭐뻔한 얘기 아니야?

 

 강태랑 문영이 그 둘 사이에  뭔 사달이 났다는 얘기인데

 

 그 와중에 걔들이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겠어?

 

 뭔 일인지는 몰라도  [잔잔한 음악]

 

 이 마음고생 치를 때는  정신력이 아니라

 

 이 밥심으로 버티는 거걸랑

 

 아유어머니

 

 제가 너무

 

 참 존경스럽고  정말 제가 사랑합니다어머니

 

 [훌쩍인다]

 

 으악왜 저래

 

 (순덕)  먹든지 울든지

 

 고백을 하든지

 

 하나만 해

 

 [상인의 웃음]

 

 맛있다

 

 (주리)  

 

 [상인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다 드시면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실래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 (상인들어가도 될까요?  - (주리!

 

 (주리)  앉으세요

 

 (상인)  

 

 어유막 괜히 긴장이 되고

 

 [상인의 웃음]

 

 

 

 할 얘기라는 게

 

 

 

 진짜 괜찮을까요?

 

 뭐가

 

 아니요아침에 병원에 왔다가  갑자기 집에 간 것도 좀 그렇고

 

 (주리)  전화도 계속 안 받아서요

 

 너무 걱정이 돼서 그러는데  혹시 무슨 일인지

 

 주리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은데요

 

 제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주리 씨

 

 이제 그만하세요

 

 - ?  - (상인대체 언제까지

 

 문강태문강태 타령할 겁니까?

 

 (상인)  저도 알아요

 

 저도 그 친구 생각하면  신경이 막 쓰이고

 

 막 가슴이 아프고 막 그렇습니다

 

 아니요

 

 문영이요

 

 걔가 진짜 괜찮은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요

 

 정말 좋아합니다

 

 [따뜻한 음악]

 

 저도 사실 좋아해요

 

 문영이

 

 [상인의 멋쩍은 웃음]

 

 (상인)  어유좋네요

 

 두 사람 우정이 아주

 

 아유

 

 먹은 게 좀 체한 거 같은데

 

 저 먼저 좀 가 보겠습니다

 

 쉬세요

 

 [상인의 아파하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주리)

 

 (주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강태)  나도 괴로웠어

 

 너처럼

 

 [차분한 음악]

 

 도저히 믿기 싫어서 부정했고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생길까

 

 이가 갈리게 원망도 했어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냥 네가

 

 날 보고 웃으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데

 

 나비도

 

 우리 엄마도

 

 다 잊고

 

 그냥 우리만 남게 되는데

 

 문영이 넌

 

 너는 잘못 없어

 

 우린 다

 

 아무 잘못 없어

 

 [숨죽여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열린다]

 

 간만에 같이 술 한잔할래?

 

 싫어꼰대랑은 안 마셔

 

 아비한테 말하는 본새 봐라쯧쯧

 

 뭔데왜 그래갑자기?

 

 네가 아비랑 안 놀아 주니까

 

 (차용)  언젠 나 같은 거 신경이나 썼어?

 

 놀아 달라고 칭얼댈 땐  맨날 환자들이랑 있었으면서

 

 내가 원래 등잔 밑은 잘 못 보잖냐

 

 네가 좀 봐줘라

 

 소주맥주?

 

 막걸리

 

 그러든가

 

 (지왕)  차용아

 

 아비가 미안하다

 

 [잔잔한 음악]

 

 ♪ 나 그대에게 ♪

 

 ♪ 드릴 말 있네 ♪

 

 ♪ 오늘 밤 문득 ♪

 

 ♪ 드릴 말 있네 ♪

 

 ♪ 나 그대에게 ♪

 

 ♪ 모두 드리리 ♪

 

 ♪ 터질 것 같은 ♪

 

 ♪ 이 내 사랑을 ♪

 

 ♪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

 

 ♪ 못 할 게 없네 ♪

 

 ♪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

 

 ♪ 가득 드리리 ♪

 

 ♪ 나 그대에게 ♪

 

 [함께 웃는다]

 

 ♪ 드릴 게 있네 ♪

 

 ♪ 오늘 밤 문득 ♪

 

 ♪ 드릴 게 있네 ♪

 

 (상태)  재수 씨

 

 재수 씨 코 엄청 골아시끄러워  [문이 탁 닫힌다]

 

 

 

 ?

 

 왜 전화가 안 왔지?

 

 아직 화해화해 안 했나?

 

 화해화해를 해야  내가 집에 들어가는데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집에 한번 가 봐야 되나

 

 ()  선배

 

 나 커피 시킬 건데 같이 마실래요?

 

 - (주리나는 아아  - (민석그럼 저는 라테

 

 [민석의 웃음]

 

 오케이

 

 아아라테

 

 ()  주문 완료

 

 [선해의 헛기침]

 

 어제오늘 문 보호사가 안 보이네

 

 당분간 휴가 냈어요

 

 갑자기?

 

 그래?

 

 근데 왜요?

 

 (선해)  

 

 아니얼마 전에

 

 그러고 해 가지고  [선해가 코를 훌쩍인다]

 

 맛있는 거 시켜 줄까 그랬지

 

 돌아오면 꼭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저기나한테 뭐

 

 전화 온 거 없지?

 

 (민석)  누구

 

 아버지요?

 

 연락 오면 어떻게 할까요?

 

 (선해)  

 

 일단

 

 바꿔는 줘 봐

 

 (주리)  그럴게요  [선해의 옅은 웃음]

 

 (선해)  수고해

 

 아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설마 간 떼 주려고  저러는 거 아니겠죠?

 

 글쎄

 

 (민석)  근데

 

 문강태 보호사는  왜 갑자기 휴가 낸 거예요?

 

 고문영

 

 문 좀 열어 줘

 

 너희 아버지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좀 있었어

 

 그래서 알게 됐어

 

 너희 엄마가

 

 살아 있다는 거

 

 박옥란

 

 그 환자야?

 

 (문영)  그래서 그날

 

 나한테 뛰어온 거였어?

 

 (강태)  아니

 

 우리 병원

 

 수간호사

 

 ?

 

 박행자

 

 [어두운 음악]

 

 (강태)  어제

 

 형 그림에 나비를 그려 두고

 

 사라졌어

 

 그럴 리가 없어

 

 그 여자가 엄마라고?

 

 아무리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입을 싹 다 뜯어고쳤대도

 

 엄마를 못 알아봤을 리가 없어

 

 너희 아버지도

 

 원장님도

 

 그렇게 오랫동안 봐 왔는데

 

 전혀 눈치 못 챘어

 

 (희재)  고문영 씨

 

 원장님이  보호자 면담을 좀 했으면 하시는데

 

 말도 안 돼

 

 지하실의 나비 브로치도 사라졌어

 

 (문영)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엄마가 왔다 간 거야

 

 아빠 옆에도 있었고

 

 우리 옆에도 계속 있었어

 

 다 지켜봤어

 

 !

 

 빨리 이 집에서 나가  꺼지라고당장!

 

 [거친 숨소리]  (강태)  고문영

 

 너 혼자 두고 절대 아무 데도 안 가

 

 지킨다고 약속했잖아

 

 (문영)  아니넌 나 못 지켜

 

 그러니까 가서  형이라도 제발 지키라고제발!

 

 가라고제발!

 

 !

 

 [문영의 거친 신음]

 

 [문영이 흐느낀다]

 

 [흐느끼며]  제발 도망가

 

 어떡해

 

 부탁이야

 

 제발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형이야

 

 

 

 문영이 괜찮아?

 

 아직 화화 많이많이 났어?

 

 화해 안 했어?

 

 문영이가

 

 좀 아파

 

 아파?

 

 어디가 아파몸이 아파?

 

 [차분한 음악]  몸이 아프면

 

 몸이몸이 아프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면 잘 때 개 소리를 내는데

 

 

 

 낑낑그 소소리 나?

 

 (강태)  [울먹이며]  

 

 '낑낑그래

 

 어떡어떡하지?

 

 목줄이 아안 끊겼나?

 

 네가네가 그거 잘라 주면 되는데

 

 - 형  - (상태

 

 

 

 

 

 너 우울어?

 

 [훌쩍인다]

 

 아니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한숨]

 

 배달배달배달배달

 

 배달배달  내내가내가 갈래내가배달

 

 (승재)  그러실래요?

 

 (순덕)  강태가 부르기 전엔 오지 말랬다며

 

 (재수)  그래형님까지 뭐 하러 가?

 

 내가 승재 씨 태우고  후딱 갔다 올게?

 

 [재수를 툭 치며]  저 일 있는데요

 

 (상태)  내가  내가내가 가야 돼내가내가

 

 아줌마혹시  저죽 끓일 줄 알아요?

 

 아플 때 먹는 죽

 

 죽은 왜?

 

 맛있게 드세요  [의료진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민석)  잘 마실게요

 

 (정태)  저기근데

 

 요새 문 보호사님은 왜 안 보여요?

 

 - 휴가래요  - (정태

 

 나 이거 자랑하려 그랬는데이거

 

 [별의 놀란 숨소리]

 

 ()  

 

 이아름 환자분 너무 예쁘다  [정태의 웃음]

 

 미국에서 잘 지낸대요?

 

 나도 얼른 퇴원해서  만나러 가야죠

 

 [정태의 옅은 웃음]

 

 (정태)  보호사님 오면 나 꼭 불러 줘요

 

 (민석)  문 보호사  환자분들한테 인기 엄청 많네

 

 [문이 탁 닫힌다]

 

 그러게요?

 

 주리 선배도 전에 엄청 좋아했었잖아요

 

 [콜록거린다]

 

 (경찰)  수고하십니다경찰인데요

 

 원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저랑 가시죠이쪽으로

 

 ()  뭐야웬 경찰?

 

 박옥란 환자 때문에 온 건가?

 

 [풀벌레 울음]

 

 (재수)  형님

 

 천천히 가같이 가  형다쳐

 

 아유

 

 !

 

 형은 뭐 하러 데리고 와?  괜히 걱정하게

 

 내가 네 거짓말에  늘 속아 주긴 하는데

 

 이번엔 그냥 넘기기가 좀 그렇다

 

 뭐가?

 

 대충 정리하고 나가자

 

 여기 더 있다간 속 터져 죽겠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영이많이 아파?

 

 [문이 탁 닫힌다]  배는 안 고파?

 

 내가내가 이거 주죽 가져왔는데  주

 

 (상태)  이거 산 건 아니고

 

 순덕 아줌마가 해 준 야채죽인데

 

 (문영)  

 

 오빠

 

 죽을죽을 먹어야지  빨리 낫지?

 

 문영이  메추리메추리알 좋아하지?

 

 오빠가 이거 집집어 줄게?

 

 (상태)  오늘오늘 아프니까

 

 응애응애 아기처럼  바받아먹어도 되는데

 

 [울먹이며]  오빠

 

 ?

 

 미안해

 

 (문영)  잘못했어

 

 용서해 줘

 

 용서?  [문영이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미안해진짜 미안해

 

 

 

 사과는 얼굴얼굴을 보고 해야  진짜 사과지?

 

 보지도 않고 하는 건  예예의가 아니지예의가

 

 [흐느낀다]

 

 [상태의 다급한 신음]

 

 [상태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흐느낀다]

 

 용서해 줘

 

 이거이거이거 먹먹으면  용서할게

 

 문영아팔 아픈데

 

 (상태)  옳지착하다옳지

 

 옳지착하네문영이 잘 먹네?  문영이 잘 먹네?

 

 착해

 

 우리 딱 세 번만 더 먹을까?  딱 세 번만?

 

 이럴 때이럴이럴 때일수록  꼭꼭 씹어야 체 안 하지?

 

 착하다문영이

 

 옳지

 

 강태랑 싸우지 마

 

 화해해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나아알았지?

 

 [문영이 흐느낀다]

 

 [상태가 그릇을 잘그락거린다]

 

 (상태)  울지울지 마울지 마

 

 문영이 많이 아팠구나?

 

 많이 아팠구나

 

 또 줄게

 

 (문영)  오빠미안해

 

 (상태)  먹어이거 머먹었으니까  내가 용서해 줄게

 

 이거 두두 번만  두 번두 번 남았어

 

 착해

 

 (재수)  그 나비가

 

 형님 그림에 그려져 있었고

 

 고문영은 그 길로 겁먹어서 도망쳤고

 

 너는 죽상인 얼굴로  걔 옆에서 혼자 버티고 있고

 

 나비가

 

 고문영 걔 엄마야?

 

 밤새 안 돌아가는 머리로 쥐어짰더니

 

 맞나 보네

 

 - 형한텐…  - (재수안 그래인마

 

 나 그 정도로 닭대가리 아니야

 

 고맙다

 

 미안하고

 

 강태야

 

 (강태)  ?

 

 그냥 인정해

 

 (재수)  인정하면 마음 편해

 

 ?

 

 너 약한 놈인 거

 

 너 하나도 안 강해

 

 너 엄청 약해

 

 너도 그렇고  고문영 그 여자도 그렇고

 

 원래 약해 빠진 것들이  겉으로 더 센 척하잖아

 

 꼴 보기 싫게

 

 [잔잔한 음악]

 

 (재수)  네가 워낙 약해서

 

 너처럼 약한 사람들만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거야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싶어서

 

 자석처럼 끌리는 거라고

 

 그러니까 똘똘 뭉쳐

 

 약한 것들끼리 똘똘 뭉쳐

 

 그럼 천하무적 되는 거야

 

 그런 말 있잖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뒈진다'

 

 김대중 대통령

 

 [헛웃음]

 

 (강태)  이승만

 

 김대중 대통령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 흉내를 내며]  그렇습니까?

 

 또 틀려 버렸네요

 

 [웃음]

 

 [강태의 한숨]

 

 

 

 죽 다다섯 숟갈이나 먹었다  다섯다섯 숟가락

 

 (상태)  내가내가 먹먹여 줬어

 

 고마워

 

 형이 최고다

 

 근데 문문영이가 많이 잘못했어?

 

 (강태)  ?

 

 미안하다는데

 

 용서해 달라고 계속 울어

 

 그래 갖고 내가  주죽 먹으면 용서해 준다 그랬더니

 

 아 했다

 

 그래서 내가 요용서해 줬다

 

 [잔잔한 음악]

 

 [울먹이며]  그랬어?

 

 내가 용서해 줬어

 

 용서해 줬어?

 

 근데

 

 근데 너도 어디 아파?

 

 

 

 나 한 번만 안아 줘라

 

 (상태)  그래

 

 

 

 등도 두들겨 줘

 

 [옅은 탄성]

 

 

 

 (상태)  ?  [강태가 훌쩍인다]

 

 나 좀 무서워

 

 (상태)  무서워?

 

 동생이니까 무섭지  동동생이니까

 

 형이 우리 지켜 줄 거야?

 

 내가내가 지켜 줄 거야  내가 형이고 오빠니까

 

 내가내가 보보호자야보호자

 

 다행이다

 

 형이 우리 형이라서 다행이다

 

 (재수)  내 전화 씹지 마나 진짜 삐진다

 

 (강태)  알았어

 

 (상태)  문영이 다 나으면 저전화해

 

 - (상태나 숙제 검사받아야 되니까  - (강태전화할게

 

 - (상태어  - (재수간다

 

 - (강태조심히 가  - (상태

 

 [오토바이 엔진음]

 

 [차분한 음악]

 

 (희재)  옛날 옛날에

 

 어느 부잣집에

 

 예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희재)  목련꽃처럼 하얗고 어여쁜 아기를  너무나 사랑한 엄마는

 

 아기를 위해서라면

 

 해님달님도 따다 주겠다고  맹세했지요

 

 아기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엄마는 뛸 듯이 기뻐했어요

 

 '아기야'

 

 '이젠 엄마가 다 먹여 줄게'

 

 '입을 크게 벌려'

 

 '아 해 보렴'

 

 아기가 걷기 시작하자

 

 (희재)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왔지요

 

 '아기야'

 

 '엄마가 업어 줄게'

 

 '어서 등에 업히렴'

 

 필요한 모든 걸 다 해 주며

 

 완벽하게 아기를 키워 낸  엄마가 말했어요

 

 (희재)  '사랑하는 나의 아기야'

 

 '엄마는 좀 쉬어야겠구나'

 

 '이제 네가'

 

 '내게 먹을 것을 좀 다오'

 

 그러자 아기가 말했어요

 

 '엄마'

 

 '나는 손이 없어요'

 

 '한 번도 써 보지 않아서'

 

 '없어져 버렸네요'

 

 '그렇다면 나의 아기야'

 

 '나를 좀 업어 주렴'

 

 '다리가 아프구나'

 

 그러자 아기가 말했어요

 

 '엄마'

 

 '나는 발도 없어요'

 

 '엄마 등에 업혀 사느라'

 

 '땅을 밟은 적이 없거든요'

 

 '대신 저는'

 

 '입이 아주아주 크답니다'

 

 하고

 

 커다란 입을 쫙 벌렸지요

 

 (희재)  그러자 화가 난 엄마가 소리쳤어요

 

 '이제 보니'

 

 '너는 내 완벽한 아기가 아니라'

 

 '쓸모없는 아귀로구나'

 

 '받아먹을 줄만 알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실패작이야'

 

 엄마는

 

 아귀를 먼바다에 내던져 버렸지요

 

 (희재)  그날 이후

 

 거친 바닷바람이 부는 흉흉한 날이면

 

 뱃사람들의 귀에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곤 한답니다

 

 [갈매기 울음 효과음]

 

 '엄마'

 

 '엄마'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나를 다시 데려가 주세요'

 

 '나를'

 

 '다시'

 

 '데려가 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희재)  이 책은 너의 유일한 실패작이었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야

 

 (희재)  너도 창작자니까 잘 알고 있겠지?

 

 실패작은 결국

 

 폐기 처분 돼야 돼

 

 [봉투를 툭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통화 연결음]

 

 오랜만이네요

 

 내가 저번에 진 빚

 

 꼭 갚고 싶은데

 

 간만에

 

 펜 좀 잡게 해 드릴게요

 

 (승재)  대표님대표님!

 

 존나 큰일 났어요

 

 대표님!

 

 이상인!

 

 상인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상인)  문영아

 

 [거친 숨소리]

 

 [놀란 신음]

 

 !

 

 [어두운 음악]

 

 (상인)  이게

 

 이게 뭐냐이게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진동음]

 

 대표님어떡해요?

 

 (승재)  '서쪽마녀완결판

 

 진짜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거 맞냐고

 

 사방에서 전화 오는데

 

 최초 보도 기사 누가 냈어?

 

 논개가 계약돼 있는 신문사요  [상인의 한숨]

 

 논개 이거 문영이한테 대굴빡 깨진  그 평론가?  [휴대전화 진동음]

 

 (상인)  

 

 오케이너 일단 전화받아  어전화받아서 다 맞는다고 해

 

 (승재)  대표님 미치셨어요?

 

 구라 치다가 걸리면  대표님 콩밥 드세요

 

 제발 수습 못 할 일 좀

 

 내가 다 책임질 거니까  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난 문영이한테 갔다 올게

 

 (상인)  아씨미치겠다문영아

 

 (승재)  …  [상인의 한숨]

 

 아유

 

 [신비로운 음악]

 

 나한테 빨리 와

 

 엄마

 

 [휴대전화 진동음]

 

 

 

 기사 봤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

 

 안녕하세요

 

 [어두운 음악]

 

 (상태)  안녕하세요!

 

 잘 있었어요?

 

 

 

 수간호사님 오늘 엄청 이뻐엄청

 

 꼭  다다른 사람 같아

 

 진짜?

 

 몰라보겠지?

 

 

 

 맞아

 

 다른 사람

 

 [휴대전화 진동음]

 

 [상태의 옅은 신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상인)  아이너 대체 왜

 

 왜 무슨 생각으로  그그딴 기사를 내서

 

 기어이 일을 만들어!

 

 (문영)  알잖아

 

 죽치고 기다리는 건 내 스타일 아닌 거

 

 어떻게 자극해야

 

 엄마가 나한테 달려올지

 

 난 알거든

 

 [한숨]

 

 문영아

 

 강태는

 

 나비 못 잡아

 

 [한숨]

 

 (문영)  

 

 겁쟁이거든

 

 내가 해야 돼

 

 그래네가 맞았어

 

 (상인)  나한테 연락 왔어

 

 도희재 작가

 

 [의미심장한 음악]

 

 원고 들고 오라고

 

 - 어디로?  - (상인나 혼자 갈게

 

 넌 그냥 여기서 꼼짝 말고

 

 (문영)  아니엄마가 원하는 건 결국 나야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 문영아  - (문영거기가 어디냐고

 

 (강태)  !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 지금 어디…  - (희재문 보호사

 

 [어두운 음악]

 

 [희재의 웃음]

 

 (희재)  문 보호사는 맨날 형만 찾더라?

 

 

 

 

 

 

 

 

 

 형 건들면

 

 절대 용서 안 해

 

 용서는 잘못한 사람이 비는 거지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어디로 가면 돼?

 

 저주받은 성

 

 (상인)  정말 혼자 괜찮겠어요?

 

 (강태)  

 

 그동안 문영이는

 

 되도록 여기서 멀리

 

 (강태)  최대한 멀리 보내 주세요

 

 (문영)  만나기로 한 데가 어디야?

 

 (상인)  ?

 

 좀만 더 가면 돼

 

 거기가 어디냐고

 

 [자동차 가속음]

 

 [어두운 음악]

 

 세워

 

 (문영)  세우라고당장!

 

 고문영  너 이번엔 제발 좀 내 말 좀 들어

 

 너 거기 가면 절대 안 돼

 

 [손잡이를 달그락거리며]  세워세우라고!

 

 (상인)  문영아문영아  [문영의 거친 숨소리]

 

 강태 혼자 있잖아

 

 걔가 혼자 있잖아!

 

 - 세워세워  - (상인문영아안 돼  [타이어 마찰음]

 

 - (문영세우라고!  - 문영아

 

 - (문영세워세워!  - (상인문영아!

 

 [차 문이 탁 열린다]

 

 문영아!

 

 (상인)  고문영!

 

 [의미심장한 음악]

 

 

 

 (강태)  

 

 !

 

 

 

 [웃음]

 

 [희재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문영)  연기 그만해

 

 아픈데 안 아픈 척

 

 이제 넌 오빠가 아니라

 

 내 앞에서 하게 될 거야

 

 (문영)  왜 다들

 

 나한테 잘해 줘요?

 

 (강태)  긴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자

 

 나 그럴 자신 있어

 

 (강태)  딸이

 

 작품이야?

 

 (희재)  네가 자꾸 이러니까  걔가 점점 더 망가지잖아!

 

 (강태)  포기해

 

 당신이 꿈꾸는 그 엿같은 엔딩은

 

 절대 안 와

 


.사이코지만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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