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5
[몽환적인 음악] [상태가 중얼거린다]
진짜 이상하네?
상태 군이랑 같이 놀러 오라고 불러 놓고는
(희재) 고문영 작가가 없네?
(상태) 뭐? 어, 문영이?
문영이…
문영이 화해했나? 강태
화해
아,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문영이도 나란히 같이 재워야 재밌는데
어, 뽀뽀했나, 뽀…
아이, 귀여워
[어두운 음악] (상태)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만지…
만지지 마
[중얼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 형, 지금 어디… - (희재) 어, 문 보호사
[긴장되는 음악]
[희재의 웃음]
문 보호사는 맨날 형만 찾더라?
형
형
(희재) 형, 형, 형
[희재의 웃음]
어디로 가면 돼?
저주받은 성
[어두운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형
(강태) 형
형!
형
[웃음]
(희재) 오
뭐야, 그 눈빛?
아주 날 씹어 먹겠네?
마음에 들어
형한테 무슨 짓 했어?
[옅은 탄성]
걱정 마, 죽이지 않았으니까
안정제 살짝 먹였으니까 좀 있다 일어날 거야
(희재) 아, 근데 너무 아쉽다
문영이도 여기 눕혀 놓고 네가 누굴 택할지
나 너무 보고 싶었는데
네가 빼돌렸니?
이러는 이유가 뭐야?
대체 우리한테 왜!
(희재) 네가 내 딸을 망가트렸잖아
뭐?
(희재) 내가 만든 가장 완벽한 작품이었는데
너 때문에 변질이 됐어
딸이
작품이야?
[웃음]
나랑 영 안 닮았지?
(희재) 안 닮아 보이게 여러 번 손을 대서 그렇지
걔 눈, 코, 입 내가 다 물려줬어
얼굴, 몸, 머리카락, 영혼까지
싹 다 내가 가꾸고 다듬어서 만들어 낸 내 작품이라고
문영인
당신 게 아니야
걘 작품이 아니라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어두운 음악] 아이씨
네가 자꾸 이러니까 걔가 점점 더 망가지잖아!
(희재) 실패작은 곧 폐기 처분인데
[웃음]
나도 그렇게까지 하긴 싫어
여태 공들인 게 아까워서
대신 기회를 줄게
형이랑 멀리 도망쳐
최대한 문영이한테서 멀리
아니
절대 그렇게 안 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희재) 어, 그러면 내가 또 다른 기회를 줄까?
나를 죽여
나를 죽이면 넌 복수를 하게 되는 거고
네 손에 죽은 나를 보면서 문영인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지
그럼 결국 너흰 악연의 굴레에서 못 벗어날 테고
결국
당신이 원하던 결말이
이거였어?
그렇지
에브리바디 비 해피
모두의 해피 엔딩
[웃음]
포기해
뭘?
당신이 꿈꾸는 그 엿같은 엔딩
절대 안 와
(강태) 내가 문영이 [희재의 괴로운 신음]
절대 포기 안 할 거니까
[괴로운 신음]
네 엄마가 죽은 게 걔 때문인데도?
(희재) 들어 볼래? 너무 재밌는데
여기서 처음 봤어, 너희 엄마
[쓱쓱 글 쓰는 소리가 들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저…
안녕하세요
인력 사무소 소개로 일하러…
(희재) 알아서 일하세요
네
아, 그럼
[어두운 음악]
[쓱쓱 터는 소리가 들린다]
얘
너 거기서 뭐 해?
날개가 부러진 새는
어차피 못 날아요
(강태 모) 응?
[신비로운 음악]
죽여야겠죠?
(강태 모) 어차피 날지 못하는 새니까
죽이는 게 낫다고 그러는데
기특하네
(강태 모) 저기
저희 큰애가 다니는 병원이 있거든요
아줌마
네?
수고했어요
아, 예
[문이 달칵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신음]
[콜록거린다]
[어린 강태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희재의 웃음]
고작
그딴 이유로
죽였어?
겨우
그 한마디 때문에
우리 엄마를 죽였어?
내 딸을 정신병자 취급 했다니까?
감히 주제넘게
[웃음]
[희재의 신음] [강태가 울먹인다]
(희재) [힘겨운 목소리로] 그래
그래, 죽여
[웃으며] 절대
절대 약해지지 마
[힘겨운 신음]
(문영) 그래도 [차분한 음악]
엄마는
[희재의 거친 신음]
엄마니까
[콜록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희재의 힘주는 신음]
[강태의 신음]
[희재가 숨을 몰아쉰다]
[아파하는 숨소리]
아, 겁쟁이
[강태의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희재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희재) 이래서 난 약한 사람이 싫더라
근데
나랑 문영인 너희들이랑 달라
어? [달려오는 발걸음]
[문영의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문영) 개소리하지 마
이제야 왔구나
(희재) 부정해도 소용없어
넌 엄마랑 같은 피가 흘러
아니
난 당신 같은 괴물이랑은 달라!
[놀란 숨소리]
(강태) 만약 나비가 나타나도
절대 죽이지 마
[차분한 음악] 넌 그러면 안 돼
나랑
약속했잖아
이러지 않기로
[문영의 놀란 숨소리]
야
왜 이래
(문영) 정신 차려
문강태
문강태! 정신 차려
문강태!
(희재) 머리를 자른다고 나한테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울먹이며] 일어나
제발 일어나
(문영) 문강태 [문영의 비명]
(희재) 그러게!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지
우리 딸, 아가
아가
[문영의 놀란 숨소리]
[문영의 떨리는 신음]
[상태의 힘주는 신음]
[상태의 거친 숨소리] [희재의 신음]
(상태) 내 동생들 괴, 괴롭히지 마
내 동, 내 동생들 괴롭히지 마!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 (지왕)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 - (형사1) 아, 네
(지왕) 아휴
뒤통수를 세게 맞았나 보네, 아휴
좋아하지 마
결국 내가 다 이겼으니까
쟤들? 절대로 같이 못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그건 끝까지 가 봐야 알지
아니
(희재) 인간은
너무 약해
그래서 아픈 거야
당신네 환자들처럼
행자야
약하니까 같이 있는 거야
이렇게 서로
기대 사는 게 인간이야
넌 언제 인간이 되니
(형사1) 자, 이제 가시죠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지왕) 도대체 박옥란은 어떻게 한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아, 그 여자
하
참 연기 잘했었는데
['클레멘타인' 콧노래가 들려온다]
(희재) 새벽, 병실 앞 복도에서
'클레멘타인'을 부르며 걷는다
밤, 도희재 작가의 성에 찾아가
[펑]
문영이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희재) 서재로 들어가
나비가 든 봉투를 책상에 놓아둔다
박옥란 님
공연이 끝났으니까 무대에서 퇴장을 해야지
[의미심장한 음악]
어디서 또 다른 공연을 한창 하고 있지 않을까?
너도 이제 그만
퇴장해라
(지왕) 가시죠
[사이렌이 울린다]
(문영) 정말 잠든 거 맞죠?
일어나는 거죠?
왜
못 일어나면
로미오처럼 확 따라 죽게?
못 일어날 수도 있어?
[웃음]
고용량 아티반을 맞긴 했는데
수액 놨으니까 몇 시간 뒤면 깨어날 거야
너무 걱정 말아
(상태) 괘, 괘, 괘, 괜찮아요?
내, 내, 내 동생 괘, 괜찮아?
어, 어, 어 그냥 잠든 거니까 너무 걱정 말아
그, 수, 수간호사 아줌마 진짜 나쁜 사람, 나쁜 사람
그, 내, 내 동생들도 막 괴롭히고 나한테 거, 거짓말하고
(상태) 나 여기 뒤통수도 여기 마, 만지고
잘 혼내 줬어
상태가 저 두 사람을 살린 거야
참 장하다, 장해
[지왕의 웃음] 내, 내가, 내가 살렸어 내, 내가, 내가
(상태) 내가 살렸어, 내가
어, 내가, 내가 내가 살렸어, 내가, 어
[문영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넌 매번
나 때문에 다치네
(문영) [울먹이며] 미안해
미안해
부정해도 소용없어
넌 엄마랑 같은 피가 흘러
나랑 있으면
넌 결국 불행해져
(문영) 미안해
(상인) 하, 좀 제발 좀 전화 좀…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유, 진짜 미쳐 버리겠네, 진짜 [통화 연결음]
왜 아무도 전화를 안 받아
이거 진짜 무슨 사달이 난 거 아니야, 이거?
- 아, 진짜 돌겠네, 진짜, 씨 - (형사2) 후… [통화 연결음]
[형사2가 책상을 쾅쾅 친다]
(형사2) 이봐요, 지금 조사받는 사람 태도가…
(상인)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지, 지금 저기
굉장히 위급한 상황에 놓인 애가 있어 가지고요, 예
저, 잠시만요, 예
(형사2) 아니, 당신 코가 석 자인데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해요, 예?
아니, 중앙선 침범해서 불법 유턴 한 것도 모자라서
차 세우라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과속으로 도주하다가, 어?
고라니까지 칠 뻔하고 말이야!
[책상을 쾅 치며] 아유, 진짜!
(상인) 지금 그깟 고라니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지금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 판국인데, 지금
- (승재) 대표님! - (상인) 어, 승재야
대체 무슨 일이에요?
주리 씨
(승재) 와, 불법 유턴에, 속도위반에, 도주에
로드킬 직전까지 간 거면
거의 국정원 요원이 추격전 하는 수준인데
아니, 대체 무슨 생쇼를 혼자 하신 거예요?
(상인) 아이, 그건 뭐, 넌 알 거 없고
주리 씨, 자, 잠시만
저, 강태 씨랑 문영이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확실해요?
예, 재수 오빠한테 연락 왔어요
아무 일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도하는 한숨]
근데 무슨 일 때문에 그래요?
주리 씨
평범하게 사는 게 참 힘든 사람들이 있네요
[잔잔한 음악] (상인) 쯧
어느 못된 신이 모든 불행을 걔네들한테만 몰빵한 거 같아서
불쌍하고
속상하고 막…
하, 열불이 막 나고 그래요
(주리) 음…
불행 총량의 법칙
사람마다 할당된 불행과 행복의 총량이 있대요
지금 불행을 다 몰아서 쓰는 거면
이젠 앞으로 행복만 남았네, 뭐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승재) 아씨, 느끼하고 오글거려
하, 탄산수 원샷하고 싶다
(상태) 그래 가지고 내가 자, 자고 일어났는데, 자고 일어났는데
그 나쁜 수간호사 아줌마가 우리 문영이 머리채를 이렇게 막 잡고
이쪽 손으로는 펜으로 강태 여기를 이렇게
- 찌르려고 해서 - (재수) 찌르려고 해서
(재수) 형님이 빡이 쳐서 [상태가 중얼거린다]
그 여자의 뒤통수를 동화책으로 빡 쳤다
결국 우리의 용감한 형님이 걔네 둘을 살렸다
형님, 나 여덟 번 들어서 다 외웠어
어, 자, 장하지?
자, 자, 장해?
장해
[따뜻한 음악]
형님이 짱이야
- 짱, 짱, 짱, 짱, 짱, 짱, 짱, 짱, 짱 - (상태) 짱, 짱, 짱, 짱, 짱, 짱, 짱
(상태) 오!
아휴, 그나저나 얘는 걱정돼서 달려왔더니
잠자는 공주도 아니고
언제까지 처자는 거야
뽀뽀
(재수) 어?
잠자, 잠자는 공주는 뽀뽀를 해야지 깨지, 어, 뽀뽀
[재수의 웃음] - (상태) 뽀뽀, 머리 뒤를 딱! - (재수) 딱!
[차분한 음악]
[강태가 털썩 넘어진다]
잘 잤어?
어
너무 오래 잤나 봐
엄청 긴 꿈을 꿨는데
진짜 악몽이었어
(문영) 꿈 아니야
내려와
할 얘기 있어
(문영) 이젠 좀 믿겨져?
여기서 분명히 일어난 일이야
불과 반나절 전에
[어두운 음악]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문영) [울먹이며] 제발 일어나
문강태, 일어나!
다 끝났어
우린 살았고
엄…
그 여잔 잡혔고
진실은 이제 곧 밝혀질 거고
(문영) 나가 줘라
여기서 나가
네 말대로 나 깡통 아니야
나도 감정 있어
그래서 절대 못 잊어
나 때문에 너랑 오빠가 여기서 겪은 끔찍한 일들
평생 못 잊을 거야
아마 너도
날 볼 때마다 괴로울 거고
[차분한 음악]
잊지 말고
이겨 내면 되잖아
(강태) 그래야
영혼이 자라는
어른이 된다며
그냥 우리 다
긴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자
나 그럴 자신 있어
연기 그만해
(문영) 아픈데 안 아픈 척
괴로운데 괜찮은 척
그런 연기
이제 넌 오빠가 아니라
내 앞에서 하게 될 거야
그런 가면 쓴 네 얼굴 보면서
난 점점 눈치를 볼 거고
숨이 막히고
괴로워하겠지
그렇게 살기 싫어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내일 오빠랑 여기서 나가 줘
너
진심이야?
어
(문영) 나 그냥 혼자 살고 싶어
예전처럼
잘했어, 고문영
잘했어
[갈매기 울음]
[상인의 피곤한 신음]
(순덕) 둘 다 얼굴이 왜 그래?
어젯밤에 잠들 못 잤어?
아, 그, 뭐 좀 생각할…
밤에 일이 있어 가지고
혹시요
(승재) 어제 고문영 작가님이랑 문강태 씨랑
서로 난투극이라도 벌였어요?
[재수가 젓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아니
어제 대표님은 난데없이 경찰서에 가 계시고
재수 씨는 가게도 내팽개치고 작가님 작업실로 달려가시고
[승재의 의아한 숨소리]
그럼 거기서 뭔가 엄청 큰 사건이 있었다는 거 아닌가?
- 맞아요? - (순덕) 그게 정말이야?
[상인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에요
아, 뭐, 그 둘이 조금 심하게 다투긴 했는데
아, 금방, 금방, 금방, 금방 금방 화해했더라고요
[재수의 웃음] (상인) 아이고, 그, 저기, 우리 문영이가
이 성깔이 아주 고약하고 까탈스러워 가지고
영 비위 맞추기가 어려워요, 예
하, 우리 막 그, 문강태 씨가 아마 좀 애 좀 먹을 겁니다
(재수) 아유, 강태를 잘 모르시네
걔가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예요, 어? [상인의 옅은 탄성]
사람 막 홀려 가지고 이렇게 조종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고 작가님한테 간 빼 먹히지 말라고 좀 전해 줘요
(상인) [재수를 탁탁 치며] 아유, 그럴게요, 어
그럼 뭐, 둘이 천생연분이네
(순덕) 국 식는다, 어여 먹어 [저마다 호응한다]
거짓말인 거 같은데
[상인의 헛기침]
(강태) 형
형
[상태의 옅은 신음]
아, 너 괜찮아?
어, 괘, 괘, 괘, 괜찮아? 너 괜찮아?
잠은, 잠은 푹 잤어?
손, 손은? 이제 피, 피 안 나?
(상태) 안, 안 아, 안 아파?
아파
너무 아파서
죽을 거 같아
안 돼, 안 돼, 그러면 벼, 병원 가야 돼
(상태) 병원, 병원, 병원, 병원
[상태의 의아한 신음]
고마워
우리 다 구해 줘서
근데
근데
왜, 왜 그랬지?
수, 수간호사님은 원래 착한 사람인데
왜, 왜 나, 나, 나쁜 짓을 했지?
[난처한 숨소리]
그 여잔
착한 척하는
진짜 나쁜 사람이었어
(강태) 자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게
너무 싫대
서, '서쪽마녀'
[어두운 음악] (상태) 어, 그, 그 책에도 나와, 어
행복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죽이는 여자 살인마
그게 서, 서쪽마녀인데
그 책 형도 읽었어?
어, 누가 병실에 두고 가서 읽, 읽었어, 읽었어
(상태) 다, 다 읽은 건 아니고 63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완전 핵, 핵노잼, 핵노잼, 어
그래
재미없으니까 읽지 마
수간호사님도 그 서쪽마녀처럼 엄청 나쁜 사람이야?
(강태) 응
나한테 두, 둘리 엄마도 선물해 줬는데
그럼
그럼 저 둘리 엄마는 어떡하지?
내가 이따 나가면서 버릴게
어, 버려, 어
(상태) 아니, 아니, 버리, 버리지 마
왜, 나쁜 사람이 준 건데 그냥 버려
안 돼, 두, 두, 둘리 엄마는 잘못한 게 없어
그, 준, 준 사람이 나쁘지 둘리 엄마는 안 나빠, 어
얘, 얘, 얘는 자, 잘못한 거 없어
버, 버리지 마, 안 돼
그래
걘 죄가 없어
나쁜 사람은 따로 있지
(상태) 어, 아, 안, 안 버려 안, 안 버려, 안 버려
어, 안 버려
놀랐, 놀랐지? 어, 미안
안, 안 버려 안 돼, 안 돼, 안 버려, 어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강태) 일어났어?
국 끓여 놨으니까 배고프면 챙겨 먹어
나 병원 갔다 올게
[한숨]
(강태) 형
만약에 문영이가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떡할래?
우리 가족, 가족인데 같이 살아야지, 어?
그래도 나가라고 하면?
나, 나갈 수는 있지
그래, 그래, 그래도 문영이는 데, 데리고 나가야지, 어
왜?
우리만, 우리만 나가면 문영이는 혼자야, 혼자, 어
걔는 호, 혼자 있으면
심심해, 어
맨날 맨날 심심하다고 놀아 달래
그래도
우리 둘만 나가라고 하면?
배 째
[잔잔한 음악] (상태) '배 째' 하면 다, 다 이겨
'배 째' 하면 다 이겨
'배 째' 하면 이겨, 이겨
배 째, 안 나가 [웃음]
배 째, 배 째, 안 나가
배 째, 배 째, 안 나가, 배 째
[한숨]
(지왕) 왜
벌써 다른 병원으로 또 튀려고?
아니요
이제 쉬려고요
[웃음]
우리 통했다
(지왕) 나 병원 관두고 앞으로 쭉 놀려고
같이 놀까?
저 놀 사람 있어서…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 줘라
혹시
이번 일 때문에
물러나시는 거예요?
아, 뭐, 원장으로서 응당 책임도 져야 되고
(지왕) 등잔 밑도 못 보는 주제에
사람 마음 더 들여다볼 자신도 없고
[지왕의 한숨]
그럼
마지막이다 생각하시고
저 한 번만 상담해 주시면 안 돼요?
그래
어디 들어와 봐
[옅은 한숨]
(상태) 어, 왔, 왔어?
밥, 밥 먹어, 밥
강태가 계, 계란국 해 놨어 계란국 엄청 맛있어, 엄청
근데 나는 더, 덮밥이 더 맛있어서
그거, 그거 먹었어
어
아, 아, 근데 머, 머, 머리 머리 괜찮아, 머리?
그 나쁜 아줌마가 어저께 네 머리채 확 잡아당겼는데
마, 많이 빠졌어?
그, 해, 행복한 게 싫어서 괴롭혔대
그 아줌마 진짜 나빠, 진짜
아, 나 그, 숙, 숙제 검사 숙제 검사해야 되는데, 숙제 검사
표정, 표정 그리기 연습 엄청 많이 했어, 엄청
내가 보여, 보여 줄까? 어?
(문영) 오빠
그 숙제
안 해도 돼
(상태) 어?
우리 동화책
- 안 낼 거야 - (상태) 어?
[차분한 음악] (상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지? 왜, 왜 안, 왜 안 내지?
(문영) 내기 싫어졌어
그리고
강태 병원에서 돌아오면 이 집에서 나가 줘라
나랑 한 삽화 계약은 파기야
계, 계, 계약, 계약 파, 계약 파기면 세, 세 배인데, 세 배
그, 벌금, 벌금 세 배
(문영) 원하는 대로 다 줄게
오늘 중으로 나가 줘
(상태) 배 째!
몰라, 몰라, 몰라, 배 째
배, 배 째, 몰라
몰라, 몰라, 배 째
'배 째' 하면 다 이겨, 다
안 돼, 못 나가, 못 나가, 배 째
[강태의 한숨]
솔직히
괜찮을 자신이 없어요
도희재
그 여자가 저한테 한 말들
표정, 행동들
[잔잔한 음악] (강태) 그걸 생각하면
억울하게 죽은 엄마랑
숨어서 그걸 다 지켜본 형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그런 주제에
다 이겨 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문영이한테
근데
문영이가
속아 주질 않아요
[한숨]
같이 있으면 죽을 거같이 괴롭고
헤어지면 또 괴로워서 죽을 거 같고
어차피 이래저래 죽을 거 같으면
같이 있다 죽는 게 낫지 않아?
솔직히
도희재랑 둘이 있었을 때 확 죽이고 싶었지?
[희재의 신음]
그래
그래, 죽여
- 네 - (지왕) 근데 왜 안 죽였어?
문영이가
생각나서요
그래, 그거야
(지왕) 보면 괴로운 그 얼굴이
그렇게 자넬 또
살리기도 하는 거야
펑 터질 뻔한 거
단단히 붙들어 준 거라고
[문이 덜컥 여닫힌다]
(상인) 이게 다 뭐야, 어?
문영아, 너 진짜 왜 이러니, 어?
(문영) 왜 이러긴
어제 다 전화로 얘기했잖아 나 이제 동화 안 쓸 거라고
[상인의 한숨]
오케이, 어, 좋아
뭐, 동화 그만큼 썼으면 뭐, 질릴 때도 됐어, 어
야, 그러면 이참에 아예 그
어, 장르를 갈아타 보자, 어
네
그, 작가님의 성향을 살려서요
(승재) 뭐, 범죄 소설이나 아니면 스릴러
호러, 무협
치정
아니면 19금 에로
- (상인) 어 - (문영) 절필
(문영) 나 이제 글 안 쓸 거야
앞으로 쭉 계속 죽을 때까지 놀 거야
아니야
아니야, 문영아, 어?
[상인의 난처한 숨소리]
(상인) [작은 소리로] 그, 너 이번 일 때문에
그, 충격받아서 그런 거면 뭐
한 1년쯤 푹 쉬다가
(문영) 대표님
나
이제 더 이상 쓰고 싶은 동화가 없어
그래서 그래
이 집도 이제 팔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만 삐대고
승재 씨 데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
이제 당신은 자유야
아니야, 아니야
고문영 없는 상상이상은 상상할 수가 없고
고문영이 없는 이상인은 그 어떤 이상도 펼칠 수가 없는데
그깟 자유가 다 무슨 소용이야, 어?
문영아, 제발, 내가 잘할게, 어? 한 번만, 어?
징징대지 마, 잠 못 자서 골 아파
나 잘 거니까 꺼져 [상인의 절망하는 숨소리]
[상인의 초조한 숨소리]
이번에는 진짜로 절필하실 건가 봐요
(승재) 이번 기회에 저희도 그냥 다른 작가님이랑 계약해서…
야, 내가 뭐, 그깟 책 팔아 가지고 내 돈 벌려고 그러는 줄 알아?
네
[한숨] 문영이한테 동화는
[잔잔한 음악]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야, 어?
(상인) 쟤 입이고 숨구멍이라고
그런데 그걸 안 하겠다는 거는
그냥 혼자서 그냥 콱 죽어 버리겠다는 거야, 그냥, 어?
[한숨]
- (강태) 저, 원장님 - 응
아까 같이 놀자고 하신 거요
또 무슨 딜을 하려고?
저, 가끔 놀러 올 테니까
병원 화단에 묘목 하나만 심어도 돼요?
묘목? 나쁠 거 없지
무슨 나무 심을 건데?
(강태) 뭐, 호두나무나 은행나무…
(지왕) 은행나무 하지 마, 똥 냄새 나
[어두운 음악]
[울먹인다]
[문영의 신음] (희재) 그러게!
(희재) 왜 데려왔어! [문영의 비명]
(희재) 아가
[울먹인다]
악몽 꾸는 거 같길래
빨리 짐 싸서 나가, 오늘 중으로
난 망태만 있으면 돼
이제 강태는 필요 없어
(문영) 아, 맞는다
넌 누구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싫댔지?
잘됐네
나가, 빨리
너
진짜 혼자 살 거야?
나 여태 혼자 잘 살았어
나 같은 건 원래 사람들 속에 같이 못 살아
따로 격리돼 살아야 된다고
- 왜? - (문영)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강태) 고문영
너 이제 혼자 못 살아
왜 못 살아?
따뜻한 게 뭔지
배부른 게 뭔지
이젠 알았으니까
[잔잔한 음악]
그러니까
너도 그냥 인정해
뭘?
(강태) 이쁨받고 싶어 하는
어린애인 거
(문영)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짐 싸서 나가
내가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문영) 하지 마
옛날 옛날에
(문영) 닥쳐
(강태) 가난하지만 의좋은 형제가 살았어
[잔잔한 음악]
추수철이 돼서 쌀을 수확했는데
형은 동생네 살림이 걱정돼서
밤에 몰래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동생 집 앞에 가져다 놨지
같은 날 동생도
식구가 많은 형네를 위해서
자기의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형 집 앞마당에 몰래 내려다 놨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당연히 쌀가마니가 각자 마당에 그대로 있었겠지?
이상하다 생각한 형제는
밤에 또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가서
서로의 집에 내려놨어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서로 계속 반복했지
이 동화의 교훈이 뭔지 알아?
의좋은 형제는
꼭 한집에서 살아야 개고생을 안 한다
[문영과 강태가 살짝 웃는다]
재밌지?
(문영) 치
같잖아서
그딴 것도 교훈이라고, 쯧
우리 형이 한 해석이야
(강태) 넌
우리 형제가 싫어?
[잔잔한 음악]
좋아하잖아
아니야?
우리 괜히 헛걸음해서 고생하지 말자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같이만 있자
응?
야, 고문영
대답 좀 해
얘, 얘기 좀 하자니까?
아, 제발 똥고집 그만 부려!
너 지금 나한테 소리쳤어?
[강태의 헛기침]
아니…
내 목소리가 원래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이 방에서 더 많이 울리네
뭐, 피곤하면 쉴래?
쉬어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상태) 얘, 얘기했, 했어?
(강태) 어
근데 더 안 좋아진 거 같아
형이 시, 시킨 대로 했어?
'의좋은 형제는'
(강태) '한집에 살아야'
'개고생을 안 한다' 했지
재미없게 얘기했지, 네가 재, 재미없게
(상태) 똑같, 똑같은 얘기도 재미없게 하는 사람 있다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문, 문강태 핵노잼
'아, 이제 나는 죽는다' [만화 속 캐릭터가 똑같이 말한다]
'한, 한도 많고, 탈도 많고 말도 많고, 아직 먹을 것도 많은데'
'아이고, 내 처, 청춘아 청춘, 청춘아'
(강태) 아유, 어려워
- 모르겠다 - (상태) 재미가 없으니까
인기가 없지, 인기가, 어?
(상태) 솔직히 인기는
블랙핑크가 많지, 소, 솔직히, 어
♪ 뚜두뚜두 ♪
♪ 뚜두뚜두… ♪
[밤새 울음]
[놀란 신음]
(상태) 우아
왜 혼자 와, 문영이 불렀어?
(상태) 어, 근데 대답은 안 했지
오빠, 오빠가 말하는데 예의 없게, 응?
[상태의 탄성]
(강태) 어, 밥 먹어
네가 좋아하는 메추리알이랑 계란말이…
얘기 좀 해
언제 나갈 거야?
밥부터 먹어
너 계속 굶었잖아
지금 우렁 각시 놀이 하니?
(문영) 가
원래 너희 집으로
- 못 가 - (문영) 왜?
수도가
터졌어 [차분한 음악]
(문영) 뭐?
거기 지금 물바다라
며칠 공사해야 돼
[강태의 한숨]
[통화 연결음]
아, 전데요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별) 선배
원장님 퇴임하시는 거
환자들한테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대충 분위기로 눈치 다 챈 거 같은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관두고 괜히 병원 분위기 어수선한데
지금 그런 얘기까지 하면 환자들 동요해서 안 돼
라고 원장님이 말씀하셨어
(민석) 그래도 뭐 [문이 탁 열린다]
퇴임식 그런 거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요?
(지왕) 아유, 뭐 영광스러운 퇴임이라고 [문이 달칵 닫힌다]
자격이 안 돼서 나가는 건데
다들 교대 시간 됐지?
(의료진들) 네
(지왕) 같이 밥이나 먹으러나 가자
저 전화 한 통만 하고 갈게요
왜?
(주리) 문영아, 그, 너무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아니, 안 돼
(주리) 엄마가 아파
[한숨]
엄마가 몸이 너무 아파서 오늘 월차까지 냈는데
목소리 들어 보니까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 돼 가지고
상인 씨랑 승재 씨는 세미나 가서 계속 전화 안 받고
나는 오늘 나이트 근무라
그럼 문강태한테 하면 되겠네
너무 미안한데
네가 가 주면 안 될까?
(주리) 아무리 아줌마지만 같은 여자가 간호해 주는 게 편할 거 같아서
안 될까?
어, 안 돼 너희 엄마 부탁을 왜 나한테 해?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차 문을 탁 닫는다]
[한숨]
[순덕의 웃음] [문이 탁 열린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이 탁 닫힌다]
(순덕) 어, 왔어?
아픈 거 맞아요?
나보다 더 생기 있어 보이는데
이 나이 돼 봐, 안 아픈 데가 있나
[무릎을 탁탁 친다] 이 무릎도 쑤시고
팔다리 마디마디가 저려서 잠도 안 와 [TV 전원음]
[순덕의 힘주는 신음]
(문영) 아이씨, 이 남주리 호박씨 같은 게
남의 귀한 딸 욕하지 말고 일로 와서 이거나 먹어
(순덕) 자
며칠 굶었다고 해서
[순덕이 뚜껑을 달그락거린다]
밥 말고 일부러 누룽지 끓였어
자
앉아
이럴 때는 속아 주는 척하고 먹는 거야
네 그 얄팍한 배 속 채우자고
지금 몇 사람이 머리를 맞댔는 줄 알아?
[따뜻한 음악]
[통화 연결음]
아, 전데요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왜요?
아, 또 무슨 일인데
나, 나 이제 막 막 심장 막 쫄리려 그래
아…
아, 그게 아니라
좀 민망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뭐, 민망?
(주리) 그럼 그냥 엄마가 내일 오후 반차를 내
(순덕) 응, 그러지, 뭐
강태한테 문영이 걔 뭐 좋아하는지 문자로 찍어 보내라 그래
(상인) 아…
안 그래도 애가 저, 요즘에 글도 안 쓰지
밥도 안 먹지, 뭐, 밖에도 안 나가지
아휴, 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아유, 정말 다들 감사합니다
(순덕) 아이고, 자네 때문이 아니야
우리 강태가 부탁하는 거라 들어주는 거지
[순덕과 상인의 웃음]
그러면 저는 먹을 거 말고 다른 씹을 걸 준비할게요
뭐요?
[통화 연결음]
어, 재수 씨
나 유승재인데요
혹시 내일 저녁에
입 털 시간 좀 있으세요?
(승재) 네
저 좋아하는 거 같아요 [함께 웃는다]
진짠데
(순덕) 아이고
아, 얼른 앉아서 먹어
(순덕) 앉아, 앉아
자
얼른 먹어
[숟가락을 잘그락 든다]
(문영) 아! 아씨, 열라 개뜨거워
아…
[아파하는 숨소리]
그 이쁜 입에서 왜 개소리가 나와?
후후 불어서 천천히 먹어
입천장 홀라당 데지 말고
[입바람을 후후 분다]
(순덕) 참 별일이지
어젯밤에
강태가 이 대표한테 전화해서
너 제발 밥 좀 먹게 해 달라고 부탁했어
나한테 직접 연락하기는 민망했겠지
주리 생각하면 자기가 어떻게 나한테
문영이 네 밥을 차려 달라고 부탁했겠어
근데 아줌마가 다 차렸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호구지
[웃음]
(순덕) 자, 어
[잔잔한 음악]
왜 다들
나한테 잘해 줘요?
(문영) 아무 상관도 없는데
이뻐서
(순덕) 생긴 것도 이쁘고, 먹는 것도 이쁘고
우리 강태처럼
가진 거 없어도 마음씨 착한 애 좋아해 주는 것도 이뻐서, 왜?
[옅은 웃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재수) 아, 배고파
저도 밥 주세요
[갈매기 울음]
[강태의 힘주는 숨소리]
이게 이제 우, 우리 엄마 나무야?
(강태) 응
엄마 보고 싶을 때마다
여기 와서 이 나무 보면 돼
아, 그렇구나
어, 어, 엄마
이게, 이게 우리 새 가, 가족사진이에요, 예
(상태) 가운데 있는 애가 얘가 문영이, 예뻐요
[잔잔한 음악] 찰랑찰랑 긴 머리가 더 예쁜데
강태가 잘라도 이렇게, 이렇게 잘라 놨어, 어
엄마
나
잘 컸지?
어, 너 잘 컸어
나도 잘, 잘 컸고
엄마는 이제부터 무럭무럭 잘 크고
내가 앞으로
형 잘 지킬게
엄마
(상태) 나 지, 지키라고 너 낳은 거 아니야
나
돌보라고 나, 낳은 거 아니야
동, 동생은
그, 그러라고 엄마가 낳아 준 게 아니야, 어
원래는 형이 동생을 지키는 거야
그래서 그날도 나쁜 아줌마 뒤통수
내, 내가, 내가 쳤어
너, 너는 처잘 때 내가 내가 널 지켰어, 지, 지켰어
[웃음]
[훌쩍인다]
그러네
나 지키라고
형이 있는 거였네
어, 근데 너도 이제 어른이니까 너는 네가 지켜
나는, 나는 이제 바, 바빠
엄마, 안녕! 오!
[강태가 훌쩍인다]
엄마
들었지?
[웃음]
[강태가 삽을 쓱 든다]
(강태) 같이 가!
[웃음]
근데 난 솔직히 나는
가끔 걔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을 한다니까?
애가 너무 냉정하고 무심해
맞아
(문영) 그 특유의 가짜 같은 표정
너무 재수 없어
(재수) 그렇지?
[익살스러운 음악] 어유, 야, 근데 걔가
허파에 바람도 들었다?
걔가 지난번에 우리 가게 와서 뭐라 그런 줄 알아?
세렝게티
[웃으며] 세렝, 세렝게티
세렝, 세렝게티가 어디인 줄 알아? 어?
나는 무슨, 무슨 스파게티인 줄
세렝게티, 아프리카
아프리카, 저 끝의 아프리카야
걔 여권도 없는 애가
뭐, 거길 놀러 가고 싶다고, 아이고
미친 거지, 아주 그냥
그게 왜 미친 거지?
예?
(문영) 세렝게티 놀러 가고 싶다는 게 왜 미친 거냐고
어? [재수의 놀란 신음]
아씨, 깜짝이야
(문영) 아이고
어디 갔, 갔다 와?
오빠
(상태) 어유, 수, 술 냄새
[문영의 웃음]
오빠
강태한테 물어봐 줄래?
(문영) 내일은 또 어떤 핑계로 안 나갈 거냐고
그 집에 가 보니까
수도관 안 터졌던데
배 째
[웃음]
- 진짜 짼다? - (상태) 어
(상태) 아, 이거
아, 이거, 수, 숙제 검사
숙제하지 말랬잖아
나 제 동화 안 쓴다니까?
(문영) 중단
아니
절필
이, 이, 이 숙제 검사를 받아야 내가 진짜
사, 삽화 작가가 되지
그, 그러니까 검사해
(문영) 아, 똥고집
고, 고문영 작가님이 글 안 써도 나는 다른 짝꿍이랑 동화책
마, 만들 거야
계속 그림 그릴 거야
[놀란 신음]
와, 이 오빠 지조도 없어
개나 소나 짝꿍 만드네?
개랑, 개랑 개랑 소랑은 짝꿍이 안 되지
어, 나, 나는 사, 사람인데
[웃음]
그래, 뭐, 어디 한번 봐 봐
(문영) 졸라맨에서 얼마나 발전했나
[탄성]
(상태) 봐
보, 보, 보세요, 보세요, 어?
해, 행복한 표정, 우!
[잔잔한 음악] '조, 좋아하는 애가 생겼어' 하면, 하면서
우, 우, 웃었어, 웃었어
요거, 요거 보세요, 웃었어
강태, 강태 우리, 우리, 우리 강태 행복한 표정
요, 요, 요, 보, 보세요, 어
가, 가짜, 가짜, 가짜, 가짜 아니고 요거 지, 지, 진, 진짜 행복한 표정
우리 강, 강태 행복한 표정
처, 처음 보고 그, 그렸어
[상태의 신난 신음]
[상태가 입소리를 똑똑 낸다]
여기, 여기, 여, 여기, 여기
해, 행복한 표정인데 왜 울지?
이뻐서
너무 이뻐서
이거 갖고 싶어?
(문영) 응
탐나
나 이거 줘라
자, 야, 양보
나, 나 진짜, 진짜
도, 동화책 내고, 내고 싶은데
(상태) 도, 동화책 나오면
우, 우리, 우리 엄마한테 가서 자, 자랑하고 싶은데, 어
나, 나, 나도 작가님이라고
엄마?
어, 어
우, 우리 엄마 나무 괜찮은 병원에 있어
(상태) 엄마 나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너
미행했어
넌 납치가 취미니까
난 미행으로 할까 봐
[문영의 한숨] [강태의 웃음]
재밌냐?
재미는 없어도
멋있게 보이고는 싶어
내가 계속 노력할게
내가
어떻게든 이겨 내고
감당해 볼 테니까
이제 나
[잔잔한 음악] 그만 밀어내고
좀 받아 줘라
응?
[멀어지는 발걸음]
그럼 이건
이건 어떻게 보상할래?
[한숨]
다치게 한 건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고문영
[당황한 신음]
사, 사랑한다고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사랑한다니까?
[한숨]
진짜 너무너무 사랑해!
야, 사랑한다는데 왜 도망쳐!
야!
사랑해!
고문영
거기…
고문영, 사랑해!
(선해) 씁, 저쯤 되면
- (강태) 사랑해! - (선해) 입원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 문 보호사 참 많이 변했네
사랑의 힘이지, 파워 오브 러브
[함께 웃는다]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강태) 고문영
사랑해
그거 아니야?
다른 거야?
아, 말을 좀 해 봐
그놈의 '사랑해' 한 번만 더 해
입을 확!
[한숨]
입을 확 뭐?
이렇게?
[문영의 놀란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상태) 나도 이제 진짜 작가가 되고, 되고 싶어, 진, 진짜 작가
(상태) 안 돼, 안 돼, 안 돼 보지 마, 보지 마, 안 돼
- (문영) 나가 - (강태) 내가 왜 외부인이야?
(강태) [술 취한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동화 만든다고
나를 왕따를 시켰어
(희재) 걔들이 언제까지 네 옆에 있어 줄 거 같니?
넌 절대로 날 못 지워
(문영) 내 마지막 원고
폐기 처분을 하든 출간을 하든 알아서 해
(문영) 정말 안 아팠으면 좋겠어
미안해
.사이코지만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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