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6
[문영의 한숨]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강태) 고문영
사랑해
그거 아니야?
다른 거야?
아, 말을 좀 해 봐
그놈의 '사랑해' 한 번만 더 해
입을 확!
[한숨]
입을 확 뭐?
이렇게?
[부드러운 음악]
[문영의 놀란 숨소리]
[고라니의 울음]
아, 저 고라니 새끼가
닥쳐, 이 고라니 새끼야!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사랑해
[개구리 울음]
'각, 각서'
(상태) '나, 나, 나 상상이상의 대표 이상인은 삽화 작가'
(상인) 삽화 작가 문상태의 동화책이 [상태가 각서를 계속 읽는다]
무사히 출판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상태) 글, 글씨가, 못 쓰네?
(재수) 형님, 형님
(재수) 씁, 이야, 이렇게 야무지게 각서까지 받아 내고 말이야, 어?
우리 형님 진짜 대단하시네
[재수의 웃음]
근데 이거 자랑하려고 여태 여기서 나 기다린 거야?
아니
그럼 나 보고 싶어서?
- 사, 사장님 - (재수) 에?
알바 그만두겠습니다
- 어? - (상태) 나 이제 알바 그만둘, 둘래
뭐, 뭐…
뭐 이렇게, 이렇게 갑자기?
과, 관두는 거 원래 갑자기 예고가 없지
그래서 미, 미안하지, 어
왜? 뭐…
아, 아, 뭐 도, 돈, 돈이 좀 적어서? 어?
(재수) 알았어, 내가 그, 그…
시간당 500원씩
아, 그, 천 원씩 올려 줄게, 내가
아, 알바생 말고 자, 작가님
- 뭐? - (상태) 나, 나도 이제
진짜 작가가 되고, 되고 싶어 진, 진짜 작가, 어
안 돼
안 돼
(재수) 이렇게 갑자긴 안 돼, 어
죽어도 안 돼
[익살스러운 음악] 형님, 정 관두고 싶으면 후임 구해 놓고 나가
단
형님처럼 일 잘해야 되고 내 마음에 쏙 들어야 되고
그림도 잘 그려야 돼 자신만의 세계도 확고해야 되고
아, 진짜 멋지게 보내 주고 싶었는데
재수 씨가 멋있기는
히, 힘들지, 어
소, 솔직히
이럴 땐 좀 멋지다고 좀 해 주는 거야
아니, 소, 솔직히
[한숨 쉬며] 너무 솔직해 가지고, 진짜, 씨
엄마 나무에
뭐 하러 내 사진까지 걸었어?
너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나를 뭐라고 소개했는데?
엄마가 그렇게 소원하던
형의 가장 친한 친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부드러운 음악]
우리 이렇게 새 가족이 됐으니까
이제 아무 걱정 말라고
나 엄청
싫어하실 것 같은데
솔직히
네가 누구한테나 호감형은 아니지
죽을래?
남들한테 쓸데없이 호감 사서 뭐 하게?
나한테나 잘 보여
치
나 졸려
졸려
졸려
(상태) 어, 자자
- (재수) 어, 그래 - 자자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재수) 그래, 가자
(상태) 아니, 아니, 가, 가, 가자 말고 자자
(재수) 뭐, 뭐, 여기서 잔다고?
아니야, 가자, 어? 저기, 내가 태워다 줄게
자, 자, 자, 자고 간다고 강태한테 아까 얘, 얘기하고 왔어
- 왜? - (상태) 화, 화해해야지, 두, 둘이
어, 화, 화해는 당사자끼리
남이, 남이 끼어들면 그건 화해가 아니라 방해지
(상태) 화, 화해가 아니라 방해
누워, 재, 재, 재, 재수 씨도 여기서 자고 가, 여기서
아, 그리고 코는 진짜 아, 안 골, 안 골았으면 좋겠어
축, 축농증 수술을 하든지, 그, 어?
형님
[따뜻한 음악]
(재수) 아휴
난 형님 같은 형님이 언제 되냐
도, 동생
부모님이 동생을 낳아 주면 형님이 되지
아유, 나도 그냥 형님 동생 하고 싶다, 씨, 쯧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강태가 탁탁 칼질한다]
(강태) 조심해, 나 칼 들었어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한테 말 안 한 게 있어
뭐?
나 이제 백수야
보호사 관뒀어?
- 응 - (문영) 왜?
이제 다른 것도 좀 해 보려고
너 설마
진짜 학교 다니려고?
일단 수능부터 공부를 해서…
안 돼
사이버대 갈 거 아니면 절대 안 돼
너한테 허락받을 이유 없거든?
여태 그렇게 쎄빠지게 고생해 놓고 또 무슨 공부야, 하지 마
(문영)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살아
기생충처럼
칼 들었다고 했다
[옅은 웃음]
아, 취소
기생충은 실수, 실수
[칼을 툭 내려놓는다] 넌 이제 어떡할 거야?
앞으로 글 안 쓸 거라며
[문영의 한숨]
쓰고 싶은 동화가 없어
그럼 그건?
셋이서 캠핑카 타고 여행 가는 얘기
나 그거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보고 싶어?
보여 주고 싶어
너랑 형이 만든 동화니까
누구한테든 보여 주고 싶어
[한숨]
이리 와 봐
(문영) 봐 봐
오빠가 그린 거야
[잔잔한 음악]
진짜 진짜 행복한 문강태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고
잠꼬대하면서 이렇게 웃었대
꿈에서까지 고백할 정도면
걔 진짜 좋아하나 봐?
(강태) 응
꼭
내가 아닌 거 같다
[옅은 웃음]
이 그림 보고 나서
썼던 원고 다시 수정했어
물론 엔딩은 비밀이야
책 낼 거야?
뭐, 일단 이번 것까지만
그다음엔 나도 몰라
[웃음]
좋아?
응, 좋아
내가 좋아, 오빠가 좋아?
나는
내가 제일 좋아
[문이 탁 열린다] (상태) 다녀왔습니다!
- (강태) 형, 밥 먹었어? - (상태) 어
에이씨, 이 백여시
(문영) 내가 좋아?
장군
(필옹) 아이고, 아이, 거기를 또 놓쳤네
아이, 또 졌다
이번엔 뭐 사 줄까?
음, 소시지? 옥수수? 초콜릿?
일부러 져 주는 척하는 거 힘들지?
[지왕의 웃음]
엄청 티 나, 이 양반아
[멋쩍은 웃음]
아니, 요새 계속 힘이 없어 보이길래
(지왕) 그래서 나 위로해 주려고
매번 지는 척하면서
따박따박 뭐 먹이는 거야?
[멋쩍은 웃음]
받아
(필옹) 아이, 뭔데, 이게?
간필옹 환자에게 주는 오지왕의 마지막 처방전
그거 신고 여기서 나가
[잔잔한 음악] (지왕) 거, 맨날 나갈 문이
안 보이네, 안 보이네 하면서 [필옹이 울먹인다]
일부러 눈 감고 있지 말고
그거 신고 나가서 문 찾을 때까지 돌아오지 마
아, 아이참
이게 뭐야, 이게
잘 맞아?
[웃음]
딱 맞네?
[필옹을 툭 친다] [웃음]
[코를 드르릉 고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달칵 연다]
[한숨]
(지왕) 아휴, 불쌍한 자식
(민석) 별이 씨, 이거
붕대 다 떨어졌으니까 이거 한 번 더… [차용의 비명]
(차용) 아빠, 아파, 아파! 아빠, 아파!
- 아빠? - (민석) '아파'라고 하지 않았어요?
둘 다인 거 같은데요? [차용의 아파하는 탄성]
(차용) 아빠, 아파, 아파, 아빠, 아파!
[차용의 아파하는 신음]
[차용의 아파하는 탄성] (지왕) 이 자식 당장 잘라 버려
[익살스러운 음악] [차용의 힘주는 신음]
(차용) 아빠가 자르기 전에 내가 먼저 관두려 했거든?
[차용의 신음] (별) 아빠라고 했다, 그렇죠?
(민석) 아, 그럼 설마 원장님 늦둥이 아들이
아, 그래서 원장님 백 믿고 여태 까분 거구나 [차용의 아파하는 신음]
(차용) 아, 아!
[차용의 짜증 섞인 숨소리]
(지왕) 아니, 내 옆에 두면
정신 좀 차릴 줄 알았는데 글렀어
나 퇴임할 때 이놈도 끌고 나갈 거니까 다들 그리 알고
수고들 해
너는 일로 와 [차용의 아파하는 신음]
(차용) 아, 아프다고!
[차용이 짜증 낸다] (별) 대박
씁, 근데 어쩜 저렇게 안 닮았지?
부모, 자식이라고 다 닮은 건 아니니까
(강태) 알바를 관뒀다고?
- 어 - (문영) 와…
그럼 졸지에 셋 다 백수네?
(문영) 어쩜 우린 이렇게 잘 통하지?
(상태) 근데
둘이 지, 진짜 화, 화해했어?
싸,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나, 나은데
걱정하지 마, 오빠
뽀뽀도 하고 화해의 키스도 했어
[발랄한 음악]
(상태) 키, 키, 키, 키스?
(문영) 어, 키스로도 부족해서 내친김에…
[강태가 콜록거린다]
아!
아이씨, 왜 자꾸 발로 차!
내, 내가?
그래, 네가 발로 두 번 찼잖아
아이씨, 복숭아뼈 열라 아파, 아…
형, 형
(강태) 문영이가 동화책 낸대
형이랑 내기로 한 그거
지, 지, 진짜? 지, 진짜?
뭐
오빠가 숙제를 너무 잘해 와서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 주는 마음으로
마무리는 하기로 했어
와, 참 잘했어요
대신 캠핑카는 못 줘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 어? 왜, 왜, 왜, 왜 못 주지?
어? 분, 분명 없이 계약했는데
'갑, 갑은 을에게 그림값 대신'
'캠, 워크스루벤 캠핑카를 사 준다' 분명 없이 했는데
했지
근데 문제는 그다음 문구야
그다, 다음 문구?
'으, 을에게는 이사 가기 싫어하는 동, 동생이 있다'
(문영) 그래
그 동생이 이사 갈 필요가 없어졌는데
이제 와서 캠핑카가 무슨 소용이지?
야, 개수작 부릴래?
(문영) 그냥 돈으로 줄게
오빠 돈 좋아하잖아
어, 돈, 돈 좋아, 돈, 돈
- 형 - (상태) 노, 노후에 돈, 돈이 필요해
인생의 전부 어,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용, 용돈도 줘야, 줘야 되고
그럼 돈으로 합의된 거다, 콜?
어, 콜 [문영의 웃음]
[문영이 젓가락질을 탁탁 한다]
(문영) 에이씨
(상태) 그럼, 그럼 어, 어, 언제 다시 작업 시작해, 언제?
[밝은 음악] - (문영) 당장 - (상태) 당장?
[옅은 웃음]
환상의 짝꿍 맞네
문영아, 문영아
메추리알은 수, 숟가락으로, 어?
(상태) 잘 안될 때 고집부리지 말고 다른 방법을 도전해 봐야 된단다, 어?
(문영) 오빤 잔소리 좀 하지 마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헛기침]
그, 너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내가 언제 책임지는 거 봤어?
아이…
네가 인마 그, 그, '서쪽마녀의 살인' 최종회
그, 우리 출판사에서 낸다고 구라 치는 바람에
이 업계에서 이상인이 지금 사기꾼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고
(상인) 이 바닥에 떨어진 내 명예 어떡할 거냐고
다시 주워
[상인의 한숨]
아니, 원고를 미끼로 쓸 거였으면
그 미친 논개 새끼나 엿 먹일 것이지
(상인) 왜 애먼 나까지 끌어들여 가지고
(문영) 자
뭔데, 이게?
[흥미진진한 음악]
대박
'서쪽마녀'
이거 진짜로 네가 갖고 있었어?
인쇄본은 그거 딱 하나야
(문영) 폐기 처분을 하든 출간을 하든 알아서 해
출간하면
그동안 나 때문에 썼던 꿀물값은 한 방에 해결될 거야
하…
문영아
선택해
뭘?
(문영) 내 마지막 원고 수정본이야
대박
(문영) 양다리는 안 되지
[상인의 한숨]
'서쪽마녀'를 낼지
내 작품을 낼지 골라
[흥미진진한 음악]
내가 뭐, 일확천금이나 벌자고
너한테 고통을 준 작가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순 없지, 응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고문영의 마지막 작품보단
도희재의 마지막 작품이 더 메리트 있을 텐데
문영아
나는 네 글이 훨씬 더 좋아, 어?
[상인의 웃음]
간만에 칼 좀 잡아 볼까? 소 먹자, 소
오, 소 좋지
[상인의 시원한 숨소리]
네가 쏘지? 어
[상인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승재) 아, 지긋지긋한 변비
어? 잉?
다 어디 갔어?
이거 다 치워 드릴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승재) 아씨
아, 치사한 새끼, 씨…
아유, 아유, 다행이네 [상인의 웃음]
아유, 우리 상태가
삽화 작가님으로 데뷔하는 날이 오기는 오네
아유, 그럼요
이제 정식으로 계약해서
(상인) 그, 다른 동화 작가랑 컬래버도 시켜 보려고요
뭐, 문영이는 당분간 그, 동화 안 쓴댔으니까, 예
하기는
더 성장하려면 여러 사람하고 협업도 하고 해 봐야지
(상인) 네
[함께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아이고, 우리 이 대표 이제 서울 가면 보고 싶어서 어쩌나
아유, 뭐, 지금까지 푹 쉬었으니까
얼른 사무실 구해서 새 출발 해야죠, 예
그 새 출발 언제 하시는데요?
뭐, 사무실 구해지면요
그러니까
저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 주세요 주리 씨
[상인의 웃음]
[문이 탁 열린다]
- 대표님 - (상인) 어, 왔어?
(승재) 아니, 제 전화, 문자 다 씹고
여기서 콩나물 대가리나 따고 계세요?
야, 근데 너 왜 빈손이야?
내 원고는?
무슨 원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아이, '서쪽마녀' 내가 챙기라고 했잖아
'서쪽마녀'?
꿈꾸셨어요?
(상인) 지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문자까지 보냈는데
문자 안 왔는데
- 안 왔어요 - (상인) 이거 봐 봐, 내가 확인…
(상인) 승재야, 우리 노 났다, 노 났어
'서쪽마녀'가 내 손에 들어왔어
우리의 마지막 밥줄이자 생명 줄이니까
테이블 위의 그 원고 꼭 챙겨서 들고 와라, 어?
꼭, 꼭, 꼭, 꼭, 꼭, 꼭!
[헛웃음]
이상인
이 장사치 같은 인간, 씨, 쯧
[사이렌이 울린다]
(희재) 진짜 와 줬네?
(문영) 날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걔들이 언제까지 네 옆에 있어 줄 거 같니?
우린 가족이야
걔들이 어떻게 네 가족이야!
[한숨]
아가
엄만 널 너무 사랑해
[어두운 음악] 너무 소중하고
네가 나처럼 살길 원했어
남한테 휩쓸리지 않고
집어삼키면서 강하게 살길 원했다고
(희재) 그 정돈 할 수 있잖아
네 본능대로 살면 될 걸
왜
왜, 왜 그딴 놈들이랑 어울려서…
다행이지
- (희재) 뭐? - 나도 엄마처럼 아귀가 될 뻔했는데
그렇게 안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 고문영! - (문영) 난
엄마가 참
불쌍해
(문영) 자기가 불쌍한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더 불쌍해
엄만 식욕만 있지
온기가 뭔지 몰라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지
그래서 난
엄마랑 달라
난 이제 알았거든
그게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건지
온기?
(문영) 그래도
밥은 꼭 챙겨 먹어
난 앞으로 열심히
엄마를 머릿속에서 지울 테니까
넌 절대로 날 못 지워
절대
절대, 절대로 날 못 지워! 절대!
[차분한 음악]
(문영) 지워졌네?
- (문영) 나비 - 어
(상태) 아, 아, 저, 저
지, 지, 지운 게 아니라
어, 그 위에 원래대로 덧칠, 덧칠을 했어, 덧칠을
가, 가, 가, 감쪽같지? 어
이제 이 위에 새 나비만 그, 그리면 돼
(희재) 절대
절대, 절대로 날 못 지워! 절대! [어두운 음악]
거봐
넌 날 못 지워
넌 나야
나비
[무거운 음악]
예전에 엄마한테 나비는 사이코라고 했지?
(문영) 근데 우리한테 나비는
치유야
영혼의 치유
알아 둬
[희재의 거친 숨소리]
(문영) 그러네
안 지워지면
[성난 숨소리]
더 좋은 걸로 덧칠하면 되는 거네
- 그렇지? - (상태) 나, 나비는 프, 프시케
프시케는 치유
치, 치유의 나비
어, 차, 착한 나비, 착한 나비 [따뜻한 음악]
(상태) 오빠가 그, 그려, 그려 줄까? 어?
한번 볼, 볼래? 구, 구, 구경, 구경할래?
[옅은 웃음]
(문영) 응
이쁘게 그려 줘
어, 이쁘게, 나비
치유
[문이 탁 열린다]
어서 오세요
'요'
'요'는, 씨
[웃음]
'요'
병원 관뒀다며
(강태) 응, 이제 공부하려고
(재수) 아유
나도 이 가게 다 때려치우고
그냥 너랑 같이 공부나 할까?
가방끈 연장의 꿈, 응?
나도 한번 도전해 봐?
재수야
어
(강태) 너 진짜 이제라도 수능 공부 해서 대학 가고 싶어?
아니, 전혀
그러니까
괜히 나 따라서 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거 하고
네가 진짜 가고 싶은 데 가면서 살아
뭐야
이제 나 같은 건 필요 없다
(재수) 그러니까 네 갈 길 가라 이거냐
너 지금 뭐, 나 뭐
뭐, 토사곽란시키냐?
토사구팽
(강태) 토사곽란은 토하고 설사하는 거
그러니까
내가 지금 너 때문에 서운하고 빡쳐서
토하고 설사할 거 같은 기분이야, 쯧
형
재수 형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강태) 나 이제
형이라고 부를게
원래 나보다 한 살 많잖아
(재수) 형 같은 거 더 필요 없다며
이제 와서 왜 이러는데?
한 명 있어 보니까
형은 많을수록 좋은 거 같아
조재수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 줘서
그래서 겨우 버텼어
[잔잔한 음악]
(강태) 그나마 웃고
그나마 숨 쉬고
덜 외로웠어
고마워, 재수 형
(재수) 너 이 새끼 인마, 너 그러면
알면 이 형님한테 잘해, 이 새끼야 알았어, 인마?
응, 잘할게
형이라고 불러 봐
형
한 번 더
재수 형
(재수) 씁, 쯧, 한 번 더!
- 1절만 해 - (재수) 오케이
- (문영) 박스 - (상태) 박스
(상태) 누, 눈, 자고 있는 거야, 이거는
이거는 소, 소풍 가서, 소풍 가서
같이 소풍 가서 노, 노, 노는 거야, 노는 거
[문영의 한숨] 숲속, 숲속에서, 숲속에서
이, 이거, 이, 이거는, 이건
프시케, 프시케 나비랑 같이 노는 거고, 이거는
- 알겠어, 뒷장 - (상태) 어
어, 이거, 이거는
이거 박, 박스 아저씨인데 이건 다, 다, 다시, 다시
(상태) 다시 해야 돼, 이거는, 이건 통과
이거는 머리에 개구리 같이 있는 거야, 이거는
[문영의 한숨]
아니
깡통 공주 눈이 너무 작잖아 더 크게 그려, 더
(상태) 더, 더, 더 크게? 더 크게
더, 더가 얼마큼이지? 1, 1cm? 2cm?
얼굴의 절반 이상
그, 그럼 그건 가짜지, 가짜, 그건, 그, 어?
그, 개구리 왕눈이도 아니고, 응?
- 간식 먹고 해 - (상태) 어, 어
어, 안 돼, 보, 보지 마, 보지 마 보지 마, 안 돼, 가
(문영) 나가, 여기 외부인 출입 금지야
(강태) 아니, 내가 왜 외부인이야?
(문영) 그래, 부인이지
그래도 나가시오, 부인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 나 옆에만 있을게 나 심심해서 그래
절대 안 돼, 나가, 빨리!
(강태) 아, 형, 형, 형
[강태의 당황한 신음]
너 그냥 가게?
그럼?
[멋쩍은 웃음]
일부러 나 밀고 나온 거 아니야?
내가 왜?
[문영과 상태가 대화한다]
(문영) 이게 뭐야!
[상태와 문영이 다툰다]
[상인의 힘주는 숨소리]
(상인) 아유!
'서쪽마녀' 님
제발 좀 나와 주세요, 제발
[상인의 힘겨운 신음]
야
너 그, 대충대충 좀 찾지 말고 좀 잘 좀 훑어, 인마
아유!
야, 유승재, 너 대답 안 해?
[흥미진진한 음악]
근데요, 대표님
어차피 '서쪽마녀의 살인' 출판 안 하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헛웃음]
아, 그럼 그, 그, 당연히 안 하지, 어?
(상인) 난 그냥 뭐
훗날을 대비해서 어, 그, 뭐
노후 적금 정도는 그냥 뭐 손에 쥐고 있자, 뭐
뭐, 그 정도지, 뭐, 씨, 쯧
(승재) 근데 대표님 적금 통장을
제가 왜 같이 찾아야 돼요?
(상인) 야
이게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네가 그때 커피숍에서 원고만 잘 챙겼어도
이 오밤중에 길고양이처럼
이 쓰레기통 뒤질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인마! 쯧
(승재) 뭐, 인마?
뭐… [익살스러운 음악]
뭐, 뭐, 야, 야
(상인) 야, 너 이제 뭐, 막 나가냐? 어? [승재가 쓰레기를 확 던진다]
그래! 나 나갈 거니까
(승재) '서쪽마녀' 찾아서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씨
[승재가 침을 푸 뱉는다]
씨, 쯧
(상인) 야, 승재야
(승재) 뭐, 인마! 씨
[한숨]
[한숨]
[주리가 냄새를 킁 맡는다]
[주리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어유, 무슨 냄새야
[주리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승재 씨, 무슨…
그, 냄새 안 나요?
네?
저는 아니에요
저는 집에 오자마자 샤워했는데
(주리) 음…
[주리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어유, 너무 심하다
어휴, 이거 좀 이렇게 열어 놓을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옅은 웃음]
혼자 마시긴 좀 심심해서
[냄새를 킁킁 맡는다]
(주리) 아…
대표님한테 나는 냄새가 내 방까지 흘러온 거구나?
아이, 아직도 냄새나요?
나 이거 씻는다고 씻었는데
이러고 있다 보면 금방 적응되겠죠, 뭐
예
우리 승재가 나한테 많이 삐져 있죠?
또 구박하셨어요?
애한테 좀 그러지 마세요
애요? 응?
승재가 주리 씨보다 한 여섯 살은 많은데
네?
저한테 분명히 따박따박 언니라고 그랬는데
[웃음]
아, 그거
자, 어린 척, 눈치 없는 척 [흥미진진한 음악]
그렇게 사회생활 해야, 어? 편해진다고 생각하는 애예요
(상인) 쯧, 그런 거 생각하면 안타깝긴 한데
아유! 걔가 얼마나 약았어요?
그러니까 진짜 언니가 맞는 거죠?
진짜 언니인 거죠?
언니, 아유
[상인의 웃음]
(상인) 이야, 정신과 근무하시는 분이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어떡합니까, 예?
그, 저한테 한 수 배우셔야겠어요, 예?
난 한 번에 그냥 탁 알아보거든
[상인의 웃음]
[문이 탁 닫힌다]
[입소리를 푸 낸다]
[흥미진진한 음악] 아, 토할 거 같아
이상인, 날 구박한 벌이다
[웃음]
한 달만 마음고생시키다가 돌려줘야지
[콜록거린다]
(승재) 우웩
[승재의 웃음]
[잔잔한 음악]
[종이를 사락 든다]
[옅은 웃음]
(상인) 문영아!
드디어 우리 책 나왔다!
문상태 작가님! 책 나왔어요!
(상인) 자,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드디어 따끈따끈한 초판이 나왔습니다, 자
[따뜻한 음악]
오래 기다리셨죠, 작가님
아유, 고맙, 고맙습니다, 이거
(상태) 오, '진짜 진짜 얼굴, 얼굴을 찾아서'
어, 그림, 그림 문상태
이거 문상태 내, 내, 내 이름이야 내, 내 이름, 문상태, 어
[상태의 신난 신음] 좋아?
(상태) 어, 좋아
대따 완전 캐, 캡숑 좋아
이거 내, 내 사진
[상태의 벅찬 신음]
데뷔 축하드려요, 작가님
[펑] [상태의 놀란 신음]
(상태) 아, 이거, '진짜, 진짜 진짜 얼굴, 얼굴을 찾아서'
[상태의 신난 신음] (강태) 형, 어디 가? 형
(문영) 야, 나도 같이 가! [문이 탁 열린다]
같이 가자고!
[상인의 한숨]
아, 이거 영 감이 안 좋아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망할 거 같다
- (승재) 왜요? - 영 우리 문영이 스타일이 아니야
애가 변하더니 글도 변했어
아, 그 '서쪽마녀'만 내 손에 있었어도
내가 이렇게 불안, 초조하진 않을 텐데
너무 걱정 마세요, 대표님
대표님 감은 언제나 틀렸잖아요
아유, 아유
[상인의 한숨]
(상태) 엄마, 엄마, 여기, 엄마
엄마, 엄마
여, 여, 여기 보여, 엄마? 여기
내, 내 이름, 내 이름 문상태, 엄마
나, 내 이름이, 내 이름이 문상태야, 문상태, 엄마 [잔잔한 음악]
나, 나도, 나도 이제 작가님 됐어, 작가님
삽화 작가님, 엄마
여, 여, 여기 한번 볼래? 엄마? 어?
이거, 이거, 이거 다 내가, 내가 그렸어, 이거 다
이거, 이거 다 내가 그렸어 이것도, 이거
표, 표정도 이제 그릴 수 있어 표정도, 어
- (강태) 형 - 어
(강태) 이 동화책
엄마도 엄청 궁금해할 거 같은데
- (강태) 형이 한번 읽어 줄래? - 어
나 구연동화 엄청 잘해
(상태) 또치, 둘리, 도우너 목소리 다 다르게 할 수 있어, 알, 알지?
(강태) 그럼, 알지
엄마, 내가 읽어 줄게
(상태)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훌쩍이며] '글 고문영'
'그림 문상태'
[울먹인다]
내가 재밌게 읽어 줄게, 엄마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어느 성에'
'그림자 마녀에 자신의 진짜 얼굴을 빼앗겨 버린'
'세 사람이 함께 살고 있었어요'
'입꼬리만 웃는 가면을 쓴 소년과'
'소리만 요란하고 속이 텅 빈 깡통 공주'
'그리고 답답한 박스 속에 갇혀 사는 아저씨였죠'
'얼굴을 빼앗겨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던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 길이 없어서 늘 오해하고 매일 싸워 댔죠'
근데 나 행, 행복한데 눈물이 나 동생들아
[상태가 흐느낀다]
엄마, 자, 자, 잘 그렸지, 엄마?
문상태 그림, 어
[강태가 울먹인다] 작가, 나 작가 됐지, 이제? 어?
- (강태) 잘했어 - 어, 문상태, 엄마
(상태) 잘했어, 엄마
[상인의 힘주는 숨소리]
오케이!
[상인의 고민하는 숨소리]
야, 승재야
이 의자가 좀 부족할 거 같은데?
아, 의료진분들은 서 계시겠대요
아니, 어?
(상인) 이 기자석이 없잖아, 어? 프레스
(승재) 아, 보도 자료 싹 다 돌렸는데
저희 저번에 '서쪽마녀' 출판 구라 친 거 때문에
이번에도 구라인 줄 알고
오겠다는 기자분 딸랑 한 명이에요
[한숨]
그게 누군데?
[흥미진진한 음악]
유 기자님요
- 누구? - (승재) 저요
유승재 기자
[한숨]
(승재) 오늘 이걸로
오늘 행사 찍어 가지고 제 개인 방송에 올려 보려고요
(순덕) 영 돌팔이인 줄 알았더니
능력이 있기는 있었네
우리 상태
저 나비처럼 훨훨 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왕) 아이, 내가 했나 자기가 알아서 날았지
너 오늘 좀 곱다?
왜 이래, 느끼하게?
[웃음]
아, 나 가끔
밥 얻어먹으러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되냐?
(지왕) 옛날엔 자주 그랬잖아
담벼락에 얼굴 내놓고
'순덕아! 놀자!'
(순덕) 왜, 왜 이래요!
미쳤어, 미쳤어
아, 진짜 치매야? [지왕의 웃음]
아유, 정말 [문이 탁 열린다]
(은자) 원장님
(지왕) 어?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잔잔한 음악]
그 스카프가 참 멋있네요
목이 좀 허전한 거 같아서
백화점 세일 할 때 큰마음 먹고 하나 샀어요
오늘 중요한 날이라 그래서
아, 잘했어요
아주 잘 어울려요
[웃음]
아
저, 언제 저희 식당에 식사하러 한번 오세요
생선조림 맛있게 해 드릴게요
[웃음]
[옅은 웃음]
[새가 지저귄다]
(민석) 자, 이제 출판회 곧 시작합니다
이제 요법실로 가실게요
(민석) 들어가시죠
- (별) 가실까요? - (민석) 선생님, 들어가실게요
(아름) 정태 씨! 정태 씨!
아름 씨!
[밝은 음악]
[아름의 벅찬 신음] [정태의 웃음]
(정태) 아유
- 잘 지냈어요? - (아름) 잘 지냈어요?
(정태) 네
보고 싶었어요
(은자) 근데 그 잘생긴 보호사는 안 보이네요?
(지왕) 아, 올 거예요 [은자의 웃음]
(선해) 원장 아들내미 밖에 나가서도 정신 못 차렸네
[필옹의 웃음] 개잘생겼어
[재수의 긴장한 숨소리]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지?
승재 씨
재수 씨
[남자가 영어로 말한다]
(주리) 저기, 혹시…
기도 씨
누나, 아,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헐, 대박, 완전 내 스타일
[웃음]
완전 딴사람이 됐네
요즘 공무원 준비하나 봐요?
(기도) 예, 나 때문에 우리 아빠 배지 날아갔잖아요
그거 아시죠?
[기도의 웃음] [별의 난감한 신음]
아, 웃어도 돼요
아, 그래서 내가 우리 권씨 집안 대를 이어서
나랏밥 한번 먹어 보려고 아주
아유, 이거 안 돌아가는 머리로 열공 중입니다
기특하다
아, 근데 우리 잘생긴 강태 형이랑
그, 화끈한 작가 누나가 안 보이네?
(문영) 내가 쓴 동화니까 내가 읽는 게 맞지
오빠가 끼어들면 어떡해
(상태) 고, 고문영
그, 그림, 그림은 내가, 내가 그렸어
저, 절반은 내 거야 나도 글 잘 읽어
- (문영) 오빠 관종이야? - (상태) 관…
관, 관종은 뭐야?
태, 태정태세문단세 그, 그거, 그거인가?
아, 둘 다 그만해 이러다 늦겠다, 일단 나가자
암튼 낭독은 안 돼, 오빤 빠져 있어
시, 싫어
나, 나도 작가니까 같이 해야 공평하지
- 빠져 - (상태) 싫어
- 빠져, 빠져 - (상태) 싫어, 싫어
계속 싸울 거면 둘 다 읽지 마 내가 다 읽을 거야, 씨
- 빠져 - (상태) 싫어
- 씁, 빠져 - (상태) 씁, 싫어
[밝은 음악]
(상인) 자
아동 문학 출판사 상상이상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이 뜻깊은 자리에 참석해 주신 내빈 여러분
그리고 이 귀한 장소를 협조해 주신 오지왕 원장님과
괜찮은 병원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면서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고문영 아동 문학 작가와
문상태 삽화 작가의 환상의 컬래버로 완성된 화제의 작품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어느 성에
(문영) 그림자 마녀에 자신의 진짜 얼굴을 빼앗겨 버린
세 사람이 함께 살고 있었어요
(상태) 박스 아저씨가 말했어요
'우리가 싸우지 않고 행복해지려면'
'빼앗긴 얼굴을 다시 차, 찾아야 해'
(문영) 얼굴을 찾기 위해
캠핑카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 이들은
눈밭에 웅크려 앉아
엉엉 우는 엄마 여우를 만났어요
(강태) 가면 소년이 엄마 여우에게 물었어요
'아줌마는 왜 계속 울고 있어요?'
(상태) '아, 먹이를 찾으러 나왔다가'
'등에 업고 있던 내 새끼를 그만'
'이 눈밭 속에 이, 잃어버렸단다'
(강태) 눈물샘마저 이미 말라 버린 엄마 여우가
가슴을 치며 울어 대자
가면 소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어요 [흐느낀다]
(상태) 그러, 그러자 다시 빠르게 녹기 시작한 눈밭 속에서
꽁꽁 얼어 있던 새끼 여우가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문영) 또다시 길을 떠난 세 사람은
가시 꽃밭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광대를 만났어요
(문영) 깡통 공주가 물었어요
'너는 왜 가시에 찔려 가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니?'
(문영)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나를 봐 줄 것 같아서'
'근데 아프기만 하고 아무도 봐 주지 않아'
(문영) 그러자 깡통 공주는
가시 꽃밭으로 들어가 광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나는 깡통이라 가시에 찔려도 상처가 나지 않아'
깡통 공주가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춤을 추자 [달그락거리는 효과음]
텅 빈 몸통 안에서
달그락달그락 요란한 소리가 울렸지요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와서 [박수 치는 효과음]
이들의 춤을 구경하며 박수를 쳐 주었답니다
- 바로 그때 - (상태) 바로 그때
- (문영) 바로 그때 - (상태) 바로 그때
- (상태) 바로 그때 - 바로 그때
(상태) 그때
- 바로 - (상태) 그때, 바로 그때
- 에이씨, 내 차례잖아 - (상태) 바로…
내 차, 내 차례야, 여기
- (상태) 내 차례인데 - (문영) 봐
(문영) 여기 문영이라고 쓰여 있네, 문영이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 아니야, 아니야 여기 상태라고 쓰여 있잖아, 상태라고
왜 새치기하지? 내가 '바로 그때'인데
- 그냥 아무나 해 - (문영) 오빤 하지 마
(문영) 그냥 한 호흡으로 쭉 가야지 왜 딱딱 끊어 읽어?
(상태) 딱딱 끊어 읽는 게 핵노잼보다 나아
네가 읽을 때 저 아저씨 하, 하품했어
- (상태) 핵노잼, 어? - 에이씨
내가 읽지 말라면 읽지 마!
에, 에이씨는 욕, 욕인데, 욕 문영아, 에이씨는 욕이야 [마이크가 삐 울린다]
(상태) 근데 너 지금 오빠한테 욕, 욕할 거야?
근데 너 욕, 어? 오빠한테 욕할 거야, 욕?
- 거봐, 지금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 (문영) 오빠, 지금 나한테 화냈어?
(상태) 어? 낭독하는데 네가 지금 '에이씨'라고 했잖아
나 안 해, 안 해, 안 해 [문영의 짜증 섞인 신음]
이거 넘어졌잖아, 너 때문에 [사람들의 웃음]
진짜 어마어마하다, 아유
[상태와 문영이 계속 싸운다]
(강태) 둘 다 조용히 해!
(상태) 안 해,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문영과 상태가 계속 싸운다]
낭독회 너 때문에 다 망쳤어 너 때문에 다 망쳤어
[문영이 화낸다] 너 때문에 망쳤어 너 때문에 망쳤어, 안 해!
나 안 할 거야!
[옅은 웃음]
아이고
저것들 철들려면 아직 멀었네, 멀었어
[순덕의 웃음]
오늘 쉬시는 거 아니에요?
(순덕) 어, 그냥 한번 둘러보고 가려고
쟤들 너무 뭐라 그러지 마
속이 덜 여물어서 요란스러운 거니까
[함께 웃는다]
(강태) 이거
[순덕의 놀란 숨소리]
형이
아줌마는 자기 책 절대 돈 주고 사면 안 된다고
따로 준비해 둔 거예요
아이고, 기특해라
그럼 나 백 권 사재기 안 해도 되는 거야?
[순덕과 강태의 웃음]
펴 보세요
(상태) 가짜 진짜 엄마에게
[잔잔한 음악]
맛있는 밥 고맙습니다
매, 매일매일 먹고 싶어요
나는 아줌마가 진짜 좋아
하트
하트가 여섯 개
가짜 진짜 엄마는 또 뭐야
뭐…
가짜 엄마인데
진짜 엄마처럼 좋다 뭐, 그런 의미?
[훌쩍인다]
아이고
밥해 먹인 보람이 있다
[함께 웃는다]
저…
한번 안아 드려도 돼요?
아이고
굳이 뭘 그런 걸 물어봐
고맙습니다
잘 살아
(주리) 괜찮아요
어차피 오늘 온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텐데, 뭐
[영상 속 문영과 상태가 싸운다]
(네티즌1) 와, 고문영보다 센캐가 나타났다
(네티즌2) '코미디빅리그'보다 개웃겨
(네티즌3) 깡통 공주 대 박스 아재 과연 승부는?
이게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요
와
주리 씨 거짓말 진짜 못한다
[한숨]
대표님은
넘어지긴 해도
아예 주저앉진 않을 거예요
진짜 강한 사람이니까
이제 자주 못 보겠네요 서울 가서 새 출발 하면
새 출발 하는 건 맞는데
서울은 안 갑니다
출판사 사무실 성진시에 얻었어요
네? [상인의 웃음]
아, 그, 서울 월세가 얼마인데 거길 갑니까
[한숨]
주리 씨도 여기 있고요
[발랄한 음악]
[한숨]
[심호흡]
참 이쁘네
바다가
- (문영) 미안해, 오빠 - (상태) 아니야, 문영아, 미안해
[상태와 문영이 서로 사과한다] [강태의 성난 한숨]
(상태) 어,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 (문영) 우리 화해하자 - (상태) 어
(상태) 강, 강태야, 미안
(강태) 아, 놔!
(지왕) 어이!
난장판 삼총사!
내가 뭐 좀 줄 게 있는데
[밝은 음악]
(지왕) 상태 군이 그린 벽화값
어때, 마음에 들어?
(상태) 오, 예, 예!
[상태의 신난 숨소리]
원장님, 이건 좀…
오, 오, 오지왕, 오지왕 원장님
(상태) 오, 오지군
오, 오지군의 마법사 어떻게 이런 걸 준비했지? 어?
오, 탐나
(상태) 어, 탐, 탐내지 마, 내, 내 거야
문영아, 내 거, 내 거, 이거, 오!
(문영) 나도 태워 줘! [상태의 신난 탄성]
[문영의 탄성] [차 문이 탁 닫힌다]
원장님, 이거…
벽화값으로 받긴 너무 과해요
그냥 마음만 받을게요
이게 내 마음이야
(지왕) 세 사람 다 이번 일로 마음고생, 몸 고생 많았잖아
사람 잘못 들인 죄
그거 사과하는 마음 포함해서 이걸로 퉁쳐
[따뜻한 음악]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
이거 받으면 제가 불편해질 거 같은데
(지왕) 정 그러면 나랑 시간 나면 놀아 주겠다는 약속이나 지키든가
네
(지왕) 저거 타고
멀리 여행 한번 떠나 봐
길에서 얻어지는 게 꽤 많아
이야, 쟤들 데리고 다니려면 개고생은 좀 하겠다
[지왕의 웃음]
그래도
재미는 있겠죠
[웃음]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강태) 가자, 응?
셋이 캠핑카 타고 여행 가는 거
형도 해 보고 싶어 했잖아
그래서 전에 이것도 그린 거 아니야?
(상태) 어, 어, 이제, 이제
나비한테서 안 도망가도 되는데
캠핑카 타고 왜 멀리멀리 떠, 떠나지?
어, 안 가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 아니
도망이 아니라
여행이라니까?
그, 그게 뭐, 뭐가 다르지? 아, 아, 안 가
그러니까 도망은
아예 안 돌아올 생각으로 멀리 가는 거고
(강태) 여행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생각으로 멀리 가는 거지
(상태) 어차, 어차피 도, 도, 돌아올 거면 왜, 왜 떠나지? 어?
아, 안, 안 가
어차피 똥으로 쌀 거 밥은 왜 먹지, 왜?
너 이제 쓰고 싶은 동화가 없다며
그러니까 영감을 찾는 여행을 가자는 거지
작가들은 원래
여행하면서 다음 작품 아이디어도 얻고 그런다던데?
먹고, 자고, 달리고 먹고, 자고, 달리고
좁은 캠핑카 안에서
그 짓을 계속 반복한다고 없던 영감이 생길까?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이 서랍을 탁 닫는다] 그거야
가 보면 알겠지
넌 영감을 찾고 난 힐링하면서 공부도 하고
(강태) 형은 그림을 그리고
멋지지 않아?
모르겠는데?
너…
나랑 장기 여행 가고 싶어 했잖아
장기는 좀 그렇고
정 가고 싶으면 당일치기로 가자
당일, 장난해?
내가 하고 싶은 거는 목적지 없이
뒷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막 자유롭게 달려 보는 거라니까?
(강태) 그게 한 달이 됐든 반년 이상이 됐든
그만하고 싶을 때까지 계속 쭉…
(문영) 워워
흥분하지 마
통제가 안 될 땐 셋을 세 봐
그럼 마음이 좀 진정될 거야
[강태의 거친 신음]
(강태) [술 취한 목소리로] 아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
내가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얼마나 버텼는지
그걸 다 아는 것들이 그럴 수가 있냐고
진짜, 안 그래, 재수 형?
(재수) 그렇지
아이고, 참, 거
아유, 웬일로 술 사 준다고 나오라 그러더니
(상인) 본인 신세 한탄하려고 불렀구먼, 어?
[상인의 웃음]
아유, 이렇게 별거 아닌 일로 쌩콩하게 잘 삐질 거면서
야, 강태야 너 여태 어떻게 참았니, 어?
[헛웃음]
아, 자기들끼리 동화 만든다고
나를 왕따를 시켰어
[재수의 한숨] (강태) 내가 왕따를 당했어
[익살스러운 음악]
근데, 씨
나 찍소리도 안 하고
뒷바라지를 끝까지 했어요, 내가
맞아, 하기는 그, 우리 강태 씨 아니었으면
아유, 그 책 못 나왔어, 어, 어
- 그렇죠? - (상인) 아유
- 그렇죠? - (상인) 아유, 그럼요
아, 내가 뭐, 큰 거를 바라?
예? 내가 뭐, 세렝게티를 가재?
나 여권 없어서 못 가
(강태) 어? 내가 뭐, 별나라?
[강태의 헛웃음] 무슨…
와…
난 그냥 셋이서
캠핑카 타고 여행 가자고
그냥 산으로, 들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와, 꼴랑 그거 하나를 못 해 준다, 씨 [상인의 한숨]
그래!
야, 강태가
그동안 고생 참 많았어, 어?
형님이랑 고문영이 참 잘못을 했어 큰 죄를 저질렀어!
아유, 정말 죄송합니다, 예 아유, 강태 씨
내가 정말로 미안해, 어, 어
[재수의 시원한 숨소리]
진짜?
그럼
진짜 그렇게 생각해?
진짜요?
그럼요
가짜야, 가짜, 다 [익살스러운 음악]
다 가짜야, 유 라이어
(재수) 어유!
[재수의 웃음]
[상인의 한숨]
- (상인) 자, 자 - (재수) 꽐라야, 꽐라
(문영) 아이씨, 어디 갔다 이제 와!
(상태) 아, 너, 너, 지금 몇, 몇 시야, 몇 시 어? 너…
뭐야, 너 수, 수, 술 마셨어, 술?
어유, 술 냄새, 술 마셨어
(강태) 응
이 짐 다 뭐야?
- 어디 가? - (문영) 뭐긴
장기 여행 가자며
[흥미진진한 음악] 너 오면 서프라이즈 하려고 어제 일부러 쇼한 거구먼
삐져서 뛰쳐나가더니 술까지 처먹고 들어와?
(상태) 이거 입어, 이거, 이거 입어
이거 우리 가족 티야, 가족 티, 어
엄청, 엄청 이뻐, 이거 봐, 엄청
[문영의 한숨]
갈 거면서, 씨
진짜, 씨
(강태) 나 이거 입을…
[강태가 울먹인다]
(상태) 어, 가자, 얼른
얼른 가자, 근데 술을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먹었지? 어?
- (강태) 몰라, 이씨 - (상태) 혼자, 혼자, 혼자 먹었어?
[강태가 울먹인다]
[강태의 술 취한 신음]
[음 소거 효과음] 아유, 씨, 내 팔자야
(문영) 그렇게 여행 타령을 하더니
술병 나서 겔겔대기나 하고
출발부터 이게 뭐냐고
(상태) 그, 강태야, 괘, 괜찮아? 머리, 머리 아파? 어?
토, 토, 토하고 싶어?
- 아니야, 형, 괜찮아, 괜찮아 - (상태) 괜찮아?
괜찮긴
맨날 입만 열면 괜찮대 안 괜찮은 주제에
고, 고문영
아, 아픈 사람한테는 화, 화내는 거 아닌데
왜 이렇게 왜 자꾸 화, 화, 화를 내지? 어?
(문영) 뭐야, 지금 나 혼내는 거야?
잘못은 쟤가 했는데 왜 나한테 지랄인데?
[흥미진진한 음악]
지랄…
지랄, 지랄 나 태어나서 처음, 처음 들어 봐
지랄, 지랄 그거 욕인데, 욕
너 오빠한테 욕했어?
어? 욕했으면 혼나야지, 너 진짜 혼나 볼래? [문영의 아파하는 탄성]
- (문영) 이거 안 놔? 아, 아, 아! - (상태) 혼나 볼래? 어?
(상태) 너 욕할 거야? 그렇게 이쁜 얼굴로
아, 쟤가 먼저 했는데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 오빠는!
(상태) 너, 지랄, 또 오빠한테 또 지랄 [소란스럽다]
(문영) 아유, 썅!
- (상태) 어? 썅? 썅? 썅? 썅? 썅? - (문영) 놔! 놔! 놔!
[강태가 토한다]
[강태의 거친 숨소리]
(문영) 네 거 불어, 얼른 먹어
(강태) 안 먹어
(상태) 먹을 거, 그…
으, 음식 남기면 버, 벌받는데
(문영) 우리가 나눠 먹자
(상태) 그, 그래, 내가, 내가 나눠 줄게
[문영의 음미하는 신음]
[강태의 헛웃음]
[한숨]
(문영) 아, 내가 생각한 캠핑카 여행은 이딴 게 아닌데
그 생각으로 현타 왔니?
(상태) 혀, 현타 그거, 현타는 뭐, 뭐야?
현실 자각 타임
개꿈 꿨다가 꿈에서 깨어난 거
아, 개꿈에서 깨어난 거
[강태의 웃음]
[밝은 음악] [강태의 힘겨운 신음]
나 좀 잘 테니까 저녁때 되면 깨워 줘
(문영) 오빠도 신조어 좀 배워
(상태) 배우고 있어 너, 너는 동방 예의를 좀 더 배, 배워
[힘겨운 신음] (문영) 치
오빠, 아아가 뭔지 알아? 아아?
(상태) 알아, 아, 아이스아메리카노
(문영) 그럼 뜨아는 뭔지 알아?
(상태) 뜨거운 아, 아이스아메리카노
[웃음] - (문영) 치 - (상태)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숨]
[밝은 음악]
안 자?
잠이 안 와서
미안해
뭐가?
네 몸에
두 번이나 상처 낸 거
이젠
정말 안 다쳤으면 좋겠어
그리고
고마워
여행
데려와 준 거
[옅은 웃음]
왜 이래, 안 어울리게
[부드러운 음악]
사랑해
문강태
이건
가짜가 아니라
진짜
진짜야
[함께 웃는다]
[강태의 힘주는 신음]
[강태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강태) 형
오늘은 이제 남해로 가 보려고
강태야, 문, 문, 문강태
(강태) 응
재, 재밌어? 어?
응, 너무너무 재밌어
캠핑카 타고 계속 가고 싶어?
[웃음]
(강태) 응
언제, 언제까지?
(강태) 음…
뭐, 질릴 때까지?
(상태) 어…
그럼, 그럼 문, 문영이랑 둘, 둘이 가
나는, 나는 다른, 다른 데 갈래 다, 다른 데
(강태) 왜?
형은 여행 재미없어?
아니, 재미, 재밌어 나도, 나도 엄청 재밌어
나도 재밌어, 근데
나는
일이 하고 싶어, 일
그, 그림 그리는 일
동, 동화책 만드는 일
그, 그게 더 재, 재밌는데
어…
그래, 그럼
이제 집에 돌아가자
아니, 아니, 너는, 너는 계속 놀아
나는, 나는 일할래, 어
여기로, 여기로 곧 데리러 온다 그랬어, 데리러
(상태) 여기로 데리러, 여기
자, 이제 출발하자
(상태) 고문영
- (상태) 문, 문, 문영아 - (문영) 응
(상태) 다른 동화책 작가님이
내, 내 그림이 엄청 좋대, 엄청, 어
나랑 같이, 나랑 같이 작업하자고, 어
자기 글에 내 그림이
내 그림이 피, 필요하대, 필요
오빠
나는
나는 필요한 사람이야, 이제
필, 필요한 사람
오빠
나도 오빠 그림이 필요해
(강태) 형
나 없어도
괜찮겠어?
[차분한 음악]
나
필요하지 않겠어?
문, 문강태는
문, 문, 문강태 거
나는 형 게 아니라고!
난 내 거야!
[가슴을 탁탁 치며] 문강태는 문강태 거라고
문, 문강태는 문강태 거
너는, 너는 네, 네 거 나는 내 거, 어
너는 네 거, 나는 내 거
그래
[울먹이며] 나는 내 거
형 거 아니야
문강태는
문강태 거
문강태는 문강태 거
(상태) 강태야
울지 마, 강태야
강태야
고, 고마워, 어?
우리 강태
고마워, 응?
나도 고마워
형이 내 형이라서
고마워
[웃음]
(강태) 고마워
(상태) 울지 마
아, 문강태는 문강태 거
문강태는 문강태 거
아, 안녕하세요!
- (상인) 안녕하세요 - (상태) 예
- (상인) 어, 가방 주세요 - (상태) 아이고
(상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상인의 웃음]
- (상인) 자 - (상태) 예
(상태) 안녕!
[웃음]
안녕
(상태) 어? 자, 자, 잘 가!
고문영, 문강태!
잘 가!
싸, 싸우지 말고!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나아! 어?
[차분한 음악]
(문영) 빼앗긴 얼굴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길을 떠난 이들 앞에
(문영) 사악한 그림자 마녀가 다시 나타났어요
[쏴 빨아들이는 효과음] 그녀는 엄마 여우 대신 눈물을 흘려 준 가면 소년과
광대와 함께 춤을 춰 준 깡통 공주를 납치해 가 버렸죠
(강태) '이제 너희 둘은 절대'
'행복한 얼굴을 찾을 수 없을 거야'
저주를 한 후
깊고 깜깜한 두더지 굴 속에 가둬 버렸답니다
며칠 후 박스 아저씨가 그 두더지 굴을 찾아냈지만
굴의 입구가 너무 좁아서
도저히 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상태) '어, 어떡하지?'
'두더지 굴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 박스를 벗어야 되는데'
(문영) 이때
굴속에서 가면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강태) '아저씨,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멀리 도망가'
'곧 그림자 마녀가 돌아올 거야'
(문영) 하지만 박스 아저씨는 용기를 내어
쓰고 있던 박스를 벗어 던지고
굴속으로 들어가 가면 소년과 깡통 공주를 구해 냈답니다
환한 굴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박스를 벗어 버린 아저씨의 엉망이 된 얼굴을 보고
깔깔대며 웃었어요 [웃음소리 효과음]
깔깔깔깔, 깔깔깔깔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던 가면 소년의 가면이
툭 하고 떨어졌어요
(강태) 깡통 소녀를 두른 깡통도
깡 하고 굴러떨어졌죠
[강태가 헤 웃는다]
웃다가 진짜 얼굴이 튀어나온 두 사람을 보고
박스가 벗겨진 아저씨가 말했어요
'행복'
'하다'
(상태) '아, 행복하다'
[신비로운 음악]
(강태) 결국 그림자 마녀가 훔쳐 간 건
이들 세 사람의 진짜 진짜 얼굴이 아니라
바로 행복을 찾으려는 용기였답니다
안녕!
(상태) 어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인) 네
(상태) 어? 어
여, 커, 커피 마시고 간대, 커피
[강태가 훌쩍인다]
[함께 웃는다]
(상태) 커피 있어? 우리 커피 있지?
여기에, 여기에 있었는데 커피 아까 있었는데, 커피
[흥미진진한 음악] 우리, 우리 커피 어디 있지?
[개가 왈왈 짖는다]
(스태프1) 어, 다시 갈게요 [개 짖는 흉내를 낸다]
닥쳐, 이 고라니 새끼야!
뭐! 아… [스태프2가 말한다]
으악!
[고라니의 울음]
으악!
악, 악!
[스태프3의 비명]
[웃으며] 아, 잠깐만
[상태의 난처한 신음] [희재의 웃음]
[스태프4가 말한다] [함께 웃는다]
(문영) 충분
암묵적인 룰, 룰, 언더스탠드?
- (문영) 어? - 네
[함께 웃는다]
피차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구두 합의가 충분 성립 되는 암묵적인 룰이라고, 룰
[문영과 상태의 웃음]
(주리) 괜찮으시대요? 어떡해?
(승재) 뻥이야
[주리의 웃음]
[주리가 풋 웃는다]
뻥이야
대표님 아버지 뻥쟁이예요
뻥이야
대표님 아버지 뻥쟁이예요
[흥얼거리며] 부전자전
[웃으며] 역시 피는 못 속여
어딘가 모르게 닮은 거 같은데?
내가 훨씬 예뻐, 난 너무 예뻐
- (문영) 하나도 안 닮았어, 오빠 - 거짓말하지 말랬지, 고문영, 쯧
[함께 웃는다] [스태프5가 말한다]
고문영, 거짓, 거짓말하지 마
나 진짜 예쁘거든?
한번 싸워 볼래?
(상태) 아유, 씨 [웃음]
어쩌면
[콜록거리며] 잠깐, 죄송합니다
[문영이 콜록거린다]
고문영 작가님 어디 갔지?
어, 고문영 작가님 봤어요? 고문영 작가…
[털썩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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