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2
[잔잔한 음악] [정하가 훌쩍인다]
[정하의 떨리는 숨소리]
[정하의 한숨]
[정하가 코를 훌쩍인다]
[한숨]
[코를 훌쩍인다]
이런 행운이 어떻게 나한테 왔을까?
살면서 이런 벅찬 순간이 나한테 오다니
착하게 산 보람이 있구나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개뿔
[한숨]
그 와중에 우리 혜준이는 왜 이렇게 멋있니?
[헛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코를 훌쩍인다]
(정하) 착하게 사는 거랑 행복하게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코를 훌쩍인다]
하, 인생은 원래
성질 못돼 처먹고 남 배려 안 하는 인간이 위너야
네 팬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
(혜준) 내 팬이었어요?
[밝은 음악]
[정하의 당황한 신음]
(정하) 뭐예요?
나 좋아했어요?
아니요
(혜준) 아니라고 해야 되겠죠, 이해해요
[정하의 어색한 웃음]
아, 진짜 아니라니까요?
알았어요, 아닌 걸로 해 줄게요
내 사진 더 잘 나온 것도 있는데
아, 아, 이 사람이 진짜
알았다니까요 아닌 걸로 해 준다잖아요
내가 진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유, 해도 괜찮아요
원해효 팬이에요
네?
아, 원한다고요, 원해효를
(정하) 응, 두 사람이잖아요
왜 본인이라고 확신해요?
(혜준) 그러게, 내가 왜 확신했지?
하, 내가 좋아하기를 바랐어요?
바란 게 아니라 팩트라고 착각했어요
오해할 만했어요, 응
(혜준) 그러니까 좀 덜 쪽팔리네
난 착각하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어색한 웃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팬1) 허, 대박
- (팬2) 오빠! - (팬3) 나 오빠 팬이에요, 어떡해!
(팬2) 사진 찍어 주시면 안 돼요?
죄송해요, 진짜 너무 멋있어요 [팬들이 저마다 말한다]
- (팬2) 하나, 둘, 셋 - (팬1) 저희도 찍어 주세요
- (팬4) 와, 너무 잘생기셨어요 - (해효) 하나, 둘, 셋
[팬들이 저마다 말한다] (팬1) 너무 멋있어요
[카메라 셔터음] (팬5) 저도 좀 찍어 주세요
(이영) [웃으며] 자
이제 여기까지 찍고 그만해요
아, 저 해효 엄마예요 오해하지 말아요
(팬2) 어머니, 너무 미인이세요! [팬들이 저마다 말한다]
어머님
(팬3) 저 며느리예요
[팬들의 탄성]
[이영의 탄성]
줄 게 뭔데? [이영의 웃음]
축하해
- 뭘? - (이영) 너 아직 몰라?
오디션 붙었어
(이영) 네가 최세훈 감독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웃음]
근데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았어?
연락해 봤어
극성이다, 진짜
극성 아니라 케어
넌 엄마 작품이야 엄마는 너한테 다 걸었어
(해효) 엄마 자신한테 걸어
나중에 나한테 뒤통수 맞지 말고
그렇게 못 할걸?
엄마가 널 위해 하는 모든 걸 알면
- 독립해야 되겠어 - (이영) 야
(해효) 나 이제 들어가야 돼
(이영) 너 안 좋아?
네가 됐다니까?
반응이 너무 안 뜨겁다?
좀 복잡해
혜준이 때문에?
(혜준) 아까 되게 떨렸겠어요
(정하) 왜요?
(혜준) 덕질 하는 상대를 처음 만났잖아요
거기다 스킨십도 있었고
직접 닿지는 않았잖아요
(혜준) 아
직접 안 닿으면 안 떨리는구나
떨렸어요
(정하) 얼마나 떨렸는지 알아요?
어제 밤부터 떨렸어요
해효 좋은 애예요 [부드러운 음악]
탁월한 덕질 인정
(혜준) 몇 살이에요?
아, 나이 물어보면 실례인가?
스물여섯
(정하) 우리 동갑이에요
(혜준) 어쩐지 친근하더라, 우리 친구네?
말 놓을까?
좋아
(혜준) 이제 들어가야겠다
(정하) 아, 근데 여기 왜 왔어?
설마 날 찾은 거야?
(혜준) 너 아까 되게 억울했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오해받았잖아
어, 되게
나도 그거 알거든
[한숨]
그런 눈빛으로 볼 필요는 없어
(혜준) 근데 왜 넌 단독 사진이 아니라 같이 나온 사진으로 덕질 하냐?
헷갈리게
(정하) 하고많은 스타 놔두고 왜 사혜준을 좋아하는지
오늘 확실히 알았다
그는 특별한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옴므정 서울"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환호성]
[백스테이지가 분주하다]
- (스태프) 수고하셨습니다 - (해효) 수고했어
(진우) 야, 야, 야, 야
야, 사진 겁나 많이 찍었다 이 중에 몇 개나 건지겠냐?
(해효) 네 실력에 달렸겠지
(혜준) 아이, 뉘앙스가 왜 저러냐?
야, 너도 사진 못 찍잖아 누가 이기나 붙어 봐
(진우와 해효) 내가 이기지!
- (해효) 찌찌뽕 - (진우) 뽕찌찌, 나만의 열쇠
(혜준) [웃으며] 나이 먹어도 하는 짓은 초딩이야
(진우) 초딩 때 만났으니까 초딩이지 넌 유딩이야, 이 자식아
(혜준) 그래, 너 잘났다, 이 자식아
(진주) 화장 지워 줄게요, 앉아요
(해효) 네, 퇴근하셔야 되는데 저 때문에
(진주) 괜찮아요
(혜준) 클렌징 줘, 내가 할게
(해효) 웬 반말?
(혜준) 야, 너희들 인사해
우리 친구 먹기로 했어
김진우라고 해
[웃음] (해효) 이런 친화력 갑 같으니
야, 너한테는 수줍음이라는 건 없냐?
(진우) 그런 거 안 키운다, 나는
- (진우) 이름이 뭐야? - (정하) 안정하
안정하? 안정하라고?
야, 너 이름 대따 재밌다
원해효? 뭘 원해요? 네 이름도 대따 재밌다?
[혜준 일행과 정하의 웃음]
(진우) 야, 합격, 아, 이 친구가 우리 과네
친하게 지내자, 정하야
아, 자, 그러면은 친구 된 기념으로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혜준) 콜
(해효) 한일전 하는 거 알지? 그거 보면서 밥 먹으면 되겠다
오늘 번 돈으로 쏜다, 내가
(진우) 돈 벌써 들어왔어?
(해효) 아유, 들어올 거잖아 미리 당겨 쓰는 거지
(진우) 어, 역시, 응
(혜준) 나 잠깐 갔다 올게 어디 갈지 정하고 있어
(진우) 어디 가는데? 어…
(찰리) 수고했어요, 스페이스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디렉터) 감사합니다
(혜준) 말씀 중에 죄송한데
형, 잠깐 시간 좀 내 주세요
(디렉터) 어?
어, 야, 저기 가서 기다리고 있어
(찰리) 아니야, 얘기해
난 얘기 끝났어
(디렉터) 아, 뭔데?
오늘 모델료 내 통장으로 쏴 줘
(디렉터) 아, 귀찮게 왜?
너 에이전시랑 끝났냐?
어, 빨리 줘
(디렉터) 하, 알았다, 자식아, 쯧
(찰리) 혜준아
너 나한테는 할 말 없냐?
[밝은 음악]
(혜준) 차가 최고 출력이 374마력이라는데
차가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 시간이 4.6초래요
이런 차는 좀 더 밟아 줘야 되는데
[웃으며] 안 되지
(찰리) 아우토반 가야지
(찰리) 운전할래?
좋죠
[혜준이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혜준의 웃음]
[밝은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카드 인식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찰리) 여긴 처음이지?
(혜준) 네
배고프지는 않아?
배고파요
(찰리) 간단하게 기분 좋게 먹자
[혜준의 의아한 신음]
(찰리) 네가 좋아하는 관자야
(혜준) 여기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먹어도 돼요?
(찰리) 그럼
[달그락거린다]
(찰리) 와인 네가 따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혜준) 다른 사람들은 언제 와요?
아무도 안 와
너도 이 바닥 알지?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해, 스폰 끼고
(혜준) 선생님
저 선생님 존경해요
존경도 사랑의 일종이야
스폰은 비즈니스예요
(찰리) 속여서 미안해
나랑 둘이 있는다고 하면 네가 안 온다고 할 것 같았어
[찰리의 옅은 한숨]
이런 무리수를 둘 만큼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이 커
비즈니스 아니야 너 처음 봤을 때부터…
그만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끝까지 들어!
시작했으니까 멈추고 싶지 않아
거절당한다고 해도
[차분한 음악]
선생님께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멀어지는 발걸음]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너 참 냉정하다
그게 네 매력이지만
돈 필요해?
돈은 언제나 필요하죠
(찰리) 그러게 5년 전에 내 말 들었으면
지금 이 모양이겠냐?
전 지금 제 모양 싫지 않아요
좋지도 않지만
내가 네 에이전시가 되어 줄게
(찰리) 배우가 되고 싶다면 배우가 될 때까지 스폰도 해 주고
죄송합니다
마지막 기회야
시간 줄게, 일주일
[태커 작동음]
[영남의 아파하는 신음]
(장만) 어유, 괜찮아?
[영남의 아파하는 신음]
그러게 내가 한다니까
[영남의 한숨]
(영남) 아, 반은 못 해도 3분의 1은 해내야지
민폐잖아
민폐는 뭐가 민폐야?
(장만) 사실 형님 어깨 다친 데는 내 지분도 있잖아
형님은 그 얘기 안 하지만 나 알잖아
[한숨]
[영남의 아파하는 신음]
(장만) 아, 한동안 잠잠하더니 뭐 스트레스받는 일 있었어?
혜준이 입영 통지서 나왔어
(영남) 아, 진작 갔다 왔으면 좀 좋아?
갔다 오면 서른이야, 걔
내가 걔 때문에 잠이 안 온다
(장만) 진우도 딱히 시원한 꼴은 없어
[아파하는 신음]
아이, 안 되겠다, 집에 가
있어 봤자 내가 신경 쓰여서 일을 못 해
하, 그럼 이번 일은 3 대 7로 해
(장만) 어, 내가 대장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병원 꼭 가 대충 파스 붙이지 말고, 어?
(영남) 알았어
[한숨]
(애숙) 아, 마음에 드세요?
아드님이 어머니 기분 전환하시라고 보내서 엄청 신경 썼어요
(송 여사) [놀라며] 이쁘다
경준 엄마는 손재주가 좋아
중학교 때 사생 대회 나가서 상 탄 적도 있어요
엄마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다 날아갔어요
엄마가 오래 살아야 자식한테는 좋지
- 오래오래 사세요 - (송 여사) 그거 욕이다
[웃음] (송 여사) 나 놀다 올게
네
음, 좋다
[애숙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경미) 언니, 오빠 병원 갔대 어깨 또 말썽 부렸나 봐
그 어깨는 진짜…
그럼 장만 씨가 일 다 하겠네?
어휴, 혜준이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다
(경미) 이번에 군대 간다며?
아직 몰라
오디션 본 거 있는데 그거 붙으면 한 번 더 미룰 거야
어, 됐으면 좋겠다
(경미) 지금 군대 가면 너무 어중간하잖아
여태까지 한 거 다 헛고생 되고
잘되겠지, 뭐
(경미) 너무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거 아니야?
해효는 제 엄마가 팍팍 밀어줘서 CF도 나오더구먼
해효가 잘해서 딴 거야
아유, 이 언니 이렇게 순진하다
자기 힘으로 일어서야 그걸 지킬 수 있는 거야
아휴, 혜준이 힘들겠어
(경미) 집에서 밀어주는 사람 하나도 없어서
(강사) 자, 수업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언니, 나 가 봐야겠다, 흔들러
[통화 종료음]
좋겠다, 흔들고 살 수 있어서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민기가 쩝쩝거린다]
(민기) 아유, 맛있네
얘는 내 며느리지만 진짜 내 아들한테는 아까운 애야, 응?
[탄성]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와,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네
나가면 죄다 돈이고, 어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집에 있었네?
(민기) 어, 집밥이 좋아
(영남) 춤추는 게 좋은 게 아니고?
[난처한 숨소리]
밥 안 먹었으면 여기 앉아, 같이 먹게
됐어 [아파하는 숨소리]
어깨 또 아파?
(민기) 병원 갔다 왔어?
아, 병원은 공짜로 가?
아,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지
어차피 죽을 몸 뭐가 그렇게 중요해?
(영남) 아버지처럼 자기 몸 끔찍이 아끼는 사람도 아마 드물 거다
내가 아프면 네가 힘들어지잖아 그거라도 해 줘야지
암튼 말은 잘하지
(민기) 넌 그 말이라도 좀 잘해 보지 그러냐?
아무튼 그, 말하는 것 보면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먹던 것도 뺏어서 버리고 싶게 한다니까?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플라스틱 용기가 우르르 쏟아진다]
[애숙의 웃음]
(애숙) 아버님 좋아하시겠다
남자 잠바 없나? 일 나갈 때 입히면 좋은데
어, 맞을 거 같다
근데 샀다 그러면 안 믿을 텐데
주워 왔다 그러면 안 입을 거고
뭐가 이쁘다고 갖다줘?
[아파하는 신음]
[한숨]
[아파하는 신음]
[영남의 못마땅한 신음]
(영남) 아버지!
왜?
내가 파스 붙여 줄까?
(민기) 아유, 요거 고질병 됐어
이래서 일은 할 수 있는 거야?
일을 할 수 있어서 하나? 해야 되니까 하지
기다려 봐라, 어?
(민기)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되면 고생 끝이야
(영남) 그렇게 평생 요행 바라고 사니까 아버지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거야
(민기) 아, 너 틈만 나면 가르치더라?
난 뭐 할 말이 없어 가만있는 줄 아냐?
(영남) 할 말 없으니까 가만히 있지 아버지 성격에
(민기) 혜준이한테 그러지 말아
우환덩어리가 뭐냐? 어제는 내가 딱 막았지만 [한숨]
그런 말 자식한테 하면 안 되는 거야 말이 씨 된다고
(영남) 오죽하면 그러겠어
자식 나 몰라라 하고 집 밖으로 돈 사람이
자식 걱정이 뭔지나 알겠어?
하, 넌 너무 애가 공격적이야
(민기) 나이 60이 다 돼 갖고 부모 잘못 감싸 주지는 못하고
말끝마다 갈구냐, 어?
그러니 네가 복을 받겠냐, 어?
네가 붙여, 인마!
까불고 있어, 쯧
[영남의 당황한 숨소리]
거, 붙여 주고 나가지, 참 [문이 탁 닫힌다]
[영남의 한숨] [잔잔한 음악]
(영남) 내 속을 누가 알겠어?
첫 단추 잘못 꿰면 망하는 거 평생이야
아버지는 평생 살고도 그걸 모르냐?
[영남의 한숨]
[민기의 탄성]
[문이 탁 닫힌다] (민기) 아버지 봐라, 어?
너처럼 똥고집 안 부리고 금방 잘못한 거 깨닫고 들어오잖아
사람이 반성을 해야 잘되는 거야
가르치려면 자기 인생 정도는 성공한 사람이 하는 거야
(영남) 아버지처럼 실패한 인생…
[영남의 아파하는 신음]
야, 야, 그러지 말고
어, 병원 가자, 어?
(민기) 아, 그깟 돈 얼마나 아낀다고 너보다 귀하겠냐?
(영남) 아버지가 그러니까 평생 가난하게 사는 거야
[영남의 힘겨운 숨소리]
내 자식들한테 민폐 안 될 거야, 난
[영남의 힘주는 신음]
(혜준) 다들 어디 갔어?
(정하) 밖에
- 넌 왜 여기 있어? - (정하) 난 일하러 가야 돼
아까 왜 얘기 안 했어?
(정하) 그때 얘기하면 분위기 안 좋아지잖아 내가 뭐라고
너 뭐거든?
[흥미로운 음악] (혜준) 숍 다시 가야 돼?
(정하) 아니, 나 메이크업 버스킹해 개인적으로 짬짬이
(혜준) 너 되게 열심히 사는구나
보통 내 팬들이 그러는데
네 팬들이 괜찮긴 해
인정 잘하는 거 보니까 해효 팬 맞네
해효랑 아직도 친한가 봐
(정하)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런 거 되게 어렵지 않아?
해효랑 나랑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것도 알아?
(정하) 같은 동네, 다른 느낌인 것도 알아
[정하가 화장품을 달그락거린다]
해효 팬이라면서 나도 같이 판 거야?
(혜준) 대답하기 싫다?
[화장품을 달그락 집으며] 하긴, 내가 뭐라고
너 뭐거든!
(혜준) 왜 소리를 질러?
네가 그러니까 진짜 내가 뭐가 아닌 거 같잖아
(정하) 쯧, 그렇네, 내가 왜 그랬지?
(혜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니? 네 마음인데
물은 거 아니고 혼잣말이고 [흥미로운 음악]
(정하) 생각해 보니까
'뭐라니'라는 말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잖아
누가 됐든 그런 말 쓰는 게 싫어
그래서 내가 강력하게 어필한 거지
네가 먼저 썼어
(혜준) 난 네가 무안하지 않게 리액션 한 거야
너 억울한 거 못 참는 성격이구나
어떻게 알았어?
지금 무안당하면서 알았지
[혜준과 정하가 피식 웃는다]
"원해효"
(이영) 55만 3천
하, 생각 같아서는 만 명 하면 좋겠는데
이슈도 없는데 그러면 티 나지?
영화 캐스팅된 거 기사 나면 확 올려야지
[이영이 키보드를 탁 누른다]
"아이디: 원해효"
[다가오는 발걸음] [마우스 클릭음]
[컴퓨터 알림음]
(이영) 넌 시험 끝났다고 맨날 빈둥빈둥이야
과자 그만 먹으랬잖아, 살쪄
(해나) 아, 엄마는 사람 못살게 구는 데 일가견 있어
뭐 하는 거야?
(이영) 아무것도 아니야
(해나) 아무것도 아닌데 왜 덮어?
[안경을 만지작거린다]
씁, 혹시…
(이영) 혹시 뭐?
(해나) 요즘 강남 사모님들 남자 친구 있는 게 유행이라던데?
못 하는 소리가 없다
(이영) 네 아빠가 재미없긴 해도
엄마는 도덕적인 사람이야
(해나) 아니면 말고
- (이영) 너 선 안 볼래? - (해나) 고리타분해
(이영) 그럼 로스쿨 가면 거기서 하나 골라
알아서 할게
(이영) 그럼 알아서 하시고 결혼은 네 마음대로는 안 돼
가족 모두 합의해야 돼
아, 엄마랑 10분 이상 마주하면 안 돼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올라
나 백화점 갈 건데
(이영) 샤넬 스니커즈 이쁜 거 나왔더라?
[헛기침]
지금 갈 거야?
끝까지 네 편은 엄마야
머리 좋은 애니까 긴말 안 해
믿는다는 말로 편애를 퉁치려고?
오빠한테 온 신경이 다 가 있잖아
나한테 가끔 명품 던져 주고 때우고
(이영) 기다려, 오빠 작업 끝나면 너니까
[해나의 못마땅한 신음]
아, 백화점 안 가?
(이영) 옷 갈아입어야지
(진우) 다리 떠는 거 보니까 뭐가 있구먼
뭐야?
영화 오디션 연락 왔어
야, 말해
아니면 혜준이 계속 떨면서 기다려야 되잖아
말하기가 좀 그런 게
이번에 떨어지면 군대 간다 그랬어
(진우) 하, 그러니까
나 갈 때 같이 가자고 하니까 그렇게 안 가더니, 씨
(해효) 그때는 구찌 무대 준비했을 때잖아 어떻게 가냐?
(진우) 혜준이한테 영화사에 연락하라 그럴까?
영화사 오늘 놀아
네가 말해라
그건 아니지
(진우) 난 당사자가 아니잖아 디렉트로 듣는 게 제일 좋아
(해효) 그럼 어떡해?
(진우) 기분 좋을 때 말해
(해효) 걔가 언제 기분 좋을지 어떻게 아냐?
(진우) 야! 오늘 한일전
축구 이기면 어떨 거 같냐?
[무릎을 탁 치며] 죽이네요?
(진우) 그래 [탄성]
(진우) 야
(정하) 이제 줘
(혜준) 버스 타는 데까지 가 줄게, 무거워
(정하) 괜찮아, 맨날 드는 거야
넌 애가 되게 독립적이다
기댈 데가 없어서 그래
의외다
기댈 데 많이 가진 줄 알았어 해효 팬이라 그래서
왜?
보통 자신하고 비슷한 사람한테 끌리지 않냐?
(혜준) 난 그러거든
(진우) 안 갈 거야?
(혜준) 간다, 가
그럼 나중에 보자
(정하) 나중에 어떻게 봐?
그런 의례적인 인사 좋지 않아
핸드폰 줘 봐
[흥미로운 음악]
우리 숍에 와, 내가 연예인 DC 해 줄게
근데 넌 덕질을 참 쿨하게 한다
보통 이럴 때는 일 집어치우고 따라가지 않냐?
그럼 생활이 망가지잖아
(정하) 내 일상이 단단해야 누군가를 안정되게 지지할 수 있잖아
너 안정 좋아해서 안정하냐?
아니, 뭐든 안 정해서 안정하야
너 한 마디도 안 진다
한 마디를 지면 열 마디를 져서 한 마디를 안 져
너 어디 가서 지고 살지는 않겠다
계속 지고 살아
(정하) 회사 관두고 나서 더 많이 지고 살아
(혜준) 그래서?
그걸 처음 보는 나한테 푸는 거야?
너 팩폭이구나?
직설적이라는 말은 듣지, 내가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정하) 상상했던 거랑 다르네
(혜준) 뭘 봐?
그냥 봐
언제까지 그냥 볼 거야?
네가 갈 때까지
그럼 가야겠다, 부담스러워서
사람하고 말했는데 왜 인형하고 말한 기분이 들지?
(혜준) 뭐 먹어?
- 오래 기다렸어? - (해효) 어, 좀
(혜준) 미안
안정하, 정신 차려
사혜준은 이제 현실이야
(태수) 뭘 그렇게 계속 읽어?
애들한테 물어봤는데
계약 기간이 너무 길다고…
아, 그럼 하지 말아야지
(태수) 매니지먼트를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같이 일해?
신인 하나 키워 내는 데
돈과 시간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아?
근데 애들이 그러는데
(남자) 이, 3 대 7이면 아주 빡센 거라던데
그러니까 네가 도대체 만나는 애들이 누구야?
(태수) 암튼 요즘 애들, 씁
이거저거 재기만 하고 돈만 밝히고 패기도 없고
그래서 너희들이 뭐가 되겠냐고
(남자) 제가 좀 소심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게요
(태수) 진짜 너한테는 내가 필요하다
그렇게 결단력 없어서 너 사회생활 어떻게 할래?
어디 가서 100% 당해, 너
(남자) 우리 엄마가 전 어디 가서 당할 놈도 못 된대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빨리빨리 가라, 아유
[태수의 한숨]
(민재) 누구예요? 계약했어요?
(태수) 저런 찌질이랑? 내가 왜 계약을 하냐?
- (태수) 웬일이야? - (민재) 웬일이긴요?
(민재) 혜준이 돈 주셨나 확인하러 왔죠
아, 요즘 재수 없게 성격 이상한 애들만 계속 꼬이네
플랜 비 가동해요
너는 아직도 그렇게 혜준이를 몰라?
(태수) 걔가 너한테 민폐 끼칠 애로 보이냐?
(민재) 아니, 걔 그렇게 잘 아시면서 그런 짓을 하셨어요?
어, 먹고살다 보면 그렇게 돼
(태수) 착해 빠져 갖고 걔는 안 돼
[휴대전화 벨 소리] 이 바닥에 있기에 애가 너무 맑아
달만 캐스팅 디렉터네
이번 패션쇼에 혜준이 세우고 싶대
잘됐다
(태수) 그래서 내가 뭐라 그랬게?
[작은 목소리로] 걔 은퇴했다 그랬어
[영어] 여보세요
[태수의 웃음]
(태수) 네
[잔잔한 음악]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민기의 한숨]
(애숙) [한국어] 아버님!
[애숙의 웃음] (민기) 어? 너 늦었다
왜 그쪽에서 와?
(애숙) 아이, 장 좀 봤어요 경준 아빠 좋아하는 생태탕 해 주려고
(민기) 뭐 좀 건졌어?
아버님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양복 건졌어요
- (애숙) 드라이해 드릴게요 - 아비 건 없디?
(애숙) 잠바 하나 건졌는데 입겠어요?
내가 입다가 줄게, 내가 산 걸로 해서
아버님은 머리가 진짜 좋으세요
[민기의 웃음]
(민기) 내가 복권 되면 집 사 줄게
[웃음]
(애숙) 고맙습니다, 아버님
(민기) 아이고, 제가 고맙습니다 이런 허접한 희망을 받아 주셔서
아버님은 진짜 미워할 수가 없어요
(민기) 지금까지 여자한테 미움받아 본 적은 없다, 내가
경준 아빠가 아버님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요
표현하는 거 [민기의 웃음]
(민기) 아, 그래그래 자, 들어가자, 들어가, 어
[영남이 코를 드르렁 곤다]
[답답한 숨소리]
아이고
[애숙의 한숨]
[서랍이 스르륵 여닫힌다]
몇 시야?
(애숙) 아프면 제발 병원엘 가
(영남) 병원 가 봐야 해 주는 것도 없어
주사 한 방에 얼마나 비싸게 받아먹는지
약 먹고 파스 붙이고 그러느니 한 방에 끝내는 게 더 싸
병원비 내가 줄게
궁상 좀 그만 떨어
'궁상'?
(영남) [힘주며] 남편한테 그게 할 소리야?
당신이야말로 할 소리 안 할 소리 구분 좀 해
장만 씨가 아무리 친해도 자식 얘기는 조심해야지
어차피 다 알 얘기야
오늘 혜준이 들어오면 결판낼 거야
(영남) 오디션 봐서 영화 하나 한다고 걔가 뭐, 인생이 달라지겠냐?
- 혹시 알아? - (영남) 내 손에 장을 지져
괜히 펌프질 하지 말고 가만있어
[헛기침]
(사람들) 대한민국!
[TV에서 중계가 흘러나온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 (혜준) 오, 오! - (해효) 슛!
[함께 탄식한다]
[밝은 음악]
(함께) 대한민국!
[함께 떠들썩하다]
- (진우) 슛, 슛! - (해효) 슛!
(해설 위원) 슛, 골!
[함께 환호한다]
(함께) 이승우! 이승우! 이승우!
(해설 위원) 황희찬! [함께 환호한다]
(혜준) 어, 골!
- (해효) 아, 뭐야 - (혜준) 골, 골!
[함께 환호한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노래한다]
[거리가 떠들썩하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셔도 돼요
(정하) 안녕하세요
(여자) 화장 안 하거든요
근데 미세 먼지 심한 날에는 좀 간질간질하고 찜찜해요
씁, 미세 먼지 막는 화장법이 있거든요
(정하) 제가 지금 영상 촬영 중인데
혹시 촬영 가능하시면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아, 저 똥손인데 할 수 있을까요?
- (정하) 안녕하세요 - (여자) 네
(정하) 자, 미세 먼지 막는 화장법 제가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피부 톤이 한번… 아, 제가 한번 볼게요
[혜준 일행의 웃음]
(진우) 아이, 손흥민 오늘 진짜 기분 째지겠다!
(혜준) 우리 흥 면제 인정!
(해효) 우리 흥 날아다닐 일만 남았다, 좋겠다!
[진우와 해효의 웃음] (혜준) 아, 좋겠다
(해효) 야, 남자로서 진짜 영광 아니냐?
(진우) 야, 진짜 영광은 나라를 지키느라 2년이라는 시간을 바친
우리 같은 청춘들이거든?
[혜준이 호응한다] 야, 너희 밥 삼시 세끼 닭 먹어 봤어?
[혜준의 코웃음] 조류 독감 딱 터지지? 그럼 아침…
(혜준) 아침 삼계탕, 점심 닭볶음탕
- (진우) 저녁… - (혜준) 저녁 치킨!
(해효) 돼지 콜레라 터지면?
(혜준) 아침 제육볶음 점심 돼지갈비찜, 저녁 삼겹살!
(함께) 토 나와!
[해효의 질색하는 신음]
(진우) 야, 너는 아마 나를 통해서 간접 경험 많이 해 가지고
[혜준이 호응한다] 지금 당장 군대 가도 잘 적응할 거야
(혜준) [웃으며] 나 지금 군대 가냐?
[진우의 헛기침]
영화사에서 전화 왔어
(해효) 너한테 어떻게 말할지 망설였는데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 싶어서
잔인한 새끼
지금 이 순간이어야만 했냐?
미친놈아 그걸 지금 얘기 하면 어떡해
(해효) 네가 이렇게 하라며?
(진우) 아, 그래도 네가 이렇게 갑자기 하면 어떡해, 진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진우) 사혜준, 아, 혜준아! - (해효) 혜준아!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원, 투, 스리, 포!
(해효) ♪ 잔인한 여자라 ♪ [혜준의 탄성]
♪ 나를 욕하지는 마 ♪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함께) ♪ Love, for love, for love ♪
[진우의 추임새]
[신나는 노래를 부른다]
[경쾌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함께) ♪ 말 달리자 ♪
[함께 탄성을 지른다]
♪ 말 달리자 ♪
[리드미컬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혜준) ♪ 같은 날, 같은 달 ♪
♪ Twenty-four seven 매번 반복되는 매 순간 ♪
♪ 어중간한, 어중간한 내 삶 ♪
♪ 20대의 백수는 내일이 두려워, 참 ♪
♪ 네 꿈을 따라가 like breaker ♪
[리드미컬한 반주가 뚝 끊긴다]
(해효) 그만해, 어유, 청승
(진우)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너희들은 내 소중한 순간을 망쳤어
(혜준)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은 순간이 얼마나 된다고
(해효) 얘가 기분 좋을 때 말하는 게 제일 좋다고 펌프질 해서
(진우) 야, 꼭 그렇게
다 일러바쳐야만 속이 후련했냐!
[차분한 음악] [혜준의 헛웃음]
[진우의 웃음]
(혜준) 방탄 노래는 세계관이 좋아
노래 듣고 있으면 제대로 살고 싶게 만든다니까?
(진우) 야, 너희들이 그렇게 되면 되잖아, 너희들이
물론, 그렇게 될 리 없겠지만
[진우의 웃음]
(해효) 아주 초를 쳐라, 초를 쳐, 어? [진우가 숨을 카 내뱉는다]
쳐, 쳐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 (진우) 아파! 초를 치라네 - (해효) 쳐, 새끼야, 쳐, 이 새끼야
(진우) 나는 초를 치고 얘는 나를 치고
[진우의 웃음] (해효) 아, 너도 칠래?
(영상 속 정하) 자, 이렇게 셰이딩을 해 주시면 이목구비가 뚜렷해 보여요
그리고 티 존은
하이라이터 이용해 주시고요
(여자) 언니 남자 친구 있죠?
(영상 속 정하) 연애는 감정 소모 심하고 삶에 지장 생겨서 안 하고
저 덕질 해요
(영상 속 여자) 누구인데요?
같이 해요, 저 휴덕 중이거든요
비밀인데 사실 오늘 낮에 만났거든요
(여자) 대박 사건 [여자의 놀란 신음]
(진우) 위로가 필요한가, 친구?
충분했어
(진우) 야, 넌 무조건 된다
너, 내가 네 친구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야
너 내가 얼마큼 객관적인 사람인지 알지?
(혜준) 조용히 가자
(진우) 그래
씁, 머리 복잡할 때는 조용한 게 최고다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 어?
타이밍 죽인다 이거 여자면 내가 결혼한다
(해나)
결혼하냐?
(진우) 미친놈, 치 [혜준이 피식 웃는다]
나 가야겠다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마, 오늘은
간다
[한숨]
[잔잔한 음악]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찰리) 생각 좀 하고 살아
(찰리) 5년 전에 내가 뭐랬어? 너 혼자는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혼자 할 수 없으면 그만둬야죠
(찰리) 넌 왜 야망이 없냐?
그저 그렇게 살다 이름도 없이 죽을래?
엿 먹어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숨을 카 내뱉는다]
[도어 록 조작음]
어, 왔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이영) 어유, 술 많이 마셨네, 뒤풀이한 거야?
(해효) 거기에는 안 가고 진우랑 혜준이랑, 피곤해
[이영의 걱정스러운 신음]
(이영) 기분 좋은 날이잖아 근데 왜 안 좋아 보여?
엄마
영화사에 아는 사람 없어?
아, 내가 어떻게 알아?
근데 왜?
아, 혜준이 다른 역이라도 없나 해서
그놈의 혜준이, 혜준이
(이영) 걔가 네 형이니, 동생이니? 왜 이렇게 챙겨?
쯧, 알아도 안 해 줘
알았어, 알았어
(해효) 괜히 쓸데없는 말 했다, 소리
아빠 들어왔어?
(이영) 자, 엄마는 너무 좋아서 축하주 하려고 기다렸어
근데 너 실망이야
실망했다고 말하는 건 축하주 끝까지 포기 안 했다는 건데?
나 잘 거야
(이영) 야!
(이영) 아주 평안하시네
해효 학교만 생각하면 아직도 분해, 쯧
(태경) 뭐가 그렇게 분해?
(이영) 아, 깜짝이야, 안 잤어요?
[태경의 피곤한 신음]
(태경) 카페인 1일 허용량이 넘쳤나 봐, 어유
(이영) 내가 해효 사립 초등학교 보내자고 했더니
기어이 공립 보내더니, 친구 봐요
도우미 아들하고 절친이야
(태경) 남자는 여러 계층을 경험해 봐야 돼
같은 계층하고만 어울리면 시야가 좁아서 안 돼
공자 가라사대 좀 하지 마요
(이영) 인생은 끼리끼리야
언젠가 혜준이가 해효 발목 잡을 거야
지금도 오디션 붙어서 기뻐 춤춰도 모자랄 판에
혜준이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잖아
내 아들이 왜 그래야 돼?
어차피 취미로 잠깐 하다 관둘 걸 뭘 그렇게 열을 내?
누가 취미로 한대?
해효는 학교 이사장이 취미고 스타가 본업이 될 거야
아이, 근데
당신 요즘 안 되겠어
반말, 존댓말 섞고
[코웃음] (태경) 부부 사이에도 예절이 필요하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쯧, 천박하게
[태경의 못마땅한 신음]
부럽다 그러더라, 사람들이 나보고
허, 다 가졌다고?
그 사람들은 모르는 거지
소통 안 되는 남편이랑 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태경의 못마땅한 신음]
쯧, 하
[해효의 피곤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해효) 어, 형
아레나 화보 촬영 혜준이랑 같이 했으면 좋겠어
야, 그걸 너를 원하는 건데
(매니저) 혜준이랑 같이 한다 그러면 좋아하겠어?
어, 그럼 나도 안 한다고 해
(해효) 그게 원래 취지가 모델에서 배우가 된 루키잖아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다 낼게
(매니저) 일단 얘기는 해 볼게
아, 그리고 너 인스타 팔로워 수 또 늘었더라?
이대로 백만 가자?
[피식 웃는다]
[통화 종료음]
하, 3천이나 늘었네, 하루 사이에
오케이
[정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안정하 메이크업 버스킹"
(정하) [책상을 탁 치며] 피니시
클리어!
[정하의 웃음]
하, 이런 날은 기록해 놔야 돼
[휴대전화 조작음]
[경쾌한 음악]
자
오늘은
완벽한 하루였다
(진주) 원해효 씨! 이쪽으로 와요
(해효) 네
설렘
(진주) 너는 언제나 이렇구나?
남의 손님한테 껄떡대는 거
[한숨]
억울함
(혜준) 우리 친구네?
말 놓을까?
좋아
반전
(혜준) 너 아까 되게 억울했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오해받았잖아
나도 그거 알거든
감동
직설적이라는 말은 듣지, 내가
찬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드릴 작동음]
(애숙) 참 병도 가지가지다
아프다는 사람이 이걸 왜 지금 하고 있어?
(영남) 취직했는데 새집은 못 사 줄 망정 새 문짝은 달아 줘야지
[영남의 웃음]
야, 든든하잖아, 어?
우리 경준이 인생도 이제 이렇게 나가야지
이번에 월급 타면 아빠 뭐 하나 사 줄게
[영남의 웃음]
(애숙) 나는? [영남이 부스럭거린다]
(경준) 엄마도 사 주지 [경준과 영남의 웃음]
- (애숙) 진짜? - (경준) 백화점 한번 가자, 간만에
(애숙) [웃으며] 고마워
(영남) 아이고, 우리 경준이가 효자다, 효자 [영남이 공구를 달그락거린다]
[덜그럭 소리가 난다]
- (애숙) 어? - (영남) 어휴, 한심하다, 한심해 [문이 달칵 열린다]
[숨을 들이켠다]
(영남) 네가 지금 술 처먹고 다닐 때냐?
(혜준)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세요
(영남) 그렇게 나약해 빠져서 세상 어떻게 살래?
아빠가 지금 뭐라 안 해도 내가 더 괴로우니까 그만해
(영남) 아빠는 네 나이 때 공사판 다니면서 식구들 먹여 살렸어
너는 네 한 몸만 건사하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괴롭냐?
괴로운 거 말하면
아빠가 날 이해해 줄 거야?
내가 언제 너 이해 안 해 준 적 있어?
오디션 떨어졌어
[경준의 한숨] (영남) 잘됐다
그럼 이제 군대 가면 되겠네
(경준) 결국 그렇게 끌려가네
나 봐라, 군대부터 딱 갔다 온 거
우리같이 가난한 집 애들은 국가의 의무는 빨리하는 게 좋아
그 와중에 깨알 자랑하고 있네
[경준의 기가 찬 숨소리] (영남) 너 군대 가는 거 때문에
네 형이 얼마나 걱정하면 그런 소리를 하겠어?
군대는 숙제야, 언제든 갔다 와야 돼
(혜준) 숙제 안 하면 뭘 해도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를 않아
그럼 누가 더 괴롭겠어?
내 인생인데 누가 더 괴롭겠어?
(영남) 그러니까 누가 너더러 모델 하래?
너 모델 한다고 설렁설렁 다닐 때
네 형은 과외 한 번 안 받고 서울대 갔어
부모가 뒷받침 못 해 줘도 네 형은 해냈어
(혜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게 제일 쉬운 거야
난 형보다 먼저 사회생활 시작했어
- 톱 모델 됐고… - (영남) 톱 모델 됐다고
길거리 다녀 봐야 알아보는 사람 하나 없더라
[차분한 음악]
뭐?
(경준) 야, 네 운이 거기까지야
이제 땅으로 내려와서 현실을 봐
너 그 잘난 사회생활 7년 했는데 통장에 돈 얼마 있냐?
너나 나나 각자 도생해야 돼
가난한 집 장남이라고 희생하는 거?
나 그거 안 해
(혜준) 가난한 거 좋아
근데 이렇게 사람을 물어뜯어야 되냐?
(혜준) 사회에서 물어뜯기고 집에 와서는 더 뜯기고
가족이라면서? 날 위한다면서?
(경준) 야, 가족이 무슨 만능 키야?
그럼!
내 인생에 훈수 두지 마
고등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 아빠한테 손 벌린 적 한 번도 없어
왜 내 미래를 자기네들끼리 상상해서 날 무시해?
(경준) 너 인제 피해 의식까지 생겼냐?
내가 피해 의식이면 넌 사이코패스야!
(혜준) 오디션 떨어졌다 그러면
'안됐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 이러는 게 상식 아니야?
'잘됐다', '군대 가야 된다' 그게 인간이냐?
(영남) 이놈의 새끼가, 진짜 이게!
너 지금 나한테 인간이냐 그런 거야?
이게 인간 말종이네, 부모한테!
(민기) 야! 얘가 인간 말종이면 너도 인간 말종이야
나한테 하는 거 보면
(애숙) 아버님까지 왜 이러세요?
(민기) 왜 우리 혜준이만 갖고 그래?
애가 오디션 떨어져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못 하게 됐는데 그럼 되냐?
먼저 위로를 하고…
(영남) 얼씨구
(경준) 할아버지가 이렇게 끼어드시면
아빠가 훈육하는 데 혼선 오잖아요
(민기) 야, 혜준이 나이 스물여섯이야!
옛날 같으면 장가도 갔어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가는 거지 뭘 가르쳐?
(혜준) 할아버지, 들어가자
(민기) 어, 그래, 들어가자, 우리, 방으로
(영남) 진짜 끼리끼리다
(민기) 이 문짝 좀 봐라, 문짝, 어?
누구 앞길은 탄탄대로라고 하면서 새로 해 주고
우리는 쭈구렁방통으로 살라는 거야, 뭐야?
기왕 해 주는 거 둘 다 해 주든지
아니면 둘 다 해 주지 말든지
꼭 차별을 해!
[삐그덕 소리가 난다]
[울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민기) 아니
아이, 이거 왜, 왜, 왜, 왜, 왜 그래
어? [헛기침]
내가 안 그랬다
[영남의 한숨] [애숙의 놀란 숨소리]
괜한 일 만들어서
(민기) 네가 고생한다
[커터칼을 드르륵 집어넣는다]
[탁 내려놓는다]
고마워
내 편 들어 줘서
[웃음]
내일 네 아빠한테 죽었다, 난
원인은 나니까 해결할게
(민기) 사람은 안 변해
할아버지가 맨날 사고 치고
네 할머니가 해결하고 그랬거든
[피식 웃는다]
암튼 솔직해서 마음에 들어
오늘 뭐 했어?
- (혜준) 콜라텍 갔었어? - 아니야
지겨워, 야, 돈 벌고 싶어
젊어서도 못 벌었는데 지금 뭘 벌어?
(민기) 너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이놈아
네 아빠랑 똑같은 거야
미안
난 내가 주는 돈으로 편하게 놀라는 거였어
(민기) 편하게 어떻게 놀아?
네가 힘들게 돈 버는데
하, 좀 알아봐
넌 발도 넓고 많이 돌아다니잖아
(혜준) 알았어, 알아볼게
[한숨]
네 아빠한테 돈 주고 싶어
[잔잔한 음악]
(민기) 오늘 어깨 아파 일찍 들어왔어
[한숨]
돈 아끼느라
병원도 안 가고, 쯧
하, 속상해
[민기가 흐느낀다]
[민기가 훌쩍인다]
[울먹이며] 울지 마
[코를 훌쩍이며] 그래
[함께 흐느낀다]
[훌쩍인다]
왜 울어?
[함께 흐느낀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잔잔한 음악]
(혜준) 평생 내 방을 가져 본 적 없다
이 순간 혼자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방이 필요했다
(혜준) 내 방을 갖고 내 집을 갖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갖게 되는 꿈을 꿨었다
나한테 허락되지 않는 것을
나도 거절한다
[민재가 흥얼거린다]
(혜준) 어디 가?
(민재) 여행, 남해 돌 거야
가기 전에 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친히 납셨다
빨리 얘기해, 갈 데 있어
빨리 안 되는데?
[발랄한 음악]
(민재) [영어] 어, 대니얼, 나야
[웃으며] 잘 지냈어?
혜준이 모델 할 수 있어
은퇴? 아니, 은퇴 안 했어
에이전시를 바꾼 거야
어디냐고?
[머뭇거린다]
내가 하는 데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한테 말하면 돼
나 회사 차렸어
[어색한 웃음]
이름?
[머뭇거린다]
회, 회사 이름이 뭐냐면… [익살스러운 효과음]
짬뽕 [빛나는 효과음]
어어, 짬뽕
(혜준) [한국어] '짬뽕'?
아이, 짬뽕보다는 짜장이지
(민재) 야, 짜장보다는 짬뽕이다
(혜준) 근데 미안해서 어떡하냐?
난 못 가
- 왜? - (혜준) 비행깃값 없어
숙소도 구해야 되잖아
나 혼자는 못 해, 3일 후잖아
오늘 밤에는 비행기 타야 되잖아, 무리야
- (민재) 야 - (혜준) 고마워, 누나
이렇게까지 날 위해 생각해 주고
야, 내가 어떻게 잡은 건데
어, 어떻게 취소하냐?
그러게 왜 구라를 치고 다녀?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혜준) 앞에 봐, 아유, 조심해, 아유
나라의 부름 받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귀하신 몸이야
군대?
어, 어, 언제 가는데?
다음 달
(혜준) 군대를 터닝 포인트로 이 일 접으려고
저쪽에 세워 줘
(민재) 어
(혜준) [안전벨트를 풀며] 여행 잘 갔다 와
갔다 오면 맛있는 거 사 줄게
(민재) 아니, 혜준아, 혜준아, 저…
[차 문이 탁 닫힌다]
[난감한 신음]
아, 어떡해, 아!
[짜증 섞인 신음]
[난감한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벌써 왔니?
거절해요, 선생님 제안
군더더기 없이 딱 용건만 말하는구나
선생님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혜준) 제안은 감사합니다
(찰리)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알았다
점심이나 같이하자
선약이 있어요
되게 바쁘구나, 너?
(찰리) 딴 사람들한테는 시간도 잘 내 주나 봐?
아니면 없는 약속 만들었냐?
거짓말했어요
선생님하고 점심 자신 없습니다
(찰리) 뭐가 그렇게 복잡해?
네가 그렇게 잘났어?
너 날 뭐라고 생각해?
거절에 대한 답을 호의로 하니까 하찮아 보여?
너는 진짜 머리가 나쁘다!
그 머리로 네가 뭐가 되겠냐?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 모양이지
[무거운 음악] 절 비난하시는 게 마음 편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찰리) 널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같이 시작한 해효를 봐
걔는 백그라운드가 좋으니까 계속 승승장구잖아
넌 네 아버지처럼
공사판에서 인생 마감할 거다
꼭 기억해 주세요, 오늘
전 선생님께 끝까지 예의를 지켰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입소리를 쩝 낸다]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혜준) 뭐야?
(민재) 아유, 아파, 아이고, 아파
아, 아파
[민재의 어색한 웃음]
(혜준) 여행 안 갔어?
나 사고 쳤어, 혜준아
[흥미로운 음악]
(혜준) 누나 [민재가 호로록거린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실수할 수 있어
미안하다 그러면 이해해 줄 거야
(민재) 내가 회사 다닐 때 너희들 티켓 작업 다 했잖아
아이, 이런 건 일도 아니지 숙소도 구했어
나 프랑스 가?
(민재) 밀라노 직항은 비행깃값이 두 배야
프랑스 경유해서 밀라노로 가려고
- 누나 - (민재) 약속 있는 거 다 취소하고
6시 비행기니까 집에 가서 여권 챙겨 갖고 나와
(민재) 짬뽕!
아니라고 말 못 해
[당황한 신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우스 휠 조작음]
(진주) 우리 브러시 뭐 뭐 필요해요?
(정하) 셰이딩, 블러셔, 파운데이션 브러시요
(진주)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대답하네?
항상 재고 체크를 하고 있으니까요
안정하 씨는 참, 음
정이 안 가는 스타일이야
(정하) 정이 안 가시면 정을 안 주시면 돼요
[진주의 한숨]
(진주) 내가 유치해서 이런 말 안 하려 그랬는데…
(정하) 안 하려고 하는 말은 안 하는 게 낫더라고요
(진주) 야!
감정 조절 좀 하세요 후배들한테 미칠 영향 생각해서
(진주)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봐
어, 이제야 발톱을 드러내네?
왜, 해효 씨랑 같이 밥 먹으러 가서 뭐 좋은 일 있었어?
어떻게 혼자 가, 사람 옆에 두고?
(정하) 가지 않았어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사람 옆에 두고 어떻게 혼자 갈 생각을 하냐고요?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주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쌍년 하나쯤은 품고 살잖아요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에요
[헛웃음]
[정하가 물을 칙 뿌린다] [진주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수빈) 우아, 진짜 대박 사이다
(정하) 이제는 전면전이야 너한테 불똥 튈 수도 있어
(수빈) 언니한테 집중해서 난 완전 편해
사혜준하고 만난 건 어땠어?
우리 숍에 오라고 영업했어
하, 왔으면 좋겠다, 원해효도 데리고
해효까지 오면 진주 쌤이 날 갈구는 거 장난 아닐 거야
걔는 안 왔으면 좋겠어
(수빈) 근데 웬 '해효'?
언니 지금 한 번 봤다고 친한 척하는 거야?
카, 역시 사람은 길게 봐야 돼
허세가 있구먼, 어?
친한 척하는 게 아니라 걔들하고 친구 먹었어
대박 사건
다 혜준이 덕분이야
"에어코리아"
[민재의 탄성]
(혜준) 비행기 처음 탄 사람처럼 왜 이래?
처음 탔어
[당황한 웃음] [민재의 탄성]
(혜준) 누나는 사람 입을 틀어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어
나 지금까지 날 위해 산 적 없어
이번 쇼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누나 같다
[피식 웃는다]
- (민재) 오렌지주스요 - (승무원) 네
(혜준) 아
- (혜준) 전 물요 - (승무원) 네
- (승무원) 여기 있습니다 - (민재) 감사합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민재) 맛있어
[현장이 분주하다]
[리드미컬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옅은 탄성]
[문이 달칵 열린다]
(혜준) 한국 같으면 편의점 가서 마시면 좋은데
(민재) 여기 온 지 이틀인데 한 달은 된 거 같아
지루하구나?
시간 길게 느껴지는 거 보니까
[민재가 캔을 탁 내려놓는다]
꿈 같아
(민재) 먹고사는 거 걱정 안 하고
네가 무대에서 잘되기를 바라고 잘되니까
내가 잘된 것처럼 좋고
이거 뭐니? 아, 당황스럽다
씁, 그거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인데?
(민재) 사랑하나 봐
아이, 아, 너 말고 이런 과정
응 [웃음]
(민재) 사람을 잘되게 도와주고 잘되게 해 주고
뭐, 이러는 거
그러니까 내가 누나보고 매니저 하라 그랬잖아
너 일 접는다는 거 진심이야?
진심은 아니고
현실적 결정이야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데?
영화 오디션 떨어졌어
(혜준) 내가 정말 일하고 싶었던 감독님이거든
마지막 보루였어
누가 됐어?
- 해효 - (민재) 야, 야
야, 그건 아니다
내가 해효도 알고 너도 알잖아
물론 해효 괜찮지
근데 넌 되게 특별해
[잔잔한 음악]
사람 마음을 막 움직인다니까?
나 같은 사람도 움직였잖아
다 끝났어, 건배
[못마땅한 신음]
[혜준과 민재의 웃음]
[캔을 탁 내려놓는다] [탄성]
너무 좋아
(민재) 그러니까 왜 비행기에서 왜 그랬어?
(혜준) 맛있었어?
(민재) 어, 완전 맛있었지
- (민재) 자서, 자서 못 먹었잖아 - (혜준) 뭐였어, 메뉴?
(민재) 비빔밥!
[함께 웃는다]
(혜준) 어?
(해효) 아, 안녕하세요, 누나
(민재) 어, 오랜만이다
영화 캐스팅된 거 축하해
아이, 고맙습니다
이제 제가 혜준이 데려갈게요
누나, 교통 편한 데에다 내려다 줘?
(민재) 아니야, 나 여기서 바로 가는 버스 있어
숍으로 바로 갈 거야?
네, 얘가 하도 숍 바꾸자고 해서
아마 너도 후회 안 할 거다
[피식 웃는다]
(민재) 그럼 난 이만 갈게, 얘들아, 바이
(혜준) 고마웠어
- (해효) 가세요, 누나 - (민재) 안녕!
가자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 나가실 때 적어 드릴게요
- 파데 색상하고 브랜드 - (손님) 네
- (진주) 안녕하세요 - (원장) 어,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진주의 웃음]
(원장) 어머니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혜준) 제가 가자고 강력 밀었습니다
(원장) [웃으며] 감사합니다
여기 안정하 씨가 친구거든요
(원장) 아, 우리 안 선생하고 친구시구나
(해효) 참고로 얘 친구는 제 친구입니다
[원장의 웃음]
[함께 웃는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효) 야, 너 진짜…
(혜준) 연예인 DC 해 준대서 데려왔어
(해효) 야, 둘이 되게 친해 보인다?
패션쇼 전에도 만난 적 있었어?
(혜준) 아니, 얘가 친화력 갑이야, 네 팬이다?
(해효) 뭐? 아, 진짜?
그걸 왜 이제 말해? 아, 내 팬이었어?
[웃으며] 아, 아니야
(혜준) 아이, 괜찮아, 말해도
너무 샤이하다, 너
[작은 목소리로] 너 입이 되게 싸다?
너 좀 그렇다
(혜준) 싸다고 할 만큼 우리가 친하냐?
[정하의 당황한 신음]
미안해
(해효) [웃으며] 야, 얘 놀랐다
넌 무슨 농담을 진담처럼 하냐? [혜준의 웃음]
(혜준) 아, 요즘 내 연기가 늘잖니, 놀랐어?
왜 그래?
미안
[진주의 웃음]
(진주) 어,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저도 같이 웃어요
[진주의 웃음] (혜준) 아, 그럼 가시죠, 제가 웃겨 드릴게요
- (혜준) 넌 정하한테 해라 - (해효) 그래
(해효) 나 샴푸하고 싶어
응, 이쪽으로 와
(정하) 잠깐만 앉아 있으면 스태프 올 거야
(해효) 나 부담스러워하지 마
팬이라고 날 어렵게 대하지도 말고
[웃음]
나 네 팬 진짜 아니야
아이, 사람 무안하게 뭘 계속 아니라고 해?
와,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거 같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네가 홍길동이냐?
혜준이 팬이야
에?
아, 그날 쪽팔려서 말을 못 했어 알잖아, 상황
나한테 쪽 안 팔리고?
- 어, 안 팔려 - (해효) 얘 웃기네?
혜준이한테 비밀로 해 줘, 응?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원해효니까
(정하) '원해효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이다'
'그를 아는 모델들 사이에서는 그를…'
(해효) 아, 됐어, 그만해
너 나도 팠냐?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잘 들어준다'
알았어, 알았다
기다려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하의 당황한 신음]
(정하) [웃으며] 어디 갈 건데?
- (혜준) 화장실 - 아, 이쪽으로 가면 돼, 응
(혜준) 좋냐, 해효 보니까?
남의 연애사에는 끼는 게 아닙니다, 손님
너 메이크업만 할 줄 알아?
아니, 뭐, 손으로 하는 거 흉내는 다 내
머리도 자를 줄 아냐?
(정하) 음, 바리캉 정도는 할 수 있지
군인과 7세 미만 아가들?
우리 이틀 후에 본 촬영이야 그때 나와
- 아레나 화보라 그랬지? - (혜준) 어
진주 쌤한테 이겨
[잔잔한 음악] (혜준) 한 번은 이겨야 되지 않겠냐?
이렇게 밀어주는데 지면
너 바보
진다니까 맨날 지는 줄 아나 봐
이번에는 이길 거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진작가) 좋다, 좀 더 느낌 있게
(혜준) 설명할 수 없지만
안에서부터 뭔가가 치미는 그거
그게 뭔지 알았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멋지다
[카메라 셔터음이 울린다] (민재) 네가 왜 오디션에 떨어졌는지 알아?
감독이 처음에는 널 더 밀었었는데
해효 SNS 팔로워 수가 너보다 훨씬 더 많아서 뽑았대
인지도에서 밀린 거야 실력에서 밀린 게 아니라
(혜준) 비교하며 경쟁하지 않는 걸 좋은 성품이라고 속였다
이제 후련하다
(혜준) 다 끝난 거야? [문이 달칵 닫힌다]
(정하) 뭐야, 연락도 없이 막 오는 거야?
(혜준) 해야 할 일이 생겼어
(정하) 여기서?
[혜준이 입소리를 씁 낸다]
(혜준) 머리 좀 잘라 줄래? 바리캉으로
(정하) 하, 뭐야, 7세 미만 아가들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부드러운 음악] [한숨]
군대 가
(혜준) 너 남자는 사귀어 봤냐?
(정하) 야, 나도 사귀어 봤지
(영남) 난 뭐, 좋아서 혜준이 닦달하는 줄 알아?
(영남) 야, 너 아빠 알은척도 안 해?
(혜준) 서로 눈 마주쳤잖아
야, 너 군대 가면 나 어떡하냐?
- 너 보고 싶어서 - (혜준) 18개월만 기다려
(이영) 혜준이 때문에 속상하겠다
지금 군대 가면 이쪽이랑은 빠이빠이잖아
(혜준) 잠깐 삐끗한 거야, 생각이
(민재) 남은 시간 1초까지 다 쓰고 수건 던져
(혜준) 아, 뭐, 성공이 별거야?
하고 싶은 일 하고, 맛있는 거 먹고
난 소박한 스타가 되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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