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16
[진우의 한숨]
(진우) 답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
답이 뭔데?
[웃으며] 나도 너처럼 되는 거지, 뭐겠냐?
(해효) 너희들 뭐 하냐?
(진우) 네가 쟤 불렀냐?
어
(해효) 나 불러서 유감이냐?
(진우) [작은 목소리로] 자리 바꿔
(혜준) 왜?
(진우) 아, 빨리빨리,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해효) 아, 정말, 기분 나쁘게
가만있는 나한테 왜 그래?
너희 어머니 진짜 무섭더라
(진우) 너 보니까 너희 어머니 생각난다
내가 그날 생각하지? 아주, 아직도 지린다
너 아주 내 동생, 엄마…
(해효) 이 새끼가 진짜
(혜준) 아이, 그렇다고 뭘 애를 치기까지 하냐?
(진우) 내가 해나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아냐?
제 오빠 닮아 갖고 아주, 씨
걔가 왜 날 닮아?
(진우) 아이! 진짜, 이씨, 미치겠다, 씨
나 집에 갈래
(해효) 야
나 오자마자 가면 뭐가 돼?
너 뭐 되라고 가는 거야
쟤 우리 엄마한테 엄청 당했나 보다
(해효) 저래 갖고 해나랑 계속 만날 수 있겠냐?
살도 빠진 거 같아
엄청 힘든가 봐
(해효) 넌 안 힘들어?
진짜 정하랑 헤어질 수 있어?
[잔잔한 음악]
아직 현실감이 안 느껴져
(혜준) 자주 만나지 못했잖아
지금도 여느 때랑 똑같이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다 마지막 정하 얼굴 생각하면
[한숨 쉬며] 힘들어져
너무 미안해
정하
널 위해 헤어지겠다고 한 걸 거야
그런 걸까?
(해효) 지금 정하 선택하면 네가 감당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잖아
잃을 수도 있고
(혜준) [한숨 쉬며] 근데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 하나 못 지키면서
내가 누구를 위로하며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겠다는 건가
날 사랑하고 날 지지해 주는 사람들도
내가 정하를 지켰듯이
자신들도 지켜 주리라 믿지 않을까?
진심은 통하는 거니까
(정하)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의 작은 움직임도 다 기억하고 있다
잘 지냈어?
잘 지내려고 하고 있어
(정하) 축하해, 이번 작품 잘된 거
중간에 시끄러운 일 많아서
시청률 떨어져서 마음 졸였는데
역시 사혜준은 될놈될이야
[옅은 웃음]
이제 비 그쳤나 봐
여기 도착했을 때 그쳐 있었어
답답하다
[정하가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혜준의 한숨]
(혜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미리 복선 깔거든?
넌 그런 것도 없이 바로 헤어지자 그러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 줘야 고칠 거 아니야
잘못한 거 없어
근데 왜 갑자기 해고해?
- 억울해? - (혜준) 억울해
누군가를 보호하고 책임지고 싶은 건 전근대적 사고 아니야
인간이 사랑하면 갖게 되는 보편적 감정이야
보호하고 책임지고 싶어 하는 마음
너무 고마웠어
[옅은 한숨]
전근대적 사고라고 폄하한 건
내가 너한테 기대고 싶어져서 그랬어
기대면 되잖아
(정하) 기대는 삶에 대해서 엄청 부정적이야
엄마가 떠오르거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잔잔한 음악]
예측 불가능한 사람 싫어하는데
내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알았어
불안하게 하는 사람 싫어하는데
내가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 알게 됐어
약속 지키는 거 좋아하는데
약속 지킬 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알게 됐어
안정 좋아하는데
불안정한 것도 좋아졌어
널 사랑하면서 난 계속 변하고 복잡해졌어
그리고 이런 내가 좋아
나도 너 만나면서 많은 것들이 성장했고 변했어
넌 네 꿈을 이뤘지만
난 지금 시작이잖아
(정하) 우리는 타이밍이 안 맞아
어긋난 타이밍을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멀어질 거야
노력할게
내가 이래서 널 지켜 주고 싶은 거야
사랑해
알아
이제 우리한테는
(정하) 잘 헤어지는 일이 남아 있어
내 꿈을 이룰 때 넌 나와 함께해 줬는데
난 왜 못 하게 해?
사랑해서 얻은 수많은 감정과
인생에 대한 성찰
그거 네가 나한테 준 거야 난 그거면 돼
(정하) 너한테 아름답게 기억되고 싶어
기억해 줘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무진) 오케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오케이
오케이, 좋아요
아, 이번에는 역동적으로 좀 움직여 보죠
오케이
[웃음]
아, 그건 자연스럽지가 않은데
[웃으며] 모니터할게요
(민기) 야, 내려놔
- (민기) 힘들 텐데, 응 - 네
[힘주는 신음]
(영남) 작가님
이, 정면도 좋은데 측면이 더 멋있어요
알아요
(무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매니저세요?
예
[웃으며] 애정이 넘치시나 봐요, 어
(무진) 이건 됐고 다른 옷 입어 보세요
- (영남) 물 줄까? - (민기) 아니야, 괜찮아
[진우의 피곤한 신음]
(영남) 너 왜 기운이 없어 보이냐?
어디 아파?
(진우) [웃으며] 아니에요
(무진) 다 아시는 분들이야?
[진우의 옅은 웃음]
혜준이 아버님이세요, 할아버님이시고
(무진) 혜준이 아버…
[익살스러운 음악]
혜준이?
사혜준?
[웃음]
- 아이… - (무진) 네
(무진) 어, 내가 얘한테도 말했는데
제가 인물 사진도 참 잘 찍고…
(진우) 아이, 뭐, 돈 되는 건 그냥 뭐, 다 찍어요
[작은 목소리로] 혜준이 찍고 싶대요
[어색한 웃음]
[웃음]
그만둔다고 빠져 갖고 왜 말을 가로채?
너 그만둬?
저도 제 일 하려고요
[웃으며] 언제까지 남의 밑에서 일하겠어요?
(무진) 남? 남이래
[무진의 웃음]
얘가 혜준이, 해효 믿고 이러는 거예요
친구라 자기한테 올 줄 알고
씁, 저, 아버님
어, 할아버님 찍은 거 보시면
제 실력을 알게 되실 겁니다
[무진이 머뭇거린다]
그래서 말인데 혜준 씨
우리 스튜디오랑 한번 일해 볼 수 있게
다리 좀 놔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다리가 짧아서 웬만한 건 다 안 닿아요
예
저도 짧아서 알거든요
(무진) 짧아도 닿긴 다 닿는 거, 이렇게
[무진의 웃음]
아유, 아버님
그런 식으로 거절하시면 마음이 상합니다
(영남) 작가님, 혜준이 말고
제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모델입니다
5년 봅니다, 확 뜨는 데
(진우) 아, 말도 안 돼요, 아저씨
전 3년 봅니다
(민기) 진우야, 너 스튜디오 차리면은
할아버지 무조건 거기로 갈 거야
[진우의 웃음] (무진) 아이, 그러시면 안 되죠, 어르신!
아, 공평하게…
(영남) 인맥으로 가야죠
진우야
아저씨가 혜준이 팍팍 밀어줄게
[유쾌한 음악] (진우) 감사합니다
인맥이 무슨 공평한 거예요?
(영남) 작가님
제가 얘랑 알고 지낸 지 거의 30년이에요
30년 서로 감정, 시간, 돈 들였는데
세 시간도 안 본 사람이랑 똑같이 대하면 안 되죠
작가님도 좋은 인맥 쌓으세요
다 끼리끼리 만나는 거예요
(무진) 예, 그럼 저도 이제
그 인맥에 끼워 주세요
(진우) 아저씨, 혜준이 오늘 뭐 해요?
(무진) 야, 야, 너 가서 일해, 응
[웃으며] 자, 어르신, 중앙에 서 주세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경준) 네
- (민재) 안녕하세요 - (경준) 네, 오셨어요? [민재의 옅은 웃음]
(경준) 아이, 전화로 말씀하시면 되지 뭘 오신다고 하세요?
(민재) 에이, 그래도 고소라는 큰 사건인데
[웃으며] 얼굴 보고 결과 보고해야죠
이거 당 당길 때 드세요
(경준) 저, 아유, 감사합니다 [민재의 웃음]
혜준이하고 재계약 때문에 저한테 잘 보이려 그러는 거죠?
아니거든요?
씁, 짬뽕은 그, 이름 좀 바꾸면 안 돼요?
안 돼요!
아, 정말 형님은…
[민재의 멋쩍은 웃음]
아니
[헛기침하며] 경준 씨
(민재) 고소인 측에서 고소 취하서 제출했고요
[웃으며] 곧 사건 종결될 거예요
쯧, 씁, 사람들은 왜 팩트 폭행을 당하면 성질을 낼까요?
내가 살았다면 좀 살았는데
(민재) 경준 씨도 참 특이한 성격이에요
[발랄한 음악] 칭찬이죠?
칭찬이에요
씁, 언표일치
(경준) 그, 말과 표정 좀 일치해 주세요
[어색한 웃음]
네
됐어요?
'됐어요?' 빼면 됐어요
점심 드셨어요? 같이 드실래요?
[작은 목소리로] 하, 병 주고 밥 주시네
[헛기침하며] 가요
(경준) 백화점에서 사신 건가?
(민재) 비싼 거예요
(경준) [웃으며] 어, 초콜릿 처음 받아 보는데
[어색한 웃음]
[잔잔한 음악]
[한숨] [신발을 툭 내려놓는다]
[부스럭거린다]
"짬뽕엔터테인먼트"
(민재) 센 척하고 있지만 떨려
네가 떠난다고 해도 널 잡을 거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애숙) 혜준아
너 좋아하는 김밥 쌌어
(혜준) 김밥은 언제나 옳지
(애숙) 뭐 보고 있었어?
(혜준) 계약서
아…
저, 정하 바쁜 거 끝났으면
(애숙) 날짜 다시 잡을까? [혜준이 젓가락을 달그락거린다]
왜, 싸웠어?
아니
내가 싸우고 싶어도 걔가 안 싸워
헤어졌어?
(태수) 사혜준 이렇게 또 살아나네?
아, 얘를 어떻게 데려오지?
(도하) 형
[문이 달칵 닫힌다]
하, 큰일 났어
(태수) 저 모지리, 나의 모지리 [한숨]
무슨 큰일?
민정이 있잖아
걔가 협박을 하네
민, 민정이가 누구야?
[문소리가 쿵쿵 난다]
(도하) 왔나 보다 내가 여기로 오라 그랬거든?
들어와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여자) 안녕하세요, 오빠들
[문이 달칵 닫힌다] (도하) 너희가 누구 덕에 밥 먹냐?
(민정) 흠, 우리 누구 덕에 밥 먹어?
(여자) 밥은 돈 주고 사 먹으면 되는데?
덕 안 보는데?
[도하의 헛웃음]
(도하) 무식해! [울리는 효과음]
(태수) 너희들이 여기를 왜 오냐?
(민정) 오빠가
오빠하고 얘기하라는데?
하, 무슨 얘기?
(민정) 내가 아무리 술집에 나가지만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건 좀 너무하잖아
내가 무슨 모욕을 했다고?
무식하다고 했어, 안 했어?
아, 무식하잖아!
(도하) 팩트를 말해도 모욕이냐?
나만 무식해? 오빠도 무식하잖아!
(태수) 너
잠깐 보자
(도하) 위자료로 5억 달래
[헛웃음]
형이 처리해 줘
대체 쟤랑 뭐 했냐?
(도하) 다 형 때문이야!
놀기에 제일 안전한 곳이라며?
네가 이렇게 중독식으로 많이 드나들 줄 알았냐?
(도하) 내가 원래 뭐든 하면 열심히 하거든
데려간 형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지금까지 쟤랑 했던 통화, 문자 다 보여 줘
[도하의 한숨]
녹음기 어디 있어? 휴대폰이야?
녹취하고 있잖아
[휴대전화 조작음]
(태수) 이거 누구랑 해?
너 혼자 해?
(민정) [웃으며] 혼자 할 리 있겠어?
그동안 도하 오빠랑 나랑 함께한 행동, 메시지 다 공유하고 있지
(태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어
(민정) 오빠
이런 스캔들 터져서 날아간 남자 배우들 보면서 배운 게 없어?
이런 건 무조건 막는 거야
아니면 신고해
난 잃을 거 없어
잃을 게 왜 없어? 너 감방 가야 되는데
(태수) [웃으며] 너
[흥미로운 음악]
지금 다 녹음되고 있어
[헛웃음]
심심하지는 않겠다 친구들하고 같이 가니까
너희 주고받은 문자, 사진 다 봤거든?
그래
타격 있겠더라, 근데
얘가 유부남도 아니고 지금 사귀는 여친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
야
술집 여자 사랑한 게 죄냐?
[기가 찬 신음]
[펜을 탁 내려놓는다]
[입 모양으로] 야, 꺼져
[분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녹음기 조작음]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애숙) 어? 어디 가?
(혜준) 오랜만에 도서관 가려고
(애숙) 저녁 먹기 전에 들어와
내일은 아침 일찍 해효네 집에 가야 돼서
[그릇을 달그락거리며] 못 볼지도 몰라
[식탁을 쓱쓱 닦는다]
(혜준) 난 이제 엄마가
해효네 집 일 그만뒀으면 좋겠어
왜?
엄마 아들 부자야
아, 네가 부자인 거랑 엄마가 일하는 거랑 상관없는 거야
(혜준) 상관있어
내가 돈 벌고 싶은 이유 중에
엄마 편안하게 살게 해 주고 싶은 것도 있었어
너한테 신세 지기 싫어
(혜준) 그러다 건강 나빠지면?
지금도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프다고 하잖아
(애숙) 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혜준) 일어날 때
'아이고, 고'
허리 두드리는 거 많이 봤어
엄마
엄마가 날 사랑한다면
이번만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줘
[한숨]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헛기침]
(정하) 그동안
안정하 채널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 올리는 이 영상이 마지막 영상입니다
음…
영상도 많이 못 올리고
무엇보다 제 가치관이 변했어요
안정을 추구하는 삶에서
불안정한 삶을 즐기기로 했답니다
(영상 속 정하) 절 성장하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풀 메이크업"
[문이 달칵 여닫힌다]
[정하가 피식 웃는다]
(정하) 네가 이 쿠폰의 주인공일지 몰랐어
오늘 스케줄 뭐야?
스케줄 없어
근데 이걸 왜 했어?
(해효) 음…
핑계?
네가 나 만나기 불편해할까 봐
불편하긴 해
[옅은 웃음]
그래도 먹고살아야지 일을 마다하지는 않을 거야
(해효) 역시 안정하다
(정하) 오늘 쿠폰 나중에 써
다음 작품 정해졌어?
아니, 군대 가려고
아…
[멋쩍게 웃으며] 군대
가긴 가야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펼친다]
(혜준)
[밝은 음악] (진우)
(혜준)
[피식 웃는다]
[친구들이 대화한다]
[진우의 힘주는 숨소리] [혜준이 말한다]
[진우의 힘주는 신음] [해효의 다급한 신음]
(진우) 혜준아, 저기
[친구들의 탄성]
(혜준) 해효 잘하네
[진우와 해효의 탄성]
[진우의 힘주는 신음]
[해효의 당황한 신음]
[해효와 혜준의 웃음]
[혜준의 힘주는 숨소리]
[해효의 아쉬운 신음]
[진우의 신난 탄성]
[진우가 말한다]
[진우가 숨을 카 내뱉는다]
너희들 안 바쁘냐?
(진우) 계속 밤에 호출이다?
(혜준) 호출할 때마다 나오는 너는 뭐냐?
너희들은 스타잖아, 나랑 같냐?
내가 무슨 스타냐? 스타는 혜준이지
저, 가만있는 거 봐, 저거
(진우) [웃으며] 자기도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거야
다음에는 뭐 하냐?
다음에?
글쎄
워커홀릭이 웬 '글쎄'야?
군대 갈까 봐
(진우) 미친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혜준) 왜 말이 안 돼?
(진우) 그렇게 전에 가라 그럴 때는 안 가더니
지금 가면 돈 손해가 얼마인데 왜 가, 갑자기?
(혜준) 계속 생각하고 있지, 군대는
갑자기겠냐?
나도 그래, 그건
아, 너야 지금 가도 되지만 혜준이는 다르잖아
(진우)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야 된다고
전에도 내가 말했잖아
(해효) 돈도 돈이지만 군대 갔다 오면 서른이잖아
그럼 더 이상 청춘 역할은 못 하지 않겠냐?
(진우) 야,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혜준이 정도 톱스타면 1년에 얼마 벌어?
난 모르지, 톱스타가 아니니까
난 말하고 싶지 않아
돈 빌려 달라고 안 할게, 말해 봐
(혜준) 아, 집에 가야겠다
내일 홍보 대사 위촉식 가야 돼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 돼
먼저 가
(해효) 얘랑 얘기 좀 하다 갈게
간다
나 왜, 뭐?
따라와 [잔잔한 음악]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혜준) 꿈을 이뤘고
숙제 하나는 남았다
(혜준) 숙제는 빨리할수록 마음이 편해진다
(애숙) 혜준이가 일 관두라고 하는데 어떡하지?
(영남) 뭘 어떡해?
관둬야지
(애숙) 뭐?
(영남) 걔가 우리 빚도 갚아 주고
집 사 줘서 월세도 안 내게 해 줬는데
말 들어야지
참 현실적이야, 당신은
(애숙) 옛날에 혜준이한테 그런 거 민망해서 인정하기 힘들 텐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애숙) 어
어, 너 언제 들어왔어?
지금
우리 가족회의 좀 해요
날짜 잡아서 알려 주세요
가족회의 할 일 있어?
(영남) 뭔데?
그때 말씀드릴게요
[문이 탁 닫힌다] (애숙) 무슨 일이지?
[영남의 의아한 신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손님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술 취한 말투로] 우리 엄마가 너한테 심하게 했어도
미워하지 마
안 미워해
해나 어머니시잖아
야
넌 나보다 해나가 먼저야?
먼저지, 그럼, 뭐
네가 먼저냐? 씨
[진우가 숨을 카 내뱉는다]
(해효) 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널 지지할 거야
당연한 걸 갖고 겁나 폼 재고 말하고 있어
뭐, 어디 가는 놈처럼
여기까지
최대한 내 마음을 정제해서 품위 있게 말한 거고
너 아까 좀 재수 없었거든?
뭐가?
혜준이는 군대 나중에 가도 난 지금 가도 된다고?
(해효) 하, 뭐
난 못 떠서 지금 가도 된다는 거야?
(진우) 아유, 이래야 원해효지
어이구, 우리 해효!
마음 상했어요?
형아가 잘못했어요, 술 한잔하세요
[진우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그따위로 또 말해라
(진우) [웃으며] 그따위로 또 말할게요
나도 한잔 줘
[문이 달칵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냉장고 문이 달칵 열린다]
[해효가 달그락거린다] - 너 술 마셨어? - (해효) 마셨어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이영) 누구 만났어?
(해효) 애들 만났어, 혜준이랑 진우
[해효가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네 친구들?
[해효가 물을 조르르 따른다] 허, 참
(이영) 너 대단하다, 엄마는 이해가 안 돼
혜준이 보면 속 안 뒤집혀?
[숨을 하 내뱉는다]
뒤집혀, 화도 나
(해효) '열심히,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내가 쟤보다 부족한 게 뭔가?'
아무리 봐도 없어
전에 혜준이랑 나랑 어디를 가잖아?
그럼 나한테 관심이 집중됐었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기분 어떨 거 같아?
근데 엄마
난 내가 좋아
내가 후진 인간은 아니더라고
[차분한 음악]
혜준이 잘되기를 바랐고
잘돼서 진심으로 기뻐해 줬어
혜준이랑 연결해서 열등감 안 가졌고
나도 될 거라는 희망 아직도 갖고 있어
엄마 아들 잘 키웠어
엄마 실패하지 않았어
[한숨]
(태경) 아까는 흐림이었는데
지금은 맑음 같은데?
(이영) 내가 자식을 아주 잘 키웠어
해효는 성품이 아주 훌륭해
잘 안되니까 합리화시키는 거야?
[생각하는 숨소리] [밝은 음악]
해효 매니지먼트 회사 계약 끝나면
내가 전면으로 나서야 되겠어
공부나 더 하라 그래
석사 학위라도 있어야 학교에 자리를 주잖아
[고민하는 숨소리]
영원해 엔터테인먼트
어때?
(이영) 내 이름이랑 애들 이름이랑 한 자씩 합친 거야
[웃으며] 해나는 회사 고문 변호사
(태경) 암튼
포기를 몰라, 어유
자식을 어떻게 포기해?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해효) 너 남의 방에서 뭐 하냐?
(해나) 내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아래층에는 내려가기 싫고
진우랑 지금 헤어졌어
[TV 전원 종료음] [해나가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오빠는 중립이야
중립이라는 건 엄마 편이라는 거야
(해나) 오빠가 엄마 영향 엄청 받고
그 영향 아래에 있는 거 알아
- 넌 아니야? - (해나) 아니야!
더 심해
[한숨]
(해나) 엄마랑 백화점 가고 싶어
내 일상을 되찾고 싶어
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오빠는 지지해 줄게
(해나) 그 소리 진우 오빠한테도 한 거 아니야?
(해효) 맞아
선택은 너희들 몫이고
응원하는 건 내 몫이야
[잔잔한 음악] [한숨]
[새가 지저귄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왔어?
- 안전벨트 매 - (해나) 아, 맞는다
(해나) 오빠 스튜디오 차리는 데 내가 도와줄 건 없어?
공부 열심히 해서 너 변호사 돼
[웃음]
그게 어떻게 오빠를 도와주는 거야?
그럼 서로 바쁘니까
못 만나도 덜 힘들잖아
우리 왜 못 만나?
이제 네 일상으로 돌아가
(진우) 우리 서로 사랑했잖아
그거면 된 거야
우리가 지금
부모님이나 주변 환경을 무시하면서 서로를 선택할 만큼
강하지 못하잖아
[떨리는 숨소리]
울지 말고
[해나가 훌쩍인다]
안 울어
[밝은 음악]
[팬들의 환호성]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팬1) 봐 주세요!
(팬2) 오빠!
[팬들이 저마다 외친다]
(민재) 수여식 끝나고 OVN '프로연예' 인터뷰 있어
(사회자) 네, 이제 곧 수여식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리포터)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대박 행진 중이십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시청자분들께서 사랑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혜준) 또 함께 일한 제작진분들과 배우분들 모두가 잘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리포터) 네, 마지막으로 우리 팬분들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현재를 즐겁게 지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미) 어, 언니!
(애숙) 어
[경미의 가쁜 숨소리] 오늘 반찬 해 오는 날이구나?
(경미) 어, 갈치찜 해 달라 그래서 양념 해 왔거든
[달그락거리며] 다슬기국거리하고
(애숙) 어, 해, 여기서
해효 엄마 어디 있어?
오늘까지만 하고 관두려고
왜, 싫증 났어?
(경미) 아니
진우가 못 하게 해, 계속 징징대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건데
애 빈정 상하면서까지 해야 되나 싶어
아휴, 혜준이만 그러는 거 아니구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이영) 네
어, 오셨어요?
(경미) 갈치찜 지금 올려놨어요, 다슬기국도
(이영) 음, 좀 있다 해야 저녁에 먹기 딱 좋은데
(경미) 그만두기로 한 거 잘했어
다른 사람 구해 보셔야 될 거 같아요
전 이제 못 하게 됐어요
(이영) 진우 얘기 들었나 보다
[달그락거리며] 알았어요,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경미) 잡지도 않네?
(경미) 네, 안녕히 계세요
(이영)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진우 어머니도 저 같은 입장이면 똑같이 하셨을 거예요
[흥미로운 음악]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경미) '섭섭'은 뭐고 '똑같이'는 뭐예요?
진우한테 얘기 들으신 거 아니세요?
(경미) 진우가 그만두라고 해서 자존심 상했구나?
근데 말을 이상하게 하네?
(경미) 얘기 들었어요
(이영) 아무렇지도 않네? 뭐지?
저야말로 해효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경미) 우리 진우가 내가 힘들까 봐
제 건강 생각해서 그만두라고 한 거니까
[웃으며] 자존심 상한 건 알겠는데
말은 우리 똑바로 해요 [경미의 웃음]
그럼 안녕히 계세요
[피곤한 신음을 내뱉으며] 아유, 참
허, 참 [문이 달칵 닫힌다]
뭐야?
[인덕션 조작음]
[다가오는 발걸음]
[태블릿 PC 조작음]
(애숙) 저, 갈치찜 다 돼서 제가 껐어요
(이영) 고마워
진우 엄마 갈 때까지 기다렸다 나왔어
저기
왜?
아니에요, 나중에 말할게요
해
그렇게 말하고 안 하면 더 궁금하잖아
저
아무래도 일 그만 다녀야 될 거 같아요
[태블릿 PC를 툭 내려놓으며] 하, 아, 왜 그래, 나한테?
시간 드릴게요, 사람 구해 보세요
(이영) 진우 엄마랑 나 골탕 먹이려고 짰어?
진우 엄마 관두는 건 아쉽지만 참을 수 있는데
혜준 엄마 관두는 건 못 참아
(애숙) 그래서 저도 웬만하면 다니려고 했는데
혜준이가…
[한숨] (이영) 혜준이 나오면 질 수밖에 없다
관두라고 해요, 고생한다고
(이영) 자기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이 준다고 해도 안 먹히는 거 알아, 근데
혜준이만 중요하고 난 자기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애숙) 뭐래?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네
저 오늘 빨리 일 끝내고 갈게요
(이영) 마음대로 해
관두는 것만 하지 마
[한숨] [밝은 음악]
(장만) 아니, 이게 누구야?
이제 일 끝났냐?
(장만) 아, 형은 신수 좋네
훤해, 내 말 듣기를 잘했지?
(영남) 아, 반백수야
아직 일 많지 않아, 아버지
(장만) 잘될 거야, 앞으로
혜준이한테처럼 초 치지 말아
(영남) 아, 안 그래
[장만의 웃음]
이거
(장만) 뭔데?
(영남) 아버지 광고한 건강 음료인데 주더라고
너 주려고 챙겨 놨지
잘 먹을게
우리 집 가서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해도
오늘 가족회의 있어서
(경준) 아빠
(영남) 어어
(경준) 아, 안녕하세요
(장만) 경준이 장가 안 가냐?
(경준) 요즘 미혼들한테 그런 거 물어보면 벌금 물어요
만 원부터 시작이에요
(장만) [놀라며] 안 물을게
- (경준) 물으셨잖아요, 주세요 - (장만) 엄마야
(장만) 형, 나 간다
[함께 웃는다]
- (장만) 잘 가 - (경준) 네, 들어가세요
- (장만) 들어가 - (영남) 어
- (장만) 고마워, 형 - (영남) 어, 가, 가
(경준) 아빠 멋있다
(영남) 그래? 원래 멋있었어, 아빠
[문이 덜컥 닫힌다] [스위치를 딸깍 끈다]
- (경준) 어, 씻었냐? - (혜준) 응
[경준의 헛기침]
(경준) 너 오늘 왜 가족회의 하자고 했어?
나한테만 먼저 말해 봐
(혜준) 왜?
(경준) 아니…
혹시 너 할아버지 차 사 주려 그러냐?
(혜준) 할아버지 차 사 달래?
(경준) 아니, 난 그냥
네가 아버지 지금 차 바꿔 주려고 가족회의 소집한 줄 알았지
(혜준) 그건 그냥 바꿔 주면 되지 왜 회의까지 소집해?
(경준) 아, 그래?
[경준의 헛기침]
(혜준) 형이 갖고 싶은 거 아니야?
(경준) 하, 새끼
[웃으며] 야, 내가 무슨 차야, 월급쟁이가
[헛기침]
난 SUV 좋더라
(혜준) 돈 벌어 타
- 돈 언제 벌어? - (혜준) 벌고 있잖아
혜준아
너한테는 금융 컨설턴트가 꼭 필요해
(경준) 돈은 굴리는 걸 잘해야 돼
너 이 집 산 거? 그거 좋은 투자 아니다
해효네 집 쪽 샀어야지 언제 재건축될 줄 알고?
해효네 쪽 집 사려면 대출받아야 됐어
원래 대출받아 사는 거야, 집은
[못마땅한 숨소리]
(혜준) 빚지는 거 싫어
아빠가 그러잖아
가만있어도 하루 지나면 이자는 움직인다고
[한숨]
나 공부하면 안 돼?
공부해, 그걸 왜 나한테 허락 맡아?
형이 알아서 해야지
아, 나 회사 다니기 싫어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네 자식으로 입양되고 싶어
[웃으며] 어유
(경준) [한숨 쉬며] 부러워서 그래, 올라가서 밥 먹자
[경준의 한숨]
[호로록 소리가 난다]
(민기) 오랜만에 식구들끼리 다 모여서 밥 먹고, 어?
이, 가족회의 자주 하면 좋겠다 [혜준의 옅은 웃음]
무슨 일이야?
(애숙) 그래, 궁금하다
뭐야, 갑자기?
군대 가려고
(민기) 영장 나왔어?
(혜준) 아니
(경준) 야, 그,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
왜 지금 가려고 해?
(혜준) 어차피 가야 되잖아
아, 얘 가라 그럴 때 안 가고 이제 안 가야 될 때 간다 그러네?
(애숙) 결과적으로 가라 그럴 때 안 가서 잘됐잖아
[경준의 다급한 신음]
(경준) 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지금 노 저을 때야
군대 갔다 오면 너 흐름 끊겨
무슨 흐름?
(경준) 응?
아이, 그래, 짜장면 먹다가
누가 와서 나갔다 들어와
그 짜장면 다시 먹고 싶어? 안 먹고 싶어?
불어 터져 안 먹고 싶지
(혜준) 아, 예를 들어도 어디서…
내가 짜장면이야?
(경준) 너 단기간 확 뜬 데다
팬덤도 아직 강력하지 않잖아
갔다 오면 너 훅 가서
그, 맨땅에 헤딩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지도 몰라
(애숙) 아, 저, 그런 거보다
네가 이렇게 이루기까지 많이 힘들었잖아
이제야 인정받아서 사람들한테 사랑도 많이 받고 즐거웠잖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즐기다 군대 갔으면 좋겠어
(영남) 군대 갔다 오면
이제 청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청춘이 꼭 20대만은 아니잖아
(민기) 그건 맞아
할아버지 70대인데 청춘이다
- 아, 할아버지 - (영남) 아버지
[민기의 웃음]
근데 너
(경준) 우리가 반대하면 안 갈 거야?
아니
(경준) 야, 네 마음대로 할 거면서 왜 우리한테 물어?
(혜준) 내가 언제 물었어? 간다고 했지
(애숙) 너 은근히 독재 스타일이야 [경준의 한숨]
당신 닮았어
아, 왜 가만히 있는 나한테 그래?
쟤 봐 봐
(애숙) 맨날 통보하잖아
자기가 결정 다 해 놓고
(민기) 그, 경준이 나 닮고
이, 혜준이는 영남이 닮은 거냐?
- 아니야! - (영남) 아니야
아빠는 왜 아니야, 내가 닮은 게 싫어?
너는 왜 아니야, 나 닮은 게 싫어?
내가 볼 때는 아빠가 오버야
(경준) 혜준이가 아빠 닮았다 그러면, 어?
얼씨구나 해야지 얘가 우리 집 권력 1순위인데
형, 너는 어디서…
(혜준) 내가 왜 권력 1순위야?
할아버지 계시는데
(경준) 야, 모든 권력은 돈에서 나오는 거야
[헛기침]
[영남의 힘주는 숨소리] 어디 가?
(영남) 다 끝났잖아
아빠
아빠는 내가 아빠 닮았다 그러면 좋았겠지?
날 닮아 뭐 하냐?
엄마 닮아야 좋지
[아련한 음악]
[애숙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니…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애숙) 당신 때문에 분위기 엉망 됐잖아
진심도 아니면서 말은 좋다
날 닮으라고?
진짜야
혜준이가 날 닮았냐?
아버지하고 자기 닮았지
당신 닮은 데 많아
됐어
쟤는
날 닮지 않아서 잘된 거야
[한숨]
(영남) 앞으로도 아버지처럼 해맑게 사는 게 좋아
[혜준이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쟁반을 탁 내려놓는다]
너 아빠 미워하는 거 아니지?
내가 왜 아빠를 미워해?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우리한테 했어
'우리'?
아니, 나
(경준) 야, 나도 편애받는 거 부담스러웠어
어떨 때는 네가 부럽더라
자유로웠잖아
[경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혜준) 결과적으로 보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근데 아빠랑 거리감 있는 건 있어
친밀감이라는 게 쌓이는 거잖아
하루아침에 친하자 해서 생기는 거 아니잖아
[혜준이 부스럭거린다]
[혜준과 경준이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한숨]
(영상 속 배우) 그래, 바람이라 치자
어차피 어머니가 정해 준 여자랑…
[영상 속 배우가 말한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혜준)
[태블릿 PC 조작음]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어유, 깜짝아
(민재) 어유, 어유, 야
너, 너, 너 왜, 왜 이 시간에 왔어?
(치영) 놓고 간 거 있어서
아, 내일 올 때 들고 들어가면 되지
상한단 말이에요
치영아
(민재) 너
다시 배우 할 생각 진짜 없어?
없어요
먹는 거 포기하는 것도 싫고
대사 외우기도 싫어
내일 혜준이네 집 일찍 가
형이 오지 말래
(치영) 자기 차 타고 온대요
형 아직 재계약 안 했죠?
형이 자기 혼자 움직일 때 많아요
대표님, 긴장하세요
- (치영) 갈게요 - 어
뭐,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되지, 뭐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멋쩍은 숨소리]
"안정하스튜디오"
[잠금장치를 철커덕 연다]
[정하가 열쇠를 잘그락 넣는다]
(진아) 저…
제가 너무 일찍 왔나요?
아, 진서우 씨 소개로 예약한 이진아예요
아, 아니에요 제가 더 일찍 나왔어야 했어요
진서우 씨면…
그, '최초의 인간'에 출연했었잖아요
아, 네
들어가시죠
(진아) 네
(정하) 마음에 드세요?
(진아) [웃으며] 네
(정하) 어…
근데
진서우 씨가 절 어떻게 알고 추천해 주셨대요?
아, 사혜준 씨가 부탁했다고 하던데요?
(진아) 안정하 씨랑 사귄 거 아니에요?
여자 친구라 그랬던 거 같은데?
[웃으며] 아니에요
네가 계약 안 한다고 해도 너에 대한 응원은 계속할 거야
군대 갈래
[의아한 신음]
더 미룰 수도 있어
내년에 가도 돼
(민재) 너 광고 재계약 앞둔 것만 일곱 개야
마크 제임스 감독 시나리오 보내 준다고 했어
내년에 할리우드 진출할 수도 있어
정리해 줘
내가 널 어떻게 말리겠니?
아, 근데 왜 지금이야?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니까
사혜준이라는 이름 얻었어
2년 공백
두렵지 않아
[한숨]
군대 다녀와서 다시 얘기하자
(혜준) 누나
생각해 봤는데
짜장보다는 짬뽕이야
뭐?
[밝은 음악]
계약 기간은 군대 포함해서 3년
어때?
[옅은 웃음]
4년, 3 대 7
- 비용 회사 부담 - (민재) 콜
(장 매니저) 이사님, 왜 전화 안 받으세요?
엘리베이터 안이라서 안 터졌나 봐, 왜?
김수만 기자한테 연락 왔는데
아, 뭐라는데?
도하 아버님 빚투 확인한다면서 [긴장되는 음악]
(장 매니저) 제보가 많대요
잠깐 기다리라고, 기사 쓰지 말라고 해
[휴대전화 진동음] 예, 알겠습니다
[한숨]
어, 도하야
형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기사 봤어?
벌써 기사 났어?
김수만 얘 진짜, 이씨
(태수) 자신이 쓴 기사가 엄청 마음에 드시나 봐요?
오랜만이에요, 이사님
(태수) 김 기자님 소식은 항상 기사로 봐서
맨날 보는 사람 같아요
(수만) 제 기사가 사람들 주목을 끌긴 끌죠
도하
나랑 상관없어요
(태수) 나는 도하 망하면 다른 연예인으로 갈아타면 되는데
근데 타깃을 잘못 정했어요
박도하한테 피해 주고 싶지는 않아요
(수만) 이사님은 남한테 피해 주는 거 마음 안 아파하잖아요
(태수) 김 기자님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나 같은 사람 되고 싶어?
[한숨]
(해효) 할 말 있어, 별마당으로 와
책 보고 있을게
[슬픈 음악]
우리 나가자
책 좀 더 보고
미안, 나 먼저 갈게
(해효) 무슨 일 있어?
(정하) 아니
(해효) 근데 왜 갑자기 집에 가겠대?
(정하) 미안해
근데 할 말 있다 그러지 않았어? 뭔데?
(해효) 별거 아니야
(정하) 뭔데?
군대 간다고
전에 말했잖아
(해효) 내일 가
아, 말했지, 전에?
(정하) [웃으며] 하, 참
버스 왔다, 미안
[버스가 끼익 멈춘다]
[버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캔을 쉭 딴다]
[정하가 캔을 탁 내려놓는다]
[TV 전원음]
(TV 속 혜준) 무엇보다 시청자분들께서 사랑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또 함께 일한 제작진분들과 배우분들 모두가 잘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TV 속 리포터) 네, 마지막으로 우리 팬분들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현재를 즐겁게 지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TV 속 리포터) 지금까지 사혜준 씨와 함께했던 '프로연예'였습니다
[TV 전원 종료음]
(정하) 오, 편하다
[한숨]
[해효가 물건을 탁 내려놓는다]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영) 무슨 촬영인데 포항까지 내려가?
내일 올라와서 말해 줄게
알았어
엄마
어?
[TV 전원 종료음]
[이영의 웃음] [잔잔한 음악]
알았어
엄마, 네 좋은 성품에 가치를 두기로 했어
사랑해
[피식 웃으며] 나도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해효) 나 해병대 간다
훈련소 앞 이발소 왔어
(진우)
(해효)
(진우) 너 진짜야?
(진우)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
촬영 중인가?
[의아해하는 숨소리]
(이영) 아, 암튼 깔끔해
정리하고 나갔네?
(이영) '투 엄마'?
[탁 집는다]
나한테 쓴 거네?
[아련한 음악] (해효) 엄마
내 힘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오만을 깨 주신 엄마
이제는 부모님의 배경도
내가 가진 힘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버스 문이 스르륵 닫힌다]
군대 가는 건 저 혼자만의 결정입니다
해병대 지원했어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해효)
[편지를 만지작거린다] [당황한 숨소리]
[이영의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진우) 하이
(혜준) 하이
(진우) 뭐 하냐?
(혜준) 나 군대 가기 전에 너 옷 줄 거 정리하고 있었어
(진우) 오, 이건 명품이네?
(혜준) 너 스튜디오 오픈하는 날 입으라고
(진우) 고맙다, 친구야
이것만 있는 줄 아냐?
왜? 뭐가 또 있어?
(혜준) 스튜디오에 필요한 거 사
(진우) 아, 혜준아!
[웃으며] 역시 네가 센스가 있어
아이, 선물은 현금이 최고지
아줌마, 아저씨 오셨냐?
(진우) 군대를 그렇게 안 가고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경준) 그래, 너처럼 군대 빨리 갔다 왔으면 얼마나 좋아?
(진우) 그렇지, 뭐
쟤는 진짜 가라 할 때는 그렇게 안 가고 [진리의 웃음]
이제 와서 간다는 건 무슨…
[경준이 말한다]
(경준) 아, 스물하나, 딱 들어가야 하는데…
(진리) 아, 오빠 [물을 조르르 따른다]
빛이 나, 주위가 다
[진리의 탄성] [피식 웃는다]
우리 엄마가 왔어야 했는데
(장만) 너희 엄마 왔으면 이 정도에서 안 끝나지
사진 찍자고 난리 났다
[장만과 진리의 웃음]
아버지, 한 말씀 하시죠
한 말씀 할 게 뭐가 있어?
나야 이렇게 다 모이면 좋지
(경준) 할아버지의 위상이 1년 사이에 많이 올라가셨네요
넌 그런 말을 지금 꼭 하고 싶니?
(민기) 괜찮아
아, 맞는 말인데, 뭐
(진우) 아, 아저씨
어깨는 괜찮으세요?
내 어깨?
[물을 조르르 따른다]
(영남) 내 어깨야, 뭐
항상 튼튼하지, 응
[우두둑거린다]
[영남의 아파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애숙) 튼튼하지 않은 거 다 알아
재수술 전까지 간 것도 알아
나도 알아
나도 알아
(진리) 아저씨, 우리 다 알아요
(영남) 야, 너는 말하지 말라니까
(경준) 왜 나만 모르는 거야? 온 동네 다 아는데
[애숙이 피식 웃는다] (민기) 자, 이제 먹자
[진리의 신난 탄성] [민기의 헛기침]
(진리) 아, 오빠, 한마디 해
오빠 군대 가면 이렇게 모이는 것도 몇 년 있어야 되잖아
(진우) 야, 휴가 있어
넌 오빠 군대 보내 봤으면서 왜 모르는 척해?
(진리) 혜준 오빠 목소리 들으려 그랬지
(경준) 요즘 군대는 휴대폰도 할 수 있어
나 때 비하면 천국이야
(진우) 아이, 천국이죠
우리는 외부랑 아주 단절된 군 복무를 했잖아
(경준) 그렇지
야, 군대 얘기 하면 우리도 빠질 수 없다
맞아, 형
(장만) 우리 때는 30개월이었어 너희들은 18개월이잖아
(진우) 아빠, 아빠, 난 21개월이었어
[사람들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차분한 음악]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도하) 나도 군대 갈까 봐
[한숨 쉬며] 아니면
형하고 헤어질까 봐
김수만 기자 형하고 친했잖아
근데 형을 공격하잖아
너를 공격하는 거야, 내가 아니라
너를 질투하고 시기해서
기자가 날 왜 질투해?
부러우니까
[한숨]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
(도하) 난 꽁으로 된 줄 알아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생물학적 부모라는 걸로 엮어서 날 보내 버리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다 네가 잘생겨서 그래
(태수) 노력해서 얻은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얼굴은 노력으로 잘생겨진 게 아니잖아
암만 노력해 봐
얻을 수 없는 건 얻을 수 없어
그건…
맞아
성형해도 나 같은 외모는 나올 수 없어
그럼
그럼 군대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거야
(태수) 혜준이 군대 가면 네 세상이야
혜준이 군대 갔다 오잖아?
풋풋한 느낌 다 사라져
너는 어차피 풋풋한 느낌 다 사라질 때 군대 갈 거니까 괜찮아
[잔잔한 음악]
(청소부) 미안한데
사인해 줄 수 있어요?
(혜준) 아…
[멋쩍게 웃으며] 뭐가 미안하세요?
(청소부) 혼자 있는 시간 방해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리 손주가 엄청 좋아해요
그 녀석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미안해요
(혜준) 손자분 이름이 뭐예요?
(청소부) 김힘찬요
[청소부의 웃음]
고맙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헛기침]
안녕하세요, 사혜준입니다
(혜준) 여긴 제 방이에요
어릴 때 갖고 싶은 1순위가 제 방이었어요
[차분한 음악]
그 꿈을 얼마 전에 이뤘습니다
[옅은 웃음]
방이 생기니까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 가장 감사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옅은 웃음]
여러분입니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사회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순기능에 감사하게 됐습니다
육군에 입대해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몸 건강히, 또 묵묵히 잘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옅은 웃음]
[밝은 음악]
고객님 명단 다시 정리 좀 해 놔
어, 지금 방송국 들어갔다가 5시까지 숍으로 갈게
오늘 촬영한 건 언제 방송해?
(정하) 2주 후에
[전화벨이 울린다]
(정하) 수빈아, 지금 PD님 전화 들어온다
어
[터치 패드 조작음]
네, 안정하입니다
야외 촬영요?
가능하죠
(민재) 야, 우리가 먼저 가 있어야 돼
(혜준) 걱정 마, 30분 일찍 왔어
[민재의 안도하는 숨소리]
그렇게 좋아?
(민재) 어! 너무 신나
'미안해 사랑해' 작가님 작품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된다
(혜준) 수다 너무 떨지 마
할아버지 시상식 가야 돼
미리 말씀드려 놨어 한 시간 뒤에 일어나야 된다고
일 잘하네?
(혜준) 마음에 들어
하, 자, 들어가시죠
[긴장한 숨소리]
(강사)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리스타트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은 공로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경준) 할아버지, 떨려요? [강사가 진행한다]
괜찮아
(애숙) 물 드릴까요?
(민기) 아니야, 화장실 가면 안 돼
(혜준) 저 왔어요
(강사) 특히 이, 광고주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늘 공로상의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사민기 선생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사의 옅은 웃음]
(강사) 저희 리스타트 아카데미의 최고령 스타이십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기) 저는 인생을
허투루 살았습니다
근데 운이 좋아서
우리 아들을 낳았습니다
저 때문에 제 아들이 엄청 고생했습니다
영남아
아빠가
그, 복권 당첨되면 주려고 했는데
당첨이 안 된다
[사람들의 웃음]
[잔잔한 음악]
[민기의 웃음]
(민기) 이제는
허투루 살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하루하루
누구보다 내 아들 영남이에게
살아온 만큼 저도 갚으려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갚겠습니다
이 상을
내 아들 영남이에게
바칩니다
[영남이 흐느낀다]
(애숙) 그만 울어
[훌쩍인다]
뭐 얼마나 울었다고
시상식장에서부터 계속 이러잖아
엄청 불효자 같잖아
[어깨에 손을 탁 올리며] 요즘 당신 아버님한테 잘하잖아
[훌쩍인다]
혜준이는 뭐 해?
혜준이는 왜 찾아?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영남) 할 얘기 있어
뭔데?
미안해
너무 후회돼
너 힘들 때
아빠가 힘이 돼 주고 응원해 주지 못해서
[영남의 한숨]
다 지난 일이야
아빠가
[한숨 쉬며] 열등감이 있어서 그랬어
(영남) 제일 후회되는 건
너한테 손댄 거야
네가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뒷받침해 주고 싶은데
해 줄 능력이 안 되니까
나한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잔잔한 음악]
네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잘났고
대단하니까
지레 겁먹었어
[떨리는 숨소리]
나도 미안해
네가 나한테 뭐가 미안해?
(영남) 잘한 거밖에 없어, 넌
고등학교 졸업 이후 네 용돈
네가 벌어 썼잖아
[떨리는 숨소리]
아빠 미워한 적 많아
괜찮아
아빠 미워해도 돼
(영남) 아빠가 잘못했는데, 뭐
미안해하지 마
[울먹이며] 아빠가
날 위해 그랬다는 거 알아
그거 알면 됐어
(영남) 아빠 그건 진짜야
말이 서툴러서 그렇지
[코를 훌쩍인다]
[코를 훌쩍인다]
이렇게 말해 주니까 다 풀려
(혜준) 이제라도 아빠가 인정해 주니까 마음이 편해져
나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었어
[코를 훌쩍인다]
[숨을 씁 들이켠다]
이럴 때는 한번 안아야 되나?
- (혜준) 안는 건 아닌 거 같아 - (영남) 그래, 그건 아니다
[코를 훌쩍인다]
[웃음]
[울음 섞인 웃음]
[코를 훌쩍인다] (혜준) 20대에는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과도기적인 시기다
(이영) 어디 가?
(해효) 애들하고 잠깐 보기로 했어
하, 너희들은 참 여전하다
부럽지?
[함께 웃는다]
(이영) 가
갈게
(혜준) 이제 30대의 시작이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나이가 찾아왔다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피식 웃는다] (혜준) 거기 너 지정석이냐?
(진우) 아닙니다, 앉으시죠
왜 그래?
그냥 잘해 주는 거야
(혜준) 그냥 왜 잘해 주는데?
(진우) 너
우리 스튜디오에서 개인 촬영 하면 안 돼?
돼
[밝은 음악] - 진짜? - (혜준) 응
뭐가 이렇게 쉬워?
사진 촬영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해효) 그러게, 뭐가 어려워서 말을 못 하냐?
나도 해 줄게
(진우) 아니, 미친놈들아
야, 너희 몸값이 얼마인데 뭐, 다 해 준다 그래?
- (해효) 얘 어떻게 된 거 아니냐? - (혜준) 그러게
우리가 너한테 내야 돼
아, 그렇구나
(해효) 넌 머리 많이 자랐다?
(혜준) 야, 넌 나랑 제대한 지 얼마나 차이 난다고
자기가 꼭 위라는 거 확인하고 싶어 한다니까?
확인하고 싶어
(해효) 너희들 내 몸 보여 줄까?
- (진우) 아, 싫어, 싫어, 싫어 - (혜준) 아, 진짜
(진우) 뭐 하는 거야?
(해효) 아, 나 요즘 액션스쿨 다니면서 엄청 좋아졌단 말이야, 보여 줄게
(진우) 아,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 (진우) 뭐 하는 거야? - (혜준) 아이, 나도 봤어
(해효) 야, 너도 같이하자
(혜준) 난 멜로 찍어서 근육 너무 많으면 안 돼
- (해효) 야, 멜로는 몸이야 - (혜준) 멜로는 눈빛이야
- (해효) 무슨, 야, 보여 줄게 - (해효) 뭘 보여 줘?
(해효) 하나!
(진우) 아이, 좋다
- (해효) 둘! - (진우) 둘!
- (진우) 이게 다 한 거야? - (혜준) 끝이야? 다 한 거야?
- (해효) 402개인데 - (혜준) 보여 준다며
- (진우) 어, 400을 거기에 왜 더해? - (혜준) 뭐냐?
[밝은 음악] [촬영장이 분주하다]
"사혜준"
[스태프가 헤어스프레이를 칙 뿌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수빈) 우리 말고 딴 촬영도 있나 봐
(정하) 이 PD님 오시기 전에 먼저 가서 좀 둘러보자
(수빈) 어
[함께 피식 웃는다]
(수빈) 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새가 지저귄다]
(혜준) 응?
너 이 신발
(정하) [웃으며] 아, 이 신발 너무 편해
너 촌스럽게
헤어졌다고 선물받은 신발 신지 말라는 건 아니지?
아니지
(정하) 내가 미련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혹은 내가 못 잊어서 이 신발을 신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혜준) 너 짧은 시간에 생각도 많이 하고 말도 많이 한다
그래서 싫어?
싫지는 않아
[피식 웃는다]
(정하) 군대 갔다 언제 온 거야?
(혜준) 넌 나 제대한 줄도 몰랐냐?
방송에 엄청 나왔을 텐데
(정하) 요즘 내가 연예 프로를 못 보거든
먹고사는 게 바빠서
- (혜준) 말은 잘한다 - 말도 잘하지
[혜준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혜준) 넌 아직도 한 마디를 안 진다
(정하) 한 마디를 지면 열 마디를 져서 한 마디를 안 져
(혜준) [웃으며] 지금도 지고 살지는 않겠구나?
(정하) 맨날 지고 살아
(혜준) 아,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정하) 똑같지, 뭐
(혜준) 숍은 어때?
(정하) 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어
[혜준이 말한다]
올래? [정하의 웃음]
(혜준) 거절한다
[혜준과 정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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