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달빛 아래서 2
[음산한 음악]
[긴장되는 피아노 음악]
(강우) 엄마
나, 엄마랑 월하 중에 선택하고 싶지 않아
두 사람 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강우) 곧 평생 함께할 사이가 될 만큼
(강우) 우리, 함께하자
영원히
[발라드 음악]
(수진) 평생 한 번뿐인 프러포즈니까
(수진) 다들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
(부원들) 네!
[쾅]
월하가...
죽었어
(강우) 월하야, 월하야...
- (강우) 월하야 - 쟤 송월하 아니야?
(수진) 나도 월하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어
(수진) 하지만 월하가 아니야
(선길) 동아리 창설기념 스케치 여행인데 이 정도 유니크함은 되어야지
(가람) 부잣집 같긴 한데, 으스스해요
(선미)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나 월하를 본 것 같아
[헉!]
(수진) [흐느낌]
나 월하를 본 것 같아
월하를 봤다고?
그리고 저기...
(성균) 들어가자
그러니까... 다들 월하를 봤다는 거야?
[문 열리는 소리]
[긴장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오늘이 하필 개기월식의 밤인 거 알았어?
(선미) 너무 소름 끼쳐!
(가람) 뭐예요, 그럼?
월식 시작됐는데
(가람) 전기까지 나가면...
나 집에 갈래요!
야, 우리 기차 타고 온 거 잊었어?
(수진) 지금 터미널까지 나갈 차도 없는데
너희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 속을 혼자 걸어 나갈래?
진짜 그 소문이 사실인가 봐
(가람) 월하 언니가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는 거
우리한테 뭔가 계속 신호를 보내오는 거 같아
(선길) [비명]
- (선길) 입 안 닥쳐? - (선미) 오빠 갑자기 왜 그래!
미쳤어?
(선미) [두려운 호흡]
주혜가 아까부터 안 보여
강우도 같이 없어졌어
[비명]
[벽 무너지는 소리]
누군가를 찾고 있어
[물건 뒤지는 소리]
(강우) 주혜야!
진주혜! 어디 있는 거야!
(월하) 왜...
(월하) 날 두려워해?
(강우) [비명]
(월하) 그날 밤 일 때문에?
(월하) 그날 밤 일 때문에?
[비명]
(성균) 강우랑 주혜는 내가 찾아볼게
(수진) 나 아까 정원에서
낯선 남자를 봤어
[비명]
대체 누가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야!
진짜로 월하 혼령이라도 나타나서
지금 이 집에 우리를 가둬 놓고
가지고 놀고 있다는 거야, 뭐야
[거친 숨]
가만 안 둘 거야
(강우 모) 난, 내 방에 널 초대한 적이 없는데?
[두려운 숨소리]
너희들 예의가 참 없구나
조용히들 놀다 가야지
응?
악!
[거친 숨]
[비명]
(성균) 야, 이강우
왜 이래! 정신 차려!
엄마
엄마가 위험해
(성균) 강우야, 강우야!
(성균) 이강우, 이강우!
(강우) [흐느낌]
(성균) 이강우, 정신 차려!
- (성균) 왜 이러는 거야 - (수진) 주혜는?
(수진) 못 찾았어?
선길이가 칼을 들고 혼자 사라졌어
[긴박한 음악]
- [비명] - [창문 깨지는 소리]
(강우) 주혜야!
(강우) 주혜야, 주혜야!
[비명]
(강우) 어떡해
주혜야!
[비명]
도련님, 위험하니 그만 들어가시죠
어머님이 큰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가람) 언니
난 더 이상 여기 못 있겠어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조금 있으면 달이 완전히 없어져
지금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위험해
이 집에 온 순간부터 모든 게 다 이상해
(가람) 선길 오빠는 미쳐 날뛰고
강우 오빠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했어
언니, 우리 그냥 빨리 가자
어딜 가겠다는 거야
이거 놔요!
모두가 미쳤어
넌 믿어도 되는 거니?
아니
아무도 믿지 마
최대한 인가까지 나가서 신고하고 돌아올게
근데
넌 믿을게
(강우) 함께하자
(강우) 영원히
[피아노 음악]
그럼 어머니께 정식으로 허락받는 거야?
(강우) 아니
도망치자, 어디든지 괜찮아
내가 모든 걸 다 준비할게
(월하) 싫어, 그런 거
우리 엄마가 나만 보고 살았는데
(월하) 내가 사라져 버리면, 우리 엄마 마음이 어떻게 될 것 같아?
강우 너희 엄마도
너 하나 바라보고 지금까지 버티셨는데
(월하) 너 사라져 버리면 그전에 강우 너
너한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자 우주잖아
그런 네가 엄마를 지워 버리고 나랑 도망치겠다고?
나는 그렇게 못 해
(월하) 어머니께 정식으로 허락을 받든지
- 아니면... - (강우) 아니면?
우리 엄마는 한 번 결정한 건 절대로 바꾸지 않아
헤어져
우리
[하]
헤어지자고?
난
절대로 너만큼은 잃어버릴 수 없어
[음산한 음악]
어떤 프러포즈를 준비했길래
이렇게 별장까지 왔어?
내가 처음 그림 시작했을 때부터
꼬마였던 이강우가 쓰던 전용 화실이었어
추억의 장소네
내가 이강우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인다면
곧 다른 추억이 생기게 될 장소지만
이때야
깜짝 프러포즈지
자, 이제 갈까?
그래
강우야, 나 준비됐어
[억...]
[긴장감 있는 음악]
[악...]
강우야... 우리
행복했지?
(월하) 그거 내 물통인데
[피아노 음악]
[심장 고동 소리]
나 시키는 대로 했다
약속한 돈, 꼭 보내
[비명]
월하야!
[울음소리]
♪엄마 엄마...♪
월하야
♪나 죽으면...♪
어디 있어?
♪앞산에다 묻지 마...♪
월하야
♪뒷산에는 묻지 말고♪
월하야?
♪엄마 품에 안겨 줘♪
[긴박한 음악]
월하야
[비명]
(강우) 월하야...
(선길) [거친 숨]
[비명]
죽어! 죽어, 제발...
(선길) 죽어!
(선길) 죽어!
[우두둑]
[아!]
월하야
미안해
- (강우 모) 강우야, 강우야 - (강우) [울음]
(강우 모) 강우야, 강우야
(강우 모) 울지마, 응?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
너에게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줄 거야
[울음]
강우야, 울지 마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
[석고상 진동 소리]
이 싸구려 장난감은
그만 버리렴
엄마가 빨리 치워 줄게 다 치워 줄 거야!
사라져! 없어져!
없어지란 말이야!
(강우 모) [고함] [석고상 진동 소리]
[석고상 진동 소리]
엄마
(강우 모) [아아!]
엄마 일어나세요, 엄마
(강우) 정신 좀 차려 봐
엄마, 엄마!
마지막 가는 길은
네 손으로 묻어라
[긴박한 음악]
월하야
월하야, 월하야 살아 있었어, 월하야
미안해 미안해, 월하야
강우야
이제 묻어야지
안 돼, 엄마 안 돼
그럼 엄마가 도와줄게
이리 내
싫어요
싫어요, 싫어요
이리 내, 착하지?
싫어요 내가 제일 아끼는 거예요
제일? 엄마보다 더?
- (강우 모) 이리 내 - (어린 강우) 싫어요
- (어린 강우) 싫어요 - 이리 내라니까!
- (어린 강우) 됐어요 - (강우 모) 엄마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
놔!
(강우 모) 이리 내 엄마가 도와줄게
싫어요
(강우) 내가 제일 아끼는 거란 말이야 안 돼요, 미안해요
안 돼요, 안 돼요
그 더러운 건 이제 치워 버려야지
어서 이리 내!
[고함]
이제 엄마가 못 뺏어 가요
그래
그만 들어가자
♪엄마 엄마...♪
월하야, 월하야...
♪앞산에다 묻지 말고♪
♪뒷산에다 묻지 말고♪
♪엄마 품에 안겨줘♪
(월하) [웃음] 강우야
(월하) 강우야, 사랑해
(월하) 강우야, 사랑해
[울음]
[울음]
(월하) [웃음] 강우야
우리... 행복했지?
시끄러워!
(강우) [비명]
[울음]
(성균 부) 성균아
[슬픈 음악]
[흐느낌]
[울음]
(성균) 모든 게 끝났어
(월하) [악]
(성균 부) 자, 빨리
(월하) [가쁜 숨]
월하야
(월하 모) 왜 이래?
얘가 왜 이래? 월하야!
- 엄마, 나 좀 살려줘 - (월하 모) 월하야, 월하야!
(월하 모) 월하야
[문자 입력하는 소리]
[긴장감 있는 음악]
- 엄마 - (월하 모) 응
뭐 필요해?
나
장례식 좀 치러줘
(주혜) 안녕하세요 이번에 서양화과에 새로 편입한
(주혜) 진주혜라고 합니다
어?
혹시 이거 저 그리신 거예요?
안녕하세요
(주혜) 지난번에 잠깐 동아리에서 봤었는데
서양화과 과대시죠?
초면에 이거 모델료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아, 강우야
왜, 별장 하나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어렸을 때 살았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안 살아서 비어있다는
[흐느낌]
[비명]
(강우) 주혜야
(강우) 주혜야, 주혜야
[비명]
(강우) 어떡해
(강우) 주혜야!
(가람) 언니, 우리 그냥 빨리 가자
(성균 속마음) 강우뿐만 아니라 모두가
(성균 속마음) 두려움에 미쳐 날뛰고 있어
(성균 속마음) 네가 원했던 복수가 이거야?
(성균 속마음) 이럴수록 네가 더 힘들어져
(월하 속마음) 아니
(월하 속마음)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월하 속마음) 강우 손에 처참하게 파묻혔던 날
(월하 속마음) 난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모든 게 끝났어
이제 가자
[웃음]
다들 재미있었어?
- 이제 끝났니? - 그래
네가 끝까지 월하를 죽이려고 했던 게 증명됐고
그 모든 죄악의 대가는
(성균) 너라는 괴물을 추종한 장본인들이
모두 치렀으니까
아니, 아니야
내 생각에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한 명이 더 죽어야 끝날 것 같은데
[으악!]
안 돼!
[아악...]
[으윽...]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피아노 음악]
(어린 성균) 아빠, 그 집 안 가면 안 돼?
(어린 성균)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 자꾸
아무도 안 사는 그 집 드나든다고
아빠가 귀신에 홀렸다고 한단 말이야
사람들이 아빠가 귀신에 홀렸대?
(집사) 그럼 그런가 보네
아빠 올 때까지 여기 잡초들 뽑고 가지 좀 치고 있어
♪엄마 엄마 나 죽으면♪
♪앞산에다 묻지 마 음음음♪
♪비가 오면 덮어 주고♪
♪눈이 오면 쓸어 줘♪
[음산한 음악]
우리 집에 새로 들어온 정원사가
너의 아빠니?
- (어린 성균) 그런데? - (어린 강우) 아, 그렇구나
그 새끼가 너의 아버지구나?
뭐? 너 뒤지고 싶냐?
[병아리 울음소리]
(어린 성균) 너 지금 살아있는 병아리를
왜 죽이냐?
죽이는 거 아닌데?
내가 엄마보다 좋아하는 건 우리 엄마가 다 뺏어가
그래서 엄마가 가져가기 전에 여기다 감추는 거야
아주 깊이 땅속에 묻으면
엄마한테 안 뺏긴다
[비명]
♪엄마 엄마 나 죽으면♪
♪앞산에다 묻지 마♪
♪음음음♪
♪엄마 품에 안겨 줘♪
그거 클라멘타인 노래 아니야?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강우 넌 왜 그렇게 가사를 슬프게 불러?
그냥
(성균) 한 소년 안에 숨겨진 상실감을 마주한 이후
(성균) 그 비밀스러운 저택에서
(성균)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 많은 일들
(성균) 강우가
(성균) 작은 강아지 때문에 학교에 가지도 않고 떼쓰던 날은
(성균) 어린 강아지의 똥 냄새와
(성균)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르는 상자도 있었고
(성균) 한창 어항 속의 물고기에 집착했을 때는
(성균) 지독한 생선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상자도 있었으며
(성균) 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졌던
(성균) 소년의 아버지가 사라지던 날에는
(성균) 성인 남자 하나가 족히 들어갈 법한
(성균) 커다란 가방 하나가
(성균) 정원에 묻혔다
(성균) 그 외에도 로봇 장난감, 테니스공
(성균) 아이가 좋아하던 운동화까지
(성균) 그 집 정원에 묻었던 것은 수없이 많았다
(성균) 아버지가 아름다운 여주인의 방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강우야
(성균) 손에 들고나와 정원에 묻었던
(성균) 그 많은 비밀들
(성균) 결국 아버지가 정원에 묻었던 것은
(성균) 아름답게 포장된
(성균) 끔찍한 상실감이었다
(성균) 아름다운 여주인의
(성균) 충직한 종으로 영원히 남길 원했던 아버지가
(성균) 마음을 바꾼 것은
(성균) 월하가 사랑했던 강우의 손에 의해
(성균) 처참하게 흙 속에 파묻혀 갈 때
(성균) 평생 여주인의 비밀을 묻어 주던 아버지의 사랑이
(성균) 잘못된 것이었음을
(성균)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균) 나의 아버지는 정원사였다
(성균) 이상하게도
(성균) 아버지가 그 집의 정원을 손질하러 갈수록
(성균) 무덤가에 자주 핀다는 들꽃들이
(성균) 더욱 흐드러지게
(성균) 피어올랐다
[‘검은 달빛 아래서 파트 1’ 재생 중]
[음산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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