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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16

 

 (대비 임씨)  어서 오세요도원

 

 (이림)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나야 늘 그날이 그날이지요

 

 이리 가까이 앉으세요

 

 (대비 임씨)  도원에게 이리 급한  성정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가례청이 열린다는 소식에  이 늙은이를 재촉하러 오신 겝니까?

 

 아닙니다

 

 마마께 드릴 청이 있어 왔습니다

 

 간택령을 거두시고

 

 저의 혼사를 멈추어 주십시오

 

 도원...

 

 이미 마음에 품은 여인이 있습니다

 

 [애절한 음악]

 

 너무나도 깊이 연모하여

 

 그 여인이 아닌 다른 누구도

 

 원하지를 않습니다

 

 [옅은 한숨]

 

 (대비 임씨)  그 여인이 누군지 묻지 않겠습니다

 

 스쳐 가는 이름을  이 할미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 마마...  - (대비 임씨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대비 임씨)  도원은 사내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대군이고

 

 대군의 혼사는 사사로운 정이 아니라

 

 국사로 이루어집니다

 

 어찌 이리 당연한 것을  가르치게 만드십니까?

 

 얼마나 애타는 심정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나 한낱 젊은 날에 품은 연정으로

 

 인륜지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습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남겨 두시고

 

 의연해지세요

 

 그게 도원을 위하고

 

 또 그 여인을 위하는 길입니다

 

 (해령)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넌 왜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그렇게 태연하고 무심해?

 

 (이림)  지금 이 상황이  너한테는 아무 일도 아닌 거야?

 

 (해령)  참고 있는 겁니다

 

 마마께 화를 내게 될까 봐요

 

 그럼 차라리 그렇게 해

 

 (이림)  '감축드린다'  '이만 가 보겠다이딴 소리가 아니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 건지

 

 나한테 좀 보여 달라고

 

 [옅은 한숨]

 

 (해령)  제 생각요?

 

 그럼 마마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셨습니까?

 

 대비마마께서  그 청을 받아 주셨으면요?

 

 그다음은 제 이름을 밝히고

 

 저 여인을 내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조를 작정이셨습니까?

 

 제 마음이나 의지는 상관없이

 

 혼례까지 끌고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셨냐고요

 

 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규문 안의 부부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요

 

 제가 그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요

 

 원하지 않아도

 

 난 상관없어

 

 그렇게라도 곁에 있어

 

 - (해령마마...  -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가 널 잃게 되잖아

 

 [애잔한 음악]

 

 (이림)  솔직히 말해

 

 너도 내가 다른 여인과  혼인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고

 

 - (이림구해령!  - 어명입니다

 

 따르십시오

 

 (삼보)  마마대체 어딜...

 

 "녹서당"

 

 [풀벌레 울음]

 

 [한숨]

 

 [힘겨운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시행)  아니이 서리가  어떻게 대군마마일 수가 있냐고

 

 이 격차가 너무 크잖아격차가

 

 아니서리는?

 

 품계도 없는 말단 중의 말단이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대군마마는 품계를 매길 수조차 없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극히 존귀한 주상 전하의 적통이고

 

 이게 지금?

 

 (홍익)  그럼 양 봉교님은  이 나라 대군마마한테

 

 머슴 대접하시고 혼내고  부려 먹으신 거네요?

 

 7품 주제에?

 

 (치국)  그냥 혼낸 게 아니라  미친놈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정확히 기억합니다

 

 [시행의 말투로]  '너 미친놈이니?'

 

 너 입 안 다무냐?

 

 (시행)  너희도 다 공범이야이것들아!

 

 (장군)  근데 그건 대군마마 잘못 아닙니까?

 

 자기 처소에서  시중이나 받으면서 편히 살지

 

 왜 서리 옷까지 주워 입고  예문관을 오시냐고요

 

 - (시행내 말이!  - (장군진짜 이상한 분이셔

 

 (길승)  어제 구 서리 끌고 간 건 또 뭐고?

 

 아주 부싯돌 한번 탁 스치면  화르르 불타겠더만?

 

 (시행)  쓰읍그러고 보니까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기는 했어

 

 이거 굉장히 궁금해지는데

 

 누군가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아란)  [혼잣말로]  나한테 묻지 마라묻지 마라

 

 (해령)  늦어서 죄송합니다

 

 (경묵)  어이당사자  빨리 와서 말해 봐어제...

 

 (우원)  오늘부터 구 권지는

 

 대비전으로 입시하거라

 

 도원 대군의 가례 기록 담당이다

 

 가례 기록요?

 

 [은임의 어색한 웃음]

 

 (은임)  대비전은 제 담당인데  왜 구 권지를 시키십니까?

 

 제가 가겠습니다구 권지는 녹서당...

 

 녹서당도 안 되는데

 

 (아란)  저요제가 녹서당으로 가겠습니다

 

 구 권지는 중궁전으로 가십시오

 

 (은임)  [손뼉을 짝 치며]  그럼 되겠네요

 

 대비전중궁전녹서당  [은임과 아란의 어색한 웃음]

 

 (해령)  아닙니다

 

 제가 대비전으로 가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녹서당"

 

 [삼보의 힘겨운 신음]

 

 [나인들의 난처한 신음]  [삼보의 의아한 신음]

 

 (삼보)  아이뭣들 하고 있어?

 

 마마께서 진즉에 기침하셨겠구먼

 

 (최 나인)  그걸 몰라서 그럽니까?

 

 괜히 들어갔다가 불똥 튈까 봐 그러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간이 몇 신데...

 

 [못마땅한 신음]

 

 마마

 

 삼보 왔습니다

 

 [삼보의 놀란 숨소리]

 

 마마

 

 (삼보)  마마  [이림의 옅은 신음]

 

 (이림)  눈이 좀 일찍 떠져서

 

 (삼보)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을 건 또 뭔데?

 

 (이림)  아침상을 내오거라

 

 (나인들)  

 

 [손을 탁탁 턴다]

 

 [잔잔한 음악]

 

 (최 나인)  차라리 울고불고하시든가  저게 뭡니까?

 

 (박 나인)  이러다 우리 마마  실성하시는 거 아니에요?

 

 [한숨]

 

 이미 하신 것도 같아

 

 (아란)  대군마마

 

 예문관 권지 허아란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대비 임씨가 혀를 쯧쯧 찬다]

 

 명색이 대군의 국혼인데

 

 어찌 이리 하나같이  한미한 집안들뿐인지...

 

 (최 상궁)  아직 시일이 꽤 남았습니다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도원은 어찌 지낸다고 하던가?

 

 (최 상궁)  그날 이후로 말수가 줄었으나

 

 평소와 크게 다르시지 않다고 하옵니다

 

 (대비 임씨)  그래그리 지내다 보면  또 다 지나가는 일이 되는 것이지

 

 허 내관에게  더 성심성의껏 모시라 전하게

 

 (최 상궁)  

 

 - (상궁1) 대비마마  - (대비 임씨들라

 

 [문이 달칵 닫힌다]

 

 (상궁1)  소백선 영감에게 답신이 왔습니다

 

 처녀단자를 넣었다 합니다

 

 그래?

 

 [비밀스러운 음악]

 

 (우의정)  경주 소씨  틀림없이 경주 소씨라 하였는가?

 

 제가 직접 예조에서  듣고 오는 길입니다

 

 (이조 정랑)  경주 소씨 소백선 영감의 장녀라고요

 

 아니경주 소씨라면  왜란 때부터 명망 높은 무문 아닌가?

 

 (대제학)  그런 집안에서 왜 도원 대군을 탐내?

 

 (대사헌)  게다가 소백선 영감은  훈련도감의 수장입니다

 

 군사를 이끄는 자가 어찌 왕실과  사돈을 맺으려 한다는 말입니까?

 

 [대제학의 한숨]  (도승지)  뭔가 이상합니다대감

 

 조정 대신이라면  술 한 잔도 진저리 치는 인사입니다

 

 갑자기 나서는 데는  필시 속셈이 있을 것입니다

 

 [익평의 한숨]

 

 훈련대장에게 연통을 넣어 주세요

 

 (도승지)  대감

 

 놀랍군요

 

 소백선 영감에게  여식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서른이 넘어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고 합니다

 

 (부제학)  올해로 열여덟 된 처녀고요

 

 [이진의 옅은 한숨]

 

 한데저하

 

 좌상이 이미 부부인을 내정해 놓았다는

 

 은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

 

 (익평)  듣자 하니  훈련도감에서 배출한 무관들이

 

 각 도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더군

 

 대장의 기개가 남다르니  걸출한 인재가 차고 넘치나 보오

 

 (백선)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나라와 백성들에게  충성해야 하는

 

 무관의 소명을 가르치고 있을 뿐입니다

 

 무관의 소명이라...  [깊은 한숨]

 

 한데 어찌하여 대장은  소명만 알고 주제는 모르시는 게요?

 

 그대가 간택에 나선 걸 보니

 

 외척이 되겠다는 큰 꿈을  품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입소리를 쩝 낸다]

 

 (익평)  이 나라 조정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우리 문관들이오

 

 병서나 익히면서 창검이나 휘두르는  무관들이 낄 자리는 아니지 않겠소?

 

 [백선의 웃음]  [무거운 음악]

 

 (백선)  대감참으로 과민하십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겁박하고  정사를 휘두르시니

 

 세간에 이 나라 왕은 이씨가 아니고  민씨라는 소문이 도는 것 아닙니까?

 

 소인은 그저 어명에 따라  처녀단자를 냈을 뿐입니다

 

 누구처럼 딸자식을 팔아  권세를 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괜한 걱정은 마십시오

 

 (익평)  착각하지 마시게

 

 내 자네를 훈련도감 수장에 놔둔 것은

 

 권력을 멀리하는 강직함 때문이지

 

 방도가 없어서가 아니야

 

 [긴장되는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여인1)  통례원 김영식의 차녀 진명입니다

 

 (여인2)  한성부 서윤 박재학의 장녀 선정입니다

 

 훈련도감 대장  소백선 영감의 장녀 영화입니다

 

 [애잔한 음악]

 

 [해령의 옅은 한숨]

 

 [해령의 옅은 한숨]

 

 [옅은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여인1)  소녀 부녀자로서  고금 역사를 통달하였고

 

 예의를 논하는 것은  폐단이라 배웠습니다

 

 하여 소녀는 여훈이 아닌 다른 서책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여인2)  밥은 봄처럼 따듯하고

 

 국은 여름처럼 뜨거우며

 

 장은 가을처럼 서늘하고

 

 음료는 겨울처럼 차가워야 합니다

 

 (영화)  부인으로서는 효성이 지극하며

 

 투기를 하지 않았던  주 문왕의 부인 태사가 으뜸이고

 

 어머니로서는 훌륭한 교육으로  주 문왕을 길러 낸

 

 태임을 으뜸으로 칩니다

 

 [해령의 지친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이림)  솔직히 말해

 

 너도 내가 다른 여인과  혼인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고

 

 [한숨]

 

 그러게

 

 괜찮지가 않네

 

 [잔잔한 음악]

 

 [해령의 옅은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옅은 한숨]

 

 [한숨]

 

 (장군)  막둥이너 왜 그래?

 

 또 예조 놈들이 텃세 부렸어?

 

 (치국)  [힘없이]  아니요그런 게 아니라

 

 이상한 거를 봐 가지고요

 

 이상한 거 뭐?

 

 (시행)  아니뭔데 애가 넋이 다 나갔어?

 

 줘 봐  [홍익의 다급한 신음]

 

 (홍익)  이게 뭐야?

 

 '한성부 서윤 박재학의 장녀가  생년을 어긴 것이 발각되어'

 

 '삼간택에서 제외하고'

 

 '이조 정랑 송재천의 장녀  송사희를 후보에 더한다'

 

 (시행)  뭐야지금 여기 적힌 송사희가  우리 송사희야?

 

 [아란과 은임의 놀란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저 송사희?

 

 무슨 일입니까?

 

 (경묵)  네가 도원 대군 부부인  삼간택에 들었다는데?

 

 (은임과 아란)  ?

 

 [긴장되는 음악]

 

 (홍익)  이야이러다가 네가 우리 중에  제일 먼저 정1품 되겠다

 

 [사희의 다급한 숨소리]

 

 - (시행좀 더 잘해 줄 걸 그랬나?  - (홍익그러니까

 

 (이조 정랑)  사희...

 

 네가 여길 왜 들어와!

 

 다들 잠시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이조 정랑)  아니사희 너...  [대신들의 한숨]

 

 [대사헌의 헛기침]  (도승지)  가시죠

 

 - (이조 정랑사희...  - (도승지

 

 (이조 정랑)  아니...

 

 - 어떻게 된 겁니까?  - (익평적힌 그대로네

 

 한성부 서윤의 여식이 나이를 속였고

 

 그 빈자리를 자네가 대신했고

 

 그러니 그 빈자리에  왜 제가 들어가 있냐는 말입니다

 

 [사희의 옅은 한숨]

 

 (사희)  물러 주십시오

 

 저는

 

 도원 대군과 혼인할 생각이 없습니다

 

 [위태로운 음악]

 

 [울음 섞인 숨소리]

 

 대감!

 

 내 수족이 되겠다고  먼저 찾아온 건 자네 아니었나?

 

 (익평)  자네가 어디에 필요한지  어떻게 쓸지는 내가 정해

 

 지금 나의 결정은 자네가  도원 대군의 부부인이 되는 거야

 

 대체 제가 부부인이 되어서  무슨 쓸모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차차 알게 되겠지

 

 (익평)  삼간택 후보들이 별궁에서 지내고 있네

 

 내일부터는 예문관이 아니라  별궁으로 입궐하게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사희가 계속 흐느낀다]

 

 (이진)  부부인을 내정해 놨다니요?

 

 또 자신의 일가를 내세워  외척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이번엔 좌상의 가문이 아닙니다

 

 (부제학)  이조 정랑 송재천의 여식이라고 합니다

 

 - 하면...  - (부제학

 

 예문관 권지 송사희입니다

 

 (사희)  손대지 마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련한 음악]

 

 [울먹이는 한숨]

 

 (경묵)  쟤는 뭐하루 종일  말 한마디를 안 하냐사람 무섭게

 

 (홍익)  송 서리가 출근을 안 해서 다행입니다

 

 걔까지 있었으면  한여름에 아주 칼바람 불 뻔했어요

 

 (치국)  근데 송 서리는  이대로 안 나오는 겁니까?

 

 (시행)  몰라인마

 

 요즘 예문관 진짜 왜 이러냐?  자꾸 한 명씩 줄어

 

 이러다 나만 남겠어나만  [옅은 한숨]

 

 [사희의 옅은 한숨]

 

 [은임의 놀란 숨소리]

 

 (은임)  송 권지님

 

 [옅은 한숨]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익평)  오늘부터 별궁으로 입궐하라 했을 텐데

 

 전 아직 사관입니다

 

 [못마땅한 한숨]

 

 (이진)  훈련도감의 소백선 대장을

 

 함경도 관찰사로 전출하라는 말입니까?

 

 요새 들어 아라사의 간자들이  두만강을 넘어

 

 군영과 민가를 염탐하는 일이  빈번하다 하옵니다

 

 경륜이 출중한 소백선 대장을 보내  국경을 살피게 하십시오

 

 훈련도감 대장은  정예병을 양성하고 도성을 방어하는

 

 막중한 소임을 가진 직책입니다

 

 쥐를 잡자고  대검을 쓰지는 않을 겁니다

 

 물러가십시오

 

 (익평)  대장직은 신이  마땅한 후임자를 천거할 테니...

 

 (이진)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또 무엇이 아니꼬워서

 

 이 나라 제일가는 무신을  변방으로 밀어내려 하냐는 말입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저하

 

 신은 그저 나라의 안위를  염려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라가 아니라 좌상의 안위겠지요

 

 나의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외척이 될까

 

 미리 짓밟아 두는 속셈을  내 모를 것 같습니까?

 

 [무거운 음악]

 

 영특하십니다

 

 하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익평)  가뜩이나 입지가 약하신  도원 대군마마십니다

 

 소씨 가문과 엮였다가  소백선 대장에게 변고라도 생기면

 

 누가 대군마마를  지켜 줄 수 있겠습니까?

 

 (이진)  좌상!

 

 [긴장되는 음악]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이진의 분노에 찬 숨소리]

 

 (이진)  이만 물러가거라

 

 [이진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이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이진의 한숨]

 

 (사희)  멈추지 않을 겁니다  [이진이 술을 쪼르르 따른다]

 

 오늘이 안 되면 내일

 

 내일도 안 되면 또 다음 날

 

 자신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저하를 조여 올 것입니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해서 내가 좌상의 뜻대로  휘둘려 주기를 바라느냐?

 

 그래야 네가 부부인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여사가 됐다고 했었지

 

 몰랐다

 

 네가 좌상을 등에 업고  갖고자 한 게 이런 것일 줄은

 

 - 단언하지 마십시오  - (이진축하를 해 주는 것이다!

 

 평생을 부귀 속에 살 수 있게 됐어

 

 (이진)  이젠 여사가 아니라 모두가 우러러보는  그런 귀한 사람이 될 터인데

 

 네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 아니더냐?

 

 [못마땅한 숨소리]

 

 [울먹이며]  제가 원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애잔한 음악]

 

 선택권을 갖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제 선택으로  살아 보고 싶었습니다

 

 여사가 되면  그리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좌상을 찾아간 것이지

 

 그자의 손에 제 인생을  모두 맡기겠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한데도 제가 원하는 걸  얻었다 생각하십니까?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거

 

 그걸 깨달은 제 마음이 얼마나

 

 얼마나 비참한지...

 

 [사희가 훌쩍인다]

 

 마지막 입시가 될지도 몰라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강녕하십시오저하

 

 (이진)  나도 안다

 

 내 삶을

 

 내가 택할 수 없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앉거라

 

 나도 마지막으로

 

 너의 이야기를 들어 주마

 

 [슬픈 음악]

 

 (예조 관리)  동뢰의 때는 왕자 궁에  왕자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들어오는 부인을  방 안으로 인도한다

 

 왕자는 서쪽을 향해 서서  부인에게 읍을 하고

 

 부인은 동쪽을 향해 서서  두 번 절을 올린다

 

 왕자가 답절을 한 뒤

 

 부인에게 다시 읍을 하고  자리에 앉는다

 

 [풀벌레 울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이태의 옅은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상선)  전하

 

 전하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냐?

 

 그것이...

 

 [비밀스러운 음악]

 

 (은임)  뭡니까저 영감탱이들은?

 

 - (아란저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 (은임아니

 

 [아란과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시행)  누가 어쩌고!

 

 아니소문을 지어내려면  정성이라도 들이든가

 

 우리 송 서리가 뭐아유...

 

 (경묵)  제갈 주서님이 잘못 아셨습니다

 

 걔는 저하한테 대들어서  쫓겨났으면 쫓겨났지

 

 그런 짓 할 애가 아니라니까요?

 

 - (시행그래인마  - (주서아이진짜라니까?

 

 (주서)  김 나인이 박 내관한테 말하고  박 내관이 최 서리한테 말해 준 거

 

 내가 직접 들었다고

 

 (시행)  !

 

 송 서리아니아니  우리 송 권지가 얘기 좀 해 줘요

 

 자꾸 이상한 소문 씨불이고 다닌다

 

 (은임)  무슨 소문요?

 

 (홍익)  아니글쎄 이걸 뭐라고 말하냐?

 

 그러니까송 서리가  저기뭐시기...

 

 아이아침에 동궁전에서  나오는 걸 누가 봤다고

 

 (아란)  에이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송 권지는 오늘 아침에 우리랑 같이...

 

 같이 안 오기는 했는데

 

 (장군)  송 서리너 왜 말이 없어?

 

 빨리 아니라고 하라니까?

 

 [은임의 멋쩍은 웃음]

 

 (은임)  송 권지님?

 

 동궁전에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은임의 놀란 숨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설마 저하랑...

 

 그런 게 아닙니다...

 

 (시행)  그런 게 아니면 뭐?  네가 왜 거기서 밤을 보내?

 

 너 지금 제정신이야?

 

 어떻게 사관이 그...

 

 [한림들의 한숨]

 

 (치국)  양 봉교님양 봉교님!

 

 [헐떡이며]  밖에밖에 상궁이 와 있습니다

 

 세자빈마마께서 송사희를 찾으신다고요

 

 (우원)  안 된다고 전하거라

 

 민우원 봉교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

 

 (치국)  아이저도 그렇게 말은 해 봤는데...

 

 (사희)  다녀오겠습니다

 

 (우원)  송 권지!

 

 [위태로운 음악]

 

 (아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합니까?

 

 송 권지 이러다 봉변이라도  당하는 거 아니에요?

 

 (시행)  쟤는 또 어디 가?

 

 구 서리!

 

 [시행의 힘겨운 신음]

 

 (상궁2)  마마예문관 권지 송사희 들었사옵...

 

 [해령의 가쁜 숨소리]

 

 예가 어디라고 드는가물러가시게

 

 저희 예문관의 관원입니다

 

 사관 없이는 독대하실 수 없습니다

 

 (세자빈)  들라 하라

 

 다들 나가 있어

 

 [긴장되는 음악]

 

 (세자빈)  뻔뻔하구나  무릎이라도 꿇을 줄 알았는데

 

 그래우스울 만도 해

 

 저하 곁에는 얼씬도 못 하는  허수아비 세자빈이 투기를 하니

 

 같잖고 아니꼽겠지

 

 - (사희아닙니다  - (세자빈아닌데 대체 왜!

 

 (세자빈)  왜 죄스러운 기색이 하나도 없어?

 

 '세자빈이 십수 년간 노력해도  꿈쩍 않던 저하의 마음을'

 

 '내가 한순간에 동하게 만들었다  내가 저하를 차지했다'

 

 그런 우월감인 것이야?

 

 곧 애첩이 되어 궁에 눌러앉을 테니

 

 세자빈 따위 무섭지도 않다는 것이야?

 

 (세자빈)  착각하지 말거라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저하는 너의 사람이 되지 않아

 

 그런 일

 

 감히 바라 본 적도 없습니다

 

 전 그저 저하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마음?

 

 (세자빈)  그 마음이 네게서 모든 것을  앗아 갈 수 있다는 거

 

 네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거

 

 알기는 하느냐?

 

 압니다

 

 하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뭐라세자와 여사가?

 

 게다가 그 여사가

 

 좌상이 삼간택에 넣었던  이조 정랑의 여식이라고 합니다

 

 [기가 찬 웃음]

 

 기특한 아이로구나

 

 알아서 좌상의 일을 그르쳐 줬어

 

 하나 이번 일은  저하께도 큰 추문이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나인들이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고 밝히면...

 

 (최 상궁)  송구합니다마마

 

 (상궁1)  대비마마

 

 백선

 

 마마

 

 그간 귀체 만강하셨습니까?

 

 (대비 임씨)  고맙네

 

 민익평을 등지고 나서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백선)  마마께서 부탁하신 일에  고민할 여부가 있겠습니까?

 

 한데 좌상이 저의 전출을  요구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대비 임씨)  나도 들었네

 

 아쉽지만 이쯤에서  한발 물러서야 할 거 같아

 

 애초에 좌상이 세운 후보를  막는 것이 목표였으니

 

 자네의 훈련대장직을 잃으면서까지

 

 혼례를 진행시킬 필요는 없지

 

 (백선)  

 

 (대비 임씨)  자네의 여식은  내 좋은 혼처를 알아봐 줄 테니

 

 너무 상심하지 않도록  잘 다독여 주시게

 

 (백선)  염려치 마십시오

 

 (대비 임씨)  자네도원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었던가?

 

 [장엄한 음악]

 

 그분이십니까?

 

 서책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그래

 

 어려서부터 손에서 놓질 않는다더군

 

 닮으셨습니다전하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재경의 옅은 웃음]

 

 (재경)  이리 주십시오

 

 [재경의 옅은 신음]

 

 [멋쩍은 숨을 내쉬며]  왜 그러십니까?

 

 여전하다 싶어서

 

 남의 손에 뭐 들려 있는 거  못 보는 성격

 

 그간 어찌 살아온 것이냐?

 

 그 아이와 너

 

 (재경)  처음 청국에 가서 몇 년은

 

 먹고살아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상단에 들어가 통역을 하고

 

 해령이는 절 따라다니며 돕고

 

 그다음 몇 년은 또 전쟁이었습니다

 

 스승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왜 조선 땅을 떠나야 했는지

 

 매일같이 해령이가 물어 왔으니까요

 

 해서 그 아이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애잔한 음악]

 

 누명을 쓰고 아버지가 죽었다

 

 그리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해령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재경)  다만 해령이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그게 두렵습니다

 

 제가

 

 스승님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재경이 잔을 달칵 내려놓는다]

 

 (아란)  [놀라며]  우와

 

 왕실 혼례 물품이라 그런지  때깔부터 다릅니다

 

 이건 장인 중의 장인이 만든 솜씨인데

 

 [아란의 감탄하는 신음]

 

 (삼보)  이것이 다 무엇이냐?

 

 (박 나인)  수방에서 받아 온 겁니다

 

 의양은 맞는지 입어서 불편하지는  않으신지 확인해야 한다고요

 

 (삼보)  이것들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꼭 오늘 해야 하느냐?

 

 (최 나인)  아니요그거는 아니옵고...

 

 그럼 다음에 해

 

 (삼보)  어여 나가얼른

 

 [삼보의 옅은 웃음]

 

 마마

 

 제가 사가를 몇 개 봐 뒀는데요

 

 (이림)  나중에...

 

 (삼보)  에이그러지 마시고

 

 이렇게 방에 있어 봤자 모기나 물리고  얼굴만 푹푹 익어 가잖습니까

 

 이참에 바깥바람도 좀 쐬시고...

 

 생각 없어

 

 그럼 일단 저 앞에 그 정원까지만  걸어갔다 오시는 거는...

 

 생각 없대도

 

 (삼보)  생각 없어도 좀 하십시오  좀

 

 사방 천지가 다  구 권지가 있었던 공간입니다

 

 여기 가만히 이렇게 앉아 있는다고  뭐가 나아지겠습니까?

 

 차라리 밖에서 몸이라도 바빠야

 

 구 권지 생각을 덜 하실 거 아닙니까?

 

 좋게 생각해 보면

 

 마마께서 그렇게 고대하시던

 

 출합을 하는 겁니다출합

 

 나가서 이 집 저 집 구경하고  고르다 보면은

 

 '그래여기서는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삼보야삼보야', ?

 

 기분도 풀리고  기운도 나시지 않겠습니까?

 

 ?

 

 [애잔한 음악]

 

 [삼보의 웃음]

 

 (삼보)  이 집으로 말할 거 같으면은

 

 어찌나 삼신할매가 점지를 잘해 주는지

 

 여기 사는 부인마다  아들을 막 6, 7명씩

 

 그냥 숭숭 나게?  [삼보의 웃음]

 

 [삼보의 어색한 웃음]

 

 (삼보)  이게이게 그 귀하다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그 대문입니다?

 

 해서 그 나쁜 기운은 막아 주고  재물 복은 불러들이고

 

 그야말로 만사형통!

 

 [한숨]

 

 (삼보)  여기는 들어오는 부부마다  잘 산다고 해서

 

 '연리재'라는 이름이 붙은 집입니다

 

 (이림)  연리재?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아이

 

 두 나무가 붙어서 하나로 자라는 거를  '연리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삼보)  이 집에 들어오는 부부도 연리지처럼  평생을 하나가 돼서

 

 떨어지지 않고 오붓하게  오붓하게 산다고 합니다

 

 [삼보의 웃음]

 

 [애잔한 음악]

 

 (해령)  '원컨대'

 

 '내 사랑 오래오래 살아서'

 

 '영원히 내 주인 되어 주소서'

 

 (이림)  [문을 쾅쾅 두드리며]  구해령구해령!

 

 구해령구해령!

 

 구해령구해령!

 

 (설금)  아니뉘신대...

 

 아이...

 

 아이아이저기

 

 아유저기여기가 어디라고

 

 아니어디 가시는 거여지금?

 

 [설금의 다급한 신음]

 

 [설금의 난처한 신음]

 

 잠시만아유

 

 뭐 하시는 거예요?

 

 밤중에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는...

 

 아씨이 선비님이 갑자기

 

 뛰어들어 와서...

 

 [옅은 한숨]

 

 돌아가십시오

 

 [애절한 음악]

 

 (이림)  내가

 

 다 버릴게

 

 네가 대군의 부인으로 살기 싫다면

 

 그렇게 해 줄게

 

 내가

 

 대군이 아니면 돼

 

 난 다 버릴 수 있어

 

 전부 다

 

 다 버릴 수 있어

 

 (해령)  마마...

 

 (이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면 되잖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우리 둘이

 

 그냥 행복하게

 

 넌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난 그냥

 

 [훌쩍이며]  네 옆에 있고

 

 그냥 그렇게

 

 마마

 

 현실은

 

 소설이 아닙니다

 

 그렇게 떠나 버리는 거

 

 소설 속에서는  아름다운 결말일지 몰라도

 

 현실은 다릅니다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남은 생애 모든 나날들을

 

 마음속에 짐을 안고  쫓기며 사는 겁니다

 

 그렇게 살 수 있어후회 안 해

 

 (해령)  아니요

 

 우린 시간이 갈수록 지칠 겁니다

 

 지치고 지쳐서

 

 언젠가는 서로를 미워하고

 

 오늘 이날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그렇게 살 겁니다

 

 약속할게

 

 그러지 않겠다고 내가 맹세할게

 

 [애잔한 음악]

 

 저는 마마가 아니라

 

 저를 믿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작은 후회라도 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게 커져서

 

 마마를 탓하고 미워하면

 

 견디실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돌아가십시오

 

 저는 이만큼밖에 안 되는 사람입니다

 

 부디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만나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걸 바라면서

 

 사랑받고 사십시오

 

 마마께선 그러실 수 있습니다

 

 (이림)  해령아

 

 나한텐 네가

 

 전부인 거 알잖아

 

 미안해요

 

 난 그렇지가 않아서

 

 [애절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울먹이는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이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자가 네게 어떤 짓을 할지 몰라

 

 (이태)  도원까지 데리고...  혹시라도 좌상이 이 일을 모르게 하라

 

 (해령)  훌륭한 낭군감이십니다

 

 그 어떤 여인에게도  모자람이 없으십니다

 

 (이림)  네가 녹서당에 오면서부터  나쁜 꿈은 한 번도 꾼 적이 없어

 

 (대비 임씨)  자네가 죽인 거나 다름없네  주상도서래원 사람들도!

 

 (해령)  오라버니?

 

 (이림)  내가 태어나던 날  그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니까

 

 이 행궁에서  호담이라는 이름을 본 적이 있거든

 

 (익평)  살아 있을 이유도  살아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도원 대군은 폐주의 적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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