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백서 2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TV 속 캐스터) 자 공이 빠졌습니다
(수찬) 아이고, 염병
아이, 저걸 놓치네, 그래, 아유
(TV 속 해설 위원) 아 사인 미스가 나왔군요
(TV 속 캐스터) 그렇군요
[야구 중계가 흘러나온다]
저렇게 공이 빠지면
투수가 잘못한 거야 포수가 잘못한 거야?
둘 다 잘못한 거지 사인이 안 맞은 거니까
(수찬) 안타를 안 맞으면 볼넷 내주고
볼넷 못 내주면 자기들끼리 또 공을 빼고
참 인심이 후한 팀이야, 우리 팀은
전혀 승패에 연연하지 않아, 응?
아이, 저렇게 사인이 복잡하니까 미스 날 만도 하지, 응?
머리 나쁜 사람은 사인도 못 읽겠어
[익살스러운 음악] 쟤네 돈 받고 하는 프로야
저걸 기억 못 하면 나가 죽어야지
사람이 하는 일인데 헷갈릴 만도 하지
(수찬) 안 되지 사인 미스는 경기에서 독이야
한번 사인이 미스 나기 시작하면 배터리 호흡이 안 좋아지고
팀 분위기 망가지면서
이 경기 완전히 말아먹는 거다, 너
[수찬이 혀를 쯧 찬다]
(나은) 그럼 오늘도 질 것 같아?
(수찬) 씁, 모르지 아직 경기 초반이니까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경기에서 이기려면
더 이상 사인 미스는 없어야 돼
[고조되는 음악] [공 날아오는 효과음]
[밝은 음악]
[놀란 숨소리]
(준형) 김나은
나랑 결혼하자
[감격한 숨소리]
[민우가 흥얼거린다]
(민우) 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이렇게 실실 쪼개고 있냐?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형) 뭐?
(민우) 너야말로 뭐냐, 어?
너 뭔 상상을 했길래 이렇게 실실 쪼개, 변태 새끼야?
(준형) 야, 알 거 없고
야, 결혼하려면 뭐부터 해야 하나?
연애
또 개소리하고 있네, 아휴
(민우) 에이씨, 쯧, 아휴, 야 [민우가 아령을 탁 내려놓는다]
나은 씨한테 뭐부터 할 거냐고 물어보고
그냥 나은 씨가 하자는 대로 해
너 뭐든지 여자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문제없이 잘 넘어간다, 깔끔하고
뭐, 결혼한 다음엔 그렇게 할 거야 나은이가 하자는 대로
근데 결혼할 때는
[익살스러운 음악]
왜, 왜, 뭐, 뭐 싸웠어?
[입소리를 쩝 낸다]
나은이를 최고로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 주고 싶으니까
아유, 이 병신 새끼 뭐라냐, 이거? 아유
(민우) 아유, 들었어 아유, 내 귀 썩어, 진짜
- (민우) 아유, 씨, 진짜 - 야
(준형) 결혼하자고 해 놓고 책임을 지고 진행을 해야지
뒷짐 지고 나은이한테 다 맡겨 놓으면 치사하잖아
안 그래도 여자들 결혼 전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는데
(민우) 야, 그건 네 생각이고
여자들은 자기가 직접 컨트롤하는 걸 좋아할걸?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여자도 없는 주제에 아는 척은
내가 왜 몰라, 내가 왜 몰라?
(민우) 내가 우리 누나가 둘이고
둘이 합쳐서 결혼을 세 번 했는데, 씨, 쯧
[준형의 의아한 숨소리] (준형) 아, 그거 자랑인가?
(민우) 자랑이지, 씨
야, 너 우리 누나 결혼할 때 보니까
우리 매형들은 그냥 병풍에다가 리액션 담당이었어
아니, 왜 둘이 결혼을 하는데 한쪽이 병풍이야?
아, 그래서 결혼을 세 번 하셨구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씹새야, 가족을 건드려?
자랑이라며?
자랑이지, 씨
[발랄한 음악] 야, 아무튼 우리 매형들이 그랬어
(민우) 어? 뭐든지 그냥
하자는 대로 하는 게 가장 편하다고
그러니까 너도, 인마 의욕에 가득 차서 깝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네가 이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야, 나 여자 친구 없는 거 알면 네가 소개를 시켜 주든가
(민우) 이 새끼는, 뭐 자기만 결혼하려고 그래
소개팅해 주면 여친이 생기냐?
(준형) 소개팅 백전백패 주제에
야, 자만추라서 그래, 자만추
(민우) 네가, 인마 나은 씨 친구들이랑 나랑
자연스럽게 만나서 그냥 멍석만 깔아 주면은
난 그때부터 나은 씨 친구랑 1일
(준형) 아, 됐고, 됐고
그래서 누나들은 결혼 전에 뭐부터 했어?
[픽 웃는다]
연애
[익살스러운 음악] (준형) 씨
[나은의 반색하는 숨소리]
(나은) 이거야, 이거
(희선) 뭐가?
(나은) 내가 원하는 호텔 느낌
나 예전부터
결혼하면 우리 집을 최고급 호텔로 꾸미고 싶었거든
이런 느낌적 느낌으로다가
[나은이 흡족해한다]
(희선) 야, 누가 침대를 느낌적 느낌으로 사?
이렇게 누워 보고…
[나은의 힘주는 숨소리]
누웠네
[만족한 숨소리]
완전 편해
[희선이 피식 웃는다] (나은) 예쁘기도 하고
요새 이게 제일 잘 나간다더니 이유가 다 있었네
[생각하는 숨소리]
근데 좀 오버인 거 같아
뭐가?
씁, 아직 상견례도 안 했는데
신혼집 침대를 보러 다니는 거?
상견례?
(희선) 상견례가 원래 결혼의 첫 번째 관문이잖아
조상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기도 하고
[흥미로운 음악]
'조상신의 가호'라?
(희선) 이 상견례 때
우리 조상님들이 잘만 도와주시면
이상한 시부모님들이나 가부장적인 집안 문화
이런 걸 미리 발견해서 거를 수 있는 기회를 주시잖아
근데 대부분은 그런 가호를 받고도
'아니야 결혼하면 안 그러시겠지?'
이렇게 정신 승리 하면서 결혼을 감행하는 게 문제지
[부정하는 숨소리]
준형 오빠네는 그런 거 없어
우리 집이 문제면 문제지
(희선) 응? [나은이 입소리를 쩝 낸다]
내가 오빠네 부모님들 몇 번 봤는데 완전 괜찮으셔
(나은) 나이 들면 그렇게 우아하고
교양 있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시는 분들이시지
나한테도 완전 잘해 주시고
- 그래? - (나은) 응
씁, 그래도
(희선) 이, 여자 친구일 때랑 며느리일 때랑은 또 다른 거다?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예선과 본선의 심사 기준은 완전 다르잖아
그런가?
난 상견례는 그냥 형식적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숨]
(희선) 쯧, 아니야, 달라
[희선이 숨을 씁 들이켠다]
[경쾌한 음악] (나은) [놀라며] 대박 신기해
아까 희선 언니랑 상견례 얘기 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딱 픽했네?
오빠도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역시 우린 잘 통한다니까
[나은과 준형의 웃음]
[나은의 놀란 숨소리]
(나은) 여기 완전 좋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깔끔하네
(준형) 여기가 상견례 핫 플레이스래
- (준형) 괜찮지? - (나은) 응, 완전
자기 맘에 들었으면
다음 주에 어른들 시간 여쭤보고 바로 진행하자
그렇게 빨리?
(준형) 응, 그래야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지
(나은) 아유 [준형의 웃음]
상견례 하면
결혼하는 거 실감 날 거 같아
허, 어떡해? 나 완전 떨려
떨 게 뭐가 있어?
이미 양가 어른들 다 만나 봤고 다 좋으신 분들인데
그래도 이게 여친일 때랑 며느리일 때랑 다르대
아이고, 우리 집은 그런 거 없어요
우리 엄마 아빠 세상 쿨한 거 잘 알면서
(나은) 알지, 아는데 떨려
양가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생각하니까
[나은의 한숨]
그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다 준비를 해 왔지
(준형) 자, 여기 봐 봐
[나은의 놀란 숨소리] (나은) 또 준비했어?
(준형) 상견례 때
우리가 챙겨야 할 것들이랑 주의 사항들이야
아, 아버님이나 어머님
혹시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거 있으셔?
[나은의 생각하는 숨소리]
좋아하는 건 모르겠고
못 드시는 건 많아
(준형) 어?
[장난스럽게] 없어서
없어서 못 드시지
[나은의 웃음] 아이, 장난치지 말고
아, 지금 이렇게 장난칠 때 아니야
(준형) 상견례 하려면 지금 준비해야 할 게 태산인데
[태블릿 피시 조작음] 봐 봐, 여기
(수찬) 뭐? 다음 주말에 상견례?
[리드미컬한 음악] 어?
(달영) 아니, 상견례를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게 됐어, 괜찮지?
아니, 뭐, 준형이네서 괜찮다면 우리도 괜찮지 [옷걸이가 달그락거린다]
(달영) 너희들 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오빠네 집에서 해 주실 거 같아
오빠가 어머님이랑 얘기해 보겠대
대충 예산이 얼마인데?
(달영) 아, 둘이 결혼하기로 했으면
이런 것부터 딱딱 정해야지
둘이 맨날 붙어서 이런 거 의논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너 얼마 모아 놨어? 혼수는?
아니, 그나저나 이거 당장 다음 주면
마땅히 입을 옷이 없는데
(나은) 엄마, 엄마, 엄마
어, 이거 어때?
난 엄마 이 옷이 제일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얘는
딸 상견례장에 내가 새색시 같잖아
(나은) 그럼, 어, 이건?
꼭 보살 같아
[목탁 두드리는 효과음] 속세 떠난 느낌 들고
[멋쩍은 숨소리]
(달영) 아휴, 나가려고 하면 입을 옷이 없네
(수찬) 김나은, 스톱!
[의미심장한 효과음]
네 엄마가 지금 옷장을 뒤지고 있지만
진짜 찾고 있는 건 이거지
[웃으며] 하나 사, 맘에 드는 걸로
그게 낫겠지?
(달영) 아, 사돈끼리 처음 얼굴 보는 자리인데
내가 추레하게 입고 나가 봐
우리 나은이 얼굴에 먹칠하는 거잖아
준형이 어머니 엄청 멋쟁이라는데
아, 당신도 그러고 있지 말고 양복이랑 좀 챙겨
아, 오늘부터 입고 있어?
[못마땅한 소리]
아, 지금 농담할 때야?
(달영) 아, 당신 그동안 양복 안 입었으니까
이 옷이 맞는지, 좀은 안 슬었는지
미리미리 확인해 두란 소리지
우리가 상견례장에 후줄근하게 입고 나가 봐
사돈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유, 좀 적당히 해 무슨 패션쇼 하러 가?
(수찬) 우리 나은이 잘 봐 달라고 인사하러 가는 자리야
적당히가 어디 있어?
상견례는 기세 싸움이라고 했어
어? [흥미진진한 음악]
아닌데, 엄마?
(수찬) 아주 적장의 목을 베러 가는 장수의 기세구먼
어유, 기세 좋아, 기세 좋아
(달영) 그럼 그 정도 기세는 있어야
초반에 기선 제압 딱 [날카로운 효과음]
아니야, 엄마
[수찬의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장난 섞인 웃음]
(준형) 짜란
[미숙의 탄성]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래?
아니, 우리 동네 마카롱 가게 지나가는데
엄마 생각이 딱 나 가지고
엄마 여기 마카롱 좋아…
속 보여?
(미숙) 응
[결연한 숨소리]
상견례 날 잘 부탁드린다고 뇌물 바치러 왔습니다, 어마마마
(미숙) 어머, 하, 참
갑자기 뇌물은 무슨
나은이가 무슨 말 하디?
(준형) 아니
상견례 날짜 다가오니까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엄마, 상견례 날은
별거 아닌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바뀌고 막 그런대
그러니까 엄마가 예단이나 예물 같은 얘기는 하지 말고
그냥 많이 웃어 줘
[입소리를 쩝 낸다]
[익살스러운 음악]
[못마땅한 한숨]
(미숙) 자, 갖고 가
이게 뭐야?
아니, 상견례 나가서 말도 못 하게 할 거면
내 자리에 갖다가 사진이나 앉혀 놓으라고
[미숙이 바스락거린다]
아, 꽈배기 안 사 오길 잘했네
(준형) 이렇게 꼬였는데 꽈배기까지 드시면, 아휴
[어이없는 숨소리]
아유, 우리 엄마 이쁘다
[어이없는 웃음]
(미숙) 그럼 상견례에서 말 안 나오게 지금 말해 봐
결혼식 어떻게 할 건지
[액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최대한 잘
어떻게 잘?
둘이서 잘
[기가 찬 숨소리]
하늘에서 떨어졌어 밖에서 주워 왔어! [미숙이 테이블을 탁 친다]
[익살스러운 음악]
엄마,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봐
(준형) 요새는 어른들의 개입 없이
신랑 신부가 둘이 맞춰서 잘 결혼하는 게
그게 트렌드래
음, 그러세요?
(미숙) 그러면 집도 둘이 알아서 잘 구하겠네?
집은 부모님이 뒤에서 몰래 도와주는 게
또 다른 트렌드지
[성난 숨소리]
[미숙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웃
아유, 진짜, 말이나 못 하면, 저…
(미숙) 너, 내가 너 얄미워서라도
상견례에서 제대로 각 잡을 거야
아, 엄마
아, 빨리 가!
(미숙) 야, 너희 집 빨리 가
- (미숙) 아유, 가, 얼른 - (준형) 아이…
(미숙) 자, 빨리 가 너희 집으로 가, 얼른
(준형) 아니…
(미숙) 아, 뭐가 아니야? [도어 록 작동음]
잘 가라, 어
[도어 록 작동음] [속상한 한숨]
저런 놈도 아들이라고
"KE 그룹"
[나은의 답답한 한숨]
(수연) 왜?
막 상견례 다가오니까 떨리세요?
(나은) 아주 시한폭탄이 곳곳에 있어
(수연) 시한폭탄?
(나은) 오버하는 우리 엄마 농담 좋아하는 우리 아빠
[한숨]
[쪽쪽 빤다] [전화벨이 울린다]
쯧, 아니, 얼음 사는데 라테를 서비스로 부어 준 것도 아니고
뭔 죄 얼음뿐이야
[한숨 쉬며] 진정해, 그래도 너한텐 준형 씨가 있잖아
오빠도 만만치 않아
준형 씨가?
남친분요?
오빠가 긴장되거나 불편한 분위기를 잘 못 견뎌
저번에 나한테 프러포즈할 때도
(나은) 오빠가 엄청 긴장해서
대화 주제를 자연스럽게 못 바꾸고
티 나게 결혼 얘기만 나오면 말 끊고 이상하게 굴어서
내가 별 오해를 다 했던 거야
하, 긴장하면 안 되는 스타일이시구나?
(나은) 어, 긴장하면 되게 눈치 없이 굴면서
생뚱맞게 굴어
큰일이다, 야
(희선) 프러포즈 하나 눈치 못 채고
땅굴 열심히 판 네 눈치도 만만치 않은데
아, 지뢰밭이네, 진짜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그냥 정상 회담 준비한다고 생각해
정상 회담?
[흥미로운 음악] (희선) 응
이 정상 회담이라는 게
실무진들이 다 조율해서 자리 딱 마련해 놓으면
각국의 정상들이 와서
아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느니
만나고 싶었다느니
'앞으로 잘해 보자' 뭐, 이런 인사치레하는 거잖아?
상견례가 딱 그거거든
어, 비유 찰떡이네
그러니까 이 정상 회담에서 네가 진짜로 신경 써야 될 건
신경 써야 할 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게 할 것
그 말인즉슨
예물, 예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마라?
그렇지 [손가락을 딱 튀긴다]
(희선) 어차피 일은 실무진들이 나중에 다 할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간단하게 하자'
'아이들한테 맡기자'
'앞으로 잘해 보자' 이 정도의 흐름이 딱 좋아
[한숨] 만약 현장에서 뭘 주네, 뭘 받네
막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고 이러면
하, 그때부터 골치 아파지는 거야
서로 감정 상하는 건 시간 문제고
(수연) 아니, 희선 선배님은
결혼에 대해서 모르시는 게 없네요? [펜을 달칵 누른다]
근데 그렇게 다 잘해 놓고 헤어지신 거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그것도 신기하다
아, 이건 제가 치우고 올게요 [띵 울리는 효과음]
(희선) 아이, 저년이 진짜
[나은의 웃음]
[한숨]
선배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이씨, 쯧
[수찬의 헛기침] [문이 달그락 여닫힌다]
(나은) 나 왔어
[종이 잘랑거린다] (수찬) 어
[도어 록 작동음]
아이, 참
(나은) 엄마 왜 저래?
(수찬) 야, 네 얼굴 볼 면목이 없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나은) 엄마
[달영이 혀를 쯧 찬다]
나 시집보내려니까 섭섭해서 그래?
엄마, 엄마
(달영) 아, 아니야, 아니
왜 그래, 어? [달영이 부정한다]
(나은) 아이, 뭔데? 무슨 일인데, 봐 봐
(달영) 아니, 저…
[놀란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은) 엄마
얼굴이 왜 이래?
티 많이 나?
아, 눈 있으면 다 보일 정도로
(수찬) 아, 눈 좋으면 저 앞집에서도 보일 정도야
[달영이 혀를 쯧 찬다]
[멋쩍은 한숨]
아니, 나는 마사지만 받으려고 했는데
그 여편네가 경락하면 효과가 좋다고 해서
(달영) 살짝만 해 달라고 했더니
이 꼬라지를 만들어 놨어
내가 진짜 그 여편네 가만히 안 둘 거야
어떡해, 내일이 상견례인데?
괜찮아, 이거 화장하면 다 가려져
(수찬) 화장이 아니라 분장을 해야 돼, 이 사람아
[못마땅한 숨소리]
네 아빠 아주 건수 잡았네
신나서 나 면박 주는 거 봐라
아이, 이거 화장으로 다 가려지겠지, 응?
뭐, 안 가려지면
네 아빠랑 둘이 가 나 장염 걸렸다고 하고
아, 거짓말을 하라고?
(수찬) 아, 거짓말을 왜 해?
진짜 장염 걸리면 되지
너 우리 집에서 장염 걸리는 거 일도 아니다
집에 죄 유통 기간 지난 거 천지야
너 냉동고 열어 보면 잘하면 네 돌떡 나온다 [수찬의 웃음]
(나은) 아빤 참 좋겠다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서
(수찬) 야, 너도 웃어
이럴 땐 웃는 게 일류래
[웃으며] 참, 아이고, 경락은
[수찬의 웃음]
안 아파?
[작은 목소리로] 아파 [나은의 걱정 섞인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준형)
(준형) 자기야
- (나은) 언제 왔어? - (준형) 방금
어머님 댁에 간다고 했잖아?
왜? 무슨 일 있었어?
(준형) 아니, 아무 일 없었는데
뭔가 있었지?
근데, 자기야
[준형이 숨을 씁 들이켠다]
그, 상견례식장에서 혹시 우리 엄마 각을 좀 세워도…
왜, 왜, 어머님이 각을 왜 세우셔?
아니, 뭐, 별건 아닌데
가벼운 농담을 던졌는데 역효과가 좀 난 거 같아
[걱정 섞인 숨소리]
(나은) 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이래서 오빠 긴장하면…
나 긴장 안 했는데?
그래, 오빠는 긴장을 안 했지만
내가 긴장이 되니까 우리 뭐라도 하자
어른들한테 맡기지 말고
뭘?
우리끼리 사인을 만들어서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거야
(나은) 그럼 어머님이 각을 세우시더라도
우리가 수습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우리 엄마가 오버를 해도
분위기를 살릴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빠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
나? 나는 왜?
[흥미진진한 음악]
내가 눈치가 빠른 편이니까 오빠한테 사인을 줄게
(나은) 음, 예를 들면
상견례장에서 대화 주제가 불편하거나
어른들이 급발진할 거 같다 그러면 내가
그래, 이렇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렇게 눈짓을 할게, 그럼
오빠가 음식이나 날씨 같은 걸로 화제를 돌리는 거지
오
[익살스러운 효과음] 요거, 요거, 이렇게?
(나은) 응, 그리고
내가 고개를 두 번 끄덕이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우리 엄마 칭찬을 해 드려
갑자기?
(나은) 어, 우리 엄마가 칭찬에 되게 약하시거든
누가 막 칭찬을 해 주면 기분이 막 업되셔
어, 오케이
(나은) 아, 그리고 이렇게 하지?
그럼 이건 잠깐 밖으로 나오라는 뜻이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동작 그만'
그 순간 오빠가 하던 말이나 행동을 스톱하라는 뜻이야
오케이, 자기는 역시 천재야
나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한숨]
[새가 지저귄다]
[비장한 음악]
[숨을 후 뱉는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 (준형) 엄마 - (미숙) 응?
(준형) 내가 그때 말한 거 기억하지?
(미숙) 아유, 참
(수찬) 아, 적당히 해
상견례라고 괜히 부담 갖고 오버하지 말고
(달영) 부담이라니?
내가 왜 상견례에 부담을 느껴?
아니, 이렇게 잘 키운 딸 데려가는 준형이네서 부담을 느껴야지
내가 왜 부담을 느껴?
참, 아이고
[휴대전화 진동음]
어, 오빠, 왔어?
어, 알았어
(수찬) 아이고, 아이고 아유, 안녕하세요
(종수) 저희가 늦었습니다
(수찬) 반갑습니다 [수찬의 웃음]
(종수) 오셨네요
그래, 어
[날카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 (준형) 가실까요? - (종수) 어, 그래
(종수) 자, 먼저 가시죠 [수찬이 호응한다]
들어가세요, 예
- (종수) 앉으시죠 - (수찬) 예, 예
[수찬의 웃음]
[달영이 탁 친다]
(수찬) 어? 어
아휴
아이고, 아
아빠 의자 안쪽이야
(수찬) 응?
아이, 참
[구시렁거린다]
[수찬의 멋쩍은 웃음]
[어색한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수찬) 아유,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되네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종수) 아이, 고생이라니요
이렇게 사돈을 뵙는 자리인데
반가워서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웃음]
준형이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훤칠한가 했더니
다 아버님을 닮았네요
[종수와 수찬의 웃음]
(수찬) 저렇게 훤칠하고 든든한 아드님을 두셔서
뭐, 밥 안 드셔도 배부르시겠어요? [수찬의 웃음]
(종수) 나은이에 비하면은 철도 덜 들고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사돈께서 많이 좀 가르쳐 주십시오
[수찬과 종수의 웃음]
(나은) 오케이, 대화 흐름 좋고 이제 엄마 차례
(달영) 아휴, 준형이 어머님께서…
아이고, 아니지
이제는 안사돈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아직 호칭이 영 어색하네요
(미숙) 안사돈이란 호칭이 입에 붙기가 쉽지 않죠
[웃음]
전 괜찮으니까 편하게 부르셔도 돼요
(달영) 아, 네, 네
(준형) 나이스, 엄마
안사돈께서는 어쩜 이렇게 세련되셨어요?
(달영) 나은이가 하도 '어머님 멋있으시다'
'고우시다' 해서 궁금했는데
아유, 실제로 보니까 너무 이쁘세요
아니, 요즘 말로 클래스가 다르시네요
[달영과 미숙의 웃음]
감사합니다
(달영) 그게 끝이야?
칭찬을 받았으면
칭찬을 돌려주는 게 상도덕 아닌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준형) 저 사인은…
(나은) 고개를 두 번 끄덕이지?
그럼 우리 엄마 칭찬을 해 드려
(준형) '카피 댓'
어머님도 만만치 않으세요
(준형) 저 어머님 처음 뵙고 진짜 당황했잖아요
당황?
왜, 무슨 일 있었나?
아니, 어머님 뵈러 집에 갔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 거예요
나은이 언니만 있고
어머, 아유
아유, 사돈어른들 다 계시는데 농담은, 참
(준형) 아, 저 진심이에요, 어머니
어머니 밖에 나가시면
나은이 언니라는 얘기 많이 들으시죠?
(달영) [웃으며] 아유, 참
언니까지는 오버고
그냥, 저, 가게 손님들한테 시집보낼 딸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는 정도?
[달영의 기분 좋은 웃음] 거봐요, 어머니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나은) 잘한다, 자기
[강조되는 효과음] 이제 그만
(준형) 어머니 이제 경락까지 받으시니
초동안 되시겠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달영이 멋쩍어한다]
[탁 잠근다] [성난 숨소리]
(달영) 뭐 좋은 얘기라고 미주알고주알, 응?
준형이한테 다 얘기해?
그게 아니라 엄마 얼굴이 살짝 어색하더라도
모르는 척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
아유, 아유, 내가 정말 이, 준형이 엄마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무슨 망신이야, 진짜
(달영) 아휴, 창피해서 그냥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씨
내 생각인데, 엄마 [달영이 씩씩댄다]
그 자리에서 제일 창피했던 사람은 엄마가 아닐 수도 있어
[멋쩍은 웃음]
웃자, 엄마
이럴 때 웃는 게 일류라잖아
[웃음]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젓가락이 달그락거린다]
[살짝 웃는다]
애들이 살 집을 사돈어른께서 책임져 주신다고 하니까
(달영) 송구스러우면서도 감사하네요
(미숙) 아닙니다
부모가 돼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달영과 미숙의 웃음]
(달영)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 예단, 예물은
저희가 섭섭지 않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대해 봐야겠네요, 예단, 예물?
[미숙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어색한 웃음]
저…
(달영) 기대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보세요
저희가 최대한 맞춰 볼게요
[미숙의 차분한 웃음] (미숙) 기대하는 거라…
사파이어, 밍크코트, 다이아 팔찌
[강조되는 효과음] 순금 수저 세트, 명장 자개장
[미숙의 옅은 웃음]
이런 게 다 뭐가 필요하겠어요?
[수찬의 웃음] 그냥 예물, 예단 간소하게 하고
아이들 잘 살 수 있게 양가에서 도와야죠
(달영) 누굴 놀리나?
[의미심장한 음악]
[차분한 웃음]
저희 쪽에서
서로 부담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웃음]
[미숙이 젓가락을 잘그랑 든다] (나은) 위험했다
얼른 화제를 돌려야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형) 우아, 이거 완전 짭조름하니 밥도둑이네요
응, 창난젓?
(준형) 이게 창난젓이구나
가리비젓 같은데?
[흥미진진한 음악]
(나은) 엄마, 왜 이래? 사소한 데 목숨 걸지 마
[살짝 웃는다]
창난젓 맞아요
(미숙) 준형 아빠가 젓갈 좋아해서 제가 때마다 사 나르거든요
이게 모양이 창난이 아니에요
제가 창난젓을 담아 봐서 알아요
[달영의 옅은 웃음] [달영이 젓가락을 잘그랑 놓는다]
[어색한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그럼 한번 물어볼까요?
[익살스러운 음악]
(준형) 여기 혹시 이 젓갈 무슨 젓갈이에요?
[입소리를 씁 낸다]
(종업원) 아, 네…
(나은) 모듬 젓갈이네요
[리드미컬한 음악]
요새는 창난과 가리비를 골고루 섞어서
이렇게 모듬으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어, 그래
(종수) 그, 나도 저번에 한정식집에서 모듬 젓갈로 나와서
먹어 본 기억이 나네
응? 어
이게 모듬 젓갈이라고?
[언짢은 숨소리]
[작은 목소리로] 참, 야
(준형) 아버님
뭐 하실 말씀이라도?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
네?
(수찬) 아니, 창난젓이면 어떻고 가리비젓이면 어떤가?
어차피 불화의 씨앗인걸
아
그냥 두 분 말씀이 다르셔 가지고 저는 궁금해서…
그 정도 눈치면 오늘은 그 입, 입조심 좀 해
(수찬) 아이고
네
(수찬) 애들 결혼식 하기 좋은 날로
두어 개 뽑아 왔습니다
(종수) 아, 예 [종수와 수찬의 웃음]
잘 살펴보고 집사람과 상의한 후에
택일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찬이 호응한다]
[수찬의 웃음]
이제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들어가면
두 사람 정신없겠다?
(종수) 회사 다니랴, 준비하랴 아주 바쁘겠죠
[종수의 웃음]
당신이 많이 좀 도와줘요
아, 나야 괜찮지만
나은이가 불편할 수도
[종수가 부정한다]
(종수) 이제 곧 한식구가 될 사이인데 불편할 게 어디 있어?
그렇지, 나은아?
네?
네, 저야 좋죠 [나은의 어색한 웃음]
(수찬) 눈치 없는 것도 유전인가? 아유
(달영) 아휴, 괜찮아요
바쁘신 안사돈께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세요
제가 잘 코치해서
차질 없이 결혼 준비 할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닙니다
바깥일 하시는 안사돈보단 제가 시간이 많으니까
[어색한 웃음]
하나뿐인 딸 결혼하는데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죠
저도 하나뿐이 없는 아들이 결혼하는데
당연히 시간을…
(준형) 저기
그냥 저희 둘이 알아서 해 볼게요
(미숙) [작은 목소리로] 서준형
[중얼거리며] 기어이, 아유
오빠
[잔잔한 음악]
부모님들 보시기에는 못 미더운 부분도 많겠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저희 둘이 준비를 해 볼게요
(준형) 물론 결혼 준비 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나은이랑 제가 힘을 합쳐서
부모님들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믿고 지켜봐 주세요
나은이랑 준비 잘 해서 잘 살겠습니다
[종수의 흐뭇한 웃음]
[수찬의 털털한 웃음]
(종수) 아이고, 고생 많았다
아니에요, 식사는 괜찮으셨어요?
(종수) 그럼 덕분에 너무 잘 먹고 간다
아버님 어머님도 너무 재밌으시고 좋으시더라
앞으로 시간 될 때마다 종종 얼굴 보고 지내자꾸나
네, 어머님, 그리고 이거
(미숙) [웃으며] 이게 뭐야?
(나은) 마카롱인데요
상견례 끝나고 어머님 당 떨어지실까 봐
오빠가 미리 준비했어요 가시는 길에 드세요
[의아한 웃음]
준형이가?
[흐뭇한 웃음]
결혼할 때 되니까 철드나 보네
[함께 웃는다]
오빠가 티를 많이 안 내서 그렇지 어머님 생각 많이 해요
퍽이나 [종수와 미숙의 웃음]
(종수) 어서 갑시다 우리가 가야 나은이도 좀 쉬지
(미숙) 네
[자동차 시동음]
나은아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환영한다, 우리 가족이 되는 걸
[차 문이 탁 닫힌다]
[미숙의 웃음]
(달영) 수고했어, 얼른 가 쉬어
오늘 진땀 꽤나 흘린 거 같은데
(준형) 아휴, 아니에요
어머니, 요거 마카롱인데요
오늘 고생하셨을 텐데
집에 가서 달달한 거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
[수찬과 달영의 웃음]
이런 센스 있는 사람이 눈치는
(수찬) 아이고, 하여튼 수고했어
오늘 그만 벌서고 얼른 가 쉬어 [달영이 호응한다]
예, 어머니, 들어가세요 조만간 놀러 갈게요
- (준형) 들어가세요 - (달영) 어, 그래그래, 언제든 와
(준형) 네 [달영의 웃음]
(나은) 엄마, 들어가
- (달영) 어, 알았어 - (나은) 어
(수찬) 수고했다 [나은의 웃음]
- (나은) 가세요 - (수찬) 그래
[차 문이 탁 닫힌다] [수찬의 웃음]
[자동차 시동음]
(수찬) 갈게
(준형) 예, 가세요
[나은의 한숨]
(나은) 와, 장난 아니다, 그렇지?
(준형) 아, 겨우 상견례 끝났는데
체감은 결혼식 끝낸 거 같아
[나은의 한숨]
(나은) 결혼 준비 하는 내내 이렇지 않겠지?
당연하지, 이제 어른들 다 빠지고
우리 둘이 준비하는 거잖아
[나은의 한숨]
결혼 준비 할 때 부부끼리 엄청 싸운다는데
(준형)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다른 사람 얘기지, 우린 달라
우리가 여태 싸운 적 있나?
(나은) 없지
(준형) 앞으로도 싸울 일 있겠어?
- [웃으며] 없지 - (준형) 어
(나은) 오빠, 나 배고파
(준형) 가자
애들한테 전화 한번 해 봐
아이, 그냥 둬
뭐, '수고했다', '쉬어라' '잘 들어가라'
했던 인사 또 하는 것도 지겨워, 아이고
[깊은 한숨]
우리 딸이 시집을 다 가네 [수찬이 피식 웃는다]
[차분한 음악] 그러게, 시집을 가네
[웃음]
시집만 보내면
숙제 끝나는 기분 들어서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달영) 막상 또 간다니깐
마음이 영 싱숭생숭하네
시집 안 가고 우리 옆에 오래오래 있어도
(수찬) 싱숭생숭할 거야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서운은 하지
하지만 자기가 저렇게 건강하게 잘 큰 것만 해도
난 감사해
(수찬) 자기가 저렇게 이쁘게 커서
좋은 짝 만난 것만으로도
우리한테 할 효도는 다 한 거야
그럼 된 거지
근데
(달영) 준형이 엄마 만만치 않아 보이지?
우리 나은이 고생할 거 같지?
[어이없는 숨소리]
만만치 않은 거는 이분이 최고지
[수찬의 웃음] 이 양반이 진짜
아유, 하여튼 내 속 긁는 데 타고났어
너무 섭섭해하지 마
[착잡한 한숨]
(수찬) 아니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멋진 사위 데리고 왔잖아
자식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해
우리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선남선녀야, 잘 어울려
[수찬과 달영의 흐뭇한 웃음]
근데
나은이 결혼시키려면 돈이 얼마나 들려나?
아까 준형이 한 말 못 들었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수찬) 둘이 잘 살아 보겠다잖아
간섭할 생각 말아
(달영) 아, 그게 돈 문제도 다 포함된 거였어?
아, 그럼
둘이 양가 어른들 불러 놓고 결혼 발표 했을 때는
돈 문제까지 다 얘기됐겠지
결혼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는 거
애들도 알겠지?
알 거야?
아이, 그럼
벌써 연애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수찬) 그런 정도는 다 정리가 됐겠지
자기들 나이가 몇인데, 아이고
[경쾌한 음악]
(수연) 남자 친구분이랑 돈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다고요?
(나은) 얼마를 모았는지는커녕
얼마를 버는지도 잘 모르는데
(항호) 지금부터 네가 지켜야 될 건 두 가지야, 뭘까?
(나은) 결혼 준비 할 때 제일 큰 문제가 돈이래
(나은) 오빠, 그동안 얼마 모았어?
(준형) 우리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잖아
(나은) 후회 없이 최대한 가성비 좋은 쪽으로 잘 골라서…
가격은 추후에 고민하면 되고
(준형) 효율적인 거보다 후회 없이 하고 싶어
(나은) 하고 싶은 얘기도 못 하겠고
여기서 더 말하면 나만 치사해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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