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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5

 

 [풀벌레 울음]

 

 [이림의 떨리는 숨소리]

 

 매화?

 

 [위태로운 음악]  [해령의 놀란 신음]

 

 (이림)  나는

 

 이 나라 조선의 왕자

 

 도원 대군이다

 

 (해령)  ?

 

 (이림)  진정 나를 벨 수 있겠느냐?

 

 [해령의 놀란 숨소리]

 

 [귀재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잠깐매화...

 

 (해령)  매화 선생

 

 괜찮으십니까?

 

 [해령의 당황한 신음]

 

 매화 선생

 

 아이고선비님

 

 선비님선비님!

 

 선비님

 

 선비님!

 

 [긴장되는 음악]

 

 [밤새 울음]

 

 [모화의 놀란 숨소리]  [귀재의 분노한 신음]

 

 [모화의 힘겨운 신음]

 

 [귀재의 힘겨운 신음]

 

 [귀재의 힘주는 신음]  [모화의 힘겨운 숨소리]

 

 [귀재의 힘겨운 신음]

 

 [모화의 힘겨운 신음]

 

 [귀재의 힘주는 신음]

 

 [팍 꽂히는 소리가 난다]

 

 [모화와 귀재의 힘겨운 신음]

 

 [이림의 힘겨운 숨소리]

 

 [이림이 신음한다]

 

 [슬픈 음악]

 

 [연신 신음한다]

 

 [해령의 놀란 신음]

 

 (해령)  좀 어떻습니까?

 

 많이 아픈 거 아닙니까?  [의원의 고민스러운 신음]

 

 (의원)  기가 허한지 흉몽을 좀 꾸네?

 

 그래도 젊은 사람이니  금방 깨어나겠구먼  [의원의 옅은 웃음]

 

 한데

 

 누구?

 

 손을 보아하니

 

 평생 궂은일은 해 본 적도 없는 듯하고

 

 아무래도 귀한 분 같아서...  [해령의 당황한 숨소리]

 

 혹 해령 아씨

 

 정인이라도 되는가?

 

 아유아니요아니요아니요

 

 정인정인은 무슨...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

 

 

 

 [의원의 미심쩍은 숨소리]  (해령)  아휴

 

 [의원의 미심쩍은 신음]

 

 [의원이 피식 웃는다]

 

 (해령)  [멋쩍게 웃으며]  정말입니다

 

 [의원의 미심쩍은 숨소리]

 

 (의원)  아주 잘생겼던데

 

 [잔잔한 음악]

 

 (이림)  나는 이 나라 조선의 왕자

 

 도원 대군이다

 

 [이림의 놀란 숨소리]

 

 내가 왜 여기 있느냐?

 

 (해령)  약방입니다

 

 홀로 두고 올 수가 없어서

 

 괜찮으십니까?

 

 가 봐야겠다

 

 선비님  그탕약이라도 좀 드시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조 정랑)  뭐라?

 

 도원 대군?

 

 [웃으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아이...

 

 대감저놈이 엉뚱한 자한테  속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도원 대군이라니요?

 

 녹서당에나 처박혀 있는 백면서생이

 

 대체 무슨 연유로  의금부를 오간다는 말입니까?

 

 에이...  [이조 정랑의 어이없는 웃음]

 

 세자에게 수족이  하나 더 생겼나 봅니다

 

 수족요?

 

 대제학 대감 댁에 연통을 넣고 오너라

 

 (귀재)  

 

 하면

 

 그 사내가 살해당했다?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

 

 수상한 자가 다녀가자마자  그 사내가 죽어 있는 것을

 

 제 눈으로 분명 보았습니다

 

 부상이 심하다 하지 않았느냐?

 

 애먼 사람을 의심하는 걸 수도 있다

 

 칼을 쓰는 자였습니다

 

 게다가 변복을 하고  의금부에 드나드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자가 칼을 쓰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

 

 혹 그자와 대면하기라도 한 것이냐?

 

 [한숨 쉬며]  림아...

 

 유일한 실마리였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한들 어찌 그리 무모한 행동을  한다는 말이냐?

 

 혼자 조용히 다녀오겠다며  호위까지 물리지 않았어?

 

 [한숨 쉬며]  이런 일에 널 끌어들인 것이  내 실수였다

 

 넌 더 이상 관여하지 말거라

 

 (이림)  형님

 

 형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금서부터 시작해서 이번 사건까지

 

 앞뒤가 맞지 않고 영문 모를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그 중심에

 

 '호담선생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해서 전 알고 싶습니다

 

 '호담선생전'이  대체 무슨 내용의 서책인지

 

 호담은 대체 누구인지

 

 알아야겠습니다

 

 안 된다

 

 [깊은 한숨]

 

 그 서책의 내용이 무엇이든  넌 알려고 하지 말거라

 

 세자로서의 명이다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답답한 숨소리]

 

 "용모비록"

 

 [잔잔한 음악]

 

 "본관 전주성명 이림  출생 경신생"

 

 (이림)  길을 잃었느냐?

 

 [이림의 놀란 숨소리]  [해령의 놀란 신음]

 

 내일도 오고 내일모레도 오고  [해령의 옅은 한숨]

 

 또 그다음 날도 여기를 와

 

 이 도원 대군이  너를 용서하는 그날까지 매일매일

 

 (이림)  나는 이 나라 조선의 왕자

 

 도원 대군이다

 

 [다가오는 발걸음]

 

 (은임)  구 권지

 

 [다가오는 발걸음]

 

 (은임)  뭘 그리 보십니까불러도 듣질 못하고

 

 (해령)  이거 용모비록입니다

 

 근데 여기는 왜 비었습니까?

 

 도원 대군 말입니다

 

 다른 종친들 용모파기는 다 있는데

 

 딱 여기만 비었습니다

 

 (아란)  구 권지님은  도원 대군 얘길 모르십니까?

 

 있잖습니까?

 

 궁궐 깊은 곳

 

 [음산한 음악]  녹서당에서 유폐 생활 중인 왕자  도원 대군

 

 소문으로는 온몸에 종기가 가득 나서

 

 사람으로도 짐승으로도 안 보이는  괴인이랍니다

 

 [해령의 의아한 숨소리]

 

 (은임)  전 그게 아니라

 

 전하께서 어쩔 수 없이  가둬 두셨다 들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심각한 광증이 있어서

 

 [궁인이 애원한다]  궁인들을 막 겁박하고 때리고

 

 심지어...  [궁인의 외마디 신음]

 

 [작은 소리로]  죽이기까지 한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은임)  하면 명색이 대군인데

 

 왜 그 나이 먹도록  혼인도 못 하고 궐에 붙어살겠습니까?  [해령의 한숨]

 

 탄신연이며 능행이며  조하에 참석도 못 하고

 

 [해령의 의아한 숨소리]

 

 (홍익)  서리들좀 나와 봐

 

 이게이게 말이나 되냐고?

 

 (시행)  억지도 정도껏 부려야지 말이야

 

 저것들 들어갔다가 사고 치면은

 

 나더러 책임지고  깨지라는 이야기 아니야지금?

 

 (장군)  저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 한림들의 수장은  양 봉교님 아니십니까?  [주서의 비웃음]

 

 왜 대제학 대감께서  이런 일까지 결정하십니까?

 

 양 봉교는 너희 한림들한테나 수장이지

 

 (주서)  엄밀히 말하면 예문관 서열은

 

 영상 대감 다음 대제학 대감이야

 

 게다가 세자 저하께  윤허까지 받았다는데

 

 뭔 불만들이 이렇게 많아?

 

 하라면 그냥 좀 해!

 

 [길승이 책상을 쾅 친다]

 

 (길승)  이건 사관들의 문제입니다

 

 제갈 주서님은  참견 마시고 돌아가십시오

 

 (주서)  나는 얘가 참 어려워

 

 (우원)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

 

 입시시키겠습니다

 

 (시행)  미나리 먹고 미쳤니?

 

 도라지 먹고 돌았어?

 

 거기가 어디라고...  [다가오는 발걸음]

 

 (해령)  무슨 일 있으십니까?

 

 [우원이 교지를 탁 내려놓는다]

 

 오늘부터 내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흥미진진한 음악]

 

 - (은임?  - (아란?

 

 사책과 필통을 준비하거라

 

 (삼보)  [큰 소리로]  마마!

 

 "녹서당"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큰일 났습니다요큰일!

 

 아휴마마!

 

 여사?

 

 여사가 이곳에?

 

 그렇다니까요?

 

 20년 동안 녹서당에

 

 금이 가는지 물이 새는지  관심도 없던 양반들이

 

 (삼보)  왜 하필 녹서당에 입시한답니까?

 

 은성군은위군은효군  널린 게 왕자들인데

 

 ?

 

 돌아 버리겠네진짜

 

 [삼보의 놀란 숨소리]

 

 마마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옷을 벗으십시오

 

 만에 하나 그 낭자가  마마의 얼굴을 보게 되면은...

 

 아니다

 

 그 낭자를 속일 수 있어도

 

 사관을 속여서는 아니 돼

 

 (삼보)  아이...

 

 더 이상 속이고 싶지도 않아졌고

 

 마마하면...

 

 공복을 가져와라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삼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긴장한 한숨]

 

 "녹서당"

 

 (박 나인)  마마여사 들었사옵니다

 

 마마

 

 들라 하라

 

 예문관 권지 구해령

 

 인사 올립니다

 

 [옅은 한숨]

 

 도원 대군 이림이다

 

 [착잡한 숨소리]

 

 [작은 소리로]  아니길 바랐는데

 

 [해령이 필기구를 꺼낸다]

 

 [애틋한 음악]

 

 (해령)  오시여사 구해령이 녹서당에 들다

 

 [옅은 한숨]

 

 도원 대군이 서책을...

 

 (이림)  어제는

 

 내 사정이 있어  급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군마마

 

 저는 지금

 

 사관으로서 마마를 뵙고 있습니다

 

 (부제학)  말씀하신 대로  진주 목사 김승학을 위유사로 차출해

 

 홍수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휼하도록 하였습니다

 

 쓰읍주상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은...

 

 그 책임은 저의 몫이니 염려치 마세요

 

 (이진)  하나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어

 

 백성들이 피해를 입는 일에 대해서는

 

 부제학께서도  대책을 강구해 줬으면 합니다

 

 혹 저수와 하수를  소상히 설명한 서책이 있습니까?

 

 [은임의 답답한 한숨]

 

 [은임의 답답한 한숨]

 

 [은임의 힘겨운 신음]

 

 [은임의 못마땅한 신음]

 

 (은임)  아유정말 왜 이러십니까?

 

 제가  입시를 해야 한다지 않습니까?

 

 입시요!

 

 [답답한 한숨]

 

 그래좋습니다

 

 [은임의 힘겨운 신음]

 

 최 상궁님께서  치사하게 쪽수로 밀어붙이시니

 

 저는 사관의 기개로 맞서야지요

 

 들여보내 주실 때까지

 

 [바닥을 탁탁 친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비 임씨의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궁 안에 시선이  점점 많아지는 듯합니다

 

 (대비 임씨)  얼굴을 보여 주는 것이 뭐 대수겠는가?

 

 마음만 들키지 않으면 될 일

 

 해서 그 일은 어찌 되었는가?

 

 한발 늦었습니다

 

 하면

 

 모두 죽었다는 말이냐?

 

 숨이 붙어 있는 자를 발견하여  급히 처치를 했는데

 

 다음 날 의금부에서 절명했다고 합니다

 

 좌상의 소행이로군

 

 이 모든 것이

 

 민익평 그자의 소행이야

 

 서책은 금서가 되고

 

 서포는 사라졌다

 

 (이림)  무엇을 그리 적고 있는 것이냐?

 

 난 여기서 이 서책만 보고 있는데

 

 무엇을 그리 적고 있냐는 말이다

 

 사초의 내용을  알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알려 달라는 게 아...

 

 설마 방금 내가 한 말을 적는 것이냐?

 

 (이림)  너 진짜 적고 있어?

 

 지금지금 계속 너...

 

 [머뭇거리는 신음]

 

 [기가 찬 한숨]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해령의 다부진 숨소리]

 

 [이림이 씩씩거린다]

 

 (이림)  가짜 매화

 

 [흥미진진한 음악]

 

 매화 행세를 하며

 

 순진한 백성들의 돈을 가로챈 사기꾼

 

 그것도 모자라 어명을 어기고

 

 녹서당에 멋대로  출입까지 했던 죄인 구해령

 

 에게 내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이것도 적을 것이냐?

 

 [익살스러운 효과음]

 

 [난처한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난처한 한숨]  [종이 댕 울린다]

 

 [종이 계속 울린다]

 

 (이림)  ...

 

 (해령)  물러나겠습니다

 

 [이림의 다급한 숨소리]

 

 사관 흉내 이쯤 해

 

 내 너에게 할 말이 있다지 않느냐?

 

 [옅은 한숨]

 

 그동안 기회는 많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뭐  저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대군마마인 걸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살려 주시옵소서'

 

 이런 말요?

 

 그렇다면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해령의 한숨]

 

 대체 이번엔 뭘 어떻게 해야

 

 도원 대군마마께서  절 용서해 주실까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잔잔한 음악]

 

 어젯밤

 

 네가 왜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날 외면하지 않아 줘서

 

 신경 써 줘서 고마웠다고

 

 그 말이 하고 싶었어

 

 그리고 내가 먼저 널 속였으니

 

 내게 용서를 구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이의 악연은  이쯤에서 끝난 거로 하자

 

 나가 보거라

 

 (해령)  어쩌면

 

 벗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이 좋지는 않았어도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이 넓은 궁궐에서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쯤은 있어도 좋겠다

 

 그리 생각했습니다

 

 대체 왜...

 

 왜 진작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떨리는 숨소리]

 

 "녹서당"

 

 [깊은 한숨]

 

 [깊은 한숨]

 

 (관원1)  평판도 알 수 없는 이가  사헌부에 들어온다 하여 걱정했는데

 

 듣자하니 좌상 대감이  특별히 아끼는 분이시라고요?

 

 (재경)  인연이 길어  편히 대해 주시는 거뿐입니다

 

 (관원2)  그 까다로운 대감께서  가까이하시는 걸 보니

 

 연유가 있겠지요

 

 [애잔한 음악]

 

 [초조한 숨소리]

 

 (재경)  ...

 

 알아보셨습니까?

 

 (내관)  보아하니  오늘 외출했다 돌아온 상궁은 없고

 

 한 내관의 부인이  들었던 기록은 있습니다

 

 내관의 부인요?

 

 '상호 허삼보의 부인 박소사'  그리 적혀 있습니다

 

 !

 

 [시행의 분노에 찬 숨소리]

 

 (시행)  이것들이 지금 장난해?

 

 이딴 걸 사초라고 써 온 거야?

 

 서당 개가 천자문을 써도  이거보다 낫겠다

 

 이것보다 낫겠어!

 

 (아란)  저희도 나름 성심성의껏...

 

 놀다 오셨어요그쪽은

 

 아주 중전마마랑  친구를 해 잡수셨어요?

 

 기가 막혀

 

 '유밀과가 맛있었고'

 

 '알고 보니 같은 동네 출신이라  너무 반가웠고...'

 

 [익살스러운 음악]

 

 즐거우세요?

 

 (시행)  ?

 

 대비전 문턱도 못 밟고  상궁한테 쫓겨나신 우리 오은임 권지

 

 '대군이 서책을 한 장 넘겼다  또 한 장 넘겼다'

 

 이딴 문장으로 30장을 채워 오신  우리 구해령 권지

 

 지금 이 상황이 즐거우세요?

 

 너도 얘네들보다 쥐똥만큼 나은 거지

 

 사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입궐한 지 달포가 지날 동안

 

 도대체가 예문관에서 뭘 한 거야?

 

 몰려다니면서 수다나 떨고  궁궐 구경만 했어?

 

 내가 신입일 때는?

 

 입궐 한 달 차에

 

 [시행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시행의 아파하는 신음]

 

 

 

 꼴 보기 싫으니까 다 나가?

 

 [짜증 내며]  안 나가?

 

 교육을 말이야!

 

 똑바로 시...

 

 [답답한 신음]

 

 [성난 숨소리]

 

 외롭다

 

 외로워

 

 이 조선에

 

 진정한 사관은 나뿐이라는 말인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란)  [씩씩거리며]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서당 개라니요?

 

 아무 준비도 없이  날벼락처럼 입시시켜 놓고

 

 기절 안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은임)  에이허 권지는  좋은 시간 보내셨지 않습니까?

 

 중전마마께 차 대접도 받고  담소도 나누고

 

 [은임과 해령의 웃음]  [아란의 한숨]

 

 - (아란제가 속으로는  - (해령아휴

 

 (아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요?

 

 저 대신

 

 녹서당 그 불구덩이를 자처한

 

 우리 구 권지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은임)  해서 확인은 하셨습니까?

 

 (해령)  ?

 

 (은임)  아까 확인할 것이 있어서

 

 허 권지 대신  녹서당에 들겠다 하셨지 않습니까?

 

 도원 대군이  그 소문 속의 짐승인지 광인인지

 

 궁금해서 그러신 거 아니에요?

 

 (해령)  그거는...

 

 (아란)  구 권지가 이리 멀쩡한 걸 보니

 

 광인은 아닐 테고

 

 [아란의 놀란 신음]

 

 [발을 탁 구르며]  역시 그 종기 병이 맞았나 봅니다

 

 어떻습니까?

 

 도원 대군 많이 흉측합니까?

 

 아니요

 

 흉측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음악]

 

 (해령)  정말입니다

 

 이 키도 훤칠하게 크고 피부도 하얗고

 

 눈도 예쁘고

 

 보기에 좋기만 합니다

 

 (은임)  그럼 그게 다 헛소문이었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누가  도원 대군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거든

 

 그거 틀렸다고 전해 주십시오

 

 막 흉측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사람을 죽이는 광인도 아니라고요

 

 그저 그성격이 쪼끔  더러울 뿐이라고 고렇게 전해 주십시오

 

 (해령)  저는 지금 사관으로서  마마를 뵙고 있습니다

 

 그래넌 사관이다

 

 그걸 내 모르겠느냐?

 

 마마!

 

 (삼보)  아니그 귀한 꽃을 왜?

 

 생전 풀때기 하나도 못 꺾던 분이  왜 이러십니까?

 

 격분할 일이라도 계셨습니까?

 

 아니다

 

 혼자 있고 싶으니 들지 말거라

 

 [이림의 옅은 헛기침]

 

 [의아한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뭔가

 

 내 영역 밖의 일인 것 같은  이 낯선 느낌

 

 이게 뭐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대문이 달칵 닫힌다]

 

 (이태)  대체 일을 어찌하고 있는 게야?

 

 서포를 찾았다면서 알아낸 건 없고

 

 웬 의술에 대한 해괴한 소문만  퍼지고 있지 않은가?

 

 자네도 이제 나이가 들었어

 

 예전의 그 영민함은 온데간데없고

 

 괜한 곳만  긁어 부스럼을 만드니...

 

 (익평)  기억하십니까전하?

 

 20년 전 서래원에서 오랑캐 의술을  공부하던 계집이 있었습니다

 

 모화라는 이름의 관비인데  폐주의 보살핌을 받았지요

 

 [비밀스러운 음악]

 

 (이태)  한데?

 

 전하께서도 분명 그 계집의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의술이 어찌나 신통한지

 

 다 죽어 가는 사람도  기이한 방법으로 살려 낸다

 

 하면 지금 그 계집이

 

 그 계집이 살아 있다는 뜻인가?

 

 어찌 과인의 나라과인의 땅에

 

 서래원 역당이!

 

 당장 병판을 시켜 군사를 풀라

 

 팔도 산을 헤치고  강을 다 뒤집어서라도

 

 그년을 찾아 내 앞에 데려와!

 

 (상선)  전하고정하시옵소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계집입니다

 

 섣불리 움직여 겁을 줬다간  영영 놓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면 과인에게 이대로  손을 놓고 지켜보라는 것이야?

 

 군계 속의 학은 돋보이고

 

 주머니 속의 송곳은  드러나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몸이야 얼마든지 숨겨도

 

 재주는 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승지를 불러와 주게

 

 (상선)  

 

 [분노를 삭이는 숨소리]

 

 (박 나인)  마마여사가 들었사옵니다

 

 [이림의 다급한 신음]

 

 [헛기침]

 

 들라 하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은임)  예문관 권지 오은임 인사드립니다

 

 ...

 

 [잔잔한 음악]

 

 (이진)  관복을 입은 모습이 퍽 보기 좋구나

 

 [해령의 옅은 웃음]

 

 과찬이십니다

 

 오늘은 내 봐야 할 서책이 있으니

 

 너도 너무 애쓰지 말고  편히 있다 가거라

 

 저하  [이진의 호응하는 신음]

 

 (이진)  어제 녹서당에  네가 입시를 했다 들었다

 

 ?

 

 

 

 (이진)  도원 대군은 어떻더냐?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텐데

 

 [머뭇거리는 신음]

 

 대군마마께서는

 

 종일 서책만 보셨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서툰 아이다

 

 행여 여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더라도

 

 너그러이 봐다오

 

 저하

 

 (이진)  안 되겠다

 

 따라오너라

 

 [문이 달칵 열린다]

 

 [짐을 달그락 챙긴다]

 

 [화살이 탁 꽂힌다]

 

 (고전)  관중이오!

 

 [이진의 후련한 한숨]

 

 (이진)  간만에 활을 쏘니 마음이 후련하구나

 

 시름이 날아가는 듯해

 

 형님이 좋으시다니 저도 좋습니다

 

 [이진의 옅은 웃음]

 

 [이진의 한숨]

 

 [밝은 음악]

 

 마마

 

 여사들이 보고 있사옵니다

 

 관중 또 관중하시옵소서

 

 [숨을 후 내뱉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람들의 새어 나오는 웃음]

 

 [이진의 웃음]

 

 (이림)  아니이게 왜 오늘따라...

 

 [권지들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원래

 

 원래 활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팔팔의 힘도 중요하고

 

 (이림)  몸의 균형도 잡아야 하고

 

 아무튼

 

 저만큼 쏜 것도 나름 잘 쏜 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그리 내 실력이 우습다면

 

 한번 쏴 보거라

 

 '견우미견양'이라는 말이 있잖느냐?

 

 직접 쏴 보아야 그 어려움을 알 터

 

 만약 한 발이라도 관중시킨다면

 

 내 너에게 권한을 주겠다

 

 나를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권한

 

 [해령의 난처한 숨소리]

 

 (이진)  그래사양하지 말거라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여인이 활을 잡아 보겠느냐?

 

 게다가

 

 대군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권한까지 준다는데  [이림의 한숨]

 

 [곤란한 숨소리]

 

 화살은 몇 개나 필요해?

 

 백 개?

 

 천 개?

 

 (해령)  한 발만 관중시키면 된다면서요?

 

 하나면 됩니다

 

 (고전)  관중이오!  [삼보의 놀라는 탄성]

 

 [나팔 소리 효과음]  [이진의 놀라는 탄성]

 

 [차분한 음악]  [은임의 놀란 숨소리]

 

 [이진의 놀란 숨소리]

 

 (이진)  지척에 숨은 활잡이가 있었구나

 

 활은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냐?

 

 연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취미 삼아

 

 가볍게 즐기던 것뿐입니다

 

 [이진의 옅은 웃음]

 

 [이진의 탄성]

 

 (이진)  그것도 모르고 도원이 활을 건넸으니

 

 이거야말로 공자의 문전에서  효경을 판 꼴 아니냐?

 

 [이진의 웃음]

 

 구 권지는 여기  사관으로서 와 있는 거 아니었나?

 

 지금 본분을 매우 잊은 듯한데?

 

 송구하옵니다마마

 

 대군마마의 말씀  한 자도 놓치지 않고 적겠습니다

 

 (이림)  이건 적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적지 말라고

 

 구해령 권지

 

 (이진)  너무 나무라지 말거라

 

 네가 뽑은 여사인데  열심히 하는 것을 기특해해야지?

 

 [못마땅한 한숨]

 

 [씩씩거린다]

 

 [이림의 한숨]

 

 (삼보)  아유제 얼굴이  다 화끈거려서 참이거...

 

 어찌 스무 발 중의 스무 발을  다 못 맞히십니까?

 

 실수로라도 한 번은 관중할 법도 한데

 

 이건 뭐실력도 없고 운발도 없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걱정이 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처참한 풍경이  사책에 고스란히 담겼을 텐데

 

 가만뒀다가는 망신살이  천년만년 뻗치지 않겠습니까?

 

 여사보다 못한 대군마마라고요

 

 하면 이미 적힌 것을 어쩌라는 말이냐?

 

 (이림)  ...

 

 애초에 여사 같은 거

 

 생기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이림이 씩씩거린다]  (박 나인)  마마

 

 예문관 권지 구해령 들었사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녹서당"

 

 아직도 입시가 덜 끝났느냐?

 

 여쭤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림의 한숨]

 

 아까 저하께서 마마가 저를 뽑았다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도 모르겠다

 

 만약 내게 여사를 뽑을  권한이 있었다면

 

 넌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테니까

 

 [기가 찬 웃음]

 

 아유

 

 제가 괜한 질문으로  귀찮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전 물러나 보겠습니다

 

 (이림)  !

 

 쓰읍일전에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고집은 황소 같고  배짱은 장수 같은

 

 그런 이상한 여인이 있다면

 

 그 여인을 여사로 뽑으시라고

 

 [피식 웃으며]  하면

 

 제가 고집은 황소 같고  배짱은 장수 같은

 

 이상한 여인이라  여사로 뽑혔다는 말씀이십니까?

 

 감사 인사는 됐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어이없는 한숨]

 

 [코웃음 치며]  자기는 뭐안 이상한 줄 알아?

 

 어이구자기는 활도 못 쏘면서!

 

 [흥미진진한 음악]

 

 (삼보)  쓰읍...

 

 [신나는 환호성]

 

 [통쾌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통쾌한 웃음]

 

 [시행의 감탄하는 신음]

 

 [시행의 감탄하는 신음]

 

 [시행의 감탄하는 신음]

 

 죽을래요?

 

 (시행)  이딴 걸 사초라고 써 온 거야?

 

 [은임의 좌절하는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란)  아휴귀가 다 먹먹하네

 

 말로 조곤조곤해도 알아들을 것을

 

 꼭 저리 꽹과리 소리를 내야 한답니까?

 

 (은임)  아이놔두세요

 

 그러다 목청 터지면

 

 자기 손해지내 손해냐?  [해령과 아란의 웃음]

 

 (해령)  아니오 권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싱글벙글하십니까?

 

 (은임)  싱글벙글해야지요

 

 대망의 그날인데

 

 (아란)  '그날'?

 

 (은임)  우리 권지들

 

 첫 녹봉 받는 날

 

 [해령과 아란의 신난 탄성]  [경쾌한 음악]

 

 (사희)  벌써 날짜가 그리 됐습니까?

 

 (은임)  쓰읍...

 

 사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확 다 때려치워 버릴까 싶었는데

 

 녹봉날이 다가오니까

 

 양 봉교님이 소리를 질러도

 

 그래넌 그러고 살아라 싶고  [해령의 옅은 웃음]

 

 안 검열님이 깐족거려도

 

 그래넌 그러고 살아라 싶더라니까요?

 

 역시 사람의 이해심과 관대함은

 

 주머니에서 나온다

 

 저희 어머니가 매번 하시는 말씀입니다

 

 (은임)  에이기분이다

 

 오늘 광흥창 들렀다가  저희 집으로 가요

 

 동치미 국수 시원하게 말아 먹고

 

 [입소리를 딱 낸다]

 

 요것도 한잔?

 

 [해령과 아란이 혀를 똑 튕긴다]

 

 - (관원3) 내의원 참봉 이일성  - (단골리1) 여기요

 

 (관원3)  잘 지내시나?

 

 (관원3)  내의원 부봉사 조흥근

 

 (단골리2)  여기요

 

 (관원3)  내의원 부봉사 권인손

 

 (해령)  ?

 

 아니아까부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서리들 말입니다

 

 부르는 건 관원의 이름인데

 

 저 서리들이 들어가서  녹봉을 받아 나옵니다

 

 (아란)  저게 다 자기 관청 개나리들이  심부름시킨 거 아니겠습니까?

 

 아휴불쌍한 서리들

 

 (관원3)  내의원 참봉 김차...  [관원4의 다급한 신음]

 

 (관원4)  어이박 주부

 

 [관원3의 헛기침]  나일세

 

 (관원3)  사역원 부봉사 정만식

 

 (관원4)  비켜 보시오?

 

 빨리빨리빨리빨리

 

 (관원3)  잘 지냈소?  [관원4의 옅은 웃음]

 

 - (관원4) 매번 고맙네  - (관원3) 아이뭘 이런 거 가지고

 

 (관원4)  다음에 한잔 같이 하자고?  [관원3이 호응한다]

 

 [관원4의 웃음]  [관원3이 소곤거린다]

 

 [관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관원3)  이번 달 녹봉 지급은 끝났소

 

 다음 달에 다시들 오시오

 

 - (관원5) 아이뭔 소리요?  - (관원6) 벌써 몇 달째냐고!

 

 (관원5)  아유진이 빠지는구먼  진이 빠져가세

 

 (관원7)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 (관원8) 벌써 몇 달째인지원  - (관원9) 그러니까요아휴

 

 (은임)  나리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녹봉 지급이 끝나다니요?

 

 저희 이름은 불리지도 않았습니다

 

 (관원3)  여사들?

 

 여사들도 녹봉을 받나?

 

 (은임)  그럼 미쳤다고  돈도 안 받고 그 짓을 합니까?

 

 (해령)  저희 이거이거 한번 좀 봐 주십시오

 

 - (해령저희들도 분명히...  - (관원3) 볼 필요도 없소

 

 (관원3)  창고가 비어서 줄 쌀이 없는 걸

 

 나더러 어찌하라는 것이오?  [권지들의 놀란 숨소리]

 

 정 억울하면  다음 달엔 좀 일찍들 좀 오든가

 

 게을러 가지고

 

 [아란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란)  지금 저만 이해를 못 하는 겁니까?

 

 어떻게어떻게  광흥창이 빌 수가 있습니까?

 

 [은임이 훌쩍인다]  [애잔한 음악]

 

 [울먹이며]  내 녹봉

 

 (은임)  [엉엉 울며]  내 소중한 녹봉

 

 [은임이 흐느낀다]

 

 (손님1)  한잔하시게

 

 [주막이 시끌벅적하다]

 

 - (손님2) 주모  - (손님3) 주모

 

 (해령)  흉년이라더니

 

 관아도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그래도 다음 달에  몰아서 준다고 하니까

 

 기운 내세요오 권지

 

 (아란)  맞아요

 

 어차피 쥐꼬리밖에 안 되는 거

 

 한 달 늦게 받는다고  뭐 어떻게 되겠습니까?

 

 [은임의 답답한 신음]

 

 (은임)  전 어떻게 됩니다

 

 그 쥐꼬리만 한 녹봉이라도 받겠다고

 

 저희 집 앞에서 자모전가 놈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아란)  [놀라며]  자모전을 쓰셨다고요?

 

 (은임)  저희 아버지가 종8품 봉사십니다

 

 면신례 때 그 많은 음식값술값

 

 무슨 수로 냈겠습니까

 

 남의 주머니라도 빌려야지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장군)  주모!

 

 여기 제일 비싼 찬으로다가

 

 상다리 휘어지게 한번 차려 주시게!

 

 (한림들)  차려 주시게!

 

 황 검열님

 

 [한림들의 놀란 신음]

 

 (장군)  ...

 

 [치국의 놀란 신음]

 

 (함께)  직필!

 

 [한림들이 숨을 카 내뱉는다]

 

 (장군)  이야!

 

 우리 치국이가 사 주는 술이라 그런지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장군의 웃음]

 

 한데 김 검열님은  왜 갑자기 술을 사시는 겁니까?

 

 책이라도 잡히셨습니까?

 

 (홍익)  어허!

 

 좋은 날 그게 무슨 망발이야?

 

 오늘은 여기 있는 김치국 검열께서

 

 녹봉을 처음으로 온전히 받은  역사적인 날이란 말이다

 

 (아란)  [놀라며]  그럼 여태까지

 

 제대로 녹봉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씀이세요?

 

 (치국)  없지

 

 아휴아니

 

 처음 몇 달은  내가 늦게 왔다고 적게 주고

 

 다음 몇 달은 흉년이 들어서 적게 주고

 

 또 다음 몇 달은  한파가 찾아와서 적게 주고

 

 (홍익)  아휴그러니까이 자식아  내가 진작에 단골리도 좀 쓰고

 

 광흥창 관원들이랑 인사도 좀 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냐?

 

 혹 단골리라면

 

 아까 그 광흥창에 있던 서리들을  단골리라고 합니까?

 

 (서권)  본래는 이조 소속 서리들인데

 

 녹봉 받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관원들이 도움을 받고는 합니다

 

 도움은 무슨...

 

 아이녹봉 받아다 주면서  자기들이 떼먹는 수고비가 얼마인데요?

 

 (치국)  그 광흥창에 있는 관원들도 그렇습니다

 

 창고 다 털리기 전에 이름 불리려면

 

 이 뒷돈부터 쥐여 줘야 하니

 

 순 도둑놈들

 

 (은임)  아니그런 거지 같은 법이  다 있습니까?

 

 돈을 내야만  녹봉을 받을 수 있다니요?

 

 하면 가난해서 청탁도 못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가난해지고

 

 살 만해서 청탁하는 애들은  계속해서 살 만해지고?

 

 (장군)  그게 바로

 

 국법보다 무서운  관행이라는 거야관행

 

 [잔잔한 음악]  너희도 다음 달부터는 헛걸음하지 말고

 

 단골 서리나 찾아보라고

 

 (홍익)  아휴저기

 

 맨정신에 돈 얘기 해 봤자  그구질구질해지니까

 

 차라리 취해서 다 잊어버립시다

 

 직필!

 

 (사희)  그간 내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도움 될 만한 내용은 없으나

 

 알아 두어 나쁠 일도 없을 것입니다

 

 무엇이 도움이 되고안 되고는  내가 판단하네

 

 자네는 지금처럼  충실한 사관이기만 하면 돼

 

 [풀벌레 울음]

 

 (우원)  송 권지가 여긴 무슨 일이지?

 

 제 아비께서 좌상 대감의 벗임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긴히 할 말이 있다 하여  서신을 전하러 왔을 뿐입니다

 

 수십이 넘는 노비를 두고

 

 이 늦은 시각에

 

 너를 보냈다?  [사희의 한숨]

 

 정사를 논하다 보면

 

 천한 것들의 손이  더 못 미더울 때도 있는 법이지요

 

 말씀대로 밤이 깊었습니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원)  조심하거라

 

 [의미심장한 음악]

 

 사관은 다른 이와 사사로이  연을 쌓아서는 안 돼

 

 훗날 너에게  큰 허물이 되어 돌아갈 수도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문이 쾅 닫힌다]

 

 (시행)  아휴또 놀러 왔네

 

 승정원은 할 일도 없나?

 

 (주서)  구해령이 누구야?

 

 권지 구해령이 누구냐고!

 

 너야?

 

 이딴 상소 써서 올린 또라이가?

 

 (장군)  아이제갈 주서님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단 진정하시고

 

 (주서)  너희들이 저 상소를 봐 봐

 

 내가 진정하게 생겼는지

 

 (경묵)  '녹봉 지급의 부패가 성행하니'

 

 '단골 서리의 고용을 금하고'

 

 (홍익)  '모든 관원이 직접 광흥창으로...'

 

 [시행의 깊은 한숨]

 

 (주서)  여기서 너만 생각 있고  너만 잘났어?

 

 우리는 뭐입이 없어서

 

 녹봉 못 받고도  등신처럼 가만있는 줄 알아?

 

 수천 명수만 명이 얽혀 있어서

 

 삼사에서도 못 건드리는 문제를

 

 네가 뭔데 들쑤셔?

 

 [버럭대며]  네가 뭔데 들쑤셔?

 

 너 이거 까딱해서 전하께 올라갔으면은

 

 너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한림들 싹 다 모가지였어

 

 알아?

 

 계집년이 바깥일 한다고 설쳐서

 

 [위태로운 음악]  입궐까지 했으면은

 

 도움은 못 줘도  폐는 끼치지 말아야 될 거 아니냐?

 

 주서님!

 

 말씀을 가려 하시죠

 

 (주서)  안 그래도 목구멍까지  쌍욕 올라오는 거

 

 내가 간신히 참고 있다?

 

 선진이라는 것들이  이렇게 물러 터졌으니까

 

 이딴 게 사고를 치지

 

 예문관 꼬라지들 하고는 진짜...

 

 [시행의 답답한 한숨]

 

 (시행)  구 서리

 

 너는 도대체가...

 

 혼날 때 혼나더라도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바로 알고 혼나고 싶습니다

 

 ?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딴 말이 나와?

 

 부정한 모습을 보았고  바로잡아 달라고 상소를 썼습니다

 

 관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게 어찌하여...

 

 폐나 끼치는 계집년  소리를 들어야 할 일인지

 

 전 정말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 구해령  - (홍익양 봉교님

 

 - (홍익입시할 시간 다 됐습니다  - (시행?

 

 (홍익)  반 죽여 놓든 살려 놓든 이따...

 

 - (시행너는 네 생각밖에 안 해?  - (홍익양 봉교님

 

 - (시행신입이 말이야?  - (홍익양 봉교님

 

 (시행)  배울 생각을 해야지 자기 생각만 하고

 

 [문이 쾅 여닫힌다]

 

 [이림의 옅은 한숨]

 

 [이림의 초조한 숨소리]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답답한 한숨]

 

 왜 안 오는 거야?

 

 [입소리를 쩝 낸다]

 

 [깊은 한숨]

 

 [먹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림)  삼보야

 

 (삼보)  

 

 오시는 지나지 않았느냐?

 

 (삼보)  한 한 식경쯤  지난 거 같은데요?

 

 [한숨]

 

 [차분한 음악]

 

 [이림의 옅은 헛기침]

 

 (박 나인)  마마여사 들었사옵니다

 

 [헛기침]

 

 들라 하라  [문이 달칵 열린다]

 

 [지친 한숨]

 

 (이림)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나 봐?

 

 사관 입시에 늦기까지 하고?

 

 [옅은 한숨]

 

 [옅은 한숨]

 

 (이림)  무슨 일 있느냐?

 

 아닙니다

 

 [아련한 음악]

 

 [울먹이는 숨소리]

 

 [해령이 숨죽여 흐느낀다]

 

 [훌쩍인다]

 

 (이림)  울어도 괜찮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니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소리 내어 울어도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서러운 흐느낌]

 

 [해령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해령이 연신 흐느낀다]

 

 [해령이 연신 흐느낀다]

 

 [아련한 음악]

 

 "직필"

 

 


.신입사관 구해령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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