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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관 구해령  6

 

 [뻐꾸기 울음]

 

 전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신시가 다 되어서요

 

 ...

 

 오늘 일은

 

 감사했습니다

 

 무엇이 말이냐?

 

 넌 입시를 하였고 난 서책을 보았고

 

 감사할 만한 일은  전혀 없었던 거 같은데?

 

 (이림)  그럼 가 보거라

 

 (해령)  

 

 혹시 다음에도  또 울고 싶은 날이 있거든

 

 여길 찾아와

 

 언제든 방을 비워 줄게

 

 아까 보니 눈물을 참는 얼굴이  못생겨서 하는 말이다

 

 남들한테 들키면 창피할까 봐

 

 ?

 

 (이림)  조심히 가거라

 

 넘어져서 또 울지 말고

 

 (해령)  마마...

 

 [잔잔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조용한 웃음]

 

 [서리1의 못마땅한 헛기침]

 

 (서리1)  [침을 퉤 뱉으며]  아유...

 

 "예문관"

 

 (홍익)  양반 체면에 이게 다 뭡니까?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장군)  아이시끄럽다

 

 홍익이는 한성부로 가고  치국이 넌 승정원으로

 

 (홍익)  예  [홍익과 치국의 힘겨운 숨소리]

 

 (장군)  뭘 멀뚱멀뚱 보고 있어?

 

 빨리 들어가이 원수야!

 

 - (홍익이 원수야  - (치국이 원수야

 

 (홍익)  비켜비켜

 

 [치국의 한숨]  [홍익의 힘겨운 신음]

 

 (경묵)  어이구저기 오셨네

 

 우리 예문관의 자랑

 

 주옥같은 신입 사관 구해령

 

 [경묵이 손뼉을 짝짝 친다]

 

 아니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길승)  [한숨 쉬며]  뭐긴 뭐야?

 

 서리들 건드린 죗값이지  [문이 달칵 열린다]

 

 죗값요?  [은임의 힘겨운 숨소리]

 

 (은임)  예문관 권지가  단골리에 대한 상소를 썼다고

 

 그새 소문이 났나 봅니다

 

 해서예문관 서리들이 죄다 급가 내고  [해령의 한숨]

 

 퇴궐을 했지 뭡니까?

 

 [은임의 힘겨운 신음]

 

 할 일이 너무 쌓여서  집에도 못 가게 생겼어요

 

 [아란의 속상한 신음]

 

 [해령의 한숨]

 

 (해령)  제가 상소를 올린 건  이조 서리들에 대해서입니다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예문관 서리들이...

 

 (시행)  너한테나 아무 상관 없는  이조 서리들이지?

 

 서리가 대대손손 물려주고  물려받고 하는 직업인 거 몰라?

 

 네가 밥줄 끊으려고 했던  그 단골리 아무개가

 

 여기 예문관 서리들한테는

 

 큰아버지고 육촌 형님이고

 

 하다못해 사돈의 사돈은 된다고쯧  [해령의 당황한 숨소리]

 

 (경묵)  이래서 무식한 것들한테는

 

 나뭇가지 하나  쥐여 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기가 쑤신 게 벌집인지  남의 똥집인지도 모르고

 

 어휴속 터져

 

 (해령)  서리들 일은 모두 제게 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너 혼자 어느 세월에?

 

 검은 머리 파뿌리 돼서 퇴궐하려고?

 

 구 권지 혼자서는 힘듭니다주십시오

 

 (우원)  안 된다

 

 [의미심장한 음악]

 

 너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

 

 네가 책임져야 한다

 

 (아란)  민 봉교님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걸  어떻게 구 권지 혼자 다 합니까?

 

 (은임)  차라리 저희 권지들이  나눠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궁문 닫히기 전까진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상소를 올린 건 구해령 권지지  너희들이 아니다

 

 아무도 도와줄 생각 하지 말거라

 

 상소?

 

 

 

 마마 소설에 딴죽 걸 때부터  심상치가 않더라니

 

 (삼보)  진짜로 머리가  이게 어떻게 됐나 봅니다

 

 품계도 없는 권지 주제에  상소가 웬 말입니까?

 

 그것도 단골리를 갖다가

 

 쓸 수도 있지  뭐 그런 거로 사람을 울리기까지...

 

 ?

 

 해서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이냐?

 

 (삼보)  안 좋다마다요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나인 없이 돌아가는 내전 없고

 

 서리 없이 돌아가는  외전도 없는 법인데

 

 예문관 서리들이 싹 다

 

 등을 돌려 버렸으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가 혀를 쯧쯧 찬다]

 

 저는 길어야 보름 잡습니다

 

 낮에는 선진들 원한에 시달리고

 

 밤에는 야직에 시달리다가

 

 사직서 내는 그날까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보름

 

 그래도 그 여인 성격에...

 

 (박 나인)  그리 쉽게 그만둘 거 같지는 않습니다

 

 - (이림그렇지?  - (박 나인아마 잘리겠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열흘 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  아니라니까?

 

 더러운 꼴 보기 전에 그만둔다니까?

 

 - (박 나인내기하실래요?  - (삼보돈 걸어?

 

 - (삼보닷 푼?  - (박 나인한 냥?

 

 - (최 나인한 냥 하시죠  - (삼보한 냥한 냥두 냥?

 

 [애잔한 음악]

 

 [해령의 힘겨운 신음]

 

 [해령의 힘겨운 한숨]

 

 [해령의 힘겨운 신음]

 

 "직필"

 

 [까치가 깍깍 운다]

 

 [피곤한 한숨]

 

 [하품]

 

 [피곤한 숨소리]

 

 (해령)  뭐지?

 

 내가 이걸 언제 다 했지?

 

 [문이 달칵 열린다]

 

 (아란)  구 권지!

 

 살아는 계십니까?

 

 (해령)  

 

 (은임)  힘드실까 봐 서둘러 왔더니

 

 밤사이 대체 뭘 하신 겁니까?

 

 (해령)  왜요?

 

 (아란)  거기 구 권지 얼굴에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해령)  ?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해령)  어머뭐야이게?

 

 귀신도 아니고 누가 대체 이런 거를...

 

 '참새 작'?

 

 이건 또 무슨 뜻이래?

 

 무서워 죽겠네진짜아휴

 

 뭐야이게...

 

 [거울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의아한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가 코를 드르렁 곤다]

 

 [삼보가 계속 코를 곤다]

 

 (최 나인)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피곤한 신음]

 

 알려고 하지 마라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셨으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삼보의 하품]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이림의 답답한 신음]

 

 [브레이크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가 코를 훌쩍인다]

 

 [삼보의 아파하는 신음]

 

 한 시진이나 지났다

 

 오늘은 또 왜  또 뭐가 문제라서 입시에 늦는 것이냐?

 

 그거 아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습니다요

 

 아이늦으면 늦나 보다  하시면 될 일이지

 

 뭘 밖에까지 나와서 기다리십니까?

 

 태양 빛이 이리 따가운데

 

 예문관 돌아가는 꼴을 생각하니  그냥 늦는 게 아닌 거 같아 그런다

 

 어젯밤 너도 보질 않았느냐?

 

 사람 하나 야직시키고  일거리 이만큼씩 쌓아 둔 거

 

 (삼보)  남이야 일거리를 이만큼씩 쌓아 놓든  막 이만큼씩 쌓아 놓든

 

 마마께서 뭔 상관이십니까그게?

 

 왜 상관이 없느냐구해령은...

 

 [익살스러운 음악]

 

 ...

 

 구해령은 매화에게  불구대천지원수인데

 

 불행한 일 생기면  가장 먼저 비웃어 줘야지

 

 [이림의 멋쩍은 헛기침]

 

 도와줄 거 다 도와주셔 놓고 무슨...

 

 (이림)  산책

 

 산책을 좀 해야겠다

 

 차라리 어디 걷다가 오십...

 

 [익살스러운 효과음]

 

 산책을 어디까지 하시게요?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웃음]

 

 보시지요

 

 평화롭고 고요한 거

 

 별일 없는 거 확인하셨으니까

 

 이제 돌아가시지요?  [삼보의 웃음]

 

 [이림이 삼보를 탁 잡는다]

 

 '구밀복검'

 

 겉으로는 이래도

 

 안에선 무슨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대낮 궁궐 이 한복판에서

 

 무슨 놈의 무시무시한 일요?

 

 협박폭행살인 미수

 

 구해령 해고이런 거!  [삼보의 의아한 신음]

 

 (삼보)  아휴...

 

 안 되겠다

 

 살짝 들어가서 보고 오자

 

 [흥미진진한 음악]  구해령이 뭘 하고 있는지  멀쩡히 붙어는 있는지

 

 (삼보)  아이아니

 

 큰일 날 일 마십시오

 

 예문관은 사초를 보관하는 관청입니다

 

 이리 알짱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하...

 

 [삼보가 웅얼거린다]

 

 [반짝이는 효과음]

 

 (삼보)  ?

 

 [이림의 넋 나간 웃음]

 

 [삼보의 다급한 신음]

 

 마마

 

 지금 그 표정은 뭡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멋쩍은 헛기침]  (삼보)  마마혹시...

 

 (경묵)  거기!

 

 (경묵)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시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삼보)  아이...

 

 글쎄 이분이

 

 (시행)  이분이?

 

 (삼보)  그러니까 이놈이

 

 아직 궐 지리를 잘 모르는지  예서 헤매고 있지 뭔가?

 

 해서 내가 이길을 알려 주던 참이네

 

 [삼보의 어색한 웃음]

 

 아유이 띨띨한 놈  [삼보의 웃음]

 

 [이림의 웃음]

 

 [삼보와 이림의 웃음]

 

 (시행)  그렇다고 코딱지만 한  궐내 각사를 헤매?

 

 어디서 왔는데?

 

 - ?  - (시행어디 소속 누구냐고!

 

 (이림)  난 저기...

 

 (삼보)  [재채기하며]  승정원...

 

 [경쾌한 음악]

 

 (이림)  승정원승정원에서 왔습니다

 

 (시행)  승정원?

 

 혹시 제갈 주서가?

 

 (이림)  ...

 

 제갈이가

 

 (시행)  내 이럴 줄 알았어?

 

 제갈탁 그 자식이 싸가지는 없어도  의리는 있다니까?

 

 [시행과 삼보의 웃음]

 

 가자가자가자  네 할 일이 산더미다산더미

 

 어떻게힘은 좀 쓸 줄 알고?

 

 - (삼보잠깐만이거 지금  - (이림

 

 (삼보)  지금 어디 가어디... 아니

 

 - (이림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 (시행좋네  [삼보의 당황한 신음]

 

 - (시행아버지 뭐 하시니?  - (이림앉아 계실 겁니다  [삼보의 당황한 신음]

 

 (시행)  앉아 계셔?

 

 [삼보가 웅얼거린다]

 

 [삼보의 당황한 신음]

 

 (이진)  쉬어야겠다

 

 반 시진은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상선)  

 

 [이진의 지친 한숨]

 

 [이진의 못마땅한 한숨]

 

 (이진)  경연이 길어졌으니  여사는 들 필요 없다 했을 텐데

 

 나가 보거라

 

 (사희)  저하께 저하의 할 일이 있듯

 

 제게도 제 할 일이 있습니다

 

 해서 기어코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뜻이냐?

 

 여사 보기를  돌 보듯 하시던 저하십니다

 

 오늘도 그리하시면 됩니다

 

 [사희가 필기구를 달그락거린다]  [이진의 못마땅한 한숨]

 

 (이진)  넌 왜 여사가 되었느냐?

 

 내내 궁금했던 것이다

 

 너 같은 여인이  왜 이런 궂은일을 선택했는지

 

 무슨 뜻입니까?

 

 넌 모든 걸 가지지 않았느냐?

 

 (이진)  아비의 품계가 낮다고는 하나  인사권을 쥐었으니

 

 육조 판서 권세가 부럽지 않을 터

 

 한양에만 아흔아홉 칸짜리  기와집이 다섯 채

 

 팔도 곳곳에서  해마다 거두는 쌀이 만 석이 넘고

 

 네게 혼담을 청한 가문이  수십은 된다 들었다

 

 한데 왜 그 평탄한 삶을 제쳐 두고  여사가 되었지?

 

 무엇을 더 갖고 싶어서?

 

 [애잔한 음악]

 

 (사희)  아홉 채입니다

 

 한양에 남몰래 첩실에게 해 둔 집이  네 채가 더 있습니다

 

 친지의 이름으로 해 둔 땅도  족히 팔천 마지기는 되니

 

 해마다 거두는 쌀은  만오천 석이 넘어가지요

 

 하나

 

 그중 어느 것도 제 것은 아닙니다

 

 네 것이 아니다?

 

 정랑의 권세라고 해 봤자

 

 제힘으로 승차할 능력도 없는  한심한 자들이

 

 잠시 알랑거리는 것뿐이니

 

 부질없는 찰나의 영화와도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진의 한숨]  (사희)  그 많은 집과 땅들 또한

 

 계집인 저 대신  얼굴도 모르는 양자에게

 

 언젠가 모두 넘겨질 것입니다

 

 해서 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사가 되었습니다

 

 [옅은 한숨]

 

 "예문관"

 

 (해령)  상소 받아 왔습니다

 

 [해령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해령)  [작은 소리로]  나리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먹 갈고 있습니다

 

 보다시피

 

 (해령)  아니그러니까 왜 마마께서 여기서...

 

 (경묵)  너 승정원 서리 처음 보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승정원 서리요?

 

 (경묵)  그래승정원 이 서리

 

 제갈 주서님이 보내 준  예문관 일일 머슴

 

 머슴이라고요?

 

 (시행)  인마  너는 무슨 먹을 하루 종일 갈아?

 

 - (시행이거나 사간원에 주고 와  - (이림

 

 엄마...

 

 (이림)  근데 사간원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해령의 당황한 숨소리]

 

 너 미친놈이니?

 

 (해령)  이 서리이 서리이 서리

 

 이 서리이 서리이 서리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해령)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승정원 이 서리라니요?

 

 일단 빨리 도망가십시오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일은 그냥 깨끗하게 잊어 주시고

 

 일단 들어가셔서...

 

 싫다

 

 일손이 더 필요하다면서?

 

 내가 없으면  네가 서리 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저야 원래  서리 취급 받는 신세고요

 

 마마께서 왜 이런 곤욕을  자처하시냐는 말입니다

 

 곤욕이 아니다

 

 이런 경험 나름 신선해흥미로워

 

 [이림의 옅은 웃음]

 

 흥미롭다고요?

 

 예술 하는 자들의 마음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하는 법

 

 혹시 모르지 않느냐?

 

 오늘의 이런 개고생이

 

 훗날 서리와 여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태어날지

 

 [잔잔한 음악]

 

 그러니 너도 오늘 하루만큼은  나에 대해 함구했으면 한다

 

 하면

 

 제가 마마를 서리로 대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키지 않느냐?

 

 (해령)  이 서리같이 감세

 

 어허이 사람 참...

 

 (해령)  이 서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못마땅한 숨소리]

 

 (경묵)  장계를 받아 오랬더니

 

 걸레짝을 만들어 와?

 

 눈은 대체 왜 달고 다니냐?

 

 얼굴이 밋밋해서  뚫어 놓은 구멍이야?

 

 (이림)  말씀이 참...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

 

 [이림의 아파하는 신음]

 

 (해령)  죄송합니다

 

 [이림의 괴로운 신음]

 

 [은임의 미심쩍은 숨소리]

 

 (은임)  아무리 봐도  도원 대군마마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대군마마께서 미쳤다고  여기서 저러고 계시겠습니까?

 

 (아란)  [웃으며]  그냥 좀 닮은 거겠지요

 

 [밝은 음악]

 

 대군마마  [이림의 옅은 웃음]

 

 그래도 날 챙겨 주는 건  역시 너밖에 없구나

 

 (장군)  잠깐만이게 어디 갔지?

 

 (길승)  뭐가 어디로 갔는데?

 

 (장군)  쓰고 있던 시정기가 없어졌습니다

 

 좀 전까지  여기 분명히 있었는데아이...

 

 (시행)  너 정신 나갔냐그걸 잃어버리게?

 

 너희도 빨리 찾아봐!

 

 (함께)  

 

 [흥미진진한 음악]  (시행)  아이...

 

 [장군의 걱정스러운 한숨]

 

 시정기라는 게 뭔데 이 사달인 것이냐?

 

 이 서리는 정말 조정 일은  하나도 모르십니까?

 

 왜 그 사초랑 승정원일기랑

 

 이것저것 관청 기록들을  엮은 문서입니다

 

 그거 아무도 보면 안 되는 거라서  지금 이 사달이 난 거고요

 

 문서라면 혹  종이 여러 장을 이어 붙인...

 

 (해령)  그렇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걸 어찌 아십니까?

 

 (시행)  !

 

 헷갈릴 게 따로 있지

 

 이거랑 이거랑  어떻게 구별을 못 해?

 

 시정기는 시정기처럼 생겼고  장계는 장계처럼 생겼잖아

 

 내가 홍문관에  '저 장계 좀 갖다 놔그랬지

 

 언제 '저 시정기 좀 갖다 놔'  그랬어?

 

 시정기시정기장계장계

 

 시정기장계장계시정기!

 

 (경묵)  더 혼내 주십시오

 

 김 수찬님이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지

 

 시정기 뭐다른 데로  흘러가기라도 했으면

 

 [헛웃음 치며]  저희 다 관복 벗을 뻔했습니다

 

 [시행의 화난 숨소리]

 

 [시행의 힘겨운 신음]

 

 (시행)  안 되겠다

 

 - (시행안 검열  - (홍익?

 

 (시행)  김 검열이랑 얘네 데리고  미담 취재 좀 갔다 와

 

 하여튼 이것들은 머리를 쓰면 안 돼요

 

 몸으로 때워

 

 갔다 오라니

 

 어디를요궁 밖을요?

 

 그러면 뭐궁 안에서 미담 찾으리?

 

 나가서는 제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시행)  적힌 대로 묻고 듣는 대로 적어 오세요

 

 알았죠?

 

 

 

 (시행)  참 맑다맑아  [밝은 음악]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해령의 재촉하는 신음]

 

 [이림의 감탄하는 신음]

 

 [해령이 타박한다]

 

 (주모)  걔 부모가 몹쓸 병에 걸려 가지고  아둘 다 죽어 불었어

 

 그래가 동네 사람들이  걔 불쌍하다고

 

 쌀도 대 주고 땔감도 대 주고 했는디

 

 [주모의 옅은 웃음]

 

 이보시오이보시오!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이림)  술맛이 궁금해서...

 

 - (해령이 서리!  - (주모이런 염병!

 

 (주모)  그 입 댄 거를어  처드러워서 누구더러 팔라고?

 

 (해령)  잠깐만요참으세요

 

 제가제가제가 살게요  제가얼마입니까?

 

 [주모가 씩씩거린다]  얼마입니까얼마죠?

 

 (주모)  줘 봐요

 

 [흥미진진한 음악]  [주모의 못마땅한 신음]

 

 (심마니 처)  ...  [심마니 처의 웃음]

 

 산신령님이 이 사람 효심에  감동받은 게 분명하죠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쾅 내리치더니만  [심마니의 웃음]

 

 그냥 바위가 쫙 갈라지는 거야

 

 그랬더니 그 밑에  자그마치 백 년 된...

 

 - 도라지?  - (심마니 처도라...

 

 맞네도라지!

 

 (이림)  이거 산삼이 아니라 도라지다  [이림의 옅은 웃음]

 

 - (심마니야  - (심마니 처잡아잡아

 

 [해령의 놀란 신음]  (심마니)  네가 산삼을 봤냐네가 산삼을 알아?

 

 - (심마니 처잡아저놈 잡아!  - (심마니아유이 우라질 놈

 

 - (심마니 처저놈 잡아라!  - (해령죄송합니다  [심마니의 못마땅한 신음]

 

 (양반)  아주 캄캄한 그 숲속에서

 

 호랑이 안광을 보는 순간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이림)  이거

 

 아무리 봐도 청나라에서 파는...

 

 (해령)  이 서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  이거 좀 드세요

 

 아유하루 종일  누가 묻지도 않은 거 떠들어 대느라고

 

 배가 많이 고프실 텐데

 

 [이림이 웅얼거린다]  [해령이 손을 탁탁 턴다]

 

 [해령의 못마땅한 신음]

 

 한마디만 더 하면 떼 놓고 갑니다

 

 [해령이 혀를 쯧 찬다]

 

 어허

 

 [해령의 재촉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림의 못마땅한 신음]

 

 (대장장이)  딱 이 얼굴입니다요

 

 아이고어쩜 제가 기억하는...

 

 (대장장이)  나리꼭 그분을 찾아 주셔야 합니다

 

 [대장장이의 웃음]

 

 (홍익)  이보게

 

 [홍익의 한숨]

 

 (대장장이)  

 

 (홍익)  미담을 확인하러 왔네

 

 자네가 그 3년 전에

 

 웬 여인의 의술 덕분에  죽다 살아났다는 그 대장장이인가?

 

 그 얘기라면 방금 왔다 가신 나리께  다 말씀드렸는뎁쇼?

 

 방금 왔다 가신 나리?

 

 (대장장이)  절 살려 주신 분을 찾아  포상을 내리신다기에

 

 해서 제가 요것도 보여 드리고

 

 용모도 알려 드리고 했는데

 

 우리 말고 누가...

 

 용케 한눈 안 팔고 잘 계셨네요?

 

 (이림)  네가

 

 '이 서리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랬으니까

 

 이쁘시네말도 잘 듣고

 

 [헛기침하며]  이번에도 허탕이었느냐?

 

 아무래도 저는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글렀습니다

 

 마마께선 먼저 들어가 보시지요

 

 곧 해가 진다

 

 남은 일이 이리 많은데  어찌 너 혼자...

 

 아유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예문관의  그공공연한 원흉?

 

 딱 고런 처지라서  미담 하나라도 건져 가야 하거든요

 

 - 궁궐 가는 길은 아시죠?  - (이림모른다

 

 궐 안에서만 살아 봤지  밖은 영 낯설어서

 

 그러니 네가 날 좀 데려다 다오

 

 일 다 끝나고 너 집에 갈 때쯤

 

 하면 제가 지금 모셔다드리고...

 

 다음은 어디라고 했지?

 

 마마!

 

 (해령)  아이고이거라도 주십시오  제가 들겠습니다

 

 왜 그러십니까진짜...

 

 [해령의 어이없는 웃음]

 

 (귀재)  의금부에서 죽은 자와  흉터가 일치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이 계집입니다

 

 - 서두르거라  - (귀재

 

 [대문이 쾅쾅 울린다]  [풀벌레 울음]

 

 누구십니까?

 

 [대문이 쾅쾅 울린다]

 

 (재경)  웬 놈들이냐?

 

 (귀재)  [당황하며]  장령 나리

 

 대감의 명으로  사람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여긴 내 절친한 벗의 집이네

 

 누굴 찾는지는 몰라도 이곳에는 없네

 

 혼자 계신 겁니까?

 

 퇴청이 늦는다 하여  먼저 와 기다리는 중이네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이제 괜찮습니다

 

 [애절한 음악]

 

 날 어떻게 찾았지?

 

 (모화)  대답해여태 내 뒤를 밟았던 것이냐?

 

 내가 뭘 하는지 내내 감시하고 있었어?

 

 누이

 

 누이

 

 [모화의 다부진 숨소리]

 

 오늘 내가 널 죽이지 않는 건

 

 (모화)  한때나마 혈육처럼 아끼고  어여뻐했던 정 때문이다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그땐 지체 없이

 

 네놈의 숨통을 끊을 것이니

 

 (해령)  분명 이쯤 어디일 텐데

 

 마당에 배나무가 있는

 

 서른세 칸짜리 기와집

 

 [해령의 고민하는 숨소리]

 

 - 근데 이상하지 않으냐?  - (해령?

 

 아까부터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그야 시간이 늦어 그렇죠

 

 다들 인정 전에는 집으로 들어가니...

 

 (해령)  [놀라며]  통금

 

 마마궐로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다

 

 (이림)  넌 사관이니  좀 늦게 다녀도 괜찮지 않...

 

 (해령)  여사한테  범야물금체가 어디 있습니까?

 

 빨리 따라오십시오

 

 [흥미진진한 음악]

 

 [해령의 다급한 숨소리]

 

 (순라군1)  번도!  [해령의 놀라는 신음]

 

 [딱따기가 딱 울린다]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해령)  마마

 

 갑자기 나타나서 우릴 구해 줄

 

 익위사나 운검 안 데려오셨습니까?

 

 (순라군2)  번도!  [해령의 좌절하는 한숨]

 

 [딱따기가 딱 울린다]

 

 그러면 혹시 대군마마가 알고 지내는

 

 포도청이나 한성부 관원은...

 

 [이림의 부정하는 신음]

 

 [좌절하는 숨소리]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이림)  통금을 어기면 어떤 벌을 받게 되느냐?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원래는 장이 열 대인데

 

 마마께선 호패가 없으시니  아마 그보다 훨씬 더...

 

 [순라군2 '번도'를 연신 외친다]  제가 나가서 시선을 끌 테니

 

 마마께선 궐로 도망가십시오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

 

 '월야밀회'를 쓸 때 들었던 얘기인데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이거 말씀이십니까?

 

 (순라군2)  번도!  [딱따기가 딱 울린다]

 

 (해령)  마마

 

 저의 무엄함을 용서하십시오대군마마

 

 [감성적인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순라군2)  이야좋을 때다좋을 때야

 

 (순라군1)  청춘 남녀 피 끓는 건 알겠는데

 

 귓구녕은 좀 열고 다니시오

 

 인정 넘은 지가 언젠데

 

 (해령)  [쑥스러운 투로]  죄송합니다

 

 (순라군2)  하여튼 이젊은것들은 대담혀  [순라군2의 웃음]

 

 (순라군1)  그러게

 

 가자

 

 [순라군들이 흥얼거린다]

 

 천만다행이지 않습니까?

 

 (해령)  이제 놓으셔도 되는데

 

 [이림의 당황한 신음]

 

 그럼 난 이만 궐로 돌아가 보겠다

 

 이미 도성 전체를  순라군이 돌고 있을 겁니다

 

 궐까지는

 

 너무 멉니다

 

 [힘겨운 숨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어린 모화의 힘겨운 숨소리]

 

 (어린 재경)  누이모화 누이  [어린 모화의 안도하는 숨소리]

 

 - (학생1) 역시 모화해낼 줄 알았어  - (학생2) 정말 잘했어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 (학생3) 못할 줄 알았는데  - (학생4) 우와

 

 (학생5)  모화야정말 잘해...

 

 [벅찬 웃음]

 

 [괴로운 신음]

 

 [힘겨운 신음]

 

 (설금)  아씨?

 

 지금 대체 몇 시인 줄 알고...

 

 [설금의 당황한 신음]

 

 [해령의 헛기침]

 

 (설금)  아니...

 

 아이지금 남자랑...

 

 [설금이 웅얼거린다]

 

 (해령)  조용히 해조용히 해  오라버니 들으신다

 

 (설금)  어찌 조용할 수 있겠습니까?  [해령의 아파하는 신음]

 

 지금 아씨랑 웬 사내가...

 

 설마?  [설금의 헛웃음]

 

 여태까지 이분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럼 어제...  [설금의 놀란 신음]

 

 어제 외박하신 것도 그래서?

 

 둘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  그냥 동료야동료?

 

 같이 외근 나왔는데 시간은 늦고

 

 댁까지는 너무 멀고 그래서

 

 [설금의 장난스러운 웃음]

 

 가자

 

 나 오늘 네 방 가서 좀 자야겠다

 

 (설금)  잠시만요아씨

 

 쓰읍...  [익살스러운 음악]

 

 어디 보자

 

 [설금의 만족스러운 신음]

 

 쩝  [설금의 만족스러운 웃음]

 

 [설금의 살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령의 난감한 숨소리]

 

 (설금)  아씨잘 보십시오

 

 매우

 

 잘생기셨습니다  [설금의 웃음]

 

 ?

 

 인구 700만 조선에서  기적과도 같은 얼굴이라고요

 

 (설금)  얼굴로 열리는 과거가 있다면  장원 급제

 

 얼굴로 매겨지는 품계가 있다면 정1

 

 이런 사내는  다른 여인이 발견하기 전에

 

 하루빨리 낚아채셔야 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을 쾅 구르며]  너 지금 그게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진짜?

 

 (해령)  설금아제발 우리 그냥  조용히 나가면 안 될까?

 

 (설금)  어머나이걸 어찌해야 쓸까나?  [해령의 놀란 신음]

 

 제 방은 지금 호박을 말리느라

 

 저 하나밖에 누울 자리가 없는데

 

 그럼 광주댁...

 

 거기도 마찬가지고요

 

 - 그럼 다른 방은...  - (설금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행랑채에 있는 모든 방이  호박으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설금의 웃음]

 

 어떻게쓰읍...

 

 이부자리는 하나만 깔아 드리면

 

 될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  [키스 효과음]

 

 [설레는 음악]

 

 [설금의 신난 웃음]

 

 [해령의 옅은 한숨]

 

 [불편한 숨소리]

 

 [해령이 연신 뒤척인다]

 

 [이림이 콜록댄다]

 

 추우십니까?

 

 아니다

 

 괜찮다

 

 

 

 목이 말라서

 

 

 

 [해령의 헛기침]

 

 [해령의 한숨]

 

 [이림이 물을 꿀꺽 마신다]

 

 [이림이 연신 물을 꿀꺽 마신다]

 

 [이림이 연신 물을 꿀꺽 마신다]

 

 [해령의 불편한 숨소리]

 

 [이림이 숨을 하 내뱉는다]  (해령)  마마

 

 아무래도 저는

 

 나가서 자야겠습니다

 

 마마께선 여기서 편하게 주무십시오

 

 (이림)  밤공기가 차다

 

 행랑에 빈방도 없다면서 어딜...

 

 (해령)  저는 그...

 

 마당이든 대청이든  이렇게 발만 뻗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또 제가 그 잠버릇이  아주아주 많이 고약해서

 

 막 코도 막 컥 심하게 골고

 

 막 이렇게 욕도 하고

 

 물건도 막 아무 데나  집어 던지고 이러거든요?

 

 [멋쩍게 웃으며]  아마 마마께 폐가 될 겁니다

 

 [이림이 피식 웃는다]

 

 [이림의 옅은 웃음]

 

 왜 웃으십니까?

 

 너도 날 불편해하는 게  다행이다 싶어서

 

 내가 나가서 자마

 

 (이림)  이대론 누구도 잠들 수 없을 듯하니

 

 아휴안 됩니다

 

 마마께서 어찌 저 때문에...

 

 기러기의 뜻이다

 

 헤아리지 말거라

 

 [문이 달칵 열린다]

 

 그래참새가  기러기의 뜻을 모르는 건 당연하니

 

 참새?

 

 [잔잔한 음악]

 

 [피곤한 신음]

 

 [이림의 피곤한 신음]

 

 [이림의 불편한 신음]

 

 [불편한 신음]

 

 [피곤한 한숨]

 

 [이림의 불편한 신음]

 

 [이림의 개운한 신음]

 

 [이림의 옅은 웃음]

 

 [나른한 신음]

 

 "참새 작"

 

 [초조한 한숨]

 

 [해령의 초조한 숨소리]

 

 [해령의 당황한 숨소리]

 

 [해령의 옅은 웃음]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해령)  아휴이게 미쳤나이게...

 

 아휴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설레는 웃음]

 

 아씨

 

 미래의 서방님

 

 [밥상을 달칵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설금)  ?

 

 뭐야이 밋밋한 방은?

 

 하여간 쓸데없이 조신한 인간들

 

 아이고이불은 뭐 이렇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쁘게도 갰어?

 

 아휴...

 

 [이림의 개운한 신음]

 

 (삼보)  아이고송구합니다마마

 

 아유

 

 어제 밤새도록 들어오지 않는 마마를  기다리고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더니

 

 손발이 다 그냥  덜덜덜덜덜 떨리지 뭡니까?

 

 너 얼굴에 베개 자국 남았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삼보의 멋쩍은 신음]

 

 (삼보)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다 들었습니다

 

 외사 나갔다가 여사랑 사라진 거

 

 여인한테 빠져서  눈에 뵈는 게 없으신 건지

 

 원래 그렇게 그냥 발라당 까지신 건지

 

 아무리 혈기가 왕성해도

 

 대군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가 있고 지조가 있지요

 

 어쩜 하루 만에  천리만리를 달리십니까?

 

 (이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아무 일 없었다

 

 아무 일 있을 만한 사이도 아니고

 

 누굴 바보로 아십니까?

 

 (삼보)  이팔청춘이 함께 밤을 보내면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가...

 

 (이림)  있지

 

 대군과 사관이라면

 

 [이림의 피곤한 신음]

 

 정녕 그 여인이 마마께는

 

 사관일 뿐입니까?

 

 [설레는 음악]

 

 [경묵의 지친 한숨]

 

 [저마다 한숨을 쉰다]

 

 [다가오는 발걸음]

 

 (시행)  다들 왜 이렇게 처져 있어?  빨리빨리 좀 하자

 

 어이어이이거 신시까지

 

 이거 유시까지

 

 이거 한 시진 내로

 

 아유정신없다정신없어

 

 (장군)  아이진짜우리가 무슨  글 쓰는 가축도 아니고...

 

 [장군이 혀를 쯧 찬다]

 

 (장군)  양 봉교님

 

 더 이상은 못 하겠습니다

 

 서리들 사태 해결해 주십시오

 

 아니면 제가 급가 내고 퇴궐하겠습니다

 

 (시행)  ?

 

 [흥미진진한 음악]

 

 (시행)  일 키우지 마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다?

 

 (장군)  우리끼리 밤낮없이  바빠 죽겠으면 뭐 합니까?

 

 일거리는 해결하기가 무섭게  밀려들어 오고

 

 여기저기서 '예문관 일 똑바로 해라'  욕하느라 성화인데

 

 오죽하면은 승정원 서리가  하루 만에 도망을 가겠습니까?

 

 (시행)  자기들이 안 나오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내가 뭐집에 쳐들어가 가지고  보쌈이라도 해 와?

 

 (길승)  양 봉교님 사과 한 번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구 권지 상소는 핑계고

 

 이참에 자기들 자존심 좀  세워 보려나 본데

 

 그 장단을 맞추려면

 

 한림들 수장인 양 봉교님이  맞춰 주셔야지요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홍익)  손 대교님 말씀이 맞네

 

 눈 딱 감고 돌아와 달라고  싹싹 빌다 오십시오

 

 무릎 꿇는 거  제가 많이 해 봐서 아는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밝은 음악]

 

 (시행)  뭐야이 분위기?

 

 너희 나한테 왜 이래?

 

 (우원)  제가 하겠습니다

 

 그자들이 원하는 것이 체면 세우기라면

 

 제가 가야 성에 차지 않겠습니까?

 

 (시행)  그래?

 

 우리 같은 것들이  백날 가서 빌어 본들 뭐 하니?

 

 좌상 아드님이  무릎 한번 싹 꿇어 주시면은

 

 그보다 더 좋은  술자리 자랑거리가 없어요

 

 가문의 영광이야아주?

 

 (해령)  그럼

 

 저도 가게 해 주십시오

 

 저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담판을 짓겠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그래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가야금 연주가 흘러나온다]

 

 [서리들의 불편한 헛기침]

 

 (우원)  ...  [서리2의 불편한 숨소리]

 

 조촐하게나마 준비했네

 

 마음껏 드시게

 

 [서리들의 신난 숨소리]  [서리2의 헛기침]

 

 (서리2)  그러게 말입니다

 

 조촐하기 짝이 없어서

 

 영 젓가락 갈 곳이 없습니다  [서리2의 헛웃음]

 

 (해령)  박 서리는 평소에 밥상을  대체 어찌 차려 드시는 겁니까?

 

 누가 보면  금이라도 씹어 드시는 줄 알겠어요

 

 [서리들의 헛기침]

 

 하면 내 상을 다시 내오라 하지

 

 (서리2)  아니됐습니다

 

 이왕 차린 거 먹어는 드리지요

 

 들게  [서리들이 대답한다]

 

 (서리3)  이 잡채가 이거 아주...

 

 예문관엔 언제쯤 돌아올 생각인가?

 

 (서리2)  글쎄올시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과한지

 

 머리로는 가야지가야지 하면서도

 

 도통 발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서리3의 웃음]

 

 (서리3)  발이 천근만근입니다  [서리들이 웃는다]

 

 원하는 것이 있다

 

 난 그렇게 들리는데?

 

 (서리2)  민 봉교님께서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십니까?

 

 우리 사이에 원하고 말고는 무슨...

 

 [서리들의 웃음]

 

 그저 저희한테

 

 작은 성의를 보여 줬으면 하는 거지요

 

 [서리들의 웃음]  [서리2의 헛기침]

 

 (해령)  이보세요박 서리!

 

 (서리2)  

 

 그 전에 저 건방진 계집  버르장머리부터 좀 고쳐야겠습니다

 

 (서리4)  뭐 해어서 무릎 꿇지 않고?

 

 어서!

 

 [기가 찬 웃음]

 

 (우원)  어이!

 

 앉거라

 

 ?

 

 넌 잘못한 것이 없어

 

 그러니 사과할 필요도 없다

 

 (서리2)  민 봉교님

 

 계속 그리 나오시면은

 

 가자  [서리들의 헛기침]

 

 (서리2)  뭡니까그게?  [우원의 한숨]

 

 예문관 서리들 치부책일세

 

 [비밀스러운 음악]

 

 (서리2)  치부책?

 

 (서리3)  아니치부책이라니요?

 

 아니무슨 당치 않은  말씀을 하십니까?

 

 (서리5)  우리한테 무슨 그런 게...  [서리들이 껄껄 웃는다]

 

 (서리3)  치부책이라니...

 

 (서리2)  허풍이 심하십니다그려  [서리들의 웃음]

 

 치부책이라니요

 

 한낱 서리들한테  치부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서리들의 어색한 웃음]

 

 (해령)  ...

 

 그래서 그동안 박 서리 뒤를  밟으라고 시키신 겁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해령의 놀란 숨소리]

 

 아니이렇게 뒷돈 받은 거  죄다 기록하시려고요?

 

 세상에...

 

 (우원)  이것이 자네들에게 보이는

 

 내 성의일세

 

 어떻게 이거로도 부족하겠는가?  [해령의 한숨]

 

 [서리들의 헛기침]

 

 (서리3)  ...

 

 [서리2의 헛기침]

 

 (서리2)  약조한 겁니다  이 일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해령)  민 봉교님 말씀은 중천금입니다

 

 맘 편히 믿으시고  출근할 준비나 하시지요

 

 [서리2의 초조한 숨소리]

 

 민 봉교님 그렇게 안 봤는데

 

 노름꾼 기질이 있으십니다?

 

 저 치부책 말입니다

 

 펼쳐 보니 먹물 한 점 없는  깨끗한 빈 책이던데

 

 어쩜 그리 거짓말을 잘하십니까?  낯빛 하나 안 변하고

 

 저자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적어 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

 

 [잔잔한 음악]  [호응하는 신음]

 

 한데

 

 아까 저에게 하신 말씀 말입니다

 

 진심이셨습니까?

 

 진심으로 제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원)  쓰읍...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어찌 잘못이라 하느냐?

 

 난 그리 생각하지 않아

 

 한데 그날 왜 저에게...

 

 옳은 일에도 책임이 따르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스스로 깨닫길 바랐다

 

 넌 폐나 끼치는 계집이 아니라는 걸

 

 [우원이 코를 훌쩍인다]

 

 [시행이 흥얼거린다]  [장군의 힘겨운 신음]

 

 (길승)  아유아유이제 좀 살겠네

 

 (시행)  이게 바로

 

 봉교의 연륜이라는 거다

 

 이 자슥들아?  [홍익의 옅은 웃음]

 

 내 말대로 민 봉교 보냈더니  일사천리로 결론 나는 거 봐

 

 괜히 내가 거기 갔으면 어쩔 뻔했어?

 

 (홍익)  양 봉교님 지혜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홍익과 시행의 웃음]

 

 (시행)  이제 이 아수라장은

 

 서리 놈들 죗값으로 남겨 두고

 

 우리는

 

 주막으로 간다

 

 (장군)  혹 양 봉교님이 쏘시는 겁니까?

 

 그래오늘은 내 이 녹봉 거덜 나게  한번 죽어 보자고

 

 [장군의 신난 함성]  (치국)  !

 

 [한림들이 저마다 환호한다]

 

 [시행의 신나는 탄성]

 

 (아란)  양 봉교님

 

 (경묵)  뭘 따라와?

 

 선진들끼리 오붓하게  술 마시는 자리인데

 

 (은임)  고생은 저희도 같이했는데요?

 

 (시행)  그럼 계속 고생해  서고 청소도 좀 해 놓고

 

 우리는

 

 (함께)  주막으로 간다

 

 [한림들이 환호한다]

 

 [멀어지는 발걸음]

 

 [아란이 씩씩거린다]

 

 (아란)  어유진짜...

 

 (박 나인)  마마예문관 권지

 

 구해령 들었사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설레는 음악]  (이림)  구해령?

 

 (이림)  사관이 대군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 왔느냐?

 

 입시할 시간도 아닌데 이리 불쑥?

 

 (해령)  전 오늘 도원 대군마마가 아니라

 

 승정원 이 서리를 보러 온 겁니다

 

 인사를 해야 하거든요

 

 (이림)  인사?

 

 (해령)  감사 인사 겸 작별 인사입니다

 

 어제는 도와주셔서 고마웠고

 

 서리들 일은 잘 해결됐으니

 

 이제 더 이상 예문관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이 서리

 

 [아쉬운 한숨]

 

 왜 아쉬운 기색이십니까?

 

 어제 그리 고생을 하셔 놓고?

 

 (이림)  고생이어도 좋았거든

 

 사람들 속에 섞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고

 

 내게도 할 일이 있고

 

 그런 적은 처음이라 즐거웠었다  어제 하루

 

 (해령)  그래도 마마께는  소설이 있지 않습니까?

 

 금서 조치가 지나간 지도 꽤 되었고

 

 제가 세책방 가 보니까  다른 염정 소설들도 많이 나왔던데

 

 이쯤에서 매화가 짠 하고 돌아와야죠

 

 기다리지 마라

 

 이제 매화 소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니

 

 왜요?

 

 쓰기 싫어졌다

 

 고 하면 거짓말이고

 

 나도 궁금해

 

 내가 왜 붓을 놓아야만 했는지

 

 왜 다시는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는지

 

 설마...

 

 어명입니까?

 

 [멋쩍은 웃음]

 

 너한테는 잘된 일 아니더냐?

 

 내 글을 그리 싫어했는데?

 

 그렇다고 너무 기뻐하진 말거라  서운해진다

 

 아니요

 

 저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마마께 소설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조금 알 거 같습니다

 

 [아련한 음악]  그리 소중한 걸 잃어버리셨는데

 

 제가 어찌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마마의 글씨를 본 적 있습니다

 

 곧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니 써 주십시오

 

 대군께서 신하에게  글씨를 하사하시는 겁니다

 

 [피식 웃는다]

 

 무엇을 쓰셨습니까?

 

 한참을 마음에 담아 뒀던 시가 있는데

 

 선물이라면 이게 좋겠다 싶어서

 

 [호응하는 신음]

 

 (해령)  대체 무슨 시길래...

 

 (이림)  잠깐!

 

 한 번만 더 읽어 보고

 

 [해령의 옅은 한숨]

 

 [해령의 헛기침]

 

 [옅은 한숨]

 

 [아련한 음악]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시라  써 준 것이다

 

 (이림)  다른 마음 있어서가 아니야

 

 정말 내가 순수하게  이 시를 좋아해서...

 

 마마아니제가 시 하나에  무슨 오해를 한다는 겁니까?

 

 (해령)  [한숨 쉬며]  어서 보여 주십시오

 

 마마

 

 정말 수상하십니다?

 

 이러니까 제가  더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이림)  내가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다

 

 다른 글을 써 주마

 

 혹시 좋아하는 문장 있으면...

 

 [경쾌한 음악]

 

 [당황하며]  다른 글 써 준대도?

 

 (해령)  전 꼭 그걸 받고 싶다고요

 

 이리 주십시오

 

 마마진짜 치사하게  그러실 겁니까?

 

 진짜...

 

 아이진짜마마

 

 빨리...

 

 (삼보)  대군마마!

 

 [삼보의 다급한 숨소리]

 

 지금지금...

 

 지금 주상 전하께서...

 

 [긴박한 음악]

 

 [삼보의 겁먹은 신음]  [해령의 놀란 신음]

 

 [애절한 음악]

 

 (삼보)  도원 대군마마께서는  두창을 앓으신 적이 없사옵니다

 

 (이림)  명을 받들겠습니다아바마마

 

 그 명을 거두세요

 

 (이태)  아비이기 전에 이 나라의 국왕입니다

 

 아비가 아니라서는 아니고요?

 

 (해령)  제가 두창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대비 임씨)  지금 도원을 지킬 수 있는 건  그 아이밖에 없어

 

 (익평)  모화라분명 대비가 모화라 했는가?

 

 (사희)  대군마마를 보낸 건 저하가 아니십니다

 

 무엄하다

 

 (우원)  평양 감영에 계셔야 될  평안도 관찰사께서

 

 왜 여기 해주에 내려와 계신 겁니까?

 

 (승훈)  조정으로 올라간 장계는  모두 거짓입니다

 

 저희 백성들을 살려 주십시오

 

 (해령)  모르기 때문에 알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이림)  지금 당장 평안도로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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