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6
[흥미로운 음악]
(제이미) 알바하고 이제 온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이미가 물을 조르르 따른다] 어, 어
[못마땅한 신음]
냄새 좋다, 맛있겠다
김치볶음밥?
(세완) 먹을래? 많이 해서 남는데
(제이미) 진짜? 먹어도 돼?
[세완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음악] (세완) [술 취한 목소리로] 아무한테나 안 해 주는 거다, 이거
(제이미) 씁, 근데 세완아
그날 네가 내 팔에 쓴 거…
[발랄한 음악] (세완) 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나 원래 술 먹을 때 아무 데나 '박세완' 다 쓰거든
동물들 영역 표시 하는 그런 거, 응
동물들이 영역 표시 하고 그런 거?
(제이미) 나는 네 거니까 건들지 말라는 뭐, 그런… [웃음소리 효과음]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술버릇, 술…
진짜 아무 의미 없는 그런 거!
근데 세완아, 그…
(세완) 아, 빨리 지워
애들이 보고 오해하기 전에 빨리 지우라고
(민니) [놀라며] 너희 뭐 하는 거야?
살림 차린 거야? [웃음소리 효과음]
(세완) 아니거든?
밥, 어, 밥 먹는 거다, 밥
(카슨) 헐
김치볶음밥에, 김치에 김치 컵라면까지
아무튼 김치 없으면 한국 사람들 못 살지? [웃음소리 효과음]
(민니) 아, 내 친구들 안 된다는데 어떡해?
내일 자기네 아이돌 오빠들 행사 있는데
조공하러 간대
(카슨) 야, 이 시간에 사람 언제 구해?
그냥 취소한다고 그럴까?
(민니) 안 돼!
난 '태양의 후예' 보고
진짜 한국 군인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웃음소리 효과음]
야, 박세완
너 내일 알바 째고 같이 가
뭔데?
카슨 남친 김 병장 부대 고참들이 소개팅해 달라 그래서
(민니) 내일 면회 가는 김에 같이 가서 소개팅하기로 했거든
아, 무슨 소개팅이야?
'아임 소 비지', 안 돼
(카슨) 음, 안 바빠도 너 안 돼
김 병장 선임들 나처럼 외국인 여자 친구 사귀고 싶다면서
우리 기숙사의 외국인 여학생들 소개해 달라고 그랬어
뭐야? 한국 사람이라고 차별하는 거야, 지금?
[스피커 조작음]
[스피커 작동음]
인공 지능 스피커? 어디서 났어?
(한스) 어, 우리 학교 인공 지능 연구소에 있는
내 친구 드미트리가 줬어
베타 버전 나온 건데 나보고 테스트용으로 사용해 보래서
[스피커 조작음] [기계 음성] 반갑습니다, 주인님
[탄성]
주인님은 무슨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유와 평등의 기본권을 가진다는 게 내 철학이거든
(한스) 그러니까 그냥 친구 모드로 편하게 해 [문이 달칵 열린다]
알겠니?
(현민) 엄마 나 패딩 사게 30만 원만 보내 줘
아, 아직까지도 롱 패딩 없는 앤 나밖에 없다니까, 진짜?
아, 4년 전부터 사 달라고 그렇게 애원했잖아
돈 좀 줘, 제발!
아, 맨날 먹고 죽으려 해도 없대, 맨날
아, 나 확 오늘 죽어 버릴 거야, 진짜 [웃음소리 효과음]
아, 유치하다, 유치해 뭔 초딩도 아니고
(한스) 패딩 그렇게 입고 싶냐?
겨울만 되면 전부가 무슨 펭귄처럼 롱 패딩 입고 있어 가지고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 되던데 [웃음소리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쌤) 야, 야, 야, 야
형님퀴즈 어택 온대
내일 우리 동네 온다고, 어?
뭐, 진짜?
형님퀴즈 어택?
그게 뭐야?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모바일 퀴즈 앱 형님퀴즈에서 운영하는
[흥미로운 음악] 온라인 스피드 퀴즈 게임입니다
2인 1조로 1분간 스피드 퀴즈에 도전하여
가장 많이 맞힌 세 팀에게 순위대로 상품을 주는 이벤트로
내일 오후 2시에 대학동으로 찾아갑니다
[한스가 호응한다]
(한스) 야, 근데 왜 자꾸 존댓말이야?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하라고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알았다고, 인마
졸라 떽떽거리네
[웃음소리 효과음] 아, 뭐야?
(제이미) 맛있게 잘 먹었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
(세완) 아, 아니야, 내가 할게, 놔둬
(제이미) 아니야,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세완의 어색한 웃음]
(카슨) 이게 뭐임?
깨 쏟아지는 신혼부부 코스프레?
(민니) 너희 둘 진짜 사귀니?
아, 별꼴이야!
[애교 섞인 말투로] '내가 할게'
[낮은 목소리로] '아니, 아니, 내가 할게'
[웃음소리 효과음] (세완) 죽는다, 진짜
(제이미) 얻어먹었는데 설거지 정도는 하는 게 도리 아닐까?
(세완) 아니, 아니, 내가, 내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카슨의 놀란 신음]
[웃음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내가 한다니까
(카슨) 뭐야? 옷 다 찢고
(민니) 어유, 터프한데? [웃음소리 효과음]
괜찮아, 시원하고 좋네
설거지하기 편하게 됐어
(세완) 뭐야?
그새 홀랑 다 지운 거야?
그럼 다 지웠으면서 나 놀린 거야?
이씨, 저 새끼가…
(카슨) 누굴 데리고 가지?
(민니) 하, 있어 봐, 찾아 볼게
군인들 좋지 [제이미가 설거지한다]
아유, 소개팅 너무 재밌겠다
나도 오랜만에 남자 향기 실컷 맡아 볼 겸
[헛기침하며] 같이 갈까?
(민니) 외국 여자 만나고 싶다잖아
나도 외국 사람인 척하면 되잖아
(세완) 나, 나 일본어 배웠잖아 [세완의 헛기침]
'하지메마시테, 와타시와 박세완데스'
(민니) '박세완'이면 한국 사람이잖아
일본 이름으로 해야지
[헛기침하며] 다시
'하지메마시테'
'와타시와 요시키 개시키데스' [웃음소리 효과음]
[카슨과 민니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카슨) 아, 재밌긴 한데 바로 들키겠네
(세완) 아, 왜? 그럼 뭐 중국어, 중국어? [제이미가 식기를 덜그럭거린다]
'다자하오'
[기가 찬 숨소리]
진짜 어이가 없네
그렇게 홀랑 다 지워 버려?
뭐, 미팅을 가?
'박세완 거'라고 적어 둘 땐 언제고
(제이미) 남자 향기?
'요시키 개시키데스'
(함께) 흥!
[웃음소리 효과음] (세완) 어유, 씨
(쌤) 테리스, 나랑 같이 나가자, 어?
(테리스) 너랑 같이 스피드 퀴즈 나가자고?
뭔 개망신을 당하려고
됐어요 [웃음소리 효과음]
(쌤) 이럴 줄 알고 테리스 넌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어
야, 한스!
(한스) 묻지도 마
나 지금 인공 지능하고 교류하는 거 안 보여?
너희들 같은 무지렁이들 상대할 생각 없어
(쌤) 하, 무지렁이? [웃음소리 효과음]
어,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좀 아쉽지만 현민아, 너라도, 어?
(현민) 나도 됐거든?
뭐, 난 그렇다?
지식에 대해선 체질적으로 알레르기가 있거든
[웃음소리 효과음] 하, 누군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다 저를 위해서 그러는 건데, 어?
야, 내일 상품 중에 패딩도 있어
(쌤) 봐 봐, 어?
2등 상품이 최신형 롱 패딩이야, 어?
우아, 이거 내가 사고 싶었던 바로 그 모델
(현민) 이게 2등 상품이라고?
무조건 해야지, 오케이, 콜
쌥쌥이, 우리 둘이 나가자
(테리스) 아이고 최강 무식 팀이 결성됐네
[웃음소리 효과음] 아니, 2등은커녕 학교 망신시키게 생겼어
아, 참, 우릴 진짜 우습게 보네?
이런 건 학과 지식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현민) 이 촉과 필이 더 중요하다고, 어?
일단 연습 게임 한번 해 보자
(쌤) 오케이, 네가 먼저 내 봐
(현민) 오케이
오징어나 낙지처럼 뼈가 없는 동물을 뭐라고 하지? [흥미로운 음악]
야, 씨
아무리 연습 문제라고 해도 그렇게 쉬운 걸 내면 어떡해, 어? [현민이 호응한다]
뼈 없는 동물, 어? 순살 동물
콱, 씨, 진짜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당장 꺼져, 이 무식탱이 새끼야 [쌤의 다급한 신음]
팀 결성한 지 30초도 안 돼서 해산이네?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야, 리스야
제발 나랑 같이 나가자, 응?
(테리스) 그럼 테스트 한번 해 보자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현민) 야 스피드 퀴즈에 그런 게 왜 나와?
하버드 물리학과 중간고사에나 나올 문제를
하버드 물리학과에 중간고사 같은 게 없거든?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왜 없어? 중간고사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은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봐, 있다잖아!
아, 리스야, 제발 좀
내가 말했지?
내 고국 트리니다드에서 상위 0.0003% 천재에 속하는 내가
이딴 홍보용 행사에 동원된다는 게
나 자신에 대한 명예 훼손이고…
그래, 똑똑하고 잘난 테리스야
너의 그 천재적 재능을
(현민) 불쌍한 친구를 위해 기부해 주면 안 되겠어?
아니,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인간미는 왜 없는 거임?
[웃음소리 효과음] 아니, 게다가 네가 원하는 그 롱 패딩을 받으려면
2등을 해야 되는 건데
(테리스) 아이, 내 사전에 2등이라는 게 없거든?
아니, 수석 입학에
지금까지 한 번도 과 수석을 놓친 적 없는 나 테리스에게는
2등이라는 타이틀은 있을 수가 없어
알았다, 알았어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이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테리스의 놀란 신음]
[웃음소리 효과음] [흥미로운 효과음]
[친구들이 안전벨트를 달각거린다]
(카슨) 어유, 제이미가 대리 기사 해 준대서 잘됐지 뭐야
(민니) 제이미 한국에서 운전해 보지 않았을 텐데
위험한 거 아니야?
걱정 마, 국제 면허도 있고 나 운전 잘해
하긴, 버스 타는 것보다 렌터카가 훨 낫지, 뭐
[민니의 웃음]
아, 세완이 왜 안 와?
(카슨) 얘 그냥 토낀 거 아니야?
어? 온다
(세완) 아, 미안해, 미안해 [민니의 못마땅한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아, 알바 때문에 정신이 없다, 야
올, 우리 세완이 오늘 힘 좀 줬는데?
평소에 좀 이러고 다녀라
맨날 꾸질꾸질하게 다니지 말고 [웃음소리 효과음]
야, 내가 안 꾸며서 그렇지
한번 꾸미면 난리 난다, 난리 나
[발랄한 음악]
(제이미)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저렇게 이쁘게…
자기 거라고 내 팔뚝에 적을 땐 언제고
(세완) 뭐야?
가만히 있어도 눈에 확 띄게 잘생긴 애가
어쩌자고 저렇게 멋지게 차려입은 거야?
혹시 여군들 꼬시려고?
(제이미) 나 속 뒤집어지라고 일부러 소개팅한다고 저러는 거지? [한숨]
알바는 어쩌고?
돈 벌 생각은 안 하나?
(세완) 내가 소개팅한다니까 속 뒤집어져서 따라나선 거지?
네가 나 놀려 먹었으니까 오늘 실컷 당해 봐라
(세완과 제이미) 흥!
[웃음소리 효과음] 뭐야, 안 가?
어, 가야지
[자동차 시동음]
(현민) 아, 테리스 저 자식은 인성 쩌는 걸로 유명하지만
한스 넌 그래도
휴머니즘을 중시하는 지식인으로서…
(한스) 네 뜻은 알겠지만
내 지식을 롱 패딩 나부랭이를 얻기 위한
값싼 경쟁에 동원하긴 좀…
정말 너무한다
뭐, 난 그렇다?
너희들처럼 머리 좋고 똑똑해 봐야 아무 소용 없어
(현민) 지식도 인간에게 유용해야 쓸모가 있는 거지
친구가 이렇게 애원하는데도 개무시하고
이 인정머리라곤 없는 기계 같은 놈들아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듣자 듣자 하니 너무하네
듣는 기계 빈정 상하게
넌 끼지 마라, 짜증 나게 [웃음소리 효과음]
기계 새끼가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저 새끼가
왜 갑자기 나한테 지랄이야?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뭐? 저게 뒈지려고, 이씨
야, 너 이리 나와 봐!
(한스) 야, 너 기계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사람한테?
당장 그만해!
[스피커 작동음] [기계 음성] 헐, 언제는 친구 먹자더니
웃기네, 시발 놈이
[웃음소리 효과음] '시발 놈이'?
[익살스러운 음악]
[스피커 전원 종료음]
(한스) 야, 현민아, 미안하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라면 당연히 인간 편을 들어야지
이 기계 대신 내가 사과할게
사과?
그럼 나랑 퀴즈 시합 나가 줘
그럼 사과받아 줄게
오케이
[웃음소리 효과음]
뭐?
민니가 소개팅하러 갔다고?
그래서 전화도 안 받고?
(학생1) 그래!
고년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냥 몰래 갔다니까?
쯧, 하긴
나 데리고 가면 아무래도 자기가 불리할 거 같으니까
세완이 데리고 간 거겠지
어, 뭐, 뭐, 네, 네가 세완이보다, 뭐
예쁘다, 뭐, 그, 그런 얘긴가, 어?
(학생1) 그럼 아니야?
뭐야, 은근 기분 나쁘네?
아, 됐고 난 너랑 스피드 퀴즈 안 나갈래
[웃음소리 효과음] (쌤) 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야
(학생1) 아, 됐다고!
야, 이 사이트 어때? 진짜 편리하지?
나도 한국 처음 왔을 때 여기 통해서 입학했다니까?
(학생2) 음, 나도 안 그래도
다른 과로 편입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괜찮네
(학생1) 이게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학생2가 호응한다] 너처럼 영어 못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학생2) 치, 뭐?
웃기고 있네 [웃음소리 효과음]
[테이블을 탁 치며] 영어는 물론 무려 7개 국어를 하는 나한테?
우아, 진짜?
(쌤) 너 공부 엄청 잘하나 보다
너 나랑 스피드 퀴즈 같이 나갈래, 어?
- (학생2) 오케이 - (학생1) 야!
얘 열라 무식해
너 베트남 수도가 어디야?
(학생2) 호찌민
(학생1) 거봐, 열라 무식하잖아
왜? 맞잖아, 호찌민
[웃음소리 효과음] [학생2가 호응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하노이잖아, 하노이
(학생1) 아유 이 쌍으로 무식한 것들아
(학생2) 나 너랑 스피드 퀴즈 안 나갈래
옘병
옘병
[웃음소리 효과음]
(민니) 여기 뭐야?
군부대가 뭐 이래? [차 문이 탁 닫힌다]
(카슨) 여기 교도소야
(민니) 뭐? 교도소?
감방?
남친이 감방에 있어?
응, 우리 김 병장 교도병이야
교도소 지키는 부대
(민니) 아, 진짜 태양의 후예들 나오는
진짜 군대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뭐야? 교도소라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만
(민니) 감방이면
그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 감방?
[웃음소리 효과음] 그렇지
우아! 나 그 드라마 보고
진짜 한국 감방에 완전 감동받았었는데
진짜로 내가 그 감방에 온 거네?
[놀라며] 실화임?
[웃음소리 효과음]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탁 닫힌다] (카슨) 큰일 났네
면회 신청자 명단을 미리 내야 해서 어제 알려 줬는데
제이미 이름 안 넣어서 못 들어간대
(민니) 어? 그럼 어떡해?
(카슨) 제이미, 너무 미안한데
이거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먼저 갈래?
우리 어차피 나중에 버스 타고 가면 되니까
자기가 좋다고 따라온 거잖아
그냥 기다리라고 해
응, 기다리면 돼
괜찮아, 놀다 와
(카슨) 어, 진짜 그래도 돼?
아, 지금 1분 1초 낭비할 때가 아니지 말입니다
(민니) 빨리 입장합니다! [웃음소리 효과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아니, 한스 얜 아직도 안 온 거야?
[통화 연결음]
어, 한스야, 왔어? 어디야?
응, 바로 뒤에 있는데?
뭐? 바로 뒤?
(한스)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어, 왔구나!
어? 테리스 넌 왜…
(테리스) 어, 나 한스랑 같은 조 나가기로 했어
뭐? 야, 한스 [익살스러운 음악]
나랑 같이 나가기로 했잖아 뭔 소리야?
(한스) 이왕 나갈 거면 1등을 해야겠지
(현민) 뭐? 야, 이 나쁜 새끼야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어디 있긴?
사람이 기계랑 다른 게 뭔지 알아?
욕망이라는 게 있거든
(한스) 명예, 자존심
물질적 이득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인간의 욕망이니까 [테리스의 옅은 한숨]
너무나 인간적이잖아 [웃음소리 효과음]
어유, 이 배신의 아이콘을 믿은 내가 바보지, 내가
(김 병장) 자, 인사 나눌까요?
(병장1) 아, 안녕하세요
(민니) 안녕하세요
(김 병장)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았고요
오늘 편하게, 즐겁게 놀아요
(민니) 근데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그런 군인들은 없어요?
여기 군대니까 군인들 엄청 많을 텐데
왜 하필 이런 분들…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소리 효과음]
(카슨) 아, 얘 농담이에요
좀 썰렁하죠?
[병장들의 어색한 웃음]
(병장1) 아, 아니에요
유머 감각이 아주 톡톡 튀시네요
(병장2) 재밌으시네
[병장들의 웃음] (민니) 어? '아니지 말입니다' 이렇게 말 안 해요?
드라마랑 많이 다르네요
(병장2) 아, 요즘은 군대에서도 그런 말투 사용 안 해요
저기 저분 누구예요?
(민니) 저기 엄청 잘생긴 분
(병장2) 아, 우리 부대 온 지 얼마 안 된 신병이에요
야, 신병, 너 일로 와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충성
이병 유시진
[민니의 놀란 신음]
우아, 진짜 유시진이네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님!
[웃음소리 효과음] (시진) 아닙니다
이름만 유시진이지 말입니다
대위 아닙니다
(민니) 우아, 이분 진짜 드라마에서 본 군인 같아
너무 멋있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기요, 저 이분이랑 파트너 하면 안 돼요?
야, 너…
[민니의 조르는 신음] [웃음소리 효과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와, 어째 한 놈도 안 받아?
아, 나 진짜 인생 헛살았나 봐
(현민) 아, 접수 시간도 다 끝나 가는데
아, 패딩 하나 생길 절호의 찬스인데, 씨
(준영) [영어] 좀 도와주실래요?
[한국어] 뭐?
한국말로 해
(준영) 오, 한국말 잘하네요, 흑인인데 [웃음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나 한국 사람이야, 한국말로 해
저 담배 좀 사 주실래요?
두 갑 사고 잔돈은 가지셔도 돼요
진짜? 어, 알았어
이럴 줄 알았지?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야, 요놈아 어린놈이 담배를 왜 피워?
(준영) 제가 피우는 거 아니에요
제 친구들 갖다줘야 되거든요
너 담배 셔틀이야?
지난달까진 빵 셔틀 하다가
이달부터 담배로 승급됐거든요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오, 승급 축하한다, 야
아이, 근데 난 못 도와줘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니야
아씨, 어떡하지?
(현민) 어, 잠깐만, 너 몇 학년이냐?
- 고3인데요? - (현민) 뭐?
아이, 그럼 대학 입시 준비 중이니까 아는 거 엄청 많을 거 아니야
(현민) 아, 대박
야, 너 내가 이따 담배 사 줄 테니까 나랑 뭐 좀 하자
[웃음소리 효과음] 진짜죠? 근데 뭐요?
(현민) 아, 일단 따라와 봐
[익살스러운 음악]
(민니) 내가 뭘 할까요?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웃음소리 효과음] 네?
무슨…
아,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거잖아요 유 대위님 [웃음소리 효과음]
아, 저 대위 아니지 말입니다
그냥 유 이병이지 말입니다
말투가 진짜 군인 같아
(민니) 혹시 '충성!' 한번 해 주시면 안 돼요?
(시진) 어, 경례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지 말입니다
아, 한 번만, 응?
(김 병장) 시진아
한번 해 드려라
이병 유시진, 예, 알겠습니다
충성!
(민니) [놀라며] 와, 너무 멋있어요
[웃음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김 병장) [작은 목소리로]
[웃음소리 효과음]
(병장1) 저, 일본에서 오셨다고…
(세완) 예
[병장1의 헛기침]
(병장1) '와타시, 코리아 군인데스'
어, 이거 코리아 스시
'오이시, 오이시'
같이, 어, 냠냠데스카? [웃음소리 효과음]
다이어트 중인데
오, 다행
아, 한국말 하시는구나
[웃으며] 제가요
(병장1) 그, 일본 애니메이션
그, 진짜, '혼토니', 좋아하거든요
[병장1의 웃음]
저, 혹시
제가 못생겨서 싫으세요?
(세완)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 아, 네, 아니요
[세완의 헛기침]
(병장1) [웃으며] 아, 아
저, 잘못 알아들으셨구나
(김 병장) [작은 목소리로]
폭탄이잖아 [웃음소리 효과음]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준영) 아, 스피드 퀴즈구나
근데 제가 도움이 될는지…
뭔 소리야? 너 고3이라며
대학 입시 공부 엄청 했을 거 아니야
(준영) 아니요
대학 갈 생각 없어서 진작에 포기했는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
아이, 그럼 너 공부 못해?
네, 전교 꼴찌인데요?
아이씨, 그걸 왜 인제 말해! 아 [웃음소리 효과음]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형님퀴즈!
드디어 대학동을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의 환호]
[호동의 신난 탄성]
(호동) 자, 첫 번째 팀 나와 주십시오!
(호동) 자, 스피드 퀴즈 제한 시간 1분이고요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초침이 째깍거리는 효과음] 그, 있잖아, 이상한 애들 뭐라고 불러?
(테리스) 이상한 애? 어…
(한스) 말고, 그거랑 비슷한데 [호동의 아쉬운 신음]
너희들이 나한테 그렇게 부르기도 하잖아
[호동의 의아한 신음] (한스) 말고, 세 글자
- (테리스) 세 글자? - (호동) 세, 세…
아니! 별명 같은 거 [웃음소리 효과음]
(한스) 막 이상한 짓 하는 애들 뭐라고 불러?
(테리스) 이상한 짓?
- (호동) 세, 세 글자 - (한스) 아니! 그거 말고 그거 있잖아
- (한스) 이거, 이거, 이거 - (테리스) 머리 돌리는 거?
- (한스) 아니! - (호동) 어? [웃음소리 효과음]
아씨, 잘 들어 봐, 응?
애들이 나 놀릴 때 부르는 거
(테리스)
(테리스) 와, 너, 너 진짜 답답하다
- (테리스) 아니, 설명 좀 쉽게 하라고 - (한스) 됐어, 패스
(테리스) 아, 패스는 무슨 패스야?
[익살스러운 음악] 야, 야, 진정하고 설명을 천천히 하라고, 좀
아, 넌 애가 왜 이렇게 감정 조절을 못 해?
(한스) 무슨 소리야?
나처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한테 감정 조절을 못 한다니
너나 좀 진정해
그때처럼 또 오줌 싸려고
[웃음소리 효과음] 내, 내가 언제!
예전에 고등학생 깡패한테 걸려서 완전 쫄아서 오줌 쌌잖아
(테리스) 아니 그 얘기가 왜 나와, 여기서? [웃음소리 효과음]
알바 면접 갔다가 토한 놈이
아이, 그 얘기는 여기서 왜 나와?
(테리스) 아니 네가 이상한 소리 처하니까 그러지 [웃음소리 효과음]
[실로폰이 땡 울린다]
[한스와 테리스가 다툰다] 아,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고요
일단 제한 시간 1분 다 지나갔습니다
- (현민) 아유, 잘난 척하더니 꼴좋다 - (호동) 다음 팀 나오세요!
(현민) 한 개도 못 맞히고 말이야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호동) 여덟 개를 맞힌 좀비 시스터즈 1등입니다!
[학생들의 신난 탄성] [사람들의 환호]
자, 다음 도전 팀 나와 주십시오!
(현민) 야, 우리다, 야, 좀 잘해 봐
(호동) 자, 제한 시간 1분이고요
스피드 퀴즈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초침이 째깍거리는 효과음] (현민) 네가 싸움을 해, 막, 막 때려
아홉 대 때렸어, 한 대 더 때려 [웃음소리 효과음]
그럼 몇 대야?
(준영) 그럼 열 대?
뭐, 몇 대? 야, 말 까, 그냥
[웃음소리 효과음]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 (현민) 불, 불 영어로 - (준영) 파이어?
불이, 불이 네 개 났어, 네 개
파, 파이어 네 개!
어? [웃음소리 효과음]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장교) 어떻게 오셨어요?
면회 오신 거면은요
이쪽으로 들어가셔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돼요
아, 그, 저, 그게…
(병장1) 제가 애교 3종 세트, 예 한번 보여 드릴까요?
(세완) 아니, 그… [익살스러운 음악]
(병장1) 눈물, 고민 [익살스러운 효과음]
- (병장1) 앙 - (장교) 여기 맞죠? [웃음소리 효과음]
(장교) 여기 친구분들
- (김 병장) 충성 - (장교) 충성
(장교) 면회 신청을 안 하셔서 그런지 못 들어오고 계시더라고요
아무리 절차가 중요해도 그렇지 이건 아니죠
멀리서 오신 분인데
(김 병장) 맞습니다
(장교) 어, 재밌어 보이는데? 앉아도 되죠?
[병장1의 다급한 신음] (김 병장) 물론입니다, 앉으십시오
[제이미와 장교가 의자를 드르륵 뺀다]
[흥미로운 음악] (현민) 맥주, 맥주 영어로
(준영) 비어?
(현민) 맥주가 죽으면서 남긴 말
[호동의 의아한 신음] (준영) 유언, 비어…
[웃음소리 효과음] (호동) 일곱 문제를 맞혔습니다
이제 1등과 격차는 두 개고요
- 와, 됐어, 2등이야, 2등! - (호동)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현민) 됐다고!
와, 드디어 롱 패딩을…
아, 뭐 해요? 빨리빨리 다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안 해도 돼, 쉿, 쉿
뭐, 쉿? 말 못 해?
(준영) 손으로 말한다고? 수화?
[웃음소리 효과음]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호동) 자, 드디어 1등과 한 개 차이입니다
그게 아니라, 야, 아, 답답해
뭐라고? 답답해?
뭐, 고구마 백 개? 고구마?
[놀란 신음]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웃음소리 효과음]
(호동) 드디어 1등과 동점입니다!
아, 빨리빨리 다음, 다음
(현민) 야, 이 미친놈아
그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준영) 아, X, X 자?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준영) 아, 'X맨'?
유재석?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 (준영) 어? - (호동) 어?
[호동의 탄성] [실로폰이 딩동댕 울린다]
자, 이렇게 되면
총 아홉 문제를 맞힌
(호동)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의 환호] [짜증 섞인 신음]
[웃음소리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장교) 아, 지나가다 봤는데
너무 잘생기셔 가지고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장교의 탄성] (제이미) 네, 소위님도 진짜 멋지세요
아, 저 한국 여군 처음 봐요
(장교) 어, 역시 미국에서 오셔서 그런지
매너 너무 좋으시고
[장교의 탄성]
전화번호 뭐예요?
빨리요
(시진) 저, 죄송합니다
저 실은 여자 친구가 있거든요
[웃음소리 효과음]
(민니) 저, 수갑 진짜예요?
(시진) 그렇죠, 진짜죠
우아, 나 한번 철컹철컹해 주세요
해 보고 싶어요, 네? [웃음소리 효과음]
(민니) 아, 빨리!
[민니의 탄성]
[병장1의 웃음]
(병장1) 저, 제가 휴가 나가면
제대로 된 한식 한번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전화번호 좀…
저, 그게…
(병장1) 아, 아이, 너무 튕기신다 [제이미의 웃음]
그, 원래 일본 여자들은 싹싹하고 귀엽다던데
[병장1의 웃음]
저 한국 사람인데요
예?
(병장1) 뭐야? 한국 사람이라잖아
외국인 여학생 소개시켜 달라니까
한국 사람이라서 죄송하네요
그쪽은 어디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안 하는 게
국익에 도움 될 거 같은데
(병장1) 저, 저기요, '스미마센'!
[웃음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시진) 저기요 이러시면 안 되지 말입니다
빨리 풉니다, 즉시
저 그쪽 완전 마음에 들었거든요
(민니) 어떡할 거예요?
나랑 사귈 거야, 안 사귈 거야?
빨리 전화번호 내놓고
[웃음소리 효과음] 그만하고 빨리 열쇠 돌려줍니다, 빨리
어? 자꾸 그러면 우리 진짜 영원히 못 헤어지게 한다? [긴장되는 음악]
확 삼켜 버려?
[시진의 당황한 신음]
[꿀꺽 소리가 울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이게 뭐야, 전기밥솥?
왕비님 쌀?
아, 이게 뭐냐고
아니, 그걸 왜 맞혀? 그냥 2등 하고 다 끝난 건데
내가 다 찍어서 맞혀서 1등 했죠?
(준영) 근데 뭐요? 웃기네 진짜, 씨
하, 진짜 내가 미쳐
거기서 왜…
[한숨]
아, 빨리 담배나 사 줘요
그리고 다 나누고, 빨리, 이거
(현민) 못 사 줘, 인마 학생이 무슨 담배는…
(준영) 참, 그럴 줄 알았어
어른들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그럼 빨리 상품이나 나눠요
이걸 어떻게 나눠?
전기밥솥인데 어떻게 나누냐고, 어?
(현민) 뭐, 네가 뚜껑 가져갈래? 어?
와, 진짜 구리다
(준영) 이거 중고 사이트에 올려서
팔아서 돈 나누면 되잖아요
뭐?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그러면 되네?
[웃음소리 효과음] (현민) 아이, 그 돈으로 패딩 사면
[현민의 웃음]
아, 그러면 되네! 왜 난 2등 할 생각만…
야, 머리 되게 좋네!
야, 너 빨리 중고 사이트에 올려 봐
[웃음소리 효과음] [흥미로운 효과음]
[쿨럭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니가 구역질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민니) 아, 아무리 해도 안 나와요
너무 내려갔나 봐
(카슨) 아, 그럼 빨리 싸 봐
이러다가 우리 집에 못 가겠다?
(민니) 아씨
[시진의 아파하는 신음]
(시진) 팔 아파요!
대충 좀 해요, 대충
(민니) 아, 제일 편한 자세 찾잖아요!
아, 도중에 자세 바꿀 수가 없지 말입니다!
[웃음소리 효과음]
[휴대전화 조작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저기, 세완이가 화나서 그냥 혼자 가 버린 거 같아
아무래도 내가 찾아 봐야 될 거 같은데?
어, 야, 빨리 가 봐
근처에 있겠지
(제이미) 일단 민니 데리고 먼저 가
내가 세완이 찾아서 버스로 갈게
(카슨) 알았어
[잔잔한 음악]
[제이미의 가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하, 전화도 안 받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길도 모를 텐데
[다급한 숨소리]
(남자) 어
저, 혹시 전기밥솥 판매자분 맞죠?
(현민) 네, 직거래 신청하신 분 맞죠?
[의미심장한 음악] 어, 외국 분인 줄 몰랐네요
한국말 잘하네
(준영) 아, 이 형 토종 한국 사람이에요
네
물건 좀 봐도 될까요?
확실히 새 제품인 거 맞죠?
(현민) 아유, 그럼요
오늘 상품으로 받은 완전 새 제품이에요
(남자) 씁, 이거 진짜 한 번도 안 쓴 새거 맞나요?
밥이 잘되긴 되나? [웃음소리 효과음]
아유, 새 밥솥인데 밥이야 당연히 잘되겠죠
고장 난 거 아닌가?
(남자) 새거를 왜 이렇게 싸게 파는지…
[웃음소리 효과음] 정상이 아닐 거 같은 느낌인데?
(현민) 아유, 정상 맞고요
아, 내가 돈이 좀 급해서 싸게 파는 거예요
싸게 샀다 밥 안되면 골치 아픈데
아이, 정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직접 해 보면 되잖아요
[웃음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현민) 자, 이제 설명서대로 밥 짓기 시작합니다
아, 왜 이렇게 의심이 많으실까?
아니, 뭘 이렇게까지…
(현민) 자,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놀란다]
[감성적인 음악]
[통화 연결음] [제이미의 한숨]
[가쁜 숨소리]
(제이미) 세완아, 박세완!
야, 박세완
얼마나 찾았는데, 전화도 안 받고
여기서 혼자 뭐 한 거야?
계속 여기 있었어?
(세완)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항상 있었지, 무슨 일은
잠깐 잊고 있던 거지
[차분한 음악]
(세완) 사는 게 지겨워서
아침에 눈뜨는 게 싫었다?
밤에는 그냥
그냥 지구가 망해서 내일이 없었으면 싶기도 했고
그래도 너 때문에 재밌었어
아침에 눈뜰 때랑 밤에 잠들 때 막
여기가 간질거리고
근데 오늘 너랑 밀당한답시고
이렇게 꾸미고 나갔다가
거기서 내 현실이 뭔지 현타가 딱 오더라
(제이미) 그게 무슨 소리야?
(세완) 음…
우리 아빠 회사 부도내고
사기죄로 교도소에 계셔
몇 년째
아빠 보러는 한 번도 안 가 놓고
거기로 소개팅이나 하러 가고
엄마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사채 써서
빚쟁이가 학교까지 나 찾아오게 만들고
이게 내 현실이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못 벗어나겠더라
이게 내가 너한테 설레면 안 되는 이유고
너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야
오늘 저녁 7시경 대학동 일대에 정전 사고가 발생하여
(뉴스 속 앵커) 대학동 지하철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지하철이
30분 동안 멈춰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세완의 탄식] [뉴스 속 앵커가 말한다]
(세완) 버스 끊겼다
(제이미) 이제 어떡해?
(세완) 아, 어떡하긴
첫차 타야지, 뭐
[함께 한숨 쉰다]
배고파
[세완의 한숨]
(제이미) 이거라도 먹어
이게 갑자기 왜 나와?
PPL이야?
[피식 웃으며] 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밝은 음악]
이것도 먹어
이게 너랑 나랑 세 번째 외박인가?
(세완) 아니다 지하 창고까지 하면 네 번째인가?
우린 왜 만나기만 하면 외박이야?
[함께 웃는다]
[세완이 웅얼거린다]
(세완) 이게 뭐야?
야, 뭐야, 이걸 왜 찍어!
(제이미) 그냥 두면 언젠간 지워지잖아
그래서 영원히 간직하려고
(세완) 아, 너 진짜 죽었어
[세완이 투덜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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