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백서 7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우의 긴장되는 숨소리]
(TV 속 캐스터1) 잡았다가 뺍니다
아, 1루, 아
(TV 속 캐스터2) 이번에도 빠져나가네요!
(민우) 아, 저걸 못 잡냐? 아이, 진짜
야, 이럴 거면 내가 가서 경기 뛸 테니까
네가 와서 근무해라, 저, 이씨
아휴, 씨
[야구 중계가 흘러나온다]
이 새끼 인성 보소
[민우가 캔을 탁 내려놓는다]
인류애는 실종됐냐?
뭐가?
이 중요한 타이밍에 저렇게 실수를 했으니
본인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팬이 돼 가지고 감싸 주지는 못할망정
제일 앞장서서 돌을 던지냐?
[익살스러운 음악] 왜 그래? 평소 같았으면 앞장서서 짱돌 주우러 갔을 새끼가
저 선수가, 어? 실책을 하고 싶어서 했겠냐?
(준형) 아차 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된 건데
너는 살면서 실수 안 해 봤냐!
(민우) 야, 이 새끼야 내가 하는 실수랑, 어?
저기서 저 경기 뛰는 선수가 하는 실수랑 같냐, 저게?
아차 하는 순간 하는 실수는 무슨
저 봐, 저, 이런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 떨어져서 저런 실책 했으니
앞으로 저 경기 분위기 어쩔 거야, 저거?
아휴, 씨
아, 뭐, 다시 살리면 되지
[민우의 한숨]
(민우) 야, 한번 깨진 분위기 다시 살리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
저 실책으로 만약 경기 지게 되지?
내가 만약 감독이면은
저 새끼 저거 다음 경기에서 라인업에서 뺄 거야, 내가 아주
저거 완전 나가리야, 저거, 씨
아, 그래도 만회할 기회는 한 번…
(민우) 만회할 기회는 개뿔! 저거
야
한 번 실책한 사람은 두 번 하게 돼 있어
이건 국룰이야, 아유
[흥미진진한 음악]
[개운한 숨소리] [캔을 탁 내려놓는다]
[강조되는 효과음]
[달그락거리는 소리] (나은) 언니
마셔
(희선) 야, 아무리 예물이라지만
어? 새벽부터
어휴, 이렇게 줄 서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참에 우리도 유행 한번 따라가 보는 거지
- 유행? - (나은) 응
요새 오픈 런이 유행이거든
샤넬 오픈 런, 위블로 오픈 런
야, 유행이고 나발이고
이러는 거 진짜 개오버야
새 신부가 결혼 준비 할 시간도 없는데
(희선) 무슨 시계 오픈 런을 하고 있어?
(나은) 언니
내가 시계가 꼭 필요한데
시계를 구할 수 있는 길은 네 가지뿐이야
첫 번째는
구구스 같은 중고 명품점에서 중고로 사는 거고
근데 이건 예물이니까 패스
[호응한다] 두 번째는
오픈 런 해서 매장에서 사는 거고
세 번째는
중고나라나 이런 데서
오픈 런 하는 사람의 번호표를 사서 입장하는 거고
마지막은 피 주고 되팔이들에게 사는 거 [희선의 한숨]
언니 같으면 이 중에서 뭐부터 하겠어?
오픈 런
(나은) 그러니까 나도 오픈 런부터 해 보는 거야 [희선이 후루룩 마신다]
물론 오픈 런을 한다고 해서 산다는 보장은 없어
어?
물건이 없으니까
매장에는 공기만 판다는 소문이 있어
[한숨]
아주 예물이 뭔지 지극정성이다, 아휴
찐사랑이라고 해 줄래?
(희선) 개고생이라고 할래
[나은의 놀란 숨소리]
- 언니, 셔터 문 열린다 - (희선) 어?
(희선) 아휴, 이 나이에
백화점 셔터 올라가는 거 보고 좋아해야겠냐?
[희선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희선의 가쁜 숨소리]
(희선) 샀어?
(나은) 이게 전부래
(희선) 어?
(직원1) 오늘 입고된 상품은 여자 시계 세 점이 전부고
이쪽은 판매가 되지 않는 상품입니다
그럼 혹시 빅뱅 오리지널은
언제쯤 입고가 되는지 알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직원1) 입고 모델이랑 입고 날짜는
저희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요
[희선의 한숨]
그럼 그 모델 예약금 걸고 가
나중에 들어오면 연락 주세요
(직원1) 죄송하지만
매장에 언제 어떤 모델이 입고되는지
저희가 알 수가 없어서
예약은 따로 받고 있지 않습니다
(희선) 아, 그러면 예약도 안 되고
오픈 런 해서 왔는데 시계도 없으면 이걸 어떻게 사요?
매일 오셔서 그날 입고되는 상품을 확인하시는 방법밖에 없으세요
거봐
매일 오라고요?
[희선의 한숨]
(나은) 감사합니다
(희선) 와, 진짜 미쳤다, 미쳤어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나은) 내가 신혼여행 빼면 남은 연차가 8개니까…
(희선) 아이 얘가 제일 제정신이 아니네
야, 무슨 오픈 런 하겠다고 연차를 써?
그냥 신혼여행 가서 해외에서 사
[다급하게] 안 돼
[흥미진진한 음악]
(미숙) 아, 그냥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준형이 시계나 하나 괜찮은 걸로 해 줘
계 모임 때 나가 보니까
다들 장가갈 때 아들 시계 하나는 챙겨 받더라고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야
[한숨]
(나은) 꼭 그 말씀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니도 내가 함 받은 거 봤잖아
어머님이 그렇게 날 챙겨 주셨는데
내가 시계 하나는 해 가야지
아휴, 네가 이렇게 개고생하는 이유가 있구나
그리고 오빠한테 특별한 선물도 해 주고 싶어
(나은) 원래 오빠가 빅뱅 오리지널 엄청 갖고 싶어 했는데
구하기 힘든 거라서 포기했거든
근데 내가 예물로 딱 구해 오는 거지
(준형) 짠 [잔이 달그락 부딪는다]
[흥미로운 음악] 자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오늘 무슨 날이야?
무슨 날은 아니고, 그냥
[살짝 웃는다]
자
설마!
자기 이거 어떻게 구했어? [쇼핑백을 탁 놓는다]
[준형이 달그락거린다] [흡족한 웃음]
(나은) 이제부터 오빠의 모든 시간을 내가 함께할게
우리 평생 행복하자
사랑해
[바스락거린다]
차 봐도 돼?
[나은이 감탄한다]
대박
[흡족한 숨소리]
(나은) 그리고 오다 주웠다를 시전하면서
무심하게 툭, 알지?
[헛웃음]
네가 무슨 김 첨지의 후예야?
쩝, '난 오빠를 위해서라면'
'돈, 시간, 정성 다 들일 수 있다'
이 마음을 시계에 담아서 주는 거지
(나은) 여태까지 이벤트가 오빠의 몫이었다면
내가 이번만큼은 이벤트도 해 주고 싶고
오빠한테 감동도 전해 주고 싶단 말이야
아유, 아주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웃음]
(점원) 예, 어떤 걸로 준비해 드릴까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우) 아, 저는 슈림프에다가요
아보카도 추가해 주시고요, 넌?
야, 뭐 먹을 거냐고?
어
어, 나 비엠티, 이탈리안 비엠티
(민우) 야, 야, 어디 가?
야, 여기는 그냥 '비엠티' 하면 샌드위치가 되는
그런 가게가 아니야
너 빵은? 치즈는?
뭐, 피클은? 소스는? 야채…
아유, 새끼 이거
샌드위치 조합해서 먹는 재미도 모르고, 그렇죠? [민우와 점원의 웃음]
아, 저, 빵은요
음, 파마산 오레가노… 아니야, 플랫브레드
(희선) 네가 함 받은 거 계산해 보니까 8천 정도야
[걸어오는 발걸음]
(민우) 야, 이거 비엠티
[민우의 힘주는 소리]
[민우가 숨을 하 내뱉는다]
난 샌드위치 중에서 여기가 제일 맛있더라, 야
[민우가 음미한다]
야, 이번에 소스 바꿔 봤는데 이것도 괜찮다, 그렇지?
응, 맛있네
야, 너 맛있다는 거치고 표정이 왜 그러냐?
(민우) 왜 이렇게 썩었어?
[부정한다] 아니야, 진짜 맛있어
(민우) 야, 내가 널 모르냐?
뭐야, 뭔데?
야, 근데 너 선물 받았을 때
혹시 그 선물 가격 검색해 본 적 있어?
(민우) 응
있다고?
(민우) 응, 아니, 뭐, 선물 받으면 가격 궁금하잖아
뭐, 진짜 이상한 거면은 이런 것도 돈 주고 샀나 싶어서
뭐, 궁금해서 검색해 볼 때도 있고
야, 요즘은 마음 가는 데 돈 가는 게 국룰이니까
이 사람이 날 얼마나 생각하는지 뭐, 궁금해서
검색해 볼 때도 있지, 왜?
이거 쓰레기네
아니지, 본능이지
[야릇하게] 원초적 본능
[놀란 탄성]
(준형) 본능은 개뿔
그건 그냥 네가 속물인 거야
야, 이, 선물이라는 게
선물을 해 준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지
마음이 곧 가격이야
이게 자본주의의 1원칙
- (민우) 에이 - (준형) 아
(준형) 이 새끼 진짜 썩었네, 썩었어
야, 그럼 가격을 검색해 봤어
근데 그 물건이 생각보다 싼 거면?
뭐, 마음이 거기까지인 걸로 알고 손절이라도 할 거야?
[생각하는 소리]
뭐, 솔직히 실망스럽지
특히나 뭐,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면
네가 그렇게 계산적이니까 여자 친구가 없는 거야
(민우) 너는 그렇게 잘나서 그렇게 계산적인 여자 만나냐? 씨
쩝, 그건 나은이 이야기 아니거든?
아니기는 딱 봐도 나은 씨 얘기구먼
아니라고
아니긴, 아유
(준형) 계산한 거 희선 씨거든
그걸 희선 씨가 왜 계산해?
아, 몰라
[쩝쩝댄다]
[문이 탁 여닫힌다] [종이 잘랑거린다]
(준형) 에?
청첩장 샘플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중고나라를 보고 있었어?
중고나라는 갑자기 왜?
아, 시계 매장 대기표 사려고
시계 매장 대기표?
그걸 돈 주고 산다고?
(나은) 응, 오늘 오픈 런 시도했다가 실패했거든
내가 매일 가서 아침에 줄 설 수 없으니까
여기서 번호표 사서 가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나도 오빠한테 근사한 예물 하나 해 주고 싶단 말이야
그런 거면 다른 곳에 가서 사자
어차피 나 입사할 때 엄마가 해 준 시계도 있으니까
어머님이 해 준 거랑 내가 해 준 거랑 다르지
(나은) 그리고 오빠
빅뱅 오리지널 엄청 갖고 싶어 했잖아
아이, 뭐, 그건 그렇지만 사기 힘드니까
그 구하기 힘든 걸 내가 해 본다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내가 함을 받고 느낀 감동을
오빠한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으니까
(나은) 물론 내가 함 받은 것처럼
오빠한테 다 해 주면 좋겠지만
내가 그럴 능력까진 안 되고
[나은의 웃음]
최선을 다해서 구한 시계로 그 감동을 전해 볼게
[편안한 음악]
왜?
아니야
그럼 나도 주변에 물어볼게 빅뱅 구할 수 있는지
오빠, 그 시계가 그렇게 구하기 쉬운 건 줄 알아?
이건 삼대가 덕을 쌓거나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구할 수 있는 보물 같은 거야
(나은) 그러니까 괜한 고생 하지 말고
나만 믿고 기다려
내가 꼭 구해 올게
[웃음]
마음만으로도 받은 거 같아
기다려, 내가 꼭 구해 온다
그래, 파이팅
[결연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준형) 이렇게 나한테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는 게 나은인데
괜히 내가…
[웃음]
[나은을 쓱쓱 쓰다듬는다]
"KE 그룹"
[리드미컬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 조작음]
[책상을 탁 친다]
자, 점심 먹고 하자
[흥미로운 음악]
[과장의 헛웃음]
그렇게 배고팠나?
[리모컨 키 작동음]
[수연의 다급한 숨소리]
안녕, 벤츠
[안내 음성]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희선) 길 안내
위블로 본점
[안내 음성] 위블로 본점까지 경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타이어 마찰음]
(희선) 도착하면 앞에 내려 줄 테니까
너희는 바로 가 난 주차하고 올라갈게
응, 난 바로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언니랑 수연이는 백화점에서 밥 먹고
(희선) 응
근데 도착했는데 네 번호 지났거나
아니면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안 부르면 어떻게 해?
번호표 산 돈만 날리는 거지, 뭐
그래도 피 주고 사는 것보단 낫잖아
(나은) 피가 500만 원은 그냥 넘어
그것도 없어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희선) 이야
내가 회사를 다닐 게 아니라 시계를 사러 다녀야 되는구나
(수연) 하, 진짜 이럴 때마다 막 현타 오지 않아요? [휴대전화 조작음]
아니, 피만 500이 넘고 시계가 천만 원이 넘는데
그것도 못 사고 이렇게 기다려야 된다니 [희선의 한숨]
현타 오지
솔직히 나도 오빠 예물만 아니었으면
근처도 안 왔을 텐데
이제는 시계 다이어트까지 하고
응? 시계 다이어트?
응, 시계를 구하려고
점심도 거르고 백화점을 다니는 신개념 다이어트
[수연과 희선의 헛웃음]
(희선) 다이어트 한번 고급지다, 어?
야, 이 정도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해서
시계 하나쯤은 내려 주셔야 될 텐데
(나은) 부디 결말은 해피 엔딩이길
[휴대전화 진동음]
[수연의 거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준형) 아는 형이 도와줘서
클래식 퓨전 에어로퓨전 티타늄으로 구했어
[수연의 가쁜 숨소리]
(수연) 왜 그래요, 선배님?
[다가오는 발걸음] (희선) 뭐야, 왜 안 들어가?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된 거죠? [준형의 흡족한 숨소리]
[민우가 피식 웃는다]
아유, 좋냐?
[준형의 흡족한 웃음] (민우) 아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자기야
(나은) 시계를 샀다고? 어디서?
(준형) 어, 자기가 시계 때문에 고민하는 거 같아서
나도 주변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 놨었지
근데 마침 오늘 우리 선배 형이 위블로 매장 왔는데
클래식 퓨전이 들어왔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무조건 잡아 두라고 한 다음에
바로 달려왔지
클래식 퓨전?
(희선) 클래식 퓨전?
[휴대전화 조작음]
이거
(준형) [웃으며] 이걸 내가 구했다고? 대박
(나은) 아, 그럼 내가 지금 명동이니까
바로 택시 타고 거기로 갈게
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굳이 올 필요 없어
그럼 결제는?
(준형) 어, 이게
지금 바로 결제를 안 하면
다음 사람한테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해서
내 카드로 결제했지
어? 이건 내가 예물로 사 주기로 한 거잖아
(준형) 어, 그럼 이따 저녁때 자기랑 같이 와서
결제 카드 교체하면 되지
그래, 그럼 퇴근 후에 거기서 만나면 되겠다
(준형) 오케이, 그럼 저녁 7시쯤?
야, 너 이따 야근이잖아
(준형) 아, 맞다, 자기야
나 오늘 저녁에 야근이다
어떡하지? 씁
아, 그러면 내가 점장님한테 내 카드 맡겨 놓을 테니까
자기가 이따 저녁때 와서 결제 카드 교체할래?
(나은) 어?
(준형) 오기 힘들어?
아니야, 내가 들를게
오케이, 그럼 내가 카드 맡겨 놓을게 [준형이 달그락 집는다]
내가 이걸 사다니, 진짜 대박이지?
그러게 오빠가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준형) 그러니까 이래서 될놈될이라고 하나 봐
이제 자기도 시계 전쟁 끝내고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겠어
응,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
(준형) [웃으며] 오케이 내가 이따 다시 전화할게
[통화 종료음]
시계를 구했대?
어
미안
괜히 나 때문에 밥도 제때 못 먹고 와 줬는데
(희선) 아유, 아니야 지금 그게 문제냐?
(수연) 맞아요, 선배님 고생은 다 하셨는데
남자 친구분이 먼저 구하셔서 어떻게 해요?
아니야, 고생하기 전에 구한 게 다행이지, 뭐
(나은) 아, 이제 마음 편하게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완전 맛있는 거 사 줄게 가자
[나은의 한숨]
[민우의 한숨]
[힘주며] 야, 민우야 저기 서류 좀 줘 봐
[민우의 웃음]
(민우) 이 새끼 이거, 너 뭐 하냐?
- 아유, 뒷목이야 - (항호) 야, 서 주임
- (일한) 왜? - (항호) 너, 이씨
(항호) 야, 너 이거 어떻게 구했어, 이거?
- (민우) 아이 - (일한) 이거! [준형의 웃음]
(일한) 야, 이거 이거 구하기 힘든
그, 위, 위, 위블로 위블로지, 위블로?
(민우) 야, 너 사자마자 자랑을 하냐?
(항호) 야, 너 이거 어떻게 구했어, 이거?
(준형) 다들 시계 예쁘다고 난리야
[휴대전화 조작음]
[카드 리더기 작동음]
(직원2) 여기 사인 좀 해 주세요
네
[터치 펜을 달그락 놓는다]
[한숨]
[잔잔한 음악] [종이가 사락거린다]
네, 여기 있습니다
(나은) 감사합니다
- (직원2) 감사합니다 - (손님) 저희 예물로 할 건데요
(직원2) 네, 잠시만요 도와드릴게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종이 잘랑거린다]
(나은) 다녀왔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나은의 놀란 숨소리]
(나은) 이게 다 뭐야?
(달영) 뭐기는 예단 보낼 것들이지
[나은의 놀란 숨소리]
(나은) 누가 요새 이런 유치한 걸 쓴다 그래?
얘가, 이…
(달영) [버럭 하며]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그런 말을 해?
(나은) 이게 비싸기까지 하다고?
그럼
내가 제일 비싸고 좋은 것들로만 골라서 사 왔는데
(달영) 네 엄마는 평생 가야 이런 거 써 보지도 못해
내가 사 줄게
아이고, 됐네
(달영) 너는 이 엄마가 이런 것들을 사느라고
고생했다는 것만 기억해
아,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어머님께서 간단하게 구색만 맞추면 된다고 하셨단 말이야
구색을 맞추는데 어떻게 간단히 해, 응?
구색을 맞추려면 예단 이불이며 유기 세트며
(달영) 다 기본으로 깔고 시작해야 되는데
결국 구색을 맞추라는 말은 '해 올 거 다 해 와라' 이 말이야
안 그래도 우리가 예물 소홀히 할까 봐
가격표까지 보낸 마당에
엄마, 그건 진짜 업체 실수였다고 몇 번을 말해
(달영) 그래, 그렇다 치자
뭐, 그게 실수인지 고의인지 확인도 못 하는 마당에
엄마, 좀
(달영) 알았어
넌 어떻게 됐어?
새벽부터 예물 시계 산다고 튀어 나가더니 [나은의 한숨]
(나은) 샀어
샀는데 표정이 왜 그래?
[한숨]
좀 그래서
뭐가?
어머님이랑 준형 씨는
사 주고 싶은 거 다 편하게 사 주는 거 같은데
엄마랑 나랑은 뭔가 어려운 숙제 하는 거 같아서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한숨]
[사무실이 분주하다]
(민우) 얼굴이, 얼굴이 또 왜 그러냐, 그 못생긴 얼굴이?
아휴, 참
나은이가 심기가 불편한 거 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서
[준형의 생각하는 숨소리]
(준형) 어제 내가 카드 교체하러 가는데
같이 안 가 줘서 삐졌나? [전화벨이 울린다]
야, 야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걸 다 아는데 [사락거리는 소리]
그런 걸로 삐지겠냐?
(준형) 맞아
나은이가 그런 일로 삐질 성격이 전혀 아닌데
그럼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진 거지?
[민우의 한숨]
[민우의 한숨]
(민우) '내일 퇴근 후에 아버님 예단 사러'
'같이 백화점 가기로 한 거 알지?'
'그럼 내가 회사 앞으로 데리러 갈게'
'아니야, 차 막히는데 6시에 백화점 앞에서 보자'
뭐야, 그냥 대화잖아
뭐, 어디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거야, 나은 씨가?
아이씨
이모티콘이 없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아나, 미친놈 이거, 씨
아니, 말투도 너무 사무적이고
원래 나은이는 '아니에용', '앞에서 봐용'
(민우) 아유, 닥치세용, 아유, 씨
에이씨
(민우) 아, 난 나은 씨가 진짜로 화난 줄 알았네
아, 뭐, 이런 텍스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냐?
솔까말 나은 씨가 화낼 일이 뭐가 있냐?
어? 그렇게 구하기 힘든 시계를 네 인맥으로다가 단박에…
아
[흥미진진한 음악]
왜?
이거네
뭐가?
야, 나은 씨가 원래 너 빅뱅 사 주고 싶어 한다 그랬잖아
그게 클래식 퓨전보다 조금 더 저렴하고, 그렇지?
너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 내가 비싼 시계를 사서 나은이가 화났다는 게 말이 되냐?
아니, 나은 씨가 결제하는 건데
허락도 안 받고 더 비싼 거 사면 기분 상할 수도 있지
(민우) 더군다나 나은 씨, 뭐, 좀
돈에 예민한 타입이잖아
뭐, 선물 계산하고 그런 거 봐서는
이거야
에이씨
[혀를 쯧 찬다]
[종이를 사락 넘긴다]
(희선) 미쳤어요?
(희선) 예물 시계를 비싼 걸 사서 기분이 안 좋은 거냐고요?
[기가 찬 웃음]
아, 도대체 나은이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민우) 아니요, 뭐
그거 말고는 딱히 화낼 만한 다른 이유가 없잖아요
(희선) 있죠, 그것도 아주 많죠
뭔데요?
하, 그걸 제가 말할 필요는 없죠
민우 씨가 알 필요도 없고
[웃으며] 허허, 철벽
[한숨]
뭐, 만나서 물어봐야 된다는 게 이거였어요?
준형 씨가 알아봐 달래요?
하, 아니요
그냥 제가 궁금한 거예요
아니, 나은이 화난 이유를 민우 씨가 왜 궁금해해요?
아, 이런 거라도 궁금해해야 희선 씨 만날 수 있으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내가 밥 먹자고 할 때마다 바쁘다고 하니까
전 나은 씨 핑계 대면서 희선 씨 불러낼 수밖에 없죠
아, 그러니까
나랑 밥이 왜 먹고 싶은 거냐고요?
뭐, 나한테 관심 있어요?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피식 웃는다]
자, 제 의도를 아셨으니까 우리 이제 말부터 편하게 할까요?
아니요
의도를 알았으니까 더욱더 예의 차릴게요
아, 왜요? 우리 뭐, 나이 차이 나요?
얼마 나지도 않는데 그냥 말도 편하게…
(희선) 말을 편하게 하면
사이도 편해지는 줄 알더라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숨소리]
(민우) 오케이, 인정, 그럼
말은 불편하게 하고 사이는 편해져요, 어때요, 좋죠?
정우성 미만 잡이 제 이성관이라서
민우 씨가 아무리 저한테 개수작을 부려도
저한테는 먹히지 않을 거예요
나 누구 되게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뭐, 누구, 뭐 생각나는 사람 없어요?
모르겠는데?
- (민우) 진짜 없어요? - 네
(민우) 오케이, 알았어요, 힌트
잘 봐요, 짧으니까 잘 봐요
얼굴 위주로, 네 [목을 가다듬는다]
[쿨럭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희선) 설마
알죠?
- (희선) 아니죠? - 알죠?
[희선의 한숨]
(희선) 하나도 안 닮았거든요?
[민우의 웃음] (민우) 눈치채셨네, 아
아, 인정 감사합니다 아이, 닮았네, 닮았어
[민우의 웃음] 아, 인정받았어, 아이, 좋다
[한숨]
아, 희선 씨
이거는 진짜 개인적인 호기심이고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남의 함 가격은 왜 계산해 본 거예요?
아,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설마 준형 씨가 우리 카톡 본 거예요?
[희선의 놀란 숨소리] [당황한다]
(희선) 미쳤다, 진짜
(민우) 아니, 아니, 나은 씨한테 전화하면 안 되죠
내 입장도 있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내가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예요?
어?
전화하면 우리 둘이 만나는 거 알 텐데? 나은 씨가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만나다니요?
지금 만나고 있잖아요
[속삭이며] 우리 둘이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피식 웃는다] 그냥 둘이 해결하게 둬요
뭐, 설마 둘이 치고받고 싸우기야 하겠어요?
[민우의 웃음]
(민우) 아, 치고받고 싸우면 진짜 웃기겠다
[민우의 웃음]
아, 그러지 말고 우리 뭐, 영화나 보러 갈래요?
뭐, 진짜 재밌는 거 있는데
- 봤어요 - (민우) 예?
아, 뭐, 제목도 말 안 했는데
뭐, 짠이나 한번 해요
[희선이 포크를 달그락 놓는다]
[희선의 한숨]
[희선이 개운해한다] 아, 희선 씨
♪ 매력 있어, 내가 반하겠어 ♪
(민우) 아유, 매력 있어
[희선의 한숨]
[민우의 개운한 숨소리]
와인 한잔할래요? 분위기 좋은데
어, 자기야
(준형) 오느라 힘들었지? 저녁은?
나중에 먹고 물건부터 보자
무슨 소리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손뼉을 탁 친다]
요 앞에 가서 자기 좋아하는 떡볶이라도 먹자
(나은) 오빠
배고파?
아니
그럼 바로 들어가자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직원3) 어서 오세요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은) 이거 어때?
아버님이 쓰실 거니까 무난한 게 제일 나을 거 같은데
응, 좋네
아버지 브랜드 티 나는 거 안 좋아하시니까, 응, 딱이야
(나은) 그럼 셔츠랑 넥타이 벨트를 세트로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이 지갑이랑 명함 지갑 벨트를 세트로 하는 게 나을까?
[준형의 생각하는 숨소리]
그냥 벨트만 해도 될 거 같은데
어머님이 예단은 구색을 맞추라고 하셨으니까
다 해야지
엄마가 예단은 간단하게 하자고 했잖아
[한숨]
(준형) 그냥 벨트만 하자, 자기야
[지갑을 탁 놓으며] 여기요
이 벨트랑 지갑, 명함 지갑 다 주세요
(직원3) 네, 알겠습니다
(준형) 자기야
아버님 이니셜 각인까지 할까?
[한숨]
(준형) 나은아
대체 뭐 때문에 화가 난 건데?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을 해야지
내가 사과를 하든 변명을 하든 하지
우리 지금 예단 보러 다니는 중이잖아
이렇게 불편하게 다닐 거야?
나은아
혹시
시계 때문에 그래?
진짜로?
나한테는 엄청난 의미도 있었고 계획도 있었어
그래서 더 섭섭했던 거고
아, 그런 거였으면 진작 말을 하지
[나은을 탁 두드린다] (준형) 그랬으면 내가 안 샀지
오빠가 시계를 샀다는 거에 내가 화가 난 게 아니잖아
(준형) 알지, 아는데
어쨌든 난 벌써 자기 허락 없이 비싼 시계를 사 버렸고…
'허락 없이 비싼 시계'?
(나은) 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설마 내가 화난 이유가
오빠 비싼 시계 사서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 진짜인가 보네
오빠는 날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아니, 화가 난 게 분명한데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고
(준형) 혼자 별의별 생각 다 하다 보면…
아, 오죽하면 내가 그런 생각까지 했겠어?
그래서 내 탓이라고?
아이,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 미안해
[나은을 탁 두드리며] 내가 생각이 짧았어
뭐가 미안한데?
[긴장되는 음악]
[한숨]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준형) 미안해, 나은아 화 많이 났어?
[휴대전화 진동음]
미안해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아니, 내가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면서
사과만 하면 다야?
[못마땅한 숨소리]
(준형) 저, 미안해요, 희선 씨
민우가 나은이가 화난 이유를
주변 사람들은 알 테니까
만나서 물어보라고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어요
잘하셨어요
(준형) 아니, 화가 난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나은이 화를 빨리 풀어 줄 수 있을 텐데
아직도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의자가 달그락거린다]
시계랑 관련된 거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잘
[한숨]
그래도 어떻게든 나은이랑 풀어 보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니까
(희선) 제가 친절하게 객관식으로 정답을 고를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익살스러운 음악] 1번
함은 쉽게 받았는데
예단은 할 게 너무 많고 추상적이라 힘이 들어서
2번
나은이가 꼭 사 주고 싶었는데
준형 씨 혼자 가서 시계를 사서
3번
준형 씨 혼자 시계 사고 혼자 너무 좋아해서
4번
결국 나은이는 시계의 실물도 못 보고
혼자 가서 카드 결제만 해서
이 중에 정답은 몇 번일까요?
전부 다네요
(희선) 딩동댕
[희선의 한숨]
[준형의 한숨]
[희선의 헛기침]
왜, 살다 보면 그런 일 있잖아요
말하자니 후회할 거 같고
또 말 안 하자니 계속 신경 쓰이고
네?
예를 들면
준형 씨가 함 계산한 카톡을 보고도
나은이한테 아무 말 안 했던 것처럼
아니, 그걸 희선 씨가 어떻게…
나은이도 알아요?
아니요 어떻게 하다 저만 알게 됐어요
아이, 뭐, 알게 된 경로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고
여기서 중요한 건
제가 굳이 주제넘게 준형 씨한테 이 얘길 하는 이유죠
(희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준형 씨 오해 좀 풀어 주고 싶어서요
오해요?
나은이가 원래 속물이거나 계산적인 애라서
함으로 받은 물건 가격을 계산한 게 아니라
(희선) 그 함으로 받은 물건 안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어요
그래서 혹시
거기에 맞춰서 예단을 준비해 오라는 건가 해서
전체 가격을 계산해 본 거고요
아니, 가격표가 들어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해요?
네, 말도 안 됐죠
(희선) 예물 시계로 비싼 걸 사서
여자 친구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누구처럼요
아니, 그거는 나은이가 화가 난 이유를 모르니까 답답해서…
(희선) 나은이도 답답했겠죠
말하자니 별일은 아닌 거 같은데
또 그냥 넘어가자니 시부모님까지 관련된 일이고
[한숨]
나은이 혼자 마음고생 많았겠네요
뭐, 나중에는 업체 실수인 걸로 확인은 됐는데
(희선) 그거 알게 될 때까지 그 삽질 장인이
아주 골고루 땅을 팠을 거예요
아까 그 1, 2, 3, 4번으로 연달아 잽까지 맞아 가면서
[준형의 깊은 한숨]
[속상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달영) 누구세요?
(준형) 저 준형이에요, 어머니
[도어 록 작동음] (달영) 얘가…
[종이 잘랑거린다]
- (달영) 아이고, 준형이 왔어? - 어머니
(달영) 어, 들어와
[달영의 웃음]
자
(준형) 어머니, 식사하셨어요?
(달영) 아이고, 그럼 시간이 몇 시인데
들어와, 들어와
아직 밥 안 먹었어?
(준형) 먹었죠
이거 빵인데 이것 좀 드세요
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빵집에서 좀 사 왔어요
[작은 목소리로] 둘이 싸웠어?
아니요, 싸우긴요, 저희 안 싸워요
제가 일방적으로 혼나는 거죠
[작게] 나은이는요?
[밝은 음악]
[작게] 아이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탁 닫힌다]
미안해
(준형) 예물의 의미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굴어서
(나은) 나도 오빠한테 근사한 예물 하나 해 주고 싶단 말이야
내가 함을 받고 느낀 감동을
오빠한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으니까
[부드러운 음악]
구하기 힘든 시계를 구했다는 거에 꽂혀서
자기 기분이나 상황은 고려 못 하고
바보같이
(준형) 고맙다는 인사조차 안 하고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처럼 괜한 오해 해서
자기 기분만 더 상하게 만들고
내가 바보 같았어
미안해, 나은아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할 테니까
그만 화 풀어, 어?
미안해
다시는 자기 혼자 속상하지 않게 내가 잘할게
그러니까 한 번만 봐줘라, 응?
내가 이 시계 걸고 약속할게
근데 이 시계 나한테 진짜 잘 어울리지?
치
혼자 마음고생하지 않게 앞으로 내가 잘할게
(준형) 미안해
[나은의 한숨]
[준형의 한숨]
(미숙) 이제 집이랑 가구랑 보러 다니려면 바쁘겠다
(종수) 당신이 좀 도와주면 되겠네
(미숙) 나은이 괜찮겠어?
가전 리스트는 뽑아 놨어?
아, 자, 잠깐만, 나은아
(미숙) 어지간하면 식기세척기는 나중에 들여놓으면 어떨까?
- 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 (미숙) [성내며] 내가 뭐?
(미숙) 아무래도 내가 눈치 없이 괜히 꼈나 보다
(준형) 만약에 어머님이 저렇게 가셨으면?
(나은) 난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겠지 [한숨]
- 뭐가 그렇게 불편해? - (나은) 됐어, 가!
(준형) 나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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