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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백서 8

 (여자1) 뭐야?

 

 [여자2의 비웃음]  (여자2) 중국 부자인가 봐

 

 [여자1과 여자2의 웃음]  (여자1) 진짜 안 어울려

 

 (민우희선 씨

 

 [자동차 엔진음이 요란하다]

 

 [익살스러운 음악]

 

 희선 씨

 

 나랑 눈 마주친 거 아는데

 

 희선 씨

 

 (여자3) 뭐야  미친놈인가왜 저래?

 

 시끄러워

 

 (여자4) 진짜  동네 창피하게

 

 - (여자3) 그러니까씨  - (여자4) 이상해

 

 (민우아유퇴근하시나 봐요?

 

 [어색한 웃음]  

 

 (희선아휴좋은 차 타시네요

 

 [웃음]

 

 아이좋은 차를 알아보시네요

 

 알아보라고 그렇게  개폼 잡고 있었던 거 아닌가?

 

 [멋쩍은 숨소리]

 

 아니저도 차 있다는 거  알려 주려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

 

 그러니까 다른 남자 차 타지 마요

 

 (민우누구예요그 남자?

 

 밤에 차에 탔다는 거 봐서는  보통 사이 아닌 거 같은데

 

 [어이없는 숨소리]

 

 양다리예요?

 

 정우성 미만 잡이라더니

 

 진짜 정우성 만나요?

 

 [한숨]

 

 매력 어필할 거면요

 

 (희선이딴 거 말고

 

 이 껍데기로 해 주세요  껍데기로?

 

 진짜 매력 어필은  뭐이런 걸로 하는 거 아닌가?

 

 (민우이런 거?

 

 (희선민우 씨 이러는 거  진짜 오버육버

 

 어니병살인 거 알아요?

 

 병살요?

 

 병살

 

 (희선저를 이렇게 쪽팔리게 하면

 

 친구도 다 끝  [강조되는 효과음]

 

 남녀 관계도 다 끝  [강조되는 효과음]

 

 다 나가리

 

 (민우나가리씨  [익살스러운 음악]

 

 희선 씨

 

 희선 씨

 

 저기그게 아니고요

 

 (나은늦지 않게 잘 보내 주세요

 

 (점원1)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나은오늘  예단 들어가는 거 알지?

 

 6시까지는 꼭 와야 해알았지?

 

 (준형걱정 마셔

 

 설마 오늘도 늦겠어?

 

 [한숨]

 

 (직원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감축 등

 

 경제사회지역 등  다양한 측면에서도…  [초조한 숨소리]

 

 (국장그래서 해결책이 뭔데?

 

 (항호저희 팀에서

 

 관련 조례를 확인한 다음에  시정하겠습니다

 

 이씨

 

 (국장그게 최선이냐?

 

 국장님그래서 저희가  어관련 부처와 연계해서요

 

 (일한조속히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일한의 멋쩍은 웃음]

 

 [국장의 한숨]

 

 [직원이 설명한다]  어차피 뻔한 답변뿐인데

 

 왜 자꾸 질문을 하는 거야?

 

 그래야지 회의록에 쓸 게 생기니까

 

 (직원이 수열 에너지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준형이 혀를 쯧 찬다]

 

 [직원이 계속 설명한다]  금요일 저녁인데  센스 있게들 좀 하시지

 

 이런 일 원 투 데이도 아니고  왜 그래?

 

 끝나고 약속 있어?

 

 오늘 예단  들어오는 날이라고 했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준형지금 가도  차 엄청 막히는데이씨

 

 (민우회사 일 때문에  늦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런 소리 하지도 마라

 

 ?

 

 '회사 일 때문에 늦는다'  그런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한 번만 더 하면?

 

 - (직원이로써 오늘 회의를  그게

 

 (직원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비장한 음악]  뭐야갔어?

 

 [문이 달칵 닫힌다]

 

 (준형뭐긴 뭐야

 

 그땐 내가 가야 할 곳이  결혼식장이 아니라

 

 내 장례식장이 되는 거지

 

 (준형다신 이런 일 없게  잘하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혼자 마음고생하지 않게  앞으로 내가 잘할게

 

 (준형미안해

 

 (준형꼬여 가는 일들

 

 (나은오빠  우리 결혼식 얼마 안 남았어

 

 [준형이 아작아작 씹는다]  집 문제 빨리 해결해야 돼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준형나도 해결하고 싶지

 

 근데 이 집이 나가야

 

 그 돈으로 우리가 얻을 집을  구할 수가 있는데

 

 이 집이 안 나가잖아

 

 그러니까 플랜 비를 생각해야지

 

 (나은내가 모은 돈이랑 해서  반전세라도 찾아 볼까?

 

 자기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준형정 안 되면  여기서 살아도 되고

 

 여기서 신혼 생활을 하자고?

 

 (나은오빠 짐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이곳에서?

 

 아니다 떠나서

 

 여기서 우리 회사까지  환승만 세 번 해야 되는 거 알아?

 

 그걸 미처 생각을 못 했네

 

 아휴대충 말하지 말고

 

 생각을 좀 하면서 말해오빠

 

 [익살스러운 음악]

 

 미안

 

 [준형의 가쁜 숨소리]

 

 (준형미안

 

 국감 자료 넘기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반지만큼은 같이 고르자며?

 

 (준형자기도 내 상황 잘 알잖아

 

 나도 힘들게 시간 뺀 거야

 

 미안

 

 (준형원 아웃

 

 [하품한다]  (나은오빠

 

 이 색깔이 나아이게 나아?

 

 (준형둘 다 예쁘네

 

 근데 한복 살 거야?

 

 ?

 

 (준형내가  한복 보러 간다니까

 

 옆의 선배님들이 결혼하고 나면  한복 입을 일 없다고

 

 그냥 대여하는 게 낫다던데?

 

 오빠는 진짜 내 말을 안 듣는구나?

 

 ?

 

 저번에 내가 한복 맞추는 거  돈 아깝다고 말했는데

 

 어머님이 친척분들 인사드릴 때  한복 입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맞추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나지기억나지

 

 미안해내가 요즘에  회사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나은또 회사 핑계

 

 미안

 

 [한숨]

 

 (준형투 아웃

 

 (준형코앞으로 다가온  일촉즉발의 상황

 

 이제 더는 실수하면 안 된다

 

 [비장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준형이 버튼을 탁탁 누른다]

 

 (준형다녀왔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 (종수어  - (준형

 

 [종수의 웃음]  나 빼고 벌써 언박싱 다 한 거야?

 

 (종수기다리다가 늦을 거 같아서  우리끼리 먼저 시작했다  [미숙의 웃음]

 

 (준형죄송해요아버지

 

 오늘 같은 날은  좀 일찍 퇴근하지 그랬어?

 

 부서 전체 회의가 있어서  중간에 나올 수가 없었어

 

 [작게미안자기야  혼자 힘들었지?

 

 [준형이 나은을 탁 두드린다]

 

 우아이게 다 뭐야?

 

 (준형이게 예단이야?

 

 자기랑 어머니랑 엄청 힘들었겠네

 

 그래

 

 준비해 주신 예단 하나하나가  다 너무 정성이라서

 

 (미숙아버지랑 나랑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나중에 사돈어른들 뵈면  감사 인사 제대로 해야겠어

 

 나도 조금 있다가 전화드려야겠다

 

 [종수의 웃음]  (미숙그래당연히 그래야지

 

 어머이거 봐라

 

 [미숙의 기분 좋은 웃음]

 

 아버지랑 나랑 골프 좋아한다고  [종수가 호응한다]

 

 이렇게 커플 골프복까지  [종수의 웃음]

 

 예단으로 준비했어

 

 아유나은이는 어쩜 이렇게  센스가 좋니?

 

 [미숙의 웃음]  (준형역시

 

 (종수그래이제 결혼식 준비는  얼추 다 됐고?

 

 이제 집 구하고  안에 물건만 채우면 얼추 끝

 

 너 살던 집도  이제 곧 빠질 거야

 

 (미숙이제 신혼집 알아보러  다녀야겠어

 

 (종수그간 집이 안 빠져서  네 엄마 마음고생 많이 했어

 

 마음고생은 우리도 만만치 않지

 

 (준형그 집이 나가야지  신혼집을 구하는데

 

 집이 안 빠지니까  신혼집을 어디로 해야 할지  [나은을 탁 두드린다]

 

 마음고생 많았어

 

 (미숙아유  그걸 엄마 앞에서 말이라고

 

 [준형의 웃음]  고마워요엄마

 

 (나은감사합니다어머님 아버님

 

 [미숙의 웃음]

 

 (미숙이제 집이랑 가구랑  보러 다니려면 바쁘겠다

 

 시간이 촉박해서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오빠가  인테리어 센스가 있으니까

 

 내가 인테리어 센스가 있어?

 

 지금 오빠 사는 집  엄청 예쁘잖아

 

 그건 엄마가 다 해 줬지

 

 [준형의 웃음]  

 

 (나은어머님이 능력자셨구나  [웃음]

 

 오빠 집 되게 세련되고

 

 소품 하나하나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전 자취 해 본 적이 없어서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그래서 오빠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다 해 주신 거라니

 

 [미숙의 웃음]  그럼 당신이 좀 도와주면 되겠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 그것도 좋지만

 

 (나은어머님이  일정이 있으실 텐데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 볼게요

 

 (종수아니야아니야  바쁘기야 사부인이 더 바쁘시지

 

 사무실도 운영하셔야 되고

 

 그러지 말고 당신이 좀 도와줘

 

 나야뭐  애들 도와주는 건 환영이지만

 

 나은이 괜찮겠어?

 

 (나은저야 좋죠

 

 근데 집을 먼저 구한 다음에

 

 가구를 보러  다녀야 되지 않을까요?

 

 집 크기를 알아야 거기에 맞춰서

 

 본다고 바로 사면 안 돼

 

 (미숙우선 찬찬히 둘러보면서

 

 원하는 인테리어 방향부터  잡아야지

 

 내가 하는 방식 알려 줄 테니까  그대로 따라서 하면 쉽게 할 거야

 

 좋네

 

 (준형안 그래도 우리  시간 없어 가지고 정신없었는데

 

 엄마가 도와주면  시간 절약 엄청 되겠다그렇지?

 

 잘됐네

 

 [어색한 웃음]

 

 혼수를 시어머니랑 보러 다닌다고?

 

 (나은그렇게 됐어

 

 (수연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희선과 수연의 한숨]

 

 나도 다른 일이라면 어머님이랑  같이 다녀도 상관없는데

 

 이건 혼수잖아

 

 그렇지

 

 어머님이랑 혼수를 보러 다니면  훈수를 두시겠지

 

 난 내가 사고 싶은 거 못 살 테고

 

 그럼 나중에 가구 볼 때마다  후회할 거고

 

 그럼 이런 상황을 만든  준형 씨를 원망하게 될 거고

 

 (희선그럼  '사네못 사네나오고

 

 언니그건 아니지너무 갔어

 

 아직 우리 오빠랑  결혼도 안 했거든

 

 [희선의 헛기침]  (희선그래?

 

 [나은이 혀를 쯧 찬다]

 

 여튼 요새 오빠 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어

 

 (나은잘하겠다고 약속한 지  2주도 안 됐는데

 

 맨날 회사 핑계 대면서 늦더니

 

 이제는 어머님이랑  혼수를 보러 다니라고?

 

 [나은의 한숨]

 

 (수연선배님

 

 제가 친구한테 배운  필승 전법 있는데 알려 드릴까요?

 

 필승 전법?

 

 이거는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수연그냥 어설픈 충고와  이것저것 간섭하려는

 

 세상 꼰대들에게 다 통한대요

 

 그게 뭔데?

 

 선배님이 저한테  한번 잔소리 좀 해 보세요

 

 (희선잔소리?  [희선이 목을 가다듬는다]

 

 [발랄한 음악]  [연기하며넌  옷이 그게 뭐니?

 

 네가 이러고 다니면  남편 욕먹이는 거야

 

 우리 남편 욕먹으면 안 되는데

 

 어떡하죠어머님?

 

 어떡하긴 뭘 어떡해?  옷을 똑바로 입고 다니면 되지

 

 칠칠치 않게 그게 뭐니?

 

 제가 칠칠맞지 못해서  어떡하죠어머님?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나랑 장난하는 거야?

 

 저 장난하려는 거 아닌데

 

 장난으로 들려서  어떡하죠어머님?

 

 진짜 기분 나빠

 

 하지 마하지 마그만해

 

 이건 필승 전법이 아니라

 

 그냥 어머님한테  손절당할 거 같은데?

 

 [수연의 놀라는 숨소리]  (수연손절당하면 안 되는데

 

 어떡하죠선배님?

 

 [익살스러운 음악]

 

 언니

 

 [장난스럽게어머님이랑  혼수 보러 가기 싫은데 어떡하죠?

 

 - (수연어떡하죠?  - (희선둘 다 너무 싫어

 

 (희선둘 다 너무 꼴 보기 싫어  아유진짜 싫어  [수연의 장난스러운 소리]

 

 [나은의 웃음]  [희선이 질색한다]

 

 [감탄한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기분 좋은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미숙나은아자니밤에 미안해

 

 내가 신혼집에 어울릴 만한  거실 인테리어를 찾아봤는데

 

 참고삼아 한번 보라고

 

 [익살스러운 음악]

 

 (나은내 취향 아닌데

 

 [나은의 감탄하는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나은어머님너무 예뻐요

 

 [놀란 숨소리]

 

 [한숨]

 

 [샤워기 소리가 쏴 들린다]

 

 (민우이거 미친놈 아니야?  이 병신아

 

 너는 뇌에 생각이 있냐없냐?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준형내가 뭐?

 

 혼수 사는데  시어머니랑 동행을 한다?

 

 아주 네이트판에 올리면

 

 (민우주작 소리 들을 스토리  하고 앉아 있네아유

 

 뭔 개소리야?

 

 (민우생각해 봐라

 

 지금 이 나이에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쇼핑 가도 싸우는 판에

 

 시어머님이랑  혼수를 보러 간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

 

 (준형우리 나은이 좋아하던데?

 

 그게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거겠냐?

 

 (민우너는 매일 아침마다  내가 진짜 좋은 아침이어서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는 줄 알겠다?

 

 아휴이 새끼는

 

 눈치가 없는 거야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럼 나은이가 어쩔 수 없이  좋다고 한 거라고?

 

 (민우

 

 아니?

 

 우리 엄마가 시집살이를  시키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혼수 사는 거  도와주겠다고 한 건데?

 

 [몸을 쓱쓱 닦는다]  시어머니니까

 

 에이씨난 또이씨  [벽을 퍽 친다]

 

 (준형아무튼 너는

 

 세상살이를  인터넷으로 배우는 게 문제야

 

 ?

 

 (준형세상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그런 고부 갈등을  다 겪는 거 같지?

 

 아니거든

 

 세상에는 사이좋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인터넷에  글을 안 올릴 뿐이야

 

 우리 엄마랑 나은이만 봐도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서로 못 챙겨서 안달이 났어

 

 (민우아휴이 새끼는  자기 보고 싶은 거만 보네?

 

 이 고부 갈등이  몇천 년의 역사를 가진 건

 

 다 이유가 있는 건데아유

 

 우리 엄마랑 나은이는 아니거든

 

 그런 뻔한 고부 갈등 스토리에  엮을 생각 하지 마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니까

 

 (민우이 새끼야이거

 

 당해 봐야 정신 차려저거

 

 [흥미진진한 음악]  샴푸 줘 봐

 

 (준형아이좀 사서 써  돈도 많은 새끼가아유

 

 (민우내 거거든그거

 

 (준형그런가?

 

 (미숙마셔 봐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집에서 사 온 커피야

 

 (나은감사합니다어머님  [미숙의 웃음]

 

 (준형저 커피 사서  자기 주겠다고  [미숙이 딸깍거린다]

 

 아침부터 사람을 들들

 

 맛있으니까 나은이도  맛보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러지

 

 [미숙의 웃음]  (미숙마셔 봐

 

 [냄새를 씁 맡는다]

 

 향이 너무 좋아요

 

 그렇지이 집이 로스팅을 잘해서  향부터가 달라

 

 잘 마실게요어머님

 

 [나은과 미숙의 웃음]  (미숙그래

 

 근데 나은아

 

 그렇게 꼬박꼬박  예의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이제 좀 편하게 대해도 돼

 

 네  [나은의 웃음]

 

 오늘 되게 기분 좋아 보이네  우리 엄마

 

 나 사실 어제 밤잠도 설쳤어

 

 (미숙이렇게 셋이 처음으로  외출한다고 생각하니까

 

 들뜨기도 하고

 

  '내가  도움이 돼야 될 텐데싶어서

 

 걱정도 되기도 하고

 

 [함께 웃는다]

 

 (준형완전 소풍 가기  전날이셨겠네우리 엄마

 

 [미숙이 긍정한다]

 

 [준형과 미숙의 웃음]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숙어머

 

 [미숙의 놀란 숨소리]

 

 (미숙요샌 침대를  이렇게 파는구나

 

 (나은괜찮죠?  여기 SNS에도 많이 올라와요

 

 (미숙세상 좋아졌다

 

 [미숙의 웃음]

 

 나은이 네가 봐 둔 침대도  여기 있다고?

 

 (나은이거요  [나은의 웃음]

 

 (미숙

 

 - (준형이거?  - (나은

 

 [나은의 웃음]

 

 (나은?

 

 [나은이 힘준다]  [준형의 웃음]

 

 아이고

 

 (미숙아유아유  괜찮아괜찮아

 

 누워 있어누워 있어

 

 침대는 누워도 보고

 

 너희들 편한 걸로 골라야지  당연히

 

 [나은의 멋쩍은 웃음]

 

 요새는 혼수로 이 시몬스 침대를  많이 산다 그러더라?

 

 어머님

 

 그리고 이 모델이  지금 할인 중이래요

 

 할인?

 

 (점원2) 고객님  저희가 웨딩 프로모션이라고 해서

 

 매트리스 할인이랑 사은품도  증정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다  시몬스 페이로 결제하시면

 

 36개월 할부도 가능하시고요

 

 어유좋네

 

 (나은그래서  내가 알아보니까

 

 혜택 다 받고

 

 이 매트리스랑 프레임  그리고 헤드를 풀 세트로 하면

 

 잠깐만나은아

 

 (미숙저희  잠깐 얘기 좀 할게요

 

 (점원2) 네  [미숙이 살짝 웃는다]

 

 (미숙너  이 매트리스만 하는 게 아니라

 

 프레임하고 헤드까지  풀 세트로 하려고?

 

 

 

 아휴침대 헤드를 이거로 하면은

 

 관리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미숙너희들 퇴근하고 들어오면  살림할 시간도 많지 않을 텐데

 

 이걸로 해도 괜찮을까?

 

 [준형의 생각하는 숨소리]

 

 (준형그러게

 

 자세히 보니까  관리가 어렵긴 하겠네

 

 그래

 

 (미숙침대는  하루 이틀 쓸 것도 아니고

 

 앞으로 이사 다니고

 

 아이도 생길 거 염두에 두면은

 

 좀 관리하기 편한 걸로 고르는 게  좋지 않을까?

 

 제가 거기까지  생각은 못 해 봤네요

 

 가구나 침대는  두고두고 오래 쓸 거니까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돼

 

 다시 고민해 볼게요

 

 (준형그러면  침대 매트리스는 이걸로 하고

 

 헤드는 이거 어때?

 

 이거 관리하기 편해 보이는데

 

 (미숙예쁘네깔끔하고

 

 저희 설명 좀 해 주세요

 

 - (점원2) 네  - (미숙

 

 [다가오는 발걸음]

 

 (미숙이거 어때요?

 

 이게 요새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나요?  [익살스러운 음악]

 

 (점원2) 맞아요  요게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에요

 

 (준형?

 

 또 내가 뭐 잘못했나?

 

 자기가 직장 상사랑 쇼핑해 봤어?

 

 갑자기?

 

 자기 회사 부장님이랑  쇼핑해 봤냐고?

 

 [부정한다]  내가 부장님이랑 쇼핑을 왜 해?

 

 혜안이 있고 연륜이 있고

 

 전문가라서  날 도와줄 수 있으니까?

 

 아니갑자기 그게 무슨

 

 [흥미로운 음악]

 

 지금 우리 엄마 이야기야?

 

 특히 내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직장 상사랑 쇼핑하면

 

 참 편할 거야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내 취향도 바꿀 수 있고

 

 [숨을 씁 들이켠다]

 

 다음 주엔  집 보러 다녀야 되고?

 

 (나은우리 아직  청첩장도 골라야 되고

 

 스튜디오 웨딩 촬영도 있고

 

 [한숨]

 

 시간도 없고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직장 상사랑 쇼핑 다니고  참 좋다?

 

 미안

 

 잘하자?

 

 

 

 [나은의 어색한 웃음]

 

 (준형엄마가전은  우리끼리 봐도 되는데

 

 [미숙이 부정한다]  (미숙온 김에  둘러보고 가면 좋지

 

 나은아

 

 가전도 한꺼번에 다 사면 안 된다

 

 여러 군데 둘러보고 견적 뽑아서

 

 비교해 봐야 절약할 수 있어

 

 그래서 대리점이랑 백화점

 

 몇 군데 돌아보려고요

 

 아유역시 야무져

 

 [미숙의 웃음]

 

 가전 리스트는 뽑아 놨어?

 

 (나은어  집에서 몇 가지 적어 봤는데요

 

 [휴대전화 조작음]

 

 TV, 에어컨에어 드레서

 

 (나은냉장고로봇 청소기  세탁기건조기식세기

 

 잠깐

 

 식세기가 식기세척기?

 

 요샌

 

 이 식세기로봇 청소기건조기

 

 이 세 이모님은  꼭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해서요

 

 (준형그럼 사야지

 

 (미숙

 

 엄마 생각에는

 

 식기세척기는 너희들 집 사고  들여놓으면 좋을 거 같은데?

 

 너희가 지금 자가가 아니라

 

 전세로 집에 들어가는 거잖아

 

 전셋집에 식기세척기 들여놓으면

 

 나중에 집주인하고  문제가 될 수 있고

 

 에이

 

 문제 안 생기게  얘기 잘하면 되지

 

 아니면 뭐스탠딩으로 사도 되고

 

 꽤 번거로울 텐데

 

 (미숙신혼살림에 설거지가  나오면 또 얼마나 나온다고

 

 나은아

 

 어지간하면 식기세척기는  나중에 들여놓으면 어떨까?

 

 [흥미진진한 음악]

 

 저는 지금 사고 싶은데  어떡하죠어머님?

 

 

 

 사고 싶으면 사야지

 

 [멋쩍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미숙맞다나은아

 

 아까 리스트에  김치냉장고가 빠진 거 같던데

 

 (나은처음에는  살까 했는데요

 

 생각해 보니까  오빠랑 저랑 둘이 사는데

 

 김냉은 따로  필요 없을 거 같아서 뺐어요

 

 [웃음]

 

 둘이 살아도  김치냉장고는 꼭 필요해

 

 (미숙일반 냉장고에  김치 넣은 거랑

 

 김치냉장고에 김치 넣어 둔 거랑은  맛이 천지 차이거든

 

 (준형우리가 김치를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김냉을 사?

 

 (미숙김치냉장고에  김치만 넣는 줄 알아?

 

 과일이랑 야채 넣어 두면  얼마나 싱싱하고 좋은데

 

 또 너희들이 좋아하는  맥주 넣어 둬도

 

 얼마나 시원한데

 

 [나은의 어색한 웃음]

 

 (준형엄마우리가 살아 보고  필요하면 살게

 

 엄마 말대로 우리가 이사를  자주 다닐 수도 있는데

 

 괜히 짐 늘릴 필요 없잖아

 

 차라리 다른 짐을 줄여

 

 (미숙김냉이 자리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한다고

 

 나은아

 

 김냉 자리 차지 안 하는  작은 걸로 하나 사 줄 테니까

 

 두고 써 봐알았지?

 

 [떨리는 숨소리]

 

 저는 사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죠?

 

 [흥미로운 음악]

 

 나은아너 말투가

 

 죄송해요어머님  제 말투가 이상했죠?

 

 [언짢은 웃음]

 

 (준형아니

 

 난 안 이상한데  엄마는 뭐 이상해?

 

 [흥미진진한 음악]  안 이상하지

 

 [멋쩍은 웃음]

 

 괜히 내가 예민하게 들었나 보다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미숙좀 작은 건 없나?  있을 텐데  [휴대전화 진동음]

 

 (나은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 (미숙그래응  - (준형

 

 (미숙이거면 됐다

 

 엄마김냉 좀 그만 봐

 

 (준형왜 이렇게  김냉에 집착을 해?  [미숙의 헛웃음]

 

 집착하는 게 아니라

 

 살아 보면 김냉이 꼭 필요하다니까

 

 그냥 그때그때  사다 먹으면 돼김치

 

 김치를 왜 사다 먹어?

 

 매년 김장해 줄 테니까  가져다가 먹어

 

 아유괜찮아

 

 그냥 사다 먹어도 되니까  괜히 김장한다고 고생하지 마셔

 

 김장할 때 나은이 부를까 봐 그래?

 

 아이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엄마가 고생할까 봐 그러지

 

 [어이없는 웃음]

 

 지금까지 김장할 때는  고생 안 했어?

 

 (미숙아유배추 절이는 거  한 번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래?

 

 아유속 보이는 소리 그만하고

 

 김치냉장고 하나 사사 줄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뭐?

 

 아니우리가 괜찮다는데  자꾸 김냉 사라고

 

 (준형엄마 취향 강요하고

 

 나은이 말투 꼬투리 잡고

 

 '이거 사라', '이거 사지 마라'  태클 걸고

 

 꼬투리태클?

 

 엄마

 

 아니아들 장가보낸다고

 

 기껏 있는 신경없는 신경 쓰면서  도와줬더니

 

 뭐라고?

 

 엄마내 말은

 

 (준형오늘 우리는 엄마한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려던 거지

 

 뭘 사야 할지말지  허락을 구하려던 게 아니라고

 

 근데 엄마가 자꾸 사라마라 하면  우리가 불편하잖아

 

 나는 뭐편한 줄 알아?

 

 나 너희들 불편할까 봐  엄청 눈치 보고 있어

 

 (미숙가족 될 사이니까

 

 서로 어떻게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면서 그러고 있는데

 

 태클 건다고?

 

 엄마태클 건다는 말은  취소할게내가 실언했어

 

 아니그게 네 진심인 거야

 

 [미숙의 서운한 숨소리]

 

 (미숙아들 키워 봤자 장가보내면  하나 소용없다더니

 

 엄마한테 이러는 거 아니다

 

 엄마내가 말실수했어미안

 

 그냥김치냉장고는  그냥 엄마가 원하는

 

 [무거운 음악]

 

 [한숨]

 

 아무래도 내가 눈치 없이  괜히 꼈나 보다

 

 (미숙엄마 먼저 갈 테니까  너희들 둘이 편하게 둘러봐

 

 (준형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준형엄마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나은어머님왜 그러세요?

 

 혹시 저한테 화나셨어요?

 

 아까 제 말투 때문인 거면

 

 그런 거 아니야

 

 나은아  내가 갑자기 좀 어지러워서

 

 어지러우시면  오빠 차 타고 편하게 가세요

 

 아니야아유  택시 타면 금방인데

 

 아휴

 

 너희들 둘이 편하게 보면  더 좋았을 텐데

 

 (미숙괜히 내가 와 가지고  불편하고 분위기 깨고

 

 미안해서 어떡하니?

 

 불편한 거 전혀 없었어요  어머님

 

 (나은어지러우시면  같이 병원 가실래요?

 

 아니야그 정도 아니야

 

 (미숙그냥 집에 가서  잠깐 누워 있으면 돼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어가서 마저 봐

 

 엄마가 이렇게 가는데  우리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나 괜찮으니까

 

 나은이 맛있는 거 사 주고  마저 보고 와

 

 어머님그러지 마시고  저희랑 같이 집으로 가요

 

 아니야됐어

 

 얼른 들어가  얼른 들어가서 봐

 

 어떡하지?

 

 오빠우리도  우선 어머님한테 가자

 

 아니야우리 아까 보던  침대나 보러 가자

 

 (나은이 상황에서  침대를 어떻게 봐?

 

 괜찮다니까

 

 엄마는 내가 나중에  따로 풀어 주면 돼

 

 (준형가자  [나은의 한숨]

 

 (나은괜찮아?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그게 마음에 들어?

 

 괜찮네

 

 ?

 

 난 다 괜찮으니까  자기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같이 쓰는 건데 우리 둘 다  마음에 드는 걸로 사야지

 

 (준형그럼 자기가 봐 뒀던  이 침구 세트로 할까?

 

 오빠

 

 어머님이 신경 쓰여서  이러는 거면 집에 가자

 

 괜찮다니까

 

 (나은전혀 안 괜찮은 표정으로  전혀 안 괜찮은 행동을 하면서

 

 왜 고집을 부리는 거야?

 

 시간 없다며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이러는 거였어?

 

 꼭 그런 건 아니고

 

 시간 없는 건 팩트니까

 

 그렇게 생각했으면 제대로 보든가

 

 이도 저도 아니잖아지금

 

 미안

 

 나도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준형이대로 엄마를 따라가자니  우리한텐 시간이 없고

 

 그렇다고 여길 둘러보자니  마음이 안 좋고

 

 만약에 어머님이  저렇게 가셨으면자기는?

 

 난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겠지

 

 [무거운 음악]

 

 이런 자리?

 

 아까도 말했듯이

 

 직장 상사와 같이 쇼핑하는  이런 불편한 자리

 

 그럼 애초에 엄마랑 가기 싫다고  말을 하든가

 

 아버님이랑 어머님이랑  있는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불편하다고 말을 해?

 

 (미숙나 사실  어제 밤잠도 설쳤어

 

 이렇게 셋이 처음으로  외출한다고 생각하니까

 

 들뜨기도 하고

 

  '내가  도움이 돼야 될 텐데싶어서

 

 걱정도 되기도 하고  [웃음]

 

 뭐가 그렇게 불편한데?

 

 엄마도 어떻게든 자기한테  잘해 주려고 노력하는 건데

 

 난 어머님이 불편한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불편한 거야

 

 (나은오빠랑 내가 쓸 가전이랑  침대를 고르는데

 

 어머님 의견이 최우선이 돼야 하는  이 상황이

 

 - 나은아  - (나은됐어!

 

 어차피 이 기분으로  아무것도 못 하니까

 

 (나은오빠는 집에 가서  어머님 기분 풀어 드려

 

 가구를 보든지 말든지  내가 알아서 할게

 

 김나은

 

 (준형나은아

 

 [한숨]

 

 [한숨]

 

 이젠 따라오지도 않아?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형의 한숨]

 

 (민우그래서 이리로 왔다고?

 

 내가 제3의 선택지냐?  아유

 

 (준형내가 살다 살다  진짜 김냉 때문에  [민우의 개운한 숨소리]

 

 (민우아휴이 새끼는

 

 내가 말릴 때는  처듣지도 않더니이거

 

 (준형내가 이럴 줄 알았냐?

 

 난 나은이랑 우리 엄마는  진짜 다를 줄 알았어

 

 (민우참나

 

 (준형됐고

 

 넌 진짜 결혼하지 마라  [민우가 쿨럭댄다]

 

 그냥 혼자 살아

 

 [기침]  [입소리를 쩝 낸다]

 

 이 병신아

 

 이 새끼는 이거 하트 눈깔 하면서

 

 '이 여자다하고 다닐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진짜

 

 [한숨]

 

 나는 아직도 김나은이 좋아  지금도 보고 싶고

 

 근데 보러 안 갈 거야

 

 (준형왜냐보면 또 싸울 테니까

 

 이제 사과하기도 지겨우니까

 

 (민우아유이 새끼 이거  단단히 맺혔구먼이거아유

 

 [병을 탁 놓는다]

 

 아니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미치겠는 거야

 

 나도 뭐한다고 하는데  일은 계속 꼬이고

 

 (준형그렇다고 사과를 하면  사과를 한다고 혼나고

 

 진짜 돌아 버리겠다

 

 [민우의 한숨]

 

 난 그래도 네가 부럽다

 

 뭐가?

 

 [개운한 숨소리]

 

 아유결혼 준비 하는 거

 

 그럼 너도 희선 씨랑  얼른 진도 나가

 

 [입소리를 쩝 낸다]

 

 갑자기  희선 씨 이야기가 왜 나와?

 

 (준형) [민우를 흉내 내며]  그냥 해 봤어

 

 이 새끼 나 놀리는 거 보니까

 

 아직 살 만한가 보네이거

 

 [깊은 한숨]

 

 [코를 훌쩍인다]

 

 혹시 희선 씨가  뭐내 얘기 했어?

 

 뭐래?

 

 말 좀 해 봐

 

 네 얘기 안 했어

 

 네가 전달한 얘기만 했지

 

 ?

 

 처음에 희선 씨가  신기 있나 보다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답은 딱 너더라

 

 뭔 소리야?  기승전결을 갖춰서 얘기해

 

 그래야 알아듣지

 

 (준형네가 인간 전서구냐?

 

 여기저기 쫑알쫑알 떠들고 다니게?

 

 무슨 사내새끼가 비밀이 없어?

 

 그거라도 얘기해야  날 만나 주니까

 

 이 새끼 친구 팔아넘기고  당당한 거 보소  [민우가 병을 잘그랑 놓는다]

 

 [입소리를 딱딱 낸다]

 

 저번에 함 들어간 날 밤에

 

 희선 씨 데리러 온 것도 너였냐?

 

 [흥미진진한 음악]

 

 함 받는 날나 아닌데

 

 자세히 말해 봐

 

 뭐  누가 뭐희선 씨 데리러 왔어?

 

 내가 본 건 아니고

 

 수연 씨가 그날 밤에

 

 희선 씨가  다른 남자 차에 타는 걸 봤대

 

 뭐야이 여자?

 

 딴 남자 있었던 거야?

 

 [민우의 어이없는 웃음]  (민우대박

 

 [민우의 탄성]

 

 정우성 미만 잡이라더니아유

 

 여자는 다 똑같아

 

 씨발진짜 정우성 만나나?

 

 [익살스러운 음악]

 

 

 

 [민우의 한숨]

 

 이러면 좀 꿀리는데

 

 얼굴도 되고 돈도 있고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나은아빠  나한테 전화 한 번만 해 봐

 

 내 전화기 고장 났나 보게

 

 [수건을 탁 놓는다]  아니아까도 했잖아

 

 [한숨]

 

 근데 왜 오빠가 연락을 안 하지?  자기가 잘못해 놓고

 

 연락할 면목이 없나 보지

 

 (수찬모르는 척 네가 넘어가 줘

 

 사과도 안 했는데 어떻게 넘어가?

 

 아니준형이 사과  꼬박꼬박 받아서 뭐 해?

 

 그거 뭐적립하면 뭐 줘?

 

 아빠

 

 '미안하다하고 돌아서면  또 미안할 짓 하는 게 사람이야

 

 (수찬그러니까 네가 대충 봐줘

 

 이 부부 사이에 꼬박꼬박 따지면  너 못 산다

 

 우리는 아직 결혼 전이잖아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준형이 사과받으면은  뭐기분은 좀 풀려?

 

 [잔잔한 음악]  [한숨]

 

 (준형앞으로 내가 잘할게

 

 미안해

 

 미안

 

 미안

 

 미안

 

 아니

 

 나만 나쁜 사람 된 거 같아서  기분 더 별로야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녁은 드셨어?

 

 나가

 

 [준형의 지친 숨소리]

 

 (준형명상이 필요한 사람은 나지

 

 반성이 필요한 사람도 나고

 

 죄를 지은 사람도 나고

 

 서준형

 

 내세에는 축구공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미숙축구공?

 

 양쪽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도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나무아미타불

 

 (미숙아이고아유

 

 [휴대전화 조작음]  [음악이 끊긴다]

 

 (준형) '눈치 없다욕 안 먹는

 

 축구공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미숙아유그걸 지금 말이라고!

 

 (준형내가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어머니

 

 [미숙의 한숨]

 

 [준형의 한숨]

 

 나 때문에 엄마 기분 별로지

 

 나은이 기분 별로지

 

 나도 내가 싫지

 

 진짜 다음 생에는  축구공으로 태어나서

 

 걱정 없이 살고 싶어

 

 용서 구하러 왔으면  빨리 용서나 빌어

 

 (준형받아는 줄 거야?

 

 엄마진짜 미안해  [편안한 음악]

 

 내가 다음부터는  말실수 안 할 테니까

 

 한 번만 봐줘라

 

 [코웃음]  미안하다는 소리 지겹다지겨워

 

 (준형아휴하는 나도 지겨워

 

 요새 하도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더니

 

 입에 붙은 느낌이야

 

 누구한테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해?

 

 나은이야?

 

 아니야

 

 회사에서 그런다고

 

 요즘 회사가 좀 다 안 좋아

 

 

 

 내가 진짜 이번 한 번만  봐주는 줄 알아

 

 (미숙다음엔 진짜 어림도 없어

 

 역시 우리 엄마밖에 없다니까

 

 (준형감사합니다

 

 (미숙아유아유아유  저 능청진짜  [미숙과 준형의 웃음]

 

 아유가구는 잘 보고 왔어?

 

 아이지금 이 상황에  가구가 눈에 들어오겠어?

 

 [버럭 하며시간 없는데  그래도 보고 왔어야지

 

 [미숙의 한숨]

 

 [준형을 툭 치며나은이는  뭐라니?

 

 당연히 엄마 기분 풀러  가자고 그러지

 

 (준형원래는  같이 오고 싶어 했는데

 

 내가 엄마한테 싹싹 비는 모습  보여 주기 싫어 가지고

 

 나 혼자 왔지

 

 (미숙그 싹싹 빌 짓을  하지를 말아

 

 한 집안의 가장 될 사람이

 

 그러게

 

 내가 가장이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

 

 [준형이 혀를 쯧 찬다]

 

 결혼 좀 어렵네

 

 [경쾌한 음악]

 

 (달영우리 나은이는  무슨 복이 많아서 이렇게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챙겨 주실까?

 

 사사건건?

 

 (달영매매까지 열어 놓고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이 집을 매매를 하자고요?

 

 (달영준형아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 들어 본 적 있지?

 

 (미숙나은아

 

  '서울 집값이 지금 꼭지'란 말  들어 봤지?

 

 (나은저번에 가전 보러 가서  그런 사달을 내고도

 

 이런 자리를 만든 게 누군데 그래?

 

 (준형아휴또 시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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