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11
[새가 지저귄다]
[조용한 음악] [지직거린다]
[무거운 효과음]
[지직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엄마?
[도어 록 조작음]
아빠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무거운 음악]
엄마 [무거운 효과음]
[은희가 부스럭거린다]
[은희의 놀란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넌 오늘 여기 오면 안 됐어
왜?
내 잘못 아니야
무슨 소리야?
[떨리는 숨소리]
그 사람
지금 여기에 있어
그 사람?
[어두운 음악] 누구?
[문이 달칵 열린다]
[어두운 효과음]
[문이 달칵 닫힌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시그마) 아, 이게 누구야?
드디어 만났네, 한태술 씨
아, 근데 이게 뭐야?
어, 이거? 여기 할머니한테 물어봐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박 사장) 야, 야, 아, 거참!
야, 야, 아이고, 참, 거참
야,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에헤, 야, 이거는 벗어야지
[박 사장의 멋쩍은 웃음]
너 맞았구나?
(박 사장) 아유, 오래간만이야
쟤 무슨 생각으로 여기 데려온 거야?
(박 사장) 응, 아니, 한 회장이 하도 약을 달라고 염병 지랄을 떨어서
별수 있나?
[성난 숨소리]
너 때문에 다 망했어, 이 나쁜 자식
하이고, 할렐루야
수녀님, 서로 못된 짓 한 거는 피차일반인데, 어?
기도한다고 그 죄가 없어지나?
[박 사장의 웃음]
(시그마) 그만
얘 꺼내 줘
[쇠사슬이 철컹거린다] 그만
[한숨]
(박 사장) 아이, 어이!
아, 동업자끼리 왜 이래, 어?
[박 사장의 웃음]
(시그마) 101번
내가 누누이 말했지? 약속 어기는 사람 제일 싫어한다고
(박 사장) 약속 어긴 건 너야, 이 개자식아
내 애하고 애 엄마 왜 안 보냈어?
(시그마) 난 약속 지켰어
네 마누라랑 딸내미 찾아서 업로더 타는 데까지 모시고 갔다고
타고 말고는 본인들 선택이지
혹시
아빠 만나기 싫은 거 아닌가?
[박 사장의 웃음]
너는 꼭 내 손으로 죽인다
[어두운 음악]
[시그마의 웃음]
사람대접을 해 주면은 감당을 못 하는 놈들이 있어
앉아
(박 사장) 그래, 고맙다
[박 사장의 웃음]
아이고 [박 사장이 털썩 앉는다]
(시그마) 아, 이거 처음 만나는데 분위기가 너무 험악했나?
한태술
만나서 너무 반가워
나도
근데 저번에 왜 그냥 갔어? 아쉽게
응, 우리가 만날 날이 아니었거든
오늘은?
뭐, 이거 뭐, 상견례 하는 거야?
마음의 준비가 됐어?
아그네스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건데
(시그마) 뭐, 물론 네가 여기 올 수도 있단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정말 왔네?
아, 야,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이쁜 걸로 입고 올걸
[웃음]
왜 왔어?
약
아이고, 여자애가 주사를 맞았나 보네
알고 있겠지만 그거
(시그마) 아그네스가 미래에서 넘어온 사람들 괴롭히려고 만든 거야
저분이 밀입국자들 되게 싫어하거든
근데 우리가 왜 너한테 약을 줘야 돼?
[어두운 효과음]
아그네스 달라면 그냥 줄 줄 알았나 봐
[시그마의 웃음]
아,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내가 진짜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왜 독약을 만들고 또 해독약을 만들고 그러는 거야? 응?
아니, 애초에 후회할 짓을 하지 말지
뭐 그걸 또, 어? 되돌려 보겠다고 기를 쓰고 그러는지
안 그래? 응?
내 생각에 사람들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는
자신한테 솔직하지 않아서야
네 생각은 어때?
[헛웃음]
왜, 왜 웃어?
[태술의 헛웃음]
(태술) 넌 스스로한테 되게 솔직한 편인가 보지?
[시그마의 생각하는 신음]
(시그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뭘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그래서 난 이랬다저랬다 안 하고 거짓말도 안 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믿어도 돼
(태술) 응
근데 전쟁은 일으키는데 거짓말은 안 한다고?
(시그마) 응
아, 그래? 그러면…
씁, 그러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네 업로더
[의미심장한 음악]
마지막 코딩 해 줄 수 있어?
그럼 그 여자애 살려 줄게
싫은데?
왜?
왜냐고?
응, 좋은 제안인 거 같은데
씁, 왜냐하면 그 업로더 때문에 세상이 멸망할 거니까
아, 정확히 말하면 세상 전체는 아니고 한반도만이야
근데 세상이 망하면 안 되는 거야? 왜?
[웃음]
아유, 저, 미친놈
[박 사장의 웃음]
(시그마) 사람들은 할 말 없으면 꼭 욕하더라
아니야, 나 미친놈 아니야
대답해 봐
왜 세상이 망하면 안 되는데?
자, 씁, 이걸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 줘야 되냐?
일단, 음, 정상적인 사람들은
세상이 망하는 걸 바라지 않을 거거든
아니
한번 밖에 나가서 사람들 붙잡고 물어봐 봐
'세상을 망하게 하는 핵폭탄 버튼이 있다면'
'누르시겠습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누른다고 할걸?
(시그마) 인터넷 봐 봐
세상 그냥 끝나 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 요즘에 정말 많아
이런 사람들도 있지
'인구가 너무 많다'
'반의반으로 팍 줄여야 된다'
'그래야지 좀 살 만해진다'
한태술
너도 별로 다르지 않을걸?
[어두운 효과음]
[시그마가 숨을 씁 들이켠다]
(시그마) 우리 실험 한번 해 볼까?
오케이
[총을 달칵 장전하다]
받아
아, 쏠 줄 알지?
방아쇠만 당기면 돼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쏴 봐
지금 나 죽이면 세상 구할 수 있잖아
쏴
빨리
쏴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쏘라고
[어두운 효과음]
[입소리를 쩝 낸다]
[어두운 음악]
(시그마) 방금 너
핵폭탄 버튼 누른 거야
뭐, 그런 생각을 했겠지
나를 죽이면 여기 있는 내 친구들이 널 죽이고
아그네스도 죽이고 101번도 죽이고
결국 넌 약을 못 구하니까
그 여자애도 죽겠지
넌 지금 세상이 망하는 쪽을 선택한 거야
여자 하나 때문에
너무 자책하진 마
뭐, 원래 사람들이 다 그래
전 국민이 다 죽는대도
지금 당장 나 하나, 내 가족 내 돈이 더 중요한 건데
아그네스도 그래
내가 자기 엄마를 잘 모시고 있거든
나를 못 쏴
101번도 날 못 쏴, 바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모두한테 기회를 줬는데 단 한 명도 세상을 선택하지 않더라
진짜 솔직히 말해서 나는 뭐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어
정말로
내가 뭘… [헛웃음]
[시그마의 한숨]
너희들은 내가 나쁜 놈이라 그러는데
나쁜 건 너희들이야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지
그럼
씁, 김동현은 왜 죽였어?
[어두운 효과음]
말해 봐, 너 거짓말 안 한다며
- 김동현은… - (태술) 우리 형은?
왜, 우리 형이 뭘 잘못했는데?
나쁜 건 다른 사람들이고 다 너한테 뒤집어씌운다며
[숨을 들이켜며] 너희 형은…
너야말로 네가 한 짓
궤변으로 애꿎은 사람들한테 다 뒤집어씌우잖아
말 끊지 마
나는 너희 형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
뭐, 그래, 좀 윽박지르고 겁도 주고 하긴 했지만
너희 형 진짜 힘들게 한 사람은 101번이랑 아그네스지
기만하고 이용하고 막…
아직 말 안 했나 보네?
(박 사장) [살짝 웃으며] 아, 그냥, 저, 우린 비즈니스 관계야
자세한 건 내가 나중에 다 얘기할게
[시그마의 헛웃음]
김동현이는 날 배신했지
증권사 창구 보던 놈 재벌 회장 만들어 줬더니
결국 나 죽이려고 들었잖아
난 내가 준 걸 다시 가지고 온 것뿐이야
(시그마) 근데 생각해 보니까
너희 형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101번이랑 아그네스가 아니네
[어두운 효과음]
너잖아, 한태술
[의미심장한 음악]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물어볼게
원래는 너희 형한테 업로더 도면 얻을 거였어
근데 도망가 버렸잖아, 덕분에?
네가 다시 만들어 줄 수 있어?
꺼져
[피식 웃는다]
아, 그래?
[한숨]
약 구하러 왔다고 했지?
가져가
[의미심장한 효과음]
주사 놓는 용법 같은 것도 있을 거야
잘 모르겠으면 아그네스도 데려가고
무슨 수작인데?
네가 좋아서
[헛웃음]
[헛웃음]
야, 준비도 안 됐는데 훅 들어오네?
[웃으며] 아, 진짜야
나 너 아주 좋아해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데
너는 내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야
그래서 네 연구에다 투자도 했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시그마) 너 나 아니었으면 그 컨테이너에서
평생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리 엔진이나 돌리고 있었을걸?
그렇지?
네가 이룬 모든 것들
다 내 덕이야
가끔은 고마워할 줄도 알아야지
[어두운 효과음]
101번
넌 내가 어떡하면 좋을까?
내가 너 땅속에서 끄집어냈으니까 다시 묻어 줄 수도 있는데
[웃음]
[박 사장의 웃음]
그래, 뭐, 아직 더 쓸데가 있을 거 같으니까 살려 줄게
근데 한 번만 더 배신하면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네 마누라랑 딸 시체로 보내 줄 거야, 시체
[의미심장한 음악]
[어두운 효과음]
뭐,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도?
아니면 궁금한 거나
씁, 너 우리 집에 들어와서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술) 그림 뒤에 형을 찾지 말라고 써 놓고 간 거 어떻게 한 거야?
[카메라 셔터음]
래커 뿌려서 썼는데?
어떻게 들어왔냐고
[탄성]
나는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어
다야?
그럼
(시그마) 나중에 또 만납시다
[긴박한 음악]
아, 저…
[시그마가 숨을 씁 들이켠다]
혹시나 하고 그냥 있었는데
한태술
나 기억 안 나?
안 나나 보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기기 작동음] [키보드 조작음]
[한숨]
[의자가 덜컥거린다]
[썬의 멋쩍은 웃음]
(썬) 근데 너, 너희들은 도망 안 가?
아, 전쟁 난다며
그냥 여기 이렇게 가만히…
다 막혔어
(썬) 막히다니?
밀입국자들은 공항 근처만 가도 바로 잡힌다고
단속국 몰라?
어휴, 잘 알지
[키보드 조작음]
[프로그램 오류음] [어두운 효과음]
"접속 불가"
[빙빙의 짜증 섞인 신음]
(썬) 그거 다운로더지? 막 미래에서 사람들 넘어오는 거
왜, 고장 났어?
한태술 그 개새끼가 서버 백업해 버렸잖아
응? 그럼 좋은 거 아닌가? 전쟁도 안 나고
아니야?
(썬) 아, 아닌가 보네
그럼, 아, 이거 장사 접어야 돼서 그래?
접든 말든
한 사람 더 와야 돼
누구?
(빙빙) 좀 조용히 좀 해라 겁나 짜증 나는 중이니까
무면허 총기 소지는 불법이야
미성년자는 절대로 안 되고
아, 그랬쪄요? 내가 몰랐네
[어이없는 숨소리]
(썬) 저기
뭐?
그, 시그마인지 뭔지 하는 놈도 이거 타고 온 거야?
(빙빙) 어
[마우스 조작음] (썬) 와서 막 전쟁 일으키고?
(빙빙) 응
한태술이 그렇게 천재야?
이거 그 새끼 아니면 못 고쳐?
자기가 만든 거니까
업로더, 다운로더 전부 다 그 새끼가 만들었잖아
그럼 한태술이 없으면 시그마도 없는 거네?
[의미심장한 효과음]
(썬) 업로더는 아직 안 만들었으니까, 맞지?
전쟁도 안 나는 거고
뭐, 그렇지
[지직거린다]
근데 너 안 나가고 뭐 하냐?
만들어 준 비자 겁나 비싼 거야
[한숨]
하, 나가야지
빨랑빨랑 나가라
[마우스 조작음] 뭉그적거리다 비행기 끊긴다
하, 알아
근데 그, 미래에는 존댓말이 없어?
[헛웃음]
있는데, 왜?
[한숨 쉬며] 아니, 뭐, 그냥
[문이 탁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박 사장의 한숨]
(썬) 약은요?
[어두운 음악]
[지직거린다]
[기기 작동음] [심전도계 비프음]
(아그네스) 자는 거처럼 보이겠지만 결어긋남 상태야
(태술) 아, 도와주실 분입니다
수신기
(박 사장) 빨리 시작해
저, 상관없는 사람들 다 나가고
(아그네스) 다 나가
못 들었어?
다 나가라고, 한태술 빼고
(박 사장) 나도?
싫으면 네가 할래?
내가 나가 있을까?
그래, 빨리 끝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박 사장) 자, 다 나가자
[숨을 후 내쉰다]
빨리 시작하자
얘는 지금 자기 시간대를 잃고 떠도는 중이야
(아그네스) 물론 지금은 자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간대 저 시간대를 떠돌고 있는 거라고
(태술) 들었어, 그래서?
(아그네스) 여기서 아무리 주사를 놓는다고 해도 얘가 깨어나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는 이 애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가서 주사를 놔야 돼
[숨을 들이켠다]
근데 너무 위험해
몸에 무리도 많이 갈 거고
[태술의 한숨]
[한숨] [수신기를 탁 집는다]
한태술, 잠깐만
실패하면 너도 영영 못 돌아오는 거야
일단 지금 상황을 살펴보자
상황을 살피다가…
포스 분해
(태술) 이거 맞으면 되는 거지?
[어두운 음악]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말했잖아
(태술) 내가 얘를 잃고 싶지가 않다고
10mL 투약 후에 포스 단백질이 분해되면
다른 시간대로 떨어져
다른 시간대 언제?
저 애의 과거
거기서 저 애를 찾아
찾은 다음엔?
(아그네스) 너랑 저 애랑 각각 하나씩이야
이게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아무 데서나 주사를 놓으면 안 돼
최대한 현재 시간대와 가까워진 후에 맞도록 해야 돼
알았어?
[태술이 케이스를 탁 건네받는다]
잃어버리거나 실수하면은 영영 못 돌아와
영원히 시공간을 떠돌게 되는 거라고
[한숨]
뭐야?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야?
[케이스를 달칵 연다]
"약물"
(태술) 뭐야?
1번 어디 있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실패했어
(태술) 야, 진짜 안심된다
(아그네스) 주먹 쥐어
[태술의 한숨]
근데 알지?
네가 이러는 거 시그마가 원하는 거야
난 평생 널 속였어
널 정신병자로 몰고 널 사지로 몰아넣고
아침에는 철창에도 가뒀어
[한숨]
그래도 이 주사 맞을 거야?
다른 방법이 없잖아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네가 이런다고 미래는 바뀌지 않아, 태술아
(아그네스) 저 애를 구하고 말고의 문제가 전혀 아니야
모르겠어?
너에겐 미래지만 나한테는 과거야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과거
우리가 한 잘못, 후회 그런 거를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도 바뀌지 않아
미래는 과거의 거울상이거든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는 거라고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이
아무리 부끄럽고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어
그게 바로 네 모습이니까
태술아, 네가 아무리 빨라도 거울보다 빠를 수 없잖아
서진아
(태술) 글쎄다
거울도 우리보단 빨리 움직이지 못하잖아
[태술이 수신기를 탁 집는다]
[태술이 숨을 후 내쉰다]
[수신기 작동음]
[긴장한 숨소리]
[수신기 작동음]
잘 다녀와
어
[주사기 작동음]
[기기 작동음]
[먹먹한 효과음] [심전도계 비프음]
[지직거린다]
[무거운 효과음]
[지직거린다]
(태술) 강서해!
[총성]
[먹먹한 효과음] [태술의 가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가쁜 숨소리]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술이 콜록거린다]
(태술) 얘들아, 얘들아, 잠깐만
[콜록거리며] 잠깐만
학교에 외부 사람이 들어오면 안 돼요
어, 미안
지금 아저씨가 사람을 한 명 찾고 있는데, 여자야
머리가 이 정도 되고 키가 좀 커
그리고 예뻐
혹시 못 봤니?
(아이들) 못 봤는데요
[콜록거린다]
근데 아저씨, 어디 아프세요?
(태술) 아니야, 안 아파
아파 보여요, 병원 가세요
[힘겨운 숨소리]
[태술이 콜록거린다]
[가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달칵]
[바람이 살랑거린다]
[밖이 시끌시끌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콜록거린다]
(태술) 뭐야?
[콜록거린다]
서해야
[콜록거린다]
서해야 [카메라 셔터음]
[콜록거리며] 서해…
서해야
강서해!
[은희의 탄성]
(은희) 자, 여기, 서해야, 여기 보세요
(동기) 자, 엄마한테 가자
(은희) 서해, 브이, 브이
[은희와 동기의 웃음]
[놀란 숨소리]
- (동기) 페달 밟아, 밟아, 우아 - (은희) 자, 브이, 브이, 브이
(어린 서해와 은희) 브이 [카메라 셔터음]
[은희의 웃음]
(은희) 가자
아, 가자 [은희의 웃음]
서해야
(태술) 서해야
[태술의 가쁜 숨소리]
강서해
서해야
[무거운 효과음]
서해야
[태술의 안도하는 신음]
[태술을 탁 치며] 좀 떨어지지?
서해야
[힘겨운 신음]
(태술) 왜 그래?
아, 아, 머리가 깨질 거 같아
[걱정스러운 숨소리]
[서해의 힘겨운 숨소리]
서해야
너 괜찮아?
네, 네가 왜 여기 있어?
너 구하러 왔지
이게, 이게…
[태술이 콜록거린다]
(태술) 이게 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데
쉽게 말하면, 그, 죽음을 무릅쓰고
시간을 거슬러서 널, 널 구하러 온 거야
[웃음]
나 멋있지, 되게?
[당황한 숨소리]
[피식 웃는다]
고마워
저, 그럼 우, 우리 이제 어떡해야 돼?
이제 집에 가야 돼
엄마 아빠가 기다리셔
(태술) 현재 시간대로 가서 해독제를 맞을 거야
[태술의 힘겨운 숨소리]
잠깐만
[콜록거린다]
(서해) 야, 야, 너 괜찮아?
[태술이 연신 콜록거린다]
[어두운 효과음] [태술의 가쁜 숨소리]
[태술의 가쁜 숨소리]
(서해) 괜찮아?
[태술의 힘겨운 숨소리]
[의아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여기가 어디야?
나 어릴 때야
(태술) 뭐가 잘못됐어
"현고 학생 부군 신위 현비 유인 김해 김씨 신위"
(어린 태산) 앞으로는 형이 아빠도 해 주고 엄마도 해 줄게
아침에 도시락도 형이 싸 줄게
네가 좋아하는 거
햄이랑 멸치랑 그런 거 다 해 줄 수 있어
[살짝 웃으며] 아무것도 바뀐 건 없어
[남자1의 헛기침]
[남자1의 한숨]
(남자1) 네가 고생이 많다
동생도 있으니까 앞으로 마음 단단히 먹고
그래야 돌아가신 네 아버지도 마음 편히 잠드시지
참, 태산아
아, 근데 내가, 하, 참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참…
아, 이거 어떻게 얘기를 해야…
말씀하세요
(남자1) 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한테 돈을 좀 빌렸다
(태술) 거짓말
저거 보험금 뺏으려고 거짓말하고 있어
형, 저 새끼 말 듣지 마 저거 사기꾼이야
(서해) [태술을 탁 잡으며] 정신 차려
저 사람들 지금 우리 못 봐
[어두운 효과음]
[한숨]
(서해) 빨리 나가자
[서해가 태술을 탁 잡는다]
[어두운 효과음]
(어린 태산) 네, 선생님
저 실업계 가겠습니다
대학 안 가요
[무거운 음악]
죄송합니다
[어린 태산의 한숨]
[수화기가 달칵 놓인다]
[한숨]
[태술의 한숨]
[박 사장의 웃음]
잘돼 가?
돌아오고 나서 얘기할 거야
[박 사장의 헛웃음]
(박 사장) 왜 이래?
네가 한태산한테 한 짓
쟤, 한 회장한테 얘기하면 너 다시는 안 보려고 할걸?
[어두운 음악] [분한 숨소리]
다 너 때문이잖아
분명히 약속했었잖아
한태산 빼내 주면 태술이한테 같이 가기로
(아그네스) 근데 네 새끼가 어떻게 했어?
금고랑 다 전부 빼돌리고
너 때문에 나까지 죽을 뻔했다고, 알아?
나는 뭐, 너 때문에 잘 먹고 잘 산 줄 알아?
네가 한태산이 사라지게 하는 바람에
시그마 새끼 빡치고 나 죽을 뻔했잖아
[한숨]
(박 사장) 너나 나나 잘못한 건 똑같아
우리 중에서 못된 짓거리 안 한 새끼가 어디 있어?
아유, 혼자
혼자 고상한 척하기는, 이씨
[한숨]
저거나 잘 마무리 지어
뭘 봐, 씨, 쯧
[어두운 음악]
[한숨]
(현승) 명령 불복종, 절도, 무단 취조
주요 용의자 놓치고 무단 발포, 무단이탈
대단한데?
뭐, 할 말 있어?
[어두운 효과음]
제가 돌아왔나요?
무슨 소리야, 이거?
811이 그랬습니다
미래에서 지금으로 저도 업로더를 타고…
현기야
내가 말했지?
우린 밀입국자 말 듣지 않는다
거짓말이야
811이
정말 강 경위님 딸입니까?
맞아, 그건, 이번에 확인했어
[허탈한 숨소리]
(현승) 811이 강동기 경위 내외랑은 벌써 만난 거 같다
우리가 여자애 잡아 오던 날 한 경위 부인이 그 현장에 있었어
그리고 며칠 전 한태술이
강 경위 집을 방문한 것도 CCTV에 잡혔고
애들 보냈는데 격투 끝에 놓쳤어
현재 그 일가족 위치를 파악하는 중이야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의하면은
이 811은 우연히 너희 집에 간 건 아닌 거 같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811이 업로더를 타고 오기 전에
강 경위가 너희 집 주소를 알려 줬을 가능성이 있는 거지
현재에 도착하는 딸이 총과 자동차를 얻기에는
아주 용이한 곳이었겠지
너 혹시 총 집에 놔두고 다녔냐?
네
이래서 이게 아는 사람이 원래 더 무서운 거야, 아는 사람이
[분한 숨소리] [현승의 한숨]
지금 위에서 너 때문에 난리 났어 용의자 놓친 거, 쯧
아무래도 시말서론 못 끝낼 거 같아
쯧, 연락할 때까지 집에서 좀 쉬고 있어라
국장님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복귀해
총하고 무전기 반납하고
국장님! [현승이 숨을 씁 들이켠다]
[지시하는 신음]
[한숨]
[한숨]
[어두운 음악] [현기가 총을 달칵 꺼낸다]
[현기가 신분증을 탁 꺼낸다]
(현승) 쉬어 [현승의 헛기침]
[어두운 효과음]
[문이 탁 닫힌다]
[어두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재웅이 서류철을 탁 내려놓는다]
[어두운 효과음]
[수감자들의 힘겨운 신음]
(남자2) 어이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회장님
미리 말씀을 주시지 않고
[어두운 효과음]
아, 그냥 지나가다 들른 건데, 뭐
일은?
말씀 주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시그마) 잘했어요
(현승) 근데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그럼
[의미심장한 음악]
[무전기를 탁 집는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서류철을 탁 닫는다] (시그마) 정현기라고 했나?
사람은 말이야
믿고 싶은 것만 믿어
자기가 화내고 방치한 사이에 어머니가 죽었다는 걸 인정하느니
죄책감보다야 복수심이 마음이 편하지
얼마나 남 탓을 하고 싶겠어, 안 그래?
[피식 웃는다]
대단하십니다
(시그마) [웃으며] 대단은 무슨
한태술은 다 처리했고
정현기도 이만하면 됐고
그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업로더만 만들면 됩니다
다들 나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고 해
작별 인사는 해야지
예
[기기 작동음] [심전도계 비프음]
[무거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어린 태산) 태술아
엄마 아빠 하늘나라 가신 거야
엄마 아빠가 많은 사람들 구하고 돌아가셨으니까
분명 천국에 가셨을 거야
우리도 착하게 살면
나중에 엄마 아빠 다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니야
(어린 태산) 어?
형, 시간은 비가역적인 거야
열역학 제2 법칙
열적으로 고립된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되지 않기 때문에
(어린 태술) 자연적인 과정과 과거의 미래의 비대칭성이…
하, 아무튼
형이랑 나는 이제 엄마 아빠를 못 만나
다시는 못 만나
[태술의 한숨]
2020년으로 돌아가야 된다며
왜 계속 네 과거에서 헤매고 있는 거야?
하, 나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뭐가 섞였나 봐
아무튼 계속 앞으로만 가면 되는 거지?
동요하지 마
어차피 한 번 겪은 일이니까 눈 딱 감고 지나가면 돼
어
[달칵]
[어두운 효과음]
[바람이 휭 분다]
[장작불이 타닥거린다]
[어두운 효과음]
(어린 태산) 형 다리 베
[어린 태술의 힘주는 신음]
[어린 태술이 코를 훌쩍인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집은 집이잖아
형이 딱 보니까 여기도 방인 거 같아
봐, 벽지도 붙어 있네
저 파란 부분은?
(어린 태술) 저건 쉬워 [잔잔한 음악]
이렇게 선 그으면
원에서 정사각형 빼낸 거랑 같아
어떻게?
(어린 태술) 이렇게, 이렇게
(어린 태산) 그래서 얼만데?
(어린 태술) 음, 반지름 10센티로 하면
228제곱센티
[피식 웃는다]
우리 동생이 제일 똑똑하네
추워?
(어린 태술) 응
[흐느낀다]
[어린 태산이 연신 흐느낀다]
[울먹이는 신음]
형 우는 거 처음 봐
내 앞에서 운 적 없었는데
[떨리는 숨을 들이켠다]
[서해가 태술을 탁 잡는다]
한태술, 우리 여기 있으면 안 돼
(서해) 알아
저 문 무섭지?
또 무슨 과거가 나올지 모르니까
나도 봤어, 내 과거들
엄마, 아빠, 전쟁
마음 단단히 먹어
그 방법밖엔 없어
[심호흡]
[어린 태산이 흐느낀다]
[달칵]
[어두운 효과음]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두운 효과음]
(서해) 무슨 날이야?
우리 형 죽은 날
(태술) 자 [사람들의 웃음]
(에디) 부자 되자, 태술아
[에디가 숨을 씁 들이켠다]
내가 이 새끼 대학 4년 동안
먹이고 재우고 뒷바라지한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어
(서진) 응? 뭐야?
둘이 그런 사이였어?
내가 이 새끼 빤쓰 빨래까지 다 해 줬다니까, 손빨래로
[에디의 웃음]
(에디) 보일러도 안 들어오는 컨테이너에서
내가 엄동설한에 이 주부 습진까지 걸려 가면서
우리 태술이 아무 걱정 마시고
연구에만 매진하시라고 내가…
[한숨]
야, 너 이 새끼
[피식 웃는다]
나한테 잘해라
(태술) [웃으며] 얘 이러다 울겠어
진짜야
[에디가 혀를 쯧 찬다]
[한숨]
[에디의 한숨]
(태술) 너 어디 가?
(에디) 아니, 아까 저기 어떤 여자분이 자꾸 날 쳐다봐서 신경이 쓰이네
이야기 좀 나눠 보려고
그러니까 오늘은 두 분이서 저녁 식사들 맛있게 하세요
(태술) 야, 승복아, 승복
에디 김
뭐야, 치
[서진이 살짝 웃는다]
아이씨
[태술이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아까 상장식 형이지?
어
(서진) 아니, 입원하기 전보다 더 심하신 거 같아
요즘 좀, 그, 술 때문인가?
씁, 평소엔 괜찮은데 술만 먹으면 사람이 이상해져
(태술) 막 미래가 어쩌고 뭐, 도청이 어쩌고 불체자가 어쩌고
(서진) 아직도 그러신 거야?
그 스트레스성 망상증 요새 정말 많아
상담 다시 시작하자
아, 짜증 나네
그래도 태술 씨처럼 형제 있는 거 좋은 거다
난 외동이라서 항상 맨날 심심했단 말이야
좋긴 뭐가 좋아
형제끼리 너무 차이 나도 그게 더 안 좋아
요즘은 아예 남보다도 못하다니까
(태술) 우리 형은 자기가 나 다 키웠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뭐, 당연히 고맙긴 고맙지 고마운데
근데 뭐, 자기가 나한테 얼마를 해 줬네 [무거운 음악]
뭐, 다 자기 덕이네 막 이러니까 짜증 나
동생이 잘되니까 이제 뭐, 자기 인생
뭐, 이제 와서 아깝고 억울하고 그런가 보지?
(서해) 저거 너 아니야, 과거야
미친 새끼
너 아니라고
나야
저 새끼 나라고
(과거 태술) 나 어땠어?
(태술) 난 처음부터 저 새끼가 제일 싫었어 [서진이 말한다]
싸가지 없고 자기 혼자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자기 혼자만 잘났고
그만해
시그마 때문이 아니야
핵폭탄 터져서 다 죽은 거 전부 다 저 새끼 때문이라고
(서해) 아니야
나라고! 저 새끼가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전등이 깜빡거린다] [태술의 놀란 숨소리]
[태술이 지직거린다]
(서해) 한태술
한태술
한태술
[긴장되는 효과음]
한태술
한태술!
[어두운 효과음]
뭐야?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서해) 한태술, 한태술,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힘겨운 숨소리]
[태술을 탁 잡는다]
[힘주며] 일어나, 일어나라고
좀 일어나라고!
[태술의 힘겨운 신음] 가자, 어?
[서해의 힘겨운 신음] (태술) 놔
이제 더 보기도 싫어
[거친 숨소리]
저 문 열고 나가면 이제 뭐가 나오는지 알아?
우리 형 장례식하고
난 돈 많은 개차반이 돼서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상처나 주면서 살아
나, 나 살면서 단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었어
단 하루도
너 혼자 가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태술의 힘겨운 신음]
(서해) 어떻게 행복한 기억이 없어?
핵전쟁 나고 벙커 속에서
썩은 통조림만 먹고 산 나도 행복한 기억이 있는데
전쟁 나고 매년 3월이면 아빠랑 나는 학교에 갔어
폐허가 된 학교에 도시락도 싸고 가방도 싸고
그날 하루는 아무 걱정도 안 하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아빠랑 노는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
아, BTS가 막공 했던 체조 경기장도 가 본 적 있었어
엄청 큰 현수막이 있었는데
아빠랑 나랑 그걸 이고 지고 낑낑거리면서
벙커에 들고 온 적도 있어
너무 커서 밖에 걸어 놨지만
[생각하는 신음]
미래에는 하늘이 참 맑아
밤엔 불빛도 하나 없어서 별이 참 잘 보여
너 사자자리 유성우 본 적 있어?
[훌쩍인다]
한 번은 서점에서 책을 봤는데
사자자리에 32년마다 혜성이 지나간대
(서해) 그때마다 유성이 비처럼 내린다는 거야
1998년에 내렸으니까 2030년 유성은 아무도 못 봤어
근데 나는 봤다?
벙커 위에서, 밤새
[서해가 훌쩍인다]
엄청 예뻤어
조그맣고 행복한 기억들이 다 우리 속에 있어
[훌쩍이며] 그러니까 살 수 있는 거야
너한테도 있을 거야
잘 생각해 봐
(어린 태산) 태술아
(어린 태산) 태술아
[서해의 떨리는 숨소리]
[서해의 힘주는 신음]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서해의 놀란 신음]
[서해의 다급한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차분한 음악]
[태술의 힘겨운 신음]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바다?
(태술) 하, 서해 바다야
언제로 온 거지?
저기
저 건물이 우리 회사 연수원이야
(태술) 내가 여기 좋아해서 여기다 지어 달라고 했거든
올해 완공 예정이었는데 다 지었네
현재야, 다 왔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돼?
해독제 맞고 돌아가야지
(태술) 서해야, 가면
너희 아버지 기다리고 계신다
진짜 아빠 와 있어?
[극적인 음악]
[태술과 서해의 힘겨운 신음]
[쨍 소리가 난다]
(서해) 어떻게 모시고 왔어?
네 말을 믿어? 엄마는?
(태술) 응, 잘 믿으시던데?
어머니는 지금 너희 집에서 기다리고 계셔
아, 어머니는 진짜 너랑 똑같이 생기셨더라
아버지는 너랑
성격이 똑같으시고
[살짝 웃는다]
고마워, 데리러 와 줘서
[케이스를 달칵 연다]
[케이스를 탁 닫으며] 너 먼저 가자
너 먼저 들어왔으니까
넌?
난 너 맞고 그다음에
[한숨]
왜?
아니야
시작한다
[힘겨운 숨소리]
[서해의 힘겨운 숨소리]
(서해) 어지러워
너도 얼른 맞아
뭐 해?
미안, 서해야
뭐가?
[어두운 효과음]
[케이스를 탁 내려놓으며] 야
[헛웃음]
어디선가 깨졌나 봐
[떨리는 숨소리]
잘 들어, 서해야
돌아가면 아시아 마트야
너 우리 집 알지? 찾아갈 수 있지? [무거운 음악]
(태술) 너 거기에서 지내
모르는 거 있으면 썬이도 널 도와줄 거고
엄마 아빠도 계시고
너…
(태술) 돌아가면 처음 보는 사람 있을 거야
김서진이야
걔도 너처럼 미래에서 업로더 타고 넘어왔어 [잔잔한 음악]
걔가 시그마에 대해서 아는 게 좀 있을 거야
서해야
시그마 꼭 잡아
할 수 있어, 너
[태술의 한숨]
[피식 웃는다]
이 똑똑한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보단 네가 가는 게 맞아
세상을 구하는 데
나보다 네가 더 필요할 테니까
난 가 봤자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알잖아, 다 나 싫어하는 거
서해야
그만 좀 심각하고
많이 웃고
[훌쩍인다]
[기기 작동음]
[심전도계 비프음]
[어두운 효과음]
[서해의 다급한 숨소리] [서해가 수신기를 툭 내려놓는다]
[아그네스의 기뻐하는 숨소리]
(아그네스) 한태술은?
무슨 일이야?
약이 하나밖에 없었어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서해) 나쁜 새끼
들려?
너 내 목소리 들리지?
[서해의 떨리는 숨소리]
일어나
빨리 일어나
죽는다, 너
빨리 일어나!
[파도가 철썩인다]
(서해) [흐느끼며] 너 기다리는 사람이 왜 없어?
내가 기다리고 있잖아
일, 일어나
일어나라고, 일어나!
[흐느낀다]
바보야
일어나
(서해) 너 오늘 죽는 날 아니야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태산) 일어났어?
(태술) 형?
(태산) 형이 말했지?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날 거라고
(어린 태산) 태술아, 여기
[가족들이 시끌시끌하다]
[놀란 숨소리]
어, 어떻게 된 거야?
형제니까
(태산) 네 과거는 내 과거잖아
[놀란 숨소리]
형이 아무도 못 찾는 곳에 숨어 있겠다고 말했잖아
[피식 웃는다]
내내
내내 여기 있었던 거야?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태술) [흐느끼며] 형
형,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 괜찮다니까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야, 야, 네가, 네가 왜, 왜 미안해?
어? 내가, 내가 더 미안하지
내가 더 잘했어야 됐는데
형이 진짜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네가 이렇게 잘돼서 진짜 너무 자랑스럽다
(태산) 고맙다
[연신 흐느낀다]
(태술) 형
[태산의 깨닫는 신음]
(태산) 언제 쓸데가 있을 거 같아서 들고나왔는데
여기서 쓰네
[의아한 신음]
(태술) 형
[태산이 뚜껑을 후 뱉는다] 형, 잠깐…
형
(태산) 태술아, 잘 들어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어…
이게 지, 지, 진짜 마지막인 거 같다
이제 이렇게 만나지 못할 거야
태술아, 그래도 기억해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는 네 옆에 항상 있었어
[흐느낀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까 네가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는
그, 그냥 옆에 봐
내가 거기 있을게
이제 가
사랑한다
[연신 흐느낀다]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서해가 흐느낀다]
[심전도계가 멈춘다]
[수신기를 툭 내려놓는다]
[서해가 연신 흐느낀다]
내가 너 만나려고 얼마나 먼 길을 건너왔는지 알아?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는데
(서해) 제발 일어나
너 똑똑하잖아
뭐든지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돌아와
보고 싶어
[흐느낀다]
[심전도계 비프음]
[차분한 음악]
[서해가 훌쩍인다]
한태술
너 지금 나
보고 싶다고 한 거야?
너 미쳤냐, 죽을래?
안 죽을래
미안
[태술을 탁 치며] 죽는 줄 알았잖아
[흐느낀다]
[태술의 벅찬 숨소리]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연신 흐느낀다]
(박 사장) 내가 너희들한테 받을 빚이 있거든
(서해) 나는 미래 바꿀 수 있어 이미 바뀌고 있고
(썬) 그럼 업로더를 없애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거 만든 사람을 없애면…
(서해) 야
[형도가 진희를 짝 때린다] (박 사장) 인간쓰레기 같은 새끼
(태술) 일부러 남긴 걸걸, 우리한테?
(서해) 근데 그림이 좀 이상해
(태술) 전부 여기서 시작한 거야
[시스템 알림음] (우진) 용의자 확보
[키보드 조작음] 주요 감시 위치에 한태술 떴습니다
[어두운 효과음] (서해) 누가 그린 거 같아?
(태술) 이름이 없어
(아이) 태술아, 한태술!
그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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