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
"'내일'은 자살 위험도가 높은 이들을 관리하는"
"특별 팀에 관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시청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www.wannatalkaboutit.com을 방문해 주세요"
"넷플릭스 시리즈"
[주제곡]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발소리가 들린다]
[졸졸거리는 소리가 난다]
[무거운 음악]
[자동차 엔진음]
[휴대전화 알림음]
찾았어
(륭구) 다행이네요
기술 지원 팀에 가서 도와 달라고 힘 좀 썼습니다
[한숨]
"우울 수치"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준비들 많이 했네
어디서 만난 사이야?
브로커를 통해서 모인 것 같아요
뭐?
(륭구) 확실하고 고통 없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고
사람들을 모집하는 거죠 [마우스 조작음]
차의 배기가스를 흡입해서 자살하는 방법을
알려 준 것 같아요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부디 몸조심하시길
웬일이야? 임 대리가 내 걱정을 다 해 주고
아, 팀장님 말고
거기 모여 있는 분들이요
[헛웃음]
[배기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남자1이 콜록거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남자1) 누, 누구세요?
[남자1이 콜록거린다]
[긴박한 음악]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여자1이 당황한다]
(여자1) 아니,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남자2가 당황한다]
(남자1)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잠깐만요!
(여자2) 저, 저 여자 누구… [사람들이 당황한다]
[사람들의 비명] 살려 주세요!
앞에, 앞에…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사람들이 연신 소란스럽다]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왜들 그래?
다들 죽자고 모인 거 아니야?
- (남자2) 아니요 - (여자1) 아니요
[사람들이 부정한다]
[사람들이 애원한다] - (여자1) 살려 주세요 - (남자2) 반성하겠습니다!
(여자2) 저 진짜 살고 싶어요 제발 살게 해 주세요, 제발
[남자1의 겁먹은 탄성]
[무거운 음악]
(남자1) 그만해요, 제발
아, 제발요, 아, 아!
(련) 인간은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문이 철컥 열린다] [긴박한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1) 낭떠러지! [사람들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쿵]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2의 겁먹은 신음]
[사람들이 애원한다]
(여자2)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남자2) 저기요, 저기요!
(남자1) [말을 더듬으며] 자, 자, 잠깐만요
[남자2의 비명] [사람들이 연신 애원한다]
[사람들이 흐느낀다]
(여자1)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그래서
죽고 싶다는 거야? 살고 싶다는 거야? [긴장되는 음악]
- (여자1) 아, 살려 주세요, 제발 - (남자2) 살고 싶어, 살고 싶어
- (여자1) 아, 제발 살려 주세요 - (남자2) 살려 주세요
- (남자2) 살려 주세요 - (여자1) 제발 살려 주세요
좋은 아빠가 돼 보겠습니다!
(여자1)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정말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여자2) 집 가서 사과하고 싶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네, 저는 질소 같은 남자입니다
(준웅) 질소는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쓸모없는 원소로 알려져 왔지만
암모니아로 합성되면서
지구상 식물의 3분의 1을 키우는 비료가 됐습니다
저는 [손가락을 딱 튀긴다]
탁비료컴퍼니에서
질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면접관) 이야 이 참신한 멘트, 응? [면접관들의 웃음]
좋은데요? 네, 이야
[준웅의 웃음]
탁지혜 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 보세요
(면접자) 아…
아, 저는 좋은 비료를 만들어
이 회사를 잘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면접자의 멋쩍은 웃음] (면접관) 네
아, 진짜, 이번엔 진짜 합격이라니까, 어?
아, 최종에서 둘 중 한 명 뽑는데
설마 엄마 아들 떨어지겠어?
아이, 매번 서류 면접에서 떨어져서 그렇지
내가 얘기했잖아 그, 일대일은 자신 있다고!
아이, 대답도 엄마 아들이 훨씬 더 잘했다니까
(정임) 아이고!
허구한 날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네가 이제야 사람 구실 하려나 보다
(정임) 알았어, 아주 수고했어
아, 저, 너 바로 집으로 올 거지?
어, 엄마가 아주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 놓을게
뭐, 상다리까지 휘어…
엄마, 나 그럼 소갈비찜…
[통화 종료음]
[정임의 감격한 탄성]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정임) 자, 이거 더 먹어 [학생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학생1) 저희 안 시켰는데요?
(정임) 서비스야
[정임의 웃음]
아줌마가 오늘 아주 기분 좋은 일 있어서
[감탄]
(준웅) 날씨 좋다
[냄새를 씁 맡는다] 향도 좋고
우리 회사 팍…
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안녕하십니까
[차 문이 탁 닫힌다] 뼈를 묻겠습니다, 예!
[옅은 헛기침]
[준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흥미로운 음악]
(면접관) 탁지혜 씨 [면접관의 목소리가 울린다]
(면접자) 좋은 비료를 만들어
이 회사를 잘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면접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탁]
탁
중구 회장
[날렵한 효과음]
탁지혜?
(준웅) '탁', '탁', '탁'
[새소리 효과음] [힘없는 신음]
[유쾌한 음악] 어, '탁'…
[휴대전화 진동음]
(준웅) 어?
[준웅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한숨]
안타까우면 모셔!
모시면 되잖아!
내가 진짜!
내가 더러워서 안 가, 내가
[씩씩거린다]
[시원한 숨소리]
[멀리서 개가 짖는다] [한숨]
[재수의 힘주는 신음]
[웃음]
취준생 주제에 어디서 비싼 짓이야, 어?
(준웅) 아유, 자기는
공시생 주제에
[맥주 캔을 쉭 딴다]
그러니까
가성비 좋은
(준웅과 재수) 합리적인 소비
[함께 웃는다]
아유, 제대로 배운 새끼
괜찮냐?
[한숨]
(준웅) 그냥 스펙이다 뭐다 다 제치고
너처럼 공무원 준비라도 했어야 됐나
- 싶기도 하고 - (재수) 그러게, 인마
스펙을 쌓으려면 좀 제대로 된 거 영양가 있는 걸 쌓든가
(준웅) 토익, 토플 대기업 인턴 경력
각종 봉사 활동 증명서 공모전 수상 경력
식상해
차량 정비사 반려동물 관리사, 조리사 자격증
(준웅) 특기로 마술 노래, 연기, 성대모사
야, 헌혈증 씨, 얼마나 뽑았냐, 피
(재수) 그건 인정
아, 맞다, 너 종교도 바꿨잖아
기독교 우대라고 [함께 웃는다]
(준웅) 아멘!
아멘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야!
[차분한 음악] (재수) 어디 가?
[휴대전화 진동음]
"나는 할 수 있다"
(준웅) 일찍 일어나도 좋고!
[울먹이며] 새벽 축구 안 봐도 좋고
매일매일이 월요일이어도 괜찮으니까
나도 사원증 갖고 싶다
아
나 진짜
너무너무 자소서 쓰기 힘들다
[다가오는 발걸음]
[한숨]
어, 어, 어
어, 왜, 왜 난간에 기대시지?
아, 왜 하필 여기까지 걸어와 가지고, 진짜
[준웅의 난처한 한숨]
저기, 왜…
아니야
이런 일 괜히 엮이면 피곤해져
피곤해진다
[준웅의 놀란 소리]
아저씨! 아저씨, 왜 그러세요?
(남자3) 뭐, 뭐야, 놔!
(준웅) [힘주며] 아, 아저씨, 일단 좀
좀 진정하세요, 좀
- 진정하세요, 진정, 진정 - (남자3) 싫어
(남자3) 상관 말고 가!
(준웅) 아, 어떻게 상관을 안 해요 이미 봐 버렸는데! [남자3의 힘주는 신음]
[준웅의 다급한 숨소리] 아, 삼촌
삼촌 같아서 그래요, 삼촌, 삼촌
- 삼촌… - (남자3) 나 너 같은 조카 없어!
(준웅) [힘주며] 아유, 아저씨, 좀 제발!
(남자3) 놔! 내가 죽겠다는데 왜 이래?
(준웅) 그러니까 죽어도 왜
내 앞에서 죽으려고 하냐고요!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아이, 안 그래도 오늘 진짜 쓰레기 같았는데, 이씨
아니, 오늘 하루라도 좀
좀 값지게 좀 마무리 좀 하게 해 주세요, 좀!
(남자3) [힘주며] 야, 이씨!
[남자3이 중얼거린다]
(준웅)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 [남자3의 짜증 섞인 탄성]
[남자3과 준웅이 실랑이한다] (련) 야, 거기 너!
[준웅의 의아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비켜!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의 아파하는 신음]
난 비키라고 했다
[힘겨운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륭구) 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의 아파하는 신음]
멘털 얼러트하고 팔다리 프랙처 보이지 않네요
아, 의사세요?
아니요
요즘 의학 드라마를 열심히 봤더니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륭구) 대충 멀쩡하단 뜻이니까 일어나세요
아, 장난해요? '대충 멀쩡'은 또 뭐예요?
제정신이야?
멀쩡한 한강 물엔 왜 뛰어들어?
진짜 왜들 이러는데?
(남자3) 내가 내 맘대로 죽겠다는데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못 해?
[남자3이 가슴을 탁탁 친다]
나…
[울먹이며] 나는요
죽는 거 말고 답이 없단 말이야!
[한숨]
죽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무거운 음악]
(련) 해결되는 게 뭐가 있는데?
적어도 괴롭진 않을 거 아니야
그래
맘대로 뛰어내려, 그럼
근데
내가 장담컨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울걸?
당신 뭐야
당신이 뭘 알아!
(준웅) 저기요!
[준웅의 힘겨운 신음]
아, 이 사람들이 진짜!
아니, 사람을 좋은 말로 달래도 모자랄 판에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넌 상관없으니까 가던 길 가
[준웅의 황당한 숨소리]
아이, 어떻게 상관을 안 해요?
(련) 뭐 해? 얘 안 치우고
우리가 다 계획이 있으니까
(륭구) 신경 끄고 가시죠?
(준웅) 아이, 못 가요!
아니
안 가!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련의 놀란 숨소리]
[준웅의 다급한 숨소리]
[준웅의 놀라는 비명]
[첨벙 소리가 난다]
[스마트워치 알람음]
(륭구) 팀장님?
가, 퇴근해
(련) 둘 다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륭구) 몸조심하십시오
(련) 한두 번 들어가니?
인도 팀에서 선수 못 치게
명부 관리 팀에 연락은 해 두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정임) 엄마가
몇 번 더 해 줘야 될까, 넥타이?
아, 얘기했잖아 이번이 딱 마지막이라니까
- (정임) 진짜? - (준웅) 응
(정임) 자신 있어?
(준웅) 엄마 아들 못 믿어?
(정임) 준웅아
우리 아들
일어나, 어?
(준웅) [힘겨운 목소리로] 어… 엄마? [심전도계 비프음]
(정임) 준웅아
준웅아!
[놀란 숨소리] [심전도계 비프음]
[거친 숨소리]
아, 나…
나…
나 살, 살았나?
어?
나…
나, 나 살았나?
[아파하는 신음]
나 살았다!
[울먹이며] 나, 나 살았다! 나, 나 살았다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감사합니다
주말마다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다 열심히 나갈게요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
[놀란 숨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준웅의 비명]
[준웅이 놀란다]
뭐야
(준웅) 이거 난데
내가, 내가 왜 두, 두 명이야?
아, 깜짝이야! 아, 깜짝이야
뭐야, 뭐야, 당신
그때 그 다, 다리…
뭐야,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당신이, 당신이…
여기, 의사 선생님! 여기 이상한 사람 와 있어요
- 조용히 좀 하자 - (준웅) 간호사 선생님
(준웅) 도와주세요, 도와주세… [신비로운 효과음]
[지퍼 채우는 효과음]
[웅얼거린다]
[한숨]
입을 막아도 시끄럽네
[지퍼 열리는 효과음] [거친 숨소리]
(준웅) 뭐야, 당신 뭐야?
[헛웃음]
아니, 21세기에
옷차림으로 보나, 뭐
분위기로 보나
설마 막 저승사자 뭐, 이런 거 아니…
(련) 맞아 [준웅이 놀란다]
(준웅) '주마등 혼령관리본부 팀장'?
뭐, 그냥 평범한 직장인 같은 거야
'평범'?
(준웅) 그럼
전 죽은 건가요?
(련) 아니야
(준웅) 그럼 곧 죽는 건가요?
- 아니야 - (준웅) 그럼
곧 죽일 거예요?
이름 세 번 부르고?
[울먹이며]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다시 채울까?
쉽게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련) 동작 대교 사건은 우리 책임이야
(준웅) 아저씨! [남자3의 힘주는 신음]
아저씨, 왜 그래요?
[레드라이트 경고음] [남자3과 준웅이 실랑이한다]
옆의 쟤 뭐야?
(륭구) 글쎄요
(련) 그날 네가 말렸던 그 노숙자
우리가 진작 처리했어야 했는데 못 했고
(련) 그 바람에 사고가 났고
하필 네가 휘말렸…
(준웅) 아, 맞다 그분 어떻게 됐어요?
주, 죽었어요? 살았어요?
[한숨]
살았어
[사이렌이 울린다] [무전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준웅) 나만 죽었구나
안 죽었다니까!
(련) 뭐, 아무튼 넌 예정에 없던 코마 상태에 빠졌고
앞으로 3년 후에 깨어나게 될 거야
3년? 왜 내가 3년 뒤에 깨어나요?
(준웅) 왜?
아이씨!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인생 계획 세우지 말라고 한 거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취업은 무슨 취업
[울먹이며] 이럴 줄 알았으면 막살걸
회사에서 사태 수습 중이야 널 어떻게 해야 할지
- 진짜요? - (련) 가자
- (준웅) 어딜요? - (련) 주마등
왜 가는데요?
회장님이 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이셔
- 회장님? - (련) 가 보면 알아
(련) 아
너도 육체가 있어야겠지?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웃음]
[민망해한다]
[다급한 숨소리]
옷은 그거 입고
[반짝이는 효과음]
[까마귀 울음 효과음]
아이, 솔직히 얘기해 봐요
(준웅) 일부러 이런 옷 골라 왔죠?
예?
(준웅) 어디 가는지 왜 얘기를 안 해 줘요?
아, 저…
[숨을 씁 들이켠다]
아이씨
아이, 같이 좀 가요
(준웅) 여기예요?
[전광판이 지직거린다]
[비밀스러운 음악]
여긴 뭐예요?
[한숨]
[무거운 효과음]
[헛기침]
수고하세요
[카드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놀란다]
(준웅) 뭐야
아, 잠시만요!
왜?
아, 잠깐만요
(준웅) 아, 막상 저길 들어가려니까
한번 들어가면 다신 나오지 못할 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련의 한숨]
아, 그…
[겁먹은 숨소리]
[겁먹은 숨소리]
(련) 조심해 떨어지면 책임 안 질 거니까
(준웅)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데요?
지옥 가는 거지
[놀란 숨소리]
[준웅의 겁먹은 숨소리]
[밝은 음악]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준웅) 어? 어, 아까…
(련) 응, 여덟쌍둥이야
(준웅) 여덟, 여덟쌍둥이요?
여덟… [놀란 숨소리]
[웃음]
[놀란 탄성]
(련) 빨리 와!
[한숨]
- (준웅) 여기는… - (련) 회장실
회장님이면…
(련) 옥황상제
옥황상제?
(준웅) 진짜 머리도 막 길고
몸에 막 흰 천 두르고 계시고 막 그러세요?
머리에 뿔도 있고
지옥 유황불에 등도 지지셔
(준웅) 진짜요?
내 역할은 여기까지
다신 보지 말자
(준웅) 네, 다신 보지 말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산뜻한 음악]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사자1) 어, 과장님?
나주 김가 명부는 이게 마지막입니다
(사자2) 어, 잠깐 내려와서 이것 좀 봐 봐
아, 종일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눈이 침침하네
아, 이게 무슨 글자 같아?
[사자1이 중얼거린다]
- (여자3) 야 - (사자2) 어?
- (사자1) 어? 안녕하세요 - (여자3) 그, 비타민 A가
눈 건강에 좋으니까 챙겨 먹고
어, 아침 잘 챙겨 먹어야 돼
(사자들) 감사합니다 [여자3의 웃음]
(여자3) 잘해
(사자3) 주마등오피스 한국 지사 해외 영업 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중국어] AP2047 비행기 추락 사고…
[태국어] 네, 마리오 쏜티차이…
[영어] 바로 인계 절차 진행 도와드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여자3) [한국어] 아이고 자, 자, 자, 자
이것들 좀 마시고 해
자, 마셔라, 어, 마셔 응, 자, 자, 자
- (사자4) 감사합니다 - (여자3) 응, 그래
덕분에 화장실도 잘 가고
너무 좋습니다, 예
아이고야, 잘됐다, 야 [함께 웃는다]
[키보드 조작음]
(여자3) 자
- (사자5) 감사합니다 - 응
(여자3) 아이고 [여자3이 혀를 찬다]
아유, 또 밤새웠어?
아, 이게 아주 간 건강에 좋아 이거 마시고 해
(사자6) 와, 진짜 필요했습니다 [여자3과 사자6의 웃음]
아, 이거 봐요
이거 [사자6의 웃음]
(여자3) 나도 이거다!
- (여자3) 얼른 마셔 - (사자6) 감사합니다
- (여자3) 그래, 수고해라 - (사자6) 예
[준웅의 한숨]
(준웅) 저승이 이런 곳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준웅이 입소리를 쩝 낸다]
[놀라며] 깜짝이야
(여자3) 뭐, 저승이라고 별거 없지?
아유, 너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 많았겠다, 야
야, 쭉 마셔, 마셔, 어 [준웅이 호응한다]
[준웅의 웃음]
(준웅) 아이, 가, 감사합니다
[함께 웃는다]
아, 근데 아줌마 그…
'아줌'… [흥미로운 음악]
- 나? - (준웅) 예, 아줌마
(준웅) 그,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 옥황상제님 어떤 분이에요?
[작은 소리로] 진짜 막 머리에 뿔 달리고
막 유황불에 등 지지고 막 그런 분이세요?
야, 제법 신선했다
- (여자3) 어? - 뭐, 이게요?
(여자3) 쉿
(준웅) 예, 쉿
[신비로운 효과음]
주마등에 온 걸 환영합니다 [옥황의 목소리가 울린다]
최준웅 씨
[무거운 효과음]
[조직원1의 힘겨운 신음] [강렬한 음악]
[조직원1의 신음] [발걸음이 울린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 [조직원2의 힘겨운 신음]
[조직원들이 소란스럽게 싸운다]
[조직원3의 힘주는 신음] [쨍그랑 소리가 난다]
(조직원4) 야, 꺼져
[헛웃음]
[한숨 쉬며] 안 꺼져?
그럼 죽어 봐
[조직원4의 힘주는 신음] [날렵한 효과음]
[당황하며] 야, 이거 안 놔? [칼이 잘그락 떨어진다]
너 어디 조직 소속이야?
- 주마등 - (조직원4) 뭐?
(조직원4) 처음 들어 보는데?
[조직원4의 힘겨운 신음]
[휭 가르는 효과음]
가는 순간까지 어리석긴
얌전히 사자의 명을 받아
[조직원4의 힘겨운 신음]
[쿵]
[놀란다]
내가 죽은 거야?
[조직원4의 겁에 질린 신음]
(조직원4) [울먹이며] 하느님 예수님!
아, 부처님, 아…
(중길) 이제서야 신을 찾나?
널 도와줄 신은 없어
널 기다리고 있는 건
지옥의 고통뿐
'성치욱, 1984년 7월 16일 12시 4분 출생'
그 명을 거두어들인다
인도해
(사자7) 회사로 데려가겠습니다
- 팀장님 - (중길) 왜?
(수인) 이사회 긴급회의 호출입니다
회장님도 직접 참석하신답니다
[중길의 한숨]
(중길) 아마도 그 팀 때문이겠지
(장현) 아주 제멋대로네, 제멋대로
아이, 산 사람도 죽이는 마당에
[퍽]
(장현) 위기관리 팀이 있어야 할 이유가 뭡니까?
(국헌) 그러게
만들지 말자고 했잖아요
[사람들의 비명] (국헌) 늘어나는 저승 인구수가 문제면
차라리 평균 수명을 높이거나
(용희) 85세 평균으로 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화자) 뭐, 어차피 이승에서도
100세 시대라고 설레발 떨고 있잖아요?
따지고 보면
(국헌) 지옥 출신이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것부터 말이 안 되죠
제 출신이 업무와 무슨 상관인지?
[팀장들의 헛웃음]
건방지네, 건방져
주어진 임무가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는 것인데
(련) 그걸 문제라고 하시려면
애초에 절 지옥에서 데려온 분께
책임을 묻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싶은데
[한숨]
(중길) 회장님과 어떤 약조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왜
위기관리 팀이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위관 팀이 생긴 동안에도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인원 때문입니다
(련) 그래서 충원 요청 하지 않았습니까
사사건건 반대한 건 팀장님이셨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
(중길) 그런 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니
인력 낭비할 필요 있을까요?
세상에 쫓겨 벼랑 끝까지 등 떠밀린 자들입니다
그들의 선택을 경시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살인과 다름이 무엇입니까?
남겨진 자들의 아픔은 생각조차 않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보는데
(련) 아니요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발버둥입니다
아니요
자살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이자
(중길)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범죄입니다
노숙자를 구하려 했다면서, 어?
아유, 기특하네
죄송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그, 옥황상제, 아!
아, 그, 회장님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사과는 우리가 해야지
예정에도 없는 혼수상태에 빠진 거잖아
- 뭐, 그건 그렇긴 하죠 - (옥황) 어, 그래서
(옥황) 우리 주마등 사칙 435642조 2항에 의거
선택권을 줄까 하는데
- 선택권이요? - (옥황) 응
지금처럼 3년 동안 코마 상태로 누워 있다 깨어나든가
(옥황) 아니면 주마등에서 일하고
6개월 만에 깨어나든가
(준웅) 네?
[흥미로운 음악]
그렇게 원하는 취업 여기서 해 보는 거지
어때?
(준웅) 여기서요?
깨어난 후에는 원하는 회사 취업
(옥황) 중요한 시험 합격 등등
슈퍼 패스가 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질 거야
뭐, 이걸로 만족할 만한 보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준웅) 지, 지, 진짜요?
(옥황) 응, 참관해 보고
최준웅 씨가 원하는 팀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어
그 팀에서도 널 받아들여야 일할 수 있는 거고
씁, 아, 가만있어 보자 티오가 있는 팀이
씁, 음, 영상 관리 팀하고
기술 지원 팀, 해외 영업 팀
응, 위기관리 팀 정도가 있는데
어떻게, 해 볼래?
[숨을 씁 들이켠다] 네
어, 그래, 잘 생각했다
(준웅) 안 할래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옥황) 뭐?
- 안 해요 - (옥황) 왜?
주마등에 저승사자에
(준웅) 뭐, 그건 그렇다 쳐 [익살스러운 효과음]
근데 그 어려운 취업까지도 시켜 준다니까
여기서 느낌이 빡 왔죠
'이건'
'꿈이다'
'꿈이어도 이건 너무 꿈이다'
[편안한 숨소리]
쟤 이상한 애네?
뭐, 좋아
(옥황) 그렇게 결정했다면은
어쩔 수 없지
[차분한 음악] (준웅) 엄마?
[심전도계 비프음] 역시 꿈이지?
[웃으며] 뭐 이런 개꿈을 다 꾸냐
어, 엄마, 얼굴이 왜 그래?
머리는 그게 또 뭐고
(정임) 우리 아들, 잘 잤어?
(준웅) 어, 왜 이래?
왜…
왜 안 움직여?
엄마!
내 목소리 안 들려? 엄마!
[무거운 음악]
엄마, 엄마!
엄마, 대답해, 엄마!
여기요, 우리 엄마가!
할게요
나 한다고, 그거
그 저승사자 한다고!
(옥황) 그래, 현명한 선택이다
[무거운 효과음] [준웅의 놀란 숨소리]
[가쁜 숨소리]
[준웅이 콜록거린다]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엄마 어떻게 됐어요?
(옥황) 걱정하지 마
가벼운 빈혈 증상이야
[준웅의 한숨]
나 진짜 깨어나는 거죠?
딱 6개월이죠?
절대 더 오래 하는 거 아니죠?
아, 그래, 알았어, 걱정하지 마
잠깐
[생각하는 숨소리]
여기서 기다려
[문이 달칵 열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옥황) 박 팀장 말이 틀리진 않아 [문이 달칵 닫힌다]
구 팀장 말 또한 틀리지 않고
한국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하루 평균 40명 한 해에 만 5천 명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지
출산율 또한 세계 최저고
인구 감소 폭이 주요 32개국 중에
가장 가파르게 감소되고 있어
이 수치들이 뭘 뜻하는지 몰라? 응?
[어두운 음악]
이 나라의 소멸이야!
주마등의 존재도 사라지고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뭐야?
금수저 환생 때문 아니야
돈, 명예, 건강
뭐든 하나를 갖고 태어날 수 있다는 혜택
근데 환생할 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응?
[옅은 헛기침]
그래
딱 이도 저도 아닌 반반
실패와 성공의 반반이네
자
앞으로 이렇게 하자
앞으로 우리 위관 팀에게 실패는 없어
(중길)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옥황) 뭐, 해체해야지
다들 이렇게 반대하는데, 응
근데 잘할 거야
그렇지?
어떻게 확신하나요?
[작은 소리로] 그래야 네가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 있으니까
[화자의 한숨]
[용희의 한숨]
(옥황) 왜
뭐 더 할 말 남았니?
(련) 살렸으면 된 거 아닌가 해서요
(옥황) 물론 결과적으론 살렸지
한데 과정까지는 좋다고 말 못 하겠네?
(련) 레드라이트 어플의 우울 수치는 줄였잖아요
- 그럼 어떡해요? - (옥황) 아니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다는 거
그 말의 무게를 안다면
지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텐데
최소 인원으로 일당백 하고 있는데 칭찬은 못 해 줄망정
(옥황) 모든 사람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럼 팀원이라도 보충해 주세요
야, 련아
(옥황) 우리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안 주는 게 아니라 너희 팀에 간다는 사자가 없어
그래도 너희 팀 그 임 대리가 일당백…
오십 정도는 하잖아
임 대리는 8시간 근무하면 땡
칼퇴근이라고요
야, 걔, 임 대리 몇 살이니?
154살이요
어유, 자식 새파랗게 어려 가지고, 아유
[휴대전화 알림음] [련의 한숨]
응, 가 봐라
가라고 [련이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네, 일하러 가요
응, 가
[픽 웃는다]
(련) 보고해
이름 노은비, 나이 29세
현재 상암동에서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얘기 들었지?
우리 성공 못 하면 팀 해체될 수도 있어
네
[준웅의 감탄]
(준웅) 포스 있네
- 아, 저긴 무슨 팀이에요? - (옥황) 어, 저건 인도 팀
영혼을 인도하는 팀이야
(옥황) 이승에서 저승사자 하면 떠올리는
[강조되는 효과음] 주마등의 모든 엘리트들은 다 저기 모여 있지
씁, 그, 저하고
[손가락을 딱 튀긴다] 딱 어울릴 만한 팀이네요
이렇게 딱 슈트부터 해 가지고
딱, 딱, 빡
전혀
(준웅) 어?
[련의 한숨] (륭구) 또 뵙네요, 괜찮습니까?
네, 뭐
저희 지금 나가 봐야 돼서
(옥황) 어, 최준웅 씨도 데리고 가
- (련과 륭구) 네? - (준웅) 네?
[놀란 숨소리]
(련) 임 대리로 충분합니다
(옥황) 야, 너 아까랑 말이 다르다?
팀원 필요하다면서
이 반반은 다음에 달고 갈게요
(준웅) [헛웃음 치며] 반반? 달고 가?
너무 노골적으로 싫어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도 이런 팀이면, 뭐 참관 안 하겠습니다
(옥황) 씁, 안 돼! 쯧
안 데리고 가면 어떻게 됩니까?
뭐, 위관 팀 업무 소홀로
시말서 작성해야겠지, 응
데려가죠 [흥미로운 음악]
(련) 임 대리 [륭구가 숨을 씁 들이켠다]
(륭구) 회장님 말씀이신데
까라면 까야죠
어차피 눈 밖에 난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근무 태도를 보이면
위관 팀은 해체되고
팀장님은 다시 지옥행 열차를 탈 겁니다
(련) 응?
네
(옥황) 잘해 봐
감사했습니다
(옥황) 아참
내가 기술 팀에 지시해 놨어
그, 레드라이트 어플 업그레이드해 놓으라고
자, 그럼 난 여기까지
(준웅) 조심히 들어가세요
[준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련의 한숨]
(련) 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질문도 하지 말고
투명 인간처럼 있어
지난번처럼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고, 알았어?
[헛웃음]
오지랖?
(준웅) 아나, 나 그, 뭐야, 그
그, 의사자거든요? 다른 사람, 어? 구하려고 뛰어든?
죽어야 의사자지
(련) 어떻게, 지금이라도 죽여 줘?
(륭구) 팀장님, 안 됩니다
- 지옥행 열차 - (련) 임 대리?
다무는 게 어때?
[흥미로운 음악]
둘 다 그 열차 태워 줄까?
(륭구) 사랑합니다
[련의 한숨]
[준웅이 콜록거린다]
사랑합니다
[반짝이는 효과음]
[학생들의 환호성] (학생2) 오빠, 잘생겼어요!
[카메라 셔터음] (학생3)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세요
(륭구) 여기가 노은비 씨가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는 곳입니다
(준웅) 이게 뭔데요?
'80%'?
(륭구) 우울 수치입니다
이 숫자가 높아질수록 자살 위험도도 올라갑니다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준웅의 탄식]
[오토바이 경적]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학생들이 놀란다]
[오토바이 경적]
[준웅이 놀란다]
[준웅의 다급한 탄성]
(준웅) 안 돼요!
[신비로운 효과음]
[강렬한 음악]
오버하지 말랬지
[당황한 숨소리]
[련의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쿵]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준웅) 아이, 지금…
아, 지, 아, 지금
뭐 하신 거예요?
살린 거야
(련) 난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거든
(륭구) 팀장님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련) 뭐가?
(륭구) 방금 초능력 사용하신 거요
요즘에는 핸드폰이니 CCTV니 사람들 눈 피하기가 쉽지 않…
(련) 알았어, 보고서 쓸게, 됐지?
(준웅) 대박 저승사자가 사람을 살리다니
(련) 우린 수명이 다한 사람은 살리지 않아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하는 사람들을 살려
그게 우리 위기관리 팀의 업무야
(륭구) 그리고 자살 시도하는 사람들을 알려 주는 게
이 레드라이트 어플입니다
(준웅) 어, 괜찮아 보이는데요? 밝아 보이고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단순하지 않아
(준웅) [헛웃음 치며] 아니 아니, 단순하다니요
제가 얼마나 이, 복잡한 사고방식과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대화한다] 사는 그런 사람인데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한숨]
아, 저 안 봤어요 진짜 안 봤어요, 예
어? [익살스러운 음악]
[륭구가 콜록거린다]
업무에 집중하십시오
업무?
흥
(준웅) '흥'? '흥'?
하, 진짜
아, 그, 좀 솔직하게 좀 삽시다, 그거 정말
아니, 딴거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방금?
(륭구) 무슨 소리신지?
(준하) [놀라며] 야, 이거 죽이네
- (남자4) 괜찮죠? - (준하) 잘 나왔다, 야
(남자4) 이걸로 올립니다?
- (준하) 그걸로 가자, 어 - (남자4) 네 [준웅이 기뻐한다]
- (준하) 어디야? - (남자4) 저 위에…
- [작은 목소리로] 정준하, 정준하 - (륭구) 씁
[륭구가 혀를 찬다] [련의 한숨]
(륭구) 집중
[한숨]
이씨
[세면대 물이 솨 흐른다]
[세면대 물이 뚝 멈춘다]
[다가오는 발걸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부장) 어, 인사해, 여기
'복순이' 김혜원 작가 인터뷰 촬영할 외주 제작 피디들
저기는 인터뷰 꼭지 맡은 노은비 작가
[륭구와 준웅이 호응한다]
구련입니다
(륭구) 임륭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피디 최준웅입니다
[륭구의 헛기침]
[준웅의 옅은 헛기침]
(준웅) 어? 이거, 이거
이거 엄청 핫한 웹툰인데
이 웹툰 내용이
학폭 가해자들한테 복수해 주는 그런 내용…
(륭구) 네
[무거운 음악]
[마우스 조작음]
(은비) '나를 보며 수군대고'
'욕하는 아이들의 눈빛'
[학생들이 깔깔댄다] '목소리'
(학생4) 하, 냄새나
- (학생4) 노답 인생이다, 진짜 - (학생5) 와
(은비) '찢어져 있는 교과서와'
'쓰레기로 가득한 가방'
(학생6) 얘들아 이번 시간 조별 수업이래
[학생들이 기뻐한다]
(은비) '투명 인간 취급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소각장에 책상을 찾으러 가는 일은'
'자연스럽게 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딸깍거리는 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딸깍거리는 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노트북을 탁 덮는다] [떨리는 숨소리]
(부장) 어렵게 김혜원 인터뷰 섭외해 놨더니, 뭐?
내가 얼마나 공들였는지 모르냐?
저도 아는데요
제가 진짜 못 할 거 같아서…
서 작가도 하고 싶다고 했고…
(부장) 안 되지, 그건!
실력 차이가 나는데
[한숨]
뭐야, 이유도 없어?
아, 왜 그러는데? 어디 아파?
아니, 죽을 것처럼 아파도 일은 열심히 하던 사람이
죽을병
걸리면 되는 건가요?
(부장) [한숨 쉬며] 너 진짜, 씨, 쯧
그럼 인터뷰하고 죽어!
알았어?
[문이 덜컹 열린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펜이 딸깍거린다]
(혜원) 음
제 책을 읽고 사람들이
'속이 뻥 뚫린다'
'학폭 가해자를 제대로 참교육시켰다'
'학폭 지킴이다'
[웃으며] 뭐,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전 무엇보다 학폭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혜원이 펜을 딸깍거린다]
[힘겨운 숨소리]
작가님, 괜찮아요?
(은비) 아, 네, 괜찮습니다
질문이 남았는데
(은비) 아, 그…
뭐였더라, 그…
'복수가 너무 잔혹하다는 말이 있던데'
(륭구) 이 부분이요
(혜원) 아, 복순이가 복수하는
그 부분요?
사실 전
더 잔혹했으면 했어요
[어두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딸깍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저는 가해자를 옹호할 생각이 없거든요
피해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는데
잔혹해야죠
아
(은비) 죄송합니다
(혜원) 왜 저러시지?
노 작가랑은 초면이세요?
네
그런데요?
[은비의 힘겨운 숨소리]
[문을 달칵 잠근다]
[거친 숨소리]
[딸깍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울음 섞인 웃음]
[은비의 웃음]
(준웅) 하, 그 착하게 생긴 것 같긴 한데
좋은 사람인 거 같진 않단 말이지
뭔가 느낌이 구리다고나 할까?
(련) 무슨 소리야?
(준웅) 아, 김혜원 작가요
(련) 이유는?
(준웅) 그냥 뭐 그, 느낌적인 느낌?
(련) 네가 무슨 점쟁이야? 보기만 해도 느끼게
(준웅) 아이 다년간 면접을 봐 온 결과
요 촉이란 게 생겼다고요
(륭구) 촉 믿다가 주식, 코인으로
전 재산 날려 버린 사람 많습니다
(준웅) 그런 의미에서 얘기한 게 아니잖아요
노은비, 김혜원
둘 사이에 뭐가 있는 거 같아
- 회사 가서 결재받아 와 - (륭구) 네?
기억의 키가 필요할 거 같아
바로 그거입니다
능력을 사용할 땐 선 보고 후 실행 [련의 어이없는 숨소리]
(륭구) 다녀오겠습니다 [당황한 숨소리]
(륭구) 받아 왔습니다
(련) 이제부터 노은비 기억 속으로 들어갈 거야
네? [준웅의 헛웃음]
(준웅)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가능하다고요?
(륭구) 네
(준웅) 와, 진짜 신기하네, 이거… [스마트워치 알람음]
(륭구) 팀장님
[한숨]
임 대리, 오늘은 아니잖아
나 혼자 지금 저 반반 데리고 기억 보러 들어가라고?
(준웅) 참, 아니 아까부터 계속 반반…
이보세요, 저 사람입니다 치킨 아닙니다!
(련) 왜, 사람 반, 영혼 반
반반 맞잖아? [준웅의 한숨]
(륭구) 죄송합니다
알람 울리면 퇴근해도 된다는 약속
지켜 주십시오
[한숨]
그래, 가
가 보겠습니다
[준웅의 헛기침] [한숨]
[련이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무거운 음악]
(준웅) 기억 속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래요?
네 기억은 어때? 좋은 기억만 있어?
뭐, 그렇지만은 않죠
아주 불쾌할 수도
아주 무서울 수도 있는
기억 속이란 그런 곳이야
(련) 쫄리면 여기서 기다려
[준웅의 헛웃음]
(준웅) 아니, 제가 얼마나 대차고 당차고 용감한지 잊으셨나 본데
저 사람 살린 사람입니다
아니, 이렇게 나 싫어하는 팀에 나 참관 안 하지
저 참관 안 해요 그럼 저 참관 안 해요
나는 참관하기 싫어
말이 긴 거 보니까 쫄았네
(련) 넌 그냥 여기 있어
(준웅) 아, 저 안 쫄았다고요 그…
참관할 거예요
네가 한다고 했다?
경고하는데
들어가서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끼어들지도 마
(준웅) 이씨…
[흥미로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옅은 헛기침]
아!
오케이, 오케이
[신비로운 효과음]
[준웅과 련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 (학생7) 재수 없어, 노은비 - (학생8) 노답 인생 노은비
- (학생8) 거지 노은비, 못생겼어 - (학생9) 왜 사냐, 노은비?
- (학생10) 재활용 불가 은비 - (학생11) 은비 꺼져
(학생8) 거지 노은비, 못생김
[흐느낀다]
(준웅) 뭐야?
[쩍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긴박한 음악]
[련의 놀란 숨소리]
[련과 준웅의 놀란 숨소리]
[련의 다급한 숨소리]
[련이 달그락거린다]
[다급한 숨소리]
[준웅의 거친 숨소리]
[은비가 머리를 쿵 박는다]
[무거운 음악]
극복해 [떨리는 숨소리]
(은비) [머리를 쿵쿵 박으며] 안 되면, 어?
[쿵 소리가 울린다]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경적]
[잘그락거리는 소리]
[쿵] [련과 준웅이 놀란다]
[련과 준웅의 가쁜 숨소리]
[기억의 키 작동음]
[련과 준웅의 가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경고음]
[기억의 키 작동음]
[련과 준웅의 거친 숨소리]
[안내 음성] 이번 역은 구로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역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준웅) 어?
작가님 웃는 모습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전등이 지직거린다]
[련의 놀란 숨소리]
[준웅이 놀란다]
[련과 준웅의 가쁜 숨소리]
[잘그락거리는 소리] [련이 놀란다]
[준웅의 거친 숨소리]
[련과 준웅의 다급한 탄성] [준웅이 달그락거린다]
[전등이 탁탁 꺼진다]
[리드미컬한 음악]
[련의 한숨]
어?
오케이
(련) 제가 구매하겠습니다
[만족스러워한다]
'아구찜'
'아', '아구찜'
'구찜', '아구찜'…
[탄성]
[환호성]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키보드 조작음]
(남자5) 아이씨 바빠 죽겠는데, 씨
예
[련의 한숨]
(련) 아구찜인데?
여기 횟집 아입니다
아구찜, 맞아
(남자5) 그, 횟집 아이라고 아이씨
아
그, 그, 옷?
그래, 아구찜
보소, 그, 명품이 그 가격이겠나?
아구찜이니까 그 가격 아니겠어요 이 아지매요
[한숨]
(남자5) 덕분에 며칠 잘 놀겠습니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헛웃음]
[쿵] [남자5의 비명]
[남자5의 힘겨운 신음]
아유, 씨
씨 [련의 힘주는 신음]
[신음] [늘어지는 효과음]
[총소리 효과음]
[남자5의 아파하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련) 들어가서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끼어들지도 마
(은비) [울먹이며] 내가 잘못했어
(준웅)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게요
(련) 최준웅! 여기서 나가야 돼
(준웅) 어디로 가야 되는데요?
(련) 우리가 들어왔던 곳!
(준웅) 아, 팀장님 저희 이제 어떡해요?
(련) 열쇠 구멍이 생기는 문을 찾아야 돼
(은비) 김혜원 작가 방송 나가면 안 되는 애예요
(혜원) 은비야
너같이 아무것도 아닌 애들 편은
없어
(중길) 저자는 곧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야
(륭구) 상태가 심각합니다 어떡하죠?
(련) 막아야지
(은비) 뭐야, 당신?
(련) 죽음이 해답으로 느껴졌다면
죽어
가장 끔찍한 지옥으로 보내 버릴 거니까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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