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0
[어두운 음악]
(여자1) 선택하거라
명예롭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남의 손에 죽을 것인지
(남자1)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칼을 쨍 빼는 소리]
벨 것입니다
베시오
[남자1의 기합]
[쨍] [남자1이 놀란다]
[련의 놀란 숨소리]
[뛰어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련) 얼굴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왜 박중길
그자가 날 기억하려 하는 건가요?
분명 나를 모르는 사람이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두렵니?
(옥황) 그자가 사랑했던 사람을
네가 죽여서?
아니라고 말 못 하는구나
[한숨]
때로는 가장 진실한 말에
가장 깊게 베이지
[한숨]
왜 제게
위관 팀을 맡긴 건가요?
네가 원하는 걸
이뤄 주기 위해서
흥미로웠거든
그런 당돌함은 처음이었으니까
[한숨]
[무거운 음악]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덜컹 여닫힌다]
맛있네
(준웅) 그, 뭐야 임 대리님은 아아로 시켰어요
근데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련) 최준웅
집중해
(준웅) 네
너희도 보면 알다시피
(련) 이번 예정자는 둘이야
(준웅) '차윤재'
'차윤희'
남매인데 나이는 같네요?
쌍둥이야
(련) 보면 알겠지만 차윤희
여자 쪽 수치가 아주 높아
차윤재도 보통 사람에 비하면 높은 편이고
(종업원) 음료 나왔습니다
- (준웅) 어? - (련) 임 대리가 다녀와
나 얘 정신 교육 좀 시키게
- 네? - (준웅) 저요?
왜요?
다녀와
아이, 갑자기 무슨 정신 교육이에요?
[련의 한숨]
(련) 눈치 없기는
내가 네 정신 교육을 카페에서 시키겠니?
[련의 한숨]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무슨 말인데요?
(련) 그러니까…
(준웅) 아이, 좀 슬슬 무서워지려 그러네
빨리 좀 얘기 좀 해 줘요 뭐, 제가 뭐 잘못했대요?
네가 잘못할까 봐 하는 말이야
(련)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준웅) 왜요?
(련) 이번 건
임 대리가 민감해하는 사항이야
그러니까 임 대리 잘 챙겨
아이, 무슨 일인데요?
[한숨]
성폭행 사건이야
[무거운 음악]
(간호사) 안 들어가세요?
아, 괜찮습니다
(영상 속 기자) 서울 양현동에서 찍힌 CCTV 영상입니다
거리의 한 남성이 여성을 폭행합니다
여성이 도망치려 하자 뒤쫓아…
(련) 화면 속의 여자가
윤희야
가해자는 1차 판결에서 2년 선고랑
집행 유예를 받았어
형이 너무 적네요
윤희 부모님이 항소 신청을 했거든
(련) 그러니까 우리는 무조건 두 사람의 우울 수치를 낮춰야 돼
그래야 항소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차윤희가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윤희는 내가 맡을게
너희는 차윤재를 찾아가
지금 일인 시위 중이야
(준웅) 네
그, 임 대리님 단순히 사건 때문만은 아니죠?
아이, 솔직하게 얘기 좀 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실수 안 하죠
임 대리 어린 시절에
어머님이 윤간을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련) 이번 일
임 대리가 많이 힘들 거야
[다가오는 발걸음]
[련의 한숨]
차윤희 씨
이번 사건 맡게 된
담당 검사 구련입니다
[명함이 툭 떨어진다]
(준웅) 안녕하세요 차윤재 씨 되시죠?
- (윤재) 아, 네 - (준웅) 네
(준웅) 연하구 지역 신문 기자 최준웅 기자라고 합니다
이쪽은 임륭구 기자고요
(윤재) 네
(준웅) 저희가 차윤재 씨 사연을 듣고
도움을 좀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힘들어야죠
다 저 때문인데
(윤희) 이게 게임이야?
난 이기고 지는 거 상관없으니까 그만하라고
(윤희) 내 생각은 안 해?
다 내 잘못이니까 그만해
아무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찾아오지도 말고
나 다시는 재판 같은 거 안 할 거야
그런 줄 알아
[통화 종료음]
들으셨죠?
그냥 가세요
아니
난 더 듣고 싶은데?
궁금한 거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세요
거기 다 나와 있으니까
그건 다 봤고
검사가 바뀌면
법이 바뀌어요?
난 항소 관심 없어요
(련) 어쩌지?
난 윤희 씨한테 관심 많은데
그리고 난 직접 듣고 판단하는 주의라
[옅은 한숨]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말하고 싶을 때 편하게 말해요
[한숨]
(윤재) 다 제 잘못이에요
그렇게 활발하던 애를 그렇게 만든 것도 [무거운 음악]
[윤희가 머리를 퍽 친다]
[떨리는 숨소리]
(윤재) 꾸미는 거 그렇게 좋아하던 애가
헐렁하고 큰 남자 옷만 입게 된 것도
그날 내가 걔를
그렇게 보내지만 않았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놀란다]
(윤재) 아, 뭐야? 뭐야 [윤희의 웃음]
[윤재의 놀란 숨소리]
아,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야, 은인한테 '미쳤냐'가 뭐냐?
(윤희) 안 일어나? 학교 안 가?
너 오늘도 빠지면 F 아니야?
[윤희가 물을 칙칙 분사한다] (윤재) 아, 아, 아!
아, 일, 일어났잖아, 좀! 아…
(윤희) 아, 야, 나 오늘 약속 있어서 늦으니까 [윤재의 한숨]
그런 줄 알아라
뭔 소리야, 나도 오늘 약속인데
아, 야!
(윤희) 겹치게 잡지 말라니까
우리 자취 시작한 뒤로 엄마가 매일 확인 전화 걸잖아
- 너 어떡할 거야? - (윤재) 야, 알았어,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빨리 좀 꺼져, 빨리 좀!
너 제대로 얘기해라
(윤희) 하여간 애가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어휴 [윤재의 짜증 섞인 숨소리]
생각이, 어휴, 진짜
- 야! - (윤희) 뭐!
(윤재) 하, 저거 진짜
(윤재) 야, 한잔하자, 아
(사람들) 짠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재) 나 대학 생활 망했다
(윤재 친구1) 너만 망했지, 뭐
[탁]
(윤재) 아, 하필 또 왜 여기야?
(윤희) 알은척 말기 말 걸지 말기, 쳐다보지 말기
알지? 잘 지켜라
- (윤희) 가자 - (윤희 친구1) 가자
(윤재) 아유, 저거 진짜, 씨
(윤재 친구2) 야, 너희 쌍둥이는 [약 올리는 소리]
어떻게 좋아하는 술집도 같냐? [짜증 섞인 숨소리]
야, 근데
너랑 네 여동생 진짜 안 닮았다
야, 그렇지?
(윤재 친구1) 그러니까
쌍둥이들은 다 닮는 줄 알았는데
칭찬 고맙다
올해 들어 제일 기분 좋네
(윤재) 이란성이라
부모님한테 늘 감사하며 산다, 어? [윤재 친구2가 호응한다]
[윤재 친구1의 웃음]
아, 스트레스받아, 야, 한잔 더 해
(윤재 친구2) 아, 좀 빠른데
- (윤재 친구1) 아… - (윤재 친구2) 아, 야, 짠
[윤재의 탄성] (윤재 친구2) 짠, 짠!
(윤재) 아, 지금 몇 시야?
(윤재 친구2) 갈까, 이제?
어딜 가, 가긴 [휴대전화를 달그락 놓는다]
(윤희) [술 취한 말투로] 야, 차윤재
[한숨]
왜?
(윤재) 왜 알은척이세요
취하셨어요?
(윤희) 너 집에 언제 갈 거야?
나 지금 갈 건데
어, 잘 가
[한숨 쉬며] 야, 나 무서운데
(윤희) 집에 같이 가 주면 안 돼?
무서워?
[웃으며] 아, 지금 네 얘기 하는 거야?
(윤재) 나도 너 무서워
(윤희) 아유, 씨, 이게 진짜
아, 나 2차 갈 거야 택시 타고 먼저 들어가
아, 야, 뭔 2차야
너 술 먹다 골로 가고 싶니?
(윤희) 아, 집에 같이 가자
[애교스럽게] 응? 응?
그런 소리 내지 마라
(윤재) 어유, 소름 끼쳐 어유, 술, 술 깨네
아, 빨리 그냥 가
(윤희) 알았다 [윤재가 구시렁거린다]
너 이따 집에 조용히 들어와라
[윤재의 한숨]
[퍽] (윤재) 아
씨
[윤재가 짜증 낸다] (윤재 친구2) 야, 아프냐?
[윤재 친구1의 웃음] 어유
(윤재 친구1) 야, 데려다줘
무섭다잖아, 어?
야, 방금 못 봤어?
쟤 인간 병기야 [윤재 친구들의 한숨]
(윤재 친구1) 네가 너무한 거 같아
[입소리를 쯧 낸다]
(윤재 친구2) 아유, 맛있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윤희 친구1)
(윤희)
(윤희 친구2)
(윤희 친구1)
(윤희) 오키오키
[뒤따라오는 발걸음]
차윤재, 뭐야
야
먼저 가랄 땐 언제… [어두운 음악]
(남일) 죽기 싫으면
조용히 걸어
[윤희의 힘주는 탄성] [긴박한 음악]
저게, 이씨
[다급한 숨소리]
[윤희의 비명]
(윤희) 살려 주세요!
[짜증 섞인 한숨]
[놀란 숨소리]
[놀란다]
[윤희의 비명]
아,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
놔! 놔!
(남일) 이리 와! [윤희의 비명]
(윤재) 도착하면 전화해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윤재 친구들이 술주정한다]
(윤재)
(윤재)
[메시지 전송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윤재) 뭐야, 아직도 안 들어왔어?
[한숨]
무섭다더니 은경이네서 잤나?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한숨]
아, 졸려, 몰라, 씨
씻고 자야겠다
(윤재) 어,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이 시간에?
[떨리는 숨소리]
(윤재 부) 이 자식 넌 뭐 하고 있었어?
[윤재를 탁 잡으며] 윤희 그렇게 될 때까지
어디서 뭐 하고 있었냐고 이 자식아!
[무거운 음악]
윤희가 왜요?
[윤재 부가 흐느낀다] [윤재의 놀란 숨소리]
(윤재 부) 윤희가…
[다가오는 발걸음]
윤재야
(윤재) 뭐야, 너…
너 왜 이래
누가 이렇게…
[윤재의 떨리는 숨소리]
어떤 놈이야?
누구야, 말해, 어떤 놈이냐고!
(윤희) 그만해
그놈 잡아야지
아, 아니, 윤재야
(윤희) 엄마가 경찰에 신고한대
엄마 좀 말려 줘, 제발
지금 그걸 말이라고…
(윤재) 너 이렇게 만든 놈 멀쩡하게 돌아다니게 한다고?
그럼 나는?
나는 알려지고 싶지 않아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
너 미쳤어?
소문나면 네가 내 인생 책임질 거야?
(윤재) 그러니까 적당히 놀다 일찍 들어가라고 했잖아!
겁도 없이 나다니니까 그렇지
뭐?
그 시간에 왜 거길 지나가?
(윤재) 사람 없는 곳 혼자 지나가니까
그딴 놈들이 들러붙는 거잖아!
너 때문이잖아
(윤희) [윤재를 탁 치며] 너 때문이잖아!
내가 무서우니까 같이 가 달라고 했잖아!
[울먹이며] 네가 그때 같이만 가 줬어도 나 이런 일 안 당했어
[윤재를 퍽퍽 치며]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에!
정신 좀 차려, 제발!
[흐느낀다]
[무거운 효과음]
[삐 소리가 울린다]
[겁먹은 소리]
[윤희의 비명]
[윤희가 울부짖는다]
(윤희) 잘못했어요
[긴장되는 음악] [윤희의 힘겨운 숨소리]
[윤희의 겁먹은 숨소리]
[윤희의 비명]
[남일의 힘주는 신음] [윤희의 힘겨운 신음]
[윤희의 힘겨운 신음]
[윤희의 힘주는 신음]
[윤희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힘겨운 신음]
살려 주세요
[힘겨운 신음]
살려 주세요
(윤희) 살려, 살려…
[거친 숨소리]
내가 살려 주면
넌 나한테 뭐 해 줄 건데?
(남일) 어? [흐느낀다]
살려 주세요
(윤희) 살려 주세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윤희가 흐느낀다]
[남일의 한숨]
[놀라는 숨소리]
잘못했어요
(윤희)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살고 싶어?
(윤희) 네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남일) 소리 지르지 말고
눈도 뜨지 말고
나 나가면 눈 감고 딱 천까지 세고 나가
알았지?
[호응한다]
네 민증 나한테 있다
신고하면
[속삭이며] 찾아갈 거야
아, 안 할게요
(윤희) 아,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흐느낀다]
[남일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윤희) 1, 2
3, 4
(윤희) 680
681
682
683
[어두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윤희의 놀란 숨소리]
내가 눈 감고 천까지 세랬잖아
[겁먹은 숨소리]
(윤희) [소리치며] 아, 죄송해요!
[비명]
(윤희)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울부짖으며] 아,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제발요
저 말 안 할게요 제발 살려 주세요! [무거운 음악]
잘못했어요
(변호사) 피고인이 증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어째서 아무렇지 않게 함께 걸어간 거죠?
치, 친오빠인 줄 알았어요
(윤희) 야
먼저 가랄 땐 언제…
(윤희) 술집에 있던 오빠가
뒤따라와서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변호사) 그럼 오빠가 아닌 걸 알았을 때
왜 바로 뿌리치지 않았습니까?
오빠가 아닌 걸 알고 저항하려 했는데
(남일) 죽기 싫으면
조용히 걸어
(윤희) 소리 지르면 죽인다고 협박해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변호사) 하지만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죠
그렇죠?
[윤희의 힘주는 신음] [남일의 신음]
저게, 이씨
[윤희의 비명]
(윤희) 저항했습니다
(변호사) 그 시각
근처에 문이 열려 있는 가게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면
누군가는 들었겠죠
했어요
(변호사) 피고인이 끌고 간 상가 화장실은
잠금장치가 고장이었습니다
(남일) 네 민증 나한테 있다
신고하면
[속삭이며] 찾아갈 거야
[윤희가 말한다] (변호사)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요
벗기기 힘든 바지가 벗겨질 동안 증인은 뭘 했죠?
죽을 만큼 소리를 질렀다면 누구라도 들었겠죠
하지만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적극적인 저항도 필사의 도망도 하지 않았어요
[울먹이며] 저, 저, 저는…
대답을 하세요
- 저는… - (변호사) 진짜 싫었으면
반항을 했겠죠
(변호사) 아무리 여자라도
진심으로 반항하면 강제로 못 합니다
그건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한 거 아닙니까?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검사) 지금 변호인은
증인에게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변호사) 이상입니다
[윤희의 떨리는 숨소리]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피식 웃는다]
[성난 숨소리]
(준웅) 그 자식 고작 2년 받았다면서요
[한숨]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윤재) 나이가 어려서
학교생활이 성실하고 교우 관계가 원만해서
전도유망한 의대생이라
반성문과 봉사 활동
온갖 이유로 옹호받고 결국 감형되더라고요
고작 2년 형에 집행 유예
2심 재판 결과 전까지 법정 구속은 아직이라
지금은 무죄인 거래요
그래서 일인 시위 하고 계시는 거예요?
검찰 항소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윤재) 걔네 부모님이요
그놈 기죽지 말라고 이사를 시켰어요
학교 캠퍼스가 보이는 고급 오피스텔로요
[무거운 음악]
그놈 아침마다 지하 피트니스 클럽 가서 운동해요
근처 스터디 카페 가서 공부도 하고요
[남자들이 말한다] [키보드 조작음]
- 야, 잠깐만, 죽어 - (남자2) 어, 가자, 가자, 가자
(윤재) 친구들이랑 피시방도 가고
[시끌시끌하다]
저녁에 술도 마시고
[남자들의 웃음]
[도어 록 작동음]
배달 음식 먹고 핸드폰 보면서 잠들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며칠 전에는 독서 모임까지 시작했더라고요
그거요
윤희가
윤희가 하고 싶어 했던 거였어요
[분한 숨소리]
윤희는 아무것도 못 하고 병원에만 있는데
(윤재) 그놈은 하루 종일 웃으면서 살고 있다고요
왜?
왜 그놈이 웃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떨리는 숨소리]
전 윤희 살릴 거예요
그놈 죗값받게 할 거예요
제가 윤희한테 용서를 구할 길은 그거뿐이에요
(윤희) [울부짖으며] 살려 주세요
저 말 안 할게요!
- (련) 차윤희! - (윤희) 말 안 할게요!
(련) 차윤희, 정신 차려!
[윤희의 거친 숨소리]
차윤희!
(윤희) 아, 놔두라고!
내 잘못이라고 했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울먹이며] 내가 그날 술만 안 마셨어도
늦은 시간에 거기 지나가지만 않았어도
그런 옷만 안 입었어도…
다 내 잘못이야, 다!
[윤희가 흐느낀다]
[마우스 조작음]
[떨리는 숨소리]
(남자3) 모자이크 없는 양현동 성폭행 사건 CCTV [말소리가 울린다]
(남자4) CCTV 보니 남자가 이해되던데
(남자5) 양현동녀 성공했네 갤러리도 생기고
(남자6) 어제 길 가다가 양현동녀 봄 [괴로운 신음]
(남자7) [속삭이며] 성폭행하는 거 CCTV…
[거친 숨소리] (남자8) [속삭이며] 그러게 술을 먹지 말든지
[남자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쨍그랑]
[힘겨운 숨소리]
(남자3) 그러게
왜 술 먹고 붙는 옷을 입고 돌아다녀
(남자6) 뭔 생각으로 저 시간에 돌아다니냐
[윤희의 괴로운 신음]
[윤희가 흐느낀다]
[놀란 숨소리]
그래서 자해했니?
(련) 네 잘못 같아서? 널 벌주려고?
(윤희) 아니
벗어나려고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다시 그 기억으로 돌아가니까
[탁탁 물어뜯는 소리]
(윤희) 그 공포에 손톱을 물어뜯다 살점이 나가서야 기억이 멈췄어
[아파하는 신음]
순간의 고통이 공포를 잠시 잊게 해 주니까
그 후로 아파야 살 수 있었어
그 기억으로부터
[무거운 음악] 내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윤희) 그동안 내 상처 하나하나가 이 흉터로 남은 거라고
남들은 이 흉터가 끔찍하다고 하지만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이런 흉터 따위는
괜찮아
근데 그거 알아요?
지금 당신이 이러는 것도 나한테는 상처야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나 좀 내버려 두라고요
그냥 죽는 게 나아 이만하면 꽤 버틴 거니까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라고요, 제발!
[련의 한숨]
'이만하면'이 아니야
정말 잘 버틴 거야
(련) 그리고 그 일
네 잘못 아니야
네가 잘못한 거 아니라고
넌 그 아픈 시간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피해 생존자야
세상은 아직 그래도
피해자 편이야
물론 나도 그렇고
네가 그걸 알아줬으면 해
또 올게
[멀어지는 발걸음]
- 저… - (간호사) 네?
(련) 차윤희 환자 손목에 드레싱 좀 해 주세요
피가 새 나와서요
(간호사) 아, 네, 알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련) 모든 걸 거부하고 있고 자책도 심해
[한숨]
[한숨]
그걸 벗어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
윤재는?
윤재 씨도 마찬가지예요
(준웅) 특히 병원에서 윤희 씨한테
심한 말을 했다는 죄책감이 크더라고요
[한숨]
사건도 사건이지만
서로한테 주는 상처가 컸어
(련)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일 텐데
항소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까 해 봐야지
윤재 씨도 항소 준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준웅) 일인 시위도 그렇고
가해자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다 조사하고 있었어요
나쁜 놈이 잘 지내는 게 더 문제지만요
(련) 임 대리는 괜찮아?
예, 뭐, 아직까지는
[무거운 음악]
(련) 세상은 아직
그래도 피해자 편이야
(련) 물론 나도 그렇고
또 올게
[휴대전화 조작음]
(영상 속 남자9) 한동안 양현동 사건 때문에
대한민국이 난리였죠?
나중에는 '여자 말이 진짜 사실이냐'
[떨리는 숨소리] 남자가 의대생인데
뭐가 부족해서 길 가는 여자를 성폭행하냐며…
[영상 속 남자9가 계속 말한다]
[링거 줄을 탁 팽개친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일단 의대생이면
머리가 똑똑하잖아
수능 다시 쳐서 다른 의대 들어갈 수도 있고
의사 시험도 볼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여자 오빠가 그거 막아 달라고
국회 의사당 앞에서
맨날 나와서 시위하는 거잖아
"우울 수치"
[레드라이트 경고음] (준웅) 아, 팀장님
[긴장되는 음악] 윤희 씨…
[놀란 숨소리]
난 윤희한테 가 볼 테니까
(련) 넌 윤재한테 가 봐
- 임 대리도 함께 - (준웅) 네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문이 탁 열린다]
(윤재) 너 왜 여기 있어?
팔은 또 왜 그래, 어?
[윤희의 성난 숨소리]
무슨 짓이야!
(윤희) 너야말로 무슨 짓인데!
네 동생이 성폭행 피해자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
그런 거 아니야
그놈 그렇게 두면 안 되잖아 뭐라도 해야지
(윤희)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만두라고 했잖아!
(윤재) 아, 알겠어
진정해, 너 지금 피 난다고
(윤희) 하, 겨우 이깟 거?
내 속은 이미 수천수만 번 찢겼어
겨우 잊혔나 했더니 네가 또 난도질해 놨고
눈에 보여야 아픈 줄 아는구나
그럼 내가 죽는 꼴을 봐야 그만두겠네?
그런 거 아니야
너랑 그놈이랑 다를 게 뭔데!
(윤희) 아니, 넌 그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차라리 다 같이 죽어!
알겠어, 미안해
(윤재) 내가 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얼른 병원으로 가 [무거운 음악]
피 많이 나잖아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거친 숨소리]
[윤희가 흐느낀다]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병실에 없어
(련) 윤재는?
아, 여기에도 없어요
(준웅) 어디 있는 거지?
[불안한 숨소리]
갈 데가 집밖에 없어 우선 집으로 와
[레드라이트 경고음]
[긴박한 음악]
빨리!
[준웅의 다급한 숨소리]
[커터 칼을 달카닥 뺀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련의 거친 숨소리]
(련) 뭐 하는 거야, 칼 내려놔
(윤희) 다가오지 마, 그을 거야
[떨리는 숨소리]
진정해
우리가 어떻게든 도와줄게요, 네?
[헛웃음]
어떻게 도와줄 건데?
(윤희) 나 위한답시고 항소하고 시위하고
도대체 뭐가 날 위한 건데?
왜 또 내가 사람들한테 다 까발려져야 되는데!
(련) 윤재랑 부모님은 널 도우려고 시작한 일이었어
(윤희) 웃기네
제일 먼저 내 탓을 한 게 내 가족이었어
[무거운 음악]
(윤재 부) 그러게 왜 밤길을 싸돌아다녀?
정신 못 차리고!
아빠
(윤재 모) 뭘 잘했다고 울어?
이게 운다고 해결될 일이야?
엄마
다 내 탓을 했어
(윤희)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오빠인 윤재까지
(윤재) 그러니까 적당히 놀다 일찍 들어가라고 했잖아!
겁도 없이 나다니니까 그렇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윤희) 마지막으로 기댈 곳까지 사라져 버렸다고
[울먹이며] 제일 큰 상처가 그거였다고
근데 날 위한 일이라고?
그걸 어떻게 이해하는데?
내가 왜 이해해야 되는데!
가!
더 오면 진짜 그을 거야!
[레드라이트 알림음]
[레드라이트 경고음]
팀장님
윤재 씨도 많이 위험해 보여요
가서 윤재 찾아
(련) 여긴 내가 해결할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떨리는 숨소리]
제발 진정해
아니
이건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일이야
(윤희) 그깟 재판도 일인 시위도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고
버틸 만큼 버텼잖아
그러니까 제발 내버려 둬, 좀!
[무거운 음악] [련의 한숨]
[흐느낀다]
(련) 차윤희
그 정도로 그으면 아프기만 해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거든
직접 겪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는 척하지 말라고요
(련) 그래
난 네가 겪은 일은 몰라
하지만
지금 그건 잘 알아
정말 죽겠다는 마음으로 손목을 그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힘겨운 숨소리]
(련) 뜨거운 피가 상처를 따라 흐르고
(련) 심장이 손목에 붙어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뛰는 게 느껴져
[심장 박동 효과음] [힘없는 숨소리]
(련) 분명
세상에 미련 따위 없어서 칼을 댄 건데
고통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미련이 날 붙잡아
(련)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어
살아 있는 게 죄인 같았거든
[무거운 효과음]
(련 부) 련아
네 어찌 이런 선택을 하였더냐 [련의 힘없는 숨소리]
[련 부가 흐느낀다]
이 아비보다 먼저 간단 말이냐
[련의 힘겨운 숨소리]
(련) 그날 이후
계속 후회 속에 살아가고 있어
아주아주 긴 시간을 말이야
(련) 그러니까 제발 그날 있었던 일
네 탓으로 돌리지 마
넌 피해자야
가해자가 아니라고
그놈이 너한테 일방적으로 해를 가한 거라고
그 누구도 널 탓할 수 없고 탓해서도 안 돼
그게
너 자신일지라도
[차분한 음악]
이런 흉한 상처를 가진 제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흉하지 않아
(련) 살기 위해서
간절했던 흔적이니까
[련의 한숨]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서
그러니깐 살아, 윤희야
[흐느낀다]
(윤희) 살고 싶어요
살고 싶었어요
우리 사무관들이 지난번에 윤재 만나고 왔었대
(련) 그때 일어난 일
모두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나 봐
너랑 윤재
누구보다 서로 생각하고 있는데
엇갈린 것뿐이야
(윤희) 너랑 그놈이랑 다를 게 뭔데!
아니, 넌 그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차라리 다 같이 죽어!
검사님, 어떡해요?
(윤희) 윤재…
우리 윤재 좀 찾아 주세요
무슨 말이야?
제가…
제가 윤재보고 죽어 버리라고 했어요
(윤희) 그놈하고 똑같다고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화나서 한 말인데
그런 뜻 아니었는데, 어떡해요?
[한숨]
[무거운 음악]
(준웅) 대리님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륭구) 탁남일 집이요
(준웅) 우리 윤재 씨 찾으러 온 거 아니에요?
제가 윤재 씨라면 이 새끼 먼저 죽였을 거예요
(준웅) 아니, 여기는
105동이라고 적혀 있는데 여기는 104동인데
우리 윤재 씨 찾아야 되잖아요
[당황한 숨소리]
아이씨
[남일의 웃음]
진짜 웃기네, 이거
[강조되는 효과음]
진짜 웃네?
(륭구) 하루 종일 낄낄거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산다더니
진짜 웃잖아?
뭐야, 너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남일) 아씨
[남일의 신음]
왔어요?
[분한 숨소리]
(남일) 아
이제 누군지 알겠다
그러니까 나한테 당한 년 오빠가
너 사주한 거구나
- 그렇지? - (윤재) 이 미친놈이!
[씩씩거린다]
(륭구) 뭐 하러
피 묻히지 마
[픽 웃는다]
저 자식은 내가 죽일 거니까
얼씨구
(남일) 왜, 너도 얘 동생처럼
뉴스 스타 되고 싶냐?
[퍽퍽 소리가 난다]
[다급한 숨소리]
[퍽퍽 소리가 난다]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준웅) 아…
대…
대리님
아, 대…
대, 대리, 대리님
(준웅) 아씨
아, 안 말리고 뭐 하는 거예요! [문이 탁 닫힌다]
(윤재) 제가 왜요?
저놈 죽어 마땅한 놈인데
차윤재 씨!
(준웅) 당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알아요, 저도 죽어 마땅한 놈인 거
저놈이랑 똑같은 놈인 거
당신이 왜 저딴 놈이랑 똑같아, 어?
(준웅)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 아는데
그렇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무거운 음악]
-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 (윤재) 아니
저게 죽어야 끝나는 거야
(윤재) 그래야 나도 윤희도 행복해질 수 있어
그래
그럼 죽여, 그리고
당신도 죽어
원래 그럴 생각 아니었어?
근데
내가 만약에 당신이었잖아? 난 그렇게 안 해
난 윤희 씨한테 갔을 거야
[한숨 쉬며] 난 그럴 자격도 없어
다 나 때문이니까
[윤재를 탁 잡으며] 너 때문이면, 씨
(준웅) 너 때문이면 가서 잘못했다고 해
뿌리치든!
받아 주지를 않든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라고
없어지고 사라지면 다 해결돼?
남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제일 힘든 사람이 누군데?
[흐느낀다]
윤희 씨가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어
일인 시위, 복수 그런 거 말고
함께 있어 주라고
살아 줘서
버텨 줘서 고맙다고 가서 얘기를 하라고
제발
(윤재) 난 내 소중한 동생
대신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는데
무서웠어요
나 미워할까 봐
나 원망할까 봐, 그래서…
[흐느낀다]
[한숨]
[훌쩍인다]
그러니까 빨리 가서 같이 있어 줘요, 지금 당장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숨소리]
(준웅) 임 대리님
'모든 사자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 (준웅) 잊었어요? - 비켜
- (준웅) 임 대리님, 제발… - (련) 그만해
[거친 숨소리]
왜죠?
윤희 씨도 윤재 씨도
아무도 지켜 주지 않았습니다
네가 할 일이 아니야
(남일) 너희들 뭐냐?
너희들 뭔데 나 가지고 싸우냐, 어?
너희들은 너희가 정의의 사도라도 된 거 같지?
막 영웅심에 취했지?
[남일의 비웃음]
백날 그래 봐라, 씨
내가 먼저 죽나 그 계집애가 먼저 뒈지나, 씨
[남일의 놀란 숨소리] (준웅) 아, 대리님
(련) 정신 차려, 임 대리
이런 식으로는 안 돼
이런 새끼는 법정에 세워서
제대로 된 벌을 받게 해야 돼
죄송합니다
[한숨]
(남일) 웃기고들 있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그런 옷 입고 술 마시는 거
살랑살랑 남자들 흥분시키려 그러는 거잖아
하, 자기가 먼저 자극해 놓고 왜 갑자기 남 탓 하고
뭐?
(남일) 근데
그쪽도 이쁘다
[속삭이며] 그년만큼
(준웅) 이 새끼가…
진짜 넌 안 되겠다
(련) 어차피 지울 기억이지만
딱 한 대만 맞자
[남일의 비명]
[남일의 아파하는 신음]
[무거운 음악]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련) 유일한 범죄가 성범죄입니다
대체 왜 가해자는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야한 옷을 입어서?
밤이라서, 외진 곳이라서
술을 마셔서?
그렇다면 여기 계신 여러분들 모두가
범죄의 타깃이 될 것이며
그 사건은 정당화될 것입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그 어떤 이유로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그가
창창한 20대라도
전도유망한 의대생이라도
한순간의 실수?
당신들의 자식이 당했어도
과연 그럴지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강렬한 음악] 성폭행은
영혼의 살인입니다
이제부터 가해자는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범죄자로서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해서
다음과 같이 구형합니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 83.3세
피해자의 나이 23세를 제한 60년
관련 영상 총 138개
관련 댓글 9,826개를 각 1년으로 환산
살인자
피고인 탁남일에게
10,024년을 구형합니다
(방청객) 그래!
[방청객들이 공감한다]
[헛웃음]
[탕탕]
(판사) 조용!
정숙하세요
[차분한 음악]
(윤희) 고마워, 윤재야
법정 가자고 설득해 줘서
(윤재) 사실 검사님이 설득해 달라 그랬어
[윤희가 살짝 웃는다]
그랬구나
어쨌든 고마워
(윤희) 오길 잘했어
살아 돌아와 줘서
(윤재) 버텨 줘서 고마워, 윤희야
내가 이 말부터 했어야 했는데
너한테 상처만 줬어
그땐 우리 둘 다 자책하느라 어쩔 수 없었잖아
나도 내 상처가 너무 커서
(윤희) 너한테 화살을 돌렸어
네 탓도 아닌데
미안해
나도 미안해
이제 더 이상 피하지 마
(윤재) 도망치지도 말고 숨지도 마
내가 네 옆에 함께 있을게
(윤희) [목멘 소리로] 응
[준웅의 한숨]
(준웅) 윤희 씨랑 윤재 씨 다행이네요
쉽지 않겠지만
서로 잘 의지하면서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준웅) 대리님은 괜찮으시겠죠?
(련) 그래야지
(준웅) 저 대리님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아, 말 나온 김에 전화 한번 해 봐야겠다
(련) 어른이잖아
잘 견딜 거야
[휴대전화를 탁 닫으며] 너무 걱정하지 마
[숨을 씁 들이켠다]
[사이렌이 울린다]
[남일의 분한 소리]
아이씨, 웃기고들 있네
(남일) 15년? 미친 새끼들
야,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너희 가만둘 거 같아?
내가 항소해서 다 복수할 거야! 씨
[탁탁]
- 야, 조용히 안 해? - (남일) 너!
(남일) 가만 안 둬, 내가 너 이름 뭐야?
야, 교도관! 너 이름 뭐야? 지금
야, 야, 야, 이 새끼야!
뭐야, 이름! 대답 안 해?
이름 말하라고, 이씨 교도관, 야, 이름 말하라고…
[타이어 마찰음] [쿵]
[남일의 짜증 섞인 소리]
[교도관들이 의아해한다] 운전도 못하는 새끼들이 훈계질은, 이씨
아이씨!
(교도관1) 뭐야
사람 있었던 거 아니야? [어두운 음악]
(교도관2) 야, 다리 밑으로 떨어진 거 아니야?
야, 빨리 가서 찾아 봐
[공간 이동 효과음]
(남일) 뭐 하는 거야?
[전등이 지직거린다]
아, 세금은 세금대로 따박따박 다 처받아 놓고서는
버스 꼬라지 봐라, 이씨
[남일의 한숨]
뭐야, 당신은?
뭐, 아무나 이렇게 타도 되는 거야?
(중길) 탁남일, 1997년 9월 27일
3시 44분 출생
그 생을 거두어들인다
이건 또 뭐야?
넌 10분 뒤면 심장 마비로 죽어
내가 네 명을 바꾸진 못하지만
(중길) 그 방법은 좀 바꿔도 괜찮겠지
너 같은 인간을 그렇게 쉽게 죽이긴 아까우니까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남일) 불이야! 불
교도관!
교도관, 불났어, 불
교도관, 교도관 [불이 후르르 타오른다]
불, 불, 불났어
(중길) 소리 질러라
그들에겐 들리지 않을 테니
(남일) 문 열어 줘, 문 열어 줘
[탁탁 두드리며] 살려 주세요
불 꺼 달라고!
열어, 열어 줘, 열어 줘! 이씨
열어, 열어 줘, 제발
살려 줘, 어?
그 아이를 뒤쫓던 다리
(중길) 짓눌렀던 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웃었던 입, 보았던 눈
사지 하나하나 지옥 불에 휩싸이게 될 거야
아주 고통스럽겠지
(남일) 잘못했어
[문을 쿵쿵 두드리며] 내가 내가 잘못했어, 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불이 후르르 타오른다] [남일의 비명]
[쨍그랑]
[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재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윤재) 야 [윤재의 웃음]
이게 그림이야?
(윤희) 아, 진짜, 까분다, 또, 씨
공부해
(윤재) 알았어, 알았어
[새가 지저귄다] [울먹인다]
[차분한 음악]
(유화) 무슨 일이냐?
(어린 륭구) 어머니 영식이와 창복이가
자꾸 저를 놀립니다
뭐라 놀렸길래 이리 서럽게 눈물을 흘려?
(어린 륭구) 제 이름이 이상하다고
자꾸 놀립니다
개 이름 같다고
[어린 륭구가 엉엉 운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유화) 우리 아들 이름이 얼마나 좋은 건데
참말로요?
그럼
고매한 덕을 갖추신 스님께서 지어 주셨단다
(유화) 이리 와 봐
높을 '륭'에
구할 '구'
높은 곳에서 많은 이를 구할 사람이란 뜻이지
우아
[훌쩍인다]
어머니도 글을 쓸 줄 아십니까?
음, 다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 가르쳐 줄 정도는 알고 있단다
[어린 륭구의 웃음]
(어린 륭구) 어머니는 아는 것도 많으시고
못하는 것도 없으십니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예
[어린 륭구의 웃음]
[비가 솨 내린다]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무거운 음악]
(수인) 임 대리님 이승에 있을 때도 사람 죽였었대
(준웅) 지금 회사에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지 아세요?
(련) 그 얘기 진짜라고
륭구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내가 데려온 거야
팀장님, 말씀해 주세요
(준웅)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건지
(남자10) 오랜만이다, 금홍아
이년은 더 이상 기생이 아닙니다
(남자10) 이미 한번 더럽혀진 천은
아무리 씻어 내려 해도
결코 얼룩이 사라지지 않는 법이거늘
(유화) 한 여자로서
더는 스스로의 허물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10) 금홍이 저것이 본모습을 잊은 듯싶구나
[천둥이 콰르릉 친다]
(여자2) 그놈들이 몹쓸 짓만 안 했다면
너도 유화도…
(륭구) 몹쓸 짓이라니요?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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