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1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재희) 웬일이야
진짜 산 사람을 죽일 의도로 때린 거야? [수인의 어이없는 숨소리]
(수인) 대박
근데 나 임 대리님 소문 들은 거 있어
(재희) 뭔데?
(수인) 임 대리님 이승에 있을 때도 사람 죽였었대
(재희) 진짜?
(수인) 어, 한두 명이 아니래
(재희) 와, 장난 아니다
아주 상종을 못 할 팀이네
지옥에서 온 팀장에 [흥미로운 음악]
살인까지 한 팀원?
(수인) 내 말이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준웅) 저기요! [사자들의 놀란 숨소리]
재밌어요?
수인 씨, 임 대리님이 전생에 사람 죽이는 거
그거 직접 봤어요?
(수인) 그건 아니지만…
(준웅) 우리 직접 본 것만 얘기합시다
[버럭 하며] 예?
(재희) 야, 가자
괜히 위관 팀이랑 엮이지 말고
[준웅의 한숨]
(준웅) 다들 안 가십니까?
가세요!
확 그냥, 쯧
아휴, 마음 아파라, 씨, 쯧
(준웅) 아이, 진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들은, 씨
대리님이 직접 해명을 해야 되는데, 참
지금 회사에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지 아세요?
대리님이 전생에 사람을 죽였다느니
그게 한두 명이 아니라느니
정확히 말하면 넷
아, 넷
(준웅) 아이, 또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농담 아닌데
아이, 가뜩이나 심란한데 팀장님까지 왜 그러세요
[입소리를 쯧 낸다]
어머니 일 때문에 그런 건 알지만
(준웅) 그 이성적인 사람이 그렇게까지 흥분을 해서
[준웅의 한숨]
뭐 때문이냐 물어봐도 아무 말도 없고
[감성적인 음악]
[저마다 반긴다]
(유화) '희휘랑요'
(어린 륭구) '희휘랑요'
'아침 햇빛은 밝고 빛나도다'
잘했어
(유화) 아유
우리 아들 잘생겼네
[편안한 숨소리]
(륭구) 지난번 제 폭행 건으로
팀장님이랑 준웅 씨까지 욕먹고 있는 거 다 압니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공사 구분도 못 하고
알면 됐어
(련) 하루 이틀 욕먹는 것도 아니고
그건 상관없고
곁에 안 있어 드려도 괜찮아?
네
그래도 될 거 같아요
다행이네
[문이 달칵 열린다]
(준웅) 대리님
아이, 대리님 대, 대리님, 진짜 가요?
네
아이, 왜요? 가지 마요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륭구) 좋아할 줄 알았는데
(준웅) 아이, 뭐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 대리님 가면 그 수많은 시말서를 누가 다 써요
그거 쓰기 싫어서 가는 겁니다
(준웅) 아이 진짜 마음 접은 거예요?
(륭구) 제가 한다면 또 하는 사람이라
그럼
(준웅) 아이참
[입소리를 쯧 낸다]
(준웅) 팀장님
아…
아니, 임 대리님 진짜 저렇게 보내실 거예요?
(련) 원한다잖아
난 가는 사람 안 막아
아, 그래도요
저 꽉 막힌 성격 탓에
팀에 피해 주기 싫어하는 거 이런 거 아시잖아요
- 됐어 - (준웅) 됐다니
(준웅) 아, 몰라 회장님께 말씀드릴래
(련) 너 내가 말했지?
륭구의 어머니는 윤간을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륭구의 어머니
그리고 륭구까지
[무거운 음악]
그 두 사람 저승으로 인도한 사자가
바로 나야
네?
너 내가 일했던 팀이
범죄자 전담반인 건 알고 있지?
네, 근데 임 대리님은 왜…
그러니까 그 얘기 진짜라고
(련) 륭구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내가 데려온 거야
아, 아니…
(준웅)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요
대체 왜…
[한숨]
팀장님, 말씀해 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건지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새가 지저귄다] [유화의 힘주는 숨소리]
[어린 륭구가 울먹인다] (유화) 무슨 일이냐?
(어린 륭구) 어머니 영식이와 창복이가
자꾸 저를 놀립니다
뭐라 놀렸길래 이리 서럽게 눈물을 흘려?
(어린 륭구) 제 이름이 이상하다고
자꾸 놀립니다
개 이름 같다고
[어린 륭구가 엉엉 운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유화) 우리 아들 이름이 얼마나 좋은 건데
참말로요?
그럼
고매한 덕을 갖추신 스님께서 지어 주셨단다
(유화) 이리 와 봐
[잔잔한 음악]
높을 '륭'에
구할 '구'
높은 곳에서 많은 이를 구할 사람이란 뜻이지
우아
[훌쩍인다]
어머니도 글을 쓸 줄 아십니까?
음, 다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 가르쳐 줄 정도는 알고 있단다
[어린 륭구의 웃음]
(어린 륭구) 어머니는 아는 것도 많으시고
못하는 것도 없으십니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예
[웃음]
(창복) 거짓말 치지 마
네 이름에 뜻이 있긴 뭐가 있냐?
아니야,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어
높은 덕을 갖추신 스님께서 지어 주셨다고
글로도 써서 보여 주셨거든?
거짓말
(창복) 우리 아버지도 모르는 글을 너희 어머니가 어떻게 아냐?
(영식) 어차피 글을 배워도 과거 시험도 못 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 모르냐?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상놈 자식이 양반 자제랑 같아?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씩씩거린다]
(어린 륭구) 어?
(영식) 야, 륭구, 어디 가냐?
(창복) 도망치는 거냐!
(영식) 야, 륭구!
[들뜬 숨소리]
(아이1) 뭐야?
[웃음]
(어린 륭구) 도련님
[무거운 음악]
(유화) 륭구니?
아니, 왜 얼굴이…
[유화의 놀란 숨소리]
어디서 이런 게야?
누가 그랬어?
설마 또…
(어린 륭구) 김 참판 댁 도련님께서 지나가시길래
글을 배우고 싶다 청하였다가
매를 맞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다 어머니와 약조했는데
[유화의 한숨]
(주모) 아이고
(주모) 륭구가 머리가 나빴다면
배움에 욕심이 없었을 텐데
또래 애들보다 말도 빨리 뗐었지, 아마?
(유화) 네, 첫돌 때쯤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이래서 우리 같은 상것들은 자식들이 영특해도 문제야
(주모) 양반네들처럼 벼슬길에 오를 수도 없는데
재산이나 많으면 혹시 몰라
아, 요즘엔 관직도 사고팔고 한다니까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
- 말씀 낮추셔요 - (주모) 하, 참
(주모) 아, 우리 둘밖에 없는데 뭐가 어때?
하여튼
아, 륭구 엄마 겁 많은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유화) 아주머니
아무튼 륭구 엄마
(주모) 앞으로는 더 힘들 거야
어미가 돼서 자식 날개 꺾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래야만 해
그래야 애가 편히 살아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아이고
륭구야
예, 어머니
글이 좋은 이유가 뭐냐?
말은 내뱉으면 바로 사라지지만
글로 적으면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어린 륭구) 그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좋습니다
[유화의 옅은 한숨]
글은 앞으로 어미가 가르쳐 줄 테니
(유화) 다시는 양반 댁 자제분들을 귀찮게 하지 말거라
저, 정말입니까?
(어린 륭구) 어머니가 최고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어린 륭구의 웃음] [잔잔한 음악]
(어린 륭구) '지과필개 득능막망'
'허물을 알았으면 반드시 고쳐야 하고'
'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망담피단 미시기장'
'남의 모자란 점을 말하지 말고'
'나의 좋은 점을 믿지 말라'
어머니
이다음을 잘 모르겠사옵니다
어, 그래
마저 읊어 줄 테니 따라 해 보거라
예
[유화가 입바람을 후 분다]
(어린 륭구) 우아 너무 맛있습니다, 어머니
(유화) 체하지 않게 먹거라
네
(유화) '희휘랑요'
(어린 륭구) '희휘랑요'
세월의 화살은 매양 재촉하나니
'세월의 화살은 매양 재촉하나니'
아침 햇빛은 밝게 빛나도다
'아침 햇빛은 밝고 빛나도다'
(유화) 잘했어
[어린 륭구의 웃음]
(유화) 아유
우리 아들 잘생겼네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잘생겼어?
(어린 륭구) 어머니를 닮았사옵니다
- (유화) 그래? - (어린 륭구) 예
[편안한 숨소리]
[어린 륭구의 하품]
[시끌시끌하다] [달그락 놓는 소리]
(유화) 맛있게 드세요
"주막"
(남자1) 주모, 여기 국밥 세 그릇만 말아 주쇼
(주모) 예
[남자2의 힘주는 신음]
(유화) 저 사내들 타지인 같은데
요새 자주 보이네요
(주모) 아이, 몇 달 전에 관아에 새로운 현감이 부임했잖아
그분이 저 검계 패들 뒷배를 봐 준다더라고
네?
(주모) 나랏일하는 양반네들 맨날 하는 짓 아니야
잡아가야 할 놈들 잡긴커녕 뒤나 봐 주고
가운데서 우리 같은 백성들만 죽어나는 거지
어이구 [무거운 음악]
[남자들이 대화한다] [툭툭 치는 소리]
[남자3의 힘주는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뉘십니까?
(남자1) 현감 어른께서 그토록 찾던 여자를
허접한 주막에서 찾게 될 줄이야
술을 드시면 항상 네 외모를 회상하시며 그리워하셨지
(기생1) 아유, 이제…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유, 아유, 저희한테 안 오시고
[달그락 놓는 소리]
[현감의 헛기침]
(현감) 그래
오늘은 준비가 되었느냐?
벌써 사흘째다
무슨 준비 말입니까?
발칙한 것
(현감) 도대체 네년이 뭐길래
감히 나를 이리 안달하게 만드는 게냐
저는 그저 행수 어른의 명에 따라
(유화) 나리께 술을 따를 뿐입니다
(현감) 그래?
하, 그렇단 말이지
[유화의 놀란 숨소리] 기생 주제에 꼿꼿하기는
하긴 그래야 제맛인가
왜 이러시는지요
취하셨습니다
(현감)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금홍이 네년에게 취한 것이다! [유화의 비명]
자시가 훨씬 지났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아녀자를 부르는 것은
(유화) 아무리 현감 어른이어도 도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1) 천한 창기가 감히
그 기방에서 네 이름이
금홍이였다지?
아이가 안에서 자고 있습니다
(유화) 순순히 따라갈 터이니 소리를 낮춰 주십시오
[현감의 웃음]
오랜만이다, 금홍아
(현감) 이런 곳에 잘도 숨어 있었구나
행수 말로는
네가 병에 걸려 쫓아냈다던데 그럴 리 없다 생각했다
너처럼 돈이 되는 아이를
[숨을 씁 들이켠다]
그사이에 아이까지 낳은 건 좀 뜻밖이었다만
이 밤에 저를 어찌 부르신 건지요?
(현감) 네가 떠나고 그리움에 하루도 쉬이 잠든 날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부터 매일 밤 내 침소에 들어 수청을 들거라
현감 어른
이년은 더 이상 기생이 아닙니다
(현감) 그사이에 양반집 딸로 신분이 복귀라도 되었느냐?
[무거운 음악]
네 뒷조사를 해 보았다
몰락한 사대부의 여식이었다지?
행수 말로는 네 아비에게서 너를 직접 샀다는구나
도박에 빠져서 가산을 다 탕진했다지?
[유화 부의 다급한 숨소리]
[울먹인다]
(어린 유화) 아버지!
[엉엉 운다]
[현감의 웃음]
네 그 도도한 태도는
(현감) 그 알량한 사대부 자존심에서 나오는 게냐?
[웃음]
저는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현감) 네 아들의 기상이 남다르고 비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네 밑에서는 평생
천출의 멍에를 짊어진 채 살아가야겠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내 그 녀석을 양자로 들여 주마
(현감) 어떠냐?
수청을 들 마음이 생기지 않느냐?
(어린 륭구) '연시매최 희휘랑요'
'세월의 화살은 매양 재촉하나니'
'아침 햇빛은'
[어린 륭구가 글을 읽는다] (주모) 이래서 우리 같은 상것들은
자식들이 영특해도 문제야
양반네들처럼 벼슬길에 오를 수도 없는데
내 그 녀석을 양자로 들여 주마
(어린 륭구) '선기현알 회백환조'
어머니
(유화) 어, 그래
그 뜻이 뭐냐?
선기옥형은 매달려서 돌아가고
(어린 륭구) 그믐이 되면 빛 없는 달이 둘레만 비칠 뿐이다
선기가 무엇이냐?
북두칠성 가운데 첫 번째 별에서 네 번째 별까지
(어린 륭구) 다시 말해 국자 모양에서 자루에 해당하는
네 개의 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 아들 정말 똑똑하구나
다 어머니 덕분입니다
[어린 륭구가 글을 읽는다]
[중얼거린다]
[문이 덜거덕 열린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어머니
어머니가 최고십니다
(어린 륭구) 존경합니다, 어머니
내가 꼭 지켜 주마, 우리 아들
(현감) 그래?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이년 비록 천한 창기였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유화) 한 여자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어미로서
더는 스스로의 허물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현감의 웃음]
(현감) 아, 너는 참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아니, 이미 한번 더럽혀진 천은
아무리 씻어 내려 해도
결코 얼룩이 사라지지 않는 법이거늘
네년이 평범한 아낙네라도 되는 줄 아는구나
(유화) 부디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한 아이의 어미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옅은 웃음]
결국 네 아들도 [무거운 음악]
너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될 게다
(현감) 아, 아니지
너보다 더 불행한 생을 살려나?
[현감의 웃음]
(유화) 내 아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어
(현감) 괘씸한 년
두식이 밖에 있느냐!
[어두운 음악]
예, 어르신
(현감) 금홍이 저것이 본모습을 잊은 듯싶구나
가서 옛 기억을 똑똑히 상기시켜 주고 오너라
예
[글씨를 쓱쓱 쓴다]
[한숨]
(어린 륭구) 뭐야, 너희들
(창복) 너희 어머니는 거짓말쟁이야 [어린 륭구가 글씨를 쓱쓱 쓴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어
[어린 륭구가 씩씩거린다]
- (어린 륭구) 아니야! - (창복) 아니긴
너 우리한테 뭐라 그랬어?
너 태어나기 전에 너희 아버지 돌아가셨다 그랬지?
그래, 그게 왜?
바보야
넌 원래부터 아버지가 없었어
(창복) 왜냐하면 너희 어머니는 더러운 창기였으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영식) 아저씨들이 한밤중에 너희 엄마를 왜 찾아오냐?
그게 다 아줌마가 창기니까 그런 거지
(영식) 그래서 글을 쓸 줄 아는 거라고
(어린 륭구) 아니야! 우리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글을 배우셨댔어
애초에 여인이 글을 어떻게 배우냐?
(영식) 우리 어머니는 아는 건 많지만 글은 모르셔
(창복) 맞아, 동네 사람들도 이제 다 알걸?
너희 엄마 창기인 거
[창복과 영식의 웃음]
[어린 륭구가 씩씩거린다]
[창복의 신음] (영식) 야!
[어린 륭구가 흐느낀다] 야, 왜 그래?
하지 마 [퍽 때리는 소리]
(어린 륭구) 놔!
우리 어머니 창기 아니야!
(유화) 이 늦은 시간에 아녀자를 부르는 것은
아무리 현감 어른이어도 도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한 창기가 감히
(남자1) 기방에서 네 이름이
금홍이였다지?
(어린 륭구) 우리 어머니 창기 아니야! [창복의 신음]
[퍽퍽 때리는 소리] 나쁜 놈
이씨, 아니야!
[무거운 음악]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유화) 아휴, 요만한 때가 있었나?
[덜거덕거리는 소리]
륭구니?
[힘주는 신음]
[비가 솨 내린다]
벌써 왔니?
안 그래도 비가 와서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어두운 음악]
(남자2) 금홍이 저년이 사내 여럿이랑 놀아난 모양입니다
(남자1) 어쩐지 주막에서 은근히 내게 눈짓을 주더라니까?
현감 앞에서 온갖 얌전은 다 떨더니
(남자2) 어쨌든 그년을 자빠뜨리지 않으셨습니까
형님이 현감보다 낫습니다
[남자들의 웃음]
[성난 숨소리]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어린 륭구) 그동안 제가 밖에 나가 있을 때마다
집으로 남자들을 부르셨던 겁니까?
요 며칠 밤마다 나가셨던 이유도
다 그랬던 거예요?
어머니가 아니라
양반 어머니에게 태어났다면 저도!
양반 자제분들한테
두들겨 맞는 일 없이
당당히 서당에 나가 글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어미라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역겨워!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훌쩍인다]
미안하구나
[울먹이는 숨소리]
왜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심한 말로 대드는데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시냐고요
제발 아니라는 말
한마디만 해 주세요
어디서 이상한 말 듣고 와서 대드는 거냐고
차라리 혼을 내 주세요
어머니!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어린 륭구가 흐느낀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씁 빨아들이는 소리]
[어두운 음악]
[남자4의 신음]
[남자4의 힘주는 숨소리]
[남자4의 웃음]
(남자4) [취한 목소리로] 야, 야, 야
야 [웃음]
어이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놀란다]
[남자4의 거친 숨소리]
(남자4) 저기, 한 대만 더 빨게 해 주면 안 될까?
죽을 거 같아서 그래
내가 그동안 여기다 갖다 바친 게 얼마인데
제발
[륭구가 남자4를 퍽퍽 때린다] [남자4의 신음]
[남자4의 거친 숨소리]
[남자4의 신음]
꺼져
[주인의 웃음]
(주인) [힘주며] 아이고
자네가 온 이후에는
귀찮은 것들이 없어졌어
내 한눈에 잘할지 알아봤지
저자들은 어째서 저런 약에 취해 사는 겁니까?
(주인) 무슨 이유가 있겠나
현실을 잊고 싶어서겠지
혹여 자네 인생 망가지는 날이 와도
절대 저 짓거리만큼은 하지 말게
한번 입 근처에 갖다 대면 돌이킬 수가 없어
그러면 살아도 죽은 사람이 되니까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낫지
[한숨]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밤새 울음]
[륭구의 한숨]
(륭구) 멈춰라
[기생2의 들뜬 숨소리]
(기생2) 오라버니
내일 이년 방을 찾아오시오
내 크게 한잔 대접할 테니
어떻소?
(륭구) 일없다
외상은 안 돼
아, 돈이 없어서 그래!
(기생2) 내일이면 들어온다고
허구한 날 기방에서 몸 팔아 번 돈을
(륭구) 약 사는 데 쓰다니
창기란 다 그런 존재냐?
[쓸쓸한 음악]
[술잔을 달그락 놓는다]
(주모) 어, 뉘시오?
륭구냐?
[주모의 다급한 숨소리]
륭구 맞구나
[륭구를 툭 치며] 아이고 이게 몇 년 만이냐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여긴 어찌 돌아온 게야?
(륭구) 그 여자 때문은 아닙니다
'그 여자'라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륭구 넌 그리 말하면 안 된다
그딴 짓 하다가 아들한테 걸려 목맨 여자 따위
어미로 여기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예끼, 이놈아!
[륭구를 툭툭 치며] 네 어미가 너를 어찌 키웠는데
[주모가 흐느낀다]
[륭구의 한숨]
안녕히 계십시오
(주모) 아이고 그놈들이 몹쓸 짓만 안 했다면
너도 유화도… [무거운 음악]
[주모가 혀를 쯧쯧 찬다]
[주모의 한숨]
몹쓸 짓이라니요?
(주모) 설마 모르고 있었던 게냐?
(주모) 네 어미 성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현감이 검계 패 놈들을 시켜서…
[주모의 한숨]
[흐느낀다]
[성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현감의 놀란 숨소리]
[현감의 다급한 소리]
[현감을 푹푹 찌른다] [현감의 비명]
[현감의 신음]
[륭구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문이 덜거덕 열린다]
[남자들의 술 취한 소리]
[남자2의 헛구역질]
[남자들의 웃음]
(남자2) 좋소! [남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푹 찌르는 소리]
[남자3의 신음]
(남자2) 웬 놈이냐!
[긴장되는 음악] [남자1의 기합]
[우당탕] [남자2의 신음]
[남자2의 신음] [남자1의 기합]
[쓱 베는 소리] [무거운 효과음]
[남자1의 기합]
[남자1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너 누구냐?
(남자1) 누구냐고
말해, 누구냐고
[떨리는 숨소리]
창기의
아들이다
뭐?
(남자1) 천한 창기가 감히
[헛웃음]
그래
이제 생각이 날 것도 같구나
(남자1) 네가 누군지
네 어미를 따라가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남자1의 신음]
[륭구의 힘주는 신음]
[륭구와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을 푹푹 찌른다] [남자1의 비명]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의 거친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의 신음]
[무거운 효과음]
[남자1의 신음]
[거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퍽]
[퍽]
[흐느낀다]
[무거운 효과음] [퍽]
[돌이 달그락 떨어진다]
[륭구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음산한 음악]
[무거운 음악]
(륭구) [힘겨운 목소리로] 어머니 [컥컥거린다]
곁으로
[헐떡거린다]
갑니다
[무거운 효과음]
[륭구가 털썩 쓰러진다]
가만히 앉아 뭘 하는 게야?
(련) 냉큼 일어서거라
누구십니까?
널 데리러 온 저승의 차사다
(련) 날 따라오거라
[륭구가 코를 훌쩍인다]
[륭구가 연신 코를 훌쩍인다]
[련의 한숨]
그놈의 코 좀
예?
킁킁대고 훌쩍거리는 소리가 몹시 거슬리는구나
아… [코를 훌쩍인다]
중독 증상 때문에 간지러워서
(련) 그럼 차라리 막아 버리든지 후비든지 해라
내 안 보면 그만이니
(륭구) 아, 예
차사님
뭐가 궁금한가?
저승에 가면
어머니를 뵐 수 있을까요?
글쎄다
아버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륭구) 제 유년의 모든 기억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저 같은 놈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셨거든요
네 어머니 이름이?
임가 성에 유 자, 화 자를 쓰셨습니다
[한숨]
임유화
[차분한 음악]
그자도 내가 저승으로 인도했다
(련) 나는 너같이 죄지은 자들을 인도하지
그자도
죄를 지은 자였다
특별한 죄를 지었지
무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죄
[놀란 소리]
(련) 그자가 말하길
처음부터 널 사랑했던 건 아니었다고 하더구나
[유화의 신음]
(유화) 행수 어르신
행수 어르신
[흐느낀다]
(련) 어떻게든 널 버릴 생각뿐이었고
[아기 륭구가 옹알거린다] 해산 후 수십 일 동안
젖도 물리지 않고
널 외면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어미를 보고도
손을 내미는 널 마주한 순간
신기하게도
사랑이 생겼다고 하더구나
세상 풍파에 미쳐
딸을 기방에 팔아 버린 제 아비와 같은 짓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네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였다
(유화) 아유, 우리 아들 다 컸네
언제 이렇게 다 컸어?
[흐느낀다]
네 유년 기억의 모든 게
(련)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했다 하니
그걸 모른 채 떠나가 버린 게
안타깝구나
[륭구가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련) 어찌 환생을 포기하고
차사가 되려 하느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
혹 쉽게 보고 선택한 거라면…
(륭구) 아닙니다
제 어머니께서 스스로 세상을 떠나시면서
저와 연결돼 있던 인연의 실이 끊어졌다 들었습니다
다시는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함께할 수 없다고
그래서 차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대가를 다 치르시면 환생하시겠지요
(련) 그렇겠지
(륭구) 그리되면 전 과거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련) 어느 부서에 지원할 생각인 게냐?
(륭구) 저는
차사님 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련) 인도부는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곳이지
명부 관리부에 지원하거라
운이 좋으면
네 어머니의 환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네
[차분한 음악]
(사자1) 이승도 개판인데
저승까지 개판이라니
말세야, 말세
(사자2) 아무리 옥황상제님이라도 그렇지
저승에서 데려온 자를 차사로 쓰시지를 않나
(사자1)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신분제인데
이젠 저런 상것까지
(련) 왜요? 앞으로 상것에 밀릴 것을 생각하니
두려워지십니까?
(사자2) 뭐라고? 건방지구나
(사자1) 소문이 자자하던데 어디 한번 실력을 좀 볼까?
(륭구) 넷을 저승으로 보내고 여기 왔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검계 패들이었지
네
(련) 그놈들 어찌나 난동을 피우는지
우리가 인도할 때
지옥 맛을 미리 체험하게 해 주었지
[사자2의 헛기침]
[사자2의 웃음]
누가 너같이 천한 것을 따라 저승으로 오겠는가
(사자2) 뭘 믿고?
아니 그렇습니까, 차사님?
세상에는 사람들이 서로 섞일 수 없는
신분이란 게 있었지요
(중길) 하지만 그것도 옛일
세상은 변하고 저희 주마등도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 (사자1) 아이, 그, 하지만… - (중길) 불만이 있다면
신분제 폐지를 선언한 상제님을 직접 찾아가 따지시든가요
[사자2의 한숨]
저는 제 부하의 능력이 만족스럽습니다만
상제님 거처는 이쪽이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닫힌다]
(수인) 들었어?
위기관리 팀인가 뭔가 신생 팀 생기는 거
어, 자살자 구하는 팀이라며?
(재희) 팀원 모집한다던데
(수인) 이미 죽고자 하는 사람을 뭔 수로 살려?
내 말이
이러다 팀장 달랑 한 명으로 끝나는 거 아니야?
팀장은 누군데?
범죄자 영혼 전담 팀의 구련 과장
[엘리베이터 도착음]
(사자3) 임 대리님
안 내리세요? 여기 명부 팀인데
아, 네
[차분한 음악]
[한숨]
(륭구) 드디어 만들어졌네요
얘기 듣고 왔구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죽음을 막는 팀
(련) 응, 위기관리 팀
(륭구) 어머니가 환생 후 이승에서 살아가고 있다 들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혼에는 흐리게나마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고
때문에 한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는
다음 생
그다음 생에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기 쉽다는 것도
합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혹여 어머니께서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이번엔 직접
제 손으로 어머니를 구할 겁니다
그래서 8시간만 근무하시고…
어머니를 찾고 있었던 거야
아, 근데
한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음 생에도 그럴 수 있다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아요?
아주 간혹 있는 일이야
대부분은
새로운 삶을 잘 살아가
아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무슨 잘못인데요?
(준웅) 모든 인연이 끊기는 벌로는 모자란대요?
(련) 아니, 그건
자살에 대한 주마등의 벌이 아니야
- 그럼요? - (련) 비단
자살이 아니더라도
(련) 살아온 생이
아주 강렬한 상처를 가진 자라면
(련) 환생한 후에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엄마
[쉭 새는 소리]
(아이2) 엄마
(중길) 보지 마
마음에 남는다
(아이2) 누구세요? 저 엄마 보고 싶은데
마음에 남은 상처는
(중길) 네 영혼에 새겨져 다음 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그러니 [공간 이동 효과음]
저들을 따라가
가자
보고 싶은데
한 번만 더 보면 안 돼요?
(중길) 안 돼
돌아보지 마
[한숨]
이하은
2017년 5월 24일 1시 10분 출생
그 생을 거두어들인다
(련) 상흔이 너무 깊게 패어서
다음 생에도
그 영향을 미치는 거지
그럼 그 상흔이 다 낫지 않…
아이, 만약에
(준웅) 진짜 만약에
이번에도 임 대리님 어머님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데요?
[한숨]
계속 그 상흔을 가진 채로
살아가게 되겠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 유화 씨 배 많이 나왔네
이제 매니저님한테 쉰다고 하고 좀 쉬지 그래?
(유화) 제가 하고 싶어서 일하는 거예요
우리 꿀벌이 분윳값 바짝 벌어 놔야죠
[유화의 웃음]
아, 그리고 육아 휴직 전에 매출도 다 채워 놓고 가려고요
(여자) 아, 그래?
(륭구) 저, 저기요
(유화) 잠시만요
네, 고객님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륭구)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네?
[글씨를 쓱쓱 쓴다]
(유화) 네
와, 이름이 특이하고 예쁘네요
[잔잔한 음악]
(어린 륭구) [울먹이며] 어머니
(어린 륭구) 제 이름이 이상하다고 자꾸 놀립니다
[어린 륭구가 엉엉 운다]
(유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우리 아들 이름이 얼마나 좋은 건데
(유화) 아, 손님
[당황한 숨소리]
[륭구가 물건을 달그락 챙긴다]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준웅) 우리 송별회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됐어, 임 대리가 뭐 멀리 가니?
와, 진짜 너무하네
(준웅) 저 나갈 때도 그럴 거죠?
(련) 무슨 소리야
그때는 축하 파티를 해야지
됐어요, 됐어
임 대리님 저랑 같이 치맥 하러 가요
전 소 아니면 회사 사람하고 밥 안 먹습니다
(준웅) 하 취준생한테 진짜 너무하네
오케이, 소 고
(륭구) 어디입니까?
가시죠
[코를 훌쩍이며] 준웅 씨가 사는 거죠?
- (준웅) 가실 거죠? - (련) 먼저 가
나 일 좀 마무리하고
[호응한다]
[옅은 한숨]
(륭구) 다른 팀으로 옮기길 잘했네요
준웅 씨한테 소를 다 얻어먹고
잠깐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다던데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라던데
아, 됐어요, 안 사요, 안 사
(륭구) [웃으며] 아니에요 [잔잔한 음악]
준웅 씨 보기보다 순수한 거 압니다
[준웅의 헛웃음]
(준웅) 아이, 그, 보기보다요?
(륭구) 아니요, 보지 않아도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쯧 낸다]
(준웅) 아유, 이 소고기의 힘이란
갑시다! 소고기, 예 [륭구의 웃음]
[숨을 하 내뱉는다]
(유화) 배고파, 진짜 뭐 먹을까?
[남자5와 유화의 웃음]
고기는 됐고
술이나 한잔해요
[륭구가 병뚜껑을 달칵 딴다]
[륭구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준웅) 아…
[륭구가 술잔을 달그락 놓는다]
[쓴 숨을 내뱉는다]
[륭구가 술병을 달그락 놓는다]
아까 그분
어머니 맞죠?
그냥 표정이…
눈치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니었네요
팀장님께 어머니 얘기 들었어요
(준웅) 제가 닦달해서 말씀해 주신 거니까
팀장님 탓은 하지 마시고요
[차분한 음악]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잘 살고 계시는 것 같기도 하고
[륭구가 술잔을 달그락 놓는다]
차사가 된 순간부터
매일 궁금했어요
'어머니가 환생을 하신다면'
'잘 사실까'
(륭구) '그래'
'우리 어머니는 잘 사실 거야'
'혹시나 나중에 만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근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고 가시지
나 때문에 죽었거든요
우리 어머니
내가 죽였어요
[비가 솨 내린다] (어린 륭구) 어머니가 아니라
양반 어머니에게 태어났다면 저도!
양반 자제분들한테
두들겨 맞는 일 없이
(어린 륭구) 당당히 서당에 나가 글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훌쩍인다]
미안하구나
하필이면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어미라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역겨워!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어린 륭구가 흐느낀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흐느낀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힘겨운 숨소리]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유화의 거친 숨소리]
"우울 수치"
[레드라이트 경고음]
[감성적인 음악]
(준웅) 알려야 되지 않을까요?
(련) 임 대리 어머니 아니야
얼굴하고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야
(준웅) 아이 잃은 지 한 달도 안 되신 거 같아요
(유화) 걱정 마, 꿀벌아 엄마가 지켜 줄게
(련) 정신 차려, 임유화
언제까지 여기서 가짜 아기 끌어안고 살 건데?
[아기의 울음] (유화) 진짜 다 꿈이에요?
(유화)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준웅) 아, 임 대리님
지금 임 대리님 어머님이…
(륭구) 제발 살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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