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9
(중길) 너
네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아니
[무거운 음악]
내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어디 말씀이십니까?
악몽
모든 사자는 자신의 마지막 생을 기억하지
나도 마찬가지고
네, 기억하기는 싫지만
그 전생의 기억에
나도 있었느냐?
없습니다
저의 전생은 죄 많은 삶이라서
그 삶 중에 저희가 부딪쳤을 리도 스쳤을 리도 없습니다
[한숨]
(련) 말씀하신 대로
그저 악몽입니다
그래
그저 꿈일 뿐이지
내가 괜한 말을 뱉었다
잊어라
[공간 이동 효과음]
[한숨]
[새가 지저귄다]
(정임) 최준웅, 이제 그만 일어나!
해가 중천에 뜨다 못해 아주 뉘엿뉘엿 지려 그런다 [따뜻한 음악]
어? 일어나, 얼른
(준웅) 응, 나 5분만
너 안 일어나?
(정임) 아유, 안 일어나? [준웅의 짜증 섞인 소리]
아, 엄마
아침부터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정임의 못마땅한 소리]
엄마?
(정임) 응, 뭐?
아이…
진짜 엄마야?
[헛웃음]
그럼, 내가 네 엄마지
아, 이게,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그, 팀장님이랑 대리님은?
(민영) 뭐래, 백수 주제에
[비웃으며] 팀장님이랑 대리님이래
아니, 취업 광탈하더니 미쳤나 봐, 쟤
(정임) 어이구 '쟤'가 뭐니? 오빠한테
하여튼 말버릇이 그냥 [준웅의 혼란스러운 소리]
아,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백수 맞잖아
(준웅) [울먹이며] 엄마
민영아
엄마, 민영아
- (준웅) 엄마, 엄마 - (정임) 아유
(정임) 아유, 참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 씨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싫어, 5분만 더 자고
[준웅의 애교 섞인 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 씨?
[흥미로운 음악]
(준웅) 아, 안 돼!
[준웅의 비명]
(준웅) 아, 안 돼, 안 돼
[강조되는 효과음] [준웅의 비명]
[짜증 섞인 탄성]
안 돼
(륭구) 회사가 편하셨나 봅니다
잠도 자고
[한숨 쉬며] 그나저나 아쉽습니다
안 일어났으면 정직원이 됐을 텐데
(준웅) 와
와, 방금 진짜 심한 말 할 뻔했다, 와
[준웅의 어이없는 탄성]
[준웅이 입술을 부르르 떤다]
[전기 충격기 작동음]
[한숨]
진짜 무슨 일 있나?
[준웅이 혀를 쯧 찬다]
[헛기침] [열쇠가 잘그랑거린다]
(준웅) 그, 무슨 일 있어? 가게 문까지 닫고 [문이 철컥 잠긴다]
[놀란 숨소리]
누구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 어?
아이, 저, 누구시냐고요
[흥미로운 음악]
(준웅)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진짜? 씨 [문이 덜컹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재수) [힘없는 목소리로] 누구세요?
(준웅) 나야, 새끼야
어, 야, 아…
[어색한 웃음]
(준웅)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민영) 네, 좀 편찮으셔서요
어디가요? 얼마큼이요? 뭐, 다쳤어요?
네?
아
(준웅)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 그게 제가 이 집 떡볶이 아니면
다른 집 거는 못 먹어서요, 예
오랫동안 안 먹으면 막 예민해지고, 예
아, 아, 네
예
[휴대전화 진동음]
(민영) 네,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아, 네, 중2요?
네, 전 과목 가능합니다
네, 그럼 문자 남길게요
네
저, 당분간은 쉬실 거예요
아, 그, 과외하시나 봐요?
네, 왜요?
아, 그, 제 조카가 중학생이어 가지고
아, 그래요?
저 중학생 과외하는데
(민영) 그, 저 휴학생이라 시간 많아서
혹시 생각 있으시면
그, 동네 선생님 앱에서 최민영 찾으시면 돼요
아, 휴학하셨구나
네, 저 돈 벌어야 돼 가지고
아, 근데 이거 엄마한테 비밀이에요
네
(민영) 아, 저
그러면은 연락 주세요
[무거운 음악]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심전도계 경고음]
(재수) 준웅아, 준웅아!
[침대가 덜겅거린다]
(의사와 간호사) - 제세동기 빨리 가져와 주세요 - 네
[무거운 효과음] (륭구) 진짜 육신과 가까워질 경우
(륭구) 임시 육체와 진짜 육체 사이에서
시간의 오류가 생긴다는 문항 말입니다
네 얼굴도 잊어버릴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네 몸으로 못 돌아간다고!
한마디로 죽는 겁니다
[한숨]
[준웅이 혀를 쯧 찬다]
(준웅) 여기까지인데
[숨을 후 내뱉는다]
(정임) 아유, 별거 아니라니까
약 먹었어
아유, 얘가 왜 이렇게 난리야
아유, 알았어, 끊어, 어
안녕, 안녕하세요
아, 예
그, 정임분식 사장님 아니세요?
아, 아, 네
(준웅) 아
그, 제가 사장님 떡볶이 아니면
다른 데 건 못 먹어서요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쭉 사장님 떡볶이만 먹었거든요
아유, 그래요?
(정임) 아, 근데 왜 낯이 안 익을까
아이, 또 그렇다고 단골은 또 아니고
(준웅) 가끔 가요, 가끔
요즘엔 또 일이 생겨 가지고 모, 못 가고, 예
아
(정임) 아, 근데 여긴 어떻게…
병원에서 보는 건 안 좋은데
아, 그, 제 친구가 여기 있어 가지고
아, 그렇구나
[정임이 혀를 쯧쯧 찬다]
아, 나는 우리 아들이 여기 있어요
(준웅) 아, 그 가게 문 닫으셨던데
아유, 아유
요새 좀 비실거린다고
(정임) 우리 딸이 하도 난리를 쳐서 잠깐 닫았어요
어머, 가게 왔다 허탕 쳤나 보다
아유, 아유
그래도 여기서 뵈니까 좋, 좋네요
[웃음]
(정임) 그러게요, 이것도 인연이네
[무거운 음악]
(준웅) 어어, 아이고 저, 괜찮으세요?
(정임) 아
아, 괜찮아요, 아…
아, 요새 이렇게 나이가 드니까
균형 감각이 없어져 가지고
고마워요
내가 나중에 오면은 서비스 많이 줄게요
- 네 - (정임) 아, 나는, 저
우리 아들 좀 씻겨야 돼 가지고
[정임의 힘겨운 숨소리]
[정임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련) 얘 상태 왜 이래?
(륭구) 모르겠습니다
내내 저 모양이에요
최준웅,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한숨]
아무 일 없으면 정신 차려
네, 정신 차리겠습니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레드라이트 작동음] [짜증 섞인 탄성]
아유, 정신 차린다니까요, 진짜 [레드라이트 경고음]
[긴장되는 음악] (준웅) 어?
어, 이거 이거, 이거 뭐예요, 이거?
(륭구) 지금까지 예정자 중
부정적 기운이 가장 높았던 남궁재수가 98%였어요
"우울 수치"
고위험자입니다 [련의 한숨]
다행히 위치 추적은 되네요
가자
(준웅) 네
[레드라이트 경고음]
(준웅) 아이, 아이고
아, 우리 순간 이동 합시다 순간 이동, 예?
지금 99%인데, 지금!
아
CCTV가 참 많구먼
[자동차 경적]
(준웅) 어?
[자동차 경적]
[준웅의 놀란 소리]
- 최준웅! - (륭구) 준웅 씨!
(준웅) 야, 최민영!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쿵]
[련의 가쁜 숨소리]
[개가 낑낑거린다] (준웅) 야, 최민영, 너 미쳤어?
(련) 너야말로 미쳤어?
(륭구) 어, 제가 명함을 안 가져와 가지고 [남자1의 놀란 숨소리]
[남자1이 호응한다] 휴대폰 주시면 번호 남겨 드릴게요
차 수리하시고
뭐, 심리적인 거나 저희가 다 보상해 드릴 게 있으면… [남자1이 호응한다]
괜찮아요?
네, 저 괜찮아요
[개가 낑낑거린다]
너 괜찮니?
[한숨]
[헥헥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과외하던 집 근처에서
(민영) 며칠 전부터 보이던 강아지인데
도로 위에 있길래 제가 구하러 간 거였어요
그때 그 손님 맞죠?
(준웅) 큰일 날 뻔했잖아요
그렇게 갑자기 무작정 뛰어드시면 어떡해요
본인 생각도 좀 하셔야지
(민영) 그러게요
근데 보자마자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감사합니다
예
(민영) 저, 근데 혹시
제가 구하긴 했는데
강아지를 데려갈 수는 없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맡아 줄게요
(준웅) 아니, 우리가요?
[민영의 웃음]
(민영) 아, 저 [개가 낑낑거린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얘 이름은 콩이예요
여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련) 누구야?
알은척하던데
동생이에요, 동생
(련) 무모하게 뛰어드는 건 유전인가 보네
[픽 웃는다]
[륭구의 한숨]
보상 처리는 잘… [콩이 낑낑거린다]
(륭구) 끝났습니다만
어떻게 하시려고요?
주마등에도 못 데려갈 텐데
상관없어
얘가 예정자거든
(준웅) 예?
얘, 얘, 얘가요? [무거운 음악]
[레드라이트 알림음] [콩이 낑낑거린다]
(준웅) 레드라이트 앱은 사람만 되는 줄 알았는데
(륭구) 딱히 사람으로 한정되진 않았어요
아마도 드문 케이스다 보니까 오류가 난 것 같은데
자살 예정 동물은 저도 처음이라
[낑낑거린다] (련) 사람하고 똑같아
자살하려는 이유가 있을 거고
우린 그걸 알아내서 살려야 하고
동물도 예외는 없어
주인이 찾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인근 동물 병원부터 돌아보자
네
네
[콩이 낑낑거린다]
(준웅) 아이고
안녕하세요
이 친구 이름이 콩이인데
혹시 보호자 등록돼 있나요?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직원1) 콩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애는 없는데요
아, 진짜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직원1) 네
(륭구) 혹시 콩이라는 강아지에 대한
정보 좀 알 수 있을까요?
[키보드 조작음]
(직원2) 혹시 이 콩이가 맞으실까요?
[륭구의 한숨] (륭구) 이름만 같네요
감사합니다
[한숨]
(수의사1) 저희 병원에 등록되어 있는 친구는 아니네요
음, 목줄을 한 것 보니
가족이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주인이 잃어버렸을 가능성은요?
(수의사1) 잃어버렸다면 동네에서 잃어버렸겠죠
보통 강아지는 집 근처까지 찾아가거든요
일단 이 동네 강아지는 아닌 것 같네요
[콩이 낑낑거린다]
우선 콩이 상태부터 좀 볼게요
(련) 네
[준웅의 한숨]
(준웅) 가족이 있었는데 왜…
버려진 개일 수도 있다는 얘기야
(수의사1) 콩이는 안에서 물 마시고 좀 쉬고 있어요
나이는 열세 살 정도 됐네요
(준웅) 아니 저렇게 콩알만 한 애가요?
겉모습이 다는 아니니까요
(륭구) 나온 지는 얼마나 됐을까요?
(수의사1)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는 걸 보니까
나온 지 3주 정도 될 것 같아요
치아는 관리를 잘 받았던 것 같은데
건강 상태는요?
그게…
많이 안 좋아요
왜요? 얼마나 안 좋은데요?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수의사1) 노견이기도 하고
저 정도면 주인도 알았을 거예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준웅) 아니, 응?
어떻게 아픈 강아지를 버릴 수가 있어요, 예?
으, 천벌받을 놈
[아르렁거린다]
[콩이 왈왈 짖는다]
아, 왜 그래, 인마
속단하지 말죠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까
[륭구의 한숨]
콩이의 수치는 어떻게 낮추죠?
(륭구) 단서가 없으니까 방법 찾기도 쉽지 않고
[련의 한숨]
이제부터 찾아야지
(련) 최준웅
너 주마등의 영상 팀 다녀와
영상 팀이요?
(련) 콩이 생이 얼마 안 남았다면
영상 준비하고 있을 거야
너 잠깐 있어 봐서 알잖아
[키보드 조작음]
(사자1) 어? 아…
(준웅) 아
아, 아, 예, 다녀올게요
(준웅) 안녕하세요
아이고 [사자들이 인사한다]
이게 누구야
(사자1) 준웅 씨, 오랜만이야
(준웅) 그러니까요 [웃음]
구 팀장님한테 연락받았어
네, 근데, 그
동물들도 주마등 영상을 만드나요?
아유, 그럼
(사자1) 삶과 죽음이 있는 모든 생명 전부
그래서 바쁘고 빡세고
어허, 쯧
- (사자1) 아, 이거 - (준웅) 예
(사자1) 마침 콩이 주마등 편집 중이었거든
아, 콩이 거요?
콩이가 얼마 남지 않았단 뜻이지
그래서 주마등 편집이 중요해
마지막 선물 같은 거니까
[입소리를 쯧 낸다]
(준웅) 좋은 기억만 많았으면 좋겠네요
(사자1) 글쎄
대부분 좋은 기억이긴 한데
떠나기 전 아쉬운 거 미안한 거, 후회하는 거
다양하지, 뭐
(준웅) 예, 그렇죠
일단 뭐, 감사합니다, 네 [사자1이 호응한다]
- (사자1) 고생해 - (준웅) 고생하세요
- (사자2) 잘 가요 - (준웅) 네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USB 연결음]
[마우스 조작음]
[영상 속 콩이 끼깅거린다]
(영상 속 훈 모) 어, 어떡해
- (영상 속 훈 모) 아, 강아지 - (영상 속 어린 훈) 아, 엄마 [잔잔한 음악]
(영상 속 훈 모) 어, 여보세요?
아, 네, 여기
여기 개가 쓰러져 있어요
(영상 속 어린 훈) 엄마
- (훈 모) 네 - (어린 훈) 강아지가 떨고 있어 [콩이 끼깅거린다]
(훈 모) 네, 피도 많이 흘리고요
(어린 훈) 멍멍아
(훈 모와 어린 훈) - 어, 여기 일산로285번길요 - 괜찮아?
[어린 훈의 걱정하는 소리] (훈 모) 네
[어린 훈의 어르는 입소리]
- (훈 모) 아, 어떡해 - 어떡해, 엄마
(훈 모) 일단 여긴 위험하니까 데리고 나가자, 빨리
(어린 훈) 이리 와, 일로, 일로
(훈 모와 어린 훈) - 네, 여기 빨리 와 주세요 - [어르며] 일로 와, 일로 와
(훈 모) 네, 일산로285번길요 [어린 훈의 걱정하는 숨소리]
[콩이 끼깅거린다]
(어린 훈) 엄마
- (어린 훈) 나 이름 정했어 - (훈 모) 뭔데? [콩이 끼깅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어린 훈) 콩이
(훈 모) 콩이?
(어린 훈) 눈이 콩알 같아서
(훈 모) 아, 진짜 잘 지었다
아유, 귀여워
오늘부터 너는 콩이야
김콩
콩이, 일로 와
[어린 훈의 어르는 입소리]
[어린 훈의 웃음]
(영상 속 어린 훈) 자, 물어 와
[콩이 왈왈 짖는다]
[쨍그랑] [훈 모의 놀란 숨소리]
(훈 모) 김훈! [콩이 낑낑거린다]
김콩!
다칠 뻔했잖아
(어린 훈) 콩아
형 괜찮아
(훈 모) 너 김훈, 똑바로 해 [콩이 낑낑거린다]
[개가 헥헥거린다]
[콩이 헥헥거린다]
(어린 훈) 콩아 빨리 집에 가야지, 응?
빨리 가자 [콩이 낑낑거린다]
콩, 빨리 와
[콩이 왈왈 짖는다] 콩아, 안 돼!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콩아!
[타이어 마찰음] [쿵]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2가 당황한다]
[콩이 왈왈 짖는다] [남자2의 놀란 숨소리]
(남자2) 어떡해, 이거 어떡해
(여자1) 꼬마야, 괜찮아?
- (남자3) 아가 - (남자4) 어, 아기 다쳤다
- (남자2) 어, 아, 저… - (남자3) 어떡해
(영상 속 남자2) 119 119 좀 불러 주세요
(영상 속 남자4) 잠시만요 제가 119 전화할게요
[영상 속 콩이 캉캉 짖는다]
콩아!
[콩이 낑낑거린다] 우리 콩이, 아
자, 콩이, 가자
짜잔, 어때?
이게 바로
영광의 상처라는 거야
[콩이 낑낑거린다]
[한숨]
형 진짜 괜찮아
(어린 훈) 응? 봐 봐
괜찮지?
아이고, 아유
(어린 훈) 콩아, 가자
가자
[콩이 멍멍 짖는다] 콩이, 자, 자
콩아
[헥헥거린다]
[훈의 웃음]
잘 가네, 콩이
[헥헥거린다] [훈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훈) 다녀왔습니다
[헥헥거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훈의 웃음]
콩아, 일로 와
[훈의 힘주는 신음]
[웃으며] 콩아
이것 봐라, 형 타투 했다
완전 멋있지?
[웃음]
[훈의 어르는 소리]
일로 와, 우리 콩이
[웃음]
[쪽쪽 소리가 흘러나온다] [콩의 울음]
[헥헥거린다]
(훈) 일로 와 [장난감이 삑삑 울린다]
[콩이 왈왈 짖는다] 옳지
잘했네
'주세요' [낑낑거린다]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훈의 웃음]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훈) 날씨 좋다
[콩이 낑낑거린다]
왜?
넌 진짜 이 경치 좋아하더라
나도 좋아
(훈) 이제 이 집에서
김콩 너랑 나 둘이 사는 거야
[콩이 낑낑거린다]
형이 많이 못 놀아 줘도 이해해야 된다, 알았지?
[콩이 헥헥거린다]
[웃음] [장난감이 삑삑 울린다]
갈까?
(훈) 자, 콩이, 가자!
[콩의 울음] [훈의 웃음]
옳지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우스 조작음]
[차분한 음악] [영상 속 훈의 한숨]
[영상 속 콩이 헥헥거린다]
[콩이 캉캉 짖는다]
(훈) 콩아
[콩이 낑낑거린다]
아, 가
너랑 놀아 줄 기분 아니야
[콩이 헥헥거린다]
[콩이 낑낑거린다]
어
그래, 헤어지자
[낑낑거린다]
(수의사2) 그, 콩이가 신장에 종양이 발견됐는데 [콩이 낑낑거린다]
이게 다른 장기로 전이가 돼서
수술을 한다 해도
워낙 노견이라 장담을 하기가 힘들 거 같습니다
[낑낑거린다]
(훈) 아, 그러니까
아프니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미친,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해? [콩이 낑낑거린다]
[콩이 낑낑거린다]
[마우스 조작음] [영상에서 빗소리가 흘러나온다]
[낑낑거린다]
[영상 속 콩이 낑낑거린다]
[준웅의 한숨]
(준웅) 버린 거 맞아요 나쁜 새끼, 그거
처음에는 잘해 주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소홀해지더라고요
(준웅) 이젠 나이 들고 병들었다고 버린 거예요
병원에 맡겨 놓을 테니까 콩이 잘 지키고 있어
네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련) 응
돌아다녀 봤는데
(륭구) 인근에 콩이 찾는 전단지가 없네요
아마 버려진 것 같아요 [낑낑거린다]
(련) 그래서 죽으려 그랬니?
근데 어쩌지?
난 목숨을 살리는 저승사자거든
그러니까 네 생각처럼 되지 않을 거야
[낑낑거린다]
[개들이 짖는다] (준웅) 콩아
아파?
얼마나 아파?
[준웅의 한숨]
이렇게 작고 귀여운 너를 버리다니
나쁜 놈, 쯧
[아르렁거린다]
그래, 진짜 나쁜 놈이지?
네가 아프고 싶어서 아파?
나이 들고 싶어서 나이 든 거야?
근데 널 버리다니
[콩이 왈왈 짖는다] 아, 나쁜 놈이지, 그게 진짜
[무거운 음악]
[준웅의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잠깐
(수의사1) 목줄을 한 것 보니
가족이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주인이 잃어버렸을 가능성은요?
(수의사1) 잃어버렸다면 동네에서 잃어버렸겠죠
보통 강아지는 집 근처까지 찾아가거든요
(준웅) 너 설마…
[낑낑거린다]
[한숨]
[통화 연결음]
네, 팀장님
그, 제 생각이 맞다면
콩이 가출한 거 같아요
- 가출? - (준웅) 네
(준웅) 반려동물 카페에서 찾아 보는 게 빠를 듯해요
(준웅) 그리고 주인 오른쪽 팔에
흉터를 가린 타투가 있거든요?
(준웅) 그거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알겠어 - (준웅) 네
(륭구) 준웅 씨 말이 맞았네요
날짜 계산해서 추렸더니
이 사람이 3주 전부터 콩이를 찾고 있었어요
손등에 타투도 있고요
(련) 이상하네
버려진 게 아니라면
콩이가 왜 스스로 가출을 한 거지?
[한숨]
[련의 한숨]
[무거운 음악]
[훈의 한숨] (직원3) 아, 수현 씨
그, 애견 카페 쪽에서 넘어온 디자인은?
(직원4) 그거
훈이 씨가 일러스트 작업 한 것만 마무리해 주시면 돼요
(직원3) 오케이
(직원4) 훈이 씨 일러스트 다 돼 가요?
[훌쩍이며] 네
(직원4) 훈이 씨, 울어요? [훈이 그림을 탁탁 그린다]
무슨 일 있어요?
(직원3) 운다고?
야, 너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아, 혹시 강아지 때문에 그래요?
강아지? [직원3의 한숨]
(직원3) 훈이 어릴 때부터 키웠던 강아지가 없어졌어, 갑자기
그래서 전화만 오면 뛰쳐나간 거고
[헛웃음 치며] 겨우 강아지 때문에?
(직원4) 난 또 뭔 큰일이라고
에이, 울지 마요
(직원3) 야, 너 위로할 거면 제대로 해
겨우 강아지 때문이라니
(직원4) [웃으며] 그럼 강아지를 강아지라고 하지 뭐라 그래요
[훈이 태블릿 펜을 탁 내려놓는다]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훈이 훌쩍인다]
[직원3의 한숨]
아유, 유난이네요, 진짜
[직원4의 웃음] 야, 너 진짜 그 입 좀
(직원4) 내가 뭐요? [직원3의 한숨]
[한숨]
(직원3) 괜찮냐?
[직원3의 한숨]
지금 몇 주째지?
한 3주쯤 됐나?
이제 포기해
아, 너 언제까지 이럴 건데
어?
너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이제 그만하자
어떻게 그래요
야, 막말로 개 하나 때문에 네 인생 조질래?
(직원3) 죽으면 뭐, 같이 따라 죽을 거야?
[한숨]
야
야, 김훈!
[차분한 음악]
[전단지를 사락 꺼낸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영상 속 훈) 콩아, 형 바빠
이따 놀자, 이따
[왈왈 짖는다]
[한숨]
[키보드 조작음] (영상 속 훈) 네 네, 지금 갈게요, 네
[콩이 헥헥거린다] 막지 마, 콩아, 안 돼
[도어 록 작동음] [콩이 낑낑거린다]
미안해, 콩아
형이 진짜 미안해
[한숨]
[울먹이는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륭구) 여보세요
네, 제가 콩이 보호자인데요
지금 당장 갈 수 있습니다 어디세요?
(륭구) 주소 링크 보낼게요
네, 지금, 지금 바로 갈게요
[도어 록 작동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떨리는 숨소리] 콩이는요?
(훈) 콩이 어디 있어요?
여기는 없어
뭐라고요?
당신들은 이런 게 재밌어?
알면서도 왔어
없을 수도 있다는 거 사기일 수도 있다는 거
알면서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
[휴대전화를 탁 연다]
(련) 콩이 맞지?
지금 우리 일행하고 같이 있어
[무거운 음악]
그, 근데 왜 안 데려왔어요? 왜요?
(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콩이가
자살하려고 했어
네?
콩이가 차도에 뛰어들었고
우리가 발견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들 뭐야?
팔의 그 타투
(련) 어렸을 때 콩이 구하려다가 사고로 생긴 흉터
커버한 거 아니야?
(륭구) 콩이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현재 콩이는 섣부른 선택 하지 않게
우리 일행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거짓말, 말이 되는 소릴…
콩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거 [차분한 음악]
(련) 너도 알지?
콩이 찾고 싶으면 우선 믿어
콩이
처음엔 아파서 버려진 줄 알았는데
버리다니요
잠깐 문 열어 놓은 사이 나간 거라고요
제 잘못이에요
나갈 줄 모르고…
그러게
가출한 거더라고
(련)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았거든
대체 왜 그랬을까?
왜 스스로 집을 나간 거고
[련이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왜 스스로 죽으려고 했을까?
그럴 리 없어요, 콩이가 왜…
오는 길이래, 너 만나러
[낑낑거린다]
근데 나
[잔잔한 음악] (준웅) 네가 왜 스스로 집을 나오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정임의 웃음]
(정임) 그러게요, 이것도 인연이네
(준웅) 어어, 아이고 저, 괜찮으세요?
(정임) 아
아, 괜찮아요, 아…
네, 저 돈 벌어야 돼 가지고
(민영) 아, 근데 이거 엄마한테 비밀이에요
(준웅) 난 우리 가족한테
그냥 아픈 아들
병원비 많이 나오는 오빠야
이렇게 지내다 보니까 잊고 있었던 거지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준웅) 지금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나도 이런데
넌 더했겠지
그래서 짐이 되고 싶지 않았을 거야
(준웅)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콩이 낑낑거린다] 생각할 정도로
맞지?
[낑낑거린다]
(훈) 그렇지, 나이 많지
이제 열다섯 살 됐으니까
[낑낑거린다]
걱정되지 요즘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고
아, 그러니까
아프니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미친, 무슨 마음의 준비를 해? [콩이 낑낑거린다]
야, 넌 죽을 줄 알고 살아가냐? 그냥 사는 거지
안 돼, 나 콩이 없으면 못 살아
걔 없이 살아갈 자신 없어
내 눈앞에서 콩이 죽으면 나 제정신으로는 못 살아
(훈) 만약 그런 일 생기면
그땐 나도 같이 죽을 거야
[낑낑거린다]
[콩이 헥헥거린다]
(여자2) 아이고, 예뻐라
주인 어디 갔어? [콩이 낑낑거린다]
잃어버렸나?
내 잘못이에요
내가 했던 말 때문에 콩이가…
(훈) 근데 콩이 그냥 강아지 아니에요
저한테 가족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콩이
만나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콩이 아르렁거린다]
(련) 고집 좀 그만 부릴래?
너도 알잖아
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나도 알아
[헥헥거린다]
(련) 혼자서 많이 무서웠겠지
[낑낑거린다]
형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랬을 거야
죽는 모습 보여 주기 싫은 마음에
집에도 돌아갈 수 없었을 거고
[낑낑거린다] (련) 근데
김훈이 널 애타게 찾고 있는 거
그건 아니?
[낑낑거린다]
(준웅) 콩이가 집을 나온 건 콩이의 선택인 거잖아요
최준웅
훈이 씨 보고 싶다고 보여 주면 콩이 마음은요?
[낑낑거린다]
(준웅) 콩이 선택은요?
(륭구) 이렇게 보내면
훈이 씨는 콩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후회하면서 살 겁니다
평생 그런 마음을 갖고 살게 하면 안 되잖아요
(련) 최준웅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게
얼마나 지옥인 줄 알아?
당장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영원한 지옥을 선택하는 거나 다름없어
[한숨]
김훈은 콩이 널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했어
넌 어때?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아르렁거린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네가 형 곁에서 죽으면 형이 힘들어하고 슬퍼할까 봐
그런 아픔 주기 싫어서 나온 거 안다고
[낑낑거린다]
근데 그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야
그것마저 못 하게 하는 건 이기적인 거고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는데
당연히 힘들고 슬프지
근데
그런 시간이 지나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거야
[콩이 낑낑거린다]
당장은 떠올릴 때 아플지 몰라도
그리움이라는 건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생기는 거니까
[헥헥거린다]
형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마지막 인사는
웃으면서 해야지
[낑낑거린다]
최준웅, 너는 생각 좀 하고 와
가자, 콩아
[멀어지는 발걸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콩아
[콩의 울음]
[낑낑거린다]
형이 잘못했어
(훈) 근데 너 이러면 안 되잖아
몸도 안 좋으면서 왜 집을 나가, 왜 나가서…
죽으려고 했냐고
(준웅) 미안하니까요
아마 그 흉터를 만들게 한 것도
점점 아픈 몸도 [잔잔한 음악]
자기를 걱정하느라 훈이 씨 힘들게 한 것도
다 미안했을 거예요
[콩이 낑낑거린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어, 왜
사랑하는 가족이 나 때문에 힘들고 괴로워하면 안 되니까요
(훈) 콩아
너한테 미안한 사람은 나야
더 살펴 주고 더 함께 있어 줬어야 했는데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내가 없는 빈집에서 혼자 뭘 하는지
쓸쓸하진 않은지
네가 원하는 거 진짜 다 해 주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네가 나에게 온 뒤로 매 순간이 행복했거든
넌 유일하게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언제나 날 위로해 주고
언제나 한결같았으니까
[헥헥거린다]
네가 없었으면 형 진짜 외롭고 쓸쓸했을 거야
그러니까 끝까지 콩이 네가 형 책임져
네 옆에 끝까지 있을 수 있게 해 줘
[왈 짖는다]
[낑낑거린다]
형이랑 같이 가자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벌써?
아, 안녕하십니까
(사자3) 인도 관리 팀 동물령 담당 사자 장현준입…
(준웅) 아, 아, 예
(사자3) 아, 왜 이러십니까?
곧 수명을 다할 동물령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춰 왔나요?
네, 돌아가세요
그래도 시간이 돼서
[콩이 낑낑거린다]
(사자3) 쟤가 콩이군요
30분만 늦게 데려가세요
그 정도 여유는 되죠?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너무 짧다
(륭구) 1시간 30분 뒤에 데려가요
아, 안 돼요 그럼 시말서 써야 한다고요
(준웅) 우리 팀에 그, 시말서 파일 많으니까
그거 참고하시면 될 거 같은데요
노, 놉, 안 됩니다
(륭구) 동물령 인도 지각 횟수가
만 건이 넘었네요?
[놀란 숨소리]
[사자3의 헛기침]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거 같진 않은데
[만족스러운 소리]
이 집 밀크티 잘하네
(준웅) 이거 두 개 다 드시면서
동네 네 바퀴 반 이상 돌고 오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네 바퀴 반을 어떻게…
[헛기침]
[고양이 울음 효과음]
(사자3) 1시간 반 진짜 칼같이 옵니다
(륭구) 네
(준웅) [힘주며] 응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준웅의 기합]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시간이 얼마 없어
(련) 알고 있지?
정말 콩이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건가요?
(련) 응
왜 하필 지금…
죽음이 원래 그래
그래도 둘이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련) 마지막이니까
서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고
잘 보내고 와
네
[한숨]
(준웅) 그…
콩이 많이 추울 텐데
이거라도 좀 덮어 주세요
(륭구) 훈이 씨는 이거 입으세요
(훈) 콩아
형이랑 산책 갈까?
[콩이 낑낑거린다]
가자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차분한 음악]
[훈의 한숨]
콩아, 여기 기억나?
[웃음]
(훈) 잘 가네, 콩이 [헥헥거린다]
(훈) 여기 우리 산책하던 길
[낑낑거린다]
[훈의 한숨]
(훈) 콩아
넌 모르겠지만 나는 [콩이 낑낑거린다]
너와의 마지막을 떠올릴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서 진짜 생각 많이 했었어
근데 잘 모르겠더라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을게
내가 슬퍼하면 콩이 네가 더 슬플 테니까
(어린 훈) 오케이, 오케이 [콩의 울음]
잘했어
[어린 훈의 웃음] (훈) 부족한 날 좋아해 줘서
[어린 훈의 신난 소리]
(훈)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콩이 낑낑거린다]
[훈의 웃음]
잘했어, 잘했어
[콩이 헥헥거린다]
(훈) 항상 그 자리에서 날 바라봐 줘서 고마워
네가 내 삶에서 사라져도
일도 열심히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널 그리워할게
(훈)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다시 만나면 그땐 매일매일 너랑 놀아 줄게
그때는 너 절대 외롭게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콩아
[훈이 흐느낀다]
괜찮아
형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 마
콩아
괜찮아
잘 가
잘 가, 내 동생 콩이
[훈이 흐느낀다]
콩아
[콩이 낑낑거린다]
김콩
시무룩해하지 마
(륭구) 거기에 가면 네 친구들 되게 많아
그리고 훈이 씨도
네 생각 하면서 잘 지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낑낑거린다]
가 보겠습니다
(륭구) 참 신기해요
하다못해 부모 자식 사이라도 틀어질 수 있는 게 사람인데
오직 반려동물만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는 게요
순수하니까
(준웅) 동물만큼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요?
(련) 난 없다고 봐
있어도 신생아 정도
동물만큼
순수한 존재는 없어
[탁탁 그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키보드 조작음]
콩이는 잘 보내 줬어요?
[살짝 웃는다]
(훈) 네
(직원4) 지난번에
유난 떤다고 해서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공과 사는 구분했어야 하는 건데 [탁탁 그리는 소리]
아니에요
제가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어서
(직원4) 이해를 못 했어요
그,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기다리고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만 하지 마세요
[살짝 웃는다]
네, 감사합니다
[직원4가 의자를 드르륵 뺀다]
[키보드 조작음]
[한숨]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준웅) 주인 잘 만났어요
무지개다리 건넜지만
[민영의 한숨]
그래도 버려진 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가족도 만났다니까
가출을 했더라고요
(민영) 네?
반려동물이 마지막 가는 길을 주인에게 보여 주기 싫어서
(준웅) 집을 나오거나
주인이 안 볼 때 숨을 거둔대요
(민영) 아, 그래서 콩이도…
(준웅) 가족이 힘들거나 슬퍼하는 걸 보는 게
내가 아픈 것보다 더 괴롭기 때문이겠죠
[민영의 한숨]
사람도 동물도 다 똑같네요
(민영)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힘도 나고
희망을 잃지 않기도 하는 거요
우리 오빠도
사람 구하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대요
저 구하려고 한 손님 보면서
오빠가 조금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날 정신이 없어서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동료분들께도 꼭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네
(민영) 감사합니다
[한숨]
(정임) 손님?
[정임의 웃음]
아, 안, 안녕하세요
(정임) 아, 맞네
친구 보러 오는 길이에요?
(준웅) 아, 예, 뭐…
[정임이 살짝 웃는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우리 아들?
많이 괜찮아지고 있어요
아니요, 그, 사장님이요
[잔잔한 음악] (준웅) 병간호하시느라 힘드시니까
[웃음]
나야 뭐, 우리 아들 보면 싹 낫지
(정임) 언제 갑자기 깨날지 모르는데 늘 건강해야지
깨났는데 엄마가 아프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아들 걱정시키면 안 되지
그러니까요
곧 깨어나실 거예요
그럼요
(정임) 그럼, 내가 그거 하나 믿고 사는데
(준웅) 고마워요
네?
갑자기 무슨…
[훌쩍인다]
(준웅) 건강하세요 [당황한 소리]
(정임) 예?
아, 그냥 뭐, 건강하시라고요
[당황한 숨소리]
(준웅) 저…
(정임) 네
[살짝 웃는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내 방송 속 사자4) 신입 사자 교육이 있습니다
혼령관리본부 팀장들께서는
반드시 참석 부탁드립니다
(옥황) 야 [놀란 숨소리]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복잡하게 하니, 어?
(준웅) 아니에요
(옥황) 아, 뭔데, 어?
말해 봐, 말해
[준웅의 답답한 숨소리]
(준웅) 제가 계약대로 6개월 뒤에 깨어나면
우리 가족들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건 네 몫이겠지
가족의 행복까진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니요
(준웅) 전 무조건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어떻게든 슈퍼 패스 받아서
꼭 호강시켜 줄 거예요
그래라
[옥황이 살짝 웃는다]
우리 가족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꼭 보상해 줘야죠
그래, 쯧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
(옥황) 그래서
한강에서 노숙자 구했던 그날을 후회하니?
[한숨 쉬며] 그건 아니지만
우리 가족들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옥황이 입소리를 쩝 낸다]
너랑 네 가족만 그럴까
(옥황) 인간들에겐 슬픔, 외로움, 괴로움, 그게 뭐든
견뎌 내야 하는 공평한 시간들이 주어진단다 [차분한 음악]
그리고 견뎌 내는 자들에게는
나중에 그 보상이 따르고
시간도 보상도 공평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웃음]
다들 제가 견뎌 내야 하는 시간만 무겁고
(옥황) 보상은 가볍다고 생각하지
잘 견뎌 내
넌 인생 슈퍼 패스가 걸려 있으니까
네
근데요, 그, 저는 슈퍼 패스가 걸려 있다고 쳐도
팀장님이랑 대리님은 도대체 왜 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
금수저 환생 때문이 아닐까?
환, 환생이요?
환생하시기에는 조금 시간이 늦은 거 아니에요?
팀장님이랑 대리님 엄청 나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준웅) 아, 그, 분명 목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야, 넌 참 뭐든
(옥황) 쉽게 넘어가지를 않는구나, 응?
그래, 쯧
그래서 뭐, 여기 남아 있는 거겠지
후회하고 있거든
[무거운 효과음]
[신호등 알림음]
[흐느낀다]
[훌쩍인다]
(옥황) 스스로 아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상처들은
꽤 깊은 상흔을 남기곤 하지
그래서 나는
그 후회가 끝나
(옥황) 겨울뿐인 그들의 삶에
따뜻한 햇살이 들길 바랄 뿐이다
자! 그럼 난 오늘 여기까지
배달이 밀려서
간다
(준웅) 아…
예, 가, 가세요
[의아한 숨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어두운 음악]
[련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련의 힘주는 신음]
[잘그락 떨어지는 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
잘 지냈다고?
[헥헥거린다] [옥황의 웃음]
네가 여기 온 지도 벌써 50년이나 지났구나
[울음]
오, 친구들하고 잘 지냈다고?
[헥헥거린다] [옥황의 웃음]
그래그래
너도 환생할 준비를 해야 해
(옥황) 착하게 살았으니까
이번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거다
[울음]
근데
그 전에 만나야 될 사람이 있단다
[의아한 울음]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콩이 헥헥거린다] [옥황의 웃음]
[콩이 낑낑거린다]
[늙은 훈의 힘주는 신음]
[콩이 왈왈 짖는다]
[웃음]
[감성적인 음악]
[긴장되는 음악] (련) 이번 예정자는 둘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 (준웅) 왜요? - (련) 성폭행 사건이야
먼저 가랄 땐 언제…
(남자5) 죽기 싫으면 조용히 걸어
(윤희) [흐느끼며]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살고 싶어?
(윤희) [울부짖으며] 저 말 안 할게요!
- (련) 차윤희, 정신 차려! - (윤희) 말 안 할…
(남자6) 전도유망한 의대생이라
결국 감형되더라고요
(륭구) 낄낄거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산다더니
진짜 웃잖아?
[퍽퍽 때리는 소리] [남자5의 신음]
(준웅) 임 대리님
'모든 사자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 (준웅) 잊었어요? - 비켜
(준웅) 임 대리님, 제발…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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