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8
[차분한 음악]
(련)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여쭤봐도 됩니까?
팀장님께서는 왜 잠을 주무시지 않는 겁니까?
[중길이 픽 웃는다]
왜 웃으십니까?
내 밑에서 일한 지 200여 년이 흘렀는데
나한테 처음 하는 질문이 고작 그거야?
못 자는 거겠지
나는 잠드는 게 두려워 [어두운 음악]
(중길) 잠이 들면
끔찍한 상황이 되풀이되거든
[남자1의 비명] (남자2) 누구야, 으악!
[남자2의 신음] (중길) 슬픔과 분노
[남자2의 힘겨운 신음]
불신과 좌절
그리고
무기력
분명 겉모습은 나인데
그건 내가 아니야
그래서 잠들 때마다 되풀이되는 그 끔찍한 꿈이 싫어, 난
잠드는 게 두려워
충분한 답이 됐어?
네
[차분한 음악]
(준웅) 질식사
밀폐된 곳에서 가스…
[톡 치는 소리]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힘겨운 신음]
[레드라이트 경고음] [문이 달칵 닫힌다]
(준웅) 그런 건 어디서 구했을까?
[숨을 씁 들이켠다]
[마우스 조작음]
뭐야, 이거
[준웅의 놀란 숨소리]
[준웅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나) 준웅 씨도 드세요
아, 예, 예, 그, 괜찮아요?
[살짝 웃는다]
(예나) 예전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행복하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어, 근데
(예나) 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
아, 그, 다른 게 아니라 궁금한 게 좀 있어서요
그때 대리님 방에 있던 물건들
아
혹시 어디서 구한 건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아, 물론 예나 씨
(준웅) 말씀하시기 힘든 거 알아요
예나 씨를 탓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전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SNS에 글들을 올렸어요 [어두운 음악]
(예나) 죽고 싶은 심정을
[마우스 조작음]
그러다 어느 날인가
누군가에게 DM이 왔어요
날 도와줄 수 있다고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륭구) 팀장님
드세요
(련) 웬일이야? 임…
어
인사 고과 시즌이구나?
네
이번 업무 수행 능력 평가도 잘 부탁드립니다
[련의 한숨]
능력도 좋고 인성도 훌륭한 임 대리가 뭐 이런 거까지
(련) 가만 보면 은근 출세 지향적이야
주마등에서 승진을 포기한 차사는 팀장님밖에 없을걸요?
아
그래서 세상 무서운 게 없는 건가
(련) 욕이야, 칭찬이야?
(륭구) 둘 다입니다
팀장님 건 제가 재량껏 작성하겠습니다
맘대로 해
(준웅) 팀장님 그, 팀, 팀장님, 그
제가 그때 신예나 씨 방에서 봤던 물건이요
- 그… - (륭구) 준웅 씨?
메일 확인했습니까?
- 네? - (륭구) 인사 고과 평가서요
(륭구) 직원들끼리 서로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건데
열어 보시고 팀장님이랑 제 거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제가 자살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았거든요?
(준웅) 이것 좀 보세요
신예나 씨랑 비슷한 사례입니다
[련이 컵을 툭 놓는다]
게다가 추적을 막으려는지 현금 대신 코인으로만 받는대요
이 자식들 이거 완전
전문가라니까요?
(륭구) 음
그러고 보니까
예전의 그 사건도 이들이 한 짓 같네요
아, 그 승합차?
[자동차 엔진음] [무거운 음악]
[배기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련) 준비들 많이 했네
어디서 만난 사이야?
브로커를 통해서 모인 것 같아요
(준웅) 뭐예요? 왜 또 나만 몰라
(륭구) 아, 준웅 씨 오기 전 사건이에요
(륭구) 확실하고 고통 없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거나
(륭구) 우울한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보내서 모집하는 거죠
(련) 그러네
역시 처음이 아니었어
(준웅) 잡읍시다, 이놈들
됐어
(련)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아니
이게 왜 쓸데없는 짓인데요?
그럼 앞장서서 정의 구현이라도 하게?
(련) 착각하지 마
그건 우리들이 할 일이 아니야
(륭구) 사자는 인간들 앞에서 능력을 사용하거나
그들의 일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거
준웅 씨도 잘 아실 텐데요
(련) 그래, 맞아
너도 알다시피
우린 그 사람이 제 수명까지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
그거까지만이야
왜요? 지금까지 많이 관여했잖아요
레드라이트에 관련된 인물 위주로
(륭구) 일시적인 허용일 뿐입니다
아, 그래도 이건 좀…
(련) 우리가 인간사에 관여하게 되면
한도 끝도 없어
결국 정치, 사회, 전쟁, 환경 오염
수많은 문제에 개입하게 될 거고
사회 질서를 정리하는 건
산 사람들의 몫이야, 알겠니?
(륭구) 그리고 위기관리 팀은 프로젝트팀입니다
아직도 내부엔 반대하는 세력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문제를 키울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 이 미친놈들을 그냥 두자고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이건 상황이 다르잖아요
예나 씨 때도 그랬고
이런 놈들 때문에 우리가 예정자를 구하고 싶어도
(준웅) 못 구하게 될 수도 있다니까요?
팀장님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네?
안 돼
팀장님
최준웅 씨
(륭구)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가 하는 건 정의 구현이 아니라고요
됐어요, 됐어요!
(준웅) 지금 제 의견을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요
제가 무슨 틀린 얘기 했냐고요
[한숨]
하, 답답하게 진짜
[엘리베이터 도착음] [준웅의 한숨]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준웅) 아유!
의지가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하든가
'착각하지 마'
(준웅) '우리가 하는 것은 정의 구현이 아니야'
[헛웃음]
됐어
저승의 힘을 못 빌리면
이승의 힘을 빌리면 되지
[숨을 후 내뱉는다]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형사의 한숨]
(형사) 그러니까 그쪽 말은
자살자들한테 자살 도구들을
돈 주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거죠?
(준웅) 예, 그, 사람들 모아서 동반 자살까지 유도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에요
(형사) 증거 있어요?
(준웅) 제가, 잠시만요 관련 카페를 찾았거든요?
잠시만요
이거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헛웃음 치며] 아유
(준웅) 예?
아, 아, 죄, 죄송, 죄송해요
제가 그 관련 링크를 찾았었는데
요거, 요거, 요거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한숨]
(형사) 이놈들 돈만 받고 가짜 물건 보내거나
잠수 타는 사기꾼이에요
아, 아니에요, 지, 진짜예요
(형사) 결정적인 증거 가져오시면
그때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이, 잠깐만요, 그
(준웅) 그,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오면 생각해 보겠다니
그거 너무 무책임한 발언 아닙니까?
아이, 경찰이면 이런 일에 발 벗고 나서야 될 거 아니에요?
(형사) 선생님
우리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 아닙니다, 예?
하루에도 수십 건씩 되지도 않는 신고가 들어와서
저희도 아주 곤란하거든요?
아, 그러니까
아,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시고요
쓸데없는 짓이라니 사람 목숨이 달렸는데! 씨
아, 이 사람이 근데
어디서 소리를 질러! 쯧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나 저승!
아, 그러니까 나는…
(형사) 그러니까 너는?
취준생이요
[형사의 한숨]
(형사) 저기요, 선생님
이럴 시간에 취업 준비를 더 하세요, 예?
요즘 취업 경쟁률 치열하다며
아, 여기서 그런 얘기가 왜 나와요, 지금?
(형사) 왜 나오긴 시간이 남아도니까
그냥 이런 거나 파고들고 하는 거 아니에요
- 아니라니까, 진짜라니까요! - (형사) 가요, 가!
아이, 바빠 죽겠는데 정말, 쯧
(준웅) 아니, 바쁜… [형사의 못마땅한 소리]
- 아니, 맞다니까, 이거 있다니까! - (경찰1) 가시죠
(경찰1) 가시죠, 선생님
(준웅) 아씨
(경찰2) 소란 피우지 말고 가시죠
아,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아주 그냥!
(준웅) 아, 놔요!
아씨
아, 맞다니까! 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웅의 짜증 섞인 소리]
이승이나 저승이나 다 똑같네, 쯧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한숨]
[한숨]
됐어, 그 사기꾼 놈은 내가 찾는다
(준웅) 내가 찾아
(준웅)
(준웅) 눈을 뜨면 시작되는 하루가 두렵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고민하는 숨소리]
(준웅)
(준웅) #우울, 자살
끝
[다리를 탁탁 친다]
(준웅) 아,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오냐
조금 더 사연을 우울하게 써야 되나?
[다리를 탁탁 친다]
[숨을 후 내뱉는다]
[준웅의 한숨]
[무거운 음악] 어? 왔다
아이디가 '저승사자'야?
이게 어디서 사칭이야, 씨, 쯧
딱 걸렸어, 너는 내가 꼭 잡는다
아이디
'주마등'
[메신저 알림음]
'소심남', '끝인사'
'이젠 안녕', '노을'
[한숨]
[키보드 조작음]
(준웅) 진짜 확실하게 죽을 수 있나요?
(남자3)
(남자4)
(준웅) 고통스럽지 않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죠?
(준웅)
(남자5) 질문들이 많으시네
이 영상으로 답변하죠
영상?
[마우스 조작음]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부스럭 소리가 흘러나온다]
[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준웅) 아이씨!
아이씨, 미친
[놀란 숨을 내뱉는다]
아, 진짜
(남자5) 보다시피 조용하고 깨끗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어두운 음악] '깨끗하고 조용하게 죽음을'?
(남자5) 평생을 철창에 갇혀 사는 것보단
행복할 걸로 생각합니다
(남자3) 고통스러운 거 아닌가요?
(남자5) 여러분들을 위해 확실하고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게 개발한 것입니다
우리를 위한 거라고?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남자5) 저도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몇 번이나 생을 마감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죠
이번엔 저도 이 방법으로 [긴장되는 음악]
- (남자5) 함께 죽을 생각입니다 - (준웅) '함께 죽을 생각입니다'
(남자5)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자6)
[한숨]
(남자5) 혼자 가는 길이 어려웠는데
동반자가 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남자3)
(남자4)
[채팅 수신음]
(여자)
[숨을 씁 들이켠다]
(남자5)
[한숨]
[준웅의 심호흡]
[휴대전화 조작음]
(준웅)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한숨]
(준웅) '극히 위험한 상태에선'
'지휘관의 판단으로 무기 사용을 인정한다'
[한숨]
[직 떼는 소리]
[입바람을 후 분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대리님
[멀리서 개가 짖는다] [새가 지저귄다]
여기인가?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덜컥거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남자6) 저기, 혹시…
아, 저는
주마등입니다
(남자6) 아
저는 소심…
[헛기침]
소심남입니다, 아이디
[코를 훌쩍인다]
저는 노을입니다
끝인사입니다
예
저승사자 님은 물건 실어서 곧 오신다고 했습니다
이젠 안녕 님은 안 오실 건가 보네요
[남자3의 한숨]
(남자6) 겁쟁이
다들 용기 내서 온 길인데
아, 그건 아니죠
(준웅) 다들 각자 사연이 있는 건데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죠
주마등 님은 공감 능력이 참 좋으시네요
(남자6) 이런 데 오실 분 같지 않게
아, 그
제가 감정 기복이 좀 심해 가지고
죄송합니다
[지퍼를 직 연다]
[남자6이 달그락거린다]
(남자6) 아
아무래도 전 맨정신으론 힘들 거 같아서
[타닥거리는 소리]
(여자) 피아노로
먹고살 수 있는 재능이 없다는 걸 [무거운 음악]
이제야 깨달은 거죠
그렇다고 이제 와 뭘 새로 시작하는 것도 무섭고
다시 도전해 봐요, 아직 젊으신데
저는 그 젊음이 미워요
(여자) 치열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믿었는데
집안 백으로 실력 없어도 독주회 갖는 친구들 보면
내가 너무 싫어지더라고요
[여자의 한숨]
이제 지쳤어요
(남자3) 저, 저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후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는데
더는 내가 가족들한테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숨]
정작 내 자신을 위해 해 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찌나 허무하던지
(준웅) 그럼 취미나 창업 쪽으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예?
(남자6) 죽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같아요, 주마등 님은
아까부터 좀 우리랑 다른 것 같다
아, 죄송합니다
주마등 님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시게 된 거예요?
아…
아, 그,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취준생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분식집을 하시면서 공부를 시키셨죠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어머니, 동생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봐서라도 지칠 수가 없더라고요
(준웅) 하지만 현실은 참 차갑고 냉정했어요
불합격 문자가 주는 제 시간에 대한 상실감이
절 여기까지 오게 한 거 같습니다
[한숨]
진짜 힘드셨겠다
그, 혹시, 저 화장,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요?
아, 저, 위, 위에…
[한숨]
[남자3이 숨을 내뱉는다]
[한숨]
아, 뭐 하는 거냐, 최준웅
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 돼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긴장되는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아, 저승사자, 씨
[힘주는 숨소리]
(준웅) 여러분, 여러분, 그…
왔어요, 그놈 여기서 빨리 나가야 돼요
(남자6) 아이, 무슨 말이에요 주마등 님?
왔다니, 누가요?
아, 그…
아, 그,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초조한 숨소리]
아이씨
(남자6) 아
저, 저분이 저승사자 님 아닐까요?
저, 저분도 우리랑 함께 하시기로 한 분이잖아요
아니에요, 저 사람 사기꾼이에요
(준웅) 여러분들 이용해서 돈 벌려는 악질이라고요
자기 혼자 살아남고
또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모을 거예요
에이, 설마요
아니…
아니, 여기서 나가야 한다니까요?
(여자) 이용당했든 말든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
(준웅) 아니요
여러분들이 혼자서 끝낼 수 있는데 여기까지 온 건
누군가 자기 얘기를 들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오신 거 아니에요?
아니
아, 누군가 자기를 붙잡아 줬으면 하는
그런 희망이 있어서 오신 거 아니냐고요
(남자6) 그래도 우린 다 같이 함께 죽어 주기로 한 거잖아요
(준웅) 아니요, 제발!
아, 제발 여러분들 삶을
저딴 쓰레기한테 내던지지 마세요
아, 제발 좀 소중하게 여기시라고요!
아, 그
명함, 아, 맞다, 명함
제발
아마 여기로 연락하면 다 들어 줄 거예요
무슨 얘기든 어떤 고민이든 다 들어 줄 사람들이니까
여기로 연락해요
일단 나갑시다, 예?
아니, 시간이 없어요 빨리 나가야 한다니까요?
(남자6) 싫어요
나 안 갑니다
아, 제발요
나 이번에 정말 결심했단 말이에요
(준웅) 아, 제발요, 살아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어요
그러니까 갑시다
(남자6) 싫어요 [어두운 음악]
나 진짜 안 갈래요
- 아이, 정말 - (남자6) 네?
아이, 가셔야 돼요, 빨리 가셔야…
[문이 덜컹 열린다] (준웅) 가셔야 한다고요, 좀
[카트가 달달거린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아이, 근데 다른 분들은 다 어디 계시고
(남자7) 왜 두 분만 있으십니까?
(준웅) 내가 다 보냈다
[남자7의 헛웃음] 너 사기꾼이지?
딱 걸렸어, 이 새끼야
아, 진짜 곱게 보내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남자7) 야
넌 맞아 죽을 팔자인가 보다
(준웅) 혹시 몰라서 챙겨 왔거든요?
받아요
[웃음] [준웅이 가방을 툭 놓는다]
내가 이미 한 번 죽은 몸이라 무서울 게 없거든?
[남자7의 코웃음] 덤벼, 이 새끼야! 이씨
[긴박한 음악] [준웅과 남자7의 힘주는 신음]
[준웅의 힘겨운 신음]
[남자7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이씨
[소란스럽게 싸운다]
[콜록거린다]
[남자7이 숨을 후 내뱉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성난 소리]
[준웅과 남자7의 힘주는 신음]
[준웅의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성난 소리]
[기합]
[퍽] [남자7의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신음]
[거친 숨소리]
[준웅이 콜록거린다] [남자7의 힘겨운 숨소리]
[준웅의 힘겨운 숨소리]
아, 괜찮아요? [긴장되는 음악]
[준웅의 신음]
[짜증 섞인 한숨]
안 괜찮아, 너 때문에
[철거덩]
[어두운 음악]
[말소리가 들린다]
[남자들의 웃음]
[남자1의 비명]
(남자2) 아이, 누구야!
[푹 찌르는 소리] [남자2의 신음]
[떨리는 목소리로] 조, 종사관 나리
사, 살려 주십시오
[남자2가 컥컥거린다]
늦었다
[남자2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중길) 더러운 혀를 놀리는 놈들은
[떨리는 숨소리]
그 수가 얼마가 되든 내 모조리 베어 주지
[괴로운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련) 뭐야, 최준웅 안 온 거야?
(륭구) 그러게요
단단히 삐졌나 봐요
[련의 어이없는 숨소리]
(련) 마음에 좀 안 드는 일 있다고 제멋대로야, 제멋대로
(륭구) 연락해 볼까요?
(련) 됐어
혼자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멀리 가지도 못해
근처에서 싸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
준웅 씨가 몇 가지 가져간 것 같아요
(련) 뭐야
얘 브로커 잡으러 간 거야?
그럴 확률이 크죠
[한숨]
(륭구) 아
이럴 때 쓰임이 있을 줄은 몰랐네
준웅 씨가 하는 짓이 하도 애 같아서요
준웅 씨 폰에 뭘 좀 깔아 뒀거든요
[안도하는 한숨]
적절하네
[륭구가 흥얼거린다]
꽤 멀리 갔는데요
(륭구) 준웅 씨 별일 없겠죠?
무서워서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그러길 바라고
[어두운 음악]
[자동차 가속음]
[남자7의 한숨]
[코를 훌쩍인다]
[한숨]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자6이 테이프를 찍 뗀다]
[성난 숨소리]
(준웅) 아이!
[남자6이 부스럭거린다]
[힘겨운 목소리로] 당신 대체 뭐야?
(남자6) 나?
소심남
그리고
저승사자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코를 훌쩍인다]
이해가 안 되나 보구나
[라이터가 탁 닫힌다]
둘 다 나라고
[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남자6의 옅은 웃음]
[어두운 음악]
[채팅 수신음] [키보드 조작음]
[남자6이 킥킥 웃는다]
대체 왜…
[한숨]
왜일까?
돈 때문이냐?
(남자6) 으음
이미 돈은 충분히 벌었어
그럼 뭔데?
살고 싶어서
뭐?
난 이상하게 죽고 싶을 때마다
딴 연놈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 살고 싶어지더라
[한숨]
근데 네가 다 망쳐 버렸잖아 짜증 나게, 이씨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이씨
[남자6의 힘주는 신음]
(남자6) 아이… [준웅의 힘주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갑자기 나 그런 말 들으면 진짜
[남자6의 떨리는 숨소리]
아, 기분 너무 좋아
나 진짜 미친 건가?
(준웅) 그래, 정신병자 새끼야
(남자6) 근데 너 진짜 뭐야?
경찰 같진 않고
[준웅이 침을 푸 뱉는다]
[떨리는 숨소리]
저승사자다, 이 새끼야
미친 새끼 내가 저승사자라니까, 이씨
(남자6) 안 되겠다
더 미치면 약도 없어
바로 가자
진짜 저승사자가
보여 줄게
[준웅의 힘겨운 신음]
[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뭐 하는 거야?
(준웅) 풀어
이거 풀어, 이 새끼야!
(남자6) 밧줄은 너 죽고 나면 풀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경찰한테 걸리면
나 어디까지나 이거 몇 개 판 사람에 끝나야 되거든
이걸 이상한 용도로 사용한 사람은
바로 너고
[남자6의 새어 나오는 웃음] [준웅이 콜록거린다]
이 개자식
[개 울음을 흉내 낸다]
[준웅이 콜록거린다]
[남자6의 신난 소리]
[남자6의 거친 숨소리]
[꺽꺽댄다]
"주마등"
[어두운 음악]
[중길의 한숨]
[가스가 쉭 새어 나온다]
[탁탁 치는 소리] [어두운 음악]
[쾅]
[남자6의 힘겨운 신음]
[남자7이 털썩 떨어진다]
(륭구) 체급에 맞게 싸우셔야지 [련의 한숨]
치사하게
(련) 최준웅
정신 차려, 괜찮아?
[남자6의 힘주는 신음]
(준웅) [힘겨운 목소리로] 안 돼 안 돼
[놀란 숨소리] 아니…
[준웅이 콜록거린다] (련) 임 대리, 최준웅 잘 지켜
(륭구) 팀장님!
[한숨]
(준웅) 대리님 저 사람 잡아야 돼요
말했죠?
(륭구) 인간들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저 사람 잡아야 한다니까요
최준웅 씨!
[콜록거린다]
(륭구) 회사에는 규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준웅 씨가 들어온 이후로 계속 그 규칙을 어기게 됩니다
[한숨]
준웅 씨는 6개월 후에 나갈 팀이지만
우리는 목적을 이룰 동안 계속 이어져야 되는 팀입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제발
이런 무모한 짓 그만하십시오
[콜록거린다] [긴박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남자6의 짜증 섞인 소리]
(남자6) 아유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이씨 [공간 이동 효과음]
뭐야
와, 진짜, 뭔데 저렇게 빨라! 이씨
으, 따라와 봐, 어?
따라와 봐!
어
[웃으며] 그렇지 내가 잘못 본 거지, 이씨
[공간 이동 효과음] 아, 내가 미친 줄 알았네!
[웃음]
저거 뭐야?
친다, 친다!
진짜 친다!
오, 아이, 비켜! [타이어 마찰음]
[남자6의 비명]
[남자6의 힘겨운 신음]
[남자6의 힘겨운 신음]
[소리친다]
내가 비키라니까
[차 문을 탁탁 치며] 칠 거라 그랬잖아!
아이씨
칠 거라니까, 씨, 칠 거라니까
[어두운 음악]
[얼빠진 숨소리]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어?
난 비키라 그랬어, 그리고
아, 어떻게, 그게 말이 돼? 사람이, 어?
여기 나타났다, 저기 나타났다
이거 말이 안 되지 내가 잘못 본 거야
[웃으며] 어, 그렇지 내가 잘못 본 거야, 어?
[비명]
이씨!
[남자6의 거친 숨소리]
너 뭐야?
나?
저승사자 [무거운 음악]
(남자6) 개나 소나 다 저승사자래
내가 저승사자인데! 이씨
- 요새 유행이냐? - (련) 아니
저승사자 맞는데
일단 넌 좀 맞자
[남자6의 힘주는 신음]
[남자6의 힘겨운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남자6의 힘겨운 신음]
[남자6이 콜록거린다]
(련) 사람 목숨 갖고 돈이나 벌고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힘겨운 숨소리]
이 쓰레기 같은 놈
[남자6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6) 왜
왜 그게 잘못된 건데, 왜!
[남자6의 거친 숨소리]
죽고 싶다잖아
난 그냥 죽겠다는 사람
도와준 거뿐이야
아니
[가슴을 탁탁 치며] 내가 죽으라 그랬어? 어?
내가 죽으라 그랬냐고! 이씨
됐고
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낫겠다
[남자6의 당황한 숨소리]
[남자6의 힘겨운 신음]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거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륭구) 팀장님!
더 이상 개입하면 곤란합니다
(준웅) 아, 왜요, 왜 말려요!
[준웅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남자6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한숨]
[레드라이트 알림음]
[무거운 음악]
[레드라이트 경고음]
"우울 수치"
(준웅) 팀장님, 대리님
왜 이 자식이 어플에 뜨는 거예요?
예?
[허탈한 숨소리]
[콜록거린다]
바이러스의…
[진호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이번 우리 임무 예정자 맞는 거 같습니다
(준웅)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예? 팀장님!
최준웅
- 우리가 하는 일이 뭐야? - (준웅) 아니요
그래도 구분할 건 구분해야죠
(련) 아니, 설령 범죄자일지라도
그 사람이 삶을 포기하려 하면
구하는 게 우리 일이야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다고요 사람들을!
(준웅) 저도요
아까 봤잖아요
[한숨]
(륭구) 이 사람의 생사를 심판할 수 없습니다
살릴지 말지에 대한 권한이 우리한테 없단 말입니다!
(준웅) 왜, 왜 우리가 저런 자식을 살려야 하는데요, 왜!
[진호가 컥컥거린다]
[련의 다급한 숨소리]
독극물 같습니다
어차피 이젠 이 일도 끝이고
(진호)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
(륭구) 안 돼요
죽으면 안 됩니다!
팀장님, 어떡합니까?
준웅 씨, 뭐 합니까 119에 전화 안 하고!
[컥컥거린다]
(준웅) 아니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면 그때 어떻게 하시려고요
[륭구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됐어요
그냥 죽게 놔둬요
팀장님
(륭구) 레드라이트에 이 사람이 뜬 이상
어떻게든 이 사람을 살려야 됩니다!
싫어요, 저는
(준웅) 아, 저는 싫다고요, 팀장님!
[옅은 웃음]
이런 자식을 살리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요!
[무거운 음악] [한숨]
우리 그냥 여기서 포기하고
더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가요 그게 맞는 거잖아요!
(련) 최준웅!
너만 정의롭지?
나도 화나!
그런데도 우린 [진호가 컥컥거린다]
살려야 돼
그게 위관 팀이 하는 일이야
알겠니?
그럼 저는 그만두겠습니다
위관 팀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어쩐 일로
혼에서 썩은 악취가 진동하네
[진호가 캑캑거린다]
(중길)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했나?
[힘겨운 숨소리]
아니
네가 치러야 할 죗값에 비하면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
뭐야, 넌?
네가 갈 곳은 그곳뿐이야
(중길) 영겁의 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 화염 속에서 불탈 것이며
[캑캑거린다]
순간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다시 붙어짐을 반복하는
[놀란 숨소리]
가장 끔찍한 지옥
[사람들의 비명] [후르르 타오르는 소리]
[진호의 놀란 숨소리]
[진호가 콜록거린다]
[겁먹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진호) 살려 줘
[웃으며] 너희 나 살려야 한다며
[컥컥거린다]
뭐 해
나 살려 달라고
위관 팀은 이런 자도 살리려고 하나?
[진호의 거친 숨소리]
너로 인해 시작된 일이니
(련) 최준웅 네가 선택해
저놈 살릴지
아니면 위관 팀 그만둘지
팀장님!
[진호의 거친 숨소리]
살려, 빨리
[진호가 캑캑거린다]
(진호) 나 죽으면
[힘겨운 신음]
네가 나 죽인 거야
그럼 나랑 뭐가 달라?
살려, 빨리, 씨
[힘주는 신음]
[한숨]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제가 꼭 살고 싶습니다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진호가 구역질한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준웅) 거기 119죠?
여기 독극물 마신 사람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킥킥댄다]
[통화 종료음]
[준웅이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웃지 마!
[준웅이 울먹인다]
넌 못 죽어
아니, 안 죽여
살아, 살아서
그 죗값 다 치르고 죽어
알았어?
어떻게?
나란 증거는 있고?
[진호의 웃음]
(준웅) 아, 진짜, 씨
[진호가 콜록거린다]
[진호의 웃음]
[진호가 콜록거린다]
[진호의 웃음]
[컥컥거린다]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륭구) 한잔해요
퇴근 안 해요, 대리님?
(륭구) 갈 땐 가더라도
맥주 한 캔은 괜찮잖아요
[륭구가 캔 뚜껑을 쉭 딴다]
고생 많았어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똑같은 사람 되기 싫었을 뿐이에요
[륭구의 한숨]
(륭구) 이건 비밀인데
팀장님도 신입 시절엔
준웅 씨처럼 감정적인 애새끼셨대요
[픽 웃는다]
애새끼요?
이승에서 악인들만 만나면
(륭구) 남은 수명에 관계없이 하도 쥐어패셔서요
지금은 연세 꽤 되시니까
그 불같은 성미를 참으시는 거죠
진짜요?
네
[잔잔한 음악]
예전에도 있었어요
(륭구)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기꾼을
구해야 되는 상황이요
그자로 인해 여러 사람이 빚더미에 올랐었고
그중 두 집의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죠
어떻게 됐는데요, 그 사기꾼?
(준웅) 그래서 살렸어요?
그때도 팀장님은
지금과 똑같은 결정을 하셨어요
[한숨]
(준웅) 대체 왜…
대리님도 보셨잖아요 죄책감도 없는 거
솔직히 전 지금도
그냥 죽게 내버려 뒀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요
(륭구) 삶을 이어 가게 된 것이
그 사기꾼에겐 독이 되었어요
살아서 죗값을 치르게 되었으니까요
준웅 씨는 잘 모르겠지만
죽어서 치르는 죗값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살아서 치르는 죗값이에요
피해자와 그 주변인이 느낀 고통의 몇 배를
죽을 때까지 느껴야 되니까요
송진호
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의사)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를 잃겠네
(간호사1) 아휴 젊은 사람이 안됐네요
(간호사2) 아휴, 참, 어떡해요
뭐예요?
그자는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무거운 음악]
주마등에 그자의 삶이 그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륭구) 원래 죽기 직전에야 영상을 편집하는데
아시잖아요, 우리 팀장님
그자의 범죄 기록 영상을
미리 싹 긁어 왔어요
물론
저승 IP라 절대 추적 불가하고요
신고 안 해요?
누가 안 한다고 했나?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형사의 한숨]
[힘주는 숨소리]
[콜록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부스럭 소리가 흘러나온다]
[힘겨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긴장되는 음악]
(영상 속 진호) 난 그냥 죽겠다는 사람
도와준 거뿐이야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콜록거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콜록거린다]
[의료 기기가 삐삐 울린다]
[콜록거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형사) 저기요, 잠시만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잡아! [긴박한 음악]
[사람들이 놀란다]
[콜록거린다]
(형사) 야, 송진호! 거기 서, 이씨
[진호가 놀란다]
[신음]
이 자식, 송진호, 송진호!
정신 차려, 송진호! 빨리 의사 불러!
(륭구) 그자는 앞으로 말하지도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할 거예요
평생을 누워서 생활할 겁니다
[버튼 조작음]
그것도 맨정신으로
목숨을 살려 이승의 혹독한 벌을 받게 두는 것
그것이 회장님께서
위기관리 팀 팀장에게 부여하신 권한 중 하나입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죽는 게 낫겠다 싶게
딱 그렇게 18년을 살아갈 겁니다
[힘겨운 신음]
차라리 지옥으로 먼저 오는 게 나았을 거예요
그래도 위안이 되네요
근데 제가 만약에 잘못 선택했으면요?
대체 뭘 믿고 팀장님은…
(륭구) 글쎄요
팀장님만 믿는 준웅 씨의 뭔가가 있나 보죠
예나 씨 때도 그렇고
물론
나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준웅과 륭구가 픽 웃는다]
[스마트워치 알람음]
그럼
전 이만 퇴근할게요
[륭구가 캔을 툭 놓는다]
아
여기서 술 마신 거는
팀장님한테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참 재밌는 친구 아니니?
(옥황)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게
젊어서 그런가?
[옥황이 주전자를 달그락 놓는다]
왜, 우리는 살아온 경험 때문에
좀 편견이 있잖아
죽음을 지켜볼 줄만 알았는데
그 친구 센스가 있어
(중길) 글쎄요
(옥황) 인정할 건 인정해
부드럽고 넓은 마음 씀씀이를 써야지
꼰대가 되지 않는 거야
제가
꼰대란 말씀이십니까?
(옥황) [웃으며]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여전히 잠을 자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꿈은
현실 세계와 또 다른 모습이잖니
무슨 말씀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면은 오랜 시간 후회하지만
(옥황) 결국 잊어버리곤 하지
하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그 후회에 끈질기게 발목이 잡히기도 하더구나
잊히지도 않고
꿈에서도 계속 말이야
그렇다고 돌이킬 수도 없는데 말이지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주전자를 달그락 든다]
(준웅) 죄송합니다, 팀장님
최준웅
(련) 이번 일 결과론적으로는 잘 해결됐지만
만에 하나 잘못됐다면
네 말대로 예정자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게 됐을 거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내일이 사라져 버리는 거지
[차분한 음악]
크든 작든
모든 결정엔 선택과 책임이 따르는 거야
그래서 처음에 말렸던 거고
그 결정에 지금도 후회는 없어
그러니까 그만두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만둬
[옅은 헛기침]
아니, 아닙니다
팀은
혼자 뛰는 게 아니야
(련) 네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명심해
네, 명심하겠습니다
(준웅)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았으면 됐어
그, 커피 사 올까요?
맛있는 데 아는데
- 그러든지 - (준웅) 예!
(준웅) [웅얼거리며] 아유 커피 사 왔습니다
뭐야, 어디 가신 거야
[컵을 툭 놓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그래
함께 해야 팀이지
혼자 하면 팀이 아니지
[의미심장한 음악] [준웅이 픽 웃는다]
[입소리를 쯧 낸다]
잠깐
(륭구) 준웅 씨는 6개월 후에 나갈 팀이지만
우리는 목적을 이룰 동안 계속 이어져야 되는 팀입니다
(륭구) 그러니까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제발
이런 무모한 짓 그만하십시오
목적?
(륭구) 죄송합니다
알람 울리면 퇴근해도 된다는 약속
(륭구) 지켜 주십시오
(준웅) 그러고 보니 임 대리님은
항상 시간에 맞춰 퇴근하시고
팀장님은…
(련) 내가 네 친구 좀 구해 주고
너 좀 도와줬다고 착한 사람 같니?
- 네? - (련) 나 지옥에서 왔어
(련)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비밀스러운 음악]
[한숨]
뭐야, 진짜
[공간 이동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여기까지 어쩐 일로?
나한테 질문이 있을 텐데
왜 그곳에 나타나신 겁니까?
망자를 거두러 온 건 아니고
위관 팀의 실패를 지켜보러 간 것뿐이야
거짓말
어째서 최준웅의 선택을 도와주신 겁니까?
(중길) 돕다니
농담이 지나치네
일부러 자극한 거 압니다
[한숨]
넌 여전히 날 꿰뚫어 보고 있구나
너는 그자의 선택을 믿었느냐?
믿었습니다
나도 한때는 너를 믿었지
대체 무슨 일로 여기 온 겁니까?
묻고 싶어서
(련) 칼을 그리 쓰라 배우셨습니까
(중길) 너
네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아니
내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어디 말씀이십니까?
[강조되는 효과음]
악몽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륭구) 위관 팀의 임륭구 대리 맞습니다
[한숨]
연애는 잘 모릅니다
여자 친구가 안 생기는 걸 어쩌라는 겁니까
부적 안 써요
여기 그런 데 아닙니다
오늘 한강 물 온도가 몇 도냐고…
[닭 울음 효과음]
(륭구) 그런 건 기상청에 물으세요
(련) 임 대리 임 대리한테도 계속 전화 와?
(륭구) 네
처음엔 자살 예방 전화로 시작해서
지금은 고민 전화까지 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떨리는 숨소리]
(준웅) 아, 예, 좋은 밤입니다
- (준웅) 영어로는 '굿 나이트'요 - (련) [한숨 쉬며] 최준웅
- (련) 넌 안 와? - 뭐가요?
어떤 미친놈이
임 대리하고 내 전화번호를 마구 뿌린 거 같아서
(준웅) 제발
아마 여기로 연락하면 다 들어 줄 거예요
어떤 고민이든…
오…
글쎄요
그 전화가
(륭구) 최준웅 씨한테는 안 온다?
(련) 그 미친놈이 네놈인 거 같은데
아이고 아, 아까 중국집을 시켰는데 [리드미컬한 음악]
(준웅) 지금 배달 왔나 보다 예, 예, 예
(련과 준웅) - 어? - 탕수육, 탕수육 왔다고요?
(련) 거기 안 서?
(준웅) 네, 지금 나가요 감사합니다!
예, 죄송합니다 팀장님, 대리님, 예!
네, 인사 팀이죠?
어제 제출한 최준웅 씨 인사 평가서요
다 F로 수정 부탁드릴게요
[무거운 음악] (륭구) 이건 99%, 고위험자입니다
(준웅) 레드라이트 앱은 사람만 되는 줄 알았는데
(륭구) 돌아다녀 봤는데
인근에 콩이 찾는 전단지가 없어요
(사자) 마침 콩이 주마등 편집 중이었거든
(아이) 너는 콩이야, 김콩
[타이어 마찰음] (아이) 안 돼, 콩아!
(남자8) 야, 막말로 개 하나 때문에 네 인생 조질래?
(남자9) 아프니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콩이 끼깅거린다]
그래서 죽으려 그랬니?
(준웅) 버린 거 맞아요 나쁜 새끼, 그거
[끼깅거린다] (남자9) 버리다니요
(륭구) 콩이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남자9) 거짓말, 당신들 뭐야?
(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콩이 끼깅거린다] 콩이가 자살하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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