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12
오늘...
나랑 같이 있어 줄래?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오늘
네?
너 지수호 미쳤지? 어? 미쳤어
어휴
[탄식하면서] 아
진짜 어떡하냐?
지수호 진짜 무슨 생각인 거야?
어, 그... 다 씻었어?
제가 화장품을 따로 안 챙겨와서
어, 그 욕실에 다 있지 않나?
그게... 제가
제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써야 돼서
어, 그럼 내가 사다 줄게 너 뭐 쓰는데?
아뇨, 우리 스타님이 굳이 직접 가셔가지고 사 오시려고요?
- 매니저 시킬까? - 아뇨, 제가 사 올게요
아, 어디 가?
아, 룸서비스 지금 온다 그러는데
금방 다녀올게요 진짜로 빨리 다녀올게요
[달칵 문 닫는 소리와 한숨 소리]
아니, 지수호 지금 진심인가? 어?
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봐
(라희) 이리로 올라갔다니까
(승수) 저쪽?
(라희) 송그림 지나간 게 이 층이 맞는다니까
(승수) 아, 그러면은
아까 우리가 가봤던 13호가 이쪽 편이야 [똑똑 노크 소리]
거기 다시 가볼까? [문 열리는 소리]
저쪽
- 어디로 간 거지? - 저쪽
(수호) 뭔데? 왜?
[속삭이면서] 조용히 해봐요
작가님이랑 피디님이 왜 여기 있지?
잠깐만
여기로 들어갔는데
이리로 보이냐, 이게?
아니, 왜 저 사람들이...
어떡해
여기서 지수호 씨랑 같이 있는 거 들키면
아오
아, 진짜 나 집에 언제 가냐고?
이러다 진짜 여기서 자고 가겠네
같이 있어 준다며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어, 혹시 진태리 만났어?
진태리?
(김 실장) 아니, 기획실장한테 연락왔는데
지금 태리가 너 만나러 가고 있대서, 혼자 있니?
어, 혼자... 는 아니고
아, 진태리가 왜 오는데?
(김 실장) 누구랑 있는데?
암튼 나 다 왔으니까 거기 그냥 있어
[통화 종료음]
왜요? 진태리 씨 온대요?
와, 진짜 뭐야, 여기가 무슨 만남의 장소야, 뭐야?
왜 죄다 여기로 모여, 어?
지수호 씨, 저 그럼 먼저 가볼게요
같이 나가자
(라희) 이 방 맞지?
여기인 것 같은데, 어?
어? 사람, 사람, 사람!
[달칵 문 열리는 소리]
[어이없다는 한숨]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와
발칙하다, 송그림
뭐야, 이건?
아니, 지금 이게 도대체 뭔 상황?
둘이 진짜 사귀는 거야?
둘이 호텔도 막 드나들고... 그러는 거야?
(태리) 어?
[긴장감 흐르는 음악]
[짝 뺨 때리는 소리]
미쳤네, 미쳤어
미쳤어?
태리 씨
참 불쌍하네요
저번부터... 지수호 씨 때문에 저한테 함부로 행동하시는데
자꾸 이러시면 저... 안 참아요
[헛웃음] 허
진짜 어이없다
안 참으면 어쩔 건데?
우와, 이거 진짜 재밌다
진태리랑 송그림이랑 지수호랑 삼각 관계야, 이게? 어?
아이, 그게 아니고 지금...
진태리하고 지수호하고 사귀는데
송그림이 뺏었다, 뺏었어
아
(수호) 그만 가자
야, 지수호
나 이거 가져왔다
너한테만 들려주려고 가져온 건데
여기 송그림 있는 데서 같이 들려줘야겠네
- 괜찮아? - 뭔데, 이게?
그래, 그럼 여기서 오붓하게 다 같이 듣자
송그림, 너도 똑똑히 들어
네가 만나는 남자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살았는지
씨, 이거 놔
(승수) 와, 이건 또 어쩐 일이야?
아, 좀 조용히 좀 해봐 지금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구먼
(수호) 형
내가 9살 생일 때 들었던 말이 뭔 줄 알아?
'넌 내 아들이 아니야'
그리고 그다음 말이 뭐였는 줄 알아?
'그러니까 나한테 피해 주지 말고 잘해'
(태리) 나 이거 기자한테 넘기든지
아니면 인터뷰할 때 빵 터트리든지 하려고
그래
[달칵 차 문 여는 소리]
'그래?' 지금 그러라고?
네가 대신 해주면 나야 고맙지, 뭐
[차 문 여닫는 소리]
너 자꾸 이럴 거야, 어?
[잔잔하고 애잔한 음악]
(김 실장) 운전 괜찮겠어?
괜찮아, 형은 진태리 챙겨
[차 문 여닫는 소리]
(그림) 지수호 씨, 괜찮아요?
아니, 무슨 일인데?
[부릉 시동 거는 소리]
집까지 태워다 줘
아저씨
내가 그 녹음기 다른 데로 안 옮긴 건
그래도 널 믿었기 때문이야
네가 그 밑바닥까진 안 갈 거라 생각해서
뭐야, 나 테스트한 거야?
날 테스트한 거야, 날! [소리 지르면서]
네가 나한테 얻어갈 거 다 얻었으니까
이제 나 찾지 마라
나 앞으로 절대 네 전화 안 받는다
[달칵 차 문 여는 소리]
[달칵 차 문 닫고 부릉 시동 거는 소리]
지수호 씨랑 사귀려면 장벽이 어마무시하게 많네요
괜찮아?
아, 뭐 안 괜찮을 건 뭐가 있나?
아참...
그리고 저 이 차는 못 받아요
뭐, 대신 지수호 씨가 나중에 기사로 오면
(그림) 옆엔 타줄게요
갈게요
미안해
알아요
미안
때린 건 진태리인데 왜 사과를 지수호 씨가 해요?
괜찮다고요, 당신이 나한테 미안할 일은 없다고요
(그림) 아, 그리고...
나중에 진태리한테 직접 사과받을 거니까
지수호는 이제 그만 집에 가요
가기 싫어
아니, 왜 아까부터 이렇게 느끼하게 굴어요, 어?
아까 호텔에서부터
[살짝 웃는 소리]
[살짝 웃으면서] 진짜 이상해
아니, 좀 전까지는 울 것 같더니 지금은 또 웃고
아, 왜 그러나, 어?
(이강) 아니, 라디오국이 언제부터 그런 기획사 압럭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였습니까? 쪽팔리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인마
아니, JH에서 꽂아주는 김동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JH에서 시키는 대로, 어?
국장님 그 정도로 힘없습니까?
아, 힘이 없구나, 오케이
[헛웃음] 허...
근데요, 국장님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나하나 다 하다가는
우리가 하고 싶은 방송들 하나하나 버리게 되는 거
그거 누구보다 국장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아이, 뭐 그거 몰라, 몰라, 몰라 나도 쪽팔려서 그래, 쪽팔려가지고
그럼 저도 제 나름대로 그 쪽 좀 해결하고 올게요
야, 야, 네가 뭘 해, 인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
아, 나, 저...
(이강) 드라마국, 예능국 피디들아
JH 소속 연예인 구린 것 좀 풀어줘라
(윤 피디) 윤오, 라이브 제왕이라고 언플하는데
고음은 전부 다 AR
(정 피디) 서유진, 드라마 남주랑 서브랑 양다리라는데?
(김 피디) 김동주 아나운서, JH랑
소운 기획이랑 재계약 간 보는 중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어, 송그림
야, 송그림 넌 어떻게 생각하냐?
우리가 그냥 이렇게 찌그러져 있으면 되겠냐, 안 되겠냐?
안 되죠, 그게 말이 돼요?
우린 라디오국의 망나니와 에이스잖아요?
에이스는 네가 아니고 나고, 인마
아니, 근데 그...
지수호 씨한테도 JH 때문에 우리 팀 빠지게 됐다고
알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같은 팀인데 나중에 알게 되면 - 그, 우선...
내가 판을 좀 만들고 말하자고
자기 엄마 때문에 이렇게 된 걸 알면 마음이 얼마나 무너질 거야?
우리 얼굴은 또 어떻게 볼 거고?
어떤 식으로든 지수호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내 팀이고 우리 팀이니까 내가 책임지는 게 맞아
우선 오늘은 내가 책임을 지고 있을 테니
뭐 하신다는가? 우리 작가는?
음...
라디오국에 딱 붙어 있어야죠
송그림 안 보인다고 없어진 줄 알면 어떡해요?
좋았어
(그림) 지수호 씨, 어디예요?
(수호) 나 지금 너 만나러 가
제작사 쪽 기획서는 새로 받았고
해외 올로케 스케줄도 전면 조정하기로 했어
그래서 편성 늦추고
사전 제작으로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고
그래
계약서 도장은 언제 찍기로 했어?
근데 조건이 있어
다음 작품까지 묶어서 같이 계약하고 싶대
(김 실장) 그래도 할래?
라디오랑 드라마 병행하려면 이게 최선인데
어쩔 수 없지, 뭐
드라마 4개월만 하면 되는데 이렇게 무리해서 할 필요 있냐?
처음으로 무리해서라도 해보고 싶어
[문자 수신음]
(그림) 와요, 그럼
- (그림) 보고 싶어 - (김 실장) 그리고 그...
어제 태리 녹음기는...
이게 뭐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강) 이건 진짜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걸 건드렸을 땐
제일 싫어하는 거라도 합니다
(이강) 그쪽이 내가 사랑하는 라디오를
그쪽 방법으로 망가트렸으니까
저도 그쪽이 사랑하는 당신 자식들
제 방법으로 망가트려 보렵니다
근데 이게 굉장히 존심이 상하는 방법이긴 한데
뭐, 제가 지금 뭘 가리고 그럴 때가 아니라서요
이 정도 위기 관리도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발걸음 뗀 거예요
이제부터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김동주 아나운서 말이에요
소운 기획이랑 간보는 중이라던데
대표님, 지금 라디오국에 장난질하시는 건 아니죠?
(직원) 방송국에서 이강 피디가
JH에 대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심지어 기자 친구들이 있어서
막 SNS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고
골치인데요
(이강) 갑질하는 JH, 반성하라!
(사람들) 반성하라, 반성하라!
시청자, 청취자 기만하는 JH 반성하라!
(사람들) 반성하라, 반성하라!
(사람들) 반성하라, 반성하라!
우리가 힘이 없었지 자존심이 없었나!
(이강) 언제까지 대형 기획사 쫄따구로 이렇게 버텨야 되나!
- JH 연예인들, 내가 거부한다! - (사람들) 거부한다!
(이강) 내 부스 안에는 JH 연예인 못 들어온다!
(사람들) 못 들어온다, 못 들어온다!
그 기획사 정작 우리가 거부한다!
(사람들) 거부한다, 거부한다!
(이강) 거부한다, 거부한다!
(라희) 쟤는 왜 저렇게 할 짓도 없는데 와가지고
간, 쓸개 빠진 척을 할까?
너 때문에 썩어 없어진 거 아니야
[톡 하고 때리는 소리와 승수 짧은 신음]
야, 내가...
'송그림아, 너 어제 호텔에서 왜 지수호랑 있었어?'
- 한번 물어볼까? - 야
그거 물어보면
우리가 호텔에 왜 갔는지부터 말해줘야 되잖아 [혀 차면서]
그래
이 서류들은 정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듯
당분간 휴식인데 좀 쉬지
야
넌 이 라디오국의 퀘퀘한 공기가 싫지도 않냐?
너무 좋은데
[놀라면서] 에? 허...
야
그나저나 아까 이강 피디 피디들이랑 시위하고 있던데
너희 팀 진짜로 컴백할 수 있는 거 맞아?
몰라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혀 차면서]
눈물도 말랐다, 이제
왔다, 왔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만나네
아주 그냥 반갑게
[코웃음친다]
전 하나도 안 반가운데요
와, 2라운드다
난 진태리가 이길 것 같은데 이 성질 머리
송그림 만만치 않다, 어?
완전 악바리, 어휴
팬심이 뭐 이리 빨리 변해? 내 팬이라며
그러니깐요
저 그래서 태리 씨 팬 안 하려고요
그래서 네가 악플러들이랑 맞짱뜨는 기획을 낸 거구나?
그래도 그거 때문에 이슈돼서 실검에도 뜨고
저한테 고맙지 않으세요?
너 나 좀 보자
[펜 확 던진다]
[속삭이면서] 왜 저래?
[속삭이면서] 나도 몰라
저희 팀이 당분간 해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희 프로가 정확히 어떤 징계를 받은 건지 궁금해서요
저기, 지수호 씨
제가 한 달 동안 디제이로 있으면서
청취율이나 화제성 면에서 항상 최고를 유지했는데
아니,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방송 금지 처분을 받은 건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로비에서 이강 피디 시위하는 거 보고
어머님께서
지수호 씨 스케줄 때문에 우리 라디오 팀 해체시켜 달라고
(국장) 아니, 팀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잔잔하고 애잔한 음악]
아, 그게...
저희 프로그램에 지금 사정이 좀 생겨서
제가 잘못해서요
우리 프로가 징계를 좀 먹게 됐어요
방통위에 걸려서 그렇게 됐네요
내가...
메인 된 지 딱 한 달 됐는데
내가...
딱 한 달만에 잘리냐
[통화 연결음 전화 신호 가는 소리]
(안내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태리) 지수호 녹음기 안 궁금해?
전혀 안 궁금한데요
지수호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안 궁금하다고?
네, 안 궁금하다고요
그리고 궁금하면 제가 직접 물어볼게요
녹음기 같은 거 말고
전 지수호 씨한테 직접 들으면 되니까
전혀 안 쪼네 지수호 만나면서
근데 진태리 씨
어제 제 뺨을 때린 행동에 대해서 저한테 사과하셔야 될 것 같은데
너 진짜 내 말 안 듣는다
왜 또 내 전화 안 받는 건데?
아, 핸드폰을 부스에 두고 와서
내가 전화 안 받아서 많이 화났어요?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왜 그래요, 지수호 씨?
- 아니, 무슨 일인데? - 할 말 있으면 해봐
무슨 말요? 아니 말을 해야 알죠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말을 해야 알지
어제 오늘 내내 너 나한테 말할 수 있었잖아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라디오
그만두게 됐다고
네가 그렇게 좋아 죽는 라디오
나 때문에 그게 없어졌다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그게...
내가 맨날 기사로 내 소식 전해 듣는 것처럼
지금 내 기분 어떤 줄 알아?
말하면...
지수호 씨가 속상할까 봐
우선 피디님이랑 잘 해결하고 나서...
너희끼리 뭘 할 수 있는데?
너희끼리 뭘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
[달칵 문 열리는 소리]
(이강) 아...
[탁 문 닫히는 소리]
뭘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자, 우선 당 좀 보충하고
우리 마저 얘기를 좀 하죠
(이강) 야, 이거 좀 먹고
[부스럭 음식 꺼낸다]
이거 좀 먹고
난 네가 팀, 팀 하길래
우리가 진짜 팀인 줄 알았어
팀 맞는데
제대로 팀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네가 말하는 팀이냐?
사람 하나 바보 만들고
- 아무것도 모르게 뭘 하고... - 바보 만들려고 한 적은 없었는데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안한데
- 이게 내가 널 지키는 방법... - 네가 뭔데 날 지켜?
[확 자리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
(그림) 지수호 씨
[쾅 문 열리는 소리와 급히 나가는 발소리]
[이강 한숨 소리와 문 닫히는 소리]
[다다다 달려가는 소리]
얘기 좀 해요, 어?
- 그렇게 가버리면... -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좋아 죽는 라디오
내가 어떻게든 하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너희끼리 못 해낸 거
내가 바로 해결해줄 테니까
[달칵 차 문 여는 소리]
[탁 차 문 닫는 소리]
정말로 이강 피디님이 주신 JH 파일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직원) 근데 지금 그것보다
지수호 패밀리에 대한 루머가 기자들 사이에 돌고 있어서
오늘도 여러 통 문의 전화가 왔는데요
정다슬 건은요?
한 시간 후에 기자회견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대표님
기자들이 아무도 안 왔네
아주 멋지게 빵 터트려주려고 다짐했을 텐데
그렇지?
그만 까불어
이 바닥에서 너 하나 매장시키는 건 일도 아니야
한 번만 더 오늘처럼 까불어 봐
[또각또각 멀어지는 발소리]
왔니?
또 저 몰래 제 일을 해결하셨더라고요
들었니?
알다시피 너 위치상
-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할... - 라디오가 왜 그렇게 싫으세요?
돈이 안 되잖아
그래서 돈 되는 드라마도 한다고 했잖아요
돈?
돈 좋죠
(수호)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것도 좋은데
제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걸 해보겠다고
처음으로 부탁드렸잖아요
[잔잔한 음악]
근데 그걸 다 망가트리셨네요
그래서...
저 나가려고요
어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윤석) [술 취한 목소리로] 아, 주하야!
아후
[비틀거리는 발소리]
잘했네, 잘했어
내가 믿을 건 남 대표밖에 없어
(주하) 죽고 싶지?
[털썩 넘어지는 소리]
네가 아주 죽고 싶어 이러지?
(윤석) 아들
네 엄마가 저런다
한 번을 틈을 안 주고
- 한 번을 안 받아주고 - 술주정 그만하고
들어가든지 나가든지 해
(윤석) 수호야
너 왜 집에 안 들어오냐?
너 때문에 남 대표가 맨날 벌벌 떨잖아
저 때문에요? 아버지 때문이 아니고?
- 허, 나 때문에 뭘? - 그만 입 닫아!
네가 어떻게 오늘 이래?
양심이 있으면 오늘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정다슬이 기자회견 하는 것까지 막아야 해! [소리치면서]
너 양심이 있니?
양심?
양심 없는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언성 높이면서]
그만들 좀 하세요
(윤석) 맨날 네가 하는 소리 있잖아
지수호 때문에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천만의 말씀
네가 지수호 때문에 얻은 게 얼마나 많은데!
(윤석) 지수호 일은 다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네 속내를 몰라?
그만 좀 하시라고요! [소리치면서]
이제 진짜
이 집을 나가야 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저 안 하고 싶어요 사람들 속이는 거
안 하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뭐든 할 수 있죠
아버지를 버려야 된다면
버려야죠, 뭐
뭐야, 이 자식아?
어머니가 절 버리시든가
그만하지 못해! [짝 뺨 때리는 소리]
[짝 뺨 때리면서] 제발!
제발 그만 좀 해
[윤석 신음 소리] 아...
[잔잔하고 슬픈 음악]
[깊은 한숨]
[차분한 음악]
(라디오) 김동주와 함께 하는 6시 '라디오를 켜봐요', 시작합니다
(동주)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려면 과거는 잠시 묻어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라고
혹시나 뒤돌아보고 싶을 때는
그 고비를 지나서 보라고 말이죠
여러분은 혹시 어두운 터널을 지금 지나고 계신가요?
그럼요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가보는 건 어떨까요?
곧 밝고 환한 빛이 비쳐 올 겁니다
아, 이거 JH 청탁의 현장이라고 올려야 되나?
지수호 팬들 난리 날 것 같은데
'지수호를 빼고 김동주를 꽂는 방송국'
와, 이거 테러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근데 내가 아까 들었는데
아, 아니다 오프 더 레코드지
(이강) 아, 근데 입이 근질거려가지고
그 김동... 아, 아니다
아, 그냥 말할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 어쩌, 어쩌지?
- (이강) 어쩌지, 어쩌지? - 아, 뭐래, 저 자식은?
저기요, 지금 온에어거든요?
이런 진짜...
[전화벨 울리는 소리]
예, 지수호 씨
제가 늦은 시간에 국장님을 다시 찾은 이유는
제 프로그램에 대한 국장님의 생각이 듣고 싶어서입니다
그게 무슨?
JH 대표가 저희 어머니라는 사실은 아실 테고
라디오에 대한 저와 대표님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도
물론 아실 겁니다
힘과 권력의 논리에선
라디오를 해체시키라는 대표님의 입장을 들어주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라디오를 계속한다고 하면
국장님은 어떤 결정을 하실 건지 듣고 싶습니다
저기, 지수호 씨 어차피 윗선에서 결정...
저는 이 상황에 대해서 듣고 싶은 게 아니라
국장님의 진심에 대해 듣고 싶은 겁니다
제가 라디오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나는... 우리 지수호 씨랑
같이 라디오를 하고 싶죠
지금까지 아주 잘해왔고 또 기대도 되고
좋습니다, 그럼 라디오...
계속하겠습니다
저희 대표님은 제가 잘 설득시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달칵 문 여는 소리]
[탁 문 닫는 소리]
지수호 씨
우리 프로 대 프로로 다시 한번 얘기를 좀 나눠야 될 것 같은데
그래요, 우리 천천히 얘기 좀 해요
둘이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죠, 뭐
둘이 얘기하고 연락할게 먼저 가
(이강) 지수호 씨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알겠는데
우리 이렇게 감정적으로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그쪽이 어떻게 알아?
알면 말 좀 해봐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오케이, 알겠습니다
지수호 씨가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솔직하게 말할 걸 그랬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봐요
아니, 도대체 뭘 말해요?
JH 압력으로 지수호 씨가 빠지게 됐다고
난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강) 남 대표님을 만나고 나서 그 결심은 더 확실해졌었고
내 진심은...
내 디제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남 대표 만났다니까 제가 한 마디만 더 보탤게요
전 제 스케줄을 기사로 확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 내가 이 드라마를 들어가게 됐구나'
'이 영화를 하게 됐구나'
그런데 오늘 난
나 때문에 우리 팀이 해체됐다는 사실도
또 남한테 들어서 알게 됐어요
그날 그쪽이 나한테 이런 말 했었죠?
'넌 연기만 써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인생도 써준 대로 사는구나'
그쪽이 날 그렇게 취급했다고
팀이라면서 그쪽이 써준 대로만 하길 바란다면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못해요
이번 건은 제가 해결합니다
[문 여닫는 소리]
[얕은 한숨]
[전화벨 울리는 소리]
네, 피디님
저 지금 지수호 씨 집 앞이에요
(이강) 뭐?
아... 지수호 씨 마음도 들어보고
(그림) 그 오해하고 있는 것도 좀 풀어주고 싶어서요
아, 그 지수호 씨랑은 얘기 잘 된 거예요?
뭐래요?
화는 좀 풀렸어요?
(이강) 지수호를 왜 밖에서 기다려?
근처 카페 같은 데도 없어?
넌 작가가 왜 디제이를 집 앞에서 기다리냐?
(이강) 감기 걸리면 죽는다
근처 어디라도 들어가서 기다리든지 해
그리고 지수호랑 얘기 끝나면 전화하고
데리러 갈 테니까
아휴, 걱정 말고 주무세요
성질 그만 내고요, 네?
끊어요
[통화 종료음]
하아...
[문 쾅 닫는 소리]
아, 우리 이렇게 계속 비밀로 만나니까
스릴도 있으면서 좋은데요? 그렇죠?
오늘은 제가 좀 피곤한데
무슨 할 말이 있으셔서?
요샌 부스에...
지수호에 관한 엽서들이 안 오는지 궁금해서요
그리고...
[의미심장한 음악]
그 사실을 지수호가 아는지 모르는지도 궁금하고
근데 그걸 왜 지수호가 아니라 저한테 묻는지
전 그게 궁금한데요
그 엽서에 적힌 정보들 말이에요
장소라든지 날짜라든지 그런 거
검색 좀 해보셨나요?
아, 우리 송 작가가 여기 산다 그러던데
송 작가도 부르면 어때요?
(제이슨) 나 송 작가한테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것저것 송 작가한테 뭘 물으려고 그러십니까?
지수호가 송그림한테만 반응하는 이유
뭐, 그런 거?
[쨍 술잔 부딪히는 소리]
[통화 연결음]
[그림 한숨 소리와 신호 가는 소리]
아, 이렇게 갚아준다 이거지, 어?
내가 한 통 안 받으면 네가 한 통 안 받고, 어?
어우, 진짜...
[전화벨 울리는 소리]
[탁 차 문 여는 소리]
들어오지, 왜?
아니면 내가 너희 집 가도 되는데
뭐 하나만 물어보고 가려고
뭔데?
그 좋아하는 걸...
지키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
지키고 싶어서 하는 일이
자꾸만 일을 더 크게 만들어 버리니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해야 되는 걸까?
야, 그걸 알면, 흠...
내가 이러고 있겠냐?
[혀 차면서] 쯧, 그러게
수호야, 근데 그...
- 진태리 녹음기 있잖아 - 아, 그래
그걸 왜 녹음한 거야?
- 너 기억 안 나냐? - 어?
예전에 너 어렸을 때
나만 졸졸 따라다녔던 거
(김 실장) 그때 너 대본 연습할 때도
내가 상대역 다 해주고
[혀 차면서] 쯧, 하...
그때 너 귀여웠었는데
그랬나?
그랬다, 인마
그거 연습할 때
그거 다 녹음했었잖아
그러다 그날
네가 처음으로 나한테
가족 얘기 털어놨었고
그게 녹음됐던 거고
진태리가 어쩌다 그걸 들었고
암튼 미안하게 됐다
야, 근데 넌...
나랑 대본 연습 안 한 지 얼마나 오래된 줄 아냐? 어?
나 섭섭하다
아, 그걸 왜 형이랑 해?
그럼 누구랑 하는데?
뭐, 있어
[탁 차 문 닫는 소리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
3시간
27분
어?
기다렸어요
내 전화도 안 받길래
'초인종 눌러도 안 열어주겠지' 하고
집 앞에서 3시간...
28분 넘어가네
뭐, 아무튼
3시간 28분 기다렸어요
그래도 저랑 얘기 안 하고 들어갈래요, 어?
(그림) 나한테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 못 할까 봐
내가 했는데 다 안 받고
분명히 나 보고 싶은데
아까 성질난 거 때문에 나 보러 못 올까 봐
내가 왔고
분명히 나 상처 줘놓고 후회하고 있을 게 뻔하니까
내가 왔어요
혼자서 그냥 또 그러고 있을까 봐
봐, 또 '...'
내가 그렇게 미웠어요?
아니, 왜?
그럼 안 밉겠냐?
네가 나 떠날까 봐
무섭다고
[잔잔한 음악]
나 때문에 네가 불행해져서
네가 좋아하는 것도 다 잃어버리고
그럴까 봐 겁난다고
내가 왜...
지수호 씨 때문에 불행해져요?
나 때문에 라디오도 잘리고
나 지수호 씨 때문에 라디오 메인을 달았거든요
그게 팩트예요
아, 그리고 우리 팀 해체된 거 지수호 씨 때문이 아니라
지수호 씨 어머니 때문이죠
그건 무슨...
지수호 씨는 라디오를 지키려고 한 사람이라고
(그림) 그거 알고 있어요
오해 안 한다고요
송그림
나... 손 좀 빌려줄래?
위로가 필요했구나
지수호 씨
[지글지글 요리하는 소리]
아니, 됐다니까요
지수호 씨가 뭐 만드는 거 겁나
(수호) 잠깐만, 다 됐어, 잠깐만
[탁 프라이팬 놓는 소리]
잘됐다
아니, 이게 뭐예요?
계란말이?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살짝 웃는다]
배고플 테니까 먹어
지수호 씨는 톱스타 타이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네요, 응?
아, 기다려요 제가 뭐라도 만들어 줄 테니까
[탁 빵 튀어나오는 소리]
아니, 이게 뭐야?
아니, 이 집 토스트기가 좀 이상하네, 다 타요
다음엔 기계를 좀 좋은 거 갖다 놔요
이걸 어떻게 먹어? 다 타가지고
그럼 먹지 마 내가 다 먹을 거니까
맛만 볼게
[퍼석거리는 소리]
[와그작거리는 소리]
아니, 뭐야? 나 송 작가 집에서 왔는데 왜 여기서 만나?
야, 뭘 먹는 거야? 누룽지야?
이것 봐봐
아, 진짜
(제이슨) 야, 어떻게 만드는 거야, 이거는?
그래서 내일도 JH 앞이랑 KBC 앞에서
계속 피켓 들고 싸울 건데 왜요, 국장님?
야, 강똘 너 진짜 죽고 싶냐, 어?
아이, 라디오 찾으려면 그 수밖에 없잖아요
잔말 말고 내일 출근하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와
왜? 우리 프로 다시 살려주려고?
[혀 차는 소리] 쯧
아까 지수호가 나한테 하고 간 말도 있고 하니까
(국장) 우선 둘이 얘기를 해보자고
그리고, 너 그 망나니 짓거리 하고 다니는 거
더이상 못 봐주니까 뭔 말인지 알지?
알았어요 내일 봬요, 국장님
[탁 차 문 닫는 소리]
디제이랑 작가는 화해를 잘했나 본데?
피디도 디제이랑 화해를 잘해보고 싶은데
들어가
[부릉 차 달리는 소리]
아니, 근데 너 아주 그냥 빠져가지고
작가가 글을 써야지 디제이를 졸졸 따라다니냐?
아, 그게...
디제이라서가 아니라요
제가... 지수호 씨 좋아하거든요
[애잔한 음악]
아,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드라마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고?
예
라디오를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으로 합의가 돼서요
역시 내 아들이네
수완 좋고 확실하고
어머니
지수호 빼는 조건으로 KBC랑 딜을 하셨더라고요
이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JH에서 빠질 테니까
[잔잔하고 심각한 음악]
진심이야?
어머니는 모르셨겠지만
그동안 제가 제 입으로 해왔던 모든 말들은... 다 진심이었습니다
제 도장도 이제 버려주십시오
지수호
아, 그리고
저랑 마지막 협상하시려면
저를 라디오에서 빼려고 하셨던 모든 갑질들
다 처리하고 연락 주십시오
그러니까요, 본부장님
우리 방송국이 그딴 기획사의 입맛 따라
다 맞춰준다는 게 그게 말이 됩니까, 네?
(국장) 아, 그럼요
당장 지수호 라디오 복귀시킬 거고
원래부터 그러려고 했다니까요
예, 예예, 예예
예
[탁 전화기 놓는 소리]
힘이 없어?
내가 인마, 네 프로 정도는 챙겨줄 거라고 내가 얘기했지?
- 자식 - 아유, 감사하게 됐습니다
근데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아니, 6시 타임을 승수 네 이미 줘버렸는데
다시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아, 나...
4시 갈 거예요
- 뭐? - 4시
[어이없다는 웃음]
4시는 안 돼, 인마
그 타임은 김은희랑 양세인의 그...
'파시 발전소'가 얼마나 인기 있는데
그 타임을 노려, 이 자식이 너 미쳤어, 인마?
아니, 그 4시 말고
그 4시가 아니면?
[해맑은 웃음소리]
새벽 4시?
지수호가 새벽 4시에 하겠대?
[허허 웃는 소리]
[멀리서 다가오는 발소리]
(그림) 지수호 씨
완전 좋은 소식
- 뭔데? - 우리 라디오 다시 하게 됐어요
내가 하게 된다고 했잖아
아니, 그럼 지수호 씨가 다시 하게 만든 거예요?
누구한테 들었어?
아까 이강 피디님한테 연락받았어요
근데 우리 새벽잠은 다 잤어요
새벽잠?
우리 라디오 시간대가 새벽 4시로 바뀌었어요
난 못할 것 같은데
저 지수호입니다
말 안 해도 알죠, 알아요
- 그래서요? - 근데 새벽 4시?
아니, 그런 시간대로 가서 뭘 어쩌겠다고?
내가 그동안 얼레벌레 양보하면서 모르니까 따라갔는데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제가 다시 국장님이랑 시간대에 대해 상의해보도록 하죠
건방 그만 떨지
시간대든 프로그램 색깔이든
디제이의 선택 유무든
그거 다 피디 권한이야
넌 네가 시간대 골라서 하겠다 말겠다 하겠지만
우린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냐, 마냐의 문제야
그래서 양보할 수 없거든
당신들 세계가 돌아가는 방법이 있듯이
나도 내 세계가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아니, 아무도 안 듣는 새벽 4시에 가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내가 일을 골라서 한다고?
너희 말 듣고 따라갔다가
내가 그동안 쌓아온 거 다 무너져버리면?
그땐 나도 이 일 할 수 있냐 마냐의 문제가 되는 거라고
우린 너 없어도 갈 거야, 4시
그럼 내가 빠져야겠네
그러시든가
[쾅 문 닫히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그러니까 송그림 작가가 수호를 처음 만난 건
12년 전이었단 말인 거죠?
두 사람이 인연이긴 한가 봐요 하, 드라마 같지 않습니까? [웃으면서]
근데 12년 전이면
수호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었죠?
그런 오보가 있었죠
영화 때문에 밤샘 촬영이 많아
피로가 누적됐던 거였어요
빈틈 없는 설명이시네요
빈틈 없이 사실이니까요
수호가 요즘도 악몽을 많이 꾸나요?
[째깍째깍 초침 소리]
(지우) 마지막
마지막으로 송그림한테 전달해줘
내일 결승에서 이기고
직접 다 얘기할 거니까
[빵 트럭 경적 소리]
[끼익 정차하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어
(그림) 데이트하고 싶은데 지금 나올 수 있어요?
난 원고 쓰거나 밤새워서 합숙할 때
종종 이 시간에 버스 타본 적 있거든요
지수호 씨는 이 시간에 버스 타본 적 있어요?
아, 이럴 때 딱 컵라면 하나 먹어줘야 되는 건데
배 안 고파요?
왜?
아니, 웃겨서요
(그림) 내가 톱스타랑
이렇게 새벽 4시에 버스를 타고
이렇게 얘기하고
이렇게 손도 잡고
지수호 씨
새벽 4시, 같이 하면 안 돼요?
라디오 때문에
제가 자꾸 무리한 부탁하는 거 아는데
아니, 언제부턴가
지수호 씨가 아닌 다른 디제이가 상상이 안 돼서 그래요
그리고 지수호 씨가 새벽 4시에 방송하는 게
- 얼마나 무서울 지도 아는데 - 알긴...
네가 안다면
나한테 4시 방송을 하자고 말할 수가 없어
아휴, 그래, 몰라
(그림) 아, 나도 몰라
새벽 4시에 방송하는 거 무섭고 두렵고, 나도 그래
근데 우리 같이 할 수 있다잖아
나도 새벽에 방송하는 게 얼마나 고될지
새벽 4시엔 어떤 원고를 써야 하는지
나도 모르고 무섭다고
그래도
지수호 씨 목소리 믿고
용기 한번 내보고 싶다고요
나도
같이 하면...
안 돼요?
(그림) 피에스
새벽 4시에 듣고 싶은 지수호의 목소리
나만 듣고 싶은데
[문 쾅 닫는 소리]
준비가 확실히 됐나 봐
(이강) 3시간이나 꼬박 자네 우리 작가가
언제 왔어요?
마감은 끝내고 잤을 거야, 그렇지?
원고가 아주 잘 나와 가지고 신이 나가지고
3시간이나 잤을 거야, 그렇지?
어, 아니, 3시간이나 잤어요?
아니, 근데 내가 3시간 잔 건 피디님이 어떻게 알았대?
아이, 원고나 가져와
아, 여기 일단 써놨는데
제가 세수 좀 하고 와서 뽑아드릴게요
보고 계세요
[전화 신호 가는 소리]
아, 30분 밖에 안 남았는데 지수호 안 오는 거 아니야?
우리 첫 방부터 펑크나는 거 아니야?
(안내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지수호 씨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라디오 하겠다는 건지 알고 있어요
어떤 책임감으로 같이 하게 된 건지도 알고 있고
기다리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들어가자
[전화 신호 가는 소리]
(안내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전화 연결음]
전화 안 받는데
꼭 올 거예요, 피디님
아, 난 안 올 거 같은데
[덜컥 문 열리는 소리]
자, 시작하자
(수호) 새벽 4시
누군가에겐 아침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밤이기도 한 시간
누군가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잠에 들기도 하는 시간
(수호) 누군가는 너무도 잠이 들고 싶지만
잠 못 들어 외로운 밤
누군가는 너무도 잠에서 깨고 싶지만
깰 수 없어 피곤한 아침
우린 이렇게 아침과 밤의 경계
새벽 4시 그 어디쯤에서
지수호의 '라디오 로맨스'를 시작합니다
(그림) 첫 곡은 우원재의 '시차'
첫 곡은 우원재의 '시차'
아니, 변태예요?
이 시간에 힙합, 랩을?
(훈정) 아, 노래는 좋네
올 줄 알았어요
난
피디님, 오늘 방송 수고하셨습니다
지수호 씨
수고했어요
방송 10분 전에 오시느라
아, 피디님
제가 내일부터는 지수호 씨 모닝콜 담당이 돼서
절대, 절대 지각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걱정 마세요
빨리 와
피디님, 저 먼저 가볼게요
[삑, 리모컨 조종음]
[덜컥 차 문 여는 소리]
우리 어디 갈까요?
저 지수호 씨랑 가고 싶은 데 많은데
타, 타서 얘기해
[쾅 차 문 닫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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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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