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6
[비밀스러운 음악] [종소리가 들린다]
(옥황) 때가 될 때까지
(옥황) 넌 인도 관리부에서 일을 하게 될 거다
(련) 그때가 언제입니까?
(옥황) 먼 훗날이다
아주 먼 훗날
이승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거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들 역시 늘어날 테니
너처럼
그러니 기다려라
그럼 네가 반드시 살려야 할 사람을 만날 거니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 끝나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야 할 테니
다시 한번 물으마
후회하지 않겠느냐? 너의 선택이
네
후회는 없습니다
(옥황) 그래?
궁금하구나
이 끝이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너의 상관이 될 저자는
너처럼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지나치게 강직한 성격이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인도부를 이끌 좋은 인재로 생각했다
그에게 충성을 다하겠느냐?
네
[다가오는 발걸음]
[강조되는 효과음]
[무거운 음악] [발소리가 울린다]
(옥황) 저자는 네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다
얼굴만 같을 뿐
이미 두 번의 환생을 거듭한 자니까
너의 자살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았다
영혼에 깊이 새겨진 저자의 흉터가
환생을 거듭해도 지워지질 못했으니
너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 하진 못하겠지
일전에 내가 말했던 그자다
인도부에서 유용하게 쓰도록
존명 하겠습니다
(중길) 인도부는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웬만한 정신력으론 버티기 힘든 곳이다
가능하겠느냐?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기회라…
기회에도 자격이 따르는 걸 모르는군
제가 지옥에서 왔기 때문입니까?
(중길) 주마등은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너는 무엇과 경쟁을 하였느냐?
어떠한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범죄자들을 잡아 인도하거라
(중길) 이승에서 큰 죄를 짓고
곧 지옥에 떨어질 자들이지
초록은 동색이라 하지 않더냐
지옥을 경험한 자니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겠지
어떠냐, 이 기회라도 잡겠느냐?
하겠습니다
[문이 덜거덕 열린다]
[문이 덜거덕 닫힌다]
[심전도계 비프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정임) 아…
(의사) 벌써 반년이 다 돼 가네요
[정임의 씁쓸한 웃음]
(정임)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진 모르겠지만
(의사) 이제 아드님을 포기하신다고 해도
어머님 탓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절대로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돼요, 선생님
(정임) 우리 준웅이
무사히 돌아와요, 반드시
[어두운 음악]
(국헌) 요즘 인간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CCTV도 피해 다녀야 하는 게
주마등 사원들인데
인간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파헤쳐지기 시작하면
(장현) 주마등의 존립마저 위험해질 겁니다
(대수)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거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구련이를 내버려 뒀느냐
그거입니다
[어색한 웃음]
저희는 애초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화자) 위기관리 팀이 생길 때부터 말이죠
(대수) 이게 다 회사의 기강이 빠져서 그런 거 아닙니까?
이제 주마등에는 젊고 새롭고
[버럭 하며] 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거 같은데?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 (장현) 암요, 그렇고말고요 - (화자) 아,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화자) 하 대표님
구련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간단하죠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갈 겁니다
(장현) 어디로?
지옥
(국헌) 아하
아
(대수) 회사 내규에도 있죠
'주마등의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사자는'
'사자의 자격을 박탈하고'
'지옥으로 소환한다'
'환생할 기회도'
'잃는다'
근데 이 박중길이는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야?
[버럭 하며] 어?
(옥황) 그동안 구련이랑 일하느라 고생 많았네
(준웅) 회장님 팀장님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는데
[쾅]
그렇게 신임을 줬건만
련이는 내 기대를 저버렸다 [무거운 음악]
(옥황) 인사 조치는 해 놨어
임륭구 대리는 영업 팀으로
최준웅 씨는 영상 팀으로
팀장님은요?
하대수 대표가 체포하러 갈 거다
알겠습니다
(륭구) 가죠
저는 영상 팀 싫습니다 [문소리가 달칵 난다]
나하고 한 약속 잊었나 최준웅 씨?
(옥황) 지금처럼 3년 동안 코마 상태로 누워 있다 깨어나든가
아니면 주마등에서 일하고
6개월 만에 깨어나든가
(준웅) 네?
그렇게 원하는 취업 여기서 해 보는 거지
(옥황) 어때?
(준웅) 여기서요?
깨어난 후에는 원하는 회사 취업
(옥황) 중요한 시험 합격 등등
슈퍼 패스가 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질 거야
(옥황)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영상 팀에서 얌전히 일하다가
어머니를 뵈러 가는 게 어떨까?
[심전도계 비프음]
(옥황) 그게
최준웅 씨가 진정 원하던 거 아니었나?
[서류철을 툭 집어넣는다]
[봉투를 부스럭 집어넣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비밀스러운 음악]
[준웅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중길) 네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아니
내가 왜 거기 있는 건지
어디 말씀이십니까?
악몽
(준웅) 그 꿈이 뭐 악몽이면 어떡해
(륭구)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들어가지 말아야죠
그 사람의 전생이나
전전 생에 대해서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이 철컥 열린다]
(사자1) 안녕하십니까!
(륭구) 전에 말했던 최준웅 씨입니다
아
(사자1) 아, 그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창 바쁜 시간에 웬일입니까?
적응이 참 빠르십니다
전에 근무한 적 있으니까요
방법을 찾았어요
우릴 도와줄 사람이 있어요
듣지 않겠습니다
왜요?
들으나 마나 엉뚱하거나 위험한 소리일 테니까
(준웅) 진짜 이러실 거예요?
[버럭 하며] 대리님은 정도 없어요?
[서류철을 탁 덮는다]
권상수 씨
(사자1) 예
(륭구) 잠깐 나가 계시죠
아, 알겠습니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철컥 닫힌다] [한숨]
누구입니까?
(륭구) 우릴 도와줄 수 있다는 게
[한숨]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들어 보죠
(륭구) 그 말도 안 되는 얘기
[어두운 음악]
(중길) 언제까지 주마등의 규칙을 망쳐 놓을 건데?
제 임무입니다
저자는 죽게 내버려 두라고
그만해!
(련)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신이 저 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성난 숨소리]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뭐지?
도와주십시오
내가?
내가 널 왜 도와?
아니요
련 팀장님이요
내가 구련을 왜 도와야 되지?
지금 상황 다 알고 계시잖아요
원칙대로 흘러가는 거야
아, 정말…
도와주세요
구련은 날 속였어
(중길) 아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범죄자를
곁에 둔 내 실수지
[무거운 음악]
범죄자?
당신…
당신 진짜 나쁜 새끼야
팀장님이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공간 이동 효과음] [중길의 성난 숨소리]
(중길) 다시 말해 봐
[준웅의 힘겨운 신음]
(준웅) 당신
정말 나쁜 새끼라고
[준웅의 힘겨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
팀장님이 왜 당신 꿈에 나타났는지 알아?
뭐?
당신이 왜 그렇게 자살자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냐고
(준웅)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모르겠지
직접 들어가 봐 항상 꾸는 그 악몽에
[중길의 거친 숨소리]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전부 다
그러니까 직접 봐 보라고
그 악몽
[문이 탁 닫힌다] (사자1) 아…
아, 인도 팀장님께서 여기 어떻게…
봐야 될 꿈이 있어서
아, 그, 출입 허가서는 가져오셨습니까?
[키보드 조작음]
[프로그램 작동음]
[한숨]
[꿈속 접속음]
[무거운 음악]
(어린 련) 구련이라 합니다
(어린 중길) 연모합니다
(중길) 많이 늦어 미안하오
[와장창] [천둥이 콰르릉 친다]
[쓱 베는 소리]
(련) 내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흐느낀다]
[한숨]
[한숨]
[한숨]
전혀 몰랐네요
두 분이 그런 사이인 줄은
(륭구) 박 팀장님이 우릴 도와줄까요?
(준웅) 두 분의 인연의 실은 끊겼어요
팀장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으니까
근데
감정은 남아 있을 거예요
(륭구) 오랜만입니다, 과장님
(련) 60년 만인가?
(륭구) 58년 4개월 만입니다
(련) [픽 웃으며] 캐릭터는 여전하네
[한숨]
그나저나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특수 부서는 언제쯤 만들어질까요?
나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륭구) 언제부터 쓰신 겁니까 그 컬러는?
아주 오래전부터
[륭구의 한숨]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그날의 팀장님의 표정이
근데 여긴 왜 왔습니까?
(준웅) 이거 좀 보세요
그놈 방송하는 거 보면 항상 저 건물이 걸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건물 이름 찾고 지도에 검색해서 온 거예요
그놈 있는 곳으로
[륭구의 한숨]
(륭구) 여기에 팀장님이 오실 거란 근거는요?
이 자식이 계속 팀장님을 도발하고 있어요
[태블릿 피시 조작음] (영상 속 빌리) 와
비겁하게 [무거운 음악]
갑자기 나타나서 남의 뒤통수를 까?
너 류초희 사생이지?
[한숨] 아니면
류초희가 돈 주고 고용한 해결사?
내가 겁먹을 거 같아?
당당하게 현피에 응해라
들어와
들어와 보라고!
[영상 속 조명이 탁탁 꺼진다] 뭐 해? 쫄았…
뭐야, 뭐야?
야, 불 켜, 야!
강 피디, 뭐 하냐, 새끼야!
방송 중인데, 어?
[차 문이 탁탁 닫힌다] [우당탕 소리가 흘러나온다]
[퍽 때린다] [빌리의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스위치 조작음]
(준웅) 팀장님
팀장님
제발 그만하세요
[거친 숨소리]
팀장님
[준웅과 륭구의 놀란 숨소리]
[바람이 횡 분다] [거친 숨소리]
[공간 이동 효과음]
너희들은 돌아가
(준웅) 이제 그만하세요, 팀장님
저딴 놈들은 용서할 필요가 없어
(련) 안 그러면 더 할 거야
그랬다가는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겠지
지금 사태가 심각합니다
(륭구) 하대수 대표가 팀장님을 체포해서
- 지옥으로 데려간다고… - (련) 상관없어
원래 내가 있던 곳이니까
팀장님
- (련) 가까이 오지 마 - (준웅) 싫어요
- 오지 말라고! - (준웅) 싫다고요!
최준웅
저는 영상 팀 싫어요
[무거운 음악] 팀장님이랑 대리님이랑
마지막까지 위기관리 팀에 남아 있고 싶다고요
[한숨]
끝까지 오지랖
그것도 이제 끝이야
팀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련) 그런데도 우린
[컥컥거린다]
살려야 돼
그게 위관 팀이 하는 일이야
[한숨] (준웅) 무조건 살려야 한다고
[울먹이며] 그게 우리 위기관리 팀의 일이라고
초희 씨
살려야 돼요
우리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요
(륭구) 초희 씨
회복하고 있습니다
(준웅) 팀장님의 소중한 인연이잖아요
유일한 친구잖아요
[거친 숨소리]
이게 살리는 길이야
아니요
아니에요, 틀렸어요
[한숨]
다 살리셨잖아요, 팀장님이!
(련)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구원도 없어
(련)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늘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
(련) 그러니
살아
제발 놔!
(나영) [다급해하며] 우진아!
살려, 반드시
(준웅) 팀장님이 살린 사람들
다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왜 팀장님은 불행한 건데요?
[거친 숨소리]
(준웅) 나 자신이 불행한데
다른 사람 살리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요!
[떨리는 숨소리]
(륭구) 돌아가시죠, 팀장님
준웅 씨 말이 맞습니다
[한숨]
[놀란 숨소리]
(대수) 팀원들끼리 회식이라도 하는 건가?
말들이 주저리주저리 많네
구련이, 오랜만이네
나 잊은 건 아니겠지?
어떻게 내가 잊겠습니까
(대수) 좋아
씁, 그럼 우리가 같이 있던 데로 돌아가 볼까? [어두운 음악]
너한테 어울리는 데로 말이야
(련) 내 일이 끝나면
내 의지로 가겠습니다
(대수) 아니, 아니, 아니
선택의 여지는 없어
난 널 지옥에 데려갈 거고
뭐, 좀 고통도 줄 것이고 [련의 한숨]
이승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 거니까
응?
(중길) 굳이 하 대표님께서 나서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수) 박중길?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여기는 뭔 일이래?
(중길) 구련이는 제가 키우던 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떨리는 숨소리] (중길)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니
데려가서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대수의 헛웃음]
이건 또 뭔 개수작이래?
(대수) 그나마 주마등에서 쓸모 있는 놈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
죄송하지만
(중길) 굳이 하 대표님께서
수고하실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뭣이라?
주마등의 일은
(중길) 주마등에서 해결하겠습니다
[웃음]
갑자기 부하에 대한 사랑이 샘솟았다?
이, 뭐,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되는 거야? 어?
어서 가서 그 아이를 구해
[한숨]
[레드라이트 알림음]
[륭구가 휴대전화를 탁 연다] [레드라이트 경고음]
[힘겨운 신음]
[오열한다]
(륭구) [놀라며] 팀장님
(중길) 뭐 해!
어서 가라고
(대수) 뭣들 해?
일해!
최준웅
(준웅) 네
내 과거는
회장님을 통해서 알게 된 거야?
네, 그렇습니다
박 팀장님은?
그분은
스스로의 의지로 오신 거예요
[긴장되는 음악]
[공간 이동 효과음]
[사자2의 신음]
[사자들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중길의 힘주는 신음]
[중길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사자3의 힘겨운 신음]
[사자3이 콜록거린다]
[공간 이동 효과음] (대수) 박중길
[중길의 신음]
[힘겨운 신음]
[중길의 거친 숨소리] 비켜
[무거운 효과음]
[중길의 힘겨운 신음]
[중길의 거친 숨소리]
[공간 이동 효과음]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헛웃음]
[신음] [쓸쓸한 음악]
[중길의 신음]
[신음]
[중길의 거친 숨소리]
[힘주는 신음]
비켜
[중길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탁 잡는 소리] [중길의 힘겨운 신음]
[바람이 횡 분다]
[련의 다급한 숨소리]
안 돼!
[련의 거친 숨소리]
죽을 거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으래요
[차분한 음악] (초희)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요
원래 네가 꿈꿨던 게 무엇인지
(련) 뭐 때문에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건지
그걸 떠올려 봐
이제 아무 의미 없어요
죽어 마땅한 놈들은 따로 있는데
(련) 네가 왜 죽어?
[무거운 음악]
(초희) [울먹이며] 누구야?
당신 대체 누구야?
저승사자
진짜 저승사자면
나 좀 데려가 주면 안 돼요?
(초희) 하루하루 견뎌 내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한숨]
내 인생 더럽고 역겹다고
내가 왜 죽지 말아야 되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아
(련) 그들이 함부로 지껄이는 것처럼
네 인생은 더럽고
역겨운 적 없어
[한숨]
[울먹이며] 넌
이런 아픔을
오해를
받을 사람이 아니야
내가
널 꼭 지켜 줄게
[흐느낀다]
[련의 한숨]
[무거운 효과음] [신음]
(곱단) 마님
[툭툭]
그냥 계십시오, 아가씨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흐느낀다]
(련) 사람들이 더 이상
너에게 돌을 던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어떤 게 사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내가 다 밝혀낼 거야
[한숨]
(련) 최준웅
네가 초희 옆에 있어 줘
지난번에도 저 혼자 지키다가…
걱정 마
이번엔 그럴 일 없을 거야
진짜요?
그래, 약속할게
알겠습니다
[련의 한숨]
왜 준웅 씨한테 맡기신 겁니까?
(륭구) 팀장님이랑 초희 씨의 관계가…
초희와 나의 인연은
전생에서 이미 끝났어
(련) 이승에서
[차분한 음악]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련) 초희가 그렇게 됐다고 했을 때
잊고 있었던 내 감정이 폭발했어
(인우) 뭐야, 이 여자 어떻게 들어왔어, 안 나가?
[인우의 아파하는 신음]
(빌리) 어?
[빌리의 힘겨운 신음]
[빌리의 힘겨운 신음]
[륭구의 한숨]
(륭구)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적 있으니까요
[남일의 힘겨운 신음]
(륭구) 그래도 왜
준웅 씨한테 초희 씨를…
봤거든
[사람들이 놀란다]
(준웅) 위에 좀 잡아 주세요
[잔잔한 음악]
(련) 앞으로 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악플러들 모아서 하얀 방으로 데리고 와
하얀 방이요?
(륭구) 아
알겠습니다
임 대리
(륭구) 네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한숨]
(륭구) 팀장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이승의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우리가 죽진 않겠지만, 씁…
어서 가
네
[멀어지는 발걸음]
(련) 죄송합니다
어떤 징계라도 받겠습니다
팀장직을 내려놓으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고
지옥에 가라면
가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옥황) 중길이 너 대신 모든 짐을 짊어졌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회장님께서…
중길이 결정에 살짝 도움을 줬을 뿐이다
나는 방관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않았니
(옥황) 사자건 인간이건
모든 결정은
당사자 본인들이 하는 거라고
[음산한 음악] (대수) 박중길
그러면 안 되잖아
왜 그런 거야?
어?
왜!
[한숨]
왜 구련을 도망가게 해 준 거야?
[한숨]
[힘겨운 목소리로] 그런 적 없습니다
[헛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대수) 아, 회장님, 잘 오셨소
이거, 이거, 박중길이 이놈이 구련이를 도망가게 만들었어요
우리 직원들을 다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옥황) 그럴 리가 있나
아니요, 아니요, 진짜 그랬다니까?
(옥황) 련이를 박중길이 구했다고?
박중길 팀장은
련이와 위기관리 팀을 그토록 싫어했는데
[한숨]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국헌) 글쎄요, 믿기지가 않네요
회장님 말씀처럼 박 팀장은 위기관리 팀을
저주하다시피 했는데
(대수) 뭐야?
(국헌) 아니, 박 팀장이 항상 싫어했잖아요, 위관 팀
맞죠? 어?
(장현) 그렇지
사실입니다, 하 대표님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죠
네, 네, 그렇고말고요
어이!
박중길 팀장
(옥황) 련이와 맺은 사자의 책임 보증을 이행했지?
위관 팀을 망치기 위해서
[한숨]
그렇습니다
(옥황) 련이가 악플러들을 응징한 것도
[강렬한 음악] 그 이유의 연장인가?
- 예 - (대수) 박중길!
[대수의 헛웃음]
이게 무슨 소리야?
제가 사자의 책임 보증을 써서
위기관리 팀을 망치려 했습니다
(화자) 그럼 그렇지
박 팀장이 구련이를 구하려 할 리가 없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자, 너희는 닥치고
[대수가 손가락을 딱딱 튀긴다]
좋아
(대수) 그러면 왜
왜 박중길이는 구련이를 도망가게 만들었을까?
그런 적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길) 하 대표님께 수고를 끼치는 것이 싫어
제가 직접 데려가려 했을 뿐입니다
(옥황) 그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난 거겠지
(대수) 뭐라고요?
제가 경솔했습니다, 회장님
박중길
(옥황) 상급자에게 항명하고
분란을 일으킨 점은 용서 못 한다
이 몸 상태로 홀로 한 달을 보내야 하고
6개월간 평사원으로 강등하겠다
처분을 인정하나?
[한숨]
(중길) 예
인정하겠습니다
(옥황) 그만 돌아가, 하대수
(대수) 회장님
난 그럼 여기까지
저기요, 회장님
(대수) 회장…
회장님!
[한숨]
[쓱쓱 젓는 소리] [지글거리는 소리]
[준웅의 힘주는 신음]
(초희) 어떻게 하면 저승사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준웅) 아, 그 나는 반반이야, 반반
- 반반? - (준웅) 죽은 것도 아니고
[탁탁 칼질하며] 산 것도 아니고
(준웅) 코마 상태라 진짜 몸은 병원에 누워 있거든
그래서 깨어나기 전까지 사자로 일하기로
주마등이랑 계약을 했어
[웃으며] 어, 그랬구나
[옅은 헛기침]
원래 요리 잘하나 봐
아, 그, 내가
그, 조리사 자격증이 있긴 한데, 그… [흥미로운 음악]
더럽게 맛없어
(재수) 진짜 눈물 나게 맛없어
[멋쩍은 웃음]
스펙 때문에 딴 거라서
(준웅) 근데 음식은 정성이 중요하다고 하잖아, 그렇지?
정성을 가득 담았으니까
한번 먹어 봐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안 돼, 안 돼! [문이 달칵 닫힌다]
먹지 마! [늘어지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초희) 맛있는데요?
(륭구) 맛있다고요?
(준웅) 맛있다는데요?
드셔 보실래요?
[헛기침]
[륭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괜찮은데요?
[준웅의 웃음]
아, 됐고, 빨리
식사할 준비나 하세요, 빨리
(준웅) 빨리, 빨리
[헛기침]
(준웅) [헛기침하며] 네, 여기 있습니다
아이, 그러고 보니까
우리 팀이 모여 가지고 밥 먹었던 적이 있던가?
(륭구) 포장마차에서 술은 한 번 먹었었죠 [편안한 음악]
아이, 술은 먹고 밥은 안 먹은 게
[웃으며] 조금 그렇긴 하네요
진짜 맛있네?
[륭구의 의아한 숨소리]
(륭구) 먹어 보겠습니다
(초희) 이렇게 다 같이 둘러앉아서 먹는 것도
행복인 건데
왜 저는 늘 항상 포기하면서 살았을까요?
자책은 이제 그만해
(련) 음식 앞에선 경건해야지
[살짝 웃는다]
보람 씨가 한 얘기네요
음식 앞에선 경건해야죠
(륭구) 카, 명언이다, 명언이야
일단 뭐, 드시죠
[준웅의 헛기침]
(초희) 드세요
(륭구) 제가…
머쓱, 그럼 그렇지
[함께 웃는다]
정직원 되고 싶어요?
[함께 웃는다]
저승에 있는 초희 씨 팬분들이 준비해 주신 거예요
설인우, 박송이에 대한 고소 자료예요
저승에도 제 팬들이 있어요?
(륭구) 그럼요
초희 씨를 돕고 싶다면서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차사들이
고소장까지 써 주셨는데요
[무거운 음악] [인우의 힘겨운 신음]
(륭구) 죄지은 게 꽤 많더라고
성범죄부터 마약까지
증거 자료 싹 다 긁어서 언론사로 보냈어
네 소속사에서도 손절 기사 준비 중이고
뭐?
[헛웃음]
헛소리하지 마
(인우)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떨리는 숨소리]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녹음 속 송이) [떨리는 목소리로] 설인우 오빠가 시켜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울먹인다]
아, 안 돼
[인우의 신음]
[인우의 분한 소리]
남은 죗값은
지옥에서 지워
[인우가 흐느낀다]
정정 기사 같은 거 그냥 지나가고 말 텐데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사람들의 지친 숨소리]
[여자1이 콜록거린다]
(륭구) 앉아 [사람들의 힘겨운 숨소리]
일어나 [흥미로운 음악]
앉아
일어나
좌로 굴러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우로 굴러
일어나
동작 봐라!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지금부터
자신이 단 악플 모조리 싹 다 지우고
정정 기사 올립니다, 실시
(남자) 예? 아이, 그…
그 많은 걸 다, 다요?
(륭구) 네, 12만 8,432개
아, 그거 몇 주는 걸릴 텐데, 씨
(륭구) 몇 주가 걸리는 게 뭐?
당신이 단 21만 519개만큼 상처받은 사람은?
(여자2) 싫어, 당신들 뭔데?
(륭구) 18만 5,230개
당신이 단 악플만큼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릴까?
살려 주세요
또 처맞고 싶으면 터진 입 계속 놀려
할게요, 할게요
(륭구) 여긴 문도 먹을 것도 없고
다 지우기 전까진 절대 못 나갑니다
움직여
[키보드 조작음이 요란하다]
- (빌리) 저기요 - (륭구) 뭡니까?
(빌리) 저는 악플러가 아닌데요
동영상 크리에이터인데요
[륭구의 한숨]
(련) 그래서 특별히 네 컴은
주마등 서버 해킹 프로그램에 접속시켜 놨어
내가 찍힌 동영상 관련 댓글, 영상
싹 다 지우도록
몇억 개는 될 텐데 그걸 제가 언제 다 지우고…
[퍽 차는 소리] [빌리의 비명]
- 실시 - (빌리) [힘겨워하며] 실시
(빌리) 아, 잠깐…
(초희) 정말 감사해요
근데 아직 불안하기도 해요
제가 복귀했을 때
제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유 없이 욕먹는 것도 싫고 다 그만두고 싶은데
(초희) 모순이지만
한낱 노을처럼 지고 싶진 않아서 [잔잔한 음악]
(련) 한낱 노을이라니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그 노을을 보면서 감탄해
(련) 최선을 다해서 빛나고
때가 되었을 때 아름답게 저물면 돼
(련) 수많은 사람들이
너의 순간을 기억하고
아름답게 지는 그날까지 함께할 테니까
그리고
심지어 저승에서까지 이렇게 널 응원하잖아
[살짝 웃는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우울 수치"
[다가오는 발걸음]
[한숨]
[한숨]
몸은 좀 어떠십니까?
[한숨]
이딴 건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받았던 상처에 비하면
[한숨] [무거운 음악]
왜…
왜 그러셨습니까?
왜 말하지 않았느냐?
(중길)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한숨]
우리가 부부였다고 한들
인연은 끊겨 버렸고
(련)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한들
몇백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한숨]
(중길) 그래
네 말이 맞다
널 구하러 갔던 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어
자존심 때문이었다
널 오해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한 내 자존심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습니다
련아
류초희는 어떻게 되었느냐?
[울먹인다]
회복했습니다
[안도하는 숨소리]
다시 자살 시도를 할까?
아니요
어떻게든 제가 막을 겁니다
[살짝 웃는다]
(중길) 그래
그게 위기관리 팀의 일이지
[한숨]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살짝 웃는다]
고맙습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한숨]
[새가 지저귄다]
(옥황) 하 대표가
원로 이사회의 명이라고 찾아와 널 체포하겠다고 했을 때
다른 생각이 있었구나 싶었다
위관 팀 운영을 트집 잡아
내 자리를 노리는 거 아닌가 싶었지
그래서 위관 팀을 해체하겠다고 하셨군요?
(련) 최준웅을 도발하셨고
도발이라니
유일한 희망이라고 해 두자
(옥황) 내 입으로 널 구하라고 할 순 없었어
그랬다면 하 대표에게 좋은 빌미를 줬을 테니까
은퇴하실 생각은 전혀 없으시네요?
(옥황) 응, 뭐, 아직까진
해야 될 일이 많으니
한데
최준웅이 중길이까지 끌어들일 줄은 몰랐어
너와 중길
반드시 풀어야 할
해묵은 인연과 감정이었는데
최준웅이 주마등에 들어온 인연도
거기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차분한 음악]
[흐느끼는 소리]
[흐느낀다]
(련 부) [흐느끼며] 련아
(련) 그때는 너무 괴로워서
세상의 모든 것과 인연이 끊어지기를 바랐어요
(련) 차라리 소멸됐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옥황) 먼 훗날 때가 되면
네가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이 나타날 거다
(옥황) 그의 죽음을 네가 막아라
물론 네가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말이다
자
선택은 너한테 달렸으니 이제부터라도 잘 생각하렴
그자가 누굽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자다
(옥황) 살아 있음의 소중함
그 가치를 잃어버린 가엾은 그를 구해라
(련) 대체 그 사람 언제 만날 수 있는 건데?
진짜 있기는 있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만날 거야
그래야 네가 원하는 것도 이뤄지는 거고
초희가 레드라이트 앱에 떴을 때
(련) 이게 나의 마지막 임무인 줄 알았어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 때문에
이대로 지옥으로 돌아가는 것도
무로 돌아가는 것도
상관없겠다 싶었죠
근데 최준웅의 얘기를 듣다가
(준웅) [울먹이며] 팀장님이 살린 사람들
다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왜 팀장님은 불행한 건데요?
[거친 숨소리]
(준웅) 나 자신이 불행한데
다른 사람 살리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요!
깨달았어요
무엇을?
'내가 구할 마지막 사람은'
'바로 나구나'
[한숨]
자신을 구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요
그래서 저한테 위관 팀을 맡기신 거고
그 이유 때문에
그래
(옥황) 위관 팀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걸 깨닫게 하는 역할인 거지
임무를 다했으니
다시 한번 질문하겠다
네가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이냐?
[잔을 달그락 놓는다]
위기관리 팀을
프로젝트팀이 아닌 정식 부서로 인정해 주세요
(옥황) 좋다
그리고 사무실도 좀 최신식으로 바꿔 주시고요
(옥황) 응, 뭐, 그러지
임 대리는 과장으로 승진시켜 주세요
아니, 임 대리는 아직 연차가…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그럴 자격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게…
씁, 그러니까 그, 주마등은
(옥황) 연공서열이 워낙 엄해서…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팀원 보충 좀 해 주세요
우리 셋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이제는 셋이 아니고
[잔잔한 음악]
다시 둘이겠구나
최준웅 말이야
(옥황) 약속 기간도 다 돼 가고 자기 할 일도 다 했으니
특별히 좀 일찍 귀가시켜 주려고 하는데
어떠니?
[엘리베이터 도착음]
[숨을 씁 들이켠다]
(준웅) 어유
어유, 야 [어색한 웃음]
아, 예, 안녕하세요
[준웅의 헛기침]
아, 예, 그…
회장님께서 많이 바쁘신가 봐요?
감사합니다, 예
[륭구의 한숨]
(준웅) 아, 야!
오랜만에 한가하니 좋구먼!
[헛기침]
[숨을 씁 들이켠다]
회사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그랬죠?
(준웅) 오랜만에 한가하니 좋네요
[륭구와 련의 놀란 숨소리] (련) 그런 소리 하지 마
(륭구) 한가하다는 소리 하면 안 됩니다
- (준웅) [작은 소리로] 왜요? - (륭구) 회사에서 그런 소리 하면
반드시 바빠집니다
아, 예, 오케이, 오케이
어차피 여기서 들은 말은 하나도 기억 못 할 텐데, 뭐
네?
(련) 최준웅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회장님께서 특별히
널 조금 더 일찍 이승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셨어
(륭구) 잘 가십시오
[당황한 웃음]
(준웅) 아니, 뭐 이렇게 갑자기요?
환송회도 없이요?
막 사자님들이 쭉 도열해 가지고
박수 쳐 주는 것도 없어요?
없어, 그런 거
(륭구) 불현듯 왔으니
그렇게 돌아가는 거죠
저 진짜 이렇게
가, 가요?
세상의 모든 인연은
(련) 그게 좋든 싫든
한 번쯤은 헤어지기 마련이니까
[한숨 쉬며] 팀장님한테 혼날 때가
좀 그리울 거 같네요
더 오래 옆에 두고 조졌어야 됐는데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그러고 보니까
(륭구) 이걸 제대로 한 적이 없네요
[살짝 웃는다]
[툭툭 토닥이는 소리]
고마웠어요 [훌쩍인다]
잘 가요
[한숨]
이리 와
안으라는 게 아니고
그동안
고생 많았어
팀장님도요
잘 가, 최준웅
[신비로운 효과음]
(정임) 우리 준웅이 제발 깨어나게 해 주세요 [심전도계 비프음]
[편안한 음악]
[한숨]
엄마
(준웅) 여기 어디야? 내가 왜 병원에 누워 있는 거야?
준웅아
준웅아
(정임) 어, 준웅아
[당황한 웃음]
(준웅) 아, 엄마 왜, 왜 그래, 갑자기?
(정임) [울먹이며] 살았어
너 동작 대교에서 사람 구한다고 뛰어내린 거 생각 안 나?
(준웅) 내가?
(정임) [준웅을 탁탁 치며] 어, 살았다, 우리 아들 [준웅의 웃음]
[흐느끼며] 아유, 장하다
(민영) 오빠!
[민영의 다급한 숨소리] (준웅) 왜?
- (정임) 민영아 - 오빠
- (민영)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 (준웅) [웃으며] 어유
[민영과 정임의 감격한 웃음] (준웅) 민영아
[민영이 흐느낀다] 아, 뭐야
아, 왜 그래
(정임) 내가 우리 아들 깨날 줄 알았어
장하다
장하다, 준웅아, 어?
(준웅) 아이고, 아이고
(민영) 오빠 [정임이 흐느낀다]
오빠
저는 질소 같은 남자입니다
(준웅) 질소는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쓸모없는 원소로 알려져 왔지만
암모니아를 만나
지구상 식물의 3분의 1을 키우는 좋은 비료가 됐습니다
저는 베이머를 만나
[손가락을 딱 튀기며] 베이머에 딱 맞는 [강조되는 효과음]
질소 같은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저마다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1) 야, 이것도 같이 좀 드세요
(직원2) 감사해요
(직원3) [손뼉을 탁탁 치며] 아, 자, 자, 자, 자
아, 오늘은 제가 쏘는 거니까
맛있게들 드세요
- (준웅) 네, 잘 먹겠습니다 - (직원3) 예 [직원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만족스러운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준웅) 응? 또 당첨됐네
- 뭐가요? - (준웅) 아
이벤트로 류초희 콘서트 표가 당첨돼 가지고요
- (직원3) 류초희? - (직원1) 와, 그거 콘서트
(직원1) 매진에 표도 구하기 어렵다던데
아, 군대에 있을 때 팬이긴 했는데 일도 바쁘고 해서
(직원3) 씁 저 친구 류초희 팬인데
[휴대전화 진동음]
(직원4) 이제는 사람 중심의 회사로서 [잔잔한 음악]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돼야 됩니다
아, 인사 평가의 전체적인 마인드맵입니다
요거를 가지고 저희가 앞으로 계속 회의를 해야 될 텐데
아, 10분만 쉬고 다시 회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10분 있다 뵙겠습니다
[서류를 사락 집는다]
[직원3의 한숨]
(직원3) 저렇게 맨날 깨지니 죽고 싶기도 하겠다
[직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숨을 후후 내뱉는다]
[직원5가 서류를 탁탁 정리한다]
[숨을 씁 들이켠다]
[한숨]
(직원3) 아, 그래? 아, 좋지
(준웅) 고생하셨습니다
(직원3) 아, 좋아 알았어, 알았어, 응
어?
그건 뭐야?
[옅은 헛기침]
아, 몸에 좋은 거 있으면 같이 좀 먹자
아, 그, 여기에 좋다 그래서
하나 드세요
(직원3) 음…
아유, 좋은데?
[웃음]
[키보드 조작음]
아, 준웅 씨 이따가 한잔 어때? 응?
아, 좋아요, 네
[준웅을 툭 친다]
(준웅) [힘주며] 벌써 7시네, 쯧
[한숨]
(직원1) 가자고, 가자고, 가자고
아, 오늘 내가 법카로 그냥 확 다 긁어 버릴 거야!
내가 예약해 놓은 데가 그렇게 좋대
(련) 빨리 가자, 임 대리!
- (륭구) 과장이라니까요? - (련) 어, 임 과장
[련의 다급한 숨소리]
[직원5의 한숨]
[직원5가 숨을 들이켠다]
[울먹인다]
(준웅) 아, 용호 씨! 아, 용호 씨
(직원5) 놔요! 나 같은 건 죽어 없어져야 해! [련의 가쁜 숨소리]
(준웅) 용호 씨가 죽긴 왜 죽어요 용호 씨가!
(직원5) 나보고 나가 죽으라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뭘?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한숨]
(준웅) 희망?
그런 거 가지고 사는 사람들 의외로 몇 안 돼요
소소한 행복이 있으면 거기에 만족해서 사는 게
우리, 우리 사람이잖아요
그런 작은 행복도
[가슴을 탁 치며] 나는 없다고요
[직원5의 힘주는 신음] (준웅) 아이, 잠깐만, 잠깐만!
류초희 좋아하죠?
- 류초희? - (준웅) 예, 류초희
나 콘서트 티켓 많아요
(준웅) 그거 내가, 내가 다, 다, 다 줄게요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준웅) 같이 갈 사람들이 왜 없어요?
나, 나랑 같이 가면 되지!
남자 둘이서?
남자 둘이서 뭐 어때요?
(준웅) 같이 가서 같이 맥주 먹고 공연 보고 [련의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 그, 팀장님 욕도 같이 하고
그게, 그게 소소한 행복이잖아요
좋아요
[안도하는 숨소리]
[살짝 웃는다]
[준웅의 한숨]
[직원5가 흐느낀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준웅) 빨리 약속해요, 약속, 빨리
잘 지내는 것 같네요
[공간 이동 효과음]
(중길) 이승에 가서도 여전히 우리 팀 업무를 방해하고 있네
현장에 복귀하셨네요?
지나가던 길에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서
이틀 뒤에 콘서트니까 이쁘게 입고 오고요
꾸미고 갈게요
그래요
[직원5가 훌쩍인다]
[숨을 후 내뱉는다]
아, 근데 누구세요?
(준웅) 우리 회사 분들 아니신 거 같은데
예전 네 상사들
(준웅)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예전 상사라니요?
죽어 보면 알 거야
아니, 죽어 보면 안다니
그게 뭐, 뭔 소리 뭔 소리입니까, 그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준웅) 아이참
아이, 도와줄 게 없어 가지고 죽는 걸 도와줘요?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륭구) 인원 보충도 안 되는데
아쉬운 대로 준웅 씨라도 좀…
50년만 기다리자
50년…
(륭구) 49년 2개월입니다
(중길) 당장이라도 보충할 수 있다니까?
(준웅) 아, 그,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요
(련) 우리?
[강조되는 효과음]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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