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1
[달칵] [송화의 한숨]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스위치가 연신 달칵거린다] (송화) 오늘 안에 불 켤 거지?
[천둥이 콰르릉 친다]
석형아, 나 손에 커피 들었거든?
(석형) [스위치를 달칵거리며] 미안
[천둥이 콰르릉 친다]
[석형이 스위치를 탁 켠다]
[석형의 힘겨운 신음]
[송화의 놀라는 숨소리]
(송화) 얼마나 안 쓴 거야?
어휴, 먼지
[입바람을 후 분다] [송화가 소파를 쓱쓱 턴다]
한 3, 4년?
(송화) 어유
[송화가 콜록거린다]
[전등이 지직거린다] [송화의 힘겨운 신음]
(송화) 나이트네, 나이트
씁, 저거 곧 나가겠다
어휴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엄마, 전기 또 나갔어요
기사님 빨리 오시라고...
아, 그럼 바로 오시겠네요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왜, 커피도 엄마한테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지 그래?
(석형) 하루 한 잔은 괜찮대
[한숨]
(송화) 저것들 아직도 안 버렸네?
(석형) 왜 버려, 저걸?
근데 너 진짜 안 할 거야?
(송화) 아휴, 난 안 하지
(석형) 그럼 왜 왔어?
(송화) 너 보러 왔지, 너 걱정돼서
그럼 하면 되겠네
(송화) 쯧, 익준이만 있으면 되잖아
나는 필요 없잖아
안 된다니까?
그게 그렇게 안 될 일이야?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나도 안 해, 그럼, 쯧
어차피 지금 시간도 없어
애들 논문도 봐 줘야 되고
- 나도 좀 봐 줘 - (송화) 내가 너를 왜 봐 줘?
근데 오늘 지은이는 잘 보고 왔어?
(석형) 응
좋아하는 것도 사 주고?
쯧, 먹을 거랑 음악 열심히 들으라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하나 주고 왔어
여동생한테 하는 거 친구들한테 반만 해 봐라
[문소리가 들린다] (전기 기사1) 불이 또 나갔어요?
[다가오는 발걸음]
(석형) 예, 저, 깜빡깜빡하더니 또 나갔어요
[전기 기사1의 한숨]
(전기 기사1) 아유, 아예 전기 공사를 새로 해야 될 거 같은데?
일단 임시로 작업은 해 드릴 텐데 또 나가면 그땐 큰 데 부르세요
(석형) 예, 제 방 공사는 내일 하셔도 되는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밤늦게까지 감사합니다 [전기 기사2의 힘주는 신음]
[전기 기사2가 중얼거린다] 어?
아저씨, 조심하세요
(송화) 아저씨, 두꺼비집 내리고 하세요
장갑도 안 끼고 그렇게 만지면 감전되는데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긴장되는 음악] [송화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다급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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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기사2의 힘겨운 신음] [전기 기사1의 다급한 숨소리]
(송화) 괜찮으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통화 연결음]
[다급한 신음]
(석형) 여보세요, 여기 조강동 33-1인데요 [전기 기사2의 신음]
감전으로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예, 빨리 좀 와 주세요, 예, 빨리요
(송화) 가슴이 답답해요? 숨 쉬기 힘드세요?
[힘겨운 신음]
(전기 기사1) 아이고,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송화의 거친 숨소리] [전기 기사1이 흐느낀다]
아이고, 어떡해, 어떡해 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송화의 가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전기 기사1) [큰 목소리로] 여기요, 여기!
여기요, 여기요! [어두운 음악]
(송화) 환자분, 환자분
하, 환자분, 여기 어딘지 아시겠어요?
[한숨] (구급대원1) 어, 그대로 두십시오
아주 잘하셨습니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 어, 들어가, 금방
[통화 종료음]
7분 전에 감전 사고 있었고 오른손에 경미한 화상 있어요
CPR 2분 시행했고
하트 펑션은 돌아온 거는 같은데 아직은 불안정해요
- (구급대원2) 의사세요? - (송화) 네
(구급대원2) 저, 환자 바이털이 불안정한 거 같은데 동승해 주실 수 있나요?
(송화) 저는 응급 콜이 와서요 저 말고 다른 선생님이 가실 거예요
쟤요
[천둥이 콰르릉 친다] [사이렌이 울린다]
[한숨] [구급차 경적]
(전기 기사1) 괜찮아?
[한숨 쉬며] 올해 운 다 썼어, 이 사람아
거기 계시던 분들이 다 의사였어
내 말 들리지?
[석형의 당황한 신음] (구급대원2) 아, 혈압, 맥박도 괜찮아졌네요
(전기 기사1) 아...
아, 근데 이 양반 몸을 왜 이렇게 떨지?
[전기 기사1의 한숨]
(전기 기사1) 어, 어, 어이, 괜찮아?
추워서 그럽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의 멋쩍은 신음]
(석형) 저, 히터 좀 켜 주세요
앞에 카톡 좀...
히터 강으로...
[밝은 음악]
(정원) [하품하며] 석형이 새끼 문자 왔었지?
나 한다 그랬는데
난 안 하다 그랬어
(정원) 문자 왔어?
(준완) 아니, 오면 그렇게 답한다고 [정원이 피식한다]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이야, 그게?
그리고 그럴 시간 있으면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하지
너희들을 왜 만나?
(정원) 야, 너 오늘, 야, 약혼식 하러 가냐?
여친 만나러 가는 새끼가 뭘 그렇게 빼입었어?
분위기 좋은 데 예약했지 부산 앞바다 쫙 보이는 곳으로
(정원) 아이고, 좋겠다 누군 일하러 가고 누군 데이트 가고
근데 부산은 어떻게 가려고?
(준완) 송 피디 차로
저기 왔네, 세워 줘
(정원) 씁, 송 피디 아직 술이 덜 깬 거 같은데?
(준완) [안전벨트를 달칵 풀며] 밤새워서 그래
- 밤새우고 바로 출발하는 거야 - (정원) 야, 네가 운전해
(준완) 알았어
- 야 - (정원) 어?
고생해라, 아침부터
(정원) 야, 씨, 쯧
(여자1) 제가 찾아보니까요 그, 대성병원에서는
장중첩증을 수술을 안 하고 시술로 치료한다고 하더라고요
씁,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빛나 경우엔 괴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수술 외엔 방법이 없어요, 어머니
확실한 거죠, 선생님?
수술해도 되는 거죠?
(정원) 수술해도 되는 게 아니라 수술하셔야 됩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보니까
수술하면 애 키가 안 자란다고 그러던데
[살짝 웃으며] 그런 건 믿지 마시고요
나가셔서 빨리 원무과 수속부터 하세요
하,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저 그럼 정말 선생님만 믿고 저희 빛나...
(녹음 속 여자1) 제가 찾아보니까요 그, 대성병원에서는
(여자1) 뭐야, 이거 왜 이래?
(녹음 속 여자1) 장중첩증을 수술을 안 하...
빛나 병실 났나요? 병동에 전화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간호사1) 네
(여자1) [멋쩍게 웃으며] 선생님, 정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여자1) 감사합니다 - (정원) 네
[발랄한 음악] [아이가 칭얼거린다]
(간호사1) 동민아, 우리 옷 좀 잠깐만 올려 볼까요?
[아이의 짜증 섞인 신음]
(간호사1) 음, 한 번만 해 보자
[아이의 짜증 섞인 신음]
아이고, 곰돌이, 배가 아파서 왔어요?
(정원) 어디 보자
[굵은 목소리로] 아, 네, 선생님, 배가 너무 아파요
(정원) 보자
[놀라며] 우아, 이거 하니까 벌써 다 나았네요
이제 하나도 안 아프죠?
(여자2) 네, 다 나았어요
(정원) 자, 그럼 이번에는 우리 엄마 배도 아픈가 볼까요?
[여자2의 놀라는 숨소리]
(여자2) 선생님, 벌써 다 나았어요 [정원의 놀라는 숨소리]
[놀라며] 하나도 안 아파요
[정원의 놀라는 숨소리]
(정원) 자, 그럼 이번에는 누구를 해 볼까?
[정원의 놀라는 숨소리]
- (간호사1) 동민이 해 볼까요? - (정원) 동민이 해 볼까?
어디 보자
아이고, 잘하네, 아이고, 잘하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정원) [피식 웃으며] 여기가 부산이냐?
(준완) 내가 너보다 병원에 더 빨리 왔을걸?
(정원) 저녁이나 같이 먹자
(준완) 어, 환자 한 명 확인만 좀 하고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정원) 살살 해, 살살
[어두운 음악]
513호 담당 누구야?
그럼 어제 당직은 너냐?
(준완) 513호 김숙희 환자 해열제 처방 누가 했어?
- 너겠네? - (전공의1) 아, 저 아닌데요
(준완) 그럼 너야?
(전공의2) 절대 아닌데요
저는 김숙희 환자 얼굴도 본 적 없습니다
그렇지, 얼굴도 본 적 없지?
(준완) 둘 다 처자느라 환자 얼굴도 안 보고 해열제를 줬지?
너희들이 뭔데 환자 어세스도 없이 오더를 내?
아주 명의들 났네, 명의
의사 하기 싫으면 빨리 얘기해 나 시간 낭비시키지 말고
어?
[휴대전화 벨 소리] (전공의들)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준완) 어
갑자기 왜?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준완) 뭐 해, 안 오고? [긴장되는 음악]
"소독제"
(전공의3) 선생님, 그, 에크모 달고 있었는데 [준완의 한숨]
환자 풀모너리 이데마 진행돼서 인투베이션 했습니다
에코 봤는데 심장 거의 안 뜁니다
은아 어제까지 괜찮았잖아
에크모 떼고 병실로 올리려던 앤데
- (준완) 보호자는 알고 계셔? - (전공의3) 예
[심전도계 비프음]
[다가오는 발걸음]
(준완) 잠깐 보시죠, 어머니
(준완) 하, 은아 심장 기능이 더 안 좋아져서 폐부종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 더 이상 에크모로는 안 되겠고
직접적으로 좌심실을 감압하기 위해 인공 심장이 더 적절할 거 같아요
(준완) 오늘내일 중으로 수술하셔야 돼요
(은아 모) 하, 어떡해
저기, 선생님 지금 당장 수술비가 없어요
(은아 모) 애 수술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어디서 구하지?
저, 선생님, 저 일주일만 시간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수술비 구해 볼게요 [애잔한 음악]
[울먹이며] 저, 우리 은아 좀 제발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선생님
하, 지금 시간이 없는데 바로 수술해야 돼요
안 그럼 은아 죽을 수도 있어요
(은아 모) 어떡해요, 그럼?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에 지원 방법 많으니까 은아 수술 못 할 가능성은 없어요
바로 수술도 가능하고요
야, 너 그것 좀 알아봐라
뭐 해? 빨리 전화해
(전공의2) 예, 알겠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준완) 수술도 내가 하고 이것도 내가 하면 넌 여기 왜 있냐?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네, 흉부외과 김준완입니다
키다리 아저씨 후원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전공의2의 멋쩍은 신음]
[발랄한 음악] [전공의2의 탄성]
네, 여보세요 저는 흉부외과 전공의 이석현인데요
저희 환자 한 명 수술비 지원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없어서요
바로 수술해야 되는 건이라서
네,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 후원금으로 받으려고요
다섯 살이고요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요
(정원) 뭐 시켰는데?
너 또 떡볶이 시켰지?
(준완) 언제쯤 답이 올까요?
[작은 목소리로] 먹어, 먼저
[한숨]
야, 햄버거 시키지
안 매운 거야, 1단계, 그냥 처먹어
아직 문자 안 하셨어요?
(정미) 저희도 최종 확인 하느라고요
- (정미) 지금 문자 드릴 겁니다 - (준완) 음
(정미) 아마 케이스 보시고 별 의견 없으시면 보통 이삼일 안에 입금하세요
[바스락거리며] 아, 예 그럼 연락 오면 바로 전화 주세요
(준완) [나무젓가락을 탁 떼며] 네, 수고하세요
[통화 종료음]
(준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안 맵지?
야, 이게 안 맵냐? 너 병원 가 봐
싫어, 돈 들어
[사이렌이 울린다]
(준완) 아, 곧 콜 하나 올 것 같다
봐, 떡볶이 시키길 잘했지?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전화 와, 새끼야
아, 난리다, 난리, 진짜
(준완) 응, 아직 퇴근 못 했지
이제 하려고
응, 어디야?
[정원의 힘겨운 숨소리]
(준완) 아니, 아무것도 안 먹는데? 응
(정원) 어디야?
(송화) 어디겠어
(정원) 씁, 너 이번 주말에 뭐 해?
(송화) 데이트, 장 교수 시간 된대
(정원) 하, 여기도 데이트, 저기도 데이트, 치
(송화) 준완이 아직 안 헤어졌어?
이번에 오래가네? [정원이 피식 웃는다]
근데 용건이 뭐야? 석형이 건이지?
난 안 한다고 했는데
(정원) 아니, 그 새끼는 그냥 두면 되고
씁, 너한테 진지하게 부탁할 게 있어서
(송화) 무슨 일 있어?
(정원) [피식 웃으며] 없어
내가 전부터 하던 일이 있는데
쯧, 아휴, 아니다, 만나서 얘기하자
얼른 퇴근해, 난 간만에 일찍 퇴근한다
뭐예요?
(전공의4) 민영이 바이털이 계속 안 좋습니다
(정원) 끊는다
바이털 어떤데요? [통화 종료음]
(전공의4) BP가 계속 떨어져서 수액 100 정도 풀 드립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정원) 노에피는 들어갔어요?
(전공의4) 했습니다 그래도 바이털이 불안불안해요
[통화 종료음] (송화) 너도 오늘 집엔 다 갔다, 야
[놀라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송화의 한숨]
[마우스 휠을 스르륵 내린다]
[마우스를 슥슥 움직인다]
[마우스 클릭음]
[마우스를 슥슥 움직인다]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과장님
(송화) 좀 전에 기사 봤어요
(신경외과장) 난 회장님 옆에 붙어 있어야 되니까
채 교수가 오늘 밤에 응급 서브듀랄 환자 엑토미 쳐 주고
내일 브이피 션트만 좀 해 줘
알겠습니다
근데 괜찮으세요?
(신경외과장) 아니, 준비들 하는 눈치야, 힘들어 [긴장되는 음악]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카드 인식음]
(병원장)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해요
(병원장) 죄송합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안 회장 부인) 죄송은요, 사실인걸요
괜찮아요
(주 전무) 병원장입니다
여긴 뇌 센터 센터장님
(안 회장 부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네
어쨌든 반갑습니다
(안 회장 부인) 저이 힘든가요?
(병원장) 아무래도 쉽진 않을 거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편 변 왔어?
(편 변호사)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한숨 쉬며] 사모님, 일단 잠깐 저 좀 보시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주 전무님, 제 방에서 커피 한잔하시죠
(병원장) 여긴 걱정 마시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병원장) 형, 커피 마셔
아유, 제가 할 건데...
빨리도 말한다
[신경외과장의 멋쩍은 신음]
(병원장) 형, 이리 와서 앉으라니까
[무거운 음악]
(주 전무) 야경 좋다
(병원장) 지금 야경이 눈에 들어와?
병원이 홀라당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넘어가게 생겼는데
마흔이 뭐가 어려?
(신경외과장) 진짜 우리 병원 그 의사 한다는 막내아들이 물려받는 겁니까?
회장님 유언장도 없죠?
이사장은 유언장이 있어도 어차피 이사회에서 투표로 결정해
(신경외과장) 투표로 주 전무님이 되실 수도 있잖아요
(편 변호사) 사모님이 그래도 전화 한 통씩은 돌리시는 게
안드레아가 직접 하면 더 좋고요
[한숨]
(편 변호사) 별일이야 없겠지마는
세상일은 이게 알 수가 없으니깐요
황 회장님한테만이라도 내일 바로 좀 통화를 한번 해 보시는 게...
주 전무 걱정되는 거죠?
(병원장) 거기 이사들 다 안 회장님 쪽 사람이야
황 회장이라고 이사진들 분위기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회장님하고 30년 지기야
사모님이 황 회장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바로 게임 끝이야
(신경외과장) 우리 회장님, 참 훌륭하신 분인데
그래도 마지막 물욕은 있으시구나 [병원장이 살짝 웃는다]
이 정도면 없는 거지
있던 재산 대부분 사회에 환원하시고
(병원장) 근데 형은 줄을 서도 꼭 재단 쪽에 서서
다른 계열사들은 다 전문 경영인들이 물려받았는데 하필...
아유, 처음으로 사촌 형 덕 좀 보나 했는데
[병원장이 혀를 쯧 찬다]
아직 모르는 거지
[의미심장한 음악]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
(안 회장 부인) 이것들은 전화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와?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어, 쯧쯧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오셨네요
(신경외과장) 씁, 주 전무님 어디 가셨지?
(병원장) [힘겨운 목소리로] 형수님 방에 갔겠지
그 형 올해는 병원 복이 터졌네, 터졌어
[병원장의 힘겨운 신음]
근데 우리 회장님은
왜 첫째가 아니라 막내한테 물려줘요?
그것도 3남이라던데
형들이 위로 줄줄이 사고라도 쳤나?
(병원장) 다음 주가 마지막 출근이라고?
- (신경외과장) 네 - (병원장) 귀촌?
(병원장) 자넨 정말 속세에는 관심이 없구먼
유치원생도 다 아는 일을
첫째 아들은 지금 일만으로도 시간이 없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안 회장 첫째 아들) 아유 [웅장한 음악]
(안 회장 부인) 왔니?
(안 회장 첫째 아들) 아...
엄마, 괜찮으세요?
둘째 아들은요?
(병원장) 아주 높은 분을 모시고 계시지
[우아한 음악]
[안 회장 부인의 한숨]
따님도 있지 않나? [병원장이 혀를 쯧 찬다]
같은 분을 모시고 계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성스러운 음악]
(편 변호사) 오랜만입니다
[울먹이며] 아버지
[놀라는 숨소리]
설마 둘째 딸도?
[고풍스러운 음악]
[안 회장 둘째 딸이 기도한다]
[안 회장 둘째 딸의 한숨]
[안 회장 둘째 딸의 한숨]
막내는 오늘 안에는 온다니?
이러다 아버지 초상 다 치르고 오겠다
(안 회장 첫째 아들) 응, 엄마, 저기, 안드레아 지금 엘리베이터래요
[문이 달칵 열린다] (편 변호사) 어, 왔어?
형하고 누나들 다 왔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심전도계 비프음] [다가오는 발걸음]
[안드레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안 회장 부인) 막내야, 엄마 잠깐 봐
(편 변호사) 말씀하셨죠?
(안 회장 부인) 네
(편 변호사) 지금 전화하면 더 좋은데
사업하시는 분이라 밤늦게도 받으실 겁니다
지금 전화하라고 했어요
걔가 그나마 어미 말 제일 잘 듣는 애랍니다
우리 애들 중에 가장 휴먼이에요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삐 소리 후 소리 샘 퀵 보이스로
그 양반은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신대? [안내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통화 종료음]
너 잠 못 잤지? 들어가서 눈 좀 붙여
[안드레아가 라이터를 탁 켠다]
[안드레아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안드레아가 숨을 후 내쉰다]
너 담배 피우냐?
언제부터?
[다가오는 발걸음]
자식, 의사가 담배를 피워도 돼? 아이고, 쯧
(안 회장 첫째 아들) 어, 엄마
얘 담배 피운대요
(안 회장 부인) 내가 가르쳤어, 20년 전에
[탄성]
통화했어?
[의미심장한 음악]
[출차 경고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입차 경고음]
[발랄한 음악]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송화가 쪽 뽀뽀한다] (장 교수) 오늘도 수고해
(송화) 나 갈게
[엘리베이터 도착음]
"율제병원"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1층입니다
[버튼 조작음] [안내 방송 알림음]
(안내 방송 속 직원1) 낙상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몸을 다치는 것으로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병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 [밝은 음악]
(안내 방송 속 직원1) 그리고 야간에 침상에서 벗어나 이동하는 환자분들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하시거나
담당 간호사를 호출하여 동행하시기 바랍니다
율제병원은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이' 한번 해 보실까요?
(여자3) 이
(송화) 씁, 지금 느껴지시는 건 어떠세요?
이쪽하고 이쪽하고 비교하면
(여자3) 양쪽 다 좋아요
(송화) 어
안면 마비가 조금 걱정됐었는데 괜찮네요
[여자3이 살짝 웃는다] 아주 좋아요
어, 약은 지난번이랑 똑같이 챙겨 드시면은 되고
외래는 3개월 뒤로 잡을게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여자3) 감사합니다
저, 그리고 이거
별건 아닌데
좋은 책이라서 읽어 보시라고 가져왔어요
(송화) 음, 이 책 너무 좋죠?
저도 집에 있어요
석민 쌤도 봤지?
(석민) 예, 저도 봤습니다
[여자3의 난감한 신음] 애독서
(여자3) 아, 이, 이 책 보, 보셨구나
[익살스러운 음악] 남편이 꼭 드리고 오랬는데
(송화) 자, 그럼 3개월 후에 뵐게요
(여자3) 네
[할머니의 힘겨운 신음]
- (할머니) 아유 - (여자4)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송화) 예, 앉으세요
(여자4) 엄마, 이, 이짝으로 앉아
결과가 나왔는데요
CT상 혹이 보여서 MRI 촬영을 하셨는데
어, 안타깝게도 악성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조직 검사로 확인해 봐야 돼요
어머님 연세도 많으시고 또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은 좀 어려운 걸로 보여집니다
(송화) 근데 이렇게 되기까지 [여자4가 흐느낀다]
두통이 많이 심하셨을 텐데 어떻게 참으셨을까?
(여자4) 저, 수술하면 나슬까요, 선생님?
(송화) 아, 수술이 아니라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셔야 되는데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필요해요
만약 제가 지금 의심하고 있는 신경 교종이 맞을 경우
악성도가 낮은 1, 2등급이면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생존율이 높고
만약 뭐, 3, 4단계일 경우엔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셔야 되는데
재발률도 높고 또 생존율 역시 현저히 떨어집니다
[흐느끼며] 어째쓰까, 어째쓰까
[애잔한 음악]
(여자4) 어째쓰까
엄마
엄마
오메, 오메, 우리 엄마 짠해서 어쩔까?
(할머니) 괜찮여
나, 많이 살았으니께 괜찮여
(여자4) 아유, 시끄러워, 아유, 시끄러워
[여자4가 오열한다]
아이고, 어머니
치료하실 수 있으세요 너무 울지 마시고...
(송화) 아이고
우선 입원을 하셔서 조직 검사를 하시고
결과를 보고 추후 치료 과정을 말씀드릴게요
어머님이 힘을 내셔야죠
- (여자4) 아유, 선생님, 죄송합니다 - (할머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자4가 훌쩍인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마음이 안 좋다
(송화) 근데 저 따님분
보호자분 낯이 좀 익지 않아?
하,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심전도계 비프음]
(민영 모) 아, 어떻게, 또 까졌네, 또 까졌어
하, 선생님 지난번에도 한참 고생했어요
아유, 진짜
민영아, 따갑지?
엄마가 혼내 줄게
(전공의4) 이게, 피부가 약하고 또 너무 오래 붙이고 있어서요
우리 애도 아픈 거 다 느끼거든요
(전공의4) 예, 제가 조심하겠습니다 [전공의4의 헛기침]
(민영 모) 교수님 언제 오세요?
아니, 어제 약 처방된 거 보니까 지난달이랑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목요일마다 처방됐던 비타민 K랑 밀양 원소, 그거 빠졌던데
그거 왜 빠진 거예요?
아니, 그리고 무슨 피를
30씩 뽑아 가다 70이나 뽑아 가는 거예요?
안 그래도 애 힘든데
제가 전에 설명 다 드렸잖아요
민영이가 이, 이제 더 이상...
(정원) 민영아
(정원) 민영아
(민영 모) 선생님, 약 처방이 왜 달라졌죠?
그리고 TPN 드립 속도가 지난달엔 16으로 들어갔는데
왜 더 빨라진 거예요?
아니, 그리고
우리 민영이 오늘 숨차 보이지 않아요?
얼굴도 자꾸 찡그리는 게 어디가 불편해요, 지금
[정원의 한숨]
어머님, 민영이가 오래 버틸 힘이 없어요
(정원) 우리 조용준 선생한테도 들으셨겠지만
이제 우리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시...
뭐가 문제인데요? 하라는 거 다 했는데
어제는 얼굴 좋았다고요
어젠 바이털 좋았어요?
오늘이랑 비슷했습니다
(민영 모) 하루에 한두 번 와서
쓱 보고 가는 의사들보다 내가 훨씬 더 잘 알지, 내가 엄마인데
그럼 오늘 우리 조용준 선생이 쭉 지켜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콜해요
(전공의4) 예 [전공의4의 한숨]
(민영 모) [흐느끼며] 민영아, 민영아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미안해, 민영아
우리 민영이 아프게 해서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미안해, 민영아
우리 민영이 엄마가 미안해
[심전도계 경고음] [긴장되는 음악]
(전공의5) BP 낮은가요?
놀핀 얼마나 쓰고 있어요?
(간호사2)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전공의5) 제가 할게요!
[전공의5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심전도계 경고음] [전공의5의 거친 숨소리]
[문이 스르륵 열린다]
[석민의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잔잔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여자4) 우리 아들 간 이식 기다리는 중이에요
(송화) 아, 그래서 제가 안면이 좀 있었나 봐요
(여자4) 6개월째 입원하고 퇴원하고 왔다 갔다 함시롱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3일 전에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불어 갖고
우리 아들
이제 안 될랑 갑네요, 선생님
(송화) 아니에요
어머니, 나으실 수 있어요
자기 아들한테만 정신이 팔려 갖고
즈그 엄마는 아픈지 어짠지도 모르고
나가 죄인입니다
아드님이 그런 상황인데
(송화) 어느 엄마가 다른 데 신경을 쓰겠어요
아무도 어머니 욕 못 해요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여자4) 선생님
시상천지에
나같이 복 없는 년이 또 있을까요?
40년 시집살이에
남편은 사업한다고
집에 있는 돈 마지막 끌텅까지 싹 다 까먹어 불고
우리 아들 하나, 그거
너무 착해 갖고 내가 그거 믿고 포도시 사는디
내가 재수가 없는 년이라
우리 엄마도 그라고
우리 아들도 그라고 돼 불었는가 싶기도 하고
나가 참말로
복이라고는 없는 년이랑께요
[잔잔한 음악]
[울먹이며] 진짜로 내가 살고 싶은 마음이, 난...
손톱만큼도 없당께요
그냥
죽고만 싶당께요
[여자4가 오열한다]
[송화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다음 거 타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전공의들) 예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알림음]
[발랄한 음악]
(송화) 너희 엄마 뇌 수술 시켜 준 의사한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커피를 사 주지는 못할망정 얻어먹냐?
(광현) 너희 아빠 새벽에 다리 부러져서 응급실 오셨을 때
당직 아닌데 와 준 응급의학과 교수님한테
고작 아이스아메리카노냐?
아메리카노면 됐지
동기 사이에 더 주면 서로 불편해져
말은 청산유수지
너 오늘 응급실 한가한가 봐?
(송화) 여유 있게 편의점 쇼핑을 다 하고
(광현) 말조심해라 너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TV 속 기자) 경인 고속 도로 부평 나들목 인근에서
1톤 트럭과 승용차 등 차량 4대가 잇달아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사 52살 윤 모 씨 등
6명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광현) 곧 도착하겠네, 간다
(TV 속 기자) 이 중 두 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경인 고속 도로는 일부 차선이...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율제병원"
(구급대원3) 현장에서부터 의식 저하였고 발견 당시 BP 60에 30
산소 포화도 70대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구급대원4) 두피 열상으로 블리딩이 많았습니다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전공의6) IV 라인 잡아 주고 노멀 셀라인 달아 주고...
어?
(여자4) 오메, 선생님
선생님
[송화의 놀란 신음]
(여자4) 우리 아들
드디어 수술받을 수 있게 됐다네요
(여자4) 이것이 꿈일까요, 생시일까요?
순위도 3번째여 갖고 내가 하나도 기대를 안 했는디
오메, 이것이 뭔 일이당가, 시상에
앞의 환자분들이 수술을 못 받게 됐다네요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 정말 잘됐네요
어머니, 정말 다행이에요
(여자4) 아, 근디 저, 아, 내가 돌아가신 분한텐 너무 죄송한디
내가 이라고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겄는디?
사람 마음이 참말로 이렇게 간사해져 부네요, 선생님
아드님 담당하는 선생님은 누구세요?
겁나게 유명하신 분인디
그, 며, '명의' 명, '명의'에도 나오시고요
권순정 교수님이시구나?
어, 어, 어, 그분요
(송화) [웃으며] 저랑도 친해요
저도 존경하는 분이에요
어? 근데
권순정 교수님 오늘 지방 가셨을 텐데?
아이, 저, 소식 듣더만은 밀양서 수술 끝나자마자
그냥 곧바로 올라오신다 하네요
그라고 수술도 교수님 도착하자마자 그냥 바로 들어간다고요
(여자4) 아이, 근디 교수님 너무 피곤해서 우짤까요?
아, 그래요?
[사이렌이 울린다] (왕 이모) 의사 선생님, 저기도 환자 있어요
애가 본드를 헬멧에 발랐는데
애 아빠가 그걸 모르고 뒤집어써서
대가리랑 헬멧이 딱 붙어서 안 떨어져요
우리도 급한데 우리부터 좀 봐 주시면 안 될까요?
(전공의7) 아, 저, 지금 응급 상황이라서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해 드릴게요, 네
아, 우리도 응급 상황이에요
우리 교수님 지금 쪽팔려서 돌아가시게 생겼어요
(구급대원5) 잠시만요, 비켜 주세요!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어, 교수님, 다른 병원으로 갈까요?
(왕 이모) 아, 어디 가세요? 아직 우리 안 불렀는데
우주야, 아빠 잡아라
아빠 빡쳤어, 이모
다 엎어 버린대
[비장한 음악]
(광현) 권순정 교수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숄더 디스로케이션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광현의 한숨]
(순정) 손가락을 잘 못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라디우스 프렉처 같은데
(광현) 엑스레이 찍고 정형외과 콜해
신경외과는?
(송화) 나 여기 있어
(순정) 응, 왔어? [광현의 한숨]
[휴지통이 탁 닫힌다]
(순정) [놀라며] 나 근데 큰일 났네
(송화) 교수님, 수술 어떡해요?
채 교수가 어떻게 알아?
(송화) 빨리 다른 교수님이라도 콜하세요
환자 상태 엄청 안 좋아요
있었으면 내가 밤새 지원 수술 하고 내 차 몰고 왔겠냐?
아무도 없어
다른 병원으로 보내
(송화) 우리가 수술 못 한다고 하면 옳다구나 간만 가져가겠다고 할걸?
그 환자 마지막 기회야
롱 미드라인 인시전 환자라 쉬운 수술 아니야
아, 미치겠네, 진짜
[무거운 음악]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여자4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이렇게 해요
(광현) 어떻게?
쟤가 있네?
나?
야
(광현) 나 더블 보더라도 수술실에 안 들어간 지 5년 넘었어
이식이 장난인 줄 알아
너 말고
(익준) 아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의 멋쩍은 웃음]
뭐, 이게...
아, 우주야, 인사해야지
어, 아빠 친구, 어, 그렇지, 잘했어
[익준의 한숨]
[물소리가 쏴 들린다]
(익준) 씁, 근데 이거 병원장님이 아시면 괘, 괜찮으려나?
(전공의8) 채송화 교수님이 해결하셨답니다
(익준) 아, 보호자들 동의를 구하고 충분히 설명을 해 드려야 되는데
그것도 채송화 교수님이 잘 아는 분이셔서
5분 만에 서명받으셨습니다
(익준) 아, 아무리 그래도 담당 교수는 기분이 좀 그렇지 않을까?
나 같으면 기분 나쁠 거 같은데
채송화 교수님이 이미 얘기 다 끝내셨어요
[익준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나쁜 년
그럴 시간 있으면 이거나 좀 벗겨 주지
(익준)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꼭 살립시다
[경쾌한 음악]
[째깍거리는 효과음]
[째깍거리는 효과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의 놀라는 숨소리]
[송화의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송화) 예, 여보세요, 과장님
(신경외과장) 어, 채 교수, 아직 병원이지?
(송화) 예
(신경외과장) 결국 돌아가셨어
김동혁 환자 잘못됐어요?
(신경외과장) 무슨 소리야? 회장님 돌아가셨다고
(송화) 아...
(신경외과장) 장례식장 201호라니까 먼저 내려가 봐
난 잠깐 집에 옷 갈아입으러 왔는데 바로 나갈게
(송화) 예, 예,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송화의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저마다 말한다]
(남자3) 안녕하십니까
[황 회장의 한숨]
(황 회장)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모님
황 회장님 제일 좋아하셨던 거 아시죠?
예, 알죠
그래서 지금
제 마음이
[흐느끼며] 너무 안 좋습니다
우리 나이에도 아직 눈물이 있네요
요즘
자주 보네, 우리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발랄한 음악]
(준완) 너 정원이랑 불알친구 아니야?
(송화) 집안끼리도 잘 안다며
(석형) 응
(준완) 넌 알았지?
(석형) 응
(준완) 왜 말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석형이 바스락거린다]
너희도 정원이 집 부자인 건 알았잖아
그래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난 그리고 쟤네 집 요즘 좀 망한 줄 알았어, 어?
나한테 빌붙어 산 지가 몇 년이냐?
(준완) 하여튼 있는 놈이 더해요
그래도 20년 넘게는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어?
우리가 알면 뭐 취직을 시켜 달래, 돈을 빌려 달래?
(석형과 송화)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말 안 했네, 이 새끼
익준이는 왜 안 와?
아직 수술 중이야
(송화) 이제 거의 끝났겠다
어려운 수술이라 꽤 걸릴 거야
(준완) 뭔 소리야, 걔가 여기서 수술을 왜 해?
여차저차 해서 우리 병원에서 급하게 수술하게 됐어
- 알았네, 그 새끼? - (송화) 아니야, 그런 거
어? 병원장님이다
- (준완) 안녕하십니까 - (병원장) 어
(병원장) 자네가 여긴 어쩐 일로?
(병원장) 인사해, 내 밑에서 오래 배웠던 제자
(병원장 부인)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근데 회장님 아들 안 교수하고는 아는 사이야?
예,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송화의 헛웃음]
[힘주는 숨소리]
[한숨]
고맙다, 와 줘서
(송화) 고맙긴, 당연히 와야지 친구 아버지인데
(준완) 너 진짜 안 회장님 아들이야?
왜 말 안 했냐?
누가 뭐, 돈이라도 꿔 달랄까 봐?
하, 아이 말할 타이밍을 놓쳤어, 미안해
아, 숨기려고 한 건 아니고
(정원) 아, 진짜 말할 것도 없어 나 진짜 개뿔도 없다니까?
그게 더 재수 없어
병원은? 그럼 병원은 네가 맡는 거야?
[한숨 쉬며] 병원?
[사이렌 소리가 흘러나온다] [준완과 석형의 놀란 신음]
[준완과 석형의 한숨]
(준완) 아유, 애 떨어지는 줄 알았네
(석형) 심장 터질 뻔했어
(준완) 야, 의사 티 내냐? 벨 소리 뭐냐?
(정원) 아...
야, 넌 그리고 심장 터지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하냐?
그러는 넌, 애 떨어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데
함부로 애 떨어진다는 말을 해? 넌 보면 진짜
(석형) 부성애가 없어
(정원) 야, 야, 그만들 좀 해라
하, 진짜 머리 깨지겠다
머리가 깨지다니?
너 그럼 죽어
[한숨]
(정원 큰형) 정원아
저, 작은아버지 오셨어
(정원) 아, 그래? [정원의 힘주는 신음]
(정원 큰형) 어, 너희들도 왔구나, 고맙다
저기, 우리 정원이 좀 잘 부탁한다
그리고 너는 왜 계속 전화를 안 받아?
(정원) 아, 형, 미안, 진동으로 해 뒀다
- (석민) 교수님, 결과 나왔습니다 - (송화) 어
[휴대전화 벨 소리]
[송화가 숨을 들이켠다]
어, 익준아
어,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석형) 수술 잘 끝났대?
(송화) [웃으며] 어
(준완) 그럼 여기로 바로 좀 오라 그래
(송화) 내가 해 줘야 될 일이 좀 있어서
나 금방 갔다 올게
- (준완) 응 - (석형) 어
그래도 네가 고생했는데 네가 얘기해
(익준) 하, 이 꼴로? 야, 됐어, 참
보호자가 이 꼴 보면 퍽이나 신뢰하겠다, 아이고, 쯧
전공의 쌤한테 얘기하라고 할까 하다가
그래도 네가 직접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얼른 가 봐, 오래 기다리셨겠다
알았어
[잔잔한 음악]
어머니
(여자4) 오메, 오메
[송화의 웃음]
수술 잘 끝났어요
(송화) 좀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지금은 출혈도 거의 없고
받은 간의 상태도 아주 좋아 보여요
지금은 중환자실로 올라갔어요
감사합니다
아이고, 선생님, 진짜
(여자4) 아,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송화가 살짝 웃는다]
진짜 참말로 감사합니다
(송화) 그리고 어머니 결과도 나왔는데요
다행히 1단계예요
방사선 치료 받으시면 앞으로 10년은 거뜬하게 사실 겁니다
[오열한다]
아유, 좋은 소식들인데 왜 이렇게 우셔?
아이고 [송화의 웃음]
(여자4) 아유, 선생님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
겁나게 감사합니다
아이고, 선생님 진짜 참말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지가요
이 시상천지에서 제일로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만큼 복 많은 년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시오
내가 복이 많아요
내가 제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랑께 이라고 좋은 선생님도 만나고
우리 엄마도 이제 살 수 있고
이런 복이 어디 있을까요?
[오열한다]
아유, 선생님, 아유, 선생님
(정원 모) 저 양반이 여길 왜 와?
하, 미쳤나 봐, 진짜
[긴장되는 음악]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회장 안병우"
엄마, 가족사진도 여기 넣어요?
(정원 모) 거기, 엄마 가방에 넣어
[놀라는 숨소리]
아니, 뭔 병원비가 이렇게 비싸요?
특실이잖아
너희 아빠 나름 VIP란다
(정원) 여기 장례식장 비용도 포함된 거예요?
아니, 병실비만
와, 이것들 완전 바가지네
일주일도 안 됐는데 천만 원이 넘어, 엄마?
(정원 모) 얘도 참 물색없네
그 정도면 다른 병원 VIP 병실에 비하면 싼 거야
거기 쓰는 사람들이 돈이 중요하겠니?
돈을 세 배를, 네 배를 주더라도 건강하게 살아 나올 수만 있다면
아마 열 배도 낼 거다
(정원) 근데 엄마 돈 있어?
(정원 모) 얘가 왜 이래?
네 엄마 이래 봬도 정략결혼 한 여자야
[정원의 헛웃음]
[달그락거리며] 사랑 없는 결혼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단다
엄마, TMI
(정원 모) 응?
(정원) 아니야, 그런 게 있어
(편 변호사) 주 전무 오셨다
(정원) 아, 네, 가겠습니다
[정원의 아파하는 신음]
(정원) 아, 엄마
으이구
쯧, 형도 동의했습니다
어머니도 설득했고요
(편 변호사) 내일 이사회에 사모님도 오실 거죠?
안 가요
[정원 모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정원이 섭섭해할 텐데
[한숨]
(정원)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아는데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웃음]
하여간, 이 집안 분들 별난 거 알아줘야 한다니까
[웃음]
(편 변호사) 이미 상황 끝났네요?
응, 끝났어요
'디 엔드'
황 회장님이 그렇게 한대요?
(정원 모) 정원이가 찾아가서 부탁했나 봐요
자기 뽑지 말고 주 전무 뽑아 달라고
[한숨]
전화해서 황 회장 꼬시랬더니
아이고,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어
자식 농사 개판이야, 개판
(주 전무) 알겠습니다
근데 내일이 이사회인데
어떻게 믿죠?
여기
황 회장님이 받아 준 이사들 동의서입니다
[서류를 쓱 내밀며] 그리고 저와 어머니 이사직 사임서도 넣었고요
(정원) 저, 근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주 전무) 실례가 안 된다면
그 돈은 어디에 쓰실 건지 물어봐도 됩니까?
(정원) [피식 웃으며] 뭐, 재벌 피가 어디 가나요?
다들 뒷주머니 하나씩은 차잖아요
[숨을 들이켠다]
VIP 병동 참 웃긴 곳이죠
병실의 수는 4개인데
늘릴 수는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흔해지는 순간, 아무도 안 찾거든요
[주 전무의 웃음]
(주 전무) 말도 안 되게 비싸야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웃으며] 저희는 잘나가는 의사들만 데리고 있으면 되죠
씁, 근데 좋은 교수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 병원 교수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던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주 전무님은 월급이나 두둑하게 준비해 주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할 거지?
(익준) 아니, 뭐가 이렇게 길어?
야, 누가 대표로 설명 좀 해 봐
(송화) 요약하면
갑의 요청이 있으면 주말 응급 수술에도 응해야 되고 [송화가 삭 밑줄 친다]
갑이 지정하는 수술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준완) 누가 갑이야?
(송화) 쟤
(준완) 야, 뭘 얼마나 대단한 걸 주려고 조건이 노예 계약 수준이냐?
지금 받는 연봉의 두 배
(익준) 야!
야, 다음부터 그, 그런 거 제일 위 줄에 써
[송화가 펜을 달칵 누른다] 재벌 아니랄까 봐 통이 엄청 크네, 쟤
(송화) 나야 뭐, 사표 낼 일도 없는데, 콜
- (준완) 야, 인주 없냐? - (익준) 없어
(준완) 이런 건 지장을 찍어야 되는데 [저마다 사인을 쓱쓱 한다]
야, 너는?
(석형) 난 더 놀래
엄마, 사치스러운 놈, 저
야, 너 펠로 끝나고 한국 들어온 지가 두 달이 넘어
(익준) 취직 안 해, 취직?
엄마랑 더 놀래
연봉 두 배에 지정 주차
- (송화) 야, 우리는? - (준완) 야, 우리는?
(정원) 야, 좀 조용히 좀...
글쎄?
[한숨]
지정 주차에
단독 연구실, 교수 일인실 줄게
- (송화) 야, 우리도! - (익준) 뭐야?
(준완) 야, 우리는 뭐 어쨌다고...
- (익준) 우리는 뭐, 바보 똥개냐? - (송화) 나 지금 사인했단 말이야
(석형) 그런 거 말고, 음, 내 조건은 딱 하나
뭔데? 다 들어줄게
밴드
- (익준) 어? - (준완) 밴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준완) 카톡 이모티콘도 겨우 보내는 새끼가 [송화의 한숨]
안 해, 안 해, 인마
(익준) 난 콜, 좋아
(송화) 나도 바빠, 시간 없어, 못 해
[준완이 테이블을 탁 친다] [정원의 한숨]
너 밴드 하면 우리 병원 올 거지?
응, 산부인과 없이 어떻게 VIP 병동을 운영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요?
(준완) 아유, 아유, 나 간다
오늘 들은 얘기는 없던 걸로 해
- 야, 야 - (준완) 이럴 땐 또 콜도 안 와요
(준완) 나 증 없어, 내려다 줘
(송화) 어, 가자
나도 분명히 얘기했다
밴드 할 시간 없다, 나
(정원) 야, 송화야, 너, 하
[정원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하, 문제는 송화인데
준완이가 더 문제야
준완이?
걘 전화 한 통이면 돼
(정원) 진짜 안 할 거야?
(준완) 안 한다니까
이 나이에 오글거리게 뭔 짓이야?
(정원) 하, 어제 간만에 싸이월드 정리하는데
사진첩에 진짜 아름다운 사진이 한 장 있더라
카, 하와이에서... [발을 탁 구른다]
[준완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통화 종료음] 준완이 한대
[정원이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익준) 뭐야?
야, 준완이 이 새끼 대체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길래?
(정원) 씁, 아, 이제 송화 한 명 남았는데
아, 송화는 진짜 안 한다면 안 하는데 어떡하지?
야, 너 송화 약점 잡은 거 없냐?
야, 너는 왜 생각을
남의 약점, 뭐, 아킬레스 이렇게 부정적인 것들만 생각하냐?
송화, 어? 진짜 뭐, 하고 싶은 거, 원하는 거
- 그런 거 해 주면 되지, 뭐 - (석형) 그런 거 있어
- 뭐? - (익준) 뭔데?
자기 보컬 시켜 주면 한대
(익준) 도른 자, 도른 자
보컬? 송화 아직도 보컬에 미련 있어?
내가 1번으로 얘기했는데 자기 보컬 시켜 주면 밴드 하겠대
(익준) 환장한다
야, 송화 절대 음치에 절대 박치야
베이스 배우는 데도 5년 걸린 애야, 걔가
[한숨]
석형아, 너 밴드 해서 그래미 갈 거야?
(석형) 응?
웸블리에서 공연할 거 아니지?
- 그럼 - (정원) 그럼...
송화 보컬 하라 그래
(익준) 야!
[정원의 한숨] (석형) 난 상관없어
나는 오랜만에 우리끼리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니까
난 송화 보컬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
(익준) 와, 진짜 못됐다
개성 있지
(익준) 엄마, 환장 파티, 진짜
야, 너희들 사람 그렇게 놀리는 거 아니야
애를 바른길로 인도해야지
너희들이 송화 진짜 생각하면 그러면 안 돼, 진짜!
오케이, 오케이, 됐어, 됐어
익준이가 송화를 진짜 생각하고 있으니까
보컬도 오케이 한 거야
(정원) 밴드도 시작하고 너도 다음 주부터 출근해
반가워, 양 선생
(석형) 아이고, 반갑습니다, 안정원 교수님 소문 많이 들었어요
별명이 부처님이라고
나 천주교야
아...
[한숨]
[밝은 음악]
빨리 와, 송화야, 언제 콜 올지 몰라
[송화가 호로록거린다]
[숨을 하 내쉰다]
[헛기침]
[컵을 탁 내려놓는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송화) [흥얼거리며]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송화의 헛기침]
[송화가 입술을 부르르 튕긴다]
[정원이 드럼을 탁탁 친다] [송화가 심호흡한다]
[송화가 목을 계속 푼다]
(송화) 마, 마
마, 마, 마, 마, 마
[헛기침하며] 아, 아
[송화가 혀를 아르르 튕긴다]
[송화가 목을 계속 푼다]
[송화가 꺽 트림한다] [준완의 못마땅한 신음]
[익준이 거친 숨을 내쉰다]
아유, 비린내
가지가지 한다, 진짜
뭘로 맞춰 보지?
(정원) 석형이가 벌써 골랐대
너 들으면 바로 알 거야
[송화의 탄성]
[신나는 음악이 연주된다]
(송화) [불안한 음정으로] ♪ 이런 시간엔 더 그리워 ♪
♪ 홀로 남는 이 순간 ♪
♪ 떠난 줄 알면서도 ♪
♪ 자꾸 떠오르는 너 ♪
♪ 왜 넌 그때 날 떠났을까 ♪
♪ 너무 힘이 든다던 그게 ♪
♪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지만 ♪
♪ 나는 알 수 없는걸 ♪
♪ Lonely night ♪
♪ Lonely night ♪
♪ 떠나던 그 모습이 남았던 ♪
♪ Lonely night ♪
♪ So lonely night ♪
♪ 기억 속에 남은 모습으로 ♪
[준완이 픽을 탁 내던진다]
[정원의 한숨] [학생1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익준) 어유, 깜짝 놀랐네, 진짜
[학생들의 환호성]
(학생1) ♪ Lonely night ♪
♪ Lonely night ♪
♪ 떠나던 그 모습이 남았던 ♪
♪ Lonely night ♪
[학생들의 환호성]
♪ Lonely night ♪
♪ Lonely night, lonely night ♪
♪ Lonely night ♪
[학생들의 환호성]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과 대표) 자, 박수, 박수!
야, 노래 소름, 얼굴 더 소름
[학생들의 웃음]
자, 그럼 다음에 누가 할래?
(학생2) 저요!
(과 대표) 박수! [학생들의 환호성]
(학생2) 남보원 선생님의 남보원 쇼 보여 드리겠습니다
[학생2의 헛기침]
[굵은 목소리로] 1950년, 여기는 강원도 산골짜기
개구리가 울고 있는데
[학생2가 개구리 울음을 흉내 낸다] [학생들의 탄성]
이때 장병들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작은 목소리로] 야, 어디 가?
[작은 목소리로] 저거 하느니 그냥 자퇴할래
[학생2가 계속 장기 자랑을 한다]
(정원) 야...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석형이 속삭인다]
(선배) 어디 가냐?
(정원) 아, 저, 화장실이 좀...
아, 친구가 많이 취해서
[석형이 헛구역질한다] (정원) 어, 야, 야
[정원의 힘겨운 신음] [석형이 연신 헛구역질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 아, 씨,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진상들, 진짜, 아이
(석형) 너무 추운데 그냥 계속 화장실에 있을까?
야, 냄새 배
아, 짱박힐 데 없나?
(정원) 야
[정원이 문을 달칵거린다]
[정원의 힘주는 신음]
[정원의 거친 숨소리]
[정원의 놀라는 신음]
[정원의 힘겨운 신음]
(준완) 뭐고?
(익준) 뭐기는, 우리맹키로 분위기 꼬롬해지니까
변소 간다 카고 토낀 놈들 아이가
(석형) 일본인들이야?
- (준완) 지랄한다 - (익준) 허, 참
(정원) 들어가도 되겠니?
[익준의 탄성]
(익준) 서울말 쥑인다
(준완) 와, 진짜 라디오 듣는 것 같네
(준완) [서울 말씨를 흉내 내며] '가도 되겠니?'
(익준) '되겠니?'
(익준) 들어온나
빨리 들어온나
좀 비좁아도
저 가서 생쇼 하는 거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
[석형의 고민하는 신음]
[정원의 힘주는 신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정원) 난 안정원, 얘는 양석형, 반가워
(익준) '와타시와 이익준데스'
(준완) 미친 새끼 [익준의 웃음]
(준완) 야는 이익준, 나는 김준완
우리 둘 다 창원에서 왔다
같은 고등학교 친구
느그 둘도 한 학교가?
어, 우린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
[준완이 정원의 발을 툭 밟는다] [정원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 [웃으며] 안 죽는다
(준완) 엄살은
(석형) 근데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어? 너무 좁은데
(익준) 한 놈 더 안 오는 게 어디고
[문이 덜컹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들의 멋쩍은 숨소리]
(정원) 난 안정원
얜 양석형, 김준완, 이익준
나는 채송화
너희들 다 친구야?
- (익준) 아이다, 친구 아이다 - (정원) 아니야, 미쳤어? [준완이 부정한다]
- (정원) 본 지 5분밖에 안 됐어 - (준완) 가스나, 뭐라 카노? [정원이 말한다]
(석형) 아닙니다
(송화) [웃으며] 아니면 됐지, 뭐 그렇게 난리야?
야,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기념사진 한 방 찍을까?
(준완) 그게 말이가, 방구가?
[송화의 웃음]
말이야
(익준) 그라지, 뭐
[밝은 음악]
(정원) 야, 그, 저기 저기 의자 세워서 찍으면 되겠다
[송화의 다급한 신음]
(정원) 잠깐만
(송화) 불 깜빡깜빡하면 찍히는 거다
어, 어, 한다, 한다, 한다
[카메라 셔터음]
(익준) 야, 다음 곡은 '천년의 사랑'이다 [준완의 웃음]
(송화) 이, 씨, 너 일로 와, 씨
(익준) [웃으며] 야, 야, 야
- (송화) 야, 야! - (준완) 네, NS 채송화입니다
- (송화) 야, 김준완! - (준완) 네, 말씀하세요
(송화) [웃으며] 미쳤나?
- (준완) 알겠습니다, 네 - (송화) 빨리 갖고 와
(송화) 야, 문 열어
[손잡이를 달칵거리며] 야, 아이, 씨
야, 석형아
야, 정원아
[송화의 못마땅한 신음] [자동차 시동음]
(송화) [차를 탁탁 두드리며] 아, 빨리 내놔!
[사이렌 소리가 흘러나온다]
[힘주는 신음]
[중얼거린다]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어, 형
[한숨 쉬며] 아니, 내가 돈이 어디 있어?
이번에 심장병 아이 하나도 겨우 송금했는데
아, 나 완전 개털이야 [송화가 차를 계속 두드린다]
아니, 신부가 맨날 와인을 사 달래 형, 무소유 몰라, 무소유?
(송화) 야, 김준완, 문 안 열어? [발랄한 음악]
(정원) 형, 법정 스님이랑 동급이면 [송화의 못마땅한 신음]
고마운 줄 알아
(송화) 야, 너까지 이럴래, 진짜?
(정원) 아, 몰라, 나 돈 없다니까
형이 신부지 소믈리에냐고 [송화가 투덜거린다]
[카드 인식음]
[황 회장의 놀라는 신음]
어떡해
(황 회장) 오늘 주치의가 아주 힘들게 얘기를 꺼냈나 봐요
주 전무, 부인을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정원 모) 미안해 죽겠어요
뭐가요?
종수도 힘들 텐데 재단 일까지 맡겼으니
걔를 어떻게 봐, 진짜
(정원 모) 주 전무 이름이 종수예요
(황 회장) 아, 예 [황 회장이 살짝 웃는다]
불알친구예요
집사람 아프니까
상갓집에 절대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누가 말려, 그 똥고집을
(황 회장) 안 오면은 주 전무가 아니죠
아유, 늘 그냥 뚱하고 표정이 없길래
전 사실 좀 '음흉한 사람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정말 많이 경계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별생각이 없는 거예요
(황 회장) [웃으며] 나, 참
(정원 모) 걔 5살 때도 그랬어요
자기 결혼식 때도요
생긴 게 뚱해서
남들은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오해들 하는데
걔 아무 생각 없는 거예요
(황 회장) 아, 회장님 돌아가시기 이틀 전인가 우리 집엘 찾아왔더라고요
밤늦게 집에까지 찾아왔길래
[웃으며] 전 뭐, 당연히 이사회에서
자기 쪽으로 표를 달라는 얘기인 줄 알고
아이, 뭐, 좀 재수는 없었지마는
안 그래도 아드님께서 부탁을 하신 것도 있고 해서
잘 들어줘야지 했죠
근데 종수가 뭐래요?
나, 참
대충 알 거 같네요
(황 회장) 예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정원 모의 웃음] (황 회장) 한참을
우리 정원의 꽃나무만 쳐다보더니
자기 집사람이 꽃을 좋아한다고 꽃나무 하나만 달라 그러더라고요
걔 그런 말 못 해요
[황 회장의 웃음]
(정원 모) 아유, 답답이
어유, 멍청한 놈
(황 회장) [웃으며] 참
아이고, 벌써 8시가 넘었네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안 그래도 사모님 기다리는 눈치던데
밥해 오래요
제가 정원이 초등학교 소풍 때 싸고 30년 만에 도시락 쌌어요
[황 회장이 살짝 웃는다] (정원 모) 그럼 저는 이만
(황 회장) 예
[심전도계 비프음]
[잔잔한 음악]
(안내 방송 속 직원2) 코드 블루 3층, 코드 블루 3층
[긴장되는 음악]
CPR 아이, CPR 아이
본관 3층, 본관 3층
[심전도계 경고음] [흐느낀다]
[거친 숨소리]
(민영 모) 민영아,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민영아, 민영아
(정원) 몇 분 됐어요?
(전공의4) 10분째 리듬이 안 돌아옵니다
(민영 모) 아니요! 한 번만 더 해 봐요
지난주엔 돌아왔잖아!
(전공의4) 어머님, 민영이 이제 그만...
한 번만, 딱 한 번만, 제발, 제발
해 볼게요, 어머니, 더 해 볼게요
[정원의 거친 숨소리]
(민영 모)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민영 모가 연신 흐느낀다]
민영아,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조금만
조금만, 민영아
[정원의 가쁜 숨소리]
[정원의 힘주는 신음]
[정원의 가쁜 숨소리]
[민영 모의 놀란 신음]
민영이 많이 아플 거예요, 어머니
이제 편하게 해 줘요, 우리
[흐느낀다]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민영 모가 흐느낀다]
우리 민영이
이제 그만 갈래?
엄만 싫은데
(민영 모)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우리 딸 많이 힘들까?
엄마가 조금만 더 보고 싶은데
미안해, 민영아
민영이 아프게 해서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민영아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해
우리 딸
사랑해
2019년 3월 26일 14시 29분
김민영 님 사망하셨습니다
[오열한다]
민영아
(민영 모) 민영아
민영아
[잔잔한 음악]
민영아
(전공의9) [한숨 쉬며] 우릴 다 보자고 하신 거예요?
하, 또 얼마나 난리를 치실까?
(간호사3) 네, 표정이 싹 변하시더니
[전공의4의 한숨]
[한숨 쉬며] 어떡해요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다 이해해야죠
이해돼요, 저는
(전공의4) 저도 이해야 하지만
저희도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정원 교수님은 민영이 때문에 석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었어요
(전공의9) 어? 교수님 오신다
[전공의4의 헛기침]
다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가서 일들 보세요
- (전공의4) 예? - (정원) 저 혼자 봬도 되니깐
얼른들 가 보세요
할 일들 많으시잖아요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민영 모) 우리 민영이
욕심 많은 엄마 때문에 고생 많이 했지만
그래도 좋으신 간호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만나서
3년 동안 행복하게 살다 갔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우리 민영이 사랑해 주시고 잘 치료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힘겨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
[흐느낀다]
[정원이 연신 흐느낀다]
(정원) 오늘 한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신부님
[종이 뎅뎅 울린다]
백일잔치도 해마다 생일 파티도 함께한
저와 추억이 너무나 많은 아이였는데
겨우 3년
[잔잔한 음악]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3년 만에
민영이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저는 하느님의 자식인데
계속 하느님을 원망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신부님
저 어떡하면 좋죠?
[정원의 한숨]
[술 취한 목소리로] 내가 그래서 의사 안 한다고 했잖아
나도 신부 한다고 그랬잖아, 어?
(정원) 근데 형들이 그랬지?
신부는 언제든지 될 수 있어도 의사는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나 형들 때문에 오래 했어, 어?
나도, 나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알았지?
알았냐고!
나는, 의사 자격이 없어
이 감정이 주체가 안 돼
감정 이입이, 와...
남들은
시간 좀 지나면 별일 아닌 거처럼 된다 그러데?
[웃으며] 와
형, 근데 나는 말이야
이 환자한테 퐁, 저 환자한테 퐁
아주 환장, 환장, 환장을 해요
내가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어
최근에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신부님
(정원 큰형) 어, 그래?
(정원) 근데
오늘 민영이 엄마가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흐느끼며] 아이, 씨
환자가 의사를 위로해!
형, 근데
솔직히 그때
세상에서 제일
정말로 체험할 수 없는 그런 기분과 느낌이었어
너무 감사하고 너무 미안하고
아무튼!
난 의사 자격이 없어
아, 나 너무 힘들어
안 해
나 의사 안 해!
안 그래도 내가 올해만 하고 관두려고 했어
내가 하던 일도 친구한테 물려주려고 했고
이제 다 끝났어
지금 당장, 내일 바로 관둘 거야!
(정원) 씨...
안드레아, 정 뭐하면 그때 형이 먼저 그만두라고 얘기할게
그러니까 딱 1년만 더 하자, 응?
아, 정말
[닭 울음 효과음]
[잔잔한 음악]
(정원) [술 취한 목소리로] 형, 민우가
민우가
나한테 편지를 썼더라고
아직 한글도 잘 모르는 애인데
[흐느끼며] 죽기 전에 나한테 편지를 썼어
(정원) 난... [뼈를 퉤 뱉는다]
의사로서 자격이 없어
실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나 의사 그만둘 거야
내일 당장 때려치울 거야! 씨
안드레아, 딱 1년만 더 하자
아, 이건
[닭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술 취한 목소리로] 형, 민지 있잖아
민지가 오늘 깨어났다
심지어
(정원) 이 자발 호흡까지 했어
형, 날 보고
이렇게 윙크를 하더라고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날 보고 윙크를 했어 우리 민지가 나한테, 형!
자, 건배, 건배!
자, 내 생애 최고로 기쁜 날이야
건배! 건배!
[정원이 오열한다]
[닭 울음 효과음]
[유쾌한 음악]
[술 취한 목소리로] 나 의사 때려치울 거야
난 의사도 아니야!
돌팔이야, 돌팔이
(정원) 죽어, 죽어, 죽어
안드레아
딱 1년만 더 하자, 응?
[정원의 거친 숨소리]
아유, 귀여워
[닭 울음 효과음] [훌쩍인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송화) 응, 들어와요 [문이 달칵 열린다]
이 병원은 아침 메뉴 뭐가 맛있나?
(송화) 꼬리, 너 출근 일찍 했다?
퇴근 안 했다
(준완) 아침 먹고 가려고
밤새우고 운전 괜찮겠어?
택시 타고 가지, 뭐, 간다
(송화) 주말에 학회 가지?
J호텔?
네가 CS 스케줄을 어떻게 알아?
[웃음]
아, 장 교수?
안부 전해 줄게
- 진짜 간다 - (송화) 응
[차창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의 힘주는 신음]
(송 피디) 왔어? [준완의 한숨]
내려, 얼른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송 피디) 아니, 아니, 다 깼어 [차 문이 탁 닫힌다]
진짜야
다 깼어
장난해?
너 말할 때마다 지금 술 냄새 나
아니야, 마신 지 한참 됐어
그냥, 냄새만 나는 거야
(준완) 너 아까 나랑 새벽에 통화할 때도 술 마시고 있었어, 쫑파티 한다고
그게 5시간 전이야, 너 만취 상태였고
범죄다, 이거?
(송 피디) 아니, 지금 멀쩡하다니까
아, 됐어, 그냥 가자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데 왜 이래, 진짜!
앞에 사우나 보이지? 가서 자고 가
아, 그만해라, 진짜!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송 피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이래?
(준완) 차는 내가 집에다 가져다 둔다
그리고 나중에 얘기해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그때 우리
끝내
[기어 조작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리모컨 작동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리드미컬한 음악]
[잔잔한 음악] (석민) 별명이 귀신이잖아
강의도 나가고 수술도 많이 하시고 전공의 논문도 꼼꼼히 봐 주시고
주말엔 등산도 하고 캠핑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침 7시 출근도 안 늦으시지
귀신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이야
(여자5) 나야 넌 줄 알았지
너 유명해, 인터넷에 쳐도 나와
(익준) 와, 진짜, 채송화 진짜 대단하다
(석민) 그럼 환자 죽는 거 지켜보실 거예요?
(송화) 야
(석민) 그건 아니죠 환자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남자4) 민기준 교수님은 그렇게 위험한 수술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안 바꾸고 싶어요
(병원장) 기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서 무조건 잘돼야 된단 말이야
이참에 채 교수 이름도 좀 알리고
(여자5) 나한테 참 관심들이 많으셔
그냥 혼자 걸려서 혼자 죽을래
나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흥미로운 음악] 아이스아메리카노 차가운 거 하나요
(정원) 난 핫카페라테 따뜻한 거요
(준완) 내 것도
- 정원아, 너 키다리 아저씨라고 알아? - (정원) 어?
(광현) 너 전에 있던 병원에서 유명한 분이던데
(준완) 하여튼 재벌들은 믿으면 안 돼
- 입만 열면 거짓말 - (익준) 양아치
(익준) 이 환자 내일 오전에 간 이식하잖아
간 이식이잖아, 내가 집도의고
내 수술 들어올래?
(주 전무) 이렇게 선남선녀들인데 그동안 아무 일 없었어?
(정원 모) 얘, 네가 방금 돌 던졌어
잔잔한 호수에 돌 던졌다고
[카메라 셔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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