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1
[경쾌한 음악]
"아르곤"
(백진) 속보입니다
정치권에 금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현 씨의 비리...
여진 기업 대표 관련 자필 메모가 발견되었습니다
저희 아르곤에서 최초 입수 한 자료입니다
아르곤의 단독 취재 결과
국토부와 대기업 간의 긴밀한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백진) 아르곤의 단독 보도 전해 드렸...
저희 아르곤에서 최초 입수 한 자료입니다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신철) 자, 김백진 앵커, 마지막 CM입니다
(신철) 5, 4, 3
둘, 하나
앵커
본 방송은 지난달 14일
'성종 교회 비리'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백진) 성종 교회 강기찬 목사가
(모니터 속 백진) 카지노에서 헌금을 유용했다는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이 정정 보도는 언론 중재 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TV 속 백진)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욱 신중하게 검증하고
하지만 진실 앞에 물러서지 않는 아르곤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니터 속 백진) 아울러 여러분의 아르곤은 다음 주부터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밤 12시로 시간대를 바꾸어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의 아르곤'...
- (명호) 놀고들 있네 - 시간대가 바뀌더라도
아르곤의 주인은 시청자 여러분입니다
(TV 속 백진) 계속해서 많은 시청 바라겠습니다
- 너희들한테는 평일 자정도 아깝다 - (TV 속 백진) 감사합니다
[TV 전원음]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긴장되는 음악] [기계를 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욕봤다
(신철) 아이고, 씨
수고했어
- (스태프1) 수고하셨습니다 - (신철) 응, 고생했어
(신철) 다들 고생했어!
[팀원들의 깊은 한숨]
오늘부터 내 직업은 악플러야, 악플러 [남규의 한숨]
(남규) [의자를 탁 빼며] 쯧, 까란 대로 까야지, 뭐, 씨...
[쿵 소리가 난다]
[진희의 한숨]
(남규) 아휴
[사람들의 통화 소리가 들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직원1) 어? 짐 싸네?
자기 오늘 그만두는 날이야?
아, 그만두는 게 아니고 다른 부서로...
(직원1) 아, 그래, 그동안 수고했어, 연주 씨
[전화벨이 울린다]
연주가 아니라 연화인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직원2) 수고했어요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호각이 삑 울린다]
[활기찬 음악] [신철의 기합]
[직원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민호의 기합]
(민호) 야, 있어, 그냥 있어, 그냥
아으, 야, 이거 왜 이래
(신철) 아, 뭐야! [신철의 기합]
[신철의 힘주는 신음] (신철) 잡아
- (직원3) 슛, 슛 - (직원4) 어, 그렇지!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직원들의 탄식] [신철이 허탈한 숨을 내뱉는다]
(민호) 아, 저거를 왜 잡아...
[직원들의 지친 신음]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신철의 힘겨운 숨소리]
[직원들의 기합] (신철) 야, 너 미쳤냐, 어? 너 미쳤어?
야, 씨, 내가 자존심 버려 가면서
개명호 앞에서 엎어지는 거 못 봤어, 너?
뭐, 어떻게 해, 공이 오니까 본능적으로 막은 거지
(신철) [짜증 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너 본능적인 거 하지 마
아이, 알았어, 나가, 빨리빨리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신철) 아이, 씨, 자존심 상해, 씨
[신철이 숨을 후 내뱉는다] [물병이 툭 떨어진다]
[흥미진진한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민호) 종태야, 종태! [신철의 힘주는 신음]
[민호의 힘주는 신음]
[종태의 당황한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직원들의 환호성]
[호각이 삑 울린다]
[직원들이 환호한다]
- (직원5) 나이스! - (직원6) 골인, 골인, 골인!
[직원들이 환호한다]
[명호의 환호]
- (직원7) 나이스! - (직원8) 나이스, 형!
[직원들이 왁자지껄하다] [명호의 장난스러운 환호]
(명호) 야
이거 게임이 너무 싱거운 거 아니야? 뭐, 상대가 돼야 말이지
(신철) 그러게, 야, 무슨 국가 대표랑 뛰는 거 같다, 야
(명호) 애들이 전부 개발이야
골키퍼 쟤는 뭐, 자동문이냐? [신철이 애써 웃는다]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딱 아르곤답다
아유
[가쁜 숨을 내뱉으며] 저, 개명호, 씨...
죽었어, 씨
[호각이 삑 울린다]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직원들의 기합]
[백진의 한숨] (연화) 혹시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백진) 예?
(연화) 아니, 볼이 이쪽으로 왔는데 저쪽으로 넘어지신 게 이상해서요
저 알아요?
(연화)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아르곤에 발령받은 이연화입니다
(연화) 회사에서 꼭 만나 뵙고 싶었는데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늘 존경하고 있었어요
아르곤이야말로 진실을 밝히는 불빛 기자들의 사관 학교 아니겠습니까?
[호각이 삑 울린다] (심판) 반칙!
[명호의 아파하는 신음] [호각이 삑 울린다]
아, 그게 왜 반칙이야? [물병이 툭 떨어진다]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연화) 저...
오늘부터 아르곤에 유학 왔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배님은 유학 온 게 아니라 유배당한 겁니다
(백진) 아르곤은 보도국의 막장, 실미도 기피 부서 된 지 오래됐어요
'진실을 밝히는 불빛'?
그 불 꺼진 지가 언제인데
자, 붙어 봐!
(백진) 자, 놓치지 말고 집중해 자, 붙어, 붙어, 붙어, 붙어!
- 후배요? - (백진) 둘째
기자는 축구 선수하고 같아요
입이 아니라 발로 먹고사는 직업이지 그러니까 아부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아니, 아부가 아니라...
셋째, 경기 중이니까 그 주둥아리 좀 닥쳐!
[직원들의 기합]
[신철을 퍽 때린다] [신철의 아파하는 신음]
[호각이 삑 울린다] 형!
- (민호) 선배, 괜찮아요? 선배... - (신철)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명호) 어, 그래, 일부러 그랬어, 왜?
[신철의 어이없는 숨소리]
(신철) 아, 정말...
이, 미친놈이, 씨 [직원들의 놀란 신음]
[시끌벅적하다] [호각이 삑 울린다]
(명호) 알았어, 알았어, 나와 봐
[시끌벅적하다] [호각이 연신 울린다]
(신철) 아이, 놔 봐, 얀마 아이, 좀 놔 봐, 씨
- (신철) 일로 와, 일로 와 봐! - (명호) 어, 이거 봐, 이 자식이...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신철) 야, 이 새끼야, 너 일로 와!
(승용) 속보 떴다고요, 속보!
[휴대전화 알림음] - (승용) 속보 떴다고요! - (남규) 뭐야?
[함께 술렁인다] (승용) 속보 떴어요!
(명호) 야, 야, 뛰어, 뛰어, 뛰어 [긴박한 음악]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민호) 아, 빨리 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알림음]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남규) 아유, 갑자기 비가, 아유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함께 술렁인다]
(신철) 아, 야, 야, 야, 야 옷들은 공장 가서 갈아입어
- (승용) 갈까요? - (남규) 야, 가자, 가자, 뛰어, 뛰어
(승용) 형, 먼저 가요!
(민호) 선배, 입맛 그만 다시고 빨리 가시죠
(신철) 그래, 음
대형 사고 났구먼
(연화) 가방 주세요, 바쁘실 텐데
(백진) 바쁜 거하고 가방 드는 게 뭔 상관이야?
(연화) 아, 그, 그렇네요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저마다 통화한다]
- (남규) 저희도 알고 싶거든요 - (승용) 네, 알아볼게요
(남규) 사무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짜
- (승용) 형, 뭐라 그래요? - (남규) 아유
(민호) 야, 그냥 확인 중이라 그래 선배, 이거 우리가 계속 받아야 돼요?
(남규) 아, 이거 뉴스9에 넘기면 안 돼?
(신철) 야, 그거 외계인 침공이라고 해 버려, 그냥
- 허 선생, 전화 온다, 전화 좀 받아라 - (남규) 네, 아르곤입니다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봉길) 팀장님, 9층 호출 와 있어요
- (민호) 저, 예정된 꼭지 나가요? - (백진) 기다려
(남규) 팀장님, 오늘 제 거 나가는 거 맞아요?
(백진) 얼마나 나왔어, 편집본? 확인해 봐
(남규) [다급한 숨을 내뱉으며] 네!
(혜리) [짜증 내며] 왜 전화가 안 돼요?
배터리 나갔어
(혜리) 채 변호사님 전화하셨어요 그것도 여러 번
- 뭐라는데? - (혜리) 저야 모르죠
(혜리) 근데 30분 내로 전화 안 하면 고소할 거 같던데?
- (백진) 몇 등 했어? - (신철) 어, 안 들려
사장실 텔레비전 박살 난 후로
(백진) 아, 또 꼴등이야?
[TV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철의 초조한 숨소리]
[백진의 한숨]
(신철) 오 마이 갓
- (백진) 아, 이런 머저리들, 진짜 - (신철) 어허, 망했네
[신철의 해탈한 웃음] [신철이 리모컨을 탁 놓는다]
아이고, 망했다
[신철의 웃음]
[백진의 헛기침]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연화) 저기, 뭐가 꼴등이에요?
(진희) 아, 속보요
편집실에서 속보를 제일 늦게 내보냈대요
(백진) 아, 그만 웃고 브리핑해 봐
자, 해명시 쇼핑몰 미드타운 C동 붕괴
지하 주차장 공사 중에
위층 푸드 코트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어
공사하던 인부들, 밥 먹던 사람들 뭐, 어림잡아 150명?
(신철) 와, 이대로 가다가는 뭐, 씨
인명 피해가 상당하겠네
- 사망자는? - (신철) 아직 발표 전이고
- 사고 원인은? - (신철) 아직 모르지
뭐, 부실 공사, 북한 테러 뭐, UFO 불시착
모든 게 싹 다 가능해
오늘 우리 아이템이 뭐였어?
'미망인의 불륜 노트'랑 '어느 정신 이상자의 광란의 질주'
야, 무슨 심야 미스터리 극장 같지? 어?
자, 어쩔 겁니까?
날리자
- 싹 다? - (백진) 치고 들어갈 기회잖아
지금 HBC 속보에서 밀리고 후속 보도 준비도 안 됐어
다들 우왕좌왕할 때
우리가 나서 줘야지, 안 그래요?
아니,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니에요? 우리 살살 합시다
(백진) 언제까지 우리 애들 저렇게 빌빌거리게 내버려 둘 거야?
아르곤 죽지 않았다는 거 보여 줘야지
오케이!
좋아, 한번 가 봅시다!
[경쾌한 음악] [봉길이 문을 똑똑 두드린다]
(봉길) 팀장님, 9층 호출입니다 당장 오시랍니다
(백진) 어, 알았어
야, 근데 사고 특집으로 방법은 있냐? [문이 탁 닫힌다]
유 국장 그렇게 호락호락 안 내줄 거 같은데
- 가면서 생각해 보려고요 - (신철) 오케이
(백진) 아, 그리고
너무 설레는 표정 짓지 말자고 [신철의 들뜬 웃음]
- (백진) 모여 봐! - (민호) 저희 오늘 뭐 나가요?
오늘부터 우리 아르곤 사고 특집으로 간다
진짜요? 진짜 그래도 돼요?
(혜리) 와, 씨, 오랜만에 일 좀 해 보겠네
엄민호, 현장 상황 연결하고
(백진) 그리고 승용이 실시간 속보 빠짐없이 체크해
그리고 육 작, 사고 자료 수집하고 진희는 인터뷰해 줄 전문가 섭외해
(진희) 네
저희 편성에서 결정됐어요?
(남규) 팀장님!
13분 40초
편집실에서 컨펌해 달래요 그리고 죽어도 더는 못 줄여요
들었지? 오늘 남규 살리려고 날리는 거다, 자, 움직여! [팀원들의 환호성]
(혜리) 붕괴 사고 자료 데스크에 뒀어요 [신철이 대답한다]
(승용) 진희 씨, 그 국토부 장관 이름이 뭐지?
[남규의 다급한 목소리] (백진) 한재희!
(혜리) 채 변호사님한테 꼭 전화하셔야 돼요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민호) 경찰에서 언제쯤 발표할 예정이죠?
[휴대전화 진동음] (수민) 아, 잠시만요
내 전화는 뭐, 대출 전화예요?
완전 습관이야, 왜 씹는데?
(수민) [한숨 쉬며] 선배만 바쁜 거 아니거든요?
아, 용건 없으면 끊자
[한숨 쉬며] 지금 당장 서우 학교로 가요
담임 선생님 호출이야
아니, 잠깐만
우리 딸내미 담임이 왜 너한테 전화를 하냐
멀쩡한 아버지를 놔두고?
아버지가 멀쩡하지 않으니까
어디 다치고 그런 거 아니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수민) 뭐, 아직은 아닌데
선배가 내 얘기 듣고 그렇게 만들까 봐 걱정이네요
뭔데 그래?
[한숨 쉬며] 서우가
친구하고 학교 미술실에서 몰래 술을 마시다가 들켰대요
술?
서우가 술 마실 줄 알아?
(수민) [한숨 쉬며] 술을 마시다가
뭐, 친구랑 싸웠다는데 선생님...
어?
여, 여보세요
(혜리) 진희야, 해명대 최 교수 연락 됐니? [전화벨이 울린다]
(민호) 야, 봉길아 그, 사고 사진 좀 확보해 줘
[혜리가 진희에게 지시한다] 동영상도, 출처 확실히 해야 된다
- (봉길) 네, 알겠습니다 - (진희) 네
- (승용) 어? - (남규) 야, 잠깐, 잠깐, 잠깐
(신철) 아, 인부들 명단이야 이미 구했지
뭐야, 과장님 날 완전히 졸로 보시네, 어?
(신철) 아니, 저기, 근데 그, 변진구, 변진영
이거 연년생에 돌림자까지 쓰는데 이거 형제 아닐까? 응?
아이, 뭐, 변씨가 김, 이, 박은 아니잖아
아니, 그러니까 저기, 뭐야
(신철) 어, 같이 일하던 형제가 그, 한꺼번에 매몰된 거 아니냐고, 어?
여기 보면, 어?
내 말이 맞죠? 어? [통화 종료음]
(신철) 여보세요?
어허, 끊었어
호돌이 양반 딱 걸렸어
[신철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아이, 근데 아가씨는 뉘신가? 어? [통화 연결음]
아, 새로 온다던 작가?
- 아니면 AD? - (연화) 아이, 기자입니다, 예
(연화) 오늘부로 '굿모닝 라이브 쇼'에서
[휴대전화 조작음] 아르곤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아침 방송?
와, 거기 땡보직 아닌가? [연화와 신철의 웃음]
- 이연화입니다 - (신철) 어, 나 신철
(신철) 여기 프로듀서 [신철이 살짝 웃는다]
아니, 근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여기로 왔을까? 응?
- (연화) 예? - (신철) 아
아, 아까 조 앞에서 알짱알짱댔던 그 사람이구나
예, 예, 맞아요 아, 아까부터 와 있었어요 [신철의 웃음]
아,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정신이 없어 가지고 [연화의 수긍하는 신음]
(신철) 뭐, 먹으려면 저기 가서 먹으면 되고
- 아, 감사합니다 - (신철) 어, 그래, 어 [연화가 살짝 웃는다]
[태섭의 깊은 한숨]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전 세계 언론 역사상 체육 대회 하다가
뉴스 꼴찌 한 방송사는 우리가 처음일 거야
(태섭) 보도국장께서는 속보 3연속 꼴찌를 어떻게 생각하시나?
(명호) 면목 없습니다
(태섭) [탁자를 쾅쾅 치며] 2등은 했어야지!
예선은 졌지만 본선에서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예선 탈락 했는데 무슨 본선이 있습니까?
본부장님, 어차피 속보라면 SNS가 1등입니다
본게임 위해서 현장 데스크 따로 하나 만들죠?
사고 현장 통솔할 지휘관이 필요합니다
야, 김백진
너 아직 낄 데 안 낄 데 분간이 안 가?
지휘관은 보도국장인 나야
(태섭) 현장 데스크라...
적임자가 있나?
(백진) 예, 제가 적임자입니다
저희 아르곤이 이 사건 맡겠습니다
아르곤 쪽박 찬 지가 언젠데!
아니, 이런 중대한 사건을
이런 놈들이 지휘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르곤은 아르곤입니다!
아, 제가 설거지나 할 거면 9층에 불려 왔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본부장님
까불지 마라, 뚫린 입이라고
(근화) 난 확실히 백진이가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부드러운 음악] 아, 우선
재난 사고 보도 경험이 아주 많습니다
사회부 막내로 들어오자마자 삼풍이 터졌죠
태생적으로 붕괴 사고에 아주 강합니다
아, 그리고
현장에는 백진이처럼 삐딱한 애들이 필요합니다
(근화) 착한 놈들은
형사들이 흘리는 쓰레기들만 줍다가 울면서 돌아올 게 뻔하고요
뭐, 아무리 찌그러졌다고 해도
김백진, 밉든 좋든 HBC 간판 앵커예요
(근화) 매년 시청자가 뽑은 최고 언론인 리스트에서
3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거 다 아시잖아요
방송국이 어떻게 생각하든
시청자들은 이놈을 좋아합니다
[부드러운 음악이 뚝 끊긴다]
칭찬인데 기분이 별로 안 좋죠?
[부드러운 음악]
[신철의 재촉하는 신음]
(신철) 자...
아주 자기를 위해서 명당자리가 딱 비어 있네, 그렇지?
[전화벨이 울린다]
어? 뭐야?
구탱이 자리라고 지금 실망한 거야?
- (연화) 아닙니다 - (신철) 그러면 앉아 봐
[신철의 웃음]
(신철) 야, 그래도 이 자리가, 어?
올해의 기자상을 두 번이나 탄 진짜 기자가 사용했던 책상이라고
(신철) 뭐, 지금은 뭐...
[신철이 콧숨을 씁 들이켠다] 암튼
자기도 여기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아 가지고
상 많이 타라고
- 감사합니다 - (신철) 응 [전화벨이 울린다]
그럼 그분은 지금 어디 계세요?
해고당했지
(신철) 부당하게
회사로부터
뭐, 복직 소송 중이니까 좋은 소식이 있겠지, 뭐, 응
사장 라인을 찔렀거든, 응?
지난주 우리 사과 방송 한 거 봤어?
아, 그, 교회...
(승용) 그, 실컷 조지고 보니까 거기 목사가 우리 사장 오촌이래
그거 때문에 현탁이 형 잘리고 우리 팀 다 개피 본 거잖아, 어?
골방에 처박혀 가지고 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
[신철의 나무라는 신음]
- 1절만 하자고 - (승용) 그러니까요, 그냥 일할게요 [승용의 한숨]
(남규) 근데 그 용병들은 어떻게 됐어요?
왜, 그, 2년 전 해고당한 선배들 자리 파먹고 들어온 애들
[무거운 음악] 그, 12명의 좀비들
씁, 걔들 '가, 갸, 거, 겨' 한글도 겨우 뗐다는 소문이 있던데?
- (신철) 야, 야, 야, 야, 야, 야! - (남규) 아직 안 나갔나...
그런 존재 가치도 없는 놈들 얘기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어?
(신철) 선배들 등에 칼침 놓는 놈들을 내가 그런 놈들 받아 줄 거 같아?
아주 재계약 소리만 나와 봐
내가 아주 그 단식 투쟁 들어갈 거니까
- (신철) 응? - (남규) 옳소!
(신철) 걔들은 말이야
애초에 기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어요, 어?
내 말이 맞지?
(신철) 아이고, 참, 뭐라냐, 참, 아, 일 봐
데스크를 쪼개면 안 됩니다
현장을 강화해야 합니다!
[태섭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강조하는 효과음]
[백진의 한숨]
[태섭의 깊은 한숨]
[태섭이 손바닥을 쓱쓱 비빈다]
앉아 봐
[명호의 한숨]
데스크를 둘로 나눌 수는 없어
[한숨]
좋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백진) 아르곤이 방송되는 12시를
사고 특집으로 전환해 보겠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타 방송사에서 연합 뉴스 속보만 앵무새처럼 떠들 때
저희는 단신으로 보도한 걸 심도 있게 다뤄 보겠습니다
아르곤이 잘하는 거니까요
(백진) 아무리 버린 자식이라도
이럴 때 특기를 썩히는 거는 좀 아깝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 기존 체제를 바꿀 필요도 없고요
뭐, 그건 괜찮은 거 같아
(명호) 본부장님...
(태섭) 그럼 이렇게 하자고
뉴스9이 앞에서 중심을 잡고 나가면 아르곤이 뒤에서 깊이 있게 받쳐 준다
모든 역량을 집결해서
이번 보도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한다 [태섭이 탁자를 똑똑 친다]
이번에 결과 못 내면
(태섭) 다음 인사 때 우리 전부 모가지야
특히 아르곤
성종 교회 건으로 사장이 눈에 빨간불 켜고 있는 거 알지?
(태섭) 마음만 먹으면
너희들 갈가리 찢어서 흩뿌리는 거 일도 아니야
(태섭)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시청률로 증명해
[결의에 찬 숨을 내뱉으며] 명심하겠습니다
시작하지
예
[숨을 후 내뱉는다]
(근화) 처음부터 현장 데스크 기대한 거 아니지?
장사 잘하네
(백진) 애들한테 뻥카 날리고 왔는데
이 정도는 가지고 가야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내상을 입고도 전투에 뛰겠다?
제 전투가 아니라 아르곤 전투니까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작은 소리로] 잘해 봐, 응원하마
고맙습니다, 선배님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덜컥 닫힌다]
(명호) 끓는 물을 옴팡 뒤집어쓰고도 네가 아직 뜨거운 맛을 덜 봤구나
쩝, 아, 제가 추운 걸 싫어해서요
난 너희들 3개월 본다
사고 특집?
해 봐야 2% 넘기도 힘들걸?
다음 개편 때까지도 못 버티는 거 아니야?
(백진) 아유, 그렇게 걱정이 되셔서
저희에게 새파란 신참을 보내 주셨구나
신참 아니야, 경력직이지
[긴장되는 음악]
지금 제정신이세요?
[큰 소리로] 어떻게 현탁이 자리에 용병을 보내요?
[큰 소리로] 손 모자란다고 맨날 우는소리 했잖아 특별히 신경 써 줘도 불만이야?
걔들도 다 먹고살려고 기어들어 온 애들이야
잘 키워서 써먹어
너 사자 새끼 잘 만들잖아
절벽에서 굴리다가 매번 골로 보내서 그렇지
[명호의 비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이씨... [엘리베이터 도착음]
[놀라는 신음]
(백진) 모두 집합!
- (민호) 네 - (남규) 네
(민호) 모이자
(백진) 그동안 우리한테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아르곤 변하지 않았다는 거 이번에 보여 주자
그럼 저희 계속 사고 특집으로 가요?
어
(승용) 그럼 이번 주 저희가 준비한 방송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이, 뭘 물어봐? 다 킬하는 거지
[진희의 한숨] (혜리) 그래도 바꾸기에는 빠듯한데
오늘 장사는 뭘로 하게요?
150여 명이 있던 현장에서
벌써 40명이 넘게 죽고 실종자가 30명이 넘어
[의미심장한 음악]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른 150개의 스토리가 있는 셈이야
단, 어느 순간에도 죽음이란 단어는 금물이고
실종이란 말을 전원 구조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는 걸로, 오케이?
오케이
(함께) 예
(백진) 오늘 방송은 이렇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사연
하루 종일 뉴스에서 자막으로 휙 지나가는 이름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거 알려 주자고
시청자들이 겁먹고 충격받고 슬픔에 잠기게 해 주자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백진의 깊은 한숨]
이 아래에 있는 우리 이웃들
잊지 못하게 만들자
- (민호) 네 - (신철) 오케이
(신철) 자, 지하 주차장 공사 인부 중의, 어?
변씨 성을 가진 남자 2명이 한꺼번에 묻혔는데
아무래도 형제 같아
그게 형제가 확실한지 확인을 먼저 하세요
가족이라면 그 자체로 강하니까
- (신철) 오케이 - (백진) 아, 또?
(민호) 푸드 코트에서 생일 파티 하던 초딩 애들 7명 중 1명이 실종됐는데
양빛나라고 [안타까운 숨소리]
하필 얘가 생일 주인공이래요
[혜리의 안타까운 신음] [신철이 혀를 찬다]
어, 아침 방송
뭐, 없어?
네? 저요?
어
(연화) 어, 그...
아, 혹시 그, 11월에 방송된 '국숫집 모녀' 기억하세요?
그, 딸이 푸드 코트 국숫집 운영하는 홀어머니 돕는 사연이었는데
방송 중에 사법 고시에 합격해서
그 방송... 좀 화제가 됐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고로 두 사람 다 사망했습니다
[남규의 안타까운 한숨] (혜리) 진짜?
아니, 딸이 서울대 출신에 얼굴까지 예뻐 가지고
[진희가 호응한다] 시청률 꽤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지?
근데 누구세요?
- (연화) 저... - (백진) 현탁이 대신에
아침 뉴스에서 보내 준 애
(연화) 이연화입니다, 반갑습니다
(신철) 자, 그러면 여기서 누구랑 동기가 될까?
어, 자네가 몇 기야?
[머뭇거리며] 전, 그, 특채입니다, 특채...
(신철) 응?
- (백진) 야 - (연화) 예?
특채란 말은 스페셜하다는 말이야
뭐가 어떻게 스페셜한지 사실 관계 똑바로 밝혀
[무거운 음악]
전 그...
2년 전에 들어온 계약직이고요
남은 6개월 아르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규) 야, 네가 선배들 자리 파먹고 들어온 그 용병 쓰레기야?
(승용) 와, 그러면서 아까 우리 얘기 다 듣고 있었어?
(백진) 자, 자, 자, 그,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일에 집중하자
32시간 안에 각자 스토리 다섯 개 이상씩 발굴해서 보고해
정보 공유하고
자, 질문?
없어?
좋아, 팀으로 움직인다
자, 시작!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혜리) 반가워요
진희야, CCTV 화면 한 번만 다시 찾아봐
(진희) 네
- (혜리) 정환 씨 아직 연락 없지? - (진희) 네, 아직요
[진희의 한숨]
(민호) 붕괴 사고 관련 빅 데이터 분석 의뢰했어? 빨리해
[팀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혜리) 진희야, 생존자, 실종자 사망자 순으로 하자
(종태) 아르곤 허종태 기자인데요 [전화벨이 울린다]
(남규) 네
(승용) 어, 우선 관련 빅 데이터 분석 좀 부탁드리려고요
[저마다 통화한다]
(혜리) 연화 씨
네?
할 일 없지는 않죠?
아니, 없습니다
와서 이거 도와줄래요?
[밝은 음악]
(연화) 네
[연화의 다급한 숨소리]
[혜리가 중얼거린다]
(혜리) 카드, 제가 불러 드리면 이거 하나씩 붙여 주세요
'홍상희, 사망'
[진희가 카드를 탁 붙인다]
[전화벨이 울린다]
(신철) 아이고, 씨
야, 이씨, 용병이 오면 온다고 나한테 좀 빨리 말을 해 주지, 좀, 씨
- (백진) 왜, 뭔 일 있었어? - (신철) 아이, 몰라
근데 너 옷은 왜 입냐?
(백진) 형, 나 한 시간 반만
나 대신 데스크 좀 맡아 줘
지금?
야, 너 미쳤어?
(백진) 아이, 서우 일이야
학교에서 말썽 부렸는데 보호자 오라고 하네
(신철) 아유, 야, 그래도 지금은...
인마, 누구 대신 보낼 사람 없어?
보도국이 지진 났는데 한가한 사람이 어디 있어?
아이, 돌겠네, 정말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야, 저기 지금 그나마 안 바쁜 사람 없냐? 어?
[저마다 통화한다]
(신철) 야, 일부러 눈 안 마주치지? 지금 나랑, 어?
야, 오승용
(신철) 승용아
[큰 소리로] 아이, 없어?
- (승용) 없습니다! - (혜리) 연화 씨
가 봐요, 심부름 같기는 한데
여기는 둘이 할게요
- 형 - (신철) 어, 와 봐, 와 봐, 와 봐, 와
부르셨어요?
응, 저기, 그게...
[헛기침]
말씀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
그럴래? 그래, 그럼
[한숨]
[긴장되는 음악] 야, 인마, 하...
오피셜이 아니면 오피셜을 만들어야지!
경찰이고 검찰이고 관계자 오겠다 하기 전에는
회사 들어올 생각 하지 마!
[짜증 섞인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명호의 답답한 신음]
아니, 우리 이러다 완전 물먹겠는데요
왜, 딴 데는 뭐 건졌대?
사고 때 대피 방송이 없었다는데
우리 쪽에서 증인 확보를 못 했어요
지하에서 물부터 터졌다는 설도 증거가 없고요
아니, K 본부에서는 현장 인부였던 생존자 인터뷰를 땄다는데
이 자식들은 이거 내용 확인도 못 하고...
아, 돌아 버리겠네
서두르지 말아
속보 싸움에서 이기려다가 무너지는 수가 있다
선배님, 우리 이미 무너지고 있어요
붕괴 직전이라고요
[명호의 한숨]
(TV 속 앵커1) 해명시의 유명 쇼핑몰 미드타운의 일부가 붕괴됐습니다
개장 1주년을 맞아 쇼핑몰을...
[TV에서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저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 뵈러 왔는데...
- (교사1) 저쪽으로... - (교사2) 예? 저인데요?
(연화) 아, 안녕하세요, 이연화입니다
김서우 학생 보호자로 왔습니다
아... 아버님이 직접 오시지 않으시고?
[다가오는 발걸음] 아, 그, 아버님은 조금...
(수민) 2학년 1반 담임 선생님 누구시죠?
(교사2) 예, 저인데요
(수민) 안녕하세요, 김서우 학생 보호자예요
(교사2) 어? 두 분 중의 어떤 분이 보호자...
아, 오전에 저랑 통화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교사2) 아, 예, 예
(수민)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교사2) 아...
[살짝 웃으며] 하, 참, 이해가 안 되네
(교사2) 아,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딸 문제에
아버님이 직접 오시지를 않고 이렇게... [교사2와 수민의 멋쩍은 웃음]
죄송합니다
저한테 말씀하시면 빼놓지 않고 다 전달하겠습니다
아, 예, 예
서우는 어디 있나요?
(교사2) 아, 지금 양호실에 있어요 일단 술을 많이 드셔 가지고
아, 친구랑 조금 싸웠다고요?
술 뿌리고 불붙이려고 한 게 조금 싸운 건 아니죠
(교사2) 학교에서, 아유, 간도 크지
아, 물론 사춘기니까 뭐, 술도 마시고 싸울 수 있지
(교사2) 근데 이건 뭐, 중이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크지 않나?
그것도 아, 아빠 얘기 조금 한 거 가지고...
- (수민) 네? - (연화) 네?
아이, 서우 아버지가 저기, 앵커시잖아요
(교사2) TV에 나오니까 '야, 멋있다, 좋겠다' 그랬더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막 어? 술을 끼얹었다는 거예요, 저...
[말을 더듬으며] 두 분 이게 이해가 돼요, 이게?
열다섯, 힘든 나이죠
그 나이대 되면 부모님 단점이 다 보이기 시작하잖아요
[연화의 멋쩍은 웃음]
아닌가
(교사2) 요쪽으로
[비가 쏴 내린다] 워메, 이, 이, 미친!
이, 개...
이, 비 오는디 처나가고! 워메
죄송합니다
(교사2) 이, 이해를 헌다고, 이거를, 응?
[교사2가 의자를 달그락 정리한다]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교사2) 워메, 씨
제가 치우겠습니다
[비가 쏴 내린다]
(수민) 아, 저기, 서우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선배한테 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연화) 네, 그럴게요
아, 저도 반가웠습니다 [수민의 멋쩍은 웃음]
(수민) 그게 아니라 저, 서우 가방 좀...
아, 아, 예, 죄송합니다 [매미 울음]
[차 리모컨 작동음]
어휴
비가... [연화가 멋쩍게 웃는다]
[자동차 시동음]
[연화의 속상한 숨소리]
(연화) [허탈하게 웃으며] 아, 오늘 진짜 왜 그러냐
[휴대전화 알림음]
(중구)
아, 진짜, 이게 진짜, 씨
[빗소리가 들린다] '무관심'
'무대책'
(명호) '무책임'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대참사'
9시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욕받이 되는 건 시간문제겠는데요
뭐,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여보세요?
여보세요, 장관님?
장관님?
[통화 종료음]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아, 예, 장관님 통화 상태가 엉망이네요
(명호) 실은 실종자 중에 살아 있을 만한 사람이 있는데
이게 물건이에요
이쪽으로 프레임을 바꾸면
사람들 시선을 돌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떠세요?
장관님한테도 저한테도
굿 뉴스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데
[통화 연결음]
[백진의 깊은 한숨]
김서우, 전화 안 받겠다 이거지?
저, 또 시키실 일 있나요?
[휴대전화 조작음] 내 딸이 가출했는데
네가 뭘 해?
(연화) [주눅 든 목소리로] 그런 게 아니고...
아닙니다
아, 그럼 혹시 따님이 갈 만한 데 모르세요?
자식은 부모가 제일 잘 아는 거니까 아유, 죄송합니다
할 일 없으면 가서 네 책상이나 닦지?
죄송합니다 [통화 연결음]
(백진) 어, 수민아, 학교 왔었다며?
뭐래? [문이 달칵 열린다]
[연화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현장 소장이구나 [연화의 놀라는 숨소리]
[멋쩍게 웃으며] 아, 예
[신철의 어색한 웃음]
아이, 자리 놔두고 왜 여기 나와 앉아 있어?
(신철) 이연화 씨
[신철의 힘주는 숨소리]
앞으로 더 힘들 거야
뭐,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너를 팀원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다
여기서 버티려면 강해져야 될 거야 앞으로 더
예
그래
(신철) 아, 자
[밝은 음악] 아, 소장이 글도 썼나요?
그,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연화) 아...
제2의 박노해를 꿈꾸는 노가다들이 꽤 많아요
노동자들 무시하는 거 아니지?
[살짝 웃으며] 예?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신철) 그래, 쩝
뭐, 아직 적응도 안 될 테니까 그거라도 읽고 있어
감사합니다
[살짝 웃으며] 시간 때우라고 주는 거야
[신철의 웃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퀵 보이스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한숨 쉬며] 인마
가출을 하더라도 어디인지는 말을 해 줘야지
이거 들으면 꼭 전화해
[휴대전화 조작음] [깊은 한숨]
[휴대전화를 툭 던진다]
[잔잔한 음악]
[깊은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명호) 선배님 [문이 달칵 닫힌다]
방송 15분 전입니다 [근화의 깊은 한숨]
(근화) 이거 우리 단독이야?
[손가락을 딱 튕기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단독입니다
아이, 특종인데 참담하네
이번에는 우리 뉴스9이
싹쓸이할 겁니다
[원고를 탁 내려놓는다]
[명호의 힘주는 숨소리] 준비하지, 뭐
[긴장되는 음악]
[결의에 찬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근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오늘 오후 1시 해명시 미드타운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62명이 숨졌습니다
(모니터 속 앵커2) 실종자 인원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대형 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니터 속 근화) 오늘 미드타운 붕괴 사고 특집으로 진행하는 뉴스9은
사고 원인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명호의 새어 나오는 웃음]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혜리) 진희야 [전화벨이 울린다]
정인호, 김정욱, 한동연 실종자 칸에 있니?
(진희) 네
(혜리) 사망자로...
이제 거의 다 사망자로 변해 가네
(혜리) 참, 우습다
실종자 칸에 있을 때는 그래도 살아 있는 거 같았는데 [프린터 작동음]
(신철) 육 작가, 많이 슬퍼?
내가 우리 할머니 얘기 해 줄까?
아니요, 하지 마시오
[신철의 능청스러운 웃음]
(신철) 우리 할머니 공숙자 여사
임종의 순간에 이런 유언을 남기셨지
[할머니를 흉내 내며] 아,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디
네 할아비가 꼬불쳐 둔 50만 원 내가 다 쓰고 죽어야 하는디
어, 이러면 안 되는디 [신철이 우는 흉내를 낸다]
(연화) 이거 웃긴 건가요?
(진희) [이를 악물고] 전혀 안 웃겨서 중독성 있어요
(신철) 야, 야, 야, 50만 원 하니까
그 돈 때문에 목숨 건진 놈 하나 생각나네
걔가 오늘 쇼핑몰 쇼핑몰 안에 있었는데 말이지, 어?
푸드 코트에서 밥 먹던 경찰한테 딱 걸린 거야
붕괴 직전에 잡혀 나갔지
얘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아는 사람?
- (승용) 데이트 폭력 - (신철) 너 같... 에잇, 아니야
- 뭐 훔치다 걸린 거 아니에요? - (신철) 땡, 아니야
예비군 훈련 불참
(신철) 벌금 50만 원 안 냈다가 수배자가 된 거지
(혜리) 그게 뭐야
예비군 훈련 불참하면 뭐, 목숨 건진다는 거야?
교훈이 없어서 방송에 못 쓰겠네, 그건
(신철) [우는 시늉을 하며] 육 작한테 또 까였네
- (민호) 선배 - (신철) 자꾸 까이네, 요즘
- (민호) 선배, 팀장님 어디 갔어요? - (신철) 어, 누구?
- (민호) 시간 늦는데 - (신철) 어유, 그러네
(신철) 오겠지, 뭐, 씨
[신철이 중얼거린다]
(진희) 왜요?
[연희의 놀란 신음] 뭐예요?
[멋쩍게 웃으며] 아, 그냥, 아니에요
왜? 뭔데?
(연화) 아, 이, 이, 이거...
(신철) 아, 읽어 봐 봐, 뭔데?
아...
'희생자 명단에 동명이인이 한 쌍 있습니다' [차분한 음악]
(연화) '두 사람은 아무 관련 없는 인생을 살다가'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밥을 먹었고'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죽었습니다'
'이 또한 인생, 운명의 장난'...
[살짝 웃으며] 이거 시, 시인가요?
- 낙산 허종태 선생 작품이구먼, 음 - (연화) 네? [신철의 웃음]
나름 유명 인사인데 들은 적 없어요?
솔직하게 말해 줘도 돼요?
감춘다고 감춰지냐, 그 인간이?
어차피 다 알게 될 걸
국회 의장인 아버지 덕에 입사한 낙하산 기자예요
(진희) 무능, 무지의 상징 허종태 [문이 쾅 닫힌다]
[팀원들의 놀라는 신음]
- (혜리) 괜찮아요? - (종태) 봤어요? 대박이야, 9시 뉴스 [종태의 아파하는 신음]
- (혜리) 어? - (남규) 왜, 왜, 왜, 뭔데?
- (신철) 아, 쟤... - (혜리) 괜찮아?
(신철) 쟤 정말 왜 저러냐? 쟤 뭐냐, 쟤, 어?
(진희) 저분요
- (혜리) 왜 그래? - (민호) 종태야, 괜찮아? [종태의 아파하는 신음]
- (혜리) 어? - (종태) 이거 봐 봐요, 이거
(남규) 뭐길래 그렇게 허겁지겁...
- (신철) 뭔데, 뭐, 뭐, 뭐, 뭐... - (승용) 왜, 왜, 왜?
(TV 속 근화) 미드타운 붕괴는
- (TV 속 근화) 현장 소장의 - (신철) 뭐야
(TV 속 근화) 과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승용과 혜리의 놀란 신음]
소장은 지하 주차장 슬래브 지지 작업 중 [승용과 신철이 중얼거린다]
상수도관을 터트리고도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TV 속 근화) 그런데 주강호 소장의 더 큰 과실은
붕괴 사고 대처 과정에 있습니다
[TV 속 사이렌이 울린다] 뉴스9의 단독 취재 결과
주 소장은 붕괴 직전
대피 방송 한마디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버려둔 채
혼자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TV 속 무전기 음성이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유일한 탈출 수단인 엘리베이터만 제때 작동했어도
사망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이번 붕괴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겁니다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예
올킬 특종이야, 1등 했다
잘 이어받아, 망치지 말고
상수도관이 터졌다고
쇼핑몰 한 층이 무너지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애초에 건물에 큰 균열이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해요
꼬투리 잡기냐?
꼬투리가 아니라 전 세계에 그런 사례가 없다고요
그리고 자막도 실수를 했어요
(백진) 사고 현장 작업은 슬래브 지지가 아니라
앵커 지지 작업이에요
김백진아
시청자들은 그런 사소한 건 신경도 안 써
소장이 수많은 사람들과 현장을 버렸다는
진실이 중요한 거지
기자한테 진실은 사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경찰한테 확인도 안 했던데 또 크로스 체킹 안 했죠?
야, 인부들 시신 거의 다 나왔는데 현장 소장 시신만 안 나왔어
1층에 멈춰 있던 엘리베이터에서는 소장 안전모까지 발견됐고
대충 그림 나오잖아
아, 그거는 추측에 불과한 거고...
아, 됐고
12시에 우리 특종 잘 이어받아서 심도 있게 보도해
그, 공무원들이 떠다 주는 그 쓰레기 같은 정보 처먹다가
언제 한번 배탈 납니다
뭐, 받아 처먹어? 이 개새...
(명호) 그만 입 좀 닥치고
선배가 까라면 까라는 대로 좀 까시면 안 되겠냐?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선배가 싸 댄 똥 치울 생각 하니까
(백진) 신경질 나서 못 해 먹겠습니다!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학생들의 웃음]
[학생들이 대화한다]
[애잔한 음악]
[서우가 흐느낀다]
(백진) 서우야, 서우야 [서우가 흐느낀다]
(서우) [울부짖으며] 놔!
일하러 가지 뭐 하러 왔냐고!
아, 됐어!
[서우가 흐느낀다]
- (서우) 됐어, 가라고! - (백진) 서우야, 서우야
[학생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신철) [휴대전화를 탁탁 치며] 미치겠네
[신철의 깊은 한숨]
(봉길) 지금 방송 20분 전입니다
(신철) 돌겠다, 정말
아이,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될 놈 어디 가 있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며] 아이, 뭐 하고 있어? 빨리 나가서 백진이 찾아봐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아, 이놈의 새끼 전화도 안 받네
[달려오는 발걸음] - (혜리) 아, 선배! - (신철) 어?
- (혜리) 빨리빨리, 빨리빨리, 빨리! - (신철) 왜, 왜, 왜, 왜, 왜, 왜, 왜!
- (혜리) 화장실 - (신철) 여기? 여기?
(혜리) 네
(신철) 야, 김백진 [혜리의 가쁜 숨소리]
야, 인마, 방송 20분 전이야
너 전화도 안 받고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인마!
- 두통약 있어? - (신철) 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신철) 너... 있어?
어, 빨리빨리, 빨리, 줘, 줘, 줘, 줘
아, 빨리빨리, 빨리빨리
어, 야, 야, 야 [백진의 한숨]
(신철) 야, 근데 너 몰골이 왜 그러냐? [혜리의 한숨]
[수도꼭지에서 물이 쏴 나온다] 뭐, 사고 현장이라도 다녀온 거야?
[코를 훌쩍인다] [헛기침]
부모가 뭐야?
뜬금없이 뭔 소리야
서우가 집 나갔는데
어디서부터 찾아야 될지 모르겠어
친한 친구는 누군지 연락처가 뭔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네, 씨
방송부터 하자, 우리
[혜리의 한숨] 방송부터
(봉길) 도착했습니다
어, 저, 이거, 이거, 이거, 이거요
방송 15초 전!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백진의 깊은 한숨]
(신철) 자, 백진아, 걱정하지 말고 늘 하던 대로
아니야, 그냥 오늘 중간만 가자, 중간만, 자
5, 4, 3, 둘, 하나
앵커 [기계를 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신철) 큐
시청자 여러분
[긴장되는 음악]
- (스태프2) 어? 왜 안 하지? - (혜리) 뭐야, 지금 프롬프트 꺼졌어?
기다려 봐, 기다려 봐
(민호) 뭐야
뭐, 프롬프트 고장 났어?
(백진) 죄송합니다
오늘 밤은
(모니터 속 백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나오지 않는군요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TV 속 백진) 오늘 해명시 미드타운 쇼핑몰에서
- 붕괴 사고가 일어나 - (남규) 아휴, 깜짝이야
(TV 속 백진) 150명이 넘는 [민호의 한숨]
- (TV 속 백진)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 (남규) 방송 사고 난 줄 알았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백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무너진 현장에 묻혀 버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기계를 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모니터 속 국숫집 딸) 네, 감사합니다
(신철) 저기, 카메라 앵커 좀 와이드하게 잡아 줘요
(모니터 속 국숫집 딸) 엄마, 국수 2개 더 있어요
(모니터 속 국숫집 모) 응
(TV 속 국숫집 딸) 엄마, 안 힘들어?
(TV 속 국숫집 모) 힘들긴 뭐가 힘들어? 네가 힘들지
고맙다, 딸
(백진) '현장 소장'?
마지막 꼭지 형이 취재한 거야 유 국장이 던져 준 거야?
아, 무슨 상관이야? 뉴스9 방송 못 봤어?
(모니터 속 백진) 아, 형이야, 유 국장이야?
보도국에서 준 거야 지금 못 바꿔, 그대로 가
소장 과실 아직 확인 안 됐어
야, 김백진!
아, 위에서 던져 주는 거 그대로 받아 쓰면 기자를 왜 해?
아, 인마, 좀 말 좀 들어 좀 제발 인마!
(봉길) 20초 남았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못마땅한 숨소리]
야, 용병
너 생방송해 봤어?
저요?
얘 마이크 채워
- 하지 마, 하지 마 - (혜리) 어? 누구?
(신철) 너 하지 마, 너 진짜 하지 마 경고하는 거야, 인마
[명호가 흡족한 숨을 내뱉는다]
나도 맞춤법 검사 좀 딱딱 해 볼까?
[리모컨을 삑 누른다]
(봉길) 이리 오세요, 빨리, 빨리 오세요 [신철이 만류한다]
(백진) 그럼 마지막 자료 화면 없이 얘하고 인터뷰로 간다
[긴장되는 음악] 하지 마, 그거 아니야 하지 마, 하지 마!
(신철) 아이, 나, 저기...
야, 이, 미... 야, 이씨
백진아, 좀!
[모니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백진) 야, 뭐 해, 안 앉고!
(봉길) 왼쪽 조금 더 밑에요, 엉덩이
- 아이, 정말 돌겠네 - (혜리) 어머
(신철) 야, 백진아!
(백진) 생존자 얘기 생각하고 있어
아, 예
자, 스튜디오 집, 집중하고!
(신철) 야, 봉길아, 봉길아
현장에서 네가 진행해
(봉길) 마지막 문장입니다
5, 4, 3, 둘, 하나
(민호) HBC 뉴스 엄민호입니다
보면 볼수록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습니다 [명호의 들뜬 숨소리]
그러나 생존자들의 훈훈한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고요?
예, 훈훈한 사연도 많았습니다
- (신철) 저기, 저기, 쟤 이름 뭐지? - (혜리) 이연화
(신철) 어, 이연화 기자, 이연화, 자막 인
- (신철) 자막 인, 아니, 화, 화, 화! - 예 [혜리의 탄식]
- (혜리) 자막도 틀렸어 - (스태프3) 죄송합니다
[신철이 짜증 섞인 신음을 내지른다] (모니터 속 연화) 예
그, 동명이인의 두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연화) 그러니까 어,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어, 운명의 장난이랄까...
- (연화) 아... - 예
(연화) 그리고...
[신철의 한숨] (혜리) 어?
[신철의 망연자실한 신음]
(혜리) 저거, 저거 종태 거, 쟤 완전 외웠네 [신철의 짜증 섞인 신음]
야, 그거 아까 취재원, 종태 형 거고 [종태의 흐뭇한 숨소리]
[종태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그, 그리고
예비군 훈련에 꼭 가야 한다는 교훈이 있었습니다
교훈요?
그건, 그건 무슨 얘기입니까?
[난처한 숨을 내뱉으며] 죄송합니다, 그게...
(모니터 속 연화) 반대입니다, 그...
- (신철) 야! 그건, 아, 나... - (모니터 속 연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철의 짜증 섞인 신음]
(백진) 음
(연화)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면 벌금이 50만 원인데요
(모니터 속 연화) 그 50만 원 때문에 [신철의 한숨]
수배자가 되기는 했지만 [신철의 한숨]
목숨을 건진 운 좋은 생존자가 있다고 합니다
[못마땅한 숨을 내뱉으며] 예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성어가 떠오르네요
(태섭) 저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태섭) 야, 판을 키우겠다더니 아예 판을 엎고 있잖아!
(태섭) 인터넷 방송도 아니고 라이브에서 지금 무슨 삽질이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봉길) 수고하셨습니다
[연화의 깊은 한숨]
(연화) 숨차라...
잘 넘어간 건가요?
내가 미쳤지
[문이 탁 열린다]
[혜리의 넋 나간 숨소리]
[신철의 짜증 섞인 숨소리]
상사고 회사고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명호) 다른 채널 뉴스들은 다 우리 특종 옮기느라 정신없는데
막상 우리 뒤 방송은 저렇게 뒤통수를 치고 있습니다
쟤가 저런 놈입니다, 선배님
[근화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안 따라오겠다?
- (혜리) 큰형님 - (백진) 형
[혜리의 한숨] (백진) 형!
어쩔 수 없었어
(신철) 다 나가
다 나가, 얼른!
- (민호) 네 - (남규) 네 [백진과 혜리의 한숨]
[한숨 쉬며] 미안해
네 마음대로 다 해 놓고 뭐가 미안한데?
데스크 비워서 미안하고
대본도 마음대로 바꿔서 미안하고
그게 다야?
고해 성사라도 해야 돼?
너 혼자 뉴스 만드냐?
(신철) 왜 네 마음대로 즉흥 대담을 해?
방송 사고 나면 어쩌려고, 인마!
(신철) 뉴스는 팀플레이라고 네가 맨날 애들 갈궈 놓고
오늘 방송 어디에 팀플레이가 있었어?
서로 믿지 못하겠다면 다 때려치우자, 그냥
우리 팀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뉴스9 특종을 인정할 수가 없었어!
형은 이상하지 않아?
뭐, 뭐, 대체 뭐가 이상한데?
지어진 지 1년밖에 안 된 쇼핑몰이
현장 소장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고?
그게 말이 돼?
(백진) 너무 쉬운 시나리오잖아
어디서 써먹던 냄새 안 나냐고?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추궁할 대상을 찾게 돼 있어
이럴 때 무식하고 무책임한 쓰레기 하나가 악역 맡아 주면
다 편해지지!
그것도 가설 아니야?
형까지 왜 이래, 진짜 알면서!
그래, 네 말대로 구멍이 몇 개 있다 치자
그래도 뉴스9에서 먼저 내보낸 거잖아
그럼 받아 줘야지, 인마!
야, 이러다가 우리 남은 뿌리까지 뽑히게 생겼어, 지금!
그런 거 따지기 전에 팩트 체크부터 해야지
우리가 선동질하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 아니잖아!
저쪽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거면 너도 마찬가지야
네 말에 확인된 사실이 하나라도 있어?
없어
(백진) 하지만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 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무거운 음악]
사실은 하나 있네
도망갔다는 소장
아직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문이 덜컥 열린다]
[깊은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남규) 화물 엘리베이터 케이블은
언제 끊겼나요?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구급대원1) 붕괴 직후 차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규) 그럼 엘리베이터를 통해 탈출한다는 건 붕괴 전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거네요?
네, 그렇죠
[대화 소리가 들린다]
(신철) [웅얼거리며] 어, 과장님
맛있게 드셨어요? [형사의 난처한 한숨]
저기, 주강호 소장이 도망쳤다는 그거,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거예요? 네?
(형사) 아, 알면서 왜 이러시나 또, 아...
(신철) 아이, 왜 그래, 왜
(승용) 이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다 주 소장이야? 어?
아, 주 소장이 왜 이렇게 많아?
아이, 소장일 수가 없는데
네, 그, 현장 소장의 실수 외에도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원인에 대해서
좀 다뤄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데
붕괴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TV 속 전문가) 그...
(민호) 야, 승용아
(신철) 아, 저기, 저기, 저기 현장 소장 식구들 좀 찾아봐, 어?
- (남규) 네 - (민호) 야, 승용아, 들었지?
[팀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민호) 진희 씨, 이거 멘트 이거 한번 체크해 봐 주고
[민호와 진희가 대화한다]
(진희) [한숨 쉬며] 아,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연락드렸던...
[매미 울음]
[연화의 한숨]
(소장 처) 윤솔아, 배고프지?
엄마가 뭐 해 줄까?
(연화) 주강호 소장님 사모님 맞으시죠?
할 말 없습니다
[소장 처가 가방을 달그락 뒤적인다] [연화의 멋쩍은 숨소리]
아, 시집 제목은 식당 이름에서 따온 건가요?
돌아가신 이모님 하셨던 식당 맞죠?
어? 아빠 책이다
읽었습니다
질문 몇 개만 해도 될까요?
(유족1) 주강호 소장 마누라 아니야?
- (유족2) 맞는 거 같은데요 - (유족3) 어, 맞네요, 맞아요
[긴장되는 음악] (소장 처) 윤솔아, 뛰어, 얼른
[유족들의 다급한 목소리] (유족2) 잡아, 잡아, 잡아!
(유족1) 일로 와
[소장 처의 겁먹은 비명]
- (소장 처) 윤솔아 - (소장 딸) 엄마 [소장 처의 비명]
[소란스럽다]
(소장 딸) [엉엉 울며] 엄마!
[소장 딸의 울음] [유족들이 소장 처를 비난한다]
엄마!
[소장 딸이 흐느낀다] [소장 처의 비명]
[기침한다]
자, 한 잔씩 합시다
[태섭의 힘주는 신음]
(태섭) 응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직 방송 시간 남았잖아
[태섭의 한숨]
- (태섭) 자 - (명호) 예
(태섭) 자, 이거 좋은 거야, 응?
근데 아직 전쟁 중인데 술 마셔도 됩니까?
(태섭) 이럴 때 마시는 건 술 아니야, 보약이지, 응?
[태섭과 명호의 웃음]
(태섭) 자 [함께 컵을 잘그랑 부딪친다]
[명호가 숨을 카 내뱉는다]
(명호) 오늘 뉴스로 카운터펀치 날릴 겁니다
(태섭) [와인을 쪼르륵 따르며] 왜, 뭐 있어?
(명호)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는 소장을 봤다는 목격자가 출연합니다
(태섭) 오, 타이밍이 좋은데
[명호와 태섭의 웃음]
[명호가 술을 쪼르륵 따른다]
[무전기 작동음] [풀벌레 울음]
아유, 진짜, 정말
야, 이거 냄새는 나는데 똥을 못 찾겠다, 어?
(신철) 아이, 현장 소장이 도주하는 걸 봤다는 증인이 있는 건
뭐, 그건 맞는 거 같아, 근데 [백진의 깊은 한숨]
- (백진) 어 - (신철) 아, 경찰이 이놈을 무슨
간첩마냥 꽁꽁 숨겨 놔 가지고
어디 쑤셔 볼 데가 없다, 지금
알았어
(신철) 아이, 현장에 뛰는 짜바리들도 그게 뭐, 이상하다고 말들은 하는데
아이, 뭐, 이거 죄다 오프 더 레코드야
보도하면 부인하겠대
알았어, 그만 들어와
어, 어
(승용) 팀장님
SNS에 사람들이 주강호 소장 봤다고 사진들을 막 올리고 있어요
(진희) 팀장님
섭외했던 해명대 최서희 교수
오늘 방송 출연 안 한다는데요
뭐?
사고 원인 분석해 줄 전문가는?
(혜리) [수화기를 탁 내려놓으며] 아, 아무도 없어요
다들 뉴스9 보도 보고 겁먹었나 봐 [남규가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괜히 나섰다가 소장 편드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러는 거죠
(혜리) 어떡해요?
어제 썼던 자료 화면 오늘 갖다 써도 방송 다 못 채워요, 팀장님
[한숨]
팀장님
(민호) 방법은 하나입니다
보도 방향을 바꾸면 돼요
[긴장되는 음악] 뭐?
(민호) 어제부터 죽어라 전화 돌리고 인맥 동원까지 다 해 봤는데
결국 출연자 하나 섭외 못 했잖아요
[한숨 쉬며] 그냥
그, 뉴스9 보도 방향 따라가면
(민호) 방송에 나와 줄 전문가나 증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아이, 지금 뉴스9 거 받아서 기사 써도 시간이 부족하다고요
엄민호!
방송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결정하셔야 됩니다, 팀장님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뛰어오는 발걸음]
[연화의 거친 숨소리]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혜리) 어머
자기, 왜 그래?
(진희) 어머
어떡해
[휴대전화 진동음]
[옅은 한숨]
또 왜?
뭐?
우리 뭐, 해 볼 만한 건 다 해 본 거야, 그렇지?
(신철) 너 팩트 좋아하지? [무거운 음악]
근데 네 가설을 증명할 사실들이 하나도 안 나오잖아
(신철) 백진아
1시간 뒤면
오늘 뉴스9에서는
소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을 출연시킬 거란다
(신철) 그럼 뉴스9, 우리 아르곤
둘 중의 하나는 망하는 거지
난 우리 팀 잃고 싶지 않아
[옅은 한숨]
형이라면 오늘 방송 어떻게 할 거 같아?
나라면 회사 보도에 따른다
(백진) 고마워
[백진의 깊은 한숨]
[뛰어오는 발걸음]
(연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팀장님, 그, 현장 소장 말인데요
어, 말해
(연화) 그, 소장이 주차장 공사를 처음부터 반대했답니다
[연화의 거친 숨소리]
- 사실이야? - (연화) 예
그 전에도 몇 번이나 작업 중지를 요청했다고
(연화) 그, 아예 지반 강화 공사부터 다시 해야 된다고 주장했는데
전부 거절했답니다
(백진) 제보자가 누구야?
믿을 만한 사람이야?
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긴 한데요
아, 그 사람 인격 말고 그 사람 지위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제보자가 전과자야?
- (연화) 아니요 - 아니면 뭐, 네 전 남친이라도 돼?
[큰 소리로] 인마,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니요, 그, 서류 있습니다
주 소장이 사측에 제출한 의견서요
[흥미진진한 음악]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씨
(백진) 너...
너, 그, 남친, 아니, 그 제보자
오늘 방송에서 전화 인터뷰 할 수 있어?
네, 교통비만 주면 스튜디오 출연 할 놈...
[멋쩍은 숨을 내뱉으며] 사람이에요
(백진) 알았어
아, 하나 더
너...
너도 주 소장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냐?
[한숨]
'들풀은 밟혀도 진실은 밟히지 않는다'
'그러니 더 꼿꼿이 일어서야 한다'
[잔잔한 음악] (연화) 주 소장이 쓴 시의 구절입니다
저는
우리 앵커의 판단을 믿습니다
정말 정치적이구나
용병스럽다
[멀어지는 발걸음]
[작은 소리로] 아, 진짜 저 새끼가 진짜...
[긴장되는 음악] [유족4가 울부짖는다]
(모니터 속 유족5) 인간...
인간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모니터 속 근화) 경찰은 주강호 현장 소장을 공개 수배 하고
사고 현장과 자택 인근을 탐문 수색 하기로 했습니다
(근화)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주강호 소장을 봤다는 목격담과 사진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주강호 현장 소장을 공개 수배 하고...
(모니터 속 앵커3) 미드타운 주강호 소장의 탈출설이...
(모니터 속 앵커4)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모니터 속 앵커5) 주 소장을 목격했다는...
[앵커들이 저마다 브리핑한다] 가족사진까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태프4) 와, 이거 어떻게 찍은 거예요? [잔잔한 음악]
(백진) 2G 폰으로 찍은 거야
아유, 짠하다
[스태프4가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화질이 후진데 엄마하고 애 얼굴은 잘 좀 살려 줘
(스태프4) 네, 근데 오늘 아르곤 자료는 이거 하나뿐이에요?
어, 뭐, 어쩔 수 없... 어, 여기 이 부분
(백진) 선배님
(근화) 이대로 방송할 거냐?
(백진) 예
(근화) 부탁한다, 다른 내용으로 해
이 보 전진을 위해서 일 보 후퇴하자
설사 네가 옳더라도
보도국은 널 배신자로 볼 거야
나 너 부러지는 거 싫다
[백진이 살짝 웃는다]
(백진) 선배님 마음 알겠습니다
(근화) 백진아
연명이 우선이다
(백진) 예
(봉길) 앵커 도착했습니다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오늘도 어제에 이어 미드타운 붕괴 사고 특집입니다
먼저 영상을 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족들이 비난한다]
(소장 딸) [흐느끼며] 엄마!
(백진) 주강호 현장 소장의 아내는
[소장 딸이 울부짖는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소장 딸의 울음]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폭행당하는 어머니를 본 어린 딸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진)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당연하지만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이
정말 주강호 소장이 맞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이 모든 참변의 책임을
주강호 소장에게 돌리는 게
(TV 속 백진) 과연 정당한 걸까요?
저 미친 새끼
야!
(명호) 전부 따라와 [직원들이 대답한다]
주강호 소장의 책임론을 보도한 HBC
(백진) 바로 우리 방송사입니다만
지금부터 아르곤은
(백진) 자사 보도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민호) 버티자
(명호) 비켜
(민호) 방송 중입니다, 돌아가십시오
(명호) 비켜, 비켜, 비켜, 이 자식아 [승용과 종태의 놀란 신음]
형, 앵커 멘트 없애고 바로 자료 화면 틀어
뭐야?
- (신철) 아이, 개명호, 이씨... - (혜리) 어?
자, 다음 꼭지 바로 쭉 스타트 해, 스타트
(스태프1) 예, 예
- 얼마나 남았어, 시간? - 57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남규의 다급한 신음] (명호) 비켜, 이 자식아, 어?
- (민호) 안 됩니다, 안 됩니다! - (종태) 에이, 왜들 이래요...
[문밖이 소란스럽다]
(명호) 김백진!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너 이 새끼, 지금 당장 대본 바꿔
(백진) 방송 사고 납니다
- (모니터 속 명호) 사고? 사고는... - (혜리) 미친 거 아니야, 저거?
(명호) 넌 우리 보도국과 방송사 전체 얼굴에 먹칠을 했어
(신철) 야, 봉길아, 지금 [모니터 속 명호가 비난을 계속한다]
- (신철) 50초 남았다, 50초 - (봉길) 50초 남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이해해 줄 겁니다
그래, 그래, 끝까지 잘났지
야, 너희들!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명호) 야!
너희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나마 회사에서 계속 월급 받고 싶어?
월급 받고 싶으면 지금 당장 대본 바꿔
이것들 봐라
(명호) 월급 안 받고 싶냐?
와, 너희들 다 미쳤구나?
(혜리) 저 새끼 저거 국장 맞아? [모니터 속 명호가 소리친다]
미친 거 아니야, 저거?
[큰 소리로] 이게 내가 얼마나 힘들게 얻은 특종인데, 이 새끼들
(명호) 너, 너 당장 데스크에서 내려와 이 새끼야, 너
(백진) 이 새끼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이 뚝 끊긴다]
네 출세를 위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게 아니야!
- 근데 이 새끼가, 너 이 새끼야 - (민호) 팀장님!
- (명호) 야, 너! 너 이 새끼야! - (민호) 팀장님, 놓으세요, 팀장님! [소란스럽다]
(명호) 내가 너 이 새끼야! 야!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 (신철) 뭐야, 저것들, 씨... - (혜리) 어유! 여기 누가 지켜
(명호) 야, 이 새끼야! [시끌벅적하다]
이리 와, 이 새끼야!
[소란스럽다]
(승용) 주강호 소장 시신 발견!
주강호 소장 시신 발견했다고요! [혜리의 놀라는 숨소리]
(혜리) 어머
(승용) [거친 숨을 내뱉으며] '시신 발견 장소'
'지하 2층 무너진 비상계단'
'실종 아동 여덟 살 양빛나 양을 끌어안은 채 발견'
(승용) '소장은 최후까지 양빛나 양을 구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
병원으로 이송된 양빛나 양은 생명에 지장이 없답니다!
이상! [남규의 환호]
[잔잔한 음악] [팀원들이 환호한다]
[신철의 벅찬 신음]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신철) 됐어, 자, 자, 자, 자 [혜리의 안도하는 숨소리]
자, 우리 방송 마무리합시다
자, 스튜디오
[승용의 환호성] (봉길) 방송 15초 남았습니다!
방송 사고 납니다, 나가 주십시오
[모니터 속 음성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닫힌다]
[숨을 후 내뱉는다]
시청자 여러분
[웅장한 음악]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드르륵거린다]
(구급대원2) 어
[드르륵거린다]
(구급대원2) 스톱, 스톱
구조자 발견!
[구급대원3의 다급한 목소리]
(구급대원3) 실시해
(구급대원4) 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아이가 콜록거린다] (구급대원3) 살았다!
[함께 환호한다]
(구급대원3)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
[구급대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앵커6) 자정이 넘은 시각 미드타운 구조 현장에서
아이를 안은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그의 품에 안긴 아이는 실종되었던 양빛나 양
시신은 사고 현장을 버리고 혼자만 탈출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주강호 소장입니다
경찰은 내일 오전 기자 회견을 열어
주강호 소장의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로 했습니다
(앵커7) 미드타운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 아동을 끌어안은 주강호 소장의 시신이...
(남규) 아무튼 여러분, 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시끌벅적하다] (민호) 자, 자, 자, 잔 채우고, 잔 채우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팩트 없는 뉴스는!
(함께) 쓰레기다! [함께 환호한다]
(신철)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야, 씁, 우리 오늘은 건배는 생략하기로 하자
희생자들 생각을 좀 하자고
아무튼
다들 너무너무 고생했다
- (신철) 자, 마셔, 마셔! - (남규)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환호한다]
(연화) 오늘 전화 연결 고맙다
왕중구, 네 덕에 밥값 했네
(중구) 다음에는 꼭 출연시켜 줘
[살짝 웃는다]
야, 근데 오늘 같은 날 너희 회식 안 해?
하지
근데 나한테 아무도 안 알려 주더라
용병, 용병, 그놈의 용병
하루 종일 메아리친다
[백진의 깊은 한숨]
[쓸쓸한 음악]
[깊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서우니?
서우야, 너 지금 어디야?
[소장 처의 울음 섞인 숨소리]
(소장 처) 아르곤 기자님이시죠?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누구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주강호 소장 안사람입니다
(백진) 아, 아, 예, 예, 예 [소장 처가 흐느낀다]
(소장 처) [울먹이며] 고맙습니다
[잔잔한 음악]
정말 고맙습니다
아, 참...
아, 아니, 아닙니다
아, 따님은...
[소장 처가 흐느낀다]
윤솔이는 괜찮습니까?
(소장 처) [흐느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 처가 흐느낀다]
고맙습니다
[엔딩곡]
(태섭) 김백진 앵커
같은 보도국 식구 심장에 칼을 꽂은 소감이 어때요?
[한숨]
(혜리) 김백진이가 사장이랑 한판 붙었단다
무고한 피해자를 악마로 만든 오보보다 더 큰 질책을 받아야 될 이유입니까?
(근화) 너희 팀이 살아남는 법에 대한 얘기야
근데 넌 옛날의 아르곤만 찾고 있어
(백진) 회사가 저희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차관) 아르곤이었던가요?
항상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백진) 이거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 거예요?
국장이 용병의 아이템을 알고 있더라고
(신철) 용병을 프락치로 쓴다?
(연화) 그래, 여기가 막장인데 나도 구두 굽 한번 까 보자
(백진) 팩트는 하나도 없고
(연화) 제가 직접 뒤밟아서 찍은 겁니다
(백진) 너 이따위로 해 가지고 기사 한 줄도 못 나가
(연화) 다시 봐 주세요
(백진) 용병이라 그런가, 애가 무서운 게 없어
(연화) 아직도 이게 소설 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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