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2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배) 야, 너 한번 만나려고
엄청 애썼다, 응? [선배의 웃음]
[선배가 살짝 웃는다]
[백진이 물을 꿀꺽 삼킨다]
1995년산이야
김 기자가 HBC에 입사한 해라고 들었어
약소해서 미안해
[백진이 살짝 웃는다]
(백진) [난처하게 웃으며] 이사님, 저...
이거 받을 수 없습니다
김영란법 모르세요?
[선배의 어이없는 웃음]
(선배) 야
선배가 좋아하는 후배한테 이 정도도 못 사 주냐?
(백진) 죄송합니다
먹고 싶은 와인 있으면 제 돈으로 사 먹겠습니다
[선배가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선배) 이렇게 꽉 막혀서 기자질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백진의 웃음]
(백진) 그러게 말입니다 [살짝 웃는다]
밥 잘 먹었습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살짝 웃는다]
(선배) 야, 이 새끼야
너 이대로 가면 후회한다?
선배면 선배답게 처신해
[긴장되는 음악] 후배한테 압력이나 넣고 부끄러운 줄 알아
[살짝 웃는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헛웃음]
[어이없이 웃으며] 씨...
[개가 짖는다]
[포스트잇을 탁 붙인다] [볼펜을 탁 내려놓는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미드타운 인허가 과정에서'
'시청의 특혜가 없었는지 의심해 봐야'...
가져가 봐야 보기나 할까?
그래
서러움은 잠깐이고 배움은 평생 가는 거지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배고프다
[잔잔한 음악]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병들이 잘그랑거린다]
[통조림 뚜껑을 달칵 연다]
[힘주는 신음] [숟가락으로 햄을 쓱 푼다]
미드타운과 해명시의
유착 관계가...
[스탠드 전원음] [전기가 탁 꺼진다]
(연화) 헐
내 리포트
저장됐겠지?
[잔잔한 음악]
[매미 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TV 속 앵커1)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TV 속 앵커2) 대한민국의 아침을 알리는...
[냉장고 속 물통이 달그락거린다] (백진) 서우야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다음 주에 학교 가게 되면
그 친구한테 먼저 사과해
정학 말고 퇴학을 시켜 주지
그랬으면 학교 안 가도 되는 건데
(TV 속 앵커1) 주강호 소장에 대한 잘못된...
그게 학생이 할 소리냐?
나 아직 하고 싶은 말 반의반도 못 했거든
김서우
[서우의 짜증 섞인 한숨]
(TV 속 앵커1) 유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TV에서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서우) 어이, 아저씨, 신 영감!
집 놔두고 왜 여기서 자?
- 너 버릇없게 뭐 하는 거야? - (서우) 어이, 주정뱅이!
(서우) 설마 아저씨도 가출했어? [신철의 웅얼대는 신음]
- (백진) 김서우 - (서우) 어이, 아저씨!
김서우, 이리 와 봐
- (백진) 이리 와 봐 - (서우) 이제 다 했어
(서우) 아유, 무서워라
김서우!
[문이 쾅 닫힌다]
[깊은 한숨]
(백진) 아, 안 자는 거 아니까 연기하지 말고 밥 먹어, 얼른
[신철의 힘주는 신음]
야, 우리 서우 아침부터 아주 화끈하다, 응
그래, 계, 계속 그렇게 백진이 속 썩여
나중에 아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 너같이
[신철의 피곤한 신음]
[신철의 놀란 신음]
[밝은 음악]
으쌰, 으쌰, 으쌰
[치약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어, 나온다, 나온다
[픽 웃는다]
[웅얼거리며] 한 번 더 쓸 수 있어
[한숨]
응?
뭐야?
아, 씨, 야!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백진) 응
먹어
- (신철) 장난치니? - (백진) 네
- (백진) 처드세요 - (신철) 아...
[하품하며] 야, 근데 서우는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다는 거냐?
(백진) 몰라, 끝까지 말 안 하더라
(신철) 아주 그냥 다 컸어, 응 학교에서 술도 마시고
[백진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친구도 불태워 죽이려고 그러고
남의 딸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서우가 어떻게 남의 딸이야 너보다 날 더 좋아하는데
(신철) 야, 뭐, 정학 정도 가지고 벌써 죽으려고 그러니?
나중에 시집이라도 간다고 그러면 어쩌려고
이, 딸하고 아버지 사이는 슬픈 거야
따지고 보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잖아
[백진이 음료를 호로록 마신다] 야, 너
딸하고 아버지가 [백진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진짜로 헤어지는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아?
딸아이 몸에
털이 나는 순간이지
그럼 같이 목욕을 못 하거든
그럼 부녀 사이에 남녀가 끼어드는 거지 [백진의 깊은 한숨]
진짜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쓰레기 같은 형을 모시고 있었다니
[웅얼거리며] 아니야, 아니야
(신철)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세계적인 아동 심리학자가 한 말이야
아유
아유, 그만 먹어
[접시를 달그락 내려놓으며] 아유
[신철의 놀란 신음] (TV 속 백진) 사고 원인과 수습 대책에 대해
아르곤이 국토 교통부 장관에게 단독으로 묻습니다
장관 Q&A는 누가 하고 있어?
응, 민호가
다른 방송에는 나가지도 않겠다던 장관이
먼저 HBC에 출연하겠다고 그랬어
(신철) 응
그것도 뉴스9이 아니라 아르곤을 콕 집어서
- (신철) 응 - (백진) 무슨 꿍꿍이야?
아이, 꿍꿍이는 무슨
아이, 재수 없이 담당 부처니까 총대 멘 거지, 뭐
야, 관료들 상대할 때는 깊이 생각하는 쪽이 지는 거예요
알면서 왜 이러셔
- (백진) 정말 그럴까? - (신철) 그럼
야, 근데 너 그때 왜 그랬어?
걔 이연화, 걔 왜 그랬냐고
누구?
아이, 새로 들어온 용병 여자애 있잖아 네가 생방 때 갑자기 불러다 앉힌 애
아, 그, 뭐, 예쁘장하게 생긴 애?
얼씨구?
너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야?
기자도 아닌 애 앉혔다가 방송 사고 나면 어쩌려고?
기자 아니니까
뭐?
긴급 상황에 우리 애들 앉혔다가 뭐, 다치게 할 일 있어?
이야...
(신철) 주도면밀한 자식
야, 근데 이거 되게 오랜만이다
네 입에서
여자 예쁘다는 얘기 나온 거
- 뭐? - 이연화 예쁘다며
가만 보면 이 형은 이상한 거만 기억해
[신철의 능글맞은 웃음]
아이고, 이연화 걔도 참 답답한 청춘이다, 응
[활기찬 음악] [비가 쏴 내린다]
(신철) 방송사 특채에 합격하고 나서 신나서 출근했겠지만
실상은 2년짜리 임시 계약직
(안내 방송 속 기관사)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
(신철) 해고당한 기자들 대신해서 현장에 투입된 땜빵 인력
기존 직원들은 알바니 용병이니 손가락질하고
[연화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회사에서는 막상 뽑아 놓고 신경도 안 쓰고
(신철) 야, 웃긴 게
그, 줄타기 잘하는 애들은 어딜 가나 살아남더라고
그, 뉴스9에 있는 용병 그, 둘 있잖아
걔네는 아주 윗사람 빨아 주기로 잘 버티나 보더라고
(백진) 그 앵커 멘트도 못 쓰는 아이큐 두 자리들?
[신철이 살짝 웃는다]
(신철) 야, 이연화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
(신철) 아유
이제 계약 기간이 한 6개월 남았나?
[백진이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야, 공장에 내는 평가서 그거 네가 써야 되는 거지?
[봉지 속을 뒤적이며] 바빠 죽겠는데 인사부에서 양식 주더라고
어쩔 거야?
어쩌기는 뭘 어째?
걔들이 정식 되면
해고당한 우리 애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지는데
빨리 내쫓든가 해야지
아이, 같이 있다가 우리까지 하향 평준화 될까 봐 겁나
[백진이 봉지를 바스락 놓는다] 아, 나 생각할수록 열받네
아, 나 도무지 걔네들 마인드가 이해가 안 돼
아, 형이라면 그 자리에 가고 싶어?
동료들이 피 흘리며 싸우다가 해고당한 그 빈자리를
걔들도 걔들 나름대로 절실함이 있겠지, 뭐 [백진이 컵을 잘그랑거린다]
아, 절실함도 최소한 룰이 있어야지
반칙으로 들어온 애들은 절실할 자격조차 없어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린다]
[캔이 달그락 떨어진다]
[자판기 작동음]
(연화) 안녕
(동기) 어?
(연화) 잘 지내?
[동기의 힘겨운 숨소리]
[동기의 한숨]
(동기) 누가 내 안부 묻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넌 괜찮아?
(연화) 의자 심부름?
- (동기) 넌 마실 거? - (연화) 응
(연화) 우리 입사 동기 맞네
(동기) 아휴, 내가 이런 의자나 나르려고 들어온 건 아닌데
힘내자고 [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동기) 응, 수고
[캔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어, 가
[냉장고 속 병들이 잘그랑거린다]
[옅은 한숨]
[물병을 잘그랑 집어 든다]
[물병과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백진) 오늘 같이 저녁 먹자
아빠가 7시까지 육교 앞으로 갈게
[엘리베이터 도착음] (백진) 오늘 회사에 행사 있나?
(신철) 행사? 그런 거 없는데
야, 있어도 넌 상관 안 하잖아
(백진) 아, 형이 꾸어 간 300만 원 갚기로 했나?
(신철) 아니, 왜?
(백진) 아니, 오늘 달력에 내가 빨간 별을 다섯 개 쳐 놨더라고
- (신철) 오 - (백진) 뭐, 중요한 날인 거 같은데
씁, 이,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날인지 모르겠네
- (연화) 안녕하십니까? - (신철) 어, 그래, 수고가 많다
(신철) 야, 근데 그거 소문내도 되냐?
네가 뭔가 까먹었다고 그러면 사람들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백진) 아,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신철) 딸내미 생일 아니냐? 저녁 사 준다며
(백진) 아, 생일 아니야
서우가 요즘 너무 집에만 있어 가지고 바람 좀 쐬게 해 주려고
(신철) 씁, 편집 회의 있는 날인가?
- (백진) 아, 빨간 별이 다섯 개라니까 - (신철) 그러니까
[팀원들의 박수와 환호성]
- (남규) 아르곤! - (승용) 회식!
- (남규) 아르곤! - (승용) 회식!
- (남규) 아르곤! - (승용) 회식요!
(백진) 뭐야? [팀원들의 환호가 멈춘다]
5.5는 뭐야? [연화가 캔을 탁탁 내려놓는다]
지난주 저희 평균 시청률요 최고는 7% 넘었어요
(남규) 역대 심야 프로그램 중 최고 기록요!
[승용이 환호한다] [신철의 웃음]
(백진) 다들 업된 거 가라앉혀
지금은 박수보다 묵념이 더 필요한 시기야 [문이 달칵 닫힌다]
후속 보도에 집중하자
- (신철) 그럽시다 - (함께) 네
- (백진) 엄민호, 먼저 보고해 봐 - (민호) 네
저, 생존한 인부 진술로는
(민호) 주차장 공사 초기부터 건물에 균열과 누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고 당일도 소장이 공사 중단을 요구했는데
사측에서는 뭐, 구상권 청구 운운하면서
공사 강행을 지시했대요
(진희) 해명대 최서희 교수님 말로는
미드타운 부지처럼 강을 매립해서 만든 땅에는
지반 강화 공사를 제대로 해야 건물에 크랙이 생기지 않는대요
음, 회사에서 부실 공사를 했다는 정황 증거네
(백진) 그러면 사측 관계자 '싱크' 최대한 따 가지고 앞에 배치하고
- (민호) 네 - 뒤에 인부 진술을 넣어, 더 대비되게
- (민호) 네, 알겠습니다 - (백진) 야, 육 작
(백진) 씁, 나 오늘 무슨 중요한 일정 있나?
없는데, 하나 만들어 드려요?
(남규) 국토부 장관이 사고 당일 보고를 받고도
- (남규) 골프를 치러 갔답니다 - (백진) 엄민호
(민호) 네, 장관 Q&A 골프 질문 추가할게요
에... 또?
(백진) 끝이야?
(연화) 저 발표하겠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 [헛기침]
어,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 (백진) 아 - (연화) 해명시청이 누군가...
집안의 누구 돌아가신 날인가? [연화가 말한다]
부모님 두 분 다 여름 아니었어요?
(연화) 그러니까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게 확실히...
[연화가 계속 말한다] 동창회?
(신철) 아, 네가 그런 데 나가기나 하냐
안 가려고 표시해 놨다면?
[혜리의 웃음] (신철) 씁, 그건 좀 창의적인데?
[신철이 살짝 웃는다]
(연화) 그러니까 음...
[큰 소리로] 미드타운 들어서는 해에 그런데 갑자기 그 제안이 풀린 겁니다
마법처럼요
(연화) 그러니까 인허가 과정에서 분명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짜로?
네, 거기 페이퍼에 자세히 적어 놨습니다
그쪽은 기자 말고 소설 쓰는 게 어때요?
'마법'?
팩트는 하나도 없고 주장만 반복해서
시청 직원 인터뷰는? 내부 고발자 없어?
책상머리에 앉아 가지고 부동산 투기만 알아봤니?
너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기사 한 줄도 못 내
[무거운 음악]
죄송합니다
(신철) 자, 자, 자, 자, 자 다들 긴장하자고, 응?
이거 나가면 싫어할 사람들 무지하게 많아요
정부는 지방 선거가 코앞인데
검경이 아주 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놨어
(남규) 경찰청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신철) 이게 무슨 말이냐, 어?
청장 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는다는 얘기지
(신철) 자, 그럼 우리가 요만한 꼬투리만 줘도
우리를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들이 거리에...
어떨 것 같냐, 승용아?
- (승용) 많다 - (신철) 그렇지 [남규가 피식한다]
[봉길이 문을 똑똑 두드린다]
팀장님 9층 호출입니다, 긴급요
- (신철) 긴급? - (백진) 긴급?
- (봉길) 예 - 갔다 올게
(혜리) 보통 방송 없는 날은 안 부르지 않나?
(종태) 금일봉 주려고 그러는 건가? [혜리의 헛웃음]
(신철) 예이, 말도 안 되는 소리
- (신철) 짠돌이가... - (백진) 야!
[신철의 웃음]
- (종태) 뭐, 오늘 회식인가 보네? - (승용) 금일봉?
[명호가 마우스 휠을 도르르 움직인다]
(명호) 어, 사고 원인 어디까지 파악됐어?
[마우스 휠을 도르르 움직인다]
그럼 뭐, 내부 증언은 못 딴 거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계속 중간보고해
(명호) 오케이, 수고
네, 선배님 왜 바로 올라가시지 않고?
(근화) 이사 회의
분위기 대충 파악했어?
(명호) 예, 뭐, 대충
(근화) 티 내지 말아
어찌 됐든 집안싸움이야
(명호) [웃으며] 걱정 마세요
저 이래 봬도 감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명호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문이 덜컥 닫힌다]
(태섭) 자, 그럼 시작하죠
긴급 이사 회의를 연 이유는 다들 알고 계시죠?
유명호 국장
미드타운 붕괴 사고를 둘러싼 뉴스9의 오보는
심히 유감이었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태섭) 우리 방송사 간판 뉴스에서
사과 방송까지 했다는 건 너무 큰 치욕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헛기침]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 왔는데
제 실수로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무너뜨린 것 같아
책임을 정말 크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근화의 한숨]
(태섭) 김백진 앵커
(백진) 예
같은 보도국 식구 심장에
칼을 꽂은 소감이 어때요?
(백진)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섭) 물론 뉴스9의 오보도 유감이지만 더 유감스러운 건
아르곤의 태도라는 겁니다
(이사) 뉴스9 사과 방송에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김백진이 당신이야
[긴장되는 음악]
그게
무고한 피해자를 악마로 만든 오보보다 더 큰 질책을 받아야 될 이유입니까?
(백진) 아르곤은 오류를 바로잡고 팩트를 전달했을 뿐입니다
이번 오보는 검경에서도 놓친 일이에요
뉴스9뿐만 아니라 타 경쟁 뉴스도 다 물먹었다고요
(이사) 아이, 그래서
그 대단한 아르곤 시청률 얼마나 나왔습니까?
7%를 못 넘겼어요
뉴스9으로 토스해 줬으면
시청률 20은 장담했을 거 아니야!
[어이없는 숨소리]
광고도 몇 개 못 팔아먹으면서
(명호) 결과적으로는
국장인 저의 판단 미스입니다
후배인
우리 김백진 앵커를 더 잘 이끌지 못해
- (명호) 죄송합니다 - (백진) 만약
타사에서 저희를 오보라고 방송했을 때
그 재앙은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사장) '아군끼리 난사 금지'
한때 전설과도 같았던 한 방송사 사장실 벽에
붙어 있던 글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김백진 앵커
예
자사 프로끼리 공격하지 말자는 은어죠
하지만 그건 사내 질서를 위해서...
(사장)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신뢰도를 위한 부칙 같은 것이기도 하지
[긴장되는 음악] 자네가 시청자라면 고작 몇 시간 안에
완벽히 다른 시각의 뉴스를 보도한 방송사를 신뢰할 수 있겠나?
자네 말은 언뜻 옳은 듯 보이지만
나한테는
아르곤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면
HBC 전체의 신뢰도는 추락해도 좋다는 말로 들리네만?
[깊은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물을 쪼르륵 따른다]
(신철) 뭐 하는 거야?
(혜리) 큰형님, 시간 있으세요?
(신철) 못생긴 여자한테는 없는데
[혜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혜리) 나도 덜 생긴 늙은 남자하고는 말 섞고 싶지 않거든요?
[멀리서 전화벨이 울린다]
목구멍에 걸린 얘기라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당신은 말이야, 응?
원고도 그렇고 항상 쓸데없이 공격적이야
그냥 대답하면 되지 꼬박꼬박 반격 모드로
다음 개편 때...
우리 프로 없어집니까?
뭔 헛소리야?
어젯밤에 편집실에서 들었는데
아르곤이 살생부 맨 첫 줄에 올랐대요
다음 개편 때 우리 팀 예산도 절반으로 깎인다는 소문도 돌고
그렇게 목줄 쥐고 흔들다 결국 없애겠다는 속셈 아니야?
당신은 말이지
방송 밥을 10년을 드셔 놓고도 그렇게 감이 없나?
내 감이 뭐 어때서요?
아이, 지난 10년 동안 개편 때마다 있었던 얘기 아니야? 어?
그 소문으로만 따지면 우리 아르곤은 수십 번 없어졌겠네
사람이 귀가 얇아 가지고
확실해요?
(신철) 분위기를 봐 봐
아까 회의 때 시청률 잘 나왔다고, 어?
좋아할 때는 언제고 말이야, 어?
이게 최고참이 돼 가지고 넌 헛소문이나 퍼트리고 [혜리의 걱정 섞인 숨소리]
애들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입단속 잘해
큰형님은 정규직이니까 귀 닫고 살아도 되지만
씨,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재계약 철만 되면
심장이 벌렁벌렁한다고요
콱...
가서 일이나 하셔, 으이구
[혜리의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직원1) 어, 왔어?
(신철) 야
우리 아르곤 제작비를
뭐, 반으로 깐다는 아주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
그거 사실이야?
(직원1) 어디서 들은 거야, 또?
(신철) 아이, 사실이야, 아니야? 그것만 얘기해, 인마
[백진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답답한 숨소리]
어, 형
(신철) 어, 백진아
야, 우리 괜찮은 거냐?
9층에서 뭐라냐?
뭐...
뭐, 별거 아니야
아, 근데 제작비를 왜 줄인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신철) 아니, 육 작가가 어디서 이상한 소문을 물고 왔길래
내가 방금 총무과 가서 확인했어요 다음 개편부터
야, 우리 아르곤 제작비 반으로 줄인단다
어떻게 반으로 줄여? 지금도 빠듯한데
아, 만들지 말라는 얘기지, 뭐, 아, 씨
(신철) 견제 들어온 거 같은데 대가리가 누구인 거냐? 이거, 어?
야, 이거 아무래도 개명호 그 자식
우리한테 물먹고 빡돌아 가지고 지금 화풀이하는 것 같은데
- (신철) 아이, 덜떨어진 놈 - 일단 사무실로 와
제작비는 내가 유 국장하고 다시 말할게
에이 [능청스러운 웃음]
아유, 선배님
지난번에도 버디 다섯 개로 다 죽여 놓으셨잖아요
오늘은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트렁크를 쾅 닫는다]
(명호) 예, 예, 그럼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충성
웬일이야?
뭐, 아직 볼일이 더 남았어?
대체 무슨 수작이에요?
(백진) 9층에서 문책받은 것도 황당한데
제작비까지 줄여요?
지금 복수하는 거예요?
복수?
[긴장되는 음악] (명호) 야
이건 그냥 산수 같은 거야
방송사가 계산기 두드리는 기준은 하나밖에 없어
(명호) 시청률이 안 나오면 폐지하는 거고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자르는 거고
[백진의 어이없는 숨소리]
(명호) 그게 다야
너도 그 오래 묵은 계약직 애들만 깔끔하게 청소해도
한결 나을걸?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다그쳐 가지고 겨우 일하게 만들어 놓으면
급여 오른다고 자르고
이런 식으로 하면 뉴스 스태프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합니까!
그럼 네 돈 내고 하든가
맘에 안 들면 애들 데리고 나가 요즘 유행하는 거 있잖아
독립 언론 같은 거
(명호) 아이고, 자식이 돈이 없으면
돈 주는 사람 말을 좀 들어야지
바른말 좀 한다고 뉴스를 없애요?
그게 무슨 언론입니까?
바른말은 무슨, 순 뻥카나 치는 주제에
- 뭐요? - '혜택'? '위험한 미스터리'?
(명호) 있지도 않은 사고 원인 만들려고 용을 써요, 용을
적당히 좀 해라
(백진) [차 문을 탁 잡으며] 아이...
우리 보도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헛웃음]
야, 김백진아
(명호) 네가 아무리 날고뛰어 봐야 부처님 손바닥이야
까불지 마, 인마
[차 문이 탁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야, 용병
네
너 지금부터 민호 서포터로 붙어
(연화) 네
근데 그럼 제 아이템은 누가...
누가 그 오물을 뒤집어쓰는데?
(백진) 무조건 킬이니까
기자놀이 그만하고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해
- 팀장님, 하지만... - 왜?
서포트는 하기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너 혼자 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일 주는 거니까
아르곤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얌전히 알바나 뛰어
[성난 숨소리]
(백진) 형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민호) 어? 뭐, 뭐야, 이거?
'뉴스 특보 방송 준비 모의 훈련'?
'3부조 스튜디오 사장님 특별 지시 사항'?
(남규) 아이, 씨, 뭐야 이거, 뜬금없이, 진짜 [승용이 중얼거린다]
승용아, 야, 너 하던 거 빨리 마무리하고 가자, 야
[남규가 재촉한다] (민호) 야, 야, 빨리, 야, 3부조래, 3부조
야, 다 가지 마!
(민호) 아이, 아이, 팀장님
이거 사장님 특별 지시랍니다 그냥 운동하는 셈 치시고...
(신철) 힘 있니? 가자, 가자
(민호) 야, 뭐 해, 빨리 움직여, 승용아!
가지가지 한다, 진짜 [팀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긴장되는 음악]
[깊은 한숨]
(직원2) 7분 30초, 앵커 입장 완료
[신철이 숨을 후 내뱉는다]
[신철의 가쁜 숨소리]
(신철) 백진아, 준비됐어?
- (백진) 빨리해 - (신철) 오케이
(신철) 5
[백진의 한숨] 4, 3
둘, 하나, 앵커
뉴스 속보입니다
해명시 미드타운 쇼핑몰에서 다시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백진) 현장에는 150명 이상의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모니터 속 백진) 악천후로 구조 작업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다시 경찰 발표를 보시겠습니다
(수민) 뭐야?
아무도 없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연화) 예, 누구세요?
다들 어디 갔나 봐요?
아, 지금 속보 모의 훈련 나가셨는데
- (수민) 아... - (연화) 무슨 일로?
어? 전에 학교에서 봤죠?
아, 아 [살짝 웃는다]
아, 안녕하세요
- 그때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요 - (연화) 네
(수민) 작가님이신가, 기자님이신가?
아, 일단은 기자입니다 [수민이 살짝 웃는다]
채수민이에요
- (연화) 아... - 아르곤에 법률 자문 해 주고 있어요
저는 아직 명함이 없어서
- 이연화입니다 - (수민) 음
[작은 소리로] 아, 연화 씨...
팀장님, 금방 오실 거예요 잠깐 앉아서 기다리세요
(수민) 네
(연화) 네
[수민이 숨을 하 내뱉는다]
[마우스 클릭음]
(수민)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연화) 아, 얼마 아직 안 됐어요
(수민) 김백진한테 맨날 혼나겠다, 그렇죠?
(연화) 예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요
(수민) 아유, 안 되겠네, 김백진
어떻게, 내가 조금 패 줄까요?
[웃으며] 예? 아니요, 아니요
[연화가 살짝 웃는다]
(수민) 김백진, 내 대학 선배예요
술은 나하고 제일 많이 마셔 놓고
결혼은 내 베프하고 했죠
오늘 선배 감옥 가는 거 막아 주려고 온 건데
그냥 확 보내 버릴까요?
[함께 살짝 웃는다]
[작은 소리로] 네, 좋아요
뉴스 속보 마치겠습니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철) 아유,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정말
[혜리의 지친 신음]
[종이가 탁 떨어진다]
야, 이거 빼
[뛰어오는 발걸음] (백진) 빨리!
[휴대전화 조작음] (직원2) 9분 10초, 완료
(백진) 야, 차라리 화재 훈련을 시켜
이런다고 뉴스 좋아지냐?
(직원2) 아, 저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저도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신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야
이거 몇 분 안에 해야 합격인 거야?
(직원2) 5분 안에 하랍니다
(신철) 아이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민호) 아이, 근데 뉴스9 애들은 안 보이네요?
모의 훈련은 오히려 그쪽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혜리의 가쁜 숨소리]
(직원2) 수고하셨습니다
- 제가 이따 또 전화 드릴... - (백진) 우리 바쁜 사람들이야
이걸로 끝내, 또 부르면 죽여 버린다?
[직원2의 난처한 숨소리]
- 가시죠 - (신철) 쯧
[팀원들의 한숨] (민호) 특종을 했는데 어째 벌받는 분위기네요
(남규) [짜증 내며] 아, 우리가 왜? 시청률 잘 나왔잖아요
(혜리) 우리만 잘 나왔잖아
[민호의 한숨] 배신자라는 거겠지
지금부터
전원 회사 밖으로 외근 나간다
사무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 것
(종태) 훈련 사인 다시 오면 어떻게 해요?
특히 그 사인 무시해
(승용) 보고할 거 있으면요?
나 아지트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 찾아와
(혜리) 밖에서 바로 퇴근해도 됩니까?
당연하지
- 아, 나가 - (신철) 얍!
- (남규) 어? - (백진) 아, 나가! [신철의 힘주는 신음]
- (신철) 야, 가자, 가자 - (남규) 그래, 그래도 돼?
[백진의 한숨] - (신철) 넌 남든가, 그럼 - (남규) 아, 아이, 선배님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아지트로?
알았어요
[통화 종료음]
아이고...
(수민) 저기
사람이 나쁜 건 아니에요
네?
백진 선배요
아, 예 [잔잔한 음악]
뭐랄까, 씁...
일에 대한 기준이 좀 높달까?
뼛속까지 더러운 완벽주의자거든요
[살짝 웃는다]
사이코한테 인간 취급 받는 방법 알려 줄까요?
엉덩이 들고 뛰는 거예요
(수민) 아무리 야차 같은 김백진도
현장 뛰면서 구두 굽 까진 기자들은 인정하거든요
신철 선배처럼
그럼 저 가 볼게요
아, 예
감사합니다
[살짝 웃으며] 다음에 또 봐요
[숨을 후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민호) 자, 팀장님 - (백진) 응, 생큐
- (민호) 팀장님 - (백진) 응
저...
용병 데리고 해야 됩니까?
(백진) 적당히 시늉만 해
[민호의 한숨]
그냥 맞춤법 교육이나 시켜야겠네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 (민호) 저 갈게요 - (백진) 응 [휴대전화 진동음]
(민호) 네
(연화) 아, 예, 선배님
(연화) 장관 Q&A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지...
아... 그, Q&A
영문으로 번역해 봐
예?
장관님이 한국 사람인데 왜 영문으로...
(민호) 아, 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냥 하는 데까지 해 봐 영어 공부하는 셈 치고
끊는다 [통화 종료음]
[깊은 한숨]
이야
아르곤 대단하다, 대단해
[한숨]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짜증 섞인 신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호) 어?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민호) 네, 잘 지내시죠? 저기
어유, 채 변!
(수민)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죠?
[백진이 살짝 웃는다]
(백진) 왜, 강렬하고 좋잖아
넌 이름이 평범해 가지고 그런 임팩트가 필요해, 채 변
어유, 초딩이냐? [백진의 옅은 웃음]
(백진) 그래서
어떻게, 후배님, 전...
파산을 면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요?
(수민) 글쎄요, 이런 정신 상태로는 힘들 거 같은데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마우스 클릭음] [노트북 알림음]
아, 다 했다
[피곤한 숨소리]
[피곤한 숨소리]
그래, 여기가 막장인데
나도 구두 굽 한번 까 보자
[밝은 음악]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백진) 아, 뭐 이렇게 많아?
(수민) 이번이 몇 번째 소송이에요?
(백진) 서른 번 넘으면서 안 세기로 했어
그렇게 건성으로 막 찍지 말고 한 번은 읽어 봐요
성종 교회 사건 좀 까다로워
(백진) 됐다
사과 방송에
현탁이 해고에
이미 못 할 짓 다 했어
[수민의 깊은 한숨]
감옥 안 보내 줄 테니까
[문이 쾅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저녁 사요
(백진) 오늘? 아, 오늘 안 돼
내가 전화로 시간 빼 놓으라고 했잖아요
- (혜리) 안녕하십니까, 변호사님 - (백진) 어, 왔어?
(수민) 안녕하세요
(혜리) 부탁하신 자료들요
지반 강화 공사에 관한 건 다 긁어 왔어요 [수민의 옅은 한숨]
(백진) 음, 생큐
아, 이거였네요, 팀장님!
(백진) 뭐가?
빨간 별 다섯 개 용건
(백진) 응?
[혜리가 살짝 웃는다] (백진) 이건가?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뭐야, 기분 나쁘게, '이거'?
팀장님이 아침부터 우리들 들들 볶고 계시거든요
(혜리) 다이어리에 오늘을 엄청 중요한 날로 표시했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며
(백진) 아니야
설마 내가 채 변 만나는 날을 중요한 날이라고 했을까
(수민) 위험 수위를 넘어가려고 하는데? [백진이 입소리를 쩝 낸다]
- 뭐, 고기 사 주면 용서해 줄게요 - (백진) 오늘 안 된다니까
(백진) 오늘 다른 여자랑 저녁 먹기로 했어
누구?
- 저 갈게요 - (백진) 어, 어, 가
(백진) 수고했다
(수민) 누구냐고
(백진) 아, 참, 궁금한 거도 많다
자, 다 찍었다
- 말 안 한다 이거지? - 서우다, 내 딸!
(백진) 아이고, 참 [수민이 피식한다]
그럼 부녀 데이트에 나도 낄까?
(백진) 안 돼
오늘 아버지로서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
혼내려고?
아, 나 이거 혼내야 할지, 달래야 할지
아, 딸 키우기 어렵네
(수민) [피식하며] 치
오늘 무슨 날이냐?
[백진이 냄새를 씁 들이켠다] 향수까지 뿌리고
[수민의 어이없는 웃음]
신경 끄시죠?
[한숨 쉬며] 선배
(백진) 응
서우도 벌써 열다섯이에요
애가 아니라 어른으로 대하라고
특히 선배는
그, 말투에 따지는 조가 있어서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주니까 조심하고
참, 나
너는 생긴 거에 비해서
나름 착하게 컸어
치 [수민이 가방을 달그락 집는다]
- (수민) 아이고... - (백진) 어디 가?
- (백진) 차 마시고 가 - (수민) 됐어!
[피식한다] [서류를 바스락 집는다]
[매미 울음] [휴대전화 조작음]
(혜리) 내 앞에서 애정질 하지 말라고 했나, 안 했나?
(진희) [살짝 웃으며] 우리 그이가 애교가 좀 심해서요
아, 그래, 사부님, 소개팅하실래요?
(혜리) [한숨 쉬며] 밤 12시나 새벽 2시에도
가능하다면 하자
씁, 근데 서른다섯에
월수입 150도 소개팅을 할 수가 있나?
그것도 계약직?
(진희) 아이, 사부님, 그건 당연히 속여야죠
뭐, 일단 방송 작가라고 하면 '우아' 하니까
(혜리) [코웃음 치며] 우아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연화) 뭐야
[매미 울음] 벌써 손들을 탔네
(중구) 뭐야
서울 살면서 왜 이제 와?
뭐야, 왕중구?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내가 3일 동안 죽 때렸는데 대표 집에 없어
아, 그래?
아유, 꼬라지
따라와
뭐야, 너 뭐 아는 거 있어?
(중구) 와, 얼른
뭔데?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철) 뭐야, 채 변은 간 거야?
(백진) 어
(신철) 너도 참 어지간하다
참 무심해
(백진) 굳은살 박인 거지
(신철) 아이, 강 목사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 정말
뭐, 도박은 했지만 헌금으로 한 건 아니라고?
어이구
이런 말장난에 사과 방송이나 하고 정말, 어유, 씨
야, 이 성종 교회 건은 이걸로 이제 끝나는 거냐?
- (백진) 거의 - (신철) 에잇 [신철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백진) 형
아까 형 전화 받고
내가 유 국장이랑 한바탕했는데
국장이 용병의 아이템을 알고 있더라고
(신철) 응?
'미드타운 혜택'이니 '인허가 미스터리'니
참
용쓰지 말라고 훈계를 다 하네
아이, 네가 아침에 킬한 거?
- 그걸 유 국장이 알고 있다고? - (백진) 응
(신철) 와, 이제 용병을 프락치로 쓴다?
아이, 개명호 그 자식은 뭐 한다고 우리를 그렇게 감시를 해 대는 거냐?
모르지 뭐, 어쩌려는 건지
(신철) 아이고, 제작비 잘라
똥개 훈련에 프락치까지
김백진이 낮술 할 만하네
그게 다가 아니야
뭐?
아까 일방적으로 9층에서 얻어터졌어
내가 아군을 난사했대
[헛웃음]
본부장이 뉴스9 감싸고
우리만 조지더라고 사장까지 직접 행차해서
(신철) 와, 나 정말
아니, 근화 형은? 그 양반도 가만있어?
[신철의 탄식]
이제 이 회사에 우리 편은 하나도 없는 거구나
(신철) 어휴, 나쁜 새끼들 정말
야, 너 어디 가냐? [백진의 옅은 신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근화) 응
(백진) '은퇴 후 8만 시간'?
뭐예요, 이게?
아무래도 네가 나보다 먼저 그만둘 거 같아서
널 위해 골랐어
[백진의 헛웃음] 왜 보자고 했어?
(백진) 아...
선배님
죄송했습니다
저희 보도로 많이 난처하셨죠
[백진의 멋쩍은 웃음]
[작은 소리로] 사과 한번 빠르다
(근화) 덕분에 해외에 사는 손자한테까지 전화를 다 받았네
[근화의 웃음]
- (백진) 죄송합니다 - 사과는 1절만 하고
진짜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근화의 헛기침]
[백진의 힘주는 신음]
(백진) 이틀 전에
본부장이
아르곤에 와서 격려를 해 줬어요
[책을 툭 내려놓으며] 근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이유가 뭡니까?
(백진) 사장이 직접 문책한 것도 모자라서
저희 제작비까지 하루아침에
반토막 났어요
[깊은 한숨] 돌려서 안 묻겠습니다
대체 이 회사가 저희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그런 너희가 회사한테 원하는 게 뭔데?
아, 9층에서 욕 좀 먹었다고 그렇게 억울해? [잔잔한 음악]
아유, 그...
(근화) 아,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이 하나 없어
광고 수익, 높은 시청률 보도국의 명예
아니, 이미 오보를 저지른 마당에 드높일 명예가 어디 있어요?
아, 선배님까지 지금 틀렸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근화) 이건 옳고 그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너희 팀이 살아남는 법에 대한 얘기야
정말 아르곤의 존속을 원했다면 너는 오늘
명호처럼 머리를 조아렸어야 해, 인마
넌 유 국장이 천하의 기회주의자
무능한 쓰레기로만 보이지?
착각하지 마라
그렇게 살아남아서 길게 보도하는 거
그것도 기자야
근데 넌 옛날의 아르곤만 찾고 있어
알겠지만 보도는 생물이다
현실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거라고
아, 저, 선배님...
회사가 진짜 원하는 거?
회사가 진짜 원하는 거...
(근화) 사장은 아르곤의 DNA를 바꾸고 싶어 해
겁 없이 사장 건드리는 애들 껍데기는 두고
알맹이만 싹 다 바꾸고 싶다는 얘기야
얼굴마담인 김백진 너만 빼고 전부 다
(백진) 예?
[근화의 깊은 한숨]
(백진) 선배님, 저, 아르곤은요
저희
공장에 하나밖에 없는
탐사 보도 프로예요
선배님, 저...
도와주십시오
저 아르곤 지키고 싶습니다
너
어디까지 각오하고 왔어?
애들만
저희 팀원들만 지킬 수 있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연화) 미드타운 대표 대단하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낮에는 오락실에서 취미 생활 하고
밤에는 수라상 받고
구속 앞둔 사람 맞아?
[비가 쏴 내린다] (중구) 근데 이 사람들 누구지?
(연화) 그, 도시 계획 위원장 양호중
미드타운 인허가 내준 사람이야
해명시청하고 미드타운하고 뭔가 있었다는 게 확실하다니까?
역시 내 촉이 맞았어
(연화) 씁, 근데
저 흰머리, 저 사람 누구지? [카메라 셔터음]
(중구) 아, 나 어디서 봤는데
(연화) 알아?
(중구) 잠깐만
봤어
[긴장되는 음악] (연화) 국토부 차관?
아, 차관이 왜...
아니, 재난 사고 일으킨 당사자하고 차관하고...
이게 말이 되는 그림이야?
상식 밖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술잔이 잘그랑거린다]
(중구) 야
[연화의 놀란 신음]
(중구) 저 방만 예약한 게 아니라
불구속 입건 [카메라 셔터음]
기소 유예도 예약해 뒀겠네 [연화의 짜증 섞인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연화) 사진 공유하자
(중구) 야, 왜?
(연화) 이번에는 전화 연결 말고, 어? [카메라 셔터음]
방송 출연 하게 해 줄게
자막, 기자 왕중구 박아서, 응?
- (중구) 계약서 써 - 콜!
(중구) 콜!
[쓸쓸한 음악]
(백진) 아, 예, 선배님
아, 저녁 약속 있어 가지고 가고 있는 중입니다
예, 예
[지하철 안내 음성이 들린다] 아, 지금요?
아, 제가...
아, 아, 아, 아닙니다, 예, 예, 예
예, 그럼 장소는...
아, 예, 예, 문자로 보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연화) 아, 미치겠네
보내자니 무섭고 덮자니 찝찝하고...
그래
[잔잔한 음악]
(연화)
(연화)
(연화)
(연화)
[숨을 후 내뱉는다] [지하철 도착 알림음]
[지하철 안내 음성] 지금 서울...
[휴대전화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지하철 안내 방송] 일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내 음성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연화가 중얼거린다] [휴대전화 버튼음]
[한국어] 됐다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휴대전화를 탁탁 치며] 됐어, 잘했어
[휴대전화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삐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알았어
응
[메시지 알림음]
(백진)
- (종업원1) 예약하신 분 성함이? - 최근화
어, 죄송합니다
다른 일행분 성함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혹시
뭐, HBC 보도국 없나요?
[종업원1이 예약 장부를 사락 넘긴다]
(종업원1) 음...
미드타운 관계자 있나요?
아, 네
홍보 이사님 와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 예
[옅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문이 드르륵 열린다]
(근화) 어, 왔어?
(선배) 어, 어서 와
[난처한 숨소리]
지난번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선배님
(선배) 앉아라
예
[한숨]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연화) 안녕하세요
[문이 달그락 닫힌다]
어, 여기 순댓국 하나만 주세요
(혜리) 너 뭐, 소맥을 이렇게 마니? [봉길이 술을 쪼르륵 따른다]
아휴, 짠 하자, 짠
(봉길) 아유, 다 드시든지
- (혜리) 참... - (봉길) 덜 깼구나 [봉길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진희의 옅은 숨소리]
(진희) 오 마이 갓, 이연화 기자님!
[진희의 반가워하는 신음] (연화) 어...
(진희) 혼자예요?
- (연화) 아, 네 - (진희) 아...
우리는 지금 서러운 계약직끼리
[입소리를 똑 내며] 한잔하고 있었는데
(연화) 아... [연화와 진희가 살짝 웃는다]
같이 하실래요?
- (연화) 아니... 괜찮아요 - (진희) 에이, 가요
(진희) 가요, 가요, 가요
- (봉길) 짠 - (진희) 갑시다
자, 자, 이 기자님 오셨습니다! [혜리의 놀란 신음]
[진희의 웃음] (연화) 안녕하세요
(선배) 그 정도 크랙은 우리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는
흔히 있는 현상이야
(선배) 금 좀 갔다고 부실 공사면
대한민국에 멀쩡한 건물이 어디 있어, 어?
도계위에서 안전 점검 받았고
감리에서도 문제없었어
우리 쪽 관계자 말로는
소장이 상수도를 건드린 게 맞대
(선배) 그게 공사하던 틈으로 터지면서
- (선배) 위층이 무너진 거고 - 예
뭐, 회사 의견은 잘 알겠습니다
사측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사실에 입각해서 보도하겠습니다
[선배의 헛웃음]
우리 미드타운 지역 경제를 받치고 있는 사업이야
(선배) 영업 정지 빨리 풀려야 [잔잔한 음악]
다 같이 사는 거라고, 응?
너만 믿는다?
(차관) [살짝 웃으며] 자, 자, 자, 자
이제 그만하고 [선배의 멋쩍은 웃음]
[근화의 헛기침] (차관) 여기 잔 받아요
자 [백진이 술잔을 탁 집어 든다]
아, 그, 아르곤이었던가요?
- 예 - (차관) 아...
항상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배의 웃음]
(선배) 차관님이 자네 프로에 장관님 나가시도록 힘 많이 쓰셨어
[선배와 차관의 웃음]
- (차관) 선후배가 참 보기 좋네요 - (선배) 감사합니다
자
좋은 보도 기대할게요
예
- (선배) 자, 한잔하시죠 - (차관) 자, 한잔합시다
아, 예
[차관의 웃음]
[숨을 카 내뱉는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이 덜컥 열린다] [비가 쏴 내린다]
(혜리) 아유, 더워
술도 오르고, 어?
멤버도 다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칙칙해 주시고
순대가 한 점 남았으니까 우리가
'러브 액추얼리' 게임 할까? [진희의 애교 섞인 신음]
- (봉길) 콜 - (진희) 찬성 [혜리의 웃음]
그게 뭐예요?
아이, 그걸 몰라요? 기자님이?
(혜리)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보면 거기에
친구들이 모여 가지고 누가 제일 불행한가
얘기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초코케이크 걸고
휴 그랜트랑 로버츠... [봉길의 술 취한 신음]
- 줄리아 로버츠 나오는 거, 어 - (진희) 줄리아 로버츠
그건 '노팅 힐'인데 [봉길의 술 취한 숨소리]
'노팅 힐', '노팅 힐'이야?
(봉길) '노팅 힐'이라고 [혜리의 멋쩍은 웃음]
(혜리) 맞네, 씨, 너는! [진희의 아파하는 신음]
- 틀렸는데 왜 찬성을 하고 지랄이야! - (진희) 씨, 아파요, 아파요
(혜리) 어쨌든 그거 합시다, 우리!
진희, 너부터 해 봐
그럼 뭐, 제일 불행하면 순대 먹어요?
그래, 이년아, 빨리해, 고
[깊은 한숨]
나처럼
이렇게 예쁘고 몸매 좋고 매력적인 사람이 [봉길의 짜증 섞인 숨소리]
[혜리의 한숨] 순대 한 점 먹으려고 이렇게 불행한 척하는 게
- (진희) 저는 - (연화) 원래 저런 스타일이에요?
- (진희) 너무 불행해요 - (봉길) 아, 원래 좀 재수가 없어요
(연화) 아... [봉길이 중얼거린다]
너는 탈락이야
(혜리) 넌 처음부터 탈락이고, 봉길이 해 봐 [진희의 술 취한 신음]
봉길이, 빨리해 봐
(근화) 잘 참았다
(백진) 참고 또 참고
이렇게 하면 끝에 뭐가 더 있습니까?
(근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만한 힘을 길러야겠지
그때까지만 참아
[백진의 웃음]
(백진) [허탈하게 웃으며] 그러니까 결국
아르곤 후속 보도를 막으려고
회사에서 그 생쇼를 한 거네
정부 차관까지
약을 치고
[백진의 웃음]
이거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 거예요?
아르곤 식구들만 생각해
[잔잔한 음악]
(근화) 자
응
[백진이 쇼핑백을 부스럭 받는다]
나 간다
(근화) 간다
[차 문을 탁 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픽 웃는다]
(봉길) [혀 꼬인 말투로] 아이, 그, 저는
이, 서울 올라와 갖고 방송사 취직 하모
그, 이쁜 여자들 억수로 많이 볼 줄 알았거든요
- (혜리) 보고 있잖아, 지금 앞에! - (봉길) 아, 고통스럽게 하지 마, 어?
마, 근데 그, 맨날맨날 보는 그, 옘병, 그, 김백진이, 씨
(진희) 염병 [혜리가 중얼거린다]
순대는 제가 먹겠습니다
(혜리) 야, 이씨, 너 인마, 확 인마, 너 장난해?
넌 그게 불행이냐?
너는 내가 지금부터 불행이 뭔지 제대로 한번 느끼게 해 줄게
(봉길) 아...
(혜리) 나는
딱 1년만 하려고 그랬다
구성 작가, 근데
(혜리) 월, 화, 수, 목
[어이없이 웃으며] 금, 금, 금, 금
내가 이거를 11년째 하고 있네
[봉길의 안타까운 숨소리] (연화) 11년?
(혜리) [젓가락을 잘그랑 내려놓으며] 내가 매일매일을
사이코한테 욕을 먹고
엉큼한 신 영감한테 성희롱을 받아 가면서
- (봉길) 우아 - (진희) 받아 가면서
(혜리) 35년째
- (혜리) 강제 독신 - (진희) 독
(진희) 독신!
내가 빚도 3,200이다 [젓가락을 잘그랑거린다]
내가 이거 먹는다
- (진희) 드세요, 드세요, 드세요 - (봉길) 드세요 [연화의 다급한 신음]
제 얘기도 들어야죠
- (봉길) 아이, 뭐 - (진희) 아, 진짜, 이...
- (진희) 언니는 사실 자격이 없지 - (봉길) 기자라며, 치 [연화의 의아한 신음]
(진희) 계약직이라도 기자잖아
(봉길) 그러니까 [연화가 살짝 웃는다]
[혀 꼬인 말투로] 제가 진짜 기자로 보여요?
[봉길과 진희의 야유하는 신음] (연화) 아니, 아니, 사무실을 둘러봐요
누가 날 기자로 봐 주나 [진희의 한숨]
[혜리가 술을 쪼르륵 따른다] (연화) 용병 들어왔다고, 어?
그, 좀비, 어, 쓰레기 취급 받다가 [혜리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 (봉길) 짠, 짠, 짠, 짠 - 여기 아르곤
아르곤으로 발령받았더니, 응?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저마다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서 여기 와 가지고 내가 제일 좋았는데 [봉길의 옅은 신음]
- (봉길) 음 - 여기에서가
[휴대전화 진동음] 제일 아파요
- (혜리) 네 - (봉길) 짠, 짠, 짠, 짠, 짠...
[술잔이 잘그랑 부딪힌다]
나도 떳떳하게 공채로 들어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가 대한민국 언론사 시험을 다 봤거든요?
근데
(연화) 다 떨어졌어요
[봉길이 중얼거린다]
그래도 어떡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건
기자밖에 없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TV 속 앵커3) 해명시 미드타운 붕괴 사건...
- (진희) 어? - (혜리) 우리 예고편이다
(TV 속 앵커3) 일주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연화의 어이없는 신음]
사고 현장은 빠르게 정상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연화) 저런 것도 내 말을 끊네
[TV에서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연화) 진짜 짜증 난다
(혜리) 보고 있어
(봉길) 아유, 예고편이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진희) 그, 김백진이 화면에서 사라졌네요?
(TV 속 앵커3) 오늘 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통화 종료음] (봉길) 아니,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혜리의 한숨] (연화) 부실 공사, 사고 원인
[혜리가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이런 거 다 빠졌는데, 뭐지?
(봉길) 그게 뭔 상관이야 지금 김백진 얼굴이 안 나왔는데
(혜리) [한숨 쉬며] 지금
전화 온 사람이 9시 뉴스 팀 친구 작가인데
쇼킹한 정보를 주네
김백진이 사장하고 한판 붙었단다
(봉길) 아, 어쩐지 그...
[감성적인 음악]
(혜리) 보도국이 아주 우리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미드타운 후속 보도를 아예 못 하게 했나 봐
그것도 우리 계약직 목숨 줄을 담보로 [문이 쾅 닫힌다]
(혜리) 그런데 김백진이가 [백진이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우리 살리겠다고 진짜 보도를 포기했단다
믿어지냐?
천하의 사이코가 우리를 위해서 그런 딜을 했다는 게?
(서우) 김 기자님
저녁 약속 깬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애초에 기대도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결혼기념일 잊으신 거 축하드려요 [백진의 옅은 한숨]
또 급하고 중요한 뉴스가 잔뜩 있었겠죠?
[백진의 깊은 한숨]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사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친 숨소리]
[훌쩍인다]
(백진) 미안하다
살아 있을 때도 기억 못 했는데
또 까먹었네
(종업원2) 생일 축하드려요
(수민) 원규 씨밖에 없네요
고마워요
(수민) 김백진
어떻게 사람이 변하지를 않냐
연초부터 달력에다 표시까지 해 줬는데
[수민이 입바람을 후 분다]
[달칵거린다]
[연화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힘주는 신음]
아...
대단하다, 진짜, 용감하다, 용감해
아니면 회식 때문이라고 그럴까?
술 먹어서 눈에 뵈는 게 없다고?
그래
술 먹어서 그랬다 그러자
좋다
[피곤한 숨소리]
[깊은 한숨]
[놀라는 숨소리]
팀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저...
어제 보낸 문자 혹시 확인하셨나요?
(백진) 문자?
(연화) 아, 네, 어제저녁에 제가 문자...
(백진) 이 '8847'이 네 번호야?
(연화) 예
[긴장되는 음악]
(백진) 너 이거 어디서 났어?
그게
제가 직접 미드타운 대표 뒤밟아서 찍은 겁니다
너 이거
유명호한테 안 가져가고 나한테 보낸 저의가 뭐야?
- 누구요? - 유명호 국장
아, 보도국장님 말씀이세요?
그걸 제가 왜 그분한테...
[컵을 탁 내려놓는다]
(백진) 너 유 국장하고 어떻게 되는 사이야?
(연화) 예?
저, 축구장에서 처음 뵈었는데요?
[큰 소리로] 어디서 거짓말이야 최소한 면접 때 봤을 거 아니야?
제 면접은 최근화 선배님이 보셨는...
진짜야?
- 유 국장이 너 뽑은 거 아니야? - 예, 아닙니다
(백진) 브리핑해 봐
- 예? - 내용 설명해 보라고
아...
(연화) 그, 오른쪽은 아시다시피 미드타운 대표 서장혁이고
[흥미진진한 음악] 어, 앞에는 해명시청 도계위 위원장 양호중 그리고...
(백진) 국토부 제1차관 김대섭이겠지
(연화) 네
일개 쇼핑몰 사장이 시청 공무원도 모자라서
국토부 차관까지 만났어요 [백진의 한숨]
이건 해명시뿐만 아니라 더 윗선까지
- 유착 의혹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 (백진) 야, 용병
그런 의혹 제기하려면 훨씬 더 큰 팩트가 필요해
이런 사진만으로는 부족해!
더 큰 팩트요?
다시 봐 주세요
미드타운 프로젝트는 원래 2년 동안 빠꾸 맞았던 사업이에요
그런데 생긴 지 채 세 달도 안 된 신생 회사가 인허가를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은행은 수백억을 무담보로 제공했고요
그 위에 세워진 게 바로 미드타운이에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건물 세우라고 땅 바꿔 줘, 돈 빌려줘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아직도 이게 소설 같으세요?
(혜리) 우리가 나서는 게 맞겠죠? [봉길이 소리친다]
(봉길) 죄송합니다
저
[봉길의 가쁜 숨소리] (혜리) 미쳤냐?
(봉길) 아이, 그, 아닙니다 [혜리의 한숨]
(혜리) 갈까요?
[혜리의 깊은 한숨] [진희가 숨을 후 내뱉는다]
[봉길이 중얼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혜리) 팀장님, 할 말 있습니다
[혜리의 한숨]
(혜리) 회사에서 계약직 스태프들 다 자르라고 했다면서요?
스태프들 지키고 싶으면 [무거운 음악]
미드타운 후속 보도도 하지 말라고 했고요
- (백진) 너희들 아는 거하고 좀 달라 - (봉길) 상관없습니더
저희들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온 겁니더
(진희) 몸매밖에 볼 게 없는 작가지만 저도 언론인입니다
잘려도 좋으니까 보도해 주세요
(봉길) 저야 잘리면 딴 데 가면 그만입니더
그, 산 입에 거미줄 치라 하겠습니까?
근데 그 죽은 사람들은예
거, 와 그래 된 건지 그거는 밝혀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봉길) 이건 남자의 자존심 문제라고 봅니더
쪼까내면 때리친다 아입니꺼?
남자답게 하이소
(혜리) 전 어차피 이번에 그만두려고 했어요
10년 동안 드라마 소재도 모을 만큼 모았고
근데 현실이 더 드라마 같네
[흥미진진한 음악]
그러니까 더더욱 보도해 주십시오
(혜리) 보도국 단물 다 빨아먹었으니까
노처녀 작가는 신경 쓰지 말고 보도해 주세요
(스태프) 보도해 주세요
(함께) 보도해 주십시오
[펜을 툭 던지며] 일도 못하는 것들이, 아주 그냥
잔머리만 발달해 가지고
뭐, 어디서 소문 좀 들은 모양인데!
아르곤 아무 문제 없어!
(백진) 너희들 능력에 비해서 그, 힘든 주제 다루는 거니까
뭐, 힘들면 언제든 빠져도 돼
임시직 주제에 사람 감동시키려고 그냥...
빨리 나가
[큰 소리로] 아, 일 안 해?
나가
(신철) [손뼉을 짝짝 치며] 자, 자, 자, 자, 방송 준비합시다
방송 준비합시다, 음
장풍!
나가 주십시오
나가 주십시오!
나가 주십시오!
방송 준비합시다 [신철이 사람들의 등을 두드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백진) 용병이라 그런가
애가 무서운 게 없어
킬하랬더니
그걸 기어코 살려 와?
(연화) 죄송합니다
(백진) 해 봐
[감성적인 음악]
(연화) 예?
(백진)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네 능력껏 살려서 어떻게든 대가리 찾아 와
(연화) 지금
저한테 일을 맡기시는 거예요?
(백진) 대신 한 가지 지켜
이거
너하고 나만 아는 거야
[달칵 누른다] (백진) 기자는 감상적으로 일하면 안 돼
여기 왜 지원했어?
(연화) 기사를 쓰고 싶어서요
- (백진) 가자 - (연화) 저도 같이 해요?
왜 이렇게 가식스럽지?
(백진) 급소를 낚아채려면 조용히 몸부터 낮춰
못 하겠으면 언제든지 그만둬 [연화의 깊은 한숨]
(연화) 팀장님이 저한테 처음 시켜 주신 일인데
(광일) 당장 김백진 불러와!
(백진) 선광일의 아내를 성추행했다던데 [희정이 흐느낀다]
사실입니까?
(연화) 왜 거짓말하셨어요?
(명호) 걱정 마요 내 승인 없이는 방송 못 나가니까
(백진) 네가 고발한 상대는 대한민국 검사야, 인마!
(연화)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 (연화) 잠시만요, 질문 몇 개만... - (백진) 씁, 가만있어
(연화) 제가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광일) 당신만은
내 말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고! [연화가 소리친다]
(백진) 이연화!
.아르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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