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3
[허허 웃으며] 야, 브라질 악어가 두 발로 걸었단다 두 발로, 직립 보행
어유, 축구 황제 메시가 야구로 전향한다며 [전화벨이 울린다]
LA 다저스와 계약을 했다는데요, 참 [신철의 웃음]
(승용) 그, 내년부터 모든 블로그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답니다
(남규) 북한 김정은이 원래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웃으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대요
저 여름에 결혼해요
(신철) 야, 종태, 너 진짜 아니야, 그거?
네? 아니요 [종태의 웃음]
[밝은 음악] 아이고, 근데 대체 이딴 날을 누가 만든 거야 그래, 어?
(남규) 육 작가님!
(혜리) 팀장님 오면 물어보세요
다들 일하시고
(남규) 네, 네, 네
(연화) 만우절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날
유명 해외 언론들은
황당한 만우절 특집 기사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한다 [함께 대화한다]
(명호) 어
후속 보도 잘 봤다
편집 잘했더라?
그런가요?
뭐, 9층에서도 다 좋다 그러시고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듣는다, 네가
[백진을 툭 치며] 앞으로도 이렇게만 가자
[엘리베이터 도착음]
아르곤도 꽃길 걸어야지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버튼음] (명호) 안 타?
아, 전 내려갑니다
[잔잔한 음악] (연화) 아르곤도 거짓말을 했다
미드타운 후속 보도는
결국 위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누군가는 실망했고 누군가는 좌절했으며
누군가는 놀랐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르곤의 거짓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엘리베이터 도착음]
더 큰 진실을 말하기 위한 위장이라는 것을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안녕하세요 김백진 기자님 찾아오셨죠?
- (백진) 선광팔이가 왔다고? - (신철) 어
이거 만우절 장난이야?
(민호) 어휴, 불행히도 오피셜입니다 경비실에서 연락 왔어요
아, 집요한 놈, 진짜 지칠 때도 됐구먼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오늘 또 점심 밖에서 다 먹었네
(신철) 야, 선광팔이가 기자였으면
뻗치기 하나는 진짜 잘했을 거야, 그렇지?
야, 걔 지난번에는 얼마나 있었더라?
32시간 30분
- (신철) 아휴 - (백진)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있으려나
아, 근데 우리 단골손님한테 누구 보냈어?
(연화) 저, 팀장님 지금 외근 중입니다
제보하실 이야기가 뭔가요? [연화가 펜을 탁 누른다]
[광일이 명함을 쓱쓱 찢는다]
(광일) 맨날 거짓말만 하는 이 기자 새끼들
너 피라미, 가고 당장 김백진 불러와
저한테 말씀하시면 반드시 전달하겠습니다
당장 김백진 불러와!
[연화의 신음] - (광일) 김백진! - (백진) 그만 불러라, 정신 사납게
[연화의 겁먹은 비명] 야, 선광일!
- (신철) 간다, 이놈아 - (백진) 나 여기 있어!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술렁인다]
[연화의 겁먹은 숨소리] (백진) 야
(신철) 야, 야, 야, 야, 야 칼, 칼, 칼, 칼 버려, 칼 버려, 인마!
- (백진) 야, 야, 선광일 - (신철) 칼 버려, 좀!
- (백진) 야, 진정해, 형... - (신철) 그거 아니야, 칼 버려, 좀!
(백진) 아이, 나와 봐!
(신철) [다급한 숨을 내뱉으며] 아이, 씨
(백진) 야, 선광일, 야, 진정해 [뛰어가는 발걸음]
[연화가 울먹인다] (광일) 김백진 외근이라더니
- (광일) 어? - 칼 버리고
[연화의 겁먹은 신음] (광일) 쥐새끼처럼 숨어 있었네?
너, 너 이렇게 설쳐 대다가
감옥 가면 가중 처벌 받는 거야!
일 크게 만들지 말자
이제는 만나 주지도 않겠다?
인마, 내가 왜 이러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울먹이며] 당신만은 믿었어
(광일) 당신만은!
내 말을 들어 줄 거라고 믿었다고!
[광일의 격분한 숨소리] [연화의 겁먹은 신음]
알았으니까 진정하고
칼 버리고 얘 풀어 줘
그러고 다시 얘기해 보자
[연화의 겁먹은 비명]
(광일) 돈 있고 권력 있는 놈 말은 말이고!
나 같은 놈 말은 똥이야? [연화의 겁먹은 비명]
네가 고발한 상대는 대한민국 검사야, 인마!
(백진) 증거도 없이 하는 말이 통할 줄 알았어?
너 이러는 거 아내가 알면 뭐라 그럴 거 같아?
[경비들의 힘주는 숨소리] [연화의 겁먹은 비명]
[경비들과 광일의 힘주는 신음] [연화의 겁먹은 숨소리]
야, 괜찮아?
(백진) 다친 데 없어?
- 이연화! - (광일) 놔!
제 이름 외우셨네요?
[경비들과 광일이 소란스럽다] 이 상황에 뭔 소리야, 이씨
[퍽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경비1의 아파하는 신음]
- (백진) 봐 봐 - (연화) 어, 위험해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광일이 연화의 팔을 쓱 벤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연화의 아파하는 신음]
(신철) 야, 이 미친... [칼이 툭 떨어진다]
[경비들의 힘주는 신음] - (백진) 다쳤어? - (신철) 미친 새끼...
- (백진) 다쳤어? - (연화) 네
(백진) 어, 어?
[힘겨운 목소리로] 아니요, 괜찮은 거 같습니다
[광일이 소리친다] '예'야, '아니요'야?
- (광일) 놔! 김백진! - (연화) 네?
- (백진) 뭐야, 피 나잖아 - (광일) 김백진, 너 이리 와!
(연화) 예?
- (광일) 이리 와 - 피, 피, 피...
(백진) 야, 야, 야, 야
야, 이연화! 이연화!
(의사) 다행히 스치기만 했습니다
한동안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 (연화) 감사합니다 - (혜리) 고맙습니다
[혜리의 한숨] (신철) 보통 칼 들고 덤비면
남자가 여자를 이렇게 감싸 주지 않나?
참 신여성일세
(혜리) 그러길래 깡패한테 왜 여자를 혼자 보내고 그래요?
사무실에 남자가 몇인데
(신철) 아닌데
어, 아니야 난 분명히 민호한테 전달했어
아주 위험한 사람이니까 네가 꼭 가라고
아이, 승용이가 간다 그래서...
야, 오승용
(승용) 아, 저는 남규 형님한테 다 말씀드렸는데요
종태 형! 형이 간다며?
내가 그랬어?
(혜리) 어유, 그만들 해요
목에 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뭐 하자는 거냐?
(백진) 자기가 어디 '사스마와리'를 뛰어 봤어야 실전을 알지
[전화벨이 울린다] 사과를 사 들고 와서 방심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어디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항상 과일을 챙기셨거든요 [혜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서... [혜리의 헛웃음]
(신철) 야, 그런 위급한 상황에 아버지 생각을
[전화벨이 울린다] 야, 무지하게 창의적인데, 그렇지? 어?
(민호) [수화기를 탁 들며] 네, 아르곤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민호가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저기
경비 팀인데 경찰이 왔대요
피해자 진술이 필요하다고
(신철) 아이고, 우리는 어떻게 조용한 날이 없냐
어, 보도국이 잠잠하다 싶으니까 깡패 새끼가 등판을 하는구먼
근데 이 새끼가 어디 기자한테 감히 칼을 휘둘러?
콩밥을 한번 제대로 먹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저거, 정말
- 갔다 올게 - (신철) 응
같이 가겠습니다, 진술도 제가 해야죠
그러든가, 그럼
(연화) 팀장님
그분 어째서 자주 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백진) 처음 제보받은 건 5년 전이고
[명호가 숨을 카 내뱉는다] 당시 아르곤 데스크였던 유 국장이
편지 한 통을 보여 줬어
왜? 뭔 일이야?
[명호의 힘주는 신음]
(백진) 뭐야?
'사서함'? 교도소?
(명호) 네가 좋아하는 법정 영화 같은 거다 확 당기지?
(백진) 사서함 편지 많이 읽어 봤는데 뭐, 쓸 만한 게 없던데
[명호가 살짝 웃는다] 아니, 교도소에서 온 편지들이야 다 똑같은 레퍼토리지, 뭐
(명호) 이것도 뭐, 기본 스토리는 같은데
- (백진) 어 - 디테일이 재미있어
선광일, 31세
폭력으로 학교 들락날락거리는 깡패인데
지금도 특수 폭력으로 수감 중이야
뭐, 자기 말로는
담당 검사가 자기 아내를 조사 핑계로 불러내서 성추행을 했고
거기에 항의하자 자신을 감옥에 보냈다는 얘기인데
'수원 지방 경찰청 허훈 검사'
(명호) 대학 재학 중에 사시 패스한 엘리트야
이미 뭐, 그 바닥에서는 블루칩이지
[술을 쪼르르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돈에, 권력에
뭐, 이딴 깡패 하나쯤은 쉽게 감옥에 보낼 만한 남자이긴 하네
(백진) 근데 이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유부녀를 꼬십니까?
- (명호) 그렇지, 그렇지 - (백진) 전과자 마누라를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짜, 짜, 짜잔
(백진) 아...
미인이구나?
스토리가 갑자기 설득력을 가지지?
(백진) 문제의 영감님?
(명호) 어
사람 시켜서 미행했던 모양이야
등장인물이 좋네
밑바닥 인생에 권력을 가진 남자
[어두운 음악]
[아이들이 즐겁게 떠든다] (백진)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
(희정) 미희야, 내일 봐, 안녕! [아이들이 인사한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백진) 검사가 남편 사건을 조사하면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성추행한 게 맞습니까?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에게 불리할 거라고 협박을 하고
사적으로 불러내서 잠자리를 강요한 게 맞습니까?
기자님
죄송합니다
좀 불편한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근데 절대 희정 씨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부당하게 행동을 한 검사가 잘못이죠
남편은 아픕니다
[긴장되는 음악]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어요
허 검사님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아, 허 검사와 검찰청이 아닌 곳에서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백진) 아이, 그럼 이건 뭡니까?
제가 연락해서 한 번 뵌 적이 있어요
희정 씨가요?
매번 도와주시는 게 감사해서 인사를 드렸을 뿐입니다
[잔잔한 음악] (백진) 제보자 아내는
남편 말을 완전히 부정했고
이미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한 상태였어
찜찜한 게 싫어 가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삑 누른다]
계속 취재를 했는데
[중얼거린다]
(백진) 검찰청 주변의 평판을 모아 보니
허 검사는 잘난 척하는 성격 때문에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긴 해도
실력 있는 검사로 주변의 인정을 받고 있었어
- (할머니) 고마워요 - (허 검사) 아유, 아닙니다
[풀벌레 울음]
(백진) 여자관계가 조금 복잡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독신 시절의 소문일 뿐이고
큰 흠이 되는 사례가 없었어
(혜리) 와, 이 사람 선배 팬클럽인가?
(백진) 뭔데?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허 검사가 선광일에게 법정 최고 형량을 적용하기는 했지만
선광일이 재범인 면을 감안하면
그것도 당연한 일이기도 했고
[어두운 음악]
(백진) 우리들 조사가 끝날 때쯤
선광일이 교도소에서 출감을 했어
그리고 그 지겨운 방송국 방문이 시작된 거야
기자한테는
1년 365일이 다 만우절이야
모든 제보자들은 거짓말을 하거든
특히 밥풀떼기를 상대할 때는 조심해야지
'밥풀떼기'요?
항상 자신을 피해자라고 믿으면서
기회만 생기면 눌어붙어서 안 떨어지는 인간들 있어
자신의 피해를 과장하고 감정에 휘말려서
기억도 뒤죽박죽에
그럼 선광일도 거짓말을 했나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광일) 방송은 언제 나갑니까?
[광일의 감탄하는 웃음]
아직도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네요
[웃으며] 내가 이번에는 좀 알았습니다
알려 주신 제보에 대해 저희 팀에서 성실하게 취재를 했습니다
(광일) [웃으며] 감사합니다
근데
당신 빼먹은 말이 있던데?
예? 무슨...
아내 폭행했다는 말 왜 안 했어?
아, 폭행이라니요?
(광일) 저는 뭐, 절대로 아내를 뭐, 때리거나 뭐, 그렇게 한 적은 없습니다
음, 그러세요?
(신철) 어, 2009년 7월 와이프한테 칼 휘두르다가 신고됐고
[긴장되는 음악] 그리고 같은 해 8월
네 마누라 일하는 유치원 가서 행패 부리다가 또 신고됐고
아니, 그거는...
(신철) 야, 이 새끼야 너 우리가 호구로 보이냐?
허 검사랑 마누라랑 막, 같이 있는 걸 보고
내가 꼭지가 좀 돌아 가지고
뭐, 정말로 아내를 다치게 하거나 뭐, 그렇게 한 적은 없어요
맹세합니다, 믿어 주세요
뽕쟁이였다는 말 왜 안 했어?
지금 그게 무슨...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히로뽕을 삼시 세끼 처맞는 놈의 말을 시청자들이 믿냐?
[어이없는 숨소리] (백진) 네가 얘기한 거 전부
약 먹고 본 환상 아니야?
뽕 했던 거 맞지만 그건 옛날얘기예요
(광일) 저 아내랑 결혼한 이후로는
그런 적 없어요, 아내랑 약속했다고요
아, 나도 네가 깨끗했으면 좋겠어 정말로, 인마!
(신철) 아이고, 약속 안 하는 약쟁이를 좀 만나고 싶다, 이 새끼야
(광일) [다급한 신음을 내뱉으며] 기자님
당신들밖에 없어요, 내가
경찰, 검찰 총장, 청와대까지 다 얘기해 봤지만
무시당했어요
아무리 얘기를 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를 않아!
저 뽕쟁이 맞아요 쓰레기 같은 깡패 맞고요
하지만 제 말은 진실이에요
진실은 사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거야
(백진) 네 말에는 울분만 있지 사실이 없잖아
[무거운 음악]
(백진) 그렇게 취재는 끝났는데
그 후로도 선광일은
주기적으로 방송사에 와서 진상을 부리는 거야
(연화) 단골손님이 됐군요
(백진) 단골손님도 오늘로 끝이다
[무전기 작동음] (경비2) 예, 이쪽이 가해자시고요
- (백진) 실례합니다 - (경비2) 피해자는...
(백진) 어디 있습니까?
괜찮습니까?
(광일) [미안한 숨을 내뱉으며] 정말 죄송합니다
- 아, 아, 많이 다쳤습니까? - (백진) 인마!
(백진) 너 오늘 사람 죽일 뻔했어!
기자님 [백진의 한숨]
그동안 조금은 너한테 기대하고 있었다
(백진) 쓰레기한테도 진실이 있다고 믿고 싶었어
근데 오늘 확실히 알겠다 [긴장되는 음악]
선광일, 넌 거짓말쟁이고
아내를 괴롭힌 건 허 검사가 아니고 너야, 인마!
[울먹이며]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광일)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네 거짓말에 지친다, 정말
(백진) 다시는 보지 말자
얘 데려가세요
- 어, 잠시만요, 질문 몇 개만... - (백진) 씁, 가만있어, 데려가세요 [광일이 흐느낀다]
(광일) [울먹이며] 저 거짓말 아닙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광일) 거짓말 아닙... [문이 탁 닫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민호) 작가님
[문을 탁 닫는다]
[혜리의 한숨]
(민호) 저, 다음 주에 시간 있죠?
나 죽이는 아이템 건졌는데 같이 합시다
(혜리) 진희하고 하시오
아, 진희가 필력이 되나 우리 육 작님이 나서 주셔야지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다음 달이면 나 여기 없습니다
아, 그러지 말고 나랑 하나만 더 하고 은퇴해요
장기 밀매 조직에 있는 10대 청소년 얘기인데...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진짜 못 해요 더 이상 새 아이템 받지 않습니다
아, 진짜 이러기예요?
철이 선배 거 다 받아 주면서?
(혜리) [한숨 쉬며] 미안해요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그리고 이제 노인네 것도 안 할 겁니다
(민호) [서류를 툭툭 치며] 나 여기다가 두고 갈 테니까 읽어 봐요
작가님이 좋아할 거예요
읽어 봐요
(혜리) 치
(승용) 놀랐네 [승용이 크게 웃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종태) 내가 좀 섹시하긴 해, 근데
[즐겁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승용의 웃음]
(신철) 어이, 아저씨, 아, 여기 이렇게 누워 계시고 그러면 안 돼
이거 홈리스 같아요?
(신철) [웃으며] 홈리스? 웬 홈리스야, 또?
- '아르곤의 허종태 기자' - (신철) 어
'시대의 윗목 노숙자의 세계를 취재하다'
뭐, 이번에는 잠입 취재야?
- (종태) 아, 예, 뭐, 그런 건데 - (신철) 어, 좋다
[종태를 툭툭 치며] 야, 너 이거 얼마나 하려고 그래?
어, 뭐, 한 달? 그 정도 해 봐야 될 거...
[신철이 종태를 툭 친다]
(신철) 야, 2주에 하나는 해야 돼 [함께 야유한다]
뭔 소리를 하고 있어, 일어나, 인마
어쩜 좋냐, 이거 [종태의 힘주는 숨소리]
(종태) 그래도 좀 그럴듯하지 않아요?
야, 근데 이게 더러운 게 아니라
더러운 척하는 느낌이라 그래야 되나?
(신철) 그, 왜 노숙자들 실제로 가까이 보면 그, 확 느껴지는 그거 있잖아, 냄새
- (신철) 범접할 수 없는 그 냄새, 어? - (종태) 씁, 그런가?
[밝은 음악] (신철) 야, 종태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겠냐, 어?
야, 종태야, 저기, 야, 야, 쯧
저기, 그냥 우리 소주나 좀 이렇게 뿌리고 그냥 끝내자, 어?
선배님
제가 만든 꼭지가 마지막으로 나간 게 언제인지 아세요?
[소변을 쏴 누는 소리가 들린다]
어유, 야, 미안한데 나 기억을 못 하겠다
(종태) 선생님
- (종태) 선생님 - (남자1) 아, 깜짝이야
(종태) 예, 죄송한데요 그 물 안 내리고 그냥 가시면...
아, 뭐예요, 왜요?
(종태) 거기 문제가 있다고 해 가지고 들어가서 좀 고치려고요
(남자1) 아, 알았어요
[남자1의 멋쩍은 숨소리] (종태) 죄송합니다
(신철) 죄송합니다
(종태) 다음 주면 124주가 되고요
달수로 치면 2년 5개월 동안 제가 만든 게 한 번도 안 나갔어요
이대로는 기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 근데 허 선생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응?
- (종태) 잠시만요 - (신철) 종태야, 인마
(종태) 선배가 그랬잖아요
'기자는 발로 뛰는 직업이다'
저는 뭐, 대단한 작품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신철의 질색하는 신음]
그냥 뭐, 시청률 안 나와도 좋으니까
그냥 방송만 나갔으면 좋겠어요
어휴
[신철이 질색한다]
[종태가 옷을 탁 턴다] 어유, 야, 털지 마
(종태) 생각보다 괜찮은데?
(신철) 어휴
[놀란 숨을 들이켜며] 야, 말려서 입어, 인마, 말려서
(신철) 어휴, 씨... [종태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숨을 후 내뱉으며] 이게, 이거를 왜 제 거를...
남의 걸로 했지? 제 걸로 할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신철) 아가씨, 혼자야?
아이...
노인네는 딴 데 가서 앉으시오
오늘은 제가 선약이 있거든요
(신철) 음? 뭐, 데이트?
사생활은 신경 끄시죠?
백진이 안 와
- 예? - (신철) 나보고 대신 가라 그랬어
아휴, 정말 이 양반들이...
여기 와인 한 병 주세요
(종업원1) 네
[어이없는 숨을 내뱉으며] 뭐, 와인은 어울리지도 않게 웬 와인이야?
(신철) 오늘은 마음껏 드시게
백진이 사는 거니까
[어이없는 숨을 내뱉으며] 혼자 많이 드세요
방송 그만둔다고?
- (혜리) 네 - (신철)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요
당신은 말이야
절대로 그만둘 수가 없어
왜요?
당신의 몸속에는 저주받은 뉴스 작가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신철) 와인!
[익살스러운 음악]
[비닐을 부스럭거린다] [술병이 잘그랑거린다]
[술을 푸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말소리가 들린다] [지하철 도착음이 들린다]
[노숙자들이 떠든다] (노숙자1) ♪ 좀 도와주고 가시오 ♪
♪ 도와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 ♪
♪ 기냥 가는 사람은 나쁜 사람 ♪
[노숙자들이 대화한다]
(노숙자2) 뭘 봐, 인마! [흥미진진한 음악]
- (노숙자2) 저리 가 - (노숙자1) 쫄지 마라
(노숙자1) 길바닥에 누가 전세 냈다 카더나?
텃세 따지지 말고 거, 비비고 들가라, 개않다
(종태)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은 개뿔
(노숙자1) 자, 이거, 하나
좀 끼워 줘라
(종태) 잠깐 같이...
[노숙자들의 짜증 섞인 신음] (노숙자3) 뭔데, 뭔데
(종태) 제가 소주 사 왔는데요
[종태가 술병을 잘그랑 꺼낸다] - (노숙자3) 소주? - (종태) 네
(노숙자4)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노숙자2) 안주는?
(노숙자3) 안줏거리를 가져와야지, 안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혀 꼬인 말투로] 저기요, 영감님
10년 전에 왜 날 뽑았어요?
나보다 스펙 좋은 애들 많았잖아요
[콧숨을 씁 들이켜며] 그야 이쁘니까 뽑았지
[혜리의 웃음]
(혜리) 그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혜리) 아이, 씨, 쯧 [신철의 장난스러운 웃음]
야, 그때 참 이뻤지, 음
솜털이 뽀송뽀송한 어린 애가
무슨 죽이는 아이템이라고
백과사전 같은 걸 옆구리에 딱 끼고 왔잖아
아이템은 뭐, 별 볼 일 없었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혜리) 마음이 뭐요?
야, 이 아이는 정말로 뉴스를 좋아하는구나
야, 이거 잘하면 물건 되겠다
음, 뭐, 그런
나도 만우절이니까 하는 말인데
나도 처음에 영감님 보고 되게 좋았어요
[신철의 탄성]
(혜리) 답은 늘 현장에 있다고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서 별명도 아스팔트지 [신철이 살짝 웃는다]
출세는 안중에도 없고
아휴, 곧 죽어도 낭만주의자
[신철이 살짝 웃는다]
이혼당한 것도
일 때문에 그랬나 싶어서 괜히 또 마음이 아프고
아이, 선배 기자를 그렇게 존경하던
그, 우리 어린 작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아, 그러게요
내, 어? 꽃다운 청춘이 방송사에 다 녹아 버렸어, 쯧 [신철이 혀를 찬다]
아까운 육신 공장에서 다 썩히지 말고
연애도 좀 하고, 어? 쯧
(혜리) 연애는 개뿔, 나...
나 마지막으로
남자랑 언제... 자, 자 본 게 언제인지 나 지금 기억도 안 나는데
[혀 꼬인 말투로] 이게 무슨 소리야
너 얼마나 됐냐?
[혜리의 고민하는 숨소리]
[신철의 안타까운 신음]
(혜리) 아유, 나 말 안 할래
[혜리가 살짝 웃는다]
- 내가 어저께 - (신철) 어
자연 다큐를 보는데
그거 알아요?
미역도 섹스를 한대요
(신철) 미역이 해?
[신철의 감탄하는 숨소리]
- 산란기가 되니까 - (신철) 응
수만 개의 그, 하얀 기포들을
바다를 향해 확 내뿜는데 [신철의 감탄]
[감탄하는 숨을 내뱉으며] 막 뭉게뭉게
어휴, 장관이데요?
미역이 해조류인가?
갈조류 아닌가?
(신철) 갈조류인가?
[혜리가 코를 훌쩍인다] (신철) 갈조류...
아이씨, 나 갈, 갈, 갈조류만도 못한 거야?
[어이없이 웃으며] 갈조류
(신철) 야
정 뭐하면
오늘 밤 나라도 갖다 써 괜찮아, 써, 응
왜?
(혜리) 늙은 이혼남 주제에, 쯧
(신철) 이런 씨, 너
너 자꾸 나보고 뭐, 늙었다, 어쨌다 그러는데
야, 너, 나... [신철이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얘 진짜 뭘 모른다 나 괜찮다, 아직, 어?
아이고, 자식, 쯧
나 물 버리고 온다
[신철이 숨을 후 내뱉는다]
[부드러운 음악] [신철의 당황하는 신음]
[신철의 옅은 신음]
[신철이 거친 숨을 내뱉는다]
[신철이 거친 신음을 내뱉는다]
(혜리) 쩝, 아
[신철이 숨을 후 내뱉는다]
(혜리) 그런대로 쓸 만하네
(신철) 씁, 난 아직 잘 모르겠다 한 번 해 봐 가지고는
[혜리의 새어 나오는 웃음]
[노숙자들이 대화한다]
(노숙자3) 오, 안주, 안주
[안내 방송 알림음]
[안내 방송 음성이 들린다]
(노숙자3) 이거 먹어 봐 [동전이 잘그랑 떨어진다]
(노숙자1) 니 가짜제?
제가요?
(노숙자1) [냄새를 씁 맡으며] 이거 봐라, 이거 냄새, 이거
(노숙자1) 너무 얌전해, 이, 생긴 거도 그렇고
어, 우리맨치로 요, 풍찬노숙 인생들은
썩은 짬뽕 냄새가 난다 아이가
[종태가 냄새를 씁 맡는다]
[종태가 콜록거린다] [노숙자1이 살짝 웃는다]
(종태) 아, 약간 이게, 약간 예, 깊이가 다르네요
존경합니다, 선생님
존경은 개뿔
(노숙자1) 아야
니 다시 돌아갈 기제?
그라믄 내 소원 좀 들어도
소원요?
[잔잔한 음악]
(종태) 이게 본인이세요?
(노숙자1) 그럼
(종태) 근데 사진은 왜 저한테...
내 마누라하고 아들 좀 찾아도
(노숙자1) 내 소원이다
어디에 사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얼굴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 진짜로
지금이랑 되게 많이 다르신데
이거 언제 적 사진이에요 이게, 그러면?
IMF 때니까 그, 언제고?
IMF면 97년이니까... [놀라는 숨을 들이켠다]
한 20년 정도, 아...
(경찰) 어이, 거기 뭐야? 빨리 치워! [호각이 삑삑 울린다]
(노숙자1) 아이, 또 누가 신고해 버렸네 야, 빨리 튀라
[노숙자들이 웅성거린다] (노숙자1) 빨리 튀라, 빨리 튀라, 튀라
[노숙자들의 다급한 목소리]
[종태의 아파하는 신음] [호각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백진의 피곤한 숨소리]
(백진) 예
[백진의 피곤한 신음]
아, 아, 예, 예
저희 기자 맞습니다, 예
[풀벌레 울음]
[백진의 한숨]
밥 먹었냐?
저희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소주?
불쌍해서 받아 줬더니
아, 술 먹을 거면 나가요
아, 밥만 먹고 갈게요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대요 사정 좀 봐주세요
(종업원2) 아유, 문제야, 정말
그래도 분장 제대로 먹힌 거 같다?
아이, 뭐, 꼭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냥 안 속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너 아버지한테 연락했으면
경찰이 백차로 집까지 데려다줬을 텐데 왜 나한테 했어?
그냥
정치인 아들보다는
말단 기자가 좋으니까
[밝은 음악] 그, 제 상사는 팀장님이잖아요
그래도
그동안 네가 냈던 쓰레기 같은 기획에 비하면
이번에 방향은 잘 잡았다
(종태) [수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체험 취재라는 게 쉬운 게 아니야
공들인 만큼
반드시 좋은 게 나오니까
인마, 지쳐 나가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한번 해 봐
(종태)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먹어, 먹어
(종태) 씁...
- (백진) 천천히 먹어 - (종태) 네
[살짝 웃는다]
[여자1의 거친 비명이 들린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2의 거친 신음이 들린다]
[여자1의 거친 신음이 들린다]
[여자1과 남자2의 거친 신음이 들린다]
(신철) 와, 저건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지
짐승이 아니고서야 절대 저럴 수가 없어
[여자1의 거친 신음이 계속 들린다] 젊으면 모든 게 가능해요
아이, 텔레비전이나 좀 봐야 되겠다
[신철의 힘주는 숨소리]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 더 시끄럽잖아요, 볼륨 좀 낮춰요
어, 미안
[TV 리모컨 조작음]
낮에 왔던 단골손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다 거짓말이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거짓말 속에 있는 진실을 찾고'
'진실 속에 있는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
말은 쉽지 [잔잔한 음악]
근데 막상 일로 닥치면 쉽지가 않아요
[한숨 쉬며]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만우절이 다 끝났네
네, 끝났네요
(허 검사 처) 아, 멋있다
(허 검사) 들어가
- (허 검사 처) 운전 조심해요 - (허 검사) 어, 어
[바닥을 쓱쓱 쓰는 소리가 난다]
[무거운 음악]
(연화) 와, 정말 언제 봐도 금슬이 좋으셔 그렇지 않아요?
- 그렇죠? - (경비3) 아, 예, 참 좋아 보이죠?
(연화) 아, 어쩜 저렇게 사이가 좋지?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
(명호) 굿 샷!
- (허 검사) 어, 오셨습니까, 형님 - (명호) 일찍 왔네
(명호) 드라이버 바꿨구나
야, 비싸 보인다
(허 검사) 몸 좀 푸시죠, 형님
(백진) 기자들 중에는 고발 뉴스를 엉뚱하게 이용하는 자도 있어
(명호) 굿 샷
(백진) 고발된 고위층에 접근해서
취재 상황을 알리고 친분을 쌓는 거지 [골프공이 탁 날아간다]
(명호) 아유, 이거 오랜만이라, 이게
[마우스 클릭음]
(연화) [한숨 쉬며]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마우스 클릭음] 왜 이렇게 가식스럽지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연화) 어?
팀장님,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백진) 안 가고 뭐 하냐?
[마우스 클릭음] 그걸 네가 왜 보고 있어?
아, 아닙니다 [마우스 클릭음]
잘돼 가냐?
네?
아, 그거 그, 미드타운 쪽은 제가 빨대는 꽂아 놨는데
아직 움직임이 없어요 계속 확인 중입니다
못 하겠으면 언제든지 그만둬
아닙니다
팀장님이 저한테 처음 시켜 주신 일인데요
칼부림 때처럼 경거망동이나 하지 말고
- (백진) 간다 - (연화) 네
아, 팀장님
(연화) 근데 미드타운 건 왜 비밀로 하라고 하신 건지...
(백진) 넌 사냥 갈 때 동네방네 소문부터 내냐?
[차분한 음악] 아...
급소를 낚아채려면 조용히 몸부터 낮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대가리 구경은커녕
꼬리만 끊고 도망가는 수가 있으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백진) 아휴
(연화) 조심히 들어가세요
[문이 탁 닫힌다]
'대가리', '꼬리'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 두드리며] 오케이
(노숙자1) 이쁜 씨
아이고, 감사합니다
[노숙자1의 감탄]
[밝은 음악]
(노숙자1) 자, 연장
(노숙자1) 자 [노숙자1의 웃음]
자, 보자
- (종태) 아이고 - (노숙자1) 자, 묵자 [노숙자1의 웃음]
- (노숙자1) 묵어라, 묵어라 - (종태) 잘 먹겠습니다 [노숙자1의 만족스러운 신음]
(노숙자1) 맛있제?
[풀벌레 울음]
- (노숙자1) 보물 창고 - (종태) 아...
(노숙자1) 드레스 룸
짠 [뚜껑을 덜그럭 내려놓는다]
(종태) 가져가도 되는 거예요?
(노숙자1) 아, 그럼, 다 이거 내 건데, 골라 봐
응, 이거 입어
[종태의 괴로워하는 기침]
(노숙자1) 음, 이거 좋네
[멀리서 호각이 울린다]
[노숙자1의 힘겨운 기침]
[힘겨워하는 신음]
[추워하는 숨소리]
[노숙자1이 콜록거린다]
[노숙자1이 콜록거린다]
[잔잔한 음악]
[기침]
[종태의 추위에 떠는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종태의 피곤한 신음]
[종태의 추워하는 숨소리]
(종태)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셔야 되는데
[슬픈 음악]
(종태) 저, 죄송한데 잠깐만 도와주세요 [여자2의 기겁하는 신음]
아저씨, 잠깐만요 [남자3의 거부하는 신음]
잠깐만 좀 부탁합니다
잠깐 신고만 해 주세요, 제발
[남자4의 짜증 섞인 신음] 저, 죄, 죄송한데 전화 좀 빌려주세요
[여자3의 짜증 섞인 신음]
(종태) 전화 좀 빌려주세요, 제발
[종태의 깊은 한숨]
아, 좀 도와 달라고, 좀!
(혜리) [한숨 쉬며] 나 편집실 간다
(진희) 네, 다녀오세요
[전화벨이 울린다]
- (백진) 형 - (신철) 응?
- (신철) 아, 나... - (백진) 아이
도대체 뭘 마셨길래 술값이 63만 원이 나와?
[놀라는 숨소리]
어, 그거밖에 안 나왔냐?
(백진) 아이 [신철의 멋쩍은 웃음]
아, 육 작가랑 둘이 룸살롱 갔어?
야, 유능한 어? 인력을 유지하려면
팀장이 그 정도는 투자해야 되는 거 아니야?
아, 면담 신청할 때
표정이 심상치 않아 가지고 형한테 부탁한 건데
(백진) 어떻게, 잘 주저앉혔어?
응, 아, 내가 육 작가 없으면 우리 팀 망한다고 아주 싹싹 빌었지
(백진) 아이고, 잘 버텨 줘야 할 텐데
그래도 덕분에 한시름 놨다
수고하셨어요 [신철의 웃음]
[방송 음성이 들린다]
(신철) [헛기침하며] 어, 육 작, 저기
[문이 탁 닫힌다]
어, 저기, 육 작, 그, 이번에 그 '정치인 거짓말 특집' 말인데
그, 선거 때 각 당 공약집을 좀 집중적으로 파 보고 싶은데
그거라면 사례가 너무 많아서 문제죠
아, 그러니까 이렇게 멘트 같은 거 이렇게 싹 다 빼 버리고
정치인들 말만 나란히 이렇게 보여 주자고
네
(신철) 오케이
[멋쩍은 숨을 내뱉으며] 야, 나, 저기, 백진이한테
우리 어제 술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한 소리 들었네
네
저기...
혹시 어제 뭐, 그, 기분 나빴다면
내가 미안해
뭐가요?
그러니까 너무 많이 취한 거하고
뭐, 입술, 그, 박치...
뭐, 그다음도, 어
[마우스를 탁 내려놓는다]
야마가 없어, 야마가
(신철) 야, 그래도 어제 그 만우절이라 참 다행이야
우리 만우절 이벤트 한번 시원하게 했다, 그렇지?
[한숨 쉬며] 녹취할 게 많으니까 그만 나가 주시오
지금 혹시 화내는 거야?
아니요, 내가 왜요?
[혜리의 한숨] (신철) 그렇지
아, 그래, 뭐
우리가 뭐, 서로 마음이 있는 사이도 아니고
아이, 어제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취했다
거기다 만우절이었잖아요
(신철) 그렇지
알았어요
노인네, 걱정도 많으셔
바쁘니까 이만 나가 주시오
[혜리가 키보드를 퍽퍽 친다]
아이고, 다 늙어서 지랄이다, 참
[흐느낀다]
[눈물이 톡 떨어진다]
(모니터 속 백진) 안녕하십니까, 아르곤입니다
지방 선거를 맞아
후보자들이 수많은 공약들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이 공약들은 실현될까요? [기계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의문은 한국 정치사에서
정치인의 공약이 '빌 공' 자의 공약으로 끝나는 걸
(백진) 수없이 경험한 데서 나옵니다
아르곤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은 대표적 공약을 정리해 봤습니다
스타트 인
[모니터 속 음성이 흘러나온다]
(신철) 저, 이 멘트 나가면 큐시트에서 2번 빼 버리고
3번, 전화 연결 바로 해
(스태프1) 네, 알겠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 선배님 - (신철) 어
저...
[휴대전화 진동음] [다가오는 발걸음]
[모니터 속 음성이 흘러나온다]
속보야?
뭐, 전화 연결 바꿨어?
뭐야?
형, 나중에 놀래지 말고 지금 말해
- 야, 백진아 - (모니터 속 백진) 어?
어, 큰일이긴 한데 일단 우리 방송에 집중하자, 어?
아, 멘트하려면 2분 30초 남았어 말해, 뭐야?
뭐야?
(신철) 아이고
(연화) 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선광일이 한 시간 전에 자살을 기도했답니다
[무거운 음악]
죽었어?
중태고 의식 불명이랍니다
어, 병, 병원에 이송해서 지금 치료 중입니다
(연화) 그리고 팀장님 앞으로 유서를 남겼습니다
읽어 봐
야, 1분 전이야 나중에 듣고 일단 방송에 집중해
읽으라고, 지금 당장!
[연화가 긴장된 숨을 내뱉는다]
읽겠습니다
(연화) '김백진 기자 말대로다'
'아내를 괴롭힌 건 허 검사가 아니라 바로 나다'
(연화) '아내를 지키지 못한 죄가 크다' [무거운 음악]
'아내의 상처받은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쓰레기에게도 진실은 있다'
'허훈 검사가 아내를 범한 건 사실이다'
(연화)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다'
'내 말이 진실임을 죽음으로 알린다'
(신철) 30초 전
(스태프2) 연결됐습니다
이연화
요 며칠 너 허훈 검사 조사했지?
- (연화) 네 - (백진) 지금까지 취재한 거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 가지고 와
아, 예, 알겠습니다
정치 평론가 박기영 교수를 연결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교수님
[긴장되는 음악]
선광일 그놈이 아주 끝까지 허 검사를 괴롭히는구먼
(허 검사) 뒈질 거면 혼자 조용히 산에 올라가서 뒈지지
왜 구치소에서 지랄인지
곧 있으면 승진인데
그래도 뭐,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습니까?
어쨌든 다시는 떠들지 못할 테니까
그건 그렇죠
근데 형님
HBC 기자들이 요즘 저를 취재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르곤이라네요
걱정 마요
내 승인 없이는 방송 못 나가니까
아, 근데 예전 사건 관련해서
나한테 얘기 안 한 거 있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습니까
허 검사 깨끗한 거야 내가 알지
그럼 여기는 걱정 마시고 감사 준비 잘하시고
형님만 믿습니다
(명호) 예, 예
그래요, 안심하고 들어가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통화 종료음] (여자4) 국장님, 저예요
(명호) 어, 들어와 [문이 달칵 열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 (연화) 선배님, 바쁘세요? - (신철) 응?
(신철) 아, 아니, 왜?
저, 팀장님 휴가 내셨어요?
응, 휴가 냈지
(신철) 아, 김백진이가 휴가를 냈다는 거는
거, 아주 놀라운 일이지
- 왜요? - (신철) 지난번에 휴가 냈을 때는
(신철) 국방부의 뇌물 스캔들을 캤거든 결국 차관이 옷을 벗었지, 놀랍지?
(연화) 아, 아... [신철이 살짝 웃는다]
뭐, 또 물어볼 거 있어?
[전화벨이 울린다] 아니요, 감사합니다
[신철이 살짝 웃는다]
(남규) 네, 아르곤입니다
어, 팀장님
제 SAT 아이템 컨펌 받으려고...
(남규) 네, 네, 있어요, 네
[남규가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남규) 야, 거기
너 지금 아지트로 튀어 오래
- 아, 네 - (남규) 야
올 때 사과 가지고 오란다
뭔 말인지 알아?
네, 알아요
(승용) 사이코도 용병 칼 맞은 게 신경 쓰이나 보네
(명호) 새로운 소식은?
(진희) 특별한 건 없습니다
선광일이 그렇게 된 게 [긴장되는 음악]
김백진 팀장 때문이라고 소문내고 있고요
좋아, 별일 있으면 보고해
(진희) 네
나가 봐 [명호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저, 그때 일은 덮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왜?
아
일하시면서 뭐 드시는 거 처음 봐서...
네가 나 처음 보는 게 하나둘이냐?
(백진) 사람이 코마에 빠졌으니 자책하면서 술이라도 마실까?
아닙니다
가뜩이나 네가 모은 쓰레기 같은 정보 때문에
소득은 없고 머리 아파 죽겠구먼
아, 그런 건 됐고, 너
허 검사 쫓아다녀 본 소감이 어때?
눈빛이 야비한 게 겉과 속이 좀 다른 사람 같습니다
김희정은?
미인이고...
박복한 인생?
단어 구사력이 그거밖에 안 되냐?
죄송합니다 [백진의 한숨]
예상대로 병원에 안 왔더구먼
그래도 부부로서 살 비비고 산 세월이 있는데
사경을 헤맨다고 그러면 가게 되지 않나?
안 갈 수도 있죠
(연화) 남편이라고 해 준 것도 없고
오히려 생판 남인 허 검사가 유치원 선생 자리도 주선해 주고
신원 보증도 서 주고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백진) 둘이 너무 가까워
결국 키는
광일이의 아내가 쥐고 있는 건데
김희정이 허 검사가 남편의 범행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증언을 하지 않는 한
광일이의 주장을 입증할 길이 없어
아, 그러니까
김희정 씨 마음을 바꾸면 되는 문제인 거죠?
왜? 무슨 수가 있어?
아이, 소설 쓴다고 뭐라 그러실까 봐
안 보여 드린 게 있는데
(백진) 뭐야
[연화의 헛기침]
[연고를 탁 내려놓는다]
(백진) 흉터 없애라
[잔잔한 음악]
- 너 - (연화) 예?
여자에 대해서 좀 아냐?
예?
[스태프3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종태) 음, 여기, 여기에서
이 아저씨 얼굴
다시 또 한 번만 더 붙여 주세요 [스태프3의 한숨]
아주 얼굴을 외우겠네, 외우겠어
그만 좀 붙여 지금 이 할아버지만 몇 컷이야?
(종태) [애교스럽게] 좋잖아요
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 (종태) 여기... - (스태프3) 야
대충 하고 가서 씻어 아, 냄새나 죽겠어, 진짜
16프레임 정도만 여기 딱 붙이면... [스태프3의 한숨]
알았어, 최선을 다해 보자
[스태프3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백진) HBC입니다
자살 시도한 선광일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으니
- 잠깐만 시간을 내주시죠 - (허 검사) 비켜
(백진) 선광일의 아내를 성추행했다던데 사실입니까?
[차 문이 탁 닫힌다] (백진) 성추행한 게 맞...
노코멘트다
(허 검사) 됐냐, 이 기레기 새끼들아?
한 말씀만 해 주시죠
허훈 검사님 [자동차 시동음]
(백진) 사실입니까? [타이어 마찰음]
[매미 울음] [아이들이 즐겁게 떠든다]
저, 어디 멀리 가세요?
실례합니다
저,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5분이면 됩니다
[희정이 캐리어를 드르륵 끈다]
남편분이 목숨 걸고 전하려고 한 진실이에요
(연화) 이번만 시간 내주세요
다시는 귀찮게 안 하겠습니다
[카메라 작동음]
(백진) 광일이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희정) 하실 말씀이 그건가요?
(백진) 제가
전에 보여 드린 적이 있는데
남편의 재판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만나는 곳으로는 좀
안 어울리는 장소 아닙니까?
이거 데이트 코스죠
남편이 흥신소에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군요
(희정) 말씀드렸지만 제가 먼저 뵙자고 했습니다
가끔은 바람도 쐬면 좋다면서 데려가 주셨어요
예, 그렇게 말씀하셨죠
(백진) 이건 허 검사 부인의 SNS예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인생이죠
근데 여기 보시면
장소가 눈에 익으시죠?
(백진) 충남 태안의 등대가 있는 바닷가
성당 앞 산책로
그리고 홍차가 맛있는 바닷가 카페까지
같은 장소에 간 여자들이 다섯 명이 넘어요
(연화) 희정 씨는 둘만의 특별한 장소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슨 법이 있는 것처럼 정해진 코스가 있더라고요
(백진) 김희정 씨
허훈한테 당신은
특별한 애인이 아닙니다
향수도 같고요
[무거운 음악]
(연화) 희정 씨를 만나 보니까 알겠네요
허훈 검사는 모든 여자들한테 같은 향수를 선물했어요
(연화) 다 희정 씨 같은 사람들이에요
피해자 아내
동생, 친척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여자들한테
감형시켜 주겠다고 접근하는 게
허훈 검사 수법이었어요
(연화) 희정 씨는 그중 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희정의 한숨]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흐느끼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희정이 흐느낀다]
남편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5년을 바쳤어요
(연화) 도와줄 수 있었는데 외면하셨죠?
[희정이 흐느낀다]
[매미 울음]
오늘 끼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 뒷걸음질도 이쯤 하면 재능이라고 해야 하나
향수는 또 어떻게 알았어?
(연화) 죄송합니다
너 '죄송합니다'가 버릇이냐?
가자
가서 꼭지 만들어야지
[밝은 음악] 네?
저도 같이 해요?
(백진) 하는 거 봐서
[살짝 웃는다]
한 남자가 방송사로 쳐들어와
칼로 기자를 위협합니다
(백진) 이 남자는 현직 검사가 자신의 아내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합니다
현직 검사는 모함당하고 있다며 찾아간 기자들을 밀칩니다
구치소에 갇힌 남자는 결국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검사의 정체를 알게 된 그의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
지난 5년 동안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 기가 막힌 진실을 이연화 기자가 파헤쳤습니다
[차분한 음악]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서울의 한 종합 병원 앞입니다
(TV 속 연화) 지금 여기에는 혼수상태에 빠진 한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 전과 3범의 남자는 며칠 전 - (민호) 남규야
(TV 속 연화) 구치소에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민호) 이야, 이 정도면 아르곤에서 거의 최단기 입봉 같은데?
[TV 속 연화가 브리핑한다] 감사합니다
(종태) 아이고, 이게 사는 건가 싶다
(진희) 칼 맞은 보람이 있네요
(승용) 이야, 화면발 봐라
아니, 어떻게 남규 형을 밀어내고 네가 먼저 나올 수가 있냐?
(남규) 발음하며 자세하며
아주 그냥 교육 안 받은 티가 확 나네
(종태) [연극 조로] 브루투스, 이연화, 너마저도...
[종태의 앓는 신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봐
[휘파람을 분다]
[휴대전화 진동음]
(명호) 어, 허 검사, 아침부터 어쩐 일로?
아, 어제 방송?
어제 방송 내가 선약이 있어서...
[긴장되는 음악]
아...
아, 미안해, 아니...
저기, 미안합니다, 허 검사님
김백진!
(명호) 김백진 어디 있어?
- 어, 유 국장, 충성! - (명호) 김백진!
어떤 일이신...
(명호) 충성은 개뿔...
백진이 어디 있냐고!
아이, 국장님이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하나
휴가 중이잖아, 부하 직원
너희 보고도 없이
(명호) 일방적으로 이런 식으로 일해도 되는 거야?
아이, 그러게 말이야, 걔 왜 그런대 나도 걔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아, 이놈의 자식, 정말, 쯧
너희들 이런 식으로 계속해 봐
(명호) 너 백진이 오는 대로 너, 나한테 오라고 해
- (민호) 네 - (명호) 똑바로 하고, 이 자식아
뭐, 커피 한잔할래?
(명호) 어이구, 씨, 쯧
[전화벨이 울린다] (민호) 아, 근데
진짜 어디 가신 거예요? [문이 쾅 닫힌다]
휴가 중이라니까 [신철의 웃음]
(민호) 뭐야, 이연화도 없네?
아, 얘는 아직 출근도 안 한 거야?
[심전도계 비프음]
정말 미안하다
쓰레기는 네가 아니라
나였다
네 말을 충분히 들어주지 않았어
그래도
끝까지 너 믿어 준 기자 덕분에
늦었지만 뉴스 만들었다
(백진) 아...
[영상 속 희정이 흐느낀다]
감사합니다
(영상 속 희정) [울음 섞인 목소리로] 미안해요, 내가
남편한테 제일 미안해요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고 [잔잔한 음악]
외롭고 힘들어서 잘못된 손을 잡았어요
미안합니다
(종태) 노숙자들은 술을 마시면 저마다 화려했던 과거를 쏟아낸다
재미있는 건 모두들 속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거짓말에 속아 사업체를 날렸다'
(종태) '마누라의 거짓말에 속았다'
'자식이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
'형제에게 속았다'
부하에게, 자식에게, 여자에게
TV에게, 세상에게
(종태) 속아서 인생을 망쳤다
이 자리의 주인은 오늘 새벽에 죽었다
(TV 속 종태) 신고를 받고 시신을 가지러 온 경찰은
너무 무겁다며 불평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 남아 있다
이 자리의 주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고
거리의 사람들 역시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 말이다
(신철) 이야, 다음 주가 기대된다
하면 되잖아, 좀, 어?
[신철의 웃음] (민호) 이야, 이거 올해의 기자상 감이다
(혜리) 나 말도 안 되게 감동한 거 알죠?
- (진희) 진짜 - (남규) 종태 형
[웃으며] 근데 내가 봐도 좀 잘 나온 거 같아
[함께 웃는다] (혜리) 맨날 자기 입으로 그래
고생했겠어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허 기자님, '채널2' 보셨어요?
안 봤는데 [봉길의 깊은 한숨]
그, '기자 파일 특집'인데요
그, 아이템이 기자님 거랑 똑같던데요
진짜로?
틀어 드릴까요?
[혜리의 놀라는 숨소리] - (민호) 야, 빨리 틀, 틀어 봐 - (혜리) 틀어 봐
[리모컨 작동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TV 속 기자) 일터와 가정을 향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행인들과 달리
아무 데도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은
[봉길의 분한 숨소리] 오늘도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자는 서울역과 을지로역 주변의 노숙인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봉길의 한숨]
[종태가 펜을 툭 내려놓는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장소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었습니다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혜리의 깊은 한숨]
[경쾌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백진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삑 누른다]
[백진의 옅은 한숨]
여기 오기 전에 어디 있었다고?
'굿모닝 라이브 쇼'에서 6개월
그 전에 뉴 미디어 제작부에서 3개월 일했습니다
HBC 말고, 그 전에
부산의 시사 주간지에서 일했습니다
아, 그, 주신 연고는 잘 바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 파업 때
여기 왜 지원했어?
기자가 되고 싶어서
기사를 쓰고 싶어서요
[피식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감성적인 음악]
그래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죄송합니다
(신철) 너희들은 개명호가 9시 뉴스 앵커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냐?
(명호) 아야
(태섭) 김백진은 특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언론 중의 유일한 단독 인터뷰
[함께 감탄한다] (남규) 진짜요?
(백진) 부하가 어렵게 잡은 취재를
중간에 이런 식으로 뺏어도 되는 겁니까?
이거 우리 겁니다
HBC 거야, 두말하게 하지 마
(근화) 난 네가 내 후임이 돼서 보도국을 다시 세웠으면 좋겠는데
HBC의 대표 목소리가 되는 거다
- (명호) 내가 우스워? - (백진) 뭐 하시는 겁니까!
(신철) 야, 일 났다, 일 났어
(백진) 뭐가 그렇게 비겁해!
(태섭) 이상 없이 해야 돼
(근화) 유 국장! 무슨 짓을 한 거야, 도대체!
(연화) 안 가시면 안 돼요?
전 팀장님 계시는 아르곤이 좋습니다
.아르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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