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4
[잔잔한 음악] [백진이 중얼거린다]
[글을 사각사각 적는다]
"사직서"
[중얼거린다]
[글을 사각사각 적는다]
[째깍거린다]
[시계 작동음]
(신철) [손뼉을 짝짝 치며] 자, 오늘도 장사 한번 시작해 봅시다
삼, 둘, 하나, 앵커!
(모니터 속 백진) 오늘 백악관이 신임 상무부 장관으로
로버트 윈스턴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장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영어] 미국 상무부 장관 로버트 윈스턴입니다
[사람들의 박수]
(신철) [한국어] 이야
저런 훌륭한 인재를 낳자마자 버렸으니 이게 국가적으로 얼마나 낭비냐, 정말
(혜리) 이야, 일단 참 맘에 들게 생겼다
[영어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신철) 아니, 저런 기름진 스타일이 우리 육 작가 타입이야?
이렇게 딱 봐도 궁합이 별로일 것 같은데
(혜리) 남의 궁합에 관심 끄고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방송에 집중하시죠?
(모니터 속 로버트) [영어] 상무부 장관으로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를 더욱 강건하고 건강하게 만들겠습니다
[한국어] 로버트 윈스턴 장관은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백진) 한국에서 태어난 지 3일 만에 버려져
생후 6개월이던 1970년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영어]
[긴장되는 음악]
[한국어] 소수 민족 출신인 로버트 윈스턴 장관은
[영어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한국계란 이유로
미국 주류 사회로부터 공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나의 조국은 미국'이라는 그의 말을 트집 잡아
윈스턴 장관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 (연화) 선배님 - (신철) 어
(연화) 사무실로 방금 전화가 왔는데요
너무 어려워서 선배님 전화번호 알려 드렸어요
아니, 그게 뭔 얘기야?
야, 너무 어려운데 내 번호를 왜 알려 줘? 네 맘대로?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신철) 아니, 그러니까 그게...
여보세요?
(로버트) [영어] 안녕하세요
뭐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신철) [한국어] 영어야?
(로버트) [영어] 김백진...
[신철의 당황한 신음]
[로버트가 영어로 계속 말한다]
[신철의 수긍하는 신음]
(신철) 여보세요, 로버트?
로버트, 천천히 말해 주세요
(로버트) 이번 주에 한국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신철의 놀란 신음] 김백진 씨와 통화할 수 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한국어] 로버트 윈스턴
그가 차별과 편견을 이겨 내고
성공적인 장관으로 미국 역사에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윈스턴 장관은 다음 주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백진) 감사합니다
- (봉길) 수고하셨습니다 - (백진) 네,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인사한다]
(신철) 야, 백진아, 백진아, 김백진!
야, 일 났다, 일 났어
야, 일단 너한테 전화가 올 거야 내가 네 번호 가르쳐 줘 버렸거든
그럼 당황하지 말고 받아
누군데?
[영어] 로버트 윈스턴 미국 상무부 장관 로버트!
[휴대전화 진동음]
[한국어] 뭐라고 그러는 거야, 도대체
(신철) '라이트 나우', 받아, 받아 [휴대전화 조작음]
(백진) 예
[영어] 여보세요?
로버트?
[혀를 굴리며] 로버트, 로버트
[살짝 웃으며] 아, 오랜만이야
(신철) [혼잣말로] 오랜만이라고?
[백진의 반가운 웃음]
[차분한 음악]
(백진) [영어] 5년 만에 그렇게 널 보다니
너무 놀랐어
[살짝 웃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백진) 그럼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는 거구나
[백진이 살짝 웃는다]
(민호) [한국어] 이야, 우리 팀장님은
저게 매력이란 말이야 [백진이 통화를 계속한다]
얼굴은 시민권자인데
발음은 전혀 안 굴려
(남규) 아이, 그래, 반기문 봐 봐요, 어?
원래 진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하는 거라니까?
- (신철) 응? - (승용) 우아
(승용) 미국 장관이랑 친구라니
인맥이 너무 쇼킹한 거 아니에요?
(신철) 야, 뭐, 미국 장관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들을 떠냐
야, 난 미국 대통령 코앞에서 본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혜리) 전화 받을 때 엄청 떨던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닌데? 나 안 그랬는데?
(신철) 어, 아니, 영어가 갑자기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훅 들어오니까 조금 당황했던 거지, 아닌데
[팀원들이 신철을 놀린다]
[함께 감탄한다]
(진희) 아이, 그런 대단한 친구가 있으면 진작 얘기하시지
(혜리) 그러게, 잘 보일 걸 그랬네
(신철) 야, 정말로 네 친구야? 어?
야, 그런데 전화는 왜 했대?
미 상무부 장관께서
방한 중에 아르곤과 인터뷰를 하시겠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신철의 놀라는 숨소리]
한국 언론 중의 유일한 단독 인터뷰
[팀원들의 놀란 신음] (남규) 우아, 진짜요?
다들 안 믿기지?
(남규) [웃으며] 우아, 이거 실화야? 어?
[함께 환호한다]
(종태) '아이 캔 스피크 잉글리시 베리 웰'
[진희와 혜리의 웃음]
'아이 두 마이 베스트, 보스'
- (혜리) 우아, 진짜 - (종태) 맡겨 주세요 [신철의 웃음]
- (종태) 맡겨 주세요 - (승용) '와우'
[비가 쏴 내린다]
(보좌관) 아이고, 허 기자님
우산도 안 쓰고 뭐 하셔?
(종태) 안녕하세요, 바쁘시죠?
(보좌관) 뭐, 늘 비슷하지, 뭐 [종태의 옅은 웃음]
- 왔는데 의장님 뵙고 가야지 - (종태) 어, 안 돼요, 안 돼
들어가면 잔소리만 들어, 나 안 들어가
(종태) 이거 가지고 가요
아니, 아버지는 이걸 왜 나를 시켜 그냥 퀵 부르면 되지
선거인데 책잡히면?
아, 참
(보좌관) 뭐, 요즘은 괜찮으셔? 일은?
아, 뭐...
[웃으며] 죽지 못해서 살아요
[보좌관과 종태의 한숨]
아저씨, 뭐 재미있는 거 없어요? 아이템?
씁, 정치 아니어도 되지?
[신호등 알림음]
나 좀 살려 줘
(종태) [웃으며] 뭔데? 알려 줘요
(보좌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종태) 제발 부탁해 [함께 웃는다]
"사직서"
(태섭) 형
오랜 시간
고맙고 감사했다
아이, 뭐라고 해야 될지...
아이, 더 좋은 데로 가시는 건데 응원해 드려야죠
(명호) 선배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화) 응
(명호) 뉴스9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건승을 빌어
[잔잔한 음악]
(백진) 인터뷰 전쟁이다
상대는 미 상무부 장관이야
전 세계를 상대로 인터뷰하는 사람이지
우리가 질문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뻔한 답변밖에 못 끌어내
(백진) 민호부터 경제 현안 말해 봐
(민호) 네, 그,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계속 이슈예요
미국 측의 통상 압력에 관한 문제를 다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 작, 자료실 털어 가지고 저, 민호한테 붙어
- (혜리) 네 - (백진) 그, 남규
Q&A 초안 줄 테니까 그, 3배로 좀 불려 봐
(남규) 네
이연화, 네가 남규한테 붙어
알겠습니다
(혜리) 로버트 장관 5개 국어를 한다는데 한국어는 없네요?
(백진) 그, 뭐, 서류상으로는 한국말 못하는 걸로 돼 있는데
로버트 장관 한국말 잘해
뭐, 공식적인 자리에서야...
뭐, 공식적인 자리에서야 영어만 쓰겠지만
(연화) 아, 근데 팀장님
그,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신...
(남규) 야, 넌 뭐, 쓸데없는 질문을...
(백진) 능력자가 능력자 알아본 거지
자, 각자 알아 온 거 내일 인터뷰 리허설 할 거니까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 철저히 해, 알았지?
(함께) 네
(신철) 어, 저기, 저기...
저는 뭐, 시키실 거 없나요?
아, 형을 위해서 중요한 거 남겨 뒀지
시작해!
- (남규) 네 - (진희) 네
(신철) 뭐지? 뭘까, 저게? 저게 뭘까?
[휴대전화 알림음]
(연화 부) 잘 지내지?
올해 수확한 채소랑 네가 좋아하는 양념게장 담가서 보낼 테니
- (연화) 아, 진짜 - (연화 부) 잘 챙겨 먹어
이런 거 보내지 말래도
(연화 부) 바쁠 텐데 건강 조심하고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알림음]
(연화 부) 그리고 방송은 옆집 박 씨가 알려 줘서 챙겨 봤다
TV 나올 때 미리 아빠한테 알려 줘
시간 나면 전화도 가끔 하고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캔들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연화의 힘주는 숨소리] (종태) 연화 씨
[멀리서 전화벨이 울린다]
[바닥을 탁탁 친다]
(종태) 연화 씨는
사는 게 즐거운가?
아, 그, 죄송해요, 그...
제가 인터뷰 그, 그, 기획서 아직 못 봤어요
인천 공항 지하에
88km짜리 비밀 공간이 있대
진짜요?
북한 비행기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인천 공항에 들어온대
아, 북한 비행기가요? 그, 인천 공항에요?
공항 귀빈실에요
국회 의원들이 목욕한대요
아니, 그런데 그런 걸 다 어떻게 아세요?
[살짝 웃는다]
- (연화) 네? - 기자의 정보력?
[밝은 음악]
[연화의 웃음]
우리한테는 친숙하지만
- (연화) 음... - 그러니까, 그...
- 비밀이 감춰져 있는 세계, 공항 - (연화) 아...
(종태) 그, 숨겨진 세계
- (연화) 아... - (종태)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괜찮은데 근데, 그...
팀장님이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아요 시사성이 없다고
[종태가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아니, 그, 고발...
맨날 고발만 하려고? [연화의 난감한 웃음]
(종태) 고발만 해 가지고 어떻게 하려고 재미 하나도 없지, 나랑 같이 해요
- 예? - 같이 해
[난감하게 웃으며] 아,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저 되게 바빠요
(종태) 같은 아싸끼리 그냥 품앗이하듯이
내가 그, 저, 팀장님한테 허락 다 받아 올게
- 팀장님요? - (종태) 받아 올게
이번 아이템
종태가 아버지 백까지 동원해서 어렵게 잡았대요
이연화도 입봉했으니까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이연화는 남규랑 장관 Q&A 준비하기로 했잖아
(민호) 아, 그게...
남규가 혼자서 할 수 있답니다
[한숨 쉬며] 아무도 걔랑 일 안 하려고 그러는 거구나?
알아서들 해
(종태) 감사합니다
연화 씨!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백진) 워싱턴의 로버트 아저씨 기억나니?
(서우) 기억나, 이번에 열라 출세했던데?
[냉장고 속 병들이 잘그랑거린다]
김서우, 아빠가 그런 말 쓰지 말라고 그랬지?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아빠가...
(서우) 에이
옆집 살던 아저씨가 미국 장관이 됐는데
[음료를 꿀꺽 삼키며] 겁나 출세지
'겁나'?
낮에 아저씨랑 통화했는데
제임스 할아버지가 너 잘 있냐고 묻더라
엄마하고 할아버지 연주했던 거 기억나?
네가 로버트 아저씨 노래로 울렸잖아
그런 기억은 잘하네?
정작 기억해야 될 거는 다 까먹으면서?
내 약속은, 결혼기념일은 기억나기는 해?
그런 거는 왜 기억 못 하는 건데?
[깊은 한숨] [애잔한 음악]
서우야
아빠는 참 좋으시겠어
아빠 좋은 추억만 골라 기억할 수 있으니까
서우야, 너 정말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니?
평생, 죽을 때까지!
[한숨]
[성난 숨소리]
[깊은 한숨]
(승용) '한국 이름, 김봉석'
'생후 3일 만에 대구 성당 앞에서 발견된 후 입양'
씁, 근데 이거, 음...
친모를 찾고 싶다든가 그런 말을 한 흔적은 없네요?
어, 그, 양부모는 어떤 사람이야?
(승용) 아, 그거 제가 찾아볼게요
(연화) 그...
부친은 제임스 윈스턴 독일계 미국인이고요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에서 평생 기술자로 일했답니다
모친은 글로리아 윈스턴
평범한 주부였던 거 같습니다
(민호) 생큐, 이연화
어, 철이 형님 어디 가셨어요?
(혜리) 그 인간 행방을 왜 나한테 물어?
(승용) 아, 그, 뭐, 팀장님이 중요한 임무 준 거 같던데요?
누구 찾는다던가? 그, 누구지?
[민호의 의아한 신음]
(민호) 두 분이 또 뭔가 꾸미시나 보네 [민호가 살짝 웃는다]
[신나는 음악]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피곤한 숨소리]
[버튼을 꾹 누른다]
(직원1) 사내 공고
보도국 최근화 앵커가 이번 달 말로 은퇴합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민호의 피곤한 신음]
[민호의 피곤한 숨소리]
[마우스 클릭음] [잔잔한 음악]
(근화) 사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보도국의 최근화 기자입니다
저는 30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범인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민호가 소식을 알린다]
[민호가 게시 글을 읽는다] 지난 7년 동안 진행했던 뉴스9의 동료들은 물론
여러 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모든 보도국의 기자들에게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함께 대화한다]
(승용) 아, 무슨 술을 짝으로 드셨나
(근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이
[명호가 흥얼거린다] HBC의 보도국을 맡을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작별 인사는
마지막 방송 때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승용이 중얼거린다]
[저마다 말한다] 사우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십시오
당신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제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 어 - (신철) 어, 야
넌 알고 있었냐?
아, 몰랐어, 전혀
아이, 이거 의외네
[피곤한 목소리로] 아니, 소문이 사실이었나, 그럼?
(백진) 소문?
아니, 한 달쯤 전부터 여의도에서 흘러나온 얘기인데
뭐, 근화 형이 정치를 한다고
(신철) 뭐, 야당, 여당 할 거 없이
아주 데리고 가려고 난리도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야, 항간에는
무슨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코를 훌쩍거리며] 근화 형이니까 전부 안 믿은 거지, 뭐
'기자는 약자의 대변인'이라고 그렇게 떠들더니
아이고, 결국 근화 선배도 여의도로 가는구먼
야, 그보다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는...
후임 앵커 선발이지, 뭐
또 보도국 한바탕 난리 나겠다
아이, 그, 유명호
걔도 나오겠지?
아, 유 국장뿐이야?
다들 이리 떼처럼 달려들 텐데
상황도 벌써 지금 보도국 무게 중심이 완전히 기울어져 있는데, 씨
(신철) 개명호 그 자식이 앵커까지 차지하면
아이고, 야... 뭐, 아르곤 앞날 안 봐도 뻔하다
지금도 못 잡아먹어서 저 지랄들인데, 씨
아이고
[출입기 작동음] (연화) 저 혼자 갔다 와도 되는데...
(민호) 괜찮아
(연화) 감사합니다
(민호) 뭐야?
글이 아침에 올라왔는데 공고가 벌써 붙어요?
(민호) [한숨 쉬며] 이런 거 좀 천천히 붙이지
아, 그, 앵커는 어떻게 뽑는 거예요?
(민호) 음, 보도국 경력 10년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해
지원자를 모아서 오디션을 하는 거지
카메라 누가 제일 예쁘게 받나 뭐, 사투리 쓰는 놈은 없나
이거를 이사회에 올리는 거야
(혜리) 볼만해요, 학교별로 지역별로
서로 몰래몰래 지지하는 후보들 정하고 총선 저리 가라지
어쨌든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해
뭐, 윗사람 마음이지 [혜리의 옅은 웃음]
(승용) 혹시 사이코는 그런 데 안 나가요?
(민호) 야, 무슨 소리야, 아르곤은 어쩌라고?
(남규) 에이, 때가 되기는 했죠
뭐, 붙박이장도 아니고 사이코가 아르곤에서만 10년째인데
형도 잘 생각해 봐요
아르곤 앵커 서열로는 팀장님 다음이 형이잖아 [다가오는 발걸음]
- (백진) 안녕 - (혜리) 음, 야!
(백진) 뭐야?
왜들 그렇게 봐?
[혜리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명호) 이사님들은 제가 한 분씩 각개 격파 하겠습니다
뭐, 10명 중 4명은 제 편이니까
누가 나와도 자신 있습니다
(태섭) 김백진이가 나와도?
백진이가 나온답니까?
[한숨]
데스크들 사이에서는
김백진이 이름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긴장되는 음악]
(태섭) 오늘 김백진이가 무슨 기획안을 가져왔는지 알아?
로버트 윈스턴 미 상무부 장관 단독 인터뷰
예? 단독 인터뷰요? [태섭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웃으며] 형님,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미 상무부 로고가 박힌 공식 레터를 가져왔더라고
(태섭) 야
입양아에서 미 상무부 장관까지 오른 화제의 인물을
김백진이가 인터뷰를 따 봐
(태섭) 이사들이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아?
누가 9시 뉴스 앵커에 어울린다고 보겠냐고
[명호의 한숨]
네가
이사들한테 4표 얻었다고 설레발치고 다니는 사이에
김백진은 특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면 나도 장담 못 해
[태섭이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종태) 죄송합니다
(보좌관) 허 기자님, 이거 왜, 왜 이렇게 늦어
아, 전에 말씀드린 우리, 우리 저, 저, 저, 처남
(직원2) 안녕하세요, 예, 반갑습니다
(보좌관) 아, 나, 나, 저, 빨리 가 봐야 되겠어
- (종태) 벌써 가세요? - (보좌관) 의장님이 찾으셔
(보좌관) 말씀 안 드리고 나왔어, 잘해
- (직원2) 예 - (보좌관) 어, 잘해
(직원2) 들어가세요
- (종태) 들어가세요 - (연화) 안녕히 가세요
(연화) 저, 누구세요, 저분은?
(종태) 아, 우리 아버지 보좌관인데 이 아이템 주신 분
(연화) 아
(직원2) 아, 저희 그럼 가실까요? 저희 비밀 장소로
(종태) 아, 네, 알겠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직원2) 가시죠
[기계 작동음]
(직원2)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화물 처리 시스템입니다
(종태) 아, 예
(직원2) 총 길이가 88km
그러니까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가 공항 지하에 있는 거예요
(종태) 우아, 대단하다, 진짜 [연화의 감탄]
(연화) 그럼 여기서 찍을까요?
- (종태) 잠깐만, 지금 구상 중이거든 - (연화) 아, 네
- (종태) 저 짐이 오고 있잖아요 - (연화) 네, 네
(종태) 그거를 맞춰 가지고 이렇게 찍다가
(연화) 아, 네
(종태) 이쪽으로 빠지면
- 제가 여기에 - (연화) 아, 그렇게요?
(연화)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찍다가 팬
연화 씨, 내가 웃는 게 나아? 아니면...
웃, 웃는 게 좋으실 거 같아요
- (연화) 바로 말하시면 돼요 - (종태) 알았어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인첸... 아, 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혜리) 육혜리입니다 [마우스 클릭음]
(연정) 안녕하세요, 나 남연정인데요
[전화벨이 울린다] (혜리) 아...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이 번호를 어떻게...
(연정) 소개받고 전화했어요
어, 내가 지금 기자 드라마를 하나 준비하는데
(혜리) 아...
(연정) 한번 봤으면 좋겠어서
(혜리) 아, 예
(연정) 오늘 저녁 괜찮아요?
(혜리) 아...
[전화벨이 울린다] 김백진!
(명호) 로버트 윈스턴 장관 단독 인터뷰 보도국에서 주관한다
[긴장되는 음악] [깊은 한숨]
장관께서 아르곤과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사에는 위계라는 게 있어
그런 중요한 인터뷰는 메인 뉴스에서 해야 하지 않겠어?
국장님
부하가 어렵게 잡은 취재를
중간에 이런 식으로 뺏어도 되는 겁니까?
그래, 나도 하나만 묻자
넌 왜 그런 중요한 것만 보도국장인 나한테 보고를 안 하냐?
급하게 인가받느라 바로 본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백진) 정식으로 일정 조절되면
국장님께 말씀드리려고 했고요
(명호) 야, 이 새끼야, 유치하게 변명은 내가 네 속셈 모를 것 같아?
너 이걸로 한 건 해서 신임 앵커 자리 노리는 모양인데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명호) 그리고 장관 인터뷰를 심야에 한다고 하면
미국 정부에서 퍽이나 좋아하겠다
[큰 소리로] 격이 안 맞잖아, 격이
너희들 욕심 채우려고 국격을 떨어뜨려야 되겠어?
이기적으로 굴지 마
(명호) 야, 너 자료 정리 해서 내 방에 갖다 놔
아직 정리는 시작도 못 했습니다, 국장님
[명호가 기가 찬 숨을 내뱉는다]
(명호) 윈스턴 장관 인터뷰 뉴스9에서 한다
국장님
이거 우리 겁니다
HBC 거야, 두말하게 하지 마
(명호) 그리고 넌 까불지 마, 이 새끼야 내가 우스워?
(백진) 뭐 하시는 겁니까!
(명호) 확 잘라 버릴까...
[명호의 짜증 섞인 신음]
- (남규) 아, 저거, 진짜 저거... - (백진) 남규!
[민호의 깊은 한숨]
(민호) 저렇게 나오는데 우리 인터뷰 괜찮을까요?
하던 대로 준비해
변하는 거 없으니까
(백진) 장관 Q&A 하자, 회의실로 와
(신철) 어이, 허니, 잘 들어가셨어?
(여자) 치, 노래방에서 왜 이렇게 빨리 도망갔어요?
한잔 더 하자니까
너희들이 나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서 도망쳤지
[웃으며] 뭐야
아니, 언제 그렇게 쫄보가 됐어요?
(여자) 난 아스팔트 오빠가 콜하면 언제든 오케이니까
말만 하세요
[허허 웃으며] 음탕하다
[신철과 여자의 웃음] [밝은 음악]
부탁하신 거 메일로 넣었어요
어, 고마워, 고마워
또 나쁜 놈 벌주는 뉴스예요?
아니, 이번엔 좋은 놈 상 주는 뉴스
또 보세
(여자) 네
[휴대전화 조작음]
(신철) 안녕하세요
- (신철) 저기 - (주민1) 아, 예
여기서 오래, 장사하신 지 오래되셨어요?
(주민1) 예, 오래, 오래됐어요
[힘겨운 신음]
[기침 소리가 들린다] (신철) 가 보자
여기가 맞나?
아유, 아, 안녕하세요
아, 저, 어르신, 여기가 그, 조상민 선생님 댁 맞습니까?
(주민2) 누구?
(신철) [큰 소리로] 조상민
[개가 짖는다] 다 알아들으니까 작게 말해
(신철) 조상민
에이그, 이, 너무 작아
(신철) 저, 이분이 6.25 참전 용사세요
'조상민'
[휴대전화 진동음]
(혜리) 야
네 '마이 달링'은 하루에 전화를 몇 번을 하는 거냐?
(진희) 죄송해요, 제가 연락이 안 되면 그렇게 불안하대요
- (혜리) 치 - 금방 받고 갈게요, 먼저 가세요
- (혜리) 빨리 와 - (진희) 네
네, 많이 기다리셨죠? [의미심장한 음악]
그, 김백진 팀장이 이번 인터뷰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요
(진희) 제 생각에는 윈스턴 장관의 친부모를 찾는 것 같습니다
(명호) 공식 인터뷰를 보면
윈스턴 장관은 친부모한테는 관심 없다고 하던데?
장관이 공식 자리에서 한국말을 안 쓰는데
실제로 아주 유창하대요
좋아, 수고했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깊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사람 좀 찾아 줘
급행으로
(종태) 어, 저거 나간다 연화야, 저거, 저거, 저거, 저거
줌, 줌, 줌, 줌, 줌 쭉 당겨, 쭉, 쭉, 쭉, 쭉, 쭉, 쭉!
어? 저거 드림 라이너다! [비행기 엔진음]
- (종태) 어, 야, 빨리빨리, 저거 - (연화) 어, 어디요?
- (종태) 저거, 저거, 비행기, 비행기 - (연화) 못 찾겠어요, 어디요?
- (종태) 빨리빨리, 빨리빨리 - 어, 잠시만요, 못 찾겠어요
- (종태) 저쪽, 저쪽... - (연화) 어디, 아...
- (연화) 못 찾겠어요 - (종태) 아, 못 찍었어?
(종태) 아, 저거 드림 라이너인데
아니, 연화 씨, 카메라를 좀...
아니, 그러면 저 말고 [종태의 아쉬워하는 숨소리]
카메라 기자님하고 같이 오셨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종태) 연화 씨
지금 되게 죽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거든요?
뭔데요?
이게 그러니까 뉴스를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짐으로 해 가지고
짐의 입장에서 이거를 내레이션으로 하는 거야
아...
그러니까 타자의 시선으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성찰한다
사르트르적인 접근인가요?
[밝은 음악] 어, 맞... 그런 건데
- 오... - (종태) 그러니까
(종태)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짐의 여행
[연화의 감탄하는 신음] 뭐, 인간의 삶도 어떻게 보면
- 뭐, 여행 같은 거니까 - (연화) 좋다
- 괜찮아요? - 네, 네
작품 나올 거 같아요 [함께 웃는다]
나랑 통하는 게 있는 거 같은데?
(종태) 아, 대박 날 거 같은데, 이거?
그러니까 시리즈로 해 가지고 동남아도 가고
[연화의 놀란 숨소리] - 어, 좋다 - (종태) 괜찮을 거 같은데
- 그거 저도 같이 하는 거예요? - (종태) 대박이다, 이거
저도 같이 하는 거예요?
아니, 근데 카메라를 좀 배워야 돼 연화 씨는
(종태) 그러니까 나는 오래 했으니까 그런 게 눈에 보여
(연화) 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직원2) 아버지께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사를 잘 써서 내보내 주시면
씁, 아무래도 저희 공항 쪽에도 좀 뭔가 도움이 되고
기자님 커리어에도 도움이... [종태가 살짝 웃는다]
- 그,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 88km - (종태) 아, 예, 예
[아기 울음이 들린다] [직원2의 안타까워하는 신음]
(직원2) 저거는 암만 봐도 적응이 안 돼요
저, 입양 가는 애들인데요 [아기 울음]
아, 잘 놀다가도 저렇게 떠날 때만 되면
통곡을 하고 막 그러더라고요
- (종태) 연화 씨, 저거 좀 찍어 줘 - (연화) 아, 아, 네
(직원2) 저거를 이렇게 찍어서 [카메라 작동음]
좀 이렇게 뉴스에 나오고 그러면 이게 사회 문제가 되고
요즘 입양 가는 아기들한테... [휴대전화 진동음]
(서우) 왜, 아, 나 비행기 타야 된다고!
아니, 표가 있는데 왜 안 보내 주냐고요!
아, 내 캐리어 내놔요!
아, 내 거잖아!
(직원3) 가서 얘기...
(서우) 아, 진짜 뭘 자꾸 얘기하냐고!
윈스턴 장관 인터뷰
저희가 할게요
백진이가 가져온 거를 어떻게 그래 [긴장되는 음악]
이거 개인의 일이 아니에요
(명호) 우리의 HBC의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일이죠
입장을 바꿔서 [태섭의 한숨]
우리나라 총리가 외국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데
그게 12시 심야 프로예요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모욕적인 대우, 국격의 훼손 분명히 말 나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한데...
대의를 생각하셔야죠
(명호) 저희 뉴스9에서 최고의 의전을 제공하겠습니다
보도국장인 제가
직접 인터뷰하겠습니다
그 사람 내면의 고민까지 심도 있게 아주 끌어낼 자신도 있고요
(태섭) 너
비책이라도 있어?
(명호)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어를 못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우리말을 아주 잘한다고 합니다
[의아한 신음] 아니, 5개 국어를 한다는 양반이
우리말을 잘한다는 걸 왜 굳이 숨기겠습니까?
무슨 뜻이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걸 부정하고 싶겠지만
세상에 부모를 그리워하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요?
장관 친부모를
찾았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윈스턴 장관'
'한국인들은 당신과 같은 입양아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친부모를 찾고 싶지는 않나요?'
(백진)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길러 주신 분들이다'
'그분들은 내가 성장하는 데 충분한 사랑을 주셨다'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하는 이유가 뭔가?'
'FTA 이후 우리 무역 적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한국의 대미 무역 수지는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지 않았나?'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 적자는'
'FTA 미체결 시 발생하는 적자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적은 액수다'
(민호) '게다가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비용은'
'500억 달러가 훨씬 넘는데'
'미국이 한국에 투자한 비용은 2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또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없지 않은가?'
음, 뭐, 답변하기가 쉽지가 않네
조금만 더 파고들어 가 보자
여기 '미국 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이거 어떤 게 있는지 알아봐 줘
(민호) 네
'실리콘 밸리에 많은 친구들이 있는 걸로 안다'
'한국의 IT 기업과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을 비교한다면?'
(백진) 친구 누구? [진희와 혜리의 웃음]
실리콘 밸리 친구 리스트 찾아 가지고 더 넣어
(승용) 네
(혜리) '미국이 한국 측에 FTA 재협상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자유 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미국의 이상과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정치적 민감성은 이해한다'
(백진) '하지만 FTA 재협상 역시 같은 맥락 아닌가?'
(남규) 장관님, 김백진 기자하고는 어떻게 친해지신 겁니까?
쓸데없는 걸 물어보니? 실전용 질문만 해라
안 그래도 새로 하나 맞출 생각이었어요
이번에
로버트 윈스턴 미 상무부 장관하고 단독 인터뷰가 있어서요
슈트는 주인에 대해 많은 걸 말해 주니까
(영업 사원) 국장님을 모시게 돼서 이거 아주 영광입니다
저, 최근화 앵커님이
은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협찬?
협찬은 걱정하지 마세요
후임 앵커가 누가 되든 협찬사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명호) 국장인 제가 지시할 거니까
감사합니다
(민호) 좋은 전통은 지켜야죠
- (명호) 아야 - (재단사) 아, 죄, 죄송합니다
(영업 사원) 뭐 하는 거야, 지금!
(재단사) 죄송합니다
[웃음]
괜찮아요
처음엔 다 그렇지, 뭐
(영업 사원) 앞으로 국장님 슈트는 저희가 영원히 책임을 지겠습니다
물론 신임 앵커 슈트도요
아, 두 벌씩 챙겨도 되나 모르겠네
(영업 사원) 네?
아닙니다
아니, 그런데
진짜 궁금하기는 해요
(진희) 응, 맞아요
뭔가 되게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을 거 같은데
[한숨]
워싱턴에 있을 때
(백진) 우리 딸애가 백인 애들한테 좀 괴롭힘을 당했어
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할아버지가 그걸 보고 애들을 혼내 주고
애 엄마가 그게 고맙다고 요리해 가지고 그 집 찾아갔었거든
(백진)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그, 참전 용사였던 거야 [함께 감탄한다]
뭐, 자기 다리에 평양에서 맞은 총알이 있다고 막 보여 주셨대
그분이 로버트 아버지야
[혜리의 웃음] [함께 감탄한다]
아니, 그럼
선배가 활약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멋쩍은 웃음]
그러게, 가족 덕에 거저먹었어, 특종을 [함께 웃는다]
그러게 왜 물어보냐, 그런 걸?
[한숨 쉬며] 아, 이거 철이 형이 연락이 없네
[서류를 바스락거리며] 누구, 철이 형하고 통화한 사람?
아이, 비장의 무기를 부탁했는데 어려웠나
뭐, 어쨌든 다들 수고했다
(남규) 팀장님, 끝내기 전에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되나요?
또 뭐?
뉴스9 후임 앵커 지원하실 겁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옅은 한숨]
(봉길) 팀장님, 그, 본부장님이 부르시는데요?
알았어
[명호의 헛기침]
(태섭) 음, 윈스턴 장관 인터뷰 말인데
아르곤이 하기엔 벅차지 않나?
아닙니다,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섭) 나도 뭐, 아르곤을 의심하지는 않아
그런데 방송사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
HBC 격을 생각하면
뉴스9에서 진행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긴장되는 음악] [깊은 한숨]
예, 뭐,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뭔 소리야?
로버트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미국 관료입니다
(백진) 이건 특별한 친분이 있는 저널리스트에게 혜택을 베푸는 겁니다
근데 이 제안을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변경한다면
로버트 장관은 단독 인터뷰를 취소할지도 모릅니다
이게 미국식 관례입니다
[비웃으며] 미국식 좋아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로버트 장관한테 직접 가서 말씀해 보세요
뉴스9 임시 백업으로 들어와
너희들 준비한 거 허투루 되지 않게 내가 잘 모실게
(태섭) [힘주는 숨을 내뱉으며] 인터뷰는
최근화 앵커가 진행할 거다
(명호) 예?
미 상무부 장관이면 국빈이야
(태섭) 간판 뉴스에서 인터뷰를 할 거면
메인 앵커가 인터뷰를 하는 게 맞아
그게 우리가 언론인으로서 예의를 갖추는 방식이다
백진이 네가 윈스턴 장관 설득해
유 국장은 최근화 앵커 도와서 제대로 준비하고
이게 [태섭이 수첩을 탁탁 친다]
보도 본부의 결론이다
[짜증 섞인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네, 김백진입니다
어디시라고요?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연화가 숨을 하 내뱉는다]
(연화) 드디어 보네?
안녕
(연화) 아유, 야, 곱게 좀 가자 [발랄한 음악]
[연화의 힘겨운 신음] (서우) 아줌마, 이거 안 놔요?
(연화) 아유, 진짜 너 힘이 왜 이렇게 세니 중학생 맞니?
- (연화) 야, 여권 좀 까 봐라, 아유! - (서우) 아유, 진짜, 존나 짜증 나!
(연화) [기가 찬 숨을 내뱉으며] '존나'?
너 어른... 나... [연화의 한숨]
야, 너 그 말이 무슨 말인지나 알고 쓰는 거야?
- (서우) 예? - (연화) 너 언니한테 욕 사전 있는데
(연화) 그거 보고 나면 너 절대 욕 못 할걸, 어?
그냥 가자, 곱게?
언니 무서운 사람이야
(서우) 아줌마 누구인데요?
(연화) 언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연화) 김백진이 아빠면 나 같아도 삐뚤어졌을 거야
근데 너 어떻게 혼자 비행기 탈 생각을 했냐?
(연화) 배짱 한번 좋다
김백진 딸답네
그거 욕 같은데?
근데 팀장님 엄청 화났을 텐데 너 어떡하냐?
[서우의 한숨]
[연화의 한숨] (서우) 아줌...
아니, 그러니까 언니가 막아 주면 안 돼요?
싫어
나 너희 아빠 무서워
(백진) 서우야!
김서우!
[백진의 거친 숨소리]
너 뭐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종태는?
아, 저한테 부탁하시고 먼저 가셨습니다
김서우
(백진) 너 이거 뭐 하는 짓이야?
미국이 어디라고 혼자 갈 생각을 해!
너 미성년자야!
일어나, 집에 가서 얘기하자
[백진의 손을 탁 뿌리치며] 안 가
씁, 너 끝까지...
생각 없이 저지른 거 아니야
나 학교도 다 알아봤어 미국 이모네랑도 가깝고
엄마가 내 앞으로 남겨 준 돈으로 공부할 거니까
- 아빠 돈도 필요 없어 - (백진) 아빠가 허락 못 해!
[울먹이며] 하든 말든
아빠가 언제부터 날 그렇게 신경 썼는데?
- (백진) 뭐? - (서우) 나 여기 싫어 [애잔한 음악]
(서우) [울먹이며] 학교도 싫고 집은 더 끔찍해
아빠는 아빠밖에 모르잖아
엄마 혼자 죽게 만들어 놓고 내가 미국 가는 게 뭔 상관이야!
이놈의 자식...
(서우) 아빠는 그 거지 같은 방송 때문에 엄마를 버렸잖아
그러니까!
나도 그냥 버리라고
나도 아빠 필요 없으니까
(백진) 서, 서우...
아이, 서... [연화의 난감한 숨소리]
[깊은 한숨]
(남규) 아니, 진짜 국장님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후배가 물어 온 특종을 뺏어 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승용) 아이, 그러니까요
팀장님 친분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이런 개인 인터뷰를 따냐고요
[남규의 한숨] 아, 이거 준비하는 데 일주일 밤새웠는데
아, 몰라, 몰라, 아!
(남규) 아, 진짜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이 없는 건가?
아이, 상관없으니까 계속하라며
근데 이런 식이면 이제 팀장님 말도 못 믿는 거 아니야?
(종태) 그냥 이 비극은
우리가 자정으로 밀리면서 그렇게 시작된 거야
(신철) [큰 소리로] 뭔 소리들 하는 거야, 진짜
[승용과 민호의 놀란 신음]
- (민호) 아이, 선배, 아... - (승용) 아, 선배, 진짜 [신철의 웃음]
(신철) 뭔 작당 모의들을 하고 앉아 있어, 지금, 어?
장관 인터뷰 뺏긴 거 속상해서요
야 [컵을 탁 내려놓는다]
쩝, 그만큼 뉴스9이, 어? 힘이 세다는 거야
보도국을 꽉 잡고 있잖니
그냥, 그냥 이럴 거면 사이코가 뉴스9 가는 게 낫지 않아요?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왜?
- 아이, 맞는 말인데, 왜? - (민호) 예?
(신철) 아니, 너희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거 아니야?
야, 김백진이 보도국을 먹었어
그럼 이런 일이 생기겠어?
(신철) '네버', 절대로
아마 아르곤도 원래 시간대로 옮겨 줄걸?
거기서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거
(신철) 남규, 너 불륜 마음껏 하시고
허 선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응
- 선배, 그럴 수도 있겠다 - (남규) 맞아
(신철) 야, 그리고
너희들은 개명호가 9시 뉴스 앵커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냐?
(신철) 아이고
난 그러면 저, 이민 갈 거다 저, 저, 저
캄보디아 저, 구석진 데로
(종태) 거기 물 조심해야 돼요
(신철) 괜찮아, 인마
(백진) 서우야, 자니?
[한숨]
잘 자라
[잔잔한 음악]
[한숨]
[풀벌레 울음]
[연화의 힘겨운 숨소리]
[힘주는 신음]
[연화의 힘주는 숨소리]
(연화 부) 많이 바쁜 모양이네
기다리다가 간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꼭 챙겨 먹고
(연화) 아, 진짜...
올라올 거면 미리 말을 하지
맞네
내가 안 받았구나
[깊은 한숨]
걔한테 잘난 척할 게 아니네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아이고, 또 뭘 이렇게 많이 보냈대?
[연화의 한숨]
[옅은 한숨]
[통화 연결음]
어, 아빠
어...
늦게 끝났어
전화 못 받아서 미안
(백진) 야밤에 운동하자고 부른 거예요?
(근화) 인터뷰 뺏겼다고 [야구공을 탁 친다]
배배 꼬였을 네 얼굴 궁금해서 불렀다, 인마
(백진) 여의도 입성 길에 [야구공이 탕 튀어나온다]
[힘주며] 좋은 선물 되시겠네
(근화) 여의도?
너도 내가
[근화와 백진이 야구공을 탁 친다]
국회 의원 배지 달려고 마이크 놓는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백진) [힘주며] 아니면 청와대로 바로 갑니까?
(근화) 백진아 [야구공이 탕 튀어나온다]
(백진) 네 [백진의 힘주는 신음]
(근화) 나 죽게 됐다
(백진) 예?
[야구공이 탕 튀어나온다] (근화) 대장암이란다
두 달, 8주, 56일 남았대
[근화가 야구공을 탁 친다]
[잔잔한 음악] [근화의 힘겨운 숨소리]
[풀벌레 울음]
(백진) 두 달이라고 하고 10년 산 사람도 봤어요
그러냐?
근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하다
(근화) 다만 방송이 걱정되네
(백진) 지금 방송 걱정할 때입니까?
(근화) 정확히 말하면 겁이 난달까
80년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불태운 곳이 어딘지 알지?
(백진) 방송사죠
(근화) 이대로 가면 방송국이 또 불타는 날이 올지도 몰라
뉴스가 권력의 대변인이 되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난 네가 내 후임이 돼서 보도국을 다시 세웠으면 좋겠는데
아이, 본인 걱정이나 하세요
저는 아르곤 제자리로 돌아간 다음에...
(근화) 인마, 그러려면 힘이 있어야 돼
이번 인터뷰처럼 또 무력하게 뺏기지 말고
- (백진) 그거야... - (근화) 아르곤
이대로 가면 아무리 잘해도
심야 프로로 끝나고 말 거다
(근화) 시청률에 밀리다가 언젠가는 폐지되겠지
그럼 너보다 클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애들이
기회를 잃게 되는 거야
명호?
명호는 보도국 세우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뉴스9의 얼굴마담이 돼서
국회로 입성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려는 거지
뉴스9의 앵커가 된다는 건
HBC의 대표 목소리가 되는 거다
지금처럼 편향된 색깔에서 벗어나서
진짜 보도를 할 수가 있어
난 지금이
보도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백진아
[숨을 후 내뱉는다]
내가 하지 못했던 걸
네가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근화) 응?
한 게임 더 할까?
[힘주며] 나 이제 몸이 좀 풀린다
[근화의 옅은 신음]
[야구공을 탁 친다]
뭐가 이렇게 비겁해!
[슬픈 음악] 붙잡지도 못하게 하고
잔뜩 부탁만 하고
(근화) 더 이상 비겁하지 않으려고
이런다!
[야구공이 탕탕 튀어나온다]
[야구공을 탁 친다]
[백진의 헛기침]
(백진) 죽지 마
어?
사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백진) [큰 소리로] 어?
[울먹이며] 병신같이, 진짜, 씨...
[근화의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어
[문이 달칵 닫힌다]
저희는 의견 통일했습니다
뭔 소리야?
뉴스9 앵커, 지원하세요
저희 모두의 뜻입니다
아이, 또 그 소리냐? 아이, 나가, 나가
(민호) 팀장님이 물러나셔야 저희가 저희한테도 기회가 오죠
[멋쩍게 웃으며] 농담인데
저희 기자잖아요
제대로 된 기사 좀 쓰게 해 주세요
나가 볼게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마우스 클릭음] (연화) 아
선배님, 그 책 읽어 보셨어요?
그,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 일주일을'
(종태) 작가 이름이 '보통'이에요? [마우스 클릭음]
(연화) 네
(종태) 그럼 자장면 곱빼기는 안 먹겠네?
[함께 웃는다]
웃긴데 참지 마
[웃으며] 너무 재미있어요
[종태가 살짝 웃는다]
아, 제가 괜찮은...
문구를 하나 적어 왔거든요 들어 보세요
(연화) '세상에 대해 우울해질 때마다'
'난 히스로 공항의 도착 출구를 생각해'
'사람들은 우리가 증오와 욕망의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마우스 클릭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종태) 그, 그 사람, '보통' 책에 나오는 거예요?
아니요, 이거는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 나오는 거예요
[웃으며] 뭐야, 사람 말이 앞뒤가 안 맞아, 왜 이렇게
(연화) 아니, 그런데
이 영상에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저는 우리 아이템 좋은데
(종태) 좋아요?
(연화) 예, 좋아요
나랑 좀 잘 맞는 거 같은... [함께 웃는다]
그렇지?
- (종태) 우리가 아르곤의 - (연화) 아, 세상에
(종태) 새로운 시대를 같이 여는 거야, 우리가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연화) 적폐 세력이 누군데요?
사이코도 이제 딴 데로 갈 거니까 [마우스 클릭음]
(연화) 예?
그러니까 우리가 새로운 세대가 돼서
아르곤의 그, 새 시대를 열자고...
아니요, 아니요 팀장님 어디 가신다고요?
팀장님!
(백진) 왜?
(연화) 그게, 그...
뉴스9으로 가세요?
아주 여기저기서 날 보내려고 난리구먼
안 가시면 안 돼요?
[잔잔한 음악]
왜?
나 가면 제일 좋아할 게 너 아니야?
혼나긴 많이 혼났는데요
그래도 많이 배웠습니다
주제넘겠지만
전 팀장님 계시는 아르곤이 좋습니다
(명호) 윈스턴 장관 일정이 워낙 바빠서
생방은 힘들게 됐습니다만
대신 인터뷰 시간을 두 시간 허락받았습니다
[태섭의 한숨]
(태섭) 이상 없이 해야 돼
백진이가 양보해 줘서 그래도 무사히 진행되는 거니까
[태섭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에이, 걱정 마세요
방송사 최초로 장관 친부모가 공개되는 겁니다
아, 안타깝게도
친부모가 모두 사망했지만
그래도 뭐, 어렵게 사진을 구했으니까
이걸 보면
(명호) 장관도 울컥하지 않겠습니까?
(태섭) 응
HBC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인터뷰가 될 겁니다 [태섭이 살짝 웃는다]
근화 선배한테도 그랬으면 좋겠네
그럼요, 당연하죠
근화 선배님 마지막 모습을
사람들도 아주 특별하게 기억하게 되겠죠
자, 이제 선배님도 좋은 곳으로 가시니까
남아 있는 제가
HBC를 위해서 더욱 헌신하겠습니다
흔들린 방송사의 위상을 되찾고
뉴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젊은 뉴스로 언론의 패러다임을 싹 바꾸겠습...
(근화) 유 국장! 무슨 짓을 한 거야, 도대체! [긴장되는 음악]
(명호) 예?
(근화) 윈스턴 장관이 인터뷰 취소한대!
(태섭) 예?
아, 아, 아니, 왜...
[거친 숨소리]
우리하고 단독 인터뷰 취소하고
한국 언론 전체를 모아 놓고 공동 인터뷰 하겠답니다
(태섭) 갑자기 왜...
(명호) 김백진, 이 새끼...
자기가 물 먹었다고 파투 놓은 게 분명합니다
- (명호) 이 새끼를 내가... - (근화) 귀 청소 하고 똑바로 들어!
(근화) 장관이 보내온 이메일이야
'HBC와 단독 인터뷰를 취소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귀사가 보내 준 질문지를 통해'
'HBC의 전문가적인 식견과'
'한국인들의 생생한 관심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명호 보도국장님이 따로 보내 주신 사진과 정보에 대해 답변하겠습니다'
'국장님의 친절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저는 친부모에 대한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인의 입양아에 대한 이런 식의 편견은'
'저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저는 충분히 사랑을 받았고'
'당신들은 나를 동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로버트 윈스턴'
(근화) 네가 다 망쳤어
네가!
[문이 쾅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종태의 뿌듯한 숨소리] [연화가 손뼉을 짝 친다]
[연화의 개운한 신음]
(연화) 끝났다 [종태와 연화의 개운한 신음]
아,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종태) 나 편집 너무 잘하는 거 같아 [연화의 웃음]
(종태) 카, 대박이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연화) [하품하며] 네
[종태와 연화의 놀라는 신음] (보좌관) 아이고, 아이고
- (연화) 안녕하세요 - (종태) 어떻게 오셨어요? [보좌관이 인사한다]
- (보좌관) 고생이 많네 - (연화) 안녕하세요
(종태) 방금 끝났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어?
(보좌관) 아, 그래?
저... [보좌관의 난처한 숨소리]
[연화의 힘주는 숨소리] 이 뉴스...
취소해 줘라
(종태) 왜?
(보좌관) 아, 의장님한테 말씀드렸더니
펄펄 뛰면서 보도는 안 된다고...
(종태) 아이
아, 왜
(보좌관) 아이, 선거철이라 민감하잖아
국회 의장 아들이 보좌관 시켜 가지고
[종태의 짜증 섞인 숨소리] 뉴스거리 보고 또 꼬투리 잡히면
갑질 논...
(보좌관) 한 번만 살려 줘라
[종태의 허탈한 숨소리] 이거 나가면
우리 처남 목 잘리는 거 일도 아니고 [연화의 놀라는 숨소리]
울면서 전화했더라고 [종태의 짜증 섞인 한숨]
(종태) 아니, 그래도 이거 지금 나 이렇게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 (보좌관) 아드님 - (종태) 아, 왜 그래, 진짜 [연화의 놀란 목소리]
(보좌관) [힘주는 신음을 내뱉으며]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종태) 아, 안 돼
- (보좌관) 야, 한 번만 살려 줘, 응? - (연화) 아, 어떡해, 어떡하지...
(보좌관) 한 번만 살려 줘라
- (종태) 아, 진짜 어떡하라고 - (연화) 아, 이거는...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신철) 어, 나 금방 갈 거야, 어
씁...
[신철이 흥얼거린다]
아, 근데 왜 여기로 불렀어?
백진이네 안 가?
드라마 제안받았어요
(신철) 응?
내년 상반기 편성이라고 오라네, 바로
(신철) [놀란 숨을 들이켜며] 아...
조건도 파격적이야
바로 서브 작가로 투입시켜 준대요
보도국 10년 짬밥 허투루 먹지는 않았나 봐요
[신철의 헛기침]
(신철) 가
어, 당연히 가야지
드라마 작가가 꿈이라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인간은 꿈을 먹고 살고
어, 가
이야, 뭐, 근화 형에 육 작에 이번 달 송별회, 아이고, 야
공짜 술 한번 원 없이 먹어 보자
[신철이 살짝 웃는다]
아니, 뭐, 이런 걸 뭐, 고민이라고 따로 불러
아, 일어나
백진이네 집이나 가자
[한숨 쉬며] 먼저 가요
난 이따 갈 테니까
(신철) 꼭 와
술 되게 많이 사 놨대
나쁜 새끼 [문이 달칵 열린다]
남의 술을 뺏어 먹고 지랄이야, 씨
저 이거, 같은 거 한 잔 더 주세요
(종업원) 네
[깊은 한숨]
(신철) 아이고, 배고, 야, 너희들만 먹냐 이놈의...
[남규와 승용이 신나게 떠든다]
- (남규) 서우야 - (승용) 야, 꼬맹이
(승용) 어? 네 생일인데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지, 어, 와야지
(남규) 넌 친구 없어?
(서우) 뭐래, 진짜 아저씨들, 쯧
- (승용) 야 - (남규) 너...
- (서우) 언니 - (연화) 응?
언니가 준 이 책 진짜 완전 대박이에요
- 내가 모르는 것도 짱 많고, 우아 - (연화) 대박이지
(서우) 언니, 근데 이런 거 어떻게 구해요?
[놀란 숨을 들이켜며] 언니도 학창 시절에 욕 좀 했나 봐요
아, 그럼, 완전 네이티브지
(연화) 나 미국 욕도 진짜 잘해, 볼래? [서우의 감탄]
'왓 더 퍽', '머더 퍼커' '선 오브 비치', '애스홀'
[연화의 당황한 신음]
언니, 취했죠?
[서우가 살짝 웃는다] 자기는... 아, 너도 '존나게'밖에 못 하더구먼
아니거든요
씨발 년, 미친, 엿같은 아가리를 조져 버려, 쌍!
(백진) 서우야!
(신철) 이야, 우리 서우 잘한다, 굿 잡, 굿 잡 [근화와 연화의 웃음]
어른이 잘한다, 좋은 거 가르친다
(연화) 그러니까 미국은 무슨 미국이야
그냥 한국에서 국내산 욕 하고 살아, 알았지?
알았어요 [연화와 서우가 살짝 웃는다]
(서우) 여기 있잖아요 [초인종이 울린다]
[연화와 서우가 소곤거린다]
(백진) 서우야, 아저씨 왔나 보다
[근화와 서우의 놀란 신음] [백진의 힘주는 숨소리]
(백진) [영어] 어서 와, 로버트!
- (로버트) 잘 지냈어? - (백진) 여행은 어땠어?
- (로버트) 어, 좋았어 - (백진) 들어와
(로버트) 고마워, 고마워
- (서우) 아저씨! 안녕하세요 - (로버트) 오, 서우!
(로버트) [한국어] 어, 생일 축하해
[서우가 살짝 웃는다]
(서우) [영어] 감사합니다, 제 16번째 생일이에요
- (로버트) 정말이야? - (서우) 네
- (로버트) 많이 컸구나 - (서우) 그럼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서우의 웃음]
[로버트의 놀라는 신음]
[로버트의 놀라는 숨소리]
기자야? 요리사야?
한국 앵커 스타일이야
[한국어] 오, 최고 [백진과 서우의 웃음]
(백진) 인사해, 우리 팀이야
- 얘들아, 인사해 - (로버트) 아, 예, 안녕하세요
- (함께) 안녕하세요 - (로버트) 안녕하세요, 예
(민호) [영어] 만나서 영광입니다
- (로버트) 반갑습니다 - (민호) 민호입니다
(로버트) 네
(신철) 조상민 씨입니다, 조상민
조상민? [신철의 호응하는 신음]
- (신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예요 - (로버트) 오, 제 아버지네요
[한국어] 우리 아버지 [신철의 웃음]
- 저기, 근데 조상민 씨는 - (로버트) 네
아쉽게도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신철의 난감한 신음] (로버트) 응?
(신철) [영어] 돌아가셨어요
작년에
[한국어] 저기, 이 사진은 조상민 씨 동생분한테 받았는데
- (로버트) 응 - 형님이, 미스터 조, 조상민 씨가
평양에서 그, 아버님이랑
도움받았던 얘기 참 많이 하셨다고...
어, 근데 내 얘기 다 알아들어요?
[어눌한 말투로] 아, 네, 네, 다, 다 알, 알아요
[신철의 호응하는 신음] 다 알아들어요
오케이, 오케이
그러니까 많이 고마워하고
많이 보고 싶어 하고 그랬다고
네
[슬픈 음악] 아버지도 정말...
(로버트) [영어]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셨어요
[한국어] 생큐, 감사합니다
- (신철) 예 - (남규) 예, 감사합니다
- (신철) 자, 자, 자, 자, 자 - (로버트) 오, '디스', '디스'
- (신철) 오케이 - 한국 맥주?
[신철의 수긍하는 신음]
(로버트) 우아, 오케이
- (신철) '치어스', 자 - (로버트) '치어스'
- (연화) '치어스' - (남규) '치어스' [신철의 말리는 신음]
'원샷, 올 드링크'
[함께 웃는다] (로버트) 예?
'노 브레이크, 오케이? 유 노?'
- (연화) 쭉 - (로버트) 쭉?
(신철) 쭉, 쭉, 쭉, 쭉, 쭉, 쭉, 쭉
(남규) '유 캔 두 잇'!
[함께 웃는다]
(남규) 오케이, '치어스'
- (민호) 건배 - (연화) 건배
(태진) 종태야, 너 안 마시냐?
- (종태) 한약 먹고 있어요 - (신철) 쭉, 쭉, 쭉, 쭉, 쭉
(백진) 선배님
- (백진) 로버트 - (로버트) 네
(백진) 전에 말했던 최근화 앵커
[어눌한 말투로] 오, 아, 최근화 앵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근화입니다
(로버트) 아, 반갑습니다, 로버트 윈스턴입니다
백진에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근화의 웃음]
아, 인터뷰를 취소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영어]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근화) 괜찮습니다
(로버트) 네
[감성적인 음악] (로버트) 아...
네, 시작
[근화가 팝송을 부른다]
[근화가 팝송을 부른다]
뭘 그렇게 쳐다봐?
이거 마신다고 안 죽어, 인마
너 혹시 이걸로 내 은퇴식 퉁치는 거 아니지?
선배님
(근화) 응
저 해 보겠습니다
[밝은 음악] 9시 뉴스
(태섭) 전쟁 시작됐어
(명호) 기습 공격 받았으니 반격해야죠
김백진, 이 새끼 때문에
(신철) '기자 상대로 10억'?
(민호) 이거 내부에서 정보를 흘린 거 같은데요?
(신철) 타이밍 이상하다, 이거
(명호) 아니, 저도 그 큐시트를 보는데 머리로 피가 몰리는 거 같더라고요
(연화) 서류 넘겨주기로 약속해 놓고 연락을 안 받으면 어떡해요?
(백진) 언제까지 나한테 의존해서 갈래?
자기 기사 만드는 연습이 하나도 안 돼 있잖아, 지금!
(명호) 야, 언제까지 백진이 뒤치다꺼리할 거야?
난 걔가 아주 싫어
(백진) 의심이 생겼을 땐
집요하게 파고들어야지
(연화) 아니, 인터뷰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신철) 야, 좀 자세히 좀 얘기해 봐 무슨 소리야, 그게?
계약이 이제 두 달 남았던가? [연화의 어색한 웃음]
(남규) 유명호한테 엎드린 거 봐요
(신철) 아, 전화 좀 받아라, 좀, 씨!
[혜리의 분한 신음]
[성난 목소리로] 10년 동안 같이 일한 동료를 똥통으로 내몰아?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새끼야
이런 식으로 뉴스9 앵커가 하고 싶어?
(백진) 알면서 왜 그랬어?
팀원 죽이는 게 우리 팀을 위한 거냐?
나 때문에 그랬다는 말 하지 마!
[신철의 분노하는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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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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