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5
[잔잔한 음악]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전광판 속 기상 캐스터) 다음 주는 5월과 또 6월이 교차하는 시기죠
정말 봄이 끝나고 계절의 시계가 여름으로 넘어가는데요
점차 기온이 오르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에
(모니터 속 기상 캐스터)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기상 캐스터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 이 작가, 그만 울어 나 힘들어, 뚝
[작가가 연신 훌쩍거린다]
수고들 했어, 응
이 감독, 수고했어
(근화) 수고했어
고마웠고
시청자 여러분
(TV 속 근화) 이제 작별 인사를 드릴 시간입니다
7년 전 처음 앵커가 되었을 때
눈앞이 캄캄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백진의 다급한 숨소리]
(직원) 안녕하십니까
[직원들이 인사한다] (모니터 속 근화) 앵커가 되었을 때 저는
[기계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세 가지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피곤한 신음] (모니터 속 근화) 사실보다는
(민호) 거, 광고 준비해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말보다는
정확한 말을 한다
(TV 속 근화) 낮은 시선에서 뉴스를 전달한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 원칙들을 충실하게 지켰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인의 사명과 출세를 혼동하며 산 것은 아닌지
후회됩니다
이제 저는 물러갑니다만
(근화) 새로 오는 뉴스9의 앵커는
[문이 철컥 닫힌다] 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후회는 먼저 오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제 후임 앵커가 되어
(근화) 뉴스9을 이끌어 갈 기자를 소개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스티브 잡스의 훌륭한 업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화벨이 울린다]
이게 뭐가 문제일까요?
(남자1) 아니, 그것도 모르면서 기자 일을 합니까?
아니, 그러니까 선생님 좀 설명을 좀...
(남자1) 타산지석은 '시경' 소아 편에 나오는 말로
'다른 산의 쓸모없는 돌이라도'
'나한테는 쓸모가 있을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고 해 놓고...
(승용) 누군데 철이 형님이 저렇게 쩔쩔매요? [남자1이 항의를 계속한다]
(민호) [웃으며] 아, 국어 선생님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서 국어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우리 프로그램을 보시다가 문제가 있다 싶으시면
(민호) 전화해서 한 소리 하는 양반이야
(신철) 방송은 말입니다
이 맥락이 중요한 거거든요 [전화벨이 울린다]
(승용) 일일이 저런 걸 다 어떻게 상대해 그냥 끊지
팀장님이 선생님 전화는 반드시 받아서 모니터 남기라고 했거든
(승용) 아이고, 팀장님도 참, 아유, 모르겠다
(남규) 형, 들었어요? 들었어? 들었어?
(민호) 뭘?
[한숨 쉬며] 내가 보도국 현황을 좀 알아봤는데
유 국장이 9층을 등에 업고
막강 로비전을 시작한대 [승용의 질색하는 숨소리]
(종태) [책으로 책상을 탁 치며] 아이고
좋은 로비스트가 필요할 때구먼
(신철) 아이, 감사합니다, 선생님 들어가십시오, 네
(민호) 우리가 철저하게 지원 사격 해 드려야겠다
(남규) 일단 팀장님 지지하는 기자들 서명부터 받아요, 우리
(종태) 발로 뛰는 얼굴 찍기, 그게 기본이야
어, 그래, 그, 평기자들 표부터 긁어모으려면...
(종태)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
여성 기자 모임
(종태) 평기자 협회, 지역 모임
영호남 따로 해 가지고
그 정도만 하면 되겠네
(민호) 어, 어... 그래그래, 그래그래 [남규의 감탄하는 웃음]
(남규) 장난 아닌데요? [함께 감탄한다]
(민호) 야, 일단 거기부터 좀 뚫어 보자
(남규) 나랑 같이 가자, 거기
- (승용) 아, 좀 그만해요, 아, 정말 - (남규) 형, 가자, 가자, 종태 형!
[수저가 달그락거린다]
(연화) 아우성요?
(혜리) 보도 교양 작가들이 모이는 사이트야
나 '아', 벗 '우', 소리 '성' 우리 친구들의 목소리
[연화의 감탄하는 신음]
아우성은 95%가 여자인데
이번에 TV 화면발 제일 잘 받는 앵커가 누군지 투표를 했거든? [진희의 옅은 한숨]
누가 1등 먹었게?
[혜리가 북소리를 흉내 낸다]
(혜리) [영어] 오스카상의 주인공은...
(진희) [한국어] 하, 다들 미친 거지, 진짜
(혜리) [영어] 수상자는 김백진입니다!
[한국어] 예?
(진희) 진짜 다들 안 겪어 봐서 그래요
- (진희) 진짜 사이코야 - (혜리) 왜
(혜리) 생긴 건 멀쩡하잖아
근데 걔네는 김백진 눈빛에는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단다
씁, 난 그 눈빛에 피 말라 죽겠던데
아니, 팀장님 눈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죄송합니다'가 튀어나와요
(혜리) 그렇기는 하지
나도 적응하는 데 몇 년 걸렸어
(진희) 근데 그런 싸가지 캐릭터는 어릴 때 상처로 만들어진다던데?
- 아, 그, 트라우마! - (진희) 응, 응
(백진) 미안하다, 트라우마 있어서
[혜리의 사레들린 기침]
(수민) 안녕하세요 [혜리의 기침]
또 보네요?
아, 안녕하세요
[수민의 헛기침]
죄송합니다
요번의 '죄송합니다'는 의식이냐, 무의식이냐?
(혜리) 아이, 계시면 계신다고 기척을 좀 주셔야죠, 예의 없으시네?
아,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이코라 그런가
기척 주기가 싫더라고 [혜리의 기가 찬 숨소리]
(수민) 식사 맛있게들 하세요
- (혜리) 네 - 네
(혜리) 계산이나 하고 가요!
[진희의 깊은 한숨] [혜리의 짜증 섞인 신음]
다 들었겠지?
저희 망한 거 같죠?
(혜리) 에이, 씨, 정말 [진희의 깊은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백진) 아유, 잘 먹었다
- (수민) 선배 - (백진) 응
(수민) 미움받고 있네?
씁, 이래 가지고 9시 뉴스 앵커 가능하겠습니까?
못 들었어?
얼굴은 1등이라는 거? [수민의 헛웃음]
어, 유 국장 열심이더라?
벌써부터 인사하고 다니나 봐요
우리 로펌에도 왔었어
그 인간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더 있냐?
대가리 숙이는 거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선배도 기왕 나가기로 한 거 제대로 해요
[살짝 웃으며] 알았어
일단 회사 내 모임부터 다 나가
(수민) 중고등학교, 대학 동문회는 기본이고
그래, 호남 향우회 영남 향우회까지 다 나가
- 호남, 영남을 다 나가? - 응
선배 아버지가 영남 어머니가 호남이시잖아
- 이야, 너답다, 진짜 - (수민) 치
어, 나 가야겠다
왜, 왜, 왜? 차 마시고 가
(수민) 바빠, 이번 소송 패소하면 선배 선거에 치명타 될 거 아니야
[백진이 살짝 웃는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민이 픽 웃는다]
걱정 마십시오
죽을죄를 저질러도 무죄 받아 줄 테니까 [백진의 놀라는 신음]
(수민) 까짓것 김백진 9시 뉴스 앵커 만들어 주지, 뭐
아유, 이런 은인이 계셨나 [수민의 웃음]
[웃으며] 감사합니다, 가십시오
- (수민) 간다 - 예
- 가 - (수민) 응
[멀어지는 발걸음] [살짝 웃는다]
(명호) 취재 팀 구성은 지난 총선 때와 같습니다
(태섭) 음
야, 다 좋은데
여기 대담자 중의 송 교수는 빼
여당 승리하면 너무 티 내는 사람이야
[능청스러운 웃음]
그, 개표 당일 방송 메인 앵커 말인데요
저는 최근화 선배로 했으면 합니다
최근화?
진행에 안정감도 있고
무엇보다 은퇴하는 선배한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서요
그럴 필요 없어
- 예? - (태섭) 너
평기자 선거에서 근화 형 지지 받고 싶은 거지?
뭐, 이왕이면
(태섭) 근화 형은 벌써 후임 앵커 추천해서
나하고 이사회에 보고했어
[태섭의 힘주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종이를 바스락거린다]
김백진이 결국 나온답니까?
전쟁 시작됐어
입으로는 아르곤, 아르곤 염불을 외더니 뒤로는 호박씨나 까고
기습 공격 받았으니
반격해야죠
(연화) 안녕
오랜만에 보네
- (동기) 취재 나가? - 어
[동기가 피식한다]
아, 저번에 꼭지 맡은 거 잘 봤어
아, 고마워, 그, 이상했지?
너무 떨려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더라
(동기) 아이, 그래도 부럽기만 하더라, 야
난 아직 책상만 지키는데
참, 내일 점심때 우리 경력들끼리 모이기로 했는데
(동기) 너도 와
우리 의견서라도 한번 내 보자고
의견서?
응, 우리는 앵커 투표권도 안 주니까 의견이라도 한번 모아 보자고
아, 그래? [엘리베이터 도착음]
근데 내가 취재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연화) 그, 시간이 될지 모르겠는데 너, 너 안 타?
어, 나, 난 올라가
- (연화) 아, 그래, 가 - (동기) 어, 가
(연화) 어
이야, 난 선거가 또 이렇게 박빙으로 진행될 줄 예상 못 했네 [전화벨이 울린다]
그렇죠? 지난번에 장관 인터뷰 날린 거 때문에
유 국장이 표를 많이 잃었어요
(신철) 아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인마
나 지방 선거 얘기하고 있는데
[책상을 툭 치며] 앵커 선거 좀 신경 좀 써 주세요
평기자의 대표로서
사자후 한번 날려 주시는 거 어때요?
인마, 선거 때 지도부는 자기 의견을 탁 숨기고, 어?
공정하게 투표가 진행되도록 유도하고
그게 내가 할 일이지, 이 자식아
(남규) 에이, 상대편 후보가 반칙왕인데 정타만 날려서 어떻게 이겨요
심판 못 보는 데서 팔꿈치로 한 번씩 딱 찍고 해야지
- (백진) 민호야 - (민호) 네
(백진) 오후에 단체장들 만난다고 했지?
- (백진) 몇 시부터야? - (민호) 네
오후 4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세 군데 잡았습니다
아나운서 모임, 여기자회, 사내 연합회
아니, 그거 말고 낙선 운동 하는 단체 말이야
아, 낙선 운동요?
지방 선거!
(백진) 정신을 못 차려
형, 비리, 말실수, 병역 면제 3관왕이 최고야?
으음, 여기 6관왕이 딱 버티고 계시네
(신철) 사기, 성추행, 탈세
아주 그냥 나라를 말아드실 블랙리스트다
이런 인간들이 시장에, 도지사에 이게 말이 되냐? [민호의 못마땅한 신음]
아, 뭔가 좀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어이, 허 선생
(종태) 네?
아유, 허구한 날 그렇게 기획안 디밀더니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
저 이번에 그냥 시키는 거 조용히 하려고요
내상이 너무 심해 가지고
씁, 아
(신철) 그, 이연화 걔가 낸 그 아이템이 그, 잘만 만지면
정말 재미있는 건데, 그렇지?
걔가 그걸 잘 풀 수 있을까?
(남규) 아이템이 뭔데요?
[발랄한 음악] (신철) 야,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보다 훨씬 바쁜 사람들이 있어요
너 영화 '관상' 봤지?
그게 옛날얘기가 아니라니까
요즘도 선거철만 되면 점집에 정치인들이 아주 그득그득해요
(신철) 몇천만 원짜리 굿도 하고 하루에 부적도 몇십 장 판다 그러지
야, 여야 선거 대책 위원장이 점집에서 서로 마주친 적도 있다니까?
정치인, 선거, 점쟁이...
(민호) 씁, 이야, 이거 세 개 잘 엮으면 진짜 재미있겠는데요?
- (신철) 재미있지, 재미있지 - (남규) 아이, 그렇게 용해요?
(신철) 그게 그렇다네, 응
우리도 한번 보죠? 뉴스9 앵커 누가 되나
왜? 아예 굿도 하지
- 효과 있으면 해야죠 - (신철) 예이, 씨 [남규의 옅은 웃음]
(남규) 어유, 어, 깜짝... [종태의 아파하는 신음]
(신철) 씁, 응, 난 참 궁금해, 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렇지, 형을 믿은 내가 바보지
이건 또 웬 시비지?
(백진) 아, 이번 달 이상하네 이별 수가 꼈나?
- (신철) 그게 뭔 소리야? - (백진) 봐 봐
(백진) 봐 봐!
(혜리)
63만 원, 형 혼자 꿀꺽한 거 아니야?
내가 국어 선생님한테 온 거 메모 잘해 가지고 네 책상에 뒀다, 응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어?
[대문이 끼익 열린다] (연화) 안녕하세요
(점집 직원) [난감하게 웃으며] 죄송해요
[긴박한 음악] (연화) 아, 잠시만요, 잠깐만요
아니, 인터뷰하기로 약속해 놓고 이렇게 연락 안 받으시면 어떡해요?
(점집 직원) 선거 때는 저희 선생님께서 워낙 바쁘십니다
[연화의 답답한 숨소리] 새벽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으세요
(연화) 아이, 그래, 좋아요
그러면 30분만 딱 시간 주세요, 30분
- (점집 직원) 죄송합니다! - (연화) 예? 어머, 어머, 저기요!
[연화의 다급한 신음]
안 돼, 안 돼, 안 돼
저런 사람들은 막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막 무릎 꿇고 자기 운명 알려 달라고 그러니까
- (종태) 눈에 뵈는 게 없어, 아유 - (연화) 아이...
(연화) 선배님, 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종태) 연화 씨
이 아이템 나 빼고 하려고 그랬어요?
아이...
- 아니요 - 내가 얘기 안 했나?
내가 생일상보다 많이 받아 본 게 굿상이고
- (연화) 아 - 딱지보다 많이 접은 게 부적이에요
아, 예...
날 빼려고 그랬어?
예, 제가 선배님 생각을 못 했네요
[살짝 웃는다]
- 오늘부터 뻗치기 모드 풀가동합시다 - (연화) 네?
- 아, 아이, 제가 들게요 - (종태) 갑시다
(연화) 예
[종태의 거친 숨소리] 같이 하시게요?
- (종태) 네 - (연화) 아...
- (종태) 같이 갑시다 - (연화)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혜리) 팀장님 - (백진) 어
(혜리) [한숨 쉬며] 바쁜데 나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아유, 작가님이 오라면 와야지
왜?
트라우마 치료라도 받아야 돼?
아이, 뒤끝 있으시네
점심때 실수는 좀 잊어 주세요
그런데 왜 미안한 표정이야?
전쟁터에서 10년이나 같이 싸운 전우끼리
그만두게?
네 [백진의 옅은 한숨]
결정한 거야?
네
[헛기침]
하나만 묻자
즐겁게 가는 거니?
[잔잔한 음악]
10년 동안 고생 많았던 거 알아
몇 번이나 주저앉힌 거 미안하게 생각하고
(혜리) 아유, 그게 왜 미안할 일이에요
제가 주저앉힌다고 주저앉을 사람으로 보여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다 제 의지대로 결정한 거였어요
근데
[난처한 숨을 내뱉으며] 이제...
남의 뉴스 말고
제 드라마 쓰고 싶어요
에이, 씨
또 그렇게 말하니까 잡을 수가 없네
[살짝 웃는다]
쩝, 육 작
내가 너 응원하는 거 알지?
진심으로?
꼭 스타 작가 돼야 된다
고맙습니다
[살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 (종태) 왔다, 왔다, 왔다, 왔다 - (연화) 어?
(종태) 씁, 맞나?
(연화) 누군데요?
(종태) 강원도 아저씨 같은데?
(연화) 강원도?
(종태) [작은 소리로] 숙여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연화의 깊은 한숨]
(연화) 그나저나 저 팀장님한테 완전 찍혔겠죠?
욕하는 걸 현장에서 들켰으니
에이, 뭐 그런 거 가지고
(종태) 데스 노트 같은 데에다가
이연화라고 막 써 놨겠지 [함께 살짝 웃는다]
아니, 사실 욕한 것도 아니었는데
(연화) 또 채 변호사님도 같이 있어 가지고
아니, 그런데 좀 이상하게 자주 뵙는 것 같아요
- 변호사를요? - 예
아이, 그거는
변호사들이 원래 고발 기자들의 약간, 해결사 같은 거니까
[연화의 깨닫는 신음] 그 사람들 없으면 우리 고발하다 죽어요
[살짝 웃는다]
(종태) 그러니까 연화 씨도
기자를 계속할 거라면
미리미리 변호사를 이렇게 장만해 두는 게 좋다 [연화의 깨닫는 신음]
아, 선배님도 그럼 고소당한 적 있으세요?
나는 뭐, 기사가 나가야
[웃으며] 고소를 당하지
- 아... - (종태) 아이고
(연화) 아이...
그런데 이렇게 아무나 찍어도 되는 거예요?
씁, 저분들이 정치인인지 일반 분인지 어떻게 알아요?
- 일단 찍어, 찍고 - (연화) 네
- 이걸 공장으로 가져가요 - 아, 네
(종태) 그러면 거기에
이거를 그림만 보고 정치인을 감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 아... - (종태) 병아리 감별사처럼
[연화의 깨닫는 신음] 막 화질이 막 안 좋고 그래도
이걸 다 골라내는 사람들이 있어
아, 병아리 감별사
- 그, 편집실 알아요? 6층에? - 네, 네
(종태) 거기가 한 2배 정도 크기의 흔들의자가 있거든요
아, 그 이상한 방
[흥미진진한 음악] (종태) 그게 어떻게 시작된 거냐면
군사 독재 시절에 시작된 건데
편집자 중에 청와대랑 국회만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요 [연화의 깨닫는 신음]
근데 이게 뭐냐면
일반인을 편집하던 손으로
너희가 어떻게 감히 이 높으신 분들을 편집을 하느냐 [연화의 놀라는 숨소리]
- (종태) 그런 논리에서 시작된 거죠 - (연화) 대박이다
(연화) 무슨 완전 개발 도상국 개념이네
아, 근데 그게 어떻게 아직도 유지가 돼요?
근데 약간 시작은
그렇게 약간 후진 개념으로 시작을 했는데
(종태) 이게 한 사람이 그냥 한 몇십 년 동안 정치 뉴스만 편집하다 보니까
이 전문성이 장난이 아니야
[연화의 감탄] (종태) 그냥 뒷모습만 보고도 알아내는 수준
근데
우리는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내가 정치 밥을 좀 먹었으니까 [연화의 웃음]
내 선에서 다 정리가 된다
(연화) 또 왔다
[차 문이 탁 여닫힌다] [놀라는 숨소리]
(종태) 와, 씨, 대박이다, 잠깐, 잠깐 [카메라 작동음]
[발랄한 음악] (연화) 왜요? 누, 누군데요?
(종태) 와, 저 아저씨 여전하시네
(연화) 음...
(종태) 저런 게 정치인, 거물 정치인 풍채지
(연화) 어, 진짜요?
(종태) 아이고, 정치한다는 새끼들이 저렇게, 씨, 점집이나 드나들고
아, 그럼 저희 뭔가 오늘 되는 거예요? [종태의 못마땅한 신음]
(종태) 아이고
[승용의 하품] (남규) 아, 날씨 죽인다, 응?
[승용의 피곤한 신음] - (승용) 아, 형님 - (남규) 응?
(승용) 누가 될 것 같아요, 뉴스9 후임 앵커?
(남규) 야, 무조건 사이코가 되게 만들어야지
너 그런 생각 안 드냐?
지금 아르곤에는 김백진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
(승용) 전 이게 그냥 좋은데요
[남규의 깊은 한숨]
너 마크 제이컵스가
'루이뷔통' 수석 디자이너였었던 거 알아?
톰 포드가 '이브 생 로랑' 크리에이터 출신인 거는?
모든 브랜드의 대표 디렉터는 바뀌는 법이야
(승용) 아유, 명품 되게 좋아하네, 어유
[남규의 한숨]
(남규) 됐고, 이번 거나 신경 써라
(승용) 이번에 제보 내용이 뭐예요?
[남규의 감탄]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기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승용) 에이, 원래 미담 같은 거 잘 안 하면서, 응?
[남규의 헛웃음]
(승용) [킁킁거리며] 어?
- (승용) 뭐, 냄새나지 않아요? - (남규) 뭐?
(승용) 종태 형 냄새
(남규) 아유, 이 자식이, 부정 타게, 인마 [승용의 웃음]
어느 시국이든 소프트한 말랭이는 항상 먹히는 법이야
익명으로 38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 같냐? 난 절대 못 하거든
(승용) 형님, 파이팅 합시다!
(남규) 오케이, 파이팅 하자고!
[풀벌레 울음]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점집 직원이 창문을 쾅쾅 두드린다]
(종태) 어, 깜짝, 아...
(연화) 어떡해요?
(종태) 아,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연화 씨, 여기 말고 그냥 내가 아는 점집 가자
사탕 사 가면 문전 박대는 안 할 거야, 어유, 깜짝 놀랐네
아이, 제가 나가 볼게요
[차 문이 덜컥 열린다] - 나간다고? - (연화) 네
[차 문을 탁 닫는다] (점집 직원) 기자님
하루 종일 영업 방해시네요
(점집 직원) 여기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불편해하시는지 알아요?
영업 방해는 그쪽이 먼저 하셨죠, 그...
인터뷰한다고 해 놓고 취소하는 것도 그거 상도덕 아닙니다
맞아요
다른 때면 해 드리는데
(점집 직원) 요즘은 우리도 대목이라
- 선거 때는 무지하게 바쁘거든요 - 아이, 누구 오는데요?
의사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도 직업 윤리가 있어요
(종태) 그, 아까 몇 시간 전에 들어간 사람 [연화의 깊은 한숨]
김철웅 의원 맞죠?
(종태) 아까 나온 사람은 그, 누구지?
- 탤런트, 전 의원 윤몽룡이 맞죠? - (연화) 어, 네
(점집 직원) 앞서가신다
그게 뭐예요?
기자님 사주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제 사주요?
(점집 직원) 선생님이 하루에 딱 30명만 보시는 건데
그만 돌아가시면 드리고
- 아, 그럼 일단 줘 보세요 - (점집 직원) 어허
씁, 어허!
(점집 직원) 기자님들 고생하신다고 선생님이 특별히 봐 드린 겁니다
이거 갖고 그냥 가세요
(점집 직원) 선생님은 이미 여기 계시지도 않아요
아이, 저 이런 거 안 믿습니다!
(종태) 선생님?
[연화의 짜증 섞인 신음] 선생님, 선생님, 제 거는 없나요?
선생님
선생님!
아이, 씨
엉망이네 여기, 아이, 씨
- (종태) 잠깐 볼까? - (연화) 네?
- (종태) 잠깐 보자 - 아이, 저 이런 거 안 믿어요
나도 안 믿어, 나 모태 신앙이야 잠깐만 보자 [연화의 한숨]
[문이 덜컥 닫힌다] [풀벌레 울음]
[지친 숨소리]
[스위치를 탁 누른다]
[애쓰는 숨소리]
(연화) '귀하는 계유일주의 괘로'
'이 사주는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고'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공상이나 상상력이 풍부하다'
[밝은 음악] '여리고 소심한 것 같아도 대담한 근성의 소유자'
'때를 노리고 저울질하는 기다림의 달인이다'
[놀란 숨을 들이켜며] 어, 웬일이야, 맞는 것 같아
'사주에 호랑이를 쏘아 맞힐 운이 들어 있으나'
'애석하게도'
'활시위에 화살이 없다'?
'그러나 올해 화살을 가진 귀인을 만나게 된다'
화살을 가진 귀인?
아니지, 아니겠지
'여리고 소심한 것 같아도 대담한 근성'
이게 마음에 들어
이거, 맞는 것 같아
'달인이다', '기다림의 달인' 응, 내가 잘 기다리지
(연화) 안녕
- (동기) 편집실 가는 길? - (연화) 어
(동기) 점심때 결국 안 왔더라?
아, 맞다, 오늘이었지? 미안해
[서류를 부스럭 꺼내며] 자, 다들 했고 이제 너만 남았어
여기다 사인하면 내가 국장님께 전달해 드릴게
이게 뭔데?
우리 공식적으로 유명호 국장님을 지지하기로 했어
뭐?
국장님이 우리한테 정직원 약속하셨거든
이거 꼭 내야 돼?
무슨 뜻이야?
남들이 다 우리 낮춰 봐도 스스로 낮아지지는 말자
계약직에 용병 소리 듣는 것도 서러운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헛웃음]
취재 좀 다닌다고 배가 불렀네?
[무거운 음악] (동기) 너
네가 한 달 뒤에 잘린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이거
우리 전체 이름으로 나가는 거야
너 빠지면 안 돼
무조건 사인해
(승용) [어이없이 웃으며] 유 국장 지지 서명?
이야, 너희 무섭다, 어?
선배님, 그런 게 아니라요...
(남규) 야
나 네 선배 아니거든?
팀장님이 이거 알면 기분이 어떠실까?
다른 데서 사람 취급 못 받던 애 입봉까지 시켜 줬는데
이 정도면 인간 실격 아니냐?
(승용) [남규를 탁 치며] 가요, 형
[승용의 못마땅한 숨소리]
[승용의 깊은 한숨]
[한숨]
(신철) 고마워
(명호) 신발 꼴이 그게 뭐냐?
안 되겠네
다음 명절 때 상품권이라도 하나 보내 줄게
내 신발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용건이나 말해 [명호의 웃음]
자식, 야구할 때도 직구만 던지더니
[익살스러운 말투로] 스타일이 살아 있네
용건
(명호) 새 프로 하나 해라
신철, 네 이름 걸고 새로운 탐사 보도 프로 자리 내줄게
뭐, 시작은 파일럿으로 가겠지만 정규 편성은 내가 보장한다
[힘주며] 그래, 생각해 볼게
(명호) 언제까지 백진이 뒤치다꺼리할 거야?
봐라, 난 벌써 국장 달았는데 너 아직 차장 대우잖아
[신철의 심드렁한 숨소리] 걔 사고 치는 거 막아 주다 너만 피 본 거야
동기로서 말하는 건데
나는 걔가 선배인 널 앞지르는 게 너무 화가 나
난 걔가 아주 싫어
너 요즘 명상 계속하고 있는 거지?
평기자회에서 나 앵커로 밀어라
자리로 표를 사시겠다?
[찻잔을 잘그랑 들며] 너 따라다니는 애들 데리고 오면 더 좋고
혼자 와도 괜찮아
거절한다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생각 좀 해 봐
아, 나 생각해서 이 정도로 얘기하는 거야
(신철) 어이, 유 국장
넌 인마, 네 명패나 잘 지켜
가당치 않은 앵커 자리 탐내지 말고
김백진이 이번에 나 못 이긴다
(명호) 이번이 네가 이기는 쪽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야, 그 차 종류 좀 한번 바꿔 봐라
차가 짝퉁인가, 맛이 더럽게 없네
[문이 탁 닫힌다]
아유, 저 멍청이, 저거
- (백진) 남규야 - (남규) 네
[전화벨이 울린다] - (백진) 이거 요약 좀 해 줘 - (남규) 네
(신철) 생큐
(승용) [웅얼거리며] 아, 선배!
[백진의 헛기침]
(백진) 주목!
- (남규) 네 - (진희) 네
[혜리의 한숨] (백진) 우리 육혜리 작가께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혜리의 깊은 한숨]
예
이번에
아르곤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남규) 예? 갑, 갑자기 왜요?
그동안 못난 작가 때문에 고생하신 여러분에게
(혜리)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신철이 마우스를 달칵거린다]
인기 드라마 작가가 될 예정이니까
제 드라마 방송되면 다들 옛 동료의 정으로
과장 광고 부탁드립니다
(혜리) 고마웠습니다
- (남규) 아, 작가님, 이, 갑자기... - (승용) 누나
(진희) [칭얼거리며] 이렇게 갑자기 가는 게 어디 있어요
- (남규) 그래, 아, 뭔, 뭔 일 있어요? - (혜리) 미안해
- (승용) 누나... - (백진) 내일 아지트에서
육 작가 송별회 할 거니까 전원 참석해
- (백진) 어? - (승용) 네, 네
- (남규) 네 - (진희) 네
- (혜리) 꼭 와 - (승용) 누나 [휴대전화 진동음]
어, 나야
팀장님
형설일보 보셨어요?
형설일보? 왜?
지금 당장 인터넷 들어가 보세요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응, 잠깐만
(민호) 사회면 톱요
(혜리) 다들 내일 신나게 마시자
[백진의 힘주는 숨소리]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긴장되는 음악]
야, 이거 뭐야?
아, 이 자식들이 팀장님을 지목해서 공격하고 있어요
(종태) [놀란 숨을 들이켜며] 이게 뭐야?
(남규) 왜, 왜, 뭔데?
- (종태) 형설일보 봐 봐 - (남규) 형설일보? [전화벨이 울린다]
[남규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네, 아르곤입니다
[마우스 클릭음] (연화) 아, 안녕하세요
예, 잠시만요
- 팀장님! - (백진) 응?
(연화) 채 변호사님인데 전화 연결해 드릴게요
(백진) 어, 어, 어
어, 어, 잠깐만 기다려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여보세요
형설일보 봤어요?
야, 이거 뭐야? 문제없다고 하지 않았어?
[한숨 쉬며] 어젯밤까지만 해도 문제없었어
(수민) 합의하고 소 취하하기로 했는데 명예 훼손을 추가로 걸었어요
혹시 또 보도에서 뭐, 실수한 거 있어요?
아이, 무슨 소리야
그 이후로 성종 교회의 성 자도 방송에 내뱉은 적이 없어
(신철) 아, 이거 이상하다
이게 이렇게 터질 게 아닌데 타이밍이 이상하다, 지금
(수민) 오케이
일단 그쪽이 뭘 원하는지 알아보고 다시 전화할게요
어, 알았어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백진) 어, 민호야, 알았으니까 그만 들어와 [마우스 클릭음]
(민호) 팀장님, 기사에
교회 측은 아르곤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보도했다는
(민호)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다는데
이거 우리 내부에서 정보를 흘린 거 같은데요?
유 국장 아닐까요?
모르지
미리 단정 짓고 움직이지 마라
네, 저 조금만 더 알아보고 들어갈게요
어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신철) '방송사 상대로 100억'
'기자 상대로 10억'?
아이고, 기자가 무슨 재벌 2세냐, 씨
툭하면 억, 억, 아이고 [백진이 숨을 후 내뱉는다]
(혜리) 팀장님
[헛기침]
걱정하지 마
뭐, 소송 한두 번 해 보냐?
내가 엄청 부자인 줄 아나 보네, 응?
(백진) 일하자, 오늘 마감 얼마 안 남았어
[신철의 걱정 섞인 숨소리]
(남규) 아, 이거 뭐, 겁나서 일하겠나, 진짜, 씨
[명호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딱 좋은 타이밍에 움직여 주셔 가지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 저도 그 큐시트를 보는데
머리로 피가 몰리는 거 같더라고요
목사님
저란 사람은 아무래도 기자이기 전에 하나님의 종이니까요
주여
아버지
어떻게 하면 100억 소송이 걸려요?
6개월 전에 성종 교회 비리를 보도했거든, 알지?
예
(혜리) 목사가 신도들 돈으로 신나게 미국에서 땅 투기를 했거든
그 목사가 바로 우리 사장 오촌 형이야 [혜리가 살짝 웃는다]
기억나요 그, 사장 라인 찔렀다는 게...
[책상을 톡톡 치며] 맞아, 바로 이 사건이야
팀장님은 책임자가 자기라면서 소송까지 떠맡았거든
(민호) 교회 측에서 우리를 언론위에 재소했는데, 우리가 졌어
[무거운 음악] 목사가 카지노 간 건 맞지만
헌금을 가지고 한 건 아니라나 뭐라나, 아유 [혜리의 헛웃음]
그 말 한마디에
사과 방송까지 했잖아 [혜리의 깊은 한숨]
아휴, 나는 진짜 성종 교회 지겹다, 지겨워
[민호의 걱정 섞인 숨소리] 이렇게 시끄러워지면 그...
팀장님한테 안 좋은 거죠?
안 좋지, 이사회에서 곱게 보겠어?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혜리) 응? 왜 연락 왔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육 작가랑은 한 번쯤 이렇게 단둘이 술 한잔하고 싶었는데
[살짝 웃는다]
그만둔다니까 되게 서운하다
생각해 보면 변호사님 만난 것도 꽤 오래됐네요
그렇죠, 오래됐지, 아
(수민) 이거 퇴직 선물
[웃으며] 아유, 뭐, 이런 걸 다
- 지금 열어 봐도 돼요? - 그럼요
[놀라는 신음]
우아
드라마 쓴다면서요?
그 만년필로 비싼 계약서에 사인 팍팍 하시라고
아휴, 정말 고맙습니다
식사에 만년필까지
저 오늘 이 죽 같은 생선은 처음 먹어 봤어요 [수민이 살짝 웃는다]
그동안 우리 사이코 도와주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선배가 나한테 육 작가 칭찬 되게 많이 했어
진짜요?
근데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그랬대?
아끼는 사람이니까
거꾸로 더 그랬던 거지, 뭐 [혜리의 옅은 웃음]
건배할까요?
[혜리의 애쓰는 신음] [함께 웃는다]
(혜리) 저 요즘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는데
오늘 정말 고맙습니다
육 작가는 참 좋은 사람이네
아니에요, 내가 얼마나 못됐는데
육 작가...
나 오늘 사실 육 작가한테 좀 어려운 얘기를 할까 해
어려운 얘기요?
힘든 얘기지만
육 작가라면 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수민) 성종 교회가 입수한 새로운 정보가 뭔지 알아냈어
[혜리의 깊은 한숨] 아르곤의 대본
큐시트였어요
큐시트에 백진 선배가 적어 놓은 메모들이 있었나 봐
(혜리) 팀장님이 일하는 방식이
방송 나가기 직전까지 계속 고치시니까요
거기에 목사와 교회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경스럽고 악의적인 말들이 있었대요
'천벌받을 부인 목소리 강조'
'신은 죽었다'
그 정도 표현이면 신도들 입장에서는 저주 같았겠죠
아이, 근데 우리 대본이 교회 쪽으로 어떻게 들어갔대요?
[살짝 웃으며] 모르죠
지금 안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나한테 중요한 건 내 의뢰인을 보호하는 거예요
육 작가도 잘 알겠지만
지금 선배한테 너무 중요한 시기잖아요
이런 시기에 쓸데없는 소모전을 할 수는 없는 거고요
네, 그럼 안 되죠
육 작가도
백진 선배가 9시 뉴스 앵커 되기를 바라죠?
그럼요
그럼...
악의적인 메모를 적은 게
백진 선배가 아니라
육 작가였다고 하면 어떨까?
네?
음...
앵커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고참 작가가 있다
그 작가가 큐시트에 멋대로 적어 놓은 메모다
우리도 잘못이라고 보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10년을 함께 일한 베테랑 작가지만 [무거운 음악]
이번 잘못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에
방송사는 해당 작가를 해고하겠다
이런 시나리오로 나는 교회랑 합의를 보면 어떨까 해요
해고요?
육 작가님은 어차피 이번에 퇴직할 거니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단어 하나만 바꾸자는 거죠
우아, 강물 새카맣다
[혜리가 맥주 캔을 탁 딴다]
[깊은 한숨]
전우 좋아하시네
너희들끼리 잘 해 처먹어라
[맥주를 후루룩 마신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피곤한 숨소리]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버튼음]
(명호) 퇴근?
(연화) 아, 아니요, 야식 담당입니다
아르곤 이연화 맞지?
어...
아시네요? 그...
아, 감사합니다
계약이 이제 두 달 남았던가?
예
너희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2년 땡처리라니
내가 다 화가 난다
[연화의 어색한 웃음] [명호가 살짝 웃는다]
내가 앵커 되면 너희들 이렇게 서럽게 안 해
[의미심장한 음악] 투표권도 줄 거고
근데 혼자만 서명 안 했다며?
예?
나는 말이야
영화 평점 줄 때도 별 다섯 개 만점에 기본 네 개는 깔아 주는 사람이야
세상을 바꾸는 건 언제나
선거 아니겠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수고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깊은 한숨]
[사원증을 삑 찍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 오셨습니까
아이, 커피 달라니까
(백진) 아, 제가 커피를 맛있게 못 타겠어요
(근화) 환자 취급 하지 마세요
[근화의 힘주는 숨소리] (백진) 내가 준 번호로 연락해 봤어요?
아직
아, 빨리하세요, 미룰 걸 미뤄야지
대통령 주치의까지 한 사람이에요
내 몸은 내가 다 잘 압니다
잘 아는 사람이 그 지경까지 가나
[살짝 웃으며] 그 얘기는 됐고
[찻잔을 잘그랑 내려놓으며] 아, 나
[백진이 찻잔을 잘그랑 내려놓는다]
'오비추어리'용 인터뷰 하고 싶은데?
[잔잔한 음악]
[찻잔을 잘그랑 들며] 아니, 뭐, 바쁜 게 있다고 천천히 하세요
인터뷰하는 기자는 내가 정할게 [백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누구 생각하는데요?
(근화) 아, 막내 때
아, 선배들이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아서 결심한 게 있어
내 '오비추어리'는
막내한테 맡기자
[살짝 웃으며] 뭐...
감동적인 생각인 거 같은데
아이, 지금 막내가 엉망이에요
[근화의 웃음]
막내는 언제나 엉망이야
네놈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근화의 웃음]
(아이) 안녕하세요
(노인) 오냐 [노인이 살짝 웃는다]
- (노인) 잘 가 - (아이) 네 [노인의 웃음]
(남규) 저, 어르신, 말씀 좀 여쭐게요
(노인) 네
(남규) 안강민 선생님 댁이 여기인가요?
제가 안강민입니다만...
- (승용) 아... - (남규)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 (남규) 저, HBC 기자 박남... - 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남규) 아, 선생님
선생님의 선행이 세상에 밝혀지면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겁니다
- (노인) 일없습니다 - (남규) 선생님!
- (남규) 어르신, 저기... - (노인) 됐어요
(승용) 이거 인터뷰나 되겠어요?
망한 거 같은데 [문이 철컥 닫힌다]
(남규) 아니, 저 양반 진짜야 이거 진짜야, 어?
(승용) 아닌 것 같은데
[긴장되는 음악]
(편집자) 이 차가... [마우스 클릭음]
- (연화) 아, 그, 그, 강원도 - (종태) 어? 맞아, 맞아
아니에요?
씁, 맞는데?
[연화의 한숨] (종태) 맞는데
- (종태) 저 아저씨, 저 아저씨 - (연화) 아니에요?
선배님이 찍으라고 했던 분인데... 어, 이분도
(연화) 그때 막 포스가 남다르다고 했던...
저 아저씨, 그 아저씨인데?
(종태) 막 국회에서 야한 사진 보다가 들켜 가지고
막 욕 엄청 먹었던 딱 뒷모습이 그거인데?
- (연화) 아니에요? - (종태) 아이, 뭐, 다 아니래
[입소리를 뽁 낸다]
쯧, 오늘따라
더 예쁘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서 그런가
[한숨]
[혜리의 한숨]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리) 아, 늦어서...
(종업원) 아, 오셨어요?
- (혜리) 아... - (종업원) 아직 아무도 안 왔어요
특파원?
[살짝 웃으며] 어, 재미있지
(백진) 뭐, 백악관은 출입 못 해 봤지만 말이야
[함께 웃는다]
(민호) 대한민국 기자 중에서
미국 상무부 장관이랑 친구 먹은 사람 있어?
우리 선배 덕에 우리 위상이 달라졌다니까?
(기자1) 개인적으로야 나는 김 선배님 지지하죠
아, 근데 솔직히
선배님 소송 많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민호) 야, 야, 야, 야 너 보도국 생활 하루 이틀 하냐?
일 잘하는 기자들 소송 많은 거 몰라서 그래?
자, 받아, 받아
내가 오늘 선배 여기 억지로 모시고 온 거다, 응?
(기자2) 선배님
이런 자리 자주 좀 만들어 주십시오 [백진이 살짝 웃는다]
받으세요 [술을 쪼르륵 따른다]
- 이렇게 뵈니까 좋은데요? - (백진) 응
[함께 웃는다] 짠 하자
(민호) 자, 잔 채우고
(백진) 오늘 육 작가 송별회 날이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쯤에서 끝내고 가자
(민호) 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네?
쟤들 음주보다 가무에 더 환장한 애들이에요
- 야... - (민호) 아, 노래방까지는
(민호) 따라가는 시늉 해 주세요
아유, 자 [문이 끼익 열린다]
확실히 넘어뜨려야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열린다]
[혜리의 깊은 한숨]
- (종업원) 안주 하세요 - (혜리) 아, 네
- (종업원) 먹던 거 아니니까 - (혜리) 아, 네, 고맙습니다
(연화) 고수 맞아요?
그냥 자는 거 같은데
저게 자는 것처럼 보여도
(종태) 매의 눈으로 다 보고 있는 거야
내 헤드라인 뽑아 봤는데
'샤먼의 늪에 빠진 한국 정치'
강력하죠?
(연화) 아, 근데
육 작가님 송별회 빠지는 거 좀 그래요
[종태가 살짝 웃는다] 그래도 마지막인데
선생님,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게 뭐, 흔한 일이지, 뭐
(종태) 집중합시다
[연화의 한숨]
[피곤한 신음]
(종태) 몇 명 나왔어요?
(편집자) 없다, 한 놈도
- (연화) 예? - 어디서 이런 걸 갖고 왔노?
(종태) 뭔 소리야, 내가 거물을 몇 명이나 낚았는데
- (연화) 말도 안 돼 - 놀고 있다 [마우스 클릭음]
(연화) 아, 아, 한 번만 더 봐 주세요, 예?
- (편집자) 본다고 뭐 나오나 - (연화) 아, 자세히 한 번만
[종태가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연화) 아, 그래, 이 사람
그, 수원시장 후보 김철웅 아니에요?
다리 저는 거 똑같은데
이거 연기 이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하겠다
[코웃음 치며] 설명해 줘야 되지?
너희들 말대로 김철웅 의원은 다리를 절지, 어?
상당히 비슷해
(편집자) 근데 가르마가 거꾸로야
(연화) 예?
(편집자) 김철웅 의원은 왼손잡이라 [익살스러운 음악]
2 대 8 가르마가 머리 오른쪽에서 갈라져
보통 오른손잡이들은 머리 왼쪽에서 갈라지는데 말이지
왼쪽이지?
오른손잡이야 [종태의 허탈한 숨소리]
아...
- 뭐지, 그럼? - (종태) 잠깐만 [마우스 클릭음]
잠깐만
(종태) 이 사람
이거 일부러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염색 안 하고
아, 그래, 미중년 콘셉트
- (종태) 탤런트 출신 윤몽룡이잖아 - (연화) 윤몽룡
저거 가발이 아니잖아
가발... [놀라는 숨소리]
아, 윤몽룡 가발 써요?
(편집자) 어, 원래 대머리야
탤런트 시절부터 잘 속였지
아는 사람 별로 없어
(연화) 진짜 몰랐어
아, 나도 몰랐어
(편집자) 둘 다 꽤 비슷하게 보이려고 했는데
내 눈은 못 속이지
(편집자) 아휴, 고생해
갈 때 과일 좀 챙겨 가 [종태의 허탈한 숨소리]
아, 그 무당은 왜 생쇼를 해 가지고, 아
(연화) 뭐지?
(종태) 아, 아, 아, 어지러워
(연화) 아유, 선배님 [종태의 힘겨운 신음]
괜찮으세요? 좀 앉으실래요?
(종태) 아, 괜찮아, 괜찮아
[고민하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어, 김 기자, 좀 알아봤어?
(기자3) 형님, 우리가 모찌 물어 온 게 아니라
형님네 큐시트가 교회 쪽으로 샜대요
(기자3) 상당히 고위층인 거 같은데요
(신철) 음, 씁, 야, 이 기사 그, 시리즈로 가는 거니, 혹시?
(기자3) 아니요, 이 건 벌써 쫑 났어요
(신철) 응? 왜?
HBC하고 교회하고 벌써 합의했대요
(기자3) 아르곤 쪽 변호사가 되게 유능해요?
[안도하는 신음]
어, 저기, 채수민 변호사라고 아주 끝내주는 여자가 있다
[웃음]
야, 고마워, 신세 졌네
(기자3) 아, 그나저나
방송은 작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겠어요
(기자3) 우리는 이런 일은 없는데
'작가 때문에', 뭐, 뭔 얘기야, 그게?
고참 작가 하나가 흙탕물 튀긴 거라며요
[긴장되는 음악] (기자3) '시로'도 아닌 애가 왜 그런대요
야, 저기
야, 좀 자세히 좀 얘기해 봐 무슨 소리야, 그게?
(기자3) 아, 저도 들은 얘기인데요
형네 작가가 큐시트를 빼돌렸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남규) 야, 너 내가 촉 한번 오면...
- (신철) 야 - (남규) 어, 선배
(신철) 육 작 어디 갔어?
(승용) 가셨대요
(남규) 저희도 방금 와 가지고... [신철의 거친 숨소리]
다른 사람들은?
뭐, 아무도 안 왔나 본데요
이 새끼들
(남규) 선배
(백진) 응
(수민) 커피로 때우려고?
(백진) 아이, 다음에 제대로 갚을게
(수민) 건하게 얻어먹을 거니까 적금부터 들어 놔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백진)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결한 거야?
영업 비밀이거든요?
[피식하며] 수고했다
[서류를 사락 덮으며] 너 일하는 거 보니까
굶어 죽지는 않겠다
나 능력 있는 변호사인 거 선배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잘난 척만 안 하면 딱 좋은데
[뛰어오는 발걸음] [피식한다]
[문이 쾅 열린다]
야, 채수민
[무거운 음악] (신철) 너 죽을래!
(백진) 왜 이래, 어, 왜 이래, 형?
(신철) 너도 알고 있었던 거야?
네가 시킨 거니?
아이, 앞뒤 없이 뭐를, 왜 이래?
(수민) 선배는 몰라요, 저 혼자 한 거예요
아니, 무슨 일이야, 뭐야?
저는 제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신철) 입 닥쳐!
(백진) 왜 이래, 형? [신철의 거친 숨소리]
자기들 살겠다고
10년을 같이 일한 동료를 똥통으로 내몰아?
육 작가님 어차피 그만두잖아요
(수민) 드라마로 가면
여기서 어떻게 그만뒀는지 아무도 신경 안 써요
[허탈한 숨소리]
야, 뉴스 한다고 [떨리는 숨소리]
자기 청춘 다 바친 애야, 걔
네 눈에는
꿈을 위해서 스스로 관두는 거랑
일 잘못해서 쫓겨나는 게 똑같냐?
[울먹이며] 맨날 밤새우고
나 같은 또라이한테 욕 들어 먹고
겨우 밥값 하나 하면서 [성난 숨소리]
씨, 걔가 왜 뉴스를 했겠냐고
걔들한테 남는 건 이름하고 보람뿐이야, 알아?
(신철) 야, 김백진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새끼야
이런 식으로 뉴스9 앵커가 하고 싶어?
밑의 애들 갈아 마시면서 올라가면 좋아?
[신철의 성난 숨소리]
[신철의 힘주는 신음] [물건들이 우당탕 깨진다]
[신철이 성난 신음을 내지른다]
[문이 쾅 닫힌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승용) 술 적시다 말고 여기까지 와서
일을 해야 되는 겁니까? 아휴
(남규) 아, 얘가 아직 뭘 모르네
원래 이런 따뜻한 기사는
술기운 살짝 올라왔을 때 가슴으로 쓰는 거야, 인마
(승용) 가슴으로 쓰고 싶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그런데 이연화
아까 유 국장 지지 서명에 사인 안 했다던데
(승용) 아까 걔들이 성명서 붙이면서 엄청 욕하더라고요
사실 내가 열받는 건
이연화 걔 때문이 아니야
그럼요?
(남규) 우리가 어느새 걔가 용병이라는 걸 잊었다는 거
그게 짜증이 난다
[헛웃음 치며] 그러게요
칼부림 때문에 괜히 마음 약해져 가지고
[승용의 한숨] [남규가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남규의 한숨] [승용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이거, 이거 뭐야, 이거
(승용) 형 큰일 났어요
(남규) 뭐?
(승용) 이거 보세요
(남규) 야, 이거 안강민 사장 아들이...
그럼 자기 아버지 선행 보도해 가지고 선거에 이용하려고...
우리 갖고 논 거야, 지금?
뭐, 그래도 얘 아버지는 정직한 사람이었네요
아까 우리 인터뷰 다 거절하고
아, 정직하다 아유, 정직해, 그래, 와, 씨
그럼 이번에 아이템 킬해야 되는...
말이라고, 이씨
아, 그러게 내가 종태 형 냄새가 난다 그랬잖아요
(남규) 야, 야, 야
[승용의 짜증 섞인 신음]
[남규의 짜증 섞인 신음]
(승용) 고생만 하고, 씨
[가게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종태) 아유, 근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를 속일 정도면 진짜 비슷하게 만든 건데, 아
대단하다, 진짜
(연화) 음...
제 생각 말씀드려도 돼요?
(종태) 뭔데요?
(연화) 어... 저희 역술인한테 당한 거 같아요
(종태) 우리가 당했다고요?
(연화) 네, 씁, 아니, 의령 도사가
예전하고 다르게 요즘에는 유명인들이 안 찾아오는데
[종태의 수긍하는 신음] 우리가 취재하겠다고 하니까 가짜 정치인을 꾸민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한테 대역을 보여 준 거죠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잘나간다 이렇게 홍보하려고
[종태의 기가 찬 숨소리]
[종태가 입소리를 쩝 낸다]
(종태) 아, 올해는 무슨 마가 꼈나 아, 미치겠네
피가 마른다, 피가 말라 아, 정신 차려야지
(연화) 힘내세요 [종태의 지친 신음]
(종태) 아, 맞다, 아까 사이코한테 문자 왔었는데
최근화 선배 인터뷰 연화 씨가 하라던데
제가요?
그거 원래 막내들이 하는 건데
연화 씨가 우리 팀 막내잖아
(종태) 아휴, 모르겠다
[감성적인 음악]
'우리 팀'
'막내'
(남자2) 뭐 하는 거야, 이 새끼야
- (남자2) 똑바로 좀 해 - (남자3) 어이!
[남자들이 대화한다] [신철의 걱정 섞인 한숨]
[거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전화 좀 받자
육 작아, 전화 좀 받아라, 좀, 씨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린다] [혜리가 입소리를 푸 낸다]
[혜리의 성난 숨소리]
HBC, 이 개새끼들, 씨 너희들 잘 먹고 잘 살아라
(혜리) 이 개새끼들아! 이씨 잘 먹고 잘 살아라, 이씨
[맥주 캔이 탁 떨어진다] [혜리가 씩씩거린다]
[성난 신음]
[혜리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신철) 왜 전화를 안 받아
[신철의 거친 숨소리]
왜 전화를 안 받아, 왜!
[혜리의 깊은 한숨]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혀 꼬인 말투로] 안 받을 수도 있지
나는 뭐, 너희들이 전화하면 내가 다 받아야 되냐?
[한숨 쉬며] 육 작가
가자
너 이렇게 못 보내겠다
[어이없이 웃으며] 못 보내면 어쩔 건데?
이건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다 [혜리의 헛웃음]
나는
당신은 그래도 올 줄 알았어
미안하다
(신철) 육 작가, 정말 미안해
아이, 우리가 정말, 정말 잘못했다
[속상한 숨소리]
신철 기자님
(혜리) 잘 먹고 잘 사십시오
육 작...
[혜리의 짜증 섞인 숨소리]
[혜리가 비닐봉지를 부스럭 든다]
(혜리) 아유, 씨
[혜리의 한숨]
[백진이 숨을 후 내뱉는다]
[백진이 숨을 후 내뱉는다]
(백진) 왜 말 안 했어?
(수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으면
선배는 절대 내 말 안 들었을 테니까
그래
알면서 왜 그랬어?
그 방법밖에는 없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대형 로펌에서 부자들 일 봐주면서 이딴 거나 배운 거야?
그럼 다른 수가 있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게 판이 다 짜여져 있었어
난 이 팀 변호사로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야
팀원 죽이는 게 우리 팀을 위한 거냐?
누구는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난 어떻게든 선배 살려 보려고...
나 때문에 그랬다는 말 하지 마!
[백진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그러네
내가 잘못했네
난 그냥 내 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배에 대한 내 마음이 앞섰나 보다
[수민의 울음 섞인 숨소리]
10년도 넘게 묻어 둔 고백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수민의 울음 섞인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숨을 후 내뱉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사원증을 삑 찍는다]
[반가운 숨소리]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반가워요
영광입니다
[살짝 웃는다]
악수할까요?
(연화) 가실까요?
선배님, 그럼 시작해도 될까요?
(근화) 후, 긴장되네 [카메라 작동음]
(연화) 네, 편하게 하세요 [함께 웃는다]
아, 840014
- 내 사번이에요 - (연화) 음 [잔잔한 음악]
(근화) 그러니까 HBC에 들어온 지 30년을 훌쩍 넘겼으니까
아, 지금 인터뷰하는 이연화 기자보다 내 기자 생활 나이가 더 많겠네요
진짜 대단하신데요 [근화의 웃음]
그럼 30년 동안 만든 기사들 중의 최고의 기사를
다섯 개만 뽑아 주신다면요?
씁, 다섯 가지는 아, 너무 많고
어...
지금 아르곤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오비추어리' 코너 있죠?
(연화) 네
그 기획 내가 했어요
아, 정말요?
저도 그 기획 정말 좋아해요
미국과 유럽 신문들을 보면서
늘 부고 기사들이, 아, 흥미로웠죠
(민호) 오셨어요?
(근화) 25초 남았는데 기다릴까?
(민호) [살짝 웃으며] 들어가세요
(근화) 수고 많아, 다
(신철) 누구 찍으실 거예요?
[신철이 투표용지를 탁 뜯는다]
(근화) 나야 신철이지
(근화) 스티븐 킹이 한 말인데
'부고 기사는 한 인생에게 보내는 커튼콜이며'
'때로 쇼의 최고 장면은 커튼콜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보다도
평범한 사람들의 부고 기사가 호응이 컸죠
(근화) 술 좀 작작 먹어
[피식한다]
(명호) [웃으며]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고생이 많다 [신철이 투표용지를 부스럭 만진다]
수고들 하세요
[신철이 명찰을 만지작거린다]
(연화) 그럼 최근화 선배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후배가 있다면요?
(근화) 여러 명이 있었지만 역시 김백진이죠
그 녀석과는 같이 술도 제일 많이 마셨고 [쓸쓸한 음악]
프로그램도 많이 했어요
백진이가 수습으로 '사스마와리' 할 때 1진이 나였어요
그때도 일을 잘했나요?
(근화) 어, 잘했죠
들어올 때부터 눈에 확 띄었어요
군계일학?
뭐, 취재를 한번 보내면
일주일 치 팬티를 챙겨 나가서 기사가 될 때까지
(근화) 그냥 뭐, 아예 달라붙었으니까
한마디로 미친놈이죠, 뉴스에
근데 그놈
음, 휘어질 줄을 몰라요
(근화) 꼿꼿하게 정의에만 목을 매는데
(근화) 힘이 정의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늘
(수민) 선배, 준비됐어요?
가자
(경위)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서십시오
모두 앉아 주십시오
(판사) 지금부터 사건 번호 2017가78234의 공판을 시작합니다
(판사) 원고 성종 교회가 피고 김백진에게 낸
손해 배상 청구 건이죠
그런데 피고 측에서는 준비 서면을 제출하지 않았네요?
네
재판장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수민) 준비 서면 대신
제 의뢰인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판사) 네, 그렇게 하세요
[한숨]
(백진) 안녕하십니까, 김백진 기자입니다
공판에 앞서 사실 관계를 정확히 바로잡을 게 있습니다
교회에서 문제 삼은 큐시트의 멘트와 메모는
제가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저희 작가가 쓴 것이 아닙니다
저희 아르곤은
여러 팀원들의 협업으로 뉴스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최종 결정과 책임은
앵커인 저에게 있습니다
[엔딩곡]
(백진) 이제 그만하시라고요
우리 팀 누구를 프락치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물 먹이고 싶으면 나만 건드리라고
(명호) 김백진, 이 새끼 때문에
(백진) 보강을 하거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애당초 없는 거야?
(신철) 나 네 선배야, 명령하지 마
(백진) 자신이 없으니까 자료만 많이 갖다 대는 거잖아
그래 가지고 누가 널 믿어 줘?
(연화) 저,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 (백진) 미드타운 어디까지 진행됐어? - (연화) 그게...
(백진) 네가 직접 가서 뭐라도 캐 왔어야지
여태까지 넋 놓고 기다렸다는 게 말이 되니, 지금? [연화의 한숨]
[한숨 쉬며] 이번 주까지 보고드려야 되는데 나 어떡해
(백진) 이번 주까지 새로운 팩트 하나 이상 못 가지고 오면
딴 사람한테 넘긴다
(연화) 해 보자, 죽어 보자, 어디
[연화의 놀란 신음]
(명호)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다 방송사 물 먹인 게 한두 번이야?
충분히 팩트 체크했고 모두 확실합니다
(백진) 의심이 생겼을 때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신철) 여기서 멈추면 이 진실은 영원히 묻히는 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민호) 팀장님
(연화) 따로 보고드릴 게 있는데
[안도하는 한숨] (백진) 잡았구나?
확실히 잡았습니다
.아르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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