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6
(TV 속 근화) 이제 저는 물러갑니다만
[무거운 음악] 새로 오는 뉴스9의 앵커는
저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 후임 앵커가 되어 뉴스9을 이끌어 갈 기자를
소개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뉴스9 앵커를 맡게 된 [명호의 못마땅한 숨소리]
- (명호) 1번 카메라, 앵커 줌 인 - 박경준입니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앞으로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명호의 못마땅한 신음]
[성난 한숨]
김백진, 이 새끼 때문에
[분노하는 숨소리]
[삑]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백진의 한숨]
출근했네?
(명호) 징계 먹고 충격받아서 집에 틀어박혀 있을 줄 알았더니
[명호의 성난 숨소리]
얼굴 좋다, 야
한 표 차이로 갈렸다면서요? [명호의 못마땅한 숨소리]
네가 앵커 한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어
그러게요
저희 팀 큐시트까지 빼돌리셨는데
- 뭐? - 보람도 없게
[못마땅한 한숨] [긴장되는 음악]
너 지금 나 의심하냐?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죠
징계 먹고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백진의 깊은 한숨]
아주 막가자는 거지?
이제 그만하시라고요
(백진) 우리 팀 누구를 프락치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애들 손 더럽히지 말아요
나 물 먹이고 싶으면 나만 건드리라고
비겁하게 뒤에서 우리 애들 쑤시지 말고 [엘리베이터 도착음]
너희 애들 더럽힌 게 나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다들 말리는 성종 교회 끝까지 밀어붙인 게 누구인데? 너잖아
배현탁이, 너희 팀 작가 그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명호) 네가 대장질한다고 신나게 칼춤 추다가
네 칼로 네 식구 목숨 줄 끊은 거라고, 알아?
[무거운 음악]
너는 너 하나 돋보이면 상관없겠지만 애들은 무슨 죄야?
(명호) 네 밑에서 그렇게 크면
나중에 어느 부서에서 걔네들을 받아 주냐?
정신 차려라
네 식구, 아르곤 망치고 있는 건 김백진, 너야
몇 명이 죽어 나가야 만족할래?
[멀어지는 발걸음]
[전화벨이 울린다] 평기자 투표에서 1등 한 김백진이 떨어지는 게 말이 돼요?
(남규) 아유, 유 국장하고 사이코 개싸움에 국제부 박 선배가 어부지리 한 거지
(종태) 근데 이게 우리한테 잘된 거야, 뭐야?
(민호) 뭐긴, 앞으로도 지금하고 똑같다는 거지
[승용의 한숨]
(백진) 회의하자
- (민호) 네 - (남규) 네
(남규) 저, 선거 끝났으니까
당선자들 특집으로 수요일까지 가도 되지 않을까요?
당선자 뻔한 위인전 하루도 지겨운데 3일이나 틀자고?
[헛기침하며] 아, 그, 당선자들뿐만 아니라
(남규) 낙선자들 꼭지도 다룰까 하고요 낙선 이후의 삶을 조명하는 거죠
당선자도 보기 싫은데 낙선자까지?
너 내 눈치 보고 갖다 붙이는 거 언제까지 할 거야?
(백진) 시류에 편승해서 쉽게 가려는 그 버릇 안 버려?
- 죄송합니다 - 승용이
(승용) 아...
통계청에서 1인 가구 현황을 발표했는데
(승용) 가구 비중이 작년 대비 0.6%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 전체 가구 수 1,901만 9천 가구 중에...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 (승용) 네? - 명확한 결론부터
두괄식으로 가라 그랬지?
(백진) 네가 중얼중얼 숫자 외우는 동안 다들 딴생각하는 거 몰라?
[언성을 높이며] 자신이 없으니까 자료만 많이 갖다 대는 거잖아
그래 가지고 누가 널 믿어 줘?
- (백진) 민호, 이거 네 거야? - 네
'경북 지역 의료계 리베이트 비리'?
(민호) 네, 대형 병원과 제약 회사가 맺고 있는 공생 관계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다뤄 보려고요
여기 어디에 심층이 있어?
네?
갑질 고발 딴 데서 단골로 하는 건데 뭐가 특별해?
(백진) 무난한 아이템에 안전한 결론
네가 내는 내용들 전부 무색무취인 건 알아?
- 유보하겠습니다 - 누구 마음대로!
[무거운 음악] 기껏 발제해 놓고 내 말 한마디에 접니?
(백진) 보강을 하거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애당초 없는 거야?
(백진) 너희들
언제까지 나한테 의존해서 갈래?
자기 기사 만드는 연습이 하나도 안 돼 있잖아, 지금!
이럴 거면 머리를 왜 들고 다녀?
뇌 주름에 다림질했니?
죄송합니다
내일까지 아이템 5분이라도 나갈 수 있는 거 들고 와
- 이연화 - (연화) 예?
너 잠깐 나 좀 봐
[승용의 질색하는 신음]
원래도 사이코지만 오늘 저거 병이야, 병, 어?
[책상을 탁 치며] 아, 자기 물먹었다고 지금 우리 먹이는 거야, 뭐야, 어?
사이코가 초사이코로 진화했어
[남규가 종이를 바스락거린다] [남규의 한숨]
[백진의 한숨]
미드타운 어디까지 진행됐어?
아, 그, 인허가 관련 서류를 받기로 했는데요
받아? 남이 주는 걸 받아?
네가 직접 가서 뭐라도 캐 왔어야지
(백진) 여태까지 넋 놓고 기다렸다는 게 말이 되니, 지금?
아니, 그게 아니라요...
너 이따위로 해 가지고
네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용병 딱지 영원히 못 떼, 알아?
[쓸쓸한 음악]
명심하겠습니다
이번 주까지 새로운 팩트 하나 이상 못 가지고 오면
딴 사람한테 넘긴다, 알았어?
가 봐
[연화가 숨을 후 내뱉는다]
(기자1) 선배님 [신철이 코를 드르렁 곤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신철의 피곤한 신음] (기자2) 아이, 선배님, 일어나세요
며칠째 취재도 안 가고 뭐 하시는 거예요?
(기자1) 아이, 자러 온 거 아니잖아요 찜질방이에요, 여기가?
(신철) 아이, 좀 귀찮게 좀 하지 마 [문이 달칵 열린다]
이 새끼들아, 아휴
(형사) [웃으며] 요, 요 화상, 이거
야, 신 기자 며칠째 이게 뭔 지랄이냐?
후배들 쉬지도 못하게
[신철을 탁 치며] 자리나 뺏고, 씨
아이, 거참, 나 신참 때는 여기 들어올 생각도 못 했어, 씨 [형사의 웃음]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어
아유, 좀, 좀, 좀 귀찮게 좀 하지 마 좀, 아이고, 참, 씨
(형사) 아따, 조금 있으면 퇴근이라서 소주나 한잔할까 했는데
에이, 혼자 간다
[형사의 장난스러운 신음] (신철) 아이, 정말, 저 인간, 씨
(형사) 넌 짬에 안 맞게 왜 여기서 죽치고 있어?
다 늙어서 '사스마와리' 뛰냐? 회사 안 가?
들어가면 누구 한 명 죽여 버릴 것 같아서 그래 [형사가 밥그릇을 쓱쓱 긁는다]
아, 술 사 준다며 소주 한 병 안 까고 뭐 해?
(형사) 야, 한 군데 더 들러야 돼
아이참, 정말...
(형사) 거기만 들르면 교대 끝이니까 그때 한잔해
어디를 가는데?
애들 놀이방
아, 형님이 애가 있었나? [형사의 웃음]
뭐, 놀이방에서 애가 하나 죽었어
근데 딱 봐도 유아 돌연사야
(형사) 사건은 안 되는데
애들 엄마가 하도 민원을 넣어서
대충 현장 가서 보고서 쓰고 마무리하려고
[형사가 밥그릇을 쓱 긁는다] 멀면 나 안 따라간다
(혜리) 기자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인데
너무 로맨스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애들이 일은 안 하고 회사에서 너무 연애만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혜리) 씁, 그리고 여주가 말진이면 이제 막 입사한 신참인데
어떻게 캡하고 연애를
이거는 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아니, 원래 한국 드라마에서는 남주가 더 잘나야 되는 거 모르세요?
(작가1) 육 작가님이 드라마 처음 하셔서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현실하고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현실을 그대로 쓰면 누가 드라마를 보겠어요?
아이, 그런 식으로 하니까 병원 드라마는 숙직실에서 연애하고
뭐, 검사 드라마는 복도에서 연애한다 그러잖아요 [혜리의 멋쩍은 웃음]
[연정의 깊은 한숨]
- 육 작가 - (혜리) 네?
잠깐 나 좀 따로 볼까?
(혜리) 아, 네
[문이 덜컥 닫힌다]
[연정의 한숨]
(연정) 일해 보니 어때요? 뭐, 힘들거나 그런 거 없어요?
예, 괜찮습니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신인의 마음이 아니라 육혜리 씨는 그냥 신인이죠
[무거운 음악] 아, 네
(연정) [한숨 쉬며] 그래요
그러면 우리 육혜리 씨는
여기서 자신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해요?
경험을 살려서 드라마의 에지를 살리는 일이라고...
나이도, 경험도 많은 게 장점이기는 하지만
(연정) 그래서 애들이 더 어려워하는 거예요
나는 우리 육혜리 씨가
아주 쉬운 것부터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네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형사의 웃음]
(신철) 뭐야, 여기 뭐 하는 데야, 여기?
(형사) 아, 놀이방
(신철) 이야, 이거 완전히 애들 팔자 상팔자일세, 어?
(형사) 야, 처음 와 봐?
(신철) 내가 올 일이 뭐 있어, 여기
(형사) [웃으며] 아이고, 하긴 애를 낳아 봤어야 알지
야, 여기 딱 있어
나, 원장 만나고 올 테니까, 알았지?
(신철) 아, 나 멀, 멀미 나, 벌써 멀미 나 아이, 저기, 우리 그냥 가자, 어?
- (형사) 아이, 놔 - (신철) 나중에 형 혼자...
(형사) [웃으며] 야, 나 일이야, 일, 일
(아이1) 야! 속지 마
저 안에 사람이야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인형 탈 속 직원1의 애쓰는 신음] - (아이2) 이리 와 봐 - (아이1) 여기 앉아
[아이들의 다급한 신음]
[힘겨운 신음]
[짜증 섞인 신음]
(혜리) 아유, 씨, 망할 애새끼, 저거
아휴, 자기 엄마 닮아 가지고 더럽게 극성스럽네
아, 더워
아니, 이럴 거면 작가 말고 돌보미를 구하지
(직원2) 원장 얼굴 썩었더라 [혜리의 지친 한숨]
(직원3) 왜 아니겠냐?
저렇게 형사 왔다 가고 그러면 여기서 애 죽은 거 소문 금방 나는데
[긴장되는 음악]
(직원3) [한숨 쉬며] 여기 문 닫는 것도 시간문제겠다
(원장) 애가 처음 왔을 때부터 설사를 했다고요
여기서 먹는 거 얼마나 꼼꼼하게 체크하는데요
애 엄마가 뭘 잘못 먹인 거겠지
(형사) 구급차는 바로 부르셨죠?
(원장) 당연하죠
저희 위생 점검부터 해서 검사란 검사 다 받았고
문제없었어요
일단 알겠고요
어, 내부에 CCTV 있죠?
그거 좀 보여 주세요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직원3) 근데 너, 전에 다니던 망원동 어린이집에서도
애 하나 죽었다고 하지 않았냐?
(직원2) 어, 맞아
[놀란 숨을 들이켜며] 걔도 며칠 동안 설사하다가 장염으로 죽었는데?
(직원2) 야, 어, 좀 섬뜩하다
(직원3) 어, 소름 [직원2의 한숨]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1) 어, 여기 있다!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 (아이1) 빨리 잡아! - (아이3) 잡아 [아이들이 소리친다]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아이4) 잡았다! 잡았다!
(혜리) 그만해! 좀
[아이들의 웃음] [신철의 놀란 숨소리]
그만해, 좀!
[아이들의 웃음] [혜리의 짜증 섞인 신음]
육 작가?
[긴장되는 음악] (수민) 성종 교회 사건
우리 쪽 반박 자료예요
선배가 큐시트에 적은 메모는
절대로 악의가 담긴 개인 사견이 아니라
프로그램 완성도를 위한 데스크 코멘트였다는 걸 강조할 거예요
1심 결과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요
알았어
이게 뭐야?
앞으로 그 친구가 아르곤 담당할 거예요
일 잘하는 친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너는?
물어봐 줘서 고맙네
나야 찾는 데가 많아서 탈이지
내 일을 했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수민) 그래서 후회도 안 하고
그래도 육 작가님한테는 미안했다고 전해 줘요
[백진의 한숨]
(백진) 네 잘못 아니다
[잔잔한 음악]
나 한 사람 때문에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거지
(백진) 팀장이란 놈이
팀 다 찢어 놓은 주제에 멀쩡한 애들한테 화풀이만 하고
네가 나보다 한참은 어른인 거 같다
(수민) 선배...
(백진) 응
그동안 수고했다
(수민) 선배
난 선배 모난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
화내고 소리 지르는 거?
미워서 그런 거 아니잖아
걱정돼서 그런 거지
애들 다시 안아 주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나 어른 아니야
그런 척하느라 힘들어
수민아...
[피식한다]
잘 지내
사고 치지 말고
(백진) 알았다 [수민이 살짝 웃는다]
들어가
[옅은 한숨]
(민호) '문화계 블랙리스트'?
야, 무슨 장 담가? 1년 지난 걸 해 먹게
(남규) 형, 최근 이슈 된
'Y그룹 불법 증여 사건' 다뤄 보는 건 어때?
(연화) 어, 그거
3주 전에 SBC '이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도했는데...
(남규) 너, 이씨
그러는 넌 넌 뭐 발제할 거 있기나 해? [민호의 한숨]
아, 제 거는 시간이 좀 걸리는 거라...
- 너, 이씨, 아무것도 없으... - (민호) 야, 야, 야, 야
다들 정, 정신 차리자
(민호) 팀장님 말씀 못 들었어? 어?
통과가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제대로 된 자기 거 가지고 오자
(종태) [문재인을 흉내 내며] 신철 선배님도 육혜리 작가도 없습니다
(승용) 이번에는 누구야?
아르곤 적폐 청산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연화가 픽 웃는다]
(종태) 아이고
[문재인을 흉내 내며] 사람이 먼저다
[남규의 헛웃음] - (연화) 되게 잘하시는데요 - (승용) 와, 잘한다
[혜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신철) 응
(혜리) 아이씨... 진짜 [신철의 힘주는 신음]
[혜리의 깊은 한숨] [캔을 칙 딴다]
아 해
미쳤어요? 안 마셔요
아이, 고개 뒤로 젖히고 아 해
(신철) 찜질방도 아니고 땀 흘리다가 사람 잡겠다
자, 아
아
- (혜리) 아이씨 - (신철) 아
[잔잔한 음악] [신철의 당황한 신음]
(혜리) [콜록거리며] 아이씨, 진짜
아휴 [혜리가 콜록거린다]
[혜리의 깊은 한숨]
(신철) 잘 지냈어?
잘린 작가 안부는 물어서 뭐 해?
아, 잘리긴 누가 잘려?
당신, 그 망할 놈의 아르곤 발로 뻥 차고 나간 거니까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도 말아
(혜리) [어이없는 숨을 내뱉으며] 퍽도 생각해 주네
[신철의 한숨] [혜리가 숨을 하 내뱉는다]
여기는 뭐, 드라마 취재 그런 걸로 온 거야?
(혜리) 그렇다고 해 두죠
영감님도 취재하러 왔어요?
아이 죽은 거 때문에?
육 작가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직원들이 하는 얘기 대충 들었는데
아르곤 제보 창에 올라온 글이랑 비슷해서요
아이, 제보 창에 아이 얘기가 있었다고?
내가 회의 때 얘기했는데 영감님이 근거 없는 글이라고 깐 거
기억 안 나요?
뭐, 한 2주 됐나?
망원동 그리고 여기 구로동이랑, 씁
(혜리) 또 한 군데, 어디더라 아무튼 두세 군데서
아기가 같은 이유로 죽었으니 조사해 달라고
미스터리성 제보 글이 하나 있었어요
(신철) 그래?
[혜리가 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 (혜리) 아유, 씨 - (신철) 아이, 왜?
아이, 벌써 가려고?
아, 영감님은 볼일 보고 가시오 아유, 쪽팔려, 정말, 아으
[달려가는 발걸음] 전화는 좀 받자!
(신철) [큰 소리로] 알았지, 육 작?
(모니터 속 남규) 강 씨를 덮쳤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철의 깊은 한숨]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모니터 속 남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미망인 김 씨를 살인 교사 혐의로 [백진의 한숨]
[잔잔한 음악] 긴급 체포 했습니다
(모니터 속 남규) 또한 승용차 운전자이며 김 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정 씨를
마지막 문장입니다
(모니터 속 남규) 살인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민호) 앵커
[스태프1이 기계를 탁 두드린다] (모니터 속 백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주변의 동정을 받던 한 미망인
그러나 취재 결과 불륜 관계에 있던 남성에게
남편의 죽음을 사주한 게 드러났습니다
과연 이 여인이 이런 일을 벌인 속사정이 무엇인지
(TV 속 백진) 박남규 기자의 '미망인의 불륜 노트' 계속 보시겠습니다
기어이 나갔으면
[TV 속 남규가 브리핑한다]
쯧
아이고...
꼴이 그게 뭐냐고, 어휴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어휴, 쯧 [TV 속 여자1이 인터뷰한다]
(신철) 어이구, 야, 결국 저거를 내보내는구나
[젓가락을 탁 놓으며]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민호) 수고하셨어요
[깊은 한숨]
[지친 신음]
(봉길) 수고하셨습니더 [스태프들이 서로 인사한다]
(민호) 수고하셨어요 [스태프들이 인사한다]
네, 수고했어
[민호의 헛기침]
[문이 달칵 닫힌다] 저, 안 나오세요?
(백진) 응?
어, 그냥
스튜디오가 이렇게 넓었나 싶어서
[살짝 웃으며] 여기가요?
민호야
네
올라와 봐
(민호) 네
[민호의 헛기침]
(백진) 앉아 봐
- (민호) 아이, 어디를 제가... - (백진) 앉아 봐, 괜찮아
- (민호) 아이, 아닙니다 - (백진) 앉아 봐, 인마
(민호) 아, 네, 그럼
(백진) 음
아, 네
(민호) 어, 진짜 생각보다 넓은데요?
밖에서 볼 때는 되게 작아 보였는데
[한숨 쉬며] 죄송합니다
뭐가?
오늘 방송요
(민호)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안 좋아요
펑크 나는 거 두렵다고 준비가 미흡했어요
- 민호야 - 네
(백진) 네가 아르곤 온 지 얼마나 됐지?
(민호) 음, 올해로 5년입니다 [부드러운 음악]
음, 5년이면 데스크 맡을 때도 됐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똑바로 앉아 봐
(민호) 아, 예
[흐뭇한 숨소리]
멋지다
[민호의 멋쩍은 숨소리]
네 장점이자 단점은 책임감이 지나치다는 거야
너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지 마
우리는 팀이다
알겠습니다
민호야
네
넌 무게 중심이 좋은 사람이야
선입견 없이 사람들 얘기를 들어 주고
그래서 다들 너한테 의지하고 싶어 해
그 균형감을 잘 유지해라
팀장님...
회의할 때 애들 너무 다그치지 말고
핵심만 짚어 주고, 응?
네
나처럼만 안 하면 되지, 뭐
알지?
간다
[다가오는 발걸음]
[연화의 깊은 한숨]
(백진) 뭐 하냐?
(연화) 어, 아, 네
(백진) 앉아
[백진의 힘주는 숨소리]
잘 안 풀려?
네? 아닙니다
[백진의 한숨]
(백진) 넌 기자의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냐?
(연화) 덕목요?
(백진) 사람에게 애정을 갖고
틀에 박힌 지식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방향성 있는 호기심을 갖고
항상 '왜'와 '어떻게'를 생각해야 돼
마지막으로
의심이 생겼을 때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연화) 진짜 많네요 [연화가 살짝 웃는다]
(백진) 많지
[잔잔한 음악]
(백진) [힘주며] 너한테도
이 중의 하나는 있는 거 같더라
뭔지는 스스로 찾아봐
[백진이 피식한다]
(연화) 감사합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아, 네, 선배님
누구세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화) 저, 전화 받고 왔는데...
(주인) 저기 있네
(연화) 아, 예
[신철의 피곤한 신음]
(손님1) 잔 좀 주세요
[신철의 피곤한 신음]
(손님2) 과일 하나 주세요, 과일
선배님
[신철의 피곤한 신음]
선배님
[신철의 피곤한 신음]
(연화) 선배님! 집에 가셔야 되는데요!
선배님, 일어나셨어요?
- (신철) 여기 얼마예요? - (연화) 네
(연화) 아, 저, 여기요, 계산... 엄마, 엄마야, 계산요
괜찮으세요?
저, 여기 계산...
[신철의 피곤한 신음]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당황한 신음]
아유,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어?
(신철) 아유, 머리야, 아으
나 왜 여기 있지?
어, 야, 이연화
야, 이연화
야, 네가 나 여기로 데리고 왔냐?
(연화) 아, 선배님, 일어나셨어요? [신철의 한숨]
[피곤한 목소리로] 아, 제가 집 주소를 몰라 가지고
(신철) 아으
야, 그러면 그냥 길에다 버려두고 오지 왜 이리로 데리고 와, 인마
(연화) 아, 죄송합니다 [신철의 한숨]
(신철) 정말, 씨
어휴
[신철의 힘주는 신음]
야, 내 신발 못 봤어?
- (연화) 네 - (신철) 어?
[신철의 애쓰는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신철) 아유, 이게 왜 여기 있어?
아휴
[백진의 깊은 한숨]
[백진의 한숨]
[한숨]
계속 안 나올 거야?
(신철) 휴가 처리 해라
육 작가 연락돼?
네 입에서 그 이름 나오는 거 나 상당히 불쾌한데
육 작가 해고 처리 무효 됐어
만나면 그렇게 전해 줘
[어이없는 웃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런다고 있던 일이 없던 게 되냐?
(신철) 10년 동안 함께한 동료 가슴에 못질해 놓고
뒤늦게 법정 가서 씨불인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그것도 다 네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 아니야?
형...
(신철) 채수민 그년 죽여 놓기 전에는 나 이 사무실 나올 일 없어
그렇게 알아
형이 이러면 죽어 나가는 거 애들이야
(백진) 당장 모레 방송부터 펑크라고!
[신철의 옅은 한숨]
사무실 안 나올 거면 아이템이라도 만들어 와
나 네 선배야
명령하지 마
네 반말 상당히 거슬린다
- (남규) 선배 - (민호) 선배
- (남규) 형님 - (민호) 아, 어디 가세요?
(민호) 아, 선배!
[문이 쾅 닫힌다] [민호의 깊은 한숨]
방송이 그게 뭐냐? [잔잔한 음악]
(신철) 아주 낯부끄러워서 못 보겠더라
잘 좀 해, 이 자식들아
[민호의 한숨] [문이 쾅 닫힌다]
[남규의 한숨]
(남규) 철이 형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저 둘이 싸우니까 사무실이 완전 쑥대밭이...
[문이 달칵 열린다] (민호) 선배, 선배
- (민호) 선배 - (신철) 아이고, 참
아이,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왜 이렇게 불러 쌓아?
[한숨 쉬며] 아, 어제 방송도 겨우 나갔어요
두 분 안 계시니까 구멍이 너무 커요
인마, 그렇다고 방송을 그렇게 개판으로 만드냐? [민호의 한숨]
죄송합니다
(민호) 아, 근데 저 혼자서는 선배처럼 못 해요
아르곤 이름 걸고 하는 방송 또 엉망진창으로 내고 싶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신철의 짧은 한숨]
아이템 잡은 거 메일로 보내 확인해 볼 테니까
뭐, 특별한 거 있으면 문자하고
[기뻐하는 숨소리]
(민호) [기뻐하는 숨을 내뱉으며] 감사합니다
- 들어가 - 가시는 거 보고요
아이, 들어, 나 계단으로 갈래, 들어가
- (민호) 아, 이거 다 왔는데... - (신철) 아, 들어가, 들어가
(남규) 진희 씨,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빨리빨리, 빨리빨리
[전화벨이 울린다] (남규) 구성안이 이게 뭐야?
내가 초안 준 거 있는데 왜 마음대로 바꿔?
(진희) 죄송해요, 다시 해 드릴게요
- (남규) 알았어, 가서 빨리빨리 해 - (승용) 야, 찐, 찐
(승용) 야, 너 장난해?
앵커 멘트 다 틀렸잖아
남규 형 거랑 내 거랑 순서 바뀌었다고 어제 분명히 말했지, 너한테?
자, 가져가, 빨리
(민호) 진희야, 진희야, 잠깐만 [남규의 한숨]
- (민호) 진희야 - (남규) 진희 씨, 내 거 좀 빨리
- 저, 저, 제가 도와드릴 일이... - (민호) 미안한데
- (민호) 맞춤법 검사한 거 맞아? - (진희) 네
- 없을까요? - (민호) 어, 이게 틀린 게 너무 많아
(민호) 이거 다시 좀 체크해 가지고 좀 봐 줘
- (진희) 네 - (민호) 어
(남규) 진희 씨, 그, 낙선자들 인터뷰 녹취록 어떻게 됐어?
아, 지금 할게요
(남규) 아, 언제 해 줄 거야?
(남규) 아이씨, 이래 가지고 경력 있는 작가랑 해야 된다니까
아, 육 작가님 있었을 땐 이런 걸로 시간 끌지 않았는데
[남규의 짜증 섞인 신음] (승용) 그러니까요, 바빠 죽겠는데
육 작가님 다시 모셔오면 안 돼요?
(남규) 진희 씨, 언제까지 해 줄 수 있어, 어? [무거운 음악]
어? 어, 진희 씨!
(민호) 진희 씨...
- (남규) 뭐야 - (연화) 진희 씨, 진희 씨
- (승용) 진희 씨, 왜, 괜찮아? - (연화) 어머, 어, 어떡해요?
[연화의 다급한 신음] (민호) 어, 진희야, 진희야, 너 괜찮아?
(의사1) 스트레스성 위경련에 과로시네요 [연화의 깨닫는 신음]
처방해 드릴 테니까 오늘 하루만 입원시키세요
(연화) 네, 감사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어
진희 씨, 괜찮아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힘없는 목소리로] 바쁘잖아요
들어가 봐요
네
그럼 쉬어요
[신철의 깊은 한숨]
(신철) 치
가관이다, 가관이야, 정말
아니, 남규 이 자식은 언제까지 불륜 타령하고 앉아 있을 거냐, 정말
아이고, 우리 허 선생 하여튼 이, 몇 개입니까, 이게
민호 이 자식 속이 타들어 갈 만하네, 정말
아이, 그런데 이놈의 새끼들 제보 창은 아예 안 들어가 보는 거야?
잠깐만
씁, 2주 전이라고?
[강조하는 효과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승용아
너 지금 빨리 그, 제보 창 들어가 가지고
어, '어나니머스'라는 닉네임으로
2주 전에 글 올린 사람 누구인지 그, 빨리 알아봐 봐
아, 아, 그런데 선배님 제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통화 종료음]
(승용) 여,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아, 아, 아, 진짜
[짜증 내며] 반나절 만에 신상을 털라니 내가 무슨 해커야, 빌 게이츠야?
아, 진짜 편집도 못 했는데, 아
(민호) 누군데?
아, 철이 형님요, 아...
[승용의 짜증 섞인 숨소리] (연화) 다녀왔습니다
- 진희 씨는? - (연화) 괜찮은데요
(연화) 그래도 며칠은 쉬어야 될 거 같아요 [남규의 한숨]
진희 씨 일은 제가 분담할 테니까
시키실 일 있으시면 다 저한테 말씀하세요
(승용) 이연화, 편집실 가 가지고 [흥미진진한 음악]
내 가편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해서 좀 알려 줘라
아, 아, 예, 예
어, 그럼 가는 김에 낙선자들 녹취록 인터뷰도 정리해 주고
- (연화) 네 - (민호) 미안한데 진희가 쓰던 구성안
- 마무리 좀 해 줄래? - 예, 알겠습니다
적어서 다 해 드릴게요
[마우스 클릭음]
(모니터 속 낙선자) 박인성 당선자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잘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신철) 평소에
아기는 좀 어땠나요?
평소에는
건강했어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가끔 설사를 하기는 했는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키즈 카페 갔다가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2) 사인이 괴사성 장염이라는데
전 도저히 이해가 안 가요
혹시 키즈 카페 말고
뭐, 다른 의심 가는 정황 같은 건 없으신가요?
아니요
안 그래도 미숙아여서
평소에도 입히는 거 먹는 거
그런 거 제가 일일이 다 신경 썼거든요
(여자2) [울먹이며] 근데 경찰도 제가
제가 뭐, 이상한 거 먹인 거 아니냐는 식으로 묻고
아휴, 제가 진짜 억장이 무너져서...
[신철의 안쓰러운 숨소리] [여자2의 울음 섞인 숨소리]
씁, 저기, 혹시...
저기, 그, 아르곤 게시판에
뭐, 제보 글 같은 거 남기신 적 있으신가요?
(여자2) 네?
그게 무슨...
그러니까 아이에 관해서 뭐, 글 같은 거 남기신 적 없으세요?
아니요
예
[만족스러운 신음]
[힘주는 숨소리]
(연화) 이거 했고, 이것도 했고
구성안... [연화가 중얼거린다]
[메모에 줄을 죽죽 긋는다]
[펜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다 했다
[잔잔한 음악]
[힘주는 신음]
아, 고되다
[입바람을 후 분다]
[숨을 하 내뱉는다]
그래도 유령일 때보다 낫네
씁, 그런데 내 덕목이 뭐지?
호기심?
[휴대전화 진동음] 남다른 촉?
왜 이제 전화해요?
[파쇄기 작동음] 이제 저한테 전화하셔도 소용없어요
네?
아, 그게 무슨...
저 회사 그만두거든요
더는 출근 안 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아, 뭐, 이...
뭐, 이런 게 다 있어? [휴대전화 버튼음]
[어이없는 숨소리]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전화벨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마우스 클릭음]
[옅은 한숨]
[마우스 클릭음]
[노트북을 탁 닫는다]
(신철) 안재근 씨?
(재근) 네
"아르곤"
[강조하는 효과음]
(재근) 저...
뭔가 오해하신 거 같은데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그래요?
어, 제가 아이피 주소를 추적해 보니까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1024-17'
(신철) 댁이 이 근처시더라고요
아, 그리고 '어나니머스'라는 아이디 말인데요
안재근 씨, 혹시 78년생이시죠?
여기다가 숫자 78을 붙여 보니까
안재근 씨 개인 이메일 주소가 나오더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이 제보 글, 제가 보기에는
뭔가 대단히 중요한 걸 말하려다가 망설인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제보하시려던 진짜 내용이 대체 뭡니까?
저, 내 눈에는
그냥 장난삼아 적은 글 같은데요
[신철의 한숨]
연예인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는 봤어도요
제가 아는 한
아이들 죽음을 장난으로 제보하는 사람 없습니다, 안재근 씨
저,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시간 좀 더 내주시죠 아직 물어볼 말이 많은데
아, 내일 그, 저희 회사 신제품 발표가 있어서요
실례하겠습니다
안재근 씨
[멀어지는 발걸음]
[도어 록 작동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재근 처) 늦었네?
(재근) 어, 아, 나 갑자기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아유, 우리 하준이 안 자고 있었구나
(재근 처) 아직도 안 자요 [재근과 재근 처가 살짝 웃는다]
- (재근 처) 아, 맞다, 여보 - (재근) 어
(재근 처) 은행에서 전화 왔어요
[재근의 어르는 신음] 이번 주까지 아파트 대출 만기일이라고
[아기가 칭얼거린다] 알고 있어요
회사에서 연대 보증 서 주는 거 확실하지?
그거 있어야 대출 연장 가능하다던데
걱정하지 마
- 아, 나 저, 옷 좀 갈아입어야겠다 - (재근 처) 응
[스탠드를 탁 켠다]
[긴장되는 음악] (신철) 씁...
[수첩을 탁 내려놓는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섬영식품이라...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씁...
아니, 아니야, 분명히 뭐가 있는데
그렇지요, 안재근 씨?
(재근) 아, 저, 내일 저희 회사 신제품 발표가 있어서요
내일, 내일, 내일...
'네이처 프리미엄'?
씁...
내가 이거를 어디서 봤지?
분명히 봤는데
봤는데, 분명히 봤는데, 내가...
[강조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그 분유?
그 분유, 맞아, 맞아, 맞아, 그 분유 [볼펜을 달칵거린다]
어디냐
(관계자) 아, 저희 천연 네이처 프리미엄 액상 분유는
밤마다 부모님들이 매번 더운물에 타 먹일 필요가 없이 [카메라 셔터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파우치 형태이며
화학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초유와 모유 성분을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신제품에는 성장 발육 촉진을 위한 DHA와
프리바이오틱스 함량도 강화했습니다
(신철) 저기, 질문 있습니다, 잠시만요
(관계자) 아, 아직 그, 질의응답 시간이 아닌데
아, 기자님께서 성격이 급하시네요
[살짝 웃으며] 예, 말씀하세요
(신철) 아이, 감사합니다
저, HBC의 신철 기자라고 합니다
어, 네이처 프리미엄 분유
이전 버전 나온 지가 한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긴장되는 음악]
벌써 2.0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관계자) 어, 저희 프리미엄 분유가 워낙 반응이 뜨겁다 보니까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고자 더 빠르게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신철) 저, 혹시
뭐, 그 밖의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까?
[당황한 듯 웃으며] 아이, 아, 그럴 리가요
(관계자) 고객님께 받은 사랑
- (관계자) 되돌려 드리려 할 뿐입니다 - 제발, 그만 좀 해요, 제발
(신철) 저, 하나만 더요
그, 아까 화학 첨가물을 최소화했다고 하셨는데
이거 정말 사실 맞습니까?
(관계자) 자, 다음으로 네이처 프리미엄 분유 2.0에 대한...
[관계자가 계속 말한다] 저기요, 아직 질문의 답을 못 들었는...
[사람들의 박수] (관계자) 자, 틀어 주세요, 네
여기요!
[신철이 숨을 후 내뱉는다]
[분노 섞인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 아니요, 저... - 아니요
[재근의 거친 숨소리] 제보하지 않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신철) 우리 둘 다 당신이 그걸 썼다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아이들의 죽음
네이처 프리미엄 분유하고 관련이 있는 거죠?
회사에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거고?
망원동, 금천동, 구로동에서
12개월 미만 아이들이 같은 이유로 사망했습니다
원인을 밝혀 달라는 당신의 그 제보
자, 특정 장소에서 벌어진 아이들의 죽음을
당신을 알고 있었다는 건
회사에서 소비자를 추적했다는 뜻이에요
내 말 틀립니까? [재근의 난감한 숨소리]
제품 출시 후에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한 후에
회사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 거잖아요
[난감한 목소리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안재근 씨
일부러 신제품 얘기 흘리면서
날 여기까지 불러들인 건 바로 당신이라고 [재근의 난감한 숨소리]
당신은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고 나는 지금 그걸 들으러 온 거예요!
[재근이 코를 훌쩍인다] 우리 간 보는 거 이제 그만합시다, 예?
자, 대체 당신네 회사 분유에 뭐가 들어 있던 겁니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연화의 의아한 숨소리]
[인부의 힘겨운 숨소리] (연화) 아저씨, 여기 이사 갔어요?
아이, 내일 새로 임대 오는데 안 치우고 가고 이게 뭐야, 씨
(인부) 진짜, 씨, 경우가 없어, 진짜, 경우가
[연화의 깊은 한숨]
[당황한 숨소리]
[휴대전화 작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무거운 음악]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시기...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짜증 섞인 숨소리]
[기가 찬 숨소리]
한수영
월급의 반을 줬는데
[한숨 쉬며] 이번 주까지 보고드려야 되는데 나 어떡해, 아이, 진짜...
[망연자실한 숨소리]
보고 어떡하지?
[달그락 뒤적인다]
[망연자실한 한숨]
(연화) 아휴, 빈 거고
[한숨 쉬며] 건질 게 없네
[종이를 바스락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혜리) 진희야
- (혜리) 잘 지냈어? - (진희) 네
[풀벌레 울음] (혜리) 일은?
할 만해?
[한숨 쉬며] 미안하다
너를 그 소굴에 혼자 두고 나와서
큐시트
제가 유 국장한테 넘겼어요
뭐?
집에 생활비가 부족해서
마트에서 회사 비품 살 때 장 본 거
유 국장한테 걸렸거든요
(진희) 자기 좀만 도와주면 눈감아 주겠다고
회사 계속 다닐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해서...
[혜리의 옅은 한숨] 사부님이 그렇게 될 줄은 진짜 몰랐어요
(혜리) [한숨 쉬며] 그동안 속 시끄러웠는데
네 덕에 태풍이 멎은 거 같다
사실대로 말해 줘서
고맙다
[잔잔한 음악] [혜리의 한숨]
왜 이렇게 쉽게 봐줘요?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뺨 때리면서 화를 내셔야죠
- (혜리) 김진희 - 사부님이 이렇게 물러 터지니까
여기저기 휘둘리다가
결국 이렇게 된 거잖아요
(혜리) 근데 진희야
휘둘리고 있는 건 지금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유명호가 휘두른다고
이용당하지 말자
[혜리의 깊은 한숨]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백진이 커피를 쪼르륵 따른다]
왜? 뭐, 할 말 있어?
[헛기침]
서우야
(백진) 아빠랑
어디 여행 갈까?
갑자기 무슨 여행?
아빠 죽고 못 사는 방송은 어떡하고?
아니, 그냥 잠깐 쉬려고
[백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서우) 뭐?
아빠 잘렸어?
아이, 아빠가 왜 잘려?
그럼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너 무서워서 그만두려고 그런다, 왜
구라 치지 말고
구라가 뭐니, 아유
늦었다, 좀만 보다 자
[입소리를 쩝 낸다]
[밝은 음악]
[웃음]
[숨을 하 내뱉으며] 해 보자
그래, 해 보자, 죽어 보자, 어디
[놀라는 신음]
[어이없는 숨소리]
아, 이거 언제 다 하냐?
아유, 씨
난리 났다
그래, 그래도 이건 글씨가 잘 보인다
어, 어, 글씨 보여, 보여
(신철) 안재근 씨 [긴장되는 음악]
[사레들린 기침]
(신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어유, 퇴근이 많이 늦네요
저, 제가 차로 댁까지 모셔다드릴게요
[한숨]
[아기가 옹알거린다] (재근 처) 여보
- (재근) 응? - (재근 처) 분유 좀 갖다 줘요
(재근) 어, 그럼 그쪽으로 와
(재근 처) 어
[숨을 하 내뱉는다]
(재근) 하준이 뭐 먹어 볼까?
[재근의 힘주는 신음] (신철) 어? 이걸 사셔야 되는 거 아닌가?
[긴장되는 음악] 이게 안재근 씨네 회사...
당신, 당신이 여기 왜...
내 아이를 위해 분유를 고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나요?
제발 좀 그만 좀 해요
사망 원인을 분석한 자체 조사 보고서, 존재하는 거죠? [재근의 난처한 숨소리]
보고서만 넘겨주세요
(신철) 안재근 씨 신원은 제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 드릴게요
그런 보고서 없습니다, 없고요
(재근) 그런 보고서 있다고 한들
제가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되돌릴 수 있을 때 행동하지 않으면 [재근의 거친 숨소리]
(신철) 반드시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내 경험담입니다
- 그만 가세요 - (재근 처) 무슨 일이에요?
[신철의 놀란 신음] (재근) 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신철) 안녕하세요
아, 사모님?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우리...
(신철) 아, 제가 일전에 바깥 분한테 신세를 크게 진 적이 있거든요
근데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또 만나 뵙게 됐네요
[신철의 웃음]
아, 저 그럼 이만 가 볼게요
꼭 한번 연락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재근) 아무것도 아니야 [재근 처의 멋쩍은 숨소리]
- (연정) 박 작가야, 일단 저 문주 - (작가2) 네, 네, 네
(연정) 여자로 바꿔
- 성별요? 아, 진짜요? - (연정) 응
(연정) 남자 말고 여자로 바꿔
- (작가2) 네, 알겠습니다 - (작가1) 그럼 문주랑 기하는 [작가2가 화이트보드에 탁탁 쓴다]
(작가1) 어떻게 되는 거예요? [혜리의 한숨]
- (연정) 이렇게 - (작가1) 아...
(연정) 러브 라인
(작가2) 예, 일단 러브 라인, 여기는
(연정) 그럼 러브 라인이 삼각관계 될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작가2가 화이트보드에 탁탁 쓴다] 문주, 연수, 아린이까지
[연정이 계속 말한다] (혜리) 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백진) 나와 줘서 고맙다
드라마는?
할 만해?
그럼요
꿈꾸던 일인데요 [백진이 살짝 웃는다]
다행이네
- 하실 말씀이... - (백진) 응
해고, 무효 됐어
(백진) 내가 직접 인사과에 가 가지고
육 작가 정상적으로 퇴직 처리 했어
통장으로 퇴직금 들어갔을 거야
[한숨]
채 변이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내가 제일 미안한 거지만
그런 일 겪게 해 가지고
죽을병 걸렸어요?
(혜리)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요 어색하게
내가 다 부족한 탓이지
팀장님은 사과하는 것도 어쩜 그렇게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여요?
- 응? - (혜리) 그렇게 자학하는 거
일종의 교만이에요
[피식한다]
(혜리) 안에 있을 때는 하도 몰아붙이니까
힘든 적도 많았는데
사실은
팀장님 덕분에 편하게 갔어요
믿고 의지했거든요
오히려
우리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겠다
그런 생각 들어요
팀장님 좋은 리더예요
밖에서 보니까 더 잘 보이네
[피식한다]
고맙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덜컥 열린다]
(재근 처) 안 자?
어
아, 나 일 있는 거 깜빡했다
당신 먼저 들어가서 자
[재근이 노트북을 달그락 연다]
[살짝 웃으며] 왜?
낮에
마트에서 만난 사람 누구예요?
아무도 아니야
나 일 빨리 끝내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 자
[문이 덜컥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깊은 한숨]
(연화) 감사합니다
[휴대전화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신철의 피곤한 신음]
예, 여보세요
아, 네, 선배님, 저 이연화입니다
(연화) 선배님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는데요
(연화) 보낸 사람이 없네요?
책상 위에 올려놓을까요?
어, 아니야, 아니야 내가 지금 바로 회사로 갈게
[피곤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이, 여기 적힌 내용 확실해?
확실하니까 가져왔지
영유아들이 음식물을 잘 삼킬 수 있게 해 주는 증점제를
(신철) 성분표에 기재된 함량 이상으로 넣었어
그 성분이 일부 미숙아들 세포에 염증을 일으킨 거고
뭐, 결국 부작용이지
아이 세 명이
장염으로 사망했어
이, 자체 조사로 문제가 있다는 거를 확인했으면서
(민호) 그 분유를 회수하지도 않고
거기다가 문제 성분만 쏙 빼서 신제품까지 출시를 했다는 거예요?
(남규) 이거 꽤 큰데요?
(백진) 이 문서 작성자가 누구야?
제보자 신원은 비밀로 해 주기로 약속했다
사측에서 자기들이 작성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아이 세 명이 죽었어
죽은 아이 세 명 가지고 법정에서 인과 관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그럼 수십 명이 죽어야 믿겠다 이거냐?
내가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믿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백진) [보고서를 바스락 넘기며] 이 보고서
이거 60%밖에 안 돼
방송 나가려면 증거, 증언 둘 다 필요해
[한숨 쉬며] 보고서만으로는 안 돼
[문이 쾅 열린다]
[떨리는 숨소리]
잠깐만요
인터뷰라니요
(재근) 분명히 보고서만 넘겨주면 된다고 했잖아요
예,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저, 문서 유출한 것만으로도 위험한 거 몰라요?
하지만 이 문서만으로는 방송해도 파괴력이 약해요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당신,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죠?
(재근) 됐습니다, 보도하지 마세요
- USB 파기하세요 - (신철) 저기, 안재근 씨
여기에서 멈추면
이 진실은 영원히 묻히는 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신철) 당신이, 아니, 우리가 침묵하는 대가로 다른 아이들이 죽는다면
한 명이라도 더 죽는다면!
그 목숨의 무게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요?
[재근의 답답한 숨소리]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고 말씀하신다면
예, 여기에서 덮겠습니다
모든 건 안재근 씨한테 달려 있어요
[답답한 숨소리]
(신철) 우리...
애들
애들 좀 살립시다 [잔잔한 음악]
그냥 알면서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
[고민하는 숨소리]
[피곤한 숨소리]
(연화) '검사, 티파니 접대'
'양주 박스에 현금 5천만 원 넣어서 드림'
'5만 원권 천 장 네 묶음'
'해명 지검 형사 3부 한기진 검사'
[흡족한 숨소리]
잡았다
(신철) 제발
제발
[휴대전화 진동음] [초조한 숨소리]
- 네 - (재근) 오늘 밤 7시
(재근) 저희 집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예 [감성적인 음악]
[자동차 시동음]
[도어 록 작동음] (신철) 어, 안녕하세요
- (재근) 예, 저, 들어오시죠 - (신철) 예
[재근의 깊은 한숨] (신철) 가족분들은 안 계신가 봐요
(재근) 아, 아내랑 아이는 며칠 친정에 보냈습니다
(신철) 예
예
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사로부터 불이익이 있을 거예요
아니라고는 말 못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기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습니다
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 네 - 예
[카메라 작동음]
(신철) 씁,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건 언제 처음 알게 됐습니까?
출시한 지 세 달쯤 지났을 때
홈 쇼핑으로 분유를 구매한 고객들 중 몇 명이
아기가 설사를 한다는 항의 전화를 했었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검증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럼 조사 책임자는 안재근 씨 본인이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사망했다는
그 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에
그, 사측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회사에서는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니, 그럼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은폐를 시도했다는 뜻인가요?
네
하지만 더 문제는
(영상 속 재근) 그 분유를 폐기하지 않고
할인가에 판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태섭의 깊은 한숨]
[명호의 한숨]
(태섭) 보고서 우리가 따로 검증했어?
네, 민간 연구소 두 곳에 의뢰를 했고
제보자 증언과 같은 결과 받았습니다
(명호) 섬영식품, 국내 30대 기업이야 [태섭의 한숨]
이거 나가면 우리 방송사 상대로 소송 걸 거 뻔합니다
충분히 팩트 체크했고 증거, 증언 모두 확실합니다
소송 걸린다고 해도 이길 자신 있습니다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다 방송사 물 먹인 게 한두 번이야?
본부장님
[태섭의 고민하는 숨소리]
[백진의 초조한 숨소리] [명호의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깊은 한숨]
허가 떨어졌다 [밝은 음악]
다들 방송 준비해
(종태) 예스! 오, 야 [승용의 환호성]
(남규) 승용아, 그, 섬영식품 조직 관계도 좀 토스해 줘
(승용) 아, 알겠습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백진의 옅은 한숨]
역시 형이 아르곤 살리는구나
- 민호야, 들어와 봐 - (민호) 네
[숨을 후 내뱉는다]
[프린터를 탁탁 친다]
(직원4) 재근 씨, 위에서 부르시는데?
네
아, 저기, 후 CM 테이프 다 들어왔지?
(스태프2) 예, 다 들어왔습니다 [밝은 음악]
아, 인터뷰 길어지면
- 리포트 하나 킬하고 갈 수도 있어요 - (스태프3) 네, 알겠습니다
(신철) 어, 봉길아
그, 오디오 체크 다 이상 없니?
(봉길) 예, 이상 없습니다
자, 스탠바이!
김백진
나 유명호 뽑았다
[피식한다]
(스태프4) 자, 마지막 CM입니다
자, 갑시다
(신철) 5, 4, 3, 둘, 하나
[손가락을 딱 튕기며] 앵커
[기계를 탁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르곤입니다
(모니터 속 백진) 오늘은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에 대해 [긴장되는 효과음]
전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TV 속 여자3) 아니, 분유를 바꾸고 나니까 [아기의 옹알이]
애가 갑자기 설사를 쭉쭉 하는 거예요 [아기의 옹알이]
찜찜해서 바로 끊었더니 증상이 멎더라고요
아무래도 분유 때문인 거 같아서
섬영식품 콜센터에 항의를 했는데
(TV 속 여자3)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제품 한 박스 보내 주고 끝이더라고요
(TV 속 의사2) 박가온 환자 같은 경우 [무거운 음악]
(영상 속 의사2) 사인은 괴사성 장염이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장 세포가 죽어 가는 염증이 발생한 거예요
위험 인자들을 고려했을 때
분유의 증점제 성분 역시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상 속 신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제보를 하시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뭘까요?
(영상 속 재근) 저도 아이 아빠입니다
아이 먹일 분유를 구할 때마다
[한숨 쉬며]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영상 속 백진) 고통의 무게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TV 속 백진) 아이를 잃은 부모는
원인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영상 속 백진) 진실을 목도하고도 묻어야 했던 연구원은
죄책감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고통을 야기한 이들은 [지하철 도착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모니터 속 백진) 문제의 분유를 할인하는 판촉 행사를 벌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섬영식품에게는
(영상 속 백진) 아이들의 죽음보다
분유의 재고, 회사의 손해가 더 아픈 것처럼 보입니다 [혜리의 깊은 한숨]
만약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분유 전량을 회수하고 즉각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이 아이들은 목숨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혜리의 한숨]
잘했네, 노친네
(백진) 사측은 이 사건을 극소수의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진실의 은폐를 시도했습니다
하루빨리 정당한 책임과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아이고,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원들의 박수와 환호성]
(승용) 와, 브라보, 와!
(민호) 9.5%, 최고 시청률입니다
(승용) 이야, 게시판 보셨어요? 완전 대박 오, 뜨거워요, 뜨거워
- (신철) 아이, 생큐 - (남규) 다른 언론사 헤드라인도
(남규) 전부 우리 뉴스 얘기예요
소비자 협회, 각종 시민 단체 다 성명 발표했고요
섬영식품은?
(민호) 어, 아직 입장 발표 전이에요
(연화) 선배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철) 아이, 왜들 그래, 다 같이 했잖아 [신철이 어버버한다]
- (신철) 에이, 수고했어, 다들, 우아! - (남규) 수고하셨습니다! [팀원들의 환호성]
(남규) 수고하셨습니다! [팀원들의 환호성]
[신철의 멋쩍은 신음] (승용) 아,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 분위기에서 뭐, 오늘 회식 한번 하나?
형, 고생했어 [신철이 살짝 웃는다]
(백진) 이따 점심 어때? [팀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본부장이 형 꼭 밥 사고 싶대
어떡하냐, 나 선약이 있는데
아, 제보자 만나러 가는구나?
알았어
(승용) 말 많은 사람이 1차 쏘는 거야, 쏴요
(민호) 네가 1차, 네가 2차, 내가 3차
(백진) 형
(신철) 응?
(승용) 그럼 우리 깔끔하게 정리해서 막내인 진희 씨가 쏘는 거로 하자
아니다, 잘 만나고 와 [팀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치
네가 내 마누라냐, 인마, 챙기기는
(승용) 꽃등심! 남규 형! [연화의 웃음]
꽃등심! 허 선생! [백진의 깊은 한숨]
[팀원들의 대화가 들린다]
[달그락거린다]
[무거운 음악]
[살짝 웃는다]
[팀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민호)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승용) 형, 그, 성공한 삼촌 있잖아 성공한 삼촌
[팀원들이 즐겁게 대화한다]
[문이 덜컥 닫힌다]
[문이 덜컥 열린다]
(연화) 팀장님
저, 따로 보고드릴 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중요한 거야?
네, 많이요
잡았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히 잡았습니다
[피식한다]
잘했다
(연화) 저, 그럼 시간...
(직원4) 어?
오늘 연차 낸 거 아니었어?
괜찮은 거야?
[지문 인식음]
[재근 처의 힘주는 신음]
[도어 록 작동음]
(재근 처) 여보
[재근 처의 놀란 신음]
[어두운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통화 연결음]
[신호등 알림음]
[무거운 음악]
(재근) 보고서는 조작된 겁니다 방송하지 말아 주세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자동차 가속음]
[무전기 작동음]
(여자4) 무슨 일이에요?
(여자5) 어머, 웬일이야, 사람이 죽었네 어머, 피 봐
[재근 처가 흐느낀다]
[아기 울음]
[타이어 마찰음]
[재근 처가 오열한다] [아기 울음]
[재근 처가 오열한다] [아기 울음]
(태섭) 어, 왜?
우리 점심때 보기로 하지 않았나?
팀 옮겨 주십시오
아르곤 떠나겠습니다
[엔딩곡]
(기자3) 신철 기자 때문에 안재근 씨가 자살한 게 맞나요?
- (기자4) 책임을 느끼십니까? - (태섭) 너희들 자신 있다며
(한 검사) 펜으로 사람 죽인 소감이 어때?
(신철) 앞뒤 맥락 없이
악의적으로 편집된 내용입니다
(태섭) 경찰이 본인이 보낸 게 맞다고 확인했다잖아!
(연화) 사람들이 안재근 씨 불쌍하다고... [초인종이 울린다]
(명호) 제보자 죽게 만든 기자 해고 처분 해야...
(백진) 그 문자 하나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검증한 수많은 진실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고요!
(연화) 비자금 조사하셨었죠?
(차 검사) 어디까지 알고 왔어요?
(신철) 그냥 보도가 하고 싶었던 거라고 이런 새끼가 기자질 해도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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