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7
[주제곡]
[무거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관계자) 최근 섬영식품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섬영식품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과 말씀 드립니다
또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그러나 지금부터는 국민 여러분이 알아야 할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재근 처가 오열한다]
[무거운 음악]
(재근 처) [흐느끼며] 하준아
[아기 울음]
[재근 처가 흐느낀다]
[재근 처의 울음이 들린다]
(TV 속 관계자) 안재근 연구원은 평소 심한 우울증으로
업무 능력과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TV 속 관계자) 그로 인해 승진에서 제외되었으며
이에 대한 앙심을 품고 보고서 결과를 조작해
HBC 아르곤에 거짓 제보를 하였습니다 [사장의 깊은 한숨]
(TV 속 관계자) 섬영식품은 창립 후
50년간 국민의 건강과 행복만을 생각해 왔습니다
섬영식품의 명예를 훼손하는 본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TV 속 관계자)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규) 좌시하지 않을 거라고?
[남규의 헛웃음]
[전화벨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아니, 뭘 어떻게 했길래 제보자가 죽어?
정확한 이유는 저희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태섭) 그, 섬영에서 주장하는 건?
진짜 우울증이 있던 거 맞아?
너희들 자신 있다며
아니, 근데 제보자 개인 정보 하나도 제대로 파악 안 했어?
(명호)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애초에 방송을 한 게 잘못이에요
섬영 쪽 반격은 예상했던 일입니다
(백진) 철저히 보강해서
반박 보도 준비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태섭) 잘 들어
초장에 못 막으면 계속 꼬투리 잡힐 거야
그리고 김백진, 너
아르곤 떠나려면
이 일부터 확실하게 수습해
알았어?
(민호) 네, 저희도 알아보고 있는 중... [저마다 통화한다]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남규) 사실 관계에 조금만 더...
(민호)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에요 그거 그대로 다 믿으시면 안 돼요
- (민호) 네, 네, 잠시 기다려 주세요 - (백진) 다들 전화선 뽑아!
- (남규) 나중에 전화드릴... 네 - (민호) 끊어
[저마다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섬영 쪽은 제보자 흠집 내서 우리 기사를 덮으려는 속셈이야
(백진) 뻔한 수에 당황하지 말고 반박 보도 제대로 내면 돼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제보자의 명예를 살리는 거야
그럼 우리 기사도 살아난다
(민호) 저기, 안재근 씨 주치의랑 통화를 했는데
우울증이 있는 건 맞대요
그런데 본인은 어디랑도 인터뷰를 한 적도
환자 정보를 흘린 적도 없대요
좋아, 전화 인터뷰 준비해
네
[백진의 깊은 한숨]
(백진) 형
백진아
안재근 씨 말인데...
안재근 씨 죽음이 충격적인 거 우리도 알아
(백진)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
우리는 팩트대로 보도했고
실수한 게 없다는 걸 보여 주자고
애도는 그다음에
알겠지? [다급한 발걸음]
(연화) 찾았습니다!
섬영이 처음 채용할 때부터
안재근 씨 우울증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백진) 됐어
- 야, 따라와 - (연화) 네
[멀어지는 발소리] [깊은 한숨]
(백진) 섬영식품은 안재근 씨가 우울증 때문에 승진에서 배제됐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말합니다
(TV 속 백진)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안재근 씨의 주치의였던 이강우 박사님과
전화 연결해 의견 들어 보겠습니다
(의사) 안재근 씨의 경우
우울 척도가 25점 이상인 확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꾸준한 약물 복용과 상담 치료로 증세가 호전되고 있었어요
사회생활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모니터 속 백진) 그렇군요
그럼 안재근 씨의 병력을 본인과 가족 동의 없이 공개한
섬영 측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 개인 정보 보호법을 무시한 건 물론이고요
(TV 속 의사) 혹시라도 진단서가 의료진을 통해 유출된 거라면
의료법에 나오는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을 어긴 거죠
예, 감사합니다
[차분한 음악]
고 안재근 씨가 정신 질환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됐다는
(모니터 속 백진) 섬영 측 주장에는 큰 모순점이 있습니다
섬영은 처음부터 안재근 씨의 병력을 알고도...
(스태프1) 선배님, 자료 화면...
[백진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어, 2번 스타트 인
(모니터 속 백진) 안재근 씨가 입사 당시 [스태프1이 기계를 탁 두드린다]
섬영식품에 제출한 건강 검진서에는
우울증 치료 기록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문제 되지 않을 병력을 빌미로
(백진) 제보자가 앙심을 품었다는 섬영 측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섬영의 입장 발표가
자사 분유의 유해성 의혹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저희 아르곤은 고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부디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스태프들의 박수]
- (스태프2) 수고하셨습니다 - (봉길)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들의 박수] [스태프들이 서로 인사한다]
(스태프1)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신철이 헤드폰을 탁 내려놓는다] - (스태프3) 수고하셨습니다 - (스태프1) 수고하셨습니다
[숨을 후 내뱉는다]
(백진) 저기, 형
괜찮을 거야
반박 보도 잘했어
[신철의 옅은 한숨]
- 저기, 백진아 - 응
[휴대전화 조작음] [신철의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어제 방송이 끝난 다음에야 확인했다
[한숨 쉬며] 형
도저히 얘기할 수가 없었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이 아예 멈춰 버렸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신철과 백진의 한숨]
[풀벌레 울음]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1) 아이, 지금 전혀 소식이 없네요?
[기자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긴장되는 음악]
[종이를 부스럭 펼친다]
(태섭) [힘주는 신음을 내뱉으며] 이, 정신 나간 새끼들
이거를
[큰 소리로] 이거를 몰랐다는 게 말이 돼?
(백진) 방송 직전에 받은 문자입니다
실제로 제보자가 보낸 문자가 맞는지
사실 확인부터 필요합니다
(태섭) 글 못 읽어?
경찰이 본인이 보낸 게 맞다고 확인했다잖아!
그렇다고 해도 그게 보고서가 조작이라는 증거는 못 됩니다
(백진) 우리가 검증 맡긴 연구소는 분명히
안재근 보고서가 사실이라고 증명했다고요
(태섭) 야, 제보자가 본인 입으로 조작이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누구 말을 믿을 거 같아?
[책상을 탁 치며] 사람들은 섬영 주장이 맞다고 생각할 거라고!
섬영에서는 벌써 HBC를 허위 사실 유포죄로 고소했다고, 지금!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태섭) 뭔데?
철저히 몰랐다고 잡아떼는 겁니다
(명호) 방송할 때까지 몰랐다 우리도 당한 거다
사실이잖아?
네가 네 입으로 문자 못 봤다고 했잖아
지금 안재근 씨한테
다 떠넘기자는 겁니까?
그럼 죽은 사람이랑 같이 무덤 들어갈래?
(명호) HBC는 정신병자 복수극에 속아 넘어간 거고
우리도 피해자다 이렇게 나가야 된다고
우리가 살자고 안재근 씨를 2번 죽여요?
섬영이랑 다를 게 뭡니까?
이야...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놈들이 아직도 잘난 척이야
(명호) 그래, 그렇게 잘났으니까 대책도 있겠지
있으면 내놔 봐
내놔 봐!
(남규) 아이, 대체 무슨 생각이었대?
자기가 먼저 제보해 놓고
거짓말이다, 방송하지 말아 달라 그러고 혼자 뛰어내려요?
(남규) 아이, 그럼 우리는 어쩌라고
신철 선배도 그래
늦게라도 봤으면 반박 보도 할 때라도 말을 해 주든가
[책상을 탁탁 치며]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입 다물고 있으면
우리는 어쩌라는 거냐고
사생결단으로 방송 준비 중인데 말할 틈이 있었겠어?
지금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철이 선배야
[한숨]
아무튼 무조건 문자 못 봤다고 밀어붙여야 돼요
(승용) 맞아요
그, 철이 형님이 우울증 환자한테 속아서 그런 거라고 하면
분명히 우리 편을 들어 주는 여론도 생길 거예요
- (남규) 응 - (종태) 그래도 그건 아니다
그런데 안재근 씨는 정말 왜 그런 걸까요?
(연화) 인터뷰 영상 보면 안재근 씨 눈은 진심이었거든요?
대체 그런 사람이 방송 전에 조작이라고...
보고서도 사실이었잖아요
[문이 덜컥 열린다]
[달려오는 발걸음]
(봉길) 어, 크, 큰일 났습니다
(승용) 아, 뭔데, 아...
(봉길) 아이, 그, 아르곤 게시판에
오, 노, 녹음 파일이 올라왔어요, 녹음 파일
- (승용) 봉길아, 겁난다, 왜, 왜, 왜 - (남규) 녹음 파일? [봉길의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봉길과 남규의 다급한 신음]
[마우스 클릭음]
(음성 파일 속 재근) 잠깐만요, 인터뷰라니요?
전 못 합니다
[승용의 한숨] 처음 약속하고 다르잖아요
(음성 파일 속 신철) 아니, 왜 지금 와서 딴소리예요?
(음성 파일 속 재근) 보도하지 마세요, USB 파기해 주세요
[승용의 놀란 숨소리] (음성 파일 속 신철) 안재근 씨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예요?
아니면 진짜 죽어요, 예?
[승용의 당황한 신음]
(승용) 새벽에 안재근 씨 아내가 저희 게시판에 올린
통화 녹음 음성 파일입니다
이 파일을 근거로
형님이 자기 남편을 협박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민호) 안재근 씨가 보고서를 조작한 이유가
선배가 특종 만들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썼어요
그래서 우울증이 심해져서 자살한 거라고
자기 남편은 희생자일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안재근 씨 불쌍하다고
댓글을 다나 봐요
(남규) 저거
정말 선배 목소리 맞아요?
(승용) 근데 이거 잘 들어 보면 [마우스 클릭음]
(음성 파일 속 신철)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예요?
아니면 진짜 죽어요, 예?
중간중간에 편집점이 있는 게
(승용) 이, 문장들을 골라서 갖다 붙인 거 같아요
형님이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형, 녹음 안 했어?
전체 음성 파일 없어?
(민호) 팀장님, 인터넷 매체들은 이미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KBM에서는 오늘 저녁에 뉴스로 내보낼 거라고 하는데요 [신철의 깊은 한숨]
[남규의 깊은 한숨]
(전광판 속 앵커1)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고 안재근 씨가 [신호등 알림음]
HBC 신철 기자의 협박을 받아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여자들이 웅성거린다]
[지하철 도착 알림음] 새로운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나영 기자가 전합니다
(음성 파일 속 재근)
(음성 파일 속 신철)
(음성 파일 속 재근) 보도하지 마세요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승용) 아, 저거 진짜 편집된 거라니까!
아, 저거를 어떻게 믿지? 우아, 나 미치겠네
(남규) 야, 사람들이 그런 데 관심 있을 거 같냐?
어쨌건 철이 선배가 저런 말 한 건 사실인데
아기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관심도 없는 거 같아요
프레임을 바꾼다는 게 그래서 무서운 거야
한번 사람들 시선이 옮겨 가면
원래 문제가 뭐였는지 그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거든
(진희) 그래도 너무하잖아요 선배님 진짜 어떡해
(TV 속 기자2) 가족과 함께 장 보고 있던 안재근 씨를 미행한 겁니다
(TV 속 기자2) 안재근 씨 아내는 온라인에... [작가의 놀란 숨소리]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연정) 자기, 저기서 일했다고 했지? 아르곤
(혜리) 아, 네
(연정) 우아, 우리 육혜리 씨 살벌한 데서 일했네
나중에 장르물 쓸 때 자문 좀 받아야겠어
(TV 속 기자2)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무거운 음악]
(누리꾼1) 미행 개잘하던데 흥신소를 하지 왜 기자를 하고 지랄?
(누리꾼2) 신철? 신상 터니까 역시나 운동권 좌빨 출신
(누리꾼3) 특종 때문에 사람 죽이니까 후련하냐? 역겨워
(누리꾼4) 기자가 아니라 살인자네 저놈도 목매달아
(누리꾼5) 저딴 쓰레기 프로는 폐지가 답이다 전파가 아깝다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직원들이 수군거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직원) 선배...
[직원들이 수군거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섬영식품은 자사 제품인 네이처 프리미엄 액상 분유가
(모니터 속 앵커2) 신생아 돌연사를 일으켰다는
연구원 안 씨의 조작을 보도한 [깊은 한숨]
HBC 측을 명예 훼손과 업무 방해... [앵커들이 저마다 브리핑한다]
[망연자실한 숨소리]
(TV 속 앵커2) 검찰은 섬영식품의 고소 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으며...
[TV 전원음] [명호가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이를 악물며] 아유, 이 망할 새끼들, 이거
[분노 섞인 신음]
[목을 가다듬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숨을 후 내뱉는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힘겨운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집중하는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야?
(신철) 나입니다, 국장님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경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 검사) 서울 지검 한기진 검사입니다
(경비) 아, 예, 네 [출입기 작동음]
(민호) 아니, 선배, 이게 무슨 말이에요?
신철 선배가 취재 윤리를 어겼다고요?
[책상을 탁탁 치며] 아니, 지금 아직 사실 확인조차 안 됐는데
어떻게 우리 기자 협회에서, 어? 같은 식구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요?
아니, 뉴스9 오보 때는 성명서 한 줄 안 내놓더니, 진짜, 이게
이러기예요?
[백진이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 (민호) 팀장님 - 시간 낭비하지 마
대화가 되는 상대랑 얘기를 해야지
[민호의 깊은 한숨] (남규) 회사에서도 등을 돌린 거예요
- (남규) 우리 완전 고립됐다고요 - 우리가 문제가 아니야
같은 방송사 기자들이
철이 선배가 사람 죽인 게 맞다고 확인 사살 한 셈이라고
아, 진짜
[성난 숨을 내뱉으며] 선배가 자기들한테 해 준 게 얼만데
(승용) 마녀사냥이 따로 없습니다
철이 선배를 교수대에 맬 생각입니다, 이거
[문이 덜컥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한 검사) 검찰입니다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입니다
조사 좀 하겠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백진) 무슨 일이십니까?
(한 검사) 김백진 앵커?
화면보다 실물이 나으시네
나가 주십시오
(한 검사) 네?
지금껏 검찰에서 언론사를 압수 수색 한 전례 없습니다
나가 주세요
(한 검사) 전례야 지금부터 차차 만들어 가면 되는 거고
원래 처음이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쉬워요
헌법 제19조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건 명백한 언론 탄압입니다
(한 검사) 이 사람이 검사 앞에서 법 타령하시네
'언론은 타인의 명예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했을 경우'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제21조 사항인데
이건 모르셨나 봐, 그렇죠?
(한 검사) 뒤져
- (수사관1) 네 - (수사관2) 예
- (승용) 아, 뭐 하시는 거예요? - (백진) 뭐 하시는 겁니까?
[팀원들이 항의한다] (백진) 이런 전례 없었습니다!
(승용) 아, 이거 뭐 하는 짓이에요!
[소란스럽다] 저, 어떡해, 이거 비싼 거예요, 비싼 거
(남규) 아, 뭐 하는 거야, 지금!
아, 이 사람들이 시대가 어느 때인데 공권력을 휘둘러
(연화) 뭐 하시는 거예요, 하지 마세요!
(종태) 에이, 그거 내가 아끼는 건데...
- (진희)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 (종태) 에이, 그거 아니지, 에이
- (진희) 아, 내려놓으시라고요! - (종태) 나 경찰에 신고한다!
[무거운 음악] (신철) 뭐야?
뭐야, 지금!
어딜 감히 방송사를 수색해 이 새끼들아!
뭐야, 씨!
이런, 씨... [한 검사의 말리는 신음]
[신철의 거친 숨소리]
(한 검사) 당신이 신철 기자야?
그래
내가 신철이다
(신철) 족치려면 나만 족치면 되지 왜 애먼 사람들을 괴롭혀?
내가 방송 책임자니까!
따질 게 있으면 나한테 따지라고
(한 검사) 안 그래도 그럴 예정입니다
[한 검사가 소환장을 부스럭거린다]
검찰에 좀 출두하셔야겠습니다
(한 검사) 좋은 변호사가 필요하실 거예요
[소환장을 바스락 접으며] 사망한 안재근 씨 부인이
신철 씨를 협박죄로 고소했거든요
(한 검사) 가자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3) 신철 기자다! [신철의 깊은 한숨]
- (기자4) 어디, 어디, 어디? - (기자5) 어디?
(기자6) 저기 있다, 저기 있다!
(기자7) 왔다, 왔다, 왔다
(기자8) 특종 욕심 때문에 보고서를 조작하게 한 겁니까?
(기자9) 신철 기자 때문에 안재근 씨가 자살한 게 맞나요?
(기자10) 안재근 씨 부인한테 미안하지 않으세요?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11) 안재근 씨 죽음에 책임을 느끼십니까?
(기자12) 신철 기자 때문에 안재근 씨가 자살한 게 맞나요?
(기자13) 안재근 씨 죽음에 책임 느낍니까?
- (기자14) 아르곤... - (기자11)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연정의 한숨]
(연정) 마감 급한데 일 안 하고 뭐 해요, 지금?
(혜리) 죄송합니다
100%를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국에...
그럴 거면 도로 가든가
[연정의 깊은 한숨]
[문이 쾅 닫힌다]
방송 중지요? [긴장되는 음악]
우리더러 지금 방송하지 말라고요?
오늘 이사 회의에서 나온 결정이야
(태섭)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상
아르곤이 방송을 하면 그것 자체로 논란이 될 거야
그러니까 검찰 수사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
아니, 그, 검찰이 우리 기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라고요?
지금이 5공 때입니까?
모든 여론이
너희들이 사람 죽이고 거짓말했다고 얘기해
너 반박할 수 있어?
[답답한 숨을 내뱉으며] 본부장님
지금 상황에는 본질이 빠져 있습니다
우리 기사의 핵심은
그 분유에 아이들에게 유해한 물질이 들어 있고
회사는 그거를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거예요
근데 사람들은 죄다 협박이니 조작이니
터무니없는 말장난에 놀아나고 있다고요!
죽기 전에 조작이라는 문자 남겼잖아!
예, 오직 그 문자 하나죠!
진위도 알 수 없고 앞뒤 맥락도 없는
그 문자 하나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검증한 수많은 진실들이 다 사라져버렸다고요!
[한숨]
그게 대중이고 현실이야
[태섭의 깊은 한숨]
(태섭) 모든 여론이
[언성을 높이며] HBC를 희생양 삼아서 개떼처럼 달라붙었어
아예 방송사가 문 닫을 지경이라고!
[백진의 깊은 한숨] 신철이 그놈은
저 혼자 책임지겠다고 사표 썼는데 걔가 뭘 책임질 수가 있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 검사) 계속 협박한 적 없다고 우기시는데
좋아요
우리 팩트만 갖고 얘기합시다
왜, 기자들 팩트 더럽게 좋아하더구먼
회사, 집, 마트
안재근 씨 계속 쫓아다니신 거 팩트죠? [무거운 음악]
전화 통화에서 그만두겠다고 마음 바꾼 안재근 씨한테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도 팩트고요
앞뒤 맥락 없이
악의적으로 편집된 내용입니다
그건 당신 주장이고
팩트만 갖고 얘기하자니까?
[옅은 한숨]
(한 검사) 마지막으로 이 문자 [한 검사의 한숨]
'보고서는 조작입니다 오늘 방송하지 말아 주십시오'
팩트죠?
근데 방송했지?
그래서 죽은 거잖아
칼로 사람 죽인 인간들만 보다가
아유, 되게 신선하네
당신 때문에
한 아이가 아비 없이 살게 됐어
펜으로 사람 죽인 소감이 어때?
신철 씨
나 인간적으로 하나만 물읍시다
당신, 기자 왜 해?
[비가 쏴 내린다]
(백진) 형!
(신철) 방송 중지 얘기 들었다
미안하다
(백진) 그래서 그만두려고?
본부장한테 얘기했어
방송 중지 받아들일 테니까
형 사직서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뭐?
네가 왜?
네가 뭔데 내 사직서에 손을 대?
세상 사람들이 다 날 쓰레기 취급 하니까
너도 내가 우습게 보여?
(신철) 씨...
난 내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하냐?
[큰 소리로] 내가 이 엿같은 기자질 그만 집어치우겠다는데
네가 왜 나서고 지랄이야, 지랄이!
형이 그만두면
나는? 우리 애들은?
아르곤은 어떡하라고!
[큰 소리로] 야, 이 병신아 내가 있는 게 아르곤을 망치는 거라고
(신철) 알아?
[신철의 거친 숨소리]
검사가 그러더라
펜으로 사람 죽인 기분이 어떠냐고
[애잔한 음악]
안재근, 그 사람
나한테 자기는 못 하겠다고
자기 죽으라는 거냐고 그랬는데!
내가 귓등으로 흘려버렸어, 왜?
보도가 하고 싶었으니까
(신철) 그게 다야
무슨 대단한 사명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보도가 하고 싶었던 거라고
[신철의 헛웃음]
이런 새끼가 기자질
해도 되겠냐?
할 자격이 있냐?
(백진) 형, 형!
(신철) 나도 미치겠어!
나도 돌아 버리겠다고!
[성난 신음]
나도 죽고 싶어서 환장하겠다고
[신철의 울음 섞인 숨소리]
[신철이 울먹인다]
[멀어지는 발걸음]
분유 유해성 보고서 조작으로...
(TV 속 앵커3) 다운 계약서를 작성...
(TV 속 앵커4) 그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TV 속 앵커3) 다운 계약서를...
(TV 속 앵커4) 한편 섬영식품과 HBC의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TV 속 앵커들이 저마다 브리핑한다] [남규의 깊은 한숨]
(남규) 싹 다 털었네, 싹 다 털었어
(민호) 야, 야, TV 꺼, 뭐 좋은 거라고 저거를
(승용) 아, 진짜, 아유!
[TV 전원음] 아니, 우리 진짜 계속 이대로 당해야 되는 거예요?
(남규) [한숨 쉬며] 기자 생활 7년 동안
이런 모욕은 처음이다
아니, 어떻게 우리 거를 털어 가 자기들이 뭐라고?
아유, 나 속에서 천불이 나 가지고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다
(남규) 있어 봐
- (남규) 팀장님! - (백진) 이연화
- (백진) 당장 들어와 - (연화) 네!
지급에 따라 적게는 2천만 원
(연화) 크게는 3억까지 금액도 천차만별이에요 [의미심장한 음악]
제가 찾은 건 이 정도지만
대체 어느 선까지 떡값을 받아먹었는지 상상도 안 돼요
이게 정말 [멀리서 전화벨이 울린다]
미드타운 사무실에서 나왔단 말이지?
예
[깊은 한숨]
엄민호!
(민호) 그러니까 지금 말씀은...
미드타운이 세워진 과정 자체가 불법투성이다
시청 공무원에 국토부 차관까지 연루되어 있는 데다가
검사를 스폰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이겁니까?
그래
(민호) 와...
이거 전부 네가 캔 거야?
(연화) 예
(민호) 이거 보도하실 생각이세요?
(백진) 응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이 일흔 명 넘게 죽었는데
고작 쇼핑몰 대표 하나 구속돼서 겨우 3년 형 받았어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건지
(백진) 왜 어디서도 사고 원인을 제대로 캐지 못하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돼
이건 갈 만한 거고
반드시 보도해야 할 건이야
(민호) 근데 아, 지금
이, 때가 좋지 않아요
(민호) 방송 중지도 그렇지만 [백진의 깊은 한숨]
사람들 신뢰를 잃은 게 치명타예요
우리를 믿지 않는다면 이 건도 보도해 봤자 쉽게 묻히고 말 겁니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명예 회복을 해야지
신철 형도, 아르곤도
(백진) 일단 섬영 쪽에 모두 붙어 가지고 이용할 수 있는 자료들 전부 찾아
안재근 씨가 거짓말한 게 아니라는 거 반드시 증명해야 돼
(민호) 네
대신 이연화
(백진) 너는 미드타운에 올인해
이 리스트가 팩트라는 거 확인해 줄 사람부터 찾아
뭐라도 건지면 민호하고 전부 공유하고
(백진) 될 만하다 싶으면 나한테 보고해, 알았지?
예
가 봐
[백진의 깊은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리) 영감님
문 안 열 거지?
(혜리) 그럼 안에서 듣기나 해요
빈속에 술만 들이붓고 있는 거 다 알아
술 먹지 말라고는 안 해요
(혜리) 여기 손잡이에 도시락 걸어 놓을 테니까
밥 먹고 먹어요, 어?
좀 씻고
TV는 보지 말고 잠도 좀 자고
[애잔한 음악] (혜리) 하여간 내 말 안 듣다가 죽으면
나한테 진짜 죽을 줄 알아, 그때는
나 가요
[깊은 한숨]
[멀어지는 발걸음]
[백진의 옅은 한숨]
(백진) 다들 방송 중지에 충격받은 거 알아
그렇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야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르곤의 운명이 걸려 있어
우리는 기자야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움직이지 말자
제보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사실에 집중해
정말 안재근 씨가 우리 때문에 죽은 건지
그게 우리를 해쳐도 팩트라면 확인을 해야 돼
(백진) 여론은
지금 우리를 악마로 보고 있어 쉽지 않을 거다
오직 우리 힘만으로 해내야 될 거야
그러니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할 각오로 덤벼
잡쓰레기도 좋으니까 다 주워 와
(남규) 팀장님,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보도가 돼요?
방송 중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정말...
보도할 수 있어요?
[깊은 한숨]
거기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솔직히 아무것도 보장해 줄 수 없어
(백진) 대신 하나는 약속할 수 있다
너희들이 아르곤 출신이라는 사실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
그 약속 하나만은 지켜줄 수 있다
[밝은 음악]
(민호) 전 안재근 씨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
왜 스스로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했는지
그 경위를 알아볼게요
(승용) 전 섬영에 대해서 다 털어 볼게요
뭐, 적을 알아야 칼집에서 칼이라도 뽑아 보죠
(종태) 제가 두 사람 서포트하겠습니다
(남규) 안재근 씨 보고서가 사실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해요
국내외 섬영 분유와 비슷하게 나온 연구 결과나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해 볼게요
그래, 섬영이든 어디든
절대로 딴지 걸 수 없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가 필요해 [문이 끼익 열린다]
진희, 그 자료 서포트해 주고 [문이 끼익 닫힌다]
- 네 - (혜리) 나는?
나는 뭐, 할 일 없어요?
- (진희) 사부님 - (연화) 육 작가님
- (남규) 육 작가님 - (민호) 육 작
(승용) 아, 육 작가님
노인네는 살려야 될 거 아니야
방구석에서 고독사하면 어떡해
(진희) 다시 돌아오시는 거예요?
그럼
[승용의 안도하는 숨소리] 보고 싶었어요
[함께 웃는다]
그만두기 전에 다 하고 갈 수 있겠지?
일이나 하자 [마우스 클릭음]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연화의 놀란 신음]
한수영이 엄청 많네
[마우스 클릭음]
아니고
[마우스 클릭음]
언제 다 찾지?
이 사람도 아니고
[마우스 클릭음]
찾았다
[살짝 웃는다]
어디 보자 [마우스 클릭음]
어떤 미끼를 해야 확 물까? [마우스 클릭음]
씁...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수영의 만족스러운 웃음]
- (수영) 보자 - (친구1) 봐 봐
- 아, 야, 너 진짜 예쁘게 나왔어 - (친구1) 아니야
[수영이 살짝 웃는다] (친구2) 야, 너희들 예쁘게 나왔다
[친구1의 탄성] [메시지 알림음]
(수영) 어, 잠깐, 이게 뭐지?
(친구1) 뭐야, 뭐야?
(수영) 헐, 대박
야, 헤르메스 버킷 백 준대
[휴대전화 조작음] [친구1의 놀라는 숨소리]
- (친구2) 핸드폰 꺼, 그거 다 뻥이야 - 야, 나 잠깐, 이거 좀 할게
[남규가 책장을 바스락 넘긴다]
야, 너 그거 알아?
섬영은 직원들 이사 날도 사보에 다 싣는다?
이것만 보면 무슨 다 아름드리 한 가족이야
(종태) 응?
- (종태) 빠졌네? - 왜, 뭐가?
아니, 얘네 이거 올해 2월만 해도
(종태) 유제품으로 해외 진출 한다고 난리가 났었거든, 매달 사보에 싣고
그, 미국 알마트랑 막 계약한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갑자기 쏙 빠졌네, 3월부터? 4월에도 없네? 뭐야
[남규가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종태) 응? 같은 날 주식이 왜 떨어졌어?
이거, 뭔 일 있었나, 얘네?
기업 주식이 이렇게 큰 폭으로 고꾸라질 때는
큰 계약 건이 무산되거나 해외 입찰에서 물먹은 경우거든
허 선생, 아니, 종태 형
(남규) 그동안 형 몰라봐서 미안해 형은 좀 천재인 거 같아
그거 이제 알았어, 너?
(종태) 야, 야! [남규의 다급한 숨소리]
(형사) 이, 통장 거래 내역이랑 거래자 주소까지 알려 주고
나 이거 걸리면 최소한 징계다
그거 알면 좀 조심해서 알아봐
(민호) 예
[민호가 숨을 하 내뱉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힘든 정보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사) 아, 근데
이렇게 하면 정말 신철이 살아나는 거냐?
요새 뉴스 보니까 정말 걱정되더라
살려야죠
꼭 살릴 겁니다
이거, 잘 쓸게요
[차 문을 덜컥 연다]
[도어 록 작동음] (미주) 누구시죠?
(민호) 아, 정미주 씨 맞으시죠?
저, 안재근 씨 일로 왔습니다
[한숨 쉬며] 내가 얘기 안 한다고 했죠?
(미주) 왜 자꾸 와서 사람을 괴롭혀요?
[민호의 당황한 신음] [미주의 짜증 섞인 숨소리]
누가 또 뭐, 왔었나요?
당신
섬영에서 온 거 아니에요?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명함을 바스락 꺼낸다]
저, HBC의 엄민호 기자입니다
(재근 처 모) 저, 산나야, 누가 찾아왔는데?
누가?
(재근 처) 그쪽 사람들은 스토킹하는 게 습관인가 보죠?
여기는 또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이런다고 내가
고소 취하해 줄 거 같아요?
그걸 바라고 온 게 아니라
오해를 풀고 싶은 것뿐입니다
분유에 대한 제보는 남편분이 먼저 해 주셨어요
저희는 왜 안재근 씨가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말씀을 하신 건지...
당신네 기자가
우리 애 아빠 협박하는 거 그거 못 들었어요?
그 통화 내용은 편집됐다는 거 사모님은 아시잖아요
저희한테 원본만 들려주시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받은 건 처음부터 그게 다였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혜리) 네?
통화 음성 파일
남편분 휴대폰에 있던 거 사모님이 올리신 거 아니었어요?
[혜리의 다급한 숨소리]
- (재근 처) 이만 가 주세요 - 사모님
안재근 씨는 아이 먹일 분유를 고를 때마다
견딜 수가 없어서 고발했다고 하셨어요
정말로 남편분이 보고서 조작했다고 생각하세요?
(미주) 안재근 씨와 저는
아주 오래전에 잠깐 알던 사이였을 뿐이에요
잠깐 알던 사이의 남자한테
2천만 원이나 받아요?
[긴장되는 음악]
정확히 안재근 씨와 어떤 관계셨습니까?
섬영에서 정미주 씨를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더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
- 이만 가 주세요 - (민호) 정미주 씨
안재근 씨 죽음과 그 돈 무슨 관계 있죠?
그렇죠?
제발 가 주세요
경찰 부르기 전에
[민호의 옅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섬영은 2년 동안 미국 진출에 공을 들여 왔어요
근데 올해 2월에
알마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바로 직전에
일이 빠그라졌고요
(남규) 그래서 알마트에 문의해 보니까 납품하기로 했던 제품 중의 하나가
FDA에서 승인을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네이처 프리미엄 분유라는 거야?
네, 근데 FDA 이놈들이
[한숨 쉬며] 정확한 사연은 말도 안 해 주고
뭐, 절차를 밟으라느니 계속 헛소리만 하더라고요
미팅 잡는 데만 한 달 걸리는 데가 FDA니까
그, 쉽지 않을 거야
네, 그래서 일단 직접 가서 부딪쳐 보려고요
안 그래도 지금 공항이에요
벌써?
[피식하며] 빠르네
그래, 뭐라도 해 봐야지
나도 윈스턴 장관한테 전화해 놓을게
그래 주시면 감사하고요
그래, 조심해서 갔다 와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민호가 숨을 후 내뱉는다]
[불이 탁 꺼진다] (민호) 뭐야?
자는 거야?
아이고...
(민호) 어? [긴장되는 음악]
[자동차 시동음]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풀벌레 울음]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어디서 봤더라?
잠깐만
[헛기침]
[휴대전화 조작음]
(민호) 어?
맞아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섬영 쪽 사람
[안전벨트를 달그락 푼다]
[미주의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민호) 지금 만난 그 남자
섬영 사람이죠?
협박하는 거 같던데
- 당장 안 내려요? - (민호) 당신
안재근 씨 죽음에 이용당하고 있는 거예요 [미주의 난처한 숨소리]
대체 어떤 사이였어요?
어렸을 때 잠깐 사귀던 사이였을 뿐이에요
진짜 까마득한 과거라고요
아, 단순히 과거에 사귀었단 이유로
섬영이 정미주 씨를 찾아온다고요?
내가 재근 오빠를 만났을 때는
미성년자였으니까
그러니까 그 분유에 든 증점제 때문에
FDA에서 승인을 거부했다는 거야?
네, 6년 전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요
어, 증점제가 든 분유 첨가제를 먹은 [옅은 한숨]
12개월 미만 아기들 중 24명이 괴사성 장염을 일으켰고요
그리고 그중 7명이 사망했어요 [백진의 옅은 신음]
이후에 문제 제품은
12개월 미만 아기들에게 판매를 금지시켰고요
이건 섬영이건 누구건 절대 반박할 수 없는 팩트예요
근데 문제는 공식 서류를 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건데
하, 팀장님 친구분 힘으로도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 고생했다, 고맙다 계속 노력해 줘
네
[전자 기기 조작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난 열아홉이었고 오빠는 스무 살이었어요
첫사랑이었죠
우리는 너무 어렸었고 서툴렀고
(미주) 그러다가...
아이가 생겼어요
당연히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그래서 배 속의 아기를 포기했어요
헤어졌고요
몇 달 전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연락한 적도 없었어요
(민호) 근데
그 돈은...
남편 사업 때문에 목돈이 좀 필요했었는데
재근 오빠가 도와준 거예요
당연히 갚을 생각이었고요
(민호) 근데 두 사람 관계를
섬영에서는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모르겠어요
맨 처음 찾아왔을 때는 모르는 사이라고 했더니
(미주) 나랑 오빠랑 통화했던 전화 내용을 그대로 들려주더라고요
(민호) 정미주 씨를 찾아온 건 섬영식품 보안 팀장이었어요
과거의 낙태로 불임이 된 정미주 씨한테
어, 안재근 씨에게 불리한 인터뷰를 해 주지 않으면
남편한테 과거를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대요
- (종태) 이게 도청을 했나? - (혜리) 응?
안재근 씨 와이프가
그, 우리 게시판에 올린 육성 파일도 익명으로 받은 거라 그랬지?
(혜리) USB를 현관에 놓고 갔대요
그것도 섬영 짓일까?
(진희) 자기 직원을 사찰하고 있었던 거네요?
(민호) 섬영은 안재근 씨한테
검증 보고서를 폐기하라고 지시했을 때부터 시작했을 거야
(민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뭐든 했겠지
그래서 우리 방송 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안재근 씨 불리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거네요
(연화) 그런데 안재근 씨를 정신병자로 몰던 사람들이
왜 부인한테 신철 선배님하고의 통화 내용을 준 걸까요?
[긴장되는 음악] (연화) 그러면 안재근 씨가
피해자처럼 보이잖아요
(종태) 그러니까 그냥 처음에는 막 이상한 사람으로 몰다가
갑자기 막 피해자로 포장을 하고
또 화살은 또 신철 선배한테 다 향하고
- (연화) 응 - 양동 작전이야
(백진) 앞에서는 제보자의 도덕성을 깎아내리고
뒤에서는 보도한 방송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거야
제보자와 보도한 기자가 쓰레기로 매도당하면
그 뉴스를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
(승용) 그럼 이제 우리가 역공할 차례 아니에요?
FDA에서 안재근 씨 보고서가 맞다고 한 팩트도 있고
섬영 놈들이 이 사람들 도청한 거 공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혜리) 이 정도면 재반박 보도도 가능하지 않아요?
노인네 보기 참 안쓰러운데
FDA 공식 서류를 받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정미주 씨를 증언자로 내세울 수도 없어요
결혼해서 가정이 있고
(민호) 절대로 방송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승용) 아니, 그럼 뭐 이대로 계속 당하자는 얘기예요?
찾아보면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무슨 방법요?
(승용) 아니, 회사도 우리를 내친 마당에 도대체 무슨 방법이 더 있는데요?
완전 범죄자로 낙인찍혔는데
우리가 지금 잘난 척할 때예요?
잘난 척이 아니라 못나지지 말자는 거다
우리 취재 윤리로 손가락질당했어
(백진) 그래 놓고 다시 취재 윤리를 어겨 가지고
우리를 보호하자고?
같은 과오는 저지르지 말자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하고 똑같아지는 거야
- 팀장님 - (백진) 응
어, 왜
(연화) 저 먼저 가 봐야 될 것 같아서요
집에 가서 마무리해야 될 게 좀 있어서
왜, 자고 가지 아, 아니, 애들하고 같이...
아이, 미안하다 내가 머리가 안 돌아가 가지고 [백진의 피곤한 숨소리]
피곤하실 텐데 눈 좀 붙이세요
가 보겠습니다
(백진) 응
이연화
가장 어두울 때
어려운 자리에 있게 해서 미안하다
아르곤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 텐데
[잔잔한 음악]
조심해서 가
[백진의 피곤한 숨소리]
전 그래도 아르곤에 와서 좋아요
2년 동안 여기에서 제일 힘들고 아팠지만
가장 행복했습니다
[살짝 웃으며] 피곤하실 텐데 헛소리해서 죄송해요
(연화) 푹 쉬세요
저 먼저 가 볼게요
- (혜리) 어, 가요? - (연화) 네
(혜리) 어, 조심히 가요
(연화) 고생하세요 [백진의 옅은 한숨]
[서우의 하품]
(서우) [헛웃음 치며] 아, 이 사람들이...
아유, 진짜
(서우) [문을 덜컥 닫으며] 개짜증 나, 진짜
어유, 진짜
[서우의 깊은 한숨]
[종태의 잠꼬대]
(종태) [웅얼거리며] 아버지, 잘못했어요
[서우가 피식한다] [서우가 코를 들이마신다]
[서우의 힘주는 신음]
[백진이 코를 드르렁 곤다]
그만두기는 개뿔
[서우의 한숨]
[멀어지는 발걸음]
(연화) '김대섭 차관'
[연화가 중얼거린다]
큰 회장이 안 얽힌 데가 없네
[깊은 한숨]
'큰 회장의 특별 지시'...
(한 검사) 아이, 씨, 쯧
아, 얘네들 거는 뭐 이렇게 너저분해
[수사관들이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아, 섬영 관련 건은 따로 분류해 달라니까, 보기 좋게
(수사관3) 예, 알겠습니다
[수사관들이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한 검사) 따로 보고를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부장 검사) 얘네
미드타운 했던 애들이지?
예
전화 한번 넣으셔야겠는데요 [부장 검사가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수영) 아, 저 도착했는데요
어디세요?
(연화) 여기인데요?
그 페이스북 메시지...
당신이 보낸 거야?
아, 제 연락은 피하시더니
[통화 종료음] 헤르메스 가방은 갖고 싶으셨나 봐요
[수영의 당황한 숨소리] [연화의 다급한 신음]
[수영의 아파하는 신음]
(수영) 아, 이거 놓으라고요!
[수영의 애쓰는 신음] (연화) 아, 못 놔요!
(수영) 아, 진짜, 이거 사기예요 [연화의 힘겨운 신음]
완전 보이스 피싱이잖아
내가 당신 신고할 거야
[휴대전화 조작음] 그래요, 신고해요
[휴대전화 조작음] (연화) 내가 지금 그깟 게 무서울 거 같아요?
[수영의 당황한 숨소리]
잠깐만 기다려요, 보여 줄 게 있으니까
[연화가 가방 지퍼를 직 연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 이거, 어떻게, 설마
파쇄기에 넣고 돌린 걸 다시 붙인 거예요?
이 문서, 사실인지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것만 해 주면 더는 귀찮게 안 할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난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서 사장 비서였잖아요 수영 씨가 모르면 이걸 누가 알아요
말만 비서지 나 이거 읽을 줄도 몰라요
(수영) 언니 이렇게 만난 거 알면 나 서 사장이 가만 안 둘 거예요
내가 그쪽 무서워서 번호 바꾸고 튄 줄 알아요?
그럼 수영 씨가 나설 수 없으면 그, 붙잡을 동아줄이라도 좀 줘요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무관이 파일을 뒤적인다]
[차 검사가 흥얼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사무관) 검사님?
[문이 덜컥 열린다]
검사님!
[큰 소리로] 룸살롱 폭행 사건 검토 아직 안 하셨어요?
[문이 덜컥 닫힌다]
그냥 경찰 보고서 올려요
어차피 뭐, 재수사할 것도 아닌데
[차 검사가 발을 만지작거린다]
검사님!
[짜증 내며] 또 왜요
그냥 김 사무관님이 검토하고 도장 찍으시라니까
그게 아니라
(사무관)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예?
(차 검사) 누구시죠?
거, 약속도 안 잡고 검사실 막 찾아오시고 그러면 안 돼...
HBC 이연화 기자입니다
2년 전에 맡으셨던 미드타운 비자금 수사 건에 관해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긴장되는 음악]
(연화) 2015년에 미드타운 건설사 관련 비자금 조사하셨었죠?
한 달 만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그 뒤 검사님은 해명 지검에 잘 계시다가
수사권도 없는 여기로 좌천되셨고요
좌천 아닙니다
정상적인 인사 발령이었습니다
그, 정상적인 인사 발령 이유가
어, 차 검사님만 뭘 받으셔서가 아니라
안 받으셨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맞죠?
[당황한 숨소리]
대체 그 뭔가가 뭘까요?
큰 회장님이 뭘 주면 꼭 받아야 하나요?
[헛웃음]
어디까지 알고 왔어요?
여기까지요
[하품]
[TV 전원음] [피곤한 신음]
(TV 속 앵커5) 고 안재근 씨는 18년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고
어, 뭐야?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승용)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 큰일 났어요
[백진의 피곤한 신음] 일어나 보세요 빨리, 빨리, 일어나 보세요
- (승용) 육 작가님 - (혜리) 왜?
(승용) 종태 형, 민호 형, 일어나 보세요
종태 형, 빨리, 빨리, 빨리 [종태의 힘겨운 신음]
(TV 속 앵커6) 섬영식품과 HBC가 [승용의 거친 숨소리]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 (남규) 응? - (종태) 응?
(TV 속 앵커6) 조작 보고서 논란의 당사자인
연구원 고 안재근 씨의 충격적인 과거가 밝혀졌습니다
[무거운 음악] [민호의 짜증 섞인 신음]
안 씨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으며 [휴대전화 진동음]
임신까지 시켜 낙태 수술을 받게 한 전력이 드러난 겁니다
[답답한 신음]
[문이 덜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문이 덜컥 열린다]
(미주 남편) 여보
(명호) 이제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사) 광고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HBC에 광고 넣으면
자기들 브랜드 이미지 나빠진다고
이러다가는 있던 광고도 다 날아갈 판입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오늘 밤 아르곤이 직접 사과 방송 해야 됩니다
FDA에서 안재근 씨 보고서가 사실인지 확...
지금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사람들은 서류 같은 거 신경도 안 써
(명호) 아주 죽어라 하고 터지고 있어요 끝도 없이
성 추문까지 나왔으면 회복 불가인 거 몰라?
김백진, 이건 [한숨]
시간 지나면 가라앉을 일이 아니야
이번에는 유 국장 말대로 하자
(명호) 하나 더
사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이 따라 줘야죠
제보자 죽게 만든 기자
해고 처분 해야 우리도 면이 설 겁니다
해고요?
신철 선배를 해고한다고요?
내 동기야, 나도 가슴 아파
이번 일이 이 정도 출혈도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아?
[깊은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연화) 팀장님
큐시트 나왔습니다
[백진의 한숨]
(백진) 쪽팔리지?
예?
[백진이 재킷을 쓱 집어 든다] 갑자기 그게 무슨...
내가 이렇게 쪽팔리는데
너희들은 어떻겠냐
[백진이 소매를 쓱쓱 정돈한다]
고생했다, 가 봐
팀장님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백진) 뭘?
팀장님은 왜 기자가 되셨어요?
(백진)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너는?
팀장님 때문에요
[차분한 음악]
(혜리) [한숨 쉬며] 오늘 방송으로 좀 잠잠해지려나?
(민호) 어유, 또 사과 방송, 어유
(혜리) 어떻게 아르곤은 바람 잘 날이 없어
[민호의 깊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혜리의 깊은 한숨] (민호) 네, 엄민호입니다
네, 정미주 씨
(혜리) [작은 소리로] 누구?
[놀란 숨을 내뱉으며] 아, 네
아, 정말요?
아, 아, 아니요
아이, 당연하죠
제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혜리) 어디 가게?
(민호) 나 지금 취재 가야 될 거 같은데?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혜리) 어? 여기 누가 지켜?
- (민호) 육 작, 좀 봐 줘 - (혜리) 아, 내가 어떻게...
(혜리) 승용이, 승용이 승용, 승용이 불러, 승용이
(민호) 아, 오승용, 오승용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야, 승용아
야, 빨리 부조로 건너와
아, 빨리빨리!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 저 좀 나갔다 올게요 - (스태프1) 네 [혜리의 당황한 신음]
(혜리) 빨리 와요!
[문이 덜컥 열린다]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승용의 거친 숨소리] (혜리) 야, 빨리빨리 와, 앉아
[승용의 거친 신음] 이거, 이거 쓰고
(승용) 뭐요?
- (혜리) 이거 - (승용) 이, 이거 뭐야
- (혜리) 빨리 쓰고 - (승용) 아, 네
[승용의 당황한 숨소리] (혜리) 너 큐시트 다시 한번 봐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민호의 거친 숨소리]
(남자1) 내가 몇 번을 왔는데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다니까 영수증 있으면 된다고!
[남자2가 소리친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남자2가 짜증 낸다] 이런 적이 없다니까 아, 영수증 있으면 된다잖아!
(종업원) 이거 아니라고요 [밝은 음악]
[종업원과 남자1이 실랑이한다]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남자1) 한 번도 주차비를 내 본 적이 없다고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니까!
[종업원이 설명한다] 영수증이 있으면 된다고 매번 그랬는데, 매번, 왜 그러는데
[소란스럽다] 왜? 조용히 해!
(민호) 이모, 저기 저 차 좀 부탁드릴게요
죄송합니다!
[남자1이 계속 항의한다] [사람들이 짜증 낸다]
- (남자1) 조용히 해! - (남자3) 뭘 조용히 해!
[민호의 거친 숨소리]
(민호) 죄송합니다
[남자4의 당황한 신음]
- (남자4) 이 양반이! - (민호) 아저씨, HBC 가 주세요
[민호의 거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어, 승용아
(승용) 아이, 선배, 방송 20분 전인데 어디세요!
나 팀장님 좀 바꿔 줘, 얼른
아, 아니다, 아니다
야, 네가 전화기 들고 빨리 스튜디오로 뛰어가
어, 어, 네, 알겠습니다
[헤드폰을 탁 내려놓는다] - (혜리) 뭐야, 또 너, 너 또 어디 가! - (승용) 팀장님, 팀장님!
- (혜리) 어? - (승용) 팀장님! [시계 작동음]
(승용) 팀장님! [승용의 거친 숨소리]
이거 민호 형인데 전화 좀 받아 보세요
어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민호) 아, 네, 팀장님
정미주 씨 인터뷰 땄습니다
[승용의 거친 숨소리]
[문이 덜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애잔한 음악]
[신철의 떨리는 숨소리]
[신철이 흐느낀다]
죄송합니다
[울음 섞인 숨소리]
[민호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민호의 다급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아, 시간 안에 가야 되는데
좋아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할 수 있다, 엄민호
[비장한 숨소리]
(태섭) 지금 인터뷰 따서 들어오는 길이랍니다
어떻게든 시간 맞추겠습니다
보도할 수 있게 허락만 해 주십시오
[한숨]
사과 방송 못 하겠어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저희 섬영한테 업무 방해 명예 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했어요
아르곤 때문이 아니라 우리 HBC를 위해서라도
누명은 벗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결단 내려 주십시오 [사장의 깊은 한숨]
[긴박한 음악] [거친 숨소리]
- (민호) 이거 틀어 주시면 돼요 - (스태프4) 예, 알겠습니다
- (민호) 야, 체인지 해 - (혜리) 빨리빨리, 빨리
[민호의 거친 숨소리] (혜리) 지금 방송 1분 10초 전이야
야, 봉길아 테이프 도착했다고 알려 드려
팀장님, 테이프 도착했습니더
[안도하는 숨소리]
[혜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모니터 속 백진) 수고했다, 민호야
아닙니다
[시계 작동음]
마지막 CM입니다
(민호) 5, 4, 3, 2, 1
앵커
(모니터 속 백진)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르곤은 여러분께 사과 방송을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사과 방송을 하기에 앞서
밝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음성 파일 속 미주)
(음성 파일 속 보안 팀장)
(음성 파일 속 미주) 재근 오빠도 이렇게 죽였어요?
(음성 파일 속 보안 팀장) 무서운 소리 하시네?
우리는 방송 못 막으면
와이프한테 그쪽과의 일 알리겠다고 한 거밖에 없어요
(음성 파일 속 보안 팀장) 근데 그 양반이
지레 겁먹고 사고를 친 거지 [사장의 깊은 한숨]
아이, 죽으려면 곱게 갈 것이지
(음성 파일 속 보안 팀장) 하필 회사 옥상에서 떨어져 뒈질 건 뭐냐고
(미주)
(모니터 속 미주) 섬영은
(모니터 속 미주) 안재근 씨한테 불리한 말을 하라고 협박을 했어요
[무거운 음악] 안 하면
남편한테 과거를 알리겠다고 했죠 [혜리의 깊은 한숨]
(혜리) 정미주 씨도 큰 결심 했네
(모니터 속 미주) 그래도 제가 싫다고 하니까 [민호의 깊은 한숨]
(TV 속 미주) 자기들 마음대로 그런 기사를 만들어 낸 거예요
(미주)
[영상 속 미주가 흐느낀다]
(영상 속 남규)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지난 3월 섬영 네이처 프리미엄 분유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분유 속에 든 증점제 성분이
신생아들에게 유해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이로써 안재근 씨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며
섬영식품이 주장하는 식품의 안전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TV 속 남규) 또한 6년 전 미국에서도
증점제가 든 분유 첨가제를 먹은
12개월 미만 영아들 중 7명이
괴사성 장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장의 깊은 한숨]
FDA는 해당 제품을 [휴대전화 조작음]
12개월 미만 영아들에게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오랜만입니다
[손님들이 대화한다]
(남자5) 아르곤 팀들이 미드타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네요
[쓱쓱 적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숨을 하 내뱉는다]
(남자5) 어쨌든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예
방송 시작 때 말씀드렸듯이
원래 오늘 아르곤은 사과 방송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사과는 유효합니다
사실 확인 없이 마구잡이로 진실을 왜곡한 언론
[깊은 한숨]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취해 버린 기업
진실을 알게 되면
자기도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웃음]
예
[남자5가 쩝쩝거린다]
[차분한 음악]
제보자를 지켜 주지 못한
아르곤의 어리석음에 용서를 구합니다
이 일로 상처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백진) 사기꾼 같은 놈들
[카메라 셔터음] 처음부터 한패였다면?
(남규) 출처는 확실해?
(연화) 미드타운 사무실에서 나온 파지들을 붙였습니다
(백진) 최우선 과제는 큰 회장의 정체를 밝히는 거야
(연화) 그 아이템, 누구 거였어요?
백진이 아이템
(백진) 그 사건은 조작됐기 때문입니다
(호중) 3년 전 난 이미 당신한테 모든 증거를 보냈어
제발 이 자료를 보고 다시 보도해 달라고
(연화) 정말 못 보신 거예요?
뭔가 이유가 있으셨던 거죠?
(백진) 사적인 감정으로 보도를 한 거야
(태섭) 너 진짜 돌았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연화) [울먹이며]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건데
[훌쩍이며] 히, 힘이 못 돼서 죄송해요
.아르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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