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3
[준웅의 한숨]
(준웅) 왜 갑자기 급발진을 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니
아이, 뭐야
그럼 나 3년 동안 코마 상태에 있다가 깨어나는 거야?
(옥황) 그래, 뭐 그럼 어쩔 수가 없지
그럼
최준웅은 다시 코마…
제가 받을게요
[흥미로운 음악]
제가 받겠습니다
(륭구) 팀장님
주마등 직원이 된다는 건 저승 최고의 출세입니다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요
근데 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한숨 쉬며] 저런 아무나를 들이십니까?
[헛웃음 치며] 저기요?
하, 참, 아니, 아무나라니
저도 나름 이승에서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 자격증이 이게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제가!
인정받은!
(륭구) 이게 참관도 아니고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련) 몰라서 물어?
기본도 능력도 안 되고 사고만 치는 놈을
내가 왜 받는다고 했는지
[비밀스러운 음악] (륭구) 네, 모르겠습니다
(련) 옆에 두고 조지려고
[엘리베이터 도착음]
(륭구) 아
[픽 웃는다]
(련) 안 타?
(륭구) 타십시오, 준웅 씨
[번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흥미로운 음악] [발소리가 들린다]
(준웅) 아이, 여긴 평범한 게 어떻게 하나도 없어?
아휴, 목이야
"주마등"
[준웅이 콜록거린다]
(륭구) 이곳이 위기관리 팀 사무실입니다
좀 어수선하죠?
원래는 인도 팀 소속 특수 범죄자 전담 팀이
쓰던 곳이었어요
(준웅) 특수 범죄자 전담 팀이요?
(륭구) 이승에서 진 죗값으로
지옥으로 떨어진 영혼들을 인도하는 팀인데
우리 팀장님께서 담당하셨죠
(련) 비켜!
[쿵]
(준웅) 아…
아, 그, 지금은요?
지금은 해체되고
(륭구) 보시다시피 우리가 쓰고 있고요
(련) 왜, 마음에 안 들어?
(준웅) 어유, 아니요
이야, 세련미가 넘치고
이게 레트로하고, 이게 아늑한 것이 아주
일이 아주 잘될 거 같은 그런 공간인 거 같습니다 [키보드 조작음]
[준웅의 웃음]
(륭구) 인사가 늦었네요 정식으로 인사하죠
임륭구라고 합니다
'높을 륭'에 '구할 구' 자를 씁니다 [준웅이 피식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준웅의 웃음]
(준웅) 어유, 죄송해요
제가 원래 사람 이름 가지고 웃는 사람이 아닌데
사과하겠습니다, 륭구 씨, 예
[륭구가 숨을 후 내뱉는다]
(륭구) 뭐, 괜찮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름으로 놀림받는 건 익숙해서요
아참
그쪽 이름이 임시직 씨…
아아, 아니다, 어휴
계약직 씨라고 했나요?
(준웅) 아, 역시 그, 인상은 과학이라더니
막 그렇게 막 쿨한 성격은 아니죠?
- 관상? - (준웅) 예
(륭구) 승부 근성이라고 해 두죠
덤비면 져 주는 성격은 아니라서 [준웅의 탄성]
그러시구나
저도 그런데
'미 투'
[한숨]
- (련) 임 대리 - (륭구) 네
시작해
[준웅의 한숨]
(륭구) 손 빼고 차렷
지금부터 주마등오피스 소속 사자들의
행동 강령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륭구) 사자는 품위를 떨어뜨리는 복장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준웅) 와, 저 이런 거 진짜 처음 해 봐요
진짜 비싸 보이는데
(련) 죽어서 달리 돈 쓸 일도 없으니, 뭐
(준웅) 근데
완성되면 진짜 멋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봉제 인형 같다
[륭구가 풉 웃는다]
(륭구) 그러게요 [준웅의 한숨]
앞에 봐
(륭구) 이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주민 번호와 [마우스 조작음]
"삭제"
그에 알맞은 이름이 주어질 것이며
"확인"
(준웅) 하, 근데, 그
절 알고 있는 사람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륭구) 걱정 마십시오
새로 입력한 얼굴로 보일 겁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준웅) 네?
(련) 널 못 알아본단 얘기야
우리 가족도요?
당연하지
(륭구) 사자는 인간들 앞에서 능력을 사용하거나
그들의 일에 관여해도 안 되고
이승에서의 그 어떤 연결 고리도 남겨선 안 됩니다
(륭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오늘부로 이승에서의 최준웅은
없습니다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잔잔한 음악]
(준웅) 아버지 몫까지 더 잘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취업을 했네요
그래도 여기
대기업이에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큰 회사는 또 없을걸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저 잘해 가지고
얼른
어머니랑 민영이한테 돌아올게요
[숨을 후 내뱉는다]
[도어 록 조작음] [훌쩍인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정임이 말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영의 한숨]
(민영) 술 그만 마셔, 엄마
오늘이 네 아빠 기일이기도 하고
엄마 맘이 좀 그래 이해 좀 해 주지
(민영) 우리가 또 지나치게 솔직하고 객관적이잖아
엄마 오빠 때문에 술 마시고 싶은 거면서
[정임의 한숨] 이러면 아빠 섭섭해해
(정임) 그런 거 아니라니까
(민영) 아니긴
엄마, 오빠 장기전이야
우리 벌써부터 막 지치고 그러지 맙시다, 응?
(정임) 어휴
자식이 제일 무섭다더니
또 틀린 말은 아니네
(민영) 엄마
근데 왜 우리 아빠랑 찍은 사진이 없지?
[정임의 쓴웃음]
네 아빠는 기자 아니랄까 봐 맨날 찍어 주기만 하더니
(정임) 출장 가서 못 돌아올 줄 알았으면
가는 날 억지로라도 한 장 찍을 걸 그랬어
(민영) 그러게, 아쉽네
(정임) 치우자
다 드셨겠지, 뭐
[달그락 소리가 난다]
일로, 이리 갖고 와 봐
여기서 치우자 [민영의 탄성]
[문이 달칵 열린다]
[깊은 한숨]
[레드라이트 알림음]
"우울 수치"
[무거운 음악]
(륭구) 이름 남궁재수, 나이 29세
경찰 공시 3년 차
최근에 우울 수치가
급격하게 올랐네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련) 뭔데?
(륭구) 최준웅 씨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재수) 야, 어떻게 되는 거냐? 세상이
나 이제 공시생이 내 직업이 된 거 같다
(륭구) 최준웅 씨 이번 일 제외할까요?
(련) 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지장 있을까 봐?
네
사적인 감정이 도움이 될 때도 있잖아
안 그래?
(련) 근데 얘 왜 안 와 어디 갔어?
혹시…
(준웅) 어?
[다급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학생들이 저마다 떠든다]
(학생1) 뛰지 마, 이씨
내 신발 줘
(학생1) 아씨
[학생2의 웃음]
(학생2) 재수야, 내가 좋게 얘기하니까 만만하지?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주유소 알바 해서 산 거란 말이야
[재수의 아파하는 신음] [쿵]
(학생1) 재수야
뭔 이름이 '재수'야, 응? [학생2의 웃음]
[학생들이 시비 건다]
어, 표정, 표정, 표정, 웃어 [학교 종이 울린다]
(학생2) 매점이나 가자
(재수) 내 신발 줘 [학생들의 헛웃음]
(학생2) 아, 이 새끼 또 시작이네, 진짜
(재수) 아, 줘 [학생들의 탄성]
[준웅의 못마땅한 소리] (학생2) 아직 덜 맞았지?
[재수의 힘주는 숨소리] 일로 와
(학생1) 오케이
- (학생1) 재수 전용석, 착석 - (학생2) 아유, 진짜, 씨 [학생3이 말한다]
(재수) 아, 빨리 줘
[학생들의 조롱하는 소리] (학생1) 오, 야, 귀여웠어
(재수) 아, 내 신발 줘!
(학생2) 이씨, 이씨, 진짜, 씨
아, 아니야, 또
이런 일 괜히 엮이면 또 피곤해진다 그랬어
(재수) 야, 줘
야, 줘!
(재수) 줘! 내 신발
(학생2) 아씨, 끈질긴 새끼, 씨
오늘 끝장을 보자
아, 돌려줘!
(학생2) 야!
[재수의 아파하는 신음] [준웅이 놀란다]
[흥미로운 음악] [재수의 힘겨운 신음]
아, 신발
(학생2) '신발'? 넌 또 뭐냐?
- (학생1) 뭐냐? - (준웅) 깜짝이야, 이씨, 쯧
(학생3) 뭐야, 이씨
[준웅이 입소리를 쩝 낸다]
(준웅) 아, 야, 이쯤 하면 됐잖아
그 신발 좀 줘라
(학생2) 너 이 자식이랑 친구야?
(준웅) 하, 야
아니야, 아니야 아, 친, 친구는 아니야
야, 너 서남유치원 나왔잖아
서남유치원?
아, 한동네 쭉 살고 지금 같은 반이면 친구지
(재수) 야, 3 대 2면 해볼 만하다
고맙다, 친구야
[밝은 효과음] (학생1) 3 대 2는, 이씨
[준웅이 놀란다]
(준웅) 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얘기 좀 할게
반갑다, 친구야 [재수가 호응한다]
(학생1) 준비해, 준비해, 가자
(준웅) 친구를 건드려?
(학생2) 진짜, 씨, 아! [준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야, '하나, 둘, 셋'에 가자
(재수) 하나 [준웅의 신음]
(준웅과 재수) 둘!
셋!
[무거운 효과음] [학생들의 고함]
[재수의 아파하는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준웅) 아, 참, 쯧
(재수) 아, 따가워
아, 역시 치킨은 이럴 때 먹는 거라니까?
뭔가 파이팅 필요할 때?
아, 뭔 소리야, 갑자기 많이 맞았냐?
야, IMF 때
우리 아빠 공장 부도나서 우리 집 완전 거지였거든?
[웃음]
야, 넌 무슨 그런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뭐 어때? 너희 집 망한 것도 아니잖아
괜찮아, 우리 집도 망했어
[함께 웃는다]
(재수) 이상하게 그때 이후로
힘내야 될 때면 그렇게 치킨이 당기더라
사연 갖다 붙이지 마
그, 복날에 삼계탕, 응? 괜히 먹는 거겠냐?
닭이니까 먹는 거지
(준웅) 아, 치킨 먹자는 소릴 참 정성스럽게도 한다
나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 다시 찾으러 갈 거야
- 뭘? - (재수) 아, 찾아와야지, 내 신발
아이, 미쳤냐? 미쳤어?
실패는 다시 하란 뜻이다, 준웅아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냐, 재수야
우리 아버지가
야, 아버지 훌륭하시다
(준웅) 언제 한번 찾아뵙는다고 전해 드려
좋은 말씀 육성으로 듣고 싶다고
돌아가셨어
한참 전에
(준웅) 아, 미안하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쯧
어쨌든 실패하는 거 그거 나쁜 거 아니야
한 번쯤 실패하자
[재수의 부정하는 소리] (준웅) 아이, 도리도리하지 말고
실패하자, 나 그만 맞고 싶다
아니, 나 내일 다시 갈 거야
내 신발 꼭 찾는다
어휴
어휴, 자식…
(준웅) 아이, 끈질긴 새끼, 진짜
[아파하는 신음]
(준웅) 야
[문손잡이를 덜겅거린다]
야, 야, 재수야 [멀리서 개가 짖는다]
[준웅이 창을 똑똑 두드린다]
재, 재수야!
아씨, 집에…
아, 진짜
야, 너, 씨!
야, 너 집에 있었으면서 왜 문도 안 열고, 씨 [문이 덜컹거린다]
야, 너, 씨, 내가… 빨리 문 안 열어, 이 새끼야?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진짜? 씨
[도어 록 작동음]
(재수) [힘없는 목소리로] 누구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나, 나야, 새끼야
(준웅) 근데, 그
[마우스 조작음] 절 알고 있는 사람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륭구) 걱정 마십시오 새로 입력한 얼굴로 보일 겁니다
[킥 웃으며] 딱이네
어, 야, 아…
[도어 록 작동음]
(준웅) 야, 야, 재수야
야, 문 좀 열…
재수야, 잠깐만 나와 봐 재수야, 잠깐만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아, 예, 겨, 경찰이죠?
[문손잡이를 덜겅거리며] 아, 그 제 친구 좀 살려 주세요
제 친구가 지금 죽으려고 하는데 얘가 진짜…
(준웅) 아니, 됐고 좀 빨리 좀 와 주세요! 좀, 좀
[사이렌이 울린다] [중얼거린다]
어?
어? 예, 예
여기, 여기예요, 빨리
[문을 쿵쿵 두드리며] 야, 재수야
재, 재수야 [문이 덜컹거린다]
재수야
가시죠, 주거 침입으로 신고가 들어와서요
(준웅) 네? 왜요, 왜, 왜?
[당황하며]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어,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무전기 작동음]
최준웅
941024-1…
(준웅) 아이 몇 번을 말합니까, 예?
지금 얼른 가야 돼요 한시가 급해요, 지금!
됐고, 본인 진짜 이름이랑 주민 번호 대라고요
아니, 됐다니
(준웅) 아니, 큰일 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예요, 예?
(경찰) 신분 도용하다 걸리면 처벌받는 거 몰라요?
다른 사람 거 말고 본인 걸 말하라니까!
아니, 내 거 맞다니까 왜!
[준웅의 거친 숨소리]
하, 내 거 맞다니까 왜 자꾸 진짜 답답하게… [무전기 작동음]
[무전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뭡니까? [문이 덜컹 닫힌다]
(륭구) 안녕하세요 저랑 친한 형인데
최근에 사고가 있어서
보시다시피 정신이 온전치 못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경찰이 입소리를 쯧 낸다] (준웅) 무슨 소리예요?
(륭구) 형, 잠깐만
[준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여기요, 네
[경찰이 신분증을 탁 놓는다]
[준웅의 한숨]
(륭구) [작은 목소리로] 잊으셨습니까?
못 알아본다는 거
[준웅의 한숨] 아, 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신 안 차려?
(준웅) 아니 그, 친구가 죽는다는데
어떻게 정신을 차려요?
(륭구) 친구니까 더 논리적으로
더 이성적으로 접근했어야 됐습니다
아, 됐고, 나는 그렇게 못 해요
(련) 못 하면 어쩔 건데? [무거운 음악]
네 친구 아니라도 우린 남궁재수 살려야 돼
[한숨]
정말 재수 살릴 수 있다고요?
보고해
(륭구) 올해 경찰 공시 3년 차인데
이번 연도엔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1차에서요?
(준웅) 아이, 그럴 리가 없는데 [새가 지저귄다]
그래도 항상 1차는 붙었었는데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련) 현재 상황 어때?
(아이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륭구)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대화한다]
[즐겁게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학교 다녀왔습니다
(륭구)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륭구) 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한숨]
(준웅) 치, 치킨, 치킨! [닭 울음 효과음]
치킨이면 될 것 같아요
- 뭔 소리야? - (륭구) 그거면 됩니까?
(륭구) 어디 겁니까? 요즘은 배달도 빠르니까…
아, 그게 아니라, 그…
(준웅) 재수 여섯 살 땐가 아버지랑 같이 먹었던 치킨이요
힘들 때마다 항상 그 얘기 했었어요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한숨]
(륭구) 아무리 사자라고 해도 과거로 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치킨 먹으면 나아진다고 어떻게 보장합니까?
기억은 왜곡되기 쉽습니다
전 반대예요
(련) 임 대리 말이 맞아
일단 남궁재수 만나 보자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게 급선무야
[놀란 숨소리]
방법이 있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도어 록 작동음]
[성스러운 음악]
(륭구)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잠깐 저희와 얘기 좀
[도어 록 작동음]
생각보다 굉장히 예리한 사람입니다
그런 거 같네
(준웅) 에헤, 쯧 [흥미로운 음악]
이보세요들
하, 나, 진짜, 정말
요즘 누가 이, 도쟁이에 속습니까?
그럼 뭐, 더 좋은 방법 있습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륭구) 제가 뭐랬습니까?
이 방법은 아니라고
(준웅) 아, 이 자식 진짜, 쯧
[긴장되는 음악] 됐어
(련) 그냥 문 뜯고 끌어내자
[한숨]
[놀란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준웅) 어, 어?
(련) 어? [준웅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륭구) 집에만 있던 사람이 왜 저렇게 빨라?
(준웅) 쟤 경찰 준비했던 놈이에요
잔말 말고 뛰어
(련) 놓치겠어!
[준웅의 거친 숨소리]
(준웅) 아이, 저…
아, 우리, 우리도 순간 이동 합시다
순간 이동 해 줘요 순간 이동, 순간 이동
(륭구) 안 됩니다, CCTV!
(준웅) 아니, 무슨 저승사자가 CCTV에 겁을 먹어!
(륭구) 귀신도 못 피하는 게 CCTV입니다!
(준웅) 아, 무슨, 진짜
야, 재수야, 씨, 야!
[준웅의 거친 신음]
아, 재수는요?
- 놓쳤어 - (준웅) 아이, 자식
일단 흩어지자
- (련) 넌 저기, 넌 저기 - (륭구) 네
(준웅) 아이, 잠깐
아이, 신호, 신호 바뀌는데…
(준웅) 아…
아이씨, 어디 간 거야, 진짜
[한숨]
아씨
[레드라이트 알림음] (준웅) 어?
[무거운 음악]
어?
나 있는 병원인데
[가쁜 숨소리]
(준웅) 아씨
[응급실이 분주하다]
(우진) 안 돼
[우진이 통곡한다]
(재희) '허나영 1993년 9월 27일생'
'교통사고 사망'
(중길) 인도해 [나영이 놀란다]
어, 저 이대로 못 가요
(나영) 아, 잠깐만
잠깐만 작별 인사라도 하게 해 주세요
이승과의 인연이 여기까지다
(나영) [흐느끼며] 제발요, 제발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무거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그렇지, 네가 보냈을 리가 없는데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경고음]
[침대가 덜겅거린다]
[무거운 효과음]
(재수) 준웅아, 야, 야 야, 야, 야! 야, 잠깐만
왜 그래, 왜, 야, 준웅아 [재수의 목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효과음] [준웅의 신음]
(의사) 보호자분, 잠시만요
아씨, VT네
(의사와 간호사1) - 제세동기 빨리 가져와 주세요 - 네
[준웅의 힘겨운 신음]
[옅은 신음]
[고통스러운 신음]
- (의사) 100줄 차지 - (간호사2) 네 [제세동기 작동음]
(의사) 클리어, 쇼크!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준웅의 힘겨운 신음]
(준웅) 아, 진짜…
[련과 륭구의 가쁜 숨소리]
씨
[소리치며] 미쳤어, 당신?
(련) 최준웅, 문제 일으키지 말고 가만히 있어
지금 누가 누구한테 가만히 있으라는 거예요!
(륭구) 죽다 살아난 겁니다
알아듣게 설명 좀 해 주시죠?
기본도 안 된 신입에
(준웅) 뭐라고요?
사명감 없는 부하에
지옥 출신 팀장까지
[한숨]
그리 오래갈 팀은 아닌 듯한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가?
아니요, 계속 걱정해야 할 겁니다
앞으로도
[한숨]
우리 팀 직원들을 미리 보내 놓도록 하죠
구 팀장님
(준웅) 아나, 진짜…
[준웅의 떨리는 숨소리]
[손을 탁 뿌리친다]
[한숨]
(준웅) 아이
아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륭구) 몰라서 묻습니까?
최준웅 씨 계약서 제대로 안 읽었죠?
(준웅) 계약서요?
(륭구) 진짜 육신과 가까워질 경우 임시 육체와 진짜 육체 사이에서
시간의 오류가 생긴다는 문항 말입니다
(준웅) [한숨 쉬며] 근데요?
(륭구) 당신의 기억이 랜덤으로 지워질…
안 읽었네요?
(준웅) 아, 기억 조금 지워지는 게 뭐 어때서 그래요?
네 얼굴도 잊어버릴 수 있어
(련) 그렇게 되면 네 몸으로 못 돌아간다고!
[련의 한숨] (륭구) 한마디로 죽는 겁니다
주, 죽는다고요?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지금 얘기해 줍니까!
계약서 안 읽은 사람이 누굽니까!
(준웅) 아유, 뭐, 그래
뭐, 제가 안 읽었어요
그럼 우리 임륭구 대리님께서는
계약서 약관까지 꼼꼼하게 다
읽으시나 보다?
네
꼼꼼하게
한 글자도 빠짐없이
[준웅의 한숨]
와, 저 재수 없음은 타고난 거다 타고난 거야, 씨, 쯧
[숨을 후 내뱉는다]
[옅은 숨을 내뱉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강조되는 효과음]
당신 뭐야?
(재수) 아, 왜 자꾸 따라다니는데?
(준웅) 아이, 많이 취하셨어요
좀 앉아 계세요, 예?
[무거운 음악]
[재수의 한숨]
[재수의 힘주는 신음]
[웃음]
취준생 주제에 어디서 비싼 짓이야, 어?
자기는 공시생 주제에
[맥주 캔을 쉭 딴다]
그러니까
가성비 좋은
(준웅과 재수) 합리적인 소비
[함께 웃는다]
아유, 제대로 배운 새끼
준웅이?
준웅아 [준웅이 훌쩍인다]
지옥 같다
(재수) '그래도 언젠가 환호할 날 있겠지'
그 희망으로 살았는데
(강사) 자, 마지막에 검토하는 거는 책임입니다
법적인 책임이란 민사, 형사에서 책임을 묻는다는 말인데
형사에서 책임을 묻는 거는…
[마우스 조작음]
(재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흐느낀다]
왜 나는 안 되는데!
매일매일 죽을 거같이 살았어
[재수가 훌쩍인다]
왜
왜!
[한숨]
[훌쩍인다]
알아
남들 다 앞만 보고 가는데
(준웅) 나 혼자만 경로를 이탈한 기분
나만 패배자 같고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기분
(준웅) 근데 너
될 때까지 하던 놈이잖아, 어?
야, 너…
야, 너 이런 놈 아니잖아
겨우겨우 버텼어
(재수) 근데 너도 없고
이제 한계야
[깊은 한숨]
[훌쩍인다]
[재수가 오열한다]
(준웅) 야, 울지 마!
그냥 울어, 새끼야
[훌쩍인다]
치킨 먹고 싶다
(준웅) 어?
[재수를 툭툭 치며] 야
야, 야, 야, 야, 재수야, 야
아이씨
야
야, 이씨
야, 야, 재수야, 야
[행인들의 술 취한 소리] 야, 정신 좀 차려 봐
어?
(준웅) 들으셨죠? 팀장님, 대리님, 저희 진짜
저희 진짜 치킨 꼭 구해야 돼요
그 치킨 언제 먹었다고?
여섯 살 때요
어쩌시려고요
(륭구) 과거로 돌아갈 방법 없다니까요?
(련) 방법은 만들면 되는 거야
너 남궁재수 잘 지키고 있어
퇴근 알람 송 울리기 전에 올 테니까
(준웅) 저도 갈게요
안 돼,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알아?
(준웅) 내 친구니까
그, 내, 내 친구니까 내가 꼭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안 된다니까!
팀장님 말 잘 들을 거고요 말대꾸도 안 할게요
그리고 그 동네 제가 잘 알아요
제가 살았던 동네니까
그러니까
제발요, 팀장님
(준웅) 아이씨
[뛰어가는 발걸음]
[새가 지저귄다]
(옥황) 근무 시간 아니었니?
차를 좀 빌리러 왔어요
과거로 가는 건 금지시킨 지 오래됐는데
(옥황) 항상 결과가 좋지를 못했어서
현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고
저도 가기 싫다고요
근데 가야 해요
(옥황) 안 돼
허락해 주시죠
아, 도대체 왜 간다는 거니, 응?
[익살스러운 음악] 치킨 구하러요
치킨?
치킨…
(옥황) 아…
아, 그럼, 맞다, 치킨, 그래
어, 치킨
어, 맞다, 그래, 련이 네가 가야지
키는 백 주사한테 맡겨 놨으니까 달라고 하렴
네
치킨… [문이 달칵 열린다]
[헛웃음]
알아요, 12시간 시간 엄수
늦으면 돌아올 수 없다
- (준웅) '12시간'… - (련) 네
예,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준웅의 탄성]
(준웅) 대박! 대박, 오
팀장님!
어, 저, 저거 드, 드림 카인데 저거 타면 안 돼요?
이거, 요거, 요거
이거 타면 안 돼요? 이거, 이거 팀장님, 이거 타요, 이거, 이거
이거 타요, 우리, 이거!
안 돼요?
알았어요 제가 양보할게요, 팀장님
아, 제가 양보하는 겁니다
잊으시면 안 돼요 잊으시면 안 돼요, 근데
어디까지 가시는 거지? 어디까지…
아, 끝에 있는 차지, 이거?
아, 이거 좋아요! 이거 좋아요, 이거 좋아요
팀장님, 이거 좋습니다
[준웅의 들뜬 웃음]
어디 가세요? 어, 어디 가세요?
어디 가세… [흥미로운 음악]
설마
아, 설마
아, 설마, 왜?
아, 이 좋은 차들 놔두고 왜 그 차 타는 거예요, 왜?
빨리 타
[준웅의 한숨]
(준웅) 아, 이거… [준웅의 한숨]
아니, 이거 시동도 잘 안 걸릴 거 같은데
아니, 이거, 이거, 이거
아이, 가요, 타요, 그래
[련이 안전띠를 달칵 맨다] 아이씨
이씨…
아휴
아, 위험해 보이는데, 정말
아, 저거 타면 되지, 왜 이거 [타이머 작동음]
굳이 타는 이유가 뭐예요? 팀장님, 이거를…
[차가 덜컹거린다] 아이고
아, 덜컹거려요, 팀장님, 이거
안 돼!
[되감기는 효과음]
[신비로운 음악]
[자동차 경적]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되감기는 효과음]
[준웅의 감탄]
(준웅) 뭐야?
[자동차 경적]
[기어 조작음] [신비로운 효과음]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웃음소리]
(준웅) 저희 진짜 과거로 온 거 맞죠?
감탄 그만하고 길 안내 좀 하지?
(준웅) 아, 네 그, 쭉 직진이요, 예
[준웅의 헛기침] [자동차 시동음]
[기어 조작음]
(직원1) 아버님, 호반생명입니다
보험금 납부를 안 하셔서
전화 부탁드린다고 음성 메시지 남겼는데
아, 그게, 요금을 못 내서 발신 통화가 안 돼요
(현) 받을 수만 있고
(직원1) 그럼 언제 납부 가능하실까요?
(현) [철걱거리며] 씁 당분간 못 할 거 같은데
[한숨]
아, 아, 잠시만요
[부스럭거린다]
(현) 혹시 이거 해지하면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나요?
(직원1) 아 원금 보존 상품이 아니라서
해약하시면 거의 못 받으시고요
유고하셨을 때나…
(현) 아…
네, 예, 잘 알겠습니다, 예
[통화 종료음]
[한숨]
[덜그럭거린다] [힘주는 신음]
어? [현의 웃음]
재수야
우리 재수 오늘 생일이니까
아빠가 저녁에 우리 재수 제일 좋아하는 치킨 사 올까?
- 응! - (현) [웃으며] 그래
(현) 그럼 아빠 저녁에 올 때까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응?
그래, 가자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자, 가자 [현의 힘주는 신음]
재수야, 이따 보자 [현의 웃음]
- (교사) 저기, 재수 아버님 - 네
(교사) 다른 게 아니고
원장님께서 원비가 너무 밀려서…
아, 아유, 아, 죄송합니다
- (현) 이제 조만간 드릴… - (교사) 아니
곤란하시다고…
(현) 아…
[현의 난감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어린 재수가 엉엉 운다]
[한숨]
(어린 재수) 싫어, 나 갈래
유치원 갈래!
오늘 생일잔치해 주는 날이란 말이야
[한숨]
(현) 아유
아이고, 울지 마, 재수야, 어?
괜찮아, 괜찮아
- 아빠가 밤에 - (어린 재수) [훌쩍이며] 응
우리 재수 제일 좋아하는 치킨 사 준다고 했잖아
(현) 그렇지, 응?
아, 맞다, 치킨 [어린 재수와 현의 웃음]
(현) 그래
[한숨]
[어린 재수를 토닥이며] 가자, 이제, 응? 자
[현의 한숨]
가자
(준웅) IMF 때 부도나서 힘들었다더니
진짜 사정이 좋아 보이진 않네요
일단 따라가 보자
[자동차 시동음]
[활기찬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DJ) '2시의 데이트' 출발합니다
(준웅) 와
'2시의 데이트' 지금도 하는데
신기하네 [준웅의 웃음]
[멀리서 개가 짖는다] (현) 혹시 양말 안 필요하세요, 양말?
싸게 드릴게요
어? 양말 좀 보고 가세요 제가 싸게 드리고 있어요
[한숨]
재수야, 아빠 이 이력서 금방 보내고 올 테니까
혹시라도 이거 단속 나오면은
아빠 금방 올 거라고 얘기해 알았지?
- (어린 재수) 응 - (현) 알았어
[한숨]
(어린 재수) 한 켤레 500원 세 켤레 1,200원
남자 것은 이쪽, 여자 것은 저쪽
구경은 공짜예요
재수 너 돈 벌어서 뭐 하려고?
엄마 병원비도 내야 하고 유치원도 가야 하고
남으면 아빠랑 맛있는 거 사 먹게요
야, 넌 무슨 그런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치
근데 아저씨
내 이름 재수인 거 어떻게 알아요?
[흥미로운 음악] (준웅) 응?
내, 내가 그랬어? [련의 한숨]
네
'재수 너 돈 벌어서 뭐 하려고?'
(어린 재수) 그러셨는데
(준웅) 아, 무슨, 무슨 소리야
내가? 아, 나 아니야 나 진짜 아니야
그렇죠?
이 아저씨가 안 그랬대
(준웅) 거봐 나 안 그랬다고 하잖아
나 안 그랬어, 나는
(어린 재수) 했는데
(준웅) 안 했다니까? 나 진짜 안 그랬어
믿어 줘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린 재수) 우리 아빠 공부 엄청 열심히 해요
잠도 안 자고 맨날
난 공부 싫은데
넌 뭐가 좋은데?
(어린 재수) 치킨!
오늘 아빠가 내 생일이라고 치킨 사 준댔어요
(준웅) 그래, 그, 어디서 파는 거?
네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 그, 어디서 파는 거야?
아빠가 사 오는 거
(준웅) 아빠가 사 오는 거? [흥미로운 음악]
아, 그래, 99년도니까
텍사스?
아니면 그, 종갓집?
'종갓집'?
(준웅) 아, 아닌가? 그러면
어…
아, 그래! 그, 멕시코 양념?
그래, 자식아 양념은 멕시코 양념이지
아이, 너는 네가 좋아하는 치킨 이름도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멕시코 양념치킨이야 종갓집이야, 어디야?
아, 얘기를 좀 빨리해 줘 봐 봐
[준웅의 아파하는 신음]
(련) 넌 어떻게 애랑 수준이 똑같냐?
아빠가 사 온다잖아 기다려 보면 알겠지
[련의 한숨]
(현) 예, 제가 이력서랑 분석 자료 보냈는데
아, 예, 받으셨구나, 예
아, 그래요? 예
혹시 자리 나면 꼭 연락 주세요
네
[현의 한숨]
(현) 근데 이번 달 사정이 좋지 않아서요
좀 봐주세요
(직원2) 지금도 많이 봐드린 거예요
이번 달 내로 병원비 한꺼번에 완납 안 하시면
- (직원2)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 (현) [한숨 쉬며] 아니
아, 누워 있는 환자를 어쩔 수 없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직원2) 저희한테 이래 봤자 소용없는 거 아시잖아요
[한숨]
[재수 모가 콜록거린다]
(재수 모) 오늘 우리 재수 생일인데
[콜록거리며] 엄마가 미역국도 못 끓여 줬네
아빠가 이따가 치킨 사 준다 그랬어
응, 그래?
아, 좋겠네, 우리 아들
[재수 모가 연신 콜록거린다]
엄마, 괜찮아?
(재수 모)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재수 모의 힘겨운 숨소리]
괜찮아, 여보?
(재수 모) 어
(현) 그래
집에 가 있자, 재수야
- (재수 모) 여보 - (현) 응
병원비 많이 나왔지?
나 다 나았어
(재수 모) 이제 퇴원해도 돼
무슨 소리야
(현)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결했어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재수 봐서 당신은 건강해질 생각만 해, 응?
[어두운 음악]
(현) 아씨, 젖으면 안 되는데
아… [현의 힘주는 신음]
재수야, 너 여기 타 있어
내리지 말고
아, 다 젖었네, 이거, 아이, 진짜
아유, 씨
[현의 힘주는 신음]
[한숨]
아유, 진짜, 씨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뭐야
(현) 재수야, 재수야!
재수야!
재…
아이, 차에 가 있으라 그랬잖아!
[어린 재수가 엉엉 운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현이 구시렁거린다]
너 누가 너보고 저런 짓 하라 그랬어?
[무거운 음악] [현의 거친 숨소리]
[한숨]
미안해, 재수야, 미안해
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재수야,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어? 괜찮아, 괜찮아
[울먹이는 숨소리] [어린 재수의 울음소리]
[한숨]
(륭구) 씨
왜 이렇게 늦지?
[레드라이트 알림음]
(집주인) 아유 빨리빨리 좀 합시다
[타이어 마찰음]
[기어 조작음]
[무거운 음악] 아유, 수고 많아요
[현이 놀란다]
(현) 아니, 아니
[현의 놀란 숨소리]
아이,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해요!
(집주인) 아이, 어떡하긴? 집세가 벌써 몇 달 치나 밀렸는데
아유, 긴말 섞기 싫어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비가 내렸는데
빼시면 어떡합니까? 씨
왜 나한테 화를 내?
(집주인) 법대로 해, 법대로! 나도 짜증 나 죽겠구먼
아이, 도대체 짐은 얼마나 남아 있는 거야?
- (어린 재수) 아빠 - (현) 재수야
[어린 재수의 울음]
[엉엉 운다]
[레드라이트 경고음]
[무거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륭구) 재수 씨
아씨, 재수 씨!
[새가 지저귄다]
[준웅의 한숨]
분명히 행복했었다고 했는데
인간의 기억은 선택적인 거야
(련) 좋았던 기억은 남기고 나쁜 기억은 버리게 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포장하는 거지
그래야
살아갈 수 있거든
재수가 그랬나 봐요
반대인 사람들도 있어
(련)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기억이 아파져 상처가 되고
견딜 수 없어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거야
돌아가자
재수는요? 치킨은 어쩌고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준웅의 한숨]
여기까지 왔는데 인사라도 하고 올게요
[차 문이 탁 닫힌다]
[멀어지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현의 깊은 한숨]
- (현) 재수야 - (어린 재수) 응?
(현) 아빠가
엄마 병원에 내려 줄 테니까
엄마한테 가 있어
(어린 재수) 응 아빠 글로 올 거야?
(현) 응
[현의 한숨]
아빠가
우리 재수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어린 재수) 응
아빠, 왜 울어?
아 [훌쩍인다]
아,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응
그래
[숨을 깊게 들이켠다]
아빠 치킨 사 올게, 응?
가자
재수 병원에 내려다 주고 치킨 사러 가신대요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시동음]
[기어 조작음]
[어린 재수가 안전띠를 탁 푼다] 혼자 갈 수 있지?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어, 들어가 [차 문이 탁 닫힌다]
[울먹이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레드라이트 알림음]
[레드라이트 경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륭구) 재수 씨!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버럭 하며] 남궁재수, 미쳤어?
[무거운 음악]
[륭구의 한숨]
우리 얘기 좀 합시다
맞아, 치킨
가장 행복했을 때 먹었던 그 치킨
곧 와요
그러니까 제발!
어리석은 생각 하지 마요
내 생일 그날
아버지 눈빛이
이제 이해가 가요
[깊은 한숨]
[울먹인다]
[자동차 가속음]
왜 저렇게 밟으시는 거지?
(준웅) 저쪽으로 가면 외곽으로 빠지는 길인데
[자동차 가속음] [준웅이 놀란다]
[타이어 마찰음]
왜 그래요, 팀장님?
(련) 너 몰라서 물어?
(준웅) 설마…
생명 보험?
맞아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타이어 마찰음]
(준웅) [차를 탁탁 두드리며] 아저씨! 아저씨!
아, 차 좀 세워 봐요, 아저씨
아저씨! 아, 잠깐만 차 세워 봐요, 아저씨
아저씨, 제 말 안 들려요? 예?
아, 아저씨, 아저씨!
[화물차 경적]
[련과 준웅이 놀란다]
꽉 잡아 [기어 조작음]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화물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현이 놀란다]
[타이어 마찰음] [쿵]
[타이어 마찰음]
(여자) 안녕하세요
기운이 굉장히 좋으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 (여자) 신입 사원이세요? - 아, 네
[웃음] (여자) 아, 그렇구나
느껴지거든요
지금까지 살아오신 인생이 주마등처럼
주마등이요? 그, 소속이 어디신데요?
제 소속을 물어보신다면
(여자) 그분 소속이라고 말씀드려야 될 거 같아요
(준웅) 아, 회장님?
뭐, 가장 높으신 분이시니까?
[여자의 웃음]
그분이 부르셨거든요
(준웅) 그러니까 저분이 회장님?
(여자) 네
덕을 들이지 않으면은 운때가 막혀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세요
(준웅) 이런 짓 계속하면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준웅의 위협하는 소리]
벌받을 거라고 하시는데요?
회장님께서
[준웅의 웃음]
아, 주마등에 낚여서 도쟁이한테 끌려왔어, 쯧
[익살스러운 음악]
(여자) 어디 가세요, 선생님?
옥황 회장님께서 여기 계신다고?
네, 이쪽으로요
(여자) 어머
[여자의 탄성] [한숨]
(여자) 아이고, 조상님의 덕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여자의 감탄]
[어두운 효과음]
어머
[웃으며] 아유, 그렇게 쳐다보시면 제가 너무 부끄러운데
왜 자꾸 보고 그러셔
[다급한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여자의 비명] [우당탕 소리가 난다]
[리드미컬한 음악]
(륭구) 팀장님 재수 씨가 위험합니다 [재수가 소리친다]
(련) 최준웅, 어디 가? [쾅 닫히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준웅) 저 때문에 징계받으셨잖아요
(륭구) 전 위관 팀이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재희) '허나영 1993년 9월 27일생' [우진이 애원한다]
'교통사고 사망'
(나영) 저 이대로는 저승 못 가요
(중길) 인원 보충해서 샅샅이 뒤져
(나영) 자살 예정자 구하는 분
맞으시죠?
(륭구) 도주한 영혼이랑 엮이면 문제 될 수 있는 거 모릅니까?
(련) [가쁜 목소리로] 가서
허나영 찾아 와
(련) 저희 팀 업무 관련자입니다
쉽게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중길) 방해하면 이 정도에서 끝나진 않을 거야
.내일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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