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4
[어두운 음악]
[레드라이트 알림음]
[레드라이트 경고음]
"우울 수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륭구) 재수 씨!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버럭 하며] 남궁재수, 미쳤어?
[무거운 음악]
[륭구의 한숨]
우리 얘기 좀 합시다
맞아, 치킨
가장 행복했을 때 먹었던 그 치킨
곧 와요
그러니까 제발!
어리석은 생각 하지 마요
내 생일 그날
아버지 눈빛이
이제 이해가 가요
[깊은 한숨]
[울먹인다]
[자동차 가속음]
왜 저렇게 밟으시는 거지?
(준웅) 저쪽으로 가면 외곽으로 빠지는 길인데
[자동차 가속음] [준웅이 놀란다]
[타이어 마찰음]
왜 그래요, 팀장님?
(련) 너 몰라서 물어?
(준웅) 설마…
생명 보험?
맞아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타이어 마찰음]
(준웅) [차를 탁탁 두드리며] 아저씨! 아저씨!
아, 차 좀 세워 봐요, 아저씨
아저씨! 아, 잠깐만 차 세워 봐요, 아저씨
아저씨, 제 말 안 들려요? 예?
아, 아저씨, 아저씨!
[화물차 경적]
[련과 준웅이 놀란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꽉 잡아 [기어 조작음]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화물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현이 놀란다]
[화물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쿵]
[신비로운 효과음]
[화물차 경적]
[거친 숨소리]
[련의 거친 숨소리] [준웅의 놀란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준웅의 다급한 숨소리]
[준웅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현의 당황한 숨소리]
(준웅) 아저씨, 미쳤어요?
아, 지금, 아, 지금 진짜 죽으려고 한 거예요?
나 죽어야 돼, 나 죽어야 된다고
(준웅) 아저씨 그만하세요, 아저씨 [한숨]
막지 마! 당신들이 뭔데? 나 죽어야 된다고
잠깐만, 아저씨, 그만하시라고요
[휴대전화 진동음] (준웅) 일단 얘기 좀 들어 보세요, 얘기 좀
(현) [흐느끼며] 아, 제발, 제발 죽어야 된다고
죽어야 돼, 진짜, 이씨
(륭구) 팀장님 재수 씨가 위험합니다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언제 돌아오십니까?
(련) 이쪽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야 [현이 애원한다]
좀만 더 버텨 봐
(륭구) [한숨 쉬며] 네
우리 엄마 어디 갔어요?
(간호사) 지금 치료실 가셨어
수납해야 되는데 아빠 언제 오시니?
아빠요? 모르겠는데요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울먹이며] 아빠
언제 와?
(현) 당신들이 뭔데 말려? 나 죽어야 된다고, 진짜, 나…
[무거운 음악] (준웅) 그만두세요, 안 돼요
아, 얘기 좀, 아저씨 잠깐만 얘기 좀 들어 보시라고요
(련) 그만해! 오늘 당신 애 생일이야
[울먹인다]
(현) 생일날 치킨 하나 사 주지 못하는 아비라서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죽겠다는데 왜…
당신들이 뭔데 말려
다 필요 없어, 나 죽을 거야
나 죽어야 된다고!
(련) 정신 차려!
당신만 실패했어?
남들도 당신처럼 바닥에서 허우적대
자고 나니까
회사는 부도나고
(현) 빚은 산더미처럼 늘어나는데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고
난…
난 내가 쓰레기 같다고
(련) 그래서
죽으면 다 해결돼?
당신 보험금으로 아들하고 당신 아내가
행복해질 거 같아?
[흐느낀다]
그러면…
(현)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 방법밖에 없는데
(륭구)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죠
내일이 오늘과 다르지 않은데
1년 뒤는 다를까요?
끝나지 않는 시간의 숲에 갇힌 것 같아요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재수) 행복했던 기억 같은 건 없었나 봐요
아버지도 결국 나처럼…
[휴대전화 진동음]
- 팀장님 - (련) 지금 어떤 상황이야?
레드라이트 수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련) 잘 지키고 있어 어떡하든 해결할 테니까
언제 돌아오십니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재수 씨!
[한숨]
[련의 한숨]
치킨 구하자, 당장
(준웅) 지금요? [련의 한숨]
우리라도 갖다주자
좀 있으면 터널이 닫힐 거야 그럼 못 돌아가
빨리 가자
(준웅) 아저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가 치킨 구해 올게요
그동안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삐걱 열린다]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준웅의 초조한 숨소리]
(준웅) 아, 어떡해요, 팀장님
시간이 너무 늦어 가지고 문 연 곳이 없나 봐
어, 저기 앞에, 앞에, 앞에, 앞에!
앞에, 앞에, 요기, 요기, 요기
이거 뭐야?
뭐야, 치킨집 이름 뭐야?
[비밀스러운 음악]
[놀란 숨소리]
정해져 있던 건가?
(옥황) 아, 도대체 왜 간다는 거니, 응?
치킨 구하러요
치킨?
치킨…
(옥황) 아…
아, 그럼, 맞다, 치킨, 그래
어, 치킨
어, 맞다, 그래, 련이 네가 가야지
키는 백 주사한테 맡겨 놨으니까 달라고 하렴
[헛웃음]
알고 있었네
(준웅) 괜찮으세요?
[련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준웅) 선생님!
선생님
아무도 안 계시네 [문이 탁 닫힌다]
씁, 그, 영업은 안 하시는 거 같은데
재료는 다 있네요?
(련) 우리가 만들라는 얘기야
네?
[련의 한숨]
닭 튀길 수 있어?
(준웅) 아, 저 조리사 자격증 있습니다
쓸모가 있네?
서두르자
[산뜻한 음악] [손뼉을 짝 치며] 오케이!
[날카로운 효과음]
[중얼거린다]
[달그락거린다]
[련이 달그락거린다] (준웅) 닭 다리가 위로
[집게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싫어
생일이잖아요, 생일, 응?
(준웅) 기쁘고 재밌게, 좀
죽어도 싫어
[자동차 가속음]
(륭구) 재수 씨, 안 돼요, 안 돼!
- (륭구) 재수 씨, 그만해요 - (재수) 아, 놔
- (륭구) 내려와요! - 놔!
- (륭구) 그만하세요 - (재수) 아, 놓으라고!
[가쁜 숨소리]
왜 자꾸 따라다니는데, 왜!
이제 그만해
(륭구) 당신
죽고 싶지 않잖아 [차분한 음악]
살고 싶잖아!
[다가오는 발걸음]
(련) 남궁재수
치킨 왔다!
(준웅) 자
네 생일날 아버지랑 먹었던 그 치킨
(재수) 실패는 다시 하란 뜻이다, 준웅아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냐, 재수야
우리 아버지가
(의사1) 예, 편히 쉬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아빠 [문이 달칵 닫힌다]
(현) 재수야
[한숨]
[현의 한숨]
(재수 모) [힘없는 목소리로]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살아 줘서 고마워
(현) 그리고 미안해
내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 응?
(재수 모) 여보
병원비 많이 나왔지?
어떡해
지금 돈이 중요해?
(현) 당신만 있으면 됐어
걱정하지 마, 알겠지?
재수야
아빠 치킨 사 왔다?
치킨? 어디 있는데?
[현이 살짝 웃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펑]
(준웅) ♪ 생일 축하합니다 ♪ [손뼉 치는 소리]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우리 재수 생일 축하합니다 ♪
재수야, 생일 축하해 [박수 치는 소리]
생일 축하해
[준웅의 환호성]
- 최준웅? - (준웅) 아, 아, 치킨
(준웅) 맞다, 치킨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먹어
[준웅의 웃음]
신나 가지고 [준웅의 웃음]
재수야,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해
(련) 맛있게 드세요
재수야, 치킨 맛있게 먹어 [문이 달칵 열린다]
(준웅) 안녕
자식
[문이 달칵 닫힌다]
[재수 모의 웃음] (현) 재수야, 치킨 먹자
[휴대전화 벨 소리]
[부스럭거리며] 와, 진짜 맛있겠다
(현) 예
예, 제가 남궁현입니다
예, 맞아요 그 분석 자료 제가 했습니다
아, 아, 아, 괜찮습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자리 나면 꼭 연락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여보
아빠, 괜찮아?
[잔잔한 음악]
(현) 그럼, 괜찮지
실패는 다시 하란 뜻이야
다시 열심히 하면 돼
그럼 언젠간 돼
반드시
[한숨]
먹자
먹고 힘내자, 응?
[재수 모의 웃음] 먹자
기억나요
(재수) 그 치킨 맞아
(련) 지금 당장은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 거야
그래도 살아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흐려서'
'죽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시작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늘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
그러니
살아
(재수) 여러분들 준웅이가 보낸 거죠?
그 자식 지금 살아 있는 거죠?
맞아
(준웅)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야 돼
그러면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훌쩍인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안도하는 한숨]
[륭구가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흐느낀다]
(준웅) [울먹이며] 야
왜 또 울고 그래
울지 마, 인마
[훌쩍인다]
(재수) 씨, 더럽게 맛없어
[익살스러운 음악]
아, 진짜 눈물 나게 맛없어
아, 진짜 맛없어
역시 기억이란 건 믿을 게 못 됩니다
(준웅) 아, 이거 내 입맛엔 분명 괜찮았었는데
[울먹이며] 이거 한 번만 맛봐 주시면 안 돼요?
사양할게
닭 알레르기가 있어서
(준웅) 아…
아, 팀장님
아, 대리님!
[활기찬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DJ) '2시의 데이트' 출발합니다
(준웅) 와
'2시의 데이트' 지금도 하는데
신기하네 [준웅의 웃음]
(라디오 속 DJ) 12월 16일 목요일
'2시의 데이트'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최근에 개봉한 영화 '쉬리'에 나온
키싱구라미라는 물고기를 아시나요?
[준웅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연인이 죽으면 따라 죽는 물고기라고 하죠?
- (준웅) 팀장님 - (련) 왜?
[라디오 방송이 계속된다] 잠시만요 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최준웅, 어디 가? [차 문이 쾅 닫힌다]
[당황한 숨소리]
[어린 준웅이 입바람을 호호 분다]
(아이) 아, 맞다 너희 아빠 출장 간다며?
아까 너희 엄마가 너 일찍 들어오라 그랬잖아
[한숨] [발랄한 음악]
(어린 준웅) 우리 아빠 금방 갔다 선물 이만큼 갖고 올 거거든?
그리고 너
나 방해하지 마라
[입바람을 후 불며] 나 이거 갖는다
(아이) 엄마한테 혼날 텐데?
하, 됐거든?
[어린 준웅이 입바람을 후 분다]
[긴장한 숨소리] [뛰어오는 발걸음]
(어린 준웅) 어, 안 돼, 안 돼 안 돼! [아이들이 놀란다]
안 돼, 안 돼, 내 황금 딱지
아, 안 돼, 내 황금 딱지!
[준웅 부의 힘주는 신음]
(정임) 아유
준웅이 이 녀석 빨리 들어오라니까
(준웅 부) 아유
[트렁크가 탁 닫힌다]
아이, 뭐, 한 달 정도 못 보는 건데
다녀와서 보면 되지
조심히 갔다 와요
어, 도착하면 전화할게
(정임) 응
[정임의 웃음] 아빠 갔다 올게
아빠, 빠이빠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준웅의 힘겨운 신음]
(준웅) 아이, 살 좀 빼지 그러냐 이 자식아, 어?
(어린 준웅) 이거 놔
(준웅) 어차피 다 키로 가긴 한다만, 이거
[뛰어오는 발걸음] [준웅의 가쁜 숨소리]
[어린 민영이 칭얼거린다]
(준웅) 잠깐만요
어? [타이어 마찰음]
[놀란 숨소리]
(준웅 부) 아니, 무슨 운전을…
[차 문이 탁 닫힌다]
(어린 준웅) 아빠!
[준웅 부의 반가운 숨소리] 아빠
(준웅 부) 아이고
[준웅 부의 웃음]
아, 어디 있다 이제 왔어? [어린 준웅의 웃음]
아빠, 아빠 갔다 올 동안 엄마 말씀 잘 듣고
- (어린 준웅) 응 - (준웅 부) 알았지?
[한숨 쉬며] 아빠다
[잔잔한 음악]
(준웅) 저기…
보고 싶었어요
(준웅 부) 네?
아
(준웅) 얘가요, 전해 달래요
- (어린 준웅) 내가요? - (준웅)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한대요
(준웅) 그것도 얘가요
아, 내가 언제요?
네가 그랬잖아
(준웅) 빨리 한번 안아 드려 오늘 아버지 출장 가시는 날이라며
(어린 준웅) 아빠, 잘 자 내 꿈 꿔
(준웅 부) 아이고, 고마워 우리 아들
으이구 [준웅 부의 웃음]
[훌쩍이며] 아, 그리고
아까 사진도 같이 찍고 싶다 그랬는데
사진 찍고 싶었어?
(어린 준웅) 응? 으응
(준웅 부) 그래 그럼 한 장 찍을까?
[툭툭 치는 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정임) 준웅아
(어린 준웅) 어? [정임의 웃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정임) 아, 어떻게 만났네?
(준웅 부) 그러게 [정임과 준웅 부의 웃음]
(정임) 잘했다
(준웅 부) 아니, 준웅이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네
그래서 뭐, 한 장 찍고 가려고
[정임의 웃음]
아니, 근데 누구신지…
아, 그…
지나가던 사람인데, 그, 아유
[훌쩍인다]
아빠랑 오늘 사진 꼭 찍어야 된다 그래 가지고
도와줬어요
(정임) 고맙습니다
(준웅 부) 가만있어 보자 일단 필름은 있고
(준웅) 아, 그…
제가, 제가 찍어 드릴게요
- (준웅 부) 네? - (준웅) 제가 찍어 드릴게요
맨날 찍기만 하셨으니까 제가 찍어 드릴게요
(준웅 부) 아, 아, 뭐, 고맙습니다
아, 좀, 부탁 좀 드릴게요
[준웅 부의 웃음] 예, 그럼 가실까요? 네
(정임)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임과 준웅 부의 웃음]
(준웅) 네, 그럼 이제 찍겠습니다
[정임의 웃음] (준웅 부) [손가락을 딱딱 튀기며] 이거, 이거 뭐야
(준웅 부와 정임) - 저기, 저기, 저거 봐, 저거 봐 - 보자, 저기 보자
(준웅)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신비로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남자1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1의 다급한 숨소리]
[쾅]
(남자1) 야, 비켜!
[다급한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남자1과 련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이 우당탕 넘어진다]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련의 한숨]
(련) '2010년 7세 여아 성폭행'
[겁먹은 숨소리]
[련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의 비명]
'2017년 5세 남아 성폭행'
[짝 때리는 소리] [남자1의 비명]
그리고 세 살?
근데 이승에서 받은 형벌이 고작…
[련의 성난 숨소리] [남자1의 힘겨운 신음]
미치겠네
[련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의 비명]
사, 살려 주세요!
살리긴 뭘 살려, 넌 이미 죽었어
[퍽 때리는 소리] [남자1의 힘겨운 신음]
[한숨]
기대해, 너
가장 끔찍한 지옥으로 널 보내 버릴 거니까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1의 답답한 신음]
[무거운 효과음] [련의 힘주는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련의 거친 숨소리]
서주완, 1982년 6월 25일생 4시 44분 출생
그 생을 거두어들인다
[련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인도해
[휴대전화 조작음]
(련) 네, 팀장님
지금요?
(련) 무슨 일이십니까?
(중길) 곧 데려가야 할 영혼이 나타날 거야
[바람이 횡 분다] 네가 인도해
저도 인도해야 할 영혼이…
그자는 다른 사자에게 맡겼어
(중길) 왔네
[무거운 음악]
[훌쩍인다]
[흐느낀다]
저자는 곧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야
잘 봐, 저 범죄자를
범죄라니요?
[련의 거친 숨소리]
[남자2의 떨리는 숨소리]
[련의 힘겨운 신음]
[공간 이동 효과음] (중길) 놔
놓으라고
[절박한 숨소리]
(남자2) 아니야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저, 저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어요
저승의 사자인 네가
(중길) 왜 살아 있는 자의 생과 사에 관여하려는 거야?
사자로서의 본분이 뭔지 잊었어?
[련이 울먹인다] (남자2) 안 돼,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 제발 - (중길) 놓으라고!
(련) 제발! [남자2의 비명]
[놀란 숨소리]
[쿵 소리가 난다]
[련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중길) 사실이구나
네가 자살자들을 살리는 부서의 팀장이 된다는 게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주 오래전에
회장님께서 내린 명입니다
(중길) 자살도 살인이야
잔인하게 자신을 죽이는 살인이라고
고통받는 삶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요
삶의 본질은 고통이야
(중길) 고통 속에서도 발버둥 치면서 나아가는 게
살아 있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한숨]
지금까지 널 옆에 둔 내 판단이 틀렸어
저자의 영혼은
내가 인도하지
[공간 이동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륭구) 이번 건으로 징계 위원회 구성되고 있는 거 아십니까?
(련) 응
모든 책임은 현장에 있던 내가 질 거야
- 걱정 마 - (륭구) 걱정이 되니깐…
걱정이 되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너의 그 걱정이 나는 아닐 테고
[스마트워치 알람음]
그분 찾으면 팀 옮길 거니?
팀장님한테는 어떤 의미인지 몰라도
전 위관 팀이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륭구)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탁이야, 협박이야?
둘 다입니다
[헛웃음]
(준웅) 아, 뭐야, 분위기 뭐야, 또
와, 두 분이 또 싸웠어요? 아
빨리, 빨리 화해해요, 빨리
악수, 빨리, 서로 악수
악수, 빨리
애입니까? 싸우게
일 끝났으니까 가 봐
[륭구의 한숨]
(륭구) 먼저 가 보겠습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련) 왜?
그, 왜 나쁜 사람인 척해요?
(준웅) 아이, 나도 처음엔
뭐, 좀 막말 많이 하고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을 했는…
(련) 야!
아이, 근데
좋은 사람인 거 같아서
(준웅) 재수 일도 그렇고 우리 아버지도 일도 그렇고
[강렬한 음악]
(련) 허, 웃기네
내가 네 친구 좀 구해 주고
너 좀 도와줬다고 착한 사람 같니?
예?
나 지옥에서 왔어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숨을 하 내뱉는다]
춥다
[날카로운 효과음] [련의 힘주는 신음]
[련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옥황) 감사실에서 보고한 내용이야
'주마등 사내 규정 11조 3항'
'모든 사자는'
[타이어 마찰음] (옥황) '인간들 앞에서 능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거운 음악] (옥황) '사내 규정 13조 1항'
'모든 사자는 인간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타이어 마찰음]
(옥황) 위반 사실 인정하니?
[옥황이 서류철을 탁 덮는다]
(련) 네
너 이런 식으로 회사 규정 무시하면은…
'자살자를 살려라'
(련) 주어진 일만 해내면 그만 아닌가요?
(옥황) 전혀, 위관 팀도 주마등의 일부일 뿐이야
징계 위원회에서 들고일어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이승이 변하듯이 주마등도 변하고 있어
내가 일방적으로 네 편을 들어 줄 순 없다
그런 걸 바란 적 없습니다
(련) 어떤 존재보다 균형을 중시하시는 분이니까요
적절한 조치를 내리겠다 동의하니?
네
[한숨]
[준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준웅) 아, 깜짝이야
여기서 밤새운다고 팀장님이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하, 내가 한번 들어가 볼게요
(륭구) 뭐 하는 겁니까?
내가 치킨 사러 가자고 했잖아요
다 내 잘못이니까 내가 한번 얘기해 볼게요
(륭구) 모든 결정은 팀장님이 하셨습니다
책임도 팀장님이 진다고 하셨고요
아니, 아니 그래도 살리긴 살렸잖아요
살린 건 살린 거고 규칙은 규칙이니까요
아, 잠깐만
지금 누구 편드는 거예요?
(준웅) 노선 좀 정합시다 저기 편이에요? 우리 편이에요?
(륭구) [한숨 쉬며] 아, 유치하게, 진짜
초딩입니까? 편을 왜 먹습니까?
(준웅) 우리 편 아니네 응, 우리 편 아니야
[문이 달칵 열린다] 아, 깜짝이야
- (준웅) 괜찮아요? - (륭구) 어떻게 됐습니까?
(련) 일주일 받았어
[륭구의 한숨] (준웅) 왜, 왜?
왜, 반지, 왜, 뭔데?
(륭구) 제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손에서 절대 빠지지도 않고
(준웅) 제대로라면 아예는 아닌 거죠?
(륭구) 강한 저항이 발생하게 됩니다
몸이 재가 돼 버린 사자도 있었습니다
[준웅과 륭구의 한숨]
그러니까 왜 거기까지 따라가 놓고 말리지도 못하신 겁니까?
[한숨]
(륭구) [한숨 쉬며] 아닙니다
제가 뭘 더 바라겠습니까
최준웅 씨한테
(준웅) 아, 그…
팀장님 화 많이 나셨을까요?
엄청나게 혼날 준비 하십시오
넌 이제 죽었습니다
[준웅의 한숨]
[걱정하는 숨소리]
(준웅) 아, 그…
[난처해한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련) 뭔데, 왜 따라와? [준웅의 한숨]
(준웅) 어떻게 아셨어요?
(련) 덩치는 산만 해서 똥강아지처럼 쫓아오는데
그걸 몰라? 왜?
(준웅) 치세요
한 대 치세요 저 때문에 징계받으셨잖아요
한 대 갖고 되겠니?
한 대가 아니면 조, 좀 복잡해지긴 하는데
치세요! 그냥 치세요
[한숨 쉬며] 그래
딱 한 대로 끝내 줄게
[흥미로운 음악]
팀장님?
(준웅) 아이, 깜짝이야
[한숨]
티, 팀장님, 팀, 팀장님!
(준웅) 저는 진짜 기회 드렸습니다
팀장님이 안 하겠다고 하신 거예요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예요
시끄러워, 진짜 한 대 치기 전에
그렇게 미안하면 커피나 사 와
예
[한숨]
세 잔, 임 대리도 온대
(준웅) 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종업원) 네, 저희 진동 벨로 알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신비로운 효과음]
(나영) 나 보이죠?
아, 그, 아직 제, 제 커피가 아직 안 나왔나요?
(종업원) 네, 아직 준비 중이에요
(준웅) 아직, 아직 준비 중이구나
(나영) 나 보이죠? 나 보이잖아요 [준웅이 중얼거린다]
아, 보이면서 왜 안 보이는 척해요?
(준웅) 아, 날씨가 참 좋네, 오늘
씁, 아, 커피 맛있겠다
[준웅의 어색한 웃음]
(나영) 아! [준웅이 놀란다]
[나영의 웃음] (준웅) 아,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아, 보이네, 맞네
자살 예정자 구하는 분
맞으시죠?
- 어떻게 아셨어요? - (나영) 맞아요?
[나영의 탄성] (나영)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몰라요
아, 근데 다른 분들은 어디 계세요?
그, 단발머리에
키 크고 예쁜데 좀 무섭게 생긴 여자분이랑
그, 스타일 독특한 남자분
(준웅) 아, 뭐 근처에 계시긴 하는데
(나영) 다행이다! 제가 진짜 잘 찾아왔어요 [준웅의 당황한 숨소리]
[나영의 웃음] [준웅의 어색한 웃음]
(준웅) 아, 아, 아유, 오
[준웅의 어색한 웃음]
아, 근데
저희 팀을 어떻게 알고 계신 거예요?
[의사2의 힘주는 숨소리] [심전도계 경고음]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말도, 말도 안 돼
(우진) 나영아
나영아
(의사2) 환자분 보내 드려야 합니다
(우진) 안 돼, 안 돼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살려, 살려 내
[의사2를 탁 잡는다]
살려 내!
[울먹이며]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심전도계가 삐삐 울린다]
[우진의 떨리는 숨소리]
아, 나영아
안, 안 돼, 안 돼, 나영아
안 돼
[우진이 통곡한다]
(우진)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나, 나영아
[우진이 연신 통곡한다]
[흐느낀다] [다가오는 발걸음]
우진아
(재희) '허나영 1993년 9월 27일생'
'교통사고 사망'
(중길) 인도해 [나영이 놀란다]
어, 저 이대로 못 가요
(나영) 아, 잠깐만
잠깐만 작별 인사라도 하게 해 주세요
이승과의 인연이 여기까지다
(나영) [흐느끼며] 제발요, 제발
(재희) 허나영 씨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강제 집행 합니다
[나영이 흐느낀다]
[우진이 흐느낀다]
[나영 부의 다급한 숨소리]
- (나영 모) 나영아 - (나영 부) [울먹이며] 나영아
- (나영 부) 나영아, 나영아 - (나영 모) 나영아, 나영아!
- (나영 부) 나영아, 나영아 - (나영 모) 이게 무슨 일이야
(나영 부와 나영 모) - 나영아, 눈 떠 봐, 나영아 - [흐느끼며] 나영아! 나영아
(나영 부) [흐느끼며] 아빠야, 아빠, 눈 떠 봐
(나영) 전 이제 어떻게 되나요?
(재희) 저희 회사로 가서 머물다가 재판을 받고
어디로 갈지가 정해질 거예요
천당, 지옥, 뭐, 그런 건가요?
(재희) 사람들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환생을 할 수도 있고
저처럼 회사에서 근무를 할 수도…
(준웅) 알아듣게 설명 좀 해 주시죠?
(중길) 기본도 안 된 신입에 [재희가 혀를 쯧쯧 찬다]
사명감 없는 부하에
(재희) 위기관리 팀 또 말썽이네
(중길) 지옥 출신 팀장까지
(나영) 위기관리 팀은 뭔가요?
(재희) 자살 시도자를 막기 위해 회사에서 만든 팀인데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에요
우리 팀장님도 저 팀을 맘에 들어 하시지 않아 하고
아씨
[가쁜 숨소리]
[련의 한숨]
[련의 한숨]
[륭구의 한숨]
(륭구) 최준웅 씨
도주한 영혼이랑 엮이면 문제 될 수 있는 거 모릅니까?
아, 그, 알고 있는데
(준웅) 우리 팀을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나영)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넌 이미 죽었어
(련) 죽었으면 조용히 저승으로 갈 것이지
도망친 것도 모자라서 우리한테 도와 달라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영혼으로 뭘 할 건데?
(나영) 저 이대로는 저승 못 가요
아, 팀장님 얘기라도 들어 봐요, 예?
됐어
(련) 인도 팀에 신고해 괜한 오해 받기 전에 [레드라이트 알림음]
[놀라며] 아, 제발요
(나영) 제발요
팀장님
[무거운 음악]
(륭구) 이름 강우진
나이 29세, 직업 싱어송라이터
교통사고 이후 목숨을 건졌지만
수면제 다량 복용 후 발견돼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현재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합니다
[나영이 놀란다]
(나영) [울먹이며] 제 남편이에요
(준웅) 저승에 못 간다고 했던 이유가
이분 때문이었어요?
저 아니면 이 사람 아무도 못 살려요
아, 제발 도와주세요
[휭하는 효과음] (나영) 제발…
(륭구)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거 같습니다 [나영의 놀란 숨소리]
(준웅) 아, 저, 아, 잠시만요!
준웅 씨!
됐어
[어두운 음악]
(재희) 열흘 동안 인도를 거부하고 도망친 영혼입니다
이곳에서 감지됐는데 혹시 못 보셨나요?
봤어
근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서로 일은 방해하지 말죠?
봤냐고 물어봐서 봤다고 대답했고
(련)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렇게 대답했는데
내가 무슨 방해를 했다는 거지?
- (재희) 저기요 - (륭구) 그만하시죠
'저기요' 아니고 구 팀장님입니다
(륭구) 직급에 대한 예우는 좀 갖추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련) 됐어, 그만해, 가자
[긴장되는 음악] [공간 이동 효과음]
[련의 놀란 숨소리]
(재희) 도주 영혼을 보긴 했지만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놓친 영혼이겠지
한때 인도 팀에서 일을 한 자다
쉬이 넘기지 않으면 내가 어찌할지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설마 숨기기야 했을까
(중길) 안 그렇습니까? 구 팀장님
보다시피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업이라
(련) 게다가 저희 팀 업무 관련자입니다
쉽게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한숨]
건방지게
[힘겨운 신음] (륭구) 팀장님!
[련의 거친 숨소리]
(중길) 내가 아는 넌 말수가 적었던 거 같은데
쓸데없이 말이 많아졌구나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입니다
계속 방해하면 이 정도에서 끝나진 않을 거야
[거친 숨소리]
인원 보충해서 샅샅이 뒤져
(재희와 수인) 네 [공간 이동 효과음]
[공간 이동 효과음] [힘겨운 숨소리]
(륭구) 괜찮습니까, 팀장님?
(련) 가서
허나영 찾아 와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거야
(륭구) 어떡하시려고요?
강우진 만나 보면 알겠지
허나영이 강우진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답이 나올 거야
우진아
[나영의 한숨]
[나영의 비명] (준웅) 아, 저…
- 아, 저, 저, 저, 저, 저 - (나영) 안 돼
[안도한다]
[긴장되는 음악]
[사자가 말한다]
(상엽) 보자
[레드라이트 알림음]
이 근처 어딘데
[나영과 준웅의 놀란 숨소리]
(륭구) [작은 목소리로] 쉿
인도 팀 왔습니다
어떡해요?
(사자) 저 집인 거 같은데요?
(나영) 어떡해요?
[신비로운 효과음]
[준웅이 놀란다]
[레드라이트 알림음]
[준웅의 난처한 숨소리]
아니, 이거 어떡, 어떡해, 이거
(준웅) 아니, 진짜
어?
주, 죽, 죽었다, 죽었네
주, 죽였네, 죽였네
[륭구의 한숨]
죽였겠습니까? 이미 죽었는데?
(준웅) 아
[신비로운 효과음] [나영의 놀란 숨소리]
[준웅이 놀란다]
괘, 괜찮아요?
[나영의 거친 숨소리]
(륭구) 인도 팀의 감시망을 잠시 벗어난 것뿐이에요
아, 참, 진짜, 씨
(나영) 고맙습니다
(륭구) 당신이 정말 강우진을 살릴 수 있습니까?
네
살릴 수 있어요 제가 살리게 해 주세요
(나영) 이번엔 제가 우진이 살릴 거예요
'이번엔'이라니요?
나영 씨,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줘요
전엔
우진이가 절 살렸거든요
(나영) 우진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련한 음악]
전 아마 텅 빈 채로 살았을 거예요
(나영) 발레를 했었어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꽤 오랫동안
발레를 하지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게 됐을 즘
발목에 서서히 통증이 찾아왔지만
아픔도 참고 연습했어요
꿈에 그리던 발레단 입단이
눈앞에 있었거든요
[무거운 효과음]
[나영의 아파하는 신음]
[비가 솨 내린다]
수술이 끝나고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인생의 전부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이렇게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낫겠단 생각으로
무작정 나왔는데
(우진) 곧 지나갈 비 같아요
(나영) 아직 세상에 미련이 남은 건지
(우진) 금방 지나갈 거니까
혼자 다 맞지 마요
(나영) 이상하게 그 말에 눈물이 났어요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버스 문이 탁 닫힌다]
[흐느낀다]
그 후론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감미로운 음악이 연주된다] (우진)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 Let me flow ♪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비가 솨 내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나영이 우산을 착 편다]
[잔잔한 음악]
제 이름은 허나영이에요
(나영) 저기요
(우진) 그만 좀 따라오죠
언제까지 쫓아올 건데요?
(나영) 팬이니까 쫓아다니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닌가?
아, 뭐가 당연해요 스토커도 아니고
스토커라니요?
아니
아,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니면
그쪽이 날 좀 쫓아다니든가요
(나영) 그, 뭐, 허락해 줄게요
[헛웃음 치며] 제가 왜 그쪽을 쫓아다녀요?
[웃으며] 그러니까요
(나영) 제가 할게요 그쪽 쫓아다니는 거
(나영) 우진이는 외로운 사람이었어요
[차분한 음악]
[쨍그랑]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우진이 펜을 달칵 누른다]
[펜을 달그락 놓는다]
[우진이 놀란다] [타이어 마찰음]
[우진의 아파하는 신음]
[우진의 힘겨운 숨소리]
[힘주는 신음]
[콜록거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장사 끝났습니다
(우진) 뭡니까 여기까지 쫓아온 거예요?
(나영) 벌써 끝났네
그럼 이제 뭐 해요?
[한숨]
[우진이 콜록거린다]
[우진의 헛기침]
[우진이 코를 훌쩍인다] (나영) 어디 아파요?
(우진) 아니요
(나영) 봐 봐요
완전 뜨거운데
당장 병원 가요
(우진) 아, 됐거든요
되긴 뭐가 돼요
완전 뜨겁거든요?
[힘겨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 괜찮아요?
예
[안도하는 한숨] (나영) 다행이다
열은 좀 내렸어요
(우진) 예
(나영) 죽 사 왔으니까
꼭 챙겨 먹어요
예
[가방을 쓱 집는다]
(나영)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잘 쉬어요
(우진) 네, 아, 저…
또 봐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우진)
(우진)
(우진)
아휴, 씨, 쯧
[한숨]
후, 몰라!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놀란다] (나영)
[밝은 음악]
[탄성]
[우진이 소리친다]
[나영이 기타를 퉁긴다] (우진) 좀 더 부드럽게
약간 쓰는 듯이
[우진과 나영이 기타를 퉁긴다]
쓸듯이
(나영) 오, 잘했죠?
[웃으며] 잘하, 잘하네요
오늘 레슨 여기까지만 할까요?
- 아, 네 - (우진) 네
혹시 여친 있어요?
아니요, 아니요
결혼했어요?
(우진) 아니요
그럼 남자 좋아해요?
아니요
나 진짜 가요?
(우진) 아니요
(나영) [웃으며] 아니라고 했어요
방금 아니라고 했죠?
[우진의 쑥스러운 웃음]
안 가야지
나랑 키스할래요?
[우진이 당황한다]
아, 싫으면 말고요
(우진) 아니요
[부드러운 음악]
[함께 웃는다]
[나영의 헛기침]
또 할까요?
[련의 한숨]
(련) 자, 시작할게요
[타이머 조작음]
편안히 생각한 다음
말하고 싶을 때 말해요
[차분한 음악] (나영) 이렇게?
[나영과 우진의 박수와 환호성]
[나영의 웃음]
(함께) 짠
[우진의 탄성]
[나영이 말한다]
[타이머 알람음]
[웃음]
[놀란 숨소리] [타이머 알람음]
시간 다 됐죠?
(련) 강우진 씨
주머니에 있는 건 빼고 가죠?
무슨 말씀이신지
[약통이 달그락거린다]
이런다고 죽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진) 당신이 뭘 알아?
그럼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건데
힘내라고?
잘 지내야 나영이가 슬프지 않을 거라고?
다 개소리야
(련) 강우진 씨
(우진) 당신은 몰라
이 고통이 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됐습니다
죽을 방법은 많으니까
(련) 그래요
죽든 말든 그건
이따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고 [약통을 탁 놓는다]
[한숨 쉬며] 맞아요
겪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다들 이해하는 척하는 거지
'힘들었겠다', '아팠겠다'
근데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야
다른 이유가 있죠?
강우진 씨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이유
[한숨]
[긴장되는 음악] 내가 죽였으니까
(어린 우진) 아빠
네가 죽인 거야
(우진 부) 네가!
(나영 부) [흐느끼며] 네가 죽인 거지? 우리 나영이
내 딸 네가 죽였지?
내가 죽였어요, 나영이
[가슴을 탁 치며] 내가 죽인 거라고!
[화물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흥미로운 음악]
[닭 울음 효과음] (련) 싫어
생일이잖아요, 생일
(준웅) 응? 기쁘고 재밌게, 좀
죽어도 싫어
[닭 울음 효과음] [오토바이 시동음]
[련이 오토바이를 윙윙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련) 내가 네 애인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가 네 친구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웅) 우두머리시죠
[련의 한숨]
(련) 야, 이씨 [음 소거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음 소거 효과음]
출발
[익살스러운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나영 부) [흐느끼며] 네가 내 딸 죽였지?
왜 하필 내 딸이야
(련) 떠난 자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야
(나영) 제가 우진이 살릴 수 있어요
(륭구) 팀장님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옵니다
[비가 솨 내린다] (련) 잘못되면 강우진 죽는 거야
(중길) 내 너를 저승으로 인도해 주지
(련) 지금부터 망자 허나영은 위기관리 팀이 맡겠습니다
[나영 부가 오열한다] (우진) 다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어도
(중길) 도주 영혼을 빼돌린 죗값이
고작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안 될 거 같은데
(륭구)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준웅이 련을 부른다]
(련) 강우진 살려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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