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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43

 

 

[큰소리로그런데 지수가 부족해학벌이 부족해?

 

해성 그룹 딸답지 않게 부족해?

 

그게 당신 생각이지 품위도 없고교양도 없고

 

그렇게 모자란 아이란 얘기지 우리 지수가

 

[큰소리로조순옥 얘기부터 하라고요?

 

조순옥 빼돌린 게 당신이에요?

 

당신은?

 

노명희 당신은?

 

대단히 교양 있고 품위 있다고 스스로 믿는

 

[큰소리로 분노하며노명희 넌!

 

그래서 바람피우러 가다가 딸을 잃어 버렸나?

 

우리 은석이를!

 

[긴장된 음악]

 

[당황한 듯 숨을 몰아 내쉰다]

 

그게그게 무슨?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은 남자를 만나러 가다가 은석이를 잃어버렸고

 

그날 은석이는 죽을 뻔했어

 

[큰소리로말도 안 돼요 은석이가 죽을 뻔했다니

 

조순옥이 지켜보지 않았으면

 

어떻게 서태수네가 데리고 간 걸 알아요?

 

(명희조순옥 고등학교 선배라고 했어요

 

학교에 성공한 사업가 

 

(명희선배로 특강을 왔던 사람이라 서태수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서태수 집에서 크고 있던 지수를 찾을 수 있었던 거예요

 

아니조순옥은 지켜보지 않았어

 

우연히 본 거야아주 운 좋게

 

[흥분하며그러니까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서지안은 최은석이 아니라는 편지를

 

조순옥이 보냈다고 생각했어

 

당신은 확고하게 아니라고 하더군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데 거처도 모른다면서

 

누구 나한테 투서를 보냈는지가 중요한 거 아닌가?

 

내 생각에는 그 조순옥이란 여자 같은데

 

그 여잔 아니에요 걱정 없이 입단속 했어요

 

그래도 어디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행적 찾고 있어요

 

문득

 

당신이 조순옥 거처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조순옥이 절대 아니라는 당신이 수상했거든

 

정 실장한테 인원 더 추가해서 24시간 감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역시 당신은 조 씨를 보낸 게 아니더군

 

그래서 조 씨를 만났어

 

조순옥 집을 찾아갔었어요?

 

보고 못 받았는데

 

(재성당신은 돈을 너무 믿어

 

(재성돈은 더 큰돈 앞에 힘을 잃기 마련인데

 

조순옥 내외한테 다 들었지

 

(재성조순옥이 당신 눈앞에 은석이를 안고 서있었던 것도

 

(재성당신이 눈 뜬 장님처럼 도망치 듯 가버렸다는 것도

 

그땐 그것만 알았지

 

근데

 

(민 부장더 못 기다리겠답니다

 

(명희필리핀 세팅 끝났어?

 

(민 부장그건 진작에요

 

그럼 지금 티케팅해서 내일 보내버려

 

바로 공항으로 데리고 가

 

10억은 현지에서 찾을 수 있게 하고

 

역시 그거였더군

 

창립 기념일까지 입막음시키려고 잡아둔 거였어

 

내 딸을 낮부터 밤까지 혼자

 

두려움에배고픔에 울게 만든 인간들을

 

10억까지 쥐어주며 풀어준다?

 

그때 퍼뜩 사진이 떠올랐어

 

전에 서태수가 찾아와서 했던 말이 걸려서 조사를 시켰었거든

 

조사를 시켰어요?

 

지수를 발견한 곳은

 

등산로도 없고

 

인가도 없는 외진 곳이었습니다

 

인적이 없는 곳이라고?

 

(재성내 딸이 도대체 어떤 곳에 버려졌는지 알고 싶었어

 

(비서아주 외진 곳입니다

 

(비서다리 건너에 인가가 10여 채 있었는데

 

(비서크게 산불이 난 후로 다들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외진 곳인데 25년 전에는 오죽했을까?

 

그런 곳에서 은석이가 밤까지 혼자 있었구나

 

(재성그렇게 긴 시간을 울고 있었는데

 

이 인간들은 차 안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말이야?

 

분노가 치밀었어

 

이런 인간들을 풀어주는구나

 

(재성그랬는데

 

조사했을 때 받았던 사진이 떠오르더군

 

그게 무슨?

 

그 사진들 어디에도 차에 탄 채 몇 시간을 숨어서

 

볼만한 데가 없었거든

 

그래서 다시 조순옥을 찾아갔지

 

당신이 필리핀으로 보내기 전에 확인을 해야 했으니까

 

우리 은석이를 누군가 데려갈 때까지 지켜봤다고?

 

(순옥그럼요

 

그래서 서태수 내외가 데려간 걸 봤다니까요

 

정확하게 어디에 차를 숨기고 지켜봤는지 말해

 

근처 풀숲에서요

 

근처 풀숲 어디?

 

다기 건너기 전이야건너서야?

 

[말더듬으며그게

 

다리 건너기 전이었지?

 

[떨리는 목소리로

 

25년 전 다리 건너기 전에 그곳은 좁은 오솔길이었어

 

(재성옆에 밭만 있는 다리 건너서도 마찬가지

 

산 옆 비탈길이라 차를 숨길 데가 없었다던데

 

은석이를 지켜봤어?

 

(재성언제까지 지켜봤어?

 

너희들이 양평 휴게소에서 우리 은석이를 데려 간 시간은

 

대략 오전 10 30

 

바로 정선 그 다리까지 가서 내려놨다고 했지?

 

그럼 대략 1시부터

 

서태수가 5시에 데려갈 때까지 4시간 동안 어디서 지켜봤어?

 

차 안에 있었던 게 아니라요

 

다리 밑에서 숨어있었어요

 

4시간 동안?

 

저희도 죽을 뻔했어요 점심도 못 먹고

 

서태수는 9시 넘어서 은석이를 발견했어

 

[충격의 효과음]

 

조순옥네는 은석이를 낮에 내려놓고

 

바로 고향 친구 집에 가서 술판을 벌이고 놀았대

 

(재성밤 돼서 서울 올라가려는데 비가 왔다네

 

음주 운전으로 빗길에 미끄러져서 전봇대를 들이받았대

 

[장대 같은 빗소리]

 

(순옥차 고치러 공업사에 들렀는데

 

(순옥옆에 구멍가게 앞에 세워진 차에서

 

(순옥은석이가 저를 보고 있는 거예요

 

[담배갑 떨어지는 소리]

 

(태수반갑습니다후배님들

 

저는 한택 고등학교 15회 졸업생

 

서태수라고 합니다

 

[박수 소리]

 

(태수흔히 여러분들 생각에

 

상사에선 어떤 일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옥) 3년 전에 선배 특강 때 왔던 서태수 아저씨더라고요

 

(순옥저희 동네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신문에도 나왔던 사람이었어요

 

(재성그게 어떻게 은석이가 죽을 뻔한 이유가 되냐고?

 

[충격의 효과음]

 

(재성) 93년에 다리가 새로 만들어졌거든

 

그날 밤 1992 8 19일 폭우로 유실됐거든

 

당신은 사람 말 쉽게 믿는 사람이 아니야

 

근데 누군가 은석이를 데려갈 때까지

 

숨어서 지켜봤다는 조순옥 말을 믿었어

 

(재성조순옥을 의심하는 것보다

 

당신이 교통 사고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누군가 은석이를 데려간 거로 발표했던 게 거짓말이고

 

(재성사실은 휴게소에서 뒷좌석의 딸을 확인 안 하고 가버렸던

 

당신 부주의가 밝혀질 두려움이 더 컸던 거지

 

그 거짓말이 드러나면

 

당신이 왜 양평을

 

누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던 것까지

 

다시 다 밝혀질까 봐

 

그걸 다 알면서

 

덮고 있었어요?

 

그래덮고 있었어

 

(재성당신이 예상하는 이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들춰내진 못 했어

 

그러니 25년 전 일 가지고 당신이랑 얘기할 생각 없어

 

내가 이제 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야

 

지수 인생 흔들지 말라고

 

그럴 자격 당신한테 없으니까

 

지수 다시 유학 보낼 생각 절대 하지 마

 

집에 끌어올 생각도 하지 마

 

선우혁 가족도 건들지 마

 

양미정 씨 가게도 돌려줘

 

내 딸을 포기하란 말이에요?

 

딸 되찾고 싶으면 엄마로서 노력해

 

해성 그룹 노양호 딸 노명희로 폼 잡지 말고

 

[기막힌 듯 숨을 내쉰다]

 

[한숨 쉰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민 부장님이 빵집 건물을 사러 오셨어요

 

(재성아빠가 알아 보고 처리하마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한숨 쉰다]

 

[전화 수신음]

 

 

혁아나도 지수 씨는 예뻐

 

그래도 너무 경솔했어

 

우리 카페 건물도 사겠다고 왔었단 말이야

 

누나누나 카페랑 매형 빵집은

 

그분이 건물을 사도 쫓아낼 수 없어

 

누나는 계약 기간 4년 넘게 남았고 매형네는 3년 남았어

 

[얕게 한숨 쉰다]

 

꼭 그게 겁나서만은 아니야

 

내가 엄마 때문에 그런 결혼 해봤잖아

 

졸부긴 했지만 

 

돈만 믿고 사람 얼마나 우습게 대하는 줄 알아?

 

결혼은 끼리끼리하는 게 좋아

 

형편집안 분위기 비슷한 사람들끼리

 

(남구저기희야

 

얘네들이 지금 결혼을 하겠다는 게 아니야

 

그래 누나 우리 이제 연애 시작했어

 

이제 연애 시작했는데 건물 사서 압박하려는 사람들이야

 

너희들 그러다가 정 깊어져서 결혼한다고 그러면?

 

지금 헤어지는 게 나아

 

나랑 지수가 누나하고 매형 같은 인연이면?

 

(나는 도리어 내가 너무 겁을 냈었구나 싶어나답지 않게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미리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

 

동감이야

 

[기계음]

 

[숨을 몰아쉬며화장대 다 만들었어요 소장님

 

선태 씨 주문서 더 주세요

 

(선태여기

 

 

왜 저렇게 일만 해요?

 

그러게

 

(부동산 중개업자이게 작지만 사무실도 있고 마당도 있어서

 

공간 활용도가 아주 높아요

 

근데 왜 공장이 넘어가게 된 겁니까?

 

(부동산 중개업자동업자가

 

이 공장으로 대출 받고

 

회사 자금까지 다 들고 사라졌어요

 

사장님공장장님이 기술자까지 데려올 수 있대요

 

그래? - (관우

 

(도경수고했어

 

이제 창고만 보면 되죠?

 

(부동산 중개업자가시죠

 

그럼잔금날 뵙겠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

 

(남자오늘 청소하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쾌한 음악]

 

(관우축하드립니다사장님

 

무슨 소리야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것도 다 자네 덕이다

 

제가 투자자된 겁니까?

 

투자자에비서에 든든한 유관우

 

(도경얼른 공장 가자

 

[웃으며

 

최선태우리 폐목재 모아 놓은 거 얼마나 있지?

 

내일 수거 날이라 꽤 있어요

 

잘됐네그리고 앞으로 폐목재는 최도경한테 줘

 

(왜요?

 

(용국방금 도경이한테 전화 왔는데 공장 계약했고

 

지금까지 세팅 끝냈단다

 

벌써요?

 

최도경 씨 은근 추진력 있네

 

무슨 공장인데요?

 

유기농 애완묘 펠릿인데

 

신통하지 않냐눈높이 발목까지 낮춘 거

 

[안도의 한숨 쉬며잘됐다

 

이번에 어머니가 너무 과하셨다

 

어머니 방식대로 살아온 게 있어서 그래

 

내가 대신 사과하마

 

아니에요저 그보다

 

뭘 그렇게 걱정스러운 눈으로 봐?

 

내가 너한테 약속한 것도 못 지킬까?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데요?

 

빵집 계속 다니고 선우혁인가?

 

그 친구 가족들한테 해 입히는 일도 없을 거야

 

집에도 오지 않아도 된다

 

[안도의 한숨 쉬며진짜요저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잔잔하고 슬픈 멜로디]

 

정말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 쉰다]

 

그리고 집은 아빠가 구해 줄게

 

아무래도 이 동네가 편하겠지?

 

아파트오피스텔 어떤 게 좋냐?

 

아니에요저 셰어 하우스에 있으면 돼요

 

저는 외로워서 혼자서는 못 살 거든요

 

셰어 하우스에 오빠도 있으니까 당분간은 거기서 살고 싶어요

 

그래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

 

 

대신 불편한 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그럴게요

 

남자 친구는 잘해주니?

 

여기서 매일 얼굴 보고 만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웃는다]

 

[슬픈 멜로디 잦아든다]

 

잘됐나 보네?

 

아버지가 해결해 주셨어

 

빵집도 계속 다니고 셰어 하우스에 계속 살고

 

혁이 너랑 계속 만나도 된대

 

그래?

 

[혁이 기뻐하며다행이다

 

감사 인사 드리고 싶다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부드러운 음악]

 

[전화 수신음]

 

잠깐만

 

오빠

 

아버지 만난 건 어떻게 됐어?

 

잘 해결됐어요 빵집도셰어 하우스도혁이도

 

[혁과 지수가 웃는다]

 

아버지가 그러셨어어머니 허락 받으셨대?

 

잘 해결된 거 같아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그래됐다 지안이한테 얘기해 줘

 

그래야겠다 지금 얼른 가서 말해줘야지

 

알겠어요

 

잘됐다 [함께 웃는다]

 

[지수와 혁이 즐거워하며 웃는다]

 

부회장님쉽지 않으셨을 텐데 너무 고마우시다

 

너무 감사한데

 

너무 죄송스러워 아버지한테는

 

가끔 연락드리고 만나

 

대표님이랑 좀 다른 분이시긴 했어 나한테도

 

너한테도 미안해

 

나 때문에 갑자기 집에 들어가게 돼서

 

나 원래 집에 들어가려고 했어

 

너 온 날이 나 집에 들어가기로 한 날이었다

 

진짜?

 

난 너 옷도 놔두고 가고

 

냉장고에 장도 봐놓아서 급하게 간 줄 알았어

 

너 옷도 못 들고 나오고 장은 그냥 봐둔 거야

 

[한숨 쉰다]

 

나도 대방동으로 가고 싶은데

 

내가 가면 엄마아빠가 곤란해질 것 같아서

 

우리 집으로 오는 건 안 돼

 

알아그래도 너랑 같이 자니까 옛날 생각 나고 되게 좋더라

 

나도네가 너무 끌어 안아서 답답했던 거 빼고

 

! [함께 웃는다]

 

여기서 일하는 건 어때?

 

나무 만지면 시간도 빨리 가고 잡생각도 없어지고 아주 좋아

 

나한테 나무 수납함 만들어줄 때부터 알아봤지

 

이제라도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니까 나 너무 좋다

 

그럼 이만 가셔 나 이거 마무리해야 하니까

 

너 다 할 때까지 기다릴래

 

우리 셰어 하우스 가서 네가 장 본 걸로 저녁 해서 먹자

 

셰어 하우스에서? - (지수

 

나는 요리 못 하니까 조수 열심히 할게

 

그게...

 

[핸드폰 수신음잠깐만

 

명신아내일아니야시간 돼

 

네 축하 모임인데 내가 안 가겠냐?

 

(명희어서 오세요 저녁은요?

 

먹었어

 

우리 차 줘

 

양미정 가게는 도경이가 돌아오면 다시 줄게요

 

도경이가 돌아오면?

 

아무리 과거의 은석이를 살려준 사람이라고 해도

 

딸을 바꿔치기 해서 보냈어요 감지덕지할 일은 아니죠

 

게다가 서지안이 들어오는 바람에 도경이한테 바람 들어갔어요

 

지금 우리 집안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고요

 

아직도 계산기 두드리나?

 

애초에 잃어버리지 않았을 아이였어

 

하지 말았어야 할 얘기 그만하죠

 

?

 

25년 전에 알고 있었던 일을

 

25년 동안 덮었으면 죽을 때까지 하지 말았어야죠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입 열면 좋겠어요?

 

결혼하자마자 당신이 날 얼마나 냉대했는지

 

해성 그룹 딸인 걸 알면서 결혼해 놓고그렇죠?

 

배신감은

 

뭐든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법이에요

 

더 이상 대화는 의미 없군

 

지수 만났어 빵집도 다니라고 했고

 

(재성셰어 하우스에도 있으라고 했고

 

남자 친구도 걱정 말고 만나라고 했어

 

그 가족들 걱정도 말고

 

당신답군

 

[방문이 쾅 닫힌다]

 

[밝은 음악]

 

[입으로 호호 바람을 분다]

 

!

 

[관우의 신음]

 

안 힘드시나? 1초도 안 쉬고 몇 시간이야 이게

 

그래시련을 이기는 힘은 일이지 일자기 혹사

 

지안이 지금 오는 중이래요

 

그래그럼 너 먼저 자 내일 일해야 하는데

 

다 왔다니까

 

보고 자야죠

 

동생이 몇 달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지수 얘기도 궁금하고요

 

그러게괜찮다고는 문자 왔는데

 

어머니혹시 지방 가서 사실 생각 있어요?

 

아니

 

아니그게 아니라

 

우리 걱정은 하지 말라고

 

우리는 절대 너희한테 폐 끼치고 살지 않을 거야

 

아버지가 유언처럼 여러 번 그러셨어

 

그리고 나도 이제 일할 거야

 

어머니도 요즘 시어머니들처럼 손주는 안 봐주신다는 거구나

 

아니야나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근데 그거는 수아 생각이 중요하지

 

[현관문 소리]

 

(지안다녀왔습니다

 

오빠

 

'다녀왔습니다'하니까

 

진짜 실감 난다

 

지안이 이 집 다시 들어온 거

 

'다시 봐서 반갑다뭐 이런 쑥스러운 인사말은 생략합시다

 

오라버니 [함께 웃는다]

 

그쪽 아버지가 그랬으면 지수는 일단 안심해도 되겠네

 

정말 다행이다우리 지수

 

지수 해결 됐고 아빠 해결돼가고 있고

 

큰따님 들어오셨고

 

우리 집 걱정이 없네이제

 

근데 아버지가 해결돼가고 있다고?

 

아빠가 우리를 어떻게 버려?

 

내가 밤길 무섭다고 하니까

 

내 발 앞에만 손전등 비쳐주고

 

지수 얘기하지만 바로 얼굴에 걱정이 확 퍼지던데 뭘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우리가 너무 무심했지

 

증상이 없어지는 걸 아버지가 자각하실 때가 언제일까?

 

한 한달 정도우리가 계속 노력하면

 

[속마음그 집 아들이랑은 정말 정리가 끝났나 보네?

 

지수랑 같이 가려고 한 번 아빠한테

 

아마 그게 큰 약이지 않을까 싶어

 

나도 할 말 있는데

 

어머니수아 말이에요

 

장기 연수라고 그러지 않았니?

 

우리한테 연락 안 하고 그러는 거 신경 안 써도 돼?

 

(미정아휴늦었다

 

쉬어 너희들아휴 다리야

 

지안아들어와줘서 고마워

 

오빠엄마 왜 저러셔?

 

오빠 무슨 일 있었어?

 

(지수머리에 그거 뭐예요?

 

왕먼지 붙었어요

 

어우옷에도 있다

 

(공장에서 뭘 하고 오신 겁니까?

 

질문은 내가 해야겠는데

 

너희 둘이 거기 앉아서 뭘 한 거야?

 

탁 트인 거실에서 영화 보고 있었는데요

 

 10시 이후에는 둘이 붙어있지 마

 

사감이 따로 없네

 

특히 방에서 놀면 바로 옐로 카드

 

(도경넌 퇴거

 

오빠우리 그렇게 안 친해요

 

[박수 치면서, 11시 넘었어각자 방으로

 

잘 자지수야

 

잘 자혁아

 

[새가 지저귄다]

 

(명희아버지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잠이 밤새 안 와 결국 안 올 것 같아서 왔다

 

[비꼬면서여긴 아주 잘들 자는 모양이구나

 

이게 밥알인지 돌맹인지?

 

죽 끓여 와

 

알겠습니다

 

최 서방은

 

아직 건강한 모양이야 식성이 좋군?

 

아침 밥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펄펄한 기운으로 도경이 잡아와

 

언제부터 이 집안이

 

자기들끼리 되는 대로 살아가는

 

서민들 집안처럼 굴러갔냐?

 

우리가 그냥 집안이냐?

 

해성 그룹으로 엮여있어

 

(노 회장그런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허락도 없이

 

그래 자네 딸이지 내 손녀고

 

아빠 마음으로 지수 내보낸 것

 

(노 회장그거

 

마음대로 했듯이 자네

 

도경이 뒷마무리해

 

회장님께서도 어떻게 못 하는 도경이를

 

제가 어떻게요자신 없습니다회장님

 

[노 회장님이 웃는다]

 

설마

 

자네한테 도경이 멱살 잡아오라고 시킬까 봐내가?

 

베이스 깔아뒀네 서태수 집에 찾아 가서

 

이미 겁은 줬어 충분히

 

아버지가 그 집에 가셨다고요?

 

가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딱 두 대 후려쳤다

 

서태수를 때리셨다고요?

 

(노 회장어미아비를 통해서 들었을 테고

 

충격을 받은 서지안이는 도경이한테 말을 했겠고

 

자네가 지수 풀어준 소식을 들은 도경이는 자네를 찾아갔겠지

 

도와달라고감히 나한테는 못 오고

 

그 아이들은 아무 사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도경이를 데려 오라고 그러니까

 

[한숨 쉰다]

 

자네 왜 이렇게 물러 터졌어사내 자식이

 

나 이거 참

 

기관지가 약하고 폐가 약해도 이거 물러 날 수가 있어?

 

내 생전에 10대 그룹이 되는 걸 보고 죽어야 될 거 아니야?

 

(도경?

 

지안아

 

오빠

 

[민망한 듯아니

 

옷이 똑같아서

 

(도경지안인 줄 알았어

 

제가 옷이 없잖아요

 

그래서 지안이가 몇 벌 두고 갔어요

 

그렇구나

 

공장 가봐야 해서

 

주방에 왜 온 거지?

 

[문 닫히는 소리]

 

(지태아버지서울 한 번 안 오세요?

 

(지태오시면 전화 한 번 주세요

 

[아쉬운 듯 혀를 쯧 찬다]

 

지수 소식이나 좀 알려주지

 

[전화 수신음]

 

?

 

아빠 전화 바로 받네내 전화 기다리셨나?

 

아니 뭐누구어디하고 통화하고 막 끊다가

 

그럼 일단 지수 얘기 먼저 할게요

 

(지안지수는 지수 아버님이 다 해결해 주시기로 하셨어

 

셰어 하우스에서 지내고 빵집도 계속 다니고

 

연애도 하라고 하셨대

 

그래?

 

아니그걸 어떻게 그래 다 해주셨대?

 

그러니까 신기해 죽겠어 어림없을 집안이거든

 

넌 괜찮냐?

 

나 뭐그 사람?

 

그럼

 

아빠그냥 조금 좋아했던 거야

 

(지안그리고 뭐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도 뻗는 거지

 

아주 싹 정리 끝났어요 걱정 마세요

 

[구슬픈 음악]

 

(지안아빠나 출근하는 길에 전화한 거야

 

그래그래끊자

 

[전화 종료음]

 

(지안저 오늘 집으로 갈 거예요

 

(지안집에서 기다려 주실래요?

 

우리 손자 최도경하고

 

그걸 눈이 맞았다고 해야 하나정분이 났다고 해야 하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지

 

설마...

 

(노 회장요물도 그런 요물이 없고

 

(노 회장남자 다루는 수완이 보통이 아니야

 

[더듬으며말도 안 되는 소리

 

[가방 끄는 소리]

 

(노 회장우리 손자 최도경하고

 

(노 회장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지

 

(지호아빠!

 

(지호어휴신발은 있는데

 

아버지 주무시네

 

어휴 추워

 

어휴왜 또 왔어?

 

속상한데 갈 데가 없어서요

 

(지호나도 이런 시골에서 농사나 지을까?

 

인마

 

젊은 놈이 돈 오백 날렸다고 뭐 이렇게 대수라고

 

쓸데없는 소리를 해 이놈의 자식이

 

아니그것도 그거지만

 

내가 장사 수완이 없더라고요

 

연습 삼아서 옷 장사 노점상 해봤는데

 

영 꽝이야

 

장사가 꿈인 놈이 장사 수완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잖아

 

장사를 수완으로 하냐?

 

그럼 뭘로 해?

 

마음으로 하는 거야 이놈아

 

아휴 참 장사를 무슨 마음으로 해요

 

맞다

 

아빠 상사맨이었지

 

중동 가서 목욕 타월 1만 불 수출

 

아빠 그걸로 신문에도 났었잖아

 

그랬었지

 

아빠그때 중동 가서 어떻게 팔았어?

 

그 얘기 좀 해봐요

 

손님들한테

 

네가 이 물건을 팔아먹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그 장사속을 들키면 안 되는 거야

 

예를 들어서 너 같이 옷이면

 

안 어울리는 걸 어울린다고 하면 손님들은 금세 알아

 

그걸 알아?

 

알지인마

 

뭐가 잘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거야

 

솔직하게

 

네 가족 옷을 골라준다는 마음으로 해야 되는 거야

 

[코로 콧바람을 내쉰다]

 

아빠는 어떻게 했는데?

 

[컴퓨터 자판 소리]

 

[잔잔한 음악]

 

선배

 

부모님께 다 말한다는 건

 

지태 씨 마음의 결정 다 끝났다는 얘기지

 

그러게 왜 먼저 이혼이냐아이냐 왜 그랬어?

 

그런 말 하기를 잘했죠

 

바로 '너 아니고 아이다그러는데

 

진짜 나도 좀 놀랐어

 

나는 자기네 4년 사귀는 거 보면서 진짜 부러웠거든

 

(선배지태 씨 너무 한결 같고 그래서

 

근데 결혼하면 이렇게 바로 변하는 거야?

 

[혀를 찬다]

 

변한 거겠죠?

 

근데 지태 씨가 정말 수아 씨 아니고 아이를 선택한 거면

 

자기 아이 낳으면 안 되지

 

아이 안 낳으면 이혼 안 해준데요

 

그런 게 어디 있어이미 애가 없으면 어쩔 거야?

 

?

 

[경쾌한 음악]

 

[쏟아지는 소리]

 

[다 같이 웃는다]

 

[다 같이 환호하며 박수 친다]

 

[모두 함께축하해!

 

고맙다친구들아

 

아후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감격스럽다!

 

(명신지안이 표 수제 목걸이

 

귀걸이도 선물도 다 받고

 

(민경우리도 조마조마했어

 

공무원 3년 준비했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떡하나

 

(민경친구 중에 백수 껴있으면

 

얼마나 마음 불편한 줄 알아?

 

민경아!

 

미안해지안아

 

뭐가 미안해?

 

나 백수 아닌데

 

(친구알바한다며목공소에서

 

어쨌든 돈 벌잖아 뭘 하든 먹고 살면 되지

 

그러지 말고 지안아 공무원 시험 봐

 

(민경넌 집중력도 좋고 성적도 좋았잖아

 

넌 아마 1년이면 붙을걸

 

7급으로 준비해 봐

 

아이난 역마살 있어서 공무원 안 맞아

 

갑자기 해성 어패럴은 왜 그만둔 거야?

 

기껏 정직원 돼놓고선

 

체질에 안 맞더래

 

(민경체질대기업 포기 못 해서 몇 년을 개고생했잖아

 

근데 무슨 이제 와서 체질이야?

 

너 설마 목공소가 체질이라는 건 아니지?

 

나무가 체질이더라

 

나 이거 너무 잘 만들지 않았니?

 

평생 나무 만지는 일 하면서 살까 봐

 

(친구그럼 결혼은 어떡하려고?

 

요즘은 안정적인 맞벌이 아니면 결혼하기 힘들어

 

넌 결혼했잖아

 

우리 오빠는 의사니까 돈을 잘 벌잖아집안도 좋고

 

[명신이 기막힌 듯 코웃음 짓는다]

 

너 그래서 일요일마다 시댁 가서 음식한다며?

 

임신 8개월에도?

 

강남에 집도 사주셨는데 그 정도도 안 하니 그럼?

 

됐어됐어 그만해

 

(지안어딘가 나한테 맞는 짝이 있겠지

 

내가 목수로 살든공예가로 살든 디자이너로 살든

 

!

 

(기재네가 산업용도 아니고

 

애완묘를 위한 구멍 가게를 하겠다고? [코웃음]

 

이 자식이코웃음 치려면

 

나처럼 맨손으로 나와서 맨땅에 굴러보고 얘기해

 

네가 성우 그룹 아들 아니면 너 뭐 할 수 있는데?

 

난 안 나가지절대

 

그럼 입 다물어라

 

네 그 여유도 돌아갈 곳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웃으며그렇게 생각하냐?

 

아니몰라모르겠어

 

나 이제 너 못 읽겠어

 

그럴 거다 안에서는 안이 안 보니까

 

무슨 말이야?

 

안에서 살 때와 밖에 나와서 보는 우리 집이 다르더라고

 

나가서 보니 숲이 보이더라 이 말이냐?

 

지수 말이야

 

창립 기념일에 지안이로 분장하고 인사 시킬 때

 

놀라기는 했지만 그게 어떤 건지 몰랐거든

 

집안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땐 그랬어

 

근데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거야

 

집안 체면 때문에 분장하고 다른 사람 행세를 시킨다?

 

하면 안 되는 일이었어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거 흔한 일이잖아

 

기업 논리까진 아직 모르겠다

 

근데 가족이잖아

 

서지안 씨 마음만 얻어서 데리고 들어가려던 놈이

 

서지안 씨는 못 얻고 휴머니즘만 챙겨 들어가게 생겼네

 

그거 기업 하는 데 별 도움 안 되는데

 

지안이 얘기하지 마라인마

 

보고 싶다

 

! - (명신

 

그럼 공무원 연수원에서 만난 거야?

 

[웃으면서

 

알고 보니까 나랑 같은 학원도 다녔더라

 

우리는 아마 열 번은 넘게 스쳤을 수도 있어

 

[웃으면서닥살스러운데 로맨틱하네

 

(지안너희들 스치기만 했겠어서로 몇 번 눈도 마주쳤겠지

 

그랬겠지? [웃는다]

 

부럽다좋겠다 강명신

 

[지안이 웃는다]

 

지안아근데 사람들은 보통

 

사랑에 제일 약하지 않아?

 

아니 물론알아 네가 왜 최도경 씨하고 안 되는지

 

(명신그래도 너희들 얘기 듣고 있으면

 

그니까 너 흔들리지 않냐고?

 

너무 많이 흔들리지

 

얼마나 힘든데계속 밀어내고 버티고 그러는 거

 

근데 이제 그것도 끝났지만

 

최도경 씨가 모든 걸 막아줄 수 있을 수도 있잖아

 

최도경 씨 아버지부회장님

 

평범한 집안의 장남이셨어

 

근데 명절에 자기 부모님 제사도 못 지내더라

 

선산에 가지도 않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했어

 

모든 결정은 노 대표님이나 회장님이 하시고

 

(명신) [놀라서

 

그럼 진짜 며느리는 국물도 없겠네

 

너는 시키는 건 뭐든 해야겠다

 

먼저 나를 살면서 사랑도 해야지

 

그 사랑 때문에 다 버려야 하는 걸 알면서 어떻게 뛰어들어?

 

그 사람도 마찬가지고

 

정수 씨라고 그랬나 네 남친?

 

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최도경이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이라면

 

아니면 그냥 저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업

 

꿈꾸는 사람이었다면

 

그랬으면?

 

나는 막 목공소 일 끝나자마자 가는 거야

 

그 사람 사무실에

 

그래서 PPT도 필요하면 도와주고

 

끝나고 저녁에 같이 맥주 한잔하면서

 

사업하다가 빈정 상하게 만든 이상한 사람 얘기하면

 

막 같이 욕해주고

 

(지안내가 만든 거 오늘 뭐 했다

 

보여주고 얘기해 주면

 

잘 만들었네솜씨 좋네 지안이

 

이런 거

 

그냥 소소하게 

 

각자의 삶을 서로 같이 나누면서

 

웃으면서화내면서 그러다 화해하면서

 

[아쉬워하는 소리와 함께 혀를 찬다]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최도경 씨하고 만약 결혼하면

 

그런 게 진짜 안 되는 거야?

 

당연히 안 되지 연애도 허락 못 받아 우리는

 

(명신연락해가서

 

[명신이 한숨 쉰다]

 

어우 왜 이리 왔어?

 

[애틋한 음악]

 

[애틋한 음악 계속]

 

[음악이 잦아든다]

 

[새가 지저귄다]

 

(계란을 넣고

 

- (지수케첩을 - 케첩을 듬뿍

 

- (지수하트 - 그렇지하트? [함께 웃는다]

 

머스터드를 더 많이

 

[웃으며벌칙이야?

 

[함께 웃는다]

 

(맛있을 거야

 

(완성

 

무슨 소꿉장난 같다

 

둘이 하니까 엄청 빠르고 좋다

 

[장난스럽게지수네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겠는데?

 

[같이 웃는다]

 

뭐야너희들둘이 또 딱 붙어서는

 

오빠 것도 있어요

 

그래? [지수와 혁이 웃는다]

 

아니당연한 소리를

 

둘이 먹어라편하게

 

(지수안 그래도 되는데...

 

 

지안아!

 

오빠

 

(서현서지안 언니 왔을 때 신경 많이 썼거든요

 

(서현오빠 노릇 한다고

 

그때는 회사 일도 같이 해서 맨날 붙어 다니고

 

그때부터 변했네

 

서지안 언니 오고 나서부터 변했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지수혁아

 

나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이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인데

 

(뭔데 말해 봐?

 

우리 오빠 말이야

 

자기 인생 살겠다고 나왔거든

 

무일푼으로 쫓겨나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 그랬는데

 

(지수우리 오빠 말이야

 

여기에서 우연히 지안이 다시 만나게 된 거 맞아?

 

[잔잔한 오르골 음악]

 

이거 완전 비상 시국인데

 

너랑 나까지 친구 먹고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렇다고 그렇게 단번에 자르냐?

 

그동안 든 정이 있는데

 

[전화 수신음]

 

[오르골 음악 잦아든다]

 

오빠?

 

서현아집에 지수 옷들 있지 그것 좀 싸줄래?

 

[한숨 쉬며그보다 오빠

 

대체 어쩌려고 그러세요지안 언니와는 어떻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가 지안이 언니 어머니 아버지까지 만나러 가셨대요

 

[긴장한 음악]

 

?

 

[한숨 쉬며오빠 정말 왜 그러세요?

 

빨리 정신 차리고 들어오세요 제발

 

[한숨 쉰다]

 

[긴장된 음악 계속]

 

도경이가 왔다고?

 

 

다이렉트로 나를 찾아와?

 

할아버지

 

네 녀석 때문에 하와이 못 가고

 

여기서 두 달이야

 

약 대신에 먹는 차니까기다려

 

먼저 듣기만 해주십시오

 

대답은 차 다 드시고 해주시면 됩니다

 

[잔 세게 내려놓는 소리]

 

지안이 집에 가셨다면서요?

 

왜 가신 겁니까?

 

[한숨 쉰다]

 

네가 안 들어왔잖아

 

제가 안 들어갔다고

 

왜 지안이 집을 가십니까?

 

저하고 아무 사이도 아닌데요

 

그래그거야

 

서지안도 너하고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했어

 

또 마음 정리했다며그럼 들어와야지

 

(노 회장근데 네가 안 들어오면 너희 둘이 거짓말을 하는 거거든

 

그래서 내가 경고를 했다

 

할아버지?

 

[큰소리로지수까지 빼돌렸잖아 너희 둘이 힘을 합쳐서

 

감히 해성가를 상대로 서지안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건

 

너를 믿는다는 거 그거 하나뿐 다른 이유는 없어

 

[큰소리로동생이었던 지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럼 너 들어와

 

너희 둘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너는 들어야 돼

 

그게 증명하는 거야

 

(노 회장그런데 안 들어와?

 

너랑 서지안이랑 거짓말하는 거지

 

그럼 이번엔

 

과연 내가

 

서태수 뺨만 때릴까?

 

[충격적 효과음]

 

지안이 아버님을

 

때리셨어요?

 

서지안한테 못 들었어?

 

지안이한테 듣고 온 거 아닙니다

 

그랬다 치고

 

두 대 때렸고 나머지는 경고만 했어

 

가족들한테 해를 가하겠다고

 

협박을 하셨겠군요

 

어머니처럼

 

내가 그런 교양 없는 짓을 하게 만든 건 바로 너야도경아

 

[큰소리로서지안!

 

(도경서지안요

 

제가 안 데리고 들어갑니다

 

[소리치며제가 싫습니다 이런 집에 데리고 들어오는 거

 

?

 

혹시나 결혼까지 할까 봐 걱정하시는 거잖아요

 

걱정 마세요할아버지

 

결혼 안 합니다 지안이하고

 

절대 안 합니다

 

[소리치며이런 집에 데리고 들어올 수가 없어서 안 합니다

 

?

 

그리고

 

저도 안 들어갑니다

 

지안이하고 상관없이 안 들어갑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아직 제 일을 못 해봤거든요

 

제 인생도 못 살아봤고요

 

 

이제 내 말을 안 듣겠다는 거구나

 

나랑 싸우자는 거야?

 

더 이상

 

할아버지 강아지 아닙니다

 

이제 저

 

[긴장된 음악 고조되다가 끝난다]

 

제가 집안 일은 다 잘하고요

 

음식점 매니저 일도 해봤어요

 

어디서 일하셨는데요?

 

함바그 프랜차이즈요

 

네가 일을 한다고?

 

이제부터 내가 일해서

 

지태 아버지 돌아오면 먹여 살릴 거야

 

진심이야?

 

그럼 남편이 저 지경이 됐는데 빈소리겠어요?

 

모를 땐 눈 뜬 장님이었지

 

알고도 모르면 내가 사람이유?

 

태수 오빠 혼자 그 고생할 때도 몸 약하다고 일 한 번 안 하더니

 

그이가 자기가 암인 줄 알고

 

나한테 계속 한 말이 뭔 줄 알아요?

 

자식들한테 짐 되지 말라는 말이었어

 

그 말이 그렇게 가슴이 아파

 

근데 미정아

 

저번에 나 왔을 때 너희 집 손님 왔었지?

 

노인네아주 부티 나는

 

그 양반이 왜 온 거니?

 

누가 부티 나는 노인네가 우리 집 올 사람이 있어?

 

오늘은 어쩐 일이에요 언니는?

 

[웃으며아니장보러 가자고

 

그이가 태수 오빠 덕에 유통으로 종목 전업했잖아또 온대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잔금날 계약 파기라니요

 

갑자기 두 배 준다는 매수자가 나타나서요

 

(부동산이건 위약금이랍니다

 

(부동산미안하게 됐습니다

 

[한숨 쉰다]

 

혹시 매수자 성함 좀 알 수 있을까?

 

대리인이 왔었는데

 

노양호 씨네요

 

[한숨 쉰다]

 

(관우부사장님

 

[한숨 쉰다]

 

미안한데유비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

 

난 최도경 다시 봤다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어

 

(용국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녀석이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

 

그거 절대 쉬운 거 아니거든

 

지안 씨 만나고 변한 걸까?

 

지안이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 건 확실하지

 

내 경우에도 그랬고

 

[컵을 내려 놓는 소리]

 

공장 시작하면 폐목재 더 필요할 텐데

 

인천 목재소 연결해드려야겠다

 

미래의 형님 챙기는 거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잖아최도경 씨가

 

잔금 끝나고 보자고 해야겠다

 

소고기 좀 먹여야지

 

[소주 넘기는 소리]

 

[전화 수신음]

 

용국아

 

오우술 먹은 목소리 벌써 축하주 하는 거야?

 

아니나 또 당했다

 

?

 

내 뒤를 계속 밟았던 모양이야

 

앞으로도 계속 날 막으시겠다는 거지

 

[나무 깎는 소리]

 

(최도경 씨도지안이도 많이 힘들었지그동안

 

(지안이는 밀어내고 최도경 씨는 포기 못 하고

 

[울먹이며언니야

 

지수야

 

왜 그래또 무슨 일 있어?

 

[훌쩍인다]

 

나한테 이제 무슨 일 있을 리가 있어?

 

난 이제 해결됐는데

 

네가 문제지

 

[울면서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 우리 오빠 때문에

 

(지수아휴미치겠다 진짜

 

나한테라도 말 좀 하지

 

뒷북이네요

 

다 끝났어 그래서 말 안 한 거야

 

나가자내가 편의점 맥주 사줄게

 

편의점 맥주 이제 싫어 안 마실 거야

 

(그럼 편의점 말고 술집으로 가자

 

(지안서로 번갈아 술을 사준다고 그러네

 

근데 오늘은 말고 다음에 하자 나 이거 빨리 만들고 싶어서 그래

 

목각 인형이네 누구?

 

아버지

 

온 김에 여기 바닥 톱밥 정리해주고 가라

 

내일 최도경 씨가 가지러 온다며?

 

오빠 오늘 공장 잔금 낸다고 했는데잘했나?

 

(하지 마

 

?

 

노양호 회장님 대단하시더라 잔금 직전에 채가셨어

 

?

 

?

 

또 막으셨어?

 

[흥분하며아니 왜?

 

[큰소리로나도 셰어 하우스에서 나왔고

 

우리 서로 정말 깔끔하게

 

도경이 오빠도 깔끔하게 돌아섰는데

 

[울먹이며아니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

 

(지안아니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

 

[지안이 계속 큰소리로오빠도 자존심이 있는데 손자인데

 

손자 최소의 자존심은 지켜주셔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 다시 돌아가서도 마음이 떳떳하지자기 자신에게

 

[울먹이며어휴어떡해

 

[지안이 한숨 쉰다]

 

[서글픈 음악]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

 

(도경이대로 들어가면

 

(도경앞으로 난 해성가의 부품으로 살아야 해평생

 

(도경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거든

 

(도경자립하기 전까지는 집에 안 들어간다

 

서지안너 때문이 아니다이젠

 

[인쇄 소리]

 

(용국지안 씨무슨 일이에요?

 

(지안이것 좀 도경 오빠한테 전해 주세요

 

펠릿 기계가 중고로 나온 게 있더라고요

 

그 자료들이에요 개별로 구매할 수 있는

 

(지안기계만 있으면 공장만싼 공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미 시험 가동까지 해봤다면서요경력 직원도 구했고

 

공장은 용국 씨가 좀 알아봐주시면 안 돼요?

 

사회적 기업 공장들 많이 아시잖아요

 

원주 씨도 좀 알겠구나

 

(용국이걸

 

밤새 찾은 거예요?

 

이대로 끌려들어가면 못 견딘다고 했어요

 

근데 제가제가 알아봤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최도경 씨에게 좋은 거 아니에요그건

 

알겠어요

 

[얕은 한숨]

 

최도경나 좀 보자

 

아침부터 웬일이냐?

 

너 이제 내가 좀 봐주려고

 

네 사업 아이템 업사이클링이잖아?

 

내 투자 원칙하고 맞더라고

 

투자?

 

돈 대준다는 거 아니야

 

공장 찾을 수 있게 연결만 해주고

 

기계 찾을 수 있게 이런 거

 

(용국전달이나 해주고

 

전달이라니?

 

중고 기계

 

그거 뭐야 펠릿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

 

여기 다 있더라고

 

지안 씨 출근 전에 받은 거니까

 

아마 밤 샌 거겠지?

 

이걸 지안이가 줬다고?

 

아니 내가 알아본 걸로 해달라고 하는데

 

난 또 이런 건 내가 입이 싸

 

이걸

 

원주한테 임대할 공장 수배해 달라고 했어

 

걔가 업사이클링 하니까 그쪽 연합 모임도 있거든

 

우선 넌 이거부터 검토해

 

고맙다

 

근데 넌 어디 갔다 오는 길이었냐그렇게 쫙 빼입고

 

해성 그룹

 

각오 좀 다시 하고 왔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막고 방해해도 내가 알바를 100년 하더라도

 

할아버지로부터 나온 돈은 절대 안 쓰고 시작하고 만다 그랬는데

 

이렇게 선물이 와있네

 

(도경안녕하십니까?

 

소장님선태 씨지안 씨

 

앞으로 폐목재 공짜로 가져갈 최도경입니다

 

잘 모아주시면 제가 요긴하게 갖다 쓰겠습니다

 

(도경웬만한 건 다 버려주시면 더 고맙고요

 

멀쩡한 거 막 버려 달라는 얘긴가? [도경의 웃음]

 

긴가민가하면 막 버리시라는 거죠

 

그럼 오늘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벌써 뭐가 결정된 건가?

 

소장님저 쇼핑몰 사무실에 10분만 다녀올게요

 

[잔잔한 음악]

 

어디 가?

 

사무실에

 

일 때문에 용국 씨한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그거 내가 말해줄 수 있는데

 

밤새 찾은 거니?

 

근데 나한테 직접 주지도 못 하고

 

대놓고 걱정도 못 하고

 

우리 왜 그래야 하는 거냐?

 

우정이에요

 

우정?

 

아닌 건 아닌 거고

 

너무 확실히 알겠어서

 

그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 부품으로 살고 싶지 않다면서요

 

너 나랑 결혼할 거니?

 

난 너랑 결혼 안 할 건데

 

너도 나랑 결혼 안 할 거지?

 

[음악 잦아든다]

 

우리 연애하자지안아

 

[애틋한 음악]

 

나도 너랑 결혼 안 하고 싶다니까

 

그런데

 

연애는 하고 싶어

 

그러니까

 

우리 연애만 하자지안아

 

하자

 

연애만

 

연애라도

 

해요

 

연애만

 

[애틋한 음악 고조된다]

 

그래

 

연애만

 

- (도경지안아 - (지안왔어요?

 

가자

 

(도경남들 하는 건 다해 봐야지

 

(도경연인들은 꼭 여기 서서 가더라

 

(지안장소라 씨 때는 어떻게 했어요?

 

장소라씨랑은 뭐 먹었어요?

 

어디 어디 갔는데?

 

(여자최도경 본부장은 언제까지 휴가인겁니까?

 

(진희그 여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도경이가 끝내

 

(진희그 여자 포기 못 하고 해성 버리면 어쩔 거야?

 

(도경어머니

 

(명희지안아또 보는구나

 

(재성당신제정신이야?

 

(재성도경아나 좀 만나자

 

(지안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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