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3
[어두운 음악]
[한숨]
[한숨]
[흥미로운 음악]
[문이 스르륵 열린다]
(간호사1) 선생님, 상우 왔어요
(정원) 아이고, 상우 왔구나
(여자1) '선생님, 안녕' 해야지, 상우야
[여자1의 힘주는 신음] [정원의 놀라는 숨소리]
(정원) 상우 오늘 상어랑 같이 왔네?
상어 입속에 뭐가 들었나 선생님이 한번 볼까요?
[아이의 울음] 아이고
(여자1) 상우야, 왜 울어, 어?
선생님이 상우 배 아야 한 거 고쳐 주시는 거야
안 아프게 해 주시려는 건데 왜 울어?
울지 마, 울지 마
씁, 상우 자꾸 울면
무서운 선생님이 '이놈' 하고 큰 주사 놓는다
그렇죠, 선생님?
씁, 이놈!
주사가 어디 갔어? 주사가
간호사 선생님, 우리 상우 줄 대땅 큰 주사가 어디 갔죠?
상우야, 쉿, 조용조용
계속 울면 선생님이 주사 갖고 오신대
뚝
[아이의 울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 보자, 우리 상우 줄 과자가 여기 있었는데
(여자1)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우리 상우 누가 그랬어? 어?
우리 착한 상우 누가 괴롭혔어?
선생님이 그랬어?
선생님이 그랬지?
엄마가 때찌 해 줄게
때찌
엄마가 나쁜 사람 혼내 줬어, 응
선생님, 왜 우리 상우 괴롭혀요?
우리 상우가 얼마나 착한데
선생님, 이제 우리 상우 안 괴롭힐 거죠? 네?
그렇죠, 선생님?
[어색한 웃음]
(정원) 선생님이 잘못했어, 상우야 [아이의 의아한 신음]
주사 대신 까까 줄게요
이거 다 나으면 먹어요
- (아이) 네 - (여자1) 아유
(간호사2) 교수님, 지수 PEG 체인지부터 먼저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정원) 상우야, 선생님 잠깐만 [아이가 호응한다]
[정원의 한숨]
(준완) 안녕하세요
제가 초음파를 좀 봤는데요
[마우스 클릭음]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여자2) 아, 그럼 정확한 병명이...
인펙티브 엔도카다이티스라고 우리말로는 감염성 심내막염인데
항생제를 쓰면서 기다리기에는 색전증이라고
균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혈관을 막을 우려가 있어서
(준완) 빨리 수술하셔야 됩니다
병실 났죠?
(이현) 네, 6시 이후 입원 가능합니다
(준완) 오늘 바로 입원하시고 최대한 빨리 수술 잡읍시다
심각한 거예요?
네
균 덩어리 자체가 작으면 항생제로 녹여서 없앨 수가 있는데
(준완) 초음파 보니깐 지금 균 덩어리가 크고 덜렁덜렁 매달려서
이게 언제 떨어져 나갈지 몰라요
균이 떨어져서 뇌로 가면 뇌졸중 오고 심장으로 가면 심장 마비 옵니다
빨리 수술하셔야 돼요
모레나 글피 중에 수술 가능한 날짜 있어요?
(이현) 아니요, 풀인데요?
이번 주는 힘든데
뭐, 새벽에라도 해야지
그, 마취과에 전화해서
모레나 글피 중에 하루만 새벽에 수술장 열어 달라고 해 줘요
(이현) 네
(남자1) 저기, 선생님
우리 딸애가 3일 뒤에 결혼인데 수술 다음 주로 미루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그래 봤자 이삼일 정도 늦추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안 돼요
돌아가시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세요
(여자2) [한숨 쉬며] 아빠, 무슨 소리야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지금 내 결혼이 중요해?
(준완) 사진으로 보세요
사진 찍어 와서 보시면 되잖아요
자, 그럼 내일 회진 때 뵙겠습니다
(이현) 여기 안내지 설명드릴게요
1번, 지금 왼쪽으로 가셔서 채혈을 먼저 하시고요
저 의사는 왜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죄송해요 저희도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발랄한 음악] (이현) 2번
채혈실 바로 옆에 심전도실 있으니까 심전도 찍으시면 돼요
그리고 3번
(치홍) 어, 78세 임기영 할아버지
어, 한 달 전에 SAH로 코일링 시행했고요
3일 전에 다리에 힘이 빠지고 치매 증상 보여서 다시 입원하셨는데
어, CT상 하이드로세팔루스가 보였습니다
현재는 SAH와 동반됐던 IVH도 다 녹은 거 같아서
어, EVD...
아니고, 잠깐 죄송합니다
[치홍이 바스락거린다]
VP 션트 시행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건 여기서 찾아볼 게 아니지 않니?
예, 그렇습니다
(송화) VP 션트 확실해?
(치홍) 예
아닙니다 [멋쩍은 숨소리]
틀렸어?
예, 틀린 거 같습니다
그래? 난 맞는 거 같은데?
다음 임기영 환자분 회진 때까지 유사 논문과 수술 사례 정리해서 와
(석민) 예
- (송화) 너도 - (치홍) 예
(석민) 교수님, 점심 안 드세요?
우리 배달 새로운 데 뚫었는데
- (송화) 어디? - (석민) 해물탕집요
(송화) 과하다, 시켜 먹기에
(석민) 아, 그러면 거기 해물파전도 진짜 예술이거든요
오세요, 의국에 쫙 세팅해 놓을게요
(송화) 너희들끼리 먹어라 난 애들이랑 먹으련다
(석민) 애들요?
[긴장되는 음악]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겨울아, 메소카발 션트
(교수1) 이거는 전공의 때 진짜 구경하기 힘든 수술이라니까
- (교수2) 에이, 왜 그래, 또 - (순정) 말하지 말라니까
- (교수3) 조용히 해, 쉿 - (교수4) 페어플레이해
(교수3) 아, 좀 가만히 좀 있어요 [교수들이 저마다 말한다]
(겨울) 어, 저는...
[긴장되는 음악] [익준이 심호흡한다]
제 선택은...
(정원) 해물탕이라는데 나 알레르기...
(익준) 그러니까 송화는 해물탕이고 장겨울만 이제 선택하면 되니까
너 빨리 여기 와서 찌그러져 있어
겨울아?
괜찮아, 부담 갖지 마
뭘 해도 괜찮아
그렇죠? [교수들이 호응한다]
[교수들의 웃음]
전 그럼
[긴장되는 음악]
(겨울) HPD 수술 하겠습니다 [익준이 손가락을 탁 튕긴다]
[교수들의 탄식]
[교수3이 투덜거린다]
[교수들의 못마땅한 신음]
(순정) 또 졌네, 또 졌어
[교수2의 한숨] (교수1) 아니, 왜 또 너야?
아이 돈트 노
(정원) 야, 가자, 송화 밴댕이회도 시켰대
야, 준완이는?
(익준) 어, 지금 PICU에 있다네 못 먹는 거지, 뭐
[카드 인식음]
오늘 희동이 체중이 얼마예요?
(지민) 3.0kg입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어두운 음악]
(준완) [한숨 쉬며] 이제 닫을 수 있겠다, 준비하자
도재학 어디 갔어?
(지민) 아까 본과 실습생들 데려온다고 나갔어요
그래, 차라리 그게 더 적성에 맞겠다
빨리 진행합시다
(재학) CS는 응급이 많아
그리고 제일 드라마틱하지
아침에 멀쩡하게 출근했던 사람이 오후에 영안실로 들어오는 게 CS야
너희들, 흉부외과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가 누군지 알아?
(홍도) 지성요
(재학) 누구?
(홍도) '뉴하트' 지성요
저 10살부터 의드 봤거든요
지성 말고
'낭만닥터 김사부'?
어, 너희들 철이와 미애라고 했나?
홍도와 윤복입니다
홍도와 윤복이, 얘들아, 잘 들어
그런 훌륭한 의사들은 이 병원에는 없어
여긴 오직 타노스만 존재하지
곧 만나게 될 건데... [휴대전화 벨 소리]
예, 예, 교수님
(준완) 어디야, 너?
(재학) 갑니다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홍도) 여기서 수술을 한다고?
(윤복) 응, 저렇게 약 많이 들고 수술방까지 옮기는 게 더 위험하다잖아
[헤드라이트 조작음]
(준완) 견우와 직녀라고?
(윤복) 홍도와 윤복입니다
(준완) 본과 3학년?
(윤복) 네
[헤드라이트 조작음]
- (준완) 잘 봐라 - (윤복) 네
(윤복) 근데 교수님, 어려운 수술인가요?
(홍도) 아기 살 수 있는 거죠?
(준완) 4일 전에 TGA라고 대혈관 전위증 수술 했고
수술하고 심장이 많이 부어서 못 닫고 나왔는데
오늘 보니깐 닫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지금 닫으려고
(홍도) 살 수 있는 거죠?
(준완) 좋아져서 닫는 거야
재학아, 오시라고 해
(재학) 예?
아, 예 [재학이 살짝 웃는다]
(준완) 어딜 와! 컨타 되잖아
야, 너 죽을래?
[재학의 당황한 신음]
(이현) 보호자분요
[재학의 놀라는 숨소리]
[버튼 조작음]
(지민) 저, 교수님, 찬형이 열이 조금 있어요
[버튼 조작음] [물이 뚝 멈춘다]
[어두운 음악] (준완) 언제부터?
아침 8시 체크했을 때 36도였는데
방금 다시 재 보니까 38도 3이에요
콧물도 조금 있고
(지민) 오늘 수술할 수 있을까요?
(준완) 잠깐 좀 보자
[심전도계 비프음]
폐 소리도 안 좋네 이 상태로는 수술 못 하지
(준완) 나 5분만, 멤브레인까지 제거해 줘요
(홍도) 아기 살짝 만져도 돼요? 소독했습니다
(준완) 응
(윤복) 이 아기는 어디가 아픈 거예요?
(준완) 재학아, 찬형이 보호자분 얼른 오시라 그래
팔로 4징이라고 선천성 심장병
심실중격 결손, 폐동맥협착
우심실 비후, 대동맥 기승이 동시에 있는 건데
원래는 오늘 오후에 수술 예정
보니깐 지금 산소 포화도가 좀 낮긴 한데
하, 폐렴기가 있어 가지고
하, 찬형이 수술 빨리하는 게 좋은데
(재학) 오셨어요
(홍도) 와, 플렉스
[리드미컬한 음악]
(준완) 안 좋은 소식인데요
찬형이 수술을 하루 이틀 정도 미뤄야 될 거 같아요
열도 있고 폐 소리도 그렇고
폐 엑스레이 찍어 보고 수술 일정을 다시 잡아 볼까 하는데
지금도 숨 쉬는 게 힘들긴 한데
괜히 무리해서 수술했다가는 더 고생할 수도 있거든요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가벼운 폐렴이면 이삼일에도 컨디션 올라오니까
며칠만 좀 볼게요
(준완) 더 궁금하신 건 없으세요?
(찬형 모) 네
[찬형 부의 한숨]
수술 날짜 다시 잡아서 알려 주신다는 거잖아요
그때 설명해 주셔서 알고 있어요
예, 그럼
(재학) 와, 멘탈 대단하신 분들이네
애 생사가 지금 왔다 갔다 하는데
(이현) 철이 없는 거죠
아기 엄마 나이 봤어요? 2000년생이에요
(준완) 시크해서 좋네, 뭐
(재학) 저, 혹시 지금 너무 힘들고 무서워서 [헤드라이트 조작음]
그, 현실 도피?
뭐, 그런 상태는 아니실까요?
아직 어리니까 [헤드라이트 조작음]
지금 상황이 무서워서 막 몰입하기도 쉽지가 않은 거죠
- (준완) 재학아 - 네?
(준완) 왜 그렇게 말이 많아?
신경 꺼
[물이 솨 나온다] (재학) 예
(윤복) 야, 빨리 가자 [물이 뚝 멈춘다]
아가야, 아프지 말지
[부드러운 음악]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아, 어지러워, 어지러워
익준이 새끼 애창곡이네?
(송화) 이거 내 애창곡이야
내 노래야, 이거
(준완) 야, 밥 먹고 그렇게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 걸려, 새끼야
야, 송화야, 너 눈이 더 나빠졌냐?
어? 나랑 똑같았었는데 이거 더 안 보이네?
(송화) 렌즈부터 빼시지
근데 준완이는 왜 이렇게 안 와?
너희들, 내가 이제야 말하지만 나도 이 노래 되게 잘 불러
너희들이 하도 설쳐 대서 내가 그동안 아무 얘기 안 한 거야 [안마기 조작음]
야, 오, 야, 너희들 노래방 가고 싶어서 그러냐?
어떻게, 오늘 밤에 가?
갈까? [문이 달칵 열린다]
(준완) 밥은?
(정원) 어, 있지, 빨리 와, 앉아
(정원) 빨리 끝났네?
(준완) 어, 딜레이드 스터널 클로저라 금방 끝났어
야, 케첩...
별걸 다 들고 다녀
아까 배달 왔을 때 따라온 거야
(송화) 야, 그만 닦아, 너도 병원 가 봐
(정원) 파리 꼬여
너도 내려놔, 맞기 전에
(준완) 야, 야, 야, 야
너희들, 그거 아냐?
- (익준) 뭐, 뭐? - (정원) 뭐?
나 이 노래 되게 잘 불러
쿨의 '아로하' 아니야
카, 내가 또 이 노래로 여럿 울렸지, 어?
(정원) 그렇지, 하와이에서
- (정원) 맛있다 - (송화) 하와이?
- (송화) 왜? - (준완) 뭐?
- (송화) 뭐? - (준완) 뭐? [정원의 한숨]
하와이에서 뭐 있었지?
(익준) 야, 무조건이지
야, 얘... [펜이 탁 떨어진다]
얘 전문의 시험 끝나고 하와이에 한 달 있었잖아
[익준을 탁 치며] 아유, 가만히 좀 있어
- (익준) 아야 - (송화) 정신없어 죽겠네, 쯧
(준완) 저 새끼 저거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해, 어?
반이 열 반이었는데 다 친구야, 다 친구
시끄럽고 산만하고, 어?
[익준이 냉장고를 탁 연다] 한시도 가만 못 있고
아, 그런데도 만날 전교 1등 어떻게 하나 몰라
(익준) 그런 걸 요즘 애들은 인싸라 그러지 [익준이 냉장고를 탁 닫는다]
인싸
얜 아싸
나 지금 음악 감상 중이거든 이 인싸 새끼야
(현희) 또 이익준 교수님 수술 뽑았어요?
(겨울) 네
(종 선생) 장겨울 너 혹시 이익준 교수님 좋아해?
(겨울) 네
이익준 교수님 좋아요
(종 선생) 애, 애 아빠야
그게 왜요?
(종 선생) 아니야
우리 '아로하'로 공연한 적 있나?
(정원) [피식 웃으며] 없지, 우리가 무슨 공연을 해?
(준완) 양심은 있었지
(정원) 야, 기억나지?
우리가 이 노래로 공연 나간다고 밤새워 연습했었는데
저 새끼가 알고 보니까 우리를 애초에 개그 동아리로 등록했었잖아
(준완) 그것도 그걸 저 새끼가 축제 당일 날 알려 줬어요
우린 뭐, 히든카드라서 포스터에 없다나 뭐라나
아유, 나 진짜
저거 잘 풀려서 의사지, 저거 사짜 새끼, 진짜
(익준) 그럼 그때 너희들 수준이 개그지, 밴드야?
나 아니었으면 공연장에서 너희들 맞아 죽었어
(석형) 아, 좀!
(정원) 야, 그래도 삼사 년 만에 그 정도면 엄청 잘한 거지
우리 딴엔 잘한 거지
(익준) 그리고 간들은 또 콩알만 해 갖고
공연한다니까 일주일 전부터 쫄아서 손을 덜덜덜덜덜
나 얜 수전증인 줄 알았어, 수전증 [석형의 못마땅한 신음]
'저렇게 손을 떨다가 나중에 인턴 때 어떡하지?'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지어내지 좀 마 [송화의 웃음]
(송화) 아, 근데 우리가 그렇게 못했어?
우리끼린 꽤 잘했잖아
(정원) 야, 우리끼리 하는 수준이랑 공연할 수준이랑 같냐?
(준완) '개콘', '개콘' [정원의 웃음]
야, 채송화, 너 베이스 가르치려다가 익준이 분노 조절 장애 왔잖아
[못마땅한 신음]
아이씨, 아직도 화가 나네, 씨
(송화) 야, 내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얘가 자기는 잘 치는데 남한테 가르치는 능력은 거지 같아, 쯧
(석형) 그래도 나는 익준이 보컬 좋은데
(익준) 그렇지
내가 오늘 들려준다니까
노래방 가자, 퇴근하고
(송화) 노래방 갈 시간 있으면 지금 이러고 해물탕 먹고 있겠어?
난 VSD 수술 있어
난 밤에 PED랑 콘퍼런스
난 엄마랑 마트
그럼 주말은?
난 병원장님이랑 이사장님이랑 골프 약속
난 마라톤, 오랜만에 하프
난 간만에 캠핑
[한숨]
(석형) 난 엄마랑 네일 가기로 했어
(익준) 아, 가지 마, 가지 마
무슨, 뭐, 이게, 뭐...
하, 야, 누구는 뭐 시간이 뭐, 널널해 갖고
노래방 가자고, 뭐
아유, 나도 바빠, 나도 바...
나 우주랑 영화도 봐야 되고 우주랑 색칠 공부도 해야 되고
우주랑 추어탕도 먹어야 돼
무슨, 뭐
야, 나도 안 가, 안 간다고 [문이 달칵 열린다]
아유, 참
[문이 탁 닫힌다] (준완) 갈 것 같지?
(정원) 100%지 [흥미로운 음악]
(익준) 우주야, 여기가 어디게?
(우주) 나이트?
누가 그래?
고모가
(우주) 터미네이터 고모가
아빠 옛날에 나이트라는 곳에서 살았다 그랬어
나이트 죽돌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맞아, 아빠가 예전에 그, 나이트라는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어
근데 여기는 거기가 아니고 여기가...
아빠 밴드 하는 거 알지? 어?
'출동! 슈퍼윙스'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막 공연하는 거
아빠도 그거 하는데
여기가 아빠가 처음으로 공연했던 데야
씁, 아빠의 청춘을 바쳤던 곳이라고 할 수 있지
하, 우주야
아, 갑자기 아빠, 하
[잔잔한 음악]
나 좀 뭉클하다
(우주) 아빠, 핫도그 한 개만 더 사 주세요
(익준) 핫도그...
아, 벌써 다 먹었어?
(우주) 네
[잔잔한 음악] (익준) 그래, 그럼 가 보자
뭐, 문 닫기 전에, 자, 어유
(익준) 핫도그가 그렇게 맛있어?
(우주) 네
(익준) 근데 이우주, 너 아빠한테 꼭 부탁할 때만 높임말 쓰더라?
(우주) 아닌데요, 금시초문인데요
(익준) 뭐야, 너, 그 말 어디서 배웠어?
- (우주) 엄마 - (익준) 참...
(송화) [불안한 음정으로] ♪ 지새웠지 ♪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
♪ 넌 장난이라 해도 ♪
[반주가 삑 꺼진다]
야!
미안하다, 예약을 누른다는 게 취소를 눌렀네
뻥치시네
맞아, 뻥이야
[석형의 힘겨운 숨소리]
(준완) 어유, 야, 좀 일어나
[석형의 힘겨운 숨소리] 얘 왜 이래?
[정원의 힘주는 신음]
아침에 우황청심환 3개 먹었대
(송화) 공연 때문에?
원래 석형이가 집돌이, 대인 기피증 은둔형 외톨이
아, 그리고 하나 뭐였더라?
(석형) 쫄보
(정원) 어, 그렇게 4개 해서 그랜드 슬래머였거든
[준완의 힘주는 신음]
(정원) 야, 내 차례야!
(준완) 아, 지금 내가 의뢰받은 게 좀 있어서 그래
기다려 봐, 좀 [정원의 한숨]
야, 안정원, 양석형 자고
이익준, 김준완 채송화 다음에 다시 나잖아
[정원이 씩씩댄다] 아, 별걸 다 세고 자빠졌어 변태 새끼, 진짜
(송화) 근데 이익준 어디 갔어?
우리가 지금 누구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석형이 쿨럭인다]
(석형) 어머, 이 노래 뭐야?
[부드러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송화) 네가 선곡했어?
나 아니야
그럼 누구야?
(익준) ♪ 어두운 불빛 아래 촛불 하나 ♪
♪ 와인 잔에 담긴 약속 하나 ♪
♪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 줄 거야 ♪
♪ 날 믿어 준 너였잖아, Oh ♪
(송화) ♪ 나 바라는 건 오직 하나 ♪
♪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
♪ 화려하지 않아도 꿈 같진 않아도 ♪
♪ 너만 있어 주면 돼 ♪
(익준) ♪ 걱정 마 ♪
(함께) ♪ l believe ♪
(익준) ♪ 언제나 ♪
(함께) ♪ l believe ♪
(익준) ♪ 이 순간을 잊지 않을게 ♪
♪ 내 품에 ♪
(함께) ♪ l believe ♪
얘들아, 앉아 봐, 앉아 봐 잠깐, 흥분하지 말고
(익준) ♪ 영원히 빛을 잃어 가지 않게 ♪
♪ Cause your love is so sweet You are my everything ♪
♪ 첫날밤의 단꿈에 젖어 ♪
♪ 하는 말이 아니야 난 변하지 않아 ♪
♪ 오직 너만 바라볼 거야 ♪
(함께) ♪ Oh ♪
♪ You're light of my life You are the one in my life ♪
♪ 내 모든 걸 다 잃는대도 ♪
♪ 후회하지 않아, 오직 너를 위한 ♪
♪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
(석형) '이제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건'
'내가 아닌 당신입니다'
'말로는 다짐할 순 없지만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석형이 계속 내레이션을 한다] 내성적이라며?
약물 과다 복용
'눈감는 그날까지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송화) ♪ 늘 하나라는 마음으로 ♪
♪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 [정원이 마라카스를 흔든다]
박자를...
(송화) ♪ 아픈 마음도 함께 기쁜 맘도 함께 ♪
♪ 나눠 가졌으면 해 ♪
(익준) 얘들아, 천천히...
(익준) ♪ 약속해 ♪
(함께) ♪ l believe ♪
(익준) ♪ 힘들 땐 ♪
(함께) ♪ l believe ♪
(익준과 송화) ♪ 너의 그늘이 되어 줄게 ♪
(익준) ♪ 내 품에 ♪
(함께) ♪ l believe ♪
(익준) ♪ 안긴 너의 미소가 ♪
(함께) ♪ 영원히 빛을 잃어 가지 않게 ♪
♪ Cause your love is so sweet You are my everything ♪
♪ 첫날밤의 단꿈에 젖어 ♪
♪ 하는 말이 아니야 난 변하지 않아 ♪
♪ 오직 너만 바라볼 거야, Oh ♪
♪ You're light of my life You are the one in my life ♪
♪ 내 모든 걸 다 잃는대도 ♪ [정원이 마라카스를 흔든다]
♪ 후회하지 않아, 오직 너를 위한 ♪
♪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
(익준) ♪ All I ever want is ♪
(함께) ♪ Your love ♪
[밝은 음악]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수근과 라디오 속 지원) - 7시에 만나, 삐리빠리뽀 - 만나, 삐리빠리뽀
(라디오 속 수근) 수근, 수근, 이수근입니다
야, 은지원, 인사해
(라디오 속 지원) 안녕하세요, '야, 은지원'입니다
(라디오 속 수근) 야, 은지원 씨 오늘 5월 달력을 보는데
정말 기념일이 많더라고요
(라디오 속 수근) 우리 지원이를 위한
(라디오 속 지원) 어린이날
(라디오 속 수근) 네, 어린이날, 그리고 어버이날
감사 감사 스승의 날, 정말 많은데요
(라디오 속 지원) 아니, 무슨, 장사하냐고요
[라디오 속 수근의 탄성] 기념일 소개를 무슨 장사 톤으로 하고 있어
(라디오 속 수근) 근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어요
[라디오 소리가 커진다] 나를 위한 날이 없다는 거예요
(라디오 속 지원) 아이, 형은 맨날 본인 날이잖아요, 맨날을
(라디오 속 수근) 무슨 소리예요? [라디오 속 지원이 말한다]
여러분, 딱 하루만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그런 날
우리 오늘은 그렇게 살아 보는 건 어떨까요?
5월은 그러기에 딱 좋은 날이니까요
첫 곡입니다, 쿨이 부릅니다
씁, 영어네요, 지원 씨
(라디오 속 지원) 'One summer drive'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송화) 'One summer drive'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정원의 한숨]
(진행자) 출발 1분 전!
(송화) ♪ 바람 속에 섞인 너의 향길 지워 ♪
♪ 우 ♪
♪ 떠나가 어디든 ♪
아저씨, 저 왔어요
(관리인) 어, B-104 거기에 치세요 지금 비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자, 멋진 기록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5, 4, 3, 2, 1
[신호총이 탕 울린다]
(감독관1) 아, 저...
아니, 저 사람, 저거 잡아서 병원에 보내야 되는 거 아니야? 어?
(감독관2) [피식 웃으며] 그러게요
(감독관1) 하, 참 나
[휴대전화 알림음]
[숨을 후 내쉰다]
[편안한 신음]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병원장의 탄성] [종수의 웃음]
(병원장) 나이스 샷
- (종수) 아, 아, 잘 치시네 - (병원장) 나이스 샷, 이야
[종수의 웃음]
(종수) VIP 병동 일까지 하려니까 힘 안 들어요?
아유, 안 힘들어요 여럿이서 하는데요, 뭘
응, 아직 젊으니까 좋네
친구들도 부럽고
(병원장) 아이고, 10홀까지 너무 먼데, 형?
형, 카트 타자
(종수) 으음
아, 내 사촌 동생이에요
(병원장) 그거 비밀이라니까
(종수) 다 알아, 병원 사람들 다 알아
(병원장) 아니...
잘은 몰라
야, 사람들은
네가 남들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알아
[종수가 살짝 웃는다]
(종수) [병원장을 툭 치며] 야, 나도 힘든데 카트 타자
걸어가
카트 타
걷자니까
삐졌냐?
[병원장의 못마땅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약 얼마나 줬어?
아이오는?
알았어,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석형) 감사합니다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석형의 웃음]
(민하) 어, 교수님, 여기 계셨네요?
뭐예요? 안 드신다 그러시더니
[석형의 헛기침] [민하의 웃음]
(석형) 어, 갑자기 시간이, 응, 났네
[민하의 탄성]
- 근데 교수님 - (석형) 응?
왜 말씀 안 하셨어요?
뭘?
(민하) 본과 때 개그 동아리셨다면서요
와, 진짜 완전 반전, 대반전
나 진짜 아싸인 줄 알았는데 개인싸, 예? [민하의 웃음]
아닌데, 누가 그래?
(민하) 응? 장겨울 선생이요
아, GS 전공의 3년 차 장겨울 선생요
(석형) 아, 예
(민하) 겨울 쌤, 맞죠?
팔공 5인방 본과 때 다 같이 개그 동아리였다고
겨울 쌤이 그랬잖아요
저도 들은 거예요
(민하) 응, 누구한테?
(겨울) 간담췌 이익준 교수님요 [민하의 탄성]
(은원) 교수님, 식사하시던 중이셨죠? [석형의 헛기침]
이 빵도 한번 드셔 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헛기침하며] 네
그래, 먹어, 먹어, 먹어
(민하) 교수님, 저희도 밥 한번 사 주세요
GS 맨날 소고기 사 준대요
(석형) 어, 그래그래, 먹어, 먹어
어, 소고기 다음에 사 줄게
(민하) 네? [민하의 웃음]
아이고, 아, 이게 나 먼저 가 봐야겠다
이게, 내가 영상에 MRI 의뢰한 거 결과 나왔다고 방금 문자가 왔네?
(석형) 나 먼저 갈게요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석형의 헛기침]
- (은원) 안녕히 가세요 - (석형) 예, 예, 예
- (민하) 고생하세요, 아이고, 예 - (석형) 어, 그래그래
- (민하) 태인 쌤 - (태인) 응?
(민하) 오늘 영상에 OBGY MRI 들어온 거 있어요?
(태인) 아니, 없는데 방금 다 확인하고 왔는데?
아, 진짜 왜 저래?
아, 저러고 사회생활 어떻게 한대?
에이, 양석형 교수님 그래도 하시는 일은 잘하시잖아요
권위적이지도 않고 자기 할 일은 알아서 딱딱 하시고
(은원) 전 좋은데 [민하의 헛웃음]
(태인)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양석형 교수님 펠로우 미국에서 다 했다며
아름다운 개인주의?
아, 어디가 아름다워요, 어디가, 어?
그냥 답답한 미련곰탱이지
아, 난 그래도 말은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뭔 생각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진짜
[민하가 숨을 씁 들이켠다]
(민하) 겨울 쌤, 뭐야, 어? 애인이야?
막 사진만 봐도 좋아?
[겨울이 피식 웃는다]
네, 사진만 봐도 좋네요
- (민하) 아유, 참 - (겨울) 저 먼저 갈게요
(준희) 심하게 복통을 호소해서 앰뷸런스로 실려 왔고
엑스레이상 일레우스 소견 보였습니다
LT 기록 있어서 교수님한테 급하게 콜했습니다
대기 중 가스 아웃, 다이아리아 한 차례씩 했습니다
응, 잘했어
(익준) 무릎 좀 세워 볼까? 응
(학생) 죄송해요, 선생님
오늘 주말인데
하, 규빈아 선생님이 주말이 어디 있어, 잠깐만
다이아리아, 설사 있었지? 가스도 나왔고?
네, 근데 지금은 정말 하나도 안 아파요
구급차 타고 올 땐 죽을 것 같았는데
어떻게 딱 선생님 얼굴 보니까 하나도 안 아픈 거 있죠?
진짜 죄송해요
괜찮아, 좋아지고 있어
씁, 근데 규빈아 흉터가 이렇게 커서 어떡하냐?
괜찮아요 다시 학교 갈 수 있는 게 어디예요
으이구, 참
선생님이 사진 잠깐만 찍어 봐도 돼?
- (학생) 네 - (익준) 응
(익준)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봐, 어?
내 너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알았어
여기가 골프장이냐? 아이고
야, 이것 좀 봐 봐
아, 뭔데? 나 지금 시간 없는데
리비전 끝나고 애들이 가슴 닫고 있어서 [안경을 탁 집는다]
다시 내려가 봐야 돼
(익준) 잠깐만 봐 봐
어, LDLT 한 10대 환자인데
스테로이드를 쓰니까 좀 덜하긴 해도
역시나 세로 부분에 하이퍼트로피가 좀 심하네
너 하는 흉터 클리닉에서 좀 봐 줄 수 있냐?
(준완) 어
우리 쪽으로 한번 보내 봐 내가 한번 볼게
(익준) 오케이
아이고
[준완이 바스락거린다] [익준이 키보드를 탁탁 친다]
우리 익순이도 빌리어리 아트레지아라
배에 아직도 카사이 수술 흉터가 크게 남아 있거든
익순이 아직도 살아 있어?
뭔 소리야, 내 동생이 왜 죽어?
개 아니야?
개는 미키
미키가 여동생
여동생이 익순이
익순이는 개
개가 익순이
아니, 개가 미키, 미키가 익순이
아유, 씨, 너 때문에...
(익준) 씨, 내 여동생 이름이 익순이
야, 근데 이거 뭐냐?
(준완) 신부 추천서 같은데?
(익준) 그렇지? 이번엔 진짜 같지?
(준완) 어, 아, 정원이 엄마 어떡하냐?
[휴대전화 벨 소리] (익준) 하, 그러게, 하, 새끼, 이거...
- 어? - (준완) 왜, 정원이야?
아니, 와이프
(준완) 와이프? 너 와이프가 있었어?
그래, 있었어, 와이프
야심만만 육혜정 씨?
아유, 대기업 상무님 얼굴 까먹겠네
그만해
어, 여보
이게 얼마 만이야?
거기 몇 시야, 지금?
[문이 달칵 열린다]
(익준) 어
[정원의 헛웃음] (준완) 넌 병원에서 마라톤 하냐?
[문이 달칵 닫힌다] (정원) 이 방은 몇 번 홀인데?
(익준) 어
아, 오케이 [물이 솨 나온다]
- 와이프 - (익준) 어
(익준) 아, 그래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어
[통화 종료음] 오, 내일 들어온대
병원으로 바로 온대 내가 보고 싶으니까
내일모레 어린이날이니까 [물이 뚝 멈춘다]
[정원이 휴지를 쓱 뽑는다] [한숨]
(정원) 너 혜정이 안 본 지 1년 넘었지?
(익준) 1년 반
(준완) 아니, 암만 그래도 자기 엄마 제사 때는
들어와야 되는 거 아니야?
아유, 됐어 남의 집 사정, 남의 집 사정, 아유
(정원) 아, 육혜정
아무리 내 동창이고 내가 소개시켜 줬다지만
나 진짜 살다 살다 걔처럼 욕심 많은 사람 처음 봤다
나도 네가 누구 욕하는 거 처음 봤어
됐고, 어, 내 와이프고 우리 우주 엄마고 [정원의 한숨]
모솔과 노총각은 신경 끄시고
(준완) 어, 이게 얼마 만에 듣는 말이야? '노총각'
(익준) 어이, 안정원, 너 이거 뭐야?
너 진짜 의사 때려치우고 신부 되려고?
[휴대전화 벨 소리] (정원) 네가 켰어?
야, 지금 그게 중요해?
아니, 너까지...
어, 겨울아
(익준) 응, 그럼, 내가 많이 모아 놨지
어, 그래, 알았어, 어
언제? 병원장님한테 말했어?
(익준) 그래, 알았어
이번 주에 말하려고
아, 당장 관두는 거 아니야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통화 종료음]
(익준) 아휴, 나 잠깐 장겨울 좀 만나고 올게
진짜...
잠깐만, 쯧
여기 좀 봐 봐
자, 봐, 이렇게 봐 봐
자, 자, 하나, 자,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준완) 뭐냐? - (정원) 뭐 하냐?
(익준) 우리 정원이 이제 곧 헤어질 텐데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 놔야지
나 간다
(정원) 허, 참
[문이 탁 닫힌다]
쟤 설마 장겨울이랑 바람난 거 아니겠지?
[감미로운 음악]
[겨울이 살짝 웃는다]
독사진은 없어요?
씁, 좀 있어 봐 내가 타이밍을 보고 있어
근데 이게, 하, 안정원이가 겁나게 눈치가 빠르거든
제 얘기는 물어보셨어요? 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익준) 아직
(겨울) 아, 왜요?
너무 티 나잖...
티 나도 돼?
(겨울) 네
티 나도 되니까 저 어떻게 생각하는지 슬쩍 물어보시라니까
(익준) 그럼 네가 직접 말해, 좋아한다고
그거 너무
부끄럽잖아요
(익준) 참
- (익준) 나한테는 안 부끄럽고? - (겨울) 네
(익준) 그래, 알았어
쯧, 내가 조만간 천의무봉하게
인간 장겨울, 여자 장겨울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 줄게
나 진짜 네 용기가 가상해서 물어봐 주는 거야
[살짝 웃는다]
[익준의 한숨]
(겨울) 육전이에요, 광주에서 올라왔어요
(익준) 뭣이여?
육전, 아따, 육전을...
[익준의 탄성]
근데 넌 정원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다요 [익준이 쿨럭인다]
(겨울) 물 줘요?
(익준) 응, 됐어
근데 겨울아
네가 정원이한테 환상이 조금 있는 거 같은데
정원이 병원에서 사람들한테 하는 거랑
사생활에서 우리한테 하는 거랑 완전 달라
어떤데요? 다 듣고 싶어요
엄청 예민해
환자 한 명만 잘못돼도 한 달을 잠을 못 자요, 걔가
인간적이시네요
그리고 또 고집이, 고집이 또 엄청 세요
지조도 있고
(익준) 그리고 걔 재벌 아니야, 거지야, 거지
김준완한테 얹혀살잖아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
야, 너 지금 나랑 반대말 찾기 하니?
[멋쩍은 웃음]
또 다른 건요?
(겨울) 다 얘기해 주세요
[혀를 쯧 찬다]
결정적으로 정원이
아씨
연애, 아니, 여자에 관심이 없어
(익준) 내가 걔를 본 이후로 여자 만나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진짜 너만 알아라
정원이 신부 되고 싶어 해
[놀라며] 성 소수자예요?
아씨, 그 신부 말고 이 신부
브라이드 말고 프리스트
아닐 거예요
[한숨 쉬며] 나도 그러길 바란다, 진짜
안정원 교수님 독실한 가톨릭 신자신 건 알아요
형, 누나들도 다 신부님, 수녀님이라고
근데 아직은 아니잖아요
되고 싶어 한다면서요
그럼 아직 가능성 있는 거잖아요
(정원) 야, 이익준, 담배 하나만 줘라
[정원의 한숨]
장겨울은 안 된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맞아 뒈지기 전에
어디서 유부남 새끼가, 진짜, 쯧
[한숨]
뭐?
너 장겨울 어떻게 생각하냐?
어?
장겨울 어떻게 생각하냐고
[잔잔한 음악] [익준의 한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흐느낀다]
(남자2) 누나, 아빠 내려왔어
[전공의의 하품]
(간호사3) 수술방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몇 가지 확인하고 들어갈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정수범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간호사3) 네, ID 밴드 확인하겠습니다
오늘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님한테 수술받으러 온 거 맞으시죠?
(남자1) 예
[여자3이 흐느낀다]
아빠, 아빠, 수술 잘 받고 와, 응?
무조건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딸
아빠가 미안해서 어떡하지?
[잔잔한 음악]
아빠가 아파서 우리 딸 결혼식도 못 가고
아빠가 너무 미안해
[흐느끼며] 아빠가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아, 우리 아빠 이렇게 아픈데 나만 좋자고
미안해, 아빠
[여자2가 흐느낀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안녕하세요
아, 저, 정수범 님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준완) 별일 없으셨죠?
기분 좀 어떠세요?
수술 설명 좀 해 드릴게요
말씀드렸지만 균종 제거하고 남아 있는 조직으로 성형을 하면
시간은 한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상황이 안 좋아지면 더 걸릴 수도 있고요
선생님, 그래도 자주 하시는 수술이죠?
(준완) 네
(여자2) 그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생명에 지장이 있다거나 그런 수술은 아닌 거죠?
그건 장담 못 드리는 거고요
(준완) 수술할 땐 워낙 변수들이 많아서요
[여자2의 초조한 숨소리]
아무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자2가 흐느낀다]
[카드 인식음]
(재학) 으이구
(재학) 그냥 무조건 괜찮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지
정수범 환자 따님 오늘 결혼해요
가뜩이나 가족들이 서로 미안하고 그럴 텐데
말씀이라도 이쁘게 잘해 주시지
뭐, 말이라도 [물이 솨 나온다]
'무조건 수술 성공할 거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라'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물이 뚝 멈춘다]
교수님한텐 별 어려운 수술도 아니잖아요
(준완) 그러다 정수범 환자 페리애뉼라 업세스면?
수술하다 엠볼리즘 돼서 브레인 데미지 받으면 어떡할 건데?
(재학) 에이, 그, 그럴 확률 낮잖아요
아휴, 사람이 감정이 없어
(준완) 감정이 있으면 그게 수술하는 데 도움이 돼?
도움 되면 하고, 안 돼, 근데
하나도 도움 안 돼
(재학) [당황하며] 죄송합니다
(준완) 너 앞으로 절대 환자들한테 하지 마
'간단한 수술이다', '무조건 산다'
'이 수술 성공할 거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라' 이런 말
하지 마, 알았어?
(재학) 네
[긴장되는 음악]
[밝은 음악]
(준완) 아이스아메리카노 샷 3개 추가해 주시고요
- (윤복) 안녕하세요, 교수님 - (홍도) 안녕하세요
(준완) 어, 일찍들 나왔네?
초코케이크도 하나 주세요
저희 아침 8시부터 나왔어요
아유, 그랬어요? 대단들 하네요
(준완) 계산해 [윤복의 놀라는 신음]
- (홍도) 감사합니다 - (윤복) 감사합니다
(준완) 도재학 선생이 잘해 주지?
(윤복) 네, 엄청 좋으세요
(준완) 아유, 다행이네
(윤복) 근데 교수님은 왜 흉부외과 오셨어요?
(홍도) 과제가 인터뷰예요
다른 교수님은 해 주셨어요
(준완) 누구?
(윤복) 아직 많이 안 돌아서 한 분밖에 안 계시기는 한데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님요
(준완) 뭐래?
음, 공부가 하고 싶으셔서 신경외과 가셨대요
아직 공부하고 연구할 게 많은 과라서...
아유, 알아, 알아, 내가 제일 잘 알아
교수님은요?
나?
피시방 갔는데 옆에 앉은 흉부외과 선배가 오라고 해서
[윤복의 당황한 신음]
아, 교수님
(준완) 진짜야
돈 벌 거냐, 대학에 있을 거냐 물어봐서
웬만하면 대학에 있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흉부외과 와라'
그래서 왔어
[윤복의 탄성]
저 초코케이크 먹어도 돼요?
(준완) 안 돼
[카드를 탁 내려놓으며] 하나 더 시켜
(홍도) 네
[심전도계 비프음] [긴장되는 음악]
(송화) 이리게이션 중요한 거 알겠지?
(치홍) 네
(송화) 왜 중요해?
(치홍) 어, 이게, 그, 마이크로로 보면
어, 지금 옵틱너브 근처라서
그, 바이폴라로 지지게 되면 써멀인져리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이제 수술 후에 비젼이 나갈 수 있습니다
[안도하는 한숨]
[심전도계 비프음]
(준완) 남지민 선생 찬형이 내일은 수술해야겠다
네, 렁 사운드도 좋아졌고 엑스레이도 많이 호전됐습니다
(준완) 어, 더 미루면 애 너무 힘들겠다
보호자분 근처에 계시지?
예, 모시고 올게요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완) 재학아, 너 양복 재킷 있어?
(재학) 예, 항상 한 벌은 의국에 두는데요
(준완) 좀 빌리자
(지민) 잠깐 집에 가셨대요
(준완) 어?
(재학) 아, 애 상태가 지금 저런데 집에 가셨다고?
가능해요, 그게?
(희동 모) 아, 찬형 엄마 잠깐 집에 갔어요
찬형이 할머니, 외할머니는 계시는데
아마 휴게실에 계실 거예요
(지민) 모시고 올까요?
일단 모셔 와요
(준완) 폐렴기가 있어서 수술을 미뤘는데
지금은 열 내렸고 감염 수치도 많이 떨어져서
지금이 최적기일 거 같아요
(찬형 외할머니) 수술하면 위험하거나 그러진 않습니까, 선생님?
(준완) 찬형이 할머님?
(찬형 외할머니) 저는 외할머니고요, 이쪽이 할머니
아, 예, 일단은, 어
내일 오후에 수술한다 정도만 알고 계시고요
자세한 건 이따 밤에 찬형이 엄마, 아빠 오시면
제가 다시 말씀드릴게요
(찬형 친할머니) 그냥 저랑 우리 사돈한테 말씀해 주시면 돼요
며느리가 이제 스무 살인데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 아들놈도 마찬가지고
예, 우리한테 바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 제가 두 쪽에 말씀은 다 드릴게요
그래도 보호자는 애 엄마시라, 그럼
[찬형 할머니들의 한숨]
(재학) 교수님은 찬형이 할머니 외할머니한테만 말씀하세요
어, 찬형이 엄마는 제가 보호자 동의서 받으면서
그때 대충 설명드릴게요
(준완) 대충이 아니라 잘 설명해 드리고 너 양복 의국에 있다고?
- (재학) 네 - (준완) 색깔 뭐야?
- (재학) 색깔요? - 그래, 색깔, 양복 무슨 색깔이냐고
(재학) 설마 은갈치 색이려고?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원) 준완아, 너 이번에...
아이고야
아무 말도 하지 마
알았어
[문이 달칵 닫힌다]
(정원) 밥 안 먹어? 배고프다
갈치조림 어때?
아, 진짜 갑자기 가, 갈치가 확 당겨서 그래
나 약속 있어, 나갔다 올 거야
(정원) 뭐 먹을 건데?
(준완) 스테이크
아, 나 스테이크 싫은데
[도어 록 작동음]
[정원의 웃음]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 그럼 나도 간만에 나가서 먹어 볼까?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네, 안정원입니다
네, 금방 갈게요
[통화 종료음] [정원의 한숨]
(송화) 마무리는 치홍아, 네가 해라
(치홍) 네
(송화) 해모박부터 꽂아야지
(치홍) 네
(송화) 그렇게 계속 끊어 먹을 거야?
힘 조절을 잘해야지, 힘 적당히 줘
(치홍) 예, 죄송합니다
말 더 안 시킬게
(송화) 집중해, 미안
(치홍) 아닙니다
(수빈) 육희관 님, 퇴원 축하드립니다
(원준 부) 아, 예, 감사합니다
(수빈) 수술하신 부위는 좀 전에 소독해서 방수포까지 붙였으니까
샤워는 가능하세요
식사는 평소에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되는데
과식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엄마, 이거 변신시켜 줘
엄마가 좀 있다 해 줄게, 원준아 잠깐만 있어 봐
(수빈) 일주일 내로 외래 오실 건데 그때 조직 검사 확인하실 거고
보험 회사 진단서는 그때 필요하시면 말씀하시면 돼요
- (원준 모) 아, 네, 감사합니다 - (원준 부) 네, 감사합니다
아, 빨리 로봇으로 변신시켜 줘
[숨을 씁 들이켠다]
(원준 부) 혹시 이익준 교수님 오늘 회진 안 오시죠?
제가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려 가지고
수술 잘해 주셨는데
(익준) 원준아
- (원준 부) 안녕하세요, 교수님 - (원준 모)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익준) 예, 안녕하세요
줘 봐, 아저씨가 해 줄게
아휴 [익준이 달그락거린다]
아, 육희관 님은 수액 안 꽂으시니까 환자인지 모르겠는데요?
미남이시네, 미남
(원준 부) [웃으며] 아닙니다
(원준 모) 아기 아빠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환자들도 엄청 많으실 텐데
아, 우리 와이프 성이 육씨라서
와이프 빼고 육씨 처음인 거 같아요
아니다, 장인어른, 처남, 처형 처남 딸, 처형 아버지
아유, 많네요, 예
[원준 부모의 웃음]
(익준) 오늘 퇴원이시죠?
(원준 부) 예, 내일 어린이날인데 그 전에 퇴원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네요, 예
(원준 부) 어디 멀리는 못 가고요
그냥 식구들끼리 집 앞에 있는 중국집이나 가려고요
애가 짜장면을 워낙 좋아해서 [원준 모의 웃음]
(익준) 우리 애도 그래요 애들 다 좋아하지, 뭐
간단한 복강경 담낭 절제술이라 뭐, 크게 주의할 건 없는데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예, 불편하시지만 많이 걷고 운동하시는 거 좋아요, 알았죠?
자, 다 됐어, 자
우아, 아저씨, 뭐야?
(원준 모) 원준아
아저씨 뭐긴, 인마
(익준) 네 아빠 배 아야 하는 거 고쳐 준 사람이지
그럼 퇴원 잘하시고 다음 외래 때 봬요
- (원준 모) 감사합니다 - (원준 부) 감사합니다
[원준이 인사한다] (익준) 안녕
(원준 부) 인사 똑바로 해야지
교수님, 감사합니다
(익준) 네
(원준 모) 와, 뭐야, 어? [원준 부의 웃음]
(간호사4) 안녕하세요
(치홍) 어? 안녕하십니까
[숨을 후 내쉰다]
채송화한테 또 깨졌어?
- (석민) 예 - (치홍) 아닙니다, 네
(익준) 네가 깨졌구나?
(석민) 아니요, 안치홍 선생요
아니라는데?
군인 출신이라 멘탈이 좋으세요
아, 제가 질문에 답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거라서
제가 생각해도 한심합니다
(익준) 씁, 안치홍 선생 육사 출신이라 그랬지?
- (치홍) 예 - (익준) 나 거기 아는 사람이 하나...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여보세요
(익준) 어, 어디야?
어, 거기로 갈게, 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벨 소리]
(석민) 네, 교수님
예
예,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어제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온 환자 알죠?
(치홍) 예
(석민) 바이털 흔들리고 블리딩도 심해서 수술 못 하고 있었는데
채송화 교수님이 오늘 밤 수술하시기로 했다네요
- (치홍) 아... - 이따가 같이 회의하자세요
(치홍) 예, 좋아요
- (석민) 진짜? 진짜 좋아? - (치홍) 예
(석민) 아까 그렇게 깨졌는데도?
(치홍) 아, 깨진 게 아니라 그냥 질문하신 건데
안 그래도 그 케이스 하고 싶었거든요
채송화 교수님이 하시면
옆에서 어시라도 꼭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잘됐어요
- (석민) 씁, 안치홍 선생 - (치홍) 예
뇌 CT 한번 찍어 보는 거 어때요?
[버튼 조작음]
직원 할인 된다면?
[치홍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좋네, 그렇게 해 보자
(송화) 다들 눈들 좀 붙이고 밤에 보자
(석민) 예
(재신) 어차피 채송화 교수님 저렇게 수술하실 거였잖아
(석민) 그게 중요하신 분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아는지 모르는지 그게 중요하지
장미네?
(석민) 벌써 장미 철인가?
(재신) 석민 쌤, 눈썰미 있네?
(석민) [피식 웃으며] 우리 집 꽃집 하잖아요
(선빈) 꽃집 안 해도 저거 장미인 건 다 알죠
(송화) 왜, 요즘에는 꽃 이름, 식물 이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밝은 음악]
저거 조화였어요?
[석민의 한숨]
(석민) 그래도 저건 아니지
[석민의 헛웃음]
진짜 꽃 본 지 진짜 오래됐다 그러고 보니까
(석민) 씁, 교수님 이번 주말에도 캠핑 가세요?
(송화) 응, 왜?
(선빈) 우리도 가도 돼요?
안 대위님은 되죠? 이번 주 당직 아니잖아요
저희도 가도 돼요?
되는데, 너희들 오고 싶니?
(석민) 예, 교수님이 어렵긴 해도 불편하진 않거든요
(재신) 와, 용석민
[웃으며] 진짜
미워할 수가 없다
나도 네가 짜증 나기는 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아
[송화가 피식 웃는다]
같이 가
거기는 진짜 장미도 있고 진짜 나비도 있어
(송화) 나 간다
[리드미컬한 음악]
뭐 시켰어? 여기 커피 죽어
케이크 먹을래?
좀 조용한 데 없을까?
(익준) 어?
자기한테 할 얘기가 있어
[한숨] (여자3) 호준아
너도 가서 옷 갈아입어
저, 엄마가 티하고 바지하고 챙겨 놨어
곧 있으면 면회 시간이야
아빠 얼굴만 보고 갈아입을게
아이, 그래도 아직 이삼십 분 남았어
야, 저기 의자 있다 우리 가서 좀 앉자
(남자2) 응
미쳤네, 정은빈
(여자3) 가시나 정말 신혼여행 안 간 거야?
(남자2) 누나, 여기
[울컥하는 숨소리]
아, 왜 그래? 다 잘됐대
[한숨]
(남자2) 진희 누나 사진 잘 찍었네
(여자2) 내 카메라가 좋은 거야
[코를 훌쩍이며] 나중에 따로 다운받기 싫어서 내 휴대폰으로 찍으라 그랬거든
(여자3) 응? 막내 삼촌도 왔었네?
치, 안 온다고 그러더니, 아유
(남자2) 어? 근데 이거 누구야?
(여자3) 아빠 수술해 준 선생님 아니야?
누나, 오늘 선생님도 오셨었어?
- (여자2) 응 - (여자3) 언제?
신부 대기실에 1빠로 오셔서 인사하고 가셨어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러냐?
같이 사진도 안 찍으시고 그냥 밥만 먹고 가셨어
에이, 오신 게 어디야
식사 뭐냐고 해서 갈비탕이라니까
신나 가지고 바로 지하 식당으로 가셨다니까
결혼식 오신 게 아니고 저녁 드시러 왔어
(여자3) 갈비탕이 뭐야?
엄마는 갈비라도 사 주고 싶은데
(여자2) 치, 어차피 줘도 안 받으셔
교수님들은 그런 거 못 받아
(남자2) 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심쿵 포인트가 있으시네
(여자4) 중환자실 문 열렸어요, 얼른 오세요
(여자3) 아, 네, 감사합니다
(남자2) 감사합니다 [여자2가 흐느낀다]
울지 마, 누나, 어?
아빠 앞에서도 울 거야?
[잔잔한 음악]
울지 마, 진짜
왜 울어? 수술 잘됐다는데
아빠 마음 찢어진다
울지 마
아빠 마음이 더 아파, 알지?
알았어
[여자2가 연신 흐느낀다]
[한숨]
웃어
활짝
[마우스 클릭음]
(송화) 안 가?
(준완) 어, 내일 외래랑 수술이랑 다 있어서 볼 게 많아
그럼 수술을 바꾸지?
(준완) [피식 웃으며] 그게 그렇게 되나?
외래는 몇 명인데?
20명, 미리 차트 볼 게 많네
(준완) 넌 왜 안 갔어?
(송화) 쯧, 오늘 애들 수술 고생해서 잠깐 의국 가 보려고
그, 익준이한테나 가 봐
왜?
뭔 일 있는 거 같은데 말을 안 하네
그래?
집안일인 거 같아서 나도 더 물어보기 좀 그렇더라
걔가 그런 캐릭터가 아닌데
에이, 잘 해결하겠지, 나 간다
(익준) 지금 뭐라고 그런 거야?
이혼하자고
(혜정)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진 않잖아
그냥 전처럼 친구 해
[익준의 헛웃음]
(익준) 네가 원해서 이렇게 사는 거잖아
너 발령 나고
내가 휴직 내고 너 따라 독일 간다고 그랬더니
너 나 오지 말랬잖아
내 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우주도 한국에서 계속 키웠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지내고 있는 건데 우리 뭐...
별거한 거야? 아니잖아
난 너 일하는 거 좋아
우주도 내가 충분히 케어할 수 있고
오래 떨어져 지내긴 했는데
그건 우리가 서로 상의해서 그런 거잖아
근데 이게 왜...
뭔데?
진짜 이유가 뭐야?
진짜 이유, 그런 거 없어
갑자기 이렇게 계속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혜정)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헛웃음 치며] 나 의심해?
(익준) 아니
(혜정) 내일 나 우주랑 같이 점심 먹을게 둘이서만
특별한 날이잖아
당신은 병원 일 해 내일은 내가 우주랑 있을게
그리고 내가 한 말
진지하게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잔잔한 음악]
[한숨]
[스위치를 탁 끈다]
(송화) 안치홍 선생, 커피 한잔할까?
(치홍) 예
(송화) 내가 오늘 너한테 질문을 몇 개나 했지?
(치홍) 잘 모르겠습니다
(송화) 많이 했어, 많이
미안하다
아닙니다
치홍아, 내가 일주일에 수술을 몇 건이나 할까?
[치홍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아, 나 또 질문한다
[치홍이 피식 웃는다] (송화) 야, 이거 병이다, 진짜
미안하다, 미안해
평균 일주일에 5건 넘게 하시는 거 같은데
(송화) 그럼 1년에, 씁, 대충 잡아도 한 250건 정도는 하겠다
예
긴장하라고
수술하고 환자들 대할 때
너도 그렇고 석민이도 그렇고
항상 긴장하라고 그러는 거야
(치홍) 네
이 일이 힘은 드는데 금세 익숙해져
(송화) 근데 익숙해질 게 따로 있지
우리 일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그래
[잔잔한 음악] (치홍) 네
너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마
네
나만 믿고 잘 따라오라고
알았지, 안 대위?
(치홍) 네
[카드 인식음]
- (준완) 어 - (지민) 교수님, 찬형이 다 좋아요
(지민) 제가 방금 체크했어요
아, 그래? 안 봐도 돼?
ABGA에 PaO2 다 괜찮아?
(지민) 예, 예, 다 좋아요, 다
[힘주며] 얼른 집에나 가세요, 가
(준완) 알았어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그, 도재학 선생한테 수술 설명은 들으셨죠?
찬형이 상태가 좋아서 내일 수술은...
[찬형 모가 흐느낀다]
아...
선생님, 저희 찬형이 좀 잘 부탁드려요
아이고, 지금까지 잘 버티시더니
(찬형 모) 찬형이 좀 살려 주세요
찬형이 대신 제가 아팠으면 좋겠는데
(준완) 어, 울지 마세요
지금까지 잘 참으셨잖아요
겨우 참았어요, 선생님
[잔잔한 음악]
저희 엄마랑 시어머니가 저희를 너무 어리게만 보니까
사람들도 다 철부지라 그러고
그래서 일부러 센 척했어요
울고 싶어도 울면
너희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고
(찬형 모) 집에 가 있으라고 그러고
찬형이도 못 보게 할까 봐
그래서 억지로 계속 센 척했는데
이제 더는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선생님, 저희 찬형이 살 수 있는 거죠? 네?
(준완) 저희가 많이 해 본 수술이에요
어떻게든 살려 볼게요
그럼 수술 성공하는 거죠?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찬형 모) 감사합니다
[찬형 모가 연신 흐느낀다]
근데 갑자기 아침에 집엔 왜 가신 거예요?
아, 희동이 엄마가
무당이셔서
[탄성]
저희 집 장독대 뚜껑 뒤집어서 물 받아 놓으면
찬형이 안 아플 수 있다 그래서
[피식 웃는다]
죄송해요, 의사 쌤들 이런 미신 안 좋아하신다 그랬는데
(준완) 아유,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보호자분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신다면
하세요, 해도 돼요
(찬형 모) 그럼... [찬형 모가 바스락거린다]
[딸랑거리는 효과음] [흥겨운 음악]
이거...
죄송해요
[찬형 모가 흐느낀다]
아닙니다
[부드러운 음악]
(재학) 삼촌들, 이모들, 찬형이 왔어요
[버튼 조작음]
(준완) CRP가 좀 올랐네?
(재학) 다른 CBC 레벨이랑
오늘 아침 체스트 엑스레이는 깨끗합니다
(준완) 어
와칸다
와칸다 몰라? '블랙 팬서'?
(윤복) 아...
(준완) 포에버는 하지 마, 딱 그러고 있어
[어두운 음악]
(준완) 펌프 온 할게요
(체외순환사) 펌프 온 합니다, 펌프 온
[째깍거리는 효과음]
[찬형 외할머니의 한숨]
[찬형 모가 훌쩍인다]
(익준) 드레인 컬러는 괜찮아?
AC는?
어, 그럼 아워 유린 확인하고 나한테 다시 연락 줘, 응
[통화 종료음] (수빈) 아, 교수님, 왜 전화 안 받으세요?
통화 중이었는데, 왜요?
아, 어떡해...
저, 코디 쌤이 연락 안 된다고 하셔서 제가 왔어요
저기...
육희관 씨요
육희관 씨가 왜? 어제 잘 퇴원하셨잖아
코디 쌤이 병원 EMR 열어 봤는데
오늘 장기 기증하는 뇌사자분이 육희관 씨래요
[의미심장한 음악] (수빈) 아침에 TA로 왔는데
GCS 5점으로 뇌사 가능성 높은 상태였대요
보호자 면담했는데 기증 동의하셔서
이제 뇌파 검사까지 다 마쳤다고 합니다
곧 뇌사 판정 위원회 열린대요
[익준의 한숨] 아, 새벽에 노티 왔을 땐 TA로만 보고받았는데
아, 저기, 저, 교수님 환자라 빨리 전해 달라고 전화하셨어요
우리 병원 환자가 수혜자로 선정돼서 구득도 우리가 하게 될 텐데
아유, 좀 마음이 진짜 안 좋네요
[긴장되는 음악] (준완) 티밸브 작아서 잘 안 보인단 말이야
그쪽 말고 환자 머리 쪽으로 당겨야지
(재학) 예
(준완) 더 당겨, 안 그럼 우심실 더 째야 돼
(재학) 예, 죄송합니다
(윤복) 저 모니터 보이지?
저게 지금 일자잖아, 하트 레이트 0
(홍도) 그럼 죽은 거잖아
(윤복) 아니지
찬형이 실제 심장 박동이 현재 0이라는 거지
왜냐하면 지금 찬형이 심장은 뛰고 있지 않거든
심장이 계속 뛰면 수술을 못 하잖아
그래서 심장 수술을 할 때는
30분 정도에 한 번씩 심정지액을 줘서 심장을 멈추게 해
그리고 그러는 동안 저 기계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 주는데
그래야 심장 수술 하는 동안에도
심장을 대신해서 전신에 피를 공급해 주는 거지
자, 다시 정리
찬형이 실제 심장을 멈추고 대체 심장을 돌린다
그러는 동안에 얼른 찬형이 심장을 고치고
다 고치고 나면 대체 심장과 연결된 관들을 제거한다
(홍도) 너 지금 나한테 말하면서 공부하는 거지?
그냥 외울 거 나 보면서 하는 거잖아
(윤복) 어, 맞아
[살짝 웃으며] 이해됐지?
(홍도) 응, 쏙쏙
[긴장되는 음악]
(익준) 광현아
아, TA로 온 브레인 데스 육희관 환자 어디 있니?
아, 그분 중환자실에서 검사 마쳤대
뭐, 곧 뇌사 판정 위원회 열릴걸?
TA인데 다행히 장기 상태 좋다고 하고
(광현) 아, 이제 다른 병원 구득 팀이랑 아마 시간 조율 중일 거야
왜, 아는 사람이야?
어, 내 환자였어
그것도 어제 오후에 멀쩡하게 퇴원한 환자
아이고, 어떡하냐, 참
어려운 결정이셨을 텐데
네가 잘 보내 드려
그래
가족들은 못 봤지?
[휴대전화 벨 소리] (광현) 어, 뭐, 그것까진 모르지
(익준) 알았다
네, 이모님
(익준) 제가 지금 갈까요?
(왕 이모) 아니에요, 비상약이 엄청 잘 들어요
벌써 다 가라앉았어요, 자요, 자
(익준) 아이고 [익준의 헛기침]
(왕 이모) 오시면 괜히 애 잠만 깨고 일만 커져요
그냥 아셔야 할 거 같아서 전화드린 거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근데 어떻게 우주 엄마는 애 땅콩 알레르기 있는 것도 모른대요?
참 나
어느 레스토랑인지 아세요?
제가 거기 전화 한번 해 볼게요
아니, 뭐뭐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익준) 예, 잠시만요
[펜을 달칵 누른다]
네
네, 감사합니다, 이모님
(원준) 엄마
[통화 종료음]
아빠 왜 안 와?
아빠는? 아빠 어디 갔어?
아, 엄마!
아저씨!
아저씨, 짜장면 사 주세요
(익준) 어, 그래그래 아저씨가 짜장면 사 줄게
[익준이 살짝 웃는다]
[무거운 음악]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준완) 벤트 스톱하겠습니다
(체외순환사) 벤트 스톱
(준완) 마취과 선생님 헤드 다운 하고 앰부 배깅 해 주세요
(홍도) 다 끝났어?
(윤복) 수술로 할 수 있는 건 다 끝났지
이제 저 기계 끄고도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는지가 포인트야
그래야 성공
(홍도) 심장 안 뛰는데
(윤복) 있어 봐
(준완) 에올타 풀겠습니다
[심호흡한다]
(윤복) 야, 저걸 보지 말고 저걸 봐야지 제일 위의 초록색 숫자
지금은 하트 레이트가 0인데 저 숫자가 올라가야 돼
[심전도계 비프음]
어? 올라간다
[탄성]
(준완) 고생들 했다
(재학) 고생하셨습니다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준완) 당연하지
얘들 옷 좀 입혀 주세요
(준완) 심장 소리 들리지?
(홍도와 윤복) 네
(준완) 의대생이라는 놈들이 들리긴 뭐가 들려?
그건 너희들 심장 소리겠지
- (홍도) 아... - (윤복) 아...
(준완) 딱 한 번씩만 만져 봐, 조심스럽게
그리고 찬형이한테 살아 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잔잔한 음악] (홍도) 네
[홍도의 놀라는 신음]
(윤복) 왜 그래? [준완이 피식 웃는다]
(홍도) 엄청 세
심장 엄청 세게 뛰어요, 교수님
[피식 웃는다]
[심전도계 비프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병원장) 엄청 세게 뛰지?
장난 아니지?
(준완) 자두만 한 심장이
이렇게 힘차게 뛸 줄 몰랐습니다
멈췄던 아기 심장을
교수님이 다시 뛰게 하셨어요
교수님
저 흉부외과 가겠습니다
(홍도) 교수님
저 흉부외과 하겠습니다
(윤복) 저도요
저도 흉부외과 지원하겠습니다
(준완) 그래, 뭐, 좋은 선택들이다
고생들 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쟤들 맘 바뀌기 전에 얼른 각서 받아 놔
[안내 방송 알림음]
(안내 방송 속 직원) 김찬형 님 보호자분은 수술실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 (간호사5) 김찬형 님 보호자분? - (찬형 친할머니) 네
- (간호사5) 들어오세요 - (찬형 친할머니) 예
[문이 달칵 열린다]
(찬형 친할머니) 선생님, 우리 찬형이 수술 잘됐습니까?
(준완) 찬형이 수술 저희가 예정한 대로 잘 끝났어요
[찬형 모의 놀라는 숨소리]
심실에 구멍 있던 거 막아 줬고 [찬형 부의 한숨]
폐동맥은 자기 판막 살리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는데
특별한 문제 없이 잘 끝내서 지금은 닫고 있는 상태예요
[잔잔한 음악]
수술 잘 끝났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요
한 30분 정도 있다가 중환자실로 갈 겁니다
그때 다시 뵐게요
어, 수술 잘 끝났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찬형 할머니들) 아이고
(찬형 외할머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익준의 한숨]
[통화 연결음] [한숨]
(레스토랑 직원) 여보세요?
(익준) 네, 수고하십니다
예, 어, 오늘 제 아들이 거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알레르기가 올라와서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데 모르고 먹었나 봐요
(레스토랑 직원) 아유,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네, 네, 정말 괜찮은데 정확히 뭘 먹었는지 좀 알고 싶어서요
5살 남자아이고요 아마 엄마랑 같이 왔을 겁니다
(레스토랑 직원) 기억납니다 제가 직접 주문받았거든요
[익준의 탄성] 잠시만요
아참, 사장님
사장님이 나중에 저녁에 드신다고 포장해 가신 샐러드요
그 샐러드에도 땅콩소스가 들어갔을 겁니다
제가 포장을 해 달라...
고 했죠?
(레스토랑 직원) 네, 사장님이 그러셨는데
[살짝 웃으며] 사모님이랑 금실이 좋아 보여서 제가 기억을 하거든요
아이도 너무 귀엽고
[무거운 음악] 근데 알레르기 있으면 알려 달라고
사전에 말씀을 드렸을 텐데
죄송합니다 제가 전달을 잘 못했나 봅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코디네이터) 교수님 저 이식외과 코디 함덕주인데요
위원장님이 학회 때문에 공항에서 오셔서
10시 넘어 판정 위원회가 열릴 것 같습니다
네, 알겠어요
(코디네이터) 위원회 마치는 대로 마지막 면회 준비해 드리려고요
구득 병원엔 시간 연락드렸습니다
준비되면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통화 종료음]
뭐지?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래도 곧 끝날 겁니다
(코디네이터) 저기, 대기실에서 기다려요
가자
(원준 모) 감사합니다
앞으로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원하시면 수술 입실 전에 마지막 면회 준비해 드릴게요, 어머니
(코디네이터) 아버님이 수술실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장기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조직 검사를 하실 거예요
검사상 문제가 없으면
바로 기증을 위한 수술이 시작될 겁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전임의들이 하는데
이익준 교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주시기로 했어요
수술 상처까지 신경 쓰고 계신 거 같더라고요 [휴대전화 벨 소리]
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판정 위원회 끝났대요
준비하겠습니다
[카드 인식음]
어디세요? 바로 오신다더니
(익준) 앞이에요
예
[통화 종료음] 진짜 뭔 일 있나?
(코디네이터) 강운대병원 하트 팀이시죠?
(의사1) 네
보호자 면회 때문에 조금 늦어졌어요
죄송한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코디네이터) 도너 바이털은 문제없습니다
(의사1) 아, 예, 저희는 좀 일찍 왔어요
아주 급한 상황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 시작합니다 - (코디네이터) 네
[어두운 음악]
(의사1) 환자 스테이블한가요?
(마취과 의사) 예, 좋습니다
(코디네이터) 교수님, 다 준비됐어요
강운대병원에서 왔죠?
(의사1) 네, 교수님
[익준의 한숨]
(익준) 아, 저기,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의사1) 네
심장 적출하는 거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병원에 전화해서 가능한지 먼저 확인부터 해 보시고
거기 상황 급하면 바로 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10분 정도는
우리가 일찍 온 거라서요
오케이, 그럼 지금 11시 50분이니까
(익준) 10분만 있다가 인시전 넣어도 되죠?
(의사1) 네
- (익준) 12시에 묵념하고 시작합시다 - (코디네이터) 네
(의사2) 아, 저, 근데 그냥 지금 바로 하시면 안 돼요?
아, 우리 이틀 밤새웠는데
(익준) 오늘 어린이날이라
(의사2) 예?
[한숨]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이분 아들이 5살인데 이름은 원준이고
오늘 어린이날이라 아빠랑
[한숨]
짜장면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숨을 들이켠다] [무거운 음악]
근데 원준이, 음...
앞으로 평생 못 하게 됐어요, 그거
(익준) 우리 딱 10분만 기다려요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응?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순 없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의사2) 예, 교수님
- 고맙습니다 - (의사1) 아닙니다
[슬픈 음악]
(코디네이터) 고인께서 좋은 뜻으로 장기 기증을 하시게 됐는데
장기 상태가 좋아서
심장, 폐, 콩팥, 간을 기증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5월 6일 0시 5분에 수술 시작하였고
심정지 되어 사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준 모가 흐느낀다]
(익준) 네, 어차피 오늘 당직이라 그냥 출근했어요
네, 엄마
엄마, 아프신 데 없으시고?
아버지는요?
응, 네, 네, 네
밥도 사 주고 커피도 사 주고 다 할게
근데 알고 보니까 나 보러 온 것도 아니더라고, 계집애 [사이렌이 울린다]
네, 알았어요, 예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알림음] (재신) 비 너무 와요
[휴대전화 알림음] (석민) 캠핑 못 갈 거 같은데용
[휴대전화 조작음] (송화) 강요 안 함
아무도 안 와도 되니깐 편하게 해
[휴대전화 알림음] (석민) 이 비에 가신다고요?
(송화) 우중 캠핑이 얼마나 좋은데
아무튼 난 혼자도 상관없으니 알아서들 해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알림음] (선빈) 그래도 혼자 가면 심심할 텐데
[송화가 흥얼거린다]
♪ 오, 땅끝 마을 찾아가는 거야 ♪
♪ 이 긴 해가 지치도록 ♪
[흥얼거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준희) 어, 교수님이 더 빨리 오셨네요?
(준완) 도재학 선생 응급 수술 중이라고요?
(준희) 네, 엑스레이상 텐션 뉴모쏘락스라서 급하게 교수님한테 콜했습니다
(준완) 잘했어요, 다행히 근처에 있었어요
근데 군인이 왜 민간인 병원을 와요?
(준희) 병원 바로 앞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다른 외상은 없습니다
- (준완) 어디 있어요? - (준희) 여기요
[군인의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군인의 아파하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괜찮다니까, 안 와도 돼
어딘데?
(송화) 여기? B-104
(치홍) 104번이...
여기야!
일로 와, 일로
뭐야? 왜 왔어?
[살짝 웃는다]
왜긴요, 오늘 온다고 했는데
안 온다고 한 적 없어요
(송화) 일단 앉아라
- (송화) 커피 한잔해라 - (치홍) 네
[치홍의 힘겨운 신음]
[치홍의 힘주는 신음]
(치홍) 오늘도 신고 오셨네요?
(송화) 뭘?
(치홍) 제가 선물한 신발요
(송화) 응?
(치홍) 아, 이 신발 제가 선물한 겁니다, 교수님
[밝은 음악] [치홍이 살짝 웃는다]
[리드미컬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연애사부터 가정사
본모습까지 쫙 정확하게 얘기해 줄 수 있지
준완이는
야!
돈 다 어디 갔냐고, 새끼야
석형이, 너도 알 텐데?
엄마 보러 간다고 그랬는데
엄마, 나 오늘 월급 들어왔는데 이거 어떻게 해?
이익준, 이 새끼는
바빠, 먹고 살기 바빠 애도 보고 환자도 보고
송화는 완벽한 모범생이지
의사 때려치우면 대리운전 하려고
애가 엄청 순수해
그래, 자네는 누가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나?
안정원 씨요
[긴장되는 음악]
야, 너 석형이 보면 절대 얘기 꺼내지 마
그 새끼 또 뚜껑 날아간다
알았어
무지 까칠해요
에? 그런 놈 아니었는데
불안불안해요
그런 일을 한꺼번에 겪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흐느낀다]
멘탈이 불안정해요
왜 가만히 있었어?
[거친 숨소리]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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