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1.4
[익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익준) 수치는, 어, 다 정상이시네
아, 체중만 좀 관리하시면 좋겠어
(할아버지) 근데 그, 이상하게 간 이식 수술 하고 난 뒤에
감기가 잘 걸려
[탄성]
아, 작년 겨울 감기 때문에 고생했어
(익준) 응, 그러셨구나
독감 예방 접종은 하셨었어요?
에이그, 수술받은 뒤에는
주사기 바늘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
아, 그래도 예방 접종은 하셨어야지 저도 하는데
올해 때 되면 연락드릴 테니까 꼭 하세요
(할아버지) 근데 그, 이상하게 이식 수술을 하고 난 뒤에는
피부가 거뭇거뭇해
이, 수술받기 전엔 나보고 60세 아기 피부라고 했거든
외출하실 때 선크림 바르세요?
아이고, 남자가 무슨
나 그런 거 안 발라
(익준) 아이고, 그러니까 피부가 타지
그리고 우리 아버님 원래 피부가 좀 까무잡잡했어
(할아버지) [웃으며] 그래?
근데 말이야
그, 요즘 수술받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1시간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조금만 피곤하면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파요
(익준) 음...
우리 아버지 올해 몇 살 되셨지?
나?
팔십넷
[놀라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할아버지와 익준의 웃음]
[밝은 음악]
(익준) 아이, 이제 뭐, 몰라
[익준의 웃음]
(겨울) HCC로 입원한 박종진 환자요
생각보다 튜머 사이즈 커졌다고 했더니 교수님 뵙고 싶어 해요
(익준) 내 동생 보고 퇴근 전에 병실 가서 설명드릴게
넌 가서 좀 쉬어
(겨울)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익준) 씁, 어, 넌 다음 거 타
[익준의 헛기침] (겨울) 네?
(익준) 다음 거 타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 4층, 올라갑니다
문이 닫힙니다 [익준이 입김을 하 분다]
[겨울의 헛웃음]
(겨울) 안녕하세요
(정원) 네
[밝은 음악]
[익순이 후루룩 먹는다]
(익순) 아, 맛있어
아, 진짜 맛있어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맹수냐?
(익준) 익혀 먹어, 익혀서
인간이 불을 사용한 지가 언젠데
이거 다 익힌 거야, 이거 빼고
[익준의 한숨]
(익준) 엄마한테 전화 왔어?
(익순) 어, 뭔가 느낌이 왔는지 어제도 전화하고 오늘도 전화하셨어
오빠, 얘기 안 했지?
아, 얘기 안 했지
걱정하실 거 뻔히 아는데 전화를 왜 해, 내가?
근데 준완 오빠 실력 좋나 봐
하나도 안 아파, 대가리만 약간 울리고
(익준) 대가리가, 아이고
야, 내일모레 마흔이 대가리가 뭐야, 대가리가 또
준완 오빠 그리고 안 본 사이에 많이 늙었데?
그럼, 걔도 이제 마흔인데
(익순) 장가 안 간대?
너나 가, 너나
(익준) 준완이 새끼 오늘 왔어?
4번, 4번
오늘만 4번 왔어 아주 그냥 문턱 닳겠어, 진짜
그 오빠 아직도 내가 중삐리인 줄 아나 봐
[익순이 꺽 트림한다] (익준) 아유, 정말
[익준이 혀를 쯧 찬다] [다가오는 발걸음]
앗싸, 5번
어, 인사하세요, 교수님 여긴 제 친오빠예요
(익준)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아, 잘 부탁드립니다
어, 이익순 소령 친오빠 이익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이익순이 잘 고쳐 주셔 갖고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아유, 또 듣던 대로 예, 장가도 못 가시고 늙고 계시네요
아이고, 예, 예 뭐, 좀 그렇게 됐습니다
- (익준) 예 - 죄송합니다
(준완) 까부는 거 보니까 퇴원해도 되겠네
내가 진단서랑 입통원 확인서 떼 놨으니까
내일 천천히 퇴원해
네
(준완) 바로 부대에 복귀하는 거 아니지?
(익준) 2주 휴가 받았대 우리 집에서 좀 쉬기로 했어
(준완) 창원 안 내려가고? 엄마한테 있지
(익준) 아, 우리 엄마는 아직 몰라요
야, 오빠 티슈 좀
[익순이 휴지를 쓱쓱 뽑는다]
오빠, 근데 이 병원 친환경인가 봐
새가 있어
새, 새, 새가 들어왔어?
[익준의 한숨]
(익순) 여기
[새가 푸드덕거리는 효과음] 어, 어유, 어유, 어유...
[익살스러운 음악] [익순의 익살스러운 신음]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익준) 심드렁, 심드렁
가만있어
(익순) 착 [새가 푸드덕거리는 효과음]
쉬
뭔 짜장?
불짜장, 진짜 맛있어
(준완) 매운 거야?
(익순) 맵긴 좀 매운데 내가 먹어 본 짜장면 중에 최고
내가 웬만한 부대 앞 짜장면 다 먹어 봤잖아
근데 이 집이 현재까지 1등 진짜 맛있어
오빠 꼭 먹으러 와야 돼
아무리 맛있어도 짜장면 하나 먹으려고 거기를 어떻게 가?
어쩜 오빠는 동생 보러 인제에 한 번을 안 와?
철원에 있을 때 갔잖아
3년 전이야!
아, 오빠도 바빠, 먹고살기 바빠
애도 보고 환자도 보고
나도 바빠
내 밑에 병사만 삼백 명이야 [리드미컬한 음악]
오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불쌍하지도 않아?
인제에 콕 박혀서 맨날 불짜장만 먹는데?
왓 아 유 토킹 어바웃?
너 말똥 달고 휴가 겁나게 많더구먼
대한민국 소령이 나라는 안 지키고 어딜 그렇게 맨날 싸돌아댕기냐?
내가 뭘 또 돌아다녔다고
어차피 위수 지역 못 벗어나서 나가 봤자 인제군이야
(익순) 내린천 연어랑 송어는 내가 다 먹었어!
너 원래 회 킬러야, 너 원래 회 킬러
자기가 좋아서 먹으면서 연어, 송어 탓은 왜 하는데? 참 나
야, 그리고 그, 맛있는 그 불짜장?
야, 그 맛난 불짜장 만날 먹으면 만날 만날 좋지, 네가 뭐가 불쌍해?
[웃음]
야, 둘이 래퍼냐? 어?
(준완) 야, 너희 둘이 래퍼 해라, 래퍼 [익준이 피식 웃는다]
원래 우리 둘이 그거 잠깐 준비했었어
(익순) 저 중2, 오빠 고1 때
개그 콘테스트 래퍼로 짜서 나갔어요 물론 떨어졌지만
개그 콘테스트?
옛날 일이야
야, 그나저나 너 진짜 병원에 누구 보러 왔어?
(준완)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휴대전화 알림음] 아, 아니지, 나 보러 왔겠냐?
(익준) 자기 뭐, 친구 만나러 왔겠지
(익순) 오빠도 보고 친구도 보고 그러려 그랬지
제일 친한 친구인데 주말에도 항상 일한다 그래서
몰래 와서 놀래 주려고 그랬지
아유, 씨
- (익준) 뭐야, 남자야? - (익순) 어
(익순) 남자 친구?
아, 뭔 남자 친구, 그냥 친구야, 친구
동기 중에 제일 친한 애
어, 아닌 거 같은데?
진짜 친구라니까
오빠랑 송화 언니 같은 사이야
(치홍) 충성
[치홍의 웃음]
아, 이 소령님 얼마 만이야, 어?
야, 좀 괜찮아? 어제 못 와서 미안해
(익순) 오, 민간인님, 얼굴 좋다, 야 [치홍의 웃음]
(치홍) [놀라며] 안녕하세요
뭐야?
(익준) NS 안치홍 선생이었어?
둘이 친구야?
아, 치홍 쌤 육사 출신이라 그랬지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익준이 손가락을 탁 튀긴다]
아, 저도 생각 못 했습니다
지금 보니까 두 사람 이름 너무 비슷한데 [치홍의 웃음]
- (익순) 둘이 알아? - (익준) 어
야, 그리고 오빤 찬성이야, 찬성일세
[휴대전화 알림음] 뭘?
나 안치홍 좋아 아유, 우리 안치홍이라면 뭐, 아유
(익준) 야, 난 찬성
(익순) 아, 좀
(준완) 야, 그, 헛소리 그만하고
송화가 너 좋아하는 김밥 사 왔대 가자
(익준) 아, 나, 아니, 아니, 잠깐...
- (익준) 아니... - (치홍) 안녕히 가세요
(익준) 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아, 내 동생 잘 부탁하네
어, 애가, 어, 조금 거칠어도
상당히 웃긴다네, 어? [준완이 익준을 탁 잡는다]
알았지? [치홍의 웃음]
어? [부드러운 음악]
[익준의 웃음]
(익순) 와, 앉아, 앉아
짠
[선풍기 작동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아이스라테 사이즈 업 해서 한 잔 주시고요
너 뭐 마실래?
어, 전 토마토주스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민하) 누구? - (겨울) 아, 외과 인턴요
(민하) 아, 안녕하세요 [민하의 웃음]
(겨울) 토마토주스도 한 잔 주세요
인사해, 산부인과 전공의 2년 차 추민하 선생님
(성영) 아, 안녕하십니까
(민하) 혼자야? 혼자서 외과 도는 거예요?
한 명 더 있는데
브레스트 캔서 리버 메타 환자 콘퍼런스 있어서 거기 들어갔어요
[민하의 탄성]
(겨울) 점심 데이트 하신다더니?
(민하) 아유, 데이트는 무슨
그냥 점심 사 달라 그래 가지고 밥만 사 주고 왔어요
여기 계산요
(겨울) 8살 연하랑 사귀셔, 능력자야
(민하) 7살
잠깐 수다?
(겨울) 가야 돼요 [민하의 탄식]
(광현) 나도 커피 한 잔만 사 줘라
(민하) 어? 뭐 드실래요?
(광현) 어, 얼음 잔뜩 아이스라테
(민하) 아이스라테 하나도요
(겨울) 두 분 절친이시네요
(민하) [살짝 웃으며] 내가 요즘 좀 괴롭히고 있지
아니, 우리 양석형 교수님 어떤 분인지 내가 당최 알 수가 없어 가지고
속성 과외 좀 받으려고요
(광현) 쯧, 뭐, 내가 그 개그 동아리 5인방에 대해서는
전지적 동기 시점에서 정확하게 얘기해 줄 수 있지
연애사부터 가정사, 본모습까지 쫙
커피만 사 주면 [진동 벨이 울린다]
[민하의 탄성]
(민하) 어? 커피 나왔다, 먼저 가
[밝은 음악]
[어두운 음악]
(치홍) 안녕하세요, 예
언제 그러셨어요?
(남자1) 1시간 됐어요
샤워하다가 쓰러졌어요
(치홍) 자, 여기 한번 움직여 보실게요
예, 자, 이쪽도
[치홍이 숨을 씁 들이켠다]
한국 분 아니시죠?
네
[치홍이 숨을 씁 들이켠다]
(치홍) 음...
(치홍) 지금 그, 뇌출혈 중에 뇌실질내출혈이라는 병인데요
혈압이 계속 높으면
출혈이 더 심해져서 사망하실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 한 자리 겨우 뺐으니까 거기 계시다가
오후나 저녁에 바로 수술하셔야 돼요
여기 사인 좀
갑자기 하혈을 한다고 해서요
(여자1) 언제부터라고?
이삼일 정도...
생리 때처럼 양이 많거나 통증이 있진 않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여자1) [여자2를 툭 치며] 선생님께 다 말씀드려
얘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요
요즘 애들 다 발랑 까졌다 그러는데
얘는 순해 빠져 가지고, 으이그
(석형) 예, 그럼 초음파 한번 볼게요
초음파 해 보자
(여자2) [작은 목소리로] 아, 네
(선진) 어머니는 잠깐 밖에 계시면 검사 끝나고 다시 불러 드릴게요
아, 예
- (여자2) 엄마, 엄마... - (여자1) 어? 아, 괜찮아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여자2) 선생님, 이거 착상혈 이런 건 아니겠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 친구랑 한 2주 됐나?
아이씨, 뭐 됐네, 씨 [음 소거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저 임신한 건 아니겠죠?
아, 나 그럼 우리 엄마한테 뒈지는데
아, 그 새끼, 그거, 콘돔 끼라니까 [음 소거 효과음]
[여자2의 못마땅한 신음]
[여자2의 거친 숨소리]
(석형) 어...
아, 아직 몰라요
어, 하, 하혈한다고 다 착상혈은 아, 아니에요
[탄성]
그러면
관계는 가져도 되는 건가요?
[헛기침]
근데 인턴이면 몇 살이야?
26살입니다
[저마다 감탄한다] (교수1) 오, 투웬티식스
(교수2) 부럽다, 아유
(교수3) 안녕
[저마다 인사한다]
어, 앉아, 앉아
아유, 배고프다
우리 밥 먹으면서 하자, 응?
- (교수1) 자, 교수님 거는 여기 - (교수3) 오케이
(익준) 아이고, 아, 죄송합니다
외래가 지금 끝나 갖고
아, 죄송, 죄송 [익준의 힘주는 신음]
어, 임창민
어, 26살, 고향은 청주
여자 친구는 대학 후배
좋아하는 주종이 테슬라?
테슬라 알아?
아이, 차 말고, 새끼야
이렇게 타 먹는 거
아유, 첫 끼야, 첫 끼, 배고파, 씨 [교수4가 피식 웃는다]
(교수3) 응?
아니, 이런 걸 돈 주고 사는 거야?
이야, 이거 완전 바가지다, 바가지, 응?
[교수3의 한숨]
예?
퇴원하신대요
(치홍) 아, 퇴원하면 그 환자 죽을 수도 있어요
돈이 없다고...
그, 사회사업 팀 있잖아요
거기 문의하면 외국인이어도 지원받을 수 있어요
(희수) 안 그래도 알아봤는데
이 환자 여권도 없고 소득 증명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서
병원 쪽 지원 안 된대요
- (희수) 어떡하죠? - (치홍) 잠시만요
[통화 연결음] (광현) 내가 그 5명을 한꺼번에 정리해 줄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 들어
(광현) 한마디로 5무
5무로 정리가 되지
가야 된다면서요
5무가 뭔데요?
뭐가 한 가지씩 없구나?
(광현) 그렇지, 다들 한 가지씩이 없어
- (광현) 일단 채송화 - (겨울) 홍일점
(광현) 홍일점이자 걔들의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지
송화는 한마디로 단점이 없어
[민하의 탄성] 자기 일은 당연히 자기가 알아서 잘하고
남 일도 다 자기 일처럼 도와줘
나 나중에 시간 있으면 걔 위인전 쓰려고
(겨울) 소문 들었어요
(광현) 소문 그 이상
송화는 완벽한 모범생이지
근데 노는 것도 좋아해
회식도 좋아하고 술도 잘 마시고
가끔, 어? 또라이 짓도 하고
쯧, 애가 엄청 순수해
[민하의 탄성] (겨울) 그 나이에 그게 가능해요?
우리 나이가 어때서?
(치홍) 아, 그, 사회사업 팀에서 다시 알아본다고는 했는데
- (치홍)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고요 - (송화) 응
(치홍) 근데 지금 퇴원하면 이 환자 진짜 안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잠깐만
[통화 연결음]
(준완) 네, 채송화 교수님
너 전에 일하던 병원에 키다리 할아버지?
뭐, 이런 분 계시지 않았어?
(준완) 그거 정원이가 잘 아는데
아니다, 강운대 사회사업 팀에 현정미 씨라고 있어
그분이 유일하게 다이렉트로 연락하는 사람인데
알았어, 나한테 그분 연락처 좀
휴대폰 번호는 없어?
(송화) 알았어
[통화 종료음] 전화번호 주시면 제가 연락드려 보겠습니다
(송화) 응, 잠깐만
[휴대전화 알림음]
[통화 연결음]
(송화) 네, 뇌실질내출혈 환자고요
지금 고혈압성 뇌출혈이라
출혈이 더 심해지기 전에 수술해야 되는데
도움받을 수 있을까 하고요
어디 분이시라고?
그, 인도네시아요
(치홍) 교수님, 제가 통화해도 되는데...
(송화) 인도네시아고요
아, 시간이 없어요 제 연락처 남길 테니까 [밝은 음악]
궁금한 건 이 번호로 바로 전화 주시고요
저, 근데 키다리 할아버님한테는 바로 연락이 될까요?
저희가 급해서요
환자 상태가 지금 안 좋아요
바로 답변 부탁드립니다
네 [통화 종료음]
보통은 답을 바로 주신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
자, 그러면 병원비는 됐고
그분 지금 어디 있니?
아직 응급실에 계십니다
얼른 내비게이션 CT 찍고 수술 준비해
그럼 마취과에 전화해서 수술실 바로 잡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송화) 이거 마취과, 내가 잡을게
너 빨리 가서 수술 준비해
어, 나야
프리메디 올릴 테니까 방 하나만 빨리 빼 줘라
자, 다음 김준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완이는 서전으로 실력은 최고인데
걔는 결정적으로
싸가지가 없어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석션 작동음] (준완) 초음파 괜찮죠?
(의사1) 예, 잘 막혔습니다
(준완) 피 안 나지?
(펠로우) 네, 괜찮습니다
(준완) 도재학 에이브이 노드는 왜 조심해야 되지?
왜 조심해야 되냐고
야!
넌 내 수술이 그렇게 졸리냐?
(재학) 조, 조금
아, 아, 아닙니다
아, 재밌습니다
- (재학) 아, 죄송, 죄송합니다 - (준완) 어떻게
(준완) 어떻게 넌 이 생과 사의 순간에도 잠이 오니?
(재학) 어, 그, 저도 막
사경을 헤매고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놀라는 숨소리]
어, 죄송합니다!
(펠로우) 교수님, 출혈도 없고 잘됐습니다
마무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 (준완) 그럴래? - (펠로우) 네, 고생하셨습니다
(준완) 고생들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간호사들) 고생하셨습니다
(준완) 예전 TOF 수술 영상 있지?
(펠로우) 네
그거 쟤 줘라, 반성 많이 하게
[버튼 조작음]
(민하) 아니, 장겨울 선생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금 침 나온 거 아니에요? 네?
추민하 선생님 볼 너무 빨간 거 아니에요?
(민하) [놀라며] 나 과해?
(겨울) 네
(민하) 아, 아니, 나 그냥 서너 살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그냥 그런 건데
삽십네 살 어려 보여요
[민하가 씩씩댄다]
(겨울) 다음요
(민하) 양석형 교수님요
- (광현) 석형이 - (민하) 응
너도 알 텐데?
[석형의 웃음]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석형의 웃음]
(선진) 교수님
예, 양석형입니다
(석형) [웃으며] 예
[휴대전화 벨 소리] [석형의 놀라는 숨소리]
- (민하) 사회성이 없죠, 예 - (광현) 사회성이 없어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웃음]
[헛기침]
[엘리베이터 도착음]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의 웃음]
[코를 훌쩍인다]
[석형의 웃음]
누구 남았지?
- (민하) 이익준 교수님이랑 - (겨울) 안정원 씨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광현) 이익준 이 새끼는
들어올 때도 의대 전체 수석으로 들어왔고
나갈 때도 1등으로 나갔어
- (민하) 진짜요? - (광현) 어
익준이가 우리 동기 중에 국시 1등이잖아
개그 1등 아니고요?
[광현이 피식 웃는다] (겨울) 그렇다 그러데요
(광현) 이 새끼는 본과 때도 맨날 나이트에서 살았거든?
그래도 1등이야
대가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숨어서 공부를 하는 건지
아무튼 실습을 하든 시험을 보든 익준이가 항상 1등이야
그래서 이 새끼가 뭐가 없는지 알아?
재수
재수도 물론 없는데 [민하가 호응한다]
이 새끼는 자기가 잘나서 그런지
뭐, 콤플렉스, 열등감, 선입견 이런 게 없어
꼬인 게 없죠
(광현) 그렇지
아니, 도대체 이런 걸 돈 주고 사서 먹으라는 거야?
이야, 이거 완전 사기네
[교수3의 못마땅한 신음]
교수님
(익준) 씁, 교수님 맨날 그렇게 차려진 것만 드시면서
그렇게 말씀이 많으시더라?
그냥 드세요, 맛있기만 하구먼
응?
이제 교수님 한마디 할 때마다 만 원씩
만 원씩 내세요, 알았죠?
야, 또 무슨 만 원을 내?
(교수3) 만 원 너무 비싸 [익살스러운 음악]
이거 만 원도 안 하겠다
아유, 알았어, 알았어
[교수3의 웃음]
4만 원에 멈췄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교수3) [웃으며] 허, 참
(광현) 그럼 이제 안정원 남았지?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광현) 응, 정원이는
물욕이 없어
(민하) 아, 그럼 당연하죠, 집이 재벌인데
나 같아도 물욕 없겠다
(정원) 네, 아, 방금 송금했어요
아, 그리고 나중에 최종 수술비 나오면 그것도 제가 입금할 테니까
걱정 말고 수술받으시고 치료 잘하시라고 좀 전해 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ATM 작동음]
[통화 종료음]
(준완) 너 어디 딴살림 차렸어?
(정원) 아, 깜짝이야
월급날인데 돈이 왜 이거밖에 없어?
아, 왜 남의 통장을 훔쳐봐, 미친놈아
(준완) 돈 다 어디 갔냐고, 새끼야
(정원) 어디 가긴
아주 좋은 데 갔지
야, 그런데 요새 VIP 병실은 영 환자가 없네?
(준완) 왜, 이제 슬슬 병원 경영에 신경이 쓰이나 보지?
(정원) 경영이 아니라 돈이 좀 신경이 쓰이네
(준완) 기사 못 봤어?
(정원) 뭔 기사?
(준완) 심영수 의원 간 이식 때문에 오늘 오후에 VIP 병실 입원하잖아
곧 수술이거든
(정원) [놀라며] 그러네, 그분이 있었네
(준완) 야, 애들이 그러는데
VIP 그 비싼 병실을 4개 다 쓴다 그랬대
[정원의 놀라는 신음] 아들이랑 자기랑 병실 두 개면 되는데
뭐, 남들 이목도 있고 이런저런 얘기 새 나가는 것도 싫다고
4개 다 잡았대
(정원) 야, 진짜?
귀인이네, 귀인
야, 주스라도 좀 사 가지고 병문안 한번 가야겠다
야, 근데 그 아들 아들 이름이 뭐더라?
- (준완) 심영호 - (정원) 아, 그래, 심영호
익준이 새끼랑 나이트 엄청 다니던 놈 맞지?
(준완) 어, 익준이 새끼 나이트 절친
이야, 전에 그렇게 개차반이더니 웬일이야?
(정원) 아버지한테 간 이식을 다 해 주고
맞지? 공여자가 아들이지?
익준이 말대로는 철들었대
지난달에 적합성 검사랑 상담할 때 봤는데
애가 좀 많이 유해졌다네 [정원이 피식 웃는다]
(준완) 야, 나 시간 좀 있는데 나가서 떡볶이 먹을래?
(정원) 나 석형이 만나야 돼
개스트로스키시스 때문에 산과랑 미팅 있어
(준완) 야, 너 석형이 보면 절대 심영수 의원 얘기 꺼내지 마
그 새끼 또 뚜껑 날아간다
알았어, 당연하지
[지퍼 소리를 흉내 낸다]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엄마
[잔잔한 음악]
응, 점심은?
뭐 먹었어요?
엄마, 나 오늘 월급 들어왔는데 이거 어떻게 해?
어떡하지? 응?
[웃음]
(겨울) 근데 안정원 교수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본과 때 연애는 안 했어요?
(광현) 정원이?
어...
근데 너희들 많이 한가하다?
나 때는 말이야...
[겨울의 놀라는 신음]
[겨울의 못마땅한 신음]
(은원) 환자 질환에 대해 공부 좀 했어?
(홍도) 네
개시키로스키?
(윤복) 개스트로스키시스요
우리말로 복벽 결손증
(은원) 어떤 병이야?
(윤복) 태아의 배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 장이 몸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요
(은원) 그 환자 몇 주에 진단받은 거였더라?
(윤복) 음, 산모는 임신 20주에 이 복벽 결손증을 진단받았고
지금은 36주 차입니다
(은원) 나보다 낫네
(홍도) 그럼 아기는 죽을 확률이 높은 거예요?
(은원) 아니,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그래도 종종 있고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바로 수술해서 건강하게 잘 자라
[홍도의 탄성]
태어나자마자 바로 수술해야 해서
소아외과랑 미리 상의 좀 해 놓는 게 좋은데
교수님이 외과 교수님이랑 오늘 미팅한다고 하셨어
(홍도) 근데 우리가 들어가도 돼요?
드라마에서 보면 회의할 때 분위기 엄청 살벌하던데
[정원이 칭얼거린다]
아, 왜? 수술하면 안 돼?
제왕 절개로 하자, 응?
(석형) 그게 네 맘대로 되냐?
아, 산모가 원해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석형의 한숨]
(석형) 말씀드려
(은원) 진찰했는데 산모 골반도 괜찮고
아기 머리도 이미 좀 골반에 내려와 있어서
질식 분만도 잘될 거 같아서요
질식 분만이 자연 분만
[정원이 입소리를 쩝 낸다]
(정원) 그건 다행이네요
아기 크기는 많이 작지는 않지?
(석형) 응, 너무 작지 않고 괜찮아
씁, 사실은 어, 이런 경우에 질식 분만이
신생아 감염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또 그렇다고 제왕 절개 수술을 하는 게
꼭 감염 위험을 낮춘다고는 볼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산모가 강력하게 질식 분만을 원하셔
[정원이 숨을 씁 들이켠다]
(정원) 알았어
근데 애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혹시 그때 내가 수술 중이면 어떡하냐?
(석형) 그러게
그래서 38주까지 지켜보다가
유도 분만을 할까 해
하, 야, 이씨,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웃음]
웃지 마
(석형) 야, 산모도 당연히 자기 봐 주는 소아외과 의사한테
수술받고 싶어 하지, 응?
제왕 절개 안 하는 대신에 유도 분만은 하시겠대
유도 분만 하면 대부분 원하는 날짜에 아이 받을 수 있거든
[윤복의 탄성]
(정원) 아, 그래도 다행이다
그럼 나 외래 없는 날로 잡아 줘
(석형) 응, 그래
지금이 36주 2일이니까
어, 2주 뒤로 분만 날짜 잡을게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며] 오케이
(석형) 자, 그럼 회의는 이만할까?
(은원) 네
(석형) 야, 오늘 저녁에 뭐 해?
없어, 술이나 한잔할까?
(석형) 그래
애들은 뭐 한대? [밝은 음악]
익준이 뭐 한대?
(정원) 심 의원 오늘 입원해서 아마 거기 좀 붙어 있어야 될 거야
[밝은 음악이 늘어진다]
[겨울이 쿨럭인다]
아들이 공여자라고?
(정원) 어
쯧
쇼라고 본다
(석형) 응
[문이 달칵 여닫힌다]
[정원의 한숨]
[쿨럭인다]
(수빈) 우리 이거 먹고 하자
도시락 막 와서 따뜻하다
- (영하) 네 - (재환) 네
(수빈) 자
(영하) 오늘 거의 풀 베드야 틈날 때 빨리 먹어 둬라
(재환) 감사합니다
(영하) 6103호 조재영 환자
2016년에 TACE 했던데요?
(수빈) 응, 근데도 레전들이 남아서
RFA랑 TACE 계속했나 봐 [흥미진진한 음악]
TACE가...
(수빈)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
[전화벨이 울린다] 간동맥 화학 색전술
[수빈의 힘주는 신음]
(수빈) 네
(남자2) 6110호인데요, 갑자기 토를 해서요
빨리 좀 와 주세요, 빨리요
(수빈) 네, 6110호요? 지금 갑니다
[수빈이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 (수빈) 6110호 - (재환) 예
[여자3의 다급한 숨소리]
- (여자3) 간호사 선생님 - (수빈) 예
(여자3) 저기, 우리 애 아빠가 숨을 잘 못 쉬겠대요
저, 아까부터 숨 쉴 때 엄청 힘들어했는데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수빈) 빨리 가 [여자3의 다급한 신음]
(남자3) 간호사님, 침대 고장 났어요
아, 리모컨을 눌러도 위로 안 올라와요
아, 저녁 먹어야 되는데
우리 지금 밥도 못 먹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아, 그건 저 말고...
아, 네, 잠깐만요, 저랑 같이 가요
(수빈) 어디 가셨지?
그분이 몇 호실이었더라?
[마우스 조작음] [수빈의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익준) 아, 수빈 쌤
저기, 심 의원 아들 심영호 씨
그, VIP 병실 2호실이었나? 3호실이었나?
(수빈) 예, 2호실인데 어차피 지금 가도 못 봐요
(익준) 왜요?
좀 예민해요
우리도 지정 간호사 한 명만 봐야 되고
권순정 교수님도 아직 한 번밖에 못 보셨대요
(수빈) 물론 공여자라 할 건 많이 없지만
무지 까칠해요
예?
어, 그런 놈 아니었는데
(수빈) 아들...
아들은 간 이식 해 주기 싫은데
주변 시선 때문에 억지로 해 준다는 소문도 있고
아들 도망갈까 봐 사설 경호 팀이 안에서 감시한다는 얘기도 있고
뭘 그렇게 찾아요?
예?
아, 아까 보호자 한 분이 베드 고장 났다고 오셨는데
그분이 몇 호실인지 모르겠네
(익준) 아, 그거 내가 고쳤어요
- 언제요? - (익준) 좀 전에
(수빈) 어떻게요?
코드가 빠졌던데
[탄성]
저녁 안 먹었죠?
아이고, 얼른 식사부터 하고 오세요
(익준) 내가 여기 앉아서 웬만한 잡일들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아, 교수님이나 얼른 집에 가세요 애 기다리겠다
내일 주말이라 내일 실컷 놀아 주면 돼요
아, 아이고, 좋다, 아이고, 좋다
뭘 볼까나?
이제 진짜 홀아비시네
(익준) [피식 웃으며] 그렇죠
전에는 실질적인 홀아비 이제는 서류상으로도 홀아비
빼박 홀아비예요
애 보는 거 힘들죠?
병원 일만 해도 바쁠 텐데
힘들죠
쯧, 그래도 애가...
애가 너무 좋아요
[웃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익준이 흥얼거린다]
(우주) 아버지, 저 올려 주세요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뭐 먹을까나?
아빤 햄 앤드 치즈
아빠는 햄 앤드 치즈, 너는?
난 아보홀릭
(익준) 우, 우주는 아보홀릭 아빠는 우주 홀릭
우주는 아빠 홀릭
[익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우, 우주, 천재인 거야?
(익준) 아빠가 천재를 낳은 건가?
[익준의 탄성]
뽀뽀
[쪽 뽀뽀한다] [익준의 웃음]
(익준) 너 여기 와 본 적 있어?
(우주) 응
(익준) 누구랑?
(우주) 장모네랑, 내 여자 친구
어, 여자 친구 이름이 모네야?
(우주) 응 [익준의 탄성]
(익준) 둘이서만 왔어?
(우주) 아니
모네 엄마랑 왔어
아, 그래?
- (익준) 우주야 - (우주) 응?
(익준) 엄마 보고 싶으면 아빠한테 언제든지 얘기해
어, 우주가 말만 하면 아빠가 엄마한테 바로 데려다줄게
아니, 엄마 오라고 할게, 알았지?
엄마가 우주 안 보고 싶으면 우주도 엄마 안 보고 싶어
엄마가 왜 우주를 안 보고 싶어 해?
아니야 엄마도 우주 많이 보고 싶어 해
엄마 어제도 전화 왔었는데? 우리 우주 잘 있냐고
아빠한테 맨날 맨날 전화해
우주는 아빠만 있으면 돼
아빠가 우주에서 제일 좋아
[잔잔한 음악]
아빠, 그거 안 먹을 거야?
먹을 거야
(우주) 치
아버지
저 샌드위치 한 개만 더 사 주세요
[피식 웃는다]
[웃음]
(신부) 신부님, 손님 왔습니다
(정원 큰형) 어, 동생, 동생 온다 그랬거든
(신부) 아니에요
(정원 큰형) 어?
잘생겼던데?
[탄성] [정원 큰형과 신부의 웃음]
[성스러운 음악]
(정원 큰형) 야구하다 왔냐?
아니, 집에서 왔어
넌 주일에 만날 사람도 없어?
좀 있다 엄마 보러 가려고
(정원 큰형) 뭐, 데이트 같은 것도 안 해?
아이, 자식아, 청춘이 아깝다
아, 뭔 소리야, 내가 데이트를 왜 해?
관심 없어
(정원) 씁, 근데 형, 왜 아직 답이 안 오지?
추천서 보낸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정원 큰형) 올 거야, 조금만 기다려 봐
그리고 참
너 엄마한테 말씀드렸어?
[숨을 들이켠다]
오늘 가서 말씀드리려고
엄마 오늘 기절하신다
엄마는 이해해 주실걸?
(정원 큰형) 어?
(정원) 형들, 누나들 하느님 부름 받을 때도 응원해 주셨잖아
난 우리 엄마 믿어
다른 분들과 다르잖아, 우리 엄마
어?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이 문고리를 달칵거린다]
(정원) 엄마!
[정원이 문을 쾅쾅 두드린다] 엄마!
아, 내 말부터 들어 보라니까
엄마!
[도어 록 작동음]
[정원의 한숨]
[정원의 놀라는 신음]
[문이 쾅 닫힌다]
[정원의 한숨] [풍경이 잘그랑 울린다]
[목탁 소리가 들린다]
[석형의 다급한 신음]
(석형) 엄마
(석형 모) 됐어
(석형) 엄마, 저 밑에도 다 계단이야 빨리 업혀요
[석형 모의 힘주는 신음]
[석형의 힘주는 신음]
꽉 잡아요
(석형) 엄마, 오늘 저녁에 우리 비빔국수 해 먹을까?
(석형 모) 송화한테 전화 한번 해 봐
저녁 먹으러 오라고
엄마 송화 참 좋아
얌전하고 참하고
(석형) 아, 송화가 왜 와?
그냥 친구라니까
그리고 송화 안 얌전해
걔 엄청 뜨거운 애야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
(사람들) ♪ 주 안에서 기뻐해 ♪
♪ 주 안에서 기뻐해 ♪
♪ 우리의 힘은 주를 기뻐하는 것 ♪
♪ 기뻐 춤을 추며 ♪
♪ 크게 소리 높여 ♪
♪ 살아 계신 주의 이름 ♪
♪ 내 마음 다해 찬양해 ♪
♪ 주를 바라볼 때 새 힘 주시리 ♪
(윤복) '주 안에서 기뻐해'가 저렇게 신나는 노래였냐?
[사람들이 계속 노래한다] (홍도) 교수님이 잘 살리시는 거지
(윤복) 야, 야, 야, 이제 절정이다, 절정
(사람들) ♪ 무화과나무 마르고 ♪
♪ 포도 열매 없어도 ♪
♪ 주님 늘 함께하시니 ♪
♪ 나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리로다 ♪
♪ 주를 바라볼 때 새 힘 주시리 ♪
♪ 우리의 힘은 주를 기뻐하는 것 ♪
[사람들의 박수]
[사람들의 환호성]
(왕 이모) 우리 우주 누굴 닮아 이렇게 잘생겼을까?
(우주) 이익준
(왕 이모) 아이고
(익준) 오늘 미세 먼지 많은데 야외 수업 없죠, 선생님?
네, 어, 오후에 나가게 되면
어, 우주 배낭 앞주머니에 마스크 있으니까 그거 쓰시면 되고요
그리고 선크림 있으시면 살포시 도포 부탁드립니다
네 [통화 종료음]
- (우주) 아빠 - (익준) 잘 다녀오겠습니다, 예
[익준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익준의 힘주는 신음]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자동차 경적] (익준) 오, 깜짝이야
[차 문을 탁 닫는다] [못마땅한 숨소리]
(익준) 참 나
아이고, 참, 야, 주차왕이다, 주차왕
안 그래도 의사 때려치우면 대리운전 하려고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정원) 야, 아무나 주차 좀 해라
(민하) [놀라며] 어머
어머, 안녕하세요 완전 컴백인 거예요?
[문이 달칵 닫힌다] 어머, 오!
(은원) 오늘부터 다시 출근이세요
벌써 한 명 받으셨어요
[민하의 탄성]
(민하) 너희들, 이분이 누군지 알아?
(전공의) 네, 출산의 신이시라고
(민하) 그럼
이분이 분만실 간호사 경력만 15년, 어?
본인이 출산하시느라고 오랜만에 컴백하셨지만
이분만 계시면 우리 다 필요 없어
우리 그냥 다 집에 가도 돼, 응
똑같다, 추민하
하나도 안 변했네?
아유, 사람 바뀌면 안 되죠
근데 안 계신 사이에 교수님들은 좀 많이 바뀌었죠?
한 명 정도?
뚱하게 생기고 젊은 분?
[민하의 탄성] 그 교수님은 처음 봤어
양석형 교수님요
응, 그분만 처음 봤고 딴 분들은 뭐, 다 그대로
아, 근데 안앤세펠리 분만 있던데 누가 들어와요?
아, 저요, 제가 어시예요
(승주) 응, 잘해야 되겠네
안앤세펠리가 뭐예요?
(전공의) 아, 무뇌아
(은원) 임신 13주 차에 초음파로 무뇌아 의심됐고
원래도 인공 임신 중절은 안 되는 거지만
유난히 산모도 순리대로 낳고 싶어 했거든
오늘이 32주 차인데 새벽에 양수 터졌고
지금 진통이 조금 있어서
음, 아마 오늘 낮 정도에 나올 거 같은데
아기는 태어나도 짧으면 몇 시간
길어도 며칠 정도밖에 못 살 거야
(승주) 됐어, 그건 우리끼리만 알고 준비하면 되고
양석형 교수가 그 환자 맡는다고?
씁, 안 그래도 잠깐 보자고 하시던데?
오늘 안앤세펠리 누가 들어와?
(은원) 어, 저요, 교수님
어, 추민하, 그럼 잠깐 볼까?
(민하) 예, 저, 저요? 예, 예
입을 막으라고요?
코랑 기도는 막지 말고 소리만 안 들리게
아이 입만 살짝 막아
[당황한 신음]
(석형) 은원이는 어시니까 손이 없고
너 들어와서 아기 입만 막으라고
[어두운 음악]
태어나자마자 바로
알았지?
[헛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준희) 엑스레이도 괜찮아요
(겨울) 피버도 없고 괜히 연락드렸나 봐요
어젯밤에도 호출했는데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엄청 불안하신가 봐요
(준희) 어쩔 수 없죠, 뭐
진용이 왜 들어왔어요? 무슨 일입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진용이가 새벽부터 먹은 거 다 토하고 그래서
응급으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아, 그럼 지금 다른 문제는 없나요?
피버랑 앱도미널 디스텐션은요?
해열제 주고 열 떨어졌고 구토 한 번 하고 나니 괜찮아졌습니다
(준희) 다른 이상은 없고 저희가 설명도 다 드렸는데
진용이 어머님이 그래도 교수님은 꼭 봬야 된다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희수) 배준희 선생님, 골절 환자요 와 보셔야 할 거 같아요
(준희) 네
(정원) 볼까요?
[정원의 힘주는 신음]
어머니, 장 문제는 아니어서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진용아
이제 뭐 좀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응?
아이고, 핼쑥해졌네, 볼이 쏙 빠졌어
[재훈의 아파하는 신음] (준희) 아프지?
미안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재훈 부) 식탁에서 까불고 놀다가 떨어졌는데
그다음부터 팔을 못 움직여요
오른쪽으로 확 넘어졌거든요
팔이 부러진 것 같아요
빨리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준희) 자, 여기랑 여기랑 누르면 어때? [재훈의 거친 숨소리]
느낌이 똑같아? [재훈의 아파하는 신음]
머리는 괜찮아?
여기도 아파? [아파하는 신음]
숨 한번 크게 쉬어 볼래?
숨 쉴 때도 아파?
[재훈의 울음]
가슴 엑스레이도 찍어 봐야 될 거 같은데요? [휴대전화 벨 소리]
식탁에서 떨어질 때 팔부터 떨어졌나요?
어디에 가슴을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고요?
- (겨울) 네, 알겠습니다 - (재훈 부) 모르겠어요
아무튼 아까 식탁에서 떨어질 때 엄청 소리가 크게 났어요
오른쪽으로 확 떨어졌거든요
(준희) 진찰 소견상 팔은 골절이 의심되고요
어, 가슴 부위에도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
일단 엑스레이 찍어 봐야겠어요
어, 근데 애들은 되도록 엑스레이 안 찍는 게 좋다던데
그거 찍어야 되는 거죠?
극소량의 방사선이라 괜찮아요
아, 예, 어쩔 수 없죠
아, 선생님 뭘 하시든
얼른 우리 애 좀 안 아프게 좀 해 주세요
(준희) 네, 걱정 마세요
엑스레이 찍고 어, 진통제 좀 달아 주세요
(희수) 네
[재훈의 거친 숨소리]
교수님, 카사이 수술 준비 다 됐다고 빨리 오시래요
(정원) 아, 네
(익준) 아직 관장 안 하셨죠?
(심 의원 부인) 이따 저녁에 하기로 했어요
그거만 하면 수술 전 준비는 다 끝이죠?
아유
아, 준비가 왜 이렇게 많아?
쯧, 수술 전에 사람 잡겠네
[익준이 살짝 웃는다]
원래 수혜자가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요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심 의원) 그래, 한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나?
정해진 시간은 없고 열어 봐야 아는데
보통 한 그 정도 걸리시죠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심 의원 부인의 놀라는 숨소리]
[심 의원 부부의 한숨]
대신 아드님은 어, 마취하고 닫는 시간 빼면
수술 시간 한 4시간 정도니까 좀 낫죠
(심 의원 부인) 수술받고 나면 부작용 같은 것은 없겠죠?
지금보다 좋아지려고 간도 받고 그러는 건데
그... [살짝 웃는다]
'지금보다 좋아지려고'가 아니라
지금 간 이식 아니면 의원님은 살 방법이 없어요
아드님이 큰 결정 하신 거예요
물론
자식이고 가족이라도 다 해 주는 건 아니고요
(익준) 안 해 주더라도 그것도 이해되고 당연한 거고
(심 의원 부인) 네
기침을 좀 하셔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건 어때?
(겨울) 괜찮습니다
다 좋네요
(익준) 그럼 내일 봅시다
(심 의원 부인) 네, 교수님도 오늘 푹 쉬세요
술 드시지 마시고 집에 얼른 가세요
(익준) 네
어
아, 진짜 아기 입부터 막으라고 했다니까 [은원의 놀라는 신음]
(민하) 자기는 애 우는 소리도 듣기 싫다 이거지
하, 진짜 또라이야, 또라이 완전 사이코패스
[민하의 한숨] [승주의 의아한 숨소리]
정말 그랬어?
양석형 교수님이 그렇게 말했어?
(민하) 아니, 좀 전에 저한테 그렇게 말했다니까요
[한숨]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네
아니, 뭐가 의외예요? 그냥 딱 그렇게 생겼잖아요
어? 산모에 대한 배려도 없어 애정도 없어
(민하) 단순하고 무식하고 그냥 자기만 아는 은둔형 외톨이
그냥 딱 그렇게 생겼잖아요
[민하의 한숨]
민하 쌤, 몇 년 차지?
2년 차요
(승주) 응
잘 들어요
(간호사1) 개스트로스키시스 조미현 산모 진통 와서 응급으로 들어왔어요
교수님, 빨리 오세요
[통화 종료음]
[긴장되는 음악]
[산모들의 신음이 새어 나온다]
(여자4) 아, 너무 아파요
(은원) 출산 진행이 빠르게 이뤄지는 거 같아요
진통 간격이 너무 짧습니다
(간호사1) 은원 쌤, 교수님 오셨다
(은원) 다음 주 유도 분만 예정이었던
프리미 37주 산모에
개스트로스키시스 조미현 산모 레이버 페인으로 왔습니다
남편분이 많이 놀라셔 가지고
괜찮아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은원) 내진했을 때 3cm 정도 열렸고
방금 전 에피듀랄 했습니다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익준의 한숨]
(간호사2) 불안불안해요
멘탈이 불안정해요
면회도 다 사절이고
오늘 피 검사랑 엑스레이는 찍었죠?
네, 그럼요
그때만 잠깐 얼굴 보고 계속 방에서 안 나오시네요
전에 면담 때는 괜찮았었는데
(간호사2) 혹시 도망가는 건 아니겠죠?
[웃음]
(익준) 아닐 거예요
[익준이 살짝 웃는다] [간호사2의 한숨]
[여자4의 아파하는 신음]
(석형) 아직 3cm니까 시간 좀 있네
- (석형) 어, 소아과 콜했지? - (은원) 네
(석형) 소아외과는?
정원이 아직 콜 안 했지?
어, 시간 좀 남아서
(은원) 네, 아직 안 했어요
거기 치프 쌤이랑 좀 전에 통화했는데
안정원 교수님 아침 일찍 수술 들어가셔서 이제 끝났다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다고 식사하고 오실 거 같대요
잘했어, 나 방에 있을게
(승주) 아직 3cm라면서요
(은원) 네
(승주) 아직 멀었네
설마 벌써 소아외과에 콜한 건 아니지?
안 했어요 저도 나름 이제 2년 차인데
그 정도 센스는 있어요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은원) [놀라며] 어떡해
[통화 종료음]
왜?
올 풀요
[긴장되는 음악]
[한숨]
[카드 인식음]
(석형) 괜찮아, 천천히 준비하고 들어와
(은원) 네
하, 아, 어떡하지?
소아외과 밥 먹으러 가라 그랬는데
하, 어떡해, 뭐라 그러지?
(간호사1) 전화 안 하셔도 돼요
네?
(간호사1) 벌써 오셨어요
안정원 교수님 10분 전에 오셔서 분만실에 계세요
밥은요?
(간호사1) 지금 밥이 문제예요? 애가 나오는데
라고 안정원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간호사1의 웃음] [은원의 안도하는 숨소리]
동기가 하는 분만인데 무조건 와서 스탠바이해야 된다고
[여자4의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여자4가 숨을 고른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여자4의 아파하는 신음]
[여자4의 힘겨운 신음]
(석형) 정원아
- (석형) 가 - (정원) 어
[휴대전화 벨 소리]
(석형) 어
(민하) 교수님, 준비됐어요
(석형) 응
[통화 종료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준) 정원이는?
(준완) 어, 아침부터 계속 수술
(익준) 어, 그럼 석형이도?
(송화) 응
응급 분만 들어갔다가
오늘 안앤세펠리 분만 있다고 밥 먹을 시간 없대
(준완) 그게 뭐더라?
(익준) 무뇌증?
(송화) 응
(준완) 아이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5의 거친 숨소리]
(석형) 자, 숨 조금만 길게 내쉬세요
예, 아주 잘하고 계세요, 자
다 나왔어요, 자, 조금만 더요 [흐느낀다]
예, 예, 어머니, 잘하고 계세요
자, 힘을 모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여자5의 가쁜 숨소리] 예, 예, 한 번 더
더
더
더 [여자5의 힘겨운 신음]
엄마, 조금만 더 힘내요 자, 잘하고 계세요
[음악 소리가 커진다]
[힘겨운 신음]
됐습니다, 자, 아기 나왔어요
[여자5가 흐느낀다]
[석형의 한숨]
[여자5가 연신 흐느낀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흐느끼며] 선생님
우리 아가한테 너무 미안해요
아가
[훌쩍인다]
(석형) 산모님은 끝까지 아이를 지키신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거예요
산모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흐느낀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훌쩍인다] [한숨]
(승주) 민하 쌤, 몇 년 차지?
2년 차요
잘 들어요
(승주) 나 그 산모 계속 신경 쓰여서 좀 전에 만나고 왔거든
혹시 아기 태어나면 보고 싶으시냐고
보고 싶어 하시면 보여 드릴 수도 있다고
오래 생각하시더니
괜찮다고
보면 자기 너무 힘들 거 같다고 그러시더라고
사실 그분은 외부에서 임신 종결을 안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근데 방 나오는데
양석형 교수가 문밖에 서 있더라?
나한테 뭐 부탁할 게 있다고
이따가 아기 나오면
그리고 혹시 아기가 울게 되면
나보고 음악을 좀 크게 틀어 달래
다른 사람한테 따로 부탁한 것도 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나한테도 부탁한다고
[한숨]
[잔잔한 음악]
(석형) 예
어, 그 안쪽으로
예
(승주)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었지
그래도 뚱한 양반이 웬일인가 싶어 모른 척 물어봤지
음악을 왜 트냐고
엄마는 모든 걸 다 알고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그래도 아기가 우는 순간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 트라우마는 평생 갈 거라고
[석형 모가 살짝 웃는다]
(석형) 엄마
엄마, 진료 잘 봤어?
내가 신경 많이 쓰라 그랬는데
(석형 모) 잘 봤어, 다 괜찮대
요 다리에 힘만 좀 없어서 그렇지
- (석형 모) 저기, 엄마 화장실 좀 - (석형) 어
(승주) 자긴 힘든 일 겪은 산모한테
그런 트라우마까진 지게 하고 싶지 않대
[한숨]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준비를 한 엄마지만
그래도 산모한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허
생긴 건 세상 뚱하게 생겨서
디테일이라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야
사실 그런 것까지 배려하긴 쉽지 않거든
(민하) 아, 그럼 나한테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하면 되지
(승주) 그걸 꼭 말을 해야 알아?
척하면 알아야지
[답답한 신음]
(송화) 어유, 너 파김치도 먹어?
전엔 안 먹었잖아
(준완) 갑자기 맛있데
(익준) 나 요즘은 콩국수가 그렇게 당기더라
생전 안 먹던 건데
나이 드니까 확실히 입맛도 변해
그것도 서서히가 아니라 하루아침에 뚝 갑자기 변해
(송화) 나 하루아침에 고양이 알레르기래
생전 알레르기라고는 없었는데
난 작년 12월 25일 아침 6시에 노안이 왔어
여자 친구가 '자기야, 이거 어때?' 하고
자기 휴대폰을 내 눈앞에 갖다 대는데 하나도 안 보여
(준완) 난 그냥 좋다 그랬어 [송화의 웃음]
난 엊그제 우주랑 공원에 갔는데
꽃 사진만 6천 장
[송화와 준완의 웃음] (익준) 6천 장 찍었어, 진짜로, 웃지 말고
나 진짜 꽃을 찍고 있더라니까?
아, 애는 한쪽에서...
- 거기 콩국을 팔더라? - (준완) 어?
우주는 콩국 먹고 있고 난 갑자기 꽃에 꽂혀 가지고
- (익준) 보여 줄게 - (준완) 아유, 됐어
- (익준) 아, 봐 봐 - (준완) 아유, 됐어
아, 그래도, 쯧, 석형이만 할까
- (송화) 그럼, 걔가 최고지 - (익준) 걔가 최고지
엄마하고 말 한마디도 안 하던 새끼가 갑자기 마마보이 됐잖아
진짜 세상 무뚝뚝한 아들이었는데
자기 엄마 독하고 무섭다고 우리한테 엄마 욕 엄청 했는데
(준완) 진짜 사람 일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어
(송화) 그런 일을 한꺼번에 겪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그나마 친하던 여동생은 갑자기 실족사
아버지는 새파랗게 젊은 여자랑 바람나고
엄마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한숨]
진짜 곰탱이 석형이니까 버텼다
나 같으면...
석형이 어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신가?
오늘 외래 오신다 그랬는데 너 안 뵀어?
(송화) 오늘은 신경과 외래
많이 좋아지셨어, 혼자 외출도 하시고
석형이 그래서 분만 끝나고 시간 되면 엄마 보러 간다고 그랬는데
뵀나 모르겠네
아이, 됐어, 됐어, 됐어
(석형) 아, 저기, 죄송한데요
어, 방금 들어가신 분이 저희 어머니신데요
수술하시고 나서 거동이 좀 불편하세요
- (간호사3) 아, 네 - (석형) 정말 죄송한데
안에서 혹시 쓰러지거나 그럴까 봐 걱정이 돼서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어머니 좀 봐 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눈으로만 별일 없나 그냥 한두 번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얼른 가서 볼게요, 예
[잔잔한 음악]
(준완) 석형이 아버지는 진짜 상상 그 이상이다
(익준) 아버지는 무슨
야, 석형이도 이제 아버지라고 안 불러
두 분 아직 이혼 안 하셨지?
(준완) 어
석형이 어머니가 절대
절대 이혼은 안 하신대
(석형 모) 들어가, 빨리, 너 바쁜데
(석형) 아, 택시 오면
(석형 모) 엄마도 택시는 탈 줄 알아
(석형) 내가 부른 거야 엄마 타는 거 보고 갈게
(석형 모) 송화는? 송화 바쁘대? 전화해 봐 봐
[석형의 한숨]
(석형 모) 잠깐 내려와서 커피 한잔하자 그래
엄마, 송화랑 진짜 친구라니까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좀!
누가 뭐래?
아, 병원 온 김에 잠깐 얼굴이나 보려고 그랬지
(석형 모) 뭘 그렇게 발끈하고 그래? [못마땅한 신음]
둘이 진짜 뭐 있어?
택시 왔다, 얼른 가셔, 응
- (석형) 엄마, 가요 - (석형 모) 응
(석형 이모) 석형아, 너 빨리 와
(석형) 왜요, 이모?
(석형 이모) [흐느끼며] 지은이가 죽었어
(석형) 예?
(석형 이모) 실족사래
이게 뭔 일이니?
[차분한 음악] 너 빨리 와
가장 빠른 비행기 있지?
그거 타고 빨리 와
너희 엄마 지금 쓰러져서 앰뷸런스로 실려 가셨고 [석형이 흐느낀다]
너희 아버지는 신입 사원들이랑 어디 산 정상에 있다고
내일 늦게나 오신대
너라도 빨리 와, 어?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석형 이모가 흐느낀다]
[숨을 고른다]
[거친 숨소리]
[짐칸이 달칵 닫힌다]
(석형) 아버지
[어두운 음악]
[놀라는 숨소리]
[석형의 떨리는 숨소리]
[석형 이모의 헛웃음]
(석형 이모) 형부 사람이니?
엄마한테는? 엄마한텐 얘기했어?
(석형) 오늘 얘기하려고
(석형 이모) 확실해?
사람 새끼 아니다
사람 새끼 아니야
이모가 얘기할까?
내가 말할게
(석형 모) 비 와, 빗방울 떨어져
올라와, 올라와서 얘기해
(석형 모) 알고 있었어
엄마도 네 아빠 바람난 거 알고 있었어
(석형) [거친 숨을 내쉬며] 근데, 근데 엄마
왜 가만히 있었어?
가만 안 있었어
네 아빠한테 가서 욕도 퍼붓고 머리채도 잡고 그랬어, 엄마
(석형 모) 근데 네 아빠가 이혼하자더라
이혼만 해 주면
엄마 지금 사는 집이랑 상가랑 건물 다 준대
그러니까 제발 이혼만 해 달래
그래서 싫다 그랬어
죽어도 나랑 같이 죽고
평생 나랑 같이 살자고
[석형 모가 훌쩍인다]
엄마 이혼 안 해
[차분한 음악] 누구 좋으라고?
[헛웃음]
신입 사원들이랑 등산을 가?
엄마도 알아
걔랑 해마다 연말이면 외국 다니는 거
지은이 죽은 그날도
걔랑 있다 왔겠지
[한숨] (석형 모) 엄마도 알아
근데 엄마 이혼 안 해
네 아빠 좋으라고?
네 아빠 행복하게 그년이랑 잘 살라고 이혼을 해 줘?
그냥 이혼해, 엄마
엄마 나랑 잘 살면 되잖아
난 불행해도 돼
근데 네 아빤 행복하면 안 돼
[헛웃음]
[한숨]
지은이 발인하던 그날도
네 아빠 그년이랑
한집에서 한방에서 잤어
엄만 괜찮아
엄마 혼자 다 감당할 테니까 넌 네 일이나 잘해
(석형 모) 엄만
너만 행복하면 돼
[석형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출차 경고음]
[지퍼를 직 연다]
[한숨]
[울음소리가 들린다]
(석형 모) 엄마, 엄마 [차분한 음악]
나도 데리고 가, 엄마
엄마
나도 데리고 가, 엄마
엄마, 나도 좀 데리고 가
엄마
나도 데리고 가지, 엄마
[훌쩍인다]
[석형 모가 연신 오열한다]
엄마
엄마, 나 좀 데리고 가, 엄마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구?
(겨울) 아, 신경외과 안치홍 선생요
이분도 의전 출신
연식이 좀 돼요
- (겨울) 저랑 같이 전공의 3년 차요 - (치홍) 안녕하세요
(민하) 아, 환영해요, 봉 쌤 살롱에 오신 걸
(치홍) 아유, 감사합니다 [민하와 치홍의 웃음]
이 모임 전공의들 사이에서 소문났어요
여기 오면 교수님들 뒷얘기 잔뜩 들을 수 있다고
서로 오겠다고 난리예요
그래서 오늘은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겨울) 가장 많은 피자를 쏜 안치홍 쌤이 참석하시게 됐습니다
근데 봉광현 교수님 아직 안 오셨어요?
(광현) 왔어, 왔어
야, 너희들 이럴 시간 있으면 퇴근을 하든지 잠을 자든지 해, 쯧
(민하) 교수님, 뭐 드실래요?
음, 찬 걸 먹을까? 따뜻한 걸 먹을까?
아유, 그러면 둘 다 드시면 되죠 제가 다 사 올게요
(민하) 어, 나머지 내가 알아서 시킨다?
(광현) 어? 신입생은 누구?
아, 안녕하세요
저 NS 전공의 3년 차 안치홍입니다
신경외과 안치홍 선생님
그래, 자네는 누가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나?
채송화 교수님이...
(광현) 송화? [웃음]
어, 우리 송화의 뭐가 그렇게 궁금해?
그분의 취미 생활?
전 안정원, 안정원의 취미 생활
너희들, 걔들이 밴드 하는 건 알지?
(광현) 걔들 5명 밴드 하잖아
물론 본과 때는 개그 동아리로 등록돼서
밴드 활동은 거의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맨날 뭉쳐서 연습하고 그랬어
어, 오늘 밤에도 모인다 그랬는데
이야, 이건 나 완전 마스터했지
[기타 소리가 들린다] (익준) 아니, 브레이크 다음에
슬라이딩 더 길게 가자
(석형) 다들 빨리 끝났네?
라면 안 먹을래?
(익준) 야, 안 먹어
나 애 보러 가야 돼, 너 빨리 앉아
야, 우리 제대로 딱 한 번만 해 보고 헤어지자
(송화) 응 [익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야, 이거 완전 내 곡이네?
(익준) 내 거야
(석형) 내 거야
(민하) 밴드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리 양석형 교수님도요?
(광현) 고마워
어, 석형이가 키보드
에? 누가 뭘 쳐요?
석형이가 키보드 친대요
(광현) 익준이랑 준완이가 고등학교 그룹사운드 출신이야
창원에서 제일 잘나갔대
아이, 뭐, 익준이 말로는 그래
아무튼 익준이가 기타, 베이스 다 잘 치고
준완이는 기타
대학 와서도 교내 밴드 팀 들어갔다가
분위기 너무 심각해서 바로 나오고
자기들끼리 편하게 놀려고 밴드 시작했는데
다행히 석형이가 피아노를 좀 쳤고
정원이는 죽기 살기로 배운 것 같고 [민하의 헛웃음]
송화는 보컬인데
보, 보컬요?
응, 보컬
음치신데
그렇지
나도 알아, 아니, 우리 다 알아
(광현) 송화가 사기 친 거지
(치홍) 예?
(광현) 송화 사기 잘 쳐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무조건 얻고야 마는 스타일
오, 반전 매력
[웃음]
(준완) 노래? 네가 노래를 잘한다고?
[쉰 목소리로] 어
[헛기침하며] 지금은 목이 좀 쉬어서 그러는데
나 노래 엄청 잘해
내가 보컬 할게
니 어제까진 개않았잖아
아침에
갑자기 그래
[송화의 헛기침]
[숨을 들이켠다]
(송화) 어? 커피
(익준) 그럼 보컬은 송화가 하고
니는 피아노 잘 친다고?
- (석형) 응 - (익준) 진짜야?
좀 쳐
여기 보면 몰라?
(석형) 우리 음악가 집안이야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그럼 한번 볼까?
[익준의 힘주는 신음]
[잔잔한 피아노 연주]
[준완의 탄성]
(준완) 오? [준완의 웃음]
[미심쩍은 숨소리]
(익준) ♪ 괜찮... ♪
[송화의 탄성]
[송화의 웃음]
다른 거 없나?
[한숨]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준완의 탄성]
[정원의 헛웃음] (준완) 어?
[익준의 탄성]
[친구들의 탄성] [익준의 웃음]
[익준의 탄성] [잔잔한 피아노 연주]
[친구들의 탄성]
[친구들의 탄성과 박수] [준완이 테이블을 탁탁 두드린다]
(정원) 어, 쟤 언제 피아노를 배웠지?
잠깐만, 잠깐만
계속 쳐 봐, 더 듣고 싶은데
[잔잔한 피아노 연주]
[석형의 한숨]
[익준의 헛웃음]
(익준) 아니, 이 새끼가, 이게...
잠깐만, 너...
[퍽퍽 때리는 효과음]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다]
(송화) 와, 이거 얼마야?
(준완) 30만 원
[송화와 정원의 놀라는 신음]
(정원) 야, 이 새끼 창원 부자 맞는구나? [휴대전화가 탁 닫힌다]
(준완) 한글 지원 무려 32자에 5줄까지 가능하다
[정원의 탄성] - (송화) 와, 이거 진짜 가볍다 - (준완) 맞나?
(정원) 와, 진짜 많이 발전했다, 발전했어
야, 나중에 여기 카메라 이런 것도 있으면 좋겠다
(준완) 인마, 쯧
(송화) 아니면 요걸로 카드처럼 계산도 하고 버스도 타고
- (준완) 말이가, 방구가? - (정원) 에이, 그건 너무했지
(정원) 야, 그러면 핸드폰으로 막 TV도 보고 그러게?
(준완) 야, 마, 그럼 요래 두면 충전도 되고 그러겠네, 씨
아니, 그런 세상이 진짜 온대
(준완) 오겠지, 우리 다 죽고 나서
나 그래도 끝까지 칠 수 있는 곡 하나 있어
- (익준) '바이엘'? - (석형) '캐논'
(익준) '캐논'?
네가 '캐논'을 친다고?
(석형) 응
조지 워싱턴만큼은 아니어도 그건 끝까지 칠 수 있어
여동생한테 배웠어
조지 윈스턴
[탄성]
(익준) 너
이번이 마지막이야
[잔잔한 피아노 연주]
[친구들의 탄성]
[잔잔한 기타 연주]
(준완) 아, 새끼, 똥폼은
[저마다 악기를 연주한다] (익준) 이렇게 잡고
[잔잔한 음악] 어, 그다음에, 어, 두 번째 줄은 레
[석형의 시원한 숨소리]
[가스레인지 조작음]
[함께 입바람을 후후 분다]
아, 송화 많이 늘었다!
[준완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익준의 탄성]
[준완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저마다 연주한다]
[신나는 음악이 연주된다]
[정원의 탄성]
(겨울) TA 환자고요
복부 리지드하고 리바운드 텐더니스 있어
엑스레이 찍었습니다
바울 퍼포로 인한 빤빼 소견 보여서
수술 진행해야 할 거 같아 콜했습니다
(정원) 네
- (정원) 진통제 들어갔죠? - (겨울) 네
자, 잠깐 볼까요?
[재용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 많이 아프지?
(정원) 응?
아, 똑같이 생겼죠?
(겨울) 저도 그래서 놀라서 [재용의 아파하는 신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혹시 쌍둥이가 아닐까...
(재훈 부) 쌍둥이입니다
어제는 재훈이가 다치더니 오늘은 또 동생이...
아유, 재용아
[재용의 아파하는 신음] 아빠야, 어, 괜찮아
선생님, 우리 재용이 괜찮겠죠?
(정원) 교통사고시라고
예, 제가 깜빡 졸음운전을 해서 가로등을 받았는데
애가 뒤에 타고 있는데 무슨 정신인지
(정원) 제가 좀 확인해 볼 게 있어서요
아버님은 잠깐 밖에 계시면 좋겠는데
(재훈 부) 왜요? 보호자가 왜 나가 있어요?
(정원) 수술 들어가기 전에 제가 몇 가지 처치를 좀 해야 돼서요
(재훈 부) 아, 예
[재훈 부의 한숨]
(정원) 재용아, 잠깐 볼까?
(광현) 무슨 환자인데?
아빠 차에 탔다가 TA로 인한 빤빼예요
아니, 뭐 그런 아빠가 다 있어?
운전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아니, 아빠는 완전 멀쩡하던데?
(정원) 재용아, 잠깐 볼까요?
[재용의 아파하는 신음]
[어두운 음악]
(광현) 어, 멍이 많이 들었네
[한숨]
재용아, 잠깐 뒤로 돌아 볼까?
(정원) 옳지 [재용의 힘겨운 신음]
(광현) 아이고
[한숨]
이거 완전 개새끼 아니야?
[정원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심 의원의 힘겨운 숨소리]
(심 의원 부인) 수술 시작하려면 시간 좀 많이 남았는데
하, 벌써부터 이렇게 긴장이 되나 모르겠어요 [심전도계 비프음]
[심 의원 부인의 한숨] (익준) 다 그렇죠, 뭐
[익준의 헛웃음]
아드님은
씁, 이제 조금 있으면 수술 들어가겠는데요?
(심 의원 부인) 수술 잘되면 우리 이이
다시 골프도 치고 해외도 다니고 그럴 수 있겠죠?
(익준) 네, 뭐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잠깐 저 좀 봐요
[버튼 조작음]
[통화 연결음]
네, 여기 본관 10층 VIP 병동인데요 네 분만 좀 빨리 와 주실래요?
(익준) 네, 지금 바로요, 네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간호사2) 경호 팀은 왜요?
- 선생님 - (간호사2) 네?
심 의원 병실 갈 때마다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병실 갈 때마다 사모님이 계세요
그게 왜...
한 번도 아들 방에 간 적이 없어
(익준) 남편한테 간을 떼어 주는 건 아들인데
저 엄마는 항상 남편 방에 있다고요
아무리 모성애가 없더라도
저렇게 자식 걱정 안 하는 엄마는 세상에 없어요
[긴장되는 음악]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너 누구야?
아, 저...
누구냐고!
[남자4의 당황한 숨소리]
익준아
[구령 소리가 들린다]
[익순의 가쁜 숨소리]
오빠가 여기 웬일이에요?
[부드러운 음악]
(익순) 설마 나 보러 온 거야?
(준완) 아니, 짜장면 먹으러
(익순) 뭐라고요?
짜장면 먹으러 왔다고
고백을 한번 해 보려고
너 혹시 나 좋아해?
야, 너 이거 봤어?
여자네
어쩐지, 너무 오랫동안 안 사귄다 했다
석형아, 이혼이 죄냐?
차라리 맥주를 마셔
아유, 답답이, 진짜
야, 넌 뭐 없어?
얘기해
누구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 있어요 - 누구?
야, 맞는다, 정원이 요즘 우리 집에서 지내는데
진짜요? 저 집에 한 번만 초대해 주세요
그래, 날 한번 잡자, 야, 오늘?
[잔잔한 음악] 다른 이상하거나 그런 거 없죠? 괜찮은 거죠?
예, 다 좋습니다
하나도 안 아프게 수술할 테니까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후 회진 때만 해도 NST 괜찮았잖아
들어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 RBC 세 개 가져왔어요 - 좀 벌려 주세요
네, 좋아요, 석션 계속
피 좀 더 타 오세요
꼭 살려야 돼, 안 그러면 나도 죽어
[흐느끼며] 살려 주십시오, 선생님
[흐느낀다]
[울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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