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3
[어두운 음악] (민하) 지금 산모분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엄마가 힘을 줘도 아기가 안 내려온다고요
지금 자연 분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니까요
아기 머리가 산도에 끼어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태아에게도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조금씩 아기 심박동도 불안정해지고 있고요
아기도 힘들 수 있어요
하,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갈 겁니다
산모분도 간절하게 원하세요
아니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선생님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요 예? 조금만요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타이어 마찰음]
[안전벨트 조작음]
[익준의 하품]
(석형) 주차 좀 해라
오케이
(남자1) 우리 와이프 무조건 자연 분만 해야 돼요, 선생님
아마 지금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럴 거예요, 예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지금 산모, 아기 다 위험하다고요!
산모분 이미 지치셨고
아기가 하늘 보면서 내려와서 진행이 더디고 안 내려오고 있어요
세 시간 넘게 전혀 내려오지 못한 거면 이거는 수술을 해야 돼요!
(민하) 새벽 4시 넘었어요, 지금
4시간이 다 돼 간다고요
(여자1) 저, 며느리가 저랑 약속했거든요
자연 분만 하기로
아이, 선생님, 조금만 더 해 보고 [민하의 한숨]
그래도 안 되면 그때 수술해도 되잖아요
네, 그게 지금이에요
'조금만, 조금만' 해서 그게 지금이라고요 [문이 덜컹 열린다]
응급이에요, 응급!
(석형) 산모 아직도 수술방에 안 내리고 뭐 해!
교수님
보호자분들이 계속 자연 분만 하고 싶다고
(민하) 수술을 못 하게…
(여자1) 자연 분만 해야 애가 똑똑하다는데
저, 조금만 더 해 보면 안 될까요? [석형의 한숨]
그리고 나 때는 2박 3일 진통하고도 잘만 낳았어요
자연 분만이 목표이신가 본데
우리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산모분이 건강하게 출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차분한 음악] (석형) 지금도 많이 늦었어요
최예림 산모 수술 필요하고 산모분도 동의하셨고
지금 수술 들어갑니다
- (석형) 뭐 해? - (민하) 네
[웅장한 음악]
[여자1의 한숨] [순번 알림음]
- (간호사) 김형진 님 - (남자2) 네
(간호사) 접수증이요
4번 방 앞에서 기다리실게요
(남자2) 쯧, 오늘도 외래가 많네요
(여자2) [웃으며] 이 정도는 많은 것도 아니죠
[함께 웃는다]
- (간호사) 김형진 님, 들어가실게요 - (남자2) 아, 예
(간호사) 환자분 생년월일 한 번 더 확인할게요
(남자2) 74년 1월 25일요
(겨울) 음, 다음 김형진 씨요 [마우스 클릭음]
(익준) 정답
예산 사시고 한 달 전에 외래 오셔서 AST 150인 분
검사 결과가 나왔나?
(겨울) 그런 것까지 기억하세요?
기 장원
'장학퀴즈' 몰라?
들어는 봤어요
근데 전 '골든벨' 세대라서요
[헛웃음]
나도 '골든벨' 세대예요 '스타 골든벨'
아, 안녕하세요, 한 달 만이죠, 우리?
(남자2) 아유, 안녕하세요, 교수님
- (익준) 예 - (남자2) 네
[익준과 남자2의 힘주는 신음]
(익준) 불편하신 거 없죠?
(남자2) 예, 한 개도 없어요
아유, 수술이 너무 잘된 거 같아요
[웃음]
근데 교수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요?
아, 어제 당직이라 밤을 새웠어요, 예
아침에 피 검사 한 결과가
아직 안 올라온 것 같네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검사 결과 지금 바로 올린대요
(익준) 예, 감사합니다
김형진 님은 살이 좀 붙으셨네
[문이 스르륵 닫힌다]
(간호사) 조선호 님
일주일 치 약 추가 처방 해 드렸어요
이 번호로 전화하셔서 진료 잡으시면 돼요
(남자3) 네, 고맙습니다
[시끌시끌하다]
[통화 연결음]
(이현) 교수님, 오늘 외래 오는 환자들 랩이 아직 다 안 떠서요
10분만 늦게 시작하겠습니다
가운은 진료실에 갖다 뒀어요
(준완) 어, 그래요? 어, 다행이다
저도 지금 수술 끝나서 늦진 않을 거 같아요
진료실로 바로 갈게요
[통화 종료음]
[밝은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버튼 조작음] 문이 닫힙니다
[버튼 조작음] 문이 열립니다
[이현의 놀란 숨소리] [여자3의 다급한 신음]
(여자3) 감사합니다
(이현) 안녕
맛있어요?
집에 세 개 더 있어요
딸기 맛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오렌지 맛
(아이) 어…
누룽지 맛
(이현) 우아 [발랄한 음악]
[이현의 웃음]
[의아한 신음]
딸기 맛
오렌지 맛
(아이) 어…
음, 자두 맛?
[고민하는 신음]
사과 맛?
아니, 그거 아니야, 으응
(정원) [웃으며] 알았어, 알았어
하율이 지금 선생님한테 화내는 거야?
[정원의 웃음]
어…
[마우스 조작음]
오늘은 조금 떨어졌네요
황달 많이 좋아졌어요
눈 색깔도 좀 빠졌고요
올라서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꺾였어요
2주 동안 별일 없으셨죠?
네, 근데 애가 지난주에 열이 좀 올라서요
(아이) 하지 마, 그런 말 하지 마
(여자3) [웃으며] 어, 알았어, 안 할게
지금은요?
지금은 괜찮아요
근데 갑자기 열이 오르면 무서워서요
(아이) 하지 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여자3) 어, 알았어, 안 할게 [피식 웃는다]
잠깐만
(정원) 하율아, 잠깐만
우리 하율이 보자
[정원이 삭삭 그린다]
[놀라며] 머리핀도 했네?
머리도 이렇게 있고
하율아, 이거 하율이야
하율이 이거 가지고 놀아요
(아이) 네 [정원의 웃음]
(정원) 어, 지난달에 했던 비타민 검사는 수치가 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아예 바꿔 보시죠
비타민 주사는 다 끊고 먹는 약으로 바꿔 봐요
어, 비타민 K는요?
어, 그것도 뺄게요
완전히 간소화하는 걸로 할게요
(여자3) 아, 그래도 괜찮겠죠?
(정원) 네, 괜찮습니다
(아이) 이거 선생님
(정원) 어?
[놀라며] 우아
[정원의 웃음]
[발랄한 음악]
와, 엄청 잘 그렸네
(아이) 응 [정원의 웃음]
다음에 오면 선생님 또 그려 주세요
(아이) 응, 네
[정원의 웃음] [밝은 음악]
(여자3) 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 감사합니다
[정원의 웃음] (정원) 응?
[아이가 속삭인다]
[정원의 놀란 숨소리] [정원의 웃음]
(여자3) 뭐래요?
누룽지 맛, 생각났대요
[정원의 웃음]
하율이, 안녕
안녕
(아이) 안녕
(함께) 안녕하세요
네, 앉으세요
[명태의 한숨]
[입소리를 쩝쩝 낸다]
[숨을 씁 들이켠다]
수치들 다 괜찮고
정상이네
[함께 안도한다]
아유, 다행입니다, 선생님
어젯밤, 그, 한숨도 못 잤습니다
(여자4) 엑스레이 찍은 것도 괜찮나요?
예
(남자4) 저기, 그 피 검사랑 심전도는요?
음, 방금 정상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여자4의 옅은 탄성]
(남자4) 네
(여자4) 선생님
남편이 요새 자꾸 밤에 다리가 저리다고…
그런 거는 심장하고 상관이 없고요
궁금하신 거 없으시죠?
(여자4) 예
또 뵐게요, 그럼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누구라고?
(남자5) 감사합니다
(준완) 예, 조심해서 가세요
운동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여자5) 저, 안녕하세요
(준완) 예, 이쪽으로 앉으세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마우스 클릭음]
수술한 지 두 달 넘으셨죠?
네, 벌써 두 달이나 됐어요
머리 자르셨네요?
[웃으며] 예, 잘랐어요, 교수님
전에 너무 미친년 같아서
[피식 웃는다]
[마우스 클릭음]
저, 교수님
뭐가 좀 안 좋아졌을까요?
어, 아니요, 아니요, 다 괜찮습니다
어, 김수희 님 수술 전 엑스레이 자료부터
제가 쭉 리뷰를 했는데요
오늘 엑스레이도 좋고 피 검사 결과도 좋고
심전도도 정상입니다
[함께 안도한다]
(준완) 여기 보시면
어, 왼쪽이 수술 전 어, 오른쪽이 이번에 찍으신 건데
까만 게 폐, 하얀 게 심장인데요
어, 수술 전에는 우심방, 우심실이 늘어나면서 이렇게 보이거든요
어, 근데 지금은 전문가가 아닌 눈으로 보시기에도
확실히 심장 사이즈가 줄었죠?
네, 제가 봐도 좋아졌네요 [남자6의 안도하는 숨소리]
네, 다 좋네요
어, 다른 별일은 없으셨어요?
지난달 저 보시고 나서
네
아, 저, 다른 건 괜찮은데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일어서면 핑 하고 어지러워요
아, 종종 그러세요?
아니요, 그렇진 않고 가끔씩?
그, 수술하고 나서 이런 경우가 있기도 한가요?
예, 종종 있어요
수술하시고 나면 그러신 분들이 계시는데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세요
(준완) 어,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누워 있을 땐 심장이랑 뇌가 같은 레벨이거든요
같은 높이에 위치하는데
딱 일어나는 순간 뇌가 심장보다 몇십 센티 이상 높아지잖아요
높아지는 순간 혈관은 수축을 해야 돼요
왜, 우리가 화단의 멀리 있는 곳에 물 줄 때
호스 끝을 조이면 멀리 가잖아요
같은 원리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뇌까지 피를 보내 줘야 되는데
수축이 잘 안돼서
피가 바로 가지 않아서 어지럽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아, 이해가 쏙쏙 되네요
수술하고 쓰는 이뇨제나 혈압 강하제 같은 약 때문에 [잔잔한 음악]
일시적으로 조화가 안 이루어질 수 있어요
이럴 땐 굳이
'나 오늘 좋아졌나? 나빠졌나?' 실험해 보지 마시고
일어서실 때 항상 천천히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아요
- (여자5) 네 - 성격이 엄청 급해요, 교수님
일어날 때도 팩 일어나고
[웃으며] 급해요, 급해
조심할게요, 교수님
- (준완) 더 궁금하신 건? - (여자5) 없습니다
- (준완) 예, 그럼 - (여자5) 네
[의료 기기 작동음] [아파하는 신음]
[헉헉거린다]
(소예) 천명태 교수님 내려오신답니다
(남자7) 네
(소예) 근데 보좌관님
기흉으로 인한 흉관 삽관은
흉부외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데
하루에 몇 번씩도 하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흉부외과 전공의 선생님도 호출할까요?
교수님 기다리겠습니다
네
오신다고?
(광현) 천명태 교수님 오신대?
네
외래 하던 거 미루고 바로 오신대요
(소예) 당연히 안 될 줄 알고 욕 들을 각오 하고 전화드린 건데
본인이 오셔서 하시겠대요
못 살아, 아유
폐 쪽 안 하신 지는 20년도 넘지 않으셨어요?
(광현) 그 정도는 CS에선 다 기본으로 해요
그러네
기본으로 하는 거니까
수술방이 아닌 응급실에서 넣는 건 20년이 넘었을 수도 있겠다
[광현의 헛웃음] [소예의 탄성]
근데 저분이 누구신데요?
(소예) 국회의원이요
교수님 사시는 곳 지역구 국회의원
[희수의 옅은 탄성]
골프 멤버래요
(명태) 어디 계셔?
(광현) 예, 이쪽입니다
[어두운 음악] [남자8의 아파하는 신음]
[명태의 힘겨운 숨소리]
[명태의 힘겨운 신음]
[명태의 못마땅한 신음]
(명태) 어유, 이게 왜 잘 안되지?
[아파하는 신음]
어유, 씨
왜 이렇게 안 뚫리냐?
[남자8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씨, 이거 왜 이래?
왜 이래, 이거, 어?
이딴 걸 줘 가지고
모스키토로 줘 봐, 빨리!
[못마땅한 신음]
아, 왜, 왜 안, 안 되냐, 이거?
어유, 왜 이러지? 어유, 씨 [남자8의 힘겨운 신음]
이게…
조금만 참으세요
[남자8의 아파하는 신음] [명태의 힘주는 신음]
[남자8의 비명] [명태의 당황한 신음]
아유, 이게…
아유, 이게 왜 이러지?
아유, 뚫려라, 좀 [남자8의 비명]
[명태의 힘주는 신음] [남자8의 아파하는 신음]
(익준) 간 수치는 정상이고
황달 수치도 정상으로 됐고
원래 암이 있었으니까 재발하는지 검사를 하고 있는데
[숨을 들이켠다]
음 [마우스 클릭음]
음, 혈관도 괜찮고
자
여기 보시면
[익준의 힘주는 신음]
어, 이게 정맥인데
어… [마우스 클릭음]
간으로 들어가는 간문맥도 잘 가고 있고
이게 간으로 들어가는 동맥 가느다란 거
이것도 잘 가고 있어서
[숨을 들이켠다]
혈관 쪽은 괜찮습니다
[부자의 웃음]
(남자9) 예, 교수님
저도 병원에 오래 다니다 보니까
이제 사진만 봐도 좋은지 나쁜지 알겠네요
[남자9의 웃음]
아버지 이식 수술 하신 지 2년이나 됐는데
그래도 아직도 매번 외래 올 때마다 전날 밤 잠을 못 주무시고 와요
혹시 재발되면 어떡하나 해서
저도 엄마도 한숨도 못 자고 와요
[숨을 들이켠다]
아버님은 원래 암이 심하지 않으셨고 수술한 지 2년이 지났으니까
[익준이 입술을 빡 튕긴다]
완치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예?
[벅찬 숨소리]
아니, 서, 서, 서, 선생님…
진짜예요, 교수님?
아, 저희는 암이어서 5년은 지나야 완치라고 알고 있는데
[부자의 벅찬 숨소리] (남자10) 어떻게…
[익준이 살짝 웃는다]
음,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간 이식을 하고
어, 통계적으로 2년 안에 재발을 안 하면
재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아버님처럼 암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요
[부자의 벅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 감사합니다, 교수님
[흐느낀다]
(남자9) 우리 아들한테도 고맙고
우리 선생님한테도 너무너무 고맙고
제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게 기적입니다, 교수님
아이고, 잘 회복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남자9의 웃음]
(익준) 거의 완치라고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건강 관리 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야 돼요
물론 지금까지 해 오던 거처럼 외래도 잘 나오시고
때맞춰 검사도 잘 받으시고
[웃으며] 예
그럼 전 3개월 후에 뵙죠
[함께 웃는다]
(남자9) 예, 감사합니다
- (남자10) 안녕히 계세요 - (익준) 네
[부자의 웃음]
[해성의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해성) 오늘 기록이네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어제 당직이셨는데 하필 오늘 외래가 저녁까지 꽉꽉이네요 [익준의 하품]
옆방에 빵 있는데 드려요?
아, 아니요 [힘겨운 신음]
난 밥이요, 밥
나 밥 먹을 거예요, 아휴
교수님, 한 분 더 남으셨는데
으응, 거짓말
네, 거짓말이요
배고프다, 밥 먹자
[밝은 음악] 그래
어유, 피곤해
[의료 기기 작동음]
[민찬 모의 놀란 신음]
(은지 모) [멋쩍게 웃으며] 민찬이랑 은지는 여기서 안 보여요
[함께 웃는다]
민찬 엄마, 나 반찬 좀 싸 왔는데 식당 내려가서 같이 먹어요, 응?
네
- (은지 모) 가요 - (민찬 모) 네
- (민찬 모) 식당이 있어요? - (은지 모) 응
[정원이 흥얼거린다]
저녁은? 식당 오늘 곰탕이던데
(정원) 맛있게 먹어, 난 데이트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곰, 식당에 곰탕
나 곰, 엄마랑 저녁
밀지 마, 밀지 마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완) 아니, 이 새끼들이, 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통화 종료음] (준완) 아, 이익준 외래 끝났을 텐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재학의 반가운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학) 아, 교수님!
[재학의 웃음]
저 오늘부로 완전 끝, 2차까지 다 끝
저녁 먹으러 가요
면접 잘 봤어?
그럼요
제가 세계 제일 호감 상 아닙니까
병원 밥 그리워서 바로 나왔죠
(재학) 가시죠
오늘 식당 메뉴가 곰탕이라는 첩보가… [휴대전화 벨 소리]
첩보는 무슨
- 어 - (익준) 곰탕, 내려와
[통화 종료음] 가자
공부한다고 고생했는데 저녁은 내가 사 줄게
(재학) 아, 그, 그럼 나가야죠, 예?
고, 고생했다고 사 주시는 거면 적어도 나가서 외식은 해야죠!
(준완) 나 30분 있다 강의 있어 잘 가, 안녕
(재학) 알죠!
제가 교수님 스케줄 제일 잘 알죠
오늘 수업 있으신 거 제가 어떻게 몰라요
농담입니다
(준완) 많이 컸네, 우리 재학이 농담도 다 하고
(재학) 바, 방금 '우리'라고 하셨어요?
[준완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재학이'?
[준완의 한숨]
'우리', '우리'라고 하셨죠?
(준완) 아유, 시끄러워
(은지 모) 병원 식당 밥이 난 이제 많이 물려서요
그냥 집에서 반찬 두어 개 싸 와서 이렇게 먹는 게 훨씬 좋아요
[웃으며] 돈도 아끼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될지 모르는데 매끼를 어떻게 다 사 먹어요
감사합니다
(민찬 모) 아, 전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어요
(은지 모) 당연히 모르죠, 응?
민찬이 이제 바드 단 지 일주일 됐는데, 뭐
아직까진 정신없고 그렇지, 뭐
아, 내일은 제가 반찬 싸 올게요
정신없이 애 입원시키느라 냉장고에 반찬이 그대로 있어요
그거 들고 오면 되겠다
내일은 주말
주말 하루라도 집에 가서 눈 좀 붙이고 와요
(은지 모) 하루라도 푹 자야 체력을 충전하죠
그리고 어차피 하루에 두 번밖에 면회 안 되니까
괜히 하루 종일 병원에 있지 마시고 집에서 왔다 갔다 해요, 응?
그렇게 해도 돼
[피식 웃으며] 말했잖아요
우린 마라톤 선수라고
네, 감사합니다
아, 민찬이 밥이나 우유에 칼로리 보조제도 타서 먹여요
민찬이 보니까 우리 은지보다 개월 수는 많은데
아이가 좀 작은 편이야
아, 얼른 키워야, 애가 커야 받을 수 있는 심장도 많아져요
네
[살짝 웃는다]
애가 어릴 때부터 또래들보다 작아서 걱정했는데
제가 애를 잘 못 키웠나 봐요
[민찬 모의 웃음] (은지 모) 아유 별말을 다 한다, 진짜, 쯧
자, 힘내요
[은지 모가 살짝 웃는다]
- (민찬 모) 네 - 민찬이는 A형이잖아요
A형은 A형한테도 받을 수 있고 O형한테도 받을 수 있어서
이식받을 확률이 높아요
좋은 것만 생각해요, 좋은 것만
[잔잔한 음악] 네
밥 다 식었겠네, 얼른 드세요
[은지 모의 웃음]
(민찬 모) 고맙습니다
은지가 받아야 민찬이도 받을 텐데
은지 얼른 심장 떴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웃음]
전 믿어요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은지 모) 얼른 먹어요
[민찬 모가 살짝 웃는다]
(송화) 너 다음 주에 수술 많지?
어, 다음 주, 다다음 주 다 몰려 있어
과장님이 부탁하신 수술도 있고
(송화) 과장님?
권순정 교수님이 수술 부탁했어?
응, 동생분
아이고
(익준) 동생이라서 본인은 도저히 못 하시겠다고
나한테 부탁하시길래 다음 주에 내가 하기로 했어
외래 시작 전에 하려고
[탄성]
(송화) 아…
말하라
키다리 아저씨 건인데
내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얘기했지?
응, 말했어
목포에 있는 병원에서 문의한 거야
지암병원이라고
일 년에 서너 건 정도지만
꾸준히 단독 이식 수술도 하는 꽤 큰 병원인데…
목포?
야, 우리 율제랑 강운대만 하는 거 아니었어?
내가 좀 넓혔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받으면 좋잖아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 병원 종합 병원에 익명으로 메일 보냈어
키다리 아저씨라는 게 있으니
언제든지 문의해 달라고
[한숨]
(익준) 너 앞으로 내 앞에서 힘들다는 소리 하지 마
(송화) 나 하나도 안 힘들어
그래서 목포 병원에서 뭘 문의했는데?
처음에는 금전적인 지원을 부탁했지
(송화) 선원분이신데 간암으로 오래 고생했고 [잔잔한 음악]
사보험 든 게 하나도 없어서 모아 둔 돈은 치료비로 다 들어가고
지금은 보조금 받으시면서 겨우 생활하시는데
아들이 한 명 있어
근데 아들은 아버지가 아픈 걸 몰라
부부가 비밀로 했대
그러다 하루 아들이 느낌이 싸해서 말도 안 하고 목포로 내려갔는데
아버지가 간성 혼수가 와서 응급실에 계셨고
배가 많이 불러 있었나 봐
아들이 그런 아버지 모습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자긴 자식도 아니라고 제발 우리 아버지 살려 달라고
아들이 이식해 줄 순 없고?
아들이 바로 기증하겠다고 했대
엄마는 뇌혈관이 안 좋아서 신경외과 치료 받는 중이라 불가능하고
아버지가 정신 들자마자
자식 몸에 칼 대게 하는 아비가 어디 있냐고
쯧, 강하게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랑 아들이 겨우 설득해서 기증받으시기로 했어
하, 야, 근데 너 꽤 자세하게 물어본다
당연하지, 돈을 허투루 쓸 순 없잖아
그렇지
우리가 지원하면 되지 않나?
(송화) 어, 지원한다고 했어
근데 3일 뒤에 메일이 왔어
거기 대학 병원하고 연계해서 수술하기로 했는데
적합 검사 하는 과정에서 기증이 어려울 거 같다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전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거야
거기도 잘하는데? 내 은사님도 거기 계시고
뭐가 문제지?
아버지는 90kg의 거구 아들은 60kg도 안 돼
사이즈가 문제구나 [어두운 음악]
(송화) 어, 사이즈 차이가 커서 자기들은 힘들고
서울에서 수술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고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 해도 금전적인 지원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더라고
상관없지
상관없다고 했지
근데 오늘 아침에 또 메일이 왔어
강운대병원, 서중병원에서 피드백이 왔는데
그 병원들도 힘들 거 같다고 했대
(송화) 그리고 재안병원에선 안전하게 두 명이 기증하면
그럼 자기들이 한번 해 보겠다고
근데 그건 불가능해서
어, 지금 이식이 가능한 사람은 아들 한 명밖에 없고
아버지가 두 명한테 기증받는 건 결사반대
병원마다 각자의 기준이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걔가 율제병원에 문의해 보겠다길래
율제는 내가 다이렉트로 물어보겠다고 했어
사업상 친한 사람 있다고
그 환자 상태 안 좋아서 시간 없는 거 같은데
왔다 갔다 괜히 시간 낭비할 필요 없잖아
내가 물어보고 알려 준다고 했어
잘했어
네가 한 번만 봐 줘
네가 판단해도 불가능한 수술이면
그 수술은 불가능한 거니까 그땐 나도 깔끔하게 포기할게
봐 줄 수 있지?
그래, 내가 한번 볼게
(익준) 그 환자분 CT랑 검사한 자료들 받아 볼 수 있는지 한번 물어봐 줘
최대한 빨리 받으면 좋고
알았어, 가능한지 바로 물어볼게
- 얼른 먹어, 다 식었겠다, 야 - (송화) 어
(익준) 아는 사람이지?
누구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떻게 알았어?
좀 전에 '걔'라고 했잖아
누군데?
형도, 백형도
우리 동기 백형도? [흥미로운 음악]
나랑 같은 조였던 백형도?
목소리 지하를 뚫고 내려가던
그 매력적인 저음 보이스의 소유자 백형도?
(송화) 어, 어, 그 백형도
네 라이벌
(익준) 라이벌은 무슨, 웬 라이벌?
걔는 6년을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너 엄청 싫어했을걸?
나를?
아니, 나를 어떻게 싫어해?
이래서 싫어했겠네
쯧, 아무튼 알고 보니 형도가 그 목포 병원 원장이더라고
야, 씨, 백형도 대단한데?
씁, 거기서 이식 수술 쉽지 않은데
쉽지 않대, 쯧
내가 모른 척하고 이것저것 막 물어봤거든
(송화) 손도 부족하고 진료과도 아직 적고 힘들대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있대
자기 병원이 얼른 자리를 잡아야
여기 분들이 힘들게 서울까지 안 올라가도 된다고
리스펙트네, 리스펙트, 하
환자 혹시 내가 맡게 되면 그 새끼한테 전화 한번 해 봐야겠다
나 생각보다 걔랑 친했어 너희들은 싫어했지만
(준완) 누구? 네가 안 친한 사람도 있냐?
- (재학) 안녕하세요 - (익준) 안녕
(익준) 야, 너 형도 알지?
백형도? 알지, 네 라이벌 아니야
(재학) 라이벌요?
백형도라고 우리 동기인데
익준이 이기고 1등 한번 해 보겠다고
시험 기간에 이 새끼한테 클럽 입장권 준 애 있어
자기 돈 주고 입장권 사서 익준이한테 줬거든
실컷 놀고 꼴등 하라고
야, 그거 형도가 사서 준 거야?
큰아버지가 하는 클럽이라고 공짜로 받았다 그랬는데?
형도 큰아버지
스님이셔
[목탁 소리 효과음] (준완) 목포에서 제일 큰 절의 주지 스님
지금도 고명하셔
[송화의 웃음]
그래서 꼴등 하셨어요?
(준완) 아니
이 새끼 클럽 가서 스트레스 너무 잘 풀고 와서
컨디션 좋아서 계속 1등 했어
(익준) 어, 야, 그때, 너희 알지?
내가 박진영한테 완전히 미쳤었거든
그때 나간 골반이 아직도 안 들어왔어
지금 네 엉덩이 위에 허리 아래 있는 건
골반이 아니고 뭐냐?
[익살스러운 음악] - (익준) 골반 맞아 - 나갔다며
(익준) 슝! 방금 들어왔어
아, 못 봤어? 지금 방금 쏙 해 갖고 툭, 착 들어왔지
[송화의 웃음]
아, 유치해, 진짜
(재학) [웃으며] 난…
난 너무, 너무 웃기는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역시
오, 역시 도재학 선생 개그에 조예가 아주 깊어
[익준의 탄성]
검사 결과 오면 바로 보내 줘
알았어
[경쾌한 음악]
"율제병원"
[바람이 휭 분다] [겨울의 추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겨울의 한숨]
[안전벨트 조작음]
[발랄한 음악]
(정원) 가자
추워, 얼른 타
머리, 머리
[부드러운 음악] [정원의 힘주는 신음]
[안전벨트 조작음] [정원의 힘주는 신음]
교수님, 사람들 보면 어떡하려고요?
[살짝 웃는다]
[안전벨트 조작음] 미안, 나 완전 까먹었어
누구 있었어? 아무도 없었어
가자
[흥미로운 음악]
(성영) 방금 장겨울 선생님이랑 안정원 교수님 맞지?
(윤복) 네
(재신) 확실해요
(석민) 방금 안정원 교수님이
장겨울 선생 차 문 열어 준 거야?
네, 그것도 엄청 자연스럽게
[석민의 탄성]
[헛웃음]
씁, 역시 안정원 교수님 젠틀하시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영) 맞아요
(윤복) 몸에 매너가 완전 뱄어요 [발랄한 음악]
(재신) 문 열어 주는 거 완전 자연스러워
[재신의 감격한 신음]
(선빈) 어쩜 저렇게 젠틀하시지?
나도 GS 갈걸
장겨울 선생님 부럽다
채송화 교수님이 그냥 주신 거예요? 공짜로?
(정원) 응, 송화 차 바꾸면서 쓰던 차 준 거야
[겨울의 옅은 탄성]
- (정원) 손 시려? - [살짝 웃으며] 조금요
[부드러운 음악]
[겨울이 살짝 웃는다]
[늘어지는 효과음] 넌 아무도 없니?
뭐가요?
여자 친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없어
연애 안 해?
안 해
[석형의 웃음]
내가 알아서 할게
(석형) 신경 거두시고 얼른 식사나 하세요
엄마 때문에 그래?
내가 또 막 싸울까 봐?
아니야
나 지금이 너무 좋아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하고 행복해
엄마도 그렇잖아
아버지 없으니까 세상 편하고 좋잖아요
[구시렁거린다]
(석형) 진짜야
나 혼자가 너무 좋아
혼자도 좋지
마음 편하고 신경 쓸 사람도 없고
(석형 모) 근데 그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신서유기'도 둘이서 보면 훨씬 재밌어
[웃음]
그래서 말인데
엄마 친구 딸인데…
(석형) 여기요
계산 좀…
[석형이 피식 웃는다]
안 돼요, 교수님 그럼 우리 바로 들켜요
(정원) 안 들켜
아, 병원 밖에서도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어떡해
[정원의 한숨]
밖에서도 교수님인 거 싫은데
그러다 우리 바로 들통나요
특히 교수님
교수님 지금 완전 시한폭탄이에요
내가?
어제 의국에서 어떤 짓을 하셨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의아한 숨소리] [흥미로운 효과음]
(지훈) 어, 왔어?
다 온 거 같은데?
(순정) 아니, 퇴직 심포지엄 준비를 꼭 이렇게 다들 모여서 해야 돼?
(배진) 안정원 교수 아직 안 왔어
[지훈의 옅은 탄성]
[헛기침]
(정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익준의 한숨] 오늘 안건이 뭐라 그랬지?
어, 김진모 교수님 퇴직 기념 심포지엄
축하 영상 제작 및 공로패 문구 정리
[정원의 탄성]
(지훈) 어, 일단 외부 축하 영상 받기로 한 건 다 왔는데요
이번 주말에 영상 제작 완료한다고 하니까
김진모 교수님이랑 찍은 사진이나 영상…
[익살스러운 음악]
[의사들의 탄성] [순정의 웃음]
(배진) 역시 안정원
(지훈) 이야, 매너남
- (배진) 이런 걸 배워야 돼 - (익준) 그럼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훈) 야, 네가 챙겨야지, 어?
장겨울 오늘 수술 두 탕이나 뛰었는데, 어?
(교수1) 아, 안 교수, 참 잘해 [의사들의 웃음]
- (교수1) 전공의 잘 챙겨, 보면 - (배진) 예
(세혁) 안 교수님 진짜 자상하신 거 인정, 인정
(지훈) 완전 인정 [저마다 감탄한다]
[익준의 웃음]
(익준) 아, 누가 보면은 장겨울 선생 남자 친구가
안정원 교수인 줄 알겠네
[익준의 웃음]
[징 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익준의 어색한 웃음]
[정원을 툭툭 치며] 그런 줄 알겠다고
(지훈) 에이! [의사들의 웃음]
(세혁) 깜짝이야
(지훈) 야, 말도 안 돼 누가 그렇게 생각하냐! [익살스러운 음악]
(배진) 소설 쓴다, 소설을 써
(순정) 하여튼 이익준 교수 참 엉뚱해, 으이그
(세혁) 아, 교수님 때문에 두 사람 어색해지면 어떡해요
(교수2) 아, 진짜
(익준) 그렇지? 아, 미안해
미안해, 안정원 교수 [익준과 정원의 어색한 웃음]
(정원) 아이, 괜찮아, 괜찮아
근데 강연자로 오실 외부 교수님들 강의 주제는 정해졌어?
(지훈) 어, 그, 강운대 암센터장님은 '최소 침습 수술의 현재와 미래'
(정원) [이를 악물며] 너 이따 좀 남을래, 미친 새끼야? [지훈이 계속 말한다]
[익준의 어색한 웃음]
(익준) 나 바빠, 나 이민 준비 해야 돼
[정원과 익준의 어색한 웃음] (지훈) 그리고 만약에 비는 시간이 조금 있으면
우리가 장기 자랑을 좀 해야 되는데 그거는…
내 얘기 듣고 있지?
(익준) 아, 시원해, 어 [정원의 어색한 웃음]
(정원) [놀라며] 얼굴이 왜 이렇게 차?
밖에 잠깐 있었는데 코까지 빨개
얼른 들어가, 응?
손을 놓으셔야 들어가죠
[옅은 탄성]
[정원의 웃음]
잘 자
아!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
[함께 웃는다]
[정원의 웃음]
[열차 소리가 들린다]
(준완) 어유, 야, 지금 나가려고?
(정원) 응, 더 자
(준완) 와, 안정원 진짜 대단…
[탄성]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정원의 놀란 신음]
[놀란 신음]
엄마, 이거 좀 전에 한 거야?
(정원) 깻잎이 막 살아 있어
(로사) 어, 엄마가 새벽에 한 장 한 장 양념 올린 거야
[정원의 탄성]
우리 아들 싱싱한 깻잎 먹이려고
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엄마, 이, 이걸 어떻게 다 먹어?
왜 다 못 먹어? 한창때인데
[정원의 헛웃음]
나이 마흔하나가 한창때야?
세상에, 아들 춘추가 벌써 마흔하나라니, 쯧
엄마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엄마, 70이면 요즘은 아줌마야
앞으로 30년은 넘게 사실 거예요
(로사) 치
[놀란 신음]
진짜 맛있어
- (로사) 응? - 오늘이 최고
[로사의 탄성] (정원) 오늘 깻잎 제일 잘됐어
[로사의 웃음]
[로사의 힘주는 신음]
[로사의 웃음]
그릇이 작아
보기엔 많아 보여도 얼마 안 돼
- 나 다 먹을 수 있어 - (로사) 응
[밝은 음악] [로사의 웃음]
[로사의 탄성]
엄마, 된장에 감자 이렇게 크게 넣으니까 또 괜찮다
그렇지?
옆집에서 준 건데 씨알이 너무 작아서 통째로 넣었는데
(로사) 그게 또 괜찮더라?
[로사의 웃음] (정원) 그러네
- 엄마, 고사리 한 거야? - (로사) 응
(정원) [놀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또 이걸 했어요?
(로사) 응
(정원) '아'
(로사) '아'
[로사의 탄성]
- (로사) 맛있다 - 맛있어?
(로사) 응, 아들이 주니까 맛있다
(정원) 엄마, 커피?
블랙? 아니면 달달이?
(로사) 달달이
달달이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예요?
이 시간에 올 사람 한 명밖에 없는데?
(로사) 무슨 일 있었어?
낙엽만 몇 분을 보는 거야?
나 같아서
[입소리를 쩝 낸다]
낙엽, 네 꼬라지나 내 꼬라지나
[종수의 한숨]
애들 때문이야?
큰애 오랜만에 한국 나와서 같이 저녁 먹는다고 좋아하더니
몇 달 만에 아버지 만나서 한다는 말이
아버지 건강하실 때 재산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종수의 웃음]
[숨을 씁 들이켠다]
나중에 정신 불안해지고 판단력 흐려지면은
(종수) 자식들 괜히 재산 문제로 큰 싸움 난다고
이번에 확실하게 재산 정리해서 나눠 달래
뭘 또 그렇게 매정하게 말했을까
이 말 그대로 했어
오히려 내가 너한테 깎아서 말한 거야
아유, 말하니까 또 열받네
[한숨]
아, 맞는 말인 건 나도 아는데
아이, 왜 이렇게 서운하고 밉냐?
[종수의 한숨]
애들한테 줄 거야
아들 둘한테 안 주면은 내가 누구한테 주겠어?
근데 그걸 그냥 대놓고 달라니까
너무 섭섭하고 너무 짜증 나고
아이씨
어차피 애들 줄 거라며
이참에 싹 정리해서 애들한테 나눠 줘
그리고
큰애도 며칠을 고민하다 너한테 어렵게 얘기 꺼냈을 거야
건태라고 말 꺼내기 쉬웠겠어?
로사야
우리 애는 정원이가 아니야
(종수) 정원이 같은 애는 세상에 없어
쟤는 지금 당장 신부님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거 하나도 없는 애야
(로사) 야, 쯧
(종수) 봐 봐라
정원아
[훌쩍인다]
네?
너희 엄마 경기도 화성에 땅 있는 거 알지?
만 평 넘어
(종수) 외할아버지가 물려주신 거
(정원) 어, 들은 거 같아요
엄마가 너 준대, 유산이래
(정원) 예?
엄마, 진짜야?
어, 진짜야, 너 줄 거야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한테 왜 줘? 나 필요 없는데
[종수의 탄성]
[잔잔한 음악] 엄마나 그 땅 팔아서
좋은 아파트 들어가서 좀 편하게 좀 사세요
(정원) 허리도 안 좋은데 텃밭에서 고생하지 마시고
돈 부족하면 내가 대출받아서 보태 드릴게, 응?
[늘어지는 효과음]
대출?
넌 의사나 돼서 돈도 없니?
너 지금 대출받아야 될 형편이야?
아, 아이, 그게 아니라 대…
대출도 자산인데?
그거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엄마
시끄러워!
[한숨]
[밝은 음악]
[정원의 헛웃음]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 (송화) 어 - 어, 내가 할게
- (송화) 정말? -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송화) 아, 다행이다
근데 무리하는 건 아니지?
[피식 웃는다]
좀 무리는 되겠지만 보더라인에 근접한 거라 해 볼 만해
예전에 이 환자보다 더 낮은 GRWR 환자도
수술해서 성공한 적 있고
검사한 자료들 보니까 아들이 젊고 건강해
경계에 있긴 해도 해 볼 만해
간 기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기증자도 구할 수 없으니까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월요일 날 외래 잡고 빨리 검사해야 할 거 같은데?
(송화) 알았어 내가 형도한테 문자할게
아, 아니다
어, 형도 번호를 나한테 찍어 줘
내가 직접 통화할게
뭐,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있고
(송화) 그럴래?
아, 형도는 내가 키다리 아저씨인지 모른다
이런, 사람을 뭘로 보고, 쯧
우리 병원 사회사업 팀한테 전달받았다고 할 거야
(송화) 그래, 그렇게 입을 맞춰
- (송화) 안녕 - 어
[통화 종료음]
[힘주는 신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힘겨운 신음]
[익준의 힘주는 신음]
(익준) 손 씻었어?
응, 합격
[익준이 살짝 웃는다]
우주, 뭐 먹을지 정했어?
아빠 집에서 일 좀 더 해야 돼서 시켜 먹을 건데, 괜찮지?
- (우주) 응 - 응
씁, 아빠, 음 우주 뭐 먹고 싶은지 맞혀 볼까?
어, 객관식이야
우주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익준의 탄성]
보기를 대시오
다음 중 지금 우주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은?
아, 잠깐만, 너무 어렵다
아빠 못 맞힐 거 같아
[긴장되는 효과음] 1번 햄버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주) 2번
햄벅
[익살스러운 효과음]
3번 [의아한 신음]
어, 그…
[발랄한 음악] [우주의 고민하는 신음]
아, 생각이 안 나는구나?
(익준) 그럼, 저 아, 그러면 우주야, 잠깐만
그러면, 어, 아빠가 저, 일단 우리 얼른 가서
어, 집에 가서 햄버거 먹으면서 생각하자
가자
[익준이 흥얼거린다]
[익준이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익준의 한숨]
(익준) 이모님, 점심은요?
햄버거 주문받을게요
전 방금 먹었어요
경비실에 택배 온 거 받아 올게요
(익준) 아, 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우주는 해피밀로 시킨다, 뭘로 해?
불고기버거? 너겟? [도어 록 작동음]
(우주) 불고기버거, 세트로
프렌치프라이로 바꿔 주고 주스로 해 줘
하이고, 메뉴를 달달 외우고 있구먼 [흥미로운 음악]
- (우주) 아빠는? - 아빠?
아빠는 뭘 먹었으면 좋겠는데?
(우주) 아빠? 아빠는 슈슈
슈슈?
응, 아빠는 슈슈 라지 세트로
프렌치프라이 말고 치즈스틱
(우주) 콜라는 그대로 나도 한 입 먹을 거야
네
[발랄한 효과음] [피식 웃는다]
(익준) 맛있어?
아, 아빠도 햄버거 진짜 잘 만드는데
어떻게, 다음 주에 아빠가 실력 발휘 한번 해 봐?
그냥 시켜 먹을래, 이게 더 맛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어
모네는 잘 지내지? 마네도
마네, 모네 맨날 아빠랑 캠핑 가
- (익준) 캠핑? - 응
주말마다 아빠랑 캠핑 간다고 맨날 맨날 맨날 자랑해
우주도 캠핑 가고 싶어?
응
우리도 가면 되지, 아빠랑 가자 [휴대전화 벨 소리]
- (우주) 정말? - 응
어
(겨울) 교수님, 김은순 환자 지금 토혈 중인데
게스트릭 베릭스 블리딩 의심됩니다
SB튜브로 지혈 중인데
블리딩은 줄었는데 아직은 계속되는 거 같습니다
바로 갈게, 바이털 잘 체크하고
응급 내시경 해야 하니까 소화기내과 당직 호출해
내시경 못 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 CT 찍어서 영상의학과에 TIPS 가능한지 알아보고
(익준) 응
[통화 종료음]
(우주) 다녀오세요
괜찮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
아니야, 아빠 하나도 안 미안해도 돼
(우주) 아빠 좋은 일 하는 거잖아
[잔잔한 음악] 아빠도 우주랑 같이 있고 싶은데
더 큰 우주를 구해야 해서 바쁜 거라 그랬어
누가?
고모가
[피식 웃는다]
(익준) 아빠 빨리 갔다 올게
[의료 기기 작동음]
(세혁) 과장님이 걱정 많이 하시는 거 같던데
예후는 괜찮겠죠?
(익준) 출혈도 별로 없고
절제 부위도 크지 않아서 렘넌트 리버 볼륨 충분하니까
문제없이 잘 회복하실 거야
(세혁) 네
(익준) 수고들 하셨습니다
(의료진들) 수고하셨습니다
(익준) 고생 많으셨어요
(익준) 어유
들어오시지
(순정) 고생했어
일찍 끝났네?
(익준) 아휴, 네
다행히 MRI에서 본 대로 크기가 크지 않고 위치도 괜찮아서
수술 잘됐고
렘넌트 리버 볼륨도 충분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순정의 안도하는 한숨]
아휴, 하여튼
예? 과장님도, 그렇게 걱정되셨으면은
과장님이 직접 하시지 그러셨어요
대한민국에서 리버 리섹션 제일 많이 하신 분이
(순정) 동생이 부탁했어
나도 한 번에 오케이했고
(익준) 뭘요?
(순정) 동생이 내가 수술하면 부담 가져서 오히려 수술 망친다고
제일 잘하고 믿는 의사 추천해 달라고 했거든
(익준) [웃으며] 아이고, 참
(순정) 바로 외래 시작이지?
미안해, 내가 오늘 큰 신세 졌어
다음에 열 배로 갚을게
(익준) 아이, 별말씀을요
외래 시작하려면 시간 좀 남았는데
과장님, 저 커피 사 주세요
(순정) 야, 씨, 커피가 문제야? 커피 기계라도 사 줄 판인데
가자!
(익준) 아, 아니다
쯧, 아이
저 과장님이랑 커피 안 마실래요
(순정) 뭐야, 이랬다저랬다
아, 커피는 제가 알아서 마실게요
아니, 아침부터 과장님이랑
단둘이 카페에서 커피 마시긴 싫단 말이에요
[순정의 웃음]
[익준이 피식 웃는다]
아이, 과장님, 좀 쉬세요
이따가 이식 수술도 있으신데
(순정) 동생 나오는 거 보고 깨는 거 보고 쉬려고
이 교수
나한테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해
내가 뭐든 도와줄 테니까
(익준) 네, 알겠습니다
그럼
- 고마워 - (익준) 네
[익준의 웃음] [발랄한 음악]
[송화의 한숨]
[개운한 한숨]
씁, 아, 추워
[힘주는 신음]
[창문이 달칵 닫힌다]
(선빈) 교수님, 굿 모닝이요
어, 안녕
(선빈) 빵 좀 드세요, 교수님
(송화) 고마워
너 아침에 콘퍼런스 있지 않아?
(선빈) 시간 좀 남았어요
교수님 오셨다길래 얼른 얼굴 뵈러 왔죠
[살짝 웃는다]
이번 주는 쭉 있을 거야
석민이 쫑파티도 있고
아휴, 용석민 진짜 왜 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싸웠어?
네, 지금 냉전 중이요
근데 교수님, 혹시 유경진 씨 어머니가 소개팅하라는 말 안 하세요?
(선빈) 저 볼 때마다 교수님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나이는 몇 살이냐, 남자 친구는 있냐
아버지는 뭐 하시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질색하는 신음]
(송화) 나 회진 때는 별말 없으시던데?
교수님 무서워서 저한테 물어보나 봐요
아들 한 명 있는데 교수님이랑 어울릴 거 같다고
저 볼 때마다 교수님 뒷조사해요, 아으
교수님, 혹시 아들이랑 소개팅하라고 하면…
안 한다고 했어
(선빈) 예?
(송화) 벌써 물어보셨고 벌써 안 한다고 말했어
(선빈) [웃으며] 아, 다행이다
아휴, 내가 환자 가족이랑 소개팅을 왜 해?
부담스럽다고 거절했어
그래도 아마 절대 포기 안 하실 거예요
교수님, 차라리 남자 친구 있다고 하세요
거짓말까지 해야 돼?
나 신경 안 써
귀찮잖아요
친구분들 중에 아무나 한 명 정해서 남자 친구라고 하세요
(선빈) 곧 결혼하신다고 [피식 웃는다]
안 그럼 그 전엔 절대 포기 안 할 거 같아요
이분 어때요?
율제병원 오너, 재벌 2세
[팡파르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송화야, 이번 주 노래 뭐야?
[환호성과 박수 효과음]
(선빈) 안녕하세요
(정원) 아, 네, 안녕하세요
'아이 라이크 유'
[한숨]
누구 선곡이야?
익준이
우리를 죽일 셈이구먼
(송화) 정원이 이 병원 오너 아니야
그리고 이 병원에 오너 없어
이봐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분
이분이라면 무조건 속을 거 같은데
교수님이랑 제일 친하신 분이요
항상 교수님 웃음 빵빵 터트려 주시는 분
이익준 교수님이요
아
(선빈) 이익준 교수님한테 부탁하면 바로 해 주실 거 같은데요?
걔 바빠
나도 바쁘고
(송화) 근데 네가 제일 바빠, 선빈아
[놀란 신음]
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익준) 여보세요?
(형도) 굿 모닝
(익준) 어, 그래 나도 굿 모닝이야, 형도야
야, 너 그렇게 걱정되면 올라와서 봐
(형도) 아직 못 뵀지?
어, 첫 타임으로 보려고
(형도) 수술 스케줄이 되니? 빨리하면 좋겠는데
어, 이번 주 금요일 수술 하나가 다음 주로 밀려서
준비만 되면 이번 주 금요일에 수술할 수 있을 것 같아
(익준) 야, 농담 아니고 너 시간 되면 수술할 때 올라와
네가 신경 많이 쓴 환자인데 수술 전에 얼굴 보면 좋잖아
아니면 내 수술 들어와서 도와주든지
(형도) 나도 너 수술하는 거 꼭 보고 싶은데 하필 금요일이니
나 그날 넉 달 만에 이식 수술 잡혔어
오, 잘됐다, 야, 너희 병원 단독 수술?
(형도) 응, 이번에는 우리 병원 단독으로 하는 이식 수술
환자분이 우리 병원 오래 다녔고
여기 의료진 믿고 여기서 하시겠대
(익준) 야, 축하한다
[피식 웃는다]
야, 인력은 충분해? [문이 달칵 닫힌다]
[마우스 클릭음] 어시스트는 몇 명이야?
(형도) 펠로우 한 명이랑 전공의 한 명
근데 전공의는 이제 2년 차라 잘 모르고
펠로우 한 명이랑 해
잘해, 그 친구도
야, 개척자네, 개척자
참, 내가 내려가면 좋은데
(형도) 넌 우리 선원 아버님이나 꼭 살려
좋으신 분이야
간암 치료 때문에 내가 몇 년을 봤는데
건강 이렇게 나빠지기 전까지 요양원 목욕 봉사도 다니시고
없는 살림에 한 달에 만 원씩 보육원에 기부도 하시고 [탄성]
환자이기 전에 내가 존경하는 분이야
그래, 알았어, 곧 뵐 건데 네 얘기 꼭 할게, 응
아, 맞는다, 형도야
그, 너희 큰아버지 말이야
아직도 뭐, 클럽을 잘하시지?
(형도) 우리 큰아버지가 클럽을 해?
지금 묵언 수행 98일째신데
끊어
[통화 종료음]
[목탁 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씩씩거린다]
[남자11의 힘겨운 신음]
(익준) 쉽지 않은 수술인 건 맞습니다
어, GRWR이 낮아서 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한숨]
그래도
기증자가 워낙에 젊고
예, 건강하고, 응
간도 상태가 좋아서 이 정도 크기면은
수술 가능할 것 같습니다
[놀란 숨소리]
(남자12) 아휴,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아이고
경계에 딱 걸려 있는데
아드님이 마르셔도 건강 관리를 잘하셨네요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교수님
해 보죠
그리고 사실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남자12)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
어, 지금 아버님 상태는 이식밖에 방법이 없는데
아드님만 이식이 가능하다면
해야죠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 보겠습니다
[옅은 신음]
(익준) 응급으로 진행할 거고요
오늘 바로 입원하시고 검사도 몇 가지 더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 날짜는 이번 주 금요일
금요일 수술 하나가 미뤄져서
큰 문제가 없다면 금요일에 수술하는 걸로 할게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남자11) 기증하는 사람이 없어 놔서
[남자11의 힘겨운 숨소리]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거시기에 비하면 지는
[살짝 웃는다]
겁나 복받은 사람이지라
[울컥하는 신음]
교수님
지는 아파도 괜찮으니께
지 땜시
[남자11이 흐느낀다]
우리 아들이 큰 수술 하게 생겼으니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우리 아들은
하나도 안 아프게 수술해 주세유
네
제가 아드님 수술은 정말로 하나도 안 아프게 할게요
걱정 마세요
[연신 흐느낀다]
(남자11) 감사해유, 교수님
[훌쩍인다]
(준완) 괜찮아요, 이런 경우 꽤 있어요 [의료 기기 작동음]
양쪽 흉곽에 흉수가 차서 이런 경우가 있는데
강심제 사용하고 이뇨제 늘렸으니까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지켜볼게요
네
저희가 잘 지켜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교수님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잠시만…
어
혈압 괜찮니?
환자 손발은 따뜻하고?
어, 지금 갈게
그럼 [통화 종료음]
[버튼 조작음]
[무거운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손찬규 씨, 목 많이 마르세요?
네, 엄청 갈증 나요
(준완) 환자분도 목마르다고 하시잖아
어, CVP도 낮고 전 시간의 I/O가 너무 네거티브해서 그러니까
인풋 줄이지 말고 더 드시게 해도 돼
이상하면 이렇게 바로 콜하고
(창민) 네
[버튼 조작음]
(홍도) 안녕하세요, 교수님
(준완) 어, 안녕
(홍도) 바드는 체내형과 체외형으로 나뉘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영유아 및 소아의 경우 체격이 작아 체외형 바드만 이식 가능합니다
(준완) 어
(홍도) 체외 전원 장치와는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30분 이상 떨어지면 셧다운이 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 생활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체내 삽입이 가능해
퇴원 후 심장 이식을 기다리며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굿
(홍도) 또 구동 방식이 다릅니다
그럼 심장 이식에서
공여자와 수여자를 매칭하는 데 제일 기본 조건이 뭐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건 너무 기본인데?
[흥미로운 음악]
혈액형?
그래, 혈액형, 혈액형이 일단 맞아야지
그거 대답하는데 한참 생각하면 어떡해?
어?
어떡하지?
시험 범위가 너무 넓다
난이도 상중하 문제가 랜덤으로 나오네
(창민) 근데
김준완 교수님은 내가 픽스턴인지는 아시겠지?
당연히 아시겠죠
교수님이 과장님이시라 직접 면접 보셨는데
그러게
아휴, 난 벌써 CS가 두렵다
[홍도와 창민의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재학의 웃음]
[잔잔한 음악]
[재학의 웃음]
(준완) 뭐 해, 여기서?
어, 잠깐 경미 씨랑 아이 콘택트요
- 천명태 교수님 환자분? - (재학) 예
- 가자, 밥 먹으러 - (재학) 예
[문이 스르륵 열린다]
(재학) 천명태 교수님 환자분이신데
지나는 길에 창문 너머로 눈이 마주쳤어요
눈으로 웃으시길래 저도 살인 미소를 날려 드렸죠
(준완) 저분이 그 환자분이시지?
지난주 자전거 타다 다이섹션 와서 수술받으신 분
(재학) 예, 선천성 유전병 진단 받으신 분인데
치료 잘 받으시다가 지난주에 운도 없게
자전거 타다가 갑자기 다이섹션 와서 잘못 넘어지면서
경추 3번, 4번이 손상됐어요
(준완) 아휴
(재학) 쿼드리플레지아는 피하기 힘들 거 같다고
수술도 엄청 힘들었고요
(준완) 이 병이 그래서 무서워
언제 다이섹션이 올지 모르니까
가족분들이 걱정이 많으시겠네
(재학) 가족이 없어요
고아예요
(준완) 아, 그래도 보호자는 있을 거 아니야
(재학) 아무도 없어요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어요
가끔 수녀님이 오시는데
저 여기 하루도 빠짐없이 왔거든요
근데 올 때마다 항상 혼자 계세요
아휴, 저라도 가서 말동무라도 해 드리고 싶은데
저도 시간이 없고
[의료 기기 작동음]
[잔잔한 음악]
[은지 모의 한숨]
(은지 모) 우리 은지도
흉곽에 흉수 찬 적 있어요
[살짝 웃으며] 그때 나도 많이 놀랐는데
다 넘어갔어요
괜찮을 거예요
에이,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죠?
나 사과 좀 깎아 왔는데 같이 먹어요, 응?
가요
[은지 모가 살짝 웃는다]
[은지 모의 한숨]
[영하가 말한다]
- (재환) 없습니다 - (영하) 없어? 트리마도?
(익준) 안녕하세요 [발랄한 음악]
(겨울)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남자11의 힘겨운 숨소리]
(여자6) 어머, 교수님, 아유
아유, 안녕하세요, 교수님
(익준) 예, 안녕하세요
수술 하루 전날인데 컨디션 어떠세요?
[남자11이 살짝 웃는다]
(남자11) 좋아유
다 좋아유
(익준) 아드님은?
(남자12) 저도 컨디션 좋습니다
(익준) 아, 예, 다행이네요
네, 저도 좋습니다
(여자6) 아, 저, 저, 교수님, 지가요
어제는 암시렁 안 했거든요
근디 오늘 아침 되니께 내일 수술한다고 하니께로
오메, 세상에 심장이 막 엄청 그냥 뛰고
아주 손도 막 벌벌벌 떨리고
지가 더 긴장되고 불안하고 그라네요
(익준) 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큰 수술이고 어려운 수술인데
그거는 이제 수술하는 제가 어려운 거지
두 분은 푹 주무시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 컨디션 관리 잘하세요
(남자12) 감사합니다, 교수님
(남자11) 그라고 혹시
백형도 교수님하고
연락하시면유
[남자11의 힘겨운 숨소리]
감사하다고 꼭 좀 전해 주세유
교수님 동기시라면서요
(익준) 네, 자주 통화해요
(남자11) 수술받고 찾아뵐 건디요
그래도 수술 전에
잘 받고 내려가겄다고
[울먹이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세유
(익준) 잘 전달하겠습니다, 예
그럼 쉬세요
- (남자12) 예 - (여자6) 아유, 아유
(익준) 수술 일찍 끝났네?
(정원) 어, 너 수술 있다 그러지 않았어?
(익준) 어, 나도 얼른 먹고 가야지
시간이 좀 남아서
[익살스러운 음악]
(정원) 아침 안 먹었어?
첫 끼야?
첫 끼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이라 그래
(익준) 야, 넌 애 왜 기를 죽이고 그래?
어? 얘 또 눈치 본다고
갖고 온 거 다 못 먹고 그러면 어떡하려고 그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 (익준) 송화야 - (송화) 응?
이따 나갈 때 5만 원 더 내고 가 양심이 있으면
(송화) 응
[정원이 피식 웃는다]
아참, 형도가 수술 의뢰했다며?
키다리 아저씨가 수술 지원까지 하는 건 또 처음이네
괜찮은 거 같아, 어
앞으로 이런 방향도 좋은 거 같아
- (송화) 응 - 네가 키다리 아저씨를 어떻게 알아?
[익살스러운 음악]
조크, 조크
[헛웃음]
아유, 이 도른자, 도른자, 진짜, 씨
아, 형도는 잘 있어?
이 새끼 라이벌이었잖아
[송화의 웃음] (익준) 아, 맞는다 형도한테 전화해 줘야지
[정원의 웃음]
[통화 연결음]
어, 형도야, 통화 가능?
(형도) 어, 으흠, 말해
(익준) 어, 장종길 씨가 안부 전하셔
수술 잘 받겠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형도) 네가 수술하는 건데 걱정을 왜 해?
하나도 걱정 안 한다고 수술 잘 받으시라고 전해 줘
너 무슨 일 있냐? 목소리가 별로인데
[형도의 한숨]
(형도) 내일 수술해야 하는데 일이 생겼어
수술 못 할 거 같은데, 아
(익준) 무슨 일?
(형도) 펠로우 선생님이 아침에 출근하다 뇌출혈로 쓰러졌어
[어두운 음악]
빨리 발견해서 지금 수술 중인데 생명엔 지장이 없을 거 같아
근데 내일 수술이 문제
급하게 여기 대학 병원에 한 명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거기도 손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야
미뤄야 될 거 같은데
[익준의 한숨] 아, 환자한테 말해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익준) 형도야, 잠깐만
야, 정원아, 네가 좀 치워
(정원) 어, 그래
(은지 모) 통영에서 올라온 솔이 엄마 병원 앞에 달방 잡았다네요
(민찬 모) 정말요? 잘하셨다
너무 고생하셨잖아요
저희야 뭐, 집에서 씻고라도 오지
맨날 사우나에서 씻으시고
거기서 새우잠 주무시고
아휴, 자기 방 잡았다고
우리보고 급할 때 아무 때나 와서 씻고 쉬고 가래요
[웃음]
나한테 방 비밀번호까지 알려 줬어요
[함께 웃는다]
말씀만으로도 고맙네요
[웃음]
솔이는 에크모 단 지 얼마나 됐어요?
응, 솔이도 꽤 됐지
[피식 웃으며] 우리 은지만큼은 아니지만
[휴대전화 벨 소리] (민찬 모) 응
어머, 간호사 선생님이 왜…
네, 선생님
네?
[차분한 음악]
정말요?
(이현) 네, 민찬이가 1순위로 심장 받게 됐어요, 어머니
코노스에서 연락 왔는데 지금 1차 뇌사 판정 끝났고
우리 민찬이가 심장 받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민찬 모) 이거 꿈 아닌 거죠, 선생님?
(이현) 네, 꿈 아니에요
[흐느낀다] 지금 병원에 계시죠?
PICU로 오시면 교수님이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거예요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
[통화 종료음]
어떡해요?
[은지 모의 당황한 신음] 어떡해?
뭐, 뭐, 뭐야, 뭐야 저기, 민찬이 공여자 나왔어요?
네
우리 민찬이가 받는대요
우리 민찬이가 받기로 했대요
[민찬 모가 흐느낀다]
빨리 가 봐요, 어?
(은지 모) 아, 지금 울 때 아니야 얼른 가요, 얼른
축하해요, 민찬 엄마
감사합니다
[민찬 모의 다급한 숨소리]
(은지 모) 기적이에요, 기적!
[은지 모의 벅찬 숨소리]
[살짝 웃는다]
[훌쩍인다]
[한숨]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아침에 공여자가 나왔고
혈액형, 체중 여러 조건들을 매칭한 결과
민찬이가 1순위였습니다
(준완) 어, 저희로서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어서
1차 뇌사 판정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 전 코노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1차 뇌사 판정 났고 이식 결정됐다고
민찬이가 1순위로 심장 받게 됐고
이식 수술 진행할 겁니다
[민찬 모가 흐느낀다]
(민찬 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공여자는 6세, 어, 체중은 18kg
혈액형은 민찬이와 같은 A형입니다
(민찬 모) 세상에 이런 기적이 저희한테 오네요
(민찬 부) 감사합니다 저, 저, 정말 감사합니다
(준완) 감사는 제가 아니라
힘든 결정을 해 주신 기증자 가족분들에게 하셔야…
네, 평생 가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민찬 모가 흐느낀다]
(준완) 예
아직 2차 판정도 남았고 뇌사 판정 위원회 절차도 있어서
이식 수술은 내일쯤 할 것 같은데
괜히 병원에서 밤새우지 마시고
집에 가셔서 잘 쉬시다가 내일 아침에 나오세요
(함께) 네
집에 안 가실 거죠?
민찬이 옆에 있을래요
[민찬 부가 살짝 웃는다]
알겠습니다, 그럼
(민찬 부) 감사합니다
[잔잔한 음악] [사람들의 웃음]
(여자7) 너무 잘됐어요
(여자8) 완전 기적이다, 기적
- (민찬 모) 감사합니다 - (민찬 부) 민찬 엄마가 고생했죠
[저마다 축하한다]
(여자9) 마음고생 많았는데
민찬이 건강해질 일만 남았네
(여자7) 맞아, 축하드려요
- (재학) 교수님 - (준완) 응?
(재학) 우리 은지한테도
기회가 오겠죠?
(준완) 그럼, 당연히 오지
난 믿어
(재학) 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수업 끝났어?
(익순) 어, 집이에요
어? 뭔가 좋은 일 있는 거 같은데?
(익순) 어? 티 나요?
어, 너무 티 나
(익순) 오빠, 저 주말에 친구들하고 여행 가기로 했어요
본머스로 2박 3일
진짜?
잘했다, 가서 재밌게 놀다 와
누구랑 가는데?
(익순) 세경이랑 세경이 친구 커플하고요
4명이서 가기로 했어요
렌트해서 가요
렌트?
운전 괜찮겠어? 거기 우리랑 반대인데
그냥 기차나 버스 타고 가지
(익순) 내가 운전 안 해요 세경이 친구가 할 거야
걱정 마셔요, '돈트 워리'
(준완) 알았어
출발할 때 전화하고 도착하면 전화하고
(익순) 네, 출발 보고 도착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 너무 걱정되는데
(익순) 아, 뭐가 걱정이야
교수님, 저도 내일모레 마흔이에요
마흔이랑 운전이랑 뭔 상관이에요
아무튼 친구 옆에서 감시 잘해라
(익순) 네, 알겠습니다
오빠, 나 배고파, 밥 먹을래
안녕
(준완) 응, 안녕
[통화 종료음]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준완) 들어와
교수님, 잠깐 정원에 바람 쐬러 가실래요?
별이 좋은데
[한숨]
그러자
(준완) 나야 너 들어오면 좋지
퍼스트는 박 선생이 할 거니까 그럼 네가 세컨드 해
(재학) 아니면 제가 이번에 구득 가겠습니다
(준완) 그럴래?
나야 좋지
야, 그래, 그게 낫겠다
괜히 애들 기회 뺏지 말고
왜요, 교수님?
우리 여기 좀 있자
(재학) 예 [울음소리가 들린다]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초조한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 (준완) 이제 심장 떼자 - (의사1) 네
(재학) 교수님, 심장 도착했습니다
(준완) 수고했어
떼기 전까지 심장 뛰는 거 괜찮았지?
(재학) 예, 괜찮았습니다
(준완) 고생했다
(재학) 아닙니다, 손 닦고 오겠습니다
[버튼 조작음]
[흐느낀다]
(익준) 간문맥이 막혀서 베릭스가 많고 복수도 많이 있을 거야 [물이 솨 나온다]
수술할 때 출혈 조심해, 당황하지 말고
(세혁) 네, 교수님
죄송하지만 출혈 심해서 혹시 컨트롤 안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페달 조작음]
(익준) 얼마든지
[버튼 조작음]
자,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익준의 한숨]
(익준) 예상대로 간 크기가 좀 작은데 그래도 해 볼 만하네
난 벤치 워크 하러 갈 테니까
피 나는지 잘 보고 담즙 새는지 잘 확인하고
배 예쁘게 닫아 줘
(겨울과 의사2) 네
[잔잔한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 이 시간에 퇴원이라니 어색하다
(선빈) 내일까지 입원한 걸로 해서 병실료 낸다고 했대요
하루에 170만 원인데 그 돈 내고 그냥 천천히 나가시겠다고 [카드 인식음]
와, 플렉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플렉스?
다음에 알려 드릴게요
(송화) 안녕하세요
퇴원 축하드립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경진) 안녕하세요, 교수님
(경진 모) 교수님 안 오시면 어떡하나 엄청 맘 졸였는데
이렇게 딱 오시네요
[웃음]
인연은 인연인가 봐요
(경진) 오빠, 인사해
나 수술해 주신 채송화 교수님
안녕하세요
(송화) 아, 예, 예, 안녕하세요
(경진 모) 이리로 나와 봐
아유
교수님, 우리 애가 저렇게 숫기가 없어요
[경진 모의 웃음]
저러니 아직 연애 한 번을 제대로 못 해 봤지
[웃으며] 어유, 참
앉으세요, 교수님, 차 한잔 드릴게요
쿠키도 있는데
앉으세요
괜찮습니다, 어머니 방금 마시고 왔어요
(송화) 뇌종양 수술 하신 환자분들은
경련 발생할 수 있으니
처방해 드린 항경련제 꼭 잘 챙겨 드세요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수술 부위에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상처 부위 벌어질 수 있으니
과격한 운동 같은 건 조심하셔야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외래는 2주 후에 오시면 되는데
두통이나 어지럼증 있으시면 언제든 응급실로 오시고요
그럼 전 외래 때 뵙겠습니다
(경진 모) 저기, 교수님
[웃음]
혹시 괜찮으시면 우리 가족이랑 사진 한 장 안 찍으실래요?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찍어요
네, 그래요, 같이 찍어요
[송화의 난처한 신음]
(경진 모) 아들, 빨리 나와 봐 교수님하고 사진 찍자
교수님, 제가 커피 한잔 사 드릴게요
(경진 오빠) 괜찮죠, 엄마?
(경진 모) 어, 그럼, 엄만 너무 좋지
가시죠
[부드러운 음악] (송화) 그럴까요?
[문이 달칵 열린다]
[민찬 모의 초조한 숨소리]
(민찬 모) 원래 말씀하신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끝났는데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겠지?
(민찬 부) 그럼, 걱정하지 마, 괜찮아
(민찬 모) 응
[준완의 힘겨운 신음]
수술 잘 끝났습니다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민찬 부모가 흐느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민찬 부) 아유,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유, 우리 민찬이 이제 살았다
우리 민찬이 이제 살았어, 여보
좋은 일인데 왜 우세요
수술 잘 끝났고요
(준완) 적출 심장도 제시간에 도착했고
심장 뛰는 것도 괜찮고
출혈도 별로 없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민찬이 지금 가슴 닫고 있고
아마 한 30분 뒤쯤 중환자실로 갈 겁니다
전 거기서 다시 뵐게요, 그럼
(민찬 모) 감사합니다
(민찬 부) 감사합니다
[민찬 부모가 연신 흐느낀다]
(익준) 고생해요
(의료진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유, 아유, 교수님
(익준) 수술 잘 마쳤습니다
아이고메
[밝은 음악] [웃음]
(여자6) 아유, 감사합니다
간문맥 막고 있던 혈전 제거하는데 위험한 상황이 있었고
전에도 있었던 정맥류 출혈이 수술 중에도 발생해서 위험했는데
(익준) 다행히도 간 연결하고 피가 멈췄어요
[여자6의 안도하는 한숨]
그래서 예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는데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아, 지금 중요한 부분 다 끝났고요 상처 마무리하고 있는데
약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중환자실로 가시게 될 거고
아마 한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주무셔서
대화를 하실 수 없겠지만
그래도 면회하실 수 있게 자리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흐느끼며] 아유, 아유, 교수님
아유, 아유, 아유
(여자6) 아유, 감사합니다, 교수님
(익준)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 많으셨어
아, 그만 우세요 [익준의 웃음]
정말 죄송합니다, 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많이 곤란하셨을 텐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경진 오빠) 죄송합니다
(송화) 괜찮아요
제가 그런 걸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서
(경진 오빠) 바쁘실 텐데
얼마나 귀찮게 해 드렸을지 제가 너무 잘 알아서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좀 전에 구해 주셔서
저도 뭐, 이젠 나름 노하우가 생겨서요
아까 자연스러웠죠?
네
[함께 웃는다]
(준완) 카페 문 아직 안 닫았겠지?
(익준) 어, 알바생한테 DM 왔어
(준완) 뭐가 와?
(익준) DM, 나랑 인친이거든
(준완) 대체 그게 다 무슨 말이니?
[휴대전화 알림음]
민찬이 나왔네
야, 나 간다
(익준) 오케이
정말요?
예, 저 여자 친구 있어요
어머니는 모르시는 거 같던데
(경진 오빠) 아세요, 어머니
아, 동생은 모르죠 걔는 계속 외국에 있었어서
(송화) 반대하시는구나?
네, 엄청요
여자 친구 집이 평범하거든요
평범한 집안은 싫으시대요
직업도 마음에 안 들고
하, 예전엔 그렇게 좋아하고 챙겨 주시더니
아, 저랑 오랜 친구 사이예요
어머니도 잘 아는 대학교 때부터 친구
어머, 근데 어떻게 갑자기…
그 친구가 갑자기 고백을 했어요
(경진 오빠) 작년에, 좋아한다고
[옅은 탄성]
처음에는 거절했죠
제일 친한 친구인데 어색해지는 거 싫다고
지금처럼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자고
[경진 오빠가 숨을 씁 들이켠다]
근데 그날 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제가 그 친구 질문에 동문서답을 했더라고요
좋아한다고 했는데
'친구 사이 어색해지는 거 싫다'
제가 이상한 말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어요
친구가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음
저는 그 친구가
너무 좋거든요
같이 있으면 그냥
[웃음]
좋아요
같이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송화와 경진 오빠의 웃음]
교수님도 그런 사람 있으세요?
저요?
(익준) 아, 예
[멋쩍은 웃음]
[부드러운 음악] [웃음]
(익준) 자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 드려
(겨울) 감사합니다, 좋아하시겠다
(익준) 응
(겨울) 교수님, 퇴근 안 하세요?
(익준) 해야지, 장종길 씨만 보고
[겨울의 옅은 탄성]
(겨울) 근데 하나는 빨대가 없네요?
(익준) 아, 이건 내 거
[익준의 힘주는 신음]
고생해
- (겨울) 네 - (익준) 응
[휴대전화 벨 소리]
수술 잘 끝났고 지금 중환자실로 보러 가는 중
(형도) 아, 너 진짜!
(익준) 왜?
(형도) 야, 그렇다고 과장님을 보내면 어떡하냐!
(익준) 잘하시지 않아?
씁, 오랜만에 어시스턴트 하신다고 좀 헤매셨나? [엘리베이터 도착음]
(형도) 아유, 이익준 진짜…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형도) 하, 또라이, 또라이, 아
[웃음]
(익준) 형도야, 잠깐만
야, 정원아, 네가 좀 치워
(정원) 어, 그래
(익준) 형도야, 일단 환자분한테 얘기하지 말아 봐
내가 5분 안에 전화할게
응
[통화 종료음]
[안마기 작동음] 말해, 뭐든지
내가 다 들어줄게
과장님, 내일 뭐 하세요?
- (순정) 내일? - (익준) 네
(순정) 아침에 콘퍼런스 하나 있고 이후엔 다 괜찮아
[어색한 웃음]
요즘 가능하면 금요일 점심 이후에는 스케줄 안 잡아
정년이 코앞인데 농땡이 좀 치면 어때?
어쩔 거야? [웃음]
왜? 무슨 일인데?
(익준) 씁, 음…
그럼 과장님, 내일 목포 좀 다녀오세요
개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안마기 작동이 멈춘다]
[발랄한 음악] (익준) 수술 잘 끝났지?
(형도) 어, 아주 잘 끝났어
고생했다
(형도) 익준아, 과장님 오셔서 정말 큰 도움 됐다
위기의 순간 과장님 도움으로 여러 번 넘겼어
어, 그래?
좀 있다 전화 한번 드릴 건데 꼭 전해 줄게
(형도) 고맙다
별, 아유
야, 됐어, 끊어, 쯧
얼른 쉬어
(형도) 그래, 너도 고생했어
어
[통화 종료음]
[경쾌한 음악이 연주된다]
♪ 아직은 사랑을 몰라 ♪
♪ 몰라 ♪
♪ 그래도 우리는 좋아 ♪
(익준) ♪ 좋아 ♪
♪ 알 수 없는 너의 고백이 ♪
♪ 내 가슴을 뛰게 하지만 ♪
♪ 그런 말은 너무 어려워, 싫어 ♪
♪ 싫어 ♪
♪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
♪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
♪ 그러나 이제는 안 그래요 ♪
♪ 나만의 비밀이 생겼어요 ♪
♪ 하지만 나는 너 좋아 ♪
♪ 사랑일지도 몰라 ♪
♪ 하지만 나는 너 좋아 ♪
♪ 사랑일지도 몰라 ♪
기타
[경쾌한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 아직은 사랑을 몰라 ♪
♪ 몰라 ♪
♪ 그래도 우리는 좋아 ♪
♪ 좋아 ♪
♪ 알 수 없는 너의 고백이 ♪
♪ 내 가슴을 뛰게 하지만 ♪
♪ 그런 말은 너무 어려워, 싫어 ♪
♪ 싫어 ♪
♪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
♪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
♪ 그러나 이제는 안 그래요 ♪
♪ 나만의 비밀이 생겼어요 ♪
♪ 하지만 나는 너 좋아 ♪
♪ 사랑일지도 몰라 ♪
♪ 하지만 나는 너 좋아 ♪
♪ 사랑일지도 몰라 ♪
♪ 하지만 나는 너 좋아 ♪
♪ 사랑일지도 몰라 ♪
♪ 랄랄라 랄랄라 랄라 ♪
♪ 랄랄라 랄랄라 ♪
♪ 라 ♪
[익준의 추임새]
[송화의 탄성] [친구들의 힘겨운 신음]
(준완) 벌써 도착했을 텐데
왜 계속 전화를 안 받지?
[통화 연결음]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통화 종료음]
[스위치 조작음]
[한숨]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남자13) 여보세요
이익순 씨 휴대폰 아닌가요?
(남자13) 네, 맞습니다
익순이가 지금 전화받을 상황이 아니어서 제가 받았습니다
남자 친구분이시죠?
걱정하실까 봐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저 익순이 친구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익순이한테 무슨 일 있습니까?
(남자13) 그게, 심각한 건 아니고 교통사고가 났는데
익순이가 조금 다쳤어요
[어두운 음악] 팔이랑 머리 쪽을 다쳤는데 지금 검사 중입니다
[준완의 한숨] 정말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요
진짜 걱정 많이 안 하셔도 됩니다
(준완) 어, 그…
(남자13) 익순이가 절대 집에도 남자 친구분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 (준완) 저… - (남자13) 그래도 걱정하실까 봐
(준완) 그, 지금 무슨 검사 중이죠?
(남자13) 자세하게 무슨 검사인지는 잘…
아마 머리에서 피가 좀 많이 나서 뇌 쪽 검사를 하는 거 같아요
익순이 조금 있으면 나올 건데 바로 전화하라고 할게요
네, 안 자고 기다린다고 꼭 전화해 달라고 전해 주실래요?
(남자13)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성함이…
(남자13) 아, 저는
고세경이라고 합니다
익순이랑 같은 건물에 살고 있고요
지금 익순이랑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경쾌한 음악] 준완이 요즘 무슨 일 있어? 살이 쏙 빠졌어
밥이 잘 안 넘어가네
모래 씹는 거 같아
준완이 요즘 힘들어 수술도 많고 일도 많고
아, 그 새끼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나도 처음 봤다
천명태 교수님 다음 주 학회 가시는데
교수님이 환자 맡으시기로 하셨어요?
관심 없어, 너도 신경 꺼
무슨 말이야?
익순아, 너 무슨 일 있구나?
여자 친구랑 헤어진 거 아니지?
요샌 작게 이런저런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네
신경 쓸 일도 많고
그리고 또?
나도 들었어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기다려 봐, 계기가 있을 거야
근데 조건이 있어
나 오늘 밤 속초 내려갈지도 몰라
내가 이상한 거지?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 나만 알고 있을게
교수님, 어떻게 아셨어요?
제 마음을 읽으세요?
교수님이 서울에 계시면 제 마음이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지 몰라요
허선빈 선생 머리 그렇게 쉽게 여는 거 아니에요
오버하지 마, 그럴 가능성이 높아?
죄송합니다
지금 심각한 상황인 거 알지?
진짜 알 수 없는 사람이네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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