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S2.2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성영) 선생님, 굿 모닝이요
(겨울) 응, 굿 모닝
세이프, 시간 딱 맞췄다
(성영) 아직 5분 남았습니다
와, 이 시간에 벌써 줄이…
새벽부터 뭔 일이래요?
새벽 아니고 아침
아침 7시 5분 전
(준완) 난 너 다 기억하지
고등학교 때, 중학교 때 다 기억해
너 그때도 엄청 귀여웠어
- (익순) 거짓말 - (준완) 응?
(익순) 오빠 나 기억도 못 했잖아요
울 오빠가 그러는데 나랑 미키 헷갈려 했다면서요?
(준완) 너희 남매 은근 서로 별말을 다 한다?
(익순) 우린 다른 건 몰라도 웃긴 일은 무조건 공유해요
[준완의 코웃음] 벌써 병원이에요? 주차장?
(준완) 응, 아침 일찍 콘퍼런스 있어서
(익순) 정원 오빠는요? 같이 출근 안 해요?
(준완) 새벽에 응급 콜 와서 수술했을걸?
[문이 덜컹 열린다] 안 그래도 커피 사다 주려고
(익순) 둘이 부부야, 뭐야? 엄청 애틋하다
(준완) 그러게
내가 왜 이 짓을 너한테 안 하고 안드레아 신부님한테 하고 있니?
익순아, 엘리베이터, 잠깐만
[작은 목소리로] 잠깐만
[엘리베이터 도착음]
[의료 기기 작동음]
(정원) 정훈이 JP드레인 양상 바뀌거나
양이 늘진 않는지 확인 좀 잘 부탁드릴게요
(지민) 네, 교수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포스기 조작음]
따뜻한 카푸치노요
(겨울) 따뜻한 카푸치노요
(성영) 근데 한 잔은 누구 거예요?
두 잔 다 내 거야
[성영의 탄성]
- 여기요, 교수님이 카드 주셨어 - (성영) 정말요?
(겨울) 응, 그러게 너도 GS 오지 그랬니
안녕하세요
- (준완) 어, 안녕 - (성영) 안녕하세요
(겨울) 안녕하세요
(정원) 네, 안녕하세요
- 안 춥니? - (정원) 응
- (종업원) 카드 받으세요 - (겨울) 감사합니다
근데 어느 교수님 카드예요?
(성영) 과장님은 아니실 거고
(준완) 교수가 카드를 줬어?
- (준완) 너니? - 아니
(겨울) 이익준 교수님이요
어제 당직이었는데 야식 사 먹으라고 주셨어요
사랑이 꽃피는 GS구먼
(정원) 그 카드 나 줄래?
어차피 익준이 줘야 되지? 내가 줄게
(겨울) 네
야, 오늘 익준이 카드로 여기 기둥뿌리 한번 뽑아 보자
[흥미진진한 음악] 난 첫 문단 첫 줄 카페모카부터 마지막 문단 마지막 줄
(정원) 스파클링에이드 한라봉까지 하나씩 다
[준완의 놀란 숨소리] PICU 간호사 쌤들한테 쫙 돌리면 되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나는…
[입차 경고음]
[리드미컬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휴대전화 알림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리모컨 작동음]
[휴대전화 알림음]
[익준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준) 뭐야? 씨
[익준의 놀란 신음]
[익준의 다급한 숨소리]
[익준이 코를 훌쩍인다]
(익준) [한숨 쉬며] 아, 장겨울
아침부터 투뿔 소고기를 구워 먹나?
182,000원…
[휴대전화 조작음]
별관 2층 카페에서 182,000원?
[익준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어?
어? 아,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지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허, 안 들리는 척하기는, 하, 참
그, 누구니?
어, 내 카드로 카페에서 소고기를 사 먹는 애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발랄한 음악]
빨리 얘기해 봐
엘리베이터 타니까 일단 끊어 봐, 어
[익준의 한숨] [버튼 조작음]
왜 이렇게, 아유, 이게 안 닫힐까? [익준이 버튼을 연신 누른다]
빨리, 급한데
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석형) 아, 그래도 23주까지는 버텨 주셨으면 좋겠는데
(민하) 네
(석형) 남편분도 계시고?
(민하) 네, 남편분 아예 휴가 내시고 옆에 계세요
교수님, 김수정 산모 정말 노력 많이 하세요
(석형) 알아
(민하) 답답하실 텐데도 계속 누워 있고
혹시나 문제 생길까 봐 소변도 자리에서 보고 계시고
오늘 이 얘기 들으시면 아마 또 잠 못 주무실 거예요
(석형) 그래도 말씀드려야지
(민하) 네
(석형) 어, 경부가 조금 진행을 해서 살짝 열려 있고
우리 아기가 역아라서 그런지 초음파상으로 움직일 때마다
발이 경부 쪽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한숨]
아예 다 빠져 버리거나 그런 상태는 아닙니다
추민하 선생이 모니터 보면서 계속 잘 체크하고 있지만
만약 23주가 되고 경부가 더 진행이 돼서
아기 발이 완전히 빠져 버리거나 탯줄이 같이 빠지는 경우에는
응급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네
[울먹이며] 어떡해?
(수정 남편) 괜찮아
그럴 조짐이 있다는 거지 지금 발이 빠진 건 아니야
(석형) 예, 맞습니다
엄마가 느끼실 때
배가 더 자주 뭉치는 것 같거나 유난히 아프시면
저희에게 바로 얘기해 주세요
저희도 계속 체크하겠지만
산모분이 제일 빨리 느끼실 수도 있으세요
[한숨]
네
저희가 더 잘 보겠습니다
(석형) 그럼
[한숨]
[석형의 한숨]
(석형) 모니터에서 수축 생기나 잘 봐야 돼
혹시 피가 나는지
산모 아래로 묵직한 느낌이 드는지도 체크해야 되고
23주까지는 버텨 주셨으면 좋겠는데
아기를 온전하게 꺼내는 게 우리 목표니까
23주에 의미 있는 디셀 뜨거나 코드 보이면 바로 수술해야 된다
- 알았지? - (민하) 네
(석형) 응, 꼼꼼히 체크해
네가 고생이네
네, 교수님
[살짝 웃는다]
[수정의 옅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 주말에 뭐 해? - (준완) 왜?
- 할 말 있어서 - (준완) 해
애들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얘기할 거야
너 혹시
사채 썼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탁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원) 자
짜잔
[준완이 입바람을 후 분다] - (송화) 오, 예술이다 - (석형) 엄마?
(석형) 나 저녁은 라면 점심은 샌드위치 먹었어
오늘 정원이가 할 말 있다 그래서
(익준) 라면은 안정원이지, 아유
[냄새를 씁 맡는다]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송화) 어머, 야
어머, 야, 괜찮아?
괜찮아? [준완이 입바람을 후 분다]
(익준) 내가, 내가 할게, 내가
[차분한 음악]
[준완의 뜨거워하는 숨소리]
[준완의 탄성]
[송화의 탄성]
(송화) 꿀이야, 너무 맛있어
누가 사 온 거야?
(정원) 내가 사 왔어, 세일하길래
- 맛있지? - (송화) 응
응, 맛은 있는데 우리 자리를 좀 빨리 비켜 줘야 될 거 같아
(익준) 얼른 먹어, 얘들아
뭔 소리야? 누구 또 올 사람 있어?
얘 여기서 수술할 거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야, 넌 도대체 손을 몇 분째 닦고 있니?
딸기 뭐, 수술할 거야? 딸기 마이 아파?
빨리 먹어, 먹깨비들이 다 먹어 해치우기 전에
(정원) 아이, 뭐 아직 많이 남았구먼, 뭐
[놀란 탄성]
야, 진짜 달다
[탄성]
야, 완전 봄이네, 봄
(준완) 뭔 개소리야? 지금 1월인데
밖에 영하 10도야
(익준) 자기 마음은 봄인가 보지, 뭐
[송화가 피식 웃는다]
(송화) 정원아, 너 오늘 할 말 있다며
그래서 우리 모은 거 아니야?
어, 씁
있잖아
(석형) 아, 너 목요일에 수술 있어?
소문에 유경진 씨 수술한다 그러던데?
(준완) 유경진이 누구야? 아, 설마 그 바이올리니스트?
나도 알 것 같아, 유영, 유영진 씨
유경진
유경진
야, 엄청 유명한 뮤지션 아니냐?
지금 어디 사는데?
누구?
유경진 씨
얘들아, 잘 들어
(정원) 나 한 번만 말할 거고 후토크 없어
(익준) 마포
- (송화) 아니 - (익준) 그럼 반포?
(석형) 유럽에서 활동하고 사는 곳은 독일일걸?
(준완) 어디가 아픈데?
(석형) 뇌종양이라는 거 같아
검사는 그곳에서 했고
수술은 한국에서 받고 싶다고 이번 주 귀국했대
유경진 씨 어머니하고 병원장님이 친한 친구 사이
명성도 됐고 경력도 필요 없대
무조건 우리 병원에서
수술 제일 잘하는 신경외과 의사로 해 달라고 했대
그래서 송화가 당첨
(익준) 뭐야 너 이번 주 목요일에 또 올라와?
야, 집을 아예 횡성이나 원주로 옮겨
아니면 내린천 휴게소에 방을 잡든가
[헛웃음 치며] 올라오는 건 수요일
그래도 수술 전날엔 환자 봐야지
환자 상태랑 랩 결과는 선빈이한테 계속 노티받고 있어
아유, 빡세다 안 한다고 해도 될 거 같은데
아니, 하고 싶어
나 VIP 수술이 제일 좋아
(송화) 전엔 얘랑 계약서에 사인한 게 있어서 의무감에 했는데
지금은 다른 동기 부여가 생겼어
뭔 동기 부여?
그런 게 있어
아무튼 최선을 다할 거야
그래야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수술하지
뭔 소리래? [송화의 웃음]
(송화) 그런 게 있어
(준완) 근데 안정원 너 왜 말을 안 해?
(익준) 야, 그러게 너 왜 사람 불러 놓고
딸기만 먹고 말을 안 하냐?
야, 뭐, 딸기 요새 맛있다고 우리 부른 거야?
[한숨]
(정원) 야, 너희들 지금부터 말 한마디도 하지 마
나만 말할 거야
- (준완) 말해, 해! - (익준) 말해, 뭐, 하지 말랬냐? [저마다 재촉한다]
[한숨]
(정원) 나 겨울이 만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준) [헛웃음 치며] 나도 만나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나고 내일도 만나
만날 만날 만나
아니, 하
나 장겨울 선생이랑 사귄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귄 지 한 달 정도 됐어
[부드러운 음악]
너 그래서 병원에 남기로 한 거구나?
여러 이유 중의 가장 큰 이유
너무 잘됐다
난 두 사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고마워
(정원) 야
[웃으며] 아니
좋아서 그래, 좋아서
(익준) 잘했다, 야, 씨
아, 내가…
아, 내가 제일 좋다, 야, 아으
[피식 웃는다]
난 지난주에 엄마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
(준완) 이 새끼 은근히 입 무거워
(정원) 야, 야 어, 어머니 어떻게 아셨는데?
어머니는 어머니한테 들으셨겠지?
이름까진 몰랐어
병원에선 당연히 비밀로 할게 걱정하지 마
아, 사방팔방 다 얘기하고 싶은데
내가 우리 장겨울 피곤해질까 봐 참는다
우, 우리?
너 앞으로 이런 단어 안 돼 어? 조심해, 너
(익준) 난 돼
네가 안 돼
너나 조심해
[옅은 탄성]
어
[친구들의 웃음]
[발랄한 음악]
[밝은 음악]
(송화) 아, 쉽지 않겠다
위치가 안 좋아
교수님
저 올팩토리 그루브 메닌지오마 수술 처음 들어가요
증상이 좀 신기해요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기운 없고 세상일에 무관심해지고 그래
프론탈 롭 신드롬
전두엽 증후군?
오
공부했죠
(송화) [웃으며] 잘했네
- 그럼 가서 볼까? - (선빈) 네 [휴대전화 벨 소리]
네, 허선빈입니다
(선빈)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저 응급실이요
얼른 가세요
회진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돌아요
- 얼른 가 - (선빈) 네
(선빈) 근데 유경진 씨 보호자
어머니분
매우 센 캐릭터세요, 역대급
아, 저 이번 주 하루에 다섯 번 넘게
아무튼 엄청 자주 가서 증상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검사 시간도 원하는 시간으로 잡아 드렸고
수술 방법도 잘 설명해 드렸거든요
잘했네, 근데?
단 한 번도 팔짱을 풀지 않으셨어요
(선빈) '감사합니다'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절 의심하는 눈빛과 못 미더워하는 눈빛
시종일관 나는 너를 불신한다는 눈빛을 팍팍 보내시는데…
너 빨리 가, 뭐 해, 지금?
죄송합니다
(준완) 민찬이 어머니한테는 내가 가서 설명해 드릴게
내가 말씀드릴게
[통화 종료음]
헛것은 아니고
너 요즘 외출이 잦다?
교수님
(재학) 격려면 격려, 비난이면 비난
하나만 하세요
그리고 저 오늘 일주일 만에 외출한 거예요
대출 관련 서류 오늘까지 줘야 한다고 해서
대출받게?
예
와이프 파주에서 출퇴근하는 거 너무 힘들고
저도 와이프랑 떨어져 지내는 거 오랜만이라
대출 좀 더 받아서 월세 하나 얻기로 했어요
그 사기꾼 새끼 아직 못 잡았지?
(재학) 예, 경찰이 계속 찾고는 있어요
교수님, 혹시 은지 보러 가세요? 그럼 저도
(준완) 은지 아니라 민찬이
(재학) 민찬이?
(준완) DCMP 환자인데 바드 또 하나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
(재학) DCMP면 그 전에 히스토리가 있었겠네요?
(준완) 작년에 집 근처 병원에서 심장 뛰는 게 안 좋다 그랬대
사이즈도 커져 있다고
(재학) 응급실로 들어왔어요?
(준완) 어, 이틀 전에 응급실로 들어왔고
어제, 오늘 상태 지켜봤는데
아이노트로픽스 쓰는데도 심장 뛰는 건 점점 나빠지나 봐
에크모든 바드든 뭔가 필요할 거 같은데
심사가 빨리 되면 바드를 하려고
(재학) 아휴, 이틀 전만 해도 놀이터에서 잘 놀던 아이인데
하루아침에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엄마 가슴 무너질 거예요
(준완) 잘 말씀드려야지 지금 뵈러 가는 길
[익살스러운 음악] - 민찬이 나이는요? - (준완) 4세
- 몸무게는? - (준완) 13kg…
뭐 하냐?
내가 왜 너한테 보고를 하고 있냐?
그러게요
[흥미로운 음악]
(재학) 전 그럼 이만
[준완의 한숨]
(홍도) 바드는 기본적으로
심실의 펌프 역할만 보조하는 거기 때문에
폐에 대한 보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를 동시에 보조할 수가 있습니다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민찬 모) 기계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 애가 안 좋은 거죠, 선생님?
(준완) 어… [어두운 음악]
민찬이 심장이 더 이상 못 버틸 거 같습니다
이 이상 버티는 건 위험도가 너무 높아요
궁극적인 치료는 심장 이식이고
이제 공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계적인 서포트로 바드가 필요합니다
음, 그 바드를 달고 있다가
저절로 심장 기능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예요?
(준완) 어, 그런 경우가 아주 없진 않지만
확률이 너무 낮아서 큰 기대는 하기 어렵습니다
바드는 영구적인 치료가 아니라 임시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바드를 단다고 해서 이 모든 게 좋아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심장의 기능만 대신하기 때문에
폐 기능이나 감염의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들도 많고요
심사 결과 나올 때까지 못 버티면
급하게 에크모를 넣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거운 음악]
하지만 현재로선 심장 이식 공여자가 나올 때까지
그때까지 민찬이를 버티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드라고 생각합니다
바드 심사 오늘 넣을 예정이고요
삼사일 안으로 결과 나올 겁니다
자세한 절차나 비용은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릴 겁니다
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버튼 조작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흐느낀다]
(홍도) 바드는 기본적으로
심실의 펌프 역할만 보조하는 거기 때문에
폐에 대한 보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버튼 조작음]
교수님, 안녕하세요, 장홍도입니다
(준완) 어, 그래
임창민 선생이랑 같이 다니지, 요즘?
네, 인턴 임창민 선생님이랑 같이 흉부외과 돌고 있습니다
교수님, 바드는…
아는 것 같고
그럼 소아 바드랑 성인 바드는 뭐가 다르지?
(홍도) 어…
ICU에서 본 바드랑 PICU에서 본 소아 바드는 뭐가 달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음에 만나면 대답해 주세요
(은지 모) 괜찮아요, 응?
괜찮아
잘될 거예요
[은지 모가 살짝 웃는다]
우리 애는 바드 단 지 3개월 넘었어요
[차분한 음악]
근데 지금 잘 버텨 주고 있어요
네
우리 마라톤이야
우리 마라톤 선수예요
(은지 모) 이제 시작인데, 응?
아유, 엄마가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아이도 잘 버텨 주고 있으니까 엄마가 기운을 내야죠
감사합니다
[은지 모가 살짝 웃는다]
(은지 모) 아, 그리고 김준완 교수님 말은 진짜 무뚝뚝하게 해도
세상 꼼꼼하고 좋은 분이에요
제가 3개월 넘게 옆에서 지켜봤잖아요
네 [은지 모가 살짝 웃는다]
(은지 모) 우리 은지 고비 때마다 잘 넘길 수 있게 지켜 주셨어요
그러니까, 응? 좋은 생각만 하고
아이가 잘 이겨 낼 거라 믿으면서
[잔잔한 음악]
힘내세요, 응?
우리 진짜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훌쩍인다]
네, 감사합니다
[민찬 모가 흐느낀다] [은지 모의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송화) 안녕하세요
유경진 환자분이시죠?
네, 안녕하세요
(송화) 두통이 있다고 하셨는데 머리 아픈 거는 좀 어떠세요?
계속이요
(경진) 지금도 좀 아파요
(송화) 응, 기운도 없으시고?
네, 세상만사 다 귀찮네요
머리 앞쪽에 있는 혹 때문에
기운이 떨어질 수 있고 만사가 귀찮을 수 있어요
환자분 의심되는 병명이 후신경구 수막종이라는 종양인데
무기력증, 무력감, 두통 이런 것들이 생길 수 있어요
[경진 모의 한숨]
(경진 모) 이 병원에 입원하고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거 같아요
통증이라도 없애 달라고 진통제 달랬더니
그것도 겨우 반나절 갈 정도만…
친구 믿고 멀리 왔는데
아, 정말 너무 불안하다, 불안해
진통제는 환자분이나 보호자분이 달라는 대로
다 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진통제는 간 손상이나 위장 출혈 등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
정해진 적정 용량만 드릴 수 있어요
네,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럼 저는 이따 밤에 다시 뵐게요
수술 전에 동의서 써야 하고
수술 전 마지막으로 환자분에게 설명드릴 것도 있고
이따 뵙겠습니다
[경진 모의 기가 찬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경진 모) 내일 수술할 교수는 안 오고 [문이 달칵 닫힌다]
새파란 레지던트들만 바꿔 가면서 들어오네
(경진) 교수님 지금 속초에 계신다잖아
이따 밤엔 오시겠지
[피식 웃으며] 기대된다
신경외과 여자 교수 10호시라며?
이름도 채송화
너무 대단하지 않아?
[경진 모가 피식 웃는다]
(경진 모) 대단한지 안 한지는 봐야 알지
아, 이 병원에 입원해 기부한 돈이 얼마니?
주전자 걔가 양심이 있으면은 제일 잘하는 교수 붙였겠지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마우스 클릭음]
퇴근 안 했어?
어, 환자 한 명만 보고 가려고 [문이 달칵 닫힌다]
[펜을 탁 내려놓는다]
(송화) 유경진 씨
(정원) 어려운 수술이야?
(송화) 올팩토리 그루브 메닌지오마
예전에 들어 본 기억 나지?
이름대로 올팩토리 너브 있는 곳에 생기는 메닌지오마
튜머가 좀 깊은 데 있어서
너 당직이니, 오늘?
난 오늘 당직
넌 당직도 아닌데 일찍 들어가지 그래?
유경진 씨만 보고 들어가려고
쯧, 수술 앞두고 많이 불안하실 거야
[탄성]
[웃으며] 채송화 진짜…
넌 어떻게 하나가 입력되면 그렇게 바로 확 몰입을 하니?
아무튼 뭘 맡으면 안 돼
이번 달에 키다리 아저씨 전화 다섯 건이나 받았단 말이야
더 당겨야 돼
지금 네가 하는 구상도 빨리 실현시키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당겨야 돼
너 계속 이러면 진짜
키다리 아저씨 뺏는다?
(정원) 너 생활까지 침범받으면서 일하는 건 나도 싫어
나 너무 좋아
아, 제발 계속하게 해 줘
[헛웃음]
속초는 환자 수도 적으니까 시간도 되고
나 지금 시기도 딱이야
(정원) 아이고, 하
(송화) 너 지금 너무 바빠
수술도 혼자 다 하고
너 없으면 율제 소아외과 문 닫아야 돼
PICU, NICU 아이들 다 어디로 가니?
(정원) 아, 익준이 새끼 시킬걸, 씨
걔도 바쁘지
어제오늘 계속 이식 수술 있던데?
[피식 웃는다]
[펜을 탁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이번 주 노래 정해졌어?
(익준) 어, 근데 안 알려 줄 거야
단톡방에 있어, 미친놈
[탄식]
(익준)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아이
[사이렌 소리가 흘러나온다]
깜짝이야, 뭐야?
[사이렌 소리가 멈춘다] 뭐야?
- (정원) 뭘? - (익준) 뭔데?
- (송화) 아니야 - (익준) 뭐가 아니야, 너 아니야?
[당황하며] 나 아니야
(정원) 얘 그냥 벨 소리인데 왜 그래?
뭐래, 미친놈이
(익준) 헷갈리니? 나야, 나
난 안다고, 네가 장다리 아저씨인 거
아, 맞는다, 너 아는구나?
아, 얘 알아
[놀라며] 어떻게?
근데 너 어떻게 알았어?
그게 중요해, 지금?
(송화) 이제부터 내가 키다리야
(익준) 너는
키가 작잖냐
(정원) 아, 짜증 나
(송화) [웃으며] 좀 웃기지 않니?
[헛웃음]
넌 참, 얘 개그 좋아하더라?
아무튼 앞으론 내가 키다리 아저씨야
그렇게 하기로 했어
다른 사람한테 비밀이야, 알았지?
(익준) 아휴, 알았어 목의 파스나 떼고 얘기해
이거는 내 몸의 일부야
일종의 타투?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지금 갈게, 응
[숨을 들이켠다] [통화 종료음]
야, 타투든 뭐든
(익준) 아유, 좀 살살 해
[정원과 송화의 웃음]
미쳤나 봐, 용석민
너랑 둘이 해도 되는데 왜?
펠로우 선생님이 엄청 힘들어하셨거든요
그래서 석민 오빠가 자원했어요
(선빈) 와이프 수술이 내일인데 그것도 암 수술인데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겠냐고
자기가 들어오겠다고
네가 얘기했니?
아니요, 제가 얘기하기 전에 벌써 알고 있던데요?
(송화) 아휴, 그래도 어떻게 탈출한 병원인데 [엘리베이터 도착음]
제 발로 다시 들어오니
아이고
(송화) 뇌종양 수술이고 머리를 크게 열어서 하는 수술입니다
종양이 깊은 곳에 있어서 위험하고 출혈이 많을 수도 있어요
여러 신경학적 후유증이나 감염 등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데
어, 자세한 건 동의서 받을 때 설명드릴게요
네
(송화) 긴장 많이 되시죠?
네
(송화) 저희가 경험이 많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경진 모) 근데 선생님
저 병원장님이랑 잘 아는 사이인데
우리 딸이 가진 종양과 치료법에 대해서 잘 아세요?
이거에 대해 궁금한 게 좀 많아서요
좀 더 자세하게
의학적인 지식을 가진 분께 설명 듣고 싶은데
설명해 주실 교수님은 언제 와요?
채송화 교수님?
[한숨]
내일 수술인데
그래도 전날엔 오셔서 얘기를 좀 해 주셔야 하지 않나?
(송화) 제가 채송화입니다
제가 채송화 교수예요
(경진 모) 아
이분이 교수님이세요, 채송화 교수님
(경진 모) 아, 아유, 교수님
[당황한 신음]
아니, 너무 젊으시네요
전 전공의인 줄 알고
따님 종양은 뇌수막종이라고 생각되는데
어, 뇌에 혹이 있는 거예요
내일 이 혹을 떼는 수술을 할 겁니다
혹의 크기가 꽤 크고 수술 자체가 어렵고 큰 수술이어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요
(송화) 수술한 다음에도 중환자실에서 계속 지켜봐야 되고요
그래도 지금 의심되는 뇌수막종은
악성 종양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님
전공의 선생님들도 명백한 신경외과 의사고
(송화) 공부 10년 가까이 10년 넘게 한 사람들입니다 [잔잔한 음악]
충분한 의학적 지식도 있고
오히려 저보다 환자에 대해 더 많이 아니까
전공의 선생님들께 물어봐도 잘 알려 주실 거예요
(경진 모) 네
(송화) 환자분, 오늘 푹 주무셔야 내일 컨디션 좋아요
저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내일 밝은 얼굴로 봬요
네, 교수님
(송화) 전 그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사이렌이 울린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민하) 안녕하세요, 컨디션 어떠세요?
[수정의 힘겨운 신음]
(수정) 선생님
아, 오늘 배가 좀 뭉치고
이 밑으로 살짝 힘이 들어가는 거 같아요
[긴장되는 음악]
아, 여기 밑으로 뭐가 더 흐르는 느낌이 드는데
잠시만요, 제가 바로 볼게요
(민하) 선생님, 저 스페큘럼 세트 좀 챙겨 주세요, 빨리요!
[통화 연결음] 교수님
교수님, 김수정 산모 아기 지금 익스터널 오스에서 발도 만져지고
코드 빠져서 응급 수술 하셔야 될 거 같아요
빨리 수술 준비해 소아과에 빨리 연락하고, 바로 갈게
마취과에는 급해서 제너럴해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통화 종료음]
(석형) 죄송합니다 응급 수술이라, 죄송합니다
(여자) 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힘겨운 숨소리]
(민하) 산모 빨리 옮길게요
수술상 다 차려진 거죠? 드랩하면 되죠?
[석형이 숨을 후 내쉰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수정 남편의 한숨]
[스펀지가 툭 떨어진다]
[페달 조작음]
[페달 조작음] [물이 뚝 멈춘다]
- (송화)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 - (준완) 어
(송화) 오늘 무슨 수술인데?
(준완) 알카파라고 좌측 관상 동맥이 폐동맥에서 나오는 건데
심장 뛰는 것도 별로 안 좋고 관상 동맥이 대동맥에서 좀 멀다
잘 갖다 붙일 수 있을까 걱정이야
수술 끝나고 최소 가슴 열고 나오거나 에크모 달고 나올 확률이 높아
[준완의 한숨]
파이팅
(송화) 나도 파이팅
[흥미로운 음악]
[익준이 흥얼거린다]
[마우스 클릭음] (익준) 어? 이분, 김장호 씨
면역 억제제 농도가 너무 높은데?
지난번에 너무 낮아서 2주 만에 보자고 한 건데
(해성) 아무래도 또 술 드신 거 같아요, 교수님
(성영) [작은 목소리로] 누구?
(해성) [작은 목소리로] 1년 전 둘째 딸한테 간 이식받은 분
[성영의 탄성]
3년 전엔 첫째 딸한테
(성영) 네?
일단 다음 환자분 봅시다
(간호사1) 네
[키보드 조작음]
- 최상하 님 - (남자1) 아, 예
(간호사1) 성함이랑 등록 번호 확인할게요
(남자1) '3978654'…
(정원) 어 [살짝 웃는다]
그럼 엄마가 안고 계시고 그 상태에서 뺄게요
(승원 모) 네, 교수님 이 자세에서 그냥 하셔야 될 거 같아요
(승원 부) 승원아, 하나도 안 아파 [승원의 긴장한 숨소리]
전에 아팠던 거 오늘 다 떼려는 거야
[훌쩍인다]
(정원) 자
(승원) 아, 아파, 아파!
(정원) 아이고 [승원의 거친 숨소리]
아, 벌써 끝
아이고, 다 끝났다, 승원아 [정원이 살짝 웃는다]
(승원 모) 봐, 하나도 안 아프지?
어, 그래도 상처가 깨끗하네요
(정원) 주세요
따끔따끔할 거야, 승원아, 조금만 참자
오늘 몇 개 해야 되냐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늘 일곱 개 해야 돼
괜찮아, 승원아
이거 금방 끝나, 응
(정원) 자, 일단 약 발라 보자
요거 시원한 거야
(승원) 아, 싫어, 싫어, 아파, 아파!
안 한다고!
(승원 부) 승원아 이거 아픈 거 아니고 시원한 거야 [승원의 울음]
아니야, 싫어, 싫다고!
안 한다고!
아이, 시원하다
(정원) 끝났다, 끝났다, 다 끝났다
[정원의 웃음] (승원 부) 시원하지? 하나도 안 아프지?
어, 여기까지 좋았어
(정원) 아주 좋았어, 승원아
[승원 모의 한숨] 자
(승원) 아, 아파!
싫어, 싫어, 싫다고, 안 한다고!
[승원의 거친 숨소리] 승원아, 안 아파
사실대로 말해 봐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승원 부) 승원이가 가만히 있어야 빨리하고 가지
안 그러면 계속해야 돼
(정원) 자, 선생님이 안 아프게 빨리할게요
(승원) 아, 싫어, 싫어, 안 한다고!
[승원의 거친 숨소리]
승원아,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어?
(승원 모) 승원이가 울어서 지금 하나도 못 하고 있잖아!
[승원의 울음]
(승원) 아,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아프다고!
[정원의 한숨]
안 되겠다
승원이 나가서 기분 좀 풀고 오자
[정원이 장갑을 쓱 벗는다] [한숨]
(정원) 어머니, 어 다른 아이 좀 보고 있을 테니까
승원이 잠깐 데리고 나가셔서 기분 좀 풀고 올게요
그리고 약간의 흥정을 좀 하셔야 될 거 같은데
[멋쩍은 신음]
네, 교수님
죄송합니다
[한숨 쉬며] 자, 내려와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한숨]
그럼 다은이 볼까요?
- (현희) 네 - 네
[의료 기기 작동음]
[어두운 음악]
(송화) 튜머가 어드히젼이 심한데
아, 다이섹션이 힘드네
(석민) 제가 튜머 이쪽 부분 리트렉터로 당겨 보고 있을까요?
(송화) 어, 그래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심장 쓸데없이 건들지 마!
피브릴레이션 오잖아
페리카디움 텐팅 할 거 주세요
(익준) 수술장에서 조직 검사로 암세포 없는 거 확인하고 끝냈거든요
뭐, 일단 사람이 할 수 있는 거 다 했으니까
약물 치료 받으시면서 지켜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교수님 - (익준) 네
[남자2의 안도하는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다음 김장호 씨?
(해성) 네
(장호) 안녕하세요, 교수님
- 안녕하십니까 - (익준) 네
[어두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장호 처의 한숨]
환자분, 약 꼬박꼬박 드셨어요?
네, 묵었습니다
약 제대로 안 드신 거 같은데요?
[장호 처의 한숨]
면역 억제제 농도가 너무 높은데
그, 약 잘 안 드시다가
병원 간다고 갑자기 많이 드신 거 아니에요?
(장호) [웃으며] 아, 아입니다
김장호 씨
술 드신 것 같아요
아입니다
(장호) [웃으며] 아입니다
[장호 처의 기가 찬 숨소리]
아니긴요, 여기 수치가 다 나오는데
피 검사에도 다 보여요
술 얼마나 드셨어요?
[머뭇거리는 신음]
쪼끔
쪼끔 마셨습니다
(익준) 한번 마시면 몇 병이나 드세요?
한 병 반 정도…
(장호 처) 참 나 한 병 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저는 안 마실라 캤는데 [장호 처의 한숨]
밥 묵으러 나갔는데 친구들이 자꾸 마시자 캐 갖고…
아니, 환자분 간 이식받은 거 친구분들한테 얘기했어요?
예, 얘기했습니다
아니, 간 이식받은 환자한테 수, 술을 권하는
친구가 있나?
[장호 처의 한숨]
그런 사람은 친구가 아니죠
(장호 처) [한숨 쉬며] 교수님
이 사람 지난주에도 닷새를 5일을 술을 마셨습니다
그것도 한번 시작하면 새벽까지
[울컥하는 숨소리]
이게 사람입니까, 예?
사람이면 이럴 수 있습니까?
씁,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
조용히 안 하나!
[장호 처의 한숨] [어두운 음악]
[한숨]
(소아과 의사) 아 김수정 산모 보호자분 되시죠?
(수정 남편) 네 어떻게 됐어요, 선생님?
(소아과 의사) 예 소아과 김우재 교수입니다
어, 산부인과에서 어렵게 끈 아기라고 들었어요
근데 아기 주수가 너무 어리고
어,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수술장에서 NICU로 가지 못하고 잘 안됐어요
음, 저희도 최선은 다했지만
아기를 살릴 순 없었습니다
[한숨] [무거운 음악]
제 와이프는요?
제 아내는요, 교수님?
(소아과 의사) 어, 김수정 산모는 현재 양석형 교수님이 수술 중이십니다
수술 끝나고 나오면 다시 얘기해 주실 겁니다
[수정 남편의 한숨]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석형) 스킨 하게 실 주세요
환자 바이털 괜찮죠?
(마취과 의사1) 네, 괜찮습니다
(석형) 네
(간호사2) 카운트할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긴장한 숨소리]
(승원) 아, 아파, 아파!
아프다고,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승원의 거친 숨소리]
(승원 부) 승원아 이거 얼른 해야 안 아파지는 거야
선생님이 하나도 안 아프게 금방 끝내 주신대
조금만 참자, 응?
따끔 세 번만 참자, 세 번만
승원아, 선생님이 하나도 안 아프게 할게, 응?
자
(승원) 아, 아파, 싫어, 싫다고!
안 한다고, 싫어, 싫다고!
[승원의 거친 숨소리]
[한숨]
(승원 모) 박승원, 너 이럴래?
선생님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잖아, 너 때문에!
너 수술해 주고 안 아프게 해 준 선생님인데
너 이럴래, 진짜?
[승원의 울음]
[한숨]
[승원 모가 승원을 토닥인다] [정원이 의료 기구를 내려놓는다]
(정원) 괜찮습니다 외래 아직 많이 남아서
좀 더 달래 보시고
우리 맨 마지막 아이 끝나고 그때 들어오시면 될 거 같아요
승원이 말로 한 번 더 달래 보시고
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들어오세요
네, 교수님
아, 진짜…
(승원 모) 승원아 이제 일어나, 가자, 미안해
[의료 기기 작동음] [어두운 음악]
(송화) 마취과 선생님 피가 많이 나네요
혈압 어때요?
(마취과 의사2) 혈압 떨어집니다 90에 70입니다
(송화) 우리 피 준비된 거 있으면 빨리 주세요
(간호사3) 네 [버튼 조작음]
(석형) 소아과 선생님 오셔서
어, 아기는 심폐 소생술 이삼십 분 정도 했는데
[석형의 망설이는 신음]
아기가 너무 어려서 잘 안됐습니다
[수정이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4주 가까이 잘 끌어 오셨는데
저희로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 돼서 유감입니다
지금은, 음, 산모분 잘 회복하는 거
전신 마취까지 하고 수술하셨으니까
산모분이 잘 회복하는 거에
집중할게요
[수정이 연신 흐느낀다]
[한숨]
김장호 씨, 우리 3년 전에 만났죠?
예, 선생님이 그때 제 생명 구해 줬다 아입니까
(익준) 3년 전에
음, 술 드시다가 쓰러져서 의식도 없을 때
첫째 딸이 간 기증해 줬죠?
[장호 처의 울컥하는 신음]
선생님
[흐느끼며] 제가 죄가 많아요, 선생님
그리고 어떻게 하셨어요?
바로 또 술 드셨잖아요
결국 작년에 둘째 딸까지 기증하게 하고
근데 또 술을 드세요?
[한숨]
(익준) 자식이 간 기증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
네?
[어두운 음악]
[장호 처가 흐느낀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 일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암으로 간 수술 하다가 많이 죽었습니다
기증자 수술도 목숨 걸고 하는 간 수술이에요
딸 둘이 아버지를 위해서 목숨을 건 거라고요
아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기증할 사람이 없어서 돌아가시는데
[익준의 한숨]
(장호) 죄송합니다 [장호 처의 한숨]
(익준) 만약에 다시 간이 망가져서 오시면
이제는 뇌사자 간밖에 없는데
또 술 마실 사람을 어떻게 수술합니까?
[익준의 한숨]
뇌사 기증자랑 그 가족들 생각해서라도 제가 왜 수술합니까, 제가 어떻게
또 술 마실 게 뻔한 사람을
전 앞으로 환자분
수술, 진료 못 합니다
예, 집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 드릴 테니까, 저한테, 어…
더 오지 마세요
(장호) 교수님, 죄송합니다 [장호 처의 당황한 숨소리]
제가요, 앞으로 절대 절대로 술 안 묵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음 분 볼까요?
(해성) 네
[헛기침]
[어두운 음악]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준완) 거의 된 것 같은데?
(전공의) 네, 교수님 예쁘게 잘 붙었는데요?
(창민) 심장 너무 잘 뛰어요, 교수님
(준완) 아, 십년감수했다
가슴도 닫고 에크모도 안 달아도 되겠다
마무리 잘하자
(전공의) 예
[의료 기기 작동음] [어두운 음악]
[송화의 탄식]
(송화) 아, 참
[의료 기기 작동음]
[송화의 한숨]
(송화) 종양 잘 제거된 거 보이지?
(선빈) 네, 교수님
(송화) 이제 마이크로 빼 주세요
(간호사3) 네
(송화) BP 얼마인가요? 피 잘 들어가나요?
(마취과 의사2) 예 잘 들어가고 있습니다
(송화) 아휴, 힘들었다
[석민이 살짝 웃는다]
(석민) 듀라부턴 저희가 닫겠습니다
교수님, 여기서부턴 저희가 하겠습니다
(송화) 어, CSF 안 새게 듀라 꼼꼼하게 닫아 주고
블리딩 컨트롤 잘하고 마무리 잘해 줘
(석민) 예
[의료 기기 작동음]
종양 잘 제거했습니다
[경진 부모의 안도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교수님, 감사합니다
(경진 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지금 마지막 마무리 전공의 선생님이 하고 있어요
좀 있다 환자분 중환자실로 나오실 거고
제가 가서 한번 볼게요
(경진 부)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함께) 감사합니다
[경진 모가 흐느낀다]
[한숨]
(익준) 뭐 해? 한겨울 밖에서 청승맞게
(석형) 그러는 넌 여기 뭐 하러 왔어?
[익준의 한숨]
[익준이 숨을 들이켠다]
그냥 마음이, 하, 그렇고 그래서
(익준) 아기
잘못됐구나?
[석형이 숨을 들이켠다]
거의 없어
수술장에서 아기 나오자마자 익스파이어하는 경우
산모가 정말 노력해서
23주 초반까지 잘 끌어 오셨는데
[한숨]
(석형) 회진 갈 시간인데
[잔잔한 음악] 회진 가기 참 싫다
알지, 그 마음
(석형)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위로할 말이 없어
무슨 말을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익준의 한숨]
[석형이 입소리를 쯧 낸다]
[익준의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준완) 여보세요?
(익순) 응, 오빠
(준완) 익순아, 오늘 수술
들어갈 때는 기계 달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힘든 수술이었거든
근데 생각보다 심장이 너무 잘 뛰…
무슨 일 있어?
(익순) 나 오늘 인종 차별 당했어
(준완) 어?
(익순) 좀 전에 카페 갔는데
간단하게 라테 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계속 물어보잖아
[한숨] 못 알아듣는 척 몇 번을 물어봐
딱 두 단어야, '라테, 플리즈'
[익순의 한숨]
진짜 기분 너무 나빠
(준완) 인종 차별이라고 바로 얘기했어?
(익순)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
나오고 나서 세경이한테 얘기하니까
인종 차별 한 거라 그러더라고
너무 기분 나쁘다
근데 오빠, 할 말 있던 거 아니었어요?
(준완) 어, 어, 별말 아니야
점심은?
아직 못 먹었겠네
어, 오빠도 이제 저녁 먹어야지
응
[의료 기기 작동음]
[경진 모의 한숨]
(송화) 안녕하세요
(경진 모) 어, 네, 교수님
CT 결과 확인했는데
CT상에서 종양 깨끗이 잘 제거됐습니다
[함께 안도한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경진 모) 감사합니다
계획한 대로 됐어요
(송화) 환자분은 지금 마취 깨는 중이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중환자실에서 하루 이틀 정도 상태 지켜보고
괜찮으면 병실로 올라갈 거예요
(경진 부) 예, 감사합니다
(경진 모) 교수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전공의 선생님들이 꼼꼼하게 체크할 거고
저도 자주 와서 체크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경진 부) 네, 감사합니다 - 네, 고맙습니다
- (경진 부) 고맙습니다 - 그럼
[경진 모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3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선빈) 교수님,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환자 봤으니까 이제 들어가려고
설마 지금 속초로 가시는 건 아니죠?
한 시간 뒤에 출발하려고
내일 오전 외래만 보고 바로 올라올 거야
유경진 씨 출혈 위험 있어서 체크해야 돼
(선빈) 예?
내일 그쪽 외래 좀 미루시면 안 돼요, 교수님?
아, 정말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외래인데 그 스케줄은 지켜야지
멀리 삼척, 동해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셔
(송화) 후딱 갔다 오면 돼
(선빈) 주무시고 가세요 오늘 종일 수술하셨는데
가서 자면 돼
고생했다, 선빈아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한숨]
[석형의 결연한 숨소리]
[문이 스르륵 열린다]
(석형)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한숨]
[승원 모의 한숨]
(정원) 승원 어머니
(승원 모) 아 [정원이 살짝 웃는다]
아직 안 가셨어요?
승원이는요?
아빠랑 저녁 먹으러 갔어요
[정원의 옅은 탄성]
(승원 모) 저는
미워서 안 갔어요
[정원의 한숨]
[승원 모의 한숨]
결국 실밥도 못 뽑고
교수님 진만 빼고
[정원이 살짝 웃는다]
[한숨]
속상해, 진짜
쟤는 왜 저러나 몰라
그걸 못 참아, 어떻게
쯧, 아, 진짜
[정원이 숨을 들이켠다]
(정원) 하이고
어머니
승원이 힘든 암 수술도 이긴 아이예요
아픈 거 승원이가 제일 많이 겪었고 제일 잘 알 거예요
속상하신 거 이해해요
그래도 아픈 승원이
잘 달래고 케어해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오늘 같은 실밥 제거 정도야
전에 승원이 아프고 수술받을 때에 비하면
이 정도 일은, 오늘 일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한숨]
[정원이 입소리를 쯧 낸다]
전 괜찮으니까
어머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일주일 뒤에 다시 도전하면 되죠, 뭐
[살짝 웃는다]
[훌쩍인다]
교수님
교수님 별명 모르시죠?
(정원) 네?
천주교 신자신데
별명이 생불이라 어떡해요?
(정원) 아 [정원과 승원 모의 웃음]
[정원이 피식 웃는다] (승원 모) 교수님
교수님 병원 관둔다는 소문 있던데
아니죠?
제가 병원을 왜 관둬요? [웃음]
아니에요
하, 다행이다
아, 참
저는요
승원 아빠 회사 관두는 거보다
교수님이 이 병원 관둘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에요
[피식 웃는다]
승원이 실밥 뽑고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이 병원 쭉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얼른 저녁 드시러 가세요
승원이, 엄마 기다릴 거예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원의 웃음]
(정원) 얼른
- (승원 모) 가 볼게요 - 네
[정원이 숨을 들이켠다]
[잔잔한 음악이 연주된다]
(석형) ♪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
♪ 얼마나 오래 남을까 ♪
♪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
♪ 굳세게 버틴 꽃들과 ♪
♪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
♪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
♪ 하늘 아래 모든 것이 ♪
♪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
♪ 가을 우체국 앞에서 ♪
♪ 그대를 기다리다 ♪
♪ 우연한 생각에 빠져 ♪
♪ 날 저물도록 몰랐네 ♪
♪ 날 저물도록 ♪
♪ 몰랐 ♪
♪ 네 ♪
[승주의 하품]
[민하의 힘겨운 신음]
[버튼 조작음]
(승주) 오늘 우리 몇 잔째예요?
(민하) 겨우 네 잔이요
병원 커피엔 카페인이 안 들었나 봐요
[민하의 한숨] 전 원래 디카페인만 마셔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승주) 안녕하세요, 교수님
(은원) 안녕하세요
(석형) 네, 안녕하세요
(민하) 안녕하세요
[버튼 조작음]
(승주) 교수님, 식사는 하셨어요?
예, 먹었어요
안녕하세요
(함께) 안녕하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 (은원) 뭐 해요? - (민하) 예? 뭘, 뭘요?
(은원) 그거 열림 버튼이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하) 아, 아, 네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익준의 다급한 신음] 문이 열립니다
(익준) 어? 이게 누구야?
너는 내 떡볶이, 떡볶이는 내 사랑
추추 아니신가?
-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익준) 예
(은원과 승주) 안녕하세요
(익준) [웃으며] 예, 안녕하세요, 예
[흥미로운 음악]
야, 문 닫아
(익준)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중얼거린다]
네, 병원장님
네
네, 할게요
근데 저는 오히려 주말에 시간이 되는데
[숨을 씁 들이켠다]
하나만 확인하고 바로 전화드릴게요
픽스하진 마시고요
네
[통화 종료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케이크 드세요
(송화) [웃으며] 안 그래도 지금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문이 달칵 닫힌다] 앉아
(선빈) 저요? 왜요?
이번 주 토요일 시간 돼?
저 당직이요
(선빈) ICU도 돌아야 해서
이번 주말엔 복권 당첨돼서 찾으러 오라고 해도 못 가요
[송화의 웃음]
석민이는?
아, 석민이 시험이다
2차 시험 있지?
이번 주 토요일?
네, 지금 용석민 똥줄이요
[송화의 탄성]
근데 왜요, 교수님?
아니야
맛있다
홀 케이크로 사 오지, 통으로
(선빈) 둘이서 먹을 건데요?
그러니까, 홀 케이크
[익살스러운 효과음]
- 아, 교수님 - (송화) 응?
유경진 씨 보호자분이 교수님 찾아요
나를?
왜? 아까 유경진 씨 보고 왔는데
교수님한테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던데요?
"산과 개설"
[한숨]
'Introduction to obstetrics'
'산과'
너 요즘 다시 교과서 공부하니?
(석형) 내려놔, 아무것도 만지지 마
궁금한 거 빨리 물어보고 빨리 꺼져 줄래?
너 오늘 수술 두 개라 그러지 않았니? 안 바쁘니?
바빠, 그 바쁜 틈을 쪼개서 널 보러 온 거야
왜, 굳이?
난 궁금한 건 못 참거든
뭔데?
너 신혜 씨랑 다시 만나는 거?
윤선주 교수 퇴원했는데 왜 오늘 또 같이 계실까?
둘이 뭐, 다시 잘해 보기로 한 거?
아니
(석형) 윤선주 교수 오늘 외래 왔고
나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거야
(익준) 아, 그래, 아유, 그…
그럼 둘이 잘될 가능성은?
영
(익준) 여, 영, 영?
(석형) 영
그런 가능성 전혀 없어
[한숨]
오빠하고 저녁 먹으러 왔어
[무거운 효과음]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한 번씩 만나서 저녁도 먹고
그러면 안 될까?
[석형이 컵을 툭 내려놓는다]
나 너 이렇게 보는 거 사실
불편해
[잔잔한 음악]
너 보면 아직
미안한 마음도 크고
어, 너 힘들 때 내가
아무것도 못 해 준 거에 대한 죄책감도 커
(석형) 근데 신혜야, 난, 어, 우린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해
지금처럼 이렇게
우연으로만 만나고 싶어
알겠어
무슨 말인지 다 이해했어
[휴대전화 벨 소리]
네, 병원장님
(병원장) 바로 전화 준다면서
힘들 거 같아요
(병원장) 응? 왜?
남들은 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이번 주 토요일 말고 다른 날은 안 되죠?
(병원장) 거기서 날짜가 이날밖에 안 된대
채 교수가 수술했는데 채 교수가 해야지
채 교수 날짜 된다면서
전 안 할래요
병원장님이 대신 해 주세요
(병원장) 아유, 이 사람아, 그걸…
내가 그걸 왜 해!
[웃음]
알았어, 내가 잘 거절할게
네
(병원장) 채 교수, 고생이 많아
다음부터 무리한 스케줄은 부탁 안 할게
아,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VIP 수술은 부담 갖지 마시고
무조건 저한테 바로바로 맡겨 주세요
(병원장) 채 교수, 이런 캐릭터였어?
[웃음]
아, 아무튼 고생해
- 네 - (병원장) 응
[통화 종료음]
[들뜬 숨소리]
[살짝 웃는다]
[웃음]
[기분 좋은 탄성]
(승주) 어유, 웬 꽃?
[살짝 웃으며] 원래 안 되는데
김수정 산모님이 퇴원하면서
양석형 교수님한테 꼭 전해 달라고 하셔서요
아휴, 교수님 김수정 산모 퇴원하는 거 못 보셨겠네
교수님 수술 아직 안 끝나셨지?
(민하) 음
어젯밤에 문자 보내셨대요
누가요?
양석형 교수님이?
(민하) 네
(승주) 그런 캐릭터 아니신데?
어젯밤에 저한테 김수정 산모 연락처 물어보셨어요
보드 따고 환자한테 개인적인 문자는 처음 보내신다고
어머, 뭐라고 보내셨는데?
(민하)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윤복) 안녕하세요 - (석형) 응, 안녕
(석형) 안녕하세요
오, 선생님, 이거 웬 꽃이에요?
김수정 산모님이 교수님 드리라고
안에 편지도 있어요
병원에 꽃 안 되는데
(민하) 교수님
(석형) 수고해요
[발랄한 음악]
(준완) 어디 가?
(송화) VIP 병실
- (송화) 너는? - (준완) ICU
- (준완) 너는 수술? - (익준) 수술
(익준) 준비 시간 더 걸린대서 잠깐 지하 여기 좀 가 보려고
(준완) 안경점? 새로 오픈했어?
(익준) 오픈 기념 30% 세일
[준완의 탄성]
어유, 안녕!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드래건이랑 목하 열애 중이 의심되는
NS 3년 차 허선빈 선생 아닌가
(준완) 별걸 다 안다
(선빈) 안녕하세요
교수님, 얘기 들으셨어요?
(송화) 무슨 얘기?
(익준) 뭐지? 이 신선한 이야기의 도입부는?
독일 방송국에서 취재 오고 싶다 그랬대요
(준완) 유경진 씨 아직 인터뷰할 컨디션은 아닐 텐데?
유경진 씨 말고 교수님이요
- (익준) 채송화를? - (선빈) 네
(준완) 오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구한 한국 최고의 뉴로서전으로
병원에 인터뷰 요청했대요
알아, 병원장님한테 들었어
정말요?
근데 나 안 한다고 했는데?
왜요? 왜 안 한다고 하셨어요?
(송화) 그냥, 안 한다고 했어
유경진 씨 어머니 때문에 그러시죠?
유경진 씨 어머니 싫어서 인터뷰 안 한다고 하신 거죠?
아니, 나 유경진 씨 어머니 안 싫어
그리고 싫다고 해도 인터뷰 안 할 건 또 뭐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요?
왜 안 하신다고 하셨어요?
너희들 시간 안 된다고 해서
(송화) 같이 고생했는데 어떻게 나만 인터뷰를 해?
[잔잔한 음악] 너희들도 같이 인터뷰하면 좋을 거 같아서
다른 시간 몇 개 더 물어봤거든
근데 이번 주 토요일밖엔 시간이 안 된대
그래서 나도 안 한다고 했어
(준완) 아유, 미쳐
[익준이 전단을 부스럭거린다]
교수님
다음에
서로 시간 맞춰서 여유 있게 제대로 하자고 했어
(준완) 야, 뭐 해?
(익준) 송화 동상 파고 있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송화) [웃으며] 아, 뭐야
미쳐, 진짜, 이게 나야?
[감성적인 음악] 어, 너야, 다음엔 진짜 동으로 만들어 줄게
[웃으며] 아, 됐어
갈게
(준완) 야, 야, 써 봐
[송화의 헛웃음]
야, 괜찮은데?
야, 너 써 봐
- (준완) 어? 써 봐, 써 봐 - (송화) 네가 써 봐, 네가 써 봐
(익준) 아, 송화야, 송화야! [송화의 웃음]
송화야, 괜찮아? 미안하다
- (익준) 괜찮아? 미안하다 - (준완) 아, 잠깐만
(준완) 써 보라 그래, 써 봐
(송화) 줘 봐, 줘 봐, 내가 써 볼게
(익준과 송화) - 아, 송화야! - 아, 찢어졌잖아! 내 얼굴 찢어졌어
(익준) 진짜 동으로 네 전체를 다 해 주겠어 [친구들의 웃음]
[한숨]
(수정) 교수님, 김수정 산모예요 [한숨]
얼굴 꼭 뵙고 퇴원하고 싶었는데
수술 중이셔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교수님, 어젯밤에 보내 주신 문자에
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웃으면서 병원 나가려고 했는데
교수님 때문에 남편이랑 또 한참을 울었네요
교수님, 미안해하지 마세요
[잔잔한 음악] 교수님 덕분에
지난 한 달 동안 아기 심장 소리도 듣고
태동이라는 것도 처음 느껴 봤어요
그 짧은 몇 주의 시간들이
저와 제 남편에겐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교수님은 모르실 거예요
교수님, 혹시라도 제게 다시 천사가 찾아온다면
그때도 꼭 저와 우리 아기 맡아서 지켜 주세요
정말 고생 많으셨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보내 주신 문구는
남편이 벌써 출력해서 액자로 만들었어요
[석형이 편지를 툭 내려놓는다]
(석형) 산과 교과서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네요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무거운 음악]
(경진 모) 저, 교수님
네?
아직 싱글이세요?
(송화) 네?
아, 예, 예 [송화의 어색한 웃음]
[경진 모가 살짝 웃는다]
쟤 오빠 한번 안 만나 보실래요?
[경진 모가 살짝 웃는다]
(경진 모) 나이도 교수님하고 비슷할 거 같고
저 안 닮아서 착하고 성실해요
아, 예
약국 해요, 강남에서 꽤 크게
교수님 많이 부담스럽지 않으면
제가 자리 한번 만들어도 될까요?
[송화의 난처한 신음] [차분한 음악]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한숨]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발랄한 음악]
[피식 웃는다]
[리드미컬한 음악]
[잔잔한 음악] 오신다고?
외래 하던 거 미루고 바로 오신대요
어, 지금 갈게
그래도 보호자는 있을 거 아니야
아무도 없어요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어요
올 때마다 항상 혼자 계세요
그 환자 상태 안 좋아서 시간 없는 거 같은데
네가 한 번만 봐 줘
아는 사람이지?
누군데?
네가 판단해도 불가능한 수술이면
그땐 나도 깔끔하게 포기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 믿어요,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지금 수술 들어갑니다
[밝은 음악] 넌 아무도 없니?
여자 친구
친구분들 중에 아무나 한 명 정해서 남자 친구라고 하세요
난 데이트
율제병원 오너, 재벌 2세
너희 엄마 경기도 화성에 땅 있는 거 알지?
너 준대, 유산이래
진짜야?
이분이라면 무조건 속을 거 같은데
교수님이랑 제일 친하신 분이요
아빠랑 캠핑 간다고 맨날 맨날 맨날 자랑해
우리도 가면 되지, 아빠랑 가자
- 정말? - 응
교수님, 사람들 보면 어떡하려고요?
그러다 우리 바로 들통나요
그래도 아마 절대 포기 안 하실 거예요
'아이 라이크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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