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1
안녕하세요?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에 정직원으로 발령받은
서지안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아니, 서지안 씨 - 지안 씨가 왔네
지안 씨
안녕하셨어요?
어떻게 된 거야?
원래 서지안 씨가 정직원 전환 대상이었잖아요?
(과장) 그게 내부 감사에 걸렸대요
(부장) 그래?
아니, 근데 그게 우리 뜻이 아니었는데
(하정) 부장님, 이거 확인해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마케팅팀 분리되면서 우리 팀 그대로 어패럴 맡고
F&B 마케팅팀이 신설된 건데
거기로 가면 모를까 왜 우리 팀으로 와요?
그러게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아요
아... 하필 내가 빙모상 치를 때 일이 이렇게 돼 가지고
어쨌든 반가워요
반가워, 지안 씨
(대리) 부장님, 일단 자리부터 배정해 주시죠
우리 회사 정직원 출입증까지 메고 왔는데
음, 여기 윤하정 씨 옆에 빈 책상 여기 쓰자
네, 잘 부탁합니다
나 좀 나갔다 올게
- 반갑다, 지안 씨 - 저도요, 선배님
(지안) 다들 제 커피가 그리우셨죠?
출근 기념으로 커피 타 드릴게요
지안 씨 이제 커피 안 타도 돼
알아요, 오랜만에 재입사 기념으로 타 드리는 거예요
마지막으로요!
너 어떻게 된 거야?
회사가 현명해서 뒤늦게라도 원위치시킨 거잖아
그게 아니라 갑자기 로또 맞았니?
네가 입은 옷, 가방 구두, 귀걸이까지
로또 됐나 보지
진짜?
첫 출근이라 신경 좀 썼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빼입은 거 전체 최소 오백은 넘겠는데?
윤하정 씨 내 사적인 거에 관심 갖지 마세요
우리가 친구니? 아니잖아, 이제
동창으로 대해 회사 동료로만 대하고
야, 내가 네 선배거든?
원칙대로 정직원 전환됐으면 내가 선배지
네가 낙하산 타고 내려와서 나 까내지 않았으면
(지안) 어쨌든 퇴사했다가 입사한 거니까
네가 입사 선배인 거 인정해 줄게
(지안) 단, 선배답게 행동하면
[문 닫힘]
(선배) 하정 씨 난감하겠다, 사과는 했어?
무슨 사과요? 쟤도 낙하산이에요
무슨 소리야? 원래 계약직 중에서 인사고과 1등이었는데
송 선배, 서지안이 들고 온 가방이 얼마짜린 줄 알아요?
저거 명품이에요
아니, 무슨 저게 명품이야? 그냥 가죽 가방인데
일반인들이 어쩌다가 명품 살 때
루이비퉁이나 구땡 프라도 같은 티 나는 명품 사는 거죠
진짜 부자들은 자기들끼리만 아는 명품 든다고요
겉으로 티 안 나는
에이, 짝퉁이겠지
차림만 변한 게 아니라 분위기가 변했잖아요
기가 팍 살아서 잘난 척
(과장) 괜히 억지 쓰지 말고
지안 씨한테 사과부터 하고 잘 지낼 생각이나 해
(과장) 없던 낙하산이 그렇게 쉽게 생겨?
(대리) 진짜 낙하산이면 곱게 내려오겠어?
윤하정 씨 뻥 차 버리고 내려왔지
전 특채예요!
[일동 기막힌 한숨]
아, 벌써 퇴근을 해요?
빵 다 팔렸고 추석 준비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추석에 어디로 가세요? 부모님 댁으로 가세요?
[기침] [코 훌쩍임]
알 거 없어
아, 그리고 왜 맨날 사발면만 드세요?
이게 뭐 어때서?
맨날 남들 먹는 빵에는 온갖 정성 다 들이고
자기 몸은 그렇게 안 챙겨요?
저 수제자로 받아주시면
제가 싸부님으로 모시면서 삼시 세 끼 식사 다 해 드릴 수 있는데
- 저 한식, 일식, 중식 다 배웠어요 - 응, 됐어
치, 아직도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내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얘기할 테니까
돈 많이 벌고 싶지 않고
내 기술 남기고 싶지 않고 오래 살까 봐 겁나
그러니까 서지수 씨는 딱 매장 종업원으로만 필요해
(남구) 오케이? 노 땡큐면 사표 써
왜요? 특히 반죽 기술요 왜 남기고 싶지 않으신대요?
언제라도 내가 떠날 때 흔적 남기고 싶지 않아서
빵집 안 하세요?
(지수) 방장님! [남구 혀 차는 소리]
(남구) 질문 사절
추석 잘 지내고 와요
정말 반죽 기술을 알려줄 생각이 없으신 거구나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지안아! 서지안!
어? 선 실장님 맞네?
우리 동네는 웬일이지?
윤하정 씨
오감 만족 프로젝트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
그럼요 실행 계획 짜고 있어요
언제까지 기획안 검토만 할 거야?
언제 업체 공고 올리고 언제 선정까지 해?
검토가 아니라 짜고 있는 거예요
잠깐만요, 부장님
이 기획안 원래 서지안 씨 거였잖아요?
그럼 서지안 씨가 진행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오감 만족 그거 제 기획안 얘기였어요?
(하정) 말도 안 돼요, 그거 부장님이 저한테 하라고 하신 거잖아요
그땐 서지안 씨가 없어서 그러긴 했는데
제 기획안으로 뭘 하는 건데요?
그거 창립 40주년 이벤트 기획안이었는데
그거 하는 거야 해성 어패럴 창립 40주년 기념 이벤트
네?
(부장) 아니, 그게 서지안 씨 나가고 나서 우연히 봤는데 아이템이 좋더라고
그래서 윤하정 씨 이름으로 공모에 올렸거든
그럼 제 기획안이 당선된 거예요?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 그럼 뭐가 중요한데?
진행이 중요하지
여태 몇 주간 실무 진행한 것도 나고 부장님 지시로
그거 가기획안이었어요
세분화된 건 그 기획안에 없어요 하룻밤 만에 쓴 거라서
- 어떻게 디밸롭된 상태인데? - 내가 왜 그걸 너한테 얘기해야 하니?
(과장) 부장님, 이거 솔직히 원위치시키셔야 됩니다
그래도 여태 윤하정 씨가 만들고 있었는데
둘이 같이할래?
- 싫습니다! - 같이요?
그건 어때요?
어차피 세부 기획안 필요하니까
각자 디밸롭시켜서 그거 보고 회의 통해 결정하는 걸로
- 그거 좋겠네, 다들 동의하지? - 그게 합리적이겠네요
- 찬성입니다 - 네, 뭐
- 저도 동의합니다 - 저도요
'도전하라 그리고 포기하지 마라'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지는 것이다'
이야, 이게 아직도 있었네?
근데 이랬던 놈이 왜 한 번 넘어졌다고 아직도 못 일어나고 이러고 있어?
당신 정말
다시 사업이라도 할 생각인 거예요?
추석 때 차례 준비하지 마
어머니 산소 가서 내가 지내고 올 테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출근 첫날 소감 좀 들어보자
널 좀 껄끄럽게 대하진 않았고?
다들 잘 대해 주셨어요
처음엔 좀 민망해하셨는데 금방 괜찮아졌어요
그건 팀원들 태도고 네 소감 물어보신 거잖아
아...
감개무량했어요
제가 계약직으로 일하던 곳에 정직원 됐으니까요
감개무량해?
아직도 네가 누군지 모르는 거니?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면 더 위험해요, 어머니
도경이 말이 맞지 공개적으로 오픈되기 전까진
우리 회사 사원 서지안으로 살고 있어야 하니까
행동은 그래도 마음은 준비를 해야죠
제가 좀 흥분해서 그래요
어쩌면 40주년 이벤트를 제가 맡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들어가자마자 그 큰 행사를 왜 너한테 맡겨?
전에 직원들 대상으로 이벤트 아이템 공모가 있었는데
근데 계약직은 공모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안 내려고 했는데
과장님이 정직원 될 거라면서 받아 두셨거든요
오감 만족?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요?
그게 네 거였어? 기획안에 네 이름 아니었는데?
제가 계약직 잘리고 나갔는데 기획안이 너무 좋드래요
그래서 부장님이 다른 직원 이름으로 올렸나 보더라고요
네 걸 도용했다는 거냐?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직원 교육 한번 해야겠어요
계약직들 대상 티오 안 지킨 것도 그렇고
회사 관리 얘긴 회사에서 하자 은석이 올라가 봐
네, 저도 세부 기획안 준비해야 되거든요
올라가 보겠습니다
의욕이 생기는 모양인데?
누가 아귀를 딱 맞춰주는 것 같네요
창립 행사 맡아 성공적으로 치루면 그게 큰 공이잖아요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 티 안 나게
알겠습니다
[오케스트라 음악]
[똑똑] (지안) 알겠어요
(가족들) 오셨어요?
은석아, 인사드려 이모하고 이모부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이모님, 이모부님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하셨냐고?
어쩜 얘 이렇게 예쁘게 인사하는 것 좀 봐
돌아와서 기쁘다, 조카
(지안) 감사합니다
(명수)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네, 조카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희 어릴 때하고 똑같다 짱짱한 기질까지
어릴 땐 엄마 닮을 줄 알았는데 크니까 아빨 닮았구나?
그래?
(진희) 어머니 하드트레이닝 따라가느라 고생 많지?
제가 부족한 게 많아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어요
차례 안 지내고 바로 밥 먹으니까 좀 이상하다
아빠, 지안이가 간 거는 간 거고 우린 우린데 왜 차례 안 지내?
할아버지, 할머니 서운하실 거 아냐?
(태수) 왜 안 지내? 아버지가 가서 지낼 건데
아침 드시고 바로 강원도 가실 거죠? 저하고 같이 가세요
- (지호&지수) 나도 나도 - 아냐, 아냐
아버지 혼자가 편해
오랜만에... 늙으면 그래
어린 자식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버지 앞에 앉고 싶을 때가 있어
그래요?
그래서 늙으면 다시 아기로 돌아간다고 하는 건가?
밥들 먹어, 빨리
[목 가다듬고] 저 그럼...
아버지 가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너 왜 무게를 잡냐?
저...
수능 볼 때까지
학원 옆에 고시원에서 학원 다니면 안 될까요?
고시원?
아침에 나갔다 막차 타고 들어오니까 잠이 너무 부족한 거예요
5시간 겨우 자나?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아깝고
네 학원비에 용돈 나가는 것도 빠듯하셔
지안이가 주던 생활비도 끊겼는데 고시원은 무슨
왔다 갔다 차비 안 들고 고시원에 밥, 김치 있고
수능 한 달 반도 안 남았어, 형
그리고 수능 끝나고 할 알바 자리도 이미 다 뚫어 놨어
(미정) 안 돼
빈혈에 코피까지 흘렸는데 집밥이라도 챙겨 먹어야지
서지호가 코피를? 너 코 잘못 판 거 아냐?
(미정) 그거는 아니야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왔었어 어지럽다고
(미정) 한 달 반 남았는데 어수선하게 환경 바뀌면 더 안 좋아
집에서 다니면서도 성적 올랐는데, 뭘
(양호) 오 여사
자네 따라간 줄 알았던 은석이가 다시 돌아왔어
인사 받게
들어가 봐라
정 서방
예, 아버님
도경이를 해성 어패럴 부사장으로 발령 내라고 했다
[긴장된 음악] 네?
(양호) 바다가 잔잔한 게 길어지면 바람이 안 불어
답답하거든 젊은 혈기로 들어가서 휘저어 보게 해
알겠습니다
나오너라
(도경) 아버지는 2남 2녀 중에 장남이셔
친조부모님은 다 작고하셨고
장남이신데 왜 아버지는 부모님 차례 안 지내고 여기 계세요?
명절 지나고 고향에 가셔 당일 차례는 큰집 종손이 지내거든
친조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시기도 했고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신데 장남이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럼 여기는? 할아버지는 아들 없이 딸만 둘이시잖아
그럼 번갈아 가시던가 아님 여기서 같이 모시면...
아버지가 선택하신 거야 그래서 지금 해성 그룹 부회장이시잖아
이모부 정명호 사장도 명절 차례는 우리 집 와서 지내신다, 항상
그럼 해성 그룹이니까
무조건 이 집 위주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모든 일에 어머니가 더 결정권을 가지시는 것도요?
어머니가 해성 그룹 장녀시잖아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결혼해서 얻으신 게 훨씬 크고
어머니가 해성 그룹 총수 큰딸이잖아? 당연히 아들 역할 하셔야 하는 거지
얻는 게 크면 대가가 큰 것도 당연한 거야
재벌은 가족끼리도 그러는 거군요
세상에 공짜? 절대 없어 잊지 마
여보
빨리 우리 애 좋은 사람 만나게 해 줘
(소장) 당신이 눈이 삐어서 이상한 놈한테 보냈으니
제대로 된 놈 다시 보내 줘야 할 거 아냐
그만하세요, 아버지
남자라고 다 이상한 놈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럼요 좋은 남자가 더 많죠
재혼 안 해요, 저
너 이제 40이야, 응?
- 남은 평생 혼자 살 거야? - 네, 혼자 살 거예요
몇 번을 말씀드려요? 절대 안 해요!
다시는 저한테 그런 말씀 마세요
혁이 너도
누나, 당장 하라는 게 아니잖아
혁이 너, 내가 짐 스러워?
그래, 그럼 따로 살아 내일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어!
누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알아
나도 알았어
누나 맘 변하기 전엔 다시는 말 안 꺼낼게
아버지도 못 하시게 해 줘
들으셨죠?
안 한다
안 해 진짜 안 한다
시장하시죠? 식사하시고 차는 카페에서 마셔요
아이고, 제법 괜찮네
애들도 다 키워 놓은 건가?
오!
[잔잔한 음악]
(남구) 호떡이요
(소장) 네가 감히 우리 희를 넘봐? 이 날강도 같은 놈아!
내가 한번 말했으면 말을 들어야지 이 자식아!
이 자식이 그냥! [분을 참는 소리]
왜 추석에 친정아버지하고 있는 거지?
남편이 장손이라 그랬는데?
(미정) 어머, 아기야
여보, 미아 신고 들어온 건 없다 그러고...
(미정) 여보, 똑같죠?
당신도 지수인 줄 알았죠?
당신 왜 머리카락을 왜 잘라 놨어?
파출소에 실종 신고 들어온 거 없다면서요
그거 봐 부모가 버린 아이라니까
봐요, 지수하고 똑같아요 공항에서 몰라볼 거야
- (미정 모) 서 서방 - 예, 예
(태수) 어, 지안아
아니, 장모님 왜 이 사람 말리지 않으셨어요?
자네 그냥 미정이 원대로 하면 안 되겠나?
(장모) 올 때마다 봤잖아
지수 죽고 여기 와 있는 두 달 동안
미정이가 얼마나 미친년 같았는지...
나중에라도 진짜 부모가 아기 찾을 수 있잖아요
찾을 부모면 그런 데 안 뒀어요 죽으라고 둔 거야
제 이름도 제대로 몰라서 석이, 석이 하잖아요
얘는 지수가...
우리 지수가 보내준 애예요
(미정) 밤새 내 품에서 한 번을 안 깨고 쌕쌕 자더라니까?
울지도 않고요
내일모레 두바인지 그 낯선 데 가야 하는데 저 꼴로 어떻게 보내나?
쟤라도 품으면 정신 차릴 것 같은데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거둬 주게나 응? 서 서방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명절인데 손자 손녀들 인사도 못 올리게 했네요, 내가
오늘따라 정말 보고 싶다 우리 엄마
엄마, 좀만 기다려
내가 다시 돈 벌어서 우리 지안이 꼭 데리고 올 테니까, 응?
아, 뭘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 집에 미안한 거야 말로 다 못하지
엄마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우리 지태, 지안이 지수, 지호
아버지, 엄마
나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라고 얘기 좀 해 주라, 어?
우리 태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주라고 얘기 좀 해줘, 돈 좀 벌라고
얘기 좀 해 줘 어?
그 하늘에 있는 그 양반한테 얘기 좀 해 줘, 엄마 좀
(태수) 지수야, 잘 있었어?
아빠 왔다
[문자 수신음]
(지안) 저는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도 너무 보고 싶지만 당분간 뵙는 건 참으려고요
여기에 잘 적응한 다음에 찾아뵐게요
(지태) 짠!
작년엔 당직하면서 먹는다고 싸 오고 오늘은 누구 준다고 하고 나왔어?
혼자 사는 군대 후배 갖다 준다고 하고 나왔다
내년에는 뭐라고 하고 싸 올 건데?
내년에도 싸 가지고 나오라는 법이 어딨어?
너 그거 말이 씨가 된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
내일이 없는 커플이라 우리가 잘 지내는 거야
- 그건 그래 - 먹어
싱글로 사는 거 아쉬울 때 없는데 명절은 조금 힘들어
(수아) 룸메 언니도 고향 가고 나면
엄마랑 아빠랑 속 썩인 오빠까지 보고 싶어진다니까?
그래서 인마, 명절마다 내가 갖은 핑계 대면서 싸 가지고 나오잖아
자기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고
- 은수야 - (여자) 어, 왔어?
(남자) 음료수 사 왔어
[박선예의 '바람이 불어와' 재생]
야, 인마 서지태!
[태수 웃으면서] 참
추석 맞이 추억놀이 게임 하는 거냐? 창피하다, 이놈아
- 오셨어요? - 야, 이것 좀 받아라, 무겁다
옛날 생각 나서요
젊은 사람들도 나름대로 추억이란 게 있구먼
(지태) 젊긴요, 서른셋인데요
(태수) 야, 서른셋이 안 젊으면 60 넘은 나는 뭐 할애비냐?
그런 건 아니고요
안 젊다고 생각하는 놈이 왜 결혼 생각을 안 해?
애 키울 생각도 해야지
아직 결혼 생각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니, 왜 생각이 없어?
생각에 이유가 어딨어요?
야, 인마 같이 가자
아버지 오셨어요 [문 닫힘]
- (미정) 잘 다녀왔어요? - 어
당신 이리 와 잠깐만 앉아 봐 얘기할 거 있어
왜요?
들어가서 방에 가서 해요
지호 얘기야
지호는 왜요? [계단 내려오는 소리]
아버지, 다녀오셨습니까?
(태수) 지호야, 너...
고시원 얻어 아빠가 고시원 얻을 돈 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아버지
대신에 너 공부 소홀히 하지 마
이번에 무슨 일 있어도 대학 가야 돼
저는 절대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
앗싸, 빨리 짐 싸야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계단 올라가는 소리]
아니, 왜 지호를 내보내요?
당신 가게 한다며 우리 막내 뒷바라지할 자신 있어?
[미닫이 여닫는 소리]
[밝은 음악]
천연 염색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지안) 네
네
(지호) 어, 이 방이야
[짐 옮기는 신음]
들어와, 들어와 여기 창문도 있고 침대
좋잖아, 좋잖아 쾌적하다, 그렇지?
아 괜찮아, 엄마
좋네
(지호) 프라이버시
어때요?
오늘 모임 있나?
서희 미술관 윤 관장이
괜찮은 그림하고 조각 몇 점 들어왔대서
수석 부인하고 뉴월드 김 회장 부인 초대했어요
재능 재단 진 이사장 끼워서 분위기 맞추고요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장 수석 딸이야
겨울에 도경이하고 만날 거니까 곧 예비 사돈 되겠지만
뉴월드 차남은 아직 멀었잖아
서현이가 유학 가서도 1년은 있어야 되는데
심송 그룹에서 장 수석 딸 탐낸다는 소문 파다해요
뉴월드하고 장 수석네 소개시켜서 우리끼리 이미 반은 사돈이다
기정사실화되게 해야 돼요
[사람들 웅성] (남자) 너무 빠른 거 아냐?
최도경 팀장님이 해성 어패럴 부사장으로 온대요
(과장) 그래?
부장님 보셨어요?
응, 방금
이야, 이제 3세 경영 체제 준비한다는 거네?
나 그 오빠 알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최도경을 안다고? 아니, 최도경 부사장님을?
상무님하고 우리 아빠하고 같이 골프장 갔을 때 만났거든요
아, 근데 어디 가서 절대 이런 얘기 하시면 안 돼요
아니, 하면 안 되는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네?
도경 오빠 입장 생각해 줘야죠
그럼 같이 골프 치는 사이야?
(동료) 와, 대박이네
하정 씨 앞길에 비단길이 쫙 깔렸네요
서지안 씨 기획안 출력 다 됐어?
부장님, 저희 세부 기획안 출력 다 됐습니다
그럼 한 부씩 돌려
제대로 해 내 아들답게
알겠지만 해성 어패럴 최근 몇 년간 매출 정체기야
(재성)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전략기획팀에서 의견 낸 게 너다
알고 있습니다
바이오산업이든 다른 신사업이든 네가 해성 장악하면 해
아버지가 계신데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나고 너는 너야
회장님이 왜 너를 정명수 대표가 있는 해성 어패럴로 보냈는지 잊지 말고
명심하겠습니다
(부장) 자, 우리 해성 어패럴 창립 40주년 기념 이벤트 행사에
더 좋다고 생각하는 기획안을 앞에다 놓는 겁니다
윤하정 씨, 서지안 씨는 눈 감고
시작
다 됐지?
눈뜨세요
(부장) 그럼 바로 깝니다
(부장) 윤하정
(부장) 서지안
(부장) 서지안
(부장) 서지안
서지안
저기... 누구 실수하신 분 안 계세요?
윤하정 씨
우리가 창립 40주년 이벤트 기획안 선발하면서
내용은 확인 안 하고 이름만 봤을 거라 생각하니?
그럼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제일 큰 이유는 돈
윤하정 씨는 이벤트 언론 노출
개런티 높은 인기 가수 50명 섭외
야외 공연 퍼레이드에 대규모 불꽃 축제까지
예산 초과야
(대리) 추억의 먹거리도
전 세계 간식 체험이라니 주객이 전도됐죠?
대학생 가수들 섭외해서 대중들 앞에 설 기회와 소득을
그리고 또 고객들한테는
신선한 목소리로 옛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는
지안 씨 아이디어 정말 참신했어요
무엇보다 기존 서지안 씨 기획안에서 발전한 게 없잖아
(과장) 서지안 씨 같은 경우는 고객 모델 패션쇼, 핸드프린팅 디자인 공모
천연 염색 체험에 플리마켓까지 고객 체험 이벤트도 풍성하고
그럼 공평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투표해서 결정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부장) 서지안 씨, 잘해야 돼
이거 창립 40주년 행사야
알겠습니다 잘 해내겠습니다
(하정) 서지안 씨 축하해, 기분 좋지?
축하 고마워 기분... 좋아
- 넌 어때? 서운하니? - (하정) 별로
안 그래도 12월 초까지 엄청 귀찮겠네 했거든
너한테 미안한 게 있어서 대신 짐 져 주려고 했던 거지
그랬어?
진짜야
안 그랬다간 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게 생겼거든, 할 일 많아서
할 일? 무슨 일?
F&B팀이 분리돼서 마케팅 자료도 분리해야 되거든
10년 치 자료 분리해서 해성 어패럴 거 따로 정리해서 놔줄래?
10년 치?
가 봐 자료보관실에 있어
지금 하라고?
내가 하던 거니까 이어서 네가 해야지
그건 막내가 하는 거였거든
알겠습니다, 선배님
너 웃어? 왜 웃어?
이런 거구나 이런 거였어 싶어서
뭐가?
네가 뭐라도 해도 하나도 기분 안 나쁘고 기죽지도 않고
내 할 일 기꺼이 할 수 있는 거
너 봐주는 기분 드는 거
이런 거였어
날 봐준다고?
야! 네가 나보다 가진 게 뭐가 있어서 날 봐줘!
[지안 기침] 아우
헐...
와 이건 거의 쓰레기 하치장 수준인데?
하 [깊은 한숨]
(명희) 뉴월드 김호령 회장 사모님 한고은 사모님이세요
장 수석 사모님 손미나 여사님이시고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손미나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고은이에요
(고은) 안 그래도 뵙고 싶었어요 우리가 사돈의 사돈이 되는 거잖아요?
노 대표님 외동 따님하고 그럼?
우리 둘째 아들요
윤 관장이 이번에 아주 귀한 작품을 구했다길래
주인한테 넘어가기 전에 꼭 보여 드리고 싶어서 두 분 모셨어요
저거죠? 에곤 실레
(고은) 저는 요새 팝아트가 좋더라고요
(명희) 윤 관장이 와야 작품 설명을 들을 텐데 왜 이렇게 안 오지?
- 진 이사장 - 네
(관장) 죄송해요, 기다리시게 해서
(미나) 어머, 홍 여사님 [날카로운 효과음]
홍 관장님도 오시는 거였어요?
탐나는 작가 작품들을 서희 미술관에서 먼저 가져갔더라고요
(유미) 보러 왔죠
마침... 뵙고 싶은 분도 있고 해서
어서 오세요
[긴장된 음악]
윤 관장, 저 여잘 왜 들여?
갑자기 들이닥쳤어요
모임 알고 왔는데 떼어 낼 도리가 있어야죠
[깔깔깔 웃음소리]
- 그랬다며요? - (미나) 네
아!
아, 어떡해 이게 얼마짜린데!
에이
노 대표님, 저도 그림 좋아하는데 앞으론 꼭 끼워 주세요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커트러리 내려놓는 소리]
소라 양 귀국 전에
수석님하고 저희 부부 같이 식사하시재요, 저의 부회장님이
이 일 진행이 잘돼서 그런가 노 대표님 안색이 아주 좋아지셨어요
그런가요?
딸을 찾아서 좋은 거겠죠
[긴장된 음악]
딸을 찾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유미) 노 대표님 큰딸 실종됐던 건 아시죠?
그 따님을 찾았다네요?
(유미) 아니
그 기쁜 소식을 언제 들려주려나 기다렸는데 말이 없어요
왜, 어떻게...
잘 자랐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어떻게 아셨어요?
노 대표, 아니 나를 그렇게 천박하게 보는 거예요?
어떻게 말 전한 사람을 대라고 그래? 다 알면서
어머나 정말 찾으신 모양이네?
네, 찾았습니다
자세한 내막, 과정은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좀... 당황스럽네요
나중에 보시면 아시게 되겠지만 아주 잘 자랐어요
(고은) 해성 쪽에서야 물론 플랜이 있겠죠, 이해도 하고요
그런데 저희 입장은 좀 다르네요?
사돈 맺을 생각 하고 있는데 폭탄일 수도...
아니, 지뢰면 어떡해요?
- 안 그래요? - 그럴 리가요
노 대표님 따님 한 번 보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자리 마련하죠
- 대신... - 너무 걱정 말아요, 노 대표
어떤 수준이라도...
트레이닝시켜서 발표할 때까진 우린 입 닫아 주지
어머, 홍 관장님 그런 건 아닙니다
핏줄이 어디 가나요?
썩 좋은 형편은 아니었지만 효림대 경영학과 나와서
저희 해성에 입사해 다니고 있었는걸요
해성에 다니고 있었어요?
네, 전 오히려 이번 일 통해서 이래서 태생은 무시 못 하는구나 느꼈답니다
그럼 오늘 소개하면 되겠네 따로 날 잡고 그럴 필요 없이
오늘요? [날카로운 효과음]
그래요, 노 대표님 그렇게 해 주시면
우리도 돌아가는 길에 발걸음이 가볍겠는데요?
[짐 옮기느라 용쓰는 소리]
[휴대폰 벨 소리]
- 네, 어머니 - (명희) 퇴근했니?
아니요, 아직 회사예요
퇴근 시간 됐으니까 지금 서희 미술관 VIP룸으로 오렴
- 인사드려야 할 분들이 계셔 - (지안) 지금요?
어머니, 저 지금 자료실 창고에서 일하고 있어요
여기 완전히 먼지투성이라 옷이랑 머리랑 다 엉망인데요?
1시간 안에 와
1시간이면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어요
그래, 알았다 1시간 후에 보자
어, 어머니 왜 못 들은 척하시지?
어, 어떡해, 어떡해?
(도경) 이것들만 부사장실로 옮기고
이건 인수인계할 거니까 다시 캐비닛에
아, 네
[휴대폰 벨 소리]
어, 나다
오빠 어머니한테 전화 왔는데
지금 1시간 안으로 서희 미술관 VIP룸으로 오래요
인사시킬 분들이 있대요
서희 미술관 VIP룸에? 인사?
저 근데 지금 창고에서 자료 정리하다가 옷도 찢어지고
먼지투성이인데 어떡하죠?
너 어머니한테 엉망이라고 말씀드렸어?
아니, 말씀드렸는데 그냥 무조건 1시간 후에 보자면서 끊으셨어요
뭐? 일단 지금 바로 세수하러 가
다시 전화할 테니까 서둘러!
- 무슨 일 있으세요? - 들켰네
어디서 샌 거야? 1시간...
- 유비, 콜택시하고 밴 불러 - 아, 예
[통화 연결음] 기재야
너희 담당 쇼퍼한테 키170에 사이즈 44, 55 두 가지로
여자 옷 여러 벌 챙겨서 너희 회사 뒤로 가지고 오게 해 줘
- 급하다 - (기재) 무슨 소리야?
- 너 다니는 명품관 너희 쇼퍼 있잖아 - 사정 있어
의상 콘셉트 커리어우먼이야
너무 화려해도 안 되고 너무 심플해도 안 돼, 그리고...
[휴대폰 벨 소리]
- 네, 오빠 - (도경) 지금 회사 뒤로 나와
모범택시 있을 거야 그거 타서 데려다주는 데로 와
오빠 지금 장난해요?
긴급 사태야 장난, 농담 아니니까 뛰어!
네
[긴장된 음악]
타!
- 이 차는 뭐예요? - 아무래도 너 들통난 거 같아
허! 어떻게요?
아직 그것까진 모르겠어
서희 미술관이라고 1시간 못 박으신 거 보면
어머니가 피하지 못할 사람들하고 계신 거야
그게 누군데요?
- 유비, 전화해 봐, 나와 있나 - 아, 네
그 사람들이 누군데요? 아니, 그보다 저 이렇게 어떻게 가요?
그 꼴로 가게 안 해
아니, 잠깐만요 그보다...
저 이렇게 갑자기는 못 가겠어요 저 가서 실수라도 하면 어떡해요?
할 수 있어
너 양평에서 했었잖아
갑자기 와서 떨지도 않고 쫄지도 않고
그거하고 이거하고 다르잖아요
저 가기 싫어요 준비도 없이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없어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이러는 게 어딨어요?
어머니가 꼼짝 못 하시는 거면 아주 중요한 분들이실 텐데
저한테 뭐라고 물어보면 저 뭐라고 대답하냐고요?
- 너 하고 싶은 대로 - 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게 정답일 거야
[잔잔한 피아노곡]
(고은) 아드님은 잘 계세요?
(유미) 그럼요, 우리 아들 난 우리 아들이 아까워요
[일동 웃음소리]
(미나) 보시면 알 거야 인물이 아주 훤하대
(명희) 은석이가 도경이한테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덜렁덜렁 오면 어떡하지?
[화기애애한 웃음소리]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적당히 해요
아침에 화장하고 나와서 지금 10시간 지났어요
자연스럽게 화장이 지워졌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 이거 입어 - 네
이것도
어우, 어우 이게 잘...
[똑똑]
(도경) 어, 변신 성공
출발!
이제 어머니께 연락드려요 나 거지꼴로 올까 봐 걱정하실 거예요
지켜보는 눈들 있어서 안 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건 게임이나 마찬가지야 문자, 연락 오면 어머니가 지는 거지
도착할 때까지 아무 연락 없이 네가 나타나야 되는 거야
아... 이 세계에 사는 것도 쉬운 게 아니네요
서희 미술관 윤 관장은 어머니하고 세월이 길어
그림도 사고 귀한 그림 들어오면
몇 분이 모여서 그림 감상하며 친목 도모도 하고 그러셔
그럼 어머님 친구분들이신 거잖아요?
정보를 주고받거나
인맥을 쌓아야 하거나 인맥을 엮어야 하거나
그런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게 친목 도모야
[긴장된 음악] 아마 장 수석 부인 있을 거고
진소미라고 재능 재단 이사장 있을 거야
어머니가 후원하는 곳인데 그 대가로 분위기메이커를 하지
윤 관장이야 당연히 있을 거고
어머니가 꼼짝 못 하고 널 부르시게 할 사람...
서현이 시댁 될 뉴월드 그룹 한 여사
아마 그럴 거 같은데 나머지를 모르겠어
또... 더 있어요?
이 사람들 중엔 어머니한테 그런 훅을 걸 사람들이 없거든
널 알고 있고 당장 부르라고 할 만한...
여기서부터 혼자 들어가야 해
들어가, 얼른 7분 전이야
내가 실수해서 어머니, 아니...
우리 집안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죠?
그럴 일 없어 넌 실수 안 할 거니까
오빠
자, 따라 해 봐 나는 최은석이다
아유 제가 그거 모를까 봐요?
따라 해!
나는 최은석이다
나는 최은석이다
나는 서지안이 아니다
해, 얼른
- 나는... - 오빠 보고!
- 네? - 내 눈 보고 말해!
나는 서지안이 아니다
나는...
나는...
- 서지안이 아니다 - 너는 누구?
최... 은석
다시! 최도경 동생, 누구?
최... 은석
최재성 부회장 딸 누구?
최은석
노명희 대표 딸 누구?
최은석!
너는... 누구?
최은석
(도경) 오케이, 좋아
30분 30분만 버티면 되는 거야
이것도 마음에 드네
오늘은 하나만 고르세요
미술품 욕심내기 시작하면 감당 못 해요
노 대표님 안 오는 모양이에요
진 이사장님 시간 볼 줄 몰라요?
아직 5분 남았는데요
손님이 오셨습니다
[반짝반짝한 느낌의 효과음]
말씀 나누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어머니께서 부르셔서 일단 왔는데
최은석이라고 합니다
왔니?
작품 감상 중이시니까 잠깐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 네 - (유미) 왜요? 여기까지 불러놓고
예의가 아니죠
우리 소개는 나중에 하고
미술에 관심 있어요?
네
- 그럼 같이 봐요 - (지안) 감사합니다
어머, 민복진 작가님 작품이네요?
이분을 알아요?
(미나) 워낙 대작가시니까 민 작가님 가족사 사방에 있잖아요
저 근데 저는 '사랑'을 제일 좋아해요
(유미) 어머니가 미술 공부부터 시켰나 보네?
이 중에서 하나 산다면 뭘 고르겠어요?
저거 이용수 작가님 작품요
이용수 작가를 알아요? 아주 유명한 분은 아닌데
워낙 일관되게 특이한 작업을 하시는 분이어서요
처음에 봤을 때 진짜 사진인 줄 알고 봤다가 입체 구조에 놀랐거든요
진짜 그릇을 찍은 사진 이미지와
그릇처럼 착시를 일으키는 볼록한 입체 그릇
이 두 가지 중에 과연 뭐가 더 진짜 그릇 이미지에 가까울까?
마음속 화상에 대한 표현 방식이 참 독특했어요
- (관장) 혹시 미대 나왔어요? - 아닙니다, 경영학과 졸업했습니다
아직도 30분 안 된 거야? 아까 들어간 게 몇 분이랬지?
5분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럼 됐어 지금 들어가 봐야겠다
유비는 그만 들어가 봐 밴은 내일 회사로 갖고 갈 테니까
(유 비서) 아, 네
(지안) 에곤 실레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잖아요
여자관계도 복잡했고
조건 좋은 여자한테 가려고 오래된 연인도 배신했고요
(지안) 둘 다 클림트의 제자여서 분위기와 구도는
저 '주군과 여인'과 비슷해도
전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가 훨씬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코코슈카는 평생 알마만 사랑해 왔으니까요
(지안) 끝내 알마를 얻지 못해서 고통받긴 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변해지지 않는 게 진짜 사랑 같거든요
알마가 누군지는 알아요?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로 알고 있어요
(지안) 말러가 죽은 뒤 몇 번 더 재혼은 했지만요
서현아, 네가 말러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3번 너무 길다
난 알마가 아니야, 인마 2번 레제랙션으로 하자
(미나) 회화 쪽에 아주 조예가 깊네요?
팝아트나 설치 미술 쪽은 잘 몰라요
(관장) 노 대표님 따님 미술 공부시키셔야겠어요
생각해 봐야겠네요 나도 지금 놀라는 중이라서
(미나) 어머, 최 팀장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경) 허락 없이 찾아와 죄송합니다
어머, 네가 어쩐 일이야?
회장님께서 은석이하고 저녁 먹자고 하셨는데
여기 들렀다 오겠다고 해서 데리러 왔습니다
(고은) 아니, 그럼 저희 때문에 회장님 약속에 늦으신 거예요?
어떡해요, 죄송해서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손 여사님 한 여사님이 보고 싶어 하시는데요
좀 늦어도 아버지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죄송해요, 노 대표님
미안해요, 최 팀장
이제... 부사장이에요
벌써 부사장이에요?
회장님 지시세요
[안도하는 음악]
(명희) 은석아
[감격에 차서] 역시 내 딸이다
(도경) 어머니, 왜 나오셨어요?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명희) 신데렐라 유리구두라도 신은 거야?
1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바뀌어서 와?
오빠가 다 해 준 거예요
(명희) 그걸 모를까 봐?
다 잘했지만 오빠한테 전화한 게 제일 잘한 일이야
집에 가서 보자 금방 갈 거야
저 여편네들 뒷수습하고 가마
어우, 죽을 거 같아요
진짜 얼마나 긴장했는지 뒷목이 뻣뻣한 게
아, 나 바람 좀 쐬고 싶다
진짜 그 밀실의 공기가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았다니까요?
그랬어? 전혀 안 그래 보이던데
잘했다, 최은석
잘했으면 맥주 잘했으면 맥주!
어머니 금방 집에 들어오실 거야, 참아
나한테 맥주 한 캔은 음료수예요
맥주, 맥주 맥주!
가는 길에 우리 호텔 MJ 있으니까 거기 바에 가자
답답한 데 싫은데...
- 내 단골로 가요 - 단골 술집도 있어?
발 많이 아프냐?
(지안) 아, 그냥 욱신욱신해요
내가 발 사이즈까지 못 챙겨서 할 말은 없다만
큰길에서 여자가 참... 누가 볼까 겁난다
아, 살겠다
어? 근데 그거 뭐야? 발에 상처 자국 있네?
아, 이거요? 이거 어렸을 때 다쳐서 꿰맨 자국이에요
얼마나 다쳤길래 상처가 아직도 있어?
발 그만 봐요, 민망하게
근데 너 알마 알면서 왜 말 안 했어?
말러가 작곡가라는 것만 알지 음악은 잘 모르는데
저요, 저 말러의 아내가 알마라는 건 알아요
이거만 말해서 뭐해요? 그때 오빠 표정이 어땠는데
어땠는데?
내가 얼굴로 널 죽여버리고 말겠어 영하 30도 찬바람 쌩쌩
인정! 내가 작정하면 무서운 데가 있어
작정 안 하게 조심해야겠네
근데 아까 보니까 그림 꽤 알던데?
미대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원래 꿈이 화가였어?
조각요
내가 로댕한테 사기당한 카미유 클로델은 찜 쪄먹고
진짜 니키 드 생팔 같은 조각가가 되려고 했었는데
근데 왜 미대 안 가고 경영학과 갔어?
미안하다 뭐 사정이 있었을 텐데
아닙니다
오빠는요? 오빠는 꿈이 뭐였어요?
- 꿈? - 어렸을 때 꿈
학교 다녔을 때 장래희망 쓰는 칸에 뭐 썼냐고요
음... 사장, 사장, 회장
사장, 회장?
그, 그게 꿈이었다고요?
당연하지 내가 해성 그룹 유일한 아들인데
- 힘들었겠다 - 뭐?
힘들었겠다고요
그러니까 뭐가? 뭐가 힘들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대로 사는 거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원하기만 하면 다 이루어지는 삶을 사는 줄 알았더니
오빠도 불쌍하네
야, 인마
- 나 해성 그룹 총수 될 사람이야 - (지안) 어쨌든요
꿈을 꿔 보지 못한 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기회를 놓친 거니까
어차피 될 거 꿈이라도 꿔 보지 그랬어요?
꿈꿀 때 얼마나 행복한데
음료수 타임 끝났으니까 그만 갑시다, 배도 고픈데
알겠습니다
(지수) 딸 발인데 그래도 곱게 꿰매게 성형외과 갔어야지
(지안) 아이, 그러니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니까
하필 할머니가 아빠도 출장 중인데 환갑은 집에서 하신다 그래 가지고
정선, 그 골짜기에서 그 밤에 어디로 큰 병원을 가?
지안이 발에서 피는 철철 나는데
읍내 의원 가서 우선 꿰매고 다음 날 큰 병원 갈 수밖에
엄마는 너무 심장이 떨려서 못 보겠잖아
할머니가 나중에 그러시는데 80 다 된 의사가 돋보기 끼고 꿰맸대
80? 돋보기?
콜라병 뚜껑이 얼마나 날카로워?
그거를 지안이 발에다 문대면서 넘어졌으니
[미정 깊은 한숨]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신경 안 다친 거를 천운으로 알라잖아
다음 날 시내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깁스해 주면서
으, 엄마 하지 마 그만해, 그만해
(미정) 사돈댁 손자인데도 다음 날 몇 대 쥐어 팼어
깁스를 했으니 꿰맨 데를 치료할 수가 있어?
[미정 깊은 한숨]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지안) 내 돌이면... 91년인데?
[긴장된 음악] 최은석 실종은 1992년 8월, 3살
내가 91년에 이 발을 다쳤다면
나는...
최은석이... 아닌데?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도경) 오빠 오늘부터 해성 어패럴 부사장인데
너 까고 들어온 낙하산 누구야? 어떻게 해 줄까?
이제야 내 동생답다 해성가 딸다워
(지안) 저 찾으실 때요, DNA 검사 했어요?
그런 것도 안 하고 찾을까요?
(혁) 저기요! 그쪽도 지안이 찾으러 온 겁니까?
- 지안이한테 2천만 원 줬어요? - 왜 지안이라고 합니까?
(지안) 왜 나랑 지수 사진을 버렸지?
(지안) 오빠, 나 어렸을 때 기억나요?
두바이 가기 직전에 엄마랑 너희들이 외갓집에서 돌아왔는데
지수 얼굴이 좀 다른 것 같더라고
(지안)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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