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2
어, 그거 뭐야?
발에 상처 자국 있네?
아, 이거요?
[의미심장한 음악] 이거 어렸을 때 다쳐서 꿰맨 자국이에요
콜라병 뚜껑이 얼마나 날카로워
그거를 지안이 발에다 문대면서 넘어졌으니
아우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미정)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지안) 내 돌이면...
91년인데?
최은석 실종은...
1992년 8월
3살
내가 91년에 이 발을 다쳤다면...
나는...
최은석이...
아닌데?
[날카로운 효과음] (도경) 은석아?
(도경) 은석아!
가자고!
네! 네, 가, 가요!
[문 닫힘]
스톱, 스톱, 스톱!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걸 왜 풀어?
어, 인제 풀 때 됐어
아이, 그래도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 허락받고 풀어야지
아이! 뭐 이깟 거 가지고 병원을 가냐!
괜찮아, 괜찮아!
그럼 내가 해 줄게 내가! 응?
그래 줄래?
(지수) 치...
(지수) '그래 줄래'가 뭐야? 딸한테 부탁하듯이
(지수) 됐다!
움직여 봐, 아빠! 괜찮나
- 오우 - 괜찮아?
어! 인제
다 낫다, 요놈!
아빠! 나 머리 안 좋은 거 알면서 머리 때려!
어우, 근데 야 오른 손목이 왜 이렇게 또 아프냐?
어우
아빠가...
이거 들고 오느라고 그랬나 보다 어떻게...
이게 뭐야?
[경쾌한 음악] (지수) 우와!
이게 집에서도 빵 구울 수 있는 오븐이래
아빠! 이거 나 주려고 사 온 거야?
그래, 뭐 비싼 건 아니라
좋은 건 아빠가 다음에 다시 사 줄게
아... 아니야, 이걸로도 충분해!
근데 전에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는데
이거 주방에 놓을 자리 없다고 안 된다고 했었는데
- 자리 만들어 줄게 - (지수) 왜?
어? 집에서 빵까지 구, 구워 먹는 건 안 된다며
너를 말릴 수가 없잖아
아예 빵집에 취직까지 했는데
와! 엄마가 웬일이래?
뭘 웬일이야, 너한테 진 거지
진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자, 가자! 들어 줄게
아빠, 고마워!
뭐가 고마워 비, 비싼 것도 아닌데
그게 아니라...
내 꿈을 인정해 줘서
알아줘서
음! 너무 좋아!
(도경) 급 피로 몰려오냐?
조용해졌어, 왜?
오빠, 나 어렸을 때 기억나요?
어렸을 때 언제?
그냥 뭐 돌잔치나
나 돌 때 뭐 집었어요?
너 잃어버리기 전에 새장에 가뒀던 것도 까맣게 잊었는데
돌잔치?
솔직히 기억 없다
같이 자랐거나 자꾸 말하고 생각해야 기억이 유지되는데
너 실종되고 나서 집안에서 네 이름 금기어였어
(도경) 그냥...
오빠, 오빠 했던 목소리?
병원인지, 집인지
갓 태어난 날 널 봤던 기억은 있어
흐릿하게...
[심란한 음악] 근데 그건 왜?
아니요, 그냥...
오빠는 그때 8살이었으니까
내 인생의 첫 기억이 6살이야
유치원 가던 첫날
(재성) 그렇게 큰일 날 일을!
당신은 또 자존심을 선택한 거군
자존심이라뇨?
만약 은석이가 도경이한테 전화를 안 했다면
은석이가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았다면
먼지로 더러워진 옷차림으로
그 사람들의 송곳 같은 조롱을 온몸에
마음에 받으면서 서 있을 수도 있었어!
우리 은석이가!
본능적으로 은석일 믿었어요
내 딸이니까
그룹 이미지가 걸린 일이고
온갖 가십, 추측에서 은석이를 보호하기 위한 플랜이었는데
누가, 어디서 샌 건지 찾을 수 있겠어?
찾아야죠
[똑똑]
(도경) 저희 들어왔습니다
들어와
먼저 나갔다면서 왜 이제...
(재성) 은석아
어디 아프냐?
초 긴장했던 모양이에요
저녁 생각도 없다네요
그럴 만도 하지
얼른 올라가서 쉬어
한숨 자고, 시장하면 식사하고
네
올라가 보겠습니다
쉬어라
어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은석이 찾은 걸 그분들이 어떻게 알고...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도 올라가서 쉬어
오늘... 애썼다
제가 할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쉬세요
[미스터리한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태수 기침]
(기계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통화 종료음]
엄마 왜 전화까지 끄고...
민 부장님
아가씨 저녁도 차리라고 할까요?
아니요, 저 정말 생각 없어요
얼음물 좀 마시려고요
- 얼음물 - 네
내려오시지 마시고 얼음물 가져다 달라고 하세요
민 부장님
저 찾으실 때요
어떻게 전 줄 알고 찾으셨대요?
저희...
대방동 엄마한테 물어보신 거예요?
DNA 검사 먼저 했죠
DNA 검사 했어요?
그런 것도 안 하고 찾을까요?
무, 뭐로요? 저는 기억에 없는데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팀장님... 아니, 부사장님 내려오셔서 식사하시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 죽순채에 홍고추 뺏지? - (도우미) 네, 뺏습니다
저분들이...
엄마가...
아니, 내가 장난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
맞아
그럴 수가 없는 분들이지
[미스터리한 음악]
(미정) 아우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아우...
두 돌 된 애가 뼈가 성하겠어?
아우...
돌 지난 애가 뼈가 성하겠어?
이게 뭐야?
얘기를 꼭 여기 와서 해야 돼? 근처에 카페 많은데?
커피 사 와, 그럼 얘기해 줄게
그래서 커피 사라는 거였구나
와, 그게 언젠데...
선우혁 완전 걱정하고 있겠다
아... 맞다, 번호!
아, 이거 어떡하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왜 이렇게 화장이 짙어?
오빠 부사장 첫 출근이고 해서 저도 기분전환 겸 해 본 거예요
다시 해! 경박해
네
오빠! 부사장 첫 출근 축하해요
예정보다 빨리 부사장 됐다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부사장, 아무것도 아니다
출근하자마자 사장실 들러 인사부터 드려라
그러겠습니다
(명희) 은석이, 너도
회사에선 철저히 상사로만 대해야 된다
네, 그러겠습니다
식사하자
어머니
저 여기 살 때 사진 좀 보여 주세요 궁금해서요
네 사진 한 장도 없어, 은석아
할아버지가 너 잊으라고...
싹 다 치우셨어
아... 그래요?
[애잔한 음악]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은석아, 우리 집 올 때 네 앨범은 가져왔냐?
네가 어떻게 커 왔는지 사진으로 좀 보고 싶은데
아니요... 안 가져왔어요
제 앨범이 따로 없거든요
왜... 앨범이 없어요?
두바이 갈 때
다 잃어버리셨대요
그래서 두바이 때부터는
그냥 가족 앨범으로 같이 쓰고 있어요
저랑 지수랑 같이 쓰던 앨범이 있었는데
그건...
하도 이사를 좀 많이 다녀서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잃어버렸고요
서태수 씨 사업 망해서
여기저기 떠돌 때 말이니?
네...
[똑똑하고 문 열림]
(명수) 어서 와라!
오늘부터 해성 어패럴로 출근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부탁은 내가 하자
너 믿고 슬슬 꽤 좀 피울 수 있게, 응?
이모부님 밑에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희) 유감이네
노명희 동공 지진 좀 보려고 했는데
괜찮아
디데이가 따로 있나?
오늘이다 하고 잡으면 디데이지
알겠어요, 끊어요
[통화 종료음]
어머, 언니!
연락도 없이 웬일이우?
우리 은석이 찾았다고 쫑알댄 주둥아리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은석이 얘기가 소문났단 말이에요?
네가 아니라고 해도 너고 기라고 해도 너야!
어이없네
[긴장된 음악] 나 아니야, 언니
아버지에 이어서 우리 그룹 회장 자리
그래
너!
(명희) 최선을 다해서 욕심내
최선을 다해서 가지려고 노력해 안 말려!
- 언니! - (명희) 근데!
그 길에서, 과정에서
내 자식들은 건드리지 마
털끝만큼도 먼지만큼도 피해 보게 하지 마, 다시는!
(명희) 창립 기념일 전까지
냄새라도 새나가면
너, 정명수, 네 아들
갈아 버릴 테니까
진짜 너무하네!
은석이 냄새 맡은 사람이 언니 주변에 한둘이야?
집 안에 부리는 사람이 몇이고 드나드는 사람이 몇인데!
거짓말할 때 눈알 굴리지 말라고
(명희) 아버지가 그렇게 알려 주셨는데
언성도 높이지 말라고
진희야
(명희) 응?
[극적인 효과음]
너희 부부 노력으로 해
노력으로
추잡스럽게 굴지 말고
간다!
강적이다, 우리 언니 진짜!
서지안 씨! 테이블 깨끗이 닦았지?
부사장님 보실 기획안 파일 준비했고?
네!
(부장) 탕비실 물 끓여 놨어?
차든, 다방 커피든 뜨거운 거 찾으시면
바로 가져올 수 있게 하라고 서지안 씨
네, 부장님!
아, 저기 서지안 씨가 기획안 브리핑하는데
차 심부름까지 해요?
차 준비는 제가 할게요!
차도, 물도 필요 없습니다
(부장) 아이고, 부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경쾌한 음악] 부장, 이정원입니다
어떤 분들이 우리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을 맡고 계신지
인사 좀 나눌까요?
(부장) 조태길 과장이구요
양정아 대리
송미연 사원
오경민 사원
윤하정 사원
그리고 서지안 사원입니다
오감 만족을 즐기기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쪽빛 천연 염색 체험으로 회사 이미지 향상
핸드프린팅 디자인 공모로 해성 어패럴 홍보 극대화
상품 쿠폰으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안 내용이 많이 풍성해졌네요
그대로 준비해도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이 기획안 말입니다
제가 전략기획팀에 있을 때 최종 선발한 건데
그때 동점이 셋이었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근데 왜 담당이 바뀌었죠?
내 기억엔
윤하정 씨로 기억하는데
아니요, 제가 그런 게 아니라
부장님이 저한테 내라고 하신 거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그게...
서지안 씨가 계약직일 때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뒀거든요?
아, 그랬다가 재입사를 해서
다시 원래 주인인 서지안 씨한테 다시 맡긴 겁니다
아니, 부장님
계약직 직원은 자르고
기획안은 도용했다는 겁니까?
(부장) 아니, 그게...
아, 아, 아이, 아이템이 아이템이 정말 너무 좋지 않습니까?
[직원들 웃음]
도용은 도둑질인데?
안 그래요, 윤하정 씨?
아니요, 저는...
그냥 부장님이 그러라고 하셔서
부장님이 시키면 뭐든 다합니까? 윤하정 씨는?
도둑질인데?
죄송합니다
(도경) 아니, 부장님
그동안... 직원들
이런 식으로 대한 겁니까?
막 강요하면서?
혹시 사적인 심부름도 시키시고
설마 그러신 건 아니시죠?
앞으로 시정하겠습니다
오빠 오늘부터 해성 어패럴 부사장인데
너한테 자기 애 학원 데려다주라고 시킨 부장하고
너 까고 들어온 낙하산 직원 어떻게 해 줄까?
뭘 어떻게 해 줘요?
자를까? 아니면 좌천시킬까?
내 동생 우습게 대한 놈들
아우, 안 돼요
안 되다니? 그냥 두란 말이야?
그거 보복하는 거잖아요
내가 힘이 생겼다고 그렇게 하면 똑같은 사람이죠
부장님은...
나를 그렇게 부리도록 한 내 책임도 있어요
윤하정은...
똑같은 사람 되고 싶지 않아요
진심이야?
(도경) 듣다 보니
굉장히 황당한데요?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왜 저한테만 합니까?
서지안 씨한테 더 먼저 해야 될 말 아닙니까?
부장님! 윤하정 씨?
남의 거 도둑질했다 들켰는데
사과 안 합니까?
미안... 합니다
(도경) 얼굴 안 봅니까?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고
사과를 할 땐 정식으로
그 사람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눈빛, 목소리에 진정성을 담고 해야죠
미안해요, 서지안 씨
(부장) 서지안 씨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도경) 서지안 씨
사과받겠습니까?
네, 받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제 기획안 되찾았으니까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선 그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사장님
오케이, 앉으시죠
(도경)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죠
뭐, 저한테 더 할 말 없습니까?
아, 건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아니, 서지안 씨 그건 미리 나하고...
하세요, 건의
해요
창립 40주년 기념 이벤트 행사 기간을 좀 당겼으면 해서요
아시겠지만
이벤트 행사가 저희 제품 판매와 연계되도록 프로그램을 짰거든요
근데 12월달에 하게 되면
겨울 신상품 판매와 시기가 맞지가 않거든요
오, 좋은 생각인데요?
검토해서 결정할게요
자! 수고들 하셨습니다
서지안 씨는 기획안 가지고 부사장실로 와요!
왜 오라는 거야?
얼른! 얼른 가, 지안 씨!
- 다녀오겠습니다 - (사원) 어
하정 씨 아는 오빠라면서요?
이렇게 막 불러내면 안 돼요 의심 사요
어디서 감히 친한 척입니까? 서지안 사원
네?
공적인 일로 불렀거든요 서지안 사원?
아, 네! 말씀하세요
(도경) 네 기획안에 그 천연염색 말이야 쪽빛 염색
그거 염색장 접촉한 거야?
아니요, 아직요
왜요? 해성 어패럴 창립 이벤트하고 안 맞아요?
아니, 너무 맞아! 신기해서 그래
뭐가요?
MBA 할 때
뉴욕에서 쪽빛염색 전시회를 봤거든 전광수 씨라고
(도경) 그때 맨해튼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그 빛깔이 아름답다는 말로는 뭔가 부족해
정말 좋더라고
(도경)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저 쪽빛으로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면 좋겠다
화보로만 봐도 그래요
특히 생쪽 염색 과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첫날 오픈 행사로 넣은 건데
그래서 그 천연 염색 조사할 때 나도 같이 가려고
이번에 제대로 시작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어, 오후에 천연 염색 업체 가기로 했는데?
그래? 그럼 거기 주소 문자로 보내
같이는 못 가니까 그 앞에서 만나자
알겠습니다
아, 참
아까 왜 그랬어요? 안 그러기로 해 놓고
그 정도도 안 해?
너 다시 안 들어왔으면 네 거 뺏어서 진행했을 거야
우리 회사 이미지에도 먹칠했을 거고
꼭 너 위해서만은 아니야
그래도 직원들 다 있는데 무안하게...
왜 이렇게 물러?
그래서 해성 그룹 큰딸 노릇 하겠어?
다녀왔습니다
(부장) 어, 서지안 씨! 부사장님이 뭐래? 응?
- 왜 부르셨대? - (지안) 아...
천연 염색 관련해서 구상하던 프로젝트가 있으셨나 봐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 좀 물어보셨어요
와... 서지안 씨
들어오자마자 황금 동아줄을 그냥 턱 잡네, 어?
아유, 무슨...
어쨋든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건 사실이다
이벤트 진행에 부사장님 전폭적인 지원까지
저, 부장님
저 이것저것 조사하고 업체 선정하려면
자주 외근 나가야 할 거 같아요
오늘도 말씀드렸죠?
염색 업체 만나러 가기로 했거든요
아우, 그럼, 그럼! 응
이벤트를 말이야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서 준비하려면 정신없겠어
아무 때나 편히 외근 나가요
감사합니다
[문 열림]
서지안 씨?
아, 부장님 커피 드시게요?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부장)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내 커피 타지 마
네
- 그럼 뭐 시키실 일 있으세요? - 아니야!
이거!
(부장) 추석 때 직원들한테 나온 상품권인데
서지안 씨 오기 전에 우린 다 받았거든
그래서 부장 재량으로 하나 더 얻어 온 거야
추석 지났는데요...
아이구, 지났어도!
예전 부하 직원이었는데 내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
부모님 갖다 드려요
[애잔한 음악] 감사합니다
우리
지난 일은 다 잊자고, 응?
새 출발
새 출발!
네!
정직원은 이런 것도 주는구나
계약직 땐 한 번도 못 받았는데
진작 정직원 돼서 받았으면
엄마, 아빠 좋아했겠다
[경쾌한 음악] 와아...
어우, 좋아, 좋아, 좋아!
[카메라 셔터 음]
아
넌 대략? 39위!
(과 대표) 최서현!
[설레는 음악]
[심장 박동]
냄새납니다
[극적인 효과음]
[심장 박동]
아직도 뛰네?
나 왜 이러지?
아까 너무 놀라 가지고...
[심장 박동]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됐어!
제대로 샤워를 못 해서 냄새날 수도 있는데...
아가씨 모셔도 되겠습니까?
나 때문인데 뭐...
해!
감사합니다
[트렁크 여는 소리]
세차해서 1시까지 온다더니 왜 안 와?
오...
빙고!
야, 우리 큰누나 밥 먹으려면
뛰어다녀야 되겠네
막상 오니까 뭐가 이렇게 위압적이야?
아, 이렇게 막 불러내도 되나?
아씨...
[익살스러운 음악]
아아악!
(서현) 아!
이 씨...
너! 도망칠 생각 마!
(서현) 전화 한 통이면
이 동네 빠져나가기 전에 잡히니까!
나 참...
아, 사람이 좀 놀랐다고 다짜고짜 협박부터 하고 그러면 안 되죠
협박?
쥐새끼처럼 우리 집 엿봤잖아!
쥐?
하! 진짜!
쥐새끼처럼 내다본 건
- 그쪽도 마찬가진데! - 쥐새...
너 지금 나한테 쥐새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니까
이런 집 따님이 교양 없이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고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저 사람이 도둑질하려고 우리 집 쥐새끼처럼 들여다봐서
내가 꽈당 넘어졌어
빨리 경찰 불러
(류) 다치신 겁니까?
도둑질?
야!
말조심하고!
[극적인 효과음]
지나가던 행인이 집 구경하다 호기심에
대문 틈으로 뜰 좀 들여다봤어 근데!
하필 그 집 딸이 문을 살... 짝 열고 내다 보는 거야
- 쥐새끼처럼 - 야! 야!
그래서 서로 놀라서?
웁스
난 애 떨어질 뻔했고 쟨 뒤로 벌러덩!
내가 언제 쥐새끼처럼 내다봤어?
그냥, 그냥 문 연 건데!
그냥 문 연 거야
[헛웃음] (지호) 진짜...
요렇게 살짝 내다보다가 나랑 아이 컨택!
딱!
이 동네 왜 온 겁니까?
(류) 용건 확실하면
신분증만 확인하고 없던 일로 하죠
내 용건은? 그...
(지호) 어!
이런 거!
집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게 내 취미거든
미래의 집을 위해서!
응! 요거, 요거!
요거는... 저 아랫집
오케이?
아가씨, 어떻게 할까요?
여기 찍혔으니까 두 번은 안 봐줘요
나 옷 갈아입고 올게!
(류) 네
[지호 한숨]
[지호 한숨]
와... 큰누나 걱정되는데?
(남구) 오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후 빵이 나오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빵을 왜 이렇게 조금 만드셨어요?
이거 밖에 붙여요
오늘 오후 빵 안 만드세요?
(남구) 안 만들어요
(지수) 무슨 일 있으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아...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저 대충 정리하고 퇴근해요!
무슨 일이신지...
[문 소리]
무슨 일이시지?
하아
안녕하세요!
저기, 서지안이라고 친구 찾아왔는데요
음, 서 씨네?
저 아랫집이야
(이웃) 들어가 봐
감사합니다!
[초인종] (미정) 누구세요?
저 여기가 서지안 씨 댁 맞습니까?
저 지안이 친굽니다
[도어락 소리]
- 안녕하세요 - 네
저 지안이 고등학교 친굽니다 선우혁이라고 합니다
예?
이사 갔어요
이사요? 언제요?
며칠 됐어요
저... 저, 혹시!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아십니까?
몰라요 어머, 약속 늦겠네
아니, 왜 남의 집 앞에 서 있어요? 얼른 가세요
네
[잔잔한 음악]
어머! 또 왔어, 또 왔어!
우리 동네에 왜 자꾸 오는 거지?
뭘 찾는 거야?
[자동차 시동]
기사님 5분이면 돼요 저 이것만 갖다 드리고 올게요
네, 알겠습니다
[문 닫힘] 엄마?
엄마?
[한숨]
잠깐 얼굴 보고 가면 좋은데
(지안) 지안이 잠깐 다녀가요
나 해성 그룹 마케팅팀에 정직원으로 들어갔어요
회사에서 직원용 추석 상품권이 나와서 놓고 가니까
엄마, 아빠 이걸로 옷 사 입으세요
네 사진 한 장도 없어, 은석아
네가 어떻게 커 왔는지 사진으로 좀 보고 싶은데
한 장 갖다 드려야겠다
사진... 어디 갔지?
(지수) 언니, 이것 좀 봐!
이거 몇 년 만에 보는 거야?
와... 진짜 서지안 포즈 봐!
(지수) 대장부 포즈!
야! 너는 이게
이 표정까지 예쁜 척한 거 봐
- 이거, 이거, 이거! - 어디?
이거, 이거 봐!
[날카로운 효과음]
왜...
나랑 지수 사진을 버렸지?
[미스터리한 음악]
(직원) 이미 그만둔 계약직 직원 개인 정보는
어떤 것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전에 마케팅팀 부장님은 지금 어디로 가셨나요?
저기요!
여기 웬일입니까?
그쪽도 2천만 원 때문에 지안이 찾으러 온 겁니까?
그쪽도?
지안이한테 2천만 원 줬어요?
잠깐
왜 지안이라고 합니까?
그쪽이 지안이라고 하니까 그런 거고
방금 '그쪽도'라고 했죠?
그럼 그쪽도
2천만 원 줬다는 겁니까?
내가 먼저 물었거든요?
지안이한테 2천만 원 못 받았어요?
2천만 원 받았습니다
받았어요?
하, 다행이다
그럼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사업가가 내 발로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인데!
혹시 지안이 전화번호 아십니까?
모릅니다!
아, 저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 마케팅팀 부장님 좀 찾을 수 있을까요?
- 어디 갔는지 아십니까? - 사원분들 개인 정보는...
정리는 확실히 했군
유비! 로비에 선우혁이라는 사람 절대 들이지 말게 해
(지안) 대체...
누가 우리 사진을 빼 버린 거지?
[휴대폰 벨 소리]
- 네, 오빠 - (도경) 어디냐?
거의 다 왔어요
아, 죄송해요
약속 시간 5분 전에 와야 되는데 5분 더 늦었어요
너...
그 녀석한테 2천만 원 왜 빌린 거야?
그 남자 사람 친구라는
오늘 회사까지 찾아왔더라
혁이가요?
어머니한테 2천만 원 받아서 나한테 돌려줬잖아
- 근데 왜 또 2천만 원을... - 그거 돌려줬어요
애초에 빌린 것도 아니고...
그래?
그 첫사랑 이름이 서지안이지?
퀵으로 뭘 보냈더라?
(지안) 너무 잘 숨겨놔서 그동안 못 봤어
혁아
네가 걱정하는 어떤 일도 일어날 리가 없게
난 잘 지내고 있어
2천만 원 돌려보낸다
잘 지내
(도경) 2천만 원 받았습니다
돌겠네...
뭐야?
벌써 갚은 거야?
근데 이걸 왜 퀵으로 보내냐?
전화로 하면 돼지
그러니까... 그러니까요
하아...
너무 미스터리하다, 네 첫사랑
집은 이사 가고...
전화번호는 모르고...
이메일도 못 알아내고...
서지안이...
사라졌어요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생쪽 염색은 7월에서 9월 사이만 가능해요
11월은 안 돼요
그럼 발효 염색만 되는 거예요?
발효 염색도 쪽빛 예쁘게 나와요
그래도 제가 본 게 생쪽 염색이라서요
오늘은 생쪽 염색 볼 수 있는 거죠?
네, 근데 생쪽 염색은
실크나 명주 옥사만 되는 건 알고 계세요?
(도경) 그럼요
제가 관심 있는 게 생쪽 염샘된 실크거든요
어, 너무 예뻐요
(설명회 담당자) 가족, 지인들한테 요리해 주시고
맛 시식 평가표를 작성해 오셔야 돼요
전담 주방장이 파견되지만
점주도 제대로 구워 낼 줄 알아야 합니다
먹이는 거는 한다 쳐도
평가표까지 어떻게 해 달라 그래
어우...
(해자) 어, 미정아!
어머, 언니!
언니! 얼굴이 왜 그래?
음, 아유...
밥은 없는데 하기는 싫고 배는 고프고
어머, 그래?
어머 그러면 나랑 우리 집으로 가 내가 차려 줄게, 언니
- 진짜? - 어, 와! 언니 빨리, 어머
웬 햄버그야?
그냥...
해성 그룹에서 너 가게 차려 주는구나?
해성 그룹 계열사에 해성 F&B 있잖아
프랜차이즈!
샤부샤부, 뷔페, 샐러드 레스토랑 해성 햄버그!
이거 그건데?
어, 그게...
아, 이제야 다 알겠네
그래서 태수 오빠가 사업한다고 하는 거구나
태수 오빠가 이런 거 받을 사람이 아니거든
언니...
나는 뭐 이런 거 받고 싶어서 받는 줄 알아요?
[한숨]
지태 아버지...
물류 센터 다닌 게 아니었어요
일용직
노가다하고 있었다고요
어머
언니는...
여기 재개발되길 바라고 이 집 샀지?
하루빨리 재개발되기를 바랄 거야
[슬픈 음악]
근데 나는...
언니네가 봐줘서
헐값에 살게 해 줬는데
나는
여기 재개발 시작하면 어떡하나
철거 시작하면 어떡하나
또 반지하로 가야 하나
여기
재개발 안 됐으면 좋겠다
그러고 살았어
미안해요
미정아
언니 나는
내일모레 60 앞두고 내가...
이런 꼴 될지 상상도 못 했어
처음에 프랜차이즈 내준다고 했을 때
밥은 먹고 사니까 걱정 말라고
딱 거절했는데
그 여자가 그러더라고
그이...
일용직 한다고
어머, 세상에
울지 마
네 맘 다 알아, 알겠어
언니는 내 맘 몰라
지태 아버지도 몰라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괜찮아, 잘 받았어
지안이 키우면서 돈 들었잖아 어쨌거나
음...
[하품] 잠들어 버렸네
이게 무슨 냄새야?
엄마!
(미정) 어, 지수야!
(미정) 너 왜 집에 있어?
아, 사장님 볼일 있어서 가게 문 일찍 닫았어
안녕하세요, 이모
너 냄새 맡고 내려왔지?
아유, 당연하죠!
엄마! 이거 나 먹으라고 사 온 거야?
응... 어, 그래
근데 이모가 먼저 개시했다?
이거 먹어
맛있겠다! 엄마는?
(미정) 또 있어
아직 생각도 없었고
그럼 나 먼저 일단 먹는다!
흠? 맛있어!
[해자 웃음]
맛없는 게 있니, 네가?
없어요!
[화기애애 웃음]
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땠어요? 색 참 예쁘던데
예쁘긴 한데 내가 봤던 그 색은 아니야
넌 한 군데 더 간다고 했지?
오빤 저녁 미팅 있어서 같이 못 가니까
간단하게 저녁 먹고 가자
저녁 식사... 미팅 아니에요?
그렇다고 여동생을 굶겨 보내?
간단히라도 먹여서 보내야지
빨리 널 오픈을 해야
명 기사라도 앞에 앉혀 놓고 식사를 할 텐데
난 혼자서도 잘 먹어요
그런 습성부터 빨리 버려
이런 거 먹는 것도
25년 식습관은 못 버릴걸요?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게 좋은 식사야
몸에도 좋고!
틈만 보이면 지적질을 하시는 군요
칭찬 하나 해 줄 거 있어
선우혁!
혁이요?
연락 끊고 깔끔하게 정리한 거 잘했어
이제야 내 동생답다
해성가 딸다워
[잔잔한 음악]
왜?
그 표정은 뭐야?
든든해서요
오빠가 참 든든한 사람이구나
전에 집에도 오빠 있었잖아 그 오빤 안 든든했어?
든든했죠!
자기 삶이 힘들면
남까지 돌아볼 여유는 없으니까 지금은
[수아 중얼]
어, 석두야 내가 보낸 이메일 받아 봤냐?
어, 그 아이템 몇 개하고 설명서 하나 첨부해서 보냈어
[문 열림] 그거? 그거는 1차로 뽑아 본 거고
더 뽑을 수 있으니까
다녀왔습니다
어, 어?
그, 그래
그래 드, 들어가라
[통화 종료음]
[한숨]
지태야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 그러더니
방이 어째 휑하네?
무슨 일이세요?
야, 인마!
너 여자 친구 있었다며?
헤어졌다며?
누가 그래요?
옛말에 기침하고 사랑은 감출 수가 없다 그랬어
몇 년을 사귄 모양이던데
한방 쓰던 지호가 그걸 눈치 못 채면
그놈이 모질이지
네, 헤어졌어요
왜 헤어졌어? 결혼할 나이에
아, 그냥 그렇게 됐어요 다 끝난 일이에요
다 끝났다면서 그렇게 기운 없이 코 빠트리고 다녀? 이 못난 놈
뭐, 돈이 없어서?
무슨 돈이 필요해? 같이 지낼 방 하나 있으면 되지
아니,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제가 여자 친구하고 헤어졌다는데
돈 얘기가 왜 나오고 방 얘기가 또 왜 나와요?
예전에 네 엄마하고 나는
주인집 옆에 딸린 쪽방에서 신혼살림 시작했어
옛날 얘기예요
그래도 좋기만 하드라
예전엔 뭐 사랑이 저렴하고 요즘은 잘 살아서 사랑이 비싸졌냐?
결혼은 둘이 같이 있고 싶어서 하는 거야
아, 그러니까 그럴...
형편 아니잖아요
왜? 여기 네 방 있잖아
네 엄마하고 아버지 노후는...
절대로 너희한테 짐 안 될 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살다가 돈 모아서 나가
아,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게 인생이야
[한숨] 제가 알아서 해요
뭘 네가 알아서 해, 뭘!
[슬픈 음악]
너는 지금 네가 다 알고 있는 거 같지?
나이 서른셋씩 먹어서 인생 살 만큼 살았고
그래서 알 만큼 알고, 어?
지금 네 생각이 다 옳다고 믿지? 확실하지?
대답해 봐
저 이제 어린애 아닙니다
그렇게 믿으니까 네가 어린 거야!
그러니 네가 어린 거야, 아직도!
60 넘은 나도 뭐가 옳은지 내 생각이 맞는지 불안한데, 네가?
나이 먹으면 어른 된다고 생각하는 거 그게 어린 거야
정작 저한테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르면서, 이 바보 같은 놈
내가 지금 이 꼴이니까 너희들 까맣게 잊고 있나 본데
이 애비 상사맨으로 15년 사업하면서 10년
중국, 중동, 일본 낯선 나라 내 집 마당 같이 뛰어다닌 사람이야
말 들어
백 프로 확신 아니면 저질러 놓고 보는 게 맞아
그만하세요
아버지 아무것도 모르세요 제가 왜 이러는지
아버지 세대하고 달라요, 지금은
저는...
후회할 일 하지 않아요
인간이 사는 거 그거 사람 때문이다
희로애락 서로 나누면서 사는 거
그게 사람이야, 인마
속 모르는 소리 하시네
[지태 한숨]
다녀왔습니다
은석인 아직이야
오늘 바로 창립 기념 행사 준비 스타트했거든요
중요 업체 취재 돌고 온다고 했어요
마치 계획한 듯이
어쩜 그 기획안이 우리 은석이 건지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는데 우리가 너무 부담 주는 거 아니냐?
아니에요 은석이 스스로 의욕이 있어요
자기 능력으로 기획안이 최종 선택된 거잖아요?
오늘 업체 한 군데 같이 갔었는데 아주 야무져요
기특해!
어머
늦었다
안 주무셨어요?
다 큰 딸이 12시가 되도록 안 오는데 아빠가 잠이 와?
죄송해요
두 번째 업체가 이사를 갔더라고요 그래서 양평까지 다녀오느라고요
앉아, 잠깐
네
우리가 널 마케팅팀에 보낸 건 너 회사 일 시키려고가 아니야
알잖아
거기는 잠시 거치는 곳이니까 무리하지 마
지금까지 힘들게 살았잖아 이젠 쉬엄쉬엄해도 돼
아니에요, 저 재밌어요
그리고 꼭 잘 해내고 싶어요 40주년이잖아요
그럼 아빠한테 데이트 시간은 언제 내줄 거야?
너한테 꼭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받으면 너 아주 깜짝 놀랄 선물들인데
음...
해성 어패럴 40주년 이벤트 끝나면 주세요
그래?
그 전에 일하다 언제든 쉬고 싶고 놀고 싶으면 얘기해
네
지수야
엄마 오늘 좀 늦을지 몰라
너 좋아하는 오징어 볶음 해 놨으니까 그거 챙겨 먹어
이 시간에 나가서 그때까지 안 들어온다고?
어디 가는데?
그냥 해자 이모랑 바람 좀 쐬기로 해서
- 미안해 - (지수) 응?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지안이 보내고 마음을 못 잡네
좋은 아침이에요, 방장님!
아니, 뭐하러 이렇게 일찍 나왔어?
방장님한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눈이 왜 이렇게 퉁퉁 부었어요?
어... 저 라면 먹고 자서 그래
물어볼 게 뭔데?
저, 그게요
자전거맨이 저희 동네에 자꾸 와요
무슨 소리야, 그게?
그게 혹시...
저희 집을 찾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전거맨이...
서지수 씨가 어디 사는 줄 알아?
그러니까 저희 집을 알고 싶어서 찾는 거 같아요
요 며칠은 카페에서 마주친 적이 아예 없거든요
아니... 지수 씨가 어느 동네에 사는 줄 알아서?
나한테 와서 물어본 적 없고 나도 지수 씨 어디 사는지 몰라
저 대방동 살아요
아휴
서지수 씨
(남구) 희망은 참 좋은 건데
근거 없는 희망은 망상이 되는 거야
그럼 우리 동네엔 왜 자꾸 오는 걸까요?
아, 벌써 두 번이나 마주쳤거든요
친척이 사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하세요, 좋... 어!
[경쾌한 음악]
오늘도 못 하면 서지수는 서지수가 아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
뭐야?
나 봤는데...
분명 나 봤는데
모른 척하는 거야?
(남구) 서지수 씨
희망은 참 좋은 건데
근거 없는 희망은 망상이 되는 거야
하아... 서지수
너 정말 한심했구나
(지수) 안녕하세요
여기 빵이요
고마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저...
커피 한잔해요
네?
빵 대금 결제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요?
사장님 계좌로 보내면 돼요?
가서 한번 여쭤볼게요
요즘...
실장님하고 시간 잘 안 맞죠?
네?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정신없거든요
(희) 남자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실장님 성격 제가 좀 알거든요
마음에 한 사람 두면 다른 여자한테 관심 안 가져요
(희) 근데...
시간이 약인 거 같아요, 정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어떤 사람이에요? 그분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예쁘고...
되게 똑똑하대요
자기에게
되게 좋은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래요
그, 그렇구나
실장님하고 되게 잘 어울리겠어요
부장님, 저 오늘은 복고 아이템 업체 미팅하고...
오케이, 오케이!
아예 출근 안 하고 바로 외근 시작해도 돼!
다녀오겠습니다
야, 자료 정리 언제 할 거야!
(과장) 윤하정 씨
해성 어패럴 자료 분리 언제 끝나나?
아... 그게
막내가 하는 거라고 아직도 서지안 씨한테 떠맡기는 거야?
지금 40주년 이벤트 준비하는 사람한테?
[경쾌한 음악]
네, 제가 하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 (지수) 찌찌뽕 - 뭐야?
와, 언니한테 전화하려고 막 발신 버튼 누르는데 언니 전화 왔거든
그랬어? 왜?
너는 왜?
지수야, 우리 대방동 처음 이사 온 날
같이 가족 앨범 봤던 거 기억나?
그럼, 그게 얼마 만에 본 건데
우리 두바이 갔던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때 찍었던 사진
같이 봤었지?
어! 그 포즈 사진! 근데 그건 왜?
(지수) 여, 여보세요?
어, 아... 니야, 그냥
넌 왜 전화했는데?
나... 이제 그 사람 잊을 거야
안 좋아할 거야, 이제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아니, 할 거야!
나는 빵만큼 선 실장님도 사랑했는데
너무 선 실장님만 바라봤어 희망을 온통 그쪽에만 쏟고
그게 망상인 줄도 모르고
망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여자친구 있는데 미련 갖는 거는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고!
이제 빵에만 집중할 거야 바보짓은 이제 그만할 거야
약속할게
언니한테 약속하면 지킬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알았어
- 끊는다 - (지수) 잠깐, 잠깐, 잠깐
어... 얘기해
용건 또 하나 있었는데 깜빡했다
언니, 너 이제 집에 좀 와라 엄마한테 얼굴 좀 보여 줘
왜? 엄마 어디 아파?
아니, 아픈 건 아닌데 언니, 너 가고 엄마가 좀 이상해
왜, 뭐가?
어, 집도 자주 비우고 막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래
[날카로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엄마가... 혼자 울어?
(지수) 어
너 보고 싶어서 우는 거 같은데
아니... 전에는 막 내 사진 보면서도 운다?
네 사진을 보고 울었다고?
네 사진, 어떤 사진?
(지태) 샌드위치는 왜 들고 왔어?
오랜만에 보는데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지
추억의 샌드위치야!
나 대학 입학할 때 오빠가 신촌 가서 구두 사 주고
이 집에서 샌드위치 사 줬거든
그랬나?
가을 날씨도 좋고
무슨 일 있어?
연락도 없이 왜 왔어?
오빠 번호를 외우지를 못해서
엄마한테 지호랑 오빠한테 알려주랬는데
아무도 연락도 안 오고
엄마가 말씀 안 해 주셨어
엄마가... 말 안 해 줬어?
이해돼
네가 그 집에 적응하려면 과거와 이별할 필요가 있으니까
근데...
오빠는 왜 몰랐어?
그때 8살이었잖아
아무리 엄마가 외갓집에 몇 달 있다가 왔어도
오빠 동생이었잖아
한 명 얼굴이 달라졌을 텐데 왜 몰랐어?
어, 일단
나는 지안이가 죽은 걸 몰랐거든
어느 날 학교 갔다 왔더니 엄마가 없었고
아버지가 엄마 아프셔서 외갓집에 가셨다고 했어
아버지랑 몇 달 둘이 살면서 엄청 엄마 찾고 그랬거든
그럼 두바이 갈 때는?
동생 얼굴이 달라진 걸 왜 몰랐어?
어 두바이 가기 직전에
엄마랑 너희들이 외갓집에서 돌아왔는데
지수 얼굴이 좀 다른 거 같더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지수?
(지태) 그래서 얘 딴 사람 같다고 했던 거 같아
야, 아니다 너였겠구나
그랬더니?
뭐라더라?
뭐, 커서 그런다고 동생 맞다고 뭐, 그런?
[태수 웃음] 야, 흐릿하다 이 기억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뭐, 되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동생이 죽은 걸 몰랐잖아
그러니까 무슨 의심을 더 하겠어?
야, 그리고 그때 그 중동!
어, 머리에 터번 쓰는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간다는 스트레스로 정신없었지
너무 무서웠거든
야, 그 기억은 생생해 쫄았던 거
아... 그랬구나
그랬겠다
너는 어때?
겉으로는 완전 신분 상승 티 나는데?
[미스터리한 음악]
(지수) 분명히 난데 한 번도 못 본 사진이었어
꾀죄죄한 옷에 얼굴도 울긋불긋하고
(지태) 엄마랑 너희들이 외갓집에서 돌아왔는데
지수 얼굴이 좀 다른 거 같더라고
(미정) 아우... 갓 돌 지난 애 뼈가 성하겠어?
[음악 고조]
그 집으로 가면 유학도 갈 수 있어 가서 유학 보내 달라고 해
생각이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 돼 엄마 소원이야
그러라고 너 보내는 거야 너 좇던 네 꿈 찾으라고
아빠 잠깐 서울 오셨어
너 마주치면 좋을 거 없으니까 얼른 가
[긴장된 음악]
[극적인 효과음]
(지수) 우리 아빠 너 쫓아가다 쓰러졌어!
네... 네 마음!
네 마음이 중요해
네,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아빠는
너...
정말 가고 싶은 거 아니지?
가고 싶다고?
아무리 고생을 했다 그러지만
너 이렇게 쉽게 가고 싶어?
[슬픈 음악]
네가...
진짜 지수구나
죽은...
내 동생...
[충격 효과음]
지안이 너 그 집에 가면 안 돼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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