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3
[날카로운 효과음]
[긴장된 음악]
(지안) 네가...
진짜 지수구나
죽은...
내 동생...
(태수) 지안이 너 그 집에 가면 안 돼
[극적인 효과음]
엄마...
엄마...
엄마,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엄마, 어떻게...
엄마...
엄마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어떻게, 어떻게...
우리 엄마 미쳤나 봐
(미정) 이분들이 네 친부모님이셔, 지안아
은석아
(재성) 너 스무 살 되던 해 대학 입학 기념해서 사 둔 거다
자, 용돈이다 이 순간을 25년을 기다렸어, 인마
[아주 작은 소리] 어떡해, 어떡해
[숨넘어가는 소리]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머니 아버지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아주 작은 소리] 어떡해
[숨넘어가며 우는 소리]
[휴대폰 벨 소리]
아유, 또 웬 전화야?
어, 언니, 왜?
(해자) 미정아, 내 차 트렁크에 너 지수 거 두고 갔어
어머, 깜빡했네
(해자) 다시 갖다 주면 좋겠는데 오늘 정수기 필터 교체하는 날이라고 했잖아
아냐, 언니 내가 지금 갈게, 응
[통화 종료음]
[휴대폰 벨 소리]
네, 과장님
(과장) 지안 씨 해성 F&B 2009년도 자료 어디에 뒀어?
그거 자료실에 있을 텐데요
(과장) 하정 씨가 자료보관실 샅샅이 뒤져봐도 없다던데?
미안한데 지금 들어와서 찾아봐 줘야겠다
F&B에서 찾으러 온다고 해서
알겠습니다 지금 들어갈게요
[통화 종료음] [휴대폰 떨어뜨리는 소리]
(해자) 자
얘!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너 가게 하는 거 애들한테 말하기 민망하댔지?
- 그럼 말하지 마 - 말하지 말라니?
태수 오빠는 아예 반대라며 긁어 부스럼이지, 일단 오픈하고
(해자) 아, 아니다
그냥 취직했다고 해
- 취직? - (해자) 응
(태수) 현재 베트남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강 기능 식품의 80%가 수입이거든요
그중에 대부분이 우리나라하고 미국에서 들어갑니다
그렇단 얘기는 들었는데
그래서 저 사장님 의향만 있으시면
제가 베트남 쪽에 판매 루트는 확실하게 뚫어 드리겠습니다
저희 본사가 베트남에 있거든요
한번 봅시다 어떤 회사인지
예? 뭘요?
명함이요
어느 회사에 근무하는 누구신지 알아야 제가 생각을 해보든 말든 하죠
그게 저 명함이 아직... 저...
베트남에 본사가 있다면서 명함이 없어요?
사업한다는 놈이 어떻게 기본 중에 기본을 까먹고 다니냐
[휴대폰 벨 소리]
어, 장 사장
(석두) 태수야, 네가 보낸 자료 봤는데 보청기는 타산이 안 맞아
난청자가 많은 건 사실인데
보청기 낄만한 경제 능력 되는 사람이 많지가 않거든
어, 그래, 베트남이 경제 사정이 좀 어렵지했다, 내가
(석두) 다른 건 더 검토하고 나서
걱정하지 마 다른 아이템은 또 뚫으면 되니까
야, 그리고 잠시만 명함 하나 파야 되겠다
무슨 말이야, 이게?
(명수) 창립 40주년 기념 이벤트인데
창립 기념일보다 한 달이나 앞당긴다고?
마케팅팀 회의 중에 나온 제안인데요
겨울 신상품 매출 증대와 직결되는 합리적인 면이 있어서 받아들였습니다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최 부사장이 아니라
내가 판단할 일 아닌가?
(명수) 더구나 판매와 연계되는 거라면 대리점 유통과도 협의해야 할 일인데
이런 중요한 사안을 부사장 전결이라니?
(명수) 이런 식으로 결재 라인 무시하는 건 곤란하다, 부사장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이벤트 기간을 앞당겨야 하는 건지
이해 가능한 세부 기획안 다시 가져와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결재 올리겠습니다
이상하네
저렇게 내놓고 티 내시는 건 이모부 스타일이 아닌데
[통화 연결음] (부장) 네, 부사장님
서지안 씨한테 창립 이벤트 기획안 보완해서 다시 작성하라고 하세요
[서류 뒤지는 소리]
이리 줘
(지안) 아니에요, 괜찮아요, 부장님
- 2009년도 F&B 자료에요 - 응
(과장) 그렇게 힘쓰는 건 남자들 시켜, 남자
어떻게 찾았네?
부장님, 전 다시 나가 봐야 할 거 같은데요
(부장) 아냐, 안 돼
40주년 이벤트 기획안 말이야
사장님 최종 결재용으로 다시 작성해서 올리래
특히 이벤트 기간 앞당겨지는 이유가 중요한 모양이야
내일 오후까지 되겠어? 부사장님 특별 지시라서
아, 네 알겠습니다
워낙 큰 행사라 지안 씨 책임이 막중하다
네
[문 닫힘] (지수) 엄마
어? 이거 뭐야?
허!
이거 안 버렸어?
네가 처음 베이킹 배울 때 산 건데 버리긴
이거 고물상에 싹 다 주고 엿 바꿔 먹었다며?
치위생사 안 하는 거 아까워서 못 하게 하려고 그런 거지
그건 내가 진짜 비위가 좀 약해서 못 하는 거야
사람 입속이 얼마나 징그러운데
알았어
기어이 빵집 취직까지 했으니까 잘해 봐
와, 나도 오늘 빵 만들어 보려고 이거 일회용 사 왔는데
땡큐, 엄마 [신나서 흥얼]
방장님이 쓰시는 건 분명 단호박은 아니었는데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으면 전선 쪽은 아닌 거 같은데
(수리 기사) 아, 여기 컵에 찌꺼기가 껴 있네요
[기계 고치는 소리] [꼬르륵 소리]
아, 저... 식사를 못 하셨나 봐요
네, 오늘 수리 일이 좀 많아 가지고요
저 혹시 결혼하셨어요?
안 하셨구나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럼 갔다 오셨어요?
(수리 기사) 아, 그러시구나
뭐 어때요? 요즘 세상에 이혼 흠 아니잖아요
다 드셨으면 두고 가시면 돼요
커피 머신 그라인더 청소는 자주 하세요?
날마다 해요
청소 잘하셔도 커피 많이 내리고 그러면 관리를 잘해 줘야 하거든요
아, 네
저 서른아홉입니다
다 드신 거예요?
- 제가 할게요 - 아, 깜짝아!
- 죄송합니다 - 안녕히 가세요
- 제가 할게요 - 아니에요!
그냥 가시면 돼요
- 아이, 얻어먹었는데... - 됐다고요! 그냥 가라고요!
아니, 사장님 제가 뭘 어떻게 했다 그래요?
- (수리 기사) 예? 왜 저 의심... - 무슨 일이십니까?
[애잔한 음악]
(남자) 선우희 씨는 5년 전에 차경수 씨하고 이혼했습니다
이혼 사유는 가정 폭력이랍니다
[흐느끼는 소리]
[남구 코 훌쩍이며] 어우, 잘 좀 살지...
[작은 소리] 그걸 왜, 그걸 왜...
아이고, 참
[감탄하는 소리]
음, 고소한 냄새
음, 행복한 냄새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됐다
다녀왔습니다
은석인 늦는다고 민 부장한테 연락 왔다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
그건 제가 급히 부탁을 해서 그래요
네가 뭘?
이모부가 최종 결재를 받으라고 하셔서요
기획안 수정이 필요했어요
이모부가?
(지안) 하얀 티셔츠 무료 증정 대리점 방문 시 판매 연계 가능
행사 장소 사옥 앞 공원, 대리점
[날카로운 효과음]
(지안) 이번 40주년 고객 감사 이벤트 기획안에는
겨울 시즌에 신상품 판매와 연동될 수...
[무거운 음악]
(택시 기사) 다 왔습니다
이 길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
(도경) 최은석
왜 그래? 어딜 가려고 돌아서?
아, 그게...
바람 좀 더 쐬고 들어오려고요
12시가 넘었는데?
12시가 넘었는데 왜 나와 계세요?
일 시켜서 늦게 만든 게 나니까
아무리 스트레스 심하다고 이 시간에 맥주 마실 생각을 해?
아... 이거 기사를 붙이지도 못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여동생 불안 불안하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살아요
넌 그 대부분이 아니잖아
[무거운 음악] 아직도 입력 안 된 거야?
아, 참 깜빡할 뻔했는데
이거 두 번째 업체에서 받아 온 거예요
그래?
- 아니, 뭐 이거 어두워 가지고... -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요
어?
은석인 왜 안 내려와?
아가씨 5시에 나가셨어요
새벽에 어디 조사할 게 있으시다고요
5시에요? 언니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예요?
(재성) 엄마 닮아 그렇지
추진력 강하고 마음먹은 거 절대 포기 안 하고
정 사장한테 확실하게 결재 통과시키려고
지 오빠 낯 세워 주려고 그러는 거죠
오늘 최종 기획안 컨펌 받으면 좀 쉬게 해야겠어요
그래라
마케팅팀은 일시적 징검다린데 너무 무리할 필요 없다고 해
할아버지가 공을 세워야 한다고 하셔서 그래요
거기다 40주년 행사니까 당연히 부담되겠죠
은석이 불러 점심 먹이면서 당신이 좀 말하면 어때?
- 저 오늘 출근 안 해요 - 왜?
집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요
(지안) 지난 3년간 해성 어패럴 겨울 상품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겨울 신상품 판매가 시작됩니다
[문 열림]
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왔는데...
[발랄한 음악]
어때? 이거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거예요
- 맛있다 - 맛있어? 엄마는?
[감탄하면서] 뭐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부드러워?
비밀이야 [미정 웃음소리]
야, 무슨 그런 게 다 비밀이야?
우리 방장님 흉내 내 보는 거야, 나도
근데 그 방장은 뭐야? 무슨 뜻이야?
아, 그거 주방장을 줄여서 방장
원래 사장님인데 사장이라고 부르는 거 절대 싫어하고
그냥 주방장 줄여서 방장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오빠는 왜 아무 말도 안 해?
제빵사 될 수 있겠다 꾸준히만 하면
아, 한식 일식 중식? 이건 진짜야
내가 그 빵집 들어가려고 세 달 동안 1번으로 줄 서서 빵 사 먹었어
지안이도 먹어 봐야 되는데
참, 지안이가 찾아왔었는데 해성 그룹 마케팅팀에 들어갔대요
저 왔어요, 방장님
- (남구) 저쪽 것부터 담아 - 네
어? 빵이 이게 다예요?
왜 이렇게 조금 하셨어요?
조금만 하고 싶어서
그러시면 안 돼요
방장님 빵 사러 지금 다른 동네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 나는 남 좋으라고 빵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 그럼요? - 아, 정리나 해요
네
아, 참
카페 사장님이 빵 결제 대금 주신다고 방장님 계좌번호 물어보셨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계좌번호?
견적서는 제가 장부 적어 놓은 거로 알려 드리면 되죠?
저! 지, 지수 씨가 받아
- 제가요? - (남구) 응!
- 왜요? - 응?
어, 저... 현금이 필요해서 그래
현금은 날마다 들어오는데...
엄청나게 현금이 필요해 엄청나게, 됐냐?
정리나 해
(남구) [물건 던지는 소리] 이거 너무 두껍게 쌌어
지난번처럼 모범택시 보낼 테니까 그거 타고 와
어떡하죠? 저 도시락 시켰어요, 벌써
배달 도시락 먹겠다고 자연산 장어를 포기하겠다는 거냐?
밖에서 같이 있는 거 사람들이 보면 안 좋잖아요
저 혼자 점심시간 오래 쓰는 것도 그렇고요
오빠보다 조심성 좋네 여동생이
도시락 왔나 봐요 끊을게요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 김기재, 너랑 점심 먹어 준다 - (기재) 안 된다며?
신세 갚으라며?
말 안 할 거야?
멀쩡히 너희 쇼퍼 있는데 나한테 부탁한 이유가 뭐냐고?
(기재) 그것도 여자 옷 10여 벌에 뭐?
구두, 핸드백, 액세서리까지 가지고 나오게 했다며?
그 쇼퍼 아웃시켜 입이 싸
내가 묻는데 대답 안 하면 바로 아웃이지
네가 생각하는 남몰래 연애 절대 아니니까 그냥 있어 봐, 몇 달만
몇 달만? 이건 또 무슨 미스터리야?
근데 넌 꿈이 뭐였냐?
꿈?
그 초중고 때 생활기록부에 뭐라고 적혀 있었어?
너도 사장, 사장, 회장이었지?
고등학교 때 패션 디자이너 되고 싶어서 가출까지 했었다
네가?
파리 비행기 타는 데까진 성공했는데
드골 공항에서 잡혀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졌지
그땐 너 아주 범생이였는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을까?
성호 제약 아들이 패션 디자이너?
넌 종군 사진 기자였잖아
내가?
중학교 2학년이야, 3학년이야? 로버트 카파 사진 보고 반해서
- 아, '병사의 죽음'! - (기재) 그래
진정한 저널리즘은 전쟁터에 있다면서, 기억나냐?
사춘기 철없을 때 그런 걸 가지고 무슨 꿈씩이나
로버트 카파가 남자가 봐도 잘생겼잖아 그래서 그런 거지
[잔잔한 음악]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으렴
안 돼, 지안아 이제 와서 밝히면 우리 다 죽어
그냥 빨리 유학 보내 달라고 해 이제는 어쩔 수 없잖아
엄마가 잘못한 거 알아 아는데 다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엄마!
[문자 수신음]
(지수) 메이드 인 지수
(지안) 드디어 수제자?
(지수) 응? 뭐야?
역시 날 알아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다니까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어
근사하지? 괜찮지? 그거 내가 만든 거야, 진짜
진짜 네가 만든 거야? 진짜 파는 식빵이랑 똑같던데?
그렇지, 그렇지? 아빠가 오븐 사 줬거든
그걸로 만들어서 오늘 내 빵으로 아빠도 아침 먹었어
아빠 대전 공사 끝나셨어?
아니, 끝나기도 전에 올라왔어
아빠 팔 다쳐서 회사 그만뒀어
그래?
어, 그래 계산해, 끊어
[작은 소리] 아빠
(태수) 지안이 너
그 집 가면 안 돼
아빠는 왜 가지 말라고 그러는데요? 왜 가지 말라는데?
남한테 무시당하고 멸시당하고
비참하고 초라하고 비굴하고 또 비굴하면서 사는 거
나 더 못 하겠어 싫어요
재벌 딸 되면 왜 안 되는데요? 진짜 친부모가 재벌이라는데
재벌 집이라서 가면 왜 안 되는데요?
아니
아니, 애초에 날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내가 아무리 버둥대도 난 이미 자격 미달이었어요
학점도, 스펙도 딸려요
학교 다니며, 알바하며 그러면서 학교 다니는데 학점을 어떻게 채워?
용돈 받아 가며 학원 다니며 어학연수 다녀온 애들을 어떻게 이겨?
우리 아빠 너 쫓아가다 쓰러졌어
네 차 쫓아가다 쓰러졌는데 너 모른 척했잖아!
저 녀석 봐라
도시락 배달시켜 놨다더니
쟤는 저 일이 저렇게 좋나?
지 꿈도 아니었으면서
아휴, 참...
- 여기요 - 어휴
짠돌이 써지호가 카페 라테 쏜다길래 웬일인가 했다, 내가
자판기 커피 우습게 아시네
- 라테부터 마운틴까지 없는 게 없어요 - 장난해?
차, 그래서
허구한 날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드시면서 얼마나 모으셨어 그래?
알면 뭐 하시려고요?
진짜 모았나 보네 뭐, 뭐, 얼... 너 벌써 1억 모았어?
제대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1억은 무슨
1억을 껌값으로 아시나?
(매니저) 아, 왜 그 웨이터 하는 알바 집이 쏠쏠하다며?
뭐, 대학 안 간 비용 치면 벌써 1억 된 거나 마찬가지죠
봐요
1년 365일 4년이면 1,460일
이 1,460일 동안 하루에 딱 만 원만 쓴다고 쳐도 1,460만원이죠
근데 하루에 딱 만원만 쓰시나?
어쨌든, 애니웨이 거기다 대학 등록금 한 학기당 오백 치고 곱하기 8은?
4천만 원 합치면 대략 6천만 원 그것도 최소로
거기다 플러스 이렇게 4년 동안 알바 두 탕 뛰면서 벌면
1억이 뭐야? 2억이 넘네, 넘어
아, 진짜? 와...
2억으로 장사 시작해서 10년 후면...
대졸자들 내가 부리는 거지
에휴... 그래도 나 같으면 대학 간다
우리나라에 대졸 딱지 없으면 사람취급 안 하는 인간들이 아주 부지기수야
하, 그런 인간들 내가 사람 취급 안 해
뭐, 남들이 사람 취급 안 한다고 내가 사람이 아닌 건가?
아이고, 아주 뚫린 입이라고 말은 청산유수야
돈이 계급인 세상이에요, 예?
고졸 사장 서지호 S대생 직원을 거느리다
아우, 뭐야
- 멋있잖아 - (매니저) 미친놈
[휴대폰 벨 소리] 아, 잠시만요
아빠, 웬일이세요?
(태수) 어, 너 오늘 학원 몇 시에 끝나냐?
오랜만에 아빠랑 밥이나 먹자
예?
기획안입니다, 부장님
오!
모터 달고 달렸군, 서지안 씨
(부장) 이야
[서류 넘기는 소리] (부장) 보자
- 벌써 했어요? - 아
우리 서지안 사원한테 제가 오늘 오후까지 어떻게든 마치라고
푸시 좀 했습니다
왜 했습니까, 푸시를?
[익살스러운 음악] 그냥 뭐 부사장님이 좀 급하신 거 같아서요
급하다고 했습니까, 내가?
아뇨, 직접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만
텔레파시 기술 있으신가?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텔레파시 기술 없으신데
제가 급한 줄 어떻게 아셨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왜 부장님 인사고과를 부하 직원 푸시해서 챙깁니까?
(도경) 이 정도가 되려면 야근은 기본에
오늘도 하루 종일 삼각 김밥 먹어 가면서
손가락 지문 닳아 없어지도록 자판 두들겨야 나오는 걸
설마 모르시지 않으실 텐데
- 상사를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 부하 직원은 안 위하시고?
나가 보세요
[차분한 피아노곡]
[작은 소리] 할 수 있어
[작은 소리] 할 수 있어
[작은 소리] 해야만 해, 해야만 해
잘 나가니까 막내가 빠져 가지고
왜 핸드폰도 사무실에 두고 나가서 찾아다니게 해?
퇴근 시간 다 됐으니까 기획안도 다 올렸고
부장님이 회식하신댄다
서지안 사원 최종 기획안 작성 축하 회식
오늘 안 돼, 일 있어
안 된다고? 부장님이 한우 쏘신다는데?
내가 부장님께 말씀드릴게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 돼
[순번 대기음]
- 아, 서 대리님, 여기 택배 - 어
뭐야?
- 빼 - 네가 빼라
[불꽃 튀는 신경전 효과음]
[안타까운 한숨] [승리의 환호]
눈싸움 진짜 못하면서 맨날 하자고 하기는!
참 나
이름 3행시 프러포즈 편지?
(수아) 아니, 카사블랑카길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며?
왜? 응모해서 나 카사블랑카 보여 주게?
닭살 돋아 죽을 일 있어?
(수아) 누가 머리 아프게 영화 티켓 2장에 이런 걸 하냐?
안 보고 말지
(지태) 이수아 카사블랑카 영화 티켓이 나한테 왔다
네가 갖는 게 맞을 거 같아
옥상에서 전해 줄 테니까 시간 될 때 연락 줘
[휴대폰 벨 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 (태수) 어, 지호야 - (지호) 어, 아빠
- (태수) 어, 어 - (지호) 아
- (태수) 끝났냐? - (지호) 예, 웬일이에요?
인마, 너 밥 사 주려고
- 아, 가시죠 - (태수) 어, 가자
(태수) 이 자식이, 너도 고작 닭갈비냐?
아빠가 그냥 근 1년 만에 밥 사 주는데
(지호) 큰 누나도 그랬구나?
아빠, 비싼 게 맛있다는 건 세뇌에요, 세뇌
진정한 맛을 알려면 내 혀를 믿어야 된다니까?
그래, 이 집이 맛집이긴 맛집인가 보다 맛있다, 어서 많이 먹어, 많이 먹어
근데 아빠가 갑자기 학원 앞에 찾아와서
밥 먹자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잘 안 먹히네?
너한테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건데
지태한테 네가 없으니까
그 방으로 들어와서 결혼하라고 했다
한대요?
왜 안 한대? 방도 생겼는데
수, 수능 끝나고 네가 다시 돌아올 방이잖아
그래서 말인데
네가 형한테 결혼하라고 얘기 좀 해라, 응?
- 내가요? - 그래
너는 아직 젊잖아 대학 다니면서
고시원 생활 조금 더 해도 버틸 만하잖아, 그렇지?
네 고시원비는 아빠가 책임질게
그러니까 우리 형 결혼시키자
오케이, 걱정 마십시오
형이 내가 말한다고 들을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또 사람 마음을 확 흔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어요
- (지호) 흐흐흐 - 이 자식이
지호야
아빠가 어떻게든 노력을 해서 너는 등록금 네가 안 벌...
[잔잔한 피아노곡]
[한숨 쉬고 목소리 가다듬고] 그래
아, 아빠가 어떻게 노력을 할 테니까
너는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포기하지 말고, 응?
이 세상에 서지호는 너 하나고 네 인생도 한 번뿐이야
당연하지 아빠, 난 내가 예뻐 죽겠거든
이렇게 예쁜 서지호가 하고 싶다는 걸 내가 못 하게 하겠어?
돈 워리, 비 해피
씩씩해서 좋다
저, 여기 소주 한 병만 더 주세요
[작은 소리] 왜 하필 오늘...
[작은 소리] 어떡하지?
- 어? - 안녕하세요?
노 대표님 따님?
다시 보니 반갑네요
아, 네
어머니 뵈러 오신 거예요?
어? 어... 네
산삼 좀 드리려고
다녀왔습니다
웬일이니? 이렇게 일찍
저, 손님이 오셨는데요
대표님
진 이사장, 안 갔어요?
오늘 휴식 중이라 아무도 안 만난다고 했는데요
[날카로운 효과음] 죽을죄를 졌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대표님
-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 왜 이래요, 당황스럽게
후원하던 사람이 후원 끊는 게 잘못인가?
저소득층 예술 영재 육성에 미래 재능 재단보다
태영 재단 방안이 더 맘에 들어서 그쪽으로 돌린 건데
노진희 대표님이 시켜서 그런 거예요
따님 찾은 거 심송 사모님한테 알리라고
몰랐을까 봐 말해 주는 거예요?
(진 이사장) 심송 사모님, 저한테 확실히 약조하셨어요
따님 얘기는 절대 절대 아무한테도 말씀 안 하신다고
당연히 안 하시지
심송 그 대그룹 사모가 남의 말 옮기는 천박한 짓을 할까 봐요?
옮기는 순간 본인 그룹 얼굴에 똥칠하는 건데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저희 미래 영재 기숙학교 공사 중단됐어요
대표님이 약정해 주신 후원금 안 주시면
공사 대금 지급 못 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럼 부도나겠네
대표님 약정 믿고 건물 올린 거 아시잖아요
내가 언제 약정했어요? 건물 올라가면 보자고 했지
늘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대로 후원해 주셨잖아요
그때는... 내가 말한 그 시점에
진 이사장이 날 거슬리게 하는 게 없었죠, 아마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제가 왜 그랬는지 정말...
아이들 예술 교육 제대로 시켜보겠다고 학교 지을 욕심에 돈이 모자라서...
노진희 씨 말에 넘어갔습니다
아이들 교육 욕심이 아니라 땅값 올릴 욕심이었지
부지... 진소미 씨 명의로 구입했던데, 뭘
아 그, 그건요
대표님, 대표님 후원금 없으면 저 정말 끝장이에요
거기에 제 전 재산 다 털어 넣고
대출까지 다 들어가 있어요
사채도 있죠 내 후원금 들어올 때까지 버티느라고
(진 이사장) 한 번만 살려 주세요
10년 넘게 대표님 모신 정을 생각하셔서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거 알지만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공사비가 부족해서요
물잔 엎을 때 그 물 다시 못 담을 거 몰랐나?
감히 내 딸 팔아서 장사할 때 이 정도 각오도 안 했어?
갤러리에서 은석이 보여 주라고 말 거들 때 넌 줄 알았어
노 대표님 따님 한 번 보여 주세요
감히 노명희를 기만하고 무사할 줄 알았어?
죽을죄를 졌습니다, 대표님
앞으로 시키는 일 뭐든 할 테니까요
죽을죄를 졌으면 무덤에 들어가면 돼
(명희) 남편 퇴직했고 재산 다 날렸고 덤으로 빚은 생겼으니
아들 월급으로 살아야겠지?
그래서 우리 해성 F&B 영업팀의 둘째 아들
현수라고 했나? 기획팀 대리로 승진시켰어
- 네? - (명희) 근데
공시 준비만 하던 큰아들은 계속 백수일 거야
호텔 엠제이에 취직시킨다는 약속 노진희가 못 지킬 거거든
그러니 들어앉아 아들 남편 밥 해 주고 살아
대표님
진소미 당신 성깔 있고 근성 있는 거 알아
그 성질로 나가서 내 딸 관련해서 입 놀리는 거로 분탕질하면
당신 둘째 아들 밥줄도 끊길 줄 알아
영원히
진 이사장, 잘 가요
[극적인 효과음]
(지안) 최은석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께서 부르셔서 일단 왔는데
최은석이라고 합니다
(명희) 노명희를 기만하고 무사할 줄 알았어?
[문 열림] [문 쾅 닫힘]
- 끝났나 봐요? - 어?
언니 올라오는 거 보니까요 구경할 만했죠?
어머, 언니 엄청 놀랐나 보다
[작은 소리] 어? 어, 좀
어머니, 우아한 카리스마만 있는 줄 알았죠?
어머니 영역이라고 해야 하나?
자존심? 거짓말?
기만 절대 안 봐줘요
(서현) 꼭 대가를 치르게 하시거든요
도우미, 기사, 과외 선생
누구라도 우리 집 말 한마디라도 하면
이 바닥에서 다신 일 못 해요
우리만 그런 거 아니에요 다 그래요
이쪽 사람들끼리 핫라인이 있거든요
그렇구나
대신 월급이 많잖아요
일반 동네보다 몇 배는 더 주니까 당연히 그 값을 해야죠
전에 오빠 헛소문 낸 여직원 있었거든요?
그 여자 아버지까지 회사 잘리게 했어요
[계단 올라가는 소리] [문소리]
끝난 사이라 씹는 거지 무슨 일 있기는
[기침 소리]
수아야!
[동경소녀의 '어쩌면 내일은' 재생]
(지태) 수아야?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어디가 아픈 거야?
야, 인마 이 꼴로 왜 기어 나와?
택시 부를 줄 몰라? 룸메 없어?
불러도 안 오니까 나왔지
하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병원에만 데려다줄게 병원에만!
네가 왜?
나밖에 없으니까 나밖에 없으니까!
(지태) 나밖에 없는 거 알면서도...
미안하다, 수아야
나도 사실은...
너랑 살고 싶어
(지태)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사랑한다, 수아야
수아야, 수아야!
수아야!
(의사)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감기몸살인데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요 링거 맞고 가시면 됩니다
잘 먹고 푹 쉬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머, 지안아 웬일이야, 이 시간에?
엄마, 나 다 알았어
[미스터리한 음악] 다 알다니, 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어떻게 지수랑 날 바꿔치기를 해?
[극적인 효과음] 지안아
당장 나하고 가요 가서 잘못했다고 해, 엄마
지, 지안아
아빠
(지안) 그때 말해 주지
그때라도 말해 주지 그랬어 나 아니라고, 지수라고
[지안 깊은 한숨]
당장 가요, 나... 나 그 집에 하루도 더 못 있겠어
숨 막히고 심장 떨려요
(지안) 새어머니가 주신 카드 쓰지도 못하겠어
그 집에서 먹고 자고
그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산 옷 입고 택시 타고 미치겠어!
그러니까 두 분이 가서 고백하고 용서 빌어요
[문소리]
[극적인 효과음]
(명희) 이게 무슨 경우예요? 미리 연락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이 시간에 온 거 보면 중요한 일이겠지
당신이 서태수요? 그래, 무슨 일입니까?
지안이가 아닙니다
지수가 두 분 딸입니다
- 그, 그게 무슨... -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지안이는 제 딸입니다
지수가, 지수가... 두 분 딸입니다
(재성) 다시 말해 봐
누가, 지안이가 당신 딸이라고?
당신들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당신 딸을 우리 집에 들여보냈다는 거야?
죽을죄를 졌습니다
제가, 제가 한 일이에요 이 사람은 몰랐어요
입 닥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있어 네가?
민 부장, 그때 이 인간들 다른 자식들 조사했지?
(지점장) 미안하게 됐다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엄마
아빠... 아빠
민 부장님, 우리 엄마 아빠 밤새 이러고 계셨던 거예요?
너, 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지안) 저도 사죄드리려고요
그런데 저희 엄마 아빠 그만 가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밤새 이렇게, 밤새...
- 어머니, 아버지 - 어디서 어머니 아버질!
죄송합니다
벗어, 벗어!
내 돈 들어간 거 다 벗겨 싹 다 벗겨서 발가벗겨 쫓아내
(민 부장) 네, 사모님
[외마디 비명]
[문소리]
[문소리]
[김지수의 'Lonely load' 재생]
[훌쩍임]
(지안) 아빠
우리 어떡하지?
그때...
그렇게 말해서 너무 미안해요
그래도 그때 말해 주지 그랬어
아니야
내가 그러는데 어떻게 말하겠어?
그래도 말해 주지
나 아니라고
[다이어리 꺼내는 소리]
[펜 꺼내는 소리]
(지안) 23일, 24일, 28일
(지안) 윤하정
(지안) 23일
[글씨 쓰는 소리]
(지안) 준비 마칠 것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명수) 이벤트 기획안 아주 좋아
40주년 맞아 홍보에 마케팅까지 아주 잘 녹아들었더군
날짜 앞당긴 이유 충분하고
특히 우리 디자인팀 프린팅 시연 중 하나를
고객 디자인 공모로 돌리는 아이디어 아주 좋았어
[발랄한 음악] 서지안 사원 아이디어입니다
그럼 날짜가 좀 촉박할 거 같던데 차질없이 해낼 수 있을까?
걱정 마십시오
서지안 씨가 세부 기획안 작성하면서 이미 조사를 많이 한 상태입니다
아, 우리 홍보 영상에 이번 이벤트도 넣기로 했네
- 그룹 홍보 영상요? - 회장님 지시야
아, 네
네, 세부 기획안 내용대로 홍보글 작성되면 연락 주세요
네
[통화 종료음]
F&B하고 우리 마케팅팀 자료 분리는 거의 끝났지?
오전에 라벨 작업만 하면 될 거 같던데
오전? 어림없어
(하정) 겨울 신상품 네이밍 아이디어 체크해서 보고해야 돼
수고하십니다
내년에 F&B하고 호텔 엠제이 유럽 진출 때 쓰려고
그룹 홍보 영상 제작하고 있는 건 아시죠?
홍보 영상 안에 해성 어패럴 40주년 이벤트 영상을 넣기로 했습니다
아니, 우리 어패럴은 유럽 진출 계획이 없는데요?
회장님 지시입니다
이벤트 행사 속에 천염 염색부터 복고 아이템까지
외국인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행사가 많은 덕입니다
서지안 씨 덕분에
[애잔한 음악]
(과장) 그럼 이벤트 그림에 더 신경 써야겠네요
(도경) 그렇겠죠 이번 40주년 이벤트는
해성 그룹의 모태 해성 어패럴의
4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매출 정체기에 있는 어패럴에
활력을 불어넣을 아주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첫 부임한 저나, 마케팅팀 분류
첫 대형 행사를 맡은 여러분 모두에게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의미 없죠 잘 해내야죠
그룹 홍보 영상에 들어가는데 어설프면 되겠습니까?
여러분 인사고과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건데
(도경) 총 담당이 서지안 씨니까 어깨가 무거울 거예요
다들 잘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서지안 씨, 잘 부탁합니다
자, 자 부사장님 말씀 잘 들었죠?
그리고 우리 서지안 씨한테 격려의 박수!
그럼 수고했습니다 서지안 씨는 내 방으로 와 줄래요?
(도경) 기획안 파일 가지고 지금
[문소리]
부르셨습니까?
말 편하게 해 여기 도청 장치 없다
아닙니다, 회사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점점... 앉아!
서현이가 그러는데 어제 많이 놀랐다면서? 진 이사장 일로
아, 네
어머니가 그러시는 게 단순히 너에 대한 비밀을 발설해서만은 아니야
(도경) 장 수석 부인 내 장모 되실 분이거든
뉴월드 그룹은 서현이 혼처고
네
약혼하셨단 얘길 못 들어서
약혼은 아직 아니야
겨울에 장소라 귀국하면 정식으로 만날 거고
한 약혼은 2, 3개월 후에 할 거야
결혼은 내년 가을쯤 하게 될 거고
서현이도 그러던데 오...
부사장님도 그러시군요
우리 결혼이 그룹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몫을 하거든
그러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거지
네가 트레이닝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픈되면
나하고 서현이 혼사가 깨질 수도 있는 거였거든
이쪽은 서로 손해 나는 장사는 하지 않으니까
결혼인데... 장사요?
결혼할 만한 사람인지 사전에 다 조건 조사하시니까
단순 장사는 아니지
어쨌든 10년 넘게 정기 후원에
행사 때 따로 목돈까지 넘치게 받아 놓고
또 잔꾀를 쓰니 그걸 그냥 둘 수 있나?
그렇군요
회사 큰 프로젝트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는데
어머니가 화내시는 거 보니까 부담 백배 됐어?
그렇다고 그 새벽에 뛰어나가냐? 일하러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요
하실 말씀 끝나셨으면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창립 기념일까지만 고생해라
[문소리]
(도경) 홍보 영상 안에 해성 어패럴 40주년 이벤트 영상을 넣기로 했습니다
회장님 지시입니다
이번 40주년 기념 이벤트는
매출 정체기에 있는 어패럴에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총 담당의 어깨가 무거울 거예요
서지안 씨, 잘 부탁합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거야?
아, 어떡해
[마우스 클릭 소리]
잠깐 얘기 좀 해요
나 그냥 애들한테 취직했다고 하려고요
취직?
그거요, 가게
가게든 취직이든 돈 버는 건 마찬가지니까
왜 그렇게 말을 해? 부끄러운 짓이면 안 하면 될걸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내가 그 가게 왜 받게 됐는데
나... 당신한테 사업 다시 시작한다고 분명히 얘기했어
사업이 말로 되는 게 아니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요?
그 뜬구름 같은 걸
그럼 IMF 때 명퇴하고 사업 시작할 땐 왜 안 말렸어?
그땐 젊었고
그 나이에 감 다 잃었을 텐데 무슨 사업을 해요?
[슬픈 음악]
지안이 데려와야 해서 하는 거야
그러니 성공해야지 어떻게든, 어떻게 해서든!
그래야 우리 지안이 다시 데려오고 지수 그 집으로 돌려보낼 거 아니야
그 집에서 우리를 가만둘 거 같아요?
마음 같아선 내 지금 당장 달려가서 무릎 꿇고 용서 빌고
내 목숨이라도 내놓고 우리 지안이 다시 데려오고 싶지만...
그래
지금 이 꼴로 지안이가 그 사실 다 알게 되면
당신 말대로 그 녀석 비참하고 참담하고 얼마나 수치스러울 거야?
그래서 내가 지금 당장 안 가는 거야
그걸 알면...
당신 나하고 30년 이상을 산 양미정이면...
가게 할 생각 하지 마
나중에 더 크게 후회해
나는 이제... 당신 못 믿어요
사업 제대로 되면 그때 그만둘게요
(하정) 오전? 어림없어
겨울 신상품 네이밍 아이디어 체크해서 보고해야 돼
[극적인 효과음] [놀라는 소리]
[긴장된 음악]
(도경) 왜 이렇게 놀라?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눈에 띄기 싫으면 타
[극적인 효과음]
- 저기... - 부탁인데 입 다물어 줄래?
네?
조용히 가자 생각할 게 많아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 다녀왔습니다 - 앉아
할 말 있어서 도경이 시켜 너 잡아 오라고 했다
요리 뺀질 조리 뺀질 집에서 얼굴 볼 수가 없어서
너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말 잘 듣고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네
은석이 너 유학 가는 게 어떠냐?
네?
회사 일 스트레스 심해서 말귀 어두워졌어?
유학
어머니, 아버지가 너 미술 공부하러 미국 보내 주신댄다
지난번 갤러리에서 봤잖니
더 늦기 전에 미술공부 제대로 하는 게 좋겠다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
(명희) 아직 회장님하고 상의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유학 다녀와서 널 오픈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거든
유학 가려면 서지안으로 가야 하니까
아니, 이 녀석 왜 말이 없어?
유학은 싫으냐? 회사 일이 더 재밌어?
저...
- 저는... - (도경) 서지안
아니, 최은석
은석아, 유학 가
그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못 했던 거니까
[긴장된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지안) 나랑 아침 좀 먹어 주라 배고파 죽겠어
(지수) 방장님!
저렇게 차려입으니까 멋있네
이게 누구십니까? 나 기억해요?
(지수) 어, 여기 어쩐 일이세요?
- 내가 너희 언니 오빠야 - 네?
정직원 되고 부사장님 총애받으니까 목숨을 바치는구나
(남자) 부회장님 사내 게시판 좀 보십시오
(재성) 사내 게시판?
도대체 누가...
당장 이사회 소집해!
(양호) 은석이 오늘 오픈한다
(도경) 은석아, 오늘 너 오픈이야
(지안) 안녕하십니까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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