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4
아니, 이 녀석 왜 말이 없어?
유학은 싫으냐?
회사 일이 더 재밌어?
저...
저는...
(도경) 서지안!
[긴장된 음악]
아니
최은석
은석아
유학 가
그 집에 살았기 때문에 못 했던 거니까
[당황한 음악]
도경아, 너 헛짚은 거 아니야?
은석이 전혀 안 좋아하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놀란 거 같은데?
도경아! 얘기 좀 해 줘
오빠가 서프라이즈 선물로 준비한 건데
너무 놀라니까 당황스럽잖아
미대 가려고 했었거든요
조각요
내가
로댕한테 사기당한 카미유 클로델은 찜 쪄먹고
진짜 니키 드 생팔 같은 조각가가 되려고 했었는데
- (재성) 은석이 계획? - (도경) 네
창립 기념일에 은석이 오픈하고 나서
은석이 진로를 어떻게 하실 건가 해서요
계속 회사 쪽으로 경영 수업시킬 생각이세요?
아직 못 정했어
솔직히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부터 하고
나이가 있는데 결혼이 먼저 아니겠니?
그러려면 모양새부터 갖춰야지
그럼...
유학 보내면 어떨까요?
- 유학? - (도경) 미대로요
은석이가 미대...
조각하고 싶었대요
(도경) 어머니가 미술관 하고 싶어 하셨으니까
유학 다녀와서 미술관 오픈해 주면
은석이도 좋고 어머니 원도 이루시고요
은석이가 너한테 유학 가고 싶다고 하디?
아니요
좀 난감할 만큼 40주년 이벤트에 열심인 것 같아서요
우리 집안 기대치에 맞추려고 하는 거 같은데
미대 가고 싶었던 애가
회사 일이 재밌어서 저럴 리는 없는 거 같고
못 했던 꿈을 이루어 줘야
우리 집에 들어온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결혼 조건엔 더 좋고요
지금 나이도 애매해서
은석이 파트너 찾기가 쉽지 않겠다 했어
당신 생각은 어때요?
나도 은석이 진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이 좀 됐지
유학 가라면 은석이가 좋아하겠지만
우리하곤 또 이별이네
대사를 위해서 몇 년 더 참아야죠
은석이한테 기운을 주려면 빨리 말해 줘야겠네
좀 놀래켜 주면 어떨까요?
[극적인 효과음]
근데 제 연기가 너무 좋았나 봐요
지은 죄도 없이 겁에 질려 따라오더라고요
거기에 우리까지 가세했으니 미안하게 됐다
어머, 은석아!
얘 너무 좋은가 봐요
죄송합니다
은석아!
(지안) 옷 갈아입어요 씻으려고요
어, 그래?
반응이 왜 저러지?
(재성) 은석이가 좀 변한 거 같지 않아?
회사 출근해서 한동안 생기가 넘쳤는데
오늘 보니까 바싹 얼어 있어
계약직 하던 애가 그 큰 프로젝트를 맡았으니
얼이 빠지죠
버거워서 그런 건가?
환경 바뀌자마자 적응 기간이 너무 짧았어
긴장도 의지가 있으니까 하는 거예요
보란 듯이
창립 이벤트 성공시키고 싶은 거죠
잘 버텨 낼 거예요 우리 은석이는
그래
당신 딸답기는 해
어, 서재에서 책 좀 봐야겠어
[정기고의 'Only you' 재생]
[애잔한 음악]
[잔잔한 피아노곡]
몸은 괜찮아?
그거 걱정되는 사람이 외출시키냐?
- (지태) 저 살치살로 주세요 - (직원) 네
야, 살치살이 얼마짜리인데 그걸 시켜?
오겹살 주세요!
(직원) 어우, 죄송합니다
(직원) 저희 집에는 돼지고기는 없습니다
- 주세요, 살치살로 - (직원) 네, 알겠습니다
왜 이런 델 와?
의사가 너 잘 먹어야 한댔잖아
살이 얼마나 빠진 거야
(수아) 몰라
살아 봐
[동경소녀의 '어쩌면 내일은' 재생]
수아야
뭐야, 이게?
반지를 왜 네가 가지고 와? 내가 해야지
급한 놈이 우물 파는 거지 뭐
내 상황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
누가 몰라?
나 입사할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위암으로
(지태) 방 2개 전세비 빼서
할머니 수술 시키고도 빚지고
반지하 월세방 들어갈 때
절대 결혼하면 안 되겠구나
결심했어
(지태) 우리 아버지는
나이 들어 추락하셨지만
난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빚더미에서 시작하는 게
싫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이 집 장남으로 태어난 이상
미안하다
이런 놈이...
널 잡아서
만화방에 쓰는 돈으로 월세방 얻지, 뭐
아이만 안 낳으면
둘이 벌어서 둘이 못 살겠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사는 건 어때?
어떻게?
집에 방 있어?
최은석!
(서현) 언니 나갔어요
또 나갔어?
언제?
한 30분 전에요
샤워하러 나오는데 막 내려가던데요
[애잔한 음악]
[휴대폰 벨 소리]
혀, 혁아
- 안녕 - 웬일이냐?
그냥...
가라
나랑
아침 좀 먹어 주라
배고파 죽겠어
(혁) 좀 덜어 줄 걸 그랬네
아니야, 제때 밥 못 먹을 때가 많아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두는 게 습관 됐어
24시간 최상급 요리만 먹게 차려입고는
며칠 굶었냐?
뭐?
굶은 건 아니고
며칠 제대로 못 먹었어
왜?
참... 염치없는데
아무 말도 안 해 줬으면 좋겠어
물어도 대답 안 하겠다?
천천히나 먹어! 체하겠다
네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뭘 위해서 그러고 있는 거냐? 서지안
차림새는 화려해졌는데 얼굴은 그늘이 잔뜩
뭘 위해서 살다가 이렇게 됐을까?
생각 중이야, 나도
나 좋아하냐?
뭐?
기겁하지 마, 기분 별로야
너 나 안 좋아하는 거 아는데
새벽에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회사에서
서성이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1번!
찾아올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뭐?
2번
서지안으로 말할 사람이 필요해서
3번
편히 밥 먹을 사람이 필요한데
너밖에 없어서?
4번
잠시 화는 내겠지만 봐줄 거 같아서?
몇 번 고를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다신 안 볼 생각으로 번호도 안 남기고
퀵으로 2천만 원 돌려보낸 거 잊었냐?
[잔잔한 피아노곡]
1, 2, 3, 4번 다!
핸드폰 내놔
네가 원한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어만 줄게
아무 때나 얘기 들어 줄 사람 필요하면 전화해
[휴대폰 벨 소리] 벽 보고 혼자 얘기하지 말고
미안하단 말은 사절이다
그럼
고맙다! 선우혁
옛날 서지안 같지?
그렇지?
아으... 참
[휴대폰 벨 소리]
네, 사장님!
단체 손님요? 지금요?
8개 정도요?
돼! 돼! 돼! 무조건 된다 그래
[경쾌한 음악] 돼요, 돼! 지금 갖다 드릴게요
네, 네, 네!
- 카페 사장님이신데요 - 알아, 알아! 봉투에 넣어, 봉투!
(남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자!
또, 또...
자, 이거 담고
됐어, 됐어! 가!
바닐라라테 둘, 아메리카노 셋 카페라테 둘 남았어요
아메리카노 먼저 주세요
어!
저... 그거 섞이면 안 되는데
(지수) 커피 나왔습니다
이제 카페라테 두 잔만 하시면 돼요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해요?
저 카페 알바 경력 있어요 알바 박사예요!
(희) 정말 너무 고마워요
도와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 (지수) 내일 뵙겠습니다 - 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실장님! 3번 테이블 부탁해요
어머
빨리 갖다 줘 빵집 아가씨 거야!
[잔잔한 음악]
저기요!
저 해냈어요! 인사했어요!
와, 빵이 나를 살렸어요!
역시 빵은 내 편이에요!
아니, 왜 이렇게 늦었어?
아... 죄송해요
손님이 너무 많아가지고요
사장님 혼자 혼이 쏙 빠지셨더라고요 그래서 좀 도와드리느라고...
방장님한테 미리 허락도 못 받았어요
아니, 뭐 그런 걸 허락을 받나 쓸데없이
[남구 헛기침]
예, 겨울 신상품 마케팅 콘셉트 잡고 있습니다
기획 방향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부사장님
예
왜? 무슨 할 말 있어?
이번 40주년 이벤트 담당 인원을 좀 보강해 주셨으면 해서요
저 혼자서는 버거워서 도저히 못 하겠어요
흠...
행사 사이즈가 커서 아무래도 혼자 하기는 버겁지?
- 그럼 누구? - 윤하정 씨요
- 윤하정? - 네!
[익살스러운 음악]
진심이야?
윤하정 씨가 저 없을 때 기획안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저 말고는 이벤트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서요
윤하정 씨!
지안 씨가 이벤트 진행 하정 씨랑 하고 싶다는데?
네?
서지안, 너 무슨 꿍꿍이야?
무슨 꿍꿍이라니?
창립 기념 이벤트 성공하면 인사고과 팍 올라가는데
네가 나한테 그런 걸 줄 리가 없잖아
너... 나 데리고 하면서 엿 먹일 생각 하는 거지?
회사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워낙 중요한 행산데
나 혼자 맡았다가 중간에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무슨 일이라니?
중간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으면 어떡하냐?
뭐?
그러지 말라는 법 있어?
내가 아프거나 갑자기 다치거나
(지안) 암튼
내가 없어지면 큰일이잖아
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 한 사람은
똑같이 일을 알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책임감 어마무시하다
몰랐냐? 서지안 책임감?
할 거야, 말 거야?
좋아, 해!
대신 열심히 해야 돼 건성은 안 돼
대신 나중에 홍보 영상에 내 이름도 같이 올려 줘
콜!
- 공동으로 - 그러자
진짜 공동으로 이름 올려 준다고?
대신 나만큼 알아야 하고 나만큼 책임감 가져야 해
나 없이도...
너 혼자 행사 마칠 수 있게, 어?
콜!
[경쾌한 음악]
어떻게 하기로 했나?
윤하정 씨하고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지안 씨!
(대리) 진짜 윤하정하고 공동으로 하겠다고?
- 네! - (일동) 왜?
미연 씨, 경민 씨도 있어
과장님! 아니 다들 왜 그러세요?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 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서지안 씨, 보살이다
이거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 복사한 거야, 숙지해
이거 다?
저는 윤하정 씨하고 따로 스케줄 좀 짜고 오겠습니다
- 파일 챙겨서 나와 - 지금? 벌써?
16일까지는 이벤트 홍보 끝내고
19일까지는 대행사 통해서 업체 선정하고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어야 돼
진행 상황 체크해서
23일에 모든 준비 끝내야 돼
23일?
야, 왜 그렇게 서둘러?
일정 체크는 오프닝 전날까지만 하면 되는데
서둘러서 나쁠 거 있어?
암튼 진행 일정은 이렇고
너는 고객 모델 패션쇼하고 쎄시봉 콘서트 맡아
핸드 프린팅 공모하고 천연 염색 체험하고
보랏빛 향기는 내가 맡을 테니까
23일까지는 진행 상황 체크까지 끝내야 돼
서지안! 너 23일에 죽니?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고만
(지안) 23일이야!
이날이 데드라인이니까 절대 잊지 마
정직원 되고 부사장님 총애받으니까
- 목숨을 바치는구나? - (지안) 홍보는
신문, 잡지는 내가 할 테니까 포스터랑 카탈로그는 네가 맡아
참, 그리고
어패럴 고객 전체 대상으로 이벤트 안내 MMS는 보냈어?
그럼, 보냈어
알았어
외근 나갈 테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해
어디 가는데?
이번 이벤트가 회사 홍보 영상에 들어가잖아
추억 코너가 좀 빈약한 거 같아서 시장 조사 좀 나가 보려고
쟤 왜 저렇게 비장해?
택시...
아, 죄송합니다
[순번 알림음]
[순번 알림음]
[카메라 셔터]
[휴대폰 벨 소리]
어! 어... 지태야
아버지, 오늘 언제 들어오세요?
어우 얘, 가게 진짜 잘해 놨다
- 부럽다, 얘! - 언니 [휴대폰 벨 소리]
잠깐만
오, 잠깐, 잠깐!
네! 저예요
지태가요?
[휴대폰 벨 소리]
- 네, 부사장님 - (도경) 어디냐?
파주 헤이리예요
(도경) 그 멀리까지 갈 거면 명 기사 데리고 가도 되잖아
지금 마케팅팀 직원이지만 너 진짜 직원 아니야, 인마!
알겠습니다 근데 저 지금 들어가 봐야 돼요
(도경) 그래? 그럼 와!
네?
[익살스러운 음악]
미치겠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네가 오라고 했잖아
제가 언제요?
유학 가랬더니 울고 올라가선 새벽에 또 사라지고
전화는 씹고
'오빠, 나 고민 있어요'
무언의 SOS 친 거 아니야?
의심할 만했네요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내가 네 상사다! 그것도 부사장!
들어가자!
[밝은 음악]
(도경) 야...
옛날 거리처럼 만들어 놨네
근데 여기 왜 온 거야?
이벤트하고 상관없는 곳이잖아
그룹 홍보 영상에 들어가는 건데 복고 아이템이 너무 부실해요
그래서 이런 걸 배경으로 넣으면 어떨까 해서요
야... 전파사!
하하하, 이게 언제적 거야?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도경) 야!
찍어, 찍어! 찍어!
(도경) 잠깐만
이거 뭐야, 이거, 이거!
에이, 뭐야! [카메라 셔터]
어?
오빠가 애교를 부리는데 장단도 안 맞추냐?
가발도 쓰고 하지 그랬어요
남이 썼던 걸?
남이 썼던 건...
절대 아무것도 안 써요?
당연하지
그럼 레스토랑에서 음식은 어떻게 먹어요?
그릇이랑 수저랑 다 남들이 썼던 건데
그건 세척을 하잖아
너도 아무 데나 가서 아무거나 먹는 버릇 고쳐
블로그에서 봤던 느낌하고 다르네요
이대로 세팅하긴 좀 무리겠어요
신기한 게 많아
3D!
(도경) 자!
버티다 힘든 거 있을 때 얘기해
이리 와 봐 되게 재밌는 거 있다
이거 봐라!
제가 찍어 드릴게요
나를?
아는 사람 없는데 뭐 어때요?
얼른 찍어라!
찍어, 야!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도경 웃음소리]
[카메라 셔터] [도경 웃음소리]
[카메라 셔터]
[카메라 셔터]
잠깐, 가만있어 봐요
어디, 여기?
팔, 팔을 좀 넓게... 이렇게
이렇게?
야, 너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도경) 같이 찍자
[카메라 셔터]
(도경) 동생 도와주러 왔다가 스트레스 풀었다
다행이네요
내가 그림은 좀 아는데...
조각엔 별 관심 없었거든?
근데 요즘에 이런 게 눈에 들어온다
(도경) 유학 가서 조각가 되면
우리 회사 앞에 네 작품 설치해 놓자
전 여기서 셔틀 타고 가면 돼요
은석아
너 왜 맨날 새벽에 나가는 거야?
(도경) 오늘 오빠 전화도 안 받고
무슨 고민 있어?
그냥 잠이 일찍 깨져서 그래요
공원에 나가서 앉아 있다 보면 일 생각도 잘 나고 해서
그냥 나가는 거예요
유학 갈 생각 없는 거야?
제가 유능하질 못해서요
한 가지 생각이 꽉 차면 다른 걸 못 해요
지금은 창립 이벤트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그거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야 잘 해내지 않아도 돼
야, 인마!
예전에 성깔 있던 서지안 어디 갔어?
저는...
잘 해내고 싶어요
(도경) 잘 해내지 않아도 된다니까
넌 인사고과에 영향받는 사람이 아니야
해성 그룹 후계자 여동생!
왜 과거에서 못 벗어나?
[슬픈 음악]
저만의 이유로...
이 프로젝트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지금 저한텐 그게 전부예요
이해를 못 하겠다
아무래도 따로 가는 게 좋겠어요 전 그냥 셔틀 타고 갈게요
회사 뒤에서 살짝 내려 주면 돼
[카메라 셔터] [극적인 효과음]
아니, 왜 지호 짐을 다 치워요?
아, 구경할 때 넓고 깨끗해야지
결혼하면 이 방에서 지낼 건데
지태 결혼한대요?
그냥 여자 친구 소개시키는 거 아니에요?
아, 결혼할 생각 아니면 왜 인사를 시키겠어?
지호는요? 지호 수능 끝나면...
지태네 일단 만나 보고 얘기합시다
[밝은 음악]
(수아) 멀었어?
다 왔어
저기야
떨린다
무표정, 시크의 여왕 이수아가 떨려?
거친 고요한 바닷속이 얼마나 다이나믹한데
호오
안 떨어도 돼
너 보자마자 좋아하실 거야 특히 우리 아버지!
지태 오빠 내숭, 내숭, 왕 내숭 슈퍼 내숭이다! 진짜
와...
그럼 연애를 소문내고 하냐? 연애 못 해 본 티를 내요, 티를 내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연애 못 해 봤는지!
연애해 본 여잔 절대 그렇게 양 갈래 머리 못 하거든
그것도 꼬불꼬불!
뭐! 양 갈래 머리가 어때서!
이게 별로야?
이게 여자야? 초딩이지
여성스럽지 않다는 얘기지?
그래, 이제 멋도 좀 부리고 해 여자처럼
- 수아 왔습니다 - 왔어, 왔어, 왔어?
- (태수) 어서 와요 - (수아) 안녕하세요
이수아예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지수, 지호
아, 처음 뵙겠습니다 이수아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지태 형 막냇동생 서지호입니다
저는 지수요, 서지수!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은 10년 전에
캐나다에 있는 오빠 따라서 이민 가셨어요
그리고 저는 여성 전용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요
어머, 그래도 여성 전용 아파트에서 조신하구나
조신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겁이 많아서요
돈도 별로 없고요
돈은 우리도 없는데, 뭐
오빠, 근데 4년이나 만났는데 왜 여자 친구 없다고 했어?
인마, 그런 걸 뭐하러 미리 얘기해 사생활인데
제가 비혼주의였어요
비혼? 그게 뭐예요?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4년 만나다 보니까 지태 씨가 한결같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결혼해 달라고 했어요
[마음 따뜻해지는 음악]
고, 고마워요
그러게, 너무 없는 집에...
요즘 아가씨들 조건 많이 본다고 그러던데
뭐, 지태 씨 집에 들어가서 살면 돈 들 일도 없을 텐데요, 뭐
진짜... 여기 들어와 살 거예요?
와, 생각보다 방 넓은데?
자기 되게 깔끔하다
어머니가 치우셨나?
난 이 방 콜! 좋다
조, 좋다고?
2층으로 분리돼 있고 훨씬 독립적이잖아
그래 1년만 살다가
전세금 모아서 분가하자
- 안녕히 계세요 - 그래요, 그래
- 얼른 들어가요, 어여 가! - (미정) 그래
엄마, 근데 지태 오빠 들어와 살면 지호는 어떡해?
아, 그건 삼부자 간에 이미 합의가 끝났다니까
형 결혼이 중요하니까 조금만 고생해
어떡하든 방 얻어 줄게
(지호) 어머니, 이 막내가 독립하는 게 좋아서
독립 만세를 불렀던 사실은 모르시지요?
어머, 진짜?
엄마는 진짜 너무 우물 안 개구리야, 응?
우리 형수가 나도 살리고 형도 살리고!
형수 만세!
도와줄게
[설레는 음악]
[헛기침]
뭐야? 왜 자꾸 창을 닫아?
아가씨 목이 좀 잠겼습니다
바람 안 좋습니다
[헛기침]
미리 가야지, 왜 뒤에서 따라오지?
앞에서는 아가씨 뒤를 지킬 수 없으니까요
[잔잔한 음악]
가십시오, 뒤에서 가겠습니다
방장님!
나 저 10시까지 올 거니까
예? 빵이 9시 반에 나오는데요?
어, 미안해, 나 올 때까지 지수 씨 혼자 포장 좀 하고 있어
그럼... 오븐 쉴 때
저 이 빵 좀 굽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어, 오케이, 오케이! 어!
우와, 저렇게 차려입으니까 멋있네
[그리운 음악]
[극적인 효과음]
어? 어?
선우... 희 씨?
아이고, 몰라볼 뻔했네 오랜만입니다
아니, 왜 나 기억 안 나요?
남구, 남구! 강남구!
아니, 저 미라여대 앞에서 호떡 팔던...
기억 안 나요?
- 기억나요 - (남구) 예
잘 지내셨죠?
안녕하세요
아니, 근데 뭐... 이 동네 사시나?
아니요, 저... 근처에 볼일이...
아...
아, 그렇구나? 응
[멎쩍은 웃음소리]
예, 예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혁) 누나, 왜 그러고 있어?
어?
왜 귀신 본 사람 같은 얼굴이야?
어... 아니야
지안이 해성 그룹 마케팅팀에 들어갔대
근사하고만
대단하네, 우리 언니
[익살스러운 음악]
어?
(도경) 이게 누구십니까?
어?
(지수) 어!
어, 어! 그!
나 기억해요?
아휴, 그럼요! 여기 어쩐 일이세요?
전 여기 언니 만...
누구를 만나러 왔어요
벌써 언니 만나러 왔다고 했는데
아니요, 그건 실수요
뭐 아저씨는 누구 만나러 왔어요?
음... 나는
동생분 비밀 잘 지키대? 그때 보니까
비밀요?
아, 언니한테 아저씨 만났던 거 말 안 한 거요?
말 안 하기로 했잖아요 우리 서로
비밀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나도 말해 줄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세상에, 이런 일이
왜요? 그게 뭔데요?
내가...
너희 언니 오빠야!
네?
지안이 오빠라고!
- 우리 지안이 오빠? - 쉿!
어... 쉿!
와!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와! [도경 웃음]
언니 만나러 왔어요? 간식 배달?
점심 배달 왔습니다
잘못 오셨어요 배달 안 시켰습니다
배달 안 시켜도 오는 배달입니다
짜잔!
[지수 웃음소리]
놀랐지?
지수야...
너...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비밀이야, 내가 좀 능력이 많아
아니, 근무하는 사람이 이 시간에 여길 왜 왔어?
방장님 허락받고 나왔어
우리 빵집은 점심시간이 제일 한가해
10시에 문 열자마자 1시간도 안 돼서 거의 팔리잖아
오후 빵 나올 때까지 심심할 정도라니까
네가 만든 빵 맛보여 주려고 갖고 온 거야?
샌드위치 만들려고 처음 치아바타 구워 봤는데
완전 성공!
야, 꺼내지 마 나가서 먹을게, 응?
사무실 사람들 금방 올 거야
아, 왜... 언니 한 입 먹는 것만 보고 갈 거야
먹어 봐!
어때?
별로
뭐? 맛없어?
더럽게 맛없어
어? 야... 진짜로?
- 진짜 맛없어? - 응
어, 그래?
나는 괜찮았는데
[애잔한 음악]
쉬었나?
(지안) 우리 지수... 어떡하니?
응
맛있네
가, 나오지 말라니까
왜 그렇게 봐?
지수야
잘 가
그리고...
절대 오지 마, 이젠
알았어, 알았어! 응?
이번에 처음이니까 한번 와 본 거야 치...
빵에 미련 갖지 마 이거 네 길 아니야
야!
너 재벌 집 딸 됐다고 되게 건방져졌다
내가 돌고 돌아서 마지막으로 빵에 정착한 거 몰라?
네가 뭐 빵 맛을 알아?
아, 너 고급 빵 많이 먹어 봤구나?
베이커리는 취미로 하면 되잖아
방장님 반죽 기술만 배우면 되는데
- 가 - 알았어
아, 언니 지태 오빠 결혼한대!
결혼?
지태 오빠 여자 친구 집에 인사 왔다 갔어
4년 사귀었대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속였어
언제 한대, 결혼?
오빠 여자 친구 어떠냐고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언제 한대냐고, 결혼?
날짜는 아직인데 곧 할 거래
근데...
네 진짜 오빠 좀 멋있더라
우리 오빠?
아, 언니 너한테도 이거 비밀이었어야 했나?
[미스터리한 음악] 어떻게 우리 오빤 줄 알았어?
(여자) 어제 친구가 단톡방에 놀러 간 사진 올려서 보다가 혼자 깜놀
사진 뒤 저 사람 최도경 부사장 아님?
(남자) 부사장이 할 일 없이 옛날 박물관을 왜 감?
(여자2) 최도경 부사장 맞는데?
(여자3) 헐, 부사장이 쌍둥이 아닌 다음에야 백퍼!
- (남자2) 그럼 저 여자는 누구, 여친? - (여자4) 부럽
(남자3) 저 여자, 나 아는 여자!
2년 전 계약직 오티 때 함께 교육받은 1인
- (여자5) 진짜? 누구 확인 부탁 - (남자3) 서지안으로 기억함
(여자6) 어패럴 마케팅팀 서지안 이번에 재입사 명단에서 봤음
- (여자7) 재입사? - (남자4) 재입사...
(여자8) 최 부사장 얼마 전 어패럴 부사장으로 부임했잖아
(남자5) 그럼 여친이라서 정규직 전환된 거임?
- (남자6) 레알? - 대박
올린 지 30분 만에 댓글이 와...
조회 수 1,520?
와, 이거 어마무시하네요, 진짜
점심시간에 올렸으니 안 보고들 배겨?
근데 이거 출처가 어디야?
출처가 어디든 중요한 건 팩트지
하아! 야, 부사장
어쩐지 깐족깐족 나 건드리고 서지안이 싸고돌더라니
아, 그럼 부장님은 진짜 지안 씨랑 부사장님
[메시지 알림음] (여자1) 사진에 나온 여자, 자기네 팀 맞아?
- (대리) 오키 - (여자2) 서지안, 걔 맞지?
자기네 계약직으로 있던 예스걸
서지안 씨 덕에 급 인기 폭발이네
(대리) ㅇㅇ
(남자1) 방금 올라온 기사인데 맨 끝 사진 모자이크 커플
최도경 부사장과 사진 속 그녀 서지안 같지 않음?
(여자2) 몸태만 보면 비슷하긴 함
(남자2) 오버, 얼굴이 가려져서 잘 모르겠는데?
이거는 또 뭐야?
제가 그랬죠? 서지안 수상하다고
근데...
이게 말이 돼요?
아이고
[날카로운 효과음]
부회장님 사내 게시판 좀 보십시오
사내 게시판?
(남자1) 몰래 담배 피우면서 게시글 보다가 대박 사진 걸림
내리는 사람 서지안 차는 부사장 차임
(여자1) 박물관하고 같은 옷!
(여자2) 둘이 몰래 데이트 갔다 오다 딱 걸렸구먼
(여자3) 이름 서지안, 나이 28세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 직원 신데렐라 탄생?
(남자2) 계약직에서 총수 부인 되는 거임?
이제 알겠네
네 기획안이 당첨된 이유
- 네가 다시 들어온 이유 - 그게 무슨 소리야?
지안 씨, 이리 와봐!
[의미심장한 음악]
하!
참
도대체 누가...
[휴대폰 벨 소리]
(명희) 왜 이렇게 생각이 짧아?
오픈 때까진 조심하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재벌 갑질 기획 기사야
너희들 사진에 얹혀서 증폭되는 거라지만
이 사진은 이거 뭐라고 해명할 거야?
(재성) 그룹 후계자가 여직원하고 연애한다고 소문났어도
아니라는 해명 안 믿을 텐데
이건 은석이 아냐, 은석이!
어패럴 40주년 기념 이벤트 진행 과정 돕기 위해서
동행했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 믿겠니?
당장 은석이가 그 일을 제대로 진행이나 할 수 있겠어?
12월, 창립 기념일 날 오픈하려던 플랜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어
은석일 미리 오픈하면 어떨까요?
(재성) 미리?
(도경) 25년 전 실종 사건으로 기자들이 뒤를 캐봤자
뭐 크게 나올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행히 은석이가 해성 정직원으로 들어와 있으니까
서태수 씨네만 잘 포장해서 부모 찾게 도와주는 거로요
안 된다
지금은 인터넷이 너무 발달했어
뉴스거리 찾아 기자들 눈이 시뻘건데
25년 전 그날을 분 단위로 쪼개서 재구성하려고 할 거야
은석이 자란 환경까지 탈탈 털어서 발가벗겨 내놓을 거라고
[휴대폰 벨 소리]
네, 아버지!
당장 이사회 소집해!
은석이 오늘 오픈한다
[긴장된 음악]
아버지!
추문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지 절대로 없어지진 않아
(양호) 회사 안에서 봉합 못 한다면
여동생하고 연애질하다가
여동생으로 알게 된 최도경 부사장 돼
[극적인 효과음]
그, 그래도 당장은 곤란해요 스토리를 만들어야죠
이런 일은 시간을 끌수록 안 좋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순 없어
(양호) 당장 이사들 불러!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휴대폰 벨 소리]
- 오빠! - (도경) 은석아
6시에 회의실로 와 오늘 너 오픈이야
뭐, 뭐라고요?
수습할 수 있는 소문이 아니야
여동생하고 이런 추문이 웬 말이냐고
더 퍼지기 전에 공개하라고 할아버지가 결정하셨어
-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 괜찮아
어차피 오픈할 거였는데 시기만 당기는 거야
이사들하고 연락하고
서버에 사진 올린 사람들 찾아야 하니까 끊자
오빠, 잠깐만요 오빠!
6시까지야, 늦지 마
[통화 종료음]
아...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극적인 효과음]
(도경) 은석아, 어디쯤 왔냐?
[진동음]
(지안) 엘리베이터 내렸어요
[날카로운 효과음]
음, 오늘 임원진들 전부와...
- 아, 홍보팀 왔나? - 네, 회장님
- 사진은 누가 찍어? - 제가 찍습니다!
- 잘 찍어! - (직원) 알겠습니다!
임원진들 전부와
(양호) 우리 그룹의
(양호)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홍보팀장과
사진 담당까지 모신 이유는
모두 아시다시피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소문들 때문입니다
[웅성웅성]
(양호) 어, 거두절미하고
우리 최도경 해성 어패럴 부사장과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
서지안 직원은... [똑똑]
남녀 관계가 아닙니다
- 아, 쟤네들은... - (지안) 회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말씀을 드릴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안녕하십니까
저는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의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마케팅팀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다
퇴사하고 얼마 전에 정직원으로 재입사했습니다
오늘
최도경 부사장님과 저에 관한 소문과 사진 보셨을 겁니다
그에 대해 말씀드릴 테니
제 설명을 끝까지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잔잔한 음악]
제가 이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을 때는
회사 윗분들을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개 계약직 직원이었으니까요
이 회사에 정직원이 된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도 관심 없었고요
역시 예상대로
계약직 2년 지나서 정직원 안 되고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그때...
이벤트 알바 행사를 했습니다 양평 별장에서요
행사 알바할 때
제가 말을 나눴던 사람이 둘 있었는데
그중에 쇼퍼분은 외국 여행 중이시고
다른 한 분을 겨우 찾았습니다
말씀 좀 부탁드려요
저는 제레미 호텔 식음료부 이경란입니다
2017년 8월에 식음료부 직원들과
양평 별장으로 파견 근무를 갔었습니다
그때 저분이
알바하러 오신 거 같은데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칼로리 바를 밥 대신 먹으라고 준 적이 있습니다
(지안) 이 사진은...
저와 최도경 부사장님이 알바비 지불에 대해 얘기하던 사진입니다
최도경 부사장님이 불러서
트렁크쇼에 외국어 대본을 읽는 보조를 했었거든요
그럼 미리 최 부사장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네
제 과속 운전으로 인해서
최도경 부사장님 차가 사고를 당하게 했거든요
그때 수리비가 2,070만 원이 나왔는데
그걸 탕감해 주셨습니다
- 어떻게 된 거야? - (지안) 제...
처지를 생각해 주셔서요
그 차가 제 차가 아니었습니다
저희 상사님 차였는데
상사님 심부름으로 급히 가다가 낸 차 사고였거든요
[사람들 웅성웅성]
도저히 2,070만 원을 마련할 수 없는 제 사정을 들으시고
그걸 탕감해 주는 대가로
양평 트렁크쇼에서 외국어 보조를 하게 된 겁니다
저는 핸드폰을 분실해서 문자가 없지만
부사장님 핸드폰에는 아직 문자가...
혹시 핸드폰에 문자가 남아 있는지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주변 분들에게 보여 주시겠습니까?
이리 주세요
'여기 행사 끝나서 뒷정리 중이거든요 어디 계세요?'
'지금 저 혼자 있거든요?'
'가라, 기다려라 연락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왜 전화를 안 받아요?'
'택시 타고 오느라고 현금 다 써서 택시비 없어요'
'재벌 3세시라구요? 대단하시네요'
'좋습니다 더 이상 구질구질 안 엮이고 싶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리죠 밤새라도 기다립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때는 최도경 부사장님이라는 걸 모르고
말을 함부로 했습니다
다음 사람은?
어, 이건 최 부사장이 보낸 문자네요?
예, 읽겠습니다
'전화가 안 돼서 문자로 대신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습니다'
'통화 가능할 때 연락해요 깔끔하게 정산해 드리죠'
급한 일이 있으셔서 알바비 정산을 못 해 주시고 갔는데
제가 좀 오해를 했습니다
'오늘 일당 빼고 남은 금액하고 계좌 번호 보내세요'
계좌로 송금하겠습니다
보낸 사람은 서지안인가?
아, 아닙니다 가해자라고 되어 있는데요?
[일동 웅성웅성] 가해자라니?
[밝은 음악]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핸드폰을 분실했습니다
저 번호가 제가 예전에 썼던 번호라는 증거로
통신사에서 핸드폰 가입 증명서를 발급받아 왔습니다
어, 같은 번호네요
이후 마케팅팀에 재입사해서
최도경 부사장님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제가 지금 해성 어패럴 창립 40주년 기념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룹 홍보 영상에 저희 이벤트가 들어가게 돼서
복고 콘셉트 조사를 위해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 내용이 있습니다
하, 참 인연은 인연이네, 어?
[이사진 웃음] (임원) 그러게 말이에요
최도경 부사장이 아주 배포가 큰 사람이었고만? 응?
[이사진 웃음]
- 수고했어요 - 마음고생 많았구먼
[웅성웅성]
아버지!
무슨 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다 있어요?
넌 은석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를 왜 안 한 거야?
나중에
노 대표, 정 사장은
이사회 끝났으니까 나가 보시게
왜 말을 안 했겠냐? 쪽팔리니까 안 했겠지
죄송합니다
근데 은석이 저 녀석은 왜 저렇게 기를 쓰고, 애를 쓰고
그냥 오늘 오픈해도 되는데
물건이라 그래
우리 집안 핏줄이라서 지 할애비 플랜대로 성사시키려고
봐라, 이거 훨씬 더 극적이게 됐어요
응?
[양호 만족한 웃음]
(남자 직원) 오늘 홍보부장, 홍보과장 둘이 임원회의 참석한 내용을 알려 드립니다
수리비가 2,070만 원 나왔는데 그걸 탕감해 줬어?
'제 상사님 차였습니다'
'상사의 심부름 때문에 급히 가다가 난 사고였거든요'
부사장님 멋있다고 난리네요 댓글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재벌 3세
뭐야, 너 차 샀어?
아니, 우리 부장님 차! 부장님 심부름!
부장님, 큰일 나셨네요
(과장) 서지안 씨!
부사장님한테 신세 진 게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거였구나?
(부장) 서지안 씨
그게 부사장님 차였어?
아니, 왜 그걸 진작 말을 안 했어?
그땐 서로 몰랐잖아요
부사장님 문자에 가해자라고 입력돼 있었대요
아휴... 아니, 그러니까 글을 읽어 보니까 사정은 이해하는데
그걸... 꼭 상사 차라고
말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부장님 차라고 끝까지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수고하십니다
서지안 사원, 고맙습니다
제가 죄송했습니다
[박수]
아니, 무슨 박수까지
그동안 회식 한 번 못했는데 오늘 합시다
(도경) 제가 크게 한턱 쏩니다
서지안 사원한테 감사 턱 겸해서
아니요, 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야근해야 합니다
지안 씨
아, 됐습니다, 됐어요
이거 또 권하질 못하겠네요
또 무슨 오해를 받을까 몰라서
우리끼리 가시죠
다음에 신세 갚겠습니다
윤하정, 넌 일해야지, 나랑
내일 할 거야
[키보드 소리]
[애잔한 음악]
나는 너희들이 왜 이렇게 좋은 거니
나한테 딱 어울려!
(도경) 뛰어 봤자 벼룩이다
놀랐어? 자
아니, 이 자식이 오빠를
여긴 어... 어쩐 일이세요?
직원들 고기 사 먹이는데 동생이 안 걸려?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일할 땐 무음으로 해 놓거든요
근데 여긴 왜...
얘 봐라
오늘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인마!
우리 가족을 살려 준 예쁜 내 여동생
- 은석아! - 아니에요
- 뭐? - 나...
은석이 아니에요
[날카로운 효과음]
[미스터리한 음악] 겨우 한 캔 마시고 취한 거냐?
나는...
오빠 동생이 아니에요
나 서지안이에요
뭐?
진짜 최은석은...
내 동생이었던 지수예요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저는...
최은석이 아닙니다
서지안입니다
진짜 최은석은
내 동생이었던
서지수
지수가
진짜 최은석입니다
[긴장감 점점 고조되는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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