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6
(대리) 우리 오감 만족 이벤트 오픈일이 29일이지
근데 28일로 돼 있는데!
윤하정! 날짜 확인 안 했어?
한 거 같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서지안 씨 어디 갔어요?
서지안 씨가 보낸 게 아닙니다
윤하정 씨 담당이었어요
죄송합니다
핸드 프린팅 디자인 공모 주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그건 서지안 씨 담당이라서...
그럼 고객 패션쇼 최종 심사는 언제 끝납니까?
심사표는 나눠 드렸는데 언제라고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하지 않았으면 석 달 열흘 뒤에 정해도 된단 얘기군요
보랏빛 향기 코너에 호주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 섭외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아직 체크 못 했습니다
과장님!
고객 소비 패턴 분석한 리포트 언제 나옵니까?
아직...
서지안 씨한테 보고 못 받았습니다
윤하정 씨!
행사 장소 변경 후보는 어디, 어디입니까?
그건 서지안 씨가 알아보러 갔습니다
어디, 어디로 알아보러 갔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서지안 씨하고 공동으로 맡았다고 들었는데
며칠 안 돼서 숙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근데 회식은 왜 왔습니까?
외근 어디 나갔습니까?
[휴대폰 벨 소리]
여보세요?
(도경) 지금 바로 택시 타고 멤버십 클럽으로 와
매니저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네
앉아
어디에서 오는 거냐?
아니
출근도 안 하고 여태 뭐 했는지 말해 봐
정강수 장인 연락처 알아보느라고
전시했던 갤러리 몇 군데하고
수제자 연락처 몇 명 알아보고요
변경된 컨벤션홀 몇 군데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너
네 오빠 결혼식만 모르고 하게 해달라고 했지
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긴장된 음악] 조건요?
해성 어패럴 40주년 이벤트 마무리까지 해
네?
피날레까지 네가 맡아서 하라고
윤하정 그거 절대로 못 하니까
아니에요 하정이 푸시하면 할 수 있어요
저 그때까지 부모님 못 속여요
24일까지 속이는데 11월 4일까진 못 속여?
열흘 더...
그리고 행사 시작되면 부모님 더 이상 피할 수도 없어요
그럼 오늘 말하든가
조건이라고 했다, 나는 분명히!
네 부탁을 내가 거저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럴 거라고... 기대했어요
뻔뻔하구나!
오늘 당장 부모님들한테 말씀드리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제가 없어도 되도록 행사에 지장 없게 하려고...
꽤 빡세게 돌아다녔구나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래서 지금
결정된 게 뭐가 있어?
네가 최은석인 줄 알고 너한테 공을 몰아 주려고 다 맡겼어
그래서 지금 너 없인 아주 지장이 많게 됐어
- 하정이한테... - 회사 일은 안중에도 없는 거냐?
아니
성과 내고 싶지 않아?
회사 걱정돼요
성과 내고 싶었어요 잘 해내고 싶었어요
그럼 해!
부모님 커버는 내가 해 줄 테니까
해외에 돌리는 해성 그룹 홍보 영상에 들어가게 됐어
네 공을 키우려는 회장님 뜻이었지
네 부모한테 속아서 네가 잃어버린 은석인 줄 알고 판이 커졌으니
40주년 행사도 따라서 중요해졌잖아
중요한 만큼 잘 해내면
그 공도 제법 클 거다
알겠습니다
당장 오늘은 부모님 안 뵙고 못 넘어갈 거야
부모님 돌아오셨다
[무거운 음악] (도경) 오늘만 넘겨
다음부터 부모님 마주칠 일 되도록 없게 해 줄 테니까
어떻게요?
우선...
가서 웃어
웃으면서 우리 부모님 대해 전처럼
어떻게...
제가 웃어요?
우리 부모님한테 들키고 싶지 않으면 웃어야지
오빠 결혼식 파토내고 싶지 않으면 웃어!
(도경) 네 부모님 생각해서 웃어
네가 먼저 말하게 해달라고 한 거 완충해 보려는 거 아니었어?
네 부모님이 당할 수모 덜어 보고 싶다며?
그렇긴 하지만
- 네 - 그럼 이 정도 각오는 해야지!
이벤트 끝나고 나면 내가 말씀드릴 거야
네가 아닌 거 알고 즉시 나한테 털어놨고
40주년 이벤트 마무리까지 하라고 내가 시켰다고
그러니까 그전까진 절대 들키지 마
(도경) 이벤트 잘 진행하면 너도 큰 역할 한 거고
우리 집안 위한 공을 세웠으니 완충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일어나자, 부모님 봬야지
지금요?
잠깐 뵙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할 거야
어머니, 도경입니다
집에 계신다고 했죠?
저 지금 은석이하고 들어가는 중입니다
[도경 웃음] 네, 그러실 거 같아서요
들어가서 뵙겠습니다
제대로 해라
네
- (도경) 다녀왔습니다 - (지안) 다녀왔습니다
양평은 잘 다녀오셨어요?
이게 며칠 만이니?
죄송해요
앉자
얼굴이 왜 그래? 너무 상했다
아... 새벽부터 밤까지 웅크리고 있어서 그래요
(도경) 혈액순환이 안 되니까 안색도 안 좋고
아까 스트레칭 좀 하라니까 우두둑하더라고요
저런!
그래서 우리 회사하고 결연 맺은 피트니스 클럽 있죠? 회사 옆에
거기 새벽 PT 끊어 줬어요
스트레칭하고 업무 들어가라고요
새벽에 나가지 말고 잠을 자야지 무슨 새벽 PT야?
잠을 자려고 해도 새벽에 깨진다고 해서요
잠보다 오빠 말대로 운동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할아버지 건강은 어떠세요?
옆에서 잘 챙기는 사람 있으니까
이번엔 언제 가신대요?
언제 그런 거 미리 말씀하시는 분이야?
가실 때가 됐긴 했지
은석아
오빤 줄도 모르고 그런 수모를 당해서 어떡하냐?
많이 속상했지?
아니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처신을 잘못했어요
[명희 웃음]
그래서 나한테 2천만 원 달라고 한 거니? 오빠 주려고?
도경이 넌 그 돈 받은 거야?
서로 모를 때라서... 예, 받았죠
어머니한테 솔직히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지안) 그럼 2천만 원 어떡해요?
그건... 뭐 진짜 빚은 없어?
학자금 대출 남은 거 있어요
그래? 그럼 그거 갚아
- 갚아도 남는데요? - 남아?
남으면... 네가 써!
(명희) 은석이었으니 천만다행이지
도경이 너 불안 불안했다
왜 그렇게 경계 없이 굴어?
유 비서 뒀다 뭐하고 네가 직접 일반인을 상대해? 쓸데없이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정 다 알면서 왜 그 부장 그냥 뒀어?
부사장 출근하자마자 잘랐어야지
네 동생한테 운전 심부름 시킨 인간을
내일 당장 사표 받아!
그러지 말아 주세요
딸이 중학생이에요 부장님 혼자 버시고요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번 기회에 너도 잘 알아두렴
이래서 경계를 두라고 하는 거야
아랫사람 개인사 알아서 좋을 거 없어
절대 사적인 교류는 갖지 말도록 해
지금 부장 해고시키면 은석이가 마케팅팀에서 입지가 좁아지지
게시판 사건 때문인 거 뻔히 알 텐데
직원 교육 잘못시킨 경영진 책임도 있으니
이번 일은 은석이 뜻 들어줍시다
저희 회사 다시 들어가 봐야 돼요
회사를 다시 들어간다고?
저녁 같이 먹으려고 준비시켰는데
마케팅팀 직원 하나가 큰 실수를 했어요
예산도 낭비됐고
은석이가 다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됐어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같이 야근하면서
40주년 이벤트 같이 진행하려고요
저녁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저녁 먹고 가!
대행사하고 저녁 미팅이 있어요
하도 어머니, 아버지 제대로 얼굴 뵌 지 오래돼서
잠깐 인사드리러 왔어요
마침 외근 중이었거든요
- 일어나자 - (지안) 네
참, 은석이 너 요새 왜 내 카드 안 쓰니?
며칠째 문자가 안 오던데
프리미엄 카드라서
혹시 누가 볼까 봐 그냥 현금 쓰고 있어요
- 가자 - 네
다녀오겠습니다
[슬픈 음악]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인사 불편하다
너만 위해서 그런 거 아니니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 감사합니다 - (도경) 우리
입장 분명히 하자
너하고 나 이제 오빠, 동생 아니다
남이야
알고 있습니다
집에선 오빠처럼 행동할 거야
우리 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네
[카메라 셔터]
당신 다 찍혔어! [카메라 셔터]
어! 어머! 그래요! 아저씨 찍었어요
(도경) 이게 누구십니까?
어? 어! 어! 그!
그 아이...
내 진짜 동생 지수...
뭐 하고 있어? 지금
[경쾌한 음악]
[전동 드라이버 윙윙] 어! 아...
씨... 너는 왜 자꾸 따로 노는 거니?
소화력이 약하다, 말랐다...
(남구) 출근한다...
아이, 저 2시간만 하고 퇴근해 준다더니만
- 서지수 씨! - 예?
뭐, 그런 거 잘한다며? 많이 해 봤다며!
빵장님...
뭐지? 그 불길한 눈빛은?
이, 이거 조, 조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참...
나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반죽 상태를
섬세하게, 아주 섬세하게
이 손끝에서 느껴야 하기 때문에
이 거친 물건은 절대 안 만집니다
못하시는 건 아니고요?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라니까
난 못 하나 박을 때도 철물점 아저씨 불러다가 박아, 내가
알았어요, 아휴
하여튼 서지수 씨는 무작정 지르는 그거 좀 고쳐야 돼
어? 나 오늘 신메뉴 구상도 하고 해야 되니까 빨리 가요!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방장님, 저도 신메뉴 생각한 거 있는데
- 아이디어 드릴까요? - 어, 됐어!
왜요?
- (지수) 아이디어 드릴게요! - (남구) 아우, 됐어! 가
같이 차 타고 회사로 갈 순 없으니까
네
아... 이게 어디 갔지?
뭐? 뭐 찾는데?
고등학교 때 옛날 사진이 있는데
찾았다!
(용국) 뭔데?
비타민이요!
(용국) 사진이네?
너 또 시작된 거냐? 첫사랑 짝사랑하기
아닙니다
난 그냥 편한 친구가 되기로 했습니다
서지안 미스터리 풀렸냐?
그것도 아닙니다!
지안이한테 필요한 건
어떻게든 걔 사정을 알아내 도와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뭐, 편한 친구로 내가 필요할 거 같아서
필요한 자리가 돼 주려고요
허
아, 뭐가 그렇게 어려워?
아, 뭐가 어려워요? 묻고 따지지만 않으면 되는데
오케이 [컴퓨터 타자음]
윤하정! 시말서 아직 멀었어?
다 써 가요
으이구, 시말서를 하루 종일 쓰나!
지안 씨, 예산안은? 얼른 결재 올려야 하는데
출력만 하면 돼요 [문자 수신음]
(혁) 컴퓨터 정리하다 발견!
서지안의 행복했던 시절
[잔잔한 곡]
이건 얼마예요?
(직원) 아, 이건 좀 전에 보신 것보다 비싸요
- 얼마나요? - 두... 배요
저... 우선 입어 봐
나가자
수아야!
감사합니다
- 맛있는 거 먹자니까 또 여기야? - 편하잖아
우리들만의 추억의 장소!
우리 결혼하고 나면 여기서 이러던 거 무지하게 그리울 거 같지 않아?
또 오면 되지
그땐 이 맛이 아니지
이거 먹고 웨딩드레스 숍 다시 가
왜?
평생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야 너 입고 싶은 거 입어야지
아낄 걸 아껴라
우리...
- 발가벗자, 서지태! - 뭐?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짜증 나
야, 누가 들었을까 봐 겁나서 그런다!
무슨 소리야?
괜히 남 쫓아가다 보면 가랑이 찢어지고
그럼 찢어진 뱁새만 아파
어차피 원 없이 화려하게 할 거 아니면
그냥 다 벗어 던지고 우리 식대로 하자고!
제일 싼 웨딩드레스 입는 게 우리 식인 거야?
아니! 웨딩드레스 안 입는 거
뭐?
내가 결혼 준비 리스트를 써 봤는데
우리가 같이 잘 침대랑 침구만 사고
나머지 돈은 탈탈 털어서 빚 갚을 수 있으면 갚고
우리 분가 비용 모으자!
이수아, 왜 이래? 당황스럽게
나도 한때는 남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인정해!
초라하게 살기 싫은 거? 나 지금도 그래
자기도 그런 거잖아
남들처럼 못 살 거 같으니까 결혼 따윈 안 하겠다
근데 우리 어떻게 됐어?
- 사랑에 졌지 - 그래, 졌어!
완전 졌지
그러니까 진 거 인정하고 남들처럼 살지 말자
뭐 사실 남들처럼의 남들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는
너랑 헤어졌을 때 엄청 했어
나도 엄청 했어
이런 방법은 생각도 못 해 보고
이 만화방 요만한 공간만 있었으면 좋겠다
수백 번, 수천 번 생각했으면서도
왜 너랑 같이 살고 싶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지
엄청 했어
후회
- (지수) 아빠! - 어, 왜?
아빠... 나 여기 어깨 좀 어깨 좀 주물러 줘
- 왜, 어깨가 왜? - (지수) 아...
오늘 팔을 좀 막 쓸 일이 있었거든
근데 오른팔이 아직 어깨 너무 아픈 거 있지
그래? 돌아앉아, 돌아앉아 봐
- 여기랑 여기, 여기! - 그래, 그래
- 아! - 아, 무슨 일 했는데 그래?
있어요, 중요한 일 아... 아파!
아, 알았어, 알았어 살살할게, 살살할게 [문 여닫는 소리]
- 자, 시원하지? 시원하지 - (지수) 아, 간지러
[태수 웃음] (지수) 어, 엄마 왔어?
(지수) 왜 이렇게 늦게 와? 밥은 먹었어?
지금이 몇 시인데 그럼 너는 뭐 하는 거야?
어? 아빠 이제 됐어! 그만해도 돼!
우와! 훨 낫다!
파스 찾아줄 테니까 붙이고 자
파스 냄새 싫어서
엄마, 근데 가게가 어디야? 무슨 가게야?
그냥 음식점이야
음식점? 식당?
거기서 뭐 하는데?
카운터만 봐, 편해!
(지수) 카운터?
뭐 카운터면 아주 힘들진 않은데
- 그래도 엄마는... - 엄마도 돈 벌어야 해
[미닫이 여닫는 소리]
[슬픈 음악]
당신
그 가게에서 번 돈 내 자식들한테 한 푼도 쓰지 마
뭐라고요?
쓰고 싶으면 당신 혼자 써!
지태 아버지!
당신, 어제 가게 매출이 얼만지나 알아요?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이제 우리 며느리 패물 한 세트는 해 줄 수 있어요
그랬단 봐라
당신 진짜 너무 한다
내가 나 혼자 잘살자고 이러는 거예요?
하지 말라고 했어, 난 분명히!
아니요
나는요 이왕 시작한 거 이 악물고 돈 벌어서
우리 지태 이 집 보증금 대출받은 거 다 갚아 줄 거고요
지수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거예요
빵 유학 가고 싶다면 보내 줄 거고
가게 차려 달라면 차려 줄 거예요
지수가 원하는 건 해 줘
어차피 그 부모 돈이니까
(태수) 그렇지만
내 자식들한테는 그 가게에서 나온 돈 한 푼도 쓰지 마
단돈 1원도 그랬다간 바로 이혼이야!
뭐요? 이혼?
당신이 지안이 보낸다고 했을 때 내가 잠시 흔들린 거
지안이가 간다고 했을 때 내가 놓친 거!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알아?
또 그 얘기예요?
이미 다 끝난 일을 왜 자꾸...
끝나긴 누구 맘대로 끝나!
지안이 데리고 올 거라니까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나 이 집 가장이야
지태하고 새애기 다행히 욕심 없이 결혼 결심했으니까
그냥 내버려 둬
앞으로 뒷감당할 일 있으면 뭐든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문 열림] 다녀왔습니다
- (태수) 어 - 아버지 드릴 말씀 있는데요
결혼식장은 상암 공원으로 예약했고요
저는 입던 양복 입고 수아는 원피스 입기로 했어요
웨딩드레스를 안 입는다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말기로 했어요
뭐, 하객도 수아는 어차피 가족들이 한국에 안 계시고
저희도 어머니 혼자시고 아버지 친척도 거의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친한 친구 몇 명 회사 동료들 몇 명 해서
최소 인원만 초대하려고요
아니, 지태야, 아무리 돈 없어도 그래 무슨 결혼을 이렇게 해!
예식장도 그러더니 웨딩드레스에 턱시도는 입어야지
아니야, 엄마 요새는 스몰 웨딩 많이들 해!
외국에는 원피스 입고 하는 사람들도 되게 많아
여기가 외국이야?
수아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디?
수아가 그러자고 한 거예요
그래?
우리가 없어도, 없어도 얼마나 없어 보였으면
세상에 신부가 드레스도 안 입는다니?
아, 그래서가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돈 있었어 봐!
아, 저 어머니
저희 그 돈 모아서 대신 빨리 분가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 잘 생각했다!
애비가 미안하고 고맙다
[무거운 음악]
아, 저 어머니
냉장고하고 세탁기 필요 없다셔서
두 분 옷 한 벌씩 해 드리려고 하는데
됐어, 신랑 쪽에서 아무것도 못 해 주는데
무슨 염치로 옷을 받아?
자존심 상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
엄마...
(태수) 지태야
예, 아버지 뭐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저, 이거 얼마 안 된다
결혼식 할 때 구두라도 한 켤레씩 해 신어
아... 됐어요, 아버지
이 방 도배는 내가 해 줄게
[문 닫힘]
19, 20, 21만 원이요!
야... 요! 요!
하... 티끌 모아 1억! 응?
아, 백화점 때려치우고 클럽만 뛸까?
[익살스러운 음악] 아, 신데렐라
내가 그 입단속을 왜 안 시켰지?
아... 설마 큰누나한테 말하진 않겠지?
네가 우리 누나 동생이라 구해 준 거다 이 모질이야
아,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네 누나 동생...
그날도 우리 누나 보러 간 거다
아... 너무 놀라 가지고 입단속을 못 시켰네
[통화 연결음]
거기 웨이터 중에 '일억' 있죠? 바꿔 주세요
(웨이터) '일억'요?
아, 걔는 출장 웨이터예요 지금 없습니다
그럼 매일 나오는 게 아니에요?
(웨이터) 예 [통화 종료음]
출장 웨이터?
가지가지 한다
아니, 이 언니는 일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서현 하품]
이제 오세요?
어... 안 자고 있었네?
이제 자려고요
어... 언니 근데 안색이 좀 안 좋으시네요?
피곤해서 그래, 잘 자!
네
다행이다, 말 안 했나 봐
(재성) 딸하고 데이트하면서 주고 싶었던 선물인데
도무지 틈이 안 나는구나
너무 애쓰지 말고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해라
아빠가
[애잔한 음악]
- 왜? - 옆에 타시죠
어? 옆에?
- 옆으로 오십시오 - 어
하이, 신데렐라!
[익살스러운 음악]
조용히 해! 여기가 어디라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주택가의
개나 소나 다 다닐 수 있는 길
동네 사람들 내가 누군지 다 안단 말이야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러신 분이면 아는 척을 마시든가
여긴 왜 또 왔는데? [지호 헛기침]
우리 누나한테 나 만났단 얘기 했냐?
언니가 웨이터 하는 거 모르는구나?
참, 출장 웨이터라던데?
본업은 뭐니? 학생?
클럽에 전화해 봤구나? 내가 혹시 누나한테 일렀을까 봐
참, 너도 누나한테 말했을까 봐 온 거 아니야?
빙고!
그럼!
- 근데 믿어도 되나? -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웨이터는 왜 하는 건데?
왜 하겠습니까? 돈 벌려고 하지
오케이! 그럼 번호 줘
내가 가는 데로 너도 알바 뛰러 오면 안 되니까
오케이! 나도 너 보는 거 별론데
조심해라 너 노리는 인간들 많다니까
괜찮아, 이젠 보디가드 있어
[휴대폰 벨 소리]
간다!
[익살스러운 음악]
선우... 희 씨?
아이구, 몰라볼 뻔했네
오랜만입니다 에? 왜 나 기억 안 나요?
남구, 남구! 강남구!
어?
또 보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우... 설마 또 보겠어?
이 동네 사는 거면 어떡하지?
(남구) 어!
- (남구) 어, 어 - 안녕...
어, 어, 어
어머, 늦었다
(희) 기막혀! 기억 상실 걸렸나?
아닌데... 내 이름을 기억했는데
(고객) 어, 안녕하세요!
오늘은 안, 안 늦었지?
방장님! 아침마다 정말 어디 가시는 거예요?
딱 30분 쫙 차려입으시고
- (남구) 문이나 열어요 - 네
(지수)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 좋은 아침 - 안녕하세요
(지수) 어서 오세요
앞으로 창립 기념 이벤트 행사는 제가 총지휘합니다
[긴장된 음악]
총 담당은 서지안 씨 혼자 합니다
윤하정 씨는 서지안 씨 보조를 합니다
서지안 씨가 시키는 일은 뭐든 바로바로 하고 바로바로 보고하세요
어제 같은 대형 실수하면 안 되니까
네
서지안 씨, MMS 재발송했습니까?
네, 홈페이지와 SNS에도 사과글 올렸습니다
행사 장소는 찾았습니까?
후보 2곳에서 보내온 무대 디자인 시안과
쪽빛 염색 천을 배경으로 전시한 고객 패션쇼 무대 디자인 시안입니다
전통 천연 염색 천에 철 기둥이라...
이건 너무 언밸런스인데?
다른 방법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프린트 공모용 흰 티셔츠
행사장에서 일괄 배포하는 거로 바꾸세요
대리점에서 나눠 주는 건 내놓고 판매를 유도하는 거 같으니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진행 상황 체크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이만
아, 부사장님 분위기 왜 계속 저러시지?
아, 그러게
엄청난 오해 풀어 주고 되려 호감도 급상승시켜 준 지안 씨 아니야?
(과장) 싱글벙글 감사 인사까지 하시더니만
하.... 중간 브리핑에 날마다 체크까지...
혹시 지안 씨가 뭐 실수했어?
실수는 하정 씨가 했죠
엄청 밀어주다가 엄청 까칠하게 돌변
이건 뭐 살얼음판이 따로 없네요
(도경) 우리 입장 분명히 하자
너와 나는 이제 오빠 동생 아니다
남이야
이벤트 잘 진행하면 너도 큰 역할 한 거고
우리 집안 위한 공을 세웠으니 완충이 될 거야
염색된 천을 여기 두면...
기둥이 쪽빛이면 천이 안 살지
아, 나무 기둥 같은 거면 좋겠는데
[휴대폰 벨 소리]
- 어, 지안아 - 혁아
혹시 낮에 약속 있어?
점심 같이 먹을 사람 없어?
아니, 오늘은 부탁할 게 있어서
[경쾌한 음악]
아... 어디 갔지?
점심시간입니다
저 그냥 여기서 빵 먹으려고요
안 됩니다
혼자 조용히 있어야 되니까 얼른 나가서 먹고 와요
신메뉴 개발 구경도 하면 안 돼요?
응, 안 돼
네
밥 먹고 올게요
- 치즈 돈가스 주세요 - (점원) 네
빵 먼저 주시고요
[지수 콧노래]
아이, 이게 누구십니까?
- 어? - 어?
- 이런 우연이 - 아! 우와, 진짜!
어떻게 여기서 만나요? 이 동네는 웬일이세요?
여긴 점심 먹으러 들어왔고 이 동넨 만날 사람이 있어서 왔고
- 혼자요? - 어 잘 됐다!
혼자 먹기 그랬는데 같이 먹어도 되지?
아예, 예, 예! [도경 웃음소리]
아, 주문하셔야죠! 여기 돈가스 맛있어요!
그럼 같은 거로!
- 언니, 여기 치즈 돈가스 추가요 - 네
음! 여기는 수프도 주고 빵도 줘요!
빵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빵집에서 일하잖아요
[마음 따뜻해지는 음악]
음! 왜 그렇게 보세요?
그동안 고생 많았지?
무슨 고생요?
뭐... 집안도 어렵고 지금 하는 일도 그렇고
아니에요 전 고생 하나도 안 했어요
고생은 언... 아니, 지안...
아저씨 동생이 했죠!
은석인가? 그렇다면서요? 그 집에서는
같은 집에서 쌍둥이로 살았으면 고생도 같이했겠지
아니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미안한데...
저는 솔직히 진짜 집에 생활비 1원도 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지안이는 알바하면서도 30만 원씩 꼬박꼬박 내고
저 용돈도 주고 그랬어요 지호도 주고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막 얻어맞거나 삥 뜯기고 그러면
달려와서 다 패줬어요
그랬어?
어!
돈가스 나왔습니다
음! 드세요
이 집은 잘라서 나오니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편해요
(지수) 안 귀찮고
음!
(지수) 맛있다!
디저트 카페 가자니까 또 편의점?
자매가 취향까지 닮았네
그렇죠? 그렇죠? 언니하고 저하고 진짜 친했거든요
완전 잘 통해요!
근데 이제 언니라고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왜요?
언니 아니니까
음? 왜 언니가 아니에요?
은석인 생일이 3월이야
3월요?
어차피 그럼 지안이가 언니네
응?
와...
지안이가 언니인 거는 어쩔 수 없는 팔자인가?
1분 먼저 태어난 줄 알고
지안인 엄청 언니 노릇 하고 난 엄청 동생 노릇 했는데
아니...
그러라고 얘기한 게 아닌데
그러고 보면... 어쩐지 언니는 우리하고 안 닮았어요
음... 지호랑 저는 좀 천하태평 만사태평 그렇거든요?
근데 지안이는 부지런하고 공부 욕심도 많고
지호랑 저는 대학도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니, 공부에 취미가 없는데 대학엘 왜 가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 좋은 거 하면서 살면 되지!
- 대학 안 갔어? - 나왔어요!
나왔어?
제가 진짜 공부 머리가 아니어서 대학 안 가려고 그랬거든요?
근데
지안이가 저 몰래 원서 넣어서 전문대라도 간 거예요
- 몰래? - 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 없으면 절대 안 된다고
저랑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지안이가 꽤 좋은 언니였구나
엄청요!
[애잔한 음악] 앞으로 점점 멀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쌍둥이인 줄 알고 25년을 살았는데
아, 죄송해요
아저씨 동생 고생시킨 얘기만 해서
- 오빠라고 해! - 네?
내가 왜 아저씨냐? 오빠지!
지안이 오빠면 나도 오빠 해도 되는 거네?
그렇죠?
그럼 오빠!
그래, 좋네
우리 지안이한테 좀 잘해 주세요
어째 우리 집에서 고생하면서 살 때보다 더 별로예요, 얼굴이
(지안) 쪽빛으로 천연 염색 한 천을
여기 무대 뒤에 걸어서 배경처럼 쓸 거거든?
왜 빨랫줄에 천 널듯이
그래서 이 줄을 여기 뒤에다 매달 건데
기둥이 철이구나?
분위기가 안 맞지
그래, 그거야!
우리 전통 염색 천인데
양쪽에 쇠기둥이 버티고 있으니까 좀 안 어울려서
그럼 여기에 나무 기둥이 필요한 거구나
역시 디자인과 나온 티가 난다
근데 고객 패션쇼?
이건 어디에서 주최하는 행산데?
해성 어패럴 창립 기념 이벤트
[날카로운 효과음] 해성 어패럴?
너 전에 해성 그룹 마케팅팀에 다니지 않았어?
응, 거기 다시 들어갔어 해성 어패럴 마케팅팀
- 언제? - 얼마 안 됐어
아 그런 얘긴 나중에 하고? 이거 될까? 좀 급한데
[밝은 음악]
이 정도 사이즈는 소장님한테 여쭤봐야 돼
우와, 나무 냄새!
아직도 좋냐? 너 나무 냄새 무지 좋아했는데
10년 만인데 좋네, 여전히
- (소장) 왔냐? - 소장님!
인사해, 우리 소장님
- 안녕하세요! - 선우 실장 친구?
네,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팩스로 보낸 디자인 시안 보셨죠?
꽤 길고 두꺼워야 할 거 같거든요
만들어야지, 누구 부탁인데!
한국적인 느낌을 살려서 나무의 결을 입히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할까요?
(지수) 음...
오늘 너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도경) 그래 - 네!
[애잔한 음악] (지수) 저 용돈도 주고 그랬어요!
제가 진짜 공부 머리가 아니어서 대학 안 가려고 그랬거든요?
근데 언니가 저 몰래 원서 넣어서 전문대라도 간 거예요
서지안 팔자 왜 그러냐, 진짜...
아니
여기 왜 있습니까?
그쪽이야말로 왜 여기 있습니까?
아, 그건...
내가 그걸 왜 그쪽한테 말합니까?
먼저 물어본 사람 그쪽이거든요?
갈 길 가죠, 할 말 없는 사이에
- 가시죠, 먼저 - 먼저 가요, 가던 길
[익살스러운 음악]
저 자식 은근 성깔 있다니까
사채업자인가?
아, 쫙 빼입고 낮에 이 동네는 왜 와 가지고는
[한숨]
아직도 안 한 거야?
[경쾌한 음악]
뭐야? 어?
이걸 왜 하셨어요? 이거 제가 이따 하려고 했는데
오늘 밤에 비 온대요 나무는 물에 취약해서
아...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우와...
순식간에...
멋있다
아, 안 돼, 안 돼!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너 지안이 덕 엄청 본다
남의 딸 신고도 안 하고 데려다 키웠는데 가게까지 주고
언니까지 그렇게 말하지 마요
거기가 사람 오가는 덴 줄 알아요?
옆에 콧구멍만 한 점방 하나 겨우 있었는데 그 집도 문 닫았어요
제일 사람 하나 오가지 않는 데야
솔직히 우리 아니었으면 거기서
밤새 혼자 있다가 무슨 일 겪었을지 몰라요
어쨌든 네 손으로 돈 버는 거 부럽다
며느리...
패물 한 세트 딱 해 줬으면 좋겠는데
해 줘!
비싼 건 못 해 줘도 금목걸이 귀걸이는 해 주고도 남겠다
언니한테 빌렸다 그러고 루비 세트 할까?
왜 나한테 빌렸다 그래?
아... 태수 오빠가 여기 돈 못 쓰게 하는구나?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지 진짜 몰라준다니까
아, 그래 태수 오빠 자존심에!
얘, 하지 마 태수 오빠 말 들어!
언니까지 왜 그래요?
내가 왜 지태 아버지 말을 들어야 돼요?
지태 내 아들이에요
결혼할 때 남자가 집도 못 해 줘 패물도 못 해 줘
태수 오빠 자존심 좀 세워 주라!
평생 너 아껴 준 남편인데!
언니!
언니는 지태 아버지 좋아했다가 놓쳐서 좋게만 보이는 거예요
어머
얘!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나랑 형부랑 맞선 주선하면서
딸기밭에 넷이 가자고 한 게 그거잖아요
맞선 핑계로 지태 아버지랑 놀러 가고 싶어서!
아, 아우, 그래! 그랬어
거기서 장석두는 나한테
태수 오빠는 너한테 작대기 어긋났다, 그래!
그렇다고 그 얘길 이제 와서...
아이... 너 혼자 해!
(미정) 어머, 언니!
어머, 언니! 어머, 어머 언니!
[지안 목 가다듬고] 네, 그건 아는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아, 그래요? 정강수 장인 수제자요?
네! 그럼 그분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
[지안 목 가다듬고] 네, 네!
네, 네!
[목 가다듬음]
[작은 소리로 지시]
[희망찬 음악]
(태수) 아이고
아이고, 됐다! 아이고
- (지호) 고생하셨습니다 - 어, 그래
일단 저쪽에 놔주세요, 저쪽에!
어, 잠깐만요 이쪽에 놔야 되나?
어느 쪽에, 아이...
이쪽으로 할까요, 이쪽에!
어, 장 사장! 그 오토바이 부속, 그 견적 보냈다!
대상은 아무래도 호치민 쪽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한숨]
정강수 씨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
몇 년 전에 사모님하고 외아들을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잃으셨대요
(지안) 그 이후에 모든 연락을 끊고
어디 지방으로 내려가신다고 하셨다는데
거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
기하정 씨하고 조윤상 씨 둘 중에 선택하셔야 될 거 같아요
무대 디자인도 목재 기둥으로 바꿨고
최종 장소 결정만 해 주시면 큰 준비는 다 끝납니다
아, 염색 장인 결정하시고요
- 내가 한번 더 찾아볼게 - 네?
왜 이렇게 정강수 씨 쪽빛이 포기가 안 될까?
이번 행사만이라면 이분들도 훌륭한데
브랜드 런칭까지 하려면...
[휴대폰 벨 소리]
아, 죄송합니다
받아
- 여보세요? - (양호) 은석이냐?
네, 할아버지
[긴장된 음악]
오늘 퇴근하고 양평에 와!
[날카로운 효과음] 할애비 내일 하와이 간다
오늘... 양평에요?
오래비랑 같이 와서 여기서 자
할아버지, 잠깐만요 저 지금 오빠랑 같이 있거든요?
할아버지가 오늘 양평에서 자고 가라고 하시는데요?
- 할아버지! - 같이 있었던 거냐?
네, 둘이 회의 중이었어요
근데 어떡하죠?
내일 저희 세미나가 잡혀 있거든요
40주년 행사 준비하느냐고
겨울 신상품 마케팅 일이 밀렸거든요
그래서 세미나 가서 몰아서 하려고요
내일 몇 시 비행기세요?
세미나 갔다 양평으로 가서 뵐게요
오늘 밤에도 회의가 있어서 양평 가서 자긴 어려워요
내일 밤에도 이벤트 업체 미팅 있고요
양평에 잠깐 들려서 인사만 드리고 다시 가야 해요
내일 세미나요?
갑자기 결정해서 미안한데
우리 이벤트 행사 준비 때문에
겨울 신상품 마케팅에는 손도 못 댔잖아요?
그럼 1박 2일로 가는 겁니까?
아니요, 당일 세미납니다
하루종일 집중해서 일하고 저녁 맛있는 거 먹고 돌아와야죠
40주년 행사 체크해야 하니까
[날카로운 효과음]
네, 할아버지 내일 출발하면 전화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세미나 안 가는 거 아시면 어떡하죠?
갈 거야
어떻게... 세미나 장소도 예약 안 했는데요?
해 놨어
할아버진 언제 가신다 예고 없이 불쑥
가시고 싶을 때 가시고 오시고 하는 분이야
가실 때가 됐다 싶은데
언제인지 몰라서 세미나장 보름간 예약해 놨거든
아...
분명히 넌 하룻밤 데리고 주무실 거라 생각해서
너...
할아버진 절대 못 속인다
잠깐이면 모를까
(명희) 세미나까지 눈코 뜰 새가 없구나
겨우 찾은 딸 얼굴 도로 다 잊어버리겠어
죄송해요
그러실 거예요, 아마
40주년 프로젝트 끝날 때까진
저희들 얼굴 보실 생각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그래... 은석이라고 마음이 편하겠어?
(명희) 그래, 내 생각이 짧았네
이왕 가는 거 제대로 하고 와
할아버지도 잘 뵙고 오고
네
(명희) 갈 땐 어떻게 가는 거니?
저는 제 차로 가고 얘는 직원들하고 회사 차로 와야죠
좁고 답답할 텐데
아니에요, 직원들하고 가면서 일 얘기도 하고 좋아요
다녀올게요, 가자!
다녀오겠습니다
[경쾌한 음악]
[트렁크 닫음]
윤하정!
고객 소비 패턴 분석 리포트하고 디자인팀에서 받은 평가표 찾았어?
챙겼어! 일은 너 혼자 다 하는 줄 알아?
(하정) 그래도 이렇게 나오니까 놀러 가는 거 같지 않아요?
윤하정 씨는 참 좋겠어?
며칠 전에 깨진 것도 잊고 그렇게 속 편해서
시말서 썼는데요, 뭐
근데 신상품 회의를 갑자기 세미나까지 가서 할 필요가 있어요?
원래 1년에 한두 번씩 세미나 가긴 했어
하루만 참아 끝나고 회식 있잖아
부사장님이 쏘는 거면 소고기?
[웃음]
(대리) 벨트 채워 보세요
(대리) 주머니에 손 넣어 보세요
(대리) 손 넣은 채 뒤돌아보세요
옆모습 보여주세요
시착 소감?
제가 어제 작년 최고 판매였던 라이팅 다운을 입어 봤거든요
그거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따뜻해요
허리도 들어가 있어서 핏감도 착 감기고요
따뜻하다, 소재가 좋다
요즘 브랜드 옷 중에 안 그런 거 있어요?
과장님! 마케팅 포인트 뭐로 잡았습니까?
네이밍을 독특하게 해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두려고 합니다
네이밍? 어떤 방향으로?
- 그건 - 저... 감성 마케팅이 어떨까요?
(지안) 몸만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는 느낌으로요
저희 이번 프로젝트
핸드 프린팅 행사 주제가 동화 감성이잖아요
나쁘지 않네 다음 진행하시죠
다음 건 큐트한 패딩이라 윤하정 씨가 입어 봐요
네
[꼬르륵]
[부장 한숨]
부회장님?
이 나무가 언제 이렇게 자랐지?
그게... 사옥 이전할 때 심었다고 합니다
그럼 벌써 20년인가?
부회장님!
식당까지 걸어가겠네
자! 10분 쉬고 다시 회의 시작하죠
[가벼운 음악]
여성들에게 동화 같은 감성을 선물한다
이 콘셉트는 언론 홍보 쪽으로 힘을 실읍시다
저... 핸드 프린팅 고객 공모에서
인어 로고로 채택된 고객 인터뷰를 싣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요?
굿 아이디어!
그럼 샘플 피팅 진행하겠습니다
청바지는 서지안 씨하고 윤하정 씨
코트는 양 대리하고 송미연 씨
네!
그럼 각자 평가표 작성한 거 누가...
아, 서지안 씨가 취합해서 최종 마케팅 방향 정합시다
네
20분이면 되겠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지안 씨가 취합하는 동안
우리는 감성 마케팅 네이밍 얘기 좀 하죠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고소 한우라고 예약해 놨으니까 뒤풀이 가시죠
부사장님은 같이 안 가십니까?
제가 없어야 편하게 많이 드실 수 있지 않겠어요?
[일동 멋쩍은 웃음]
그럼 서울에 일이 있어서
- (일동) 안녕히 가세요 - (부장) 들, 들어가십시오
[일동 한숨]
아... 독종이다 종일 일만 하고 싹 사라지네
좋죠, 뭐
돈 많이 주고 빠져 주는 상사가 세련된 거라니까요
고소 한우 여기 완전 유명한 데예요!
저 가봤는데 먹을 만해요
자! 최대한 빨리 정리합시다
[무거운 음악]
(도경) 할아버지 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직원들하고 같이 움직이면 돼
(도경) 비행기 9시 20분 출발이시죠?
양평에서 7시에 출발하셔야겠네요
그럼 은석이하고 늦어도 6시까진 가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할아버지, 저 도경입니다
그래, 지금 어디쯤 왔어?
할아버지, 어떡하죠?
가던 길에 갑자기 시동이 꺼져서 일단 세웠어요
시동이 꺼져?
갑자기 왜?
다친 덴 없고?
네, 일단 세웠어요
아, 근데 차 고쳐서 가려면
도저히 할아버지 출발 시간까지 양평에 도착 못 할 거 같은데요?
그래? 지금 거기가 어디냐!
- 도저히 시간이 안 돼요 - (진희) 도경아!
어, 이모?
이모가 왜 거기 계세요?
아휴, 웬일은!
아버지 가시는 길 배웅하러 왔지
평소엔 공항으로 오셨잖아요
시간 없는데 쓸데없는 말 말고
너 거기 어디야?
내 차 보낼 테니까 그거 타고 와!
[긴장된 음악] 이모 차요?
아버지가 은석이 못 보고 가시면 얼마나 서운하시겠어?
30분이라도 보시게 해 드려야지
너 있는데 주소 찍어 보내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아우, 누구야!
[휴대폰 벨 소리]
어?
예, 부사장님!
서지안 씨요?
예!
예, 알겠습니다 빨리 차 돌려, 빨리!
무슨 일이신데요?
그 염색 장인 정강수 씨 그분 쪽에서 연락 왔대
지금 서지안 씨하고 빨리 가 보셔야 한다고
지안 씨만 떨궈 주시라네?
정강수 씨하고 연락이 됐대요?
와...
와...
(지안) 다녀오겠습니다!
- 정강수 장인 어디 계시데요? - 벨트 매!
네!
여기로 오라고 하신 거예요?
- 어떡하지? - 어떡하죠?
아, 왜 하필 이모가 거기 와 있어 가지고!
여기서 기다렸다가 이모님 차 타고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마음 단단히 먹을게요 별장에서 잠깐만 뵈면 되는 거잖아요
안 돼!
나보고 이모 차 운전하고
내 차 이모 기사한테 맡기라고 했단 말이야
그, 그럼 어떡해요?
아... 어떡하지?
일단 차를 고장 내자!
차를요?
거짓말한 거 들키면 감당할 길이 없어
차를 어떻게 고장 내요?
어, 펑크를 내자!
펑크를 왜 내요? 차 시동 꺼졌다고 했다면서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 맞다, 시동!
아, 왜 내가 시동이 꺼졌다고 했을까?
어? 펑크가 났다고 하면 될 거 가지고
아... 나 진짜
뭐 해?
영화에서 시동 고장 내는 거 봤거든요
시동 고장? 나 차 아무것도 모르는데?
속도 좀 내야 될 거예요
제가 스톱하면 브레이크 콱 밟으세요!
어, 알았어, 알았어!
[익살스러운 음악]
[자동차 가속]
으! [자동차 가속]
(도경) 아우...
야! 야, 너 괜찮냐?
아, 시끄러워요 입 좀 다물어요
어... 어! 알, 알겠어 알겠다, 알겠어
아이, 빨리 좀 해! 응?
알겠어요, 아버지 공항에서 봬요
[통화 종료음]
처제가 양평까지 간 거야?
게시판 사건 지 아니라고 입 놀리러 간 거죠
그러니까 왜 그냥 덮자고 하시는지 정말 아버지 속을 모르겠어요
당신들 자매, 참 징그럽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공항엔 당신 혼자 가는 게 좋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문 닫힘]
오케이 [통화 종료음]
유 기사가 교통 상황 체크해 봤는데
올림픽대로에 사고 나서 차가 꽉 막힌대요
- 지금 출발하셔야겠어요 - 어머
그럼 은석이랑 도경인 어떡하죠?
뭘 어떡해! 못 보고 가는 거지
네 차 돌리라 그래!
아니, 못 찾겠어? 영화에서 봤다며!
[밝은 음악]
야, 서지안! 야, 너 위험해서 안 되겠다
나와, 나와! 응?
(지안) 잠깐만요!
야, 내가 돈으로 이모 기사 매수할 테니까
얼른 나오라고, 빨리 나와!
어, 됐어요!
됐어?
여기요!
- 됐어? - (지안) 와!
[지안 웃음소리] [반짝반짝 효과음]
[설레는 음악]
[반짝반짝 효과음]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지안) 부사장님이 못 하는 걸 제가 해서 기분 안 좋으신 거예요?
내가 왜! 저걸 잘하는 네가 이상한 거지
저걸 못 하는 내가 이상한 거냐?
사람에 대한 옛 감정을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남자) 옛사랑이라도 만나셨어요?
방장님! 왜 양복 입으셨어요?
점심 먹고 올게
방장님! 저 여기 그만둘래요
뭐?
정강수 장인이라고 아세요? 염색하는 분입니다
(도경) 세월리에 사신다고 하고요 산속으로 30분 올라간다고 했어요
- (할아버지) 산속에? - (지안) 어우...
- (지안) 어떻게 된 거야? - (할아버지) 아! 그 요상한 집?
- (지안) 아! 아... - (도경) 서지안!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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