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7
(도경) 아니, 못 찾겠어? 영화에서 봤다며
[밝은 음악] 야, 서지안!
야, 너 위험해서 안 되겠다 나와, 나와! 응?
잠깐만요!
야, 내가 돈으로 이모 기사 매수할 테니까
- 얼른 나오라고, 빨리 나와! - (지안) 어, 됐어요!
됐어?
여기요!
됐어?
(지안) 와!
[지안 웃음소리]
와
됐다고요
[작은 소리] 어
됐구나
재시동 모터에 들어가는 전선 하나만 빼도
시동 안 걸린다고는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시동 한번 걸어보세요
어
(지안) 시동 안 걸리면 뒷바퀴에 돌 빼고 차 뒤로 밀어 놔야 돼요
[작은 소리] 어, 어
[시동 안 걸리는 소리]
- 안 걸리죠, 안 걸리죠? - (도경) 어, 어
다행이다
웃지 마, 웃음이 나냐?
뒤에 돌 제가 뺄게요
어, 야 위험해! 야, 안 돼! 비켜
야, 겁도 없이 혼자 위험하게 돌을 빼, 어?
[휴대폰 벨 소리]
이모다, 이모
여보세요?
도경아, 내 차 회차시켰으니까 너희들 오지 마
오지 말라고요?
올림픽대로에 사고 나서 많이 밀린대서 지금 출발해야 돼
- 은석이 바꿔 - 할아버지가 은석이 바꿔 달라신다
아, 네
차가 막혀서 일찍 출발하신다는데
여보세요?
할애비 너 못 보고 간다
죄송합니다
(양호) 창립 기념일 즈음 해서 다시 올 테니 그때 보자
건강하세요
그러려고 간다, 건강하려고
안녕히 가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어!
- 왜 그러세요? - 노, 노, 놀라서
아유, 얼굴 꼴이 그게 뭐냐?
[설레는 음악]
[지안 깜짝 놀라며] 아, 이거 검댕이 잘 안 지워지는데
(지안) 아우
[도경 한숨]
왜 그러고 계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어? 자신 없으면 그냥 나올 것이지
고집은 세 가지고
네가 그냥 나오랄 때 나왔으면 차도 안 망가뜨렸을 거 아니야
아... 그러게요
그러게요는 또 뭘 또 그러게요야?
보람 없이 차 망가지셔서 화 많이 나셨죠?
얘가 사람을 쫌팽이로 모네
고치면 되는 이깟 차 때문에?
그럼...
혹시 부사장님이 못 하는 걸 제가 해서 기분 안 좋으신 거예요?
내가 왜?
저걸 잘하는 네가 이상한 거지 저걸 못 하는 내가 이상한 거냐?
아니, 내가 차를 알아야 해? 사람들 시키면 다 알아서 하는데?
남자라고 뭐든 여자보다 차를 잘 알겠어요?
(지안) 저는 수능 끝나고 대학 들어갈 때까지
운전면허 학원에서 알바했어요
원동기 면허부터 1종 면허까지 공짜로 딸 수 있는 건 다 땄고요
휴학했을 때도 면허 학원에서 셔틀 운전했었어요
그때 주워들은 게 있어서 시동 모터 위치도 아는 거고요
별걸 다 하고 살았네
괜히 차만 고장 냈네요 저 때문에
스톱! 손대지 마
[통화 연결음] 유비
지금 내 위치 보낼 테니까 콜택시 부르고
내 차 끌고 가서 고치라고 해 [통화 종료음]
보험사 부르면 태워 줄 텐데요
- 가자 - 어디로요?
큰길까지 가야 택시 빨리 만날 거 아니야
[발랄한 음악]
화 많이 났네
저는 회사 다시 들어가 봐야 돼요
오감 만족 홍보 2차 보도 자료도 작성해야 되고...
기사님 해성 그룹 본사로 가 주세요
- 들어가라 - 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저녁도 못 드시고
그래도 회장님 안 만나고 넘어간 게 어디야
(지수) 지태 오빠 다음 주 화요일에 결혼한대
(지수) 우와, 이렇게 꾸며 놓으니까 완전 신혼 방이다
그렇지, 엄마?
그래, 아버지가 애쓰셨네
지수가 물어보지도 않고 갖고 온 저 화장대는 마음에 든대?
(지태) 예, 사진 찍어서 보여 줬더니 좋대요
그럼, 누가 고른 건데!
그래 여기는 집세도 안 나오고
생활비도 안 내는 임시 거처라고 생각하고 살아
[핸드폰 벨 소리] 언니야!
마침 우리 전부 다 오빠 방 모여 있는데 딱 전화했네?
지수야, 내가 급하니까 얼른 용건만 말하고 끊을게
나 지태 오빠 결혼식에 못 가 그날 회사에 일이 있어
오빠 결혼식에 못 온다고?
[무거운 음악] 회사에 무슨 일인데?
오빠 결혼식이라고 말하고 좀 잠깐 나오면 안 돼?
어, 이미 출장이 잡혀 있었어 오빠가 갑자기 날을 잡은 거잖아
지태 오빠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할게, 끊는다
[통화 종료음] 아, 야!
지안이 오빠 결혼식 못 온대
(지수) 회사에서 출장 가야 된대요
이렇게 멀어지는 거구나
오빠한테는 따로 전화한대
[문소리] 막내 왔습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폴짝
자, 형하고 형수 결혼 선물
신발을 무작정 사 오면 어떡해?
어머니 이 막내 센스를 모르십니까?
형수한테 후보 원, 투, 쓰리 사진 쫙 보내서
형수님이 직접 고른 거야
야,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구두를 샀어?
티끌 모아 태산
당신 무슨 짓이에요?
장인어른 오가실 때마다 공항까지 배웅 나가는 사위 없어
- 회장님이세요 - 장인이기도 하지
언제부터 당신한테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편한 사람이었죠?
불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감정 조절 못 하고 경박하게 굴지 말고
경... 경박이라고 했어?
우리 자매가 징그럽다고 했어요
나한테 그런 표현을 써요? 당신이?
그게 회장님 탓이니까
양손에 떡 쥐고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도 정도가 있어
그래서 자매가 서로를 뱀처럼 휘감게 만드는 거 징글징글해
최재성 씨
그걸 즐기시는 장인어른 보기 싫다는데 왜?
난 싫은 거 하면 안 돼?
25년 만에 찾은 딸이 이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당신 자매들처럼 돼 가는 거 보는 것도 힘들어, 싫어!
아버지가 당신한테 회장 자리 안 물려줄까 봐 그러는 거예요?
당신은 날 참 몰라 몰라도 너무 몰라!
내가 당신을 몰라요? 당신 뼛속까지 알아요, 나
[문소리]
[애잔한 음악]
[문소리]
[알람 소리]
누나, 카페 알바 하나 써야겠더라 이제
- 그래도 돼? - 손익 분기점 넘었으니까
그런데 면접은 내가 같이 볼 거야 불성실한 애들 많거든
저, 혁아
사람이 어... 사람에 대한 옛 감정을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그냥 얼굴만 아는 사람처럼 그럴 수 있어?
있지, 정말 마음이 떠나고 관심이 없으면 밉지도 않을걸?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이라잖아
그래서 복수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잖아요
- 무관심? - 무관심은 다 털어 버렸다는 거거든
사랑도 증오도 배신감도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거죠
그런 거구나
[호기심 가득한 음악]
(지수) 방장님, 왜 양복 입으셨어요? 어디 가세요?
점심 먹고 올게
사발면 안 드시고요?
나라고 뭐 맨날 사발면만 먹다가 죽으란 법 있어?
그럼 안 계시는 동안에 저 케이크 좀 만들어 봐도 돼요?
그러든지
- 방장님 - (남구) 왜?
저한테 정말 빵 반죽 가르쳐 주실 생각 없으세요?
- 아, 그 몇 번을 얘기를 해... - 그러면 저 여기 그만둘래요
- 뭐? - 저는 정말 방장님 빵이 좋아서
정말 세상에서 제일 좋거든요
(지수) 그래서 수제자가 되고 싶어서
여기 석 달 동안 단골로 눈도장 찍으면서 취직한 거거든요
근데 정말 진심으로 수제자 키울 생각 없으신 거면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요
- 그래? - 네
여기 그만두고 2순위로 찍은 분한테 가서 빵 배울래요
그래, 그럼 그러든지
[익살스러운 음악]
[작은 소리] 진짜 꿈쩍도 안 하시네
[작은 소리] 진짜 그만둬야 되나...
[문소리] [남구 헛기침 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어!
(남구) 아이구, 여기서 일하시는 건가?
아니요 일하는 게 아니라 제 카페인데요
아, 그래요? 부군은 뭐 하시고?
- 취미로 하는 거예요, 심심해서 - 아, 취미로?
다행이네요 요새 남편들 명퇴하고
여자들이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일 허다하다던데
저희는 아니에요 우리 남편 사업은 아주 잘 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행이라잖아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커피 마시러 왔죠 여기 커피가 맛있다고 누가 그러길래
(남구) 여기 시그니처 커피가 뭡니까?
바닐라 라테랑 카푸치노요
음,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로
앉아 계시면 갖다 드릴게요
테이크아웃할 겁니다
그럼 진작 말씀을 하셔야죠
다른 데는 먼저 물어보던데?
드시고 가실 건지 테이크아웃하실 건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릇 소리]
[잔잔한 음악]
(희) 여기 있습니다
수고하십쇼 아, 쿠폰
아!
이 동네에 직장이 있나?
이 정도면 되나?
- (남구) 퍽이나! - 어, 어머!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아이고, 참
줘 봐
우와! [크림 바르는 소리]
웨딩케이크는 모양이 생명이야
방장님 케이크도 잘 만드시네요?
내가 못 만드는 빵은 누구도 못 만드네요
아니, 근데 웨딩케이크를 지금 만들어서 내일 쓰게?
아, 오늘은 연습만 하는 거고요 진짜는 내일 아침에 와서 만들려고요
내일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장식이 너무 어려워요
- 내가 왜? 관둔다면서 - 아, 알았어요! 됐어요
그럼 케이크는 내일 와서 만들어도 되죠?
- 어차피 가게 쉬는 날이니까 - 그러든지
커피도 안 드시면서
음?
진짜요? 어디 계신데요?
(지안) 평창군 세월리요?
(남자) 세월리 마을 회관 지나서 왼쪽으로 작은 산길이 있는데
외길이래요
그 길로 한 30분 올라가면 선생님 집이 있답니다
산길로 30분요?
- 근데 거기 계신 건 확실한가요? - (남자) 지난주에 가서 뵀답니다
[밝은 음악] 그래요? 감사합니다
네, 네! [통화 종료음]
- 문제의 정강수 장인 찾은 거야? - 네!
부장님 저 회사 차 좀 쓸 수 있을까요?
- 정강수 장인 어디 계신지 찾았는데요 - 들었어, 들었어
- 기다려, 차 내줄게 - 네
어제도 허탕 쳤다면서 오늘 또 허탕 아니니?
콘서트 대본하고 큐시트 최종 컨펌난 거 대행사에 다시 전달하고
향초랑 디퓨저에 붙일 라벨 스티커 디자인팀에서 받아 오고
네, 총담당자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소리치면서] 점심 좀 먹고요!
어디 가는 거야?
나가거나 말거나
마케팅팀에 세미나 보고서 보내라고 해
네
아, 점심은요?
간단히 샐러드로 하자
[휴대폰 벨 소리] 네
네, 최도경입니다
뭐? 정강수 씨를 찾았어?
네, 그래서 지금 가 보려고 출발했습니다
- 어디 계신다는데? - 강원도 평창군 세월리래요
멀리 계시는구나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저녁에 엔가온 정기 모임 있어
괜찮습니다 저 혼자 갈 수 있습니다
혼자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설득을 하는 게 중요하지
어떡하든 설득할게요
알았다, 그럼 만나자마자 연락 줘 핸드폰 쥐고 있을 테니까
[순번 알림음] 출금 부탁하신 거 여기 있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고객) 네
아, 보험 팸플릿 좀 받을 수 있어요?
(지태) 아, 예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살펴보시고
이쪽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 연락드릴게요 - 네
신났네, 신나셨어
이럴 거면서 왜 여태 결혼 안 했대?
[휴대폰 진동음]
여보세요? 어, 지안아
오빠, 미안해 오빠 결혼식에 못 가서
아니야 갑자기 결혼 날 잡은 내 탓도 있지
신혼여행 다녀와서 새언니랑 밥 한번 먹자
응, 오빠
축하해, 진심으로
[통화 종료음]
(지수) 시장하신 분만 시식하세요! 보조가 만든 거예요
이렇게 멀어지는 거구나
오빠 결혼식인데...
[작은 소리] 아, 맞다
[휴대폰 벨 소리]
-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오빠
저 지안이 언니 동생 서지수인데요
어! 알아, 알아
저 뭐 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부탁? 어, 해 말해
지안이 좀 지태 오빠 결혼식에 오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슬픈 음악] (지수) 잠깐이라도 왔다 갔으면 좋겠는데
지안이가 출장이 있어서 못 온대요
- 못 간대? - 네
결혼식 월드컵 공원 야외 예식장에서 하는데
좀 보내 주시면 안 돼요?
안 될 거 같은데
오빠가 부사장인데 어떻게 좀 안 돼요?
지안이가 그랬으면 그럴 만해서 그런 거야
눈으로 봐야 진짜 축하는 아니니까 네가 이해해라
아, 네 알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무게 잡으니까 되게 무섭네
오 팀장님
전체적인 디자인이 기성 브랜드하고 너무 비슷한데요?
잠옷 디자인은 한계가 있어요 부사장님
잠옷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서 아닐까요?
- 잠옷이 잠옷이잖아요 - 노, 노
잠옷을 입고 자는 게 아니라 건강을 입고 잠든다
이런 느낌이면 좋겠는데
정강수 장인도 찾았으니까
어떡하든 그분이 우리 천 염색하게 만들 거니까
왜 이래, 날씨가?
이상 기온이래요 지방에는 눈이 오는 데도 있다는데요?
눈요?
[긴장된 음악]
벌써 도착했을 시간인데
- 잠시만요 - (오 팀장) 네
[통화 연결음]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통화 종료음]
어, 뭐야?
어? 어떡해
아, 어떡해? 아, 어떡해!
너까지 왜 이러니?
[작은 소리] 왜 이러니? 왜 이러는 거야?
제발
아, 왜 이러니 진짜!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부사장님, 강원도 지역 날씨가 지금 영하 2도로 떨어졌다는데요?
영하 2도?
유비, 차 안 막히는 낮시간에 출발했어 세월리까지 내비 기준 2시간 20분
속도 내면 2시간이면 도착하는 도착하면 필히 전화 보고
그런데 3시간 지났어 이게 무슨 상황이야?
- 긴급 상황이죠 - 무슨 긴급 상황?
연결음이 들리다가 받을 수 없다라는 안내가 뜨는 경우는
통화권 이탈 지역에서 신호를 받지 못할 때 그런 거거든요
그럼?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 고립! 아닐까요?
이 날씨에?
차에서 히터 켜고 있으면 얼어 죽진 않을 겁니다
통화권 이탈 지역인데 밤새 시동 켜고 있으란 말이야?
제가 그러라고 한 거 아닌데요
무슨 일 있는 거야
(점원) 부사장님
계산 내일 합시다
[통화 연결음] (기계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과장) 산길로 30분이라고 하던데요 더는 모르겠습니다
그걸 즐기시는 장인어른 보기 싫다는데 왜?
난 싫은 거 하면 안 돼?
[똑똑]
(홍 비서) 부회장님 유럽 지사 설립 보고서입니다
홍 비서, 요새 내가 좀 이상한 데 없었나?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나가 봐요
(재성) 25년 만에 찾은 딸이 이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당신 자매들처럼 돼 가는 거 보는 것도 힘들어, 싫어!
당신은 날 참 몰라 몰라도 너무 몰라!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더는 못 기다린다?
아우, 속 터져
반 인질 상태로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돼?
에이, 그래도 매달 300만 원이 어디야? 꼬박꼬박 들어오잖아
봐, 어? 오늘도 밖으로 나가래잖아!
에이, 씨
10억 받자고 30년을 여기서 살 수도 없고
무슨 수 없어?
저 말씀 좀 물을게요
이 동네에 정강수 장인이라고 아세요?
모르겠는데
염색하는 분입니다 세월리에 사신다고 하고요
몰라
(도경) 어르신, 그러지 마시고 잘 한번 기억해 봐 주세요
그분 집을 못 찾으면 사람 하나가 죽습니다
(도경) 거기 간다고 하고 지금 연락이 안 되거든요
옷도 카디건 하나 걸치고 아, 산속으로 30분 올라간다고 했어요
산속에? 아! 그 요상한 집?
아세요?
[잔잔한 음악]
(주민) 마을 회관 나가면 바로 왼쪽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
거기서 꼭대기까지가 한 4km 정도 되나?
길이 험해서 차로 가도 30분은 걸려
멀쩡히 잘 도착했는데 나 오버하는 거 아니야?
신호 안 잡혀서 핸드폰 못 하는 거 아니야?
에이 참
아직 멀었는데 차가 왜 여기 있어?
아니, 차는 여기 두고 어디 간 거야?
핸드폰 터지는 데 찾으러 간 거야?
서지안!
서지안!
내려가진 않은 거고
설마 올라간 거야? 아, 얘 미친 거 아니야?
[다급한 음악]
악!
여기 주소라도 알려주고 올걸 어떡하지?
(도경) 지안아!
(도경) 서지안!
(도경) 서지안!
- (지안) 엄마 - (도경) 지안아!
오빠?
오빠...
야 야, 서지안 너 진짜!
- 돌았지, 너? - 어떻게...
[애잔한 음악]
머플러라도 가지고 다니지
목을 이렇게 휑하게 내놓곤 입어, 얼른
빨리 입어, 인마
- 자 - 아, 제가...
제가 입을게요
(도경) 이렇게 입고 이 날씨에 여길 올라갈 생각을 하냐?
허락받았어요
- 뭐? - 정강수 어르신이...
해 주신대요
[밝은 음악]
누구쇼?
(지안)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서지안이라고 하고요
쪽빛 천연 염색 무형 문화재이신 전 광자 수자
정강수 어르신을 뵈러 왔습니다
10년도 전에 전시한 갤러리까지
오만 데를 다 찾아다닌다는 아가씨여?
네, 네, 접니다! 아이고
걸어서 올라온 거여?
네, 제 차가 흙 도랑에 빠져서요
어르신, 저 전화 한 통화만 쓸 수 있을까요?
올라오면서 제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요
저 100m 올라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그래서 연락이 안 되시는 거였구나
어르신 만나 뵌 결과를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나를?
어둡기 전에 내려가요
허락 안 해 주시면 저 여기서 자고 가야 돼요
알 만한 처녀가 이 할애비가 그래도 남정네인데
허탕 치고 이 발로 무슨 기운으로 내려가요
저 걸을 힘도 없어요, 어르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얼른 일어나서 내려가요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예요?
그거로 신발을 묶어요
감사합니다
옷은 줄 게 없고
이거 목에 두르고 가요
감사합니다
거기까지 올라갔다 오는 거였어?
그렇게 많이 올라가야 되는 줄 몰랐어요
무모한 거냐, 무식한 거냐?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요? 세월리까지밖에 말 안 했는데
정강수 장인을 픽업하냐, 못하느냐 기로에 있는데
언제까지 네 연락만 기다릴 수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 성패가 그 양반한테 달렸는데!
[작은 소리] 아, 네
그건 뭐야?
아, 이거요 어르신이 목에 두르고 가라고 주셨어요
그런데 왜 안 둘렀어? 이렇게 추운데
아까워서요, 보여 주려고
너 참 미련하구나
- 가자 - (지안) 네
내려가세요
- 잡아 줄게 - 어, 괜찮아요
어!
(지안) 이거 딱이네요, 이거면 돼요
먼저 내려가, 그럼
- 왜요? - 네 건 배터리 없다며?
야, 비춰줄 테니까 내려가
[애잔한 음악]
(지안) 죄송해요, 차만 거기 안 빠졌어도 되는 거였는데
뒤에 따라오는 거... 맞죠?
어
- 나만 비추지 말고... - 알아서 하니까 그냥 가
[밝은 음악]
[지안 신음]
(지안) 아, 괜찮아요
마가 꼈나? 너하고 차가 안 맞는 거냐?
이 차는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지안) 운전하세요 제가 뒤에서 밀어 볼게요
죽 먹을 힘도 없게 생겨 가지고 무슨 네가 차를 밀어?
그럼 제가 운전할 테니까 부사장님이 밀어 주실래요?
미쳤구나?
내가 그걸 왜 해? 내 차 타
렉카 부를게요
회사 차라 이 차 가지고 가는 게 제가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렉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절대 싫어
그럼 먼저 가세요
차 안에서 히터 틀어 놓고 기다리면 돼요
얘 말하는 거 보게?
회사 직원, 그것도 여직원을 이 산속에 두고 왔다가 무슨 일 생기면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바로 아웃이야!
빨리 타 늦게라도 모임 가야 해
(지안) 미쳤나 봐
배고플 텐데 밥 먹자
아니에요, 저 배 안 고파요 모임에 가셔야 한다면서요
- 배 안 고파? - 네, 하나도 안 고파요
그래? 그럼 넌 먹지 마
이거 먹을 수 있겠어요?
이게 어때서?
끓인 지 좀 된 거 같은데...
내가 지금 너무 배가 고파서 뵈는 게 없다
(도경) 음
[잔잔한 피아노곡]
[감탄하는 소리] 음!
왜 쳐다봐?
아, 아니에요
[그릇에 수저 부딪치는 소리]
음, 야... 시원하다
이 집 맛집인데?
아유, 배불러
끓인 지 오래돼서 입에 안 맞아?
아니, 그냥 잘 안 먹히네요
가자, 그럼
오늘은 집으로 바로 가야겠다
시간도 늦었지만 그 상태로 회사로 가서 뭐 하겠어?
아 참, 그리고
염색 시연 발효 염색으로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이거 보면요
발효 염색으로 한 건데 쪽빛이 정말 예뻐요
알아, 알아
생쪽 염색 9월 지나 못 하는 거 내가 몰라?
아직도 추워? 히터 더 올려줄까?
어, 아니요 안 추워요
밥을 잘 먹어서 그런가? 옷이 너무 따뜻한가?
[작은 소리] 아, 막 열나는 거 같네
(지안) 아, 참 그리고
염색 체험 때 쓸 천은 제가 준비하기로 했고요
그리고 행사 전날 염료 항아리랑 실어 올 차량 보내 주기로 했고 또...
알았어, 그거 내일 회사 가서 얘기해도 되니까 그만하고 쉬어
아, 그래야겠다 안 그래도 되게 졸렸는데
서지안?
[박선예의 '바람이 불어와' 재생]
서지안
(도경) 서지안
일어나
다 왔다
같이 들어갈 순 없어
난 엔가온 정기 모임 있는 거로 아시니까
네 [안전벨트 푸는 소리]
네 사정은 말씀드려 놨어
정강수 장인 찾으러 갔다가 산에서 헤매서 늦었다고
언제요?
너 쿨쿨 자는 사이에
신발은 민 부장이 처리해 줄 거야
지쳐서 피곤하다고 하고 바로 올라가면 돼
네
잠깐만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문소리]
[애잔한 음악]
어서 와라
다녀왔습니다
세상에, 얼굴 좀 봐 그 고생을 해서 어떡하니?
아니요 제가 운전 실수를 했어요
됐어, 어서 올라가서 쉬어
(명희) 쉬어
- 민 부장, 욕조에 물 받아 줘 - (민 부장) 네
[계단 올라가는 소리]
[잔잔한 음악]
어우... 어우, 나 왜 이러지?
[흐느끼는 울음소리]
[볼펜 딸깍 소리]
[밝은 음악]
(수아) 아이는 안 갖는다 이건 절대 변하면 안 돼
당연하지 내가 먼저 제안한 건데
자기가 먼저 제안은 했지만 내 생각도 그랬으니까
경제권은 이수아가 갖는다
대출은 양해를 구한다?
월급, 통장 다 맡길 건데
그 집안 빚 갚던 거는 이해해 줬음 해서
싫은데
싫은 거 당연해
내가 경제권 갖는 거 싫다고
봐, 4번 경제권은 공동으로 갖는다
자기가 나보다 연봉이 1000만 원이 더 많잖아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돌리고 1년에 1000만 원씩 빚 갚아
그리고 나머지 딱 내 연봉만큼
부부 통장에 넣어서 같이 썼으면 좋겠어
그래도 되겠어?
자기 연봉 더 많은 걸로 갚으면 내가 갚는 거 아니잖아
그게 더 심리적으로 편하겠더라고
경제권 다 넘기고 주는 대로 용돈 받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내 거에 있는데 봐봐
용돈은 30씩 카드는 비상용으로
대신 서로 바꿔서 쓰는 거야
내가 쓰면 자기한테 문자로 띵동 자기가 쓰면 나한테 문자 띵동
버는 대로 쓰던 사람이 30만 원?
그때는 나한테 더이상 미래는 없다 이러고 살 때고
자긴 어때? 오케이?
2년 후에 분가하려면
그리고 이제 너랑 같이 사는데 무슨 돈이 들겠어?
- 오케이 - 오케이?
자, 그럼 중요한 건 다 합의했으니까
자기가 내 거 보고 체크해서 O, X 쳐 주세용
- 오케이 - 난 자기 거 보고 O, X
[작은 소리] 오케이
[작은 소리] 좋다
나도, 엄청
주례도 없고 화촉도 없고
예복도 없고
한 번 하는 결혼식을...
요즘 유행이라잖아
허례허식 버리고 실속 있고 개성 있게
원래 혼사는 부모가 혼주인데
앉아 있는 거밖에 할 게 없으니까 그러죠
앉아 있게 해 준 게 어디야 용기 내줘서 고맙기만 하구만
[휴대폰 벨 소리]
- 어, 석두야 - (석두) 야, 서태수
너 언제 오토바이 액세서리까지 알아봤냐?
어, 베트남 국민들 절반이 오토바이를 갖고 있다 그러길...
아니, 왜? 관심 있다는 데가 있어?
(석두) 그래! 내일 당장 샘플 좀 보내줘 봐
샘플 보고 바로 계약한댄다
어, 그래, 그래!
(석두) 샘플비 넣어 줄 테니까 계좌번호 보내고
아, 아니야, 인마 샘플비 정도는 나도 있어
내일 지태 결혼식 끝나고 내 바로 보낼게!
(태수) 어, 그래 수고, 수고
[통화 종료음]
아, 감기 걸렸네
어서 오세요
살짝 기침하거든요 감기약 빠르게 잘 듣는 거 주시고
- 종합 감기약도 하나 주세요 - (약사)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 아! 기력 회복하는 것도 하나 주세요 - 아, 네
(약사) 여기 있습니다
이거 10개 주세요
[ROO의 '나 그거 하나 봐 연애' 재생]
누구야? 쉬는 날인데
(남구) 어이구, 엄청 놀랐네
왜, 왜요?
아니, 뭐 여지껏 여잔지 남잔지 말하는 강아지인지 고양인지
엄청 헷갈렸거든요
그래서 뭐 괜찮다는 거죠?
안 괜찮다는 거거든?
케이크 만든다는 사람이 머리를 질끈 묶고 왔어야지
- 하여튼 이거 아이고 - 안 되는데
머리 묶으면 고무줄 자국 나서 다 망가지거든요
오늘 오빠 결혼식인데
- 야 - 오!
[작은 소리] 우와
허!
[경쾌한 음악]
아이, 우리 방장님 은근 츤데레라니까
기력 떨어지지 말고 막판까지 파이팅하자는 의미에서 쏩니다
(부장) 아이고, 이거 송구해서
자, 하나씩 드시고 원기 보충하세요 여기 있습니다
(선배) 감사합니다
오, 원기! 감사합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윤하정 씨가 정강수 장인 프로필 작성해서 홍보사에 넘기고요
그리고 염료 항아리랑 준비물 실어 올 차량은
과장님이 배치해 주기로 하셨고
저는 정강수 장인 모실 호텔 예약하고
컨벤션홀 가서 공연 대행업체하고 최종 미팅하고요
무대 작업 체크하고 돌아와서 홍보 보도 자료 작성할까 합니다
(지수) 지안이 좀 지태 오빠 결혼식에 오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일정이 바쁘군요
그럼 착오 없게 점검 또 점검 부탁합니다
- 네 - (도경) 그럼
(일동) 감사합니다
(부장) 화이팅 하겠습니다
(희) 어서 오세요
어머
(지수) 안녕하세요
못 알아볼 뻔했어요
머리 푸니까 딴 사람 같다
오늘이 오빠 결혼식이어서요
아, 오늘이에요?
그래서 이거 오빠 웨딩 케이크 만들면서 만든 건데
선 실장님한테 좀 전해 주세요 다른 뜻은 절대 없고요
실장님께서 저 화장대 조립해 주셨거든요
- 너무 감사해서요 - 그럴게요
(손님1) 여기 주문요
(손님2) 여기요 바닐라 라테 언제 나와요?
아, 네
(지수) 저, 주문은 제가 받을게요
결혼식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요 네, 뭐 드릴까요?
(지수) 라테 금방 갖다 드릴게요
- 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1) 네, 갈릭 식빵이랑...
(지수) 커피 나가요
알바를 쓰라니까 고집은...
[컵 내려놓는 소리]
(혁) 사장님, 알바 구했어요?
- 알바라니? - 저기
[발랄한 음악]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잘 어울리네요
아, 오늘이 오빠 결혼식이어서요
아, 그 화장대?
네, 새언니가 예쁘다고 좋아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내가 고맙죠
이상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시라고 하세요
네... 네, 그럴게요
- (손님3) 여기요 - 네!
-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야? - 내가 부탁한 거 아니야
아가씨가 센스 있어 너 왔으니까 가라고 해야겠다
- (손님3) 카라멜 마끼야또 하나요 - 네, 금방 갖다 드릴게요
- (손님 4) 여기요, 물 좀 주세요 - (지수) 네, 금방 갖다 드릴게요
그럼 내일 오후에 배치 작업할 때 안전에 지장 없도록 신경 좀 써 주세요
음향이랑 조명 추가 비용은 견적서 보내 주시고요
네, 잘 알겠습니다
- (지안) 수고하세요 - 네
[휴대폰 벨 소리]
이걸 안 바꿨네
- 네, 부사장님 - (도경) 어디냐?
행사장이에요
(도경) 호주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 계약 있잖아
그쪽 바이어한테 연락 왔어
네가 담당자니까 나랑 같이 가야겠다
호주 바이어한테서요? 저는 그쪽에서 아무 연락 못 받았는데
[경쾌한 음악]
아니, 왜 여기로 와요?
미팅 장소가 상암 DMC인데 너무 일찍 왔다
시간 좀 때우자
- 여기서요? - 그럼 너하고 카페 가서 차 마셔?
바람 쐬는 게 낫지
아니, 시간 남으면 DMC로 바로 오라고 하시죠
그럼 나 혼자 밖에서 시간 떼우라고?
[차 잠금 소리]
[감탄하는 소리] 이야, 가을 공원 좋다
서지안, 여기 와 봤어?
아니요
나도 처음이다
그럼 산책하고 오세요 저 그냥 DMC에 가 있을게요
왜?
- 걷기 싫어서요 - 걷기가 왜 싫어?
나랑 걷기 싫은 거냐?
- 둘 다요 - 너무하네
이렇게 둘이 걸을 일도 다신 없을 텐데
따라와 봐 한 열 걸음이라도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
네가 그랬지 네 오빠는 죄가 없다고
네
너도 죄가 없지
그래서 네가 놓치면 안 되는 걸 보여 주려고
[웨딩 음악] 저거
[멀리서 들리는 박수 소리]
[지태 노래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
[점점 커지는 음악]
[하객들 환호성]
[작은 소리] 언제 준비했어?
- 놔요 - (도경) 보고 싶잖아
숨어서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저기로 가
- 뭐라고요? - 난 그랬으면 좋겠는데
부모님 얼굴 보는 거 힘들겠지
근데 오늘은 네 오빠가 주인공이잖아
네가 네 부모님을 위해서 우리 부모님 앞에서 웃었던 것처럼
네 오빠를 위해서 웃어 줬으면 좋겠다
(도경) 너 저 집으로 돌아갈 거 아니야?
네 가족들이야
나중에 후회할 일 하지 마
(지태)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침대를 쓰고
쓰레기는 반드시 서지태가 버리겠습니다
[하객들 환호성] (남자) 지태야, 그러면 안 돼!
- (남자) 같이 버려라! - 멋있다
(수아) 부인 이수아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우리만의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겠습니다
멋있다! [하객들 환호성]
(지호) 네, 아주 인상적인 서약이었습니다
다음은 신랑 서지태 군의 아버지
서태수 씨의 성혼 선언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하객들 박수]
(수아) 잠깐만요
아버님께서 성혼 선언문을 낭독해 주시기 전에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원래는 성원 선언문 낭독 전에 양가 부모님 덕담을 듣는데요
저희 부모님이 캐나다에 계셔서 오늘 참석을 못 하셨습니다
저희가 워낙 급하게 결혼 날짜를 잡는 바람에 오실 수도 없었지만요
[하객들 웃음소리]
그래서 지태 씨 부모님께서
공평하게 덕담을 생략하자고 하셨는데
저희가 아버님 덕분에 결혼을 하게 된 거라
아버님이 꼭 덕담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해 주세요, 아버지
(하객들) 해 주세요 [박수]
예, 저는 서지태 군 아버지 서태수입니다
[하객들 박수 및 환호]
(태수) 저는 제 아들 지태가
그렇게 어깨가 축 늘어진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맥을 놓은 것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세상 모두를 다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수아와 헤어졌기 때문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심호흡 소리] [헛기침 소리]
오늘은 제가 참 많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용기 내준 두 젊은이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그 용기로 서로만을 바라보면서
잘살기 바라겠습니다
[하객들 박수 및 환호]
(남자) 잘 살아라!
(홍 비서) 우편물입니다
누구지? 장학금 받는 학생인가?
(사진 기사) 자, 모여 주시고 웃으세요 찍겠습니다
- (사진 기사) 하나, 둘, 셋 - (지안) 잠깐만요!
(지수) 어! 서지안
- 큰누나! - 어!
(지호) 큰누나!
- (지안) 지호야, 지수야 - (지호) 누나
잠깐만, 큰오빠, 새언니 축하는 사진 먼저 찍고요
(지호) 그래, 그게 좋겠다
(사진 기사)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긴장된 음악]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도경) 너는 왜 나한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희) 또 오셨네요?
(남구) 그 소문대로 커피가 아주 맛있더라고요
- (희) 실장님이랑 동갑이네 - 동네 친구로 지내면 되겠네
네?
- (지호) 너도 저 자식 알어? - (동료) 유도맨
(동료) 찍는 여자 족족 자빠트리는 데 선수였거든
(재성) 지안이가 은석이라는 건 어떻게 확인한 거야?
- 네? - 조순옥 어디 있나?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
(지안) 이제 닷새 뒤면 끝나네요
(도경) 너무 잘했어
(지안) 지금은 진짜 오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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