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22
[어두운 음악]
민 부장
아가씨가 본인 짐이라고 저한테 주시지 않으셨어요
어서 와라
- (명희) 어떻게 - (지수) 여기가 내 집이라면서요
내가 이 집 딸이라길래 살러왔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지수라고 합니다
[더듬으면서] 어, 그래
지안이 방 쓰면 되나? 저기로 가면 돼요?
어떻게 온 거니?
왜요?
제가 못 올 데 왔어요? 저 보내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래,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라서 놀랐을 뿐이야
[도경이 놀라며] 어, 서지수?
(지수) 안녕하세요?
어떻게 온 거야? 연락도 없이
일단 앉자, 앉아서 얘기하자
저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요
(도경) 아이
서로 인사는 해야지
[문 열리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누구세요?
넌 최서현이지?
네
몇 살?
스물 셋이요
난 서지수야
그냥 지수 언니라고 불러 호적 바뀔 때까지는
호적이요? 어머니
어, 아직 서현이한테는 말을 못했어
아, 그래요?
저는 두 분 누구신지 알고
두 분도 제가 누군지 알고 이 분도 알고
서로 다 아는데
얘한테만 제가 누군지 설명해 주시면 되겠네요
지안이 방이 어디예요?
아, 도경아 네가 안내해주는 게 좋겠다
네, 알겠습니다 올라가자
어머니
(서현) 아버지
저 사람 누구예요?
어, 서재로 가서 얘기하자
(지수) 여기가 지안이가 쓰던 방이에요? 원래는 내 방이었던
(민 부장) 네
그럼 지안이가 쓰던 그대로겠네요
(지수가 한숨 쉬며) 아
기분 별로네 싹 다 바꿔 주세요
내일 조치하겠습니다
재벌 집에 침대 커버 여분도 없어요?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 많이 속상했구나, 미리... - (지수) 말 못해서 미안하겠죠
속상한 게 아니라 화가 났구나 오빠한테
[지수가 감탄하며] 아, 무슨 방이 우리 집 거실보다 넓네
짐 풀고 있어
[문 닫는 소리]
[낮은 한숨 쉰다]
- (명희) 올라가렴 - (서현) 네, 어머니
왜? 뭐 필요한 거 있니?
물 마시려고요
그냥 있어
(민 부장) 물 한 잔 부탁해요
필요한 거 있으면 사람 불러 핸드폰 번호 알려줄 거니까
무슨 물 마시는데 핸드폰을 해요
[지수가 감탄하며] 아, 와, TV 진짜 크다
[앉으면서] 와
[리모콘 누르면서] 으짜
[TV 방송 소리]
밤에는 거실 TV 마음대로 켜면 안 된다
왜요?
[익살스러운 음악]
어, 우리 집에선 그래
여긴 거실이고 거실은 온 가족이 쓰는 거 아니에요?
TV 볼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좋지 않겠니?
전 책 안 좋아하는데요
- (민 부장) 물 드세요 - (지수) 감사합니다
(지수) 어 이제 TV도 핸드폰으로 봐야 되나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한숨 쉰다]
(서현) 어떻게 하루 아침에 언니가 바뀌어요?
혼란스럽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야 네가 이해하고 잘 대해줘
저 새 은석 언니요?
당분간 지수 언니라고 불러
근데 은석 언니 웃기네
나한테는 그래 놓고
왜 자긴 쫓겨날 때까지 오빠한테 말 안 했대요?
너한테 뭐랬는데?
나한테 오빤 진심으로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오빠한테 도움 청하라고
[슬픈 음악]
지안이가 그런 말을 했어?
언제, 왜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아, 그냥, 어쩌다 얘기 좀 하게 됐어요
그럼 은석 언니는 자기 집으로 간 거예요?
[차 달리는 소리]
집으로 돌아가더라
그럼 그게 마지막 인사였구나
이휴, 정 좀 들려니까 가버렸네
[낮은 한숨 쉰다]
쉬어라
[깊은 한숨 쉰다]
서태수, 양미정 이 인간들은 무슨 심사로 애를 밤에 보낸 거야
연락도 없이
저쪽 집 부모한테 배신감이 커서 온 것 같아
홧김에
아무리 그래도 예고도 없이 와요
다 큰 애가 예의 없이
[기막힌 듯] 우리 진짜 딸이야 반갑지 않아?
서지안 왔을 때는 당신 이러지 않았잖아
[낮게 한숨 쉬며] 갑자기 너무 빨리 와서 당황스럽잖아요
은석이한테 안 올라가 봐? 잠자리라도 봐줘야지
당신은 그렇게 쉽게 은석이라는 이름이 쟤한테 붙여져요?
우리 은석이잖아
[낮게 한숨 쉬며] 난 너무 낯설어요
딸이 하루 아침에 바뀐 기분이에요
(재성) 그럴수록 빨리 저 아이한테 정을 붙여야지
낮에 만났을 때
상처가 꽤 커보였어
그렇다고 우리한테 화를 내요?
일부러 그러는 건지 원래 천방지축인지
양미정 말을 믿은 내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끔찍한 거짓말은 양미정이 했어요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을 믿은 두 사람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저 아이가 제일 큰 상처를 입었지
그래요, 내 탓이 제일 크죠
지금 저 아이 속이 속이 아닐 거야
당분간 하고 싶은 대로 해주자고
그래요
일단 지켜봐요
- (수아) 자기야 - (지태) 응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걱정이다
[낮게 한숨 쉬며] 뭘, 진작 이렇게 됐어야 하는데
바로 잡은 거지 잘된 거야
잘된 건데 자기는 뭘 걱정하는데?
우리 걱정
우리 걱정?
그쪽 집에서
그냥 넘어갈 리가 없잖아 딸을 바꿨는데
음, 나도 그 생각해봤는데
신고는 못 할 거야 지수 아가씨가 그냥 있겠어?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해 줄 리도 없지
우리 집 가진 거라곤 월세 보증금뿐이고
남은 건 나 하나지 싶어
뭐?
설마?
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니까 그냥 생각해 보는 거야
준비 없이 닥치면 너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준비해두려고
아이고
(수아) 나는 설마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뒤까지 생각하는구나 우리 남편이
나 생각해서?
[미정이 깊은 한숨 쉰다]
우리 지수
잘 갔겠죠?
가야 할 곳으로 갔으니까 잘 갔겠지
지수도 지수지만 지금은 지안일 찾는 게 더 급선무야
도대체 어디 가 있는 건지, 참
지안이는 며칠 쉬고 나면 올 거예요
오겠죠
올 거야
내일은 경찰서라도 가봐야겠어
지안이 나 보기 싫어서 안 오는 거예요
[미정이가 큰 한숨 쉰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라도 한 통 주지
[미정이가 큰 한 숨 쉰다]
[슬픈 음악]
(태수) 네 친부모님이
(태수) 너 보내라신다, 오라고 하셔
(지수) 처음부터 내가 진짜 딸이라고 그랬으면
(지수) 그때도 아빠는 지금처럼 말했을 거야?
(지수) 가야만 한다고 했을 거야?
(태수) 그랬을 거야 네 친부모님이시잖아
그래
여기가 내 집이고 내 방이야
와, 좋네, 잠 험하게 잔다고 언니한테 구박도 안 들어도 되고
[감탄한 척] 아...
[슬픈 음악 계속]
[새 지저귀는 소리]
[쩝쩝 씹고 후루룩 마시는 소리]
[쩝쩝 씹는 소리]
[후루룩 마시는 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젓가락 탁탁 놓는 소리]
- (명희) 저기 은... - (지수) 지수라고 불러 주세요
우리 집에 왔으니 이제부터는 은석이야
[지수가 한숨 쉰다]
전 최은석 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갈 데 없어서 온 거지
갈 데가 없어서 온 거라고?
저쪽 집에서 날 딸로 생각 안 해서 온 거예요
여기를 지안이가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아침 먹고 얘기 좀 하자
저 출근해야 하는데요? 음, 몇 시지?
어머 늦겠다, 잘 먹었습니다
(서현) 와!
죄송합니다
[어이없다는 듯 한숨 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한숨 쉰다]
전 오늘 집에서 쉴게요
피곤해서 출근 못 하겠어요
쉬면서 은석이 방 새로 꾸며줘
[기운 없이] 알았어요
[서현이 문 두드리며] 어머니? 저 좀 들어가도 돼요?
응, 들어와
어머니,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야, 근데 왜?
저기, 류 기사가 다리를 삐끗했대요
일주일은 운전 못 한대서 그러라고 했어요
제가 택시 타고 다닐게요
그래, 알았어
(태수) 당신은 가게 출근해서 열심히 일해
그분들 처분 내려올 때까지
[현관문 열리는 소리]
(해자) 미정아, 어, 미정아
(해자) 어우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해자) 한밤중에 지수 찾아서 헤매더니만
연락도 없고 가게도 안 나오고
어, 그거요
[한숨 내뱉으며] 언니
나 어떡해요?
[잔잔한 음악]
[놀라며] 어머머, 세상에, 미정아
(미정) 나 때문에 내 새끼 둘 다 죽게 생겼어
(미정) 지안이는 어디 있는지 연락도 안 되고
우리 지수는
마음도 여린 애가 그 서슬 퍼런 집안에서 어떻게 버틸지
너무 무서워요
[해자가 혀 차는 소리]
어디 있는지 아는 지수는 둘째 치고
지안이 먼저 찾아야지
나 보기가 힘든가 봐
꽁꽁 숨어버렸어요
아휴
그러게 넌 왜 그렇게 무서운 짓을 저질렀어?
[혀 차며] 아니, 아니야 이 판국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안타깝다는 듯] 아이고 어떡해 미정아
언니, 나 가게 나가야 해
무슨 일이세요?
언니는 어떤가 해서
저 집에 들어갔을 때 괜찮았니?
서지안이요?
지안이 어제 제가 여기 올 때까지 안 들어왔어요
안 들어오다니?
아마 어젯밤에도 안 들어왔을 거예요
연락은 왔어? 어디 있다는데?
연락하겠어요?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는데 넌 언니 걱정 안 되니?
지안이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하고 독한 애인데요
아마 엄마, 아빠 보기 싫어서 어디 가서 바람 쐬고 있을 거예요
어디 갔을 것 같은데? 지안이 친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해보지?
오빠가 왜 지안이 걱정을 해요? 오빠 동생도 아닌데
동생으로 지냈잖아
지냈지만 아닌 거 알았잖아요
일, 이 년 동생이었던 것도 아니면서
며칠 지나면 들어갈 거예요
[긴장된 음악]
안 들어왔다고?
분명히 집 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
서지안
어디 있는 거냐?
(서현) 오빠는 진심으로 도와 달라고 하면
(서현) 도와 줄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이 사진들
어디서 보낸 거냐?
(태수) 저기요, 제 딸은 제가 잘 압니다
이건 단순 가출이 아닙니다
(경찰) 일단 신고 접수는 해드렸으니까 집에 가서 기다려 보시고...
아니, 저, 저기요, 신고 접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찾아야 됩니다
어떻게 저 위치 추적이라도 부탁드릴게요
(경찰) 아버님
마음은 알겠는데 따님 성인이잖아요
사흘 안 들어온 거 가지고는 사건 자체가 안 돼요
(경찰) 집안일로 충격 받았다면서요
나흘쨉니다
충격을 받았으니까 위험하다는 거죠
[언성 높이며] 죽을 거 아니면
연락도 안 할 애가 아니에요 우리 지안이는
[긴장된 음악]
서지안 이력서야
중, 고, 대학교 동창들
일했던 곳들 전에 살던 곳 다 뒤져서
연락되는 사람들 있는지 알아봐
(유 비서) 네
연락 받는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서지안한테 피해 없게
아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도경) 그리고 사람 하나 서태수 씨 집 앞 지키게 해
서지안 들어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고, 서둘러
알겠습니다
[긴 한숨 쉰다]
[문 닫히는 소리]
[긴장된 음악]
(비서) 서태수 씨가 말한 곳에 왔는데
(비서) 아주 외진 곳입니다
(비서) 다리 건너에 인가가 10여 채 있었는데
(비서) 크게 산불이 난 후로
(비서) 다 떠났답니다
(재성) 이렇게 외진 곳에 딸을 버리고 간 조순옥을
왜 용서하고 보냈을까? 노명희가
(명희) 자기네가 잡힐까 봐 경찰서에는 못 데려다 주고
거기에 두고 데려갈 사람이 있을 때까지 지켜봤다고 했어요
[긴장된 음악 계속]
얘들은 아닌데
다른 사람 시켰나?
[문 두드리는 소리]
(민 부장) 사모님
이번 은석 아가씨도 취향을 몰라서요
어떤 가구로 바꿀까요?
이거하고 다른 분위기로
민 부장이 알아서 바꿔 와
알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명희) 네 취향을 몰라서 내가 좋은 대로 꾸몄는데 마음에 들어?
네, 너무 좋은데요
[큰 한숨 쉰다]
[깊은 한숨 쉰다]
[훌쩍인다]
(남구) 자, 오늘은 제가 빵 배달하겠습니다
(지수) 네, 왜요?
(남구) 그냥요
- (지수) 아, 안 돼요 - (남구) 어?
절대로 안 돼요, 총각이 유부녀 좋아하면 [때리는 소리]
(남구) 아니 뭔 소리...
[부르는 듯 큰 소리로] 아니...
(희) 아, 저
(희) 도로 가져가세요
네?
빵 그만 받으려고요
이거
어제까지 빵값이에요
[작은 한숨 쉰다]
저희 방장님이 귀찮게 하셔서 그렇죠?
[작게 한숨 쉬며] 어우,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제가 괜히 빵 납품한다고 해서
아니에요 지수 씨 잘못은 아니에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닌데
돈 욕심도 없고, 결혼 욕심도 없고 혼자 살면서
빵 품질만 신경 쓰시는 분인데
사장님이 너무 예쁘시니까 정신이 잠깐 나가셨나 봐요
혼자 산다고요?
결혼했잖아요?
아니에요, 가게 밑에 방에서 혼자 사세요, 결혼한 적도 없어요
결혼한 적이 없어요?
(남구) 아, 축 결혼 기념일
리본 달아줘요, 여기다
저...
빵은 제가 갖다 드리는 걸...
앗, 싫으시죠?
저 같아도 싫을 것 같아요
제가 그냥 갖다 드릴게요 수고하세요
[한숨 쉰다]
[흥얼거린다]
(지수) 이것도 진열하세요
사장님, 이제 빵 안 받으신데요
빵을 안 받는다고?
네, 어제까지 빵값도 다 주셨어요
[장갑 벗는 소리]
(지수가 곤란하다는 듯) 어...
오전 판매 혼자 해
어, 안 되는데 저러시면 안 되는데 진짜
(남구) 어?
선우희 씨?
어, 왜 나 기억 안 나요?
남구, 남구, 강남구
아이 저, 미라 여대 앞에서 호떡 팔던, 기억 안 나요?
아 저번에 내가 급해서 그냥 갔는데 부군은 잘 지내죠?
음, 근데 이 빵 어디에서 만든 건가?
밀가루 좋은 거 쓰나?
어, 설마?
어, 설마?
[한숨 내뱉으며] 어휴
(희) 어, 오...
[잔잔한 음악]
어, 여보 나 진짜 재미있다니까
[희가 웃으며] 하나도 안 힘들어
여보, 여보, 여보, 호호 진짜 사오지 마
(희) 또 사오면 나 화낸다
야...
그만하자
뭘
무슨
알고...
알고 있었구나...
다
알면서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랬어?
당신 버리고
비참해진 여자 상대로 복수까지 하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억지로 행복한 척 하는 거 보고 싶었어?
이런 널 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남구) 바보 같이
등신 같이
예전 선우희는 어디로 다 잃어버리고는
(남구) 축 늘어져서
[큰 소리로 흐느끼며] (남구) 기운 없는
그런 선우희 말고
예전 선우희
(남구) 지금처럼 화내고 성내고 팔팔했던
[훌쩍이며] 그런 네가
그런 네가 보고 싶었어
[남구가 훌쩍인다]
[속삭이듯] (희) 어떡해...
[남구가 낮은 목소리로] 희야
[한숨을 내뱉으며 훌쩍인다]
어이없다
진짜 어이없어, 남구 씨
세월 무섭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거 보니까
난 남구 씨 예전에
17년 전에 끝난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추억 놀이는 혼자 하시고 그만 가보시죠
오픈 시간 됐는데
[잔잔한 음악 계속]
[큰 소리로 훌쩍인다]
[남구가 기침하며] 그래
갈 거야
나도 가서 빵 팔아야 돼서
가요 그럼
음
지금 가고
다시 오면 되니까
갈게
[한숨 내뱉는다]
(지호) 보자, 보자, 어디 보자
이게, 이게 각도가 이게
아, 나 오버하는 거 아니야
[코믹하면서 긴박한 음악]
[사진 찍는 소리]
뭐야?
어이, 나 저 자식이 저거
실례합니다
아...
이게 그때 찍힌 거구먼
오호....
어, 이렇게 순식간에 2천만 원 버는 거야
그레이트
잇츠 그레이트 음, 자
[한숨 내뱉으며] 하...
엄마한테 고백할 때가 됐구먼
형한테 먼저 말해야 되나
[웃으며] 흐흠
[전화 연결음]
(지태) 네, 마눌님
우리 오늘 같이 점심 먹자
(지태) 아, 어떡하지?
(지태) 과장님이랑 같이 점심 하기로 했어
아, 그래?
(지태) 아, 미안 이따 집에서 보자
오케이
과장님한테 맛있는 거 사달라고 그래
음
[전화 끊기는 소리]
(이민 상담소 직원) 네, 처가가 벌써 캐나다에
이민 가서 계시면 초청 이민은 쉬워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이거는 좀 가져 갈게요
(이민 상담소 직원) 네, 그럼요
[전화 수신음]
[카페 음악]
(지태) 자!
(지호) 고마워
(지태) 오랜만에 형이 사주는 점심인데 좋은 거 먹지
형
좋은 사람이면 먹는 게 좋은 거고 내 혀가 맛있으면 맛있는 거고
넌 아무튼 네 식대로 해석력은 짱이야
하, 진짜 맛있어
형이랑 먹어서 더 맛있고
오늘따라 왜 예쁘게 굴지 수상하게
그게...
[잔기침하며] 흠
(지호) 이거
그거 형 거야
내 거라고?
1,365만 원?
너 이거 뭐야?
올해 1월부터 형이 준 학원비, 책값들 백만 원씩에
(지호) 엄마가 준 용돈 삼십만 원
그리고 가끔씩 큰누나가 쥐어준 용돈들 한 푼도 안 쓰고
따로 넣어둔 거야
너 그럼
응, 나 대학 안 가
(지호) 돈 모아서 장사할 거야
아빠한테는 따로 말씀 드렸어
그리고 이거는 나중에 실토하고 형한테 돌려주려고
따로 형 몫으로 통장 만든 거고
너 진짜...
형, 내 플랜을 브리핑할 테니까 일단 들어봐, 응?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네가 알아야 할 일
내가 알아야 할 일?
그게 뭔데?
[지호가 한숨 쉬며] 하...
이게...
아니 이게 말이 돼?
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
우리 엄마하고 아빠가...
그럼
지금 작은누나가 그 집에서 사는 거야?
너 놀란 거 이해하는데 진정해
그럼 큰누나는?
[목소리 높이며] 큰누나는 지금 어디 있는데?
지안이는... [깊은 한숨]
연락 끊고 잠수 중
잠수?
[큰소리로] 아, 어디서?
[살짝 흥분하며] 아이, 나, 큰누나, 진짜... 씨
지안이한테도
시간이 필요할 거야
넌 그냥
모르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한숨 내뱉으며] 하...
아빠가...
[알아차렸다는 듯] 형
그럼 큰누나 가던 날
그래서 아빠가 누나 쫓아간 거였구나
큰누나 잡으려고, 그지?
[얕은 한숨]
큰누나
괜찮은 거야?
누나 괜찮은 거지?
어디 있는 거야?
나 항상 큰누나 편인 거 알지?
그러니까 이 음성 확인하면
나한테만이라도 연락 줘
어?
꼭 연락 줘야 돼 알았지 누나?
[한숨 쉰다]
[통화 종료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호흡을 가다듬으며] 야
너 알고 있었어?
넌 이제 알았어?
나도 어젯밤에 갑자기 서지수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됐고
내가 너 도와주기로 한 거 깨끗이 서로 취소하자
[당황한 듯] 취소라니?
누구 마음대로 취소야? 난 어떡하라고?
[기막히다는 듯] 너 미쳤어?
지금 너네 집이랑 우리 집이랑 이딴 식으로 엮였는데
내가 널 도와주는 게 말이 돼
우리 누나는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타이르듯] 그러니까 네가 날 도와줘야지
너희 부모님이 우리 집에 한 일을 생각해 봐
미안하면 갚아야 하는 거 아니야?
[밝고 잔잔한 음악]
계약금 보냈어
뭐?
이미 계약금 송금했으니까 취소는 절대 안 돼, 절대
어우, 야
[애원하는 목소리] 나 이거 정말 걸리면 끝장이란 말이야
(서현) 지금 이 상황에서 나까지 걸려 봐
우리 어머니 날 죽일지도 몰라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야
나 이미 네 작전 지시대로 했단 말이야
(서현) 일주일이면 된다며? 응?
그래서 류한테도 1주일 후에 7억 만들어서 보자고 했고
어머니한테도 류 다쳤다고 거짓말했어
(서현) 우리 집에서 어머니한테 거짓말하면
사형하고 동급이야
[살짝 훌쩍이며] 제발
[깊은 한숨] 하아...
(양 대리) 40주년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패치 최종 후보 중 10개랍니다
(양 대리) 겨울 패딩 출시 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디자인 팀에서 오늘까지 심사해 달라고 하네요
점수표에 점수 적으시면 됩니다
동화 같은 감성을 선물한다는 마케팅이니까
(도경) 그걸 잘 나타내는 게 중요한데
[감미로운 기타 소리]
[사진 찍는 소리]
[컴퓨터 자판 소리]
[깊은 한숨]
[얕은 한숨]
(지안) 나무 기둥 이쪽이랑
이쪽에 놓으면 될 것 같아
- (혁) 이쪽이랑 이쪽에? - (지안) 응
나무 기둥 제작한다는 데가 쟤였어?
[도경 한숨 쉰다]
끊었다더니...
돌아갈 준비를 하는구나
(지안) 일주일만 기다려 줄래?
차라리 처음부터 말했으면 좋았을걸
근데 지금은
내가 그 얘기까지 할 힘이 없어
'일주일만 기다려 줄래?'
약속을 안 지킬 네가 아닌데
그지?
(도경) 실례합니다
아, 맞게 찾아왔네
아니... 여길 어떻게?
얘기 좀 합시다
저를 무슨 일로...
혹시 지안이 어딨는지 압니까?
지금 지안이라고...
왜 지안이라고 합니까?
지안이라고 할 만해서 합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알아서 해석하고
지안이한테 연락 받았는지 만났는지
그거나 압시다
[기가찬 듯 한숨]
당신 누군데?
(혁) 이름도 성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친구 찾으면
말해줍니까?
안다는 겁니까? 모른다는 겁니까?
글쎄요
[짧은 한숨 쉰다]
(도경) 최도경입니다
[잔잔한 음악]
(지안) 거기에 다시 들어갔어 해성 어패럴 마케팅 팀
지안이 어딨는지
압니까?
선우혁 씨?
모릅니다
모른다고?
[한숨 뱉으며] 모릅니다
[흥분하며]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흥분을 가라앉히며] 흠...
[옅은 한숨 쉰다]
미안합니다, 근데...
곧 연락 올 겁니다
연락...
온다고요?
[혁] 지난번에 지안이가
일주일 뒤에 말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연락 올 겁니다
연락 오면
연락 드리죠
올까요?
약속 잘 지키는 친구니까
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지안이 연락 오면
지안이한테 말하지 말고
저한테 알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짧은 한숨 쉰다]
2천만 원 때문에 엮인 사람하고 싸우다 정든 건가?
[의심스럽다는 듯] 음...
저 사람이 마케팅 팀 넣어준 건가?
[문 열리는 소리]
(용국) 싫다 싫어
(용국) 미팅을 취소하려면 최소한 하루 전에는 해줘야지
약속 장소 코앞에서 취소하는 경우가 어딨냐?
형
(용국) 너 왜 다 죽어가?
대량 주문 취소됐냐?
형네 세계에서
오너 아들이 일반 여자 평직원하고 연애가 가능해?
연애는 가능하지
들키면 안 되지
[숨을 쓰읍 들이마시며]
들키면 어떻게 되는데?
음, 뭐
자기 아들을 자를 순 없고
여자는 그냥 둘 순 없고
[언성을 높이며] 아이 뭐 그런 경우가 있어
멀쩡한 직원을 자른단 말이야
사랑은 둘이 했는데
너 요새 드라마 보냐?
재벌 3세가
평범한 여자를 막 찾아다녀 애타게
여자는 그 회사 직원이었어
둘이 사귀었고 들켜서 개박살 난 거지
(용국) 여자는 된통 당해서 숨고
남자는 막 찾아다니고
딱 그건데
그거야?
우리 쪽에선 흔한 일이고
예외는 없어
근데 왜?
[깊은 한숨 내뱉으며] 아닙니다
[전화 수신음]
(남구) 서지수 씨
네?
[전화 수신음]
아...
네, 여보세요?
(재성) 아빠다
아빠?
[감격스러워 하며] 어, 아빠야
하...
[더듬으며] 죄, 죄송합니다, 착각했어요
[실망하며] 아,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얕은 한숨 쉬며] 무슨 일이신데요?
오늘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자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내 딸 두 번 빼돌린 서태수냐고? 당신이
(태수) 부회장님
[재성 화내며] 꿇지 마
들키고 나서 하는 사죄가 사죄인가?
(재성) 당신들 부부가 저지른 죗값
충분히 치르게 될 거니까 지금부터 앞에서
더는 입도 뻥긋하지 마
[눈물을 참으며 숨을 내뱉는다]
(재성) 오빠가 빠져서 섭섭하겠구나
(지수) 괜찮아요
언니, 팔 내리고 식사하세요
왜?
식사 예절이란다
식사 예절이 따로 있어요?
당연하지
어디에 있어요?
[익살스런 음악]
보이진 않지만 있어
그러니까 등 펴고 팔 내리고 식사하렴
[얕은 한숨]
보이지도 않는 걸 왜 지켜야 하는데요
(지수) 밥은 맛있으니까 먹고
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고
그러려면 편하게 먹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나 그러는 거고
여긴 달라
뭐가 다른데요?
말대답하지 마세요
[거슬린다는 듯] 얘?
너는 말대답하고 대화하고 구별도 못 하니?
[황당하다는 듯] 어머
그냥 편하게 먹게 둬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체하겠다
(지수) 저 이따 따로 먹을게요
(명희) 너
왜 화난 사람처럼 구니?
화났으니까요
화가 났다고 아무 데나 화를 표현하면 곤란하지
화가 나는데
화를 표현 안 하면 그 화는 어떻게 해요?
화를 내야 풀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왜 여기가 아무 데나예요, 여기가?
언니 그럼 지금 우리 집에 화내는 거예요?
어
왜요?
서현아
너희 엄마 아빠가 날 잃어버렸으니까
그건 사고였어요
그게 어떻게 사고야?
그게 사고예요?
사고였지
(재성) 어머니가 교통 사고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 네가 없어진 거니까 - (지수) 그건 아니죠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제가 기사 좀 찾아봤거든요
[지수가 크게 한숨 쉬면서]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3살짜리 딸한테 다이아몬드 핀을 꽂아서 데리고 다녀요
그러니까 잃어버린 거죠
[긴장된 음악]
안 그러니?
배고픈데 빵 있으면 먹겠어, 안 먹겠어?
먹죠
빵도 먹는데
핑크 다이아몬드가 몇 개나 있었잖아요
[당황하며] 늘 차로 이동해서 위험하지 않았어
(지수) 사고가 났잖아요
그리고요
왜 처음부터 우리 엄마 말만 믿고 지안이 데려온 거예요?
DNA 검사 다시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요
그건 우리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우리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막 하시면 안 되죠
이쪽 집 잘못도 분명히 있는데
네 엄마가 거짓말을 했어
나를, 우리 집을 속이고 네 언니를 보낸 건 양미정, 서태수야
[타이르듯] 여보
[감정이 격해지며] 애초에 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 아빠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어요
[울먹이며] 낳은 엄마는 나를 잃어버렸고
날 키운 엄마는 나대신 친딸을 보냈어요
둘 다 잘못 있다고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 아빠한테 화낼 권리는 나만 있어요
미워할 자격도 나만 있고
[격앙된 목소리로] 애초에 잃어버리지 말지 그랬어요
불어
양평 휴게소에서 내 딸
어떻게 데려갔는지부터
말씀은 드리는데요
사모님이 정신만 차렸으면
따님도 잃어버리지 않고 우리도 바로 잡혔어요
[긴장된 음악]
- (남자) 뭐야? - (순옥) 오빠
[문 닫으며] 이거 다이아몬드야
그것도 핑크 다이아몬드
핑크 다이아몬드?
[쾌활한 척하며] 언니가 머리핀 구경 좀 할게요
[문 닫는 소리]
(순옥) 엄마 곧 올 거니까 오기 전에 차에 가서 기다리자
[차가 달려오는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재성) 저 아이 말에 틀린 게 없어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원망이 크지
서태수, 양미정 털어 줍시다
(명희)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 두자는 말이에요?
우리를 기만했는데
저 철부지 아이 기분을 다 맞춰주자는 거예요?
그렇게는 못해요
양미정한테 가게 하면서 피 마르게 하는 거 말고
할 게 더 있나?
경찰에 자수는 우리 손해야
그냥 못 넘어가요
우리 진짜 은석이를 생각해
아까 못 봤어?
지금은 여기가 어딘지 천지 분간을 못 하니 저러는 거죠
그보다 아버지 만나러 하와이에 다녀와야겠어요
실수 인정하기로 결정한 거면 전화로 말씀드려도 되잖아
안 돼요
직접 만나서 말씀드려야 실망이 덜 하실 거예요
장인 어른이 또 무슨 스토리를 짜주시기를 바라는 건가?
아뇨
아버지 신임이 진희에게 넘어가게 할 수 없어요
[문 여는 소리]
[놀라면서] 하아!
와, 대박!
[옅은 한숨 쉰다]
대단하구나, 이 집
[긴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얕은 한숨]
[안내음]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 신호음]
서지안
지안아
너 그래서 나한테 말 못했던 거냐? 그 사람 때문에?
그래 [길게 한숨]
이제 이해된다
너 숨는 거?
당연해
[입을 쩝 다신다]
아니 그래도 인마
힘들 때 찾아오라고 했잖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 얘기 들어준다는데
왜 혼자 힘들어해?
여하튼 연락해라
넌 내 약속 안 지켜도 난 지키는 거 알지?
그냥 친구만 해줄 수 있다고 자식아, 어?
[문 열리는 소리]
(가게 주인) 어서 오세요
[깊은 한숨]
(남구가 한숨 쉬며) 아이고
(남구) 뭐 자리가 없네, 자리가 없어
술 한잔 먹으러 왔는데
앉으세요
[남구가 한숨 쉬면서 앉는다]
말은 시키지 마시고요
미투
사장님, 여기 한 병 더요
저도요
[잔 내려놓는 소리]
[깊은 한숨 쉰다]
[잔 내려놓는 소리]
[깊은 한숨 쉰다]
[잔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술병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형님
사랑 몇 번이나 해봤어요?
[한숨 쉬면서] 한 번
[잔 내려놓는 소리]
[두 사람이 동시에 긴 한숨 쉰다]
[힘겨워 하며] 아, 아...
[매우 힘겨워 하며] 아, 아...
아휴
아휴, 왜 이렇게 다리가 길어, 씨
아휴
아휴, 살려주세요
아휴
[현관 초인종 소리]
혁이니?
[현관 초인종 소리]
[깜짝 놀란다]
(남구) 선우혁 씨 배달 왔어요 배달
[놀라면서] 어, 어떻게 된 거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남구) 아휴, 아휴 죽겠다
[남구가 헉헉거린다] (희) 저기, 남구 씨가 왜 우리 혁이를...
(남구) 아니 저, 허리 끊어질 것 같으니까 일단 좀 눕히고
(희) 안 돼요, 내려놓아요 내가 할게
(남구) 아휴, 이거 무거워서 안 돼
[희가 소리 지르며] 그냥 내려 놓으라니까, 아!
- (희) 어머나, 아! - (남구) 어이구, 어이구!
- (남구) 아이고, 희야, 괜찮아? - (희) 아야, 아
- (남구) 어, 어, 괜찮아? - (희) 네, 괜찮으니까
[소리 치며] 어, 나가요, 얼른 얼른!
- (남구) 아니 긴 애를 어떻게... - (희) 여기 남자 많아
- (희) 나가라니까! - (남구) 아니...
- (희) 나가요! - (남구) 아니, 신발, 신발
아휴
(희) 혁아, 혁아, 일어나 봐, 혁아
- (희) 혁아 - 아휴, 고집은
[포기했다는 듯] 쳇
(남구가 아픈 듯이) 아휴
[도경이 잔을 놓으며 한숨 쉰다] 하...
모든 사람한테 연락 끊고 사라지는 건 뭐냐고
[한숨 쉰다]
(기재) 어이없네, 최도경
이렇게 취한 꼴을 다 보고
[도경이 취한 목소리로] 대답해 봐
너 머리 좋잖아
추측 좀 해보란 말이다
(기재) 최도경!
너 진짜 이렇게 흐트러질래?
감정 조절 안 해?
걱정 마라
[탁자를 치며] 이 감정은
그런 감정이 아니야
내가 약속을 못 지켜서 그런다
(도경) 걔는
지안이는
무서워서 도망친 거거든
(도경) 왜냐
내가 안 도와줬거든
내가 도와줬어야 되는데
말을 뱉어 놓고 못 도와줬어
독한 놈
취해서도 내막은 말 안 하고
[살짝 흐느끼며] 너무 걱정이 돼
[기재의 얕은 한숨]
[떨리는 목소리로] 미치겠다
걱정이 돼서
[긴 한숨 쉰다] 하...
[문 열리는 소리]
[부드러운 노래]
[용국이 손가락을 튕기며] 뭐 해?
어...
[얕은 한숨]
(미정) 네, 감사합니다
[미정이 한숨 쉰다]
[서럽게 운다]
[오열한다]
[계속 오열한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네, 형님
어, 실장
저기 오늘 인천 목재소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남구) 아니
오늘 목재소 가면
장미목 받아서
빵 도마 만들어준다며
제가요?
[기억났다는 듯이] 아...
[겸연쩍게 웃는다]
아, 저 업어주실 때 그랬죠
오늘 좋은 장미목 가지러 가니까 만들어 드릴게요
아니 저
[숨을 쓰읍 들이쉬며] 그거 말고
부탁 하나만 더 합시다
뭔데요?
[남구가 문 열면서] 아이 사람들 조심성이 없어가지고 진짜
- (남구) 에이 - 왜요?
오후 빵 못 만들어
[익살스러운 음악]
천일염이 똑 떨어져서 오늘 식빵 못 만들어
[지수의 놀란 한숨] (남구) 아이, 이런 식빵
아니, 오늘 소금 가지고 오기로 한 청년이 오다가 죽...
(남구) 아니, 저
아니 많이 다쳤다나 어쨌다나, 아휴 씨
[짧은 한숨 쉬며] 어휴 제가 얼른 시장 가서 사올게요
내가 언제 시장 가서 막 사다 쓰는 거 봤어?
아...
(남구) 조수가 인천 가서 좀 실어와
인천요? 저 운전 못하는데요
[익살스러운 음악] 마침
선우 실장이 인천 목재소에 간다길래
내가 간곡히 부탁을 좀 했어
우리 물건 좀 실어다 달라고
[지수가 더듬으며] 선우... 실장요?
응, 난 쉬는 김에 볼일 좀 볼 거니까
바람 좀 쐴 겸 휙 갔다 와
선우 실장 위로도 좀 해주고
무슨 위로를 해요?
마침 며칠 전에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는데
실연당했었더라고
- (지수) 어머 - (남구)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다른 남자가 있었다나 어쨌다나
[긴 한숨 쉬며] 아휴, 그냥
(남구) 눈물 없인 못 듣겠더라고, 아휴
[걱정스럽게]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혁) 타세요
(혁) 심심하죠? 음악 틀어줘요?
[더듬으며] 아니...
네 [멋쩍은 웃음]
무슨 음악 좋아해요?
아무거나 듣고 싶은 거 들으세요 전 다 좋아요
[잔잔한 음악]
(혁) 이런 노래 싫어요?
기운 내요, 갑니다
기운 내세요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여요
[쑥스럽게 웃는다]
내가 했던 말인데 그대로 돌려 받네
(혁) 그런 적 있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반의 반도 모르는 거
가족도 다 모르기도 하니까요
왜 내 맘대로 그 사람을 판단했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나
후회도 되고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사람 마음은 절대 읽을 수 없는 거니까
아휴, 아니에요, 전 그냥...
말 잘하네요
(지수) 아, 네, 제가요?
제가 좀 수다스러워요, 원래 [쑥스러운 웃음]
(혁) 그런 뜻 아닌데
그럼요?
내가 확실히 그런 게 있네
일찍 가장 노릇하면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다 보니까
선입견... 뭐 그런 거?
[피식 웃으며] 아주 나쁜 버릇이 있네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좀 더 친해지면 알려줄게요 동네 친구
[달콤한 노래]
[싱긋 작게 웃는다]
[지수가 기분 좋게 숨을 내쉰다]
(목재소 직원) 어휴, 어휴, 그냥 두세요 다치면 책임 못 져요
이번엔 여자 친구 맞지?
아니에요, 동네 친구예요
(목재소 직원) 동네 친... 아, 여사친
가만, 우리 선우 실장은
왜 이렇게 예쁜 여사친이 많은 거야
(혁)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장미목 챙겨 놓은 것 좀 봐요
[목재소 직원이 웃으며] 알았어
- (혁) 금방 올게요 - (지수) 네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안이도 나무 엄청 좋아했는데
[달콤한 음악]
[선우의 힘겨운 신음]
(지수) 여기가 카페 사장님 단골집이에요?
(혁) 재래식으로 만든 김이 맛있다고 초겨울에 꼭 한 번씩 사신데요
(지수) 우와, 신기하다
[지수가 웃으면서] 아하
(혁) 지수 씨
오징어 좋아하면 좀 살래요?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혁) 저게 재래식으로 김 말리는 거랍니다
[지수의 호응하는 소리] 다음에 한 번 구경와야겠다
- (혁) 지수 씨, 가시죠 - (지수) 네
[지수가 감탄하며] 와
[긴장된 음악]
[지수가 좋아하며] 와!
제 것까지 사신 줄은 몰랐어요
(혁) 모르게 사야지 물어보고 사나
(지수) 서울 가서 밥은 제가 꼭 살게요
당연한 얘기 자꾸 하십니다
[멋쩍은 듯 웃으며] 그러게요
[긴장된 음악]
[트럭이 급정차하는 소리]
미안한데 택시 타고 먼저 올라가요
네?
(혁) 갑자기 들릴 데가 있어서
짐은 가게로 갖다 줄게요
[택시 문 닫는 소리]
- 잘 부탁합니다 - (택시 기사) 네
무슨 일이지?
기사님, 저 차 좀 돌려 주세요
[트럭이 멈춰 선다]
[갈매기 울음 소리]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지안아
[부드러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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