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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22

 

[어두운 음악]

 

민 부장

 

아가씨가 본인 짐이라고 저한테 주시지 않으셨어요

 

어서 와라

 

- (명희어떻게 - (지수여기가 내 집이라면서요

 

내가 이 집 딸이라길래 살러왔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지수라고 합니다

 

[더듬으면서그래

 

지안이 방 쓰면 되나저기로 가면 돼요?

 

어떻게 온 거니?

 

왜요?

 

제가 못 올 데 왔어요저 보내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래이렇게 빨리 올 줄 몰라서 놀랐을 뿐이야

 

[도경이 놀라며서지수?

 

(지수안녕하세요?

 

어떻게 온 거야연락도 없이

 

일단 앉자앉아서 얘기하자

 

저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요

 

(도경아이

 

서로 인사는 해야지

 

[문 열리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누구세요?

 

넌 최서현이지?

 

 

몇 살?

 

스물 셋이요

 

난 서지수야

 

그냥 지수 언니라고 불러 호적 바뀔 때까지는

 

호적이요어머니

 

아직 서현이한테는 말을 못했어

 

그래요?

 

저는 두 분 누구신지 알고

 

두 분도 제가 누군지 알고 이 분도 알고

 

서로 다 아는데

 

얘한테만 제가 누군지 설명해 주시면 되겠네요

 

지안이 방이 어디예요?

 

도경아 네가 안내해주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올라가자

 

어머니

 

(서현아버지

 

저 사람 누구예요?

 

서재로 가서 얘기하자

 

(지수여기가 지안이가 쓰던 방이에요원래는 내 방이었던

 

(민 부장

 

그럼 지안이가 쓰던 그대로겠네요

 

(지수가 한숨 쉬며

 

기분 별로네 싹 다 바꿔 주세요

 

내일 조치하겠습니다

 

재벌 집에 침대 커버 여분도 없어요?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많이 속상했구나미리... - (지수말 못해서 미안하겠죠

 

속상한 게 아니라 화가 났구나 오빠한테

 

[지수가 감탄하며무슨 방이 우리 집 거실보다 넓네

 

짐 풀고 있어

 

[문 닫는 소리]

 

[낮은 한숨 쉰다]

 

- (명희올라가렴 - (서현어머니

 

뭐 필요한 거 있니?

 

물 마시려고요

 

그냥 있어

 

(민 부장물 한 잔 부탁해요

 

필요한 거 있으면 사람 불러 핸드폰 번호 알려줄 거니까

 

무슨 물 마시는데 핸드폰을 해요

 

[지수가 감탄하며, TV 진짜 크다

 

[앉으면서

 

[리모콘 누르면서으짜

 

[TV 방송 소리]

 

밤에는 거실 TV 마음대로 켜면 안 된다

 

왜요?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집에선 그래

 

여긴 거실이고 거실은 온 가족이 쓰는 거 아니에요?

 

TV 볼 시간에 책을 읽는 게 좋지 않겠니?

 

전 책 안 좋아하는데요

 

- (민 부장물 드세요 - (지수감사합니다

 

(지수어 이제 TV도 핸드폰으로 봐야 되나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한숨 쉰다]

 

(서현어떻게 하루 아침에 언니가 바뀌어요?

 

혼란스럽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야 네가 이해하고 잘 대해줘

 

저 새 은석 언니요?

 

당분간 지수 언니라고 불러

 

근데 은석 언니 웃기네

 

나한테는 그래 놓고

 

왜 자긴 쫓겨날 때까지 오빠한테 말 안 했대요?

 

너한테 뭐랬는데?

 

나한테 오빤 진심으로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오빠한테 도움 청하라고

 

[슬픈 음악]

 

지안이가 그런 말을 했어?

 

언제왜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그냥어쩌다 얘기 좀 하게 됐어요

 

그럼 은석 언니는 자기 집으로 간 거예요?

 

[차 달리는 소리]

 

집으로 돌아가더라

 

그럼 그게 마지막 인사였구나

 

이휴정 좀 들려니까 가버렸네

 

[낮은 한숨 쉰다]

 

쉬어라

 

[깊은 한숨 쉰다]

 

서태수양미정 이 인간들은 무슨 심사로 애를 밤에 보낸 거야

 

연락도 없이

 

저쪽 집 부모한테 배신감이 커서 온 것 같아

 

홧김에

 

아무리 그래도 예고도 없이 와요

 

다 큰 애가 예의 없이

 

[기막힌 듯우리 진짜 딸이야 반갑지 않아?

 

서지안 왔을 때는 당신 이러지 않았잖아

 

[낮게 한숨 쉬며갑자기 너무 빨리 와서 당황스럽잖아요

 

은석이한테 안 올라가 봐잠자리라도 봐줘야지

 

당신은 그렇게 쉽게 은석이라는 이름이 쟤한테 붙여져요?

 

우리 은석이잖아

 

[낮게 한숨 쉬며난 너무 낯설어요

 

딸이 하루 아침에 바뀐 기분이에요

 

(재성그럴수록 빨리 저 아이한테 정을 붙여야지

 

낮에 만났을 때

 

상처가 꽤 커보였어

 

그렇다고 우리한테 화를 내요?

 

일부러 그러는 건지 원래 천방지축인지

 

양미정 말을 믿은 내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끔찍한 거짓말은 양미정이 했어요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을 믿은 두 사람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저 아이가 제일 큰 상처를 입었지

 

그래요내 탓이 제일 크죠

 

지금 저 아이 속이 속이 아닐 거야

 

당분간 하고 싶은 대로 해주자고

 

그래요

 

일단 지켜봐요

 

- (수아자기야 - (지태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걱정이다

 

[낮게 한숨 쉬며진작 이렇게 됐어야 하는데

 

바로 잡은 거지 잘된 거야

 

잘된 건데 자기는 뭘 걱정하는데?

 

우리 걱정

 

우리 걱정?

 

그쪽 집에서

 

그냥 넘어갈 리가 없잖아 딸을 바꿨는데

 

나도 그 생각해봤는데

 

신고는 못 할 거야 지수 아가씨가 그냥 있겠어?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해 줄 리도 없지

 

우리 집 가진 거라곤 월세 보증금뿐이고

 

남은 건 나 하나지 싶어

 

?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니까 그냥 생각해 보는 거야

 

준비 없이 닥치면 너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준비해두려고

 

아이고

 

(수아나는 설마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뒤까지 생각하는구나 우리 남편이

 

나 생각해서?

 

[미정이 깊은 한숨 쉰다]

 

우리 지수

 

잘 갔겠죠?

 

가야 할 곳으로 갔으니까 잘 갔겠지

 

지수도 지수지만 지금은 지안일 찾는 게 더 급선무야

 

도대체 어디 가 있는 건지

 

지안이는 며칠 쉬고 나면 올 거예요

 

오겠죠

 

올 거야

 

내일은 경찰서라도 가봐야겠어

 

지안이 나 보기 싫어서 안 오는 거예요

 

[미정이가 큰 한숨 쉰다]

 

잘 도착했다고 문자라도 한 통 주지

 

[미정이가 큰 한 숨 쉰다]

 

[슬픈 음악]

 

(태수네 친부모님이

 

(태수너 보내라신다오라고 하셔

 

(지수처음부터 내가 진짜 딸이라고 그랬으면

 

(지수그때도 아빠는 지금처럼 말했을 거야?

 

(지수가야만 한다고 했을 거야?

 

(태수그랬을 거야 네 친부모님이시잖아

 

그래

 

여기가 내 집이고 내 방이야

 

좋네잠 험하게 잔다고 언니한테 구박도 안 들어도 되고

 

[감탄한 척...

 

[슬픈 음악 계속]

 

[새 지저귀는 소리]

 

[쩝쩝 씹고 후루룩 마시는 소리]

 

[쩝쩝 씹는 소리]

 

[후루룩 마시는 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젓가락 탁탁 놓는 소리]

 

- (명희저기 은... - (지수지수라고 불러 주세요

 

우리 집에 왔으니 이제부터는 은석이야

 

[지수가 한숨 쉰다]

 

전 최은석 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갈 데 없어서 온 거지

 

갈 데가 없어서 온 거라고?

 

저쪽 집에서 날 딸로 생각 안 해서 온 거예요

 

여기를 지안이가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아침 먹고 얘기 좀 하자

 

저 출근해야 하는데요몇 시지?

 

어머 늦겠다잘 먹었습니다

 

(서현!

 

죄송합니다

 

[어이없다는 듯 한숨 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한숨 쉰다]

 

전 오늘 집에서 쉴게요

 

피곤해서 출근 못 하겠어요

 

쉬면서 은석이 방 새로 꾸며줘

 

[기운 없이알았어요

 

[서현이 문 두드리며어머니저 좀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어머니어디 편찮으세요?

 

아니야근데 왜?

 

저기류 기사가 다리를 삐끗했대요

 

일주일은 운전 못 한대서 그러라고 했어요

 

제가 택시 타고 다닐게요

 

그래알았어

 

(태수당신은 가게 출근해서 열심히 일해

 

그분들 처분 내려올 때까지

 

[현관문 열리는 소리]

 

(해자미정아미정아

 

(해자어우 야너 어떻게 된 거야?

 

(해자한밤중에 지수 찾아서 헤매더니만

 

연락도 없고 가게도 안 나오고

 

그거요

 

[한숨 내뱉으며언니

 

나 어떡해요?

 

[잔잔한 음악]

 

[놀라며어머머세상에미정아

 

(미정나 때문에 내 새끼 둘 다 죽게 생겼어

 

(미정지안이는 어디 있는지 연락도 안 되고

 

우리 지수는

 

마음도 여린 애가 그 서슬 퍼런 집안에서 어떻게 버틸지

 

너무 무서워요

 

[해자가 혀 차는 소리]

 

어디 있는지 아는 지수는 둘째 치고

 

지안이 먼저 찾아야지

 

나 보기가 힘든가 봐

 

꽁꽁 숨어버렸어요

 

아휴

 

그러게 넌 왜 그렇게 무서운 짓을 저질렀어?

 

[혀 차며아니아니야 이 판국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안타깝다는 듯아이고 어떡해 미정아

 

언니나 가게 나가야 해

 

무슨 일이세요?

 

언니는 어떤가 해서

 

저 집에 들어갔을 때 괜찮았니?

 

서지안이요?

 

지안이 어제 제가 여기 올 때까지 안 들어왔어요

 

안 들어오다니?

 

아마 어젯밤에도 안 들어왔을 거예요

 

연락은 왔어어디 있다는데?

 

연락하겠어요?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는데 넌 언니 걱정 안 되니?

 

지안이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하고 독한 애인데요

 

아마 엄마아빠 보기 싫어서 어디 가서 바람 쐬고 있을 거예요

 

어디 갔을 것 같은데지안이 친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해보지?

 

오빠가 왜 지안이 걱정을 해요오빠 동생도 아닌데

 

동생으로 지냈잖아

 

지냈지만 아닌 거 알았잖아요

 

이 년 동생이었던 것도 아니면서

 

며칠 지나면 들어갈 거예요

 

[긴장된 음악]

 

안 들어왔다고?

 

분명히 집 쪽으로 가는 걸 봤는데

 

서지안

 

어디 있는 거냐?

 

(서현오빠는 진심으로 도와 달라고 하면

 

(서현도와 줄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이 사진들

 

어디서 보낸 거냐?

 

(태수저기요제 딸은 제가 잘 압니다

 

이건 단순 가출이 아닙니다

 

(경찰일단 신고 접수는 해드렸으니까 집에 가서 기다려 보시고...

 

아니저기요신고 접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찾아야 됩니다

 

어떻게 저 위치 추적이라도 부탁드릴게요

 

(경찰아버님

 

마음은 알겠는데 따님 성인이잖아요

 

사흘 안 들어온 거 가지고는 사건 자체가 안 돼요

 

(경찰집안일로 충격 받았다면서요

 

나흘쨉니다

 

충격을 받았으니까 위험하다는 거죠

 

[언성 높이며죽을 거 아니면

 

연락도 안 할 애가 아니에요 우리 지안이는

 

[긴장된 음악]

 

서지안 이력서야

 

대학교 동창들

 

일했던 곳들 전에 살던 곳 다 뒤져서

 

연락되는 사람들 있는지 알아봐

 

(유 비서

 

연락 받는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서지안한테 피해 없게

 

아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도경그리고 사람 하나 서태수 씨 집 앞 지키게 해

 

서지안 들어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고서둘러

 

알겠습니다

 

[긴 한숨 쉰다]

 

[문 닫히는 소리]

 

[긴장된 음악]

 

(비서서태수 씨가 말한 곳에 왔는데

 

(비서아주 외진 곳입니다

 

(비서다리 건너에 인가가 10여 채 있었는데

 

(비서크게 산불이 난 후로

 

(비서다 떠났답니다

 

(재성이렇게 외진 곳에 딸을 버리고 간 조순옥을

 

왜 용서하고 보냈을까노명희가

 

(명희자기네가 잡힐까 봐 경찰서에는 못 데려다 주고

 

거기에 두고 데려갈 사람이 있을 때까지 지켜봤다고 했어요

 

[긴장된 음악 계속]

 

얘들은 아닌데

 

다른 사람 시켰나?

 

[문 두드리는 소리]

 

(민 부장사모님

 

이번 은석 아가씨도 취향을 몰라서요

 

어떤 가구로 바꿀까요?

 

이거하고 다른 분위기로

 

민 부장이 알아서 바꿔 와

 

알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명희네 취향을 몰라서 내가 좋은 대로 꾸몄는데 마음에 들어?

 

너무 좋은데요

 

[큰 한숨 쉰다]

 

[깊은 한숨 쉰다]

 

[훌쩍인다]

 

(남구오늘은 제가 빵 배달하겠습니다

 

(지수왜요?

 

(남구그냥요

 

- (지수안 돼요 - (남구?

 

절대로 안 돼요총각이 유부녀 좋아하면 [때리는 소리]

 

(남구아니 뭔 소리...

 

[부르는 듯 큰 소리로아니...

 

(

 

(도로 가져가세요

 

?

 

빵 그만 받으려고요

 

이거

 

어제까지 빵값이에요

 

[작은 한숨 쉰다]

 

저희 방장님이 귀찮게 하셔서 그렇죠?

 

[작게 한숨 쉬며어우죄송해요저 때문에

 

제가 괜히 빵 납품한다고 해서

 

아니에요 지수 씨 잘못은 아니에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닌데

 

돈 욕심도 없고결혼 욕심도 없고 혼자 살면서

 

빵 품질만 신경 쓰시는 분인데

 

사장님이 너무 예쁘시니까 정신이 잠깐 나가셨나 봐요

 

혼자 산다고요?

 

결혼했잖아요?

 

아니에요가게 밑에 방에서 혼자 사세요결혼한 적도 없어요

 

결혼한 적이 없어요?

 

(남구축 결혼 기념일

 

리본 달아줘요여기다

 

...

 

빵은 제가 갖다 드리는 걸...

 

싫으시죠?

 

저 같아도 싫을 것 같아요

 

제가 그냥 갖다 드릴게요 수고하세요

 

[한숨 쉰다]

 

[흥얼거린다]

 

(지수이것도 진열하세요

 

사장님이제 빵 안 받으신데요

 

빵을 안 받는다고?

 

어제까지 빵값도 다 주셨어요

 

[장갑 벗는 소리]

 

(지수가 곤란하다는 듯...

 

오전 판매 혼자 해

 

안 되는데 저러시면 안 되는데 진짜

 

(남구?

 

선우희 씨?

 

왜 나 기억 안 나요?

 

남구남구강남구

 

아이 저미라 여대 앞에서 호떡 팔던기억 안 나요?

 

아 저번에 내가 급해서 그냥 갔는데 부군은 잘 지내죠?

 

근데 이 빵 어디에서 만든 건가?

 

밀가루 좋은 거 쓰나?

 

설마?

 

설마?

 

[한숨 내뱉으며어휴

 

(...

 

[잔잔한 음악]

 

여보 나 진짜 재미있다니까

 

[희가 웃으며하나도 안 힘들어

 

여보여보여보호호 진짜 사오지 마

 

(또 사오면 나 화낸다

 

...

 

그만하자

 

 

무슨

 

알고...

 

알고 있었구나...

 

 

알면서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랬어?

 

당신 버리고

 

비참해진 여자 상대로 복수까지 하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억지로 행복한 척 하는 거 보고 싶었어?

 

이런 널 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남구바보 같이

 

등신 같이

 

예전 선우희는 어디로 다 잃어버리고는

 

(남구축 늘어져서

 

[큰 소리로 흐느끼며] (남구기운 없는

 

그런 선우희 말고

 

예전 선우희

 

(남구지금처럼 화내고 성내고 팔팔했던

 

[훌쩍이며그런 네가

 

그런 네가 보고 싶었어

 

[남구가 훌쩍인다]

 

[속삭이듯] (어떡해...

 

[남구가 낮은 목소리로희야

 

[한숨을 내뱉으며 훌쩍인다]

 

어이없다

 

진짜 어이없어남구 씨

 

세월 무섭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거 보니까

 

난 남구 씨 예전에

 

17년 전에 끝난 사람

 

그 이상그 이하도 아니니까

 

추억 놀이는 혼자 하시고 그만 가보시죠

 

오픈 시간 됐는데

 

[잔잔한 음악 계속]

 

[큰 소리로 훌쩍인다]

 

[남구가 기침하며그래

 

갈 거야

 

나도 가서 빵 팔아야 돼서

 

가요 그럼

 

 

지금 가고

 

다시 오면 되니까

 

갈게

 

[한숨 내뱉는다]

 

(지호보자보자어디 보자

 

이게이게 각도가 이게

 

나 오버하는 거 아니야

 

[코믹하면서 긴박한 음악]

 

[사진 찍는 소리]

 

뭐야?

 

어이나 저 자식이 저거

 

실례합니다

 

...

 

이게 그때 찍힌 거구먼

 

오호....

 

이렇게 순식간에 2천만 원 버는 거야

 

그레이트

 

잇츠 그레이트 음

 

[한숨 내뱉으며...

 

엄마한테 고백할 때가 됐구먼

 

형한테 먼저 말해야 되나

 

[웃으며흐흠

 

[전화 연결음]

 

(지태마눌님

 

우리 오늘 같이 점심 먹자

 

(지태어떡하지?

 

(지태과장님이랑 같이 점심 하기로 했어

 

그래?

 

(지태미안 이따 집에서 보자

 

오케이

 

과장님한테 맛있는 거 사달라고 그래

 

 

[전화 끊기는 소리]

 

(이민 상담소 직원처가가 벌써 캐나다에

 

이민 가서 계시면 초청 이민은 쉬워요

 

그렇군요감사합니다

 

이거는 좀 가져 갈게요

 

(이민 상담소 직원그럼요

 

[전화 수신음]

 

[카페 음악]

 

(지태!

 

(지호고마워

 

(지태오랜만에 형이 사주는 점심인데 좋은 거 먹지

 

 

좋은 사람이면 먹는 게 좋은 거고 내 혀가 맛있으면 맛있는 거고

 

넌 아무튼 네 식대로 해석력은 짱이야

 

진짜 맛있어

 

형이랑 먹어서 더 맛있고

 

오늘따라 왜 예쁘게 굴지 수상하게

 

그게...

 

[잔기침하며

 

(지호이거

 

그거 형 거야

 

내 거라고?

 

1,365만 원?

 

너 이거 뭐야?

 

올해 1월부터 형이 준 학원비책값들 백만 원씩에

 

(지호엄마가 준 용돈 삼십만 원

 

그리고 가끔씩 큰누나가 쥐어준 용돈들 한 푼도 안 쓰고

 

따로 넣어둔 거야

 

너 그럼

 

나 대학 안 가

 

(지호돈 모아서 장사할 거야

 

아빠한테는 따로 말씀 드렸어

 

그리고 이거는 나중에 실토하고 형한테 돌려주려고

 

따로 형 몫으로 통장 만든 거고

 

너 진짜...

 

내 플랜을 브리핑할 테니까 일단 들어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네가 알아야 할 일

 

내가 알아야 할 일?

 

그게 뭔데?

 

[지호가 한숨 쉬며...

 

이게...

 

아니 이게 말이 돼?

 

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

 

우리 엄마하고 아빠가...

 

그럼

 

지금 작은누나가 그 집에서 사는 거야?

 

너 놀란 거 이해하는데 진정해

 

그럼 큰누나는?

 

[목소리 높이며큰누나는 지금 어디 있는데?

 

지안이는... [깊은 한숨]

 

연락 끊고 잠수 중

 

잠수?

 

[큰소리로어디서?

 

[살짝 흥분하며아이큰누나진짜... 

 

지안이한테도

 

시간이 필요할 거야

 

넌 그냥

 

모르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한숨 내뱉으며...

 

아빠가...

 

[알아차렸다는 듯

 

그럼 큰누나 가던 날

 

그래서 아빠가 누나 쫓아간 거였구나

 

큰누나 잡으려고그지?

 

[얕은 한숨]

 

큰누나

 

괜찮은 거야?

 

누나 괜찮은 거지?

 

어디 있는 거야?

 

나 항상 큰누나 편인 거 알지?

 

그러니까 이 음성 확인하면

 

나한테만이라도 연락 줘

 

?

 

꼭 연락 줘야 돼 알았지 누나?

 

[한숨 쉰다]

 

[통화 종료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호흡을 가다듬으며

 

너 알고 있었어?

 

넌 이제 알았어?

 

나도 어젯밤에 갑자기 서지수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됐고

 

내가 너 도와주기로 한 거 깨끗이 서로 취소하자

 

[당황한 듯취소라니?

 

누구 마음대로 취소야난 어떡하라고?

 

[기막히다는 듯너 미쳤어?

 

지금 너네 집이랑 우리 집이랑 이딴 식으로 엮였는데

 

내가 널 도와주는 게 말이 돼

 

우리 누나는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타이르듯그러니까 네가 날 도와줘야지

 

너희 부모님이 우리 집에 한 일을 생각해 봐

 

미안하면 갚아야 하는 거 아니야?

 

[밝고 잔잔한 음악]

 

계약금 보냈어

 

?

 

이미 계약금 송금했으니까 취소는 절대 안 돼절대

 

어우

 

[애원하는 목소리나 이거 정말 걸리면 끝장이란 말이야

 

(서현지금 이 상황에서 나까지 걸려 봐

 

우리 어머니 날 죽일지도 몰라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나 이미 네 작전 지시대로 했단 말이야

 

(서현일주일이면 된다며?

 

그래서 류한테도 1주일 후에 7억 만들어서 보자고 했고

 

어머니한테도 류 다쳤다고 거짓말했어

 

(서현우리 집에서 어머니한테 거짓말하면

 

사형하고 동급이야

 

[살짝 훌쩍이며제발

 

[깊은 한숨하아...

 

(양 대리) 40주년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패치 최종 후보 중 10개랍니다

 

(양 대리겨울 패딩 출시 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디자인 팀에서 오늘까지 심사해 달라고 하네요

 

점수표에 점수 적으시면 됩니다

 

동화 같은 감성을 선물한다는 마케팅이니까

 

(도경그걸 잘 나타내는 게 중요한데

 

[감미로운 기타 소리]

 

[사진 찍는 소리]

 

[컴퓨터 자판 소리]

 

[깊은 한숨]

 

[얕은 한숨]

 

(지안나무 기둥 이쪽이랑

 

이쪽에 놓으면 될 것 같아

 

- (이쪽이랑 이쪽에? - (지안

 

나무 기둥 제작한다는 데가 쟤였어?

 

[도경 한숨 쉰다]

 

끊었다더니...

 

돌아갈 준비를 하는구나

 

(지안일주일만 기다려 줄래?

 

차라리 처음부터 말했으면 좋았을걸

 

근데 지금은

 

내가 그 얘기까지 할 힘이 없어

 

'일주일만 기다려 줄래?'

 

약속을 안 지킬 네가 아닌데

 

그지?

 

(도경실례합니다

 

맞게 찾아왔네

 

아니... 여길 어떻게?

 

얘기 좀 합시다

 

저를 무슨 일로...

 

혹시 지안이 어딨는지 압니까?

 

지금 지안이라고...

 

왜 지안이라고 합니까?

 

지안이라고 할 만해서 합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알아서 해석하고

 

지안이한테 연락 받았는지 만났는지

 

그거나 압시다

 

[기가찬 듯 한숨]

 

당신 누군데?

 

(이름도 성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친구 찾으면

 

말해줍니까?

 

안다는 겁니까모른다는 겁니까?

 

글쎄요

 

[짧은 한숨 쉰다]

 

(도경최도경입니다

 

[잔잔한 음악]

 

(지안거기에 다시 들어갔어 해성 어패럴 마케팅 팀

 

지안이 어딨는지

 

압니까?

 

선우혁 씨?

 

모릅니다

 

모른다고?

 

[한숨 뱉으며모릅니다

 

[흥분하며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흥분을 가라앉히며...

 

[옅은 한숨 쉰다]

 

미안합니다근데...

 

곧 연락 올 겁니다

 

연락...

 

온다고요?

 

[지난번에 지안이가

 

일주일 뒤에 말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연락 올 겁니다

 

연락 오면

 

연락 드리죠

 

올까요?

 

약속 잘 지키는 친구니까

 

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지안이 연락 오면

 

지안이한테 말하지 말고

 

저한테 알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짧은 한숨 쉰다]

 

2천만 원 때문에 엮인 사람하고 싸우다 정든 건가?

 

[의심스럽다는 듯...

 

저 사람이 마케팅 팀 넣어준 건가?

 

[문 열리는 소리]

 

(용국싫다 싫어

 

(용국미팅을 취소하려면 최소한 하루 전에는 해줘야지

 

약속 장소 코앞에서 취소하는 경우가 어딨냐?

 

 

(용국너 왜 다 죽어가?

 

대량 주문 취소됐냐?

 

형네 세계에서

 

오너 아들이 일반 여자 평직원하고 연애가 가능해?

 

연애는 가능하지

 

들키면 안 되지

 

[숨을 쓰읍 들이마시며]

 

들키면 어떻게 되는데?

 

 

자기 아들을 자를 순 없고

 

여자는 그냥 둘 순 없고

 

[언성을 높이며아이 뭐 그런 경우가 있어

 

멀쩡한 직원을 자른단 말이야

 

사랑은 둘이 했는데

 

너 요새 드라마 보냐?

 

재벌 3세가

 

평범한 여자를 막 찾아다녀 애타게

 

여자는 그 회사 직원이었어

 

둘이 사귀었고 들켜서 개박살 난 거지

 

(용국여자는 된통 당해서 숨고

 

남자는 막 찾아다니고

 

딱 그건데

 

그거야?

 

우리 쪽에선 흔한 일이고

 

예외는 없어

 

근데 왜?

 

[깊은 한숨 내뱉으며아닙니다

 

[전화 수신음]

 

(남구서지수 씨

 

?

 

[전화 수신음]

 

...

 

여보세요?

 

(재성아빠다

 

아빠?

 

[감격스러워 하며아빠야

 

...

 

[더듬으며죄송합니다착각했어요

 

[실망하며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얕은 한숨 쉬며무슨 일이신데요?

 

오늘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자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내 딸 두 번 빼돌린 서태수냐고당신이

 

(태수부회장님

 

[재성 화내며꿇지 마

 

들키고 나서 하는 사죄가 사죄인가?

 

(재성당신들 부부가 저지른 죗값

 

충분히 치르게 될 거니까 지금부터 앞에서

 

더는 입도 뻥긋하지 마

 

[눈물을 참으며 숨을 내뱉는다]

 

(재성오빠가 빠져서 섭섭하겠구나

 

(지수괜찮아요

 

언니팔 내리고 식사하세요

 

?

 

식사 예절이란다

 

식사 예절이 따로 있어요?

 

당연하지

 

어디에 있어요?

 

[익살스런 음악]

 

보이진 않지만 있어

 

그러니까 등 펴고 팔 내리고 식사하렴

 

[얕은 한숨]

 

보이지도 않는 걸 왜 지켜야 하는데요

 

(지수밥은 맛있으니까 먹고

 

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고

 

그러려면 편하게 먹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나 그러는 거고

 

여긴 달라

 

뭐가 다른데요?

 

말대답하지 마세요

 

[거슬린다는 듯?

 

너는 말대답하고 대화하고 구별도 못 하니?

 

[황당하다는 듯어머

 

그냥 편하게 먹게 둬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체하겠다

 

(지수저 이따 따로 먹을게요

 

(명희

 

왜 화난 사람처럼 구니?

 

화났으니까요

 

화가 났다고 아무 데나 화를 표현하면 곤란하지

 

화가 나는데

 

화를 표현 안 하면 그 화는 어떻게 해요?

 

화를 내야 풀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왜 여기가 아무 데나예요여기가?

 

언니 그럼 지금 우리 집에 화내는 거예요?

 

 

왜요?

 

서현아

 

너희 엄마 아빠가 날 잃어버렸으니까

 

그건 사고였어요

 

그게 어떻게 사고야?

 

그게 사고예요?

 

사고였지

 

(재성어머니가 교통 사고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네가 없어진 거니까 - (지수그건 아니죠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제가 기사 좀 찾아봤거든요

 

[지수가 크게 한숨 쉬면서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3살짜리 딸한테 다이아몬드 핀을 꽂아서 데리고 다녀요

 

그러니까 잃어버린 거죠

 

[긴장된 음악]

 

안 그러니?

 

배고픈데 빵 있으면 먹겠어안 먹겠어?

 

먹죠

 

빵도 먹는데

 

핑크 다이아몬드가 몇 개나 있었잖아요

 

[당황하며늘 차로 이동해서 위험하지 않았어

 

(지수사고가 났잖아요

 

그리고요

 

왜 처음부터 우리 엄마 말만 믿고 지안이 데려온 거예요?

 

DNA 검사 다시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요

 

그건 우리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우리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막 하시면 안 되죠

 

이쪽 집 잘못도 분명히 있는데

 

네 엄마가 거짓말을 했어

 

나를우리 집을 속이고 네 언니를 보낸 건 양미정서태수야

 

[타이르듯여보

 

[감정이 격해지며애초에 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 아빠가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어요

 

[울먹이며낳은 엄마는 나를 잃어버렸고

 

날 키운 엄마는 나대신 친딸을 보냈어요

 

둘 다 잘못 있다고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 아빠한테 화낼 권리는 나만 있어요

 

미워할 자격도 나만 있고

 

[격앙된 목소리로애초에 잃어버리지 말지 그랬어요

 

불어

 

양평 휴게소에서 내 딸

 

어떻게 데려갔는지부터

 

말씀은 드리는데요

 

사모님이 정신만 차렸으면

 

따님도 잃어버리지 않고 우리도 바로 잡혔어요

 

[긴장된 음악]

 

- (남자뭐야? - (순옥오빠

 

[문 닫으며이거 다이아몬드야

 

그것도 핑크 다이아몬드

 

핑크 다이아몬드?

 

[쾌활한 척하며언니가 머리핀 구경 좀 할게요

 

[문 닫는 소리]

 

(순옥엄마 곧 올 거니까 오기 전에 차에 가서 기다리자

 

[차가 달려오는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재성저 아이 말에 틀린 게 없어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원망이 크지

 

서태수양미정 털어 줍시다

 

(명희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 두자는 말이에요?

 

우리를 기만했는데

 

저 철부지 아이 기분을 다 맞춰주자는 거예요?

 

그렇게는 못해요

 

양미정한테 가게 하면서 피 마르게 하는 거 말고

 

할 게 더 있나?

 

경찰에 자수는 우리 손해야

 

그냥 못 넘어가요

 

우리 진짜 은석이를 생각해

 

아까 못 봤어?

 

지금은 여기가 어딘지 천지 분간을 못 하니 저러는 거죠

 

그보다 아버지 만나러 하와이에 다녀와야겠어요

 

실수 인정하기로 결정한 거면 전화로 말씀드려도 되잖아

 

안 돼요

 

직접 만나서 말씀드려야 실망이 덜 하실 거예요

 

장인 어른이 또 무슨 스토리를 짜주시기를 바라는 건가?

 

아뇨

 

아버지 신임이 진희에게 넘어가게 할 수 없어요

 

[문 여는 소리]

 

[놀라면서하아!

 

대박!

 

[옅은 한숨 쉰다]

 

대단하구나이 집

 

[긴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얕은 한숨]

 

[안내음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전화 신호음]

 

서지안

 

지안아

 

너 그래서 나한테 말 못했던 거냐그 사람 때문에?

 

그래 [길게 한숨]

 

이제 이해된다

 

너 숨는 거?

 

당연해

 

[입을 쩝 다신다]

 

아니 그래도 인마

 

힘들 때 찾아오라고 했잖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 얘기 들어준다는데

 

왜 혼자 힘들어해?

 

여하튼 연락해라

 

넌 내 약속 안 지켜도 난 지키는 거 알지?

 

그냥 친구만 해줄 수 있다고 자식아?

 

[문 열리는 소리]

 

(가게 주인어서 오세요

 

[깊은 한숨]

 

(남구가 한숨 쉬며아이고

 

(남구뭐 자리가 없네자리가 없어

 

술 한잔 먹으러 왔는데

 

앉으세요

 

[남구가 한숨 쉬면서 앉는다]

 

말은 시키지 마시고요

 

미투

 

사장님여기 한 병 더요

 

저도요

 

[잔 내려놓는 소리]

 

[깊은 한숨 쉰다]

 

[잔 내려놓는 소리]

 

[깊은 한숨 쉰다]

 

[잔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술병 내려놓는 소리]

 

[잔 내려놓는 소리]

 

형님

 

사랑 몇 번이나 해봤어요?

 

[한숨 쉬면서한 번

 

[잔 내려놓는 소리]

 

[두 사람이 동시에 긴 한숨 쉰다]

 

[힘겨워 하며...

 

[매우 힘겨워 하며...

 

아휴

 

아휴왜 이렇게 다리가 길어

 

아휴

 

아휴살려주세요

 

아휴

 

[현관 초인종 소리]

 

혁이니?

 

[현관 초인종 소리]

 

[깜짝 놀란다]

 

(남구선우혁 씨 배달 왔어요 배달

 

[놀라면서어떻게 된 거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남구아휴아휴 죽겠다

 

[남구가 헉헉거린다] (저기남구 씨가 왜 우리 혁이를...

 

(남구아니 저허리 끊어질 것 같으니까 일단 좀 눕히고

 

(안 돼요내려놓아요 내가 할게

 

(남구아휴이거 무거워서 안 돼

 

[희가 소리 지르며그냥 내려 놓으라니까!

 

- (어머나! - (남구어이구어이구!

 

- (남구아이고희야괜찮아? - (아야

 

- (남구괜찮아? - (괜찮으니까

 

[소리 치며나가요얼른 얼른!

 

- (남구아니 긴 애를 어떻게... - (여기 남자 많아

 

- (나가라니까! - (남구아니...

 

- (나가요! - (남구아니신발신발

 

아휴

 

(혁아혁아일어나 봐혁아

 

- (혁아 - 아휴고집은

 

[포기했다는 듯

 

(남구가 아픈 듯이아휴

 

[도경이 잔을 놓으며 한숨 쉰다...

 

모든 사람한테 연락 끊고 사라지는 건 뭐냐고

 

[한숨 쉰다]

 

(기재어이없네최도경

 

이렇게 취한 꼴을 다 보고

 

[도경이 취한 목소리로대답해 봐

 

너 머리 좋잖아

 

추측 좀 해보란 말이다

 

(기재최도경!

 

너 진짜 이렇게 흐트러질래?

 

감정 조절 안 해?

 

걱정 마라

 

[탁자를 치며이 감정은

 

그런 감정이 아니야

 

내가 약속을 못 지켜서 그런다

 

(도경걔는

 

지안이는

 

무서워서 도망친 거거든

 

(도경왜냐

 

내가 안 도와줬거든

 

내가 도와줬어야 되는데

 

말을 뱉어 놓고 못 도와줬어

 

독한 놈

 

취해서도 내막은 말 안 하고

 

[살짝 흐느끼며너무 걱정이 돼

 

[기재의 얕은 한숨]

 

[떨리는 목소리로미치겠다

 

걱정이 돼서

 

[긴 한숨 쉰다...

 

[문 열리는 소리]

 

[부드러운 노래]

 

[용국이 손가락을 튕기며뭐 해?

 

...

 

[얕은 한숨]

 

(미정감사합니다

 

[미정이 한숨 쉰다]

 

[서럽게 운다]

 

[오열한다]

 

[계속 오열한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형님

 

실장

 

저기 오늘 인천 목재소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 (남구아니

 

오늘 목재소 가면

 

장미목 받아서

 

빵 도마 만들어준다며

 

제가요?

 

[기억났다는 듯이...

 

[겸연쩍게 웃는다]

 

저 업어주실 때 그랬죠

 

오늘 좋은 장미목 가지러 가니까 만들어 드릴게요

 

아니 저

 

[숨을 쓰읍 들이쉬며그거 말고

 

부탁 하나만 더 합시다

 

뭔데요?

 

[남구가 문 열면서아이 사람들 조심성이 없어가지고 진짜

 

- (남구에이 - 왜요?

 

오후 빵 못 만들어

 

[익살스러운 음악]

 

천일염이 똑 떨어져서 오늘 식빵 못 만들어

 

[지수의 놀란 한숨] (남구아이이런 식빵

 

아니오늘 소금 가지고 오기로 한 청년이 오다가 죽...

 

(남구아니

 

아니 많이 다쳤다나 어쨌다나아휴 씨

 

[짧은 한숨 쉬며어휴 제가 얼른 시장 가서 사올게요

 

내가 언제 시장 가서 막 사다 쓰는 거 봤어?

 

...

 

(남구조수가 인천 가서 좀 실어와

 

인천요저 운전 못하는데요

 

[익살스러운 음악마침

 

선우 실장이 인천 목재소에 간다길래

 

내가 간곡히 부탁을 좀 했어

 

우리 물건 좀 실어다 달라고

 

[지수가 더듬으며선우... 실장요?

 

난 쉬는 김에 볼일 좀 볼 거니까

 

바람 좀 쐴 겸 휙 갔다 와

 

선우 실장 위로도 좀 해주고

 

무슨 위로를 해요?

 

마침 며칠 전에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는데

 

실연당했었더라고

 

- (지수어머 - (남구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다른 남자가 있었다나 어쨌다나

 

[긴 한숨 쉬며아휴그냥

 

(남구눈물 없인 못 듣겠더라고아휴

 

[걱정스럽게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타세요

 

(심심하죠음악 틀어줘요?

 

[더듬으며아니...

 

 [멋쩍은 웃음]

 

무슨 음악 좋아해요?

 

아무거나 듣고 싶은 거 들으세요 전 다 좋아요

 

[잔잔한 음악]

 

(이런 노래 싫어요?

 

기운 내요갑니다

 

기운 내세요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여요

 

[쑥스럽게 웃는다]

 

내가 했던 말인데 그대로 돌려 받네

 

(그런 적 있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반의 반도 모르는 거

 

가족도 다 모르기도 하니까요

 

왜 내 맘대로 그 사람을 판단했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나

 

후회도 되고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사람 마음은 절대 읽을 수 없는 거니까

 

아휴아니에요전 그냥...

 

말 잘하네요

 

(지수제가요?

 

제가 좀 수다스러워요원래 [쑥스러운 웃음]

 

(그런 뜻 아닌데

 

그럼요?

 

내가 확실히 그런 게 있네

 

일찍 가장 노릇하면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다 보니까

 

선입견... 뭐 그런 거?

 

[피식 웃으며아주 나쁜 버릇이 있네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좀 더 친해지면 알려줄게요 동네 친구

 

[달콤한 노래]

 

[싱긋 작게 웃는다]

 

[지수가 기분 좋게 숨을 내쉰다]

 

(목재소 직원어휴어휴그냥 두세요 다치면 책임 못 져요

 

이번엔 여자 친구 맞지?

 

아니에요동네 친구예요

 

(목재소 직원동네 친... 여사친

 

가만우리 선우 실장은

 

왜 이렇게 예쁜 여사친이 많은 거야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장미목 챙겨 놓은 것 좀 봐요

 

[목재소 직원이 웃으며알았어

 

- (금방 올게요 - (지수

 

[나지막한 목소리로지안이도 나무 엄청 좋아했는데

 

[달콤한 음악]

 

[선우의 힘겨운 신음]

 

(지수여기가 카페 사장님 단골집이에요?

 

(재래식으로 만든 김이 맛있다고 초겨울에 꼭 한 번씩 사신데요

 

(지수우와신기하다

 

[지수가 웃으면서아하

 

(지수 씨

 

오징어 좋아하면 좀 살래요?

 

아니에요전 괜찮아요

 

(저게 재래식으로 김 말리는 거랍니다

 

[지수의 호응하는 소리다음에 한 번 구경와야겠다

 

- (지수 씨가시죠 - (지수

 

[지수가 감탄하며

 

[긴장된 음악]

 

[지수가 좋아하며!

 

제 것까지 사신 줄은 몰랐어요

 

(모르게 사야지 물어보고 사나

 

(지수서울 가서 밥은 제가 꼭 살게요

 

당연한 얘기 자꾸 하십니다

 

[멋쩍은 듯 웃으며그러게요

 

[긴장된 음악]

 

[트럭이 급정차하는 소리]

 

미안한데 택시 타고 먼저 올라가요

 

?

 

(갑자기 들릴 데가 있어서

 

짐은 가게로 갖다 줄게요

 

[택시 문 닫는 소리]

 

잘 부탁합니다 - (택시 기사

 

무슨 일이지?

 

기사님저 차 좀 돌려 주세요

 

[트럭이 멈춰 선다]

 

[갈매기 울음 소리]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지안아

 

[부드러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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